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흔해빠진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인생의 나락에 빠진 흙수저 주인공 박새로이가 호프집 ‘꿀밤’을 차리고 요식업계의 거물로 성장해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 그런데 다음 웹툰 전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며 독자 평점도 9.9점으로 1위다. 연재 중 드라마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달 중 완결을 앞둔 웹툰 ‘이태원 클라쓰’(그림)의 작가 광진(본명 조광진·31)을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났다. “뻔하다는 건 많이 나온다는 건데, 재밌으니까 많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광진은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 요인으로 철저히 클리셰를 따르는 뻔한 스토리를 꼽았다. 우직하게 소신을 지키며 ‘성공’과 ‘복수’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3개 시즌 연재에 2년이 채 안 걸렸을 정도로 시원시원한 스토리 진행도 매력 포인트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태원 클라쓰를 ‘사이다 웹툰’이라 부른다. 일상적 공간이지만 기존의 웹툰에서는 본 적 없는 호프집을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진상 손님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고충, 클럽문화 등 이태원의 밤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소시오패스(조이서), 트랜스젠더(마현이) 등 사회적 소수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광진은 “이들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이태원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광진의 작품 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만화창작과에 진학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고 2013년 ‘그녀의 수족관’으로 데뷔한 이후엔 주로 성인물을 그렸다. ‘돈만 좇는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소년물 ‘이태원 클라쓰’를 준비해 네이버 웹툰 등에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연재하는 다음 ‘웹툰리그’에서 바닥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 독자 투표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다음 웹툰에 입성했다. 광진은 이태원에 진짜 호프집 ‘꿀밤’을 이달 중 열 예정이다. 작품에서 직원으로 나오는 후배 장근수와 최승권이 실제로 꿀밤에서 일하게 됐다. 광진은 꿀밤 운영을 이들에게 맡기고 하반기에 연재할 예정인 차기작 ‘이기주의자’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사 쇼박스에서 2019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화 작업 중이다. 성미 급한 누리꾼들은 벌써 유아인 류준열 등 쟁쟁한 배우들을 ‘가상 캐스팅’ 후보로 올리고 있다. 세 살배기 딸의 이름을 붙여준 여주인공 조이서 역으론 누굴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귀엽고 예쁜 외모에 앙칼진 연기도 잘하는 아이유 씨가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동아일보가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올해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2년 연속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 신문매체와 광고시장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동아일보는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3위 중앙일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ABC협회는 4일 2018년(2017년 기준)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발표했다. ABC협회는 일간지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실사해 집계하는 국내 유일의 공인기관이다. 이날 공개한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3만6546부로 집계돼 전체 언론사 중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평균 발행부수가 전년보다 1만2495부 늘었으며 유료부수도 7132부 상승해 어려운 신문시장 환경에서도 발행부수는 1.3%, 유료부수는 0.98% 성장했다. 3위를 차지한 중앙일보도 유료부수가 6459부 늘었지만 동아일보보다 1만156부 적어 지난해에 비해 격차가 더욱 커졌다.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전년도에 비해 5만4459부 줄었으며 유료부수도 1만5749부나 감소했다. 동아미디어그룹 매체인 스포츠동아는 처음으로 스포츠 신문 가운데 유료부수 1위에 올라섰다. 스포츠동아는 유료부수 11만9044부로 전체 25개 매체 중에서도 8위에 올랐다. 어린이동아의 유료부수는 전체 11위(7만5165부)로 소년조선일보(13위)와의 격차를 8139부까지 늘리며 어린이 대상 신문 중에서 1위를 유지했다. ABC협회는 이번에 조사한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 외에도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 나머지 일간지를 추가로 조사해 올해 말까지 전국 160여 개 신문사의 발행·유료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용학 ABC협회 사무국장은 “올해 ABC협회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어느 해보다 엄격한 공사 기준을 적용해 실사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문사의 발행 및 유료부수가 줄지 않은 것은 신흥 매체의 부상에도 여전히 전통적 종이신문의 고정 독자층이 건재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조성겸 ABC협회 인증위원(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종이신문의 발행부수 증가는 단순히 마케팅 전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부수가 증가한 신문들은 지면 및 뉴스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노력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위원은 또 “신문 신뢰도와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종이신문의 노력과 맞물리면서 낸 결과”라며 “정보 홍수 시대에 종이신문이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올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 여성 독자와 30대 연령층, 1인 가구,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아일보의 구독률이 높게 나타났다. 언론진흥재단의 ‘가구 정기구독률’에 따르면 동아일보의 여성 정기구독자 비율은 중앙일보(16.4%)보다 3.7%포인트 앞선 20.1%로 2위를 차지했다. 신문 정기구독자 중 1인 가구 응답자 중에서도 동아일보(23.2%)가 중앙일보(14.7%)를 앞섰다. 거주 지역별 조사에서는 신문 정기구독자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아일보를 본다는 비율(30.1%)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해서 내가 인사 받으러 나왔어. 너 안면인식장애 있니?” 후배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말. 후배를 이해하려는 의지라고는 없는 꽉 막힌 부장이 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유라 역)가 후배에게 쏘아붙인 대사다. 극 중 진태리는 28세이다. 선생님, 아버지, 간부급 상사 등 기성세대로 향했던 ‘꼰대’ 딱지 붙이기의 대상이 젊어지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며 간섭과 지적, 충고를 일삼으면서 권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꼰 표현. 