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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17일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맑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대체로 맑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8도로 전날보다 다소 쌀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 한낮 최고 기온도 1도에 머물러 다소 추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일요일인 18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수도권 지역에 눈이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학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모두 피할 수 없는 게 바로 척추 질환이다. 척추 질환을 조기에 고치려면 자가진단이 중요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비뚤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병적인 통증을 그저 일상적인 통증으로 여겨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체크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세인 목 통증이나 허리 통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일을 할 경우 생기는 근육 경직이 척추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 같은 질환은 간단한 스트레칭 등을 통해서 예방은 물론 통증도 경감시킬 수 있다. 목 디스크 환자가 급증하는 가장 큰 요인은 PC와 스마트기기다. PC, 스마트폰 등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무직 종사자나 젊은층은 목뼈가 변형될 위험이 크다. 일단 고개를 쭉 내밀거나 푹 숙이는 자세부터 반드시 고쳐야 한다. 평소 목뼈는 C자형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반복될 경우 C자가 점점 펴지면서 일자 형이 된다. 일자 형태가 된 목은 탄력이 줄고, 퇴행이 앞당겨져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쉽게 삐끗하거나 약해진다. 목 디스크 초기에는 뒷목이 뻣뻣하고 목 주변이나 어깨가 무거운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몸 전체가 피곤하거나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때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때가 많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어깨와 팔이 심하게 저리고, 손가락까지 시리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손과 팔의 힘도 빠지고 머리가 무겁고, 눈이 침침해진다. 평소 뒷목이 결리거나 손이 저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바르게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 뒤 평소 손이 저렸던 방향으로 고개를 젖혀보면 된다. 이때 목에 통증이 있거나 팔이 저리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목 디스크가 악화돼 척수까지 누를 경우에는 하반신 마비나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진단을 받고, 꾸준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허리디스크는 허리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원래의 자리에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나 허리에 무리한 압력이 가해질 경우 주로 발생한다. 평소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아픈 다리의 무릎을 쭉 펴고 다리를 뻗어 본다. 그리고 쭉 뻗은 다리의 발목을 몸 쪽으로 굽힌 뒤 고개를 숙였을 때 다리가 당겨진다면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조기에 진단하면 보다 안전한 치료로 수술 없이 빠른 회복이 가능하므로 통증을 느끼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가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사근로 공식화’를 제시한 것은 최근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면서 가사서비스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체계는 여전히 후진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 영세한 직업소개소들이 가사도우미를 알선하고 있어 서비스의 질과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관련 산업 규모도 잘 파악이 되지 않는 데다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의 질도 떨어지는 등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가사서비스를 하나의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면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이 활성화되고 가사 부담이 줄면서 출산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사서비스업은 직업소개소가 수수료를 받고 가사도우미를 가정에 소개시켜 주면 가정에서 가사도우미에게 일을 맡기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형식상으로는 가정이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지만 가사도우미는 근로자가 아니다. 가정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임금도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4대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사도우미들은 경제활동인구 조사나 취업자, 고용률 통계에서도 본인이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부의 공식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약 12만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비영리단체는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가사서비스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 과정과 임금 지급 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하경제’에 있는 것이다. 직업소개소들 역시 소개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관련 분쟁에도 손을 놓을 때가 많다. 이에 정부는 가사서비스업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업체(용역업체)를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용역업체가 가사도우미를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고 가정에서 용역업체에 가사도우미를 요청하면 가정으로 파견을 보내는 형식이다. 그 대신 가사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이같이 운영하는 용역업체를 직접 인증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 가사도우미를 쓴다고 하더라도 과세를 하거나 제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업소개소나 용역업체가 정부 인증을 받지 못하더라도 기존처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가정은 정부 인증을 받은 용역업체에 가사도우미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만 하면 된다. 서비스 비용은 정부가 발급하는 가사서비스 쿠폰을 사서 이를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형식이고, 가사도우미의 임금은 용역업체가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제공 과정과 매출액, 임금 지급 등이 모두 양성화되기 때문에 가사도우미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노동권과 4대 보험 혜택도 보장받을 수 있다. 