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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의 한 계류장에서 군 경찰 소방서 한국공항공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비상 상황에 대비한 종합훈련이 실시됐다. 군 화생방 처리반이 화학 테러로 오염된 항공기 주변에 제독제를 뿌리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걸음마를 뗀 아기가 아장아장 우물가로 걸어가고 있다면? 당연히 달려가서 아이를 안아 우물가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맹자는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 하고 ‘인지단야(仁之端也)’, 즉 인의 본질로 규정했다. 아기의 위험을 보고 ‘살리는 게 좋은 일’이라는 관념조차 없이 본능적으로 아기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인이라는 것이다. 꼭 영웅 의인이 아니더라도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면 힘닿는 대로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는 측은지심은 맹자 성선설의 근거 중 하나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은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자기들 살겠다고 수백 명의 승객을 사지에 방치하고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비난을 많이 받은 해경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들은 과연 세월호에서 구조할 당시 ‘측은지심’이 없었던 것일까. 정말 아이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하는데, 갑판에 있던 다른 승객이 학생들 구조를 도와달라고 하는데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한 것일까. 그러나 해경이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고 여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그들이 어찌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상황 파악이 안 됐거나 그런 훈련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허둥지둥했거나 아니면 위험을 무릅쓸 용기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측은지심마저 없이 구조를 외면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사고 직후부터 일선에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지원을 담당해온 한 고위 간부는 21일 해경 해체가 발표된 뒤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인천 해경본부로 올라왔다. 그는 한때 분노한 일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멱살까지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올라온 뒤 한 실종자 아버지는 그에게 ‘한 달 넘게 가족한테 못 가면서 사명감 하나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찾아주며 같이 웃고 울어준 팽목항의 해경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희생자 아버지도 “저희 유가족의 슬픔을 같이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 과장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은혜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때 공적(公敵) 1호로 꼽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수염도 깎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면서 사고 이후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자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분노,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의 분노는 책임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가혹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분노의 크기가 클수록 비판의 크기도 커진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분노가 가라앉으면 무차별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대상들의 위치와 역할 등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진심과 정성은 이제 인정해 줄만 하지 않을까. 물론 해경이나 해수부의 무사안일을 질타하고 비리를 도려내야 한다. 이들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은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고, 사고 처리에서 무능했다는 지적과 도덕적 책임 역시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들을 ‘측은지심’을 기대할 수 없는 범죄집단 내지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분노를 증오로 바꿔서는 안 된다. 분노를 증오로 바꾸라고 부추기는 일부 세력들도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 조직 해체의 된서리를 맞은 해경이 본연의 임무를 잘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손잡아 일으켜줄 때다. 16명의 실종자 수습은 물론이고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해안경비 등 많은 일들이 해경에게 남아 있다.서정보 사회부 차장 suhchoi@donga.com}

26일 부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 속 천연식초 만들기’ 강좌에 참석한 주부들이 고두밥에 누룩을 넣어 식초를 만들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22일 부산 부산진구와 봉사단체가 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팔순을 맞은 노인들을 초청해 합동 팔순잔치를 열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한복 입은 팔순 할머니들을 식장으로 모시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대통령의 사과도 무위였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마저 깃들어 있었다. 일부 유가족은 “그런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일축해 버렸다.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 가족들의 불신은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사고 자체보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난이 더욱 커진 형국이다. 