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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제안한 중재안에 따라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24의 다마스쿠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통제 아래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위협은 이번 화학무기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러시아24를 통해 나온 소식을 전하며 “시리아와 러시아는 시리아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시리아로 하여금 4단계에 걸쳐 화학무기를 폐기할 것을 제안하는 중재안 세부 계획을 만들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12일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먼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하고 △화학무기 저장고 및 생산 시설에 대해 공표하며 △이 시설들에 대한 OPCW 전문가 사찰을 허용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언제 어떻게 화학무기를 폐기할지 협의하는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조사했던 유엔 조사단은 화학무기 사용 세력이 아사드 정권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 이번 조사 내용에 정통한 유엔 관리 3명을 인용해 “조사단은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 참사에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풍부한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단은 1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는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로 국민을 살해했다고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로켓 부품, 토양 및 혈액 샘플 등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리아 정부에 책임을 묻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에 첨단 군사무기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고정밀복합체 지주회사의 알렉산드르 데니소프 사장은 소규모 군사·산업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중방어 시스템인 판치르-S1(나토명 SA-22) 24대를 시리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12일 이타르타스통신에 밝혔다. 군사행동 이전에 외교적 해결 노력을 우선하겠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1일 “외교 협상에 걸리는 시간, 외교 실패 시 군사행동에 나서는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상하원도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표결을 다음 주 이후로 미루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12, 13일 열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동 결과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시리아 사태 중재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프라우다 등 러시아 언론은 12일 세르게이 콤코프 러시아교육재단 이사장이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에 푸틴 대통령을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푸틴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어 과목 수업설명회를 좁은 교실에서 마련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알았으면 큰 교실을 잡았어야 했는데…. 이제 프랑스 고교도 글로벌 시대의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정규수업 시간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일 오후 4시 프랑스 파리 7구에 있는 빅토르 뒤리 고등학교의 한 교실. 필리프 투르니에 교장이 교실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한국어 정규 교과 수업 설명회를 열었다. 프랑스 고교에서 한국어 수업은 2011년 보르도의 프랑수아 마장디 고교, 2012년 루앙의 카미유 생상스 고교에서 잇달아 시작됐다. 파리의 명문인 빅토르 뒤리 고교에서도 2년 전부터 파리 주변 지역 학생들이 모두 신청할 수 있는 한국어 ‘연합강좌’를 개설했다. 처음엔 민간단체인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가 강사를 초빙해 시범 실시했던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이 몰리자 올해 파리교육청이 직접 예산을 지원해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것이다. 특히 올해엔 보르도대 출판부가 고교용 한국어 교과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한글 배우기 열풍이 일어나고 있지만 프랑스처럼 고교생들이 대입수능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제3외국어’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정규 교과 과정을 개설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 케이팝 팬이라고 밝힌 루시 양(17·생엘리자베스고 3년)은 “멋진 음악과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 한국은 내겐 천국과 같은 곳”이라며 “대학에서도 한국어를 전공해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직해 꼭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오르세의 블레즈파스칼 고교에 다니는 아드리안 드릴르 군(17)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다. 딸과 함께 온 학부모 알렉상드르 콜린카 씨(43)는 “한국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낸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나라”라며 “요즘 모두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미래 한국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딸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중학교부터 배우는 ‘제2외국어’로 자리 잡은 일본어, 중국어는 바칼로레아의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이부련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제3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것은 장차 제2외국어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네덜란드 정부가 1940년대 인도네시아 식민통치 기간에 자국 군인들이 독립운동을 진압하면서 자행했던 즉결 처형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식민 통치 종식 68년 만이다. 티에이르트 더 즈반 주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대사는 12일 자카르타 네덜란드 문화원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추모식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지난달에는 즉결 처형을 당한 피해자 유족들에게 1인당 2만 유로(약 2884만 원)의 배상금을 전달했다. 