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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7일 “국정을 정상화할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며 계속되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태 수습을 포기하고 혼자 달아나는 비겁한 선장이 되고 싶지 않다. 여론이 끓는다고 시류에 편승해 표변하는 카멜레온도 되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립무원 (상태인) 대통령이 난국의 무게에 괴로워 신음하는데 혼자 편하자고 떠나는 의리 없는 사람도 되기 싫다”며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내에선 지도부를 향해 ‘선(先)사퇴, 후(後)수습’ 요구가 이어졌다. 최고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비박(비박근혜) 진영인 강석호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강 의원은 “당 지도부를 새로운 인물로 구성하고, 당명과 당 로고까지 바꾸는 뼈를 깎는 혁신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에 “(최고위원) 시켜 달라고 할 땐 언제고 껌딱지처럼 버리는 게 맞느냐”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날 비박 진영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도 회동을 갖고 “이 대표의 사퇴가 당 쇄신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정현 체제 유지’ ‘대통령 탈당 반대’ 등을 주장하는 ‘침묵하는’ 당원과 의원도 많다”며 “저들에게 똑같이 대응하면 당이 분탕이 되니 내가 나서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통령비서실 정비는 일단락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하면서 눈과 귀 역할을 해왔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역할을 누가 대신하고 있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또 박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췄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구속됐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이 새로 충원된 참모들로부터 정국 상황과 수습책에 대해 어느 정도 보고를 받는지는 또 다른 관심 포인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지금이 위중한 국가적 위기라는 걸 비서진이 왜 모르겠느냐”며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매일 대책을 논의하고 박 대통령을 만나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습책 논의는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허원제 정무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등 ‘정무라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비서진이 하루에 2, 3차례 대통령을 만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비선 논란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라도 참모진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과도 소통하면서 정국 수습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의 청와대 시스템하에서는 ‘3인방’ 중 특히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의 문고리 역할이 컸다. 정 전 비서관은 각 수석실 및 정부 부처의 보고 내용을 사전에 검토한 뒤 박 대통령에게 올리고,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최종 정비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부속실을 거쳐 보고서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만 ‘검토’를 하는 역할을 대체할 사람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각 수석실에서 더 철저하게 보고서를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새누리당이 지도부 사퇴를 놓고 7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사실상 분당(分黨) 순서를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집권 여당을 혼란의 블랙홀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이날 이정현 대표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뒤 친박계의 ‘엄호’ 사격이 이어졌다. 조원진 의원은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이 난국을 수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이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비상사태에 처한 지금 저 혼자 살겠다고 물러나면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르냐”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구약성경 중 창세기의 에덴동산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금지돼 있는 선악과 과일 하나를 따먹은 죄로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자손 대대로 벌을 받고 있다”며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와 업적과 수고를 다 잃었고 우리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비박 진영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비박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 등 지도부를 겨냥해 “2선 후퇴, 정계 은퇴 등으로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이 대표에게 동반 사퇴를 요구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미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 말씀드린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병든 보수의 메시아’는 절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도부 거취부터 신속하게 결정해 당이 쇄신해야 대선 관리가 가능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수십만 당원의 뜻을 수렴해 선출된 당 대표와 의원들만의 의사로 뽑힌 원내대표의 거취가 같을 필요는 없다”며 정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부 비박 진영에선 이 대표의 사퇴 거부 상황을 놓고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까지 물러나면 주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입장에서도 ‘호위무사’는 사실상 이 대표 한 명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일단 한 달 정도 시간을 끌어 보자는 전략을 청와대와도 이미 공유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책임총리’ 언급이 빠진 데 대해 “일부 청와대 측근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전날 딸 결혼식에서 자진사퇴설에 대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주말 정치권 안팎의 여러 인사와 접촉하며 조언을 들은 김 후보자는 지인들에게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총리’ 언급을 하지 않아 솔직히 놀랐다. 친박계를 포함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내놓기 싫어 뺀 것 같다. 청와대와 친박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또 거국내각 구성이 힘든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차기 집권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공동 책임을 지기보다는 혼란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도 거국내각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진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는 “총리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총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야당도 답이 없다는 걸 깨달으라는 얘기다. 어느 세월에 여야가 협의하고 합의해서 총리를 세우고 개각을 하느냐. 그동안의 국정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토로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그는 야권 인사들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인준 반대 기류’를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한 실장의 한 측근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 임명은 현재 비서실에서 최우선 사안”이라며 “대책회의를 열어 야권과의 접촉면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그 자리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노무현 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안 제거의 첫 출발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6일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한 뒤 나의 거취에 대해 당원들에게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비박(비박근혜)계 진영에 떠밀리 듯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기존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3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나 자신과 당의 숱한 위기를 보면서 책임감을 갖고 굳건하게 지키면 극복되고, 무책임하게 달아나면 실패한다는 걸 안다”며 “영원히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나는 책임감, 의리, 소신 하나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 왔다”며 “넘어진 나무에서도 싹은 나게 마련이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당내 중진 의원 등을 접촉하며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에 대해서도 그는 “그동안 경황이 없었고 폭설이 쏟아졌었다”며 “이번 주부터는 야당에 정중하고 겸손하게 예의를 갖춰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 진영 강석호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예고한 데 이어 당내 ‘투톱’인 정진석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당내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상당히 어려우니 지금 비상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당을 추스르기가 어렵다”며 “구당구국(救黨救國)의 판단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송찬욱 song@donga.com·신진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의 수습책을 놓고 내홍에 빠진 새누리당은 4일로 예고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그간 수습의 첫 단계로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수사 협조를 꼽아 왔다. 