사고 다음 날인 17일 전남 진도체육관에 찾아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공직자들이 제대로 못하면 다 물러나게 하겠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대통령의 말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은 분노로, 분노는 불신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엄명에 공무원들도 잘하고 싶었겠지만 우왕좌왕 어쩔 줄 몰랐다. 피해자 가족들이 구조가 늦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만 되풀이하거나 뒷북 대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절망과 분노에 빠진 가족들은 정부가 제대로 보살펴 주지 않고 방치한다고 여긴다. 이번 사태로 명확해진 건 대형 사고 때마다 지적돼 온 사고 예방 매뉴얼, 구조 매뉴얼만큼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세밀하게 다룬 매뉴얼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됐어야 했다. 피해자 가족 전담팀이 우선 가족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가족을 대표할 대표단을 구성하게 한다. 이래야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엉뚱하게 피해자 가족도 아닌 지방선거 예비후보가 마치 가족대표인 양 사회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어 가족별로, 혹은 두세 가족을 묶어 전담자를 1명씩 둔다. 꼭 공무원일 필요는 없다. 충분히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를 평소에 확보해 사고가 나면 즉시 투입한다. 이들은 가족이 요구하는 것, 알고 싶은 것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1차적 심리 상담으로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들이 가족의 1차 소통창구가 되는 것이다. 이들을 통해 전달되는 요구 사항은 전담 공무원팀이 처리한다. 이들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권한을 갖고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조치가 가능한 것은 현장에서 처리하고 시간이 걸리는 건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기다리게 한 뒤 답을 준다. 구조 상황은 현장에 가장 밀접한 사람, 가능하면 직접 구조를 지휘하는 사람이 브리핑하게 한다. 홍보용으로 숫자를 부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지금처럼 조류 등으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상황을 이해시키고 현장에서도 직접 보여준다. 최근 구조책임자 격인 해군 중령의 설명에 피해자 가족이 박수를 치는 일이 매일 벌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장을 떠난 가족도 지속적으로 돌본다. 이번 사고와 같이 시신이 일찍 수습돼 원래 사는 곳으로 돌아가면 해당 지역의 자원봉사자나 공무원이 인계받아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한다. 정부가 부랴부랴 심리지원단을 만들었지만 고작 2시간 교육받고 가족들을 상대하게 하는 방식으론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한 주민센터가 희생자 가족을 오라고 한 뒤 10분 남짓 형식적 상담만 했다는 보도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극히 일부분의 예시에 불과하다. 매뉴얼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자 측의 울분과 불신이 크게 줄지 않았을까. 또 피해자 가족이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의 힘을 얻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을 것이다.서정보 사회부 차장 suhchoi@donga.com}

24일 부산 남구 감만동 감만창의문화촌에 입주한 한 미술가의 창작 공간에 어린이들이 찾아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작공간 공개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노인들이 아파트 단지에 배달된 택배 물건을 가구별로 전달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는 택배를 가장한 범죄 예방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택배가 일단 아파트로 배달되면 이를 동네 노인들이 가구별로 나눠주는 ‘안심이 택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사상구 모라초등학교 학생들이 22일 삼락공원 연꽃단지에서 자전거 트레킹을 하며 생태해설사의 안내를 듣고 있다. 사상구는 앞으로 자전거 생태탐방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경성대 음악학부 관현악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지휘 이기균 교수)는 15일 오후 교내 구성원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교내 새빛뜰에서 ‘봄을 보내면서 그리고 여름!’이라는 주제로 음악회를 열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4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20명이 200여 명에게 자장면과 볶음밥으로 무료급식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동해남부선 폐선 후 해운대역이 갤러리로 변신해 10일 ‘청춘 바다’ 전시회가 열렸다. 6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발매 창구도 전시 공간으로 이용해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9일 부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부들이 허영선 부산여대 교수로부터 홍합죽 부산잡채 미역설치(왼쪽부터) 조리법을 배운 뒤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센터는 11일까지 향토음식 조리법 교육을 실시한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부산진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7일 가로수에 구멍을 뚫고 주사를 놓고 있다. 부산진구는 25일까지 중앙대로 등 21곳의 가로수 병충해 방제 작업을 실시한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은 자살 기도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울분을 토로하며 ‘관례’ ‘관행’이란 말을 줄기차게 되풀이했다. 검찰이 해외 정보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법의 잣대만 들이대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했다. 