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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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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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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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라고 말하자… 신분증도 안 보고 ‘들어가라’ 손짓

    “어디 가시죠?” 3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막 운동장에 들어서던 본보 기자의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돌아보니 60대로 보이는 경비원이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얼떨결에 “1학년 3반 학부모인데요”라고 말하자 경비원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인질극 때문에 보안을 강화하라고 해서 여쭤봤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경비원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름도 묻지 않고 신분증 제시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며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마침 학교는 쉬는 시간이었다. 학생들 사이로 교사 여러 명이 복도를 오갔다. 기자가 20분 넘게 교무실과 교실, 음악실 등을 둘러보는 동안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초등학교 12곳 중 7곳에서 ‘무사통과’ 2일 발생한 서울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사건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충격을 줬다. 특히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무방비로 뚫리면서 각급 학교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충격 효과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본보 기자 2명은 3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서울의 초등학교 12곳을 방문했다. 무사히 교문을 통과한 건 7곳. 이 중 5곳은 교문에서 건물 안까지 가는 데 어떤 확인 절차도 없었다. 다른 2곳은 교문에 있던 경비원이나 보안관이 신원을 물었다. 하지만 출입기록을 작성하거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학교 건물에 들어간 뒤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가량 복도를 오간 뒤에야 교직원으로부터 신원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기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학교는 5곳에 불과했다. 이곳에도 빈틈은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경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B초등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 우측 보안초소에서 학교 보안관이 나왔다. 그는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으며 꼼꼼하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규정대로였다. 하지만 이 학교 후문 출입구는 개방돼 있었다. 보안초소와 보안관이 없는 곳이다. 후문을 통과해 50m만 가면 복도에 도착한다. 일부 보안관은 “방배초등학교 사건 때문에 경계를 강화했다. 어제와 오늘 상황이 다르다”며 인적사항 기재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자가 적는 내용의 사실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 C초등학교 보안관은 기자가 “2학년 3반 학생 삼촌”이라고 둘러대자 교무실에 확인하지 않고 바로 출입증을 내줬다.○ ‘불편해도 함께 지켜야’ 안전하다 기자가 다시 보안관을 찾아가 신분을 밝히자 보안관들은 “학부모라고 하면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학부모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가 말다툼을 빚기 일쑤라는 것이다. 한 보안관은 “학부모 중에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왜 마음대로 못 들어가느냐’고 짜증을 내거나 ‘교장에게 민원을 넣겠다’며 욕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상시출입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챙겨서 오는 학부모가 별로 없다. 교육 당국의 오락가락 행정도 일선 학교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초등학교에 주민 편의를 위해 방과 후와 주말에 학교 시설을 개방하라고 권장해 왔다. 하지만 2일 방배초등학교 인질 사건이 일어나자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도 불편을 감수하고 규정을 지켜야 학생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욱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편리한 것만 추구하면 보안이 약화되고 결국 인질 사건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관의 질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은퇴자 정책으로 마련된 일자리라 55세 이상부터 70세 이하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1년 계약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급여가 적고 계약직이다 보니 나이 드신 분들이 소일거리 삼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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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쌓인 재활용품, 거실 절반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A아파트. 30m² 남짓한 거실에 구겨진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 등이 모아졌다. 휴일이었던 1일 낮부터 약 24시간 동안 이모 씨(55·여) 집에서 ‘생산된’ 재활용 쓰레기다. 펼쳐놓으니 거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요일에 도착한 택배, 외식 대신 주문한 배달음식, 마트에서 구입한 저녁 반찬거리가 담겨 있던 포장들이다. 일반 가정에서 재활용품 없이 살기는 하루도 불가능하다. 비우고 또 비워도 매주 수거일마다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간다. 이 씨 가족도 마찬가지다. 1일 낮 12시 이 씨는 평소처럼 운동 후 집으로 오면서 가족 간식인 떡을 샀다. 작은 떡 하나에만 세 종류(스티로폼, 비닐 랩, 비닐봉지)의 포장이 사용됐다. 국내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평균 420개. 핀란드의 약 100배, 아일랜드의 약 20배다. 오후 3시 마트 배송기사가 현관 벨을 눌렀다. 문 앞에 2L짜리 생수 페트병 6개가 있었다. 이 씨 가족은 정수기를 쓰지 않는다. 관리가 까다롭고 위생문제도 의심스러워 10년 넘게 생수를 주문해 먹는다. 가족이 모인 주말에는 식수와 조리를 위해 하루 2, 3개를 비운다. 재활용 바구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항상 페트병이다. 다른 지역에서 플라스틱 수거까지 거부한다는 말에 이 씨는 “정수기는 여전히 싫고, 페트병 생수를 안 마실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 쓰레기 유발 과잉포장… “비쌀수록 더해” ▼주말에는 집집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급증한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이날 오후 6시 마트를 찾았다. 저녁식사를 위해 생선과 삼겹살, 상추와 파 같은 채소, 사과와 딸기를 샀다. 생선과 삼겹살은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랩으로 포장됐다. 딸기는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나마 상추와 파, 사과는 크기가 각각 다른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상표가 붙은 과일이나 채소는 하나하나 낱개 포장된 경우가 많다. 비쌀수록 포장이 더 요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책 2권이 집으로 배송됐다. 이 씨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한다. 구겨지거나 찢기는 걸 막기 위해 책은 두툼한 에어캡(뽁뽁이) 속에 들어있었다. 낮 12시 친한 손님이 찾아왔다. 외식 대신 분식집에서 라볶이와 김밥 등을 주문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그릇 4개와 종이상자 1개에 담긴 음식이 도착했다. 단무지는 비닐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앞으로 일회용 스티로폼은 따로 배출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국물 묻은 그릇을 버려도 될지 안 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이 씨만 겪는 게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그리고 지방의 일부 주민도 똑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수거 거부 업체 37개와 협의해 2일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을 피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본보가 서울의 아파트 단지 10곳을 돌아본 결과 환경부 방침에 따라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 건 단 두 곳이었다. 대다수 수거 업체들은 “모든 업체가 다시 수거하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 “정부 지침을 지킬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수거 업체와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손놓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내놓은 대책마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이미지 기자}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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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상담 받던 구직자 “아고다 입사면접 볼 기회 잡았어요”

