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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 일가 등 해외에서 쇼핑을 자주 하는 고소득계층은 앞으로 출입국 통관 때 휴대품 검사를 종전보다 철저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항공사 직원들은 이들 고위층의 수하물을 대신 옮겨주는 등 과도한 의전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전문가와 관세청 직원으로 구성된 관세행정혁신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을 담은 관세행정 개선방안을 30일 관세청에 권고했다. 이는 부실한 통관 절차 때문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TF는 먼저 고소득층에 대한 휴대품 검사 강화를 권고했다. 해외에 자주 나가면서 고액 쇼핑을 하는 계층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검사를 꼼꼼하게 하라는 취지다. 또 항공사 직원들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관행처럼 해온 의전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대한항공이 VIP 고객 등급을 두고, 등급에 따라 수하물을 대신 운반해줬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편 인천본부세관은 밀수 혐의를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다음 달 4일 오전 소환조사한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경기를 판단하려고 중점적으로 보는 10대 경제 지표 중 9개에서 불황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성장률이 양호하게 나오는 ‘반도체 착시’에 갇혀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경제가 ‘상승, 둔화, 하강, 회복’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분석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국면은 소매 판매를 제외한 9개 분야에서 둔화나 하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 생산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모두 경기의 바닥과 가까운 하강 단계였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생산이 가장 많이 줄면서 수출과 신규 일자리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건설 기성액도 전월 대비 4.5% 감소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권으로 진입 중임을 보여줬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77로 1년 전(83)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 3월 8%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소비자기대지수, 서비스업 생산 등에서도 경기 둔화 징후가 나타났다. 민간소비 실태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올 3월 2.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재정이 대거 투입되면서 저소득층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는 경남 거제, 통영-고성, 전남 목포-영암-해남, 울산 동구, 경남 창원시 진해구 등 5곳을 1년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구조조정이나 신산업 육성에 나서지 못하고 또다시 진통제만 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큰 회사는 아니지만 지난 6년 동안 한 명도 이직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어요. 그런데 대비할 틈도 없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비용이 늘게 생겼고 기업 규제는 심해집니다. 감원 얘기가 나올까 겁이 납니다.”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보원기계’ 최두영 전무는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체감 경기는 바닥인데 기업을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정책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눈앞에 닥친 근로시간 단축 위기 29일 오후에 찾은 보원기계 공장. 660m² 크기의 내부에는 압축공기를 별도로 저장하는 설비인 압력용기 3개만 덩그러니 있었다. 주로 대형 건설사에 납품하는 이 설비는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최 전무는 “이대로 가다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0∼30%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3월 건설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4%가 떨어지는 등 하락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생산 부진도 걱정이지만 회사의 진짜 걱정은 따로 있었다.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인건비 상승이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쳐서다. 직원이 21명인 중소기업이어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유예기간이 많지 않을까. 최 전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에서 하청을 받아 현장에 가서 설비를 설치하면 파견된 회사 직원들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당장 7월 1일부터 적용돼 이 회사도 법정 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그만큼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납품기일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인건비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석 성지기공 대표는 “생산계획을 미리 짜서 공장을 돌리는 큰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작은 기업들은 일이 몰리는 시기를 조절할 수 없어 정책에 대응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장 문 닫을까’ 고민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경기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불황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동공단에서 10년 넘게 금속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공장을 접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직원 12명의 인건비가 한 달 평균 350만 원씩 더 들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납품단가는 그대로인데 인건비는 계속 늘고 ‘최저임금도 못 주는 회사는 망해야 한다’는 세간의 시선에도 이제는 지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00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경영상 애로사항’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7.5%가 인건비 상승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공단에선 폐업이 늘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공장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남동공단의 2월 가동률은 61.6%로 지난해 2월(66.9%)보다 5.3%포인트 하락했다. 설 연휴를 감안해도 가동률이 60%대 초반으로 떨어진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설 연휴가 있었던 1월 남동공단의 공장 가동률은 70.6%였다. 특히 50인 미만 기업의 가동률은 54.2%로 경기 상황과 정부 정책에 영세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은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뚜렷한 타개책이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현장의 애로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무리한 정책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하반기에 우려가 현실화하면 중소기업 경기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제조업 분야의 고용과 성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제조업 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장벽을 철폐하고, 정부 정책을 현실에 맞게 유연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인천=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한국의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10∼12월)만 해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었다가 올해 1분기 반등한 것이다. 27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로 자료가 집계된 23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2%로 35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0.