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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가 20일 끝나면 며칠 안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단 파견의 명분은 전국인대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속내는 북-중 관계 개선에 집중돼 결국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당장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이 본격화되는 만큼 중국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전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스스로 한반도에서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은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 결정 과정은 물론이고 김정은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물었다고 한다”며 “얼마 전까지 북한을 쥐고 흔들던 중국이 지금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는 전통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배제한 채 미국이나 한국에 집중하는 상황을 경계해왔다. 특히 최근 대북 제재 이행 등을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한국, 미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시 주석의 이번 대북 대표단 파견은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고 향후 북핵 논의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도 이번 중국 대표단 방문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금은 중국을 향해 다가설 전략적 타이밍이기도 하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최근 중국 정부의 공식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나는 것도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평창 교류로 한국과의 거리를 좁혔던 것처럼 중국과도 다양한 문화, 스포츠 교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두뇌’(정보력)에 ‘발’(외교 라인)까지 얻었다.” 14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신임 미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것을 이렇게 평가했다. 남북, 북-미 대화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폼페이오가 외교 라인 수장으로 올라서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운용하던 정보를 더욱 과감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주축으로 한 우리 측 정보 라인과의 채널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폼페이오, “서훈은 조용하지만 믿을 만하다” 폼페이오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우리 측 ‘공식’ 카운터파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5월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가 강 장관에게 손을 내밀지는 의문이다. 최근 대화 정국에서 외교부는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 여기에 폼페이오의 장관 인사청문 절차를 고려하면 공식 취임은 다음 달에나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음 달 말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미 조율이나 북-미 사전 접촉은 국정원-CIA 라인을 통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역할을 오래했고 대북특사로 김정은을 만났다. 폼페이오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사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대화 파트너를 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상대가 ‘오너’의 신임을 얼마나 받느냐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훈과 폼페이오는 닮았다”고 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어진 대북 대화 국면에서 ‘국정원-CIA’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폼페이오와 서 원장은 비교적 양호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최근 국정원 관계자에게 서 원장을 지칭해 “조용하지만 묵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CIA 한국임무센터(KMC)의 창설을 주도했던 폼페이오는 KMC를 이끄는 앤드루 김(김성현)을 통해 평창 올림픽 기간 남북 교류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최근 수차례 방한해 국회의원 등 한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가 외교 라인에 발을 들인 만큼 조직에 맞춰 옷을 바꿔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정보 라인을 중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선 각종 실무 준비를 위해서라도 ‘폼페이오의 국무부’에 본연의 임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폼페이오, 북핵 ‘단칼 해결’ 추구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인 폼페이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결국 대화 국면에서도 한편으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며, 북핵 문제를 일괄 타결하려는 의도다.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는 ‘대화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식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며 포괄적, 일괄적 타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보통으로는 제재 완화를 하고, 점층법으로 대화를 해 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여러 가지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생각하면 (북핵 이슈를) 하나하나 푸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 버리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매듭을 단칼에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한꺼번에 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 대북 제재, 핵 동결 및 폐기 등 북핵 관련 문제들을 ‘원샷 타결’ 해보겠다는 의미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상준 기자}