    “결과가 틀어졌을 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변수를 통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한쪽. 동원그룹 인사담당자 전진호 차장의 송곳 같은 질문이 나오자 취업준비생 박모 씨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압박 면접’이 진행된 이곳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양시 주최로 열린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에 마련된 모의면접장이다. 전 차장을 비롯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실전처럼 40분에 걸친 면접을 진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이날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에는 4000여 명의 구직자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행사에선 중견, 우수 강소기업의 현장 면접뿐만 아니라 대기업 공채를 위한 정보를 인사담당자가 직접 알려주는 대기업 공채상담 존, 이력서와 면접 스킬을 알려주는 취업 서포터 존, 각종 청년취업 지원 정책을 소개하는 청년 정책 존 등이 준비돼 일자리와 관련한 풍성한 정보를 제공했다.○ “구직·구인에 더할 나위 없이 유익” 현장 면접 존에는 50개의 기업이 부스를 차리고 즉석 면접을 진행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과 인재 탐색에 나선 기업 모두 “직업을 구하거나 인재를 찾기에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서비스 기업 ‘아고다’도 그중 하나다. 현재 여행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장정인 씨(23·여)는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한 후 실제 면접 일정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취업준비생 이태권 씨(26)는 외국계 마케팅 기업인 애프코코리아 부스에서 면접을 봤다. 그는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데 우연히 애프코코리아 직원분이 직접 말을 걸어주셨다”며 “회사 쪽에서 먼저 다가와주니 더 용기를 가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준택 애프코코리아 매니저는 “청년드림 페스티벌에는 다른 행사와 달리 양질의 구직자들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기업 공채상담 존에는 현대자동차 LG전자 한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효성 NH농협은행 등 10개 대기업이 참여했다. 정창덕 한화 화약부문 인사팀장은 “실제로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갖춰야 할 구체적인 자격증의 종류, 필요한 어학실력 수준에 대한 문의가 많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력서 컨설팅, 기업 추천도 취업 서포터 존에 마련된 이력서, 자기소개서 클리닉 부스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전문 컨설턴트가 20여 분간 이력서와 자소서를 꼼꼼히 수정, 첨삭해주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박미리 씨(25·여)는 컨설턴트로부터 자소서를 쓸 때 그동안의 경력과 지원한 직무를 잘 연결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서류전형에서 왜 계속 떨어졌는지 컨설팅을 받고 보니 비로소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상담사가 구직자에게 적절한 행사 참가 기업을 추천하는 ‘현장매칭관’도 호평을 받았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전공, 경력에 가장 적절한 기업을 찾아주는 덕분에 발품을 줄이고 현장 면접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미처 이력서를 출력해 오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문서지원실 등 구직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고양=황태호 taeho@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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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에 지친 청춘… 1년후 내게 보내는 손편지

    “맡은 일도 열심히 하고, 특히 그동안 도움만 주신 부모님께 용돈도 많이 드리라는 내용을 썼어요.” 2018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에는 구직활동에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공감힐링 존’도 마련됐다. 1년 후의 자신에게 손편지를 직접 쓰는 ‘느린 우체국’ 부스를 찾은 동일여자상업고 3학년 한혜빈 양은 ‘어떤 내용을 썼느냐’는 질문에 “1년 후의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 돼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한 양은 꼼꼼히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다. 느린 우체국을 비롯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문구를 캘리그래피로 엽서에 써 주는 ‘마리레터’, 일산서구보건소 직원들이 혈당과 혈압 측정, 건강 상담을 해 주는 ‘청년건강지킴’ 부스 등이 마련됐다. 올해 하반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우가영 양(19)은 ‘흔들리지 않고/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라는 시구를 캘리그래피로 만들었다. 그는 “구직 활동이나 일을 하면서 지칠 때마다 이 엽서를 꺼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성찰할 시간조차 없는 청년 구직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컬러로 알아보는 진로’ 부스에선 상담사들이 컬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알맞은 직업을 추천해줬다. 상담사로 나선 ‘더하다디자인연구소’ 박성욱 씨는 “빅데이터를 통해 증명된 심리학적 방법으로 자신도 모르던 적성, 꿈을 깨우쳐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정철 씨(24)는 “실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택한 컬러에서 추천하는 직업이 창업이라 깜짝 놀랐다. 신기했고 나에게 맞는 직종을 고르는 데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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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조사위 면담 다음 날… 한국외대 교수 숨진채 발견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던 한국외국어대의 A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7일 오후 1시경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의 A 교수가 서울 성동구 자택 보일러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흔적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메모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앞서 14일 페이스북 ‘한국외국어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A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학생이라고 밝힌 3명은 A 교수가 여학생들에게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있느냐” “다리가 늘씬한 게 시원해서 좋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제자들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팔을 올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외국어대는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위원회는 A 교수가 숨지기 전날 그를 면담했다. 학교 측은 A 교수가 사망하자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은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인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이날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의 성추행, 성희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남성 교수 4명과 조교 1명에 대해 학교 측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과장이던 박중현 교수는 학생들을 편집실 등으로 불러 안마를 시키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으며 “허벅지에 살이 많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이영택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을 포옹했으며 배우인 최용민 교수는 2004년 택시에서 극단 동료를 끌어안고 키스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안광옥 강사와 조교 B 씨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조교 B 씨가 박 교수의 안마 지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등 성추행을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측에 박 교수의 파면과 나머지 4명의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학교에 대해선 기관경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사법, 문화, 정치계 등에서 쏟아져 나온 ‘미투’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우경임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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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혈병과 싸우는 아버지 위해… 풀코스 첫 도전, 완주했습니다”

