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외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에 반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경제 참모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무역 온건파로 꼽힌 참모가 물러나면서 한국은 우군(友軍)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은 6일(현지 시간) “콘 위원장이 사임하기로 했다. 몇 주 안에 자리를 떠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콘 위원장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안 돼 트위터에 “곧 새 경제수석 고문을 임명할 것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콘 위원장은 “역사적인 세제 개혁을 비롯해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성장 친화적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 기뻤다”는 짤막한 성명만 내놨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 안팎에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고 견해차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콘 위원장을 내친 것으로 보고 있다. 콘 위원장은 관세 부과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고수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적 정책을 견제해온 콘 위원장이 사임함에 따라 미국의 통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부과 결정 과정에서 콘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통상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나바로 국장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교수 시절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초대 위원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백악관 군기 반장’으로 불리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부터 알게 모르게 견제를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에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하며 그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켈리 실장에게 나바로 국장의 사무실을 NEC에서 분리해 독립성을 갖게 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에서 보호무역 강경파의 입김이 세지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강도 높은 통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NEC는 다른 참모의 강경한 무역정책을 조정하며 중심을 잡아줬는데 온건한 수장이 퇴임하면 앞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공격이 잦아들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공격으로 이미 세계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7일 집행위원회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25%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 100여 개 품목을 확정한다. 주요 품목은 철강, 농산물, 직물 의류, 산업 제품 등으로 모터보트, 요트 같은 사치품, 콩, 쌀, 오렌지주스, 피넛버터, 담배 등의 농산품이 포함됐다. 폴리티코 유럽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실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도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는 미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 위스콘신에서 생산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 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피해 여성들은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 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들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들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피해 여성들은 ‘여성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한국여성대회장.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주부 김유경 씨가 왼손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외칠 수 없는 이주여성을 응원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른손에는 한글을 모르는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같은 여성입니다’란 영어 피켓을 쥐었다. 김 씨는 본보의 최근 기획기사 ‘이주여성들, 외칠 수 없는 미투’에서 성폭력 피해를 알리고 싶어도 고용주나 한국인 남편의 추방 위협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사연을 접하고 집회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몇 해 전 미국에서 생활하며 힘든 처지의 이민자를 배려하는 게 도리라는 걸 직접 보고 느꼈는데 한국의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단체들도 이날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미투’를 외쳤다. 김 씨를 비롯한 여러 독자는 이 기사가 보도된 뒤 e메일과 기사 댓글로 ‘이주여성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를 더 밝혀 달라’ ‘이참에 이주여성의 피해를 조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들은 억울한 피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곳곳에 묻혀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 원곡법률사무소는 본보 보도 첫날인 지난달 27일 사무소 블로그에 기사를 소개하며 비슷한 사건을 공개했다. 공장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보호해 달라고 변호사가 공장 사장한테 부탁했지만 3일 만에 다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성추행 당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었다가 오히려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이주여성의 미투를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여성대회 축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대책 속에 이주여성 구제책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취재 과정에서 본 부처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성폭력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고 강조했다. “처리해야 할 내국인 근로자 사건이 워낙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뒷순위에 두는 공무원도 있었다. 정부는 미투 후속 대책을 마련할 때 드러나지 않은 이런 여성들의 외침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공개된 문제 해결에만 그치는 대책 마련에 만족한다면 ‘소리치는 여성들에 못 이겨 땜질식 정책만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미투 후속 대책이 단순한 뒷수습에 그칠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한국여성대회장.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주부 김유경 씨가 왼손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외칠 수 없는 이주여성을 응원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른손에는 한글을 모르는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같은 여성입니다’란 영어 피켓을 쥐었다. 