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이슬람식 얼굴 가리개 단속 등에 대한 반발로 폭력 사태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파리 남서쪽 이블린 지역의 트라프 시에서 20일 밤 차량 20여 대가 불타고 시민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프랑스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이 사건은 18일 밤 한 시민이 얼굴 가리개를 한 아내에게 벌금을 부과하려는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경찰관의 목을 조른 혐의를 받고 있다. 19일 밤부터 이슬람교도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 300여 명이 트라프 경찰서 인근으로 몰려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트라프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14세 소년이 눈에 중상을 입고 경찰관 4명이 다쳤다. 시위는 주말 내내 계속됐으며 20일 새벽에는 자동차 한 대가 경찰서로 돌진하기도 했다. 르몽드지는 “엘랑쿠르나 기앙쿠르 같은 인근 지역에서도 버스 정류장과 거리에 세워 둔 자동차가 불에 타는 등 폭력 사태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뉘엘 발 내무장관은 국내 무슬림 존중과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경찰을 늘려 배치했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 4월 얼굴 가리개 착용을 금지한 이후 ‘특정 종교를 노린 적대화 정책’이라는 이슬람교도 측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얼굴 가리개 착용을 강요한 사람은 3만 유로(약 44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가리개를 쓴 여성은 소액의 벌금을 내거나 시민의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 파리 교외에서 대규모 시위 사태가 발생한 것은 2005년 경찰에 쫓기던 청소년 2명이 변전소에 숨었다가 감전돼 죽으면서 촉발된 시위 이후 처음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중국 정부가 조종하는 해커 집단이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들의 e메일을 해킹한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이 알려주었다고 EU 전문매체 EU옵서버가 17일 보도했다. EU옵서버에 따르면 2011년 7월 ‘코멘트’와 ‘비잔틴 캔도르’라고 불리는 2개의 해커집단이 EU 이사회 전산망에 침투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질 드 케르쇼브 EU 대테러조정관 등 고위관리 11명의 e메일을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다. e메일에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관한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EU옵서버는 당시 이 같은 해킹 사실을 EU 측에 알려준 것이 미국 정보기관이었다고 폭로하며 “미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곧 발표할 ‘2013년 외교백서’에서 평론과 한 장(章)을 할애해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등을 거론하며 “중국은 인터넷 해킹의 피해국이며 인터넷을 이용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17일 전했다.파리=전승훈·베이징=이헌진 특파원 raphy@donga.com}

군부와 자유세속주의 세력이 중심이 된 이집트 과도정부 새 내각이 16일 출범했다. 새 내각에는 여성과 기독교인도 포함됐지만,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계가 배제돼 향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아들리 만수르 임시정부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하짐 알베블라위 총리를 비롯한 각료 35명의 취임 선서식을 열었다. 군부 최고 실력자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제1부총리에 취임했고, 레다 하페즈 중장이 방산장관에 임명되는 등 군부 인물도 요직을 차지했다. 새 내각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을 이끈 자유세속주의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경제 분야 전문 변호사이자 이집트금융감독기구(EFSA) 수장을 지낸 지아드 바하 엘딘이 제2부총리 겸 국제협력장관을, 헌법학자이자 국제법 교수 출신인 호삼 에잇사가 제3부총리 겸 고등교육장관을 맡았다. 외교장관에는 1999∼2008년 주미 대사를 지낸 핵군축 전문가 나빌 파흐미가 임명됐다. 라일라 라셰드 이스칸데르 환경장관을 비롯해 공보장관, 보건장관 자리에는 여성 장관이 취임했다. 수십 년 동안 이집트 내각에는 2명 이상의 여성 각료가 포함된 적이 없다. 또 이스칸데르 장관을 비롯한 총 3명의 기독교도가 내각에 진출했다. 이날 출범한 내각에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이슬람 계열이 모두 배제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장관(12명)을 비롯해 보수 이슬람정당인 ‘알누르당’, 온건 이슬람정당 ‘알와삿당’ 등 친이슬람계 장관 17명이 내각의 핵심 부서를 장악했다. 무슬림형제단과 알누르당 등 이슬람 세력은 내각 참여를 거부하고 새 내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는 내각 발표 하루 전인 15일 저녁부터 16일 새벽 사이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사태가 벌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260여 명이 다쳤다. 게하드 엘하다드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불법적인 정부, 불법적인 내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슬람 세력 측에 17일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알누르당도 성명을 내고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몰아내고 정부를 장악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의 비밀 정보수집 행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감시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NSA 내부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14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스노든의 폭로를 최초로 보도한 그린월드 기자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NSA가 어떻게 세워지고 활동하는지에 관한 내부 지침을 담은 문서 수천 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월드 기자는 스노든이 확보한 자료들에는 NSA의 활동이 상세히 설명돼 있어 이 정보에 접근하면 미 정보당국의 도청을 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테판 스발포르스 스페인 우메오대 교수(사회학과)는 스노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4일 보도했다.}
