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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북핵에 대처하는 한미 공조에 대해 “물론 한국과 미국 간의 입장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로 철석같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법에서 ‘코리안 패싱’ 등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지적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동포 간담회에서 한미 갈등을 우려하는 참석자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 동맹 그 자체로도 그렇고, 또 북한 핵이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에서도 그렇고 한미 공조는 정말 철석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의 경우 한미 공동의 이익이 있지만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를 더 분담해라, (한국은 미국에 지금 내는 분담금이면) 충분하다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며 “FTA를 놓고도 서로 유리하게 하겠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고 이런 정도의 입장 차이는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입장 차이는 한미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북핵 문제 등에서는 미국과 공조하겠지만, FTA 등을 놓고서는 당당하게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대등한 한미 관계’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굳건하니까 염려 마시고 한미 관계를 일방적 관계에서 우리도 우리 몫을 하는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과거에는 전적으로 미국에 맡겨 놓고 우리는 따라가기만 했으나 이젠 우리가 나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통과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운전석론’의 연장선상이다.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뉴욕 방문 첫날 일정을 마무리 지은 문 대통령은 19일 유엔 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연이어 회동을 가졌다.뉴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 사람하고는 상대해선 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멘토인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송 장관은 문 특보에 대해 “입각하기 전 한두 번 뵌 적이 있다”며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 특보라든가 정책 특보 할 사람 같지 않아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누적된 이견으로 현 정부 외교안보 인사들 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라인과 문 특보를 중심으로 한 외곽 자문 그룹, 그리고 통일·외교·국방부 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등 내각 인사들이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로 인해 대화 대신 제재와 압박으로 돌아서면서 이 그룹들 사이의 파워게임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대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외곽 그룹과 김정은의 핵 폭주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대북 강경론을 내세우는 청와대 및 내각의 공직 인사들 간의 갈등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강행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해 정 실장과 송 장관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태도지만 문 특보 등 외곽 자문 그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자문 그룹인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7일 정 실장을 겨냥해 “문 대통령이 아베(일본 총리)처럼 돼가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잘못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문 특보도 송 장관의 ‘김정은 참수작전’ 언급에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지만 송 장관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이날 송 장관의 작심 비판에 대해 문 특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 입장에서 할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기에 장관들 사이에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엇갈린 기류가 감지된다. 송 장관은 통일부가 밝힌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 시기를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이 자기 영역이 아닌 대목까지 거론할 수 있는 것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10·4남북공동성명의 주역이었던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입지가 내각에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밑의 이전투구 양상은 더 심각하다. 여권 관계자는 “문 특보가 최근 들어 주변에 정 실장 등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문 특보가 6월 잇따른 돌출 발언으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자중 요청까지 받았지만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의 정 실장 비판이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불협화음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외곽 그룹과 청와대 및 내각 인사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파워게임 양상에 여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가 확실한 중심을 잡고 정부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전화 통화를 갖고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더 강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5분간의 통화에서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도발을 계속할수록 더욱 강화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되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임을 깨닫도록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하는 한편 앞으로 관련 협력을 더 긴밀히 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뒤 트위터를 통해 “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로켓 맨’(Rocket Man·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을 지칭)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북한에 기름 (받기 위한) 줄이 길어지고 있다. 안됐다”고 밝혔다. 대북 원유 수출을 제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대북 제재 효과를 낼 것임을 강조한 표현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19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서 만나 북핵 대응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
“금요일마다 이게 무슨 일인지….”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어쩌다 금요일이 사퇴의 날이 되어버렸냐”는 탄식이 나왔다. 박 후보자의 사퇴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인사가 낙마한 것은 총 일곱 번째다. 이 중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제외한 6명 중 4명의 인사가 금요일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6월 16일,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는 8월 11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일 사퇴했다. 모두 금요일이다.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월요일과 목요일에 사퇴했다. 금요일에 사퇴가 집중된 것은 사퇴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적은 주말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지나간 일이 된다”며 “반면 주목도를 높이고 싶은 이슈는 일요일에 발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금요일을 불리한 이슈를 털어내는 ‘쓰레기 버리는 날(trash day)’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 인기 정치드라마인 ‘웨스트 윙’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표현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종교관, 역사관 논란을 빚었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15일 결국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 공직 후보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을 향한 부실 검증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격 채택을 한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명된 지 22일 만의 사퇴다.