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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무릎 꿇고 사죄해!” 6일 0시 5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서류봉투를 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정문을 걸어 나오자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김 전 실장을 기다리던 취재진은 남성의 목소리에 놀라 질문을 잇지 못했다. 이 남성은 김 전 실장의 석방을 반대하며 이날 집회를 주관한 한국진보연대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1월 21일 구속 수감된 뒤 562일 만에 석방된 김 전 실장의 석방을 규탄하기 위해 구치소를 찾았다. 삿대질에 당황한 듯 김 전 실장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곧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진보연대 회원 등 다른 시위 참가자 수십 명에게 둘러싸였다. “김기춘 개××야!” 등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0시 7분 김 전 실장은 경찰의 도움으로 검은색 K7에 탑승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가 차량을 향해 물병을 던지고, 차체를 두드리며 귀갓길을 막아섰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지고, 차체 곳곳이 찌그러졌다. 김 전 실장은 놀란 듯 뒷좌석에 앉아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한숨을 쉬었다. 차량은 35분 동안 가로막혀 전진과 후진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옴짝달싹 못 했다. 0시 42분 경찰이 통행로를 확보한 뒤에야 차량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날 김 전 실장의 석방 1시간 전부터 서울동부구치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인 시위대는 대부분 진보연대와 민중당 관계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전 실장이 탄 차량 창문을 훼손한 혐의로 진보연대 회원 A 씨를 입건했다. A 씨는 통합진보당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당원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김 전 실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재판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직권으로 구속 취소를 미리 결정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구속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김 전 실장은 6일 0시 기준으로 구속 기한을 모두 채웠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에서 2심의 선고 형량인 징역 4년이 확정될 경우 재수감된다.이호재 hoho@donga.com·윤다빈 기자}
31일 추가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중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던 시절 상고법원 도입 반대를 주도하고 있고, 김 대법원장을 설득해 상고법원 반대 기류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작성한 ‘상고법원에 대한 사법부 내부 소통 및 홍보 방안’에는 ‘일부 반대 법관과의 소통 및 대응 방안’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법관들을 설득할 방안을 제시한 부분이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상고법원 추진에 대해 관망세를 취하던 일부 법관들이 최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면화,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반대 세력의 핵심 그룹으로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을 지목했다. 이어 “특히 서울고등 김명수 부장판사가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은 2010∼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반대를 무마할 방안으로 김 대법원장을 직접 설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법원행정처 실장급 이상의 법관이 김 대법원장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친밀함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적었다. 문건에는 “김 부장판사의 반대 행보가 현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반감 및 소외감에 기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접근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함으로써 반대 의견 표출을 자제할 수 있는 심리기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도 적혀 있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어 법원행정처가 주도하는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한다고 본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법원은 여모 씨(95) 등 1941∼43년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27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에는 통상 소부(小部)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등을 심리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최고 법률심인 전원합의체에 회부됨으로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 소멸 여부 등이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2월 첫 소송이 제기된 후 1, 2, 3심과 파기 환송심까지 네 차례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후 약 5년 동안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계류 중이었다. 이날 대법원은 2016년 11월부터 전원합의체 안건으로 올릴지에 대해 논의를 수차례 해왔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안건으로 채택된 이유에 대해서는 “판결문이 나오면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에 대한 설명을 써놓을 것”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사건에 대한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이 사건을 빠르게 심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2013∼14년 외교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두 차례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재차 파기환송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았다. 사건들의 쟁점이 유사해 가장 먼저 대법원에 접수된 신일본제철 사건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원고에게 그동안 “여러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상고심과 하급심에 유사 사안이 다수 계류 중이어서 쟁점별 상호 관계와 결론의 모순 저촉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외교부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대법원이 재판 거래를 하였고 이것이 선고 지연의 핵심적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를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 점에 대해 해당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협이 현직 대법관들의 사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검찰이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가깝게 지낸 A 전 판사 비위 및 처리 결과 등을 입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A 전 판사 의혹이 별건 수사라는 법원의 기각 사유에 검찰은 반발했다. 이호재 hoho@donga.com·허동준 기자}
