이서현

이서현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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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서현 차장입니다.

baltika7@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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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3%
  • 할리우드·실리콘밸리가 숏폼 플랫폼 ‘퀴비’에 주목하는 이유

    ‘투자유치 총 1조 원, 선 광고 계약만 1000억 원.’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핵심은 카젠버그가 이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그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도 소비한다.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숏 폼(short-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퀴비에 앞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숏 폼+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구사중이다. 역시 주요 이용자들인 Z세대를 서비스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으로 보는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숏 폼 사례다. 인기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숏 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가 새로 출범시킨 자회사 ‘카카오M’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앞두고 ‘숏 폼’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존 영상 제작은 TV용으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용 ‘숏 폼’으로 전환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모바일용 짧은 콘텐츠를 TV등 다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중심 ‘숏 폼’ 콘텐츠는 화면 크기나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등장인물 수가 적고 촬영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는 곧 제작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도 숏폼 콘텐츠 전문 제작사들이 꾸준히 늘어나며 콘텐츠의 저작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액츄얼리’ ‘dxyz’ 등 1~5분 내외 드라마로 유명한 제작사 ‘72초TV’는 숏 폼 콘텐츠와 연계한 맥주나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였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히트시킨 ‘와이낫미디어’는 의류브랜드와 협업해 배우 박보검을 영상에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숏 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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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영화예술인 부문 수상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사진)을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의 영화예술인 부문에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영화 ‘벌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김보라 감독은 신인예술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공로예술인에는 배우 김지미, 연극예술인에는 배우 정동환, 선행부문인 굿피플 예술인에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2000만 원씩 총 1억 원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달 6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열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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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잘나가는 ‘기생충’, 오스카상도 품에 안을까

    ‘기생충’이 황금종려상(프랑스 칸 영화제)에 이어 오스카도 집어삼킬 수 있을까. 내년 2월로 다가온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현지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할리우드 감독, 배우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미 기준 외국어영화라는 점에서 ‘기생충’은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감독상, 촬영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다. 미 매체 인디와이어는 24일(현지 시간) “로마는 대다수가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해 극장에서 깊은 몰입을 선사하는 방법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생충은 극장에서 빠른 속도로 수익을 내며 폭넓은 관객을 만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천지도 최근 ‘기생충’의 북미 개봉 직후 봉 감독과 영화 내용, 할리우드 반응,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 등을 집중 분석했다. 기생충은 11일 극장 3곳에서 먼저 개봉한 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열흘 만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33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지 영화감독과 배우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 제임스 건은 SNS에 “슬프고 웃겼으며, 때론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라며 “봉준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라고 언급했다. ‘유전’과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도 “아찔할 정도로 효율적이며, 어떤 것보다도 재미있고, 완전히 미쳤으며, 너무나도 슬프다”는 평을 남겼다. 영화를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후보와 수상작을 선정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는 회원 6000여 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한다. 이 때문에 미 영화사들은 대개 이듬해 시상식을 위해 여름부터 홍보활동에 돌입한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CEO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기생충의 국내 배급사 CJ ENM도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영진위는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3년 만에 홍보 부스를 여는 한편 북미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파티 등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 중이다. CJ ENM은 북미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평단의 호평과 흥행 성적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북미 배급사 네온과 공동으로 미 영화계에 영향력이 큰 유력 인사들을 공략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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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캐머런 감독 “터미네이터의 테마는 오늘날에도 반영된다고 생각”

    “터미네이터2가 독창성을 가지되 어떻게 하면 새롭게 비틀어 볼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SF(공상과학) 액션영화의 전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창조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돌아왔다. 30일 국내 개봉하는 새로운 후속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 제작자로 참여한 것. 개봉을 앞두고 그는 25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화상통화로 라이브 컨퍼런스를 가졌다. 이번 영화는 1984년, 1991년 개봉한 시리즈 1, 2편에서 활약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린다 해밀턴과 28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제가 이 세계관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지금 ‘터미네이터’ 바로 직전의 세계에 살고 있어요. 1편이 나온 1984년만 해도 인공지능이란 판타지였지만, 지금은 자가 인식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습니다.” 신작의 하이라이트는 60대 여 전사 새라 코너로 활약한 해밀턴의 귀환이다. 인류의 미래인 대니(나탈리아 레예스)와 그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슈퍼 솔져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도 모두 여성이다. “남성들이 나오는 액션영화는 이미 수천편이 있어요. 특히 이번 영화가 스테레오타입(전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63세인 해밀턴이 액션 리더로 나온 점입니다. 미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60대 여성이라니….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그는 “앞으로 여성 서사와 여성 감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결혼을 네 번이나 해봤잖아요. 여성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캐머런 감독은 전 부인이기도 한 해밀턴의 캐스팅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직접 e메일을 썼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해야 할 이유를 두 페이지로, 이 영화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 페이지로 각각 설명해서 보냈죠. 린다는 최고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전설적 작품으로 남은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현재 젊은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그는 “터미네이터의 테마는 오늘날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미네이터는 개인이 존엄성을 가지고 어떠한 역할을 풀어낼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변화할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젊은이들은 기후변화나 정치적 문제로부터 스스로를 구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 그것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의 메시지는 이전보다 더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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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키우고 마흔아홉에 첫 영화… 나의, 모두의 이야기”