최근 영국 네덜란드 등이 제국주의 시절의 만행에 대해 반성과 보상에 나서는 것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과 대비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중재안이 논의되는 동안에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유보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나 중재안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 압박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러시아의 협조 덕분에 무력 사용 없이 화학무기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고무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책이 논의되는 동안 상·하원의 군사개입 결의안 표결을 연기해 줄 것을 의회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중재안의 성공을 예상하는 것은 이르다”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에 군사행동 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시리아 정권과 다른 독재자들이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법을 무시하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시리아의 동맹국 이란을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15분에 걸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연설 시작 10분이 지난 뒤에야 러시아 중재안을 처음 언급하는 등 외교적 노력보다는 군사행동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도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중재안을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재안은 신속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유엔은 오바마 연설에 앞서 오후 4시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러시아 중재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미국과 영국의 동의하에 프랑스가 내놓은 결의안에 러시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하고 국제 감시하에 두되 이행하지 않으면 사후 군사제재에 나선다’는 프랑스의 결의안에 대해 군사개입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에서 “어떤 경우에도 미국 등 서방의 군사개입은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러시아가 모처럼 평화조정자로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미국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렇지만 결의안 내용을 놓고 프랑스와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돌파구의 가능성은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12일로 예정된 스위스 제네바 회동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유엔 안보리 재소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미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8명의 주도로 ‘유엔을 통한 외교적인 노력이 실패했을 때 군사개입에 나선다’는 수정 결의안 마련에 나섰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러시아 중재안에 대해 “화학무기 시설을 공개하며 생산을 중단할 준비를 마쳤다”며 전폭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제적으로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 블로거인 맥스 피셔는 10일 “시리아의 약속은 ‘북한식 지연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숨기려고 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서방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두고 파기하자는 러시아의 중재안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시리아 사태가 서방의 군사 개입에서 외교적 해결로 ‘출구’를 찾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9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알무알림 시리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에 맡겨 모두 파기할 것을 촉구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알림 외교장관은 “시리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반면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정치적 술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 공습에 대한 의회 표결과 국민 반대 여론에 부닥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중재안에 대해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긍정적(potentially positive)으로 평가했다. 그는 9일 CNN CBS 등 6개 방송사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시리아의 제안은 확실히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현실적이라면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제스처를 보지 못했다”며 무력 사용 위협이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며 “교묘하게 시간을 끌어 당면한 압력을 피하려는 지연 전술은 원하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야생동물 밀거래 방지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즉각 국제적 통제 아래 내놓는다면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유엔의 감독지대로 옮겨 파괴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감독지대 설치’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안보리 회원국 간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10일 프랑스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 감시하에 두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각각 “흥미로운 제안” “커다란 진전”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중국의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10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지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신속하게 파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회견에서 ‘시리아가 공습을 피할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 주까지 모든(every single bit)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안 제시로 상황이 급반전되자 미 상원은 시리아 공습 결의안을 토론에 부칠 것을 결정하는 절차표결을 당초 11일에서 그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파리=전승훈·워싱턴=신석호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얻어내려 총력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의 최종 책임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냐를 둘러싼 증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21일 반군 점령 지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쏜 것은 맞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최종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것. 