조선족 등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가사서비스 근로를 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처럼 고용보험을 제외한 3개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를 직접 인증하면 서비스 질과 편의성이 한층 높아지고 분쟁도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해 2월 일명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당사자인 박모 씨(당시 61세·여)는 생활고를 비관해 두 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식당일을 하며 병든 두 딸을 부양해왔지만 퇴근 도중 빙판길에서 넘어져 팔을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뒀다. 생계가 막막했지만 박 씨 가족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구제 혜택도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고, 긴급복지지원금도 제도가 있는 줄 몰라 신청하지 못했다. 특히 퇴근길에 당한 사고는 통상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아 산업재해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 씨처럼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는 사업주가 제공한 통근버스 등 교통수단 외에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거나 도보, 대중교통수단 등으로 출퇴근을 하다가 당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법 3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관 9명 중 5명(위헌 정족수는 6명)이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회에도 출퇴근길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지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길 사고이더라도 본인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출퇴근길 경로 안에 포함돼 있어야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등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가사도우미와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눈길 끌기에는 성공, 경제혁신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 제시는 미흡.’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가 13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지원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주요 업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평가를 내렸다.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개별 이슈를 잘 짚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경제 구조개혁을 위한 실천과제를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이것도 한참 기다리고 저것도 한참 기다리고 하다가 기운이 다 빠진다”며 개혁을 독려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경제혁신을 본격화할 골든타임”이라며 긴박감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제부처들이 내놓은 주요 정책들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노동개혁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핵심을 빼놓아 중요 정책을 추진할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구조개혁 목표에는 미흡한 경제정책들 부처들의 업무보고 내용은 대체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재부가 3개년 계획의 좌표를 설정하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실천계획을 업무보고에 담기로 부처 간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나온 세부 정책들이 올해 경제정책의 중요 목표인 구조개혁을 이루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책이 다소 지엽적이고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해 부작용이 불거질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례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사근로자 관련 대책은 고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사서비스 제공 업체가 정부 인증을 받으려면 가사도우미들을 직접 고용하고 최저임금, 4대 보험 혜택 등을 보장해야 한다. 또 가사도우미는 소득이 공개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런 구조로는 가사서비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적용처럼 다른 형태의 ‘규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정책은 주거 불안을 해소해야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전문가들도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과감한 주거대책이라는 점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월세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는 개인 중심의 임대차시장 구조인데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이 잘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서울 강남권 등 도심에 수요가 많지만 활용 가능한 택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장기 미매각 용지 등 외곽에 몰려 있다. 건설사가 보유한 장기 미착공 토지에다 임대주택을 지으면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는 데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수도권 규제 등 큰 이슈 풀어야 이날 박 대통령은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실천이 중요하고 설득과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구체적인 정책 △국민과의 소통 △기존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경제부처들의 정책은 이 3가지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정책보다는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같은 이슈를 놓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지 않으면 경제정책이 변죽만 울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각 부처가 ‘창조’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사업에만 매달리는 느낌”이라며 “구조개혁을 하려면 시스템을 바꿀 만큼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준일 / 유성열 기자}
정부가 그동안 직업소개소를 통하거나 알음알음으로 고용하던 가사도우미(파출부) 업종을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전문 서비스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래미안 스테이’ ‘푸르지오 스테이’ 등 8년간 임차가 가능한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도 도입된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는 13일 세종시 행정지원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주요 업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용부는 이 자리에서 현재 비공식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사서비스를 수면 위로 양성화하기 위한 법률안을 올해 상반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가사서비스도 가정과 용역업체의 계약에 따라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된다.