독일 바이에른 주의 한 사립고등학교 졸업생 27명 전원이 최근 치러진 대입수학능력평가 필기시험에서 낙제했다. 학교는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독일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인 바이에른 주에서 보통 공립학교 학생의 97%, 사립학교 학생의 90% 이상이 대입수능시험인 아비투어에 합격한다. 그런데 2011년 슈타인푸르트 시에서 개교한 사립고교인 EPFOS 전교생 27명이 필기시험에서 낙제했다. 그중 2명은 구술시험을 통해 가까스로 구제됐다. 비싼 학비를 주는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두고 독일 언론은 ‘교육 대참사’라며 원인 찾기에 나섰다. 바이에른 주 교육당국도 이 학교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루드비히 웅거 교육부 대변인은 “학교 측이 총체적으로 학사관리에 실패했다”며 “EPFOS는 8월 말 시작하는 새 학년도 수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의 웹사이트에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소규모 학급, 열정적인 교사. 불안과 과로로부터 해방된 수업(Lernen-frei von Angst und ¨Uberforderung)”이라는 홍보문구가 적혀 있다. 한 달에 140유로(약 21만 원)의 수업료를 받는 이 학교는 ‘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첫 사립고’를 표방했지만, 한 명도 경제, 수학, 기술 과목에서 낙제를 면치 못했다. 이 학교는 장기결석도 문제 삼지 않았다. 실제로 학생의 10% 이상이 수업에 불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졸업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고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을 재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학생 대부분은 인근 공립학교로 전학 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27명의 학생 중 15명이 전입시험에서 공립학교 12학년에 입학할 수 있는 점수(3.5점)를 얻지 못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노든은 미국에 최악의 악몽이 될 정보를 가졌다.”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도피 중인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신변을 위협받을 경우 미국에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폭로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46)가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를 최초로 특종 보도했던 그린월드 기자는 13일(현지 시간) 브라질 일간지 ‘라나시온’과 인터뷰에서 “스노든이 가진 수천 건의 문서파일 전체가 세계 곳곳의 몇몇 사람에게 전달됐으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와 관련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자체의 결함을 지적했다. 슈피겔 온라인판은 8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사고 발생은 그저 시간문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 항공기도 3주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에 실패한 적이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착륙 실패율이 전 세계 국제공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루프트한자 측은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대해서는 특별 안전수칙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여러 번 착륙해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들의 증언과 사례를 들며 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 조종사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착륙을 하기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까지 말했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공항 주변의 소음 제한 규제 탓에 멀리서부터 낮게 접근하지 못하는 공항”이라며 “항공 교통 관제사가 짧은 시간에 급경사 착륙을 유도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조종사들에게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조종사는 “이로 인해 비행기의 급강하 속도가 최대 허용치를 넘어서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슈피겔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시설 개조 공사 중이어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하는 ‘글라이드 슬로프’를 비롯해 착륙 유도등, 접근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한 조종사는 “전자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전 경고 등을 통해 공항에 가파른 각도로 접근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 각도를 사전에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항공사 기장들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와 인접한 지형적 특성 외에 관제 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기장들은 공항 활주로에 안정적으로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야 할 지점에 도달했는데도 공항 관제사들이 지시를 뒤늦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잉777 기종 운항 경력만 10년이 넘는 A 기장은 “고도를 낮추라는 지시가 제때 떨어지지 않아 짧은 시간에 고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장관석 기자 raphy@donga.com}