아사드 대통령도 “나는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벅 매키언 미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8일 CNN에 출연해 “그들(오바마 행정부)은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만 아사드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앨런 그레이슨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도 CNN 인터뷰에서 “정부는 구체적 증거 없이 4쪽과 12쪽짜리 문서만 제시하며 전쟁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 CNN CBS 폭스뉴스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상식의 문제”라며 “아사드가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9일 방영 예정인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화학무기 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분쟁이나 전쟁에 개입했을 때의 경험이 좋지 않았음을 미국인에게 전하고 싶다”며 “미국인들이 의회와 소통해 행정부의 대시리아 공격을 승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지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타크’도 시리아군이 아사드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학무기 공격을 벌였을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의회의 시리아 공습 결의안 지지를 호소하며 ‘식사 정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상원 공화당 지도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의회가 개원하는 9일 저녁에는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9일 제한적인 시리아 공격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리아 사태는 무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은 무력 사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을 위반한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위반한 중대 범죄 행위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으로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소장인 마이클 아브라모위츠는 8일자 WP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2년 전 시리아 내전 초기 아사드 정권이 소수 민주화 세력에 총격을 가할 때 ‘R2P’를 근거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더라면 무력 사용 없이도 지금과 같은 참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에서는 '설국열차'에 대해 정치적 철학적 해석을 하는 다양한 논쟁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SF장르 영화 자체로서 즐겨주는 반응이 신선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다음달 30일로 예정돼 있는 영화 '설국열차'의 프랑스 개봉을 앞두고 9일 파리에 있는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설국열차'는 3일 프랑스 언론시사회에 이어, 7일에는 제39회 도빌 아메리카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돼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가의 도빌 영화제에서 한국인 감독과 스코틀랜드 여배우(틸다 스윈튼), 프랑스 원작 만화가가 함께 레드 카펫을 밟는 기분은 묘했습니다. '살인의추억' '괴물' '마더' 등 제 전작 영화도 모두 프랑스에서 개봉했지만,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국제적인 프로젝트여서 감회가 다르더군요." '라빠'(1995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던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은 '설국열차'의 시사회를 보고 난 후 "드라마적인 긴장감과 적절한 유머, 휴머니즘, 아이러니적인 요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예리한 묘사들이 훌륭하게 배합돼 있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봉 감독은 ""아직까지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상상력 넘치는 영화를 꼭 한 번 찍고 싶다"고 말했다. ― 프랑스 시사회 반응은 어떤가. "프랑스의 베르트랑 타베르니 감독님은 제가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작품을 보며 공부했던 거장 감독님이신데, 시사회에서 제 영화를 직접 보시고 인터뷰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개무량했다. 저는 2004년에 '살인의 추억', 2006년에 '괴물', 2009년에 '마더'를 개봉할 때 프랑스를 찾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나온 까이에 시네마, 르몽드, 리베라시옹 기자들이 매번 만났던 기자들이라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국 관객과 프랑스 관객의 반응의 차이는.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리액션에서는 차이는 별로 없다. 그러나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공상과학(SF) 장르영화에 대한 열혈 팬들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설국열차'에 대해 진지하게 정치적, 철학적 해석을 하고 우리의 사회현실과 비교하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SF영화는 SF영화 자체로 즐기는 분위기다. 8일 일반 관객 시사회에서도 SF영화, 호러 영화 오타쿠들이 득시글댔다. 이들은 좀비가 등장하거나, 창자가 쏟아지는 장면이 나오면 박수를 치고 난리다. SF장르에 대한 순수한 쾌감을 보여주는 반응이 신선하고 재밌다."―프랑스에서의 흥행예상은. "제 전작 영화인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도 프랑스에서 개봉을 했었다. 두 작품은 원래 소규모로 개봉을 했었다. '괴물'은 250여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은 별로 안 좋았다. '설국열차'의 경우도 250-3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개봉된 제 영화 중에서 '설국열차'가 최초로 흥행에 성공할지 궁금한 상황이다."―봉 감독의 이전 작품도 물론 해외에서 개봉됐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영어로 제작된 첫 작품이다. "'설국열차'는 198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돼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던 원작에 기초해서 만든 영화다. 이 만화는 2005년에 한국에서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로 번역돼 출간됐고, 제가 평소 즐겨찾던 만화방에서 우연히 집어들게 됐다. 그리고 7~8년의 세월이 흘러 영화로 만들게 돼 고향인 프랑스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마치 연어가 고향을 찾아온 것과 같아 프랑스의 원작 만화가들은 무대인사를 할 때 특히나 감개무량해 하셨다.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온 영화감독이 미국, 유럽의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프랑스 관객들 앞에서 서니 그 분들도 감정이 복받쳤나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 감정이 상상이 가더라."―프랑스 원작 만화와 영화는 얼마나 다른가. "흔히 오리지널 시나리오 쓰는 것 보다 각색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어렵긴 마찬가지다. 각색을 할 때는 원작을 모조리 삼켜서 분해하고, 새롭게 해석해내야 한다. 마치 뷔페 식당에 가서 전체 음식을 다 먹고, 소화시켜,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지구에 빙하기가 오고, 인류의 생존자들이 달리는 기차 안에 타고 있고, 그들이 싸고 있다는 원작 자체의 독창적인 발상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의 캐릭터, 이름, 사건 전개 과정은 원작과 전부 다르다."―미국에서의 개봉일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배급은 하비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맡고 있다. 와인스타인은 타란티노 감독의 파트너로 유명하며, 오스카상 프로모션의 황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미국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 빠른 속도 전개를 위해 대폭 편집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왕가위 감독의 '일대 종사'(그랜드 마스터)도 23분 정도가 잘려나갔다. '설국열차'도 비슷한 편집을 요구하고 있는데, 감독 입장에서 보면 기분은 좋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관객의 템포에 맞는 속도감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협상 중이다. 이러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미국에서의 개봉 일정이 정해질 것 같다."―차기작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 개봉할 때는 '괴물'을 준비 중이었고, '마더'를 개봉할 때는 '설국열차'의 판권을 계약한 상태였다. 영화를 개봉하면서 차기작 준비가 안 된 것은 처음이다. 낯설지만 기분이 좋다. 왠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 꽤 알려진 SF원작 소설을 기초로한 영화 시나리오를 제안 받은 게 있어서 검토 중이다. 