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가정이 정부 인증을 받은 용역업체에 가사도우미 파견을 요청하고, 비용은 정부가 발급하는 쿠폰(가사서비스 이용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용역업체는 가사도우미를 근로자로 직접 고용해 임금을 주고 4대 보험 등의 혜택도 보장해야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도우미 처우 개선은 물론이고 서비스 질도 높아져 출산율, 고용률 향상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2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사도우미가 일을 하면서도 법적인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간병, 산후조리 도우미 등 ‘돌봄 도우미’까지 포함하면 50만∼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정부는 올해 전국에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가하고 2017년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호텔 5000실이 추가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임대주택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설사가 전용면적 60∼85m²의 8년 장기 임대주택을 지으면 취득세를 50% 깎아주는 방안도 보고했다. 지금까지는 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에 대해 취득세를 25%만 감면해줬다.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 공공기관별로 2급 이상 간부에게만 적용하는 성과연봉제의 대상을 7년 이상 근무한 모든 근로자로 넓히기로 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해 시행 기관을 현재 35곳에서 피크제 적용 대상인 117곳 모두로 확대할 계획이다.유성열 ryu@donga.com·이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대책 등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 대표들이 사회적 책임을 분담한다는 자세와 함께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조금씩 양보해서 서로 ‘윈윈’하는 타협안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진행 중인 노사정 협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목표 시점인 3월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구조 개혁을 독자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일각에서는 노사정 합의가 실패하면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국회에 바로 제출하고, 일반해고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식으로 독자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 등 쟁점 사안에 대한 노사 간 견해차가 너무 큰 상황이라 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수습사원에게 2주 동안 고된 현장업무를 시키고도 전원을 탈락시켜 ‘갑(甲)질’ 횡포로 물의를 빚은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비난이 일자 위메프 측이 공식 사과하고 이들을 전원 합격 처리한다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나섰다. 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위메프를 탈퇴한 화면을 캡처한 ‘인증샷’을 올리는 행렬이 이어졌다. ‘을(乙)’인 취업준비생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위메프의 ‘갑질’ 횡포에 분노한 누리꾼들이 위메프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다. 8일 위메프의 박은상 대표는 보도 자료를 통해 “진정한 지역 마케팅 전문 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재력 있는 인력을 찾아 직접 교육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11명의 지역영업직원을 수습으로 채용해 2주 동안 실무에 투입했다. 이들은 수습 과정에서 서울 각 지역 음식점과 계약을 따내는 정직원 업무에 준하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최장 14시간씩 근무를 했지만, 이들은 연장 근로수당을 포함한 임금 55만 원을 받고 입사 과정에서 최종 탈락 처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기권 장관의 특별지시로 다음 주 월요일 위메프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위메프 측은 벌금 납부는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최고야 best@donga.com·유성열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플라워 카페(꽃집+카페)를 운영하는 조은진 씨(57·여)의 새해 소망은 ‘딸을 위한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딸이 방송사에 거뜬히 합격했으면 하는 온 가족의 소망을 담았다. 은행원 장모 씨(32)는 “지난해에는 ‘금융회사에 다닌다’며 밥값도 내고 여행도 자주 다녔지만 올해는 어떻게든 5000만 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안정적인 재테크’를 소원으로 말했다. 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해를 보내고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해를 맞이했다.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 경기 침체, 청와대 문건 유출 논란, ‘땅콩 회항’ 등 떠들썩한 뉴스로 가득했던 2014년을 보내고 맞은 2015년이어서 그럴까. ‘온순함’과 ‘평화’를 뜻하는 양의 해가 더욱 반갑다. 올해는 별 탈 없이 보낼 수 있을지….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국민들은 올해 새해 소망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는 오픈마켓업체 옥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4∼29일 옥션 홈페이지를 방문한 20대 이상 993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내년 새해 소망을 묻자 응답자들은 ‘가족의 건강과 화목’(26.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재테크, 저축 등 돈 모으기’(26.6%)라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이 나왔다. ‘금연, 금주, 체중 감량 등 건강 향상’(9.3%)과 ‘로또 당첨’(8.0%)이 뒤를 이은 가운데 ‘공부 및 자기계발’(6.3%) ‘이직, 연봉 인상 또는 승진’(5.6%)과 같이 변화를 추구하는 답변은 소수였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난해 우리 사회를 관통한 키워드 ‘불안’과 관련이 있다고 풀이한다. 잇따른 안전사고와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기회와 가능성을 엿보기보다는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저축 등을 중요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에 대한 낙관보다는 ‘더 미끄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공유되면서 사람들이 발전보다는 생존이라는 1차적인 목표에 집중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 50대 꽃집 주인 “축하-감사 꽃다발 만들 일 많아졌으면” ▼성인 993명 2015년 희망 물어보니“가족 건강과 화목” 가장 많이 꼽아… 듣고 싶은 뉴스는 ‘경기 회복’“2015년에는 전세금 덜 오르기를”, “맞벌이도 아이 맡길 걱정 없게”변화보다 안정적 생활 원해 직장인 박모 부장(47)은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임원 승진에 실패했다. 경기가 어려워 회사 실적이 부진하자 회사는 승진 대상자 수를 축소했다. 성과급도 줄었다. 미국 대학에 유학을 간 아들 등록금 부치기도 빠듯해 아내가 힘들어했다. 그래서 새해 박 부장의 소망은 두 가지다. 아들이 장학금을 받거나, 급여가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박 부장은 “대통령이 경기 살려 준다더니 체감 경기는 더 안 좋아졌다”며 “말로만 정책을 만들지 말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나라의 ‘생존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첫째도, 둘째도 경제 동아일보와 옥션이 지난해 12월 24∼29일 20대 이상 9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새해 가장 듣고 싶은 뉴스를 묻자 응답자 중 54.4%가 ‘경기 회복’을 꼽았다. 새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49.1%가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경기 회복을 고대하는 것은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구직자 모두 마찬가지다. ‘꽃집 사장님’ 김모 씨(59) 역시 장사가 잘됐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졸업·입학식, 밸런타인데이, 스승의 날 등 기념일엔 두 딸을 포함해 온 식구가 며칠씩 일을 거들어야 주문량을 맞출 만큼 주문이 쏟아졌다”며 “그러나 작년엔 혼자서 일해도 충분할 만큼 꽃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대학 산업정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서향아 씨(28·여)는 취업컨설팅 학원도 다녀봤지만 취업에서 내내 고배를 마셨다. 