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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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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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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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에도 한반도 평화의 기운 적극 알려야죠”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한불문화교류단체 ‘에코들라코레’(한국의 메아리) 이미아 대표(50·여)의 첫 에세이집 ‘꺾인 꿈을 기억해’(넥서스) 출판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마이크를 받아들고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던 이 대표는 “이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을 고국에서 함께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여 년 동안 한국 문화를 프랑스에 전파해 온 민간 문화 외교관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슈발리에)’도 받았다. 2000년대 초부터 혈혈단신 기업인과 관료들을 찾아다니며 수백 건의 굵직한 한국문화 행사들을 기획해왔다. 창작발레 ‘심청’, 창작오페라 ‘춘향전’을 프랑스에 소개했고, 라데팡스 광장에서의 한국작가 야외조각 전시회 등을 기획했다. 그는 또한 2008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파리 마들렌 성당에서 ‘한불 친선 클래식 콘서트’를 열어 왔다. 그는 올해 11월 8일부터는 전 세계 195개국 대표를 초대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콘서트를 10년간 매년 열 계획이다. 그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1년 프랑스 에브리 에손 국립대에서 한국어과 교수를 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과제를 내주니 열에 아홉 명은 태극기 대신 인공기를 그려오고, 북한과 6·25전쟁에 대한 글만 써왔다”며 “아직도 한반도 하면 전쟁만 떠올리는 프랑스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류 열풍’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세계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재외 동포’를 여러 차례 언급한 점이 감동적이었다”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 740만 재외 동포들에게도 가장 큰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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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는 잘 사는 법만큼 잘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영화 ‘씨 인사이드’의 주인공 라몬(하비에르 바르뎀)은 다이빙 사고로 전신이 마비됐다. 비좁은 침대에서 단 한 발자국도 뗄 수 없게 된 그의 꿈은 단 하나, 안락사로 눈감는 것이다.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말한다. 의사이면서 기독교 신학자인 저자의 생각은 정반대다. 자기 삶에 충실한 건 권리가 아닌 의무다. 우리는 장미를 가꾸고 보살필 수 있지만, 장미꽃 한 송이를 창조할 순 없다. 인간은 자신의 창조자가 아니기에 스스로를 죽일 권리 또한 없다는 주장이다. 또 저자는 인간이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통해 영혼이 성장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안락사는 신으로 향하는 길을 단절시킨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라몬과 같이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희망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기를 원하는 건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의사는 충분한 통증 치료를 통해 말기 환자가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호스피스 의료를 통해 환자의 마음을 보살펴야 한다. 무조건적인 연명 치료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는 고통만 연장시킬 뿐이다. 이 경우 생명 유지 장치의 ‘플러그를 뽑는’ 게 환자를 위한 길이다.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를 들어 논지를 뒷받침한다.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말기 암 환자에게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도 하고, 의식 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약물 투여량을 줄여 환자의 영원한 휴식을 돕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뒤 두 달 만에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잘 죽는 것(well-dying)’은 21세기 새로운 화두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차례다. 인간에겐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스무 세기 전 세네카가 했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친구여, 우리는 일생을 통해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네. 그런데 훨씬 더 놀라운 일은 우리 일생 동안 계속 죽는 방법도 배워야만 한다는 거라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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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보도때 공식발표 따르라”… 언론통제 논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보도할 때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를 따르라”란 취지의 유의사항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방심위가 언론을 압박하는 사전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방심위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최근 ‘드루킹 사건’ 보도 과정에서 연이어 발생한 오보(誤報) 논란을 감안할 때 취재진만 3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남북 정상회담 역시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 특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객관성 △출처 명시 △오보 정정을 집중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객관적 보도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는 논평을 내고 “방심위의 언론 취재보도에 대한 사전 개입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마치 정부의 공식 발표에 근거하지 않는 보도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심의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언개련은 또 “방심위가 남북 정상회담 보도 유의사항을 밝히면서 드루킹 사건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최근 방심위가 심의한 드루킹 사건 보도 중 오보로 밝혀져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부터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방심위는 문제가 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사후에 심의하는 기관이지 사전에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측은 “오보에 따른 시청자의 피해를 사전에 막아 보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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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이기주의, 세금으로 해결 말이 되나” 국민이 뿔났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불거진 ‘택배 분쟁’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내세운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7일 한 어린이가 택배차량에 치일 뻔했다. 