언젠가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싶다. '로빈슨 크루소'부터 '캐스트 어웨이', TV드라마 '로스트'까지 무인도는 항상ㄷ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인도에서는 엑스트라가 필요없기 때문에 정말 연기력 좋은 배우들만 섬으로 모셔가서 영화를 찍고 싶다."―'설국열차'에 대한 정치 사회적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문학자, 문학평론가, 정치평론가부터 심지어 종교계에 계신 분들까지 이 영화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이러한 평론을 읽어볼 때마다 재밌다.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멋있어 보이는 것은 나중에 인터뷰 때 써먹기 위해 기억해놓는다. (웃음) 이것은 제가 각색해서 펼쳐놓은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원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상황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입하기가 쉬운 것 같다. 기독교에 계신 분들은 인류 구원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고, 정치 사회학자들은 계층과 계급,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떻게 하면 꼬리칸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하는 커티스와 기차 시스템 자체에서 탈출하려는 송강호로 압축된다. 기차가 일직선이듯이 이 영화의 스토리가 갖고 있는 직선적인 내러티브, 거기에 인물들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원형적인 캐릭터가 있다. 비판과 찬사가 다양하게 섞여 있지만, 논의 자체를 많이 생산해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텍스트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SF영화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SF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설국열차'는 시스템 혁명을 주제로 한 영화다. 당신은 영화를 통해 혁명을 꿈꾸는가. "나에게 '혁명'이란 죽을 때까지 영화를 찍는 것이다. 히치콕 감독은 60세의 나이에 세련되고 혁신적인 공포영화인 '사이코'를 촬영했다. 영화를 계속 찍고 싶은 것은 상을 받거나,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회를 바꾸려다 지친 사람에게 극장에서 2시간 동안 휴식을 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영화가 사회를 바꾸는 힘에 대해서는 큰 확신이 없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나치 정권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의 순간을 지켰던 보디가드인 로후스 미슈(사진)가 5일 베를린에서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AP통신은 6일 그의 2008년 회고록 ‘마지막 증언’의 집필을 도운 부르크하르트 나흐티갈이 e메일로 이같이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SS친위대 장교 출신인 미슈는 히틀러를 ‘보스’라고 불렀으며 히틀러가 아내 에바 브라운과 권총 자살한 1945년 4월 30일까지 마지막 2주를 함께 지냈다. 그는 회고록에서 히틀러의 최후 벙커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괴벨스의 아내가 히틀러 주치의가 제공한 독극물을 자신의 아이 6명에게 주입하던 일, 보좌진들이 자살한 히틀러의 시신을 옮기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는 동반 자살한 에바 브라운에 대해 “무릎은 가슴까지 접혀 있었고, 짙은 푸른색 드레스에 흰색 잔주름 깃이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히틀러는 야수도 괴물도 슈퍼맨도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보스였고,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이 거세다. 잇따른 전쟁 개입과 경제난에 지친 미국인들이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라는 ‘명분’보다 국내 문제 해결 우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주요 국제 문제에 ‘개입주의’를 고수해온 미국이 약 100년 만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구를 지지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5일 지역구 피닉스에서 성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피닉스 주민들은 “왜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을 지지하느냐”고 외쳤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클 그림 하원의원(공화·뉴욕)도 5일 이를 철회하며 “시리아 개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림 의원뿐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의 적극적인 반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은 물론이고 뉴욕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시간 주 등 주요 지역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집결해 시리아 공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받은 노벨평화상을 반납하라”고 외쳤다. 유권자들의 이런 정서를 파악한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2016년 대선 예비 주자들은 아예 상원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8일 미 하원에서 ‘공습 반대’를 표명했거나 ‘반대’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226명)은 ‘미결정’(182명)과 ‘찬성’(25명)의 합보다 많다. 미국 언론은 최근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신고립주의자’로 부른다. 의회가 결의안을 부결하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원 다음 날인 10일에도 군사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외교장관은 7일 리투아니아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화학무기 사용은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군사 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시리아가 외부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해군 함정 3척이 시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고 다른 군함 1척도 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해 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시기인 2004년 7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영국 기업 2곳이 정부 허가를 받아 시리아 화장품 업체에 사린가스의 핵심 원료인 불화나트륨을 판매했다고 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불화나트륨 판매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것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청이 의회의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하원도 별도의 결의안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공개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상원 외교위는 4일 비공개 정보회의를 거친 뒤 결의안 문안을 확정해 찬성 10명 대 반대 7명으로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결의안을 본회의에 회부했다. 상원은 9일 본회의에서 의원 100명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결의안은 오바마 행정부가 60일 동안 시리아의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제한적 방식의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이 있으면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게 했고 지상군 파병은 승인하지 않았다.