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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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연극23%
문화 일반17%
미술17%
무용15%
문학/출판12%
인사일반7%
음악5%
칼럼2%
역사2%
  • 비디오박스 소파에 앉아 ‘백남준’을 본다

    백남준(1932∼2006)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생중계된 작품이다. 이어진 ‘바이바이 키플링’(1986년)과 ‘세계와 손잡고’(1988년) 등 ‘우주 오페라 3부작’은 백남준 마니아라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각각 30∼80분 길이의 3부작 영상을 모두 본 경험은 의외로 많지 않다. 백남준의 대표작을 푹신한 소파에 앉아 볼 수 있는 자리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에 마련됐다. 백남준아트센터는 12일부터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전을 열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백남준이 선보인 방송 및 위성방송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을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장 한쪽에 설치된 3개의 ‘백‘s 비디오 박스’에서 텔레비전을 보듯 영상 작품 13점을 리모컨으로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1969년작 ‘9/23/69: 데이비드 애트우드와의 실험’과 ‘매체는 매체다’부터 요제프 보이스와 협력한 ‘카셀 도큐멘타6: 위성 텔레캐스트’(1977년) 등 마니아의 구미가 당길 만한 작품이 많다. ‘바이바이 키플링’에서는 인공위성을 위해 굿판을 벌이는 한국 무당 등 유머러스한 장면도 많다. 이번 ‘소파 관람’은 작품에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던 백남준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 백남준아트센터에 합류한 공간디자이너가 좁은 곳에서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이 평소 자신의 작품을 30분만 꾸준히 지켜봐 달라고 했듯이 이 같은 경험을 관객이 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7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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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송강호, 온라인 영화제 ‘We are One’ 참여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칸,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20개 영화제의 주관 단체와 유튜브가 개최하는 ‘We are One(우리는 하나)’ 온라인 영화제에 참여한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매체 인디와이어 등에 따르면 봉 감독과 송강호가 포함된 ‘We are One’ 영화제 참석자 명단이 최근 확정됐다. 참석자에는 봉 감독 외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스티븐 소더버그 등 유명 영화감독도 포함됐다. 이번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많은 국제영화제가 줄줄이 취소, 연기되자 국제영화제 주관단체들과 유튜브가 전 세계 영화 팬을 위로하고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모으기 위해 힘을 합쳐 마련했다. 총괄 기획은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를 개최하는 트라이베카 엔터프라이즈가 맡았다. 영화제는 29일부터 열흘간 유튜브로 진행된다. 35개국의 장편영화 31편, 단편영화 72편이 상영되며 참석자들의 대담 프로그램도 15건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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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세상… 흑과 백 사이 중용 지켜지기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에서 흑과 백의 중용을 지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의 개방형 아트 플랫폼 ‘한국의 상’에 도예가 김선미(52)의 새 작품 두 점이 전시된다. ‘합(合)’이 제목인 두 작품은 받침대 위에 놓인 용기가 얇게 덮인 모양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덮여 있지만 완전히 덮이지 않은 모양에서 조금이라도 마음과 귀가 열려 있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자기를 불에 구우면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자기는 나의 첫 의도와는 달리 조금만 삐끗해도 잘못 구워지거나 터질 우려가 있죠. 모든 가능성을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 게 도자기예요. 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종교가 있어도 작업할 때만큼은 ‘가마신’에게 기도를 하죠.” 이번 작품도 긍정적 의미의 즉흥성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업뿐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느낌이 중요하잖아요. 처음의 느낌과 감각, 즉흥적인 촉이 중요해요. 이번 작업도 흙을 던져 형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윗부분이 덮이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5개 정도를 만들어 그중 잘된 것을 골랐습니다.” 또 평소 작업과는 달리 더 거칠고 투박한 형태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 보여줬던 작품을 이어가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생활 도자기를 하기 전에 도자 조각을 제작한 적이 있어요. 약 20년 전인데 마음을 덮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그는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하는 접시 ‘승(昇)’도 제작했다. 2500개의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빠른 시간에 많은 물량을 만들어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붉은색과 금색으로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동아일보와 신동아 구독자였고, 시아버지는 국내 최초 광고인인 김용중 씨(1917∼2004)로 동아일보 광고대상 심사위원장도 하셨어요. 그런 인연을 생각하며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간 내에 완성된 걸 보니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에 그는 “남들이 안 쓸 듯한 기사를 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는 소시민이자 구독자의 입장에서 보통 사람들이 다루지 않을 것 같은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은 이야기보다 까다로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신문사에서 이런 것도 기사로 낼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과도하게 눈치를 보면 모두가 같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서 예술계에 대해서도 이면의 이야기들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술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이면의 것들이 많아요. 저도 교만했던 시절이 있지만 그 전에 너무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죠.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까지는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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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틀린 세상에 맞서 몸부림치는 신체들