대법원이 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하급심에서 무죄가 났던 사건을 추가해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다음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존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 유죄사건,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위반 유죄사건 등 2개 사건을 심리하기로 했는데, 추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 무죄 1개 사건도 심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관련법이 규정한 입영 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공개변론에서 논란이 될만한 모든 쟁점을 다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지난달 29일 기준 205건이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약 100분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또 공개변론에서 의견을 낼 참고인으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기훈 국방부 송무팀장 등 3명을 선정했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 1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0일 오후 2시 45분경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 성창호 부장판사(46)가 TV로 생중계된 1심 선고의 마지막 부분에 주문이 써 있는 A4용지를 뒷장으로 넘기며 말했다.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朴, 불출석 사유서 내고 구치소서 선고 들어 3초간 숨을 고른 성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선고 형량부터 공개했다. “피고인을 징역 6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3억 원을 추징한다.” 이어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당시 여당인 옛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관여한 사건도 선고했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방청석에선 ‘이게 법이냐’ ‘인민재판 중단하라’ ‘무죄 대통령 석방하라’는 박 전 대통령 지자자들의 항의가 있었다. TV 생중계를 반대했던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불참하고,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국정 농단 사건 1심 사선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56)에게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올 4월 국정 농단 사건 1심 선고 때도 불출석했다. ○ 특수활동비 “국고 손실이지만 뇌물은 아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35억 원 중 33억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78)에게서 받은 2억 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특활비 33억 원은 대테러 정보수집 등 국정원의 업무에 사용되지 않아 ‘횡령에 따른 국고 손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 등 대가성 있는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특활비를 요구한 만큼 상하 관계에 있는 공무원 사이에 주고받은 통상적인 뇌물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돈이 오면 받아오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전달 방법은 언급하지 않은 점, 한꺼번에 거액이 아닌 매달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건너간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대통령을 단순 보조하는 비서실 직원(안봉근 전 비서관)이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소액의 돈은 뇌물이라고 하면서 정작 대통령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는 선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2016년 4·13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친박계(친박근혜)를 공천하기 위해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 항소 포기할 듯…형 확정되면 징역 32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의 1심 선고는 이날 선고로 일단락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 항소를 포기한 것처럼 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사건도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4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로 형량이 징역 32년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벌금 180억 원과 추징금 33억 원은 별도다. 국정 농단의 공소사실 18건, 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3건 등 모두 21가지 혐의 가운데 18건의 경우 일부 유죄 또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형이 확정되는 대로 박 전 대통령의 재산(약 37억 원 추정)에서 추징부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 기자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고,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당시 여당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에서 징역 8년과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1심 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 이미 선고된 박 전 대통령은 이 형량이 확정되고, 감형이나 사면 없이 32년을 복역한다면 만 97세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0일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에서 국정원 특활비 33억 원을 ‘횡령에 따른 국고손실’이라고 보고 유죄로 판결했다. 2016년 총선 때 특활비로 친박(친박근혜)계 당선을 위한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특활비 수수액 35억 원 중 2016년 9월 받은 2억 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특수활동비의 ‘뇌물수수’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공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처럼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검찰이 항소할 뜻을 밝혀 이 사건도 항소심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항소심 판결은 다음 달 24일 오전 10시 선고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가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일하면서 최근 5년간 11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7년 2억3650만 원, 2016년 3억9900만 원, 2015년 1억5150만 원, 2014년 3억100만 원, 2013년 1억4400만 원을 법무법인 시민으로부터 받았다. 대학교 시간강사나 겸임교수로 받은 보수를 제외하고도 한 해 평균 2억 원 이상을 받은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후보자 차남(29)은 올해 5800만 원 상당의 외제차를 구입했다. 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차남은 지난해 악기 판매업체와 의류업체에 근무하며 약 2430만 원을 받았다. 이전 4년간 벌어들인 총액은 2000만 원 가량이다. 일각에서는 차남이 김 후보자에게 상당액을 증여받지 않고서는 이 차량의 구입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10년간 합산해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물려주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김 후보자 측은 동아일보의 질의에 대해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연봉 액수가 다소 높다는 지적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후보자는 노동자 등 주로 사회 경제적 약자를 대리해왔고, 수임료를 기준으로 사건을 맡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차남의 자동차 구입에 대해서는 “2015년부터 직장 근무를 하면서 모은 급여와 함께 후보자가 1500만 원을 따로 지원해서 마련했다”고 밝혔다.