그런 만큼 담화 내용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릴 의원총회를 거쳐 새누리당의 내홍이 수습이냐, 더 큰 내홍이냐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3일에도 박 대통령이 던진 ‘김병준 카드’를 놓고 분열된 모습이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준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책임 총리로 내각을 구성해 국내 문제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당의 큰 선배님들이 후배 대표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거물들을 향해 사퇴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전시(戰時) 같은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론 청와대의 개각 발표가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개각 철회 요구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전한 셈이다. 그러나 비박 진영은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요구하면서 당 지도부 및 친박계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야당이 최순실에게 부역한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분당 가능성에는 “거기까지 가선 안 되지만 그런 각오를 갖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의원도 “측근 세력들이 자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그냥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여당 내부에서도 대권에 눈이 어두운 일부 인사들이 당 지도부 퇴진을 외쳐대며 당의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친박계는 “당원들의 진심이 반영됐다”며 환영했지만 비박 진영에선 “지도부 입김으로 발표된 ‘친박 문서’”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 혼란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열흘 만이다. 당시 95초짜리 대국민 사과는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어 2일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3일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을 잇달아 내정하는 등 몰아치기 인사 발표로 야권 반발을 키웠다. 정치권에서 하야(下野)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4일 대국민 담화로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후 “박 대통령이 내일(4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선들의 국정 농단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김병준 후보자는 기자들을 만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대통령)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을 놓고 다른 해석이 있지만 저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국무총리의 각료 임면(任免)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내치(內治)를 맡기겠다고 전격 선언할지도 주목된다. 이날 김 후보자는 외교안보를 제외한 경제·사회 분야 정책을 총괄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정진철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국회에서 “내치는 총리가, 외치는 대통령이 맡는 구분이 현행법상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줌으로써 야권의 ‘개각 백지화’ 주장을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할지도 주목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들을 모시고 국정에 협조를 요청하고, 국정에 대해 여러 가지 하실 말씀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야권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정식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대표 회담 제의는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최순실 정국’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

“재임 기간 중 대통령을 독대한 적이 있나?”(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독대한 적은 없다. 다만 대통령이 반드시 독대로만 지시하진 않는다.”(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不通)은 다시 논란이 됐다.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날 출석한 김 수석이 2015년 10월 취임한 이후 1년 넘게 박 대통령과 한 차례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다. 김 수석의 답변을 들은 백 의원은 “대통령은 결국 최순실하고만 소통했다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취임 초부터 ‘서면보고’만 받았다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독대 부족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임 기간 중) 몇 차례 (경제 상황을) 보고했지만 최근 보고한 지는 한 달이 넘었다”고 했다. 같은 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개월 동안 정무수석 재임 기간에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2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선 “대통령과 둘이 얘기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정식으로 신청해 회의장에 앉아 하는 식의 독대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참모들의 “독대하지 못했다”는 잇단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날 운영위에선 최순실 씨가 검문도 받지 않고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영석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관련 (출입) 기록을 제출했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도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경찰 간부가 청와대로 들어오던 최 씨를 원칙대로 검문하다 경질됐다는 의혹에는 “인사는 경찰청 소관”이라며 “정상적인 인사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는 출석이 예정됐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임식 준비를 위해 나오지 못한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오전 내내 정회했다. 민주당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황 총리가 이임식을 한다고 들었다. 국정 공백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스스로 국정 공백을 일으키는 이런 정부를 상대로 내년도 나라살림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기가 막힌다”고 했다. 총리실에서 이임식 취소 사실을 알려왔지만 야당의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했다가 취소한 사람을 상대로 예산을 심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파행이 계속되다 오후 2시경 재개된 회의에선 황 총리 불출석에 대한 지적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조윤선 장관은 ‘김종 전 차관이 사표를 내기는 했지만 최 씨와 관련된 실세들이 요직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계약 상대자나 보조금 사업의 주체 중에서 의문을 갖게 하는 주체는 있다”고 말했다. 최 씨 측근들의 문체부 포진 여부와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새로 된 인사를 파악해봤지만 지금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수 인원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핵심 참모들마저 모두 떠나보낸 ‘고립무원(孤立無援·고립돼 구원을 받을 데가 없음)’의 처지가 됐다. 늘 강인하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던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청와대에서 주한 독일대사 등에게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다. 