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서 “인사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경북 포항에 머무르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는 15일 오전 청와대에 전화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후보자에게 직접 ‘정말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최연소 장관 후보자 22일 만의 사퇴 당초 인사청문회 직후만 해도 박 후보자는 사퇴할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13일 청문보고서가 ‘부적격’으로 결론이 나고 여당도 이를 방조하면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신의 거취 문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와 연관된 것도 마음을 정한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가 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것을 사실상 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연소 장관으로 지명됐던 박 후보자가 22일 만에 사퇴한 데 대해 임 비서실장은 직접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사과했다. 임 비서실장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라며 비판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후보자 사퇴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여당이 앞서 반대해야 했던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자격 미달’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온 것 자체가 문제다”며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靑, 김명수 후보자 24일 이전 처리해야 청와대와 여당은 박 후보자의 사퇴로 트인 정국의 숨통을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동력으로 가져가려는 자세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행정부도 그리고 입법부도 사법부를 단 하루라도 멈춰 세울 권한은 없다”며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24일 이전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라며 “청와대와 박 후보자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 만큼, 국회도 김 후보자 인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도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박 후보자 사퇴로 한발 물러선 만큼 국민의당도 전보다 협조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를 연계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땡깡, 골목대장 등의) 막말을 내놓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민주당 추 대표를 향해 “잊을 만하면 나타나 독설을 내뱉는 ‘관종’(관심 종자)”이라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청와대가 박 후보자 사퇴와 김 후보자 임명을 갖고 우리와 딜(거래)을 해보려다 국민의당 입장이 강경하니 (박 후보자를) 던진 것 아니냐”고 했다. 내부적으론 국민의당이 ‘반(反)사법개혁 세력’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위증 의혹을 제기하면서 합의는 불발됐다. 이날 한국당 간사 주광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용한 여행상품 중 ‘맞춤 VIP 크로아티아’의 1인 경비 602만 원을 아내와 함께 쓴 것으로 답변한 것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13일 청문회 때 주 의원이 “맞춤 VIP 크로아티아 602만 원 부인하고 둘이 간 것이냐”고 하자 “그렇습니다. 딸 시집보내고 아들이 사법연수원 들어간 뒤 부부끼리 여행을 많이 다닌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주 의원은 부부가 크로아티아 여행 경비로 1204만 원을 지불했고, 결과적으로 전체 여행 경비도 기존 2100만 원이 아닌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당시 청문위원의 질문이 1인 경비인지 2인 경비인지를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김 후보자가 막연하게 ‘부인과 같이 간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손금주 의원도 “위증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야는 18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촉발된 국회의 대치 전선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로 옮겨갔다. 하지만 진짜 전선은 박 후보자보다 정치적으로 몇 배는 더 중요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 문제, 그리고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의 힘겨루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 박성진 논란에 文 “담담하게 하라” 14일 정세균 국회의장으로부터 박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송부 받은 청와대는 장고에 들어갔다. ‘김이수 부결’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부적격으로 적시한 박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다고 해서 야당이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을 순순히 해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김이수 후보자 낙마를 이끌어낸 야당이 탄력을 받아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의 추가 경질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은 김 후보자와 같은 법원에서 근무해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선(先)김명수, 후(後)박성진’ 전략으로 선회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곧 끝나는 만큼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부터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본회의가 28일인데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이라며 “사법부 수장 공백을 초래할 상황인데 이건 여야 모두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 임명 결정과 별개로 국회를 향해 24일 전에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는 압박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 임명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18∼22일)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박 후보자 건에 대해 “담담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 표 계산이나 주고받기 식의) 정무적 계산을 너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라인 문책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언론 국민 국회가 함께 검증하는 것인데, 지금은 청와대 검증을 검증하는 것으로 단절돼 있다”며 “국회의 부적격 의견은 인정하지만 박 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역량, 업무능력에 대해 덜 검증된 측면이 있다. 현 단계에서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문책을 질문하는 건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 靑, “김명수마저 밀리면 끝” 법무부 장관, 헌재소장,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대법원장 후보자만큼은 절대 밀릴 수 없다”는 각오다. 청와대는 김명수 후보자마저 국회에서 낙마할 경우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개혁 드라이브가 좌절되는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의석수의 3분의 1에 불과한 국민의당이 사실상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청와대 인사는 “특별한 흠결이 없는 김명수 후보자마저 국민의당이 반대한다면 결국 정쟁을 하자는 것”이라며 “그 경우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강 대 강’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여소야대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을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오판”이라며 “정쟁과 파행의 책임은 결국 여권에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사진)은 한미 일각에서 확산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우리의 군사력을 증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북핵에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에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욕심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국제사회는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 및 화합하는 길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북한에 명백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유 공급을 동결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한 제재를 시작함으로써 북한이 또 도발할 경우 제재 결의를 더 높여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놓았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편한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차근차근 길게 내다보면서 관계를 복원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박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청와대를 향한 검증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중소기업 분야 정책 역량이나 부처를 이끌 능력 등은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인 시간을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때까지 박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역량과 포부를 보여 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박 후보자를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조차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 방어를 못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느냐”며 “여기에 정의당까지 박 후보자를 반대하고 있어 임명을 강행하면 앞으로 국회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이날 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등을 논의했으나 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박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검증 부실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책임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수석이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법 개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이 모두 낙마한 상황에서 민정수석까지 밀리면 끝이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면서도 “사법 개혁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청와대가 지나치게 조 수석에게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직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보고받은 뒤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한 참모는 “굉장히 굳은 표정이었다. 