입주민들은 택배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고 택배기사에게 손수레로 배송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택배회사들이 물품을 단지 입구에 내려놓고 가면서 이른바 ‘택배 갑질’ 논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17일 국토교통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실버택배’는 이해당사자들 말고는 누구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뤄지는 배송을 65세 이상 노인들이 맡도록 한 것. 노인복지를 위해 실버택배를 도입한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누리꾼과 시민들은 “이기주의적 행태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차라리 택배 배송이 어려운 낡은 주택가에 먼저 실버택배를 도입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입주민 돈으로 해결” 청원 190여 건 국토부는 다산신도시 해당 아파트 주민 및 택배회사와 협의한 뒤 실버택배를 결정했다. 문제는 2개월 후 실버택배가 시행돼도 입주민의 추가 부담 비용이 없다는 점이다. 실버택배 인건비는 택배회사가 건당 550원, 정부가 1인당 210만 원(1년 기준)을 지급한다. 택배회사가 80%가량을, 정부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셈이다. 온라인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아파트의 실버택배 도입을 반대하는 청원이 190건 넘게 올라왔다. “실버택배 비용을 입주민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청원에는 18일 오후 19만 명 이상이 찬성했다. 이 아파트 주민이 쓴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도 반대 움직임을 부추겼다. 17일 오후 해당 지역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듯한 게시물에는 “다산이 이겼다. (실버택배는) 입주민이 뭉쳐서 이루어 낸 쾌거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은 논란이 커지자 얼마 뒤 삭제됐다. 국토부는 “향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실버택배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송 더 어려운 곳도 많은데… 18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의 왕복 2차로에 택배차량 2대가 서 있었다. 택배기사들은 짐칸에서 물건을 꺼내 도로에서 이어진 골목길 안쪽으로 들고 들어갔다. 이 동네 골목길은 대부분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다. 차를 돌려 나오기도 쉽지 않고 주차 차량도 많아 길 한가운데서 꼼짝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택배기사들은 아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걸어서 물건을 나르면 1개 배송에 20∼30분이 걸리곤 한다. 기피 지역이다. 택배기사 이모 씨(45)는 “근처 전통시장 쪽 주택가는 여기보다 골목이 더 좁다. 택배기사들 모두 배송 가기를 꺼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지역은 주변에 많다. 대부분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오래된 주택가다. 누리꾼들은 이런 곳에 실버택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버택배는 2007년 노인일자리 확대 사업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88개 아파트 단지에서 노인 2066명이 일한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는 구청과 지역 시니어클럽의 요청으로 실버택배를 도입했다.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매달 1만 건 이상 택배를 배송한다. 주민 불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신도시의 새 아파트보다는 낡은 주택가의 정책적 수요가 더 크다.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지역부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 기자}

    •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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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내면 1위 만들어줄게”… 음원차트도 은밀한 거래

    12일 국내 한 대형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표(차트)가 전례 없는 ‘역주행’으로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말 발표된 가수 A 씨의 노래가 쟁쟁한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음원 구매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횟수를 실시간 집계하는 차트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노래가 뒤늦게 화제가 돼 상위권에 오르는 역주행이 종종 있다. 그런데 A 씨 노래의 역주행은 조금 달랐다. 12일 오전 1시경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보통 0시를 전후해 이용자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나 홀로’ 상승해 오전 2시경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오전 6시경 다른 노래가 올라가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 ‘스텔스 마케팅’ 논란 A 씨 노래가 1위에 오른 뒤 온라인에서는 역주행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순위 상승의 이유를 비정상적인 홍보 탓으로 의심하고 있다. 바로 ‘스텔스 마케팅’이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보용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포장한다. 일종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라 스텔스 마케팅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용자를 속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난하고 있다. A 씨 소속사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원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가온 차트’는 16일 “기존 곡들의 역주행과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A 씨 노래의 순위 상승이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음원 차트를 둘러싼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순위 상승 등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현재 가수나 제작자 수입의 대부분은 음원 수익이다. 그만큼 순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팔로어가 수백만 명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유한 업체 대표에게서 ‘노래 한 곡의 홍보 단가는 300만 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인디 음악가 양모 씨(22)는 “한 곡당 9만 원에 SNS 홍보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황장선 중앙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파워블로거가 업체 지원 사실을 숨기고 블로그에 홍보성 글을 올리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SNS 활동도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평점·순위 조작 논란도 이어져 ‘유령 계정’을 이용한 조작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수 B 씨의 신곡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얼마 뒤 ‘좋아요’ 횟수가 30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추천한 계정의 상당수에는 사진이나 글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선 추천 수와 댓글을 조작해 준다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에 3만5000원, 댓글 100개에 10만 원’ 식으로 홍보한다. “원하는 내용대로 댓글을 달아주겠다”며 월정액 서비스도 제공한다. 음원 사이트에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다 발각된 사례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평점 조작이 가능한 셈이다. “노래 한 곡을 1위로 만드는 데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이 든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순위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음원 사이트 측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기적으로 스텔스 마케팅을 통해 유명하지 않은 가수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의 불신이 커지면서 결국 능력 있는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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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강사 울린 허위 미투’는 주식투자 실패 학원생 소행