최근에는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2030세대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꼰대’ 딱지가 붙을 만큼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젊꼰’에 대한 비판은 잇따라 불거진 재벌 3, 4세의 갑질 논란이나 올해 초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아거 작가 ‘꼰대의 발견’)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꼰대 의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3일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젊은 꼰대’라는 키워드는 올해 3월부터 검색 빈도가 급증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김권)은 젊꼰의 대표선수다. 스물일곱에 팀장 자리에 올라 부하 직원에게 “넌 평생 내 밑에 있을 테니 시키는 대로 해”라며 막말을 쏟아붓는다. 올해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김상철도 마찬가지. “후배가 선배한테 먼저 인사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는 “난 멋진 선배”라며 자평한다. 순끼 작가는 “어디에나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이라 평했다. 젊꼰을 비판하는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새내기 복장을 단속하는 대학 선배, 한두 해 먼저 입사한 걸 벼슬로 아는 회사원 등을 꼬집으며 “꼰대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고 일갈한 ‘꼰대 김철수’(허밍버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블랙피쉬)를 출간한 사회학자 오찬호 씨는 “꼰대를 만나지 않고 한국에서 살기란 어렵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도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상에서도 젊꼰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동은(가명·25·여) 씨는 양치질을 하던 중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선배보다 먼저 입을 헹구었다가 버릇없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수간호사 등 고참 간호사보다 1, 2년 위인 선배의 꼰대질이 더 심하다”며 “진료 차트로 머리를 때리거나 쿡쿡 찌르는 건 기본”이라고 한탄했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꼰대 선배의 만행을 꼬집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17학번 대학생이 ‘요즘 18학번들이 선배에게 기어오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젊꼰으로 낙인찍힐까 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박준혁(가명·28) 씨는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당연히 나눠서 해야 할 일인데도 선뜻 후배에게 맡기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게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과거에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던 행동도 ‘꼰대질’이라 여기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주류사회로 편입해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해서 내가 인사 받으러 나왔어. 너 안면인식장애 있니?” 후배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말. 후배를 이해하려는 의지라고는 없는 꽉 막힌 부장이 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유라 역)가 후배에게 쏘아붙인 대사다. 극 중 진태리는 28살이다. 선생님, 아버지, 간부급 상사 등 기성세대로 향했던 ‘꼰대’ 딱지붙이기의 대상이 젊어지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며 간섭과 지적, 충고를 일삼으면서 권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꼰 표현. 최근에는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2030세대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꼰대’ 딱지가 붙을 만큼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젊꼰’에 대한 비판은 잇따라 불거진 재벌 3, 4세의 갑질 논란과 올해 초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 역시 꼰대 현상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꼰대의 발견’ 아거 작가)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꼰대 의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3일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젊은 꼰대’라는 키워드는 올해 3월부터 검색 빈도가 급증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김권)은 젊꼰의 대표선수다. 스물일곱에 팀장 자리에 올라 부하 직원에게 “넌 평생 내 밑에 있을테니 시키는 대로 해”라며 막말을 쏟아 붓는다. 올해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김상철도 마찬가지. “후배가 선배한테 먼저 인사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는 “난 멋진 선배”라며 자평한다. 순끼 작가는 “어디에나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이라 평했다. 젊꼰을 비판하는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새내기 복장을 단속하는 대학 선배, 한두 해 먼저 입사한 걸 벼슬로 아는 회사원 등을 꼬집으며 “꼰대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고 일갈한 ‘꼰대 김철수’(허밍버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블랙피쉬)를 출간한 사회학자 오찬호 씨는 “꼰대를 만나지 않고 한국에서 살기란 어렵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도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상에서도 젊꼰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동은 씨(가명·25·여)는 양치질을 하던 중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선배보다 먼저 입을 헹구었다가 버릇없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수간호사 등 고참 간호사보다 1,2년 위인 선배의 꼰대질이 더 심하다”며 “진료 차트로 머리를 때리거나 쿡쿡 찌르는 건 기본”이라고 한탄했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꼰대 선배의 만행을 꼬집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17학번 대학생이 ‘요즘 18학번들이 선배에게 기어오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젊꼰으로 낙인찍힐까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박준혁 씨(가명·28)는 “꼰대 소리를 들을까봐 당연히 나눠서 해야 할 일인데도 선뜻 후배에게 맡기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게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과거에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던 행동도 ‘꼰대질’이라 여기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주류사회로 편입해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 “ ‘젊꼰’ 현상은 강한 서열의식과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 ▼ “공감과 협력보다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젊은 꼰대를 양산하는 ‘꼰대의 조로(早老)현상’을 일으킨 주범이죠.” 지난해 11월 출간한 ‘꼰대의 발견’(인물과 사상사)을 통해 한국 사회 특유의 꼰대 문화를 분석한 아거(필명) 작가.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최근 등장한 ‘젊은 꼰대’를 비꼬는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도 1, 2년 선배가 후배에게 막말을 하거나 훈계하는 모습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나 직급으로 자신을 찍어 내리거나 사생활을 간섭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했죠. 일상에서의 민주화가 확산되면서 ‘젊꼰’을 비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꼰’ 현상은 강한 서열의식과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꼰대 행태를 보면 나이나 학번 뿐 아니라 사는 지역, 부모의 직업 등 세분화된 기준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어릴 때부터 성적과 재산에 따라 서열이 나뉘는 현상에 젖어든 이들이 ‘젊꼰’으로 변하게 된 겁니다.” 