서 씨는 “처음엔 전공을 살려 디자인 회사에 지원했지만 지금은 일반 사무직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매 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업 선택의 가치가 ‘열정’과 ‘성취’에서 ‘돈’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안정한 사회에서 젊은층의 자아 정체감도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안심하고 애 낳는 사회가 되길 응답자 993명이 올해 듣고 싶은 뉴스 중 두 번째로 꼽은 것은 ‘빈부 격차 해소’(13.7%)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등 안전사고가 많았지만 ‘안전한 대한민국 달성’(11.5%)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기반이 유리처럼 아슬아슬하다 보니 빠듯하게 세금 내는 화이트칼라나 중하층들이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의 필요성을 더욱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기성 씨(34)는 ‘안정적 수입’과 ‘안정적 주거’가 새해 소망이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버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지난해 내내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소비가 과한 것도 아니고 아이도 없는데 도저히 (집주인이 요구하는) 전세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며 “박사과정 학생들은 대부분 장시간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논문 쓸 시간과 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비정규직의 처우를 좋게 해주고 수입이 없는 기간의 사회보장을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박용현 씨(43)의 새해 소망은 둘째를 갖는 것이다. 초등 3학년 아들 하나를 뒀지만 맞벌이를 하다 보니 한 명을 키우기도 벅찼다. 그간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셨지만 지난해부터 심장이 안 좋아지셨다. 부부가 퇴근하기 전까진 육아 도우미가 아이를 돌보지만 성실하고 맘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해 여러 명을 갈아 치웠다. 박 씨는 “맞벌이 부부도 둘째를 맘 편히 낳을 수 있도록 국가가 양성하고 파견하는 육아 도우미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응답자들은 올해 듣고 싶은 뉴스로 △부동산 시장 회복(8.7%) △정부의 소통 강화(6.5%) △한반도 평화(3.5%) △한류 확산(0.7%) △정치권 여야 관계 개선(0.4%) 등을 꼽았다.꿈에 투자하는 4050들 과감하게 꿈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모 씨(54)는 8년 전 하던 일을 그만두고 4년을 글쓰기에 매달린 뒤 2011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올 초엔 첫 시집이 나온다. 김 씨는 “30년 넘게 생계에 매달려 살다가 꿈을 되찾고 싶어 ‘목숨 걸고’ 글을 썼다”며 “그러나 등단을 준비하던 기간은 마땅한 돈벌이도 없고 ‘철없는 짓’이라 욕하는 주변인들 시선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정부가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 대한민국이 나이에 상관없이 꿈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성훈 씨(45)는 지난해 불황 속에도 가게 규모를 늘렸다. 그는 “오랜 기간 투자할지, 말지를 고민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마음으로 가게 규모를 키웠다”며 “새로 문 연 가게가 ‘대박’을 치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새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으로 경제 활성화 외에 △국민과의 소통 강화(26.4%) △청와대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 쇄신(9.0%) △국가의 명확한 비전 제시(7.9%) △대북관계 개선(2.4%) 등을 꼽았다. 지난해의 주요 뉴스로는 응답자의 74.7%가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그 뒤로는 국제유가 폭락(5.6%), 통합진보당 해산(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 사태(3.5%),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 논란(3.0%) 등이 뒤를 이었다.강유현 yhkang@donga.com·민병선·유성열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제출하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3월까지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 역시 노사정 합의안이 국회로 온다고 해도 그대로 통과시키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당장 기업들은 60세 정년연장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2016년 이전부터 이미 신규 채용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은 6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은 다 제시했다”고 할 정도로 정부안은 예상보다 파격적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동시에 반대하고 나선 것 역시 정부안이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설계됐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물론 동시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계는 고용유연성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경영계 역시 비정규직 처우만 개선해 주다가 정작 자신들의 등골이 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누구나 솔로몬의 해법을 생각하기 쉽지만 묘수는 결국 가장 상식적인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상식은 바로 노동계와 경영계가 임금동결과 고용안정을 맞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뿐이다. 1970년대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던 네덜란드도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노동계가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일자리 나누기 등을 약속한 것. 그 결과 네덜란드의 고용률(2013년 기준)은 7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의 고용률은 64.4%밖에 되지 않고 비정규직의 처우는 훨씬 열악하다. 한국이라고 바세나르 협약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노사정 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네덜란드도 뤼돌퓌스 뤼버르스 총리의 리더십과 노사정 간 끊임없는 대화가 없었다면 대타협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1999년 2월 이후 노사정위에서 탈퇴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참여 역시 필수적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이 노사정 대화 가능성을 밝힌 것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민주노총도 당분간은 ‘거리 투쟁’을 접고 미래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 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노사정위에 제출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다수 양산해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역시 사회적 파장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비정규직 종합 대책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제만 보면 굉장히 화려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규직은 해고 위험에 노출되고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 