    여성 강사가 학원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글은 학생의 자작극으로 확인됐다(본보 2월 22일자 A13면 참조). 해당 학생이 강사의 돈으로 주식 거래를 하다 실패한 게 이유였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 초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여강사 A 씨는 자신의 강의를 듣던 10대 B 군을 알게 됐다. B 군은 A 씨에게 “부모님이 주식 투자를 한다. 또 주변에 주식 투자를 잘하는 형들이 많다”며 수차례에 걸쳐 주식 관련 자료를 보여줬다. A 씨는 B 군이 추천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도 냈다. 같은 해 4월 A 씨는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뒤 B 군에게 건넸다. 그리고 주식 거래 계좌에 1억3000만 원을 입금했다. 사실상 B 군에게 주식 투자를 맡긴 셈이다. 그러나 3개월 동안 B 군은 약 3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A 씨는 “B 군에게 물었지만 ‘손실은 없다’고 둘러댔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또다시 손해가 발생하자 B 군은 연락을 끊었다. 이후 어렵게 연락이 닿자 A 씨는 손실금을 갚고 주식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B 군은 일부 돈을 갚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주식 투자를 했다. 하지만 B 군은 A 씨가 주식 투자를 다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A 씨는 학교를 통해 B 군 부모와도 갈등을 빚게 됐다. 이에 앙심을 품은 B 군은 올 1월 말 학부모를 사칭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여강사가 자녀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강요했다”는 취지의 거짓 폭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당시 미투 운동과 맞물려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B 군은 이런 내용을 A 씨가 일하는 학원에 보내기도 했다. B 군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현재 서울가정법원에 송치된 상태다. A 씨는 “내 잘못도 있으니 돈을 모두 돌려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이가 반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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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점상이 상자 버리자 너도나도 휙휙… 벚꽃길에 쓰레기 산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가 7일 개막했다. 때늦은 꽃샘추위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축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축제장 곳곳은 어김없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고교에서 서강대교 남단까지 약 1.5km 구간을 걸을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차였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올해로 14회. 매년 쓰레기 문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전 10시. 이때만 해도 현장은 깨끗했다. 약 5시간 전 환경미화원들이 말끔히 청소한 덕분이다. 벚꽃길 1.5km 울타리에는 노란색 자루 72개도 새로 걸렸다. 20m 간격으로 하나꼴이다. 영등포구가 설치한 임시 쓰레기통이다. 낮 12시경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원효대교 방면으로 약 100m 떨어진 현장. 이미 근처에 설치된 자루들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소시지와 핫도그 닭꼬치 번데기 등을 파는 노점상이 버린 식자재 상자와 비닐 등이었다. 자루가 가득 차자 한 노점상이 닭꼬치가 들었던 갈색 상자를 옆에 던졌다. 잠시 후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나무꼬치와 종이컵, 먹다 버린 떡볶이, 어묵국물 등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빈 상자에 차례로 버렸다. 이어 노점상이 정체 모를 쓰레기가 담긴 커다란 검정 비닐봉투를 쓰레기 더미 위로 던졌다. 오후 3시경 폭 2m, 높이 1m 규모로 손수레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쌓였다. 다른 곳에도 작은 ‘쓰레기 산’이 생겼다. ‘쓰레기 산’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질서의식은 추락했다. 머뭇거리던 시민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 투기 행렬에 가세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 분리’를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모 씨(21·여)는 “상자에 쓰레기가 많아 당연히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둔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이 버린 크고 작은 쓰레기가 ‘깨진 유리창’(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작동한 것이다. 오후 5시. 축제장은 이제 ‘사람 반 벚꽃 반’이 됐다. 쓰레기 쌓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는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전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전단과 함께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수시로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하지만 쓰레기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 미화원은 “아무리 치워도 한 시간도 못 가 다시 똑같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날 구청은 두 차례나 불법 노점상 단속을 실시했다. 무용지물이었다. 노점상들은 단속반이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버젓이 영업을 했다. 오후 10시경 노점상 대부분이 하루 장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상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솜사탕을 파는 한 상인은 쓰고 남은 설탕가루를 그대로 바닥에 쏟았다. 어묵을 팔던 상인은 남은 국물을 그대로 잔디밭에 쏟아버렸다. 그러면서 “사실은 대부분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다” “여기 놔두면 환경미화원이 알아서 치운다” 등의 말을 남겼다. 깨끗했던 벚꽃축제장은 정확히 12시간 후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8일 오전 5시경 미화원들의 청소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그나마 오후 들어 쓰레기 투기는 줄었다. 비가 내린 탓에 노점 이용이 줄어든 덕분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매일 환경미화원 60여 명을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노점상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쓰레기장이 된 벚꽃축제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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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지지자들 “24초 수감도 안되는 분” 격앙