아거 작가는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능력주의’의 변질인 ‘능력 지상주의’가 꼰대 문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일갈했다. “고시에 합격해 고위 공직자가 되거나 기업을 세워 돈을 많이 벌면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사실 이 같은 능력이라는 게 순수히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이죠. 나보다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능력지상주의’가 꼰대를 만들어내는 병폐입니다” 꼰대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꼰대짓은 하는 대상은 아랫사람입니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꼰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돈이 많거나 공부를 잘하면 권력이 생긴다’는 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뉴스 이용자 10명 가운데 7명은 포털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 신문 등 전통 언론 매체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31일 발표한 ‘포털 뉴스서비스 및 댓글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1.1%가 네이버 등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 언론을 더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언론재단은 이에 대해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 해도 뉴스 이용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언론의 이용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포털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에 달리는 댓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컸다. 응답자 83.3%가 “댓글 조작에 포털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70%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보다 댓글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작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55.7%, “(댓글에)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된다”는 의견이 75.8%에 이르렀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에 관한 질문에서는 48.4%가 “의도적으로 찾아서 본다”고 응답했다. “우연히 뉴스를 보고 소비한다”고 답한 이는 20.5%였다. 이들은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중단했을 경우의 반응도 갈렸다.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은 포털의 서비스 중단 시 7.9%만 뉴스 이용을 줄이겠다고 한 반면에 우연히 소비하는 이들은 21.8%가 이용을 줄이겠다고 반응했다. 재단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포털 뉴스 서비스 중단 시 기존 언론을 더 활용할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의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전환, 포털 뉴스 댓글 폐지론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실제 이용자들이 가진 생각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학생 국형빈 씨(27)는 요즘 매일 점심시간만 목 놓아 기다린다. 모바일 퀴즈쇼 ‘잼 라이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국 씨는 지난주 마지막 문제까지 살아남아 상금을 타기도 했다. 신이 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우승 ‘인증 샷’을 남겼고, 진행자인 ‘잼 아저씨’가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퀴즈쇼의 인기가 뜨겁다. 룰은 단순하다. 보통 휴대전화 앱으로 정해진 시간에 접속해 10∼12개 문제를 푼다. 서바이벌 방식으로 방송 진행자가 출제한 문제를 맞히면 살아남고 틀리면 떨어진다. 2월에 출시해 가장 인기가 높은 ‘잼 라이브’는 이달 중순 1000만 원이 걸린 특별 편에 동시 접속자가 21만 명을 넘어섰다. 평일에도 실시간 참가자 10만 명을 웃도는 수준. 후발주자인 ‘더 퀴즈 라이브’나 ‘페이큐’도 평균 접속자가 3만∼4만 명씩 된다. 덩달아 ‘잼 라이브’를 진행하는 ‘잼 아저씨’ 김태진 씨(38)도 화제다.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낯익은 그는 2001년 데뷔한 장수 방송인. 하지만 최근 잼 라이브를 진행하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김 씨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데다 무료이고 게임 방법도 간단해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SNS로 퀴즈를 제보하는 이들까지 많아졌을 정도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가 이렇게 인기 높은 이유는 뭘까. 많은 참가자들은 ‘특별한 조건도 부담 도 없는 분위기’를 꼽았다. 퀴즈에 참여해 문제를 풀 땐 짜릿한 맛이 있고, 틀려서 떨어지면 시청자 입장에서 쇼를 즐긴다. 특히 잼 아저씨의 ‘아재 개그’와 참가자들의 ‘드립(농담)’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국 씨는 “사실 ‘N분의 1’로 나눠 갖는 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재치 있는 퀴즈를 풀며 진행자와 드립을 주고받는 게 ‘꿀잼’”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정은 씨(24·여)도 “점심 저녁에 15분 정도만 투자하면 돼 큰 무리가 없다”며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혹은 친구와 술을 마시다 함께 즐기곤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이런 모바일 퀴즈쇼의 열기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으로도 옮아 붙는 모양새다. MBC ‘뜻밖의 Q’나 tvN ‘놀라운 토요일’ 등 퀴즈쇼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토요일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배치됐는데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 등을 도입했지만 참여율이 아직은 저조한 편”이라고 털어놨다. 요즘 TV 방송이 모바일 포맷을 벤치마킹하는 ‘역수입 현상’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퀴즈쇼는 이미 승부가 모바일 쪽으로 기울었단 평가가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는 미국 ‘제퍼디(Jeopardy)’처럼 TV 퀴즈쇼가 스테디셀러지만, 주로 오랜 팬인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국내 젊은 세대는 SNS에 익숙하고 직접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해 정적인 스튜디오 예능으로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맨도롱 또똣할 때 호로록 드릅쌉써(기분 좋게 따뜻할 때 얼른 마시세요).” “솖은 독새기고추룩 맨들락허다(삶은 달걀처럼 매끈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워스모어대 데이비드 해리슨 교수는 “향후 100년 안에 현존 언어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제주어도 그중 하나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직전에 해당하는 ‘소멸위기언어 4단계’로 지정했다. KBS제주방송총국에서 제주어로 된 12부작 미니시리즈 ‘어멍의 바당’을 선보였다. 지역 방언을 기반으로 장편 드라마를 만든 건 ‘어멍의 바당’이 최초다. 주인공 강단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일하는 방송기자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해녀지만 단은 해녀 문화를 싫어한다. 그런 그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를 취재하기 위해 고향을 다시 찾게 된다. 