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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존재 근거는 이윤 추구’라는 정의는 냉혹하지만 현실 아닐까. LG그룹에서 교육과 인사를 맡아오다 현재 LG인화원장인 저자는 이윤 추구만으론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독점 대신 공생을 택해 기업과 직원, 국민 등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기업의 성장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에서 개인별 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기능적 차별’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존재의 평등’을 동시에 보장해야 조직을 더 탄탄하고 능률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1980년대 중국 바둑의 1인자 녜웨이핑 9단은 “바둑이 늘려면 자기 돌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생살과도 같은 자신의 돌을 버린다는 건 정말 아까운 일인데도 말이다. 초급자는 돌을 살리는 데만 열중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 쓰지 못한다. 돌을 버리는 건 과감한 결단과 전체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 등 전략적 사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돌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수다. 서구에서 ‘전략’이란 단어는 18세기 무렵 생겼지만 바둑과 같은 ‘전략적 사고’는 인간이 태동할 때부터, 심지어 유인원에게도 있어 왔다. 이 책은 원제 ‘Strategy: A History’(2013년) 그대로 역사 속에서 전략과 관련한 내용을 묶었다. 원저를 낸 옥스퍼드대 출판사는 전략만을 소재로 그 개념과 역사 전체를 ‘제대로’ 포괄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1, 2권 합쳐서 1400쪽에 이르는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분야의 광범위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성경, 그리스의 전쟁, 손자병법,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존 밀턴의 ‘실낙원’ 등의 책을 통해 오래전 전략을 분석한 것이 에피타이저라면 나폴레옹 전면전부터 핵무기의 사용, 마오쩌둥 등 게릴라전, 최근의 이라크전까지 전쟁 속의 전략을 꼼꼼히 짚어낸 것은 앙트레(전식)에 해당한다. 이어 마르크스 바쿠닌 등 사회주의자들의 사회변혁 전략과 막스 베버, 존 듀이 등 사회학자의 시각, 간디와 미국 흑인운동의 비폭력 전략 등 ‘아래로부터의 전략’이 제1 메인요리, 현대 경영자와 기업의 전략 등 ‘위로부터의 전략’이 제2 메인요리다. 합리적 선택과 전략의 내러티브를 소개한 마지막 장을 디저트로 보면 전략의 역사와 이론이 한 상 가득하다. 저자가 얘기하는 전략의 핵심은 바로 현재성이다. 그래서 전략은 과거에 세운 계획과는 다르다.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세력끼리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세운 전략은 플랜A는 물론이고 플랜B와 C까지 세워놨다고 해도 시시각각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어야 한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처럼 “누구나 얼굴을 크게 한 대 강타당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계획이란 걸 갖고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략은 유동적인 그림이며 그 그림 속에서 링컨이나 처칠처럼 통찰력을 갖고 상황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뛰어난 전략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전략은 매우 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넓게는 ‘전략’, 좁게는 ‘처세’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난무하는 것은 왜일까. 저자가 전략의 큰 그림을 방대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각 사례에 담긴 전략의 속성을 명확히 제시하지만 ‘전략이 무엇이다’라는 통합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것도 아마 전략의 속성을 저자가 잘 파악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전략이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책에 나오는 무수한 사례를 통해 편견과 아집, 상황에 대한 속단, 급변하는 사태에 어쩔 줄 모르는 우유부단함, 과거 성공에 대한 맹신,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 등이 전략의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잘못들은 머릿속에선 굉장히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전에선 쉽게 통제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 전략의 고수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10월 발생한 경기 성남시 판교 공연장 환풍구 사고 보도에서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이라고 잘못 보도한 JTBC ‘뉴스룸’ 등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룸을 진행하면서 ‘희생자 대부분은 학생들’ ‘안타깝게도 또 학생들’ 등의 단정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방통심의위는 또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MBN 뉴스 8’과 ‘SBS 뉴스 8’에 대해서는 위반 정도와 후속 조치 등에 따라 각각 경고와 주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참사 오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형 인명사고에 대해 불명확한 내용을 전달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조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튼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윤리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체육계 비리 개혁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전 장관과 김종 제2차관이 개혁 속도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체육계가 모두 비리 단체는 아니다. 점진적으로 바꾸자”라고 주장한 반면 김 차관은 “승부 조작, 체육입시 비리, 성폭력, 체육조직 사유화 등 체육계 4대악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체육계 개혁은 지난해 5월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다음 달 체육단체 감사 계획을 문체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안 돼 담당 체육국장과 과장이 물러났다. 