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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이라크, 레바논, 알제리, 칠레, 홍콩, 스페인, 프랑스, 에콰도르, 아이티, 온두라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올해 세계 곳곳에서는 불평등 타파와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거 거리로 몰려나오는 시민 봉기(Civil Disorder)가 활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019년을 ‘거리 시위대의 해(the year of the street protester)’라고 진단한 이유다. 시위 여파로 볼리비아, 이라크, 레바논, 알제리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혹은 총리가 물러났다. 9월 홍콩 구의원 선거와 11월 스페인 총선에서도 모두 현 집권 세력과 대립각을 세운 반중 정치인과 극우 정당이 몰표를 받았다. 이들은 왜 뛰쳐나왔을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경제적 불만이 깔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불평등까지 심해지니 “못 살겠다, 갈아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기성 정치권이 내세우는 해법으로는 결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느낀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리처드 영 미 카네기 국제평화센터 연구원은 WSJ에 “시위대가 정치적 해결책이 아니라 더 직접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현상은 일회성이 아니다. 세계 정치의 주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시민 봉기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발원한 민주화 운동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체를 물들인 ‘아랍의 봄’으로 번진 이유는 해외 거주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자국의 시위 소식을 널리 퍼뜨렸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물리적으로 시위 현장에 없지만 온라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고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연대와 결속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상위 1% 부자의 소식을 접하면서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도 급속도로 커졌다. 텔레그램 같은 암호화된 메신저도 시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6월 9일부터 반년 넘게 반중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홍콩 시위대는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무장경찰의 위치를 공유하고 도망치는 ‘히트앤드런’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을 외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의 시위대도 텔레그램에서 다음 게릴라 시위 장소를 긴급 공지하며 경찰을 따돌렸다. 이 같은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로 각국 10대들이 시위의 최전선에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월 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는 교통비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어 공짜로 지하철을 타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전국적 시위로 비화했다. 레바논 시위도 자신들이 즐겨 쓰는 ‘왓츠앱’ 메신저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청년층이 주도했다. WSJ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년들이 온라인에서만 활동할 것이라는 기존 시각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진단했다. 올해 각국 반정부 시위를 ‘주변부에서의 반란’이라고 진단한 영국 분쟁전문 싱크탱크 옥스퍼드리서치그룹(ORG)은 “이런 현상이 향후 30년간 국제사회를 뒤흔들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랍의 봄’에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2011년부터 8년째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의 시위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시위대의 요구가 적절하게 수용되지 않으면 종교적 극단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실각했지만 이후 내내 경제난이 계속된 이집트에서 실권을 잡은 세력은 시아파 급진단체 무슬림형제단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세 지도자가 ‘3개국 협력 미래 10년 전망’을 발표할 겁니다.” 이달 말 이임을 앞둔 추궈훙(邱國洪·62) 주한 중국대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대면 및 서면 인터뷰를 갖고 “1999년 한중일 3국 협력체제가 출범한 지 꼭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3개국 정상이 청두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2월부터 이달까지 71개월간 재직한 그는 1992년 9월∼1998년 8월까지 72개월간 대사를 지낸 장팅옌(張庭延·83) 초대 대사의 임기보다 불과 한 달 부족한 두 번째 장수 대사다. 두 대사는 중국 외교관 정년(60세)을 넘긴 상태에서 마지막 커리어를 한국에서 마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후임자인 싱하이밍(邢海明·55) 주몽골 중국대사는 내년 초에 부임한다. 한중일 3개국 인구는 전 세계의 21%인 약 16억 명,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체의 24%인 20조2000억 달러(약 2경3452조 원)에 달한다. 추 대사는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엄청난 비중을 지닌 3개국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우위이고 중국은 5세대(5G) 통신과 인터넷 부문에서 후발 우위를 지녀 거대한 시장 및 발전 기회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 대사는 “2014년 7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동의한 2016년 7월 사이 2년간 한중 관계가 역사상 최고 시기”라고 했다. 그는 “이후 어려움이 있었지만 비교적 빨리 회복했다. 사드는 미국이라는 ‘제3자의 문제’일 뿐 한중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양국의 공동이익이 많고 다른 충돌이 없기에 다시 최상의 시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강조했다. 그는 2022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이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의 사례와 경험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추 대사는 한국 언론인과의 잦은 만남도 의미 있는 일로 꼽았다.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는 딱딱한 답변밖에 할 수 없어 비공개 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저는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후임 싱 대사는 한국에서 세 차례나 근무했고 한국어도 유창해 양국 관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1957년 상하이에서 출생한 추 대사는 상하이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외교부에 입부했고 일본, 네팔 등을 거쳐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퇴직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외교 업무를 맡아 그간의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980년대 후반 동유럽권 붕괴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까지 약 20년은 흔히 세계화의 시대로 불린다. 상품, 노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각국 경제 통합으로 전 세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연결됐다.