    “유학시절 ‘할 수 있다’는 아빠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이번에는 제가 아버지에게 용기를 드릴 차례죠.” 18일 오전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윤정 씨(39·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는 응원차 함께한 아버지 유호구 씨(71)가 있었다. 아버지 표정이 딸보다 긴장돼 보였다. 윤정 씨의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은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2015년 5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다. 윤정 씨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기 위해 미국 대학의 교수 자리까지 내놓고 한국에 돌아온 효녀다. 그 따뜻한 마음 덕분에 윤정 씨는 이날 완주에 성공했다. 기록은 4시간32분27초. 그는 “30km 지점에서 다리가 부서지는 것 같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윤정 씨는 2004년 박사과정을 밟는 남편을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다녔다. 당시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 10년 만인 2014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영어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틴 가장 큰 원동력이 아버지의 응원이었다. 윤정 씨의 아버지는 일주일에 2, 3차례 “너는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담은 글과 영상을 보냈다. 윤정 씨는 “아버지의 끊임없는 응원이 없었다면 10년이 지나서도 교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임용 1년 만에 윤정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의사는 6개월 이상 생존 확률이 50% 이하라는 ‘시한부 진단’을 내렸다. 윤정 씨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하염없이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통곡했다. 얼마 뒤 윤정 씨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미국에서 교수로 있으면 아버지 곁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10년 만에 갖게 된 교수 자리를 내놓았다. 윤정 씨는 “남은 시간에 아버지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지내는 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 교수직을 내놓고 귀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좌절해 있는 아버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 우연한 계기로 2018 서울국제마라톤 개최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마라톤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기 위해 두 달 넘게 매일 연습하며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목표로 세운 4시간30분과 비슷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호구 씨도 힘든 몸을 이끌고 광화문광장에 나섰다. 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연신 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날 위해 달리는 딸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딸이 주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저도 끝까지 버텨내겠습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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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뉴스 뜨면 24시간 대기” “어디서든 머리카락만 보여”