    “내가 마흔을 넘길 수 있을까.” 조각가 류인(1956∼1999)은 이따금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대학생 시절 사진 속 작품 옆에 선 그는 왜소하고 마른 체구가 마치 소년 같다. 작업 노트엔 진찰 약속과 복용해야 할 약 목록이 적혀 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그는 요절할 운명을 예감한 듯 짧은 기간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15년가량의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류인―파란에서 부활로’가 서울 송파구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관장 민도평)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사후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인의 작품과 자료 10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는 처녀작인 ‘자소상’으로 시작한다. 공모전 수상작인 ‘여인입상’을 비롯해 설치작품 ‘흙―난지도’ 등 총 4점이 작가 사후 최초로 공개됐다. 또 전시장 밖에 설치된 ‘부활―그 정서적 자질’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으로 처음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다. 두 번째 공간에서 보이는 ‘파란 I’(1984년)과 ‘입산’ ‘하산’ 등의 작품은 작가가 대학원 재학 시절 제작한 작품이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류인은 동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네 번이나 재수를 했다고 한다. 이 시기 고민 끝에 나온 작품들로, 초기 단정한 신체 조각에서 벗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체의 일부분만 표현하거나 인체의 비율을 왜곡해 자신만의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급행열차―시대의 변’은 류인을 미술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화제작이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려는 듯 몸부림치는 신체들이 기찻길 위에 줄지어 서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급행열차’와 함께 전시된 ‘푸짐한 식사’는 쟁반 위에 뚜껑이 열린 듯 표현된 두상을 올려 두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정나영 전시학예부장은 “류인은 신체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그것을 생략하고 왜곡하거나 오브제로 대체해 1980, 90년대 사회상을 표현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마련된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류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다.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빌헬름 렘브루크(1881∼1919)를 연구했고, 자코메티나 로댕의 책을 수집한 흔적도 남아 있다. 또 인터뷰 영상을 통해 동료 조각가들이 본 류인의 생전 모습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소마미술관에서 2007년부터 시작한 ‘작가 재조명’ 기획 시리즈의 다섯 번째 전시다. 2007년 ‘김주호, 박한진, 이건용―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이 첫 전시였다. 이후 ‘신성희-한순자’(2009년), ‘김차섭, 전수천, 한애규―긴 호흡’(2014년) 등 2인전, 3인전 형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새롭게 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작가정신과 시대정신을 부각시켜 살폈다. 그러다 2018년부터는 한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개인 회고전으로 전환했다. 그 첫 전시는 ‘황창배―유쾌한 창작의 장막’이었고 두 번째 회고전 작가가 류인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유명 작가인 류경채(1920∼1995)의 아들이기도 한 류인은 1981년 학부를 졸업했다. 1983년 목우회 특선, 198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주목받았지만 1999년 간경화로 사망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1000∼3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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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오늘도 우리는 생물 20만종과 ‘집콕’ 중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두 가지 일을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첫째 욕실 샤워기 헤드 교체하기, 둘째 손에 양념을 푹푹 묻혀가며 김치 담그기. 이 일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집 안의 생태계와 관련이 있다. 1676년 네덜란드 델프트의 직물 거래 상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미생물을 발견하는 순간으로 책은 시작한다. 레이우엔훅은 직접 만든 현미경으로 후추물 속 세균을 관찰했다. 저 멀리의 자연이 아닌 집 속 미생물을 맨눈으로 관찰한 첫 시도였다. “생태학자들이 먼 곳만 보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자신과 연구진이 관찰한 집 속 생태계를 소개한다. 미국의 가정집을 “코스타리카의 우림이나 남아프리카 초원을 다루듯” 연구한 결과는 놀라웠다. 수백 종으로 예상됐던 집안 생물은 20만 종 이상이었으며 발견된 세균의 종은 지구상의 조류와 포유류의 종보다 더 많았다. 책의 주제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집에만 머무르기)이 일상이 된 지금, 몰라도 될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는 오해가 들지도 모르겠다. 특히 샤워기 헤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다룬 부분에선 약간의 공포감마저 느낀다. 시시각각 물이 뿜어지는 샤워기 헤드 속 세균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생물막을 형성한다. 쉽게 말하면 “세균들이 수도관 안에 힘을 합쳐 똥을 싸서 쉽게 부수기 힘든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이다. 이 속에서 ‘식사 중’인 세균들은 샤워할 때 우리 몸으로 와르르 쏟아진다. 물론 이 중에는 세로토닌 생산을 촉진하는 좋은 미생물도 들어 있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건 소독된 수돗물에서 유해 세균이 더 많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지하수에서 끌어온 물은 그 안의 생물 다양성 덕분에 유해 세균이 적었다. 무슨 균이든 일단 없애고 보자는 화학적 살균이 오히려 더 큰 해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든 집의 불청객 바퀴벌레도 마찬가지. 인간이 독한 약을 개발할수록 바퀴벌레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로 대응하며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다. 일련의 연구 끝에 저자는 우리 몸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놀랍게도 발효식품이며 대표 사례로 김치가 등장한다. 유명한 포크록 밴드 ‘에이빗 브라더스’의 첼리스트 조권과 그의 어머니 권수희와 식사하던 저자는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손맛’ 이야기를 듣게 된다. 김치 담그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보면 같은 재료를 써도 김치 맛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어쩌면 손맛이 미생물과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 ‘집 맛’이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김치와 비슷한 발효식품인 빵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제빵사의 손은 평균 25%, 최대 80%가 발효에 관련된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매일 빵 반죽에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집 안과 몸에 유익한 종이 더 많이 살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가 ‘김치 담그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밖에 책은 집 속의 곰팡이, 절지동물, 꼽등이는 물론 고양이의 장(腸) 속까지 들여다본다.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것인 줄 알았던 집이 사실은 공존하는 생명으로 가득 찼음을 깨닫고,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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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에도, 샤워기 헤드에도…우리 집에 사는 생명체 20만 종?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두 가지 일을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첫째 욕실 샤워기 헤드 교체하기, 둘째 손에 양념을 푹푹 묻혀가며 김치 담그기. 