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7명이 찬성했지만 2명은 반대했고 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3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다. 2016년 대선 경선주자로 꼽히는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전 스웨덴에 들른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그은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최소한 10개국이 시리아 군사 공격에 참여할 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또 “34개 국가 또는 기관이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이라면 시리아에 대한 행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국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시리아 화학무기의 출처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러시아가 그것들(화학무기)을 공급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제공하고 있다. 시리아가 일부를 만들기도 한다”고 답했다.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아사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감행된 화학무기 공격을 직접 명령한 사실을 암시하는 감청 정보를 입수했다고 4일 밝혔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한 고위 간부가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과의 전화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화학무기 공격 지시는 잘못된 것이며 그가 자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 상원 외교위 결정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파이살 미크다드 시리아 외교차관은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국민 누구도 국가의 독립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공습에 보복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해뒀다”고 말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설립한 국제 원로 인사들의 모임 ‘엘더스’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은 비인도적인 범죄”라며 “그러나 시리아 사태를 군사적으로는 풀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 의회 대표단은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원들을 만나 시리아 군사공격 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러시아 의원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하원의장 공보관이 전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저지른 잔혹한 전쟁범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나치의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공식 방문한 데 이어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4일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된 프랑스 리모주 지방의 오라두르쉬르글란 마을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주민들이 학살된 마을 교회를 방문하고 희생자 기념비에 화환을 바쳤다. 두 정상은 로베르 에브라 씨(88) 등 학살 현장의 생존자 2명으로부터 당시의 끔찍했던 현장에 대한 증언을 듣기도 했다. 독일 대통령이 이 마을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치군은 1944년 6월 10일 이 마을 교회에 여성과 아동을 가둔 채 독가스를 풀고 불을 지르는 등 주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이 사건으로 성인 남자 190명, 성인 여자 245명, 만 15세 이하 어린이 207명 등 642명이 숨졌다. 남자들은 헛간에 감금시킨 후 수류탄으로 몰살시키고, 여자와 아이들은 교회에 감금시킨 뒤 불을 질러 죽였다.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관총으로 사살했다. 학살에서 생존한 주민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 당국은 이 사건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마을을 폐허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을 인근에 새로 만들었다. ‘유령 마을’로도 불리는 오라두르쉬르글란은 지금도 학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1999년에는 학살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 유품을 모아 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에는 학살이 발생한 시점에 멈춰진 시계, 열기에 녹은 안경 등 희생자들의 개인 유품이 전시돼 있다.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전날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영혼을 부정하지 않겠다. 이 마을이 기억하고 있는 독일과 현재의 독일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가우크 대통령의 이 마을 방문에 대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함으로써 프랑스와 독일은 담대한 미래를 준비해 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2일 악명 높은 나치 무장친위대(바펜 SS) 출신 92세 노인이 70여 년 전에 저지른 살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네덜란드 출신의 독일 국적자인 브루인스는 1944년 네덜란드에서 레지스탕스 요원 1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는 90대 노인이 나치 전범으로 법의 심판을 받기는 2011년 폴란드 시비보르 유대인 강제수용소 간수 출신 존 데마뉴크(당시 91세), 지난해 아우슈비츠 수용소 간수 출신 한스 리프시스(93세) 재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독일에서 나치 전범은 공소시효가 없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0년 그리스의 재정위기 이후 위기에 빠졌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마침내 경기 침체의 바닥을 치고 경제위기 패닉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경제지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2일 유럽 시장조사업체인 마킷의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유로존 제조업 부문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51.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독일의 제조업 PMI는 51.8로 25개월 만에 최고로 올라갔고. 영국도 30개월 만에 최고치인 57.2를 나타냈다. 프랑스만 전달과 같은 49.7로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침체를, 50을 넘으면 경기 회복을 나타낸다. 비유로존인 덴마크의 금융그룹 단스케은행은 2일 “유로존의 채무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재정위기 진원지인 남유럽도 경기 회복 유로존에선 재정 위기의 진원지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탈리아는 PMI가 51.3으로 28개월 만에 50을 넘었으며, 스페인 역시 2년여 만에 50을 돌파했다. 경제 상황이 가장 악화됐던 그리스도 48.7로, 최근 44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치에 이르렀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프랑스를 제외한 전 회원국에서 골고루 나타나는 회복세는 유로존의 반등이 전체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제조업 경기 개선은 신규 주문 상승과 수출 증가세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스케은행의 프랑크 욀란 한센 애널리스트는 “최근 3년간 남유럽 국가들이 임금 삭감과 업무 효율화로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제조업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 국가의 불확실성이 다른 국가로 전염돼 유로존 전체에서 패닉이 일어나는 위기는 끝난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부동산과 관광 산업도 회복세다. 