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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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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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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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神의 한 수]LG배 하면 역시 이창호 9단…유럽서 첫 기전 등 수많은 ‘최초’ 기록

    《올해 20주년을 맞는 LG배 세계기왕전은 1974년 출범한 국내 타이틀전인 기왕전의 협찬을 LG가 맡고 세계 기전으로 전환하면서 1996년 6월 탄생했다. 바둑계의 여러 영웅들이 이 대회에서 혈투를 벌였고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 LG배 하면 역시 이창호 9단이다. 특히 1999년 3회 대회 이창호의 우승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본선 1, 2회전이 끝나고 8강에 오른 한국 기사는 이창호 단 1명이었다. 4강의 나머지 세 자리는 모두 중국 기사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중국 기사가 아무리 많이 올라가도 이창호 9단이 남아 있으면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한국으로선 다행스럽게도 현실이 됐다. 이 9단은 3회를 포함해 1, 5, 8회 대회에 우승하면서 LG배를 자신의 ‘아지트’로 만들었다. 5회 대회 결승전도 짜릿한 승부였다. 이 9단은 당시 승승장구하던 신예 이세돌 9단에게 2연패했다. ‘이세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지만 이창호 9단은 3연승으로 역전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창호 9단의 통산 100번째 우승이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2년 뒤 7회 대회에서 ‘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답게 이창호 9단을 3-1로 꺾으며 설욕에 성공했다. 2008년 12회 대회에서도 창하오, 왕레이, 장쉬, 후야오위 9단 등 중국과 일본의 맹장들을 모두 누르고 우승했다. 유창혁 9단은 다른 국제대회에서 1회 이상 우승하며 맹위를 떨쳤지만 유독 LG배에서만큼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1, 2, 4회 모두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친 것. 마침내 6회 대회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한을 풀면서 모든 세계 기전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10회 대회에서는 22세 청년 구리 9단과 16세 소년 천야오예 9단 두 중국 기사가 패권을 놓고 겨뤘다. 중국 돌풍의 신호탄이었다. 구리는 2009년 13회 대회 결승에서 당대의 라이벌 이세돌 9단과 ‘백담사 대결’을 벌여 우승한다. 13∼18회 대회는 중국 기사들이 휩쓸었지만 19회 대회에서 박정환 9단, 지난해 20회에선 강동윤 9단이 우승하면서 한국 기사들의 보루가 됐다. 새로운 시도 계속해 이름난 기전인 만큼 ‘최초’ 타이틀도 많다. LG배 세계기왕전은 1996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1회 대회 8강과 준준결승전을 개최해 해외에서 열린 최초의 기전이 됐다. 5회 대회는 8강전을 프랑스 파리에서 열었다. 한국 주최 국제 기전이 유럽에서 대회를 연 것은 전무후무하다. 이 기전은 바둑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했다. 중국 CCTV가 실황을 중계한 최초의 국제 바둑대회도 LG배(2회 대회·상하이)다. 흑이 부담할 덤의 크기를 6집 반으로 적용한 최초의 국제대회도 LG배 세계기왕전이다. 3회 대회부터 적용됐는데, 당시는 한국과 일본의 거의 모든 기전이 5집 반 공제를 적용하던 시절이었다. 현대 바둑에서 커진 선착(先着)의 이득 때문에 기사들 대부분이 흑번을 선호하던 시절이었다. LG배 이후 여러 국내외 기전이 6집 반 공제로 룰을 바꿨다. 11회 대회는 중국의 후야오위 9단과 대만의 저우쥔쉰 9단이 결승에서 맞붙어 세계 최초로 양안(兩岸) 결승을 치렀다. 서양 출신의 기사가 국제 바둑 행사에서 동양 고수를 이기는 이변도 연출됐다. 2회 대회 1회전에서 유럽 대표 한스 피치가 일본의 맹장 요다 노리모토 9단을 반집 차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징크스들 LG배 우승자는 이듬해 2연패는커녕 초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2회 대회 우승자인 왕리청 9단은 3회 대회에서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대만의 저우쥔쉰 9단에게 패해 첫판에서 탈락했다. 4회 대회 우승자인 위빈 9단도 5회 대회 첫판에서 탈락했다. 이창호 9단도 3회 대회 우승으로 바둑계를 통일하는 분위기였지만 4회 대회에서 준결승에서 유창혁 9단에게 패했다. 한편 이창호를 꺾은 기사는 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이창호의 저주’도 있다. 4회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위빈 9단은 9회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까지 올랐지만 일본의 장쉬 9단에게 1국을 이기고 2∼4국을 연패해 준우승에 그쳤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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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하와이의 한국학 원로들 ‘유교책판’ 기탁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 원로인 에드워드 슐츠 교수(72)와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장(75)이 소장하던 유교책판을 19일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에 기탁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한말 의병장으로 싸웠던 척암 김도화 선생(1825∼1912)의 문집(척암집) 목판 1장과 경북 봉화 출신의 유학자였던 갈천 김희주 선생(1760∼1830)의 문집(갈천집) 목판 1장이 기탁됐다”며 “해외에서 기탁해온 첫 유교책판”이라고 이날 밝혔다. 