김 씨는 본보의 최근 기획기사 ‘이주여성들, 외칠 수 없는 미투’에서 성폭력 피해를 알리고 싶어도 고용주나 한국인 남편의 추방 위협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사연을 접하고 집회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몇 해 전 미국에서 생활하며 힘든 처지의 이민자를 배려하는 게 도리라는 걸 직접 보고 느꼈는데 한국의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단체들도 이날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미투’를 외쳤다. 김 씨를 비롯한 여러 독자는 이 기사가 보도된 뒤 e메일과 기사 댓글로 ‘이주여성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를 더 밝혀 달라’ ‘이참에 이주여성의 피해를 조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들은 억울한 피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곳곳에 묻혀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 원곡법률사무소는 본보 보도 첫날인 지난달 27일 사무소 블로그에 기사를 소개하며 비슷한 사건을 공개했다. 공장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보호해 달라고 변호사가 공장 사장한테 부탁했지만 3일 만에 다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성추행 당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었다가 오히려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이주여성의 미투를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여성대회 축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대책 속에 이주여성 구제책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취재 과정에서 본 부처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성폭력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고 강조했다. “처리해야 할 내국인 근로자 사건이 워낙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뒷순위에 두는 공무원도 있었다. 정부는 미투 후속 대책을 마련할 때 드러나지 않은 이런 여성들의 외침까지 꼼꼼히 살펴 야 한다. 공개된 문제 해결에만 그치는 대책 마련에 만족한다면 ‘소리치는 여성들에 못 이겨 땜질식 정책만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미투 후속 대책이 단순한 뒷수습에 그칠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의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 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이 많고, 평소 업주가 ‘도망가면 사람을 풀어 찾아낼 것’이라고 협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 손님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 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가명) 씨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위은지 wizi@donga.com·조은아 기자}

“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 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들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 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겐 성폭력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직업으로 강요되고 있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들이 많아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업소를 벗어나면 일자리를 새로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 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 씨(가명)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예술흥행 종사자의 인권 침해를 발견하면 국가인권위회가 마련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구체적 시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위은지기자 wizi@donga.com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남편의 가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주여성들은 이혼을 당하면 추방될 가능성이 높아 폭행을 참아 넘긴다. ‘울타리’가 돼 줘야 할 가족은 이들의 피해를 묵인하고 가두는 ‘올가미’가 돼 버린다. 한국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외칠 수 없는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를 본보에 털어놨다. 》《 40대 태국인 여성 잉(가명) 씨는 서울의 한 태국 마사지숍에서 일하다 손님으로 알게 된 남편과 5년 전 결혼했다. 결혼 전 남편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하지만 결혼 후 돌변했다. 잉 씨가 잠자리를 거부하면 마구 때렸다. 남편은 잉 씨가 스스로 일어설 힘조차 없을 때까지 매질을 했다. 그러고는 또 갑자기 돌변해 잉 씨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마. 나랑 같이 자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 11일 기자와 만난 잉 씨는 “남편은 나를 돈 버는 기계, 성 노리개로만 봤다. 아내로 대하지 않았다. 잠들 때마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못 뜨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잉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지나 이혼소송을 냈다. 하지만 남편의 성폭력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졌다. 잉 씨는 “한국은 법이 엄하다고 들었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보호해 주지를 않는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성폭력은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혼도 못 하게 하니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 “나는 로봇이 아니에요” 결혼 이주여성들은 국제결혼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전후에 주로 농촌 총각들과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다문화가족 전화 ‘다누리콜센터’에 따르면 2016년 11월 현재 결혼 이주여성은 25만7404명. 이들이 낳은 다문화자녀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주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이혼율은 2008년 28.1%에서 2016년 37.8%로 높아졌다. 이주여성상담센터 활동가와 인권변호사들에 따르면 가족이란 이름에 가려진 채 남편이나 남편의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이주여성의 상담도 늘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이혼을 할 경우 자녀 양육권을 갖거나 남편에게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는 한 추방된다. 이 때문에 결혼 이주여성들은 모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질과 성폭력을 참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필리핀 여성 티파니(가명) 씨도 8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온 뒤 남편의 성 학대에 시달렸지만 참고 버텼다. 남편은 야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잠자리에서 그대로 따라할 것을 요구했다. 신혼 초에는 남편이 조금 특이한 취향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남편의 변태적 요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럴 때마다 티파니 씨는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티파니 씨는 “남편은 같은 집에 살고는 있지만 ‘모르는 사람’ 같았다.