    어렵게 세상에 나온 자식 같은 영화를 두고 평점을 낮추거나 악플을 달아도 ‘엄마’는 의연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49)은 태어나기 전부터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를 살뜰히 보듬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웠다.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엄마와 저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소설이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반향을 담으며 영화 장르로서 완결된 서사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한 번도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나 고모가 생각났어요. 지영의 엄마 ‘미숙’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들, 딸들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을 담으면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 믿었습니다.” 김지영의 1인칭 독백 같은 소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지영과 가족,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모두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개봉 첫날 관객 13만8968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 전부터 촉발된 젠더 갈등을 무력화하듯 영화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든 ‘빌런(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인물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어요.” 이런 의도는 주연 배우 정유미와 공유뿐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역을 맡은 동명이인의 두 김미경, 귀한 외아들로 자란 남동생 역의 김성철 등 조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에 개연성을 얻었다. 그는 이 영화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김지영’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일본과 대만에서 소설이 화제가 됐듯, 영화 역시 호주 홍콩 대만 등 37개국에 판매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의 희망은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가서 말을 거는 것,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무언가 느끼면 그걸로 충분해요. 중요한 건 살아가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작은 변화라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니까요.” 영화 속 지영은 마침내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시간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극무대와 결혼, 출산, 육아를 거쳐 47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으로 연출을 공부하고, 49세 때 첫 장편영화를 만든 김 감독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수족구병에 걸려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에 갔던 일, 아기 띠와 한몸이 돼 보낸 시절은 ‘82년생 김지영’뿐 아니라 ‘70년생 김도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사회로 나가길 머뭇거리는 ‘지영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젊을 땐 누구나 산을 끝까지 올라가는 데 의미를 두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한 건 우리 내면의 목소리니까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깨친 뒤 이 영화를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에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기자의 스마트폰에 영화를 본 지인들의 감상이 하나, 둘 도착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볼 즈음엔 세상에!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겠지?’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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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영화 속 누구든 ‘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

    어렵게 세상에 나온 자식 같은 영화를 두고 평점을 낮추거나 악플을 달아도 ‘엄마’는 의연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49)은 태어나기 전부터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를 살뜰히 보듬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웠다.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엄마와 제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소설이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반향을 담으며 영화 장르로서 완결된 서사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한번도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나 고모가 생각났어요. 지영의 엄마 ‘미숙’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들, 딸들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을 담으면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 믿었습니다.” 김지영의 1인칭 독백 같은 소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지영과 가족,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모두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개봉 첫날 13만 8968명의 관객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 전부터 촉발된 젠더 갈등을 무력화하듯 영화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든 ‘빌런(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인물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어요.” 이런 의도는 주연배우 정유미와 공유 뿐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역을 맡은 동명이인의 두 김미경, 귀한 외아들로 자란 남동생 역의 김성철 등 조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에 개연성을 얻었다. 그는 이 영화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김지영’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일본과 대만에서 소설이 화제가 됐듯, 영화 역시 호주, 홍콩, 대만 등 37개국에 판매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의 희망은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서 말을 거는 것,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무언가 느끼면 그걸로 충분해요. 중요한 건 살아가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작은 변화라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니까요.” 영화 속 지영은 마침내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시간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극 무대와 결혼, 출산, 육아를 거쳐 47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으로 연출을 공부하고, 49세 때 첫 장편 영화를 만든 김 감독의 삶과도 맞닿아있다. 수족구에 걸려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에 갔던 일, 아기띠와 한 몸이 돼 보낸 시절은 ‘82년생 김지영’ 뿐 아니라 ‘70년생 김도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사회로 나가길 머뭇거리는 ‘지영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젊을 땐 누구나 산을 끝까지 올라가는데 의미를 두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한 건 우리 내면의 목소리니까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깨우친 뒤 이 영화를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에요.” 인터뷰가 마무리 될 무렵 그의 스마트폰에 영화를 본 지인들의 감상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볼 즈음엔 세상에!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겠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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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이 원하면…” OTT 플랫폼, 온라인-극장 벽 허문다