이후 유 전 장관은 체육국장엔 박모 국장을 임명했고 한양대 교수이던 김 차관은 10월 부임했다. 김 차관은 “청와대가 체육계 개혁을 위해 나를 보냈다”며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개혁엔 공감하면서도 체육계 전체를 죄인처럼 만들지 말자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체육계에 따르면 당시 박 국장은 유 전 장관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박 국장은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만인 올 3월 자리에서 물러나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 파견됐고 김 차관 라인인 우상일 현 국장으로 교체됐다. 당시 우 국장은 문체부 산하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있다가 1년 기한의 해외 연수를 떠난 지 7개월이 채 안 됐을 때였다.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김 차관이 한양대 교수 시절 박사과정 제자였던 우 국장을 데려오기 위해 청와대에 부탁한 것으로 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체육국장을 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바꾸나’라며 반대했으나 결국 김 차관 뜻대로 됐다”고 말했다. 김종덕 장관이 부임한 뒤 10월 조직 개편으로 기존 4실 6국이 6실로 바뀌었다. 김 2차관은 그동안 1차관 소관이던 종무실과 관광체육레저정책실 분야까지 맡게 돼 역할이 더 커졌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청와대 인사 개입’ 발언과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의 당사자인 정 씨 딸의 특혜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유 전 장관이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청와대 이재만 비서관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면 정확하다. (청와대) 청탁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고 밝혔다”며 의혹을 해명하라고 추궁했다. 김 차관과 이 비서관은 한양대 동문이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유 전 장관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퍼즐이 다 끼워 맞춰졌다”며 김 차관을 몰아붙였다. 김 차관은 “유 전 장관이 저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인터뷰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비서관은 모르고 딱 한 번 인사한 것밖에 없다. 만약 이 비서관과의 사이가 언론에 나온 대로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의 승마협회 감사 지시 의혹 관련 담당자였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의 경질 등에 대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에 (비리) 민원이 들어가서 알아보라고 지시했더라도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유 장관이 당시 인사를) 해놓고 난 뒤 물러나서 이제 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경질은) 체육계의 비리 척결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정 씨 딸의 경기성적증명서 등을 제시하며 “해당 선수는 2007년부터 계속 1등을 했고,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마장마술에서는 남녀 선수 32명 중 5등을 차지해 금메달에 기여했다”며 야당의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힌 메모를 전달한 것이 문제가 돼 한때 정회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설훈 위원장은 “이런 일이 세상에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느냐”며 “공직자가 그걸 직속상관에게 메모라고 전달하고 있나”라며 질타했다. 김 장관은 “부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공식 사과한다”며 “상임위가 끝나는 대로 가서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유 전 장관이 인사 개입 당사자로 김 차관을 지목하고 김 차관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자 문체부 내부는 착잡한 분위기였다. 문체부 출신의 전직 고위 간부는 “현직 차관이 전 장관에게 소송을 거는 초유의 사태를 밖에서 봐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서정보 기자}
세 살 때부터 21가지 귓병을 앓고 초등학교 3학년 때 두 번 유급했으며 학습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급에 배정돼 배움에 흥미를 잃었던 소년이 있다. 하지만 이 소년은 미국 카네기멜런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예일대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대 심리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펜실베이니아대 긍정심리학센터에서 과학 부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바로 저자다. 어릴 적 구제불능일 것 같던 그가 어떻게 유명 대학을 섭렵하며 배움의 길을 밟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의 ‘재능’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을지 탐구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각고의 노력과 연습으로 성취를 거둘 수 있다는 기존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아이들마다, 또 재능의 분야와 정도에 따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고 주장한다. 흔히 분류 척도로 삼는 IQ 검사는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데 불과하고 몽상, 창의적 생각, 열정, 직관 같은 정서적 측면이 보다 중시돼야 한다. 저자는 이를 ‘개인지능’으로 명명하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결코 낙인찍기를 해선 안 되며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일에 참여시키고 불가능한 것을 꿈꾸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어느 날 비구 말루캬푸타가 붓다에게 신과 우주, 세계의 근원에 대해 묻고 “이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하면 떠나겠노라”고 했다. 