    “시동 걸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 최지훈 연구관(46)이 외쳤다. 그의 앞에는 ‘지바겐’으로 불리는 벤츠 G63AMG 한 대가 서 있었다. 차량을 둘러싼 채 서 있는 동료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펑.’ 폭발음과 함께 엔진오일이 사방으로 튀었다. 최 연구관이 입고 있던 바지가 시커멓게 얼룩이 졌다. 배우 김주혁 씨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한 달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김 씨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중 일어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차량은 심하게 파손됐다. 윤곽을 알아볼 수 없었다. 엔진마저 부서져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최 연구관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 달 만에야 겨우 엔진을 손봤다. 그런데 엔진오일 탱크가 파손된 걸 놓쳤다. 다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지바겐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진짜 감정은 이때부터다. 사고 차량에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다. 모든 부품을 감정하고 가능한 모든 가설을 계산하고 해석해야 했다. 최 연구관은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는 3차원(3D) 영상으로 재구성됐다. 그는 이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과 당시 속도를 추정했다. 다음 단계는 ‘피어리뷰(Peer Review·동료 평가)’. 감정 결과에서 오류를 찾아내고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토론과 수정이 무한 반복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수차례에 걸친 피어리뷰를 거치며 감정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차량 결함 및 기계적 오작동 흔적이 없다.’ 사고 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감정 결과다. ○ 아내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는다 지난달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에서 최 연구관을 만났다. 3개월에 걸친 진실 추적 과정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종 감정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오류를 배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 연구관은 결혼 후 아내의 운전을 금지했다. 1, 2년이 아니다. 그의 아내는 벌써 10년 넘게 운전석에 앉지 못했다. 아내는 종종 “원주시 교통이 얼마나 불편한 줄 아느냐. 버스 한번 타는 데 30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아느냐”며 불평한다. 아내의 말이라면 죽고 못 사는 최 연구관이지만 ‘운전 금지령’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2006년 국과수에 입사한 그는 매일 다양한 교통사고를 분석하고 있다. “아내가 불편한 거 잘 알죠. 그런데 내가 너무 불안해요. 반대편에서 돌덩이가 날아와 사고가 나는 것처럼 전혀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게 교통사고예요.” 최 연구관처럼 국과수에는 특이한 직업병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다. 그만큼 국과수가 처리하는 사건 사고가 많다는 뜻이다. 국과수가 처리하는 감정은 지난해 약 57만 건으로 5년 전인 2012년(29만여 건)의 2배 규모다. 영역도 무한 확장 중이다.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공항에서 우범 여행자의 얼굴을 인식해 추적한다. 유전자(DNA) 분석 기술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도 한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디지털 증거물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이른바 ‘가짜 뉴스’도 판별한다.○ 담배꽁초와 머리카락만 찾아 헤맨다 2010년 입사한 법유전자과 정주연 연구사(35·여)는 지난해 미제 사건이던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다. 영구 미제가 될 뻔한 범행을 밝힌 결정적 단서는 담배꽁초였다. 지난해 11월 대구 중구에서 A 씨가 20대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는 현장에 담배꽁초를 남겼다. 여기에 남은 DNA가 2004년 대구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40대 여주인 흉기 살인사건 용의자와 일치했다. 당시에도 담배꽁초가 현장에 있었다. 정 연구사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업그레이드해 식별력을 높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정 연구사는 집에서 가끔 식탁 위에 놓인 머리카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 남편이 “텅 빈 곳을 왜 뚫어져라 쳐다보냐”고 묻는다. 정 연구사는 “모발에서 DNA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디서든 머리카락이 눈에 콕콕 들어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사가 접하는 감정서는 1주일에 60∼70건. 그는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게 돼 동네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연구사가 계속 일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제가 맡은 사건이 어느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일 수 있잖아요.”○ ‘연예인 마약’ 뉴스 나오면 외박한다 “아무리 봐도 양귀비 씨 같은데….” 마약 분석을 담당하는 법독성학과 이재신 연구관(48)이 독일로 출장을 갔을 때다. 호텔 조식으로 제공된 빵 위에 작은 씨앗들이 올려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소형 확대경인 ‘루페’를 꺼냈다. 식사를 중단하고 루페로 빵 표면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양귀비 씨였다. 이 연구관은 “씨 자체에는 환각 성분이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양귀비 씨 빵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연구관은 빵을 먹지 않았다. 그는 해외 출장 때 늘 루페를 챙긴다. 마약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 유사 마약까지 포함하면 종류가 2000종에 이른다. 그는 “새로 나오는 신종 마약까지 분석하고 공부하려면 항상 마약에 대한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1997년 국과수에 입사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뉴스 모니터로 시작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저녁 뉴스를 챙겨 본다.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연예인 ○○○ 마약’이 오른 날은 24시간 비상 대기다. 십중팔구 이 연구관에게 소변과 모발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연예인 중에 가명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누군지 모르고 감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TV를 보고 내가 감정한 사람이 유명 연예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아이 앞에서 가장 힘들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10년차 박소형 법의관(41·여)은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아기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자살하는 부모에 의해 함께 숨진 아이, 미혼모에게 버려졌다가 사망한 신생아들이다. 이런 아기를 부검하기 위해 메스를 잡을 때면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박 법의관의 심장을 콕콕 찌른다. “계속 살았다면 학교도 가고 결혼도 했을 텐데, 그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잘 달려갔을 텐데….” 아이의 시신을 부검하다 보면 박 연구관은 종종 이들이 가졌을 꿈이 무엇일까 떠오른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죽음이라는 큰 장벽을 실감한다.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름 전문가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느끼죠. ‘인간의 한계가 여기까지구나’라는 걸 실감합니다.” 소아 부검은 성인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몸이 작아서가 아니다. 학술적인 연구 정보도 적다. 그래서 어른보다 시간이 더 걸릴 때가 많다. 부검 시간이 길어지면 박 법의관도 애가 탄다. “모든 죽음은 슬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하루라도 더 같이 보내길 원하는 유족들을 대할 땐 저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10년째 부검을 하다 보면 유형에 따라 비슷한 방식이 반복된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때마다 박 법의관은 스스로에게 “한 건 한 건 모두 다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고 다짐한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매일 시신을 보는 건 힘들다. 그래서 5∼7년차에 그만두는 법의관이 많다. 박 법의관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차 법의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1987’에는 국과수 법의관도 등장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부검을 맡았던 당시 국과수 황적준 법의학1과장(71)이다. 그는 부검을 통해 박 씨의 사인을 밝혔다. 박 법의관은 이런 선배들의 고민과 고통을 잘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진실을 찾기 위한 고민 하나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후배로서 감히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발걸음으로 지금의 국과수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선배들이 닦은 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8 국과수 ‘신입 선생들’ ▼석-박사급 전문인력 대거 응시… 평균 경쟁률 20대 1 훌쩍 “삼수는 기본”법의관만 여전히 지원자 부족… 열악한 근무 여건-급여 개선 필요“대학원 연구는 그냥 개인의 실험으로 끝나죠. 하지만 국과수 감정은 하나하나가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유전자과 조윤정 연구사(32·여)의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조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국과수에 ‘입사’한 신입이다. 그는 삼수생이다.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두 번이나 떨어진 뒤 도전 세 번째 만에 합격했다. 조 연구사는 “아직 감정서를 직접 쓰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작성한 감정서가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진중하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과수에 채용된 직원은 조 연구사를 포함해 19명.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국과수 입성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과수 신입직원은 일반 기업의 신입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둔 신입직원도 많다. 대부분 의사나 약사 면허를 취득하거나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입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신입직원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다. 법안전과 이제현 연구사(39)도 늦깎이 신입이다. 물리학 박사인 이 연구사는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운 과학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과수 직원들은 호칭도 예의를 갖춘다. 신입직원을 ‘선생’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교통사고분석과 박정우 연구사(33)는 아직 ‘박 선생’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는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하다 국과수에 지원해 합격했다. 박 연구사는 처음 국과수가 교통사고까지 분석하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국과수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 알게 된 뒤 꿈을 키웠다. 그는 “기존 회사보다 급여는 낮다. 하지만 2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입사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다.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6년 경력직 채용시험 때는 의료기술 서기보 한 명을 뽑는 데 99명이 지원했다. 다른 직군의 경쟁률도 대부분 20 대 1을 넘는다. 단, 예외가 있다.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이다. 2016, 2017년 국과수는 법의관 채용공고를 4차례 냈다. 하지만 항상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었다. 아예 한 명도 없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11, 12월 지역분원 법의관 채용 때 지원자는 ‘0’이었다. 현재 국과수 내 법의관 정원은 46명. 근무 중인 법의관은 31명이다. 법의관 지원이 적은 건 급여와 열악한 근무여건 탓이 크다. 법의관은 의사면허가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 국과수 법의관은 평균적으로 일반 의사 수입의 70%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의관 1명이 담당하는 부검업무는 연간 250여 건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에만 법의관 5명이 국과수에서 퇴직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으니 남은 사람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와 심각한 인력난 등이 중증외상센터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법의관 연봉을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법정에서 부검과 관련된 증언을 할 경우 전문가 직급에 맞게 출석수당 지급 같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원주=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 기자·정현우 기자}