    “와! 진짜 크다, 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등록된 슈퍼플렉스G관에 들어선 관객들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스트리밍서비스(OTT) 왓챠플레이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의 극장 특별 상영을 마련한 날이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만 볼 수 있는 5부작 시리즈를 6시간에 걸쳐 극장 스크린으로 ‘정주행’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보니 신청자 총 5만8571명이 몰렸다. 이 중 628명만 낙점받았다. 이날 아침 대전에서 출발했다는 김모 씨는 “체르노빌 재난을 그대로 고증한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신청했는데 당첨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와 애플 등이 뛰어든 스트리밍서비스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며 콘텐츠 유통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멀티플렉스 극장 메가박스에서 23일 개봉한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콘텐츠와 스크린의 경계를 한 단계 무너뜨렸다. 자유분방한 왕자 할(티모테 샬라메)이 왕좌에 올라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는 이 영화는 영국-프랑스 간 100년 전쟁 중 일어난 아쟁쿠르 전투를 하이라이트로 다룬다. 국내에서는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중세 전쟁 현장에 있는 듯 몰입감 넘치는 장면이 입소문을 타면서 더 큰 화면에서 상영되길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상영을 시작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충돌해왔다. 통상 극장 개봉 영화들이 2∼3주간의 극장 상영기간(홀드백)을 둔 뒤 주문형 비디오(VOD)로 넘어가는 데 비해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상영을 고수했기 때문. ‘더 킹…’에서는 극장 상영 기간을 8일로 보장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고객이 콘텐츠를 보기에 가장 좋은 스크린이 무엇인지가 판단 기준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과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의 의견을 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할 경우 영화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다른 한편에는 영화를 보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형태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선극장 개봉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극장들의 넷플릭스 콘텐츠 상영은 수익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극장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최근 극장의 기조는 ‘재미있는 콘텐츠는 최대한 상영한다’다. 올해 시즌8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상영하기 위해 극장들이 HBO와 접촉했을 정도다. 대관 행사로 관객을 모으고 4D 등 새로운 상영 버전의 개발과 함께 해외 시장도 계속 모색하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초로 ‘1000만 영화’가 4편(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알라딘)이나 나오며 극장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8월은 성수기인데도 박스오피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극장이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영화관 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아닌 콘텐츠 흥행에 따른 일시적인 호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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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워제네거 “I'll be back 약속 지켰죠”… 새 터미네이터 시리즈 홍보차 내한

    “지난번 내한했을 때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라고 말씀드렸지요. 터미네이터는 약속을 지킵니다.”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72)가 이달 30일 개봉하는 새 터미네이터 시리즈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1991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2’를 잇는 작품. 캐머런 감독이 제작을, ‘데드풀’의 감독 팀 밀러가 연출을 맡았다. 터미네이터2 이후 속편 3편이 나왔지만 터미네이터 1, 2의 캐머런 감독, 슈워제네거와 ‘세라 코너’ 역을 맡은 린다 해밀턴(63)까지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은 28년 만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21일 열린 기자회견에는 슈워제네거와 해밀턴, 매켄지 데이비스, 게이브리얼 루나, 나탈리아 레예스 등 배우들과 밀러 감독이 참석했다. 슈워제네거는 오랜 기간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비결에 대해 “여전히 팔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여러 스턴트 액션 장면들을 반복했어요. 나이가 들었다는 마음도, 제가 쓸모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처음 한국을 방문한 해밀턴은 60대에도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그는 시리즈로 복귀한 데 대해 “1년 전부터 트레이닝을 해서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 아널드를 다시 만났을 때 ‘내가 이 영화에 정말 복귀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도 “‘터미네이터2’의 린다처럼 멋지고 강인한 여성을 연기한 배우는 없었다”며 재회의 기쁨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는 ‘슈퍼 솔저’ 역의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 등 여성들이 이끌어간다. 밀러 감독은 “여성 주인공들은 (시리즈) 처음부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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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희경作 tvN 드라마 ‘라이브’ 워싱턴 배경 미드로 리메이크

    북미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라이브’도 미국에서 리메이크된다. 20일 미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방영한 라이브는 폭스사를 통해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미국판 라이브는 워싱턴에서 가장 위험한 우범지역에서 자란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눈을 통해 경찰 조직과 사회를 조명할 예정이다. 미국판 라이브에는 노 작가와 원작을 기획한 스튜디오드래곤도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김규태 감독이 연출한 원작 드라마는 배종옥과 정유미, 이광수, 배성우 등이 출연해 지구대 경찰들의 일상을 휴머니즘 관점에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앞서 KBS에서 2013년 방영한 드라마 ‘굿 닥터’는 한국 드라마 포맷의 첫 미국 리메이크로 주목받았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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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명의 숨결 찾아 아마존으로 가다

    매년 여름 설악산에서 곤충과 개구리를 찾는 일을 큰 즐거움으로 삼던 소년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는 야생의 생물을 지키기 위한 공부에 나선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20대 청년으로 훌쩍 자라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어머니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아마존으로 떠난다. 이 책은 2017년 12월부터 약 6주간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가 없는 아마존에서 양서파충류를 조사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척추동물만 106종류, 273마리를 직접 관찰했다. 20대를 강남의 빌딩 숲 대신 대자연에서 불태우겠다는 길을 택한 청년의 좌충우돌 열정 넘치는 탐사기가 흥미롭다. 아마존이 아니면 결코 만나지 못할 희귀종들의 총천연색 사진이 실려 생생함을 더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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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鄕’ 강릉에서 영화와 문학이 만난다… 내달 8~14일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문학과 영화를 하나로 아우르는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8일 개막한다. 강릉국제영화제는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개최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개요와 개막작 등을 공개했다. 다음 달 8∼14일 열리는 영화제는 영화와 문학이 모두 이야기를 다루는 대표적인 예술 장르라는 점에 착안했다. ‘문학’을 주요 키워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1970, 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선보인다. 영화화한 그의 작품 20여 편중 7편이 상영된다. ‘고래사냥’의 배창호 감독,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 감독, ‘겨울 나그네’의 안성기 배우 등이 참여해 토크를 진행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다루는 ‘익스팬디드: 딜러니스크’ 섹션은 밥 딜런이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맡은 ‘가장과 익명’, 음악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 등을 상영한다. 2018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을 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전’도 마련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강릉을 직접 찾아 그의 삶과 영화 철학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릉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고래책방에서는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선정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와 문학을 넘나드는 행사를 기획했다. 정호승 시인이 강릉 문인들이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은 ‘시인 할매’의 이종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다. 개막작은 다음 달 27일 개봉하는 허인무 감독의 ‘감쪽같은 그녀’, 폐막작은 D A 페니베이커 감독의 작품으로 밥 딜런의 내밀한 초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강릉국제영화제는 문향(文鄕) 강릉의 특성을 살려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집중 조명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작하는 영화를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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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여자가 있다