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성적인 노리개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채희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장은 “상담을 해보면 건전한 가정을 이루고 살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대하는 남성이 많다”고 전했다.○ “나는 출산 도구가 아니에요” 2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 온 투이(가명) 씨. 그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때 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남편에게 알렸지만 남편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결혼 몇 달 뒤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남편은 “결혼중개업체가 아내의 B형 간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혼인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결혼중개업체의 사기로 판단해 혼인을 취소했다. 20대 베트남 여성 린(가명) 씨는 지난해 베트남 지인의 소개로 한국 남성과 결혼했는데 한국에 온 뒤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집에만 갇혀 있는 남편이 온종일 TV 앞에 앉아 어린이 만화만 보고 있었다. 남편은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간도 많았다. 알고 보니 남편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었다. 시부모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린 씨를 며느리로 맞은 것이다. 시부모는 린 씨의 외출을 자제시키며 보모처럼 남편을 돌보게 했다. 시부모는 린 씨가 아이를 갖지 못하자 난임 시술도 집요하게 강요했다. 그는 기자와 얘기하던 중 “이 일을 완전히 잊으려면 내가 죽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결혼 이주여성의 친정 가족까지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필리핀 여성 제니(가명·20) 씨는 2년 전 한국에서 결혼하는 언니를 보러 한국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한국인 예비 형부 J 씨(39)는 다른 예비 처가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언니까지 집을 잠시 비운 사이 제니 씨를 덮쳤다. 제니 씨는 언니의 결혼을 망칠까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다 언니가 결혼식을 치른 뒤 성폭행 피해 사실을 힘겹게 털어놨다. 언니는 이혼했고 J 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증거 부족으로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니 씨는 “가족 내 성폭력은 저항하기도 힘들고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어렵다는 점을 재판부가 알아주길 부탁한다. 그래야 ‘미투’를 외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이혼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점이 확실해야만 이혼한 뒤에도 이주여성이 체류 자격을 보장받는다. 결혼 이주여성들을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군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인 애인 갖고 싶지 않니? 나랑 같이 자자.” 30대 태국인 여성 쏨(가명) 씨는 지난해 겨울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40대 남성 사장한테서 들은 말과 그의 능글거리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손님이 모두 나가고 다른 직원 2명도 자리를 비운 오후 10시경이었다. 사장이 ‘주방 일을 가르쳐 주겠다’며 손과 어깨를 주물럭거릴 때부터 어쩐지 이상했다. 쏨 씨는 서툰 한국어로 “싫어요”라고 분명하게 얘기한 뒤 식당 옆 컨테이너 숙소로 뛰어 올라갔다. 심장이 뛰었다. 2년 전 한국에 오기 전까지 태국에서 정규 대학 마케팅학과를 나와 번듯한 이벤트 기획사를 다녔던 그다. ‘식당 차릴 돈을 벌기 위해 택한 한국 생활이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식당 화장실 벽엔 어른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무관이 끼어 있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욕실 문도 이상했다. 사장을 피해 달아났던 컨테이너 숙소 문도 잠금장치가 없었다. 불안에 떨며 잠을 청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대로 사장이었다. “슬립 위드 미(나랑 잘래)?” “노(아뇨)!” 쏨 씨는 문 앞에서 머뭇거리던 사장이 돌아가는 발소리를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려고 브로커에게 건넨 소개료와 교통비만 35만 원이다. 돈 생각을 하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받지 못한 하루 일당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밤늦도록 고민하던 그는 자정 무렵 조용히 짐을 싼 뒤 태국인이 운영하는 콜택시를 불러 타고 그 동네를 빠져나왔다. 쏨 씨는 한국에 온 뒤 구한 일터마다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좌절했다. 2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한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0대 남자 사장은 걸핏하면 엉덩이를 툭툭 쳤다. 일을 가르쳐 준다며 가까이 다가와 볼에다 얼굴을 비비기도 했다. 모멸감을 느꼈지만 ‘이런 게 한국 문화인가’ 하고 참아 넘겼다. 하지만 사장의 추행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함께 일하던 한국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하지 마”란 고성이 터져 나오는 걸 보고서야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음을 깨달았다. 한국말이 서툰 데다 공장을 나가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쏨 씨 같은 이주 여성들은 사장의 집중 타깃이 됐다. 5일 경기 화성의 한 태국 사원에서 기자를 만난 쏨 씨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없이 살지만 다 같은 사람이에요.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언어와 문화 장벽, 고용주의 해고 위협 탓에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이주 여성이 간신히 외친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는 데는 ‘고용허가제’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04년 8월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의 국내 고용을 지원해 불법 체류자를 줄인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이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에서 3년간 체류하며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3번 바꿀 수 있는데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마저도 사업주가 동의를 해줘야 일터를 옮길 수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경우엔 예외적으로 사업주의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게 했지만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이의를 제기하면 사업주들은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고용당국에 허위 신고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탈 신고가 접수된 뒤 고용센터의 연락이 닿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용자에게 종속되게 하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쉽게 착취당하는 구조를 만들고 강제 노동에 이르게 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 규정 폐지를 권고했다. 이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약 27만6000명의 외국인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년 전 한국에 온 30대 태국 여성 티앤(가명) 씨는 지난해 경기 화성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구타에 시달렸다. 50대 한국인 남성 사장은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얼굴에 피멍이 들 때까지 티앤 씨를 마구 때렸다. 