“독일 영국 등 서방국도 미국의 정보기관에 협력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독일 연방정보국(BND)을 포함한 서방 정보기관이 미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에 협력했다고 7일 발간된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스노든은 “NSA 내 해외국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다른 나라와 제휴 사업을 추진했다”며 “NSA의 불법 사실이 알려졌을 때 역풍을 차단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기획됐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스노든이 5월 하와이에 머물 당시 암호로 된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고 슈피겔은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NSA가 영국의 ‘템포라’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전화와 인터넷을 감시해왔다는 스노든의 폭로에 대해 “냉전시절의 전술”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문제는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독일 정보기관이 나치, 옛 동독 시절도 아닌 최근까지도 비밀스럽게 사생활을 도청해왔다는 폭로에 메르켈 총리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NSA가 최근 10년간 브라질에서도 미국 통신기업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주고받은 전화와 e메일 수백만 건을 감시해온 사실이 스노든의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브라질 일간지 글로부가 7일 보도했다. 한편 보름째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발이 묶인 스노든을 위해 쿠바도 7일 망명 허용 의사를 밝혔다. 스노든에게 망명 허용 의사를 밝힌 곳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에 쿠바까지 가세했지만 여전히 스노든의 망명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다비드 초케우앙카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7일 “최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전용기에 스노든이 함께 탑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영공 통과를 거부한 사건은 항공 관련 국제조약과 협정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볼리비아가 미국 정보당국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망명을 허용했다. 이로써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한 나라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포함해 3개국으로 늘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6일 “미국과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전혀 두렵지 않다.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다면 기꺼이 망명처를 제공하겠다”며 볼리비아 주재 미대사관의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스수출국 포럼을 마치고 볼리비아로 돌아가려던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스노든을 전용기에 태웠다는 의혹을 사 오스트리아에서 13시간 동안 발이 묶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등 남미 정상들은 5일 이 사건에 대해 비난하는 모임을 가진 직후 스노든의 망명 허용 방침을 밝혔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전했다. 스노든은 그동안 20개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환승구역에 2주째 머물고 있는 스노든은 망명 허용국이 나타나 원하면 러시아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축구가 대중의 사회의식을 마비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구경기가 열리는 일요일에 혁명이 가능한가” “나는 축구를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축구광들이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축구 이야기만 해대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피해 프랑스 파리에 집을 얻어 살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게 브라질 사람들이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요즘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브라질 월드컵의 리허설격인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식에 참석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게 관중은 야유를 보냈다. 거리에서는 “엿 먹어라, FIFA(국제축구연맹)!” 같은 구호가 터져 나왔다. 브라질은 지난 2년간 월드컵 개최 경비에 140억 달러(약 16조2000억 원)를 쏟아 부었다. 그런데 6월 초 상파울루 시당국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3헤알(1563원)에서 3.2헤알(1667원)로 인상하자 갑자기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교통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트위터 메시지가 불과 보름 만에 브라질 전국을 뒤흔들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어떻게 축구를 가장 사랑하는 브라질인들이 축구에 대한 국가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공공의료와 대중교통 서비스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일까. 브라질 사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로스 인디그나도스(Los Indignados·분노한 사람들)’의 연장이다. 2010년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 외교관이었던 스테판 에셀이 출간한 책 ‘분노하라(Indignez-Vous)!’의 메시지는 지구촌을 휩쓸었다. 스페인 젊은이들이 시작한 ‘로스 인디그나도스’ 시위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내는 ‘아랍의 봄’으로 번졌고, 그리스 사태를 넘어 미국 뉴욕 월가 점령시위로 이어졌다. 나라마다 종교, 민주화, 실업, 금융위기 등 시위의 이유는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이 커다란 불길로 번진다는 점이다. 5명이 사망하고 5000여 명이 다친 터키 시위도 탁심 광장 한 구석의 녹지대 공원에서 나무를 베어내는 일에서 시작됐다. 작은 사회적 균열이 수십 년간 누적돼 온 불만을 깨닫게 하고, 참고만 살아온 사람들에게 분노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시위를 체험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 도심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지난 10년간 신흥경제국으로 떠오른 브라질 터키에서도 최루탄과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상에 젖게 된다. 로스 인디그나도스는 언젠가 중국을 거쳐,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잘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정당한 분노가 사회를 성숙시킨다. 전승훈 국제부 차장 raphy@donga.com}