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의 저서에서 세계화의 장점을 칭송했고 세계적인 권위자로 불렸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저성장, 보호무역, 자국우선주의 등이 고착화하면서 각국의 교역, 투자, 인력, 정보 교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세계화 후퇴, 즉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 나타난 것이다. ‘느린(Slow)’과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로 한때 세계 경제성장과 각국 통합을 촉진했던 세계화 시대와 달리 자본과 노동의 이동 제약, 금융 및 기업 규제 강화, 국제 공조 균열이 두드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아지즈 바카스가 명명한 슬로벌라이제이션은 올해 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그 부작용을 우려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경제, 사회 교류 범위가 극소수 이웃 나라로 좁혀지는 ‘블록화’ 양상이 심화하면서 성장 둔화가 가속화하고 난민, 기후변화, 탈세, 사이버 범죄 등 국제 공조가 불가피한 문제가 방치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대립하는 경쟁 국가나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보복 관세 등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교역이 줄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지적했다. 슬로벌라이제이션으로 교역 감소와 저성장이 나타나면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앞세운 세력이 곳곳에서 발호한다는 의미다. 세계화의 동력과 지지 세력이 크게 줄어들면 브렉시트 등 세계화 후퇴가 아예 노골적인 반(反)세계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계화 후퇴를 야기한 저성장과 불평등이 반세계화 세력에게 일종의 명분을 제공해 슬로벌라이제이션을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0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금융위기 이후 11년 최저치인 2.9%로 제시했다. 이 와중에 세계 소득불평등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성인 인구 중 상위 1%가 전체의 절반(45%)에 가까운 부를 독점하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옥스팜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세계 억만장자 380명의 부를 합쳐야 세계 하위 50%의 부와 동일했지만 2017년에는 상위 42명의 부자가 하위 50%의 부와 같았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각국에서 나타나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인구 집중화 현상도 슬로벌라이제이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저금리와 저성장, 고용 부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나마 일자리와 기회가 있는 수도권으로 몰려 각국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최소 30% 상승했다.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등에서는 평균 40% 넘게 올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독일 뮌헨과 프랑스 파리 부동산 시장이 이미 거품에 진입했거나 거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년 전 세계화는 곧 선진화를 의미했지만 금융위기로 이 신화가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고난에 처한 예수와 같다”고 비유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배리 라우더밀크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이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토론에서 “예수가 반역죄로 억울하게 기소됐을 때 본디오 빌라도도 고발자는 대면하도록 해줬다”며 “엉터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빌라도가 예수에게 제공한 권한이 민주당이 탄핵 절차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한 권리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 탄핵 조사를 주도한 야당 민주당을 예수를 탄압한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빗댄 셈이다. 프레드 켈러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도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구절을 이용해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민주당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겠다. ‘아버지,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라고 가세했다. 케빈 브래디 하원의원(텍사스)은 “민주당은 우리 시대의 조 매카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카시는 1950년 미 국무부에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해 미국 내 반공주의 광풍, 즉 ‘매카시즘’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잇따른 엄호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때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부를 얼마나 잘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라우더밀크 의원의 발언을 차용한 ‘트럼프에서 예수까지(Trump to Jesus)’란 문구도 유행하고 있다. 빌라도 역시 이날 인기검색어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도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1월 집권 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뜻하는 러시아 스캔들에 내내 시달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벗어나기 위해 당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자충수’를 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20년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가 2014년부터 이사로 재직한 에너지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의 비리에 대해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이날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하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 조사 내용에 대해 증언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통화 내용을 들은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 정보 요원은 8월에 약 9쪽의 메모를 작성해 마이클 앳킨슨 미 정보기관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9월 18일 미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했고, 6일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조사를 개시했다. 탄핵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수사에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음이 드러났다.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등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도 백악관 측에 큰 타격을 안겼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보기술(IT)과 공유경제의 급격한 발전으로 소셜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신종 일자리 및 고용 형태를 뜻하는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이 포진한 각국 승차 공유업체가 대표적이다. 음식 배달, 인력 중개, 대리운전, 온라인 상거래 등으로 범위도 확산되고 있다. 변화는 수치로도 쉽게 확인된다. 미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36%인 57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수도 2020년 6220만 명, 2028년 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회사 갤럽도 지난해 미 노동자의 29%가 플랫폼 노동을 주 직업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매킨지 컨설팅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64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엄연한 평생 일자리로 플랫폼 노동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자영업자도 임금 근로자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의 애매모호한 처지, 플랫폼 소유주와 노동자의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도 날로 커진다는 데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플랫폼 노동이 일반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 잡으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를 지원하거나 고용하는 부담을 온전히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 더 많은 공공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돈을 누가 대느냐에 따른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5월 미 음식배달 앱 ‘캐비아’의 배달 기사 파블로 아벤다노 씨는 빗길에 무리하게 운행하다 차 사고로 숨졌다. 