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피고 대한민국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공무원 김모 씨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인해 이 사건 희생자 및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9일 오전 10시 12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57호 소법정.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 이상현 부장판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하자 방청석의 유족 20여 명은 모두 흐느꼈다. ○ ‘해상 구조 매뉴얼’만 따랐다면…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의 책임이 해경에 있다고 판단했다. 해경이 참사 현장에서 ‘해상 구조 매뉴얼’에 따라 구조를 했다면 참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참사 현장 구조 지휘자였던 김모 당시 목포해양경찰서 경비정 123정장이 세월호 승객들에게 퇴선 방송과 탈출 유도명령을 내리지 않은 게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당시 정장이 세월호가 기우는 속도, 승객 수, 바다의 수온 등을 고려해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 재판부는 “김 당시 정장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이 사건 희생자들이 사망한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 재난컨트롤타워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 컨트롤타워가 잘못 대응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재판부는 컨트롤타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 것이다. 또 참사 전 해양수산부 해체 등 정부조직을 개편한 게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민성금 지급돼 배상 감액”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에 참여한 유족들이 받을 배상금은 가족당 대략 3억∼7억 원이다. 재판부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300명의 유족에게 가족당 2억1000만 원∼2억5000만 원의 국민성금이 지급됐다는 점을 고려해 유족이 청구한 금액보다 배상금을 낮게 정했다. 앞서 정부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단원고 희생자의 일부 유족에게 평균 4억2000만 원 안팎의 배상금과 5000만 원의 국비 위로지원금을 지급했다.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부 일반인 희생자 유족에게는 다른 기준으로 배상금과 위로금이 지급됐다. 2015년 10월 당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체 희생자 304명의 68%인 208명의 유족이 배상 및 보상을 신청했다. 신청 희생자 208명 중 단원고 학생은 155명, 일반인은 53명이었다. 그런데 실제 배상과 보상을 받은 유족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청해진해운 배상책임도 인정 국가 배상 책임과 함께 청해진해운의 배상 책임도 인정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공동으로 723억 원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누가 얼마나 배상을 해야 할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남 대균 씨(48)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대균 씨는 정부에 82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유 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그러나 이 외에 정부가 유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송 8건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정부가 선장과 선원들의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환수한 돈은 8200만 원에 불과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62)이 1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013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뜻”이라며 CJ그룹 측에 이미경 부회장(60)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수석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서 잘못된 결정이나 지시에 대해 직언할 수 있는 위치다.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는 것만으로 위법 행위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범행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지시한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1심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조 전 수석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본 것이다. 올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조 전 수석과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조 전 수석보다 크다고 인정했다. 조 전 수석은 CJ가 보유한 채널의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을 희화화한 것에 불만을 품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손경식 CJ그룹 회장(79)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로 2016년 12월 기소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보영 전 대법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최근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군법원인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전임 판사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지난해 지대운 전 대전고법원장(61·13기)이 부천지원 김포시법원으로 발령 나는 등 법원장 출신이 종종 ‘원로 법관’으로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한 적은 있지만 대법관 출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기 10년의 시군법원 전임 판사는 소송가액 2000만 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룬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어 시군법원 전임 판사 임용은 2010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올 1월 퇴임 뒤 사법연수원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를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1992∼94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주변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역 법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대형 로펌에 소속돼 법률 다툼과 논쟁에 시달리는 것보다 법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예우를 없애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단 대법관 출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한다. 