    •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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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밴드 공연 뒤풀이때 성추행 만연” 팬들 미투

    인디음악계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이달에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가 5명이 넘는다. 주로 인디밴드 멤버가 팬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이들이 자주 접촉하는 환경에 ‘팬덤’에 따른 위계 관계에서 성폭력 피해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12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모씨(21·여)는 미성년자 때부터 인디밴드 멤버 및 다른 남성 팬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앞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폭로를 했다. 신 씨는 “인디밴드 멤버와 남성 팬들이 나를 포함한 여러 미성년자에게 수시로 뽀뽀하고 끌어안았다. 잠자리를 하자고 강요한 전 인디밴드 멤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인디씬에서 묻어버리고 공연장에 못 오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인디씬은 영화계와 연극계처럼 인디음악계를 총칭하는 표현이다. 인디밴드계의 성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디음악계 성폭력 실태를 모아놓은 온라인 고발 자료 ‘인디밴드의 공연을 안 가는 이유들’에는 2016년 10월까지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 약 200건이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인디씬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 등을 제보받아 실태를 알리고 가해자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디밴드 멤버 A 씨는 자신의 팬을 골목으로 끌고 가 특정 신체 부위를 쓰다듬으며 “나는 무정자증이라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모 인디밴드 기획사 관계자는 팬에게 “걸어 다닐 때마다 엉덩이가 커서 ○○하고 싶다”고 한 뒤 음란한 신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전문가들은 인디밴드계의 독특한 문화가 성폭력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인디밴드계는 공연 후 ‘애프터파티(뒤풀이)’가 잦아 밴드 멤버와 팬이 좁은 공간에서 만날 기회가 많다. 멤버 생일에는 이름을 따 ‘△△절’로 정한 뒤 팬과 만난다. 인디밴드 멤버 B 씨(26·여)는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자주 찾는데 이를 악용하는 남성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경하는 밴드 멤버와 팬의 거리가 가깝고 접촉이 잦은 환경에서는 이른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빈번해진다. 가스라이팅은 권력적 우위에 있는 가해자가 심리적으로 피해자를 통제해 본인의 생각에 동조하게끔 만드는 걸 뜻한다. 여성 팬 C 씨는 6일 페이스북에 “연인이던 인디밴드 가수 D 씨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포르노 배우 포즈를 취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원치 않았지만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허락해 주는 가스라이팅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도권 밖에서 자유분방하게 예술 하자고 모인 인디씬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유라면서 개의치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현우·이지운 기자}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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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 복합상가 화재 “비상벨 안 울렸다”

    경기 고양시 복합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화재가 발생했지만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 57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8층짜리 복합상가건물 7층에서 불이 났다. 7층 종합건설업체 사무실에서 일하던 하모 씨(48·여)가 창밖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종합건설사 사장 양모 씨(60)와 서모 씨(60)는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하 씨는 연기가 사무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와 나가지 못하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실에 함께 있던 사장 양 씨가 유리창을 깼고 하 씨는 창문 밖으로 몸의 절반 이상을 내밀어 구조를 기다렸다. 양 씨는 그의 옷을 안에서 붙잡고 버텼다. 그러나 힘이 빠진 양 씨는 하 씨를 놓치고 말았다. 당시 소방 구조용 사다리차는 건물 5층 높이까지 다다랐고, 구조용 에어매트가 깔리기 전이었다. 이날 7층 직업안내소 사장 우정자 씨(64·여)는 “7층 복도에서 연기가 보였지만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은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 48분에 진압됐다. 소방 당국은 7층의 한 사무실에서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7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1995년에 지어져 당시 소방법에 따르면 지하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로 돼 있었다.구특교 kootg@donga.com·안보겸 기자}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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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아빠같은 놈에게 당해봐야” 비뚤어진 분노