그는 캐비아 직원이 아니었기에 유족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분노한 동료 배달 기사들은 노조 결성으로 대응했고 회사와 유족의 다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자(고객)와 서비스 공급자(노동력 제공자)를 연결해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해고도 당연히 자유로워야 하고 이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고 회사의 업무 지시, 평가, 제재를 받기에 자영업자로 보기도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올해 9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시행될 이 법으로 캘리포니아에서만 최소 100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버 등 플랫폼 회사들은 “최소 20∼30%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영국 우버도 우버 기사에게 최저임금과 연간 휴가 일수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항소했다. 플랫폼 노동이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11월 기준 미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450억 달러(약 54조 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275억 달러(약 33조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일반 기업의 근로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임금 인상, 성과급, 스톡옵션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그 과실을 누리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신뢰도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양극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 회사가 지게 하고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해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3월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해킹, 5월 유럽의회 선거 러시아 개입설, 9월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피격, 11월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도 핵발전소 해킹…. 올해 각국에서 벌어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의 대표 사례다. 재래식 무기 외에 해킹, 가짜뉴스, 심리전 등으로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뜻하며 복합전쟁, 비(非)대칭전쟁으로도 불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 의미의 전쟁과 관련이 없는 행위를 통해 공격하므로 상대방은 공격당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기 어렵다”며 하이브리드전쟁의 진화가 세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선두 주자는 ‘해킹’과 ‘가짜뉴스’를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다. 10월 미 외교안보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최근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J-20’ 스텔스기는 미국의 ‘F-35’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중국이 해외 기술을 훔쳐 무기 개선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F-35에 탑재된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전기광학타깃시스템(EOTS)과 흡사한 센서가 J-20에도 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록히드마틴 측은 “EOTS가 해킹으로 유출됐다”며 중국에 날을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에 중국 해커들이 잠수함, 미사일 등 최첨단 군사연구를 진행하는 미 MIT 및 워싱턴대를 해킹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해 1, 2월 중국이 미 해군 수중전센터의 계약직 직원 컴퓨터를 해킹해 2020년부터 미 해군 잠수함이 사용할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 계획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2013년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미사일,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호넷 전투기, 블랙호크 헬기, F-35 등 최첨단 무기 설계도 20여 개가 해킹당했을 때도 미 국방부는 중국을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가짜뉴스 등을 앞세운 정보전을 위해 ‘29155’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정당이 친서방 정당을 연정에서 배제해 발생한 올해 2월 몰도바 헌법 위기, 2016년 몬테네그로의 쿠데타 시도 등에 이 부대가 개입했다고 전했다. 체제 전복, 사보타주, 암살 등이 전문이며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등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는 난데없이 한 민족주의자가 대선 승자가 됐다는 이미지가 올라왔다. 러시아 방송들은 이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보도해 우크라이나 사회의 혼란을 부추겼다. 2016년 가을 우크라이나 항만, 재무부, 방위 시설 등이 공격받았을 때도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다. 2016년 1월 13세의 러시아계 독일 소녀의 가출 사건 당시 러시아 언론은 이 소녀가 무슬림 난민에게 유괴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집단 성폭행은 명백한 가짜뉴스였지만 독일 언론도 이를 추종 보도했고 반난민 심리가 강화됐다. 이 여파로 같은 해 9월 극우 독일대안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연방의회에 입성했고 세를 불려가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상인 한국도 하이브리드 전쟁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디도스 공격, 2015년 국방망 해킹 등 배후에 북한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특수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발전해 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을 가진 한국은 늘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이버 테러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2일(현지 시간)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주요 이유로 제1야당인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레드월’의 민심 이반이 꼽힌다. 중북부의 석탄, 철강, 제조업 밀집 지역으로 ‘영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린다. BBC에 따르면 보수당은 약 100석이 걸린 레드월에서 50석 이상을 확보했다. 비숍오클랜드, 워킹턴, 렉섬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에서도 승리했다. 레드월은 탄광 통폐합 등을 단행한 ‘보수의 거두’ 마거릿 대처 전 총리(1979∼1990년 집권) 때 몰락해 반(反)보수당 정서가 강했다. 이후 30여 년간 노동당 텃밭이었지만 최근 반이민 정서로 보수당 지지자가 늘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10월 말 총선 실시를 발표한 후 줄곧 이곳을 누볐다. 현지 언론은 ‘산토끼’ 공략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를 집중 공략해 백악관 주인이 됐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후 3년 반 넘게 이어진 브렉시트 혼란 정국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보수당의 승리 요인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탈퇴’란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고수한 존슨 총리와 대비됐다. 노동당은 불과 154석을 얻었던 1935년 선거 이후 84년 만에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코빈 대표는 “다음 총선 땐 대표를 안 할 것”이라며 사퇴를 시사했다. 존슨 총리와의 불화로 보수당을 탈당한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 정계 거물도 줄줄이 낙선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해소로 12일 런던 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보다 약 3% 올랐다. 