이 드라마는 ‘어머니의 바다(어멍의 바당)’를 찾은 단이 점차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안에 제주어는 물론 해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제주 비양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녹여냈다. 연출을 맡은 오수안 PD는 산업화 시기 표준어 정책의 영향으로 급격히 잊혀져 간 제주어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어멍의 바당’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제주 출신임에도 제주어를 말하고 듣지 못해 세대 간 단절까지 발생하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언어는 많이 말하고 들릴 때 생명력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고집스럽게 모든 대사를 제주어로 처리했다. 제주 출신의 김선희 작가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주어로 대본을 썼다. 강단 역의 박은주 씨(31·여)는 “대본 리딩에 걸린 시간이 (표준어 대본의) 열 배는 되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출연진 전원은 제주 지역 연극인들이다. 단의 어머니 역을 맡은 정민자 씨(57)는 실제로 해녀의 딸이다. 그는 “해녀복을 입고 처음 바다에 들어간 날 ‘우리 엄마가 평생 우리를 위해 이렇게 숨을 참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연극 강사로 일하는 정 씨를 비롯해 모든 출연진은 감귤 농사, 낚시가게 운영 등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가운데 시간을 쪼개 촬영에 임했다. “우리의 이야기”라는 인식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 두 명이서 드라마 연출까지 도맡아야 했다. 장비 또한 부족해 카메라 두 대로 모든 촬영을 해내야 했다. 대규모 인력과 제작비로 무장한 드라마들에 비해 영상의 만듦새는 떨어진다. 하지만 오 PD는 “‘서울 드라마’에는 없는 정감 가는 제주어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지역 방송이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전국에서 볼 수 있다. “어멍의 바당, 강 방 왕 고릅써(가서 보고 와서 말씀하세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앨범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방탄소년단은 2013년 국내에서 데뷔했다. SM, YG, JYP 같은 대형기획사 출신도 아니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god, 비의 히트곡을 만든 방시혁 작곡가가 세운 회사. 특이한 이름, 중소기획사 출신의 한계에 부딪혀 초기엔 고전했지만 도리어 큰 기획사와는 다른 음악과 메시지를 내세운 게 성공을 불렀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전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됨으로써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렇다 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앨범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앨범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지만 몇 년 새 CD 판매의 대폭 감소로 앨범차트가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현지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줘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데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오랫동안 해외에 누적된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촉매제 격인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했고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팬들이 그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낸 게 주효했다”며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중장년층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도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의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케이팝이라는 음악의 언어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삶과 사랑, 꿈과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타슈켄트에 가거든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한 번 물어보세요. ‘주몽’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2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의 알리셰르 하자예프 사장(55·사진)은 자국의 한류 열풍을 이렇게 표현했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뷰티, 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최근 ‘힙’한 콘텐츠는 대부분 한국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2월에야 무비자 협정이 체결됐지만 이미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한류의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을 다룬 ‘주몽’ 같은 한국 드라마는 우즈베키스탄 방송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하자예프 사장은 “‘대장금’은 벌써 여러 채널에서 10번 넘게 방송했는데도 또 방영해 달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친다”면서 “한국 근대화 과정을 다룬 ‘야망의 세월’ 같은 드라마도 인기있다”고 말했다. 하자예프 사장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은 모두 12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 광고비는 자국 프로그램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목적도 분명했다. 한국 방송계와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자예프 사장은 “우리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 한국 방송계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이번 방한의 ‘최대 수확’으로 EBS에서 e러닝 스튜디오 구축 컨설팅을 받은 것을 꼽았다. e러닝 콘텐츠를 벤치마킹한 청소년 교육 전문 채널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하자예프 사장은 한국과의 다양한 합작 프로그램 제작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교류협력 MOU를 체결한 KBS 등과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요즘 여행 예능이 유행이라 하더군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다큐멘터리나 예능 촬영을 원한다면 장비와 현장 지원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여러분은 몸만 오시면 됩니다.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음반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보다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이를테면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 됨으로써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러다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음반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음반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임에 분명하지만 몇 년 사이 빌보드 앨범차트의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스트리밍이 커지면서 CD 판매량이 대폭 줄어 CD를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열성 팬덤을 지닌 가수가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해 미국 가수 핑크가 콘서트 입장권과 앨범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앨범차트 2위에 오른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신작 타이틀곡 ‘FAKE LOVE’는 정작 스트리밍 순위 63위(28일 오후 스포티파이 기준)에 그치고 있다”며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는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만 해도 50만 장, 100만 장까지 달했던 정상 등극 가능 판매량은 2010년대 들어 10여만 장으로 줄었다.