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1분기 OECD 회원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5%였다. 1분기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곳은 라트비아(1.7%), 폴란드(1.6%), 헝가리와 칠레(1.2%)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었다. 일본(―0.2%)은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한국이 올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OECD가 공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월(99.9), 2월(99.7), 3월(99.6) 등 올해 1분기 모두 100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10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은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득이 적은 쪽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의 생각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은 반면 성과급이 늘어난 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등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해졌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그에 따른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물가 오르는데 저소득층 수입은 감소 소득계층 간 격차가 벌어진 원인을 단순하게 말하면 저소득층이 과거보다 적게 버는 반면 고소득층은 많이 벌기 때문이다. 올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월 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2012년(120만9247원)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고소득 가구는 가구원이 다니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성과급이 늘면서 소득이 크게 늘었다. 일부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면서 여기에 연동되는 성과급이 함께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는 하위 20% 소득계층에 속하는 사람 중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20∼30%에 불과한 70세 이상 고령층이 대폭 늘면서 저소득층의 수입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도·소매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줄어 수입 격감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올 1분기 이례적으로 증가한 70대 고령층 인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됐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고용원이 없는 음식·숙박업 자영업자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1분위 소득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하듯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소득층이 많이 근무해온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업 등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사드 보복 여파로 서비스업 가운데 한계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가 많았는데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는 바람에 일자리가 줄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 저소득층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집값을 잡는 데 치중해온 정책의 영향으로 건설업이 위축된 측면이 있는 만큼 부동산정책의 나비효과가 양극화를 키운 셈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건설업이 구조조정 영향에 들어오자 지방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를 재구성하고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소득 하위 근로자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임금 무차별 인상 대신 빈곤층 선별 지원 필요 저소득층의 수입이 이례적으로 줄어든 만큼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가계 동향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소득을 늘려주려 해도 민간에서 임금을 늘릴 여력이 없는 한 고용만 줄어드는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쓰러질 판이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입증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이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일자리 감소는 단순히 기저효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당장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일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중에는 실제 빈곤 가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만큼 저소득 가구를 선별해서 지원금을 주면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중 70% 정도가 중산층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용이 부진한 음식업과 도·소매업도 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근로자에게 초점을 둔 지원책 대신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박재명 기자}

전북 지역에서 유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본사의 제품 밀어내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본사는 어린이집이나 소규모 할인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A 씨에게 1000mL 물품을 사라고 강요했다. 200mL 제품은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지만 용량이 큰 1000mL 제품은 인기가 떨어진다. A 씨는 본사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1000mL 우유를 공급받으면서도 어린이집이나 할인마트 등 거래하는 곳에서 모두 납품받기를 꺼려 속만 끓이고 있다.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나 됐지만 대리점과 거래하는 본사의 ‘갑질’ 행태가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대리점들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방안’을 마련해 2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비인기 제품을 강제로 떠안기는 본사의 ‘끼워 팔기’가 금지된다. 또 대리점의 안정적인 거래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의 계약갱신요구권(재계약 요구권)이 도입된다. 이번 방안은 식품, 통신, 자동차, 화장품, 의류 등 모든 업종의 15만2835개 대리점에 적용된다. 공정위는 우선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동안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웠던 ‘끼워 팔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본사는 대리점에 인기 제품을 보내면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새로 출시한 제품을 묶어서 공급해왔다. 대리점은 인기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사의 요구에 따랐다. 공정위는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 원을 부과했지만 관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 최종 5억 원의 정액 과징금만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관련 고시를 고쳐 ‘밀어내기’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하반기(7∼12월)부터 적용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하반기부터 대리점들에 최소한 3년 이상의 영업기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 약 477곳 중 336곳(70.4%)이 “1년 단위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대리점이 계약 종료 등을 우려해 본사의 ‘갑질’을 참아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설정된 계약서를 체결한 후 본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본사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리점의 신고가 있어야 본사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문제가 된 업체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권조사의 첫 타깃은 의류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전면 실태조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지난해 하반기 설문조사에서 의류업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했다. 