다만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고 내년 7월 1일 전까지 전환 기간도 조율할 수 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조유라 기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2013년 오바마케어 갈등으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에 이른 미국 정치를 개탄하며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정치)’란 단어를 썼다. 상대방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당파 정치를 뜻한다. 올해 미국 영국 등에서도 ‘극단적 소수’ 정파가 반대만 일삼는 전형적 비토크라시가 나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표적 예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란의 핵심인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이다. DUP는 하원 650석 중 불과 10석(1.5%)을 점유한 초미니 정당이다. 복음주의 개신교도가 지지층이며 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 브렉시트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들은 올해 1월 연정 파트너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메이 전 총리 사임,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등 주요 계기마다 실력행사에 나섰다. 점유율 1.5%의 정당이 ‘의회민주주의의 본산’ 영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DUP는 연정 파트너이면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보수당의 정책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7년 6월 조기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한 보수당은 DUP와 제휴했다. 현재도 하원 650석 중 288석(약 44%)만 차지하고 있다. 한 석이 아쉽다 보니 줄곧 DUP에 끌려다녔다. 12일 조기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면 또 DUP에 끌려다닐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존슨 총리가 총선이 아닌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현 위치에 올랐기에 정당성이 부족하다. 10석짜리 정당이 브렉시트란 특수 상황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1월 하원에 처음 입성한 ‘유색인종 4인방’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14지구), 아이아나 프레슬리(45·매사추세츠 7지구), 러시다 털리브(43·미시간 13지구), 일한 오마 의원(37·미네소타 5지구)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지도부를 애태우고 있다. 지나친 강경 진보 성향, 반(反)유대주의 등으로 전통적 지지자들과 반목하는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사사건건 맞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선 의원이 공천권을 쥔 지도부나 세계 최고권력자와 대립할 수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프레슬리 의원의 지역구는 1923년부터 96년째, 털리브 의원 지역구는 1949년부터 70년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마 의원(46년째)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26년째)의 상황도 비슷하다. 민주당 소속이면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되니 지역구민의 지지만 신경 쓰면 되는 셈이다. 4인방 지역구민의 대다수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는 이들이 더 강경한 진보 정책을 내세우고, 트럼프 대통령을 더 세게 비판할수록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부유세, 무상 의료 및 등록금, 탄소배출 제로 등 이들이 내세우는 급진 정책을 택하면 중도층 유권자를 포섭하기 어렵다. 최근 이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성향이 비슷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8·버몬트) 지지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각국 정계에도 극단적 축구팬 같은 ‘훌리건’이 넘쳐난다. 서로 더 극단적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경쟁만 펼치다 보니 정치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무관심과 불신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이들의 극단적 주장이 퍼지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파키스탄의 변호사 200여 명이 11일 펀자브주 라호르의 한 병원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이 병원의 심장환자 3명이 사망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라호르 지역 펀자브심장병센터(PIC)에 몰려와 창문과 집기를 부수는 등 병원 기물을 파손하며 의료진을 위협했다. 이들은 또 경찰차를 포함한 수십 대의 차량도 파손하고 불을 질렀다. 변호사들은 몇 주 전 이 병원에서 구타당한 변호사의 복수를 위해 PIC로 몰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변호사가 이 병원 의사들에게 구타와 조롱을 당하는 영상을 보고 분노해 달려왔다고 돈은 보도했다. 해당 변호사는 지난달 자신의 친척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고 병원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변호사들의 병원 습격으로 경찰 특수부대가 투입돼 몇 시간에 걸쳐 진압작전을 펼쳤고 40명의 변호사가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3명이 숨졌다고 돈은 보도했다. 시린 마자리 파키스탄 인권부 장관은 “변호사들은 환자들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테러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펀자브 주 정부에 폭력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할 것을 지시했다. 펀자브주 당국은 관련자 모두를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사진)로 뽑혔다. 타임은 11일 “수십 년간 과학자와 환경 운동가들이 각국 지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 10대 소녀가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툰베리는 1927년부터 시작된 ‘올해의 인물’ 역사상 최연소 인사다. 2003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툰베리는 아스퍼거증후군과 강박장애(OCD)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해 남다른 유년 시절을 보냈고 12세인 2015년 “채식주의자로 살겠다. 자전거를 타며 탄소 배출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8월 학교를 결석하고 국회의사당 밖에서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1인 등교 거부 시위’를 이끌면서 주목받았다. 올해 8월에는 무동력 보트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당도하는 데 성공했고, 한 달 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대처를 호소해 세계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올해 10월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툰베리는 유엔 연설 당시 “당신들의 빈말이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며 호통을 쳤다. 이 자리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 보는 듯한 모습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타임은 “툰베리가 ‘청소년 시민운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정당이나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도 않았으며,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아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를 발휘해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극찬했다. 역시 환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역사를 통틀어 많은 위대한 발전은 젊은이들이 행동할 때 만들어졌다”며 툰베리의 수상을 축하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혐의를 명시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10일 공개했다. 