크게 화가 났다는 걸 표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 부결에 대한 청와대 반응을 박수현 대변인보다 격이 높은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직접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윤 수석에 이어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까지 나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한 어조로 야당을 비판했다. 이대로 가면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었다. 여기에 북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안보 이슈 대처 과정에서 발생한 지지층 이탈을 막고 인사 파문 책임론을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라는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말로만 협치를 외쳤지 진심으로 야당을 설득했느냐는 자성론도 나온다.○ 사법 개혁 제동에 격분한 靑 윤 수석은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반대를 위한 반대, 무책임의 극치로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한 것”이라며 “헌정 질서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활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또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계속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힘에 의해서 어떠한 정당성도 가지지 않고 (임명 뒤) 111일째 끌어오던 표결을 이제 하면서, 부결로 결론 냈다는 데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청와대가 날 선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날 부결을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반대는 물론 새 정부가 추구하는 사법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월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적임자”라며 김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낙마하면서 새 정부의 사법 개혁은 일단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간 1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도 간단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지 20일 이내에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김이수 후보자 부결 후폭풍을 고려해 각 당이 동의안 표결일 자체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에 취해 위기 직시 못했다는 자성론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후보자 부결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이고, 정권교체에 불복하려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췄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김경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낡은 것은 여전히 죽지 않았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탓에 여전히 위기임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는 오늘”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면을 통해 ‘개혁 대 적폐’라는 프레임을 더욱 강조해 문재인 식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개혁 대 적폐’의 구도는 여론전을 통해 이날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위력을 보여준 국민의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다.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캐스팅보트를 과시하는 전략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실감한 여소야대의 벽을 뛰어넘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내년도 예산안, 각종 국정과제 입법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야당을 발목 잡는 세력,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진심어린 야당 설득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당분간 냉각기를 거친 뒤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카드로 대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배치 완료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향후 사드 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文 “안보 상황 엄중” 두 차례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경 서면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6차 핵실험 감행으로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표현을 두 차례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배치가 ‘임시 배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드 반대론자들과 중국을 염두에 둔 메시지다. 또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배치 과정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상당하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적절한 위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의) 성지(聖地)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원불교 측의 희망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 靑 “일관된 원칙 지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사드 배치 결과와 반발 여론을 보고받고 답답한 감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았지만,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점을 직접 설득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라고 전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이 지난 뒤 메시지를 발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대국민 메시지 작성을 마친 뒤 즉시 발표를 지시했다. 앞서 사드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배치는 촛불 시민들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 박근혜 적폐 정권의 귀환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는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의 방러 기간 중 배치한 이유에 대해 “방러와 맞물려 늦춰야 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 종료 등) 일정대로 가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文, 계속되는 사드 고민 하지만 사드 배치와 북핵을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간 외교전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은 이어질 듯하다. 청와대 주변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 직후인 4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사드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중국은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하는 등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날 사드의 ‘임시 배치’를 강조한 것은 최종 배치 여부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메시지는 국내 여론 설득을 위한 것인 동시에, 사드 활용 계획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앞으로의 외교전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상들의 동시다발적 북핵 외교전이 7일 마무리됐다. 