이 일들은 놀랄 정도로 다양한 집 안의 생태계와 관련이 있다. 1676년 네덜란드 델프트의 직물 거래상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미생물을 발견하는 순간으로 책은 시작한다. 레이우엔훅은 직접 만든 현미경으로 후추물 속 세균을 관찰했다. 저 멀리의 자연이 아닌 집 속 미생물을 맨눈으로 관찰한 첫 시도였다. “생태학자들이 먼 곳만 보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자신과 연구진이 관찰한 집 속 생태계를 소개한다. 미국의 가정집을 “코스타리카의 우림이나 남아프리카 초원을 다루듯” 연구한 결과는 놀라웠다. 수백 종으로 예상됐던 집안 생물은 20만 종 이상이었으며 발견된 세균의 종은 지구상의 조류와 포유류의 종보다 더 많았다. 책의 주제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집에만 머무르기)’이 일상이 된 지금, 몰라도 될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는 오해가 들지도 모르겠다. 특히 샤워기 헤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다룬 부분에선 약간의 공포감마저 느낀다. 시시각각 물이 뿜어지는 샤워기 헤드 속 세균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생물막을 형성한다. 쉽게 말하면 “세균들이 수도관 안에 힘을 합쳐 똥을 싸서 쉽게 부수기 힘든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이다. 이 속에서 ‘식사 중’인 세균들은 샤워할 때 우리 “으로 와르르 쏟아진다. 물론 이 중에는 세로토닌 생산을 촉진하는 좋은 미생물도 들어있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건 소독된 수돗물에서 유해 세균이 더 많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지하수에서 끌어온 물은 그 안의 생물 다양성 덕분에 유해 세균이 적었다. 무슨 균이든 일단 없애고 보자는 화학적 살균이 오히려 더 큰 해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든 집의 불청객 바퀴벌레도 마찬가지. 인간이 독한 약을 개발할수록 바퀴벌레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로 대응하며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다. 일련의 연구 끝에 저자는 우리 ”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놀랍게도 발효식품이며 대표 사례로 김치가 등장한다. 유명한 포크록 밴드 ‘에이빗 브라더스’의 첼리스트 조권과 그의 어머니 권수희와 식사하던 저자는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손맛’ 이야기를 듣게 된다. 김치 담그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보면 같은 재료를 써도 김치 맛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어쩌면 손맛이 미생물과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 ‘집 맛’이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김치와 비슷한 발효식품인 빵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제빵사의 손은 평균 25%, 최대 80%가 발효에 관련된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매일 빵 반죽에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집안과 “에 유익한 종이 더 많이 살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가 ‘김치 담그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밖에 책은 집 속의 곰팡이, 절지동물, 곱등이는 물론 고양이의 장(腸) 속까지 들여다본다.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것인 줄 알았던 집이 사실은 공존하는 생명으로 가득 찼음을 깨닫고,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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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버스 8개 이어붙인 세로 3m-가로 5m 대작 눈길

    “2017년부터 제주도에 머물면서 매일 산책하는 중문 거리와 집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2017년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임하고 ‘제주살이’를 시작한 한국화가 김보희(68)가 개인전 ‘Towards’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신작 33점 등 미공개작 36점과 드로잉 2점, 대표작 17점으로 구성됐다. 캔버스 8점을 이어 붙여 높이 3m, 폭 5m가 넘는 대작 ‘The Terrace’가 눈길을 끈다. 자신의 정원에서 본 풍경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캔버스마다 시점을 다르게 해 원래라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3층 전시장에는 푸른 바다와 노을이 지는 도시 제주의 단면들을 담았다. 앞서 그의 작품 ‘향하여(Towards)’는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방한했을 때 청와대 대통령 부인 접견실에 걸려 주목받았다. 청와대가 삼청동 한 갤러리에서 대여했는데 이후 한 소장가에게 팔렸다고 한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하루가 더 빨리 간다는 그는 “늘 정착하고 싶었던 제주도에 고생해서 겨우 왔으니 더 열심히 작업하겠다”고 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3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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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계 사흘전 신년축화, 배경 거꾸로 그려 “하늘에서 보면 그렇지” 선친 말씀 못잊어

    “장욱진 선생은 까치 한 마리 동아일보에 던져놓고 홀연히 가셨다. 그야말로 새처럼 날아가셨다…(충남 연기군 선산에 세운) 비문에 마지막 그림 하늘을 새기기로 했다. 그 탑비는 내 섭섭함의 징표다.”(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조각가) 장욱진 화백(1917∼1990)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부인 이순경 여사(101)와 생전 장 화백이 ‘간이 맞는 딸’이라며 각별히 여겼던 장경수 경운박물관장(75)은 유품을 정리하다 그림 한 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타계 사흘 전인 1990년 12월 24일, 동아일보 의뢰를 받아 그린 신년 축화(祝畵)였다. 까치 한 마리가 창공을 박차고 날고 있고 하단의 산봉우리는 거꾸로 그려져 있었다. “왜 산을 거꾸로 그렸느냐”는 이 여사의 질문에 장 화백은 “하늘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잖아”라고 답했다. 기억을 더듬던 이 여사는 딸에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걸 예감하셨나 보다”고 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장경수 관장은 “동아일보의 1991년 신년 축화는 준비할 겨를도 없이 떠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애틋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화단에서는 보통 유화인 ‘밤의 노인’(1990년)을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지만 장 화백이 직접 ‘1991년’이라고 서명한 것은 이 신년 축화가 유일하다. 그가 묻힌 충남 연기군 묘역의 탑비(塔碑)에도 이 그림이 새겨져 있다. 장 화백은 1989년 동아일보 창간 69주년 축화도 맡았다. 산봉우리 위로 떠오른 태양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새를 그린 그는 “새의 날갯짓이 바로 생명력이다. 더욱 활기찬 동아일보의 비상(飛上)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장 관장은 “생전 아버지가 어떤 요청이든 오면 거절하지 않았던 신문사가 동아일보”라고 했다. 그 20년 전인 1969년에는 ‘서사여화(書舍餘話)’ 코너에 칼럼을 연재했다. 평소 말수도 적고 좀처럼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 그였지만 친하게 지냈던 문화부 기자의 제안에 필자로 합류했다. 장 관장은 “술자리에서만큼은 선문답하듯 말을 잘하니, 기자분이 아버지가 글을 잘 쓸 거라고 짐작했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아버지가 외마디 소리는 잘하지만 글 쓰는 일은 익숙지 않아 굉장한 부담을 가졌어요. 글 하나를 완성하면 진땀을 뺐다는 의미로 ‘내가 대작(大作)을 하나 했다’고 하셨죠.” 수개월 연재하다 끝내 부담을 못 이겨 손을 뗀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글이 강렬하고 재미있다는 독자들의 반응 덕분에 연재는 이어졌다. 장 화백은 술을 마시다 창가에서 떨어진 이야기, 누구나 갖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표현하는 문제부터 ‘심플’을 추구하는 자신의 가치관까지 솔직히 글에 털어놓았다. 