쟁점이었던 뇌물 수수와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해 기존보다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9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6개 상임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안 주요 내용과 탄핵의 다음 단계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CNN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2일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소추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추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 하원 전체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이 공개한 소추안 초안은 이번 탄핵 정국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에만 집중했다. 제1조에는 권력 남용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의 잠재적 라이벌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수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국가의 이익을 해치면서 공적인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중대한 탄핵 사유”라고 설명했다. 제2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서 하원의 소환장을 거부하며 증언을 하지 않고 문서 제공을 거부해 의회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혐의가 적시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에 의거한 하원의 ‘탄핵에 대한 단독 권력 행사’를 막았다는 내용을 탄핵소추안에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핵심 쟁점이었던 ‘쿼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에 따른 뇌물 수수 혐의가 빠진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서와 증인을 원천 차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쿼드 프로 쿼’를 지시했다고 말해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대신에 더 넓은 범위인 권력 남용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앞서 뮬러 전 특검의 수사 방해에 대한 내용도 탄핵소추안에 담을 것을 검토했지만 탄핵안 통과를 위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초안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아무 잘못도 없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정치적 광기”라고 10일 트윗을 올렸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각각 2000년과 1978년에 워싱턴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조정에 나섰다.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일본과 러시아의 강화 조약을 주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은 각종 국제 분쟁을 중재하고 전 세계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확립에 기여하면서 막대한 영향력과 권위를 얻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뭔가 달랐다. 이런 기존 질서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다자무역, 환경, 동맹 등의 가치가 미 경제와 자신의 재선에도 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3일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의 질서 파괴자(Disruptor-in-chief)’라고 비판했다. 미 대통령을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인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를 변형한 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 경시,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합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시리아 철군, 관세 전쟁 등에서 기존 질서 파괴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주역 자리를 스스로 내팽개칠까. 첫째도 둘째도 이유는 ‘돈’이다. 그는 시리아 철군 때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한국, 일본, 나토 회권국에 대해서는 “잘사는 동맹이 적보다 미국을 더 벗겨 먹는다”는 원색적 비난도 가했다. 단순히 미국인의 세금 낭비를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도 대통령직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을 정도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터키 편에 선 이유는 터키에 그의 사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거센 이해상충 비판에도 미국이 개최하는 주요 행사의 장소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고른다. 그는 취임 초인 2017년 2월과 같은 해 4월에 플로리다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올해 9월 아일랜드를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아일랜드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 더블린에서 무려 300km 떨어진 트럼프 소유의 둔버그 골프링크스&호텔에서 묵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의 도럴 골프리조트에서 열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비난이 나오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1억5000만 달러(약 1793억 원)를 들여 파산 직전의 도럴 리조트를 매입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망해 가는 자신의 호텔을 살리기 위해 정부 행사를 개최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대외 정책을 경매에 부쳤다”고 비판했다. AP통신도 “미 외교안보 정책의 상당수 사안이 동맹과 친구를 좌절하게 만들고, 적과 동지를 헛갈리게 한다”고 가세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질서 파괴가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지부진한 ‘호르무즈 연합군’ 구성이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이란과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방 유조선이 자주 공격을 받자 우방국에 항로 보호를 위한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핵심 우방국 대부분이 사실상 거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맹을 배반한 미국을 따를 나라는 없다. 미국의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동맹의 미국 출구전략이 본격화했다”고 진단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이윤태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올해 8월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컷 판다 두 마리에게 반중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홍’과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주장이 등장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아기 판다들은 중국이 독일에 대여한 암컷 자이언트 판다 ‘멍멍’과 수컷 ‘자오칭’ 사이에서 올해 8월 태어났다. ‘멍멍’은 2017년 중국에서 독일로 임대된 지 2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아기 판다들은 생후 100일째에 이름을 지어주는 중국 전통에 따라 9일 ‘멍샹’(간절히 기다린 꿈), ‘멍위안’(이뤄진 꿈)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현재 몸무게가 6kg에 달하며 2∼4년간 베를린 동물원에서 자란 뒤 중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멍멍’과 ‘자오칭’은 2017년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9000만 원)의 임대료에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독일에 대여됐다. 