중국이 최근 북극 석유개발에 나서는 등 ‘북극 공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 진출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견제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사회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를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북극이사회 정식 회원국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8개국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아이슬란드도 최근 경제성장률 2.5%, 실업률 5%대로 경기 회복에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형편이다. 북극이사회 정식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는 중국의 북극 진출을 외교적으로 돕는 대신 ‘차이나 머니’를 통해 ‘북극권의 싱가포르’로 도약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중국 국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아이슬란드의 석유개발 기업인 ‘아이콘에너지’로부터 북동부 해안지역 석유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CNOOC는 북극지역에서 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든 첫 중국 기업이다. CNOOC의 아이슬란드 유전개발사업 진출은 중국이 지난달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정식옵서버(permanent observer)’ 국가가 된 지 한 달이 채 안 돼 이뤄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한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북극 비연안국들도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다. 중국의 ‘아이슬란드 공략’은 북극의 석유 가스 등 자원을 중국이 싹쓸이해 ‘제2의 아프리카’로 만들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거는 제동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4월 15일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요한나 시귀르다르토티르 총리와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해 유럽 국가와 처음으로 FTA를 맺었으며 내년 1월 정식 발효된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2만 명에 국내총생산(GDP) 140억 달러로 세계 120위다. 중국은 이런 나라와 FTA를 맺기 위해 10여 년간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FTA 체결 이후 중국개발은행과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인 아리온 은행 간 협력 협정체결, 중쿤(中坤)집단의 아이슬란드 북동부지역 리조트 시설 개발 추진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아이슬란드의 청정에너지인 지열발전에도 관심이 크다. 화산섬인 아이슬란드는 에너지의 25%를 지열에서 얻는다. 중국은 레이캬비크 등 아이슬란드 심해(深海) 항구의 환적시설 개발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수심 약 70m인 심해 항구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해의 환적 항구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7∼9월 중국 쇄빙선 ‘쉐룽(雪龍)호’는 칭다오(靑島)∼베링 해협∼아이슬란드를 오가는 북극해 항로 시험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빙하가 녹는 북극해는 군사적으로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공방위시스템의 핵심 작전구역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부자 황누보(黃怒波)가 아이슬란드 동북부의 황무지 300km²를 사들여 호텔과 골프장을 갖춘 리조트로 개발한다고 했을 때 아이슬란드 정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불허한 것도 중국이 이곳에 비밀 군사기지를 지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까지 본격 가세한 북극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북극해 연안 5개국(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은 앞다퉈 개발전략을 발표하며 대규모 탐사 및 개발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2007년 배타적경제수역 확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로모노소프해령에 국기를 꽂아 자국 영토임을 주장했다. 캐나다도 북극권에 10여 개의 탐사 및 개발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북극해에서 핵잠수함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북극 진출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연안 5개국 중 가장 먼저 북극해 대륙붕 한계선을 확정해 석유탐사를 시작했다. 올해 정식 옵서버 국가가 된 한국 중국 등 5개국도 북극 자원과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적이다. 박근혜정부는 ‘북극 항로와 북극해 개발 참여’를 14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로 선정했다.전승훈·최지연 기자 raphy@donga.com}