검찰이 몰라준다고 한 ‘관례’를 정리하면 이렇다. ‘공식 경로로 구할 수 없는 문서를 협조자를 통해 구했다. 이 문서는 재판에 제출될 것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출처를 밝히면 협조자가 노출돼 앞으로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교부에 나가 있는 국정원 출신 영사가 이 문서에 대한 확인서를 써준다.’ 간첩을 잡기 위해 불가피한 관례라는 것이다. 그는 영사가 확인서를 ‘확인’ 안 하고 그냥 써줘도 되느냐고 하자 “나쁜 일도, 불법도 아니고 관례처럼 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협조자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협조자가 지금까진 신뢰할 만했다 해도 이번엔 거짓이라면? 그에 대해선 관례를 내세울 수 없다. 국정원에 따르면 권 과장은 정말 유능한 블랙 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요원)이자 중국통이었다. ‘왕재산’ 간첩 사건 때도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물증을 확보하고 영사확인서를 쓴 뒤 법정증언까지 해 유죄를 받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런 그는 수십 년의 노하우 중 하나인 관례를 개인 자격에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란 조직은 관행 뒤에 숨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나 줄줄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의 보상을 해주는 과거 간첩사건을 보면 실제 간첩이 아니었는지를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당시 불법 연행과 구금, 폭행 등 수사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당시에는 그것이 간첩을 잡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여겨지는 관행이었을 것이다. ‘간첩이 죄를 순순히 자백할 리가 없으니 고문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리라. 당시 그런 관례의 효과로 유죄가 내려졌지만 30∼40년이 지난 지금에선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셈이다. 이번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건 국정원만이 아니다. 이 사건을 공소한 검찰 역시 국정원이 주도한 수사에선 국정원에 의존하던 관례를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증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못하고 덥석 받아들여 재판부에 냈다가 위조 논란이 빚어지자 증거를 철회하는 굴욕까지 맛보게 됐다. 최근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과거의 관례나 타성에 젖거나 단 한순간 방심하거나 소홀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책에 나온 문구를 인용했다. 이 책은 인디언 소년이 본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다. ‘늘 따뜻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혹독한 추위의 겨울도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튼튼히 자라게 하는 자연의 섭리다. 예를 들면 겨울은 약한 나뭇가지들만을 꺾어버리기 때문에 강한 가지들만이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게 된다.’ 겨울(위기)이 오면 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던 가지(관례) 중에 어떤 것이 허약한 가지인지 드러난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관례여서 도저히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외부의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국가안보와 정보 수집의 최전선에 있는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간첩 수사나 정보 수집의 관례를 재점검해 봐야 한다. 약한 가지는 겨울이 쓸어가기 전에 미리 쳐 내는 것이 가장 좋다.서정보 사회부 차장 suhchoi@donga.com}

3일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대저농협 직원들이 제14회 대저토마토축제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대저토마토축제는 5, 6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 축제에선 토마토 무료 시식, 판매, 경매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이 벌금 254억 원을 면제받기 위해 노역장 유치를 선택해 22일 수감된 뒤 사흘 만에 15억 원을 경감받았다. 이는 하루에 5억 원씩 벌금을 감해 주기로 한 법원 결정 때문. 특히 허 전 회장은 건강검진 등을 이유로 사흘간 노역도 하지 않았다. 허 회장의 노역장 유치일은 50일에 불과해 긴급체포된 기간(1일)과 22∼24일을 빼고 앞으로 46일만 노역장 생활을 하면 벌금을 내지 않는다. 형법은 벌금을 미납할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 동안 노역장에 유치해 하루 얼마씩 감경해주는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를 두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들에겐 도시 일용노동자의 일당에 해당하는 5만∼10만 원이 적용된다. 노역 일수가 길면 벌금을 내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그룹 총수와 같이 부유한 사람에겐 유치기간을 짧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얼마씩 감경할지는 법원의 재량이어서 그 액수가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실제로 1심에서 벌금 2340억 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의 1일 환산금액은 3억 원(780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억 원(260일)이었다. 허 전 회장은 전산회계를 조작해 법인세 508억 원을 탈세하고 회삿돈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횡령)로 기소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범죄에 대해서는 포탈세액의 2∼5배의 벌금형을 반드시 병과(자유형과 함께 선고)하게 돼 있다. 즉, 허 전 회장은 최소 1016억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광주지법 형사2부·당시 부장판사 이재강)는 벌금을 가산하지 않고 포탈세액만큼인 508억 원으로 정했다. 허 전 회장이 포탈세액 중 818억 원을 납부한 점과 횡령죄의 피해 법인이 허 전 회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책임이 크지 않다며 ‘작량감경(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덜어주는 것)’을 한 것. 