일간지 빌트는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 “중국이 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지만 반인권, 민주주의 탄압 등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은 이 이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그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 판다들을 중국으로 다시 데려오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독일 베를린에서 올해 8월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컷 판다 두 마리에게 반중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홍’과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주장이 등장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아기 판다들은 중국이 독일에 대여한 암컷 자이언트 판다 ‘멩멩’과 수컷 ‘지아오칭’ 사이에서 올해 8월 태어났다. ‘멩멩’은 2017년 중국에서 독일로 임대된 지 2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아기 판다들은 생후 100일 째에 이름을 지어주는 중국 전통에 따라 9일 ‘멩시앙(간절히 기다린 꿈)’, ‘멩유안(이뤄진 꿈)’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현재 “무게 6kg에 달하며 2~4년 간 베를린 동물원에서 자란 뒤 중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멩멩’과 ‘지아오칭’은 2017년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 9000만 원)의 임대료와 함께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독일에 대여됐다. 일간지 빌트는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 “중국이 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지만 반인권, 민주주의 탄압 등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는 이 이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그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 판다들을 중국으로 다시 데려와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도한 환경 규제로 미국인들이 화장실 변기 물을 15번이나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진행 중임을 빗대 이날 발언을 ‘화장실게이트(#toiletgate)’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재계 인사들과 규제 완화를 논의하며 “환경보호국(EPA)의 과도한 규제로 미국인들이 볼일을 본 후 한 번만 내리면 될 물을 10번, 15번씩 내리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안 나오는 수도꼭지, 수압이 낮은 샤워기도 많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번, 또 오래도록 물을 틀게 한다. 결국 더 많은 물을 쓴다”며 “EPA를 아주 철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지칭한 규제가 1994년부터 시행된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만들어졌으며 수자원 보호 차원에서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6갤런(약 6L)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2006년부터 시행된 ‘워터센스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28갤런(약 4.8L) 이하만 사용하는 ‘수자원 절약형’ 화장실에 미 정부가 인증을 해 주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미국 주(州)에는 비가 오기에 충분한 물이 있다. 이런 과도한 수자원 규제는 사막 같은 곳에서나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새 건물과 새 집에 입주할 때도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는 물이 없어 손조차 씻을 수 없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에너지 절약형 백열등도 비판했다. 그는 특유의 주황색이 나는 이 전구에 대해 “기존 백열등보다 더 비싸고, 안색이 더 안 좋게 보이는 전구”라며 “사람들의 안색을 주황색으로 보이게 한다. 나는 내 얼굴이 주황색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장실게이트’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앤더슨 쿠퍼 CNN 앵커는 “사람들이 화장실 물을 10∼15번이나 내리지는 않는다”며 대통령 발언의 지저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줄곧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위협은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내건 그는 지난달 “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올해 10월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EPA 규제를 완화했고 1월에는 야당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도 석탄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앤드루 휠러를 EPA 청장으로 임명했다. 9월 EPA는 늪지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된 수자원법도 폐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휠러 청장의 환경 규제 완화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더 강력한 규제 완화를 주문한 셈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복스는 “화장실 물은 미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화장실 물 낭비를 규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2017년보다 3.4% 증가했고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미국인도 2년 전보다 9700명 늘었다고 분석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4일 청문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유명 헌법학자들의 진술을 생방송으로 공개했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교수, 패멀라 칼런 스탠퍼드대 교수, 마이클 게르하르트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등 민주당이 초빙한 3명의 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조사를 압박한 의혹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법리적으로 검토했다. 펠드먼 교수는 “개인 이익을 위해 권한을 사용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민주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독재나 군주제하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공화당이 초청한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민주당 조사가 부적절한 증거에 근거했다.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해칠 수 있다”고 맞섰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백악관 직원을 관리하는 데도 깊숙이 관여한다.” 미국 백악관에서 대통령 부인 취재를 전담하는 케이트 베넷 CNN 기자가 3일 출간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전기 ‘멜라니아에게 자유를: 공인되지 않은 전기’에서 평가한 대목이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넷 기자는 멜라니아 여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로 지난해 11월 퇴출된 미라 리카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한 달 전 멜라니아 여사의 아프리카 순방을 수행했던 리카델 전 부보좌관이 불손한 태도를 보여 해고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베넷 기자는 “멜라니아 여사는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예의를 차리지만 가깝지 않은 관계”라며 “이방카의 잦은 해외 순방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고 전했다. 자신은 ‘지루한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남성과 결혼한 매우 젊은 아내를 일컫는 미국 속어)’로 전락했고 이방카는 ‘커리어를 지닌 현명한 엄마’ 입지를 다져 비교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멜라니아 여사가 패션으로 자신의 속내를 표현한다고도 평했다. 2016년 10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대선 토론에 나섰을 때 입은 분홍색 리본 블라우스, 지난해 6월 ‘나는 상관 안 해(I really don‘t care)’ 문구가 적힌 야상 점퍼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점퍼는 남부 국경장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사이가 불편한 의붓딸 이방카를 겨냥한 문구라고 주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모델 시절 찍었던 누드 사진을 유출시킨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가진 로비스트 로저 스톤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은 “대통령 일가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담았다”며 책의 내용을 부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온두라스 아이티 페루 등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 및 정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전역을 휩쓰는 경제난과 반정부 시위의 원인으로 △스페인 식민 시절부터 약 500년을 이어온 뿌리 깊은 불평등 △원자재와 농산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 △고질적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부정부패 등을 꼽는다. 