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저스틴 비버, 원 디렉션 등 서구권 아이돌의 인기가 줄어든 공백을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준 ‘대분출’ 그렇다면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게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이번 1위는 방탄만의 성과가 아니다”며 “해외에 쌓여온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해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 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가사에도 주목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어른들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은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내 팬들이 자신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꿈이 없어도 괜찮아, 멈춰 서도 괜찮아’(‘낙원’)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에도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조금 남다른 밴드 동아리가 있다. 밴드지만 합주실이나 공연장에서는 모이지 않는다. 지난해 멤버 몇 명이 모여 한 차례 공연한 게 ‘신기한 일’로 회자될 정도다. 그 대신 한 학기에 한두 번 ‘코인 노래방’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발라드, 록, 힙합… 공연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 곡 선정도 자유롭다. 짧은 일탈은 길어야 두 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열람실로 돌아온다.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것들’은 정도 낭만도 없다고. “젊은이들이 관태기(인간관계의 권태기)에 빠졌다”며 혀를 차기도 하고, “‘N포 세대’의 슬픈 현실”이라며 측은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무덤덤하다. 스스로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라 한다. 함께 밥 먹으면서 담소 나누는 시간도, ‘썸’ 타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아까운 2030. 혹자는 이들을 두고 인생의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최소화한다. 관계를 맺더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 이상은 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살코기 세대’는 인생에 풍미를 더하는 마블링을 쫙 뺀 퍽퍽한 삶일까, 거추장스러운 기름기를 제거한 담백한 삶일까.》○ 뒤풀이 없는 점심시간 동아리 올해 초 로스쿨에 진학한 정유민(가명·24·여) 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깜짝 놀랐다. 잘 시간도 줄여 가며 공부해야 할 만큼 학습량이 많다던 로스쿨 내에 서른 개나 되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학회와 스포츠 동아리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너 개씩 중복해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학생회 선배의 설명이 믿기지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자 놀라움은 금방 해소됐다. 로스쿨 내 동아리는 운영 방식이 학부생 시절 동아리와는 달랐다. 대다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임을 가졌다. 그마저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 학교 내에서 해결할 때가 잦았다. 학회 활동은 번갈아 가며 발제문을 준비해 와 점심을 먹으며 함께 읽는 식으로 진행됐다. 몇몇 스포츠 동아리는 실제로 함께 모여 운동을 했지만 체력관리용으로 각자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일 뿐이었다. 학부 시절처럼 으레 따르는 뒤풀이는 일절 없었다. 정 씨도 네 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처음엔 이럴 거면 왜 굳이 동아리를 하나 싶었는데, 막상 해 보니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서 공부하면서 매일같이 얼굴 보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밥이라도 같이 먹지 않으면 인사조차 안 하게 돼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았어요. 공부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도 아니라 부담 없고요.” 정 씨는 다른 학교 로스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 했다.○ ‘썸’ 타는 건 시간 낭비일 뿐… ‘셀소’로 짝 찾는 청춘들 직장인 A 씨(33)는 최근 직장인 전용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혼을 전제로 만날 여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신체조건은 물론이고 회사 내 직급과 연봉, 소유한 부동산까지 ‘스펙’을 아주 구체적으로 쓴 후 만나고 싶은 여성의 외모와 직업 조건,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단서를 달았다. 셀프 소개팅, 이른바 ‘셀소’였다. 이 익명 SNS 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셀소’ 글이 올라온다. A 씨는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소개팅을 해 왔고, 몇 달씩 사귀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할 만하다고 느껴지는 대상은 찾지 못했다. “주선자에게는 원하는 여성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가 껄끄럽잖아요.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주선자에 대한 예의상 몇 번 더 만나야 할 때도 있고요. 셀소 글을 올려 짝을 찾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죠.” A 씨는 더 이상 불확실한 소개팅에 돈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친목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4)는 2016년 자신의 카페에 ‘셀소 게시판’을 열었다. 600명이 넘는 회원이 김 씨의 셀소 게시판에 짝을 찾는 글을 올렸다. 김 씨가 다녀온 ‘셀소 커플’의 결혼식만 해도 열 번에 이른다. 김 씨는 “셀소로 결혼하는 커플들에게 물어보면 부모님에겐 ‘친구에게 소개받았다’고 한다더라. 아무래도 아직 부모님 세대들은 ‘셀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체식’을 찾는 2030 플라스틱 병에 미숫가루처럼 고운 분말이 들어 있다. 찬물을 붓고 잘 흔들어 주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후루룩 마시는 데는 수십 초면 충분. 다 마시고 나면 빈 병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휙’ 버리면 그만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식’이다. 회사원 박정은(가명·27·여) 씨는 대체식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한 주에 한두 번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회사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 박 씨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둔 윤서영(가명·26·여) 씨도 저녁 식사로 대체식을 애용한다. 어리지 않은 나이에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와 공부만 하기에도 마음이 바쁜데 굳이 밥을 차려 먹는 게 번거로웠다. “집에서 분말에 물 타서 마시는 게 좀 웃기는 짓 같긴 하지만, 뭐 어때요? 이젠 라면 끓이는 것도 시간 낭비로 느껴져요.” 대체식 시장은 최근 2년 사이 급성장했다. 