소박하게 고향에서 지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로법관이 아닌 대법관으로 퇴임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의 최종 임용 여부는 법관인사위원회 심의와 대법관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선 전관예우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기존 법관보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재판 업무를 보는 미국 시니어 법관의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현직 판사가 사건 관계자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 4월 부산고법 창원원외 재판부 소속 A 판사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사건은 창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앞서 3월 A 판사의 부인은 “남편이 사건 관계자에게 금품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도 당했다”며 법원행정처에 진정을 제기한 데에 따른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A 판사를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인 ‘사법연구’로 발령 냈다. A 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약 1000만 원은 판사 월급과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저축해 모아둔 것이다. 사건 관계자에게 불법으로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수뢰 의혹을 부인했다. 또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진 때에 부인이 잘못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20호 소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2)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 전 비서관 등의 출석을 확인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48)는 “판결과 이유 설명에 앞서 말씀드릴 게 있다”며 말을 꺼냈다. 이어 “이번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지금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분 정도 얘기를 이어갔다. 자신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했다는 한 일간지 보도 때문이었다. 선고 뒤 서울중앙지검 배성훈 부부장검사(42)가 의견을 말하겠다고 하자 이 부장판사는 이를 제지했다. 검찰은 잠시 뒤 기자단에 유감을 표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재판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입장은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대단히 부적절하다”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법정 안팎에선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이고,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할 때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것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이유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날 특활비가 뇌물은 아니라며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2)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9)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5년,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4년을 요청한 검찰 구형량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57·사법연수원 17기)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法外)노조 사건’의 변론을 최근 그만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달 14일 대법원에 이 사건의 담당 변호사 지정 철회서를 제출했다. 김 후보자는 사임했지만 김 후보자가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시민의 다른 변호사들은 여전히 변론을 맡고 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대법관 임명 제청이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하고, 이 사건의 변론을 미리 그만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45)이 자신의 ‘여성 비하’ 논란을 소재로 다룬 기사로 피해를 봤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탁 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10일 판결했다. 김 판사는 “탁 행정관이 여중생과의 성경험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점을 이미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신문은 탁 행정관의 해명이 거짓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썼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A 씨가 탁 행정관과 무관한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담을 쓴 글을 여성신문에 기고했는데, 이 신문은 기고문 제목을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고 달아 독자들이 탁 행정관의 성경험을 다룬 글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이 기고문으로 탁 행정관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탁 행정관은 2007년 공동 저자로 쓴 책에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한 살 아래 경험이 많은 애였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쓴 것이 문제가 된 것. 논란이 불거지자 탁 행정관은 ‘전부 픽션’이라고 해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9월 19일 임기가 끝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강일원(59·사법연수원 14기), 유남석 재판관(61·13기)을 추천했다. 변협은 9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을 수행해야 하는 사법부의 숭고한 정신이 무너진 상황에서 헌재에 거는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두 후보를 추천했다. 헌재 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할 수 있다. 2012년 9월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된 강 재판관은 국제적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의 비유럽 국가 출신 유일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주심을 맡으며 박 전 대통령 측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게 하는 ‘송곳 질문’으로 유명해졌다. 판사 재임 때인 1993년 현재 파견 연구관과 2008년 헌재 수석부장연구관을 거친 유 재판관은 ‘헌법연구회’ 회장도 지내 헌법 재판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재판관으로 선출됐으며,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이다. 변협은 김창종 재판관 후임으론 성낙송 사법연수원장(60·14기), 이종석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57·15기), 조현욱 여성변호사회 회장(52·19기) 등 13명을 추천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진원지인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을 폐지하고, 법관 대표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회의 기구가 그 기능을 대체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 자문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17일 이 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사법발전위의 제2전문위원 연구반이 지난달 26일 보고한 개혁안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의 명칭이 ‘법원사무처’로 바뀐다. 이미 결정된 사법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 새로 구성한 ‘사법행정회의’가 △대법원 규칙 입안과 상정 의뢰 △대법원 예규·내규의 제정과 개정 △판사 보직원칙 승인·인사안 확정 △대법원 및 각급 법원에 대한 감독권 등을 수행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으로 근무한 고영한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는 검찰 요구를 대법관 재임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이호재 hoho@donga.com·허동준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회원이자 회장을 지낸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57·사법연수원 17기)는 평소 언론 기고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동아일보가 5일 김 후보자의 글을 사안별로 분석한 결과 기존 대법원 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교조 등 변론… 대법원 심리서 배제될 듯 김 후보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설립된 1989년 해직 교사들의 무효 소송을 담당했다. 