정부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사퇴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전면에 내세워 두 달 남짓 남은 북-미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 간 타결 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국의 외교라인이 키를 잡아야 한다. 폼페이오의 선임은 바로 앞의 북-미 회담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북핵 타결이라는 먼 과정까지를 고려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이어진 남북의 평창 교류, 대북특사단의 평양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합의,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추진까지 전반적인 골격을 짜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낙마 가능성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가운데 갑작스러운 경질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오늘 오후까지도 미 국무부 측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와 관련해 얘기를 주고받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5일 워싱턴을 방문해 16일 틸러슨 장관과 회담을 가지려던 강 장관의 방미 계획도 불투명해졌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13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회동에 앞서 관심사 중 하나는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어떤 의자를 내줄지였다. 아베 총리는 만나는 인사에 따라 의자의 급을 달리해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자리 굴욕’의 피해자가 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자신은 금색 꽃무늬가 들어간 높은 의자에 앉고 상대방에겐 낮은 의자를 내줘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아베 총리는 서 원장에겐 자신과 같은 높이의 꽃무늬 의자를 내줬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 격(格)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팬 패싱’ 우려가 나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 등 북한 정보가 필요한 일본이 서 원장을 ‘모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면담을 가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사실상 정상급으로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벽난로를 배경으로 정 실장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혀 면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爐邊情談·Fireside chats)의 배경이 되는 벽난로를 사이에 둔 자리 배치는 해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주로 연출되는 장면이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반면 이번 ‘양회(兩會)’를 통해 장기 집권을 굳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자리 배치는 사뭇 달랐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면담에서 자신은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은 채 정 실장을 옆줄에 앉혀 고의로 하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실장의 정면에는 정 실장의 중국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앉았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끌려가는 입장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방북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식 의전도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5일 대북특사단을 노동당 본관 로비까지 나와 맞이했다. 면담과 만찬을 합쳐 4시간 넘게 대북 특사를 만난 김정은은 만찬에서 바로 왼쪽에 정 실장, 우측에는 부인인 리설주를 앉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연일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제재를 겨냥해 맹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연쇄 회담의 목표 중 하나로 경제적 위기 돌파를 설정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1면 사설에서 “혁명 앞에 가로놓인 난국은 엄혹하며, 조국은 사상 최악의 역경을 단독으로 강행 돌파해나가고 있다”며 “미제와 그 추종세력은 제재압살책동을 극대화하고 무모한 핵전쟁도발책동에 매달리며 최후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두고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주권침해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9일 북-미 정상이 회담 개최에 합의한 뒤 북 대내 매체는 나흘째 관련 보도를 싣지 않고 있다. 다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 한다”고 첫 언급했지만 하루 뒤 삭제됐다. 일각에선 북 매체들이 최근 비판의 주파수를 대북제재에 맞추는 게 역설적으로 북한이 연쇄 회담을 통해 노리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수십 년 동안 업그레이드시킨 핵이란 무기까지 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협상 카드로 이번에 던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협상 직전까지 최대한 패를 감추는 ‘깜깜이 전술’에 나설 것이란 말도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12일 “북한이 여러 가지 입장을 정리하는 데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 만큼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대표단 등 24명의 명단을 통보했다. 통일부는 5일 “북측이 4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정현을 단장으로 하는 선수단 20명과 김문철을 단장으로 하는 장애자올림픽위원회 대표단 4명의 명단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김문철과 정현은 각각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의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7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한다. 북한 장애인체육의 행정 실무책임자인 리분희 서기장은 이번 방남 명단에 없어 관심을 모았던 현정화 렛츠런 여자탁구팀 감독과의 재회는 이뤄지지 않는다. 리 서기장은 현 감독과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당시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동생 김여정을 평창에 깜짝 내려보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교류’에서는 직접 파격 행보에 나섰다. 우리 대북 특사단이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10분 만에 면담에 이어 만찬을 전격 진행한 것. 당초 “첫날 우리 제안을 들어본 뒤 이튿날 만남 여부를 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만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이다. 김정은의 스타일이 아버지 김정일 못지않게 돌발적이고 파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김정은, 북핵 외교 첫 등판서 ‘화끈한 행보’ 우리 특사단을 평양으로 불러들인 김정은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평양 순안공항에 우리 공군 2호기가 도착하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영접을 나왔고, 특사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영접한 것. 장관과 부총리급을 연달아 영접 인사로 투입시키며 우리 대표단을 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이라이트는 나중에 있었다. 세부 일정을 조정하러 나온 김 통전부장이 이날 오후 6시 시작되는 만남과 만찬에 김정은이 참석한다고 알려온 것. 