행사장에 들어올 때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는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가진 것은 닷새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혼자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많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새누리당 상임고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문할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이라 다소 놀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이홍구 고건 전 국무총리 등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상당히 가라앉은 분위기로 때때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구체적인 사안을 지적하기보다는 “언론과 국회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 달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 달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늦었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의기소침한 모습이라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면담 직전까지 “단단히 쓴소리를 해야겠다”던 몇몇 참석자도 박 대통령의 침통한 표정에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혼잣말처럼 “제가 사교(邪敎·사회에 해를 끼치는 종교)에 빠졌다고까지 하더군요”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와 ‘종교적인 배경’으로 연결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답답한 심경을 밝히면서 적극 부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직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연일 제기되는 의혹에 해명이나 반박을 하기보다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검찰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고, 안 전 수석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한편 2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 대행 자격으로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정국 수습을 위해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31일 책임총리로 거론된다는 얘기에 손사래를 치면서 “일할 수 있는 내각 구성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거국중립내각은 하나의 방안일 뿐 그게 목적일 순 없다”고 말했다. 정국 수습을 위한 ‘맞춤형 해결책’을 고민할 시점이지 여야가 정치적인 손익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전 총리는 책임총리가 현실적이라면서 정치인보다는 행정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실무형·관리형’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함께 일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추천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원숙한 인품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이 이미 닥쳤다는 사실부터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냉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국내각을 조속히 구성하면 위기 국면 타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회가 전적으로 추천하는 총리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여야의 통 큰 양보 등을 거국내각 구성 과정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거국내각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총리가 뭘 할 수 있겠나. 거국내각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시민들의 촛불의 힘이 얼마나 세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일단 그동안 의존했던 세력으로부터 독립한 뒤 냉정하게 조언할 새로운 참모들부터 구해야 한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비상시국회의’ 구성도 촉구했다.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가’에 대해선 4명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개헌부터 하고 보자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면 개헌을 통해 구성될 새로운 정부 형태를 시험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새누리당이 극한 내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친박(친박근혜) 일색인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반면 이정현 대표는 “무슨 자격으로 물러나라 하느냐”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비박 및 일부 중립 성향 의원 40여 명은 31일 긴급 회동을 한 뒤 “현재 당 지도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 비박 중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직후 당 소속 의원 129명 중 50명으로부터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은 뒤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이르면 11월 2일 의총을 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3선의 김세연 김영우 홍일표 의원과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 등 21명도 이날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하라”라는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청와대에 거국내각 구성 등을 요구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이 대표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들이 뽑은 대표를 자기들 마음대로 물러나라고 하느냐. 선장으로 끝까지 키를 잡고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친박 핵심 인사 몇몇도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열고 “지도부 붕괴는 안 된다”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8·7전당대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당 주도권 싸움이 ‘대선 필패’의 위기감 속에 다시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박 진영은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했던 친박계가 전면에 포진해선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때와 같이 비박인 강석호 최고위원 등이 먼저 직을 던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박 진영의 움직임을 놓고 내년 당내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당권 재탈환’ 작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당직자는 “비박이 결국 김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을 ‘박근혜 비대위’처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당초 이들이 긴급 회동 후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려다 속도 조절에 나선 데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김학용 의원이 나서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 기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을 중심으로 의원 60여 명이 31일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했다. 김무성·김용태·나경원·심재철·이혜훈·정병국·등 의원 41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당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당 지도부 총 사퇴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거국내각 구성 촉구 등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하기로 결정했다. 황영철 의원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현재의 당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 지도부는 국민 앞에서 새누리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당은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의 인식이 매우 안이하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있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초·재선 비박 진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국가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가운데 위기를 수습할 국가 리더십이 반드시 작동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총사퇴 및 검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적극 협조를 요구했다. 