붓다는 이런 우화를 들려줬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는데 치료 받기 전에 화살을 쏜 궁수 이름과 계급, 화살을 쏜 거리, 화살을 만든 나무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 우화는 절대자의 본질을 성찰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구원을 원하는 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교는 유일신을 모시는 종교와는 달리 신과 세계의 창조 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인간의 실존적인 고통을 구제하는 데 더 관심 있는 종교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종교역사학자와 언론인의 대담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이처럼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세계 주요 종교의 교리는 물론이고 탄생의 역사, 종교 간 비교, 무신론, 종교의 광기 등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종교는 물론 역사 철학 사회학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감탄스럽다. 저자는 스스로 그리스도교인이라고 밝히면서도 비판적 시각에서 종교에 접근한다. 특히 역사적 증거를 다양하게 들이대며 특히 성경 꾸란 등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근본주의적 주장을 반박한다. 모세가 홍해의 기적을 연출하며 60만 명의 히브리인을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이끌고 간다는 출애굽이 과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당시 이집트인의 역사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시콜콜한 사건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는데 유독 출애굽에 대해선 어떤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출애굽이 굉장히 소규모로, 이집트 파라오도 모르게 떠났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또 여호수아 일행이 여리고 성을 7일 동안 7번씩 돌자 성이 무너졌다는 시점도 여리고 성이 이미 이집트인에게 멸망한 지 2세기나 지난 때였다는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제시한다. 유일신의 모태라고 알려진 유대교는 기원전 7세기∼기원전 5세기 무렵에야 유일신 이론을 정립했다. 이는 유대인들의 바빌로니아 유배 시절 조로아스터교를 접하면서 그 이론을 수용한 결과였다. 또 이슬람교의 경우에도 무함마드가 7세기 종교를 창시할 때 꾸란의 내용을 하나님에게 직접 받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꾸란이 8세기부터 순차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영향을 듬뿍 받았다는 것을 여러 판본의 비교를 통해 보여준다. 신의 이름을 내건 폭력과 살육의 역사, 18, 19세기부터 유럽에 불기 시작한 무신론의 바람, 1963년 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한 가톨릭교회의 변화 등을 종횡무진 짚으며 종교의 역사와 그 변화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미래의 신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신이 인성을 겸비한 신(의인화된 신)에서 인성과는 무관한 신으로, 교리를 말하는 남성적인 신에서 사랑과 보호를 중시하는 여성적인 신으로, 신자의 외부에 있는 신에서 신자의 마음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신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과 종교에 대해 책의 마지막 장, ‘대담을 마치며’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세기 동안 인류와 인식의 진보를 저해하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는 신앙 혹은 신앙의 부재가 아니라 교조주의적 확신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시간 없어 공부 못한다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못할 사람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저자가 후배에게 늘 강조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평소 ‘시간 없다’란 핑계로 젊은 세대에게 마땅히 해줘야 할 말을 해주지 못했다는 후회 끝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맨손에서 기적처럼 일어선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당부하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또 일제강점기 시절 안중근, 도산 안창호, 우당 이회영, 육당 최남선 등 선구자들의 영예와 비애를 다루며 역사를 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또 한국인의 뿌리와 민족성, 남북 분단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 한국인과 일본인의 비교, 문화대국의 길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지식과 식견을 보여준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소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이용해 퍼즐처럼 이미지를 구현하는 어른용 장난감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입니다."(발표자) "가격은요?"(방청객) "대형 프리미엄 키트를 2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발표자) "어른용이라지만 장난감에 20만원은 비싸지 않나요. 구매층은 구체적으로 누구죠?" 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 있는 콘텐츠코리아랩 센터 10층.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 본부가 콘텐츠 관련 예비창업자를 위해 운영한 '아이디어 융합공방'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최종 결과 발표를 하는 데모(Demo) 데이 행사를 하고 있었다. 7월부터 시작된 1기 프로그램엔 21개 팀이 참가했으며 이날은 10개 팀이 개발 중인 콘텐츠 아이디어와 상품화 가능성에 대해 각 5분씩 설명하고 콘텐츠 전문가와 벤처 캐피탈 관계자 등 방청객과 질의응답을 가진 것. 참가 팀들은 방청석에서 쏟아지는 송곳 같은 지적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패기 있게 답을 이어나갔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톡톡 튀는 창업 아이디어만 있을 뿐 창업에는 아무 경험이 없던 20~40대의 예비 창업자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4개월간 열심히 개발한 콘텐츠 아이디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미스피커 팀은 얼굴형과 특징에 맞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앱 메이큐를 이미 개발해 시연중인 상태. 또 몸(MOM) 팀은 스마트TV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결합해 허리 어깨 등의 통증 치료를 위한 운동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 및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한글을 이용한 도깨비 캐릭터를 만든 두두리 팀, 졸린 새 '조조'라는 코믹 캐릭터를 만든 조조 팀, 시청자들이 함께 SNS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빅민TV 팀, 스냅샷에 대사 지문을 넣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스낵컬처를 제작중인 리얼툰 팀, 관광 정보 등을 랩 가사를 곁들인 영상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판타스틱도스 팀 등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콘텐츠코리아랩은 이들에게 작업 장비와 공간, 멘토링을 제공했다. 