물량 밀어내기를 하거나 판촉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떠넘긴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또 본사보다 현저하게 힘이 약한 대리점주들에게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처럼 ‘대리점 단체’를 구성할 권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의 특허 보장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리는 제도 개편안이 나왔다. 정부가 쥐고 있던 면세점 확대 권한은 민간에게 넘기기로 했다. 면세점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의 면세점 제도 개선 권고안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정당한 기준 없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밝힌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대기업 10년, 중소기업 15년까지 면세점 운영 TF는 특허 기간을 지금처럼 5년으로 유지하되 대기업에 대해서는 1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2회 갱신을 허용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현재는 대기업은 갱신할 수 없고 중소·중견기업의 갱신은 1회로 제한돼 있다. 이렇게 면세점 특허 유지 기간이 짧아 면세점 업계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허를 받을 때 냈던 사업계획을 잘 지키고, 노사 및 하청업체들과 상생협력을 잘하는 것이 특허 갱신의 조건이다. 이 규정은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에게도 소급해 적용된다. TF는 관세청이 가진 신규 특허 발급 결정 권한은 민간 중심의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로 넘기도록 권고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면세점 수를 늘리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 대신 새로운 면세점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신규 특허 발급 요건을 완화했다. 지금은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와 매출액에서 외국인 비율이 모두 50%를 넘고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외국인 관광객이 30만 명 이상 증가하면 관세청장이 신규 특허를 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개선안은 이 중 ‘외국인 50% 비율’ 기준을 없애는 대신 광역지자체별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3년 연속 10%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넣었다. 면세점 이용자 수는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많아 신규 특허를 내는 데 쉽지 않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신규 특허가 너무 많아지면 과당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허수수료에 대해서는 TF는 제도 개선을 권고하지 않았다. TF는 “현재 특허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의견도 있고 정반대의 의견도 있어 적정 수수료 수준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갱신제도를 열어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갱신 횟수를 제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논리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을 정부가 개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만신창이가 된 업계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면세점업계의 매출은 전월 대비 31.4% 늘었다. 하지만 업계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 면세 사업자 1위인 롯데면세점의 올 1분기(1∼3월) 매출은 1조269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9억 원으로 33% 감소했다. 롯데면세점 등은 경영난에 따른 임대료 부담으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에서 사업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올해 안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 무역센터점 등이 추가로 개장하면서 12개의 시내면세점의 ‘파이 나눠 먹기 식’ 경쟁에 내몰릴 판이다. 이는 불확실한 제도 때문에 기업이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을 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까지만 해도 면세점 특허기간은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연장됐다. 그러나 2013년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국회와 정부는 5년마다 사업자를 재심사하도록 관세법을 고쳤다. 2015년 말 정부는 재심사를 통해 특허 만료를 앞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의 면세점 특허권을 박탈했다. 의외의 결정으로 2200여 명의 직원 중 상당수가 고용불안을 겪었다. 이런 홍역을 치른 뒤 박근혜 정부는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늘리고 신규 면세점 특허 수도 늘리려 했다.○ ‘면허 자동 갱신토록 해야 투자 가능’ 면세업계는 “결과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면세사업 특허 갱신 기간을 연장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해외 시내 면세점들은 지속 가능한 사업 성장을 위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 허가를 자동 갱신한다”며 “특허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점에서 사업 여부를 검토하는 한국에서는 미래를 내다본 적극적인 투자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허수수료를 고치지 않은 것도 아쉬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25억 원이었는데 특허수수료로 낸 금액만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과도하게 책정되고 있는 특허수수료 부과에 대해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 / 손가인 기자}

A상조업체에 10년 만기로 월 3만 원씩 360만 원을 부은 김모 씨는 올해 1월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계약 해제 신청을 하면 그동안 낸 돈의 85%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업체는 김 씨에게 “회사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 회사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이 내려져 있다”며 계약 해제 신청을 거부했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김 씨는 ‘법원에서 진행 중인 게 있어서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만 생각하고 계약 해제를 포기했다. A사의 답변은 거짓말이었다. A사는 2017년 8월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법원으로부터 회사 재산을 묶어두는 ‘보전처분’을 잠시 받긴 했다. 그러나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기각하면서 보전처분 효력은 진작 사라진 상태였다. A사가 계약 해제를 막으려고 김 씨에게 꼼수를 부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상조상품 계약을 해제하려는 소비자를 속인 상조업체 2곳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폐업 위기에 처한 상조업체가 계약 해제를 방해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가 내놓은 상조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가 7만여 명에 이르러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다만 공정위는 위원회 차원의 조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업체명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A사와 함께 적발된 B업체도 법률용어를 동원해 소비자를 속였다. 