몇 년 전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 갔을 때 한국과 관련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 역사기록과 문화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심지어 결혼 안 한 남성을 ‘총각’이라고 부르는 쓰시마의 택시 운전사에게 “총각이 한국말인 줄 아느냐?”고 묻자 깜짝 놀라던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임진왜란을 비롯해 일본이 조선 침략을 할 때마다 선봉기지는 늘 쓰시마였다. 실제로 해가 진 후 쓰시마의 전망대에 서면 부산 광안대교의 불빛까지 훤히 내다보인다. 척박한 쓰시마에 살던 왜구들의 눈에는 풍요로운 조선의 남해안 일대만 보면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전망대 부근에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해군기지 시설이 있다. 쓰시마가 세계적인 군사요충지로 떠올랐던 것은 1905년 러일전쟁 때다. 당시 러시아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확정짓기 위해 북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발트함대를 동아시아까지 출격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당시 영일(英日)동맹을 맺고 있던 영국의 방해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했다. 결국 발트함대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까지 오는 장장 6개월간의 항해를 하는 동안 기진맥진하고 만다. 쓰시마의 만세키바시(萬關橋)에 가면 러일전쟁 기념비가 서 있다. 이곳은 쓰시마의 허리를 잘라 대한해협과 쓰시마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파놓은 운하다.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은 함대를 조선의 진해만과 대한해협 쪽에 숨겨두고, 러시아의 발트함대가 쓰시마해협을 통과할 적에 급습해 대승을 거뒀다. 만일 러시아의 발트함대가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지나는 먼 길을 돌아오지 않고, 북극해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당시 북극해는 빙하로 가득 찬 바다였기 때문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해 항로가 열리게 된 요즘이었다면, 러시아의 발트함대는 베링 해협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한 달도 안 돼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패배했다면, 조선도 일제의 식민지가 되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북극의 기후변화는 세계 군사력의 판도를 바꿀 만한 대사건이다. 북극해는 반경 5000km 안에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한국 등 산업국가들로 둘러싸인 21세기의 지중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가 개발되는 북극은 중동보다 더욱 첨예한 분쟁이 벌어지는 ‘뜨거운 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러시아와 캐나다는 북극에 군사기지를 설치했고, 미국은 빙하 밑을 통과하는 잠수함을 개발했다. 그러나 얼음으로 지켜온 청정바다 북극은 오염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북극의 미래에 대해 인류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북극해 연안국들로만 구성된 북극이사회가 지난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까지 정식옵서버 자격을 확대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67·사진)가 2015년 대선 출마의사를 밝혔다. 수지 여사는 6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지역포럼에 참석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고 싶다. 솔직해지고 싶다. 만일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국민 앞에서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신의 출마를 막는 헌법 개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인과 결혼해 남편 국적의 두 아들을 둔 수지 여사가 대통령이 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군사정권이 수지 여사를 겨냥해 제정한 헌법에 따르면 배우자나 자녀가 해외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국가수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원 75%의 찬성을 얻어야 하므로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군부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설사 민간인으로 75%를 채우더라도 적어도 우리와 함께할 용감한 군인 한 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사진)팀과 러시아 연구팀이 빙하기 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의 사체에서 혈액 등을 확보해 ‘매머드 복제’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과학자들이 극동 러시아 해안의 랴홉스키 섬에서 1만 년 동안 묻혀 있던 암컷 매머드 사체에서 혈액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황 전 교수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측도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수암 측과 러시아 사하공화국 동북연방대는 지난해 ‘매머드 복원을 위한 한-러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매머드 조직 발굴 및 채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8일부터 한 달간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등에서 양측이 공동으로 채취 작업을 벌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러시아 연구팀이 랴홉스키 섬에서 추가 작업을 벌였다. 매머드 탐사팀장인 세묜 그리고리예프 러시아 동북연방대 박물관장은 “이번 발견은 매머드가 물이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죽으면서 하반신이 얼음 속에 그대로 보존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육조직은 붉고 신선했으며 곡괭이로 얼음을 깨자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며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와 극지방 생물 특유의 체내 부동액 성분 덕분에 고생물학 역사상 가장 잘 보존된 상태의 매머드 혈액을 발견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수암 측의 송희진 연구원은 “온전한 기능을 갖춘 세포(intact cell)만 확보되면 매머드 복제 가능성이 있다”며 “7월 러시아로 가 온전한 세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아직 복제 성공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기존의 경험과 기술을 모두 동원해 복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전한 세포’가 확보되면 핵을 코끼리의 난자에 넣어 ‘체세포 복제’한 뒤 수정란을 대리모 코끼리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매머드 복제가 진행된다.