    ‘김지영 씨는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죽은 사람이기도 했는데, 모두 김지영 씨 주변의 여자였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소설과 영화는 모두 똑같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한 여자에서 시작한다. 남편 정대현(공유)과 함께 딸을 키우는 82년생 주부 김지영(정유미)은 어느 날부터 마치 ‘빙의’된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투로 말하기 시작한다. 시어머니를 친정 엄마의 목소리로 ‘사부인!’이라고 부르거나 어느 날 밤에는 죽은 친구 같은 말투로 남편을 부른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23일 개봉한다. 원작이 정신과 의사의 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주인공 김지영의 인생을 어린 시절부터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면 영화는 지영의 이 이상 행동을 시작으로 이 지극히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한 꺼풀씩 걷어내며 지영의 마음과 주변을 들여다본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언니와 가고 싶은 나라에 스티커를 붙이던 어린 시절, 자신감 넘치고 일 욕심도 많던 직장 시절을 거쳐 마침내 지영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살아간다. 육아와 살림으로 매일 닫힌 문을 열면 또 닫힌 문이 기다리고 있는 반복되는 일상 속 지영의 이상한 행동에 남편 대현은 가슴 아파하고, 지영은 그만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기대를 갖지만 그 앞에 펼쳐진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6년 출간 이후 2년 만에 누적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원작 소설은 소설 출간부터 환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영화 역시 개봉 전부터 올해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와 마찬가지로 논쟁에 휩싸였다. 영화의 주제의식과 개봉을 지지하는 의미로 티켓을 구매하는 ‘영혼 보내기’와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을 독려하는 한편에는 개봉 전부터 ‘1점’으로 평점 테러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영화는 거세지는 남녀 갈등의 격랑 속에서 갈등에 더욱 불을 지피는 것보다는 소설에 등장하는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 성차별을 담담하게 엮어 이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쪽을 택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온전히 꾸리기 위해 여성들은 대를 이어 어떤 희생을 감내하는지 풀어낸다는 면에서 ‘여성’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이야기다. 특히 드라마 ‘고백부부’와 ‘또, 오해영’에서 바로 그 ‘엄마’역의 배우 김미경이 연기하는 친정 엄마 ‘미숙’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우리 주변의 가족들이 그렇듯 영화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악인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외동아들에게만 보약을 지어주는 지영의 아버지도, 며느리보다는 딸과 아들을 더 챙기는 지영의 시어머니도 마찬가지다. 김도영 감독은 “개인보다는 사회의 시스템과 문화, 관습 등 사회적인 풍경을 짚고 싶었다. 그것이 원작과 가까운 의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소설과 달리 남의 입을 통해서만 목소리를 내던 지영이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그리며 한발 더 나아간다. 김 감독은 영화를 본 조남주 작가에게서 “소설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이야기라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2019년을 살아가는 김지영에게 ‘괜찮아 더 나아질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영이 엄마보다는 지영이가, 지영이보다는 딸 아영이가 더 잘 살아갈 것이라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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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듯… 눈앞에 괴물이 나타났다