이때 쓴 글은 1976년 그림에세이 ‘강가의 아틀리에’로 출간됐다. “아버지는 ‘화가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셨어요. 서사여화에 쓴 글은 본인의 정신세계나 삶의 태도에 관한 것들이죠. 그럼에도 그림 속에 담긴 깊은 매력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나 기고가 그런 아버지의 작품세계와 대중이 만나는 가교나 마찬가지였죠.” 이제 장 화백은 말이 없으니 그림으로 그의 흔적을 느껴볼 수밖에 없다. “작품 한 점 한 점이 아버지의 분신처럼 느껴진다”는 장 관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문 밖으로 나서려다 돌아와 부친의 그림을 손으로 한 번 더 쓰다듬은 후에야 미술관을 떠났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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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가 ‘세한도’를 그릴 때 서양 화가들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 중이던 1844년에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조선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그해 영국에선 윌리엄 터너(1775∼1851)가 ‘비, 증기, 속도―그레이트 웨스턴 철도’를 그렸다. 장엄하면서도 정확한 묘사가 돋보이던 터너의 작품이 말년으로 가며 추상화하던 때다. 이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출간된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마로니에북스·사진)는 이처럼 시대별로 조선과 유럽의 그림을 비교한다. 추사와 터너의 대조는 19세기 말 왕권은 쇠락하고 ‘개인’이 등장하는 거대한 시대흐름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 저자인 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63)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다가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의 대조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8년 여름 집필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각 장은 미술사 주요 작품 연표로 시작한다. 말미에는 책에 등장한 작품들의 제목과 연도를 기록한 ‘시대 대조표’도 수록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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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비엔날레, 팬데믹 영향 내년 2월로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내년 2월로 연기됐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관 1층을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이외에 광주의 근대사를 드러내는 건축물이 있는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에서도 전시할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비엔날레 매표소는 전시관 밖에 있었지만 내년 전시에서는 1층이 개방돼 전시관 안으로 옮긴다. 전시관 1층은 공연과 토론이 열리고 관람객이 쉬어갈 수도 있는 로비 역할을 하게 된다. 전시 건축가 디오고 파사리노가 제안했는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만나는 한옥의 마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한금현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은 광주극장에서 선보일 주디 라둘의 설치작품을 기대작으로 꼽았다. 열화상카메라를 활용한 인체 이미지와 퍼포먼스로 구성되는 작품이다. 해외 작가들이 당초 이달 광주를 찾아 진행하기로 했던 2차 리서치 일정이 불투명해져 구체적 작품 내용은 바뀔 수 있다. 항일 의병투쟁 장소이자 기독교 선교지인 양림산에서는 각종 유적을 활용한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과 각종 기록은 비엔날레 웹사이트에서 공개한다. 페미니즘을 다룬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도 별도 출간된다. 비엔날레는 내년 2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73일간 개최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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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M과 이승기도 찾은 윤형근 단색화의 매력

    이탈리아 베네치아, 미국 뉴욕을 거친 윤형근 화백(1928∼2007·사진)의 작품이 다시 서울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는 윤 화백의 1980년대 말∼1990년대 말 작품 20여 점을 지난달 23일부터 전시 중이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니 미술관 순회 회고전과 올 2월 미국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개인전에 이은 전시다.○ 저드와의 만남, 한국적 미니멀리즘 윤형근은 만 45세가 돼서야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6·25전쟁 초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면했고, 1956년에는 전쟁 중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숙명여고 미술교사이던 1973년에는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얽힌 것으로 알려진 입시 비리에 항의하다 반공법 위반 혐의로 고초를 겪었다. 그러면서 초기에 보였던 다양한 색채는 청색과 암갈색이 섞인 어둡고 무거운 검은색으로 변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검은색은 더 짙어지며 형태는 대담해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 시기 윤형근은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를 만났다. 1991년 국내 최초 개인전을 위해 한국에 온 저드는 눈여겨보던 윤형근의 화실을 찾아 작품 3점을 샀다. 이후 저드는 미 뉴욕과 텍사스주 마파의 자신이 소유한 공간에서 윤형근의 개인전을 열어줬다. 1960년대 후반부터 주목받은 미니멀리즘 미학은 시각언어를 최소화하고 작품과 보는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윤형근의 작품도 재료는 면포(綿布)와 마포(麻布)뿐이며 색채는 청색과 암갈색이 전부다. 최근 해외 전시에서도 미니멀리즘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젊은 컬렉터에게 더 인기” 그의 작품은 30대 이하 젊은 컬렉터에게 유독 반응이 좋다. 대표적 애호가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랩몬스터·26)이 꼽힌다. 베네치아, 뉴욕 전시를 모두 관람한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RM은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국내 화단 관계자들은 RM이 윤형근 관련 거의 모든 글을 읽고 추사 김정희와의 연관성까지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RM은 이번 서울 전시도 조용히 보고 갔다. 15일 전시장에서는 BTS 스티커나 관련 상품(굿즈)이 달린 휴대전화를 손에 든 젊은 관람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PKM갤러리 측은 “2015년 전시 때만 해도 별 반응이 없던 7만 원 하는 도록(圖錄)을 사가는 젊은 관객이 늘었다”고 말했다.최근 가수 이승기(33)도 윤형근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했다. 한 미술계 딜러는 “영향력 있는 한류 스타들이 국내 작가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가 윤형근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연주 영상을 틀어준다. 갤러리 측은 올 하반기 김오키의 이 연주곡 음원과 LP를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어둡고 침울한 윤형근의 작품이 요즘 분위기에 적절할까 우려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명상에 잠기고 치유의 느낌을 받는다는 젊은층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6월 2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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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우아한 저녁 식사를 위해 창가 자리를 콕 집어 예약하는 이유는 뭘까. 