만남 시작 2시간여 전에 김정은과의 만남을 깜짝 통보한 것이다. 2007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말미에 “하루 더 머물다 가시라”고 돌발 발언했지만 김정은은 시작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이라면 시간을 끌다가 한국으로의 귀국 시간이 임박해서야 특사단을 만났을 텐데 김정은은 도착 즉시 만났다. 아버지보다 더 저돌적이고 호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은 김정은의 북핵외교 무대 ‘데뷔전’이다. 한국 측 인사와 만난 것도 2011년 12월 27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기념궁전(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조문단을 맞은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정은과 악수를 했던 김홍업 전 의원은 “(김정은이)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딴 얘기는 안 했다.(김정은의) 살집이 두툼한데 손이 좋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참석자는 “흰 피부에 앳된 표정이었다. 딱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고 인상을 전했다. 5일 드러난 김정은의 모습은 6여 년 전과는 딴판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처형 이후 사람이 싹 바뀌었다. 발언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행보에도 거침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 아버지와 닮은 ‘기분파’, 돌발 제안할 수도 집권 이후 북한 땅을 떠난 적이 없는 김정은은 외교사절의 접견도 7차례에 그칠 만큼 외교 협상 스타일이 거의 공개돼 있지 않다. 매년 조선중앙방송의 카메라 앞에 서서 신년사를 읽지만 원고 내용은 한 달 전부터 각 기관의 엘리트들이 작성한 메모들을 짜깁기하고 수차례 감수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점차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이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내 능력이 안 따라가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보다 더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받들겠다”는 문구는 김정은이 직접 집어넣지 않고서야 들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정성장 실장은 “김정일은 틀에 박힌 스타일로 교조적인 언어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보다 직설적이고 감정적”이라면서 “이번 대북 특사단에 김정은이 돌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김정은의 대미 발언은 관련 실무자들이 철저히 조율한 뒤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난해 9월 22일 낸 본인 명의의 첫 성명은 실제 언행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당시 성명 내용을 분석해 보면 구어체 문장이 여럿 눈에 띈다. 즉, 김정은이 말하고 누군가가 받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파괴’ 발언 후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 입을 연다면 이렇게 직접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파급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 김정은, 건강이상설 확인될 듯 스위스 유학파인 30대 김정은은 그동안 북한에서도 적지 않은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핵과 미사일 개발자들과 포옹을 하거나 그들을 업어주는 모습도 자주 비쳤다. 김일성 김정일 시절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북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은 현장 시찰뿐만 아니라 집무실과 공연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출됐다.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자주 공개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할 것이고, 더 자기 주도로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특사단 앞에서 일장연설을 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특사단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김정은 신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고모부 장성택 등 위협적인 인물들을 대규모 숙청한 이후 김정은이 술과 담배를 지나치게 가까이 한다는 관측까지 돌았다. 또 취임 전에 비해 몸무게가 40kg 증가해 130kg까지 나간 것으로 파악돼 끊이지 않았던 건강이상설도 일부분 사실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대북특사단의 방북과 함께 ‘북핵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시작된 대화 분위기는 평양으로 옮겨져 주말쯤 미국 워싱턴을 거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행 특별기에 오르며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집중된 가운데 한반도 평화 구축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문재인 정부는 흥행 면에선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방북 첫날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만찬까지 하면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우는 ‘중매외교’가 빛을 발하려면 북-미 양측이 만족할 만한 여건에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무조건 비핵화 대화’를 고수하는 미국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또는 연기나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접점을 얻어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특사단이 미국보다 더 강하게 비핵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일단 확인된 다음에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며 “핵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가 우리 아닌가? 북한이 비핵화 얘기를 못 꺼내게 하면 (특사단이) 빈손으로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계속 내놓는 게 우리로선 나쁘진 않다. 정 수석특사가 ‘미국에 가서 설명해야 하는데 당신들이 묘안을 내놓지 않으면 할 말이 없다’고 말할 각오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북한에 비핵화 대화를 촉구한 것은 정부의 스탠스를 엿볼 수 있다. 강 장관은 이날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세계기자대회’ 오찬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이 같은 발언으로 비핵화만큼은 한미가 물샐틈없이 공조하고 있으니 김정은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미국은 일단 대북 특사단 행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나서주는 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협상이 자칫 어그러지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압박하기에도 좋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내세워도 대화의 진짜 목적은 결국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제재 완화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숨통을 조인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 적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교수는 “특사단의 방북 이후 방미 기간 사이 정치적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핵 슈퍼위크의 파장은 한반도 주변국에도 고루 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안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5일 중국 외교부는 특사단 방북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미사일 폐기를 한다고 동의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손효주 기자}