하나같이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이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보즈워스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고문에서 “2020년 더 많은 시위가 더욱 폭력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점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오일 쇼크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위기를 겪었던 1980년대에 이어 중남미가 두 번째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고 가세했다. 과연 중남미 국가들의 시위 도미노를 멈출 해법은 찾기 어려운 것일까.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만이 중남미의 극심한 혼란을 해결해줄 열쇠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중남미 국가들은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달성했던 2003∼2012년에 민주주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남미에서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정부 체제보다 낫다’ ‘자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8∼2010년에 가장 높았다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만이 포퓰리즘 득세와 반정부 시위를 끝낼 해법이 될 것으로 점쳤다.○ 500년의 불평등과 인종갈등 세계은행(WB)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 초기인 16세기부터 중남미 지역이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불평등한 사회였다고 진단했다. 당시 스페인에서 온 개척자들은 금과 구리 등 광산 운영을 독점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및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럽 출신 백인이 사회 계층의 최상위에 있고 메스티소(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 물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삼보(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 흑인 등이 아래에 존재하는 사실상의 카스트 제도가 형성됐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독립한 19세기 이후에도 스페인 개척자의 후예인 극소수 백인과 메스티소만이 농장, 광산 등 알짜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며 대대손손 부를 독점했다. 그 결과 소수 백인과 나머지 인종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미국 툴레인대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에서 하루 소득 1.25달러(약 1475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최극빈층 비율이 백인은 2.8%에 불과하지만 메스티소 등 혼혈(8.8%), 원주민(8.2%), 흑인(7.1%) 등 유색인종은 훨씬 높았다. 하루 소득 2.5달러 미만의 극빈층 비율 역시 백인(8.2%)과 메스티소 등 혼혈(22.1%), 흑인(19.2%), 원주민(18.3%)의 격차가 상당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가 0.310인 데 비해 2017년 세계은행 기준 온두라스의 지니계수는 0.505에 달한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어가면 언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칠레(0.466), 베네수엘라(0.469), 볼리비아(0.440) 등도 경계선에 가깝다. ○ 저주로 돌아온 ‘자원의 축복’과 ‘中 특수’ 중남미 혼란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원유 천연가스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대두 사탕수수 옥수수 등 농산물 등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가 꼽힌다. 원자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대외 변수에 극히 취약한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산업화를 이룰 기회와 성장 잠재력을 모조리 갉아먹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 ‘세계 7대 부국’으로 불리던 아르헨티나가 약 100년이 지난 지금도 대두 옥수수 콩기름 등 농산물 수출에 전체 수출의 약 60%를 의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중국 특수 또한 역설적으로 중남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굳이 정보기술(IT), 중공업, 금융 등의 산업 다변화, 시설 및 설비 투자, 내수 확대, 인재 양성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의 원자재만 수출해도 막대한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왔다.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을 필두로 칠레, 페루 등의 지난해 최대 교역국 역시 중국이었다. 이들은 철광석, 구리, 대두, 사탕수수 등의 원자재와 농산물을 중국에 판매해 손쉬운 외화 벌이를 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중국 경제가 7∼8%대 이상의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2003∼2013년 10년간 중남미 전체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연평균 3.5%씩 늘었다고 진단했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선 2015년 국가 전체 수출의 96%를 원유가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고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집권 이후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자 중남미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중남미 책임자 알베르토 라모스는 FT에 “2014년 후 5년간 중남미 각국의 실질 1인당 GDP는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원자재 수출로 호황을 누리다 산업화를 해야 할 시점을 놓쳤다. 풍부한 자원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고질적 포퓰리즘과 부정부패 원자재 호황 기간에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1999∼2013년 집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2003∼2011년 집권),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2003∼2007년 집권)과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2007∼2015년 집권) 부부 등 좌파 지도자들은 현금 복지를 대폭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이들은 원자재 수출로 번 돈을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주택 공급 등에 쏟아부었다. 대중교통, 음식, 의약품, 생필품 가격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특히 ‘볼사 파밀리아’(저소득층 현금 지급) ‘포미 제루’(기아 제로) 정책 등을 내세운 룰라 전 대통령은 한때 무상 복지 정책에 국가 예산의 약 75%를 쏟아부었다. 당시 브라질을 포함해 인근 10개국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섰을 정도로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온건 좌파)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의 후임자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기에 집권했음에도 전임자의 복지 정책을 줄이지 않았다. 핵심 지지 기반인 저소득층의 민심 이반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2011∼2016년 집권)이 두 번째 임기 중 탄핵당한 것도 국가 부채에 대한 회계부정 의혹을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즉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른 흥망성쇠’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지도자는 원자재 대체 산업을 키우지 않았고, 보조금의 단맛에 길들여진 국민도 구조조정을 비롯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거부하니 경제난이 더 심각해졌던 셈이다. 