뻔하다”며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고 직업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장그래법’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장그래가 원했던 것은 정규직이지 비정규직 연장이 아니었다”며 “정부의 종합 대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반응도 조심스럽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노사정위에서 나온 안이라 당정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가 협의나 공청회를 거쳐 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사전 협의 없이 정부가 발표를 강행한 것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당정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며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서 열린 신임 집행부 기자회견에서 “‘장그래’를 살릴 수 있다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물론 관계 부처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위원장은 “(노동자의) 양보와 들러리를 전제로 한 노사정 대화의 틀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노동자를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이자 한 축으로 인정한다면 대화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1999년 2월부터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성열 기자}
정부가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에 제출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3개월 동안 노사 간 이견을 적극 조율해 합의안을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노사 간 간극이 너무 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정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비정규직 고용을 엄격히 하는 쪽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채용토록 엄격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근로감독관이 갖고 있는 차별시정권을 노동조합과 상급 단체에도 주는 안도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15∼22일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2%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는 정부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는 것. 반대의 이유로는 ‘기업의 정규직 고용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 52.9%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안은 사용자 측만 고려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대폭 높이려는 것이지 비정규직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정부안보다도 더 유연성이 강화돼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을 과잉 보호하고 연공서열에 따라 과도하게 임금을 올려 주는 환경에 있다고 보고, 정규직 임금을 조정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규제를 추가로 만들거나 기업의 부담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경총은 비정규직의 고용 기간 자체를 폐지하거나 노사 자율에 맡겨 기업들이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 합리화의 필요’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업무 성과가 부진한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하고,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노동계와 정반대의 안을 내놓은 것이고, 정부안과도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향후 노사정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법이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기 때문에 새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법을 준수하고 내실화해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 기자}

정부가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일부 축소하면서 노동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신 600만 비정규직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TV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로 대표되는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은 높이되, ‘장그래’처럼 비정규직이라고 해고되는 일은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몇 가지 핵심 쟁점 사안에서는 노사정(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부)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정부 의도대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대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할 수 있는 것 다 했다”지만… 이날 고용부가 내놓은 △3개월 이상 근무 시 퇴직금 지급 △비정규직 근무 기간 경력 인정 △쪼개기 계약 최대 3회로 제한 등의 대책은 경영계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요건은 오히려 강화해 경영이 정상화되면 해고자를 재고용토록 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영계에 다소 부담을 주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놓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 파견 업종 확대 등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안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일단 고용 기간이 늘면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계를 설득할 방침이다. 특히 35세 이상 근로자 본인이 신청할 경우에만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 청년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했다. 만약 2년 넘게 근무를 했는데도 해고할 경우에는 연장 기간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의 10%를 ‘이직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이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2009년 상반기 당시 노동부는 고용 기간을 2년으로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100만 해고설’을 들어 4년으로 늘리는 안을 추진했다. 현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당시 근로기준국장으로 실무 책임자였는데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에 실패했었다. 