처음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의 숙성 과정을 거쳐 옥석을 가리도록 한 것. 특히 '아이디어 융합공방'의 멘토인 '공방장' 6명은 4, 5개 팀 씩 맡아 아이디어 개선은 물론 마케팅 전략과 저작권 보호 방법 등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멘토링을 제공했다. 몸 팀의 경우 공방장의 조언에 따라 운동 콘텐츠를 개발하려던 체대 출신 트레이너 3명의 '에프엠 스포츠' 팀과 미디어를 통한 미술 치료 컨텐츠를 개발하려던 'NXUX'팀이 합쳐 구성됐고 시너지 효과를 냈다. 또 배인식 공방장(전 그레텍 대표)는 판타스틱도스 팀에게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해 중국 홍보용 랩과 영상을 만들도록 하는 등 판로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미스피커 팀의 김효주 씨(22·서울여대 콘텐츠디자인학과 4학년)는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안드로이드 앱의 베타 버전을 만들었고 내년 3월엔 창업할 예정"이라며 "취업에만 머리를 싸매는 대학생들에게 다른 길잡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코리아랩은 이들 1기 팀 중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팀에게 내년 3월 산하 '창업발전소'의 심사를 거쳐 창업자금 2000만 원과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또 중소기업청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센터에도 추천할 예정이다. 박경자 콘텐츠코리아랩 본부장은 "10월에 2기를 뽑아 운영중이며 내년 1월 데모 데이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융합공방'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이 외에도 단기 지원과 창업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창업 희망자들이 과감히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콘셉트가 재미있다. 우주과학 분야에서 서로 비교할 만한 유명한 책 2권씩 골라 각각 서평을 쓴 뒤 서평 쓴 사람들이 대담을 나눴다. 이중 삼중으로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듯하다. 책은 모두 26권. 크게 과학지식과 공상과학(SF)소설이 만나는 ‘과학과 상상’, 과학자들의 평전이나 자서전을 다룬 ‘인물 대 인물’, 다중 우주나 11차원의 우주 등 최첨단 이론이 담긴 ‘이론 대 이론’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소설→평전→이론서 순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볼 때는 뒤로 갈수록 책 내용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최근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흠뻑 감동은 받았으되 웜홀, 블랙홀, 5차원 우주 등의 과학이론에 고개를 갸웃했다면 이 책에서 이해의 단초를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5차원의 책장 뒤편에서 딸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책을 떨어뜨리는 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리사 랜들의 책 ‘숨겨진 우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5차원 중력자라는 토끼를 쫓아 5차원 세계와 우리 세계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또 쿠퍼가 빨려 들어간 블랙홀에 대해선 기본 개념을 알고 있지만 그 이후는 진짜 영화처럼 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선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을 읽어볼 만하다. 어려운 논쟁이긴 하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우주비행사의 정보가 과연 어떻게 처리되느냐를 놓고 두 책은 서로 각을 세운다. 결국 호킹의 패배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블랙홀에 대한 이해의 지평은 훨씬 넓어졌다. 우주에 대한 질문은 결국 우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인류는 하나둘씩 그 근원에 대한 설명을 확대해 왔다. 책대책은 그 험난한 여정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 책이다. ‘우주와 관련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점이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결국 인류가 언젠가는 우주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지 않을까.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92분마다 지구가 떠오른다. 시속 2만8000km로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밝은 주황색의 사하라 사막, 희끄무레한 스모그에 뒤덮인 중국 베이징, 태풍의 눈을 중심으로 똬리를 튼 허리케인 등. 지상에선 힘든 상황일지 몰라도 우주에선 아름다운 장관이다. 눈을 잠시 돌려 먼 우주를 보면 새까만 공간으로 별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박혀있는 듯한 또 다른 광경에 숨을 죽인다. 캐나다 출신의 우주비행사인 저자는 20여 년간 훈련을 거쳐 4000여 시간에 이르는 우주 체류 기록을 남겼다. 이 책에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호의 달 착륙을 보고 우주 비행의 꿈을 품었던 아홉 살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나가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의 우주 비행 경력의 정점은 2012년 12월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146일간, 지구 궤도를 2336번 돌고, 총 1억 km를 비행하면서 사령관까지 맡게 된 것.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이 참여해 만든 국제우주정거장은 무게 450t, 넓이가 축구장 크기만 하며 1년 365일 우주비행사가 생활하고 있다. 저자는 우주 탐사의 장면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면서 생명에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우주에서의 삶을 통해 거꾸로 지구에서의 삶의 지혜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우주로 가는 길, 우주에서의 생활, 지구로 돌아오는 길은 매우 흥미롭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다음엔 무엇이 내 목숨을 노릴까’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있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마하 25의 속력까지 이르는 우주선의 발사, 줄 하나만 우주선에 연결한 채 망망한 우주를 떠돌아야 하는 우주 유영, ‘54분간 지구로 굴러 떨어지기’로 표현되는 착륙 상황 등에서 언제든 예측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역시 우주 유영 당시 갑자기 눈이 따가워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상황을 겪었다. 