이날 성명에는 21명의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당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에는 이날 오전까지 60여 명의 의원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오늘 중으로 80명이 채워질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통해 압박하면 당 지도부가 오늘, 내일 중으로 사퇴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일단 수습이 우선"이라며 지도부 총 사퇴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당장은 사태 수습이 우선 아니냐는 얘기만 했다"고 전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국정 개입 의혹을 바라보는 보수층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야권이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왔던 적지 않은 보수층은 이번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지켜보며 충격뿐만 아니라 배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대표적 우파 논객인 조갑제 씨마저 28일 조갑제닷컴에 쓴 ‘하야냐 계엄령이냐로 가기 전에’라는 글에서 “이번 사건의 주체는 박 대통령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당연히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국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직의 권위가 수준 이하의 인격을 가진 최순실에 의해 망가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위와 시스템을 진보 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보수층의 시각에서 민간인에 불과한 최 씨가 외교, 안보 등 국가기밀이 담긴 자료를 받아보고 정부 인사(人事)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에 심한 당혹감과 허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한마디로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25일 강연에서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대통령 연설을 뜯어고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냐”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 집회·시위에 참석한 경험이 없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까지 동조하고 있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대회에도 “살다가 시위에는 처음 나왔다”고 밝힌 보수 성향의 참석자들이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중앙당과 각 의원실에도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자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한다. 지지를 철회하겠다” “대통령과 갈라서라” 등의 항의전화가 하루 평균 수십 통씩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30일 낸 소식지에서 “한 대구 어르신이 ‘내 차 안에서 혼자 소주 2병 마셨는데, 내가 지금 이를 갈고 있어. 최순실 들어오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라고 했다”고 여권의 핵심인 대구 민심을 전했다. 보수적 개신교단도 최 씨가 ‘사이비 종교’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당시만 해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후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자 보수층이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의 위기가 아닌 박근혜 정부의 위기로 규정해 선을 긋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길진균 leon@donga.com·신진우 기자}
30일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거국내각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거국내각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에 따라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거국내각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숙고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요구가)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참여해 거국내각의 성격을 띤 내각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 사실상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라는 의미의 거국내각 구성이라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8일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과는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를 시험 대상으로 할 순 없지 않으냐”고 거부감을 보였다. 다만 거국내각의 형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형식 논리로 가면 (거국내각이) 언제 될지도 모르고, 협상도 그렇고,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며 “‘정치 내각’ ‘야당 내각’이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특히 야당의 움직임 및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뒤 정확한 태도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장 두 야당이 여당의 거국내각 구성 제안을 일축했고, 여야 모두 정치적 셈법이 복잡한 만큼 청와대가 먼저 이에 대한 태도를 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최고의 특별수사통’으로 불리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4·사법연수원 17기)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법조계 안팎에선 “해결사가 나타났다”라며 큰 기대를 비쳤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정치색이 있는 인물”이라며 인선을 비판했다. 검찰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3차장, 대검 수사기획관·중수부장 등 기획 및 특별수사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최 내정자는 수사 능력은 물론 정무적 감각도 충분히 검증된 인물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노건평·박연차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검찰 내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라는 명성도 얻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BBK 사건’을 맡아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해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이를 두고 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 내정자에 대해 “정치 검사”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때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사람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2014년 인천지검장 당시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사망) 검거 실패가 검찰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한상대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이른바 ‘검란(檢亂)’도 최 내정자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하고 검찰을 떠난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최 내정자는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워 최순실 게이트 등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다양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심(檢心)을 얻는 데 ‘최상의 카드’라는 평가도 따른다. 특히 최 내정자의 다양한 수사 경험은 향후 정국의 난맥을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된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58)은 경기고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SBS 보도국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SBS 남북교류협력단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 한림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고, 2012년에는 19대 국회 출범 직후 2년가량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배 내정자는 국회 대변인 재직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친분이 있다. 그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선 배경과 관련해 “누구와도 소통을 잘하는 점을 청와대에서 높게 산 것 같다”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청와대와 민심의 간극을 좁히고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지시에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90분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을 위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번 의원총회 얘기와 야당에서 매일 하는 회의내용 등까지 종합해 가감 없이 여론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검사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당사자(최순실)가 빨리 들어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본인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당내 분위기가 어떤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며 “최 씨의 국내 송환 등 요구에도 대통령이 ‘잘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도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정치 원로들에게 최근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자문을 했다.