슐츠 교수는 고려 무신정권 시기를 전공했고 한국 역사서들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알린 대표적 해외 한국학자이고, 이 소장은 15년 전부터 하와이 이민사를 연구해왔다.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사상과 학문이 집약된 문집의 원형으로 정신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척암집은 전체가 아니라 확보됐던 19장만 등재됐고, 갈천집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등재가 안 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후 기탁된 유교책판들을 모아 추가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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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천리’ 개사곡, 혁명 불씨 지폈다

    “‘유정천리’란 유행가의 곡조에 맞추어 부르고 있었는데 이 가사가 바로 대구시내 모 고등학교 재학생이 지은 것이라고. … 학교 당국에서는 혹시 자기 학교 학생이 지은 것이나 아닌가 하고 벌벌 떨면서 그 작자(作者)를 색출하느라고 학생들의 신체 수색까지 한 일이 있다고도 한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2월 15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가 미국에서 급서하자 조 박사를 애도하는 노래가 퍼지고 있다며 동아일보가 1960년 3월 9일자에 보도한 내용이다. 19일 56주년을 맞는 4·19혁명과 대중가요, 영화 등의 관계를 다룬 학술대회가 최근 열렸다. 고려대 박물관 등의 주관으로 개최된 ‘4월 혁명과 문화의 새로운 모색’에서 이준희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발표문 ‘혁명의 노래, 미완의 노래’를 통해 “4·19혁명 전 ‘유정천리’를 개사한 노래가 전국으로 구전되며 끓어오르는 대중의 심리를 절실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59년 10월 개봉된 영화 ‘유정천리’의 동명 주제가가 호응을 받았는데, 이 노래는 조 박사의 서거와 자유당의 3·15 부정선거 등을 거치며 새로 탄생했다. “경북대사대부고 학생 3명이 개사한 이 노래가 2·28민주운동(1960년 대구 고교생들이 이끈 민주화 시위)의 서막을 장식했다”는 증언(본보 2010년 4월 19일 보도)도 있다. 대중가요의 히트가 유력 야당 대통령 후보의 죽음과 관계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다시 못 올 그 날짜를 믿어야 옳으냐/속는 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죄도 많은 청춘이냐 비 내리는 호남선에/떠나가는 열차마다 원수와 같더란다.” 1956년 발표된 ‘비 내리는 호남선’(손로원 작사, 박춘석 작곡, 손인호 노래)이다. 그해 5월 신익희 민주당 후보는 대통령 선거 투표 열흘을 앞두고 호남 지역 유세를 위해 이동하던 중 열차에서 쓰러져 급서했다. 이 노래는 신 후보의 죽음을 모티브로 했다는 풍문이 돌면서 널리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4·19혁명 뒤 대중음악계의 대응이 미진했다고 봤다. ‘4·19와 유정천리’ ‘사월의 깃발’을 비롯해 10여 곡이 발표됐지만 상투적 표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노래들은 혁명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고, 이후 혁명 자체가 미완으로 남으면서 노래 또한 안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함충범 일본 나고야대 객원연구원도 ‘4·19혁명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 고찰’을 냈다. 그에 따르면 4·19혁명 뒤 민간 심의기구가 관청의 영화 검열을 대체했고, 당대의 현실을 진지하게 묘사한 수작 ‘오발탄’도 1961년 4월 개봉됐다. 함 연구원은 “영화법 도입, 국립영화제작소 설치, 비정부 기관의 영화 심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 등 한국 영화계의 굵직한 이슈들은 모두 4·19혁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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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놀랍다, 로봇기자가 이런 표현까지 쓰다니…

    《 인공지능(AI)이 변화시킬 미래는 목전에 와 있다. 로봇(컴퓨터 알고리즘) 저널리즘도 이미 일부 현실화된 분야다. 해외에서는 로봇이 쓴 기업 공시 분석 보고서나 지진 발생 속보를 실제 보도에 활용한다.프로야구 뉴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 ‘야알봇’을 만든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로봇이 쓴 기사와 본보 기자가 쓴 기사를 보여주고, 기사 작성자를 구별할 수 있는지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 실험했다. 》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0-1로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NC는 4승 3패를 기록했다. ….”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한화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NC가 손시헌을 시작으로 연이어 득점을 하면서 파죽의 대승을 거두었다. NC는 13안타, 2홈런을 날리며 거침없이 질주했다. ….” 두 짧은 기사(단신) 중 어떤 것이 사람이 쓴 것이고, 어떤 것이 로봇(야알봇)이 쓴 것일까?(답은 기사 마지막에) 12∼15일 진행된 퀴즈에 모두 273명이 응답했는데 정답률이 평균 45.9%로 절반도 안 됐다. 