쓰러진 그의 등을 발로 짓밟는 일도 잦았다. 폭행은 티앤 씨가 사장의 잠자리 요구를 거절한 뒤부터 시작됐다. 사장은 걸핏하면 그를 때리면서도 가끔 농담을 섞어 잠자리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맞을 때마다 티앤 씨는 태국에 두고 온 아들을 떠올렸다.》 티앤 씨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나고 ‘이러면서까지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에 슬펐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돈을 버는 일이 너무 급했다. 체류 허가 기간도 지나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이주여성들은 일터 곳곳에서 성폭력에 시달리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탓에 피해를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는 약자 중의 약자다. 한국 여성들에 비해 법의 보호가 느슨하다 보니 고용주가 ‘갑질’을 일삼기 쉬운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 ○ 폭행당하다 사망에 이르기도 5일 화성시의 한 태국 사원에서 만난 30대 태국 여성 쏨 씨와 쁠라(각각 가명) 씨는 기자에게 주변 이주여성들의 억울한 피해 사례를 쏟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주로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안정적인 직장과 생활환경을 미끼로 잠자리를 요구했다. 이 지역 공장의 한 한국인 사장은 늦은 밤 태국인 여성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테니 나오라’라며 여성의 숙소 앞까지 찾아와 스토킹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컨테이너 숙소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도 있었다. 한국인 직장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다 살해된 여성도 있다. 12년 전 18세의 나이로 가난한 가족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태국 여성 추티마 씨(사망 당시 29세)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하다 미등록(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여성이었다. 경기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서 10년간 일해오던 지난해 11월 어느 날, 그는 기숙사에서 쉬고 있다 한국인 직장 동료 김모 씨(50)의 전화를 받았다. “불법 체류자 단속반이 떴다. 내가 피신시켜 주겠다”는 통화였다. 추방되면 당장 모국에 있는 열세 살 딸과 가족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김 씨를 따라나섰다가 경북 영양군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씨가 거짓말로 추티마 씨를 유인해 살해한 것이다. 김 씨는 추티마 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추티마 씨의 유족 측은 김 씨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추티마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화성이주노동자쉼터의 한상훈 활동가는 “브로커들은 생활용품 등을 사주며 호의를 베푸는 척하다가 나중에 이를 빚이라고 주장하며 성매매로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바닥없이 무너지는 인권 국가인권위원회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16년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 이주노동자들 중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응한 경우는 6.7%, 노동부에 신고한 사례는 2.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이 거의 절반(48.9%)에 달했고, 말로 항의(24.4%)하거나 그냥 참는(15.6%)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저항하거나 대항할 수 없는 이주여성의 현실은 기본적 인권의 파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충남의 한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20대 캄보디아 여성 짠나(가명) 씨는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열심히 맞벌이를 하고 있다. 짠나 씨는 최근 임신했다. 그런데 이를 안 농장주는 “낙태를 해야 (고용허가제에 따른) 근로계약 연장을 해주겠다.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다. 짠나 씨는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9월에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실제 농장주 압박에 못 이겨 낙태를 한 여성도 있는데, 여성이 낙태 후 회복이 안 돼 힘들어하자 농장주는 되레 ‘불법 낙태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일을 더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 법적 보호, 이주 여성에겐 무용지물 남녀고용평등법은 외국인도 한국인과 다름없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불법 체류자여도 차별로부터 보호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의 남녀고용평등법은 이주여성들에게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다. 이주여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억울함을 토로할 곳을 찾기 힘들다. 특히 고용허가제는 고용 연장 여부를 사업주가 결정토록 하고, 고용이 연장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여성이주 노동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포기하고 억울함은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은 피해 사실이 신고되지 않으면 당국이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를 본 이주여성들은 신고해봤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니 신고를 하지 않는다. 고용센터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를 확인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37)은 동아일보-채널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최근 미국 대륙까지 뜨겁게 달군 K팝에 열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어를 잘해 이미 중국에서 스타가 된 큰딸 아라벨라(7)는 수시로 K팝 가수들의 안무를 따라 하며 집안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당신의 딸 아라벨라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일본 연예인 피코타로의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이나 딸이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나 문화가 있나요. “아라벨라는 K팝 영상을 보는 걸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특히 춤을 배우는 데 관심이 많아요. 제가 가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라벨라가 방 안의 불을 어둡게 한 채 춤추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남동생 조지프(5)가 DJ 역할을 하고, 시어도어(2)는 손전등 불빛으로 ‘불빛 쇼’를 벌입니다. 우리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느끼고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제 완벽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이방카 보좌관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2009년 결혼해 첫째 딸 아라벨라, 아들 조지프와 시어도어를 키우고 있다. 패션 사업가로 일하고, 백악관 보좌관까지 맡았으면서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수시로 육아 일상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아라벨라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끼도 상당하다고 한다. 