올 5∼7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부동산 거래가 23억 유로(약 3조3264억 원)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올 2∼4월 거래액보다 60% 증가한 수준이다. 또 올 1∼7월 스페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어난 340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그리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올해 17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난으로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다, 터키 이집트 시리아 등에서 정정 불안이 끊이지 않으면서 남유럽 국가들이 관광 산업에서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존의 실업자 수도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실업자는 올 6월 2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도 1만5000명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실업자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2.1%로 올라가기도 했다. 유로존의 회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률로 꼽히고 있다.○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 유로존과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3일 아시아 증시 등은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수년간 세계 경제를 짓눌러 온 유로존이 위기의 망령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貨) 가치가 또다시 하락해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신흥국 외환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통화정책을 결정함으로써 양적완화 축소의 첫 시험 무대가 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17, 18일에 열린다. 이를 전후해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월 중순에는 미국 국가부채 한도 소진을 앞두고 있어 신흥국에 또다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 탈출의 핵심 변수로 이달 22일 열리는 독일 총선을 꼽고 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가능성에 기대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선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 지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3, 4위 경제 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파리=전승훈·뉴욕=박현진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도 내란죄나 반역죄 등을 헌법과 형법 등에 규정하고 국가와 체제를 위협하는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반역죄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한다. 동서 냉전 기간 한국처럼 분단국이었던 독일의 형법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행 협박을 통해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과 기본법에 기초한 헌법질서를 침해하려는 행위도 ‘반역죄’로 규정하고 있다. 연방공화국에 대한 반역죄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자유형에 처하고 내란 등을 ‘예비’한 혐의만으로도 1년 이상 10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일 전 서독은 곳곳에 숨어 있는 동독 간첩들과 사투를 벌였다. 1974년 4월 서독의 방첩기관인 헌법보호청(BfV)은 빌리 브란트 총리의 수행비서 귄터 기욤을 체포했다. 독일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반역죄’ 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브란트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기욤은 1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도중에 동독으로 송환됐다. 기욤은 동독 비밀경찰조직 슈타지 소속 정보요원으로 1956년 서독으로 건너가 브란트 총리의 비서에까지 오르며 서독의 중요 정보를 동독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형법은 국가 헌법질서의 기초를 흔들고 전복을 기도하는 반역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과 75만 유로(약 11억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에 침입하려는 외국의 군대 또는 정보기관과 협력하거나 국가 주요시설 파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테러를 음모하고 위협하는 행위 등이다. 영국은 군주제와 의회제도의 전복을 기도하는 행위를 반역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정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미국은 헌법에 반역죄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연방 형법은 ‘누구든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꾀하거나 적과 유착해 미국 내외에서 도움을 주는 자는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1만 달러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2006년 미국 내 알카에다 조직원인 아담 야히예 가다흔을 반역죄로 기소했다. 아랍계 미국인인 그는 알카에다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 미국 본토 공격을 선동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수사를 피해 파키스탄 등으로 도피했으며 언론에 사망설과 체포설 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1952년에는 일본계 미국인인 도모야 가와기타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에 부역한 혐의로 연방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그는 복역 중 1963년 일본으로 추방됐다.파리=전승훈·워싱턴=신석호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도 식민통치 시절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인도네시아 식민통치 시절인 1945∼49년 자국 군인이 저지른 대량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가 특정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과한 적은 있지만 즉결처형 사건 전반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기는 처음이다. 일본이 식민통치 기간 중 동아시아에서의 전쟁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커녕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뤼터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네덜란드 군과 경찰의 학살로 남편을 잃은 부인들에게 개별적으로 2만 유로(약 2937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사과문은 다음 달 12일 자카르타에 있는 네덜란드 문화원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자국 대사가 발표할 예정이다. 뤼터 총리의 이번 성명은 즉결처형 사건에 대해 피해자 유가족들이 2011년 네덜란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뒤 ‘네덜란드 정부의 사과와 배상’으로 소송을 마무리하기로 지난달 초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군인들은 1940년대 후반 술라웨시 섬과 자바 섬에서 주민 즉결처형으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피해자 측은 술라웨시 섬의 사망자가 4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1949년에 마무리된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 당시 수천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죽음을 당했다. 