    “○○○, 강간마의 ○○아, 너도 고개 숙이고 모자 쓰고 다녀라.” 1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배우 조민기 씨(53)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 씨의 딸을 향해 한 누리꾼이 올린 협박성 글이다. 조 씨의 딸은 2015년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조 씨와 함께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다른 누리꾼은 “○○○도 미국 교수에게 똑같이 당할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조 씨의 딸이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사실을 알고 이런 글을 남긴 것이다. ○ 가해자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공격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을 향한 일부 누리꾼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가해자 가족 중 딸이나 부인 등 여성이 주로 표적이 된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가해자와 관련된 기사에 가해자 가족을 향한 수십 개의 공격성 댓글이 올라오거나 가해자 가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재현 씨(53)와 함께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조 씨 딸의 인스타그램에는 “○○○랑 자는 사이?”, “다른 배우한테 한 것처럼 예뻐해 주나요? 뒤에서 손 쓱 넣고 만지고?” 같은 글이 올라왔다. 조 씨의 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 작성을 중단한 상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와 관련된 기사에는 “네 가족들도 똑같이 당하리라”와 같이 저주하는 댓글이 달렸다. 가해자 가족을 향한 공격 때문에 엉뚱하게 제3자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딸의 실명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배우 이모 씨의 SNS를 찾아가 험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었다. 배우 이 씨는 지난달 20일 “그의 딸은 연출가이고 저는 배우입니다”라고 글을 올려 해프닝이 일단락됐다. 가해자 가족에 대해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누리꾼은 “○○○ 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보니 ○○이 장난 아니게 커서 놀랐다”는 댓글을 남겼다. ○ “부인·딸 공격…또 다른 피해자 양산” 미투 확산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에게 공격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가해자의 딸과 부인을 공격하면 가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여성인 만큼 가해자의 부인이나 딸도 똑같이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반대급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과 비슷한 연령대의 가해자 딸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미투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해 1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드 합성 그림 ‘더러운 잠’을 국회에서 전시한 것을 빗대 누리꾼들이 표 의원의 부인과 딸의 누드 합성 사진을 유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선을 넘는 행동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자 가족들을 향한 공격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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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탄핵’ 1년… 주말 서울도심 찬반집회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1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와 탄핵 1년을 축하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약 5000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불법탄핵 인용 1년 규탄! 제45차 서울역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집회장에는 ‘3·10 대한민국 법치 사망의 날!’이라고 적은 플래카드가 걸렸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연단에서 “대통령이 거짓선동 파면된 지 1년이 됐다. 좌파 정권을 몰아내고 죄 없는 대통령을 구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규탄, 이적세력 비판’ 집회가 열렸다. 집회 일부 참석자는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던 이정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얼굴 사진을 발로 밟고 끌고 다니기도 했다.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과 동화면세점 앞에서도 약 1000명이 헌재 규탄 집회를 가졌다. 반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소속 약 100명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죄를 묻다’ 문화제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때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회원들이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를 통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지만 광장과 도로 사이에 경찰력이 배치돼 충돌은 없었다. 이날 각종 집회와 행진 등으로 세종대로를 비롯한 도심 도로 한두 개 차로가 통제돼 교통체증이 빚어졌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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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 식당주인-성당신부가 성추행”

    “공부를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고, 보복도 두려웠습니다.”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는 이모 씨(여)는 동아일보와의 페이스북 대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비공개 페이지 ‘독일 유학생들의 네트워크’에 베를린의 한식당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평소 한국인 사장이 ‘옷차림이 섹시하다’는 등 성희롱 하고 “차에서 몇 차례나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한국인이라 독일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신고를 못 했다. 다른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유학생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외 한인 사회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성폭력을 당했어도 대부분 침묵했다.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폐쇄적인 한인 사회에서 따돌림당할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국내 미투 열풍에 힘입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여성 A 씨도 같은 날 이 커뮤니티에 “유학 온 초기,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오빠가 책을 빌려주겠다며 기숙사로 데려가 강제로 안고 목을 빨았다”며 “지금도 생각만 하면 몸이 굳는다”라고 밝혔다. 이달 4일에는 ‘10일 베를린에서 미투 토론회를 열자’는 글이 올라왔다. 토론회를 기획한 정순영 씨는 “미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와 성당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동참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이던 B 씨는 트위터에 “한인 교회 목사가 강제로 끌어안았다. 남자친구와 여행 가서 한 방을 쓴다고 하니 몹시 나무랐다”고 밝혔다. 유명 베트남어 인터넷 강사 최모 씨도 페이스북에 “10년 전 베트남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사는 김모 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외로 오는 신부들은 한국에서 사고를 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학 비자를 받고 불법 취업하거나, 불법 체류자들인 경우 자칫 추방될까 봐 입을 다문다는 얘기다. “캐나다 밴쿠버 한인 교회에서 미투 운동을 하다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글도 올라 왔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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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스트 내세우더니” 국민 배신감… 자취감춘 안희정, 측근들과 법률대응 준비

    6일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측근들과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안 전 지사와) 여러 차례 만나고 통화하며 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와 측근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준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측근은 “법률 대응 때문에 오늘 서울에 갔었다. 7일에 변호인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측근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안 전 지사의 억울한 점이나 소명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다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오보다.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안 전 지사가) 도청으로 갈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 직후인 5일 오후 9시경 집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짐은 그대로 남겨놓고 몸만 나섰다고 한다. 이후 6일 0시 50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및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공식 입장의 전부다. 이날로 지사 부재 상황을 맞은 충남도는 하루 종일 긴박한 분위기였다. 직원 대부분이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무원들은 다른 피해자의 폭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추가 피해자가 있다면서 이름까지 언급되는 등 하도 많은 억측이 나돌아 얼굴 들고 다니기가 겁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과거 안 전 지사와 김 씨를 둘러싼 미심쩍은 정황도 뒤늦게 불거졌다. 한 공무원은 “해외 출장 중 호텔에 머물 때 지사와 다른 공무원들은 다른 층을 쓰는데 김 씨는 같은 층을 썼다. 그때는 수행비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무원은 “해외 출장 때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늦은 밤에도 자주 불러 이상하게 여겼다는 말을 동료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느낀 ‘안희정 쇼크’도 상당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 ‘뭔가 다른’ 정치인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지독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도예리 씨(26·여)는 “얼마나 큰 권력이면 그런 상황에서도 (김 씨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순간 같은 여자로서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말했다. 도 씨는 “권력을 악용한, ‘잔인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그에게 투표했다는 취업준비생 김남영 씨(27·여)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미투 운동’도 지지한다고 했는데, 다 연기였나 싶어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홍성=지명훈 mhjee@donga.com·배준우 / 구특교 기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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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집’ 낼 정도로 성폭력 만연한 만화계