2015년 말 대체식 ‘랩노쉬’를 출시한 이그니스는 2017년 매출 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인테이크는 2018년 매출 목표를 2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그니스 관계자는 “당초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는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제품을 출시했으나,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2030 남녀 전반으로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밥터디 하는 청춘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수료하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백승호(가명·27) 씨는 석 달 전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밥터디(밥+스터디)’를 구했다. 백 씨 또래의 고시생 네 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점심, 저녁 시간에 모여 밥을 먹고 헤어진다.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식대는 각자 계산하는 게 규칙이다. 메뉴는 늘 구내식당. 도서관에서 가깝고 음식도 빨리 나와 좋다. 지난해 처음 시험 공부를 시작할 때 백 씨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놀고 싶은 마음도 들어 자꾸 공부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밥을 먹다가 과 후배나 동아리 사람들을 자꾸 마주치다 보니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매번 약속을 잡아 밥을 먹는 건 너무 번거로워요. 친구 기분이나 상황도 맞춰 줘야 하고요.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 제가 사야 하니 그것도 부담이었죠.” 그래서 백 씨는 밥터디를 꾸렸다. 밥터디라고 정말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는 건 아니다. 각자 사는 이야기, 공부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니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공감도 잘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전화번호는 교환하지 않고, 따로 만나거나 ‘개인 카톡’을 하는 건 금물이다. 각자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감정적 지원을 주고받는 사이. 백 씨가 말하는 ‘쿨한 관계’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전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의 79.9%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9.5%가 무교류 동호회, 밥터디 등 목적 지향적 모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2030의 상당수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여기게 되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와 함께 성장한 2030에겐 오프라인에서의 친밀한 관계는 더 이상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살코기 세대는 본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정은 씨는 “매일 회사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했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남는 시간에 필라테스를 배우러 다닐 계획이다. 백 씨도 CPA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밥터디를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관계가 깊어지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져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길게 얘기를 들어줘야 하고, ‘소주 한잔할까’ 했을 때 거절하기도 어려워지죠. ‘합격’이라는 목표가 확실한 지금은 인간관계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필요에 의해 윈윈 하는 관계인데, 문제 있나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황석영 작가(75·사진)의 2011년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명필름(대표 심재명)은 23일 “지난달 작품 판권을 확보한 영국 퍼지블루와 장편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위한 개발 계약을 마쳤다”며 “현재 시나리오와 아트워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필름은 2011년 오성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낯익은 세상’의 연출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실뱅 쇼메 감독이 맡았다. 애니메이터이자 작곡가이기도 한 쇼메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4번 올랐다. 한국 소설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을 외국 감독이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 ‘낯익은 세상’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모티브로 ‘꽃섬’에 사는 열네 살 소년 딱부리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 문명의 그늘을 꼬집으면서도 그 안에서 싹트는 희망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CJ E&M(대표이사 김성수)은 나영석 PD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새로운 시즌이 6월 첫선을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2013년 첫 방송 이후 tvN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로도 플랫폼이 수출된 ‘꽃보다 할배’는 2015년 그리스편 이후 3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나 PD의 또 다른 인기작 ‘신서유기’ 시리즈도 9월 시즌5로 돌아올 예정이다. ‘프로듀스 101’과 일본의 ‘AKB 48’을 접목한 Mnet의 ‘프로듀스 48’도 6월 공개 예정으로 관심을 끈다. 7월 CJ오쇼핑과의 합병을 앞둔 CJ E&M은 같은 달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이병헌,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첫 방송을 한다. 또한 11월에는 판타지 멜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송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황석영 작가(75)의 2011년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이 극장 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명필름(대표 심재명)은 23일 “지난달 작품 판권을 확보한 영국 퍼지 블루(FUZZY BLU)와 장편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위한 개발계약을 마쳤다”며 “현재 시나리오와 아트워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필름은 2011년 오성윤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낯익은 세상’의 연출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실뱅 쇼메 감독이 맡았다. 쇼메 감독은 애니메이타와 작곡가 등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4번 올랐다. 한국 소설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을 외국 감독이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 ‘낯익은 세상’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모티브로 ‘꽃섬’에 사는 열네 살 소년 딱부리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 문명의 그늘을 꼬집으면서도 그 안에서 싹트는 희망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우리가 무슨 노래 듣고 있을까요? 맞혀보세요!” 앙증맞은 헤드폰을 낀 네 살배기 쌍둥이가 등장하자 스튜디오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음악에 맞춰 요리조리 몸을 흔드는 순간, 출연자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무장해제. 이쯤 되면 누가 연예인인지 헷갈릴 지경. 5일 시작한 MBC 예능 ‘뜻밖의 Q’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은 건, 여타 방송인이 아니라 아기 유튜버 ‘뚜아뚜지’(어수아·어수지)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던 ‘재야의 고수’ 크리에이터들의 TV 예능 출연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6년 전후 ‘대도서관’ ‘헤이지니’ ‘양띵’ 등이 교양프로그램 등에 조금씩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요즘엔 아예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나선다. 