독립전쟁 당시 네덜란드군이 저지른 행동은 60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정부 간의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었다. 다만 뤼터 총리는 “우리는 즉결처형이라는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의 독립전쟁 당시 행한 모든 군사행동을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영국은 6월 과거 케냐 식민통치 시절 현지 주민들에게 저질렀던 가혹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1950년대 케냐 ‘마우마우 봉기’ 때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 5228명에게 사과하고 2000만 파운드(약 341억 원)를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잇달아 시리아 공습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공습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관리는 CNN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며 “단독 공습도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이 미국의 국가 이익인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그는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 규범을 위반한 국가들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영국 하원이 시리아 제재 동의안을 부결시킨 직후 나왔다. 표결에서는 반대가 285표로 찬성 272표보다 많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표결 직후 “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시리아에 대한 공격명령은 없을 것”이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28일 파리에서 시리아 반군 지도자와 만나 “시리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강조해온 태도에서 한발 후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유엔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이 가동을 중지했다가 올해 4월 재가동을 선언한 영변 핵시설에서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8일 밝혔다. IAEA는 “위성을 통해 북한 핵개발을 감시해온 결과 올 3∼6월 영변의 원자로 인근에서 건물 신축 작업과 주변 도랑 굴착 작업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IAEA는 “도랑 파기 작업은 원자로 냉각 시스템의 구조 변경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폭파한 원자로 냉각탑을 재건축하지 않고도 원자로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은 모든 노심을 채울 만큼 충분한 우라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원자로가 언제 가동을 시작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5MW 흑연감속로 등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기로 하고 다음 해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북한은 올 4월 핵무기에 쓰이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당초 이르면 29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습이 다음 주 초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先) 유엔조사 완료 발언, 영국의 입장 변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무산 등 복합적 이유로 이번 주말 전에 시리아 공습을 시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28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번 주말이나 4, 5일 안에 공습을 단행할 것을 원하고 있어 공습 시기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당초 미국과 영국은 이르면 29일 늦어도 이번 주말 내에 시리아에 제한적 공습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 총장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사태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유엔 조사단의 활동을 마치려면 4일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2003년 유엔 조사단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이라크 공격을 단행함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받은 미국과 영국은 반 총장의 이번 발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반 총장 발언 후 야당의 압력이 거세지자 “유엔 현장 조사단의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군사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유엔 조사단 보고가 완료된 뒤 의회 표결을 거쳐 군사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 주 초까지는 영국의 공격 결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번 주 내에 공습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노동절 휴일을 끝내고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해외 방문 일정, 특히 시리아 공격을 반대하는 러시아에서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영국이 제출한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와 중국 대표가 미국의 공격 주장에 반대해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영방송 PBS ‘뉴스아워’에 출연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렇지만 군사력을 동원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한적 공습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사드 정권의 추가 화학무기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조사단을 거부하던 시리아 정부는 공습이 임박하자 유엔 조사단의 체류 기간 연장에 매달리고 있다. 바샤르 자파리 유엔주재 시리아 대사는 반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반군이 22, 24, 25일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여러 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해 정부군을 공격했다”며 “조사단이 9월 1일로 마감되는 체류 기간을 연장해 추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습시기를 늦추기 위한 시리아 정부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흰색 티셔츠에 반바지, 세련된 금테 안경. 27일 밤 프랑스 북부 오트노르망디 주의 항구도시 르아브르 소재 파리정치대(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만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 씨(19)는 평범한 유학생의 모습이었다. 28일 오전 등교할 때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의식한 듯 남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짙은 회색 바지와 검정 구두를 신어 교복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패션을 선보였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조카인 김 씨는 학교에서 100m가량 떨어진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다. 기숙사 방은 20m² 크기에 침대가 있는 방과 작은 주방, 욕실이 갖춰져 있었다. 1층 로비 우편함에는 ‘김한솔’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 외부에 신분이 노출되는 걸 꺼리거나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9월에 개강하는 르아브르 캠퍼스는 세계 32개국에서 온 학생 200여 명이 수강 신청과 기숙사 입주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주일 전쯤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느라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겠다”고 나선 김 씨는 오후 11시가 넘어 동료 학생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오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몇몇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과 만났다. 