이 인연으로 줄곧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에 반대했다. 2014년 6월 A일간지 기고문에서 “이미 설립된 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시행령은 법률에 위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5월에도 같은 일간지에 “(전교조에) 교원 아닌 자가 가입한 경우에도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법상 노조의 지위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기고문이 실린 날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전교조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판사는 변호사 시절 대리한 사건을 심리할 수 없다. 따라서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경우 전교조 사건처럼 자신이 변론한 사건을 심리하는 소부나 전원합의체에서 빠지게 된다. ○ 철도노조와 통진당 변론 김 후보자는 2009년 12월 B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선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무죄를 주장했다. “파업 과정에서 형법 위반 등의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수반된 바가 전혀 없었다”며 “평화적·비폭력적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대법원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을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변호인단의 단장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2014년 12월 C일간지에 쓴 글에서 “(통진당을) 내란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해 보였고, 또한 정당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동원돼야 할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썼다. 헌재는 같은 달 통진당 해산 결정을 했다. 다만 대법원은 내란음모는 무죄로 확정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법조 일원화로 엘리트 법관의 폐쇄적 순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사법개혁을 주장했다. 재야 변호사로서 쓴 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김 후보자와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후보자에게 보낸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미개업 동의서’에 김 후보자는 서명을 했다.이호재 hoho@donga.com·고도예 기자}

강원랜드에 지인 등을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5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5일 0시 15분경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권 의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선 영장심사에서 권 의원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의원실 직원과 지인 또는 지지자의 자녀 등 16명을 강원랜드 교육생으로 선발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한 2013년 9∼12월 최홍집 당시 강원랜드 대표가 ‘감사원 감사를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자 자신의 비서관인 김모 씨를 채용하도록 요구하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담당공무원을 통해 고등학교 동창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선임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심사 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강릉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수사단의 사실 인정과 법리 구성에 문제점이 많고 무리한 구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차분하게 잘 소명하겠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4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성원’(온라인 닉네임) 김모 씨(49)를 불러 조사했다. 전날 ‘파로스’ 김모 씨(49)에 이어 잇달아 ‘드루킹’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만든 경공모의 핵심 자금책을 불러 자금 흐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성원 김 씨는 회계뿐만 아니라 경공모 내 다른 주요 사안도 드루킹 김 씨와 상의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드루킹 김 씨가 2017년 12월 14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원 김 씨와 도모 변호사(61)의 오사카 총영사 추천과 관련해 김경수 의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길 나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네이버 업무방해 혐의 결심 공판에서 김 씨는 “네이버가 고소한 것은 악어가 악어새를 고소한 것과 같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이 있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실형을 요구했다. 특검팀은 검찰에 김 씨 등 피고인 4명에 대해 댓글 여론 조작 작업의 규모가 늘어난 부분만큼 추가 기소를 요청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한 노정희 법원도서관장(55·사법연수원 19기·사진)이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고, 남편 뒷바라지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후보자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한다. 집안에선 오빠가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다. 형편이 어려워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자취방이나 하숙집에 머무는 대신 이화여대 사법고시반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를 했다. 그럼에도 만 24세이던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화여대 출신 첫 대법관을 앞두고 있다. 잠시 법관 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일했던 것은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노 후보자는 1990년 춘천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19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한의대에 다니는 남편의 학비를 대야 했기 때문이었다. ‘외벌이’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기도 했다. 노 후보자는 남편이 한의사로 활동하자 2001년 재임용돼 인천지법에서 다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기준 노 후보자의 재산은 6억657만3000원이었다. 대법관 후보자 3명 중 가장 적은 것은 물론이고 올해 재산 공개 때 법조계 고위직 평균 재산(22억9200여만 원)의 30%에 불과하다. 변호사 시절 노 후보자는 연수원 동기인 김칠준 변호사(58·19기)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다산에서 일하며 김 변호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공익소송을 다수 변론했다. 노 후보자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동료와 후배들을 잘 챙기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분이다.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성품이 온화하고 따뜻해 주위의 신망이 높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