우주 공간에선 시각 외에는 의지할 게 없는데, 눈이 먼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 위험을 무릅쓰고 헬멧에 있는 산소를 빼내는 응급조치 끝에 겨우 시력을 회복했고 작업을 마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헬멧 앞 유리창 안쪽에 사용하는 김 서림 방지제를 완벽하게 닦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수백만 달러짜리 장비도 수건으로 유리창을 몇 번 더 닦지 않은 사소한 실수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강조한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야 한다. 우주비행사란 직업도 사소한 일의 모음이다.’ 그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한, 성공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흔한 처세술 책이 설파하는 ‘성공=자존감’이 사람들을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얘기한다. 그 스스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에 나의 자존감을 걸지 않았고” “우주 비행에 참가하는 것에 행복이나 직업적 정체성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몇 번이고 바뀔 수 있고 목표에 이르든 이르지 못하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한다면 그 사이 최종 목표가 바뀌어도 행복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의 원천을 이렇게 설명한다. “제로형 인간이 되라. 눈에 띄는 플러스형 인간이 되려고 하기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라. 제로형은 문젯거리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괜한 고생을 시키지 않을 만큼의 유능한 인간이다. 이건 달성하기 비교적 쉬운 목표이고 플러스형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질주한다. 직진 선로에 인부 5명이 있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선로에는 다른 인부 1명이 서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5명이 죽고, 선로 전환기를 조작해 전차를 옆 선로로 보내면 1명이 죽는다.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도덕적으로 옳은 것일까.’ 1967년 영국 철학자 필리퍼 풋이 제시한 이 상황은 50년 가까이 ‘전차 문제(Trolley Problem)’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논쟁을 불렀고, ‘전차학’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이 문제를 첫 주제로 다뤘다. 이 책은 ‘전차 문제’에 대해 소송이 진행된다고 가상한다. 검찰은 5명을 살리기 위해 전차의 진로를 바꿔 옆 선로의 1명을 숨지게 한 대프니 존스를 살인죄로 기소한다. 경찰의 증언과 검찰의 기소장을 시작으로 변호사의 반론, 교수 심리학자 주교 재판장 배심원단에 이르기까지 재판과 관련 있거나 논쟁을 벌일 만한 주변인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각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분석한다. 각각의 입장은 저자의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다.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아퀴나스의 신학, 니체의 ‘초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철학적 담론과 그동안 있었던 논쟁의 정수를 담아 다양한 견해로 정리했다. ‘전차 문제’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정도는 약하지만 유사한 상황을 우리는 현실에서 수없이 맞닥뜨리고 있지 않은지, 그런데도 ‘무엇이 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을 얼마나 떠올리는지,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왜 도덕적인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묻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그들은 섬 안에서 자생하는 야생 사과의 냄새로 살아간다. 그래서 고향을 벗어나 먼 곳으로 갈 때에는 그 사과를 챙겨 간다. 사과 향기를 맡지 못하면 금세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섬의 풍습은 다음과 같다. 결혼한 첫날밤에 신랑을 대신해 다른 남자가 신부 옆에 누워 그녀의 처녀성을 취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큰 대가와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 14세기 쓰인 ‘맨더빌 여행기’가 묘사하는 인도지역의 수많은 섬의 풍습이다. 지금 보면 얼토당토않은 얘기지만 동양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중세 유럽인에겐 호기심을 샘솟게 하는 지식 창고 같은 책이었다. ‘잉글랜드의 세인트올번스에서 태어난 나, 기사 존 맨더빌은 1322년 성미카엘 축일(9월 29일)에 항해를 떠났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예루살렘 튀르크 아르메니아 타타르 페르시아 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 리비아 칼데아 에티오피아 아마조니아 카타이(중국) 인도 등 동방을 34년간 여행하고 그 진기한 이야기를 썼다고 하고 있다. 존 맨더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의 존재는 이 책에 나온 것 말고는 전혀 역사적 근거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더빌이 실존했는지, 실제로 그가 지었는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이 책은 가짜다. 저자가 실제 동방을 갔다 와서 쓴 책이 아니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 책은 14세기 중반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늘날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사본은 1371년 프랑스 파리의 샤를 5세의 궁전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책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비롯해 당시 이미 발간된 동방 관련 30여 권의 책과 유럽에서 전승된 동방 관련 민담들을 적당히 짜깁기하고 자신의 주관적 견해 등을 집어넣어 만들었다. 하지만 동방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중세 유럽인은 사실보다 더 사실 같게 꾸민 이 책에 매력을 느꼈고 진실이라고 믿었다. 