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21개월이다.구자룡·전승훈 기자 bonhong@donga.com}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인은 소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면 숨질 때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둔다. 이 때문에 수도 뉴델리에서만도 도로에서 어슬렁거리는 소가 4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길거리를 떠도는 소를 납치해 식용으로 내다파는 도둑이 판을 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8일 보도했다. 소도둑은 밤이 되면 길거리에서 소들을 밧줄로 묶어 트럭에 태우고 뉴델리 근교의 불법 도축업자에게 팔아넘긴다. 거리의 소를 싹쓸이하는 소도둑은 트럭당 보통 10마리씩 싣고 와 도축업자에게 마리당 5000루피(약 10만 원)를 받고 팔아넘긴다. 8억 명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도에서 하룻밤 절도로 900달러(약 101만 원)나 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유혹이다. 인도 경찰은 지난해에만 불법 소도둑 150여 명을 검거했지만 소도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도둑들이 주로 폭력조직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힌두교도 사이에서도 닭고기나 쇠고기를 먹는 육식문화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쇠고기 소비량은 14%나 증가했다. 힌두교인인 샤르마 씨는 “신성한 종교적 지위를 잃은 소가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전락해 공격당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인도는 세계 제1의 우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물론 수출하는 소는 대부분 신성한 대상이 아닌 버펄로(털이 많고 등이 굽은 들소)다. 그러나 요즘엔 불법 도축된 쇠고기를 버펄로 고기로 속여 시중에 유통시킨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중동지역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내 요르단 강 서안(西岸)지구와 가자지구의 평화 정착을 위해 40억 달러(약 4조5140억 원) 규모의 국제적 투자펀드가 조성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요르단 알수나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폐막식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내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과 건설, 에너지, 농업, 정보통신 분야에 4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펀드 조성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에게 한층 진일보한 미래상을 그려줄 필요가 있다”며 “이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이후 제안된 팔레스타인 경제개발 계획 가운데 가장 크고 야심 찬 방안”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이 밝힌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는 세계은행이 밝힌 지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3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현재 인구의 4분의 1이 실업 상태이며 1인당 GDP는 1030달러(약 115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 같은 투자 유치를 통해 앞으로 3년 안에 현재의 팔레스타인 GDP를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농업생산은 2∼3배, 관광산업은 3배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리 장관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최근 6주간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회장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펀드 조성 계획안을 마련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케리 장관의 제안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자유 및 주권 확보와 맞바꾸는 경제적 해법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며 “평화협상 재개의 선결 조건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이라고 말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협상 재개에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위스 연방정부가 해외 독재자들의 은닉 자금을 동결하고 본국으로 반환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해외 비밀계좌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도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위스 외교부는 22일 “독재자들의 약탈, 은닉 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동결 또는 반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의 초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전 세계 독재자들이 재산 몰수와 세금 납부를 피해 자국 은행을 이용한다는 사실 때문에 ‘부정축재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받아 왔다. 그러나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스위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과세 목적 정보교환 기준을 수용하며 절대적 금융 비밀주의를 포기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해 왔다. 스위스는 지난해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리비아 튀니지 시리아 등 북아프리카 및 중동 독재자들과 연계된 자산 약 10억 스위스프랑(약 1조1440억 원)을 동결했다. 또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일가와 나이지리아 전 독재자 사니 아바차가 비밀 계좌에 예치한 17억 스위스프랑을 필리핀과 나이지리아로 반환하기도 했다. 