    “징역 24년이 말이 되는가. 24초도 감옥에 있어선 안 되는 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직후인 6일 오후 4시경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재판 시작 전부터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집회를 하던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회원 2000여 명(경찰 추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이 선고되자 크게 반발했다. 휴대전화로 재판 생중계를 지켜보던 한 참가자는 “김○○ 부장판사 개××”라며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사회자가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단에 드러눕자 참가자들도 일제히 도로 위에 눕기도 했다. 집회 현장에는 참가자들이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관과 대형 작두 조형물을 세워놓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질서 유지를 위해 법원 주변에 3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시위대는 법원 입구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던 경찰관들에게 “왜 막느냐”며 몸싸움을 시도했다. 일부 참가자는 현장을 촬영하던 기자를 국기봉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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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돌 내가 지킨다” 팬심의 진화

    지난달 21일 일본인 이시다 미즈에 씨(36·여)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곧바로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CJ E&M 본사 앞. 아이돌 그룹 JBJ의 해체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JBJ는 지난해 CJ E&M의 음악전문채널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가수들로 구성됐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그룹이라 이달 30일을 끝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팬들은 연이어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가세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시다 씨뿐 아니라 미국과 태국에서 온 팬도 합류했다. 100명 안팎이 모인 집회에서 이시다 씨는 서툰 한국말로 “JBJ 활동 연장 재검토를 추진하라”란 구호를 따라 외쳤다. 국내외 팬이 모인 다국적 집회는 지난달 25일과 30일에도 열렸다. 매번 국적이 다른 해외 팬 2∼5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태국인 부아러드 타낫차 씨(27·여)는 “집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시위에 참석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아이돌을 향한 팬덤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이시다 씨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집회에 참가하고 안티 팬에 대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사실상 ‘제2의 소속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찬열의 팬클럽은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찬열을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팬들은 찬열의 이름으로 직접 고소할 경우 자칫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리 소송전에 나섰다. 팬들은 찬열에 대한 악성 댓글이 심각하자 무려 2년 동안 일일이 댓글을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모았다.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다. 소속사를 대신해 홍보에 나서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JBJ 팬들은 데뷔 전부터 모금 활동을 벌였다. 특히 해외 팬의 호응이 컸다.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전 세계에서 2000만 원이 모였다. 이 돈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JBJ의 데뷔를 기원하는 광고를 냈다. 이시다 씨는 “지금껏 JBJ를 위해 쓴 돈만 수천만 원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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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값 70%이상 폭락… 종이도 못 가져갈 판”

    ‘안 가져가셨어요. 처리 좀 해주세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내걸린 팻말의 내용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쓴 팻말이다. 나흘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은 수거업체를 향해 호소한 것이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이 가득 찬 마대가 2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장 옆 주차장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경비원 임모 씨(72)는 “다음 주도 수거를 안 해 가면 아마 쓰레기가 주차장 전체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과 경비원들의 불편이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어쩔 수없이 가지고 나왔다가 말리는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견디다 못한 경비원끼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할 차례”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및 선별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 업체 A사 사장 최모 씨는 이날 선별장을 찾은 기자에게 직접 플라스틱 더미를 뒤진 뒤 보라색 샴푸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이건 색깔 있는 플라스틱이고 재료도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가 섞여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한쪽 끝에 모아 놓은 투명비닐 더미를 가리켰다. 최 씨는 “이 정도면 그나마 깨끗한 건데도 가공업체로 가면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경로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은 “재료가 섞인 혼합 플라스틱을 받아주던 선별장 10곳 중 7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도산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현장에서 확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는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있는 세제용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생수병 등이 많았다. 한국고물상연합회 관계자는 “단단한 국산 페트병은 말랑말랑한 외국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수거 업체들이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중에는 재활용을 위해 선별 업체로 넘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수도권의 B사 대표 홍모 씨는 “비닐은 한 달 수거량 500t 중 300t을 버린다. 플라스틱도 1200t 중에 30% 정도는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닐의 경우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것도 선별 업체에 넘기려면 오히려 kg당 30∼100원을 내야 한다. 작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체들은 플라스틱에 이어 폐지 수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kg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4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거 업체들은 그동안 폐지 등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팔아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kg당 40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거의 자선사업이다.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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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량 수거’ 놓고 환경부-업체 다른 말… 아파트엔 ‘비닐 산’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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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방촌 노인들 마스크도 없이 버텨