승진한 누군가가 “그전 사무실은 창문이 손바닥만 했는데 지금은 커다란 창문이 두 개나 있다”고 자랑하는 이유는? 법률가이자 심리학자인 폴커 키츠는 “창문이 두 개인가 세 개인가는 그 사람의 지위를 명확히 나타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저 벽에 뚫은 구멍인 창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심리적 요인이다. 창밖 풍경이 사물을 인식하는 범위를 넓혀주고, 좋은 채광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무심코 내가 택하는 자리와 공간은 수많은 무의식적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다.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행동과학을 활용해 일상에서 겪는 공간 선택의 심리를 50여 개의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전한다.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왜 비효율적인지, 상사의 사무실은 왜 높은 곳에 있는지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이야기들이다. 요즘 화두인 ‘거리 두기’가 인간의 본능이라는 서술도 눈길을 끈다.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행위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다만 그 거리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방역을 넘어 타인과 나의 경계를 인식해야 서로의 공간에 대한 존중도 나온다. 결국 거리 두기는 서로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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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한된 자유의 공간… 뉴욕의 이면을 화폭에 담다

    《“뉴욕에 막 도착했을 무렵이에요. 길모퉁이를 지나는데 체이스은행(JP모건체이스)이 눈에 번쩍 띄어 스케치를 해두었죠. 뉴 뮤지엄에서 열린 (독일 개념미술가) 한스 하케의 ‘작가와의 대화’에 갔다가 록펠러 가문이 체이스은행을 인수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호기심이 생겨 헌책방에 가서 록펠러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관계 등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봤습니다. 그 후 34번가에 있는 체이스은행도 하나 더 그렸고요.”》 때로는 빼곡한 활자나 100마디 말보다 눈앞의 이미지가 더 솔직하다. 글이 진실을 가릴 때도 있다. 미술가 서용선(69)은 몸이 마주한 풍경에서 문자 이전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체이스은행의 시각적 특이함을 포착하고 실마리를 추적해간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뉴욕 미드타운 일대에 머물다가 온 그를 5일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났다. 그의 뉴욕 체류가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는 브루클린이나 퀸스같이 뉴욕 외곽에 주로 머물렀다면 이번엔 중산층 이상이 많은 상업지대라는 점이 달랐다. 과거 뉴욕은 짙은 갈색이 두드러졌지만 이번엔 녹색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녹색이 강하게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마주한 풍경을 기록한 그의 드로잉은 올미아트스페이스 ‘종이그림’전에서 볼 수 있다. 5개월 반의 체류 중 록펠러가 그에게 많은 인상을 남긴 듯했다. “뉴욕에 도착하고 처음엔 자화상을 그렸어요. 매일 카페나 공원에서 도시와 사람을 관찰했죠. 두 달쯤 됐을 때 록펠러센터 지하 통로를 발견했는데, 묘하더군요. 추운 겨울에 무료로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에요. 주로 흑인이나 남미계 직업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경비가 삼엄해서 졸기만 해도 쫓겨나는 제한된 자유의 공간이었죠. 독특한 모델이 많고 그림 그리기 좋아 두 달은 여기서 스케치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단종(端宗) 화가’나 역사화가로 기억한다. 소설 ‘단종애사(端宗哀史)’처럼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현장을 포착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이마주에서 30일까지 열리는 ‘고구려, 산수’전에서도 중국에 남은 고구려 흔적을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풍경도 텍스트 이면의 포착되지 않은 것들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역사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종이그림’전에서는 각종 포장지를 활용한 콜라주 작품도 눈에 띈다. 작업실 맞은편의 베이커리에서 내주는 빵 포장지나 동그란 입이 달린 우유갑, 매일 먹는 약 껍질이 재료가 됐다. “처음엔 소재나 내구성에 관심이 갔는데, 내 몸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약을 먹지 않으면 1, 2년 내로 삶이 어그러지는, 약이 절대적인 조건이 돼버렸어요. 이런 소재들은 단순한 조형성을 넘어 삶의 본질에 관한 이미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림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몸을 둘러싼 풍경과 인식을 복합적으로 담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번 뉴욕 체류에 대해서도 그는 “지역마다 다른 특수성을 어떻게 그림에 구조화시킬지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될 캔버스 작품들은 뉴욕의 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11월 전시를 목표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종이그림’전은 다음 달 3일까지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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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화가’ 서용선이 눈과 몸으로 체험한 뉴욕 미드타운 풍경은…

    “뉴욕에 막 도착했을 무렵이에요. 길모퉁이를 지나는데 체이스은행(JP모건체이스)이 눈에 번쩍 띄어 스케치를 해두었죠. 뉴 뮤지엄에서 열린 (독일 개념미술가) 한스 하케의 ‘작가와의 대화’에 갔다가 록펠러 가문이 체이스 은행을 인수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호기심이 생겨 헌책방에 가서 록펠러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관계 등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봤습니다. 그 후 34번가에 있는 체이스은행도 하나 더 그렸고요.” 때로는 빼곡한 활자나 100마디 말보다 눈앞의 이미지가 더 솔직하다. 글이 진실을 가릴 때도 있다. 미술가 서용선(69)은 몸이 마주한 풍경에서 문자 이전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체이스 은행의 시각적 특이함을 포착하고 실마리를 추적해간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뉴욕 미드타운 일대에 머물다 온 그를 5일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났다. 그의 뉴욕 체류가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는 브루클린이나 퀸즈 같이 뉴욕 외곽에 주로 머물렀다면 이번엔 중산층 이상이 많은 상업지대라는 점이 달랐다. 과거 뉴욕은 짙은 갈색이 두드러졌지만 이번엔 녹색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녹색이 강하게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마주한 풍경을 기록한 그의 드로잉은 올미아트센터 ‘종이그림’전에서 볼 수 있다. 5개월 반의 체류 중 록펠러가 그에게 많은 인상을 남긴 듯했다. “뉴욕에 도착하고 처음엔 자화상을 그렸어요. 매일 카페나 공원에서 도시와 사람을 관찰했죠. 두 달 쯤 됐을 때 록펠러센터 지하통로를 발견했는데, 묘하더군요. 추운 겨울에 무료로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에요. 주로 흑인이나 남미계 직업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경비가 삼엄해서 졸기만 해도 쫓겨나는 제한된 자유의 공간이었죠. 독특한 모델이 많고 그림 그리기 좋아 두 달은 여기서 스케치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단종(端宗) 화가’나 역사화가로 기억한다. 소설 ‘단종애사(端宗哀史)’처럼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현장을 포착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이마주에서 30일까지 열리는 ‘고구려, 산수’전에서도 중국에 남은 고구려 흔적을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풍경도 텍스트 이면의 포착되지 않은 것들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역사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종이그림’전에서는 각종 포장지를 활용한 콜라주 작품도 눈에 띈다. 