워싱턴타임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그의 가족이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의 비밀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도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일가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난에도 핵실험을 강행하고 내부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해외에서 조달되는 비자금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의 이런 조치에도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를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자국 부유층의 탈세를 방조해 온 스위스 은행권에 물릴 벌금액이 총 10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 법원은 3월 스위스 베겔린은행에 자국민의 세금 회피를 도운 혐의로 7400만 달러(약 833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정부는 크레디트스위스 율리우스바에르 등 최소 12개 스위스 은행을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스위스 은행권 전체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23일 전 세계 부자들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금액이 최소 18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웰스 데이터북이 추산한 전 세계 순금융자산 94조7000억 달러 가운데 19.5%가 조세피난처에 있다고 추정했다. 옥스팜은 또 조세피난으로 인한 세금 손실액이 1560억 달러(약 1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케빈 루셀 옥스팜 필수공익사업 부문 대표는 “1560억 달러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 1.25달러의 극빈곤선을 넘어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비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이 희생된 조승희 총격 사건 당시 나는 쿠바에 출장 중이었다. 호텔에서 TV를 통해 범인이 한국인 재미교포임을 알았을 때 얼굴이 화끈거리고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취재하며 만나게 될 쿠바인들이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귀국길에 환승하게 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한국인을 테러리스트나 살인마 수준으로 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쿠바에서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우리 취재진에게 별다르게 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이 예정된 날 새벽에 벌어진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을 보고받은 청와대나 주미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은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미국에서 수사받는 망신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피해 여성을 설득하고 윤창중을 서둘러 귀국시키려 애썼을 것이다. 이렇듯 이 사건에 대한 첫 반응은 우선 ‘나라 망신’을 막아 보자는 시각이었다. 심지어 피해 여성에게 “그깟 일로 경찰에 신고하느냐”며 화살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윤창중의 뻔뻔스러운 궤변을 본 국민들은 더이상 나라 망신을 걱정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보내 철저히 수사를 받게 하라”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개인의 일탈이나 성공을 전체 한국 이미지와 자주 연관시키곤 했다. 단일 민족에 대한 인식, 체면을 중요시하는 문화 탓이다. 조승희 사건 당시에도 한국인들은 스스로 죄인인 것처럼 집단 자책감에 빠졌다. 미국 언론들은 “문제는 한국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사과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승희는 조승희고, 윤창중은 윤창중일 뿐이다. 이제 ‘모두가 국가대표’라며 일희일비하는 시각에서 좀 자유로워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싸이, 김연아, 박지성 같은 성공한 스타 한두 명 때문에 갑자기 국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듯이, 윤창중 조승희 때문에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는 것도 아니다. 평생 ‘B급’을 자부해 오던 싸이도 ‘강남스타일’이 뜨자 갑자기 자신을 국가대표로 여기며 ‘A급’을 요구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2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프랑스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돼 곤욕을 치렀다. 미국에서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들은 ‘나라 망신’이라는 이유로 고위공직자의 추문을 봐주거나, 숨겨주지 않았다. 글로벌 시대에 창피한 건 사람도, 스캔들도 아니다. 사건이 생겼을 때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느냐가 ‘국격’을 결정짓는 요소일 것이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간 이끌며 프리미어리그(13회), 챔피언스 리그(2회)를 포함해 총 3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72). 그러나 그의 집에서는 수년 전부터 화려한 트로피나 메달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아내 캐시 퍼거슨 씨(74)가 집 안 벽을 가득 장식한 트로피에 답답함을 느껴 “당장 치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카리스마 넘치는 맹장(猛將)이었지만 아내의 요구에 따라 트로피를 창고 속으로 치웠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중 하프타임 때마다 실수한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입김이 불처럼 뜨겁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헤어드라이어’ 입김을 퍼거슨 감독에게 내뿜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부인 캐시 씨이다. 