이 책은 당시 10여 개국에서 자국어로 출간돼 현재까지 남아 있는 필사본이 3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15세기 활판인쇄술이 등장한 뒤에도 가장 활발히 인쇄된 책이 성서 다음으로 이 책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유럽인들에게 이 책이 준 영향은 작지 않다. 콜럼버스가 유라시아 대륙 쪽이 아닌 대서양으로 출항하면서 인도를 발견할 것이라고 꿈꿨던 것도 이 책의 영향이었다. 이 책은 유럽에서 동쪽으로 갈 경우 중국이 먼저 나오고 인도는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고 기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인에게 신기한 동방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대항해 시대’를 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또 기독교 중심적 사고가 가득하던 유럽인 사이에 이교도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칭찬, 기독교 사회에 대한 비판, 민주주의적 사고 등이 책 곳곳에 나온다는 점도 놀랍다. ‘그들(원주민)은 고유한 신앙에 의지해 온갖 악덕과 악의, 죄악에서 벗어난 도덕적 삶을 살고 있다.’ ‘술탄이 그의 방에서 말하길 그리스도교도들이 신을 섬기는 축일에도 술집으로 가서 온종일 술을 먹는다. 예수처럼 겸손하고 온유하며 진실하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악한 쪽으로 기울거나 악행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 섬에선 왕을 언제나 선거로 뽑는다. 귀족이나 부자를 뽑지 않고 예절이 바르고 품행이 단정하며 정의롭고 나이가 많고 아이가 없는 사람을 왕으로 선출한다.’ 이 책이 국내에서 처음 번역됐다는 것도 놀랍고, 옮긴이가 이 책의 표절 대목을 일일이 확인해 60여 쪽의 ‘옮긴이의 주석’을 만든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차브(Chav)’는 영국의 하층계급을 지칭한다. 영국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또는 영국의 중산층 이상이 생각하는 차브는 대체로 낡은 공영주택에 살며 변변한 직업 없이 정부의 복지예산을 타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이 있다 해도 슈퍼마켓 점원, 콜센터 직원처럼 비숙련 노동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물론 그 자녀들도 폭력적 성향을 띠고 10대에 아이를 낳는 것이 흔한 일이다. 일종의 ‘사회적 기생 집단’ ‘폭력과 일탈 집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차브는 피해야 할 존재이자 조롱, 무시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영국의 헬스클럽 체인 ‘짐박스’는 ‘차브 파이팅’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폭력적 성향의 ‘차브’와 길거리에 마주쳐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체력과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여행사 ‘액티버티즈 어브로드’는 여행지에서 차브와 만나지 않도록 일정을 짰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이 같은 ‘차브 혐오’ ‘차브 왕따’ 현상은 대중문화에서도 반복 재생산된다. 유명 TV 드라마 ‘리틀 브리튼’에선 야비하고 뚱뚱한 싱글맘으로, 차브스컴 같은 웹사이트에선 짝퉁 브랜드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허영심 많은 캐릭터로 묘사된다. 한때 ‘캐주얼 스포츠 복장을 한 젊은 노동계급’이란 멋진 의미를 가졌던 차브가 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저자는 대처(보수당)와 토니 블레어(신노동당)의 합작품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대처는 ‘영국병’을 고친다는 이유로 탄광 노조를 굴복시키고 산업의 틀을 제조업에서 금융 정보 엔터테인먼트 등 비제조업으로 바꿔 나갔다. 또 국유 기업을 민영화했다. 이 같은 제조업의 폐기는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안정적 소비층이었던 노동계층의 몰락을 의미했다. 1990년대 집권한 신노동당 역시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중간계급’이란 구호로 누구나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다수 노동계급을 먹여 살릴 산업이 없어지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에선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대형 할인마트 판매원, 콜센터 직원, 간병인 등 비정규직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이 바로 차브의 원천이 됐다. 영국 정부는 차브가 복지급여를 부정으로 타내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적발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장애수당을 받는 사람은 1963년엔 50만 명이었지만 2009년 무려 26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실제 노동 능력이 제한되는 장기 질환자는 17.4%에서 15.5%로 줄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장애수당을 대책 없이 퍼준 것은 바로 정부다. 장애수당 수급자는 1990년대 초반 경기 후퇴의 여파로 가파른 급증세를 보였는데 존 메이어 총리가 물러나기까지 약 80만 명이 늘었다. 이는 정부가 장애수당을 실업자 수치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부유층의 탈세가 차브의 복지수당 부정수급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이 책은 사회 양극화 속에서 몰락한 노동계급의 비극을 수많은 인터뷰와 르포를 통해 보여주며 대처리즘과 신노동당의 제3의 길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올해 30세가 된 젊은 저자는 차브를 구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주택 건설 등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영국의 심각한 양극화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저자의 해법이나 대안이 우리 실정에도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아버지는 다음 주 목요일을 죽음의 날로 정했다.” 지적이고 냉철한 분석가이며 늘 토론을 즐겼던 아버지. 활기 넘치고 꼿꼿하게 모든 일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끌었던 아버지. 남에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아버지. 식품 전문기업인 크노르와 스위스 최대 미디어 기업 링기어의 대표이사를 거쳐 스위스 군대 개혁위원회를 맡아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도 늙고 병드는 세월의 흐름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아흔의 나이에도 열정적인 아버지를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배뇨 조절이 안 돼 요도에서 오줌 빼는 관을 달고, 산책하다가 갑자기 쓰러질 정도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아버지는 ‘자유 죽음’을 선택한다. ‘자유 죽음’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천사’라는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의 몇몇 나라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 허락된 ‘존엄사’를 의미한다. 