지난달 아빠 쿠슈너의 생일에는 고음의 맑은 목소리와 기교를 섞어 축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방카 보좌관이 가끔 신나는 음악에 맞춰 귀여운 춤을 추는 딸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마다 언론들이 이를 보도해 아라벨라는 이미 미국 대중에게 ‘아역 스타’ 인기를 누린다. 아라벨라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한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 영상의 주인공인 일본 개그맨 피코타로의 팬이기도 하다. 이 정보를 입수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방카 보좌관 가족과 함께 주미 일본대사관을 찾았을 때 피코타로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톡톡 튀는 손녀 아라벨라는 할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중국 외교사절 역할도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아라벨라가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고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당시 시 주석이 깜찍한 아라벨라의 중국어에 “A+학점”이라고 치켜세우며 두 정상의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이방카 보좌관에게 패션 사업가로서의 철학도 물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이방카 트럼프’란 브랜드를 내걸고 패션 기업을 세웠다. ―젊음과 외모만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그런 아름다움을 어떻게 유지하나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정성, 확신, 자신감, 명쾌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미 16세 때 미스틴 USA 대회에 참가하고 베르사체, 마크 바우어 등 패션쇼 런웨이에 설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잡지 ‘포브스’, ‘엘르 멕시코’ 등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가 입은 옷은 어디에서나 광고 효과를 누린다. 그가 지난해 11월 국제여성회의(WAW)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을 때도 화사한 하늘색 코트와 리본 모양 검정 구두로 나타나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코트는 미우미우, 구두는 토리버치 등 모두 명품으로 알려졌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방카 인터뷰 영어 원문-We know your daughter, Arabella, is a fluent Chinese speaker and also a fan of Japanese entertainer Piko Taro. Does she (or do you) have any favorites in Korea / Korean pop culture? “Arabella loves watching k-pop videos and trying to learn the choreography. I will sometimes come home from work, and she will dim the lights and perform while her brother Joseph DJs and Theodore does a light show with flashlights. In advance of my trip I have been trying to expose my children to South Korean culture, and they have embraced it fully! -In this culture and age that glorifies youth and physical beauty, how do you define ‘true beauty’ and how do you maintain it? ”True beauty is defined by integrity, conviction, confidence and clarity.“}

‘미국의 목사(America‘s Pastor)’로 불리며 20세기 개신교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친 것으로 평가받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사진)가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AP통신은 암과 폐렴으로 투병하던 그레이엄 목사가 이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70여 년간 개신교 복음주의의 리더로서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도맡았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의 목사님’으로도 불린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 톱10에 1955년부터 2016년까지 총 60회 선정돼, 이 분야의 최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1918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인근의 농촌에서 태어난 그레이엄은 1940년 플로리다 성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목사가 된 뒤 1947년부터 ‘크루세이드(Crusade)’라는 명칭의 전도운동을 벌였다. TV 라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설교를 벌였고 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대규모 집회를 통한 부흥회를 수시로 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레이엄의 핵심적 성과는 20세기 전반에 잠시 후퇴했던 복음주의 개신교가 다시 영향력을 드높일 수 있도록 고무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리 그레이엄 복음전도협회는 그레이엄 목사가 총 185개국에서 약 2억1500만 명의 청중 앞에서 설교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도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한 차례 대회에 모인 군중으로서는 최대 규모였다. 여의도광장에 화장실 시설도 변변치 않았는데, 대회가 끝났을 때 광장 바닥에는 휴지 한 장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의 방한은 국내 개신교 부흥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1992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일성에게 전했고, 1994년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그때 만난 김일성은 분명히 변화와 개방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의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는 201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하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당파를 가리지 않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많은 대통령들과 직접 면담하고 개인적 친분을 이어가며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그 어떤 복음주의 목사도 앞으로 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조은아 기자}