지난해 B업체는 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계약 중지 및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B업체가 망해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입자 남모 씨는 올해 1월 B사에 계약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B업체는 “법원에서 공제조합과 공제 계약 해지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B사가 언급한 소송은 이미 끝난 뒤여서 계약 해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법원 소송은 계약 해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계약 해제 시 소비자에게 돌려줄 돈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해제 신청을 한 이후 상조업체가 망하면 소비자는 낸 금액의 85%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돈을 돌려주는 시간이 길어지면 연 15% 수준의 지연 이자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반면 계약 해제 신청이 안 되면 소비자는 자신이 낸 금액의 50%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다. 상조업체들의 거짓말이 늘고 있는 것은 할부거래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상조업체의 자본금 요건이 기존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자본금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폐업이 불가피해지면서 계약 해제 신청을 거부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계약 해제를 방해하는 회사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며 “소비자들도 상조업체가 미심쩍은 이유로 계약 해제를 거부하면 공정위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토교통부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과징금 약 28억 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과태료 150만 원을 부과했다. 사건 발생 3년 5개월 만이다. 국토부는 18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2014년 12월 땅콩회항 당시 대한항공이 운항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27억9000만 원을 물렸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조 전 부사장이 부당한 지시를 했는데도 경고장 제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회사 측이 당시 조사 과정에서 승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시켰던 점 등도 이번 처분에 반영됐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국토부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책임을 물어 과태료를 물렸다. 국토부는 그동안 땅콩회항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난 뒤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 과거 유사 사례에선 검찰 기소나 1심 판결이 나오는 시점에 행정처분을 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국토부는 내부감사를 통해 행정처분 지연 사유를 조사한다. 한편 국토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자회사 진에어에 대한 업무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이 회사 내부 문서 70여 건을 결재한 사실을 적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 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천호성 thousand@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4월 제조업 일자리 수가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온 제조업 분야에서 총고용이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6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6만8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12만3000명 증가했다. 신규 취업자로 볼 수 있는 월간 취업자 증가 규모는 2, 3월에도 10만 명대였다.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문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8년 9월∼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30만∼40만 명 선이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은 편인 제조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전체 취업자 수는 447만3000명으로 2014년 9월(446만8000명)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한 제조업 취업자 수는 6만8000명 줄어 지난해 5월(―2만2000명) 이후 11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부실이 쌓인 조선 및 자동차 분야와 의료·정밀기기 제조업 등에서 고용이 부진했다. 제조업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주력 산업에서 부진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업 생산은 올 3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가까이 줄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에 그쳤다. 생산 감소와 재고 누적으로 기업들이 공장을 돌리지 않게 됨에 따라 고용도 줄이기 시작한 셈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가 회복 흐름에 있다고 정부가 설명했지만 현상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서 국내 경제만 뒤처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린 것이 고용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김준일 기자}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 수가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체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면서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 전체 직원 규모가 줄어드는 고용의 위축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일자리 상황은 금융위기 때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알맹이가 없는 맹탕 정책만 내놓고 있다. ○ 질 좋은 일자리 만들 여력 소진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447만3000명)는 2014년 9월(446만8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고용에 소극적인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 위험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법인세 인상과 가파른 인건비 인상, 규제 확대 등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주로 폈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는 공공부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대거 투입한 효과가 나타난 셈이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이 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의 하청 물량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지금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만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3월 68개 제조업종 가운데 53개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정부는 4월의 고용 부진은 작년 고용이 너무 좋아서 생긴 수치상의 감소, 즉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고용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인데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근본 문제 외면하고 땜질만 하는 정부 16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 대책을 의결했다. 하지만 대다수 정책이 각 부처에서 이미 발표했던 것인 데다 효과도 불투명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들의 관심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소셜벤처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1200억 원 규모의 ‘소셜 임팩트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글로벌 창업경진대회’를 5월부터 실시해 스타 창업자를 발굴하고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창업 공간을 늘리기 위해 임대주택 상가 임대료를 시세보다 60∼80% 싸게 공급하고 철도 및 공항 매장 100곳에 청년 창업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일자리위는 이런 정책으로 2022년까지 약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는 고용 상황이 좋은데 우리만 고용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고용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라며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더불어 기업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건혁·최혜령 기자}