“지난 10년 동안 수집한 대북 정보보다 훨씬 다양하고 ‘살아 있는’ 정보가 최근 며칠 새 오가지 않았겠나. 미국이 들여다보고 싶을 수밖에 없다.” 1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방남했던 북한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최근 외교 채널로 문의가 잦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확보하게 된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중 일부를 공유하기 위해 위성 등 최첨단 장비로 확보한 이민트(IMINT·영상 정보), 코민트(COMINT·통신 정보)까지 적극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등 북 고위급 일거수일투족 궁금한 미국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다.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 관련 중재안 등을 설명하려고 방미 일정을 조율했는데, 미국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자신들이 우리에게 알아보려는 내용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리해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북측 인사들의 발언이나 동선 등 사실 관계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우리 측의 평가까지 들어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외교 라인이 물꼬를 트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회동 등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더 상세한 정보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대미 정보 교류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징후가 자주 포착되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우리가 가진 대북 정보에 갈증을 느껴 서훈 국정원장 등 우리 측 정보 라인과 교류가 잦아졌다는 것. 최근 비공개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앤드루 김 미국 CIA 한국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KMC) 센터장 역시 한국에서 대북 휴민트를 집중적으로 알아봤을 가능성이 높다. ○ “영상 정보 줄테니, 인적 정보 달라” 미국 측은 특히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나눈 얘기뿐만 아니라 말투는 어땠는지, 아파 보이진 않았는지, 김정은과의 친밀도를 짐작하게 하는 어떤 표현이나 행동은 없었는지 등까지 확인했다는 것. 북측이 김여정이 돌아가면서 투숙했던 호텔의 침대보에 떨어진 김여정의 머리카락까지 모두 수거해가는 등 철저하게 노출을 차단했음에도, 김정은과 김여정의 신체 정보의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소식통은 “언론이 제기한 김여정의 임신설 등까지 미 측이 우리 판단을 들어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남북 대화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확보한 대북 정보가 늘어나자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자주 접근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이민트, 코민트 등 다른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트의 경우 미국은 현재 매년 3000∼4000장가량 제공하는 북한 지역 사진을 1000장가량 더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 미측 최신 정찰위성이 전자광학카메라로 촬영한 사진까지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름 10∼20cm 안팎의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이 정찰위성은 북 고위급 인사들의 동향 파악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이 지난달에만 대북 무역과 관계된 아시아권 ‘의심 선박’ 10여 척이 앙골라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기착한 것을 확인하고 입항 기록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초강경 대북제재를 피하려고 김정은이 우회로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중동 및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제재 그물망이 촘촘해진 이후 이들 국가와의 불법 교역 규모를 늘리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9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아프리카 11개 국가와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으며 이들 국가에 무기 수출, 군사훈련 지원, 석탄 등 광물 자원 거래 등을 통해 연간 2억 달러(약 2160억 원)까지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에 기항한 선박들은 선박 간 이동 방식으로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으로부터 물건을 전달받아 아프리카 국가에 건네주고,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공작원들이 현금을 수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작원들은 이렇게 받은 달러를 어선 등 소형 선박으로 아프리카로 입항한 북한 선박에 전달하거나, 외교 행낭을 통해 직접 평양에 송금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시리아, 이란 등 중동 라인을 통해서도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기술을 수출해 외화벌이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유엔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화학무기 공장을 짓는 데 쓰이는 50t의 재료를 시리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평양을 위해 일하는 중국 무역회사가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내열(耐熱), 내산성(耐酸性) 타일과 스테인리스 파이프, 밸브를 선박에 실어 5차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보냈다”며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생산을 도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한 정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열,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서 사용되는 핵심 재료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북한 기술자가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인용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품목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은 