한국과 일본이 러시아, 미국이 중국 정상을 상대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설득하는 구도로 치러진 이번 외교전이 뚜렷한 가시적 성과 없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 공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신(新)북방정책’ 구상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 북핵 해법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한일 “긴밀 공조”에 푸틴 “제재 무용”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서 귀국하기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추진하는 데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일본 국민도, 한국 국민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일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절실해졌다”고 했다. 6차 핵실험 이후 대화보다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문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이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북핵 공조를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것. 아베 총리 역시 “여러 가지 과제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더 강력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북한을 겁먹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외교적 수단으로 북핵 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다음 단계는 무덤으로의 초대라고 생각한다”고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 “극동 개발이 북핵 근원적 해법” 문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북방정책을 발표하며 남·북·러 3각 협력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이어진 사회자와의 일문일답에서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경제적 유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철도가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철도로, 중국의 철도로 연결되길 바란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으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러시아 가스가 북한을 거쳐 가스관을 통해 한국까지 올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며 “극동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력 속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개최하는 경제포럼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철도와 항만 등 북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넓혀 나가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러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끌어들이는 역발상이 신북방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김정은의 핵 폭주에 맞서 “지금은 대화보다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두 정상은 7일 오전 제3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이 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담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며 “특히 북한 원유 공급 중단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으로 가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번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새 결의안을 채택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더 강력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며 ‘신(新)북방정책’을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 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화하는 ‘9개의 다리 전략’도 발표했다.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역시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통일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이후 첫 정상 외교인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북핵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국 간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천명한 한국, 미국, 일본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중국, 러시아 사이의 외교전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제재와 압박으로 해결 안 돼” 고수 6일 제3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0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는 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핵 해법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제재와 압박 기조로 돌아선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민간 피해를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북한 외화벌이의 한 축인 해외 노동자 수출 금지 문제는 이날 대화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 靑, “이제부터가 시작” 이런 푸틴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양 정상이 각자의 생각을 충분히 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5일 기자회견에서 일관되게 대북 제재와 압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에 이어 또 한 번 원유 공급 중단을 강조한 것은 ‘차원이 다른 압박’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푸틴과의 회동 한 번에 모든 것이 성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북 대책의 온도차에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불편한 관계 등이 깔려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했던 러시아가 이날 회동에서 사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대북 제재 동참의 가능성을 높이는 징후로 보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주변 정상들이 김정은의 6차 핵실험 후 최고조에 이른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미와 중러는 물론이고 각국의 북핵 해법과 스탠스가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어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북제재 마련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여기서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게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 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대신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이야말로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처음으로 6일(현지 시간) 통화를 갖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안 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11일로 예고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표결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며 비판한 시 주석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이세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64)은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5)과 만나 “저와 연배도 비슷하고, 성장 과정도 비슷하고, 기질도 닮은 점이 많아서 많이 통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정상회담 뒤 예정에 없던 극동거리 산책과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관 방문을 제안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선 모두 법학을 전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개혁 정치를 폈던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면서 성장한 점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축하 전화를 나눈 정상 중 푸틴 대통령이 가장 시원시원하고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날 즈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축구에 대해 “축하한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도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아주 좋은 궁합)’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도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34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고 러시아 측은 지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늦었고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 늦게 등장하며 큰 개를 동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과 지난해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을 각각 약 40분, 약 1시간 45분 기다렸다. 