관세청이 대한항공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관세청이 대한항공 및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겨냥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4번째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6일 조사국 직원 40여 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자금부 등 5개 부서와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인천본부세관이 3차례에 걸쳐 실시한 압수수색은 조 회장 일가의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지만 이번은 대한항공 법인을 겨냥했다. 그러나 법인이 총수 지시 없이 몰래 국부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이번에도 사실상 조 회장 일가를 조준한 압수수색이란 해석이 나온다. 관세청은 대한항공이 조직적으로 국내 재산을 신고 없이 해외로 몰래 옮기거나 국내로 들여와야 할 재산을 외국에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국외도피는 주로 수입물품을 정상 가격보다 고가로 조작한 뒤 실제 수입대금 외에 차액을 해외에 은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고가의 항공기 부품 등을 많이 수입하고 있어 이 같은 재산 도피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이 조직적으로 재산국외도피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를 지시한 사람은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재산국외도피를 저지른 범죄자는 도피 금액이 5억 원 미만이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벌금, 5억 원 이상∼50억 원 미만은 5년 이상 징역, 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번 압수수색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재산을 해외에 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라고 지적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국 기업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개월 뒤 경기를 가장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정부가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 일본 등 OECD 주요국 기업들은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14일 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기업심리지수(BCI)는 올 3월 기준 98.44로, 비교 가능한 OECD 31개 회원국 중 최저였다. BCI는 기업들이 현재의 생산, 재고, 주문량을 토대로 미래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 국가별 경기지수를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OECD가 표준화한 것이다. 2008년 1월∼2018년 3월 평균값(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기업가정신 무너져가는 한국 한국의 BCI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98.9로 떨어진 뒤 제자리걸음을 하다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BCI는 지난 1년 동안 0.6포인트 이상 올라 최근에는 101.5 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내수가 살아나고 일본과 유로존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글로벌 경제 회복 기조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계에 비관론이 커진 것은 3월 제조업 가동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멈춰 선 설비가 많고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뼈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만큼 경영을 옥죄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를 평가해 매긴 순위를 보면 2017년 한국은 137개국 중 95위에 머물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으론 규제와 인건비 상승, 밖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등 신흥국의 견제 심화 등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고용 회복세 반도체 호황에 가려 있던 한국 기업의 실력이 최근 실체를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데 이어 4월 수출은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기계장비 등 주력 산업의 생산이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3월 한 달 만에 7.8%가 줄었다. 축 처진 한국 기업과 달리 선진국 기업들의 심리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9월 BCI가 99.59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은 101.38로 올라섰다. 18개월 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던 미국의 기업심리가 살아난 건 친기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이고, 4차 산업혁명이 선도적으로 진행되면서 고용률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 정부의 목표치가 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실물경기에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 ○ 무리한 시장 개입, 투자 위축 우려 반면 우리 정부는 인건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정경제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치우친 채 기업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박재명 / 서동일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과 세 번째 만나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를 다시 압박했다. 특히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열어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출자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것을 삼성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마냥 내버려둘 순 없다”며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안을 마련해 오라고 재차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정위원장이 삼성을 압박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8.23%(약 1062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성 지배구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본인이)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작성한 보고서에 삼성 지주사 관련 모든 이슈가 나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와 관련한 의견을 삼성 측에도 전달했고, 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보고서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설립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비금융 계열사들의 일반 지주회사 설립 △금융지주사와 일반 지주사 수직 연결 방안이 담겨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에 편입되면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으므로 지분을 팔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는 것은 주주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특히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법률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지만 지배주주 일가는 주력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그 외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총수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와 비상장사 주식을 스스로 정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4대 그룹과 처음 간담회를 한 뒤 11월에 다시 5대 그룹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번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재계를 자주 불러 모아 군기를 잡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향후 1년간 지금처럼 형식적인 이벤트 자리를 만들지 않고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공정위가 개별적으로 지적하거나 조사하면 되지, 보여주기식으로 경영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독설을 하는 게 과연 소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이은택 nabi@donga.com·김준일 기자}