이 아버지는 뇌종양 같은 불치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더이상 존엄이 허용되지 않는 삶에 염증을 느껴 ‘죽음의 천사’를 선택했다. 늘 두 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요구했던 아버지. 그래서 불화했고 갈등을 빚었던 부자 관계. 저자인 둘째 아들은 1년 동안 아버지를 돌보며 존경하면서도 불편했던 아버지와 진정한 화해를 한다. 그 과정을 감정의 과잉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아버지는 죽음의 천사라는 약을 먹기 전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며 부족한 것은 없었다. 내 두 아들이 바로 내가 누린 행복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통합진보당에선) 특정 정파가 지하당처럼 움직였다. 여기(지하당)에서 오더(Order)를 내리면 그것을 다 관철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 전 대표는 최근 발간된 인터뷰 책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비아북)에서 “(통진당 내에)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정파가 은밀하게 존재했지만 한 명도 시인한 바 없다”며 “이게 민주주의에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내란 음모의 주요 근거가 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모임에 대해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사람(이 의원)이 이정희 대표를 한 칼에 벴다. 그날 이후로 당 성명서고 뭐고 다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한 칼에 벴다는 건 당시 이 대표가 ‘(북한이) 미사일 쏘지 마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이 의원이 ‘자기 무기 자기가 쏘겠다는데 왜 쏘지 말라고 하나’라고 질책한 것을 말한다. 노 전 대표는 “5월 12일 모임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른다’고 한 얘기는 통진당 강령은 물론이고 6·15선언에도 위배되는 반평화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 전 대표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유일한 기치가 자주’라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1990년대 사회주의 몰락 이후 고난의 행군을 겪을 정도로 외부 의존적 경제를 가진 북한이야말로 가장 비자주적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빌 머리와 앤디 맥다월이 주연한 ‘사랑의 블랙홀’(1993년)이란 영화가 있다. TV리포터인 남자 주인공과 PD인 여자 주인공이 한 마을로 취재를 나갔다가 폭설 때문에 마을에 갇힌다. 그런데 남자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매일 오전 6시에 어김없이 눈이 떠지는데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 심지어 자살도 해보지만 반복은 그치지 않는다. 결국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내일’을 맞게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지루함이 얼마나 인간을 좌절시키는지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많은 궁금증이 들었다. 지루함만 가지고 과연 한 권의 철학책을 만들 수 있을까. 지루함이란 것 자체가 철학자들의 고민 속에 들어있기나 한 걸까. 1974년생인 저자 고쿠분 고이치로는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진 철학자로 이 책으로 2011년 ‘기노쿠니야 올해의 인문대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파스칼 러셀 니체 헤겔 마르크스 하이데거 아렌트 들뢰즈 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언급한 지루함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지루하다는 것의 정의와 본질을 풀어낸다. 특히 하이데거의 경우 지루함을 본격적으로 설명한 철학자로 상당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다. 저자를 가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저자의 주장을 전한다. ―지루함은 인간의 본성인가. “호모사피엔스인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유목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돼 ‘정착’ 혁명이 일어난 뒤부터 유목생활 때 발전시켰던 ‘새로운 환경에 대한 탐색 능력’이 필요 없어졌다.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지루함이 생긴 것이다. 인류에게 지루함은 매우 짧은 역사를 가진 사건이지만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됐다.” ―그러나 농민 같은 하층 계급은 지루함을 느낄 한가함이 없지 않았나. “자본주의 이전엔 한가로움을 독점한 유한계급이 주로 지루함의 주체가 됐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누구에게나 ‘여가’라는 권리가 주어졌다.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함이 화제가 된 것은 19세기 들어서였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일어나는 지루함의 양상은 무엇인가. “소비다. 현대의 소비는 ‘내가 무엇을 원해서’가 아니라 ‘자본이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자극하면서’ 이뤄진다. 현대의 소비는 해당 물건을 즐기지 못하고 그저 그걸 사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따라서 끝이 없다.” ―대체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철학적 용어로 풀이하자면 ‘공허하게 방치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좌절된 상황이다. 여기서 사건이란 어제와 오늘, 과거와 현재를 구별해주는 것이다. 사건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루함의 반대는 무엇인가. “흔히 쾌락이라고 잘못 이해하기 쉬운데 사실 ‘흥분’이다. 낚시꾼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고 치자. 낚시를 하기 위해 드는 비용만큼의 물고기를 사주겠다고. 낚시꾼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낚시꾼은 고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걸 원한다. 그에게 고기는 욕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욕망의 원인은 아니다.” ―왜 지루함을 철학적 고찰 대상으로 삼았나. “그건 ‘인간다운 삶’이 과연 무엇일까를 고찰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됐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괴로워한다. 