권혁태 근로개선정책관은 “실태 조사 결과 비정규직의 80% 이상이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기간 연장에 찬성했다”며 “(비정규직 대책은) 이념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안에 대해 노동계는 물론이고 경영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 정부안에 대해 경총은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을 심화시켜 일자리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향후 노사정 협상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노사정 논의 ‘첩첩산중’ 성과가 낮은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고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해서 노사분쟁을 줄여보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계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요건을 명확히 하면 해고는 당연히 쉬워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55세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종으로 한정짓긴 했지만 파견 업종 확대도 쟁점이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허용 업종을 32개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까지 전면 허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열린 자세로, 모든 논의를 노사정위에서 진행하면서 노사정 간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공론의 장’이 생긴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책의 지속가능 여부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고 노사정 간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견해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해고 요건을 명확히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기간을 최대 4년으로 확대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제출했다. 노사정이 23일 노동시장 개혁의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29일 각각 개혁안을 제출함에 따라 합의 시한인 내년 3월까지 노사정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고용부는 저(低)성과 근로자의 해고 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 근로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내부규정 운영 방안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년인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35세 이상 근로자 본인이 신청할 경우에 한해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2년 이상 이어지는 업무(상시 업무)는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비정규직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등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시행하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도 3개월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하고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불리는 근로계약 갱신 횟수를 최대 3회로 제한하는 한편 파견 업종을 55세 이상 근로자와 전문직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내년 1월 1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일찍 퇴근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면 자유이용권을 50% 할인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롯데리아, CJ푸드빌, 영풍문고, 롯데월드, 롯데시네마는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일가(家)양득 캠페인 공동 프로모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캠페인 참여기업 소속 근로자가 수요일 오후 4시 이후 자녀를 동반해 롯데월드에 가면 자유이용권이 50% 할인된다. 사원증만 제시하면 되고, 가족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절차는 없다. 영풍문고는 캠페인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직장인이 퇴근 후 전국 25개 매장에서 책을 사면 1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행부 선거에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52·사진)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고질적 계파 갈등과 정치투쟁에 집착해왔던 민주노총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오후 2시 발표한 8기 집행부 결선투표 최종 집계 결과에 따르면 한 당선자는 총 18만2249표(51.6%)를 얻어 17만801표(48.4%)에 그친 전재환 후보를 3.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에는 한 당선자와 러닝 메이트로 출마한 최종진 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과 이영주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각각 당선됐다. 한 당선자는 당선증 교부식에서 “박근혜 정권과 자본의 폭주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세력은 여전히 민주노총뿐”이라며 “조합원뿐 아니라 국민들도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우리에게 정체절명의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지키는 것이 혁신이기 때문에 이제 조합원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며 “더 열심히 임하겠다는 각오로 투쟁의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당선자는 민주노총 내부의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 전선’ 그룹 출신으로 현장 운동 경험은 풍부하지만 민주노총 집행부의 필수 코스인 산별노조 대표 경험은 없다. 반면 결선투표에서 경쟁했던 전 후보는 ‘진보대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국회 등 주류 정파들의 지지를 한 데 모아 출마하면서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는 예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고질적 계파 갈등과 정치투쟁에 집착했던 기존 집행부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사실상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과거에도 간접선거를 통해 민족민주(NL) 세력이 중심이 된 정파들이 집행부를 장악하면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 투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등 정작 노동계가 맞닥뜨린 현안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국내 유일의 ‘민주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싸늘해졌다.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지금까지 NL 세력이 주도한 정치 투쟁을 접고,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대투쟁’을 해보자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 마디로 NL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며 “이제 민주노총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직선으로 위원장과 집행부를 선출한 만큼 기층 조합원들의 개혁 요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민주노총이 솔직히 지금까지 비정규직들을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 운동에서 탈피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구체화 될 노동시장 구조 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위에서 탈퇴해 있다. 한 전 지부장 역시 노사정위 대화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1월부터 총파업 투쟁에 들어갈 것을 선포하는 등 벌써부터 ‘장외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직접선거를 통해 드러난 표심은 민주노총이 산적한 노동현안을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다시 거리 투쟁에만 집착한다면 노동시장 개혁의 주도권을 정부에게 뺏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시간제 일자리로 안정도 찾고 꿈도 이룰 수 있게 됐어요.” 손보람 씨(32)의 옛 직업은 ‘알바생’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대형마트 계약직(상담 분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이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6개월씩 근로계약을 연장하면서 무려 7년이나 계속됐다. 