이유는 자명하다.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젊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방송사와 TV 출연을 통해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윈윈 전략”(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란 의견이다. 과연 이들의 ‘마리아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에 출연한 크리에이터 4명의 현재 성적을 대중문화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시청자 반응 등을 종합해 별점으로 매겨봤다. ▽뚜아뚜지(★★★★·별 5개 만점)=한마디로 ‘올킬(All Kill)’이다. 첫 등장만으로 이모 삼촌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실제로 ‘뜻밖의 Q’ 출연 뒤 수많은 TV 출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들이 입은 옷을 구입하고 싶단 문의도 끊이지 않는단다. 걱정은 따로 있다. 급작스럽게 커져버린 대중의 관심이다. 아버지 어성진 씨(37)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아이들이 상처받을 일이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송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입짧은햇님(★★★)=입짧은햇님(김미경·37)이 먹방계에서 주목받은 건, 이웃집 누나처럼 맛있게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는 친근함이었다. 하지만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아쉽다. 전문 방송인들에 밀려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인터넷방송 시절부터 딱히 흠잡을 일이 없어 ‘조기하차’할 걱정이 없다. ‘놀라운…’의 이태경 PD는 “너무 개성 강한 크리에이터는 위험부담이 커서 성숙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햇님 누나’를 섭외했다”며 “갈수록 진가를 발휘할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장삐쭈(★★★☆)=자칭 타칭 ‘더빙 아티스트’인 장삐쭈(장진수·27)는 요즘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다. 기존 영상에 더빙을 입혀 아예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특유의 개그와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인다. 지난해 tvN ‘SNL’에 이어 ‘뜻밖의 Q’에선 퀴즈 출제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종전에 자유롭게 사용하던 비속어와 ‘급식체’(중고교생이 즐겨 쓰는 은어나 말투)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B급 감성을 이어갈는지가 관건. ▽감스트(★★)=최근 축구 관련 콘텐츠에서 감스트(김인직·28)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도 없다.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이 듣는 이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런 그가 최근 MBC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에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터넷에서도 욕설로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던 감스트가 TV에? 그다지 축구 지식이 깊지 않단 의견도 있다. 한 지상파 스포츠전문 PD는 “거침없이 날뛰는 게 강점이던 감스트가 MBC 타이틀이란 족쇄를 달고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22일)을 맞아 불교 종단 지도자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봉축 법어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17일 “불자들이 연등을 밝혀 부처님을 맞는 이 수승(殊勝)한 인연이 지구상 모든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고통을 대신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가 국민통합으로 회향하는 공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이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한반도에 좋은 소식이 오고, 불교에도 밝은 빛이 도래해서 남과 북이 하나 되고 한민족이 세계 불교를 견인해 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도록 봉축하자”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천태종 김도용 종정도 “행복은 위대한 버림 속에 있느니 즐거움을 만나도 함부로 하지 않고, 괴로움 속에서도 근심을 더하지 않으며, 다툼이 없는 가운데 진정한 평온을 누리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전체 회의에 건의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위의 제재로, 2008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국에 과징금이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참시’는 5일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합성한 화면을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묵’은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고의성이 명백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본 사안은 약자와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한 최악의 사례”이며 “다시보기 중지 등의 조치 외에 즉각적인 사과와 같은 윤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제작진 몇몇의 실수로 보이기보다는 MBC 전반의 제작윤리와 관행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재 사유를 설명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며, 과징금 액수는 따로 회의를 열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경우 과징금 기준금액은 3000만 원이다. 한편 MBC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참시’ 제작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MBC는 제작 책임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히면서도 “(문제가 된 장면을 제작한 것은)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부처의 삶은 버리는 삶입니다. 여러분은 부처님보다 행복하지 않으면서 왜 끊임없이 얻기 위해서 사십니까?” 가지지 못한 것은 커 보인다.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가족을, 동료를 괴롭혀대곤 한다. 저 직장에 들어가면, 저 자동차를 사면, 저 집에 살게 되면 행복해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바를 이루어도 기쁨은 잠시 뿐, 성취는 과거의 일이 되어 금세 기억 저편으로 멀어진다.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240쪽·1만5000원·담앤북스)은 목종 스님(57·부산 대광명사 주지)의 첫 잠언집이다. 우리가 집착하는 대상들은 행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줄 뿐이다. 우리는 구하는 바를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마음에 지닌 것을 굳이 구하려 애쓰다 보니 고통에 빠진다는 것. 그래서 목종 스님은 묵묵히 현재를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처럼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을 권한다. 목종 스님은 “더 구하지 않는 삶에는 타인을 향한 나눔이 있고 비움을 넘어선 버림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독자들에게 작은 미물 하나에도 생명을 빼앗기는 고통이 아닌 기쁨을 주라고 부탁한다. 2009년 대광명사를 창건할 때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는 기치를 내건 것과 같은 맥락이다. 108개의 정갈한 법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목종 스님이 10여 년간 토굴에서 정진하며 공부한 깨달음의 핵심이 간결한 문체로 담겨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휴식하듯 편안하게 읽으며 행복을 얻는 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까?