한편 한-러 정상은 한-유라시아(유럽+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하고 한-러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연 교역액을 300억 달러(약 34조 원)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교류를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도 신설하기로 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이 초강경 대북제재를 공동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북핵 외교전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원유 공급 중단’은 물론이고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를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러시아를 방문해 한-러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5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제재도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북한)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한 풀을 뜯어먹을지언정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은 사실상 제로 상태다.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도 다해야 3만 명이다. 이것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촉구한 것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태도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북-러 양국은 김정은이 6월 북한을 찾은 외신기자에게 “중국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가까운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 경제력의 근간인 원유와 노동자 송출은 모두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월 로이터통신 등은 북한 국적의 원유 운반선이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북한 동해안 항구를 지속적으로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노동자 송출도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많다. 결국 문 대통령이 공언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대북제재 동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비토’ 의사를 보이면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동을 하고 대북제재 동참을 설득할 계획이다. 특히 방러 첫 일정인 한-러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이 이번 순방의 성공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강경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고도로 높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한미 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합의가 돼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차원의 대화도 피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강력히 압박해야 할 때이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최고 강도로 부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보완, 개선을 주문하며 ‘인사자문회의’ 설치를 지시했다. 최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 등으로 불거진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인사를 되돌아보면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 시스템의 보완과 개선 방안을 자문할 인사자문회의를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5명의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인선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과 인사혁신처가 협의해 과거 중앙인사위원회가 구축했던 인사 데이터베이스를 되살릴 것을 주문했다. 또 문 대통령은 명확한 인사 기준 마련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드린 대로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 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면탈, 세금 탈루 등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위반 논란 이후 청와대가 약속했던 새로운 인사 검증 기준 마련을 서둘러 달라는 주문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를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조각 과정에서 5대 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이 발탁돼 논란이 일었다. 결국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했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05년 7월 이후의 위장전입을 인사 배제 사유로 규정하는 등 세부 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인사 기준은 확정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을 토대로 논문 작성 시점에 따른 표절 기준 등 세부 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 고의적인 병역 면탈 등은 여전히 인사 배제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한 김정은이 3일 끝내 6차 핵실험이라는 도발을 감행하자 청와대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청와대는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 강구”를 강조했지만 정부가 독자적으로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마땅한 카드 없는 靑, “레드라인은 아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마친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반,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써 가며 북한을 규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날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전화 통화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미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악의 외교·안보 위기 상황에서 꺼내들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군의 대표적 전략 자산인 B-1B 전략폭격기 등은 7, 8월에 잇따라 한반도에 출격했지만 별다른 대북 억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7월 문 대통령이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후속 대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청와대가 이날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며 유보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레드라인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취임 전부터 6차 핵실험을 대북 정책의 터닝포인트로 규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말해왔지만 한국은 대북 유화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은근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밤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북한이 모든 것을 걷어차 버렸다”며 “현재로서는 새로운 대북 해법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이제 북-미 직접 대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북-미 양자 대화는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이자,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중국의 압박에 내심 기대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중국의 움직임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중국의 레드라인이기 때문에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한 중국을 설득해 강력한 대북 압박카드인 원유 공급 중단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2003년 중국이 송유관 청소를 이유로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은 북-미-중 3자회담에 참여했고, 이는 6자회담으로 이어진 과거의 경험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0여 분간의 통화 말미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먼저 꺼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징용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일본 국민 사이에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제 징용과 관련해 한일 회담에서 해결이 됐지만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와 회사 사이의 개인적 청구권까지는 해결이 안 됐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성숙한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걸림돌이 안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하면서 완전한 폐기를 위한 한일 간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했고, 청와대는 광복절 등을 고려해 이날 통화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사단법인 통일미래포럼(회장 류길재)이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선 (재개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처음부터 전면 가동은 어려울 수 있더라도 기업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직접 올라가서 시설과 자산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풀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