‘64.5점.’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실험적인 경제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작부터 논쟁적이었다. 공공 부문 중심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민간기업 경영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안들에는 ‘친(親)노동·반(反)기업’ 색채가 짙었다. 이렇게 하면 소비 증가→내수 확대→투자 증가→3%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지만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구호뿐인 일자리정책에 실업 가중 전·현직 경제 관련 학회장과 민간 경제연구원장 등 10명의 경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1년 동안의 성과를 100점 만점에 64.5점이라고 평가했다. 낙제는 아니지만 ‘잘했다’고 보기도 힘든 점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해 한국이 3년 만에 3.1% 성장한 것은 기대 이상”이라면서도 “집권 2년 차에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지 않는 한 지금의 성적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지만 이후 고용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3월 국내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청년실업률(11.6%) 역시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는 구직에 나서는 청년의 수가 많아지면서 실업자 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조치를 하는 대신 돈을 풀어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가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서비스업과 금융산업을 키우는 근본적인 일자리 확충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규제 풀어 기업 뛰게 하라” 정부는 대기업도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간극은 지난 1년 동안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협화음이 커진 것이다. 국내 10대그룹 인사팀의 한 임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 경제팀이 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채용 확대를 압박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고용 경직성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올려 인건비를 높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터라 고용 확대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혁신성장과 규제개선도 병행해야 일자리의 난맥상을 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본보가 정책 평가를 위해 접촉한 경제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정책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2년 차에 들어선 지금은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증대가 이뤄져야 할 시기지만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가 “공무원을 늘리면 그만큼 규제가 늘 수밖에 없는데 공공 부문을 늘리면서 규제 개혁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직접 지원 대신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대책, 강남 집값 잡았지만 ‘로또 청약’ 부작용 ▼투기와의 전면전에도 집값 껑충… 양도세 중과 등 규제 총동원지방 집값 하락… 지역 양극화 심화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출범 1년째인 현재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과거 참여정부가 5년에 걸쳐 발표한 규제를 1년 안에 몰아서 쏟아낸 승부수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9일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굵직한 부동산 대책은 모두 6개다. 정부 출범 약 한 달 만에 6·19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서울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2부동산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부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 중과, 가점제 청약 확대 등을 담았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해 돈줄을 조였다. ‘투기 및 강남 집값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정권 초기 서울 집값은 되레 더 뛰었다. 지난해 4월 0.23%였던 서울 집값 월간 상승률은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0.35%로 상승 폭을 키운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0.94%까지 치솟았다.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놀란 정부는 과열의 진원지인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카드를 추가로 꺼냈다. 올해 1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2월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여기에 4월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누적된 정부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서울 집값 상승률은 3월 0.55%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0.31%까지 떨어졌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는 최근 4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부작용도 있다. 서울을 겨냥한 규제가 지방에도 적용되면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해졌다. 지방 집값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하락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말 기준 전국 1만1993채로 전월(1만1712채)보다 2.4% 늘었다. 악성 미분양 단지는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일반 주택시장과 신규 청약시장 간 온도차도 극명해지고 있다. 정부가 신규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생겨난 ‘로또 청약’ 단지로 예비 청약자가 몰리면서 서울 및 일부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반면에 수도권 외곽과 기타 지방 청약시장에서는 할인 분양을 해도 분양이 안 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은택 / 세종=김준일 기자 /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도움말 주신 분 △강성진 한국경제연구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정식 전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주찬 한국규제학회장(원광대 행정학과 교수) △신도철 한국제도경제학회장(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정희 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조준모 전 한국노동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병일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황성현 한국재정학회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고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6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8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에서 비거주 투자자, 즉 외국인들은 주식과 채권을 2억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상승했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다음 달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대외 채무에 취약한 국가들은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하며 연 27.5%이던 금리가 연 