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뽀로로 캐릭터 상품이 연거푸 잡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뽀로로가 정식으로 방영되거나,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 적은 없다. ‘뽀로로 아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53·사진)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흘러 들어온 사본으로 뽀로로를 보고, 보따리상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들여온 것 같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최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찌 됐든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아이코닉스 사옥에서 14일 최 대표를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2006년 아이코닉스·오콘·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하나로통신이 투자 조건으로 남북 합작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완성된 콘텐츠 수십 편을 노출하는 것보다 한 편을 같이 제작하는 게 교류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총 스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도 남북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건 뽀로로가 처음이었다. 우리 나이로 16세가 된 뽀로로는 13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선 매달 2억 회가 넘게 재생되고 있다. 뽀로로의 남북 합작은 북한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형태로 이뤄졌다. 2차원(2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북한이지만 3차원(3D) 애니메이션은 북한에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5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400여 장에 달하는 CD를 몇 번이나 중국을 통해 주고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은 팩스로만 할 수 있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뉘앙스’ 차이로 수정을 거듭하는 일도 잦았다.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박수 장면을 요청했더니 모든 캐릭터가 일어서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만들어 보냈다. 쓰는 용어도 달랐다. ‘스택’이라고 부르는 3D 작업 목록을 북한에선 ‘탄창’이라 불렀다. 그렇다 보니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그때마다 최 대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계속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면 질도 나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길 테니 극복해 나가자고 했죠.” 최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뽀로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양은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개성은 가까워서 좋을 것 같단다. 최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함께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장르는 역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 보는 눈은 세상 어디나 똑같아요. 뽀로로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 한국 아이도, 북한 아이도, 쿠바 아이도 까르르 웃죠. 남북이 같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 된 ‘코리아’를 알리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까?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뽀로로 캐릭터 상품이 연거푸 잡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뽀로로가 정식 방영되거나,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 적은 없다. ‘뽀로로 아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53)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본으로 뽀로로를 보고, 보따리상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들여온 것 같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최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찌 됐든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아이코닉스 사옥에서 14일 최 대표를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2006년 아이코닉스·오콘·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하나로통신이 투자조건으로 남북합작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완성된 콘텐츠 수십 편을 노출하는 것보다 한 편을 같이 제작하는 게 더 교류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총 스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도 남북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건 뽀로로가 처음이었다. 우리 나이로 16살이 된 뽀로로는 13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서 매달 2억 회가 넘게 재생되고 있다. 뽀로로의 남북 합작은 북한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형태로 이뤄졌다. 2D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북한이지만 3D애니메이션은 북한에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5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400여 장에 달하는 CD를 몇 번이나 중국을 통해 주고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은 팩스로만 할 수 있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뉘앙스’ 차이로 수정을 거듭하는 일도 잦았다.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박수 장면을 요청했더니 모든 캐릭터가 일어서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만들어 보냈다. 쓰는 용어도 달랐다. ‘스택’이라 부르는 3D 작업 목록을 북한에선 ‘탄창’이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그 때마다 최 대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계속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면 질도 나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길 테니 극복해나가자고 했죠.” 최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뽀로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양은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개성은 가까워서 좋을 것 같단다. 최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함께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장르는 역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 보는 눈은 세상 어디나 똑같아요. 뽀로로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 한국 아이도, 북한 아이도, 쿠바 아이도 까르르 웃죠. 남북이 같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된 ‘코리아’를 알리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