북한 ‘사이버 테러 전사’들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 집중했던 사이버 공격을 세계 곳곳 핵심 기관으로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타깃으로 삼은 기관의 자료를 빼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은 20일(현지 시간) 사이버 보안업체들을 인용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이 세계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를 인용해 “북한 사이버 스파이 조직 ‘리퍼’(수확하는 사람이란 뜻)가 그간 한국의 공공기관, 군사시설, 민간기업 공격에 집중했지만 지난해부터 일본 베트남 중동 등에서 북한 정보요원들을 대신해 (정보를 빼내는)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북한은 기존 해커들을 글로벌 사이버 공격 팀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아이 관계자는 WSJ에 “리퍼 해커 요원들은 세계에 전방위적으로 포진해 있다. 이들은 북한의 일상적인 업무시간대인 평양 시간 기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중적으로 악성 코드로 공격하다가 밤 12시 무렵 잠잠해진다. 리퍼 공격에서 평양 인터넷주소(IP주소)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같은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 팀은 화학, 전자, 제조, 항공, 자동차, 헬스케어 분야 기업과 공공기관의 비밀을 빼내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 해커들은 공격 영역이 넓어진 데다 기술까지 진일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NBC방송은 또 다른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보고서를 인용해 “‘APT 37’ 또는 ‘미로 천리마’라고 불리는 북한 해킹집단이 사용하는 악성코드는 매우 정교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문건을 훔칠 수 있다. 이들의 주요 타깃은 정부, 군, 방위, 재정, 에너지, 전기 설비 분야 등”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안업체의 공동 설립자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러시아가 민주당을 해킹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군사시설이나 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에서 직원들이 컴퓨터의 인터넷을 차단해도 해킹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갑자기 도발할 때 해킹당하면 군 시설이 마비되고 전력이 끊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 없이 해킹하는 법’의 첫 단계는 북한 해커가 타깃으로 삼은 기관 직원을 포섭하거나 스스로 사무실에 잠입해 컴퓨터에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끼워 USB메모리에 저장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일이다. 해킹 프로그램은 컴퓨터 속 데이터를 수집한다. 프로그램은 수집한 데이터를 여러 방식으로 바꾸는데 대표적으로 모스부호로 변환할 수 있다. 변환된 모스부호로 PC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에 불을 깜빡깜빡 리듬감 있게 켠다. 이제 해커는 밖에서 드론을 날려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보며 램프의 깜빡거림을 파악해 데이터 내용을 해석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연결 없이 해킹하는 기술은 미국도 이미 갖고 있을 정도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북한 해킹 기술이 발전했으니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 망 분리는 필수이고 인력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북한 사이버테러 조직의 구성도 이번에 상세히 드러났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에 따르면 ‘래저러스’란 이름으로 막연하게 알려진 북한 해킹 조직은 4개 하부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APT 37’로 알려졌던 ‘미로 천리마’와 ‘물수제비 천리마’는 주로 기밀 정보 탈취를 맡는다. ‘침묵의 천리마’는 2014년 소니 컴퓨터 공격처럼 조용하게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별똥 천리마’는 돈을 빼내는 외화벌이 요원들이다. 별똥 천리마는 2016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8100만 달러(약 866억7000만 원)를 훔쳐간 범죄조직의 배후로도 지목된 바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정치학자들이 실시한 역대 미 대통령 평가 설문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꼴찌’를 차지했다. 브랜던 로팅하우스 미 휴스턴대 교수와 저스틴 본 보이시주립대 교수는 19일 ‘대통령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낮은 순위인 4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45대이지만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두 번(22대, 24대)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평가 대상은 모두 44명이다. 이번 조사는 미 정치학회(APSC) 소속 대통령·행정분과 회원 1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점 만점에 평균 12.34점을 받았다. ‘외교 리더십’과 ‘제도와 규범 구현’ 분야에서 낙제점인 F학점을, ‘입법 성과’와 ‘대중과의 소통’ 분야에선 이보다 두 단계 위인 D학점을 각각 받았다. 4가지 분야 평가를 종합한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성적은 결국 F학점이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회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대 대통령 44명 중 40위라는 낮은 점수를 줬다. ‘톱7’ 대통령은 4년 전 조사와 같았다. 노예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이 평균 95.0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92.59점)과 ‘뉴딜정책’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스벨트(89.09점)는 각각 2위와 3위였다. 이어 시어도어 루스벨트(81.39점), 토머스 제퍼슨(79.54점), 해리 트루먼(75.15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74.03점) 등이 뒤를 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은 각각 8위, 13위, 30위를 차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가 올림픽 개회식 방송 도중 일본의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이를 두둔하는 기고를 실은 사실이 알려졌다. 포천은 12일(현지 시간) 미국 타임지 편집국장을 지낸 노먼 펄스틴이 쓴 ‘조슈아 쿠퍼 라모의 한국 관련 발언은 진실의 중요한 일부를 담고 있다’는 논평을 실었다. 이 논평에서 펄스틴은 “라모의 발언은 매우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올림픽 중계 방송에서) 사라졌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NBC 해설자 라모는 9일 올림픽 개회식 도중 일본 선수단 입장 차례가 되자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점령한 나라다. 한국인 모두는 ‘일본이 문화적, 기술적, 경제적으로 좋은 본보기’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 직후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NBC는 10일 오전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인들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점을 이해하고 사과한다”고 발표했고 라모를 올림픽 기간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펄스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례로 들어 라모의 주장을 옹호했다. 펄스틴은 “박 전 대통령은 일본 군국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였고 한국이 일본 정책을 모방하도록 만들었다”며 “과거 중장비에 대한 투자, 대기업 통제 등은 일본에서 배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라모가 ‘모든 한국인’이란 표현으로 불필요한 과장을 했다고 보면서도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라모의 발언이 (정확히 설명할 겨를 없이) 짧았음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15일 오후 6시 반경 한국 방문 첫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며 서울의 한 호텔에 들어선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57)는 로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유쾌하게 일행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강추위에도 가벼운 코트 한 벌만 걸치고 있었다. 