손 씨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 글을 너무 쓰고 싶어 2010년 알바를 그만뒀지만 모아둔 돈은 금세 바닥났고, 작가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알바를 시작했다. 콜센터, 서비스센터 등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예전 생활로 돌아갔다. 절망에 빠진 손 씨에게 희망을 준 것은 정부가 올해 초 주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였다. 아르바이트나 구해볼까 하고 갔다가 롯데백화점(서울 미아점)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된 것. 하루 5시간 근무에 주말은 무조건 쉴 수 있었고,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으면서 해고 걱정도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다. 요즘 손 씨는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글 연습을 하고 출근한다.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한 뒤에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챙긴다. 안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직업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졌다.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는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자신이 엄연한 ‘경력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졌다. 손 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는 업무도 주도적으로 하지 못했고, 따라서 업무효율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제는 내 일, 내 직업이라는 생각이 강해 일하는 기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손 씨와 같은 청년뿐만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 위기에 놓인 여성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본인 사정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를 자유롭게 오가는 ‘전환형 일자리’가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각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미즈메디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신혜진 씨(33)도 전환형 일자리를 통해 육아 고민을 해결한 사례다. 2004년부터 전일제로 일해 왔던 신 씨는 올해 3월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하루 4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딸 둘을 키우면서 일을 하기가 너무 벅차 퇴사까지 고민했지만 병원 측의 배려로 경력 단절 우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신 씨는 “전일제로 일할 때는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겨서 아이들에게 신경질도 많이 냈다”며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으로 치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52·사진)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간집계에 따르면 한 후보는 18만2153표(51.6%)를 얻어 17만723표(48.4%)를 얻은 전재환 후보를 3.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중간집계 개표율은 94.5%로 최종 집계 결과는 수도권 일부지역 개표 결과가 반영되는 26일 발표된다. 한 후보의 당선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직선을 통해 사실상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에는 ‘진보대통합’을 내세운 전 후보 측이 과거 국민파 등 주류 정파들의 지지를 모아 출마하면서 당선이 유력시됐다. 민주노총 내부의 좌파 ‘노동전선’ 그룹인 한 후보는 소수파로 분류돼 당선 가능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쌍용차 파업을 주도한 한 후보가 일반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훨씬 높았고, 개혁을 열망하는 표심이 대거 반영되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쌍용차 지부장 시절 평택공장을 2009년 5월 21일부터 77일간 점거하고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3년간 복역했고, 출소 이후에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 후보 당선이 확정되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노정(勞政) 갈등 역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즉각적인 총파업’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고,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전략을 확정짓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일부 정파를 중심으로 무효표가 1만6000표에 달하는 것을 문제 삼아 선거결과를 부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집계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개표를 신중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거 불복론이 확산될 경우 투쟁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지난달 10일 오후 1시.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인근 공원. 평일 낮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유모차를 벤치 옆에 두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남성들도 있었다. 5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걷던 한 30대 남성은 “오늘은 아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나는 오전 근무만 하는 날”이라며 “서로 일을 하는 시간에 따라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를 넘기자 아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온 남성들이 더 많아졌다. 오후 4시가 되자 일터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와 번화가와 버스, 전철을 가득 메웠고, 한 시간 뒤 해가 완전히 저물자 스톡홀름 시내는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스톡홀름 시민들의 저녁은 회사와 시내가 아닌 가정에 있기 때문이다. 》○ 고령자들도 일할 수 있는 회사 스웨덴 남성들이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웨덴 정부는 근로자들의 육아휴직과 출산휴직, 육아휴직 급여 등을 법으로 엄격히 보장하고 기업들 역시 가족 친화 정책을 적극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 근로자의 행복을 위해 국가와 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는 스웨덴식 가족 친화 문화를 가장 잘 구축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1856년 창립한 SEB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20여 개국에서 400만 명의 고객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다. 전 세계적으로 1만6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00여 명이 스웨덴에서 근무하고 있다. 연간 순이익이 2조 원대에 달하며 세계 500대 기업에 단골로 꼽히는 은행이다. SEB는 이런 외형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가족 친화 기업으로 더 유명하다. SEB 인사부 관계자는 “우리의 인사 정책은 근로자들의 경력 단절을 막고, 좀 더 편안한 근무 환경을 마련해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직원 행복이 1순위”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유연근무제다. 