    “마스크? 있기는 한데 겨울에 써야지. 지금 쓰면 아깝잖아….”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송모 씨(86)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말투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송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경로당으로 가고 있었다. 연신 ‘쿨럭’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가래를 뱉기도 했다. 송 씨는 “몇천 원짜리 마스크를 어떻게 사? 어디서 갖다 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살 형편이 돼야지”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쪽방촌’ 중 한 곳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백사마을에서 만난 28명의 노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힘든 저소득층이나 야외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제적 이유로 마스크조차 마련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에 대비한 근본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5층 건물 공사현장.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여 날렸다. 이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모 씨(31)는 “이곳처럼 작은 공사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건 딱 눈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 대신 이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수건 한 장은 초미세먼지는 물론 미세먼지(PM10)도 막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국집 앞에서 만난 박모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배달을 준비 중이었다. 박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로 미세먼지를 막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어제는 머리가 ‘찡’ 하고 조금 아프긴 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30대 A 씨는 최근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10개를 지급받았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지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A 씨가 주 6일 일하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 추가로 지급될지 기약이 없다. 혹시나 하고 마스크를 빨아도 봤지만 아예 쓸 수 없게 돼 버려야 했다. A 씨는 “환경미화원 중에는 퇴직 후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통대책도 좋지만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중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무료로 비치할 계획이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김정훈 기자}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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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마스크? 있기는 한데…” 쪽방촌 노인들 미세먼지 속수무책

    “마스크? 있기는 한데 겨울에 써야지. 지금 쓰면 아깝잖아…”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송모 씨(86)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말투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송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경로당으로 가고 있었다. 연신 ‘쿨럭’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가래를 뱉기도 했다. 송 씨는 “몇 천 원짜리 마스크를 어떻게 사? 어디서 갖다 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살 형편이 돼야지”며 걸음을 재촉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쪽방촌’ 중 한 곳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백사마을에서 만난 28명의 노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힘든 저소득층이나 야외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제적 이유로 마스크조차 마련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에 대비한 근본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5층 건물 공사현장.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여 날렸다. 이 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모 씨(31)는 “이 곳처럼 작은 공사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건 딱 눈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대신 이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수건 한 장은 초미세먼지는 물론 미세먼지(PM10)도 막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국집 앞에서 만난 박모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배달을 준비 중이었다. 박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로 미세먼지를 막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어제는 머리가 ‘찡’하고 조금 아프긴 했다”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30대 A 씨는 최근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10개를 지급받았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지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A 씨가 주 6일 일하는 걸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언제 추가로 지급될지 기약이 없다. 혹시나 마스크를 빨아도 봤지만 아예 쓸 수 없게 돼 버려야 했다. A 씨는 “환경미화원 중에는 퇴직 후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통대책도 좋지만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중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무료로 비치할 계획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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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못믿겠다” 먼지측정기 사고… 뿔난 엄마들 학교에 청정기 기부

    “정부가 해주는 게 뭔가요. 내 아이들 내가 지켜야죠.” 전남 나주시에 사는 주부 권모 씨(40)가 26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실 2곳에 공기청정기 설치가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구입 비용은 학부모들이 나눠 내기로 했다. 사실 권 씨는 개학 전부터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 탓에 불가능했다. 결국 같은 반 학부모들을 설득해 공기청정기를 직접 구입하기로 했다.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한반도를 덮치자 권 씨처럼 많은 시민이 스스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정부로부터 뾰족한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화가 박종혁 씨(44)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주기적으로 집 안에서 먼지 농도를 측정한다. 