북한에 특히 요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김정은의 중동, 아프리카 루트를 추가로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커넥션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의 북한이 범죄정권의 자금줄을 얻기 위해 창의적이고 끔찍한 방식을 찾는다”고 비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아프리카를 드나든 선박들을 조사한 뒤 국적에 관계없이 곧 다수 선박들에 ‘제재 딱지’를 추가로 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북한이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의 무역 과정에서 석탄 등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위조문서를 수시로 작성한 사실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대대적인 문서 위조 차단 절차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3박 4일간 한국에 머물렀던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6일 출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는 따뜻한 미소와 적극적인 제스처로 시선을 모으는 동시에 북한을 겨냥해선 차가운 메신저였다.○ 이방카 “아이들 교육비로 보통 얼마 쓰느냐” 2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방카는 방한 기간 내내 겸손하고 소탈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방카는 식사, 잠자리 등과 관련해 까다로운 요구사항 없이 한국 정부의 환대에 “생큐” “원더풀” 등을 연발하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이방카가 먼저 다가와 우리 수행 직원의 안부를 물어볼 때도 있었다”며 “내가 봤던 VIP 중 가장 편했던 인사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이방카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자주 표현했다. 이방카는 이날 출국길에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캐릭터 장난감을 챙겨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아이들 사이에 ‘뽀통령’으로 통하는 뽀로로 장난감을 사전 주문해 공항에서 받아갔다는 것. 뽀로로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제작에 참여해 한때 미국의 대북제재 리스트에 오를 뻔했으나, 미 정부가 “뽀로로처럼 대중에 널리 보급된 제품은 예외 조항”이라며 제재에서 풀어 미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이방카는 전날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선 케이팝 공연을 펼친 그룹 엑소 멤버들을 만나 “우리 애들이 당신들 팬이다. 이렇게 만나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방카는 또 한국의 교육열을 언급하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아이들 교육비로 보통 얼마나 쓰느냐”고 묻는 등 ‘엄마 이방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참사를 의식한 듯 한국의 치안 환경이 어떤지를 묻기도 했다. 수행하던 한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안전 국가”라고 답하자 이방카는 “북한의 안보 위협보다 당장 밤에 안전한 게 더 중요하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는 출국길에 취재진을 만나선 “멋진 첫 (한국) 방문이었다. 다시 방문할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방카의 첫 방한 행보에 후한 점수를 줬다. CNN은 “이방카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 대표단에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남북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기립해 박수를 쳤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도 이방카에 대해 “줄곧 앉아 있던 펜스와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 북한에는 시종일관 압박 메시지 하지만 이방카는 북한과 관련한 이슈에는 냉정하고 침착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방카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전 접견에서도 주로 문 대통령의 얘기를 경청했다고 한다. 한 당국자는 “이방카의 대북 메시지는 간단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및 압박, 이 세 가지”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내놓는 초강경 대북 메시지 외에 대화와 접촉에 대한 다른 어떤 언급이나 제스처도 없었다는 것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백악관이 21일 전격적으로 평창 올림픽 기간의 북-미 대화 무산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제 관심은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미 대화가 무산된 진짜 이유에 쏠리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이 원하는 대화 주제가 완전히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측은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 인권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고 미국은 대북 압박과 관여를 해제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북-미 대화를 통해 제재 완화 논의를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8일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예정됐던 10일 오후 청와대 회동 전까지 북한이 민감해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웠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 입장에선 지금 만나봐야 미국의 쓴소리를 듣고 이미지만 구길 거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여정이 나선 상황에서 펜스 부통령의 강경 행보가 북한의 결정적 철회 사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김일성 직계인 김여정이 미국 대통령도 아닌 부통령으로부터 면박 당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두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무산된 뒤 청와대에서는 “평화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펜스 부통령이 꼭 북한을 자극하는 행보를 해야 했나”라는 불만이 여러 차례 감지되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단 우리부터 확실히 잡아둬야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인식”이라며 “김정은은 우리의 북-미 협상 지렛대 역할에 아직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한상준 기자}