    웹툰작가 이태경 씨(39)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씨(66)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밝히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만화계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이 씨는 2011년 결혼을 앞두고 박 씨에게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박 씨는 1988년 한겨레신문 만평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시사만화계 거물로 자리 잡았다.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와 자신의 글에 따르면 이 씨는 2011년 8월 17일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일에 경기 부천의 한 식당에서 박 씨와 점심을 같이했다.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바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박 씨는 갑자기 이 씨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 씨가 제지하자 “너는 한 번에 두 명의 남자를 사귄 적 있느냐. 둘을 만나면 둘 모두와 섹스했니” 등을 물으며 성희롱했다. 또 “남녀 관계는 혼외 관계를 통해 이해가 깊어진다” “나는 네가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이 씨는 자칫 와전이라도 되면 결혼이 위태로워질까 봐 그 자리에서는 말도 못했다. 그는 “예비 시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만화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기성 작가의 집이나 화실에서 문하생으로 일하는 도제(徒弟)식 구조에서 박 씨 말고도 성폭력이 적지 않게 자행돼 왔다는 얘기다. 자신의 만화가 데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가에게 ‘볼모 잡힌’ 문하생이나 어시스턴트들은 성폭력 피해를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는 2016년 11월 고질적 위계구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례를 담은 ‘불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을 발간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 안팎 여성이었다. 사례집에 따르면 유명 40대 남성 작가 A 씨는 화실에서 일하는 20대 초반 여성 어시스턴트 3명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툭하면 손으로 때렸다. 작업이 미숙하다는 이유였다. 치마를 입을 때는 성적 수치심이 더 컸다. 40대 유부남 B 작가는 여성 어시스턴트를 차에 태우고는 “우리 단둘뿐이다. 저 산으로 널 끌고 가서 어떻게 할까?”라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박 씨에게 5번 넘게 휴대전화를 걸고 “해명을 듣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이 없었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조유라 기자}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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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민사소송 시효 10년 지나면 배상 어려워”

    ‘미투(#Me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에 참여한 여성들의 피해 중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사건들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시효가 남았더라도 2013년 6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 사건은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된다. 피해자가 범죄를 인지한 지 1년 안에 신고해야 수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배상은 어떨까. 사건 발생 시기에 따른 배상 가능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동아일보가 26일 확인한 변호사 5명 중 4명이 이렇게 답을 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은 소송을 내도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란 게 근거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된 경우에 권리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사건 발생 10년 또는 피해를 안 지 3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한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해를 입은 날이 인지한 날과 동일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10년이 지났을 경우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10년이 넘은 사건이라도 가해자가 소멸시효를 따지지 않고 배상하겠다고 하면 이론적으로는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대표변호사는 “공개적으로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해도 실제 소송에선 소멸시효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그동안 성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다가 최근 미투 확산을 계기로 인식이 바뀌게 됐다면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사례처럼 안마를 해주는 게 극단 전체에 만연한 관습이라고 여겼는데 이번 폭로를 계기로 강제추행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범죄 피해를 안 지 3년 안’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투에 동참한 여성들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논란에 대해 다수의 법조인들은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공익 목적이라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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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계 무너지면 무명배우 갈곳없어” 관객들 소극장 줄서고 응원 집회

    “성추행은 연극계 일부 거물이 했잖아요. 연극판 자체가 무너지면 결국 힘없는 무명배우들만 힘들어진다고 생각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23일 오후 7시경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소극장을 찾은 서모 씨(41·여)가 말했다. 평소 연극을 즐겨 본다는 서 씨는 최근 ‘미투(#Me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가 연극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충격을 받았다. 예매한 티켓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소극장에서 꿈을 키우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연극을 보러 왔다. 이날 이 소극장 매표소 앞에는 관객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티켓 판매원 변모 씨(27·여)는 “이번 사태로 관객이 줄어들까 걱정됐는데 티켓 예매도 줄지 않았고 지난주보다 관객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윤택 오태석 같은 연극계 ‘거장’의 성폭력 행각이 드러나면서 연극계는 관객의 외면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일부 관객 사이에서 “우리가 연극계를 지켜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성추문 등이 문제 되지 않은 극단의 연극은 계속 보고, 연극계 성폭력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극단들도 “우리부터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관객은 ‘연극 골라 보기’에 나서고 있다. 한 달에 보름 이상 연극을 본다는 대학생 정모 씨(25·여)는 성추문에 관계자가 연루된 극단의 연극은 모두 예매를 취소했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연극은 계속 보기로 했다. 정 씨는 “‘연극의 ‘사람 냄새’에 매료됐는데 사람 사이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나니 계속 봐야 하나 고민이 컸다. 하지만 나쁜 부위를 도려낸다면 연극계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시민 약 600명이 ‘공연계 성폭력 반대 집회’를 열었다.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자리다. 미국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여배우들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검은색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한다’ ‘공연예술인은 극장으로, 범죄자는 경찰로’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40년째 연극 팬이라는 여리 씨(63)는 “공연계가 더 이상 남성 우월의 시선으로 여성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극단도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한 극단 스태프 A 씨는 “공연에서 애드리브를 할 때 ‘좀 더 발언에 신경 쓰고 조심하자’는 이야기를 서로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인 애드리브를 할 때 여성 관객들이 언짢아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구특교 kootg@donga.com·유주은·권솔 기자}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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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가상통화 안 보내면 가족 살해” 무작위 협박편지