박 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 박 씨는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 정보는 측정기 수도 제한적이고 측정주기도 1시간 이상으로 길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자체 측정 후 농도가 높으면 공기청정기로 환기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측정기 가격은 저렴한 게 6만 원 정도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회원 수 7만여 명 규모의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1800여 건이나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는 학부모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시연하거나 체내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적인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기다. 미세먼지 대처법을 소개한 영상은 지난해 11월부터 50개 가까이 등록됐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조회 수가 7만 건에 육박한다. 아예 미세먼지를 피해 이사 가는 사람도 있다. 김은경 씨(38·여)는 올해 초 미세먼지를 피해 서울에서 전남 완도군으로 이사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비염을 앓는 자녀가 “숨쉬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완도는 미세먼지가 별로 없느냐”는 지인의 문의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한다.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 차량 2부제가 이날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서울 시내 구청 등 일부 지자체는 주차장을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초구청을 찾은 장모 씨(40)는 “지난번 2부제 시행 때 모르고 차를 끌고 왔다가 다른 곳에 주차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번에는 발령된다는 걸 보고 미리 대중교통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2부제 적용을 두고 마찰을 빚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서울의 일부 공공의료기관은 방문객 민원에 못 이겨 2부제 적용을 철회하기도 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김단비 기자}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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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도원 소속사 “이윤택 고소인 4명이 돈 요구”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중 일부가 배우 곽도원 씨(45)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 씨는 연극배우 시절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 곽 씨 소속사인 오름엔터테인먼트의 임사라 대표이사는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돈을 내놓으라는 등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임 대표가 올린 글에 따르면 23일 곽 씨는 이 전 감독을 고소한 4명으로부터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튿날 곽 씨는 임 대표와 함께 이들을 만났다. 임 대표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4명은) 변호사인 내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심하게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분들 입에서 나온 말은 참 당혹스러웠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나가지 않냐. 우리가 살려줄게’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대신) 스토리 펀딩을 해보는 건 어떠냐. 그럼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아느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 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배우(곽 씨)에게 ‘피해자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했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고소인단 측은 임 대표가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했다며 반발했다. 고소인단 법률 대리인 A 변호사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임 대표가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갔다. 피해자들은 당시 대화를 녹음했으며 현재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배준우 jjoon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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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택, 툭하면 단원 폭행… 지원금 유용 의혹”

    상습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평소 극단 단원들에게 폭행과 폭언 등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전 감독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는 ‘이윤택 피해자 지원 공동변호인단’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공항에 도착한 자신의 딸을 늦게 마중 나갔다는 이유로 한 단원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렸다. 안마 요구를 거부한 또 다른 단원은 동료 수십 명 앞에서 이 전 감독에 의해 가위로 머리카락이 잘렸다. 또 뺨을 맞아 고막이 파열된 단원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 유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경남 밀양시는 축제 지원 명목으로 연희단거리패에 매년 6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지원금이) 이 전 감독의 개인재산 축적에 쓰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공사에 단원들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전 감독은 서울과 부산에 본인 명의의 건물을 최소 2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단원들이 벽돌을 나르고 배관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부당 노동행위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건물이 10여 건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피해 여성들이 이 전 감독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손해배상으로 받는 금액은 전액 공익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 기자}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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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안희정 “내가 이렇게까지… ” 친구에 토로, 부인-아들과 열흘 칩거

    19일 오전 7시경 수도권의 한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의 문을 열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나왔다. 안 전 지사는 9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이튿날부터 줄곧 이곳에 머물렀다. 안 전 지사의 대학 동창인 A 씨의 집에 딸린 거처다. 이날 안 전 지사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간 칩거하다 외출에 나섰다.회색빛 컨테이너의 크기는 20m² 남짓.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졌다. 방바닥에는 난방용 전기선이 깔려 있다. 안 전 지사는 이곳에 칩거하는 동안 컨테이너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 이불을 털거나 인근 개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목격됐다. 