작업실 맞은편의 베이커리에서 내주는 빵 포장지나 동그란 입이 달린 우유 곽, 매일 먹는 약 껍질이 재료가 됐다. “처음엔 소재나 내구성에 관심이 갔는데, 내 몸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약을 먹지 않으면 1, 2년 내로 삶이 어그러지는, 약이 절대적인 조건이 돼버렸어요. 이런 소재들은 단순한 조형성을 넘어 삶의 본질에 관한 이미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림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몸을 둘러싼 풍경과 인식을 복합적으로 담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번 뉴욕 체류에 대해서도 그는 “지역마다 다른 특수성을 어떻게 그림에 구조화시킬지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될 캔버스 작품들은 뉴욕의 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11월 전시를 목표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종이그림’전은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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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향 나는 원두… 투명 상자 속 종이山…

    “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 나는 시큼하고 고소한 종이 냄새를 표현했어요.”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서 만난 김하리 씨가 말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커피 로스팅 브랜드 ‘하리두’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신문향(新聞香)이 나는 원두 ‘동아 에스프레소’를 만들었다. 멕시코와 브라질산 원두를 혼합해 감자 종이 타르 향이 느껴진다. 이곳 로비에 설치된 작품 ‘한국의 상(床)’ 위에는 이날부터 커피와 유리잔, 티셔츠부터 소형 가구와 음악까지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가 놓였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동아일보와 20인의 아티스트’ 참여 작가 중 7명의 작품을 22일까지 전시한다. 7명은 김태기(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바비인형), 김하리, 신상훈(춘곡 티셔츠), 유벼리(맑은 유리잔), 윤소현(프로즌 레터), 전아현(深山·심산/Newspaper, Resin), Sophie Akii(선곡 목록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다. ‘춘곡 티셔츠’는 미술기자로 동아일보에 입사한 춘곡 고희동 화백(1886∼1965)을 관련 상품(굿즈·goods)으로 표현했다. 고 화백은 고구려 강서대묘 벽화를 모티프로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호 제호(題號)를 디자인했다. ‘유병재 굿즈’를 기획했고 현재 샌드박스 크리에이터의 MD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신상훈 씨는 “녹색 톤을 강조해 영화 ‘매트릭스’ 같은 디지털 분위기를 살렸다”고 설명했다. 유리 공예가 유벼리의 ‘맑은 유리잔’은 동아일보 캐치프레이즈 ‘세상을 보는 맑은 창’에서 영감을 얻었다. 손잡이는 각각 신문의 백색과 검은색, 동아일보 로고를 참고했다. 투명한 상자 속에 갇힌 작은 산처럼 보이는 ‘심산’은 신문을 잘라 만든 오브제다. 최근 신문 1, 2면에서 활자 부분만 잘게 잘라 쑨 종이죽으로 산맥을 만들었다. 그 위에 레진을 가득 채워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의자나 다탁(茶卓)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구 디자이너인 전아현 씨는 “신문지를 활용해 기록되는 역사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DJ Sophie Akii는 동아일보 창간호 그림체와 창간사를 재해석해 윤시내 이은하의 한국적 펑크(funk)부터 아프로 펑크(punk)까지 가사 중심의 셋리스트(선곡 목록)를 내놓았다. 그는 “창간호에 무거운 내용부터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함께 있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낡은 인형의 얼굴을 다시 그리는 리페인팅 작업을 하는 김태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동아백년 파랑새’를 들고 있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을 표현했다. 김 작가는 “동아일보가 세계인이 사랑할 수 있는 언론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로즌 레터’는 ‘동아’ ‘東亞’ ‘100’ 등의 문자를 조각해 아크릴 용액 속에 굳힌 문진(文鎭)이다. 100년 동안 활자를 통해 가치를 지켜온 신념을 기념하는 의미로 가구디자이너 윤소현 씨 작품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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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나는 첨성대 보며 코로나 이겨냅시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관장 박제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년의 빛으로 희망을 비추다’전을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연다. 서울 중구 세종로에 자리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마루에 설치 미술가 한원석(49)의 작품 ‘환생’(사진)을 선보이는 전시다. ‘환생’은 폐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첨성대 모양으로 쌓아 올린 작품이다. 15일 점등하는 작품은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모스 부호로 전달할 예정이다. 벽돌처럼 쌓인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마치 호흡하듯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그대 덕분에’ 등의 메시지를 내보낸다. 또 점등과 동시에 서울마루에서 국립국악원 대해금 수석 음악가 김준희(49)가 ‘2020 정읍사’를 연주한다. 김준희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가요인 ‘정읍사’를 동시대 음악으로 재해석한다. 정읍사에서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는 마음을 노래했듯 코로나19로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이겨내고 일상이 복원되길 희망하는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 공연은 유튜브로 공개된다. 한 작가는 개막 행사에 대해 “하늘의 별과 천문, 우주를 관측하던 첨성대가 현대에 와서 스스로 빛을 내며 보는 이들 마음속에 희망의 별을 심어주는 ‘환생’의 첨성대가 되고자 하는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소재로 첨성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보 31호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재위 때 건립돼 현재 나이가 1388세에 이른다”며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큰 의미를 과학, 문화, 정치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저력과 역사성을 비추는 귀중한 문화재”라고 말했다. 2006년 제작된 이 작품은 버려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1374개를 모아 만들었다. 첨성대를 3차원(3D) 스캔한 뒤 H빔으로 골조를 만들고 헤드라이트를 쌓았다. 높이 9.17m, 너비 5.17m 크기다. 당시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광통교에 전시된 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 설치됐다. 이후 하나금융그룹이 순천시에 기부해 순천만정원에도 전시된 바 있다. 한 작가는 “어둠과 폭풍 속에서 길을 잃고 망망대해를 떠돌 때 등대가 방향을 알려주는 ‘희망의 불빛’이듯 코로나19로 어두운 터널에 갇힌 것처럼 고통과 아픔 속에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작품 ‘환생(첨성대)’이 ‘희망의 빛’으로 다가가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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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같은 듯 다른 소장품展