40%로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현지 통화인 페소화 가치는 한 주 만에 6% 이상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도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가치가 12% 떨어졌다. IIF는 “신흥국 발행 채권 중 올해 만기가 되는 채권이 9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경고하고 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현지 시간)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논의 재개를 시사한 것은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된 이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역전 상황을 되돌릴 수 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가 많고 내수 경기가 부진해 ‘저금리 처방’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자본 유출에 대비한 안전판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급등에 대비한 안전판 미국은 6월에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물가도 목표치(2%)에 근접하는 등 내수가 살아났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예측대로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리는 반면에 한국의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 현재 1.50∼1.7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1.5%)보다 크게 높아진다. 한국에 있던 외국인 자금이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출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이미 경고음은 나오고 있다. 올 1월 2조110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투자가는 2월 2조8215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313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은 단기 재료에 따라 매매 동향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 만큼 자본 유출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3월 이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분야에서도 ‘셀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도 글로벌 돈의 흐름에 따라 자본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한일 통화스와프 같은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덕분에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 “경제 논리로 협정 추진할 필요” 한일 양국은 2015년 2월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정치, 외교적으로 대립하면서 협정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논의와 관련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본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매개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중국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그 다음 차례일 수 있다. 청와대 당국자도 4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고위급 회담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한일 통화스와프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 약속이기 때문에 정치 문제에서 자유로운 한은이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일본도 통화스와프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기자}

한국과 일본이 비상 시 보유 외환을 서로 빌려주는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밝혔다. 최근 미국의 국채금리 인상에 따라 아시아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커지자 금융 위기를 막는 안전장치로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4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적 이유로 통화스와프 협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때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이 한창이었지만 정치적 논의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렸지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약을 잇달아 종료한 결과 2015년 2월 양국 간 협정이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캐나다,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거나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2010년 종료된 만큼 기축통화국과의 스와프를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많았다. 이 총재는 금리 수준과 관련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유지하고 물가상승률도 2%대에 수렴하는데도 금리를 그대로 끌고 가면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며 “금리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 호전을 전제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최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합의 등에 따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초 의제에 없던 경제 분야가 판문점 선언에 일부 담긴 것에 대해 환영하고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남북 경협은 북-미 정상회담 등 국제사회의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하기 때문에 너무 앞서 나가는 얘기는 할 수 없고, 차분하고 질서 있게 준비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곧 있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와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근 남북 관계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지난달 5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이 국회 심사 일정마저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 기자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장관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국회에서 추경 관련 논의를 시작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KBS와 YG엔터테인먼트 등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힘 있는 방송사와 기획사가 연예계 활동에 목마른 참가자들에게 ‘갑질’을 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계약서 등에서 불공정 약관을 발견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더유닛)과 JTBC에서 방영된 ‘믹스나인’이다. 불공정 약관을 만든 곳은 KBS와 더유닛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믹스나인을 제작한 YG엔터테인먼트다. 더유닛은 데뷔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한 아이돌 멤버에게 새로운 그룹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제작됐다. 믹스나인은 서로 다른 기획사의 연습생들을 모아 데뷔시킬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공정위가 이들 프로그램과 관련된 약관을 심사한 결과, KBS는 프로그램 출연 계약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출연과 별도의 연예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KBS가 자사 프로그램 출연을 요청하면 참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유닛회사는 참가자 때문에 계약이 파기되면 30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내야 한다고 명시하고선 이를 초과하는 손해액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놓고, 초과 손해액을 청구하면 약관법에 따라 과중한 손해배상이 돼 무효다. YG는 참가자들과 수익 정산 등의 분쟁이 생기면 책임은 모두 참가자가 져야 한다는 불공정한 약관을 두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 회사 모두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며 “이번 조치로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