학업, 간병, 육아, 출산 등 개인의 목적에 따라 근무 방식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특히 전일제 직원들도 개인과 가정의 여건에 따라 특정 요일에 단시간 근로를 하고, 다른 요일엔 장시간 근로를 하는 방식으로 주당 근로시간(38.5시간)을 채울 수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 직원도 출산, 육아기에 단축 근무를 할 수 있으며 또 언제든지 전일제 근무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체 직원의 54%가 여성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SEB를 다니고 있는 엠마 엘리아슨 씨(36)는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퇴근하는 근무(하루 6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 그는 “경력이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오후와 저녁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일단 부모에게 총 480일의 휴직이 주어진다. 부부가 240일씩 나눠서 써도 되고, 한 명이 더 많이 써도 되지만 다만 그 차이가 60일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또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면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적극 사용할 수 있다. 대면 업무가 적은 부서는 굳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도 할 수 있다. 특히 SEB는 고령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역시 철저하다. 페테르 안데르손 씨(62)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 반에 퇴근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저녁에는 주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파티를 즐긴다. 주당 근로시간의 80% 정도만 근무하고 저녁과 주말은 온전히 여가활동에만 쓰고 있는 것. 안데르손 씨는 “예순을 넘은 나이지만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무리하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아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까지 챙겨주는 회사 SEB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까지 챙겨주는 복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것. 직원들은 회사가 계약한 의사들을 통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개인의 상담 내용과 치료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또 세금을 내면 자동 가입되는 건강보험 외에 회사 비용으로 개인보험도 따로 가입해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역시 보험에 포함돼 있다.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가족도 추가할 수 있다. 매년 봄가을 두 번씩 ‘헬스 위크’를 열어 △스트레스 관리하는 법 △건강히 몸을 관리하는 법 △잘 달리는 법 등 건강 관련 서비스와 세미나, 각종 정보를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월급과 별도로 체육활동을 위해 1년에 50만 원 정도를 지원하기도 한다. SEB 관계자는 “모든 인사 정책과 복지 제도는 부모와 가족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가족 친화 정책이 잘 정착되려면 서로를 신뢰하는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가족친화정책 10년만에 병가 비율 5%→1% 급감”▼인사책임자 피카르도 “복지는 투자” “금융은 ‘사람’이 핵심 가치입니다. 인재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라도 가족 친화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SEB의 인사책임자 잉엘라 스트룀 피카르도 씨(사진)는 가족 친화 정책을 구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서는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를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우리도 10년 전만 해도 병가를 내는 비율이 5.2%나 됐다. 이유를 분석해보니 장시간 근로와 스트레스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래서 직원들의 건강관리에 적극 나섰고, 가족 친화 정책을 대거 도입했다. 현재는 1%도 되지 않는다. 투자를 통해 비용을 줄인 것이다.” ―적게 일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일정한 기준만 주고, 그 안에서는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한 뒤 결과만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누가 강요하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 역시 노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 도모, 동기 부여 등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역시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나. “SEB에서 5명 이상의 부하 직원을 둔 책임자는 상향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점은 상향 평가 미팅 같은 것을 열어서 결과를 직접 발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상향 평가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가지고 부하 직원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만약 상향 평가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책임자를 다른 부서로 보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관은 본인의 문제를 개선하고, 부하 직원들 역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문화가 구축된다.” ―육아휴직이 긴 편인데 복직 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나. “육아휴직 기간이라고 해서 회사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자유롭게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고, 업무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고, 담당 매니저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업계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직원은 복귀를 앞두고 이런 과정을 거쳐 적응력을 키운 다음 복직한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SEB처럼 복지제도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연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 우리처럼 복지제도와 가족 친화 정책을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진의 의지다. 근로자들이 안정된 가정 속에서 행복을 느껴야 기업도 성장한다. 이런 철학만 있다면 방법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스톡홀름=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노사정(勞使政)이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정부와 노동계의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사안이 산적해 있어 향후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위원회를 열고 △동반자적, 공동체적 시각에서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눈다는 2대 원칙과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했다. 노사정은 세부과제 가운데 △원하청,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비정규직 규제 및 차별 시정 제도 개선 △노동시장 활성화 △통상임금 개선 △근로시간 단축 및 정년 연장 △사회안전망 정비 등 9개 과제를 우선과제로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오늘 타협은 레일(철로)을 까는 작업”이라며 “이제 레일 위로 기관차가 힘차게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29일부터 특위를 다시 가동해 9개 우선과제에 대한 집중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