    “1500만 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지정된 전자지갑 주소로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 중 한 명을 살해하겠다.” 지난달 29일 서울지역의 아파트 72가구에 이런 내용의 협박편지가 무작위로 발송됐다. 한 장 분량의 편지에는 가상통화 전자지갑을 만드는 방법과 가상통화를 송금하는 방법도 적혀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나기 전까지 돈을 송금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편지를 받은 피해자 20여 명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편지 발송자는 경남 거제시에 사는 강모 씨(29·무직)로 확인됐다.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가상통화에 300여만 원을 투자한 그는 수익이 나지 않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강 씨는 서울 사람들은 부유할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주소를 검색해 서울의 아파트로 편지를 보냈다. 경찰에 압수된 그의 컴퓨터에는 검색한 주소 94건이 정리돼 있었다. 다행히 실제 가상통화를 강 씨에게 보낸 피해자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가 여러 곳에 편지를 보내면 적어도 한 곳 이상은 속을 것으로 판단해 편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최근 강 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해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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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유족, 두번 마음찢지 말라”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최근 정부의 방침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까지 방남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천안함46용사유족회와 천안함재단 등은 23일 오전 11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영철의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상우 씨(57)는 “울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격앙돼 울분을 토하는 유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 달 26일 천안함 용사 8주기 행사를 앞두고 관련 현안을 논의할 시기인데, 김영철의 방남이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임시 이사회를 연 것. 성명은 “천안함 용사 유가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겨준 김영철의 방남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은 천안함 폭침 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 국민에게 두 번 다시 마음을 찢는 고통을 안겨주지 말라”고 촉구하고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영철의 올림픽 폐회식 참석이 강행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유족회 등은 2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폐회식이 열리는 25일 평창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것도 논의 중이다.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 70여 명은 23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영철이 대통령 문재인과 악수를 한다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영철에 대해 “이런 처죽일 작자” “저잣거리에 목을 내걸어도 모자랄 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표는 충남 천안시 태조산공원의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서 참배를 했다. 한국당은 24일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남 저지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바른미래당도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 규정하며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회담 대표가 김영철 대표”라며 정부 결정을 지지했다.구특교 kootg@donga.com·박훈상 기자}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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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천안함 유족 안중에도 없나”

    “천안함 희생 장병과 유족들을 무시하지 않으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로 한 데 대해 천안함 유족과 생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에 놀라 말문이 막힌다는 유족도 있었다.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우 씨(57)는 22일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천안함에 대한 아픔은 전혀 돌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 하사는 제대를 한 달여 앞두고 천안함에서 조리병으로 복무하던 중 폭침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유족 A 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천안함전우회 예비역 회장인 전준영 씨(31)는 “대통령이 국군을 죽이라고 한 놈에게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모습이 떠올라 하루 종일 일을 못 했다.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른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김영철의 방남 소식이 알려진 뒤 “허무하다. 이럴 거면 우리가 군대를 왜 갔느냐”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생존 장병 B 씨는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씨는 “천안함 용사들은 죽어서도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 장병 C 씨는 “김영철을 왜 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영철의 폐회식 참석을 반대하는 글 수십 건이 올랐다. 이 가운데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거부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에는 5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한 청원자는 글에서 “김영철이 대통령의 환대를 받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 유족들의 마음은 찢어질 것입니다”라며 “북한의 통보를 받고 선뜻 허가를 결정하기 전까지 천안함 유족이나 우려가 깊은 국민들에 대한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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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OT 때 남자선배들이 야동 흉내 강요”

    문화예술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대학 가운데 특히 서울예술대 내부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서울예술대는 영화와 연극 음악 등에 특성화된 학교라 전현직 문화예술인의 교육 참여가 많다.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도 교수를 맡고 있다. 그러나 오 대표 말고도 학교 안팎에서 벌어진 각종 성추행을 고발하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전 2시 반경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에 “연기과 14학번 ○○○입니다”라는 머리말의 졸업생 A 씨 글이 올라왔다. 학교를 다니며 겪은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을 때 선배들이 일부 여학생에게 타이즈를 입게 했다. 윗부분을 자른 500mL 페트병을 옷 안에 넣게 해 마치 남성 성기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단지 재미있으려고 시킨 일이라는 것이다. 또 여학생들이 일본 여성을 표현하는 장기자랑을 할 때 한 선배가 모두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일본 야동(야한 동영상)’에 나오는 외설적인 표현과 신음 소리를 내라고 시켰다. 일본 야동은 포르노 영상물이다. A 씨는 “잘 모르는 남자 앞에서 선배들이 만족할 때까지 흉내를 반복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이른바 ‘강간 몰카’를 당한 일화도 공개했다. 오리엔테이션 뒤 열린 회식 자리에 지각한 A 씨에게 한 선배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갔다. 멀리서 다른 여자 선배의 비명이 들렸다. A 씨는 끌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 바닥에서 엎드려 울자 누군가 얼굴을 들어올리며 영상을 찍었다. ‘몰래 카메라’였다. A 씨는 “한 명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약자가 아니며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졸업했지만 후배들은 (같은 피해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 다른 서울예술대 학생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 B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술을 마시고 여학생 방에서 잠들었는데 남자 선배가 자는 척하며 내 엉덩이와 허리를 쓰다듬었다. 피했지만 손이 허벅지 안쪽까지 들어왔다”고 밝혔다. 학생 C 씨는 “원래 다른 학교에 다니다 남학생의 성희롱을 견디지 못해 이곳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였다”고 글을 남겼다. 한 재학생은 “지하철에서 ‘서울예술대는 교수부터 저 모양이니 아래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말을 다했다. 이러니 예술 하는 사람들이 지저분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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