곧바로 기자를 만나러 라운지 카페에 들어선 솔베르그 총리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없었다. 30분간 예정된 인터뷰는 40분을 넘겼지만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화려한 입담을 뽐냈다. 28세에 정계에 뛰어든 뒤 30년간 앞만 보고 달린 에너지가 느껴졌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지난해 노르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복지 제도, 국가 안보 덕일 것이다. 나도 항상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넓게 보면 행복이란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인 것 같다.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때 사람들은 자기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 ―내게도 아이가 하나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지켰는지 묻고 싶다. “집안일을 나보다 남편이 더 많이 하도록 했다. 내가 처음 장관을 맡았을 때 아이들은 각각 4세, 2세였다. 당시 장관으로서 이민 및 통합, 지방정부 업무에 관여해 큰 의제가 많았다. 그래서 남편이 거의 매일 저녁밥을 했다. 그러더니 아예 집안 살림을 직접 계획하기 시작하더라. 남편이 육아휴직을 나보다도 더 많이 썼다. 그 덕에 난 의회로 좀더 빨리 출근하게 됐다.” ―당시 집안일을 도맡은 남편은 괜찮아 했나. “남편한테 물어보자. 남편이 여기 와 있다. (노르웨이어로 남편을 부르더니 기자에게 소개하며)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다. 내 생각엔 그는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웃음)” 솔베르그 총리가 즉흥적으로 소개한 남편 신드레 핀네스 씨는 사업가로 총리와 함께 자녀 2명을 키웠다. 그는 일본에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아내를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먼 길을 날아왔다. 그에게 ‘독박 육아’ 경험을 물었다. ―부인 대신 집안일을 많이 했는데 괜찮았나. “집안일은 할 만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다.(총리와 함께 폭소)” 기자가 인터뷰 중 동석을 권하자 핀네스 씨는 “아내에게 그냥 인사하러 왔을 뿐”이라며 자리를 성급히 비워줬다. 솔베르그 총리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현대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속삭였다. ―내가 내 남편에게 말하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말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아주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다. 당신이 만약 남편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요구하고 싶은데 여전히 당신이 주도적으로 살림을 계획하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남편에게 따르라고 요구한다면 그건 정말 잘못하고 있는 일이다. 남편에게 ‘당신에게 집안일을 할 책임이 있으니 당신 원하는 대로 해라’라고 말해야 한다. 남자들은 지시하는 말을 듣는 걸 정말로 싫어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천하는가. “엄마가 돼서도 기업계든 학계든 정계든 어디서든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줘야 한다. 그러니까 가족과 직업이 삶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이 참 중요하다. 노르웨이에서 육아휴직은 49주인데, 임금 전액을 받는다. 아빠들은 현재 의무 육아휴직을 14주간 내야 하는데 앞으로는 15주로 늘어난다. 엄마들은 의무 육아휴직을 15주간 내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이 충분히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노르웨이에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유연근무제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는 노동생산성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밀도 높게 일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제도 안에서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항상 일하진 않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노동유연성을 더욱 높여 세계에서 노동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됐다. 우리가 애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려 오후 4시쯤 퇴근한다고 치자. 대다수는 애들을 데리고 와서 저녁을 먹이고는 컴퓨터를 열고 업무를 마무리할 것이다. 우린 이런 방식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였지 낮추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한국에서도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Too)’ 움직임이 있다. 노르웨이에선 어떤가. “세계적으로 미투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노르웨이에선 사회 각 방면에서 미투와 관련된 여러 논쟁이 있었다. 우리 당도 미투 이슈가 좀 있었다. 노르웨이는 평등하고 정당한 사회로 인식돼 있음에도 이렇다.” ―지난해 9월 보수당으로서는 1985년 이래 처음 재선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유가 하락으로 경기 침체가 특히 심했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을 사람들이 평가해준 것 같다. 난민 위기 문제도 꽤 잘 해결했다. 결국 우리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란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우린 대선 공약을 잘 실천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정권을 자주 바꾸는 편이긴 하지만, 이제는 정책 효과를 보려면 정권이 길게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개혁과 변화를 꾀하려면 4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대선 공약으로 감세(減稅)를 주장했는데, 감세가 복지제도를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에게 우리 복지제도가 미래에도 가장 양질일 것이란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 세제 개혁은 의회 대다수가 동의했다. 우린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더 생겨나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이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걸 느끼고 있다. 이는 감세뿐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화합을 이뤄낸 책임감 있는 파트너들 덕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 임금 인상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해 관계자들이 유가 하락을 고려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잘 협상했다.” ―노동시장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그들끼리 알아서 협상을 했다. 이들은 수출 중심 기업들이 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할 주체라고 결론을 냈다. 그래서 공공 부문이나 비교적 안정된 부문은 자연스럽게 수출 기업들보다 더 임금을 올려선 안 되는 상황이 됐다.” ―‘탈석유 시대’에 노르웨이는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나. “노년층 서비스를 비롯한 공공 분야에도 기회가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건설에서 일자리가 늘 수 있고, 특히 관광 분야 일자리가 증가한다. 정말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노르웨이에 와서 북구의 밤, 사람이 별로 없어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웃으며) 더 많이들 오시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노르웨이는 인터넷 시스템이 최상인 국가 중 한 곳이라서 미래에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어려움이라 하면,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을 새롭게 바꾸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 제도를 개혁해 사람들이 ‘평생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새 정책을 만들고 있다.” ―포브스는 당신에 대해 ‘재정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과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인본주의적 시각을 잘 혼합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진보적 보수당(liberal conservative party)이다. ‘진보적 보수’라고 말하는 게 적절치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재정에 있어선 보수적이되, 가정과 관련된 정책 등 여러 사회 이슈에선 진보적이다. 