    휴관 70여 일 만인 6일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서울시립미술관이 사전 예약제로 다시 문을 열었다. 그간 온라인으로만 선보였던 전시가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된 가운데, 두 미술관이 나란히 소장품 기획전을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을,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에서 ‘모두의 소장품’전을 열고 있다. ‘MMCA…’전은 20세기 한국미술 대표작 54점을 선보인다. 서울관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상설전이다. 이 전시는 MMCA가 그간 여러 기획전을 개최했지만, 정작 한국 미술의 역사를 차분히 돌아볼 상설전은 없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올 하반기 과천관에서는 한국 미술사의 지평을 주제별로 조망하는 좀 더 확장된 상설전이 열릴 예정이다. 오지호의 ‘남향집’(1939년)처럼 근대 미술사의 주요 작품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서도호의 ‘바닥’(1997∼2000년)과 이불의 ‘사이보그 W5’(1999년)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닥’은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본관에 사람들이 직접 지나가도록 설치됐던 작품이다. ‘사이보그’는 이불의 조각 작품으로, 문명의 불완전함과 여성의 신체에 관한 시각의 문제를 다룬다. 6월 14일까지 열리는 ‘모두의 소장품’전은 49명 작가의 작품 131점을 선보인다. 미술관이 1985년부터 수집한 작품 5173점 중 86점을 선별하고, 미소장품 45점을 추가했다. 한국의 전통 가옥에 쓰였던 문을 병풍 형태로 연결한 양혜규의 설치 작품 ‘그래-알아-병풍’(2011년) 등이 선을 보인다. MMCA가 미술사적으로 소장품에 접근했다면, 서울시립미술관은 사회 문제에서 접근해 설치와 영상 작품이 주를 이룬다. MMCA는 온라인 사전 예약 관람 기간 동안 4관(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을 모두 무료 개방한다. ‘모두의 소장품’전도 무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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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 애덤 스미스의 대전제, 21세기에도 유효할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다.” 경제학의 기초를 마련한 애덤 스미스의 대전제는 수 세기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거센 비판에 직면해 거듭 수정을 하더라도 근간에 깔려 있는 이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이 믿음은 유효할까. 확실한 건 기존의 경제 논리가 세계적 불평등과 부의 쏠림을 해결할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두 책은 숫자와 논리를 앞세운 주류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썼다. 이들은 ‘국제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접근법’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2011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 이은 두 번째 공동 저작이다. 이들은 ‘좋은 경제학’이란 늘 사회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는 새로운 이론, 접근방식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돈보다 인간 존엄”을 우선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반대로 ‘나쁜 경제학’은 실증 근거가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가 내놓은 반(反)이민정책이 대표 사례다. 이민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사람들은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민자 숫자는 정책 입안자의 입맛에 맞게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책은 아울러 무역 분쟁, 복지, 조세 이슈 등을 통해 새롭게 검증해야 할 경제정책을 짚는다. 그 중 저자는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ATD 제4세계’라는 프랑스 시민단체에서 조심스레 대안을 드러내 보인다. ‘빈곤 극복을 위해, 함께 존엄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단체는 “빈곤은 열등함이나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체계적인 배제의 결과”라고 믿었다. 지역사회의 실업자, 빈곤층을 구제한 이 단체의 경제적 성과를 목도하며 저자는 다시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떠올린다. “경제학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경제학은 어떻게…’는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거꾸로 읽는’ 경제학 교과서다. 원제 ‘악함의 합리화: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를 망쳤는가’(Licence to be Bad: How Enocomics Corrupted Us)처럼 거침이 없다. 게임이론부터 행동주의 심리학 같이 정설로 여겨진 경제이론들의 모순을 파헤친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시작한다. 현실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인간은 합리적이라 가정함으로써 과학적 허울을 씌운다는 것. 이 때문에 나쁜 행동마저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각 장에서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다. 게임이론을 제시한 폰 노이만이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시했던 일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델이었던 토머스 셸링도 등장한다. 감성이 결여된 극단적 추론에 의해 미국이 소련에 수소폭탄을 떨어드려야 한다고 확신했던 폰 노이만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기본값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는다. 그의 극단적 예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기 때문이다. 책은 신자유주의까지 나타난 주류 경제학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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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런두런 시끌벅적… 그림 속에 이야기가 넘쳐난다[한국미술의 딥 컷]〈2〉

    딥 컷(Deep Cut). 대중음악에서 쓰이는 이 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명곡, ‘숨은 보석’을 가리킨다. 한국 미술에도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만한 ‘딥 컷’이 있다. 다만 장식적 취향이나 접근성의 한계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미술의 ‘숨은 보석’을 지면에는 시원하게, 동아닷컴에는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추상(抽象)은 이야기가 없는 그림일까. 노담(老潭) 김영주(1920∼1995)는 “형상성 있는 추상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의 추상에는 시끌벅적 이야기가 넘친다. 화려한 색과 리드미컬한 선, 하트, 손바닥 같은 기호와 한글로 적은 글귀까지.195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는 추상미술의 바람이 거셌다. 미국에서는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의 추상표현주의가, 유럽에서는 장 뒤뷔페 등의 앵포르멜 회화가 주목받았다. 일본 도쿄 다이헤이요(太平洋)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김영주는 이 흐름을 재빨리 포착했고 글을 통해 추상미술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러면서 추상미술을 탐구했다.피터르 몬드리안이 풍경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기하학적 추상을 그린 것처럼 김영주는 자신의 의식을 기호로 바꿔 캔버스에 새겨 넣었다. 구체적 표현을 생략하고 작가 고유의 상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추상미술의 방법론이라고 본 그는 이를 문자와 결합했다. ‘그림’에서 문자가 된 한자, 그리고 한글을 다시 그림으로 풀어 놓은 것이다.그의 1991년 작인 ‘신화시대’의 신화시대란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세상을 말한다. 그 세상은 시공을 초월한 기호와 문자로 가득하다. 요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를 연상케 한다. 