안 전 지사는 밤에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나마도 새벽에 혼자 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줄곧 컨테이너 숙소에 칩거이날 안 전 지사는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머리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 헝클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서울서부지검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온 모습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어찌 됐든 고소인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아내와 가족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는 K5 승용차에 올라타며 기자에게 “제가 있는 동안 저희 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경계를 지켜주신 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상대로 취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안 전 지사의 부인과 아들 역시 줄곧 이곳에 와 있었다. 가족은 컨테이너 옆에 있는 A 씨 집에 따로 머물렀다. 안 전 지사는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속죄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에서 따로 지내는 안 전 지사는 식사 때 부인과 마주 앉는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 한두 끼 정도 먹었다. 매 끼니 밥을 반 공기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A 씨는 “안 전 지사가 은신처에서 서울을 오가는 두 아들과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퍽’ 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아들이나 친구 등 다녀가는 사람을 배웅할 때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서있는데 그 순간에도 회한이 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2차 고소 후 변호인 발길 분주검찰 1차 조사 후 은신처로 왔던 10일 안 전 지사는 말을 거의 못 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 11일 기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A 씨는 취재진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며 극도로 경계했다. 안 전 지사는 13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침통해했다고 한다.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의 추가 고소가 이뤄진 14일에는 신형철 전 충남도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를 찾았다. 안 전 지사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감정 기복이 줄어드는 등 심리적으로 담담한 상태가 됐다고 한다.2차 고소 후 검찰 소환이 임박해 오자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17, 18일 연이어 은신처를 방문했다. 본격적인 대응 방안을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두 고소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기억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로 생각해서인지 시기와 장소를 잘 떠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비서였던 김 씨와,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의 여성 연구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측근들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칩거하는 동안 자신에 관한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상태에서 뉴스를 보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이곳에 머물렀던 열흘 동안 가끔 한두 명씩 친구들이 찾아왔다. 대학시절이나 그 이후에 만난 친구들이 오갔을 뿐 정치인은 없었다고 한다.A 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을 “친구야”라고 부르는 호칭이 새삼스러웠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사적인 인연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A 씨에게 “아이고 내가 이렇게까지 돼 버렸다, 친구야”라고 말하기도 했다.이지운 easy@donga.com·사공성근·정현우 기자}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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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까지 소문난 코스-풍광… ‘찬란한 봄’을 달렸다

    “오직 동아마라톤을 위해!(Only for Dong-A Marathon!)” 18일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는 대회 참가만을 목표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들도 함께 달렸다. ‘러닝문화’에 익숙한 20, 30대들도 열정적으로 도심을 달렸다. 국내외 러너(runner)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8일 오전 7시를 전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패딩점퍼와 1회용 비닐점퍼를 입은 참가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영상 6∼7도로 쌀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피트니스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풀었다.○ “코스 좋다는 소문, 해외에도 나” 미국 애리조나에서 의사로 일하는 하리 케샤바 씨(36)는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직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에서는 풀코스를 두 번 완주했는데 해외 첫 경험으로 한국을 택했다. 바쁜 와중에 겨우 짬을 냈다”며 웃었다. 일본 도야마(富山)현에서 온 직장인 나오토 다치나미 씨(49)도 전날 낮 12시에 한국에 도착해 대회를 치르고는 바로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을 택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녜화린 씨(32)는 중국에서 온 친구 10여 명과 단체로 참가했다. 녜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코스 경치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매년 친구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슈퍼맨 복장을 한 싱가포르인 모하마드 라시드 씨(37)는 “이 옷을 입기 위해 더운 싱가포르를 떠나 한국으로 날아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10km 구간(서울챌린지10K) 1위는 태국에서 온 와리피툭 샌동 씨(40)가 차지했다. 인천의 알루미늄 도금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샌동 씨는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다 내친김에 참가했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와리피툭 씨는 한국말로 “좋은 날이다. 아내와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 탄 자식들과 함께 골인 국내 참가자들도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봄바람을 갈랐다. 조지연 씨(42·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딸 임희주 양(13)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섰다. 임 양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아버지를 보면서 뛰어다니는 몸짓을 하곤 했다. 조 씨는 전동휠체어에 딸을 태우고 10km를 뛰었다. 기록은 1시간 44분.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조 씨는 “희주가 이렇게 밝은 표정을 짓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2년 전 백제공주마라톤에서 주목받았던 배종훈 씨(52)도 휠체어에 아들 재국 씨(22)를 태우고 또 한 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 부자는 ‘서브 포(4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하면서 21번째 완주를 기록했다. 배 씨는 “이번 평창 패럴림픽을 보면서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지난겨울 아들이 많이 아팠는데 잘 견뎌줘 고맙다”고 했다. 평소라면 긴장하며 행사장 경비에 나섰을 경찰 등도 가벼운 마음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29명이 제복 대신 단체 티셔츠를 입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박수를 받으며 뛰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공연에서 한국무용을 안무한 김혜림 감독과 함께 일한 조재혁 조감독, 무용수 등 10명도 서울챌린지10K 부문에 참가했다. 대회에 세 번째 참가하는 조 조감독이 제안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동고동락한 동료끼리 달리며 결속을 다질 수 있어 좋았다. 내년 대회에서는 무용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완주를 축하했다. 동호회 회원들에게 직접 만든 월계관을 일일이 씌워주는 사람도 있었다. 코스마다 러너들을 이끈 ‘페이스메이커’와 자원봉사자도 대회를 빛냈다. 시각장애인 페이스메이커 문선희 씨는 “시각장애인들도 스포츠의 희열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마라톤 저변이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러너들에게선 ‘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환희가 엿보였다.권기범 kaki@donga.com·이지운·김자현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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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부로 들이대다가는…” 클럽 남성들이 달라졌다