퍼거슨 감독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도 “아내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의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와 앞으로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는 내 삶의 안정감의 토대이자 용기를 북돋워주는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1986년 맨유 감독 취임 이후 휴일도 없이 축구에만 집착해 온 남편이 집 안에서까지 ‘축구 이야기’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퍼거슨 감독이 “오늘 경기에 져서 속상하다”라고 말하면 “우리 집 세탁기가 고장 났네요. 알렉스”라고 대답했다. 퍼거슨 감독이 집에서 축구 관련 책을 보려고 하면 “지금 뭘 보느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캐시 씨는 집 안에서 트로피를 모두 치운 이유에 대해 “남자가 자신이 이룬 성공을 자꾸 보면 스스로 위대하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은 “퍼거슨 감독이 항상 과거의 영광보다는 미래의 성취에 더 관심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캐시 씨는 1966년 영국 글래스고의 레밍턴 타자기 회사에서 일하던 중 퍼거슨 감독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47년간 남편의 성공을 지켜보면서도 글래스고 특유의 소박한 노동자 계급 가정의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1999년 남편의 기사작위 수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그동안 받은 명예와 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며 과분해했다. 퍼거슨 감독이 13일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고별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의 아내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캐시 씨는 평생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8일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러시아 부총리(49·사진)가 전격 해임됐다. 수르코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 이어 러시아의 3인자로 꼽히는 거물이다. 푸틴 대통령은 7일 각료회의에서 ‘대선 공약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며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했고, 수르코프 부총리는 ‘내각이 큰 문제없이 일해 왔다’며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총리 자리를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였던 푸틴과 메드베데프 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을 만큼 7일로 세 번째 임기 1주년을 맞은 푸틴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암울하다. 2000∼2008년 연임하면서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로 인기를 끌었던 그지만 최근 1년간의 경제성적표는 형편없이 초라하다. 게다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각종 조치로 스탈린 시대로 회귀한다는 비난에도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4%로 낮췄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매년 5%대의 성장률로 ‘강한 러시아’를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러시아의 수출품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가 70.2%(2011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직격탄이 됐다. AFP통신은 “올해 1분기에 1.1%에 머문 경제성장률은 러시아가 급성장하는 나라들로 이뤄진 브릭스(BRICS) 멤버라는 사실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의 캐피털 이코노믹 컨설턴트 그룹은 “푸틴과 메드베데프 정권은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러시아의 경제체질 개선에 아무런 손도 대지 못했다”며 “러시아는 향후 10년간 2∼3%대의 저성장에 머무르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에 4선에 도전해 20년간 장기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푸틴 대통령이 ‘애국 포퓰리즘’을 3기 행정부의 핵심 통치이념으로 내세우면서, 자신을 당과 의회를 초월한 ‘민중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취임 후 주로 인기영합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공무원 월급 인상, 유치원 증설, 군인연금 인상, 무주택 서민 지원 등의 정책으로 올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각각 3600억 루블(약 12조5000억 원), 5000억 루블(17조4000억 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에도 1, 2기 임기 때 70∼80%대의 고공행진을 달렸던 푸틴의 지지율은 현재 48%가량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 회사인 레바다의 조사결과 ‘2018년 푸틴의 4선 가능성’에 대해선 55%가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6일에는 모스크바 크렘린 궁 인근 볼로트나야 광장에 8000여 명이 모여 “푸틴은 도둑” “정치범에게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상황은 반푸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시민활동가들에 대한 ‘채찍’ 강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푸틴은 지난해 6월 ‘외국 에이전트’법을 만들어 외국의 자금을 지원받는 비정부기구(NGO)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했다. 실제로 선거감시 단체인 ‘골로스’에는 이 법을 적용해 30만 루블(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올해 3월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NGO 600여 곳이 사찰을 당하고 있으며, 기업인 해외 망명자가 최근 1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마샤 게센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메일의 모스크바 특파원은 “지난달 25일 5시간에 걸친 푸틴의 TV 담화를 보고 스탈린주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전승훈·장택동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