그 결과 난민이든 난민 신청자이든 이민자들의 자녀 세대는 노르웨이 교육 시스템에서 잘 적응해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노르웨이 태생 부모의 자녀들과 소수자의 자녀들의 학교 진학률이 동일했다.” ::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1961년 노르웨이 베르겐 출생 △1986년 노르웨이 베르겐대 졸업(사회·정치·경제통계학 전공) △1989년 28세 때 시의원에 당선돼 첫 정계 진출 △2001∼2005년 지방정부·지역개발부 장관 △2004년 노르웨이 보수당 대표 취임 △2013년 노르웨이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 △2017년 보수당 대표로서 32년 만에 처음으로 재선 승리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보복 발언 수위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과 멕시코를 미국 일자리를 도둑질해 간 주적(主敵)처럼 묘사했고, 한국은 그런 강성 발언 때 곁들여지는 ‘양념’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1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국무위원 및 연방위원들과 무역 관련 50여 분간의 공개회의를 하면서 중국은 10번, 일본은 4번 거론한 반면 한국은 무려 17차례나 언급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주공격 대상이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 보호무역 강펀치 노리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관세 부과로 무역 상대국을 수시로 압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발표될 예정이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말로만 그쳤다. 주요 대선 공약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지금까지 결론을 맺지 못했다. 미국 CNN은 13일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사는 94건으로, 전년(2016년)보다 81%나 증가했지만 이 중 일부가 보류되거나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강 펀치는 아껴두고 많은 잽만 날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잽만 날렸다’는 지지자들의 평가를 의식한 듯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며 보호무역 강펀치를 예고했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경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기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보호무역 정책이었던 NAFTA 재협상이 지지부진해진 점이 한국을 향한 무역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개시된 NAFTA 재협상은 지난달 말까지 여섯 번에 걸쳐 진행됐지만 자동차 원산지 기준,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 문제 등으로 합의가 요원해 보인다. “NAFTA를 탈퇴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공허해져 버린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4일 발표한 ‘NAFTA 재협상 동향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최근 미국 행정부가 종전과 미묘하게 다른 무역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어 NAFTA 폐기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에서 NAFTA 폐기로 경제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 “트럼프 발언은 협상력 높이려는 것”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미 FTA뿐만 아니라 NAFTA에 대해서도 ‘협상이 잘 안 되면 폐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NAFTA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 압박 조치가 자국 기업의 주장을 과도하게 반영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AFA는 미 상무부가 제소를 당한 기업(한국)의 자료가 아닌 제소한 기업(미국)의 자료를 근거로 관세를 정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무역보복 막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복잡한 일도 말로 해결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설을 보도한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면서 “생큐 삼성”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를 당연시하면서 그 결과가 자신의 업적인 것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감각을 선보인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4개월 뒤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를 ‘미국 일자리의 본토 귀환’으로 포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지적이 많다.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2010년 강진이 발생했던 중앙아메리카 아이티에서 영국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현지 직원들의 성매매 의혹이 제기돼 ‘구호단체의 도덕적 양심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페니 모던트 영국 국제개발부 장관은 11일 영국 BBC에 출연해 “옥스팜 최고위층에 도덕적 리더십이 없다면 우리는 옥스팜과 파트너로 함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옥스팜에 대한 국제개발부 자금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팜은 지난해 국제개발부로부터 3200만 파운드(약 480억 원)를 지원받았다. 모던트 장관은 성매매 사건에 대해 “옥스팜이 도움을 주려 했던 이들과 옥스팜 직원들을 그곳에 보낸 이들 모두를 완전히 배신한 것이다. 옥스팜이 자세한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영국 더타임스는 9일 아이티 강진 발생 이듬해인 2011년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소장을 비롯한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옥스팜은 자체 조사 뒤 “직원 4명을 파면했고 소장을 포함한 다른 3명은 스스로 회사를 나갔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1일 옥스팜 직원들이 2006년 아프리카 차드에서도 성매매를 했다고 폭로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에 출연했던 미국 배우 존 개빈(사진)이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86세. 개빈의 부인인 배우 콘스턴스 타워스의 매니저 브래드 버튼 모스 씨는 이같이 발표했다. 개빈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개빈은 데뷔 초 190cm 장신에 준수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1950년대 짧은 기간에 적은 예산으로 촬영되는 B급 영화에 주로 출연하다 1958년 ‘타임 투 러브, 타임 투 다이’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군인으로 열연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그는 1981년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로 임명돼 외교관 생활도 했고, 영화배우조합 회장을 맡기도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