“평창에서 ‘진짜 이방카’가 한국인을 사로잡을 것이다.” 20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사진)의 방한 효과를 이렇게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 활동을 두고 “북한의 이방카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인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 것을 빗댄 것이다. 3박 4일간 한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진 이방카의 일정은 스포츠와 인권 이슈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방카는 방한 첫날 평창에서 미국 선수단을 방문해 응원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여정이 고위급 대표단으로서 북측 선수단을 응원하고 예술단을 격려 방문했던 것과 비슷한 행보다. 다만 김여정이 옅은 미소와 도도한 표정으로 공개적인 발언을 아낀 것과 달리 이방카는 적극적인 발언과 제스처로 시선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악관은 이방카의 방한 기간에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 종목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일정을 정부와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광’인 이방카는 스키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체코 스키 선수 출신인 친모 이바나 트럼프의 영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이방카가 슬로프에서 직접 스키를 즐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방카가 탈북 여성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김정은 정권 압박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취임 첫 국정연설에 탈북자를 초청한 데 이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방한해 탈북자를 면담한 것과 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 정부 인사로부터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10, 20대 여성들을 (이방카 방한 시) 연결시켜 달라는 부탁을 최근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어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방카는 (탈북자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재단을 움직여 탈북 여성들을 도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이방카는 방한 첫날인 23일이나 24일 4, 5명의 탈북 여성을 만나 북한 인권 실태를 듣고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회식에 참석했던 펜스 부통령이 천안함을 찾아 북한을 ‘감옥 국가’라고 쏘아붙인 것과 같은 직접적인 대북 압박 발언은 자제할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배드 캅(나쁜 경찰)’ 역할을 했다면 이방카는 상대적으로 ‘굿 캅(좋은 경찰)’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림픽 경기 관전과 폐막식 등 4일간의 일정 중 이방카에게 대북 정책과 통상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방카 방한 시 유력한 카운터파트로 꼽혔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방카 접대’엔 한발 비켜설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열릴 올림픽 폐회식에 불참하기 때문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3박 4일 일정으로 23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방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같은 2박 3일간의 방한이 예상됐으나 한미 조율 과정에서 하루가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방카는 민항기로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방카는 한국에선 미국 측이 직접 준비한 방탄차량을 이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을 국빈급으로 환대한 우리 정부가 이방카를 어떤 수준의 의전으로 대접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폐회식에서 이방카의 자리가 그렇다. 정부 관계자는 “이방카는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개회식에서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바로 뒷줄에 앉았다. 이방카는 청와대에서 식사를 겸해 문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청와대에서 접견 및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것에 비춰 보면, 이방카도 청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대화 및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정가의 목소리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한미 공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김여정 때처럼 오찬이 아니라 만찬을 가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을 방남 기간 4번 만난 만큼 이방카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방카의 카운터파트 역할은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이방카의 메시지에도 어느 때보다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방카가 북-미 대화 등 대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진 않겠지만 북한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평소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이방카는 지난해 북한이 최악의 인신매매국이라는 국무부 보고서 발표 자리에선 “나도 엄마이기에 인신매매는 정책 우선순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 바 있다. 2011년 9월에는 김정일이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보는 모습 등 북한 관련 유튜브 편집 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이에 대해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 유독 미국만 모르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강원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보다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북-미 대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전까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미 대화 나서야 정상회담 가능” 메시지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생각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속담을 꺼내들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받은 지 일주일 만에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태도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 속담을 인용한 것은 김여정의 평양 초청 제안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일각에서는 6월, 8월 등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신중하다. 