    관객은 영화 등장인물을 통해 영화 속 세계를 대신 체험한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특별한 방식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밀어 넣는다. 4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시어터 입구에는 직접 영화 안으로 들어가 ‘몰입’하려는 각국의 관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제76회 베니스 영화제 베스트VR상을 수상한 ‘더 키(The Key·셀린 트라이카트 감독)’는 ‘난민’을 주제로 한 작품. 모바일 VR 헤드셋을 쓰고 마우스를 양손에 쥐는 순간 사방이 어둡고 좁은 방으로 탈바꿈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좁은 방의 문이 뜯겨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대한 사막 한복판 길고 긴 행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옥의 문지기처럼 보이는 거대한 괴물이 서류를 펼쳐놓고 눈앞에서 위협적인 삿대질을 했다. ‘더 키’의 동영상 예고편에는 감독 이름 앞에 ‘연출했다’는 의미의 ‘Direct’라는 단어 대신 관객이 겪을 체험의 여정을 구성했다는 의미로 ‘Journey’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비좁은 방에서부터 마치 달의 표면이나 지옥의 중간쯤에 와 있는 듯한 황량하고 막막한 경험으로, 관객이 난민의 실상을 스크린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두려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 마련한 ‘홀로그램 시어터’는 한발 더 나아가 VR 헤드셋을 쓴 관객이 다른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펼친다. VR의 영상을 따라 동작을 하다 보면 무대에 비치는 홀로그램의 움직임에 맞춰 게임을 하듯 홀로그램 방패로 날아오는 다양한 모양의 도형들을 척척 막아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7년 처음으로 23편의 VR 영화를 상영했다. 올해는 상영작이 53편으로 늘었다. 특히 장르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공상과학(SF) 등으로 다양해졌다. ‘더 키’뿐 아니라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한 ‘조의 영역’, 유혈 현장에 파견된 기자의 시각으로 체험하는 ‘코드 오브 프리덤 1991’, 미스터리와 살인 현장으로 들어가는 ‘파이어 이스케이프’ 등등.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가상의 세계로 완전히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들이다. VR 콘텐츠의 발달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인 하드웨어와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클라우드 기술 개발 등과 맞물려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360도 사방을 볼 수 있는 시야로 사각의 스크린에서 벗어난다는 점, 관객이 직접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영화 안의 요소들을 만지고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 영화는 관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가 2017년 VR 영화 경쟁부문을 신설하는 등 세계 각국 영화제들도 앞다퉈 VR 섹션을 마련하는 추세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채수응 감독의 ‘버디’가 VR 경험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VR 콘텐츠의 수준도 발전 중이다. 국내에서는 바른손이 영화 제작 노하우와 더불어 VR 콘텐츠를 개발 중이며, 가상특수효과(VFX) 전문기술을 보유한 덱스터스튜디오 역시 웹툰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과 결합한 VR 콘텐츠를 제작·배급하고 있다. 박재하 바른손 VR게임사업부문 팀장은 “초기에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효과에만 중점을 둔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지만 VR 콘텐츠는 잘 짜인 스토리와 기술이 결합될 때 효과가 확장된다”며 “기술 발달과 아울러 콘텐츠가 성숙하는 2022년경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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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속 세계로 풍덩…부산영화제, 다양한 장르 VR 체험 ‘주목’

    관객은 영화 등장인물을 통해 영화 속 세계를 대신 체험한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특별한 방시그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밀어 넣는다. 4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씨어터 입구에는 직접 영화 안으로 들어가 ‘몰입’하려는 각국의 관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제76회 베니스영화제 베스트VR상을 수상한 ‘더 키(The Key·셀린 트라이카트 감독)’는 ‘난민’을 주제로 한 작품. 모바일 VR 헤드셋을 쓰고 마우스를 양 손에 쥐는 순간 사방이 어둡고 좁은 방으로 탈바꿈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좁은 방의 문이 뜯겨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대한 사막 한복판 길고 긴 행렬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지옥의 문지기처럼 보이는 거대한 괴물이 서류를 펼쳐놓고 눈앞에서 위협적인 삿대질을 했다. ‘더 키’의 동영상 예고편에는 감독 이름 앞에 ‘연출했다’는 의미의 ‘Direct’라는 단어 대신 관객이 겪을 체험의 여정을 구성했다는 의미로 ‘Journey’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비좁은 방에서부터 마치 달의 표면이나 지옥의 중간쯤에 와 있는 듯한 황량하고 막막한 경험으로, 관객이 난민의 실상을 스크린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두려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 마련한 ‘홀로그램 시어터’는 한발 더 나아가 VR 헤드셋을 쓴 관객이 다른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펼친다. VR의 영상을 따라 동작을 하다 보면 무대에 비치는 홀로그램의 움직임에 맞춰 게임을 하듯 홀로그램 방패로 날아오는 다양한 모양의 도형들을 척척 막아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7년 처음으로 23편의 VR 영화를 상영했다. 올해는 상영작이 53편으로 늘었다. 특히 장르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공상과학(SF) 등으로 다양해졌다. ‘더 키’뿐 아니라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한 ‘조의 영역’, 유혈 현장에 파견된 기자의 시각으로 체험하는 ‘코드 오브 프리덤 1991’, 미스터리와 살인 현장으로 들어가는 ‘파이어 이스케이프’ 등등.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가상의 세계로 완전히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들이다. VR 콘텐츠의 발달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인 하드웨어와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클라우드 기술 개발 등과 맞물려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360도로 사방을 볼 수 있는 시야로 사각의 스크린에서 벗어난다는 점, 관객이 직접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영화 안의 요소들을 만지고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 영화는 관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세게 3대 영화제가 베니스영화제가 2017년 VR 영화 경쟁부문을 신설하는 등 세계 각국 영화제들도 앞다퉈 VR 섹션을 마련하는 추세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채수응 감독의 ‘버디’가 VR 경험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VR 콘텐츠의 수준도 발전중이다. 국내에서는 바른손이 영화 제작노하우와 더불어 VR 콘텐츠를 개발 중이며, 가상특수효과(VFX) 전문기술을 보유한 덱스터스튜디오 역시 웹툰 등 다양한 IP(지식재산권)과 결합한 VR 콘텐츠를 제작·배급하고 있다. 박재하 바른손 VR.게임사업부문 팀장은 “초기에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효과에만 중점을 둔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지만 VR 콘텐츠는 잘 짜여진 스토리와 기술이 결합될 때 효과가 확장된다”며 “기술발달과 아울러 콘텐츠가 성숙하는 2022년 경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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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방송이 내 스타일”… 콘텐츠 시장 뛰어든 포털