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한 것도 ‘청와대 오더에만 움직이는 대표’란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전면 인적 쇄신을 안 하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최순실 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다간 악화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수석 일괄 사표 지시를 내린 만큼 늦어도 주말을 기해 인적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된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다수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선거 때는 박 대통령 사진을 걸어놨던 사람들이 탈당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을 중단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최순실 등 부역자(국가 반역에 가담 및 동조한 사람)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4년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도입하자는 새누리당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 대상, 범위,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상설 특검으로 해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고를 수 없다”며 “(2014년) 박지원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 야당의 ‘박(朴) 남매’가 만든 상설 특검을 자신들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어서 특검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거국중립내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국면 타파 △위기 해소 △협치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거국내각이 실제 구현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물론 1992년 10월에 출범한 현승종 내각이 거국내각으로 거론되긴 한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관권선거 시비가 불거지면서 ‘레임덕’을 맞은 노태우 대통령의 부담이 가중됐다.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가 관권선거를 폭로하면서 지지층이 급속도로 이탈했다. 여기에 여당 대선 후보인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의 갈등도 커지면서 노 대통령은 9월 민자당 총재직 사퇴 후 탈당이란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그러면서 한림대 초대 총장이던 현승종 박사가 10월 총리로 내정됐다. 그러나 현승종 총리 체제는 약 2개월간 ‘대선 관리’에만 집중됐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로 거론되는 거국내각의 총리는 내년 대선까지 남은 1년 4개월 동안 △경제·사회 정책 집행 △개헌 논의 진행 △갈등 수습 △대선 관리 등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총리 임명 등 내각 인선 절차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1992년엔 새 총리 등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됐다. 교체 폭도 총리와 국가안전기획부장(현 국가정보원장), 법무·내무·공보 등 제한된 범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거국내각의 총리 인선은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 손에 맡겨지는 방안이다. 내각의 대폭 개편도 불가피하다. 거국내각 구성 논의는 그동안 대통령의 힘이 떨어진 임기 말에 집중됐다. 김대중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은 대통령의 아들 비리를 문제 삼았다. △거국내각 구성 △분당론 △신당론 등 다양한 ‘메뉴’를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6년에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철회와 크고 작은 선거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국내각이 수면 위에 올랐지만 여야 간 견해차가 커 실제로 구성에 이르지 못했다.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둔 2011년 11월 당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여당과 결별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통령 부인 사촌과 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진 데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사태와 관련해 모 행정관의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이 등을 돌리자 중립내각을 고려했지만 실현되진 못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순실 게이트’로 주춤한 개헌론에 여야 개헌론자들이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최 씨의 국정 개입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근본적 해법으로 개헌을 제시한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국가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작금의 (최순실 파문) 상황은 개헌이 왜 필요한지 반증해주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5년 단임제 이후 5명의 대통령이 출당했다”며 “이건 대통령과 측근만의 비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려면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게 몰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순실 비리 의혹 재발을 막는 확실한 방법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손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붕에 구멍이 뚫렸을 때 천장에 골판지를 대서 막는 게 아니라 지붕 위로 올라가 구멍을 막고 방수 처리를 하는 게 정답”이라며 개헌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에선 “여당에서조차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 주도의 개헌을 언급한) 청와대와 선을 긋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일부 의원은 최순실 파문으로 잠시 중단됐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설치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을 냈다. 여당에선 일부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을 제외하곤 “그래도 물 들어올 때 해야 한다”며 조속한 개헌 논의 재개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최순실 의혹부터 털자”는 입장과 “개헌 논의는 별개로 진행하자”는 주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누나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고 박지만 EG 회장(사진)이 말하곤 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박관천 전 경정(50)이 이같이 밝혔다고 채널A가 26일 보도했다. 채널A에 따르면 박 전 경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최순실, 정윤회”라며 “박 회장이 요즘 많이 외로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14년 당시 사정 당국자에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경정은 2014년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서류 등 청와대 내부 자료 17건을 박 회장 측에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한편 박 회장의 한 측근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이 며칠 전 ‘참담하다’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 회장은 대통령께 ‘제발 문고리 애들 정리하라고, 거리 두라는 말도 했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37주기 추도식이 열렸지만 박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예년과 같이 불참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2012년 밀실 처리 논란으로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협상을 4년여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26일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이르면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협정 재개 방침과 협의 내용, 향후 일정 등을 설명한 뒤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연내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양국이 GSOMIA 최종 문안에 합의해 서명까지 추진했던 만큼 그 안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치면 연내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OMIA가 체결되면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 간 군사 분야의 첫 공식 협정이 된다. 이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2년 6월 정부는 일본과 GSOMIA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이를 국무회의에 비공개 상정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서명 체결 50분 전에 취소했다. 이후 외교적 망신이라는 비난과 함께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집단적 자위권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후속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유례없이 고조되면서 양국 간 대북 군사공조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이 협상 재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일본의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이 수집한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영상·신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국은 이지스함과 장거리대공레이더가 포착한 북 미사일 관련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