북-미 대화 진전 없이는 어떤 후속 조치도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김여정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 일주일 동안 미국과 다양한 채널로 소통한 결과 어떤 형태로든 북-미 접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 시간) “(국무장관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이 아무리 워싱턴에서 대북 온건파라 하더라도 이는 ‘코피 작전’이 거론되던 최근 워싱턴 기류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싸늘한 대북 스탠스에 우려하던 청와대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도 미국에 돌아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며 “북한과 미국이 한 번에 마주 앉기는 어렵지만 서서히 접촉과 대화로 돌아서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열병식 이어 김정일 생일에도 ‘로키’ 이 때문에 정부에선 북-미가 곧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는 김정은의 도발이 이어지던 지난해 말에도 비공식 채널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미 간 접촉이 시작된다면 시점은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이 끝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4월) 시작 전인 3월 초·중순이, 장소는 유엔본부를 중심으로 한 뉴욕 채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정은 역시 ‘로키(low key)’ 행보를 이어가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일 생일 하루 전인 15일 열린 ‘김정일 생일 76돌 중앙보고대회’에 김정은은 지난해와 달리 불참했고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대회를 주도했다. 평창 개회식 전날인 8일 건군절 열병식에 새 전략무기를 선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을 의식해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에는 김정일 생일 전후 도발을 이어간 것과는 달리 잠잠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엔 2월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했고 2016년 2월 16일엔 장거리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하며 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우리 군 역시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 체제 비판보다는 평창 올림픽, 김여정 방남 소식 등을 주로 소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 심리전 수단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황인찬 기자}
“김정은의 입이 바싹 마르고 있을 시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김정은이 잇따라 대남 유화 메시지를 내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진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평양의 기름통을 비우고 달러 흐름을 옥죄면서 김정은의 태도 변화까지 유도하고 있다는 것. 외교가에선 경제제재 효과가 드러나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제재결의 2356호(6월), 2371호(8월), 2375호(9월), 2397호(12월) 등을 연쇄 채택했다. 이게 올해 초부터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제재의 칼날이 다가오자 ‘평창 공세’로 이를 쳐내려는 게 김정은의 노림수”라고 말했다. 대북제재가 먹혀든다는 증거는 최근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17억2000만 달러(약 1조8600억 원)로 2016년 대비 33% 줄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83% 줄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지난해 대중 석탄, 광물 수출액은 1년 만에 30∼40%가량 줄었다. 북한의 생명줄인 기름 공급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홍콩 매체 둥왕(東網)은 지난해 10∼12월 3개월 동안 중국이 석유제품으로는 유일하게 항공연료유 5t만 북한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안보리 결의안 2397호의 영향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류난으로 통상 매년 12월∼다음 해 3월에 실시하는 북한의 동계훈련 시작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북 압박 효과가 검증된 만큼 대화 모멘텀과는 별개로 한미 당국은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방한 과정에서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은 남북 대화를 제재 회피의 지렛대로 활용할 듯하다. 중국에 SOS를 치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번 방남 기간에 중국의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북-중 무역관계 개선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선에서 남북 대화를 지지하며 같은 조건에서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 시간) 전했다. 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기간 중 우리(미국)가 주목받는 일은 적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 병행’ 정책으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펜스 부통령은 10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공군 2호기에서 가진 WP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압박 작전은 지속될 것이며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당신들이(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한의 압박 정책이 지속 및 강화된다는 전제 아래 한국이 먼저 북한과 대화를 하고, 가능하다면 이른 시간에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 같은 정책을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병행(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at the same time)”이라고 지칭하며 “핵심은 (대화 중에도) 그들이(북한이)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판단하는 일을 실행할 때까지 어떤 압박도 거두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압박을 가해 평양이 실질적 양보를 한 뒤에야 북한 정권과 직접 만나겠다는 기존 방침과는 다른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계보 등과 관련해 추가 설명자료까지 우리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내 대화를 중시하는 ‘소수파’의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과 비공식 채널을 가동해 물밑 탐색전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이후 대화 국면에 대해 양국이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문 대통령과 두 차례 논의 후 돌파구가 열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단지 대화만으로 경제적 외교적 이득을 얻을 수 없으며 (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 가능하다는 걸 북한에 말하겠다”며 펜스 부통령을 설득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이 폐회한 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다. 구체적인 방북 일정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스포츠 측면에서 (남북) 대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방북에) 가장 적절한 시일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한기재 기자}