    카카오가 만드는 영화, 네이버가 만드는 라디오와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까. 8월 네이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를 시작한 데 이어 카카오가 카카오M을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와 영화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양대 포털사가 콘텐츠 제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방송·제작사들은 포털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위워크신사 2층,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트레이드마크인 쾌적한 라운지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걸그룹 ‘CLC’의 멤버 예은이 진행하는 실시간 온라인 음악 방송이 한창이었다. 네이버 ‘나우’의 낮 시간 프로그램 ‘VIBE 차트쇼’ 방송 현장이다. 거대한 방송사 사옥이나 설비 없이 네이버는 위워크신사의 단 두 개 층을 스튜디오로 임차해 이곳에서 24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제공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사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M은 꾸준히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제이와이드 컴퍼니(김태리), 숲 엔터테인먼트(공유) 등 굵직한 매니지먼트사들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며 배우 라인업을 갖췄다. ‘군도: 민란의 시대’(2014년)를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2013년)를 만든 사나이픽쳐스 지분을 지난달 매입한 데 이어 68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배우 현빈과 이민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경쟁사 네이버는 이미 스튜디오N을 설립해 네이버 웹툰 IP를 이용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모두 스튜디오N의 작품이다. 카카오M은 매니지먼트사 지분 인수를 통해 갖춘 배우 라인업 130여 명에 콘텐츠의 원석 역할을 할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IP를 갖췄다. 여기에 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만든 오윤환 PD를 영입한 데 이어 PD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카카오M의 전략을 이끄는 사람이 tvN의 성장기를 이끈 김성수 전 CJ ENM 대표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1월 카카오M의 대표로 취임했다. 20, 30대 젊은 PD들은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20대 지상파 PD는 “요즘은 시청자들이 TV에서 틀어주는 대로 보지 않고 찾아서 보는 시대라 정형화된 방송은 시장에서 낡은 포맷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며 “보다 유연한 조직에서 유연하게 만드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의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나우’나 카카오M이 만들 콘텐츠들은 모두 새로움과 유연성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우’의 경우 기존 라디오의 전통적 편성이나 프로그램 내 고정 코너를 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분방하고 친밀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 이미 아이돌 팬덤의 중심을 이루는 1020세대 젊은 청취자들과 더불어 4050세대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나우’ 이고운 PD는 “방송 중 즉흥적으로 시도하거나 반응이 없어 바로 없애는 코너들이 많은데 청취자들이 이런 시도들을 낯설어 하기보다 즐겁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M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는 트렌드에 맞춰 ‘쇼트 폼(short form)’ 콘텐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전통적인 TV용 드라마나 극장용 영화, 디지털로는 짧은 콘텐츠 등 포맷의 제한을 두지 않고 카카오M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의 각축으로 이용자들의 유료 결제를 유도할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나우’ 역시 곧 예능, 드라마 장르를 포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제작비가 동영상 콘텐츠에 비해 저렴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커넥티드 카 등 플랫폼과도 연동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팟캐스트 독점 콘텐츠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넷플릭스가 미국 위성 라디오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코미디 전문 콘텐츠 ‘넷플릭스는 농담이다(Netflix is a joke)’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좋은 배우와 소재,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도 결국 제작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두 포털이 웹툰 IP라는 ‘씨앗’을 많이 갖고 있으니 어떤 결과물을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정성택 기자}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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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가 만든 영화, 네이버가 만든 드라마…포털발 콘텐츠 전쟁