일당을 2억5000만 원으로 계산해 203일 동안 노역하게 했다. 2010년 항소심에선 다시 벌금을 1심 판결의 절반으로 깎았다. 이번엔 허 전 회장이 구속을 면하려고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한 점을 들어 ‘자수감경’ 카드를 꺼냈다. 피의자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자백한 것을 ‘자수’로 본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 당시 벌금 1016억 원을 구형하면서도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항소심을 한 광주고법 관계자도 “검찰의 요청대로 선고유예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중한 형을 내리기 위해 벌금형을 내리는 대신 감경 액수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ID ‘@min***’를 쓰는 트위터리안은 “같은 벌금형을 받아도 일반 국민은 1364년, 먹튀 회장은 49일. 만 배가 넘는 차이”라고 했다. 범죄자의 죄목에 정한 벌금 일수(日數)에 경제적 상태를 고려한 1일 벌금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전체 벌금액을 산정하는 ‘일수벌금제’가 1992년부터 국회에 논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7일 오전 부산 동래구 안락동 충렬사에서 호국 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춘기제향이 열렸다. 충렬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동래부사 송상현과 부산진 첨사 정발 등 91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저희, 군살 빼고 있어요.” 13일 부산경마공원에서 경주마들이 수영 훈련을 하고 있다. 말은 10분 정도 수영하면 보통 1.5km인 경주로 한 바퀴를 전력 질주한 것과 같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수영 훈련은 예년엔 5월에 시작했지만 올해는 조교사들의 요청으로 일찍 돌입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몇 가지 초능력을 갖고 있었다. 먼 곳의 얘기도 들을 수 있는 청력, 공간을 순간 이동하는 능력, 그리고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 등이다. 외계인인 그의 능력은 평범한 지구인에겐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는 지구에 있는 400년 동안 능력을 숨기며 살아야 했다. 가끔씩 교통사고 등 위기에 빠진 지구인들을 몰래 돕는 것 외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꿈꿔봤다. 내가 도민준이라면…. 요즘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기사가 연이어 지면에 나왔다. 그중에서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봉투에 넣어 놓은 70만 원은 그들의 심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렸다. 그들은 아마 그런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세상을 등지더라도 남에게 폐는 끼치지 말자.’ 그런 후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을지 모른다. 내가 도민준이었다면 아마 뛰어난 청력을 이용해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공간이동 능력을 이용해 자살 직전인 그들의 방으로 뛰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그들의 외롭고 힘든 삶의 얘기들을 들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도민준이 심리학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니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설사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들에겐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활고에 지친 ‘복지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겐 물론 돈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복지 대상자를 위주로 짜이지 않고 부정수급을 막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복지제도는 정작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더 큰 절망의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거 때마다 나오는 무상복지 시리즈나 기초연금 공방이 복지의 본질인지는 의문이다. 급식의 질을 떨어뜨려서라도 막대한 돈을 들여 무상급식을 하거나 노인 인구 몇십 %에게 20만 원을 쥐여준다고 해서 과연 필요한 복지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엔 버스 무료승차 공약까지 나왔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헬기에서 돈을 쏟아붓듯 복지를 할 순 없다. 복지는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세상사엔 돈 몇십만 원 준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찾아가서 위로하고 꼭 필요한 것을 해결해줘 절망에서 꺼내주는 것. 그래서 찾아가는 복지, 따뜻한 체온을 나누고 정성이 담긴 복지가 필요하다. 어쩌면 복지의 근본은 ‘따뜻한 말 한마디’일지 모른다. 외톨이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돌봐준다는 느낌 말이다. 그것이 그들에겐 힘이 되고 삶을 이어나갈 기둥이 됐을 것이다. 아쉽게도 도민준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은 없었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지금 되돌릴 순 없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도민준 혼자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절망과 좌절을 닦아주려면 도민준 같은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지구인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 수년간 해오던 ‘무한 돌봄’ 서비스가 그나마 ‘찾아가는 복지’ 개념으로 진행돼 오던 것인데,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서울 등 다른 지자체들도 찾아가는 복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단발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복지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작업이다.서정보 사회부 차장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