룰라 전 대통령, 호세프 전 대통령,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모랄레스 전 대통령 등이 한결같이 대규모 부패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감옥에 갇혔다가 최근 풀려났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기약 없는 망명길을 택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중남미에서는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좌파가 집권했던 국가는 우파로, 우파가 권력을 잡았던 국가는 다시 좌클릭을 하고 있다. 룰라와 호세프가 13년간 집권했던 브라질에서는 올해 1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가 됐다. 같은 달 우파 정권이 89년간 집권했던 멕시코에서도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집권했다. 10월 27일 대선을 치른 아르헨티나는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에게 패했다. 특단의 경제 살리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빈곤과 사회 혼란의 악순환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도자가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신경 쓰느냐, 단기간의 유혹을 떨치고 경제 체질 개선을 이뤄내느냐에 중남미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조유라 국제부 기자 jyr0101@donga.com}

볼리비아, 칠레 등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중남미 국가에서 시민들이 빈 냄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냄비를 활용한 분노 표출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남미 통화가치는 연일 약세를 기록해 ‘깡통’이 될 위기에 처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25일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이틀 만에 사망한 18세 고교생 딜란 크루스를 추모하는 시위가 26일 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민들은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 금속 용기를 들고 숟가락, 포크, 국자를 드럼스틱 삼아 리듬을 맞춰 두드리며 행진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시민들이 연금 및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며 21일 20만7000명이 참여한 총파업을 벌인 뒤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중남미 시위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민들의 ‘냄비 시위’는 ‘카세롤라소(Cacerolazo)’라고 불린다. 이 단어는 스튜냄비를 뜻하는 스페인어 ‘카세롤라(cacerola)’에서 유래했다. 카세롤라소는 ‘텅 빈 냄비나 프라이팬처럼 내 배도 텅 비었다’는 의미로 생활고와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민들이 카세롤라소를 시작하면 정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카세롤라소는 1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평화적인 시위 방식이라고 스페인 통신사 EFE는 설명했다. EFE는 7월 왕정으로 집권한 루이 펠리페 1세의 경제 실정에 항의하며 1832년 시민들이 프라이팬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이 원형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카세롤라소는 간단하지만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특별한 장비 없이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프라이팬이나 숟가락이면 충분하고, 최루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리에 나서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에콰도르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카세롤라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중남미에서 카세롤라소가 본격적인 시위 형태로 등장한 것은 1964년. 주앙 굴라르 당시 브라질 대통령의 좌파 정책에 항의하던 주부들이 냄비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칠레에서는 1980년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정권에 항의하며 빈 냄비를 두드렸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01년 페르난도 데라루아 전 대통령이 축출되고, 에콰도르에서는 1997∼2005년에 무려 3명의 대통령이 쫓겨났다. 계속된 시위 등 정치적 혼란 속에 중남미 화폐가치는 계속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7일 로이터는 칠레 페소가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819.75페소로 전날보다 2.74%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26일 라세레나 지역 고급 호텔에 방화한 시위대를 향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중남미 지역 주요 국가 중 멕시코 페소(+0.4%)를 제외한 아르헨티나 페소(―37%), 칠레 페소(―15%), 브라질 헤알(―9%)의 통화가치가 대부분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신흥시장 통화 중 중남미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 대통령 탄핵의 헌법적 근거를 검토하는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 증거 수집을 위한 비공개 청문회, 2주간의 공개 청문회를 거친 탄핵 조사가 탄핵 혐의를 판단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법사위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달 1일까지 출석 여부를 알려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플로리다주에서 하원 법사위 위원들에 대해 “내가 (청문회 과정이) 조작됐음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도 “미래의 대통령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내게 일어난 일이 다른 대통령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전·현직 행정부 관료 의회 증언 허용 결정에 대한 내부 단속에도 돌입했다. 그는 트위터에 “사실 사람들이 증언하길 바란다.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의 존경받는 변호사는 내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이미 말했다”고 썼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릭 페리 에너지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다른 관료들도 탄핵 조사 사기극에 대해 증언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옹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측근들의 증언에는 신뢰를 나타낸 것. 눈에 띄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자신과의 불화로 경질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갑자기 치켜세운 것.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애국자이고 우크라이나가 부패한 국가라서 내가 원조금을 보류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패 국가이기에 각종 원조를 보류했다는 일종의 ‘발언 지침’을 내린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턴의 변호사를 인용해 볼턴이 증인으로 나서지 않을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 행사 ‘칠면조 사면식’에서도 탄핵 관련 농담을 했다. 칠면조 사면식은 추수감사절 백악관에서 칠면조 한 마리를 특별히 살려주는 행사다. 살아남은 칠면조는 식탁에 오를 일 없이 여생을 보낸다. 그는 사면 대상인 칠면조 ‘버터’와 대역 ‘브레드’를 소개하며 “이들은 어떤 조건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길러졌다. 이들은 이미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으로부터 목요일에 출석하도록 소환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프 위원장이 의회 지하 회의실에서 비공개 증언을 청취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칠면조들은 소환되더라도 아무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한 것이다. 탄핵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CNN은 21∼24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조사에서도 ‘대통령 탄핵 찬성’ 응답은 50%로 ‘탄핵 반대’(43%)보다 높았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