    카카오가 만드는 영화, 네이버가 만드는 라디오와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까. 8월 네이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를 시작한데 이어 카카오가 카카오M을 통해 매니지먼스 회사와 영화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양대 포털사가콘텐츠 제작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방송·제작사들은 포털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위워크신사 2층,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트레이드마크인 쾌적한 라운지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걸그룹 ‘CLC’의 멤버 예은이 진행하는 실시간 온라인 음악 방송이 한창이었다. 네이버 ‘나우’의 낮 시간 프로그램 ‘VIBE 차트쇼’ 방송 현장이다. 거대한 방송사 사옥이나 설비 없이 네이버는 위워크신사의 단 두 개 층을 스튜디오로 임대해 이 곳에서 24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제공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본격 콘텐츠 제작사로 진화중이다. 카카오M은 꾸준히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제이와이드 컴퍼니(김태리), 숲 엔터테인먼트(공유) 등 굵직한 매니지먼트사들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며 배우 라인업을 갖췄다. ‘군도: 민란의 시대’(2014년)를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2013년)를 만든 사나이픽쳐스 지분을 지난달 매입한 데 이어 688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배우 현빈과 이민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경쟁사 네이버는 이미 스튜디오N을 설립해 네이버 웹툰 IP를 이용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모두 스튜디오N 작품이다. 카카오M은 매니지먼트사 지분 인수를 통해 갖춘 배우 라인업 130여 명에 콘텐츠의 원석 역할을 할 카카오페이지의 웹툰IP를 갖췄다. 여기에 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만든 오윤환 PD를 영입한 데 이어 PD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카카오M의 전략을 이끄는 사람이 tvN의 성장기를 이끈 김성수 CJ ENM 전 대표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1월 카카오M의 대표로 취임했다. 20·30대 젊은 PD들은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20대 지상파 PD는 “요즘은 시청자들이 TV에서 틀어주는 대로 보지 않고 찾아서 보는 시대라 정형화된 방송은 시장에서 낡은 포맷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며 “보다 유연한 조직에서 유연하게 만드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의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나우’나 카카오M이 만들 콘텐츠는 모두 새로움과 유연성으로 차별화 할 것으로 보인다. ‘나우’의 경우 기존 라디오의 전통적 편성이나 프로그램 내 고정 코너를 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분방하고 친밀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 이미 아이돌 팬덤의 중심을 이루는 1020세대 젊은 청취자들과 더불어 4050세대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나우’ 이고운 PD는 “방송 중 즉흥적으로 시도하거나 반응이 없어 바로 없애는 코너들이 많은데 청취자들이 이런 시도들을 낯설어하기 보다 즐겁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M도 영화나 드라마 전통적인 콘텐츠 뿐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는 트렌드에 맞춰 ‘숏 폼(short form)’ 콘텐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전통적 TV용 드라마나 극장용 영화, 디지털로는 짧은 콘텐츠 등 포맷의 제한을 두지 않고 카카오M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들의 각축으로 이용자들의 유료 결제를 유도할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나우’ 역시 곧 예능, 드라마 장르를 포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제작비가 동영상 콘텐츠에 비해 저렴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커넥티드 카 등 플랫폼과도 연동되어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팟캐스트 독점 콘텐츠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넷플릭스가 미국 위성 라디오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코미디 전문 콘텐츠 ‘넷플릭스는 농담이다(Netflix is a joke)’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좋은 배우와 소재, 인프라를 갖췄다 해도 결국 제작 노하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두 포털이 웹툰 IP라는 ‘씨앗’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어떤 결과물을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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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끔찍한 상처 남기는 ‘데이트 폭력’의 그늘

    한류를 타고 한국 드라마가 세계 방방곡곡으로 한창 퍼져나갈 때 해외 시청자들이 가장 의아해했던 장면 중 하나는 이른바 ‘벽치기’ 키스였다. 남자 등장인물이 여성을 강제로 벽으로 몰아세워 키스를 하거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끄는 장면은 명백히 폭력적인데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폭력인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기록한 인스타그램 연재 웹툰과 그에 따른 댓글을 엮었다.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화살과 가해자를 막을 수 없는 법의 허점으로 피해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다. ‘이별’을 말하는 순간 폭력은 더 심해지고 가까운 이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창틀에 앉힌 뒤 두 대를 더 때린 기억, 다 읽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로 가득한 문자들, 스토커처럼 울려대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보다 더 끔찍한 것은 피해자의 ‘그 이후’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마음을 열 수 없고 혼자 밤길을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내 옷차림과 내 행동이 이 모든 불행을 자초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비슷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단단히 껴안는 것은 책에 함께 실린 댓글들이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폭력보다 우리가 더 당신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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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막의 스타와 함께 영화의 바다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했다. 영화제는 12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태풍 ‘미탁’이 개막식 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2일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식 전야제 행사는 취소됐지만 개막식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의 사회로 진행됐다. 개막식 본행사에 앞서 오후 6시부터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는 임권택 감독과 배우 안성기 조정석 정해인 조여정 천우희 임윤아 등 국내외 감독과 배우를 포함해 영화인과 관객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날 낮부터 영화의 전당 밖에 길게 줄을 늘어서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을 반겼다. 개막식 공연은 태국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정착한 미얀마 카렌족 난민소녀 완이화가 부르는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로 절정을 맞았다. 소양보육원의 ‘소양무지개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브룩 킴, 안산문화재단 ‘안녕?! 오케스트라’ 등 총 246명이 함께하는 하모니가 영화의 전당에 울려 퍼졌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The Horse Thieves. Roads of Time)’로 문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 카자흐스탄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소년의 시선으로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그린 작품이다. 한 남자가 말을 팔기 위해 장터로 갔다가 말 도둑들에게 살해당하고 마을 사람들과 가족은 함께 장례를 치른다.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담은 빼어난 영상미와 절제된 감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해 영화제에는 85개국의 영화 303편이 초청돼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해운대와 중구 남포동 일대 6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영화제는 임대형 감독, 김희애 주연의 영화 ‘윤희에게’로 막을 내린다. 부산=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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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개 극장 37개 스크린서 펼쳐지는 ‘시네마 천국’