지루함을 때때로 느껴야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 즐거움을 알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즐거움은 훈련을 통해 더 확장된다. ‘지루함을 어떻게 맞이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자신에 대한 질문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전쟁 기아 빈곤 등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타인에게 과연 어떻게 지루함을 선사하는 세계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채소나 과일은 흐르는 찬물에 씻는 게 당연한 상식 아닌가. 그래서 섭씨 50도 안팎의 물로 씻어야 더 싱싱해지고 오래간다는 저자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채소가 익어버려 맛이 없어지거나 과일의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사진을 비교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바나나를 50도의 물로 씻었을 때와 안 씻었을 때의 차이가 선명하다. 왜 50도일까? 뿌리가 뽑힌 채소는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잎과 줄기의 기공을 닫아버린다. 이를 50도의 물로 씻으면 순간적인 열의 충격으로 기공을 열어 수분을 한순간에 흡수하는데 이때 세포막은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면 식물 세포가 싱싱함을 되찾아 신선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채소의 쓴맛과 농약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둔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사과 딸기 포도 등을 50도로 씻으면 당도가 높아지고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도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잡내가 없어진다고 설명한다. 다만, 생선과 고기는 씻은 뒤 바로 조리해야 한다. 저온 찜을 연구하던 저자는 50도에서 가장 찜이 잘된다는 걸 발견한 뒤 이를 씻는 데도 적용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2000년 벨연구소에 들어간 독일인 얀 헨드리크 쇤은 내성적이고 혼자 있길 좋아했다. 처음엔 연구소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그는 초전도와 나노기술 분야에서 갑자기 뛰어난 성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획기적 논문을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올렸고 순식간에 벨연구소의 영웅이 됐다. 그의 연구는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가 명성을 얻으면 얻을수록 그는 더욱 혼자 연구에 몰두했고 평균 8일마다 저자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왕성한 성과를 보였다. 그의 연구를 재현하려는 다른 학자들은 거듭 실패했으나 그의 명성에 눌려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쇤의 여러 논문에 나온 자료가 사실상 같은 자료라는 것을 발견한 한 연구자의 폭로로 쇤의 사기극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하고 트랜지스터 레이저 등을 개발한 벨연구소가 왜 그의 사기극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까. 또 쇤은 왜 대담한 사기극을 벌였던 것일까. 이 사건은 당시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인수합병된 벨연구소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연구원 사이에 경쟁을 시켰던 것과 그런 경쟁 분위기 속에서 윗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속여서라도’ 제출하고 싶었던 쇤의 합작품이었다. 지난해 하버드대에서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자퇴 권고가 내려졌다. 집에 가져가서 풀어오라고 한 시험 문제에서 유사한 답안지가 무수히 제출됐기 때문이다. 치열한 점수 경쟁이 빚어낸 비양심과 부정 행위였다. 이 책은 경쟁이 개개인에게 자극을 줘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내게 한다는 오랜 믿음이 완전히 그릇됐다고 주장한다. 가정과 학교, 기업, 과학계, 스포츠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은 비효율과 낭비, 비리와 부정을 불러오는 독소라는 것이다. 불륜은 부부가 가정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다가 벌어지기 쉽고, 점수 향상을 부추기는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의욕을 꺾어놓는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기업은 어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0여 년간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실패한 건 ‘스택 랭킹’(고과 하위 10%를 강제로 내쫓는 것)의 결과라는 얘기를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랭킹 경쟁에 휩싸인 임직원들은 경쟁자를 헐뜯고 단기적 이익에 연연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며 좋은 아이디어를 공개석상에서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은행들이 수익 경쟁을 벌이면서 부실 대출을 마구잡이로 해주다가 빚어졌다. 안팎의 경쟁으로 창의력을 잃은 기업은 가격을 후려치고 제3국의 저임금 노동자를 사용해 비용을 줄이는 것을 혁신으로 받아들인다. 경쟁이 가장 자연스러운 스포츠계 역시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비인간적이다. 2010년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선수 48명은 “리그 주전으로 뛸 수 있다면 영구적 뇌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53.6%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들을 비정상적 판단으로 몰아넣고 약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게 한다. 경쟁은 좀 더 크고 빠르고 힘센 것을 원한다. 덩치를 키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큰 덩치는 외부 위기가 닥치면 취약하기 그지없다. 저자는 경쟁의 폐해를 방대한 인터뷰와 사례 분석으로 짚어 설득력을 높였다. 여기에 각 분야마다 신뢰와 자유, 상호 헌신을 바탕으로 경쟁의 폐해를 막아온 곳과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의 모든 직원이 직급 없이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현장을 보여준다. 과연 경쟁이 이 폐해들의 원죄를 모두 뒤집어써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지만 경쟁 없이도 창의력 효율성 위기대응력은 물론이고 인간적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음미해볼 만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