북한 노동신문이 1면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 사진을 싣고 이들의 방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12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 내외 등과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8장의 사진과 함께 1면에 비중 있게 게재했다. 특히 신문은 문 대통령이 공연 도중 혼자 기립해 박수를 치는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은 소녀시대 멤버인 가수 서현이 북한 단원들과 마지막 곡을 부르고 난 뒤 포착된 장면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일어선 뒤 북한 고위급 대표단 등 주변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 신문은 문 대통령만 기립한 사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우리 예술인들이 남조선 노래들을 부를 때 관중들이 노래에 맞추어 손을 흔들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대대적인 환대를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대표단 방남으로 내부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전날에도 1면 하단 기사로 고위급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소식 등을 7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1면에 문 대통령의 사진을 이틀 연속 보도한 것은 처음이다. 신문은 또 김여정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평양 귀환 소식을 보도하며 “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의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상임위원장이 공항에서 마중 나온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사진까지 함께 실었다. 대표단이 늦은 밤 귀환했음에도 다음 날 지면에 크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그만큼 북한이 이번 방남 성과에 주목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카메라가 링크 위 스케이트 선수들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초점을 두고 있을 동안 놀라운 ‘장막 뒤’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병행’ 정책 방침을 시사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1일(현지 시간) CNN에 출연해 당초 평창 올림픽 후 대화 국면에 대해 이견을 보였던 한미 양국 대표가 합의점을 찾아간 과정을 두고 이같이 표현했다. 결정적 장면은 8일 회담이 열렸던 청와대와 10일 쇼트트랙 경기가 벌어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포착됐다. “미국이 대화 국면 확장(further engagement)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대북 관여 정책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라는 펜스 부통령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 없는 보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균열이 메워졌다는 것이다.○ 11월 선거 앞둔 백악관 “성과 내려 할 수도”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문제의 외교적 성과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압박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군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 성과를 내는 쪽으로 승부를 걸지의 문제를 놓고 미국도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접촉을 이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중재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북한을 만나는 채널로 우리를 통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에도 훨씬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만간 통화를 하고 김여정 특사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당장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신중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실무선에서부터 차분히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올림픽뒤 긴장완화 계속될지 지켜봐야” 펜스 부통령은 ‘어떤 조건에서 대북 제재가 완화되는가’라는 WP의 질문에 “나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대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혀 북-미 대화가 성사되면 구체적인 제재 완화 요건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북한의 의중을 탐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WP에 “(아시아 순방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자신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음을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북한과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던 점을 거론하며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는 기조가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WP는 전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12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미) 대화 테이블 위에 무엇이 올라와야 할지는 그들(북한)도 알고 있다. 그런 진지하고 의미 있는 북-미 대화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도 북한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1일(현지 시간) “긴장 완화를 위해 올림픽을 이용할 수 있을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그것이 견인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진우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필체에서도 김일성 일가임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여정은 청와대 방명록에 독특한 서체로 글을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오른쪽 45도 방향으로 올라간 기울임체 글씨체( ④ ). 전문가들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는 글씨체라고 보고 있다. 획이 오른쪽 위로 상승한다는 건 목표 지향적, 결과 중심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김여정의 서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태양서체’를 특히 닮았다. 북한은 김일성 필체( ① )를 ‘태양서체’로 부르며 김정일 필체( ② ), 김정일 모친 김정숙 필체와 함께 ‘백두산 3대 장군 명필체’로 칭송한다. 특유의 기울임체는 김일성은 물론 아버지 김정일, 오빠 김정은 필체( ③ )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특히 김정은은 글씨 기울기가 용지의 양식이나 규격을 무시할 정도로 가파르고 파격적이다. 검사 출신으로 필적학(graphology)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김여정의 글씨체는 전체적으로 반듯해 보이지만 ‘우’자에선 밑으로 떨어지는 획, ‘조’자에선 수평적인 획이 눈에 띄는 등 예외가 있다”며 “자유분방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