    부산에 또다시 영화의 계절이 찾아왔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포스터)가 10월 3∼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5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초청작은 85개국 303편. 개막작에는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폐막작에는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각각 선정됐다. ○ 아시아 거장들과 넷플릭스 올해 부산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여럿 상영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미안느에 관한 진실’이 초청됐다. 전설적인 여배우(카트린 드뇌브)가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그와 딸(쥘리에트 비노슈) 사이 숨은 진실을 그린 작품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일본어가 아닌 언어로 외국에서 만든 첫 영화다. ‘조이 럭 클럽’(1993년)을 만든 웨인 왕 감독은 ‘커밍 홈 어게인’으로 부산을 찾는다.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는 이문세의 ‘옛사랑’이 삽입됐다. 두 감독 모두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부산영화제는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넷플릭스 영화에 개방적인 영화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 올해는 ‘더 킹: 헨리5세’,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가 명연기를 펼치는 ‘두 교황’을 비롯해 ‘결혼 이야기’, ‘내 몸이 사라졌다’ 등 총 4편이 초청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뷰티풀 보이’ 등으로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 미국 배우 티머시 섈러메이가 ‘더 킹: 헨리 5세’로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더 킹…’의 티켓은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지 1분 21초 만에 매진돼 화제가 됐다. ○ 참여로 더 즐겁게 10월 4∼10일 부산 남포동을 포함한 중구 일대는 영화제가 마련한 부대행사인 ‘2019 커뮤니티 비프’로 북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상영작을 선정하는 섹션.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BTS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더 소울: 더 무비’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배우 박보검이 출연한 ‘반짝반짝 두근두근’과 ‘차이나타운’도 상영한다. 배우 조우진(‘내부자들’) 진선규(‘범죄도시’) 박성웅(‘신세계’)이 관객들과 영화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있다. ‘리액션 시네마’는 춤과 ‘떼창’을 즐기는 최근 관람 트렌드를 반영해 ‘싱어롱’ 상영 등을 준비했다. 영화 상영과 동시에 공연이 펼쳐지는 ‘댄스 이머시브’,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심야 상영과 함께 술을 즐길 수 있는 ‘취생몽사’ 프로그램도 있다. 남포동 비프광장에서는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김지미를 아시나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톱스타이자 제작자 김지미가 부산을 찾아 4∼6일 배우 안성기, 전도연, 곽경택 감독, 정지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토크를 한다. 5, 6일에는 영화를 보면서 라이브로 장면 해설을 듣는 ‘마스터 톡’도 열린다.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 씨’를, ‘신과 함께’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각각 해설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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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3일 개막 ‘2019 부산국제영화제’…볼거리·즐길거리는?

    부산에 또 다시 영화의 계절이 찾아왔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3일~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5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한다. 초청작은 85개국 303편.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가, 폐막작에는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각각 선정됐다.●아시아 거장들과 넷플릭스 올해 부산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여럿 상영된다.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미엔느에 관한 진실’이 초청됐다. 전설적인 여배우(카트린 드뇌브)가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그와 딸(줄리엣 비노쉬) 사이 숨은 진실을 그린 작품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일본어가 아닌 언어로 외국에서 만든 첫 영화다. ‘조이럭 클럽’(1993년)을 만든 웨인 왕 감독은 ‘커밍 홈 어게인’으로 부산을 찾는다.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는 이문세의 ‘옛사랑’이 삽입됐다. 두 감독 모두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부산영화제는 베네치아영화제와 함께 넷플릭스 영화에 개방적인 영화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 올해는 ‘: 헨리5세’,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명연기를 펼치는 ‘두 교황’을 비롯해 ‘결혼 이야기’, ‘내 몸이 사라졌다’ 등 총 4편이 초청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뷰티풀 보이’ 등으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미국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더 킹: 헨리5세’로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더 킹…’의 티켓은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지 1분 21초 만에 매진돼 화제가 됐다. ●참여로 더 즐겁게 10월 4~10일 부산 남포동을 포함한 중구 일대는 영화제가 마련한 부대 행사인 ‘2019 커뮤니티 비프’로 북적일 전망이다.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상영작을 선정하는 섹션.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BTS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더 소울: 더 무비’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배우 박보검이 출연한 ‘반짝반짝 두근두근’과 ‘차이나타운’도 상영한다. 배우 조우진(‘내부자들’), 진선규(‘범죄도시’), 박성웅(‘신세계’)이 관객들과 영화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있다. ‘리액션 시네마’는 춤과 떼창을 즐기는 최근 관람 트렌드를 반영해 ‘싱어롱’ 상영 등을 준비했다. 영화 상영과 동시에 공연이 펼쳐지는 ‘댄스 이머시브’, 성인관객을 대상으로 심야 상영과 함께 술을 즐길 수 있는 ‘취생몽사’ 프로그램도 있다. 남포동 비프광장에서는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김지미를 아시나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톱스타이자 제작자 김지미가 부산을 찾아 4~6일 배우 안성기, 전도연, 곽경택 감독, 정지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토크를 한다. 5, 6일에는 영화를 보면서 라이브로 장면 해설을 듣는 ‘마스터 톡’도 열린다.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 씨’를, ‘신과 함께’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각각 해설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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