이응노(1904∼1989)와 남관(1911∼1990)과 달리 한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1960년대 말 평론을 멈췄던 그가 ‘신화시대’를 발표하자 ‘서양 작가의 누구 것도 닮지 않은, 그러면서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3년 미국 뉴욕 한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모습을 미국에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다.” ::노담(老潭) 김영주(1920∼1995)::▽1920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1943년 일본 도쿄 다이헤이요(太平洋) 미술학교 졸업▽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1970년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1992년 은관문화훈장▽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김영주’전 개최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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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한국적 ‘문자추상’ 추구한 김영주[한국미술의 딥 컷]

    추상(抽象)은 이야기가 없는 그림일까. 노담(老潭) 김영주(1920~1996)는 1991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형상성 있는 추상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의 추상에는 시끌벅적 이야기가 넘친다. 화려한 색과 리드미컬한 선, 하트, 손바닥 등 기호와 한글로 적은 글귀까지. 1950년대 이후 한국 작가들에게 추상이란 무엇이고, 한국적 추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영주는 이응노(1904~1989) 남관(1911~1990)과 함께 그 답을 ‘문자(文字)추상’에서 찾았다.● ‘추상이라는 방대한 진폭’“학창시절 일본식 서양미술을 공부한 나는 그 방법에서 탈출하는 데 10여 년을 보냈다. 가장 방황할 무렵 눈앞에는 현대미술의 메아리, 그 방대한 진폭이 다가왔다. 추상의 새로운 의미에 맞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 시행착오가 겹치며 또 10여 년 세월을 보냈다.”(‘미술춘추’ 1980년 가을호)일본 도쿄 다이헤이요(太平洋)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45년 한국에 돌아온 김영주는 1953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1957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를 만들었다. 이 무렵 그가 내놓은 작품 ‘예술가의 가족’은 당시 국내 예술가들이 마주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림에는 어렴풋이 사람의 형상이 보이지만 구체적 표현은 생략됐다. 인물을 기호처럼 나타낸 뒤 그 위를 노란색으로 덮어 형체를 일그러뜨린 모습이다. 이런 표현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초토화된 유럽에서 생겨난 ‘앵포르멜’(프랑스어로 ‘형태가 없는’을 뜻하는 말로 유럽에 퍼진 추상미술을 뜻함)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형태다.1950년대 이후 국내 예술가들은 일본의 잡지인 ‘미술수첩’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의 추상 미술에 관한 정보를 접했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서 추상 미술이 큰 화두가 됐다. 운보 김기창은 “추상미술의 성행이 세계적 풍조가 된 지금 동양화도 시대성과 발맞춰 전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작가는 “추상은 미술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주는 “앵포르멜이야말로 세계에 가장 공통되는 조형 언어의 시초”라며 추상화를 적극 받아들였다.● 추상 미술의 세 갈래흔히 추상화는 구체적 형태가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으로 여겨진다. 전혁림 화백은 “서예나 음악, 가구 도자기 디자인 등 우리 생활의 태반이 추상이지만, 미술은 막연히 인식한다. 국전(대한민국미술대전)을 구상, 비구상으로 구분해 전시회를 갖게 한 것도 이런 막연한 인식의 소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여전히 추상 미술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미술사의 흐름을 보면 추상화는 크게 세 갈래로 펼쳐졌다. 첫 번째는 형태의 변형과 단순화를 통한 개성화(몬드리안),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탐구(칸딘스키), 세 번째는 미학이나 철학의 선언적 추상(말레비치)다. 몬드리안은 구체적 풍경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기하학적 추상으로 전개했다. 또 칸딘스키는 음악이나 정신의 영역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통해 ‘절대주의’를 선언하며 미술사에 독보적인 자리를 남겼다.김영주의 추상은 세 갈래 중 어디에 해당할까? 그의 드로잉을 보면 사람의 얼굴을 비롯한 구체적 형상이 보인다. 세 갈래 중 첫 번째, ‘형태의 변형과 단순화를 통한 개성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 화가들이 이런 추상화를 그렸다. 물감을 흩뿌린 잭슨 폴록도, 색면을 그린 마크 로스코도 초기 그림에는 인물과 풍경이 드러난다.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온 난민이었던 이들은 자신이 겪었던 불안과 공포를 캔버스에 풀어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추상을 ‘모더니즘적 순수’라고 규정한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후대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실 그 작품들은 아무 내용이 없는 ‘순수’가 아니라 감정이 가득 찬 것이었기 때문이다. ● ‘한국성’으로 찾아간 문자“나의 그림에서 숨쉬는 숱한 기호들은 나의 그림자 - 나의 언어의 표상이다. 나는 기호의 속삭임에서 ‘그날이 오면’과의 대화를 계속한다. 나는 그 날이 어떤 날인지 모르고 상상만 한다. 내가 생각하는 뜻은, 인간 본성의 원초적인 삶과 나의 영혼이 교감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신화시대다.” (현대미술 1991년 가을호)추상이 세계적 흐름이었지만, 그 가운데서 작가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언어를 찾아야 했다. 김영주는 그 출발점을 한글과 문자, 기호에서 찾았다. 1987년 작품 ‘신화시대’를 보면 ‘인간들의 이야기’,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등 한글로 적힌 문구를 볼 수 있다. 책이 아닌 캔버스 위에서 문구는 형태를 단순화한 또 다른 그림이 된다. 예를 들어 산을 그린다고 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山’이라고만 적어도 뜻을 전달할 수 있다. 한자가 결국 그림의 무수한 단순화 끝에 만들어진 기호인 것처럼 말이다. 이응노, 남관 등 한국 작가들은 추상을 받아들이며, 이것의 상징성을 문자와 연결해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나갔다. 김영주도 마찬가지였다. ‘신화시대’라는 제목은 이러한 단순화를 통해 작가 고유의 개성과 본질을 추구했던 의도를 드러낸다. “순수함이 살아있는 원시 상태를 나타내고 싶다. 인간 본연의 순수함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다. 캔버스 속에서 모든 진실과 순수함이 살아있는 신화시대를 꿈꾼다.” 김영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한국 작가로서 자신의 언어를 찾고자 했다. 1993년 미국 뉴욕 소호 헤나캔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그는 “미국 화단이 우리나라 작품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우리의 예술성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고 자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작고하고 10여 년 세월이 지났다. 그가 남긴 문자 추상에 대한 재조명과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노담(老潭) 김영주(1920~1995)1920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1943년 일본 도쿄 태평양미술학교 졸업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1970년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1992년 은관문화훈장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김영주’전 개최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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