김 씨는 전날 프랑스 언론에 ‘김정일의 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밤늦게 기숙사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오자 당황하는 듯했다. 김 씨에게 “왜 프랑스 유학을 택했는가” “프랑스에서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씨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영어로 “노(No)”라고 답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 씨를 보호하는 북한 경호원은 따로 없었다. 다만 자신을 ‘학생회장’이라고 밝힌 2학년 외국인 유학생 선배가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28일 오전 등굣길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날 밤의 굳은 표정과 달리 가끔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씨와 같은 전공(유럽-아시아학)인 클레르 씨는 “김한솔은 매우 친절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학생”이라며 “기자들이 몰려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그가 북한 김정일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모든 학생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마르크 올레즈니크 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의 최고지도자 조카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돼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르아브르=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조카인 한솔 군(18·사진)이 프랑스의 명문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 합격해 다음 달 중순경 입학한다. 파리정치대학의 대외홍보 담당 카롤린 알랑 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솔 군이 다른 외국학생들과 똑같은 국제적인 입학전형을 따랐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면접 평가를 받고 입학하게 됐다”며 “파리에서 두 시간 거리인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 경제 등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남(42)의 아들인 한솔 군은 파리정치대학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3년간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배울 예정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이 학교에는 전 세계 32개국에서 온 학생 200명이 재학 중이며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다. 재학생들은 2년간은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1년은 제휴를 맺은 400여 개 외국 학교에서 유학하거나 현장 실습을 한다. 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 중 하나인 파리정치대학은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정치지도자를 배출한 곳이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장관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에 앞서 한솔 군은 5월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시리아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가 이르면 이번 주 공습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화학무기 사용을 조사하려던 유엔 차량이 총격을 당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26일 “조사단의 첫 번째 차량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저격수들의 총격을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유엔 측은 이번 총격을 화학무기 조사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단은 피격 차량을 교체한 뒤 다시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네시르키 대변인은 전했다. ‘공습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 간 ‘신(新)냉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나아가 이슬람 국가 간 종파 분쟁까지 얽혀 복잡한 국제 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미국 영국 프랑스가 곧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격할 예정이며 그 시기는 이르면 이번 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일회성’으로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반군 편에서 지속적인 군사 개입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FT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5일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백악관은 또 유엔의 화학무기 사용 조사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 “너무 늦었다”며 “그동안 시리아 정부가 증거를 훼손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이 유엔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영국 프랑스와 함께 독자적인 시리아 공격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이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군사 개입에 신중한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연일 강력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군사 개입 방안으로는 △지상군 투입 △미사일 공격 △비행금지구역 설정 △반군 무기 지원이 거론된다. 이 중 지상군 투입은 많은 사상자와 함께 러시아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할 경우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중해에 배치한 구축함에서 공격 목표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과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공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크루즈 미사일로 타격하기 위한 시리아 군사시설 목표를 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중동국가는 이미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며 개입에 나섰다. 최근 사흘간 대전차 로켓, 탄약 수백 t, 소형무기 등이 터키 국경을 통해 반군에게 전달됐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가디언이 25일 전했다. 러시아 이란 중국 등 시리아 정권의 우방들은 서방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시리아 내전이 미-러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 항구에 유일한 외국 해군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의 알렉세이 푸슈코프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이라크전쟁과 마찬가지로 시리아 군사 개입은 합법적인 것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6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력에도 러시아의 정치적 지원과 군사 계약의 정확한 이행이 시리아의 경제 상황을 크게 호전시켰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26일 중국 환추시보도 사설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서방의 군사 개입은 시리아의 내란을 더 부추기게 된다”고 강조했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