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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약물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일반인이에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꽂는데 30초도 안 걸려요.” 지난해 12월 31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스테로이드 불법 판매업자 A 씨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 구매’라고 입력한 뒤 클릭 한 번에 판매업자와 연결됐다. 그는 처방전 없이 임의로 섞은 약물을 주사로 꽂아 넣는 일명 ‘인젝’을 권했다. 중국에서 어렵게 약물을 들여왔다며 12주치 사용량으로 38만 원을 달라고 했다.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단기간에 성장시켜주는 약물이다. 오남용 하면 심장병, 불임, 근육 괴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약하려면 현행법상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A 씨는 “3년 전에 비해 스테로이드를 찾는 일반인이 10배가량 많아졌다.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구입을 부추겼다. 주로 보디빌더나 직업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가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바디 프로필’ 촬영이 유행하는 등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려는 일반인들이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려 근육을 속성으로 키우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스테로이드 복용자 B 씨는 “부작용이 있기는 해도 단기간에 몸이 좋아져서 한 번 손을 대면 ‘마약’처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의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회원 수 4만 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구입하는 방법과 약물 혼합법 등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일반인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년간 헬스클럽을 다녀 온 유모 씨(28)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스테로이드 주사 투약을 권유 받았었다. 본인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회원의 몸이 좋아지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운동을 하고 있는 C 씨(31)는 “여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내추럴(약물 사용 없이 근육을 키우는 것)로는 근육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며 “고환이 작아지고 가슴이 간지러운 부작용뿐 아니라 패혈증 때문에 근육이 부풀어 올라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약사법상 일반인이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느슨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제재결정위원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스테로이드는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 대상이고 구매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불법 유통을 모니터링 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고 유통 방법 또한 은밀해지고 지능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스테로이드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와 불법 판매업자 A 씨와의 카카오톡 대화-기자: 스테로이드를 복용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나요?-A 씨: 인젝(주사)을 추천 드려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넣는데 30초도 안 걸려요.-기자: 일반인인데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게 겁이 나요.-A 씨: 구매자 절반 이상이 일반인들이고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기자: 일반인들도 스테로이드를 많이 쓰나 봅니다.-A 씨: 일반인 구매자가 3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었어요.-기자: 약물 혼합을 어떻게 하나요?-A 씨: ‘에난’, ‘이퀴’, ‘디볼’, ‘놀바’ 이런 약물들을 섞어 쓰면 효과가 좋아요. 12주 기준 38만 원입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민곤 기자}

“그동안은 공짜로 주더니 왜 돈을 받나.”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매장 크기 165m²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제과점에서의 비닐봉투 무상 제공이 금지된 첫날인 1일.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여전히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제과점에서는 비닐봉투가 무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비닐봉투를 유료로 판매하는 업주들에게 ‘왜 돈을 받느냐’며 따지는 고객들도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 이곳에선 고객들에게 여전히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전날까지는 비닐봉투 유상 제공이 허용됐지만 시행규칙 개정으로 1일부터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투 사용 자체가 금지된다. 이 슈퍼마켓 관계자 A 씨(43·여)는 “비닐봉투 제공을 중단해도 손님들이 군말 없이 종량제 봉투를 쓰는 대형마트와 우리 같은 동네 슈퍼마켓은 사정이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주로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불편하다’는 소문이 나면 금세 다른 슈퍼마켓으로 가버린다는 것. 강북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여전히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었다. 슈퍼마켓 이름이 찍힌 비닐봉투를 50원에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왜 비닐봉투를 돈을 받고 파느냐’고 따지는 고객에겐 속비닐을 무상으로 건넸다. 생선이나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재료를 담는 속비닐은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슈퍼마켓에서는 생선이나 고기를 사지 않은 손님에게도 속비닐을 제공했다. 이 슈퍼마켓 직원은 “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동네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걸 곧바로 따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 체인점 직원 정모 씨는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직원은 “본사에서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며 “봉투 값을 따로 받으면 고객들이 싫어할 텐데…”라고 난색을 표했다.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제과점에서도 ‘공짜 봉투’에 빵을 담아주기도 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점 주인 최모 씨(61)는 “동네 빵집은 입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봉투 값을 달라고 하면 손님들이 화를 낸다”며 “내일 안내문을 붙이긴 하겠지만 손님들이 따라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제과점에서 빵을 산 고객들은 봉투 값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던 대형마트와 기업형 베이커리 체인점에서는 혼란이 없었다. 고객들은 구매한 물건을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아 가거나 구매량이 적은 고객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동작구의 한 빵집에서 만난 이모 씨(47)는 “환경을 위해선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야 하고, 그래서 봉투 값을 받는 것을 이해한다”며 “앞으로 빵집에 갈 때도 종이가방을 갖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등포구의 한 빵집에서는 점원이 봉투 값을 요구하자 “일주일에 2, 3번은 오는 가게인데 지금까지 안 받던 봉투 값을 왜 내라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있었다. 홍석호 will@donga.com·송혜미·박정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