    “저기요….”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의 한 20대 남성이 또래 여성 2명에게 말을 건넸다. “됐어요.” 한 여성이 잘라 말했다. 남성은 “아, 1분만요. 얘기 좀 들어봐요”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여성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다가 주춤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남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 대신 술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16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의 한 ‘헌팅주점’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목격됐다. ○ 사라진 ‘부비부비’ 헌팅주점은 종업원 주선 없이 남녀 손님이 알아서 합석해 술을 마시는 곳이다. 강남역과 홍익대 입구 등 젊은층이 모이는 곳에 많다. 이날 오후 11시 반경 찾은 강남역 근처 2층의 한 주점은 테이블 40개가량에 20, 30대 손님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이다. 어두운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보통 이 시간이면 남녀가 함께 이야기하거나 한창 술을 마실 때다. 노골적인 스킨십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남녀가 동석한 테이블을 찾기도 어려웠다. 근처의 한 클럽형 주점도 비슷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조명 아래에서 디제이(DJ)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앙 무대에 나와 춤을 추는 사람은 300여 명. 대부분 일행끼리 춤을 추거나 혼자서 즐기는 모습이었다. 사실 클럽형 주점은 그동안 진한 스킨십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은 남녀가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추는 이른바 ‘부비부비’ 같은 장면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남성 손님은 춤추는 여성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가 고개를 젓는 모습에 곧바로 체념하기도 했다. 거절하는 여성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테이블로 데려가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 박모 씨(30)는 지난달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자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어울려 춤추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분위기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취한 남성 한 명이 춤을 추던 여성의 허리를 감싸 안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남성의 일행 2명이 다급히 달려와 무대 밖으로 끌어냈다. 일행은 피해 여성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 뒤 먼저 자리를 떴다. 이태원의 한 클럽 점원 정모 씨(29)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추근거리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외국인만 걱정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 ‘일시적 현상’ vs ‘유흥문화 바뀌어야’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의 이유를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보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의 여파가 젊은층의 유흥 문화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클럽이나 헌팅주점 같은 유흥업소 손님들이 이른바 부킹으로 불리는 남녀 만남을 전제로 찾는다. 한편으로 남성의 일방적인 스킨십이 묵인되는 문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항공사 승무원 김모 씨(27·여)는 “쉬는 날이면 클럽에 와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그때마다 내 몸을 은근슬쩍 만진다거나 몸을 밀착하는 남자들이 있어서 불쾌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경험이 없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먼저 조심하자는 생각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합석에 동의하고도 남녀가 나뉘어 앉는 모습도 목격된다. 마치 대학 때 단체미팅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보통 합석이 이뤄지면 남녀가 짝을 이뤄 앉는 게 일반적이다. 한 남성 손님은 “여성의 동의가 불확실할 때는 오해를 사지 않게끔 일단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클럽형 주점에서 만난 신모 씨(29·여)는 “오랜만에 왔는데 확실히 남성들의 신체 접촉이 줄었다. 지금 미투 때문에 이런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이지운 기자·김정훈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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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아들… 나흘뒤엔 엄마와 딸… 일가족 3명 아파트서 잇달아 몸던져

    아버지를 제외한 일가족 3명이 며칠 새 차례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아버지 행적은 묘연하다. 1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영등포구 문래동 한 아파트에 살던 일가족 4명 가운데 장남인 대학생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일 뒤 어머니와 여동생도 뒤를 따랐다. A 씨는 9일 오전 10시 45분 자신의 아파트 옥상(20층 높이)에서 몸을 던졌다. 그는 이달 초 서울 소재 명문대 경영대에 입학했다. A 씨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그가 평소 생활이나 대학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씨 장례와 삼우제까지 치른 13일 오후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과 40대 어머니가 차례로 19층 아파트 작은방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여동생은 출동한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봤지만 역시 타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A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이자 그간의 집안 사정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A 씨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아버지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한 결과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모 호텔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혔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한편 숨진 가족들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김동혁 hack@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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