사실상 누가 썼는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프로야구 팬이라고 답한 이들의 정답률(46.4%)도 별 차이 없었다. 야구경기 회별 주요 정보가 포함된 긴 기사(약 1000자 분량, 3문제)의 정답률(48.9%)이 단신(3문제)의 정답률(43.0%)보다 높았지만 역시 절반에 못 미쳤다. 정재민 KAIST 교수가 지난해 7, 8월 진행한 비슷한 실험에서도 정답률은 기자 52.3%, 일반인 46.1%에 그쳤다. 정답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로봇 기사가 통상의 야구 기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 설문 응답자는 “‘굴욕을 당했다’ ‘꽁꽁 묶었다’처럼 가치를 부여하는 표현이 들어 있어 사람이 쓴 기사”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해당 기사는 모두 로봇 기사였다. 야알봇은 사람이 일반 기사에 사용한 여러 표현을 저장했다가 다양한 조건에 따라 문장을 생성해낸다. 야알봇은 경기 순간마다 양 팀의 승률을 계산하고, 승률이 급변하는 대목을 ‘주요 이벤트’로 분류해 기사를 쓴다. 야알봇의 또 다른 장점은 속도다. 경기 종료 뒤 기사 작성 버튼을 누르면 약 5장 분량의 기사를 생성하는 데 1초도 안 걸린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사의 완성도는 아직 사람이 앞선다고 평가됐다. 긴 기사에 대해 ‘잘 읽히는지’ ‘정보가 많은지’ ‘전문적인지’로 나눠 1∼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는데 사람이 쓴 기사의 평균 점수(3.62)가 로봇(3.42)보다 높았다. 인간 기사가 로봇 기사보다 더 쉽게 읽히고 전문적이라는 평가였다. 다만 정보량에 관한 점수는 로봇이 더 높았다. 이준환 교수는 “특정 팀 팬의 관점에서 쓰인 기사, 독자가 원하는 분량의 기사를 바로 작성하는 것 등을 연구 중”이라며 “알고리즘 저널리즘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 기존 기자의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답: 앞의 것이 사람이 쓴 기사. 뒤의 것은 야알봇이 자동으로 생성한 기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전체 퀴즈와 정답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미래에는 많은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로봇(컴퓨터 알고리즘)이 작성한 기사도 이미 등장했습니다. 로봇이 쓴 기사와 사람이 쓴 기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동아일보는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12~15일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 간단한 퀴즈와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퀴즈와 정답(→ 기사 작성 주체)입니다.1. 다음 중 로봇이 쓴 기사는?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0-1로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NC는 4승 3패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는 4연패의 늪에 빠지며 1승 6패가 됐다. NC 선발투수 이재학은 8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타선에서는 박석민이 4타수 3안타 1홈런 3차점, 나성범이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 (사람)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한화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NC가 손시헌을 시작으로 연이어 득점을 하면서 파죽의 대승을 거두었다. NC는 13안타 2홈런을 날리며 거침없이 질주했다. NC는 0:1로 뒤쳐지던 2회 말, 손시헌이 홈런을 뽑아내 2점을 얻었다. 이후, 테임즈, 박석민이 활약해서 NC의 승리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오늘 경기의 결과 NC는 이번 시리즈 한화와 경기에서 위닝시리즈를 따냈고 순위는 2위로 상승했다. → (로봇)2. 다음 중 로봇이 쓴 기사는? ◇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 KIA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kt가 4: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kt가 4점을 득점할 동안 KIA는 단 1점도 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kt는 8안타 기록을 냈다. 첫 득점은 4회 말 마르테의 타격에서 터졌다. 이후, kt는 추가 득점을 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오늘 경기의 결과 kt는 이번 시리즈 KIA와 경기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고 순위는 4위로 상승했다. → (로봇) ◇kt 위즈가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2연패를 탈출한 kt는 4승 3패를 기록했고, 2연패를 당한 KIA는 2승 3패가 됐다. kt 선발투수 마리몬은 7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개막전에 이어 2경기 째 승리를 거뒀다. 반면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7이닝 8피안타 2탈삼진 4실점(2자책점)으로 시즌 첫 패를 안았다. → (사람)3. 다음 중 로봇이 쓴 기사는? ◇1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NC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한화가 NC와의 팽팽한 경기 끝에 2:1로 승리했다. 양 팀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투수진이 NC를 1점으로 꽁꽁 묶으며 오늘 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한화는 이번 시리즈 NC를 상대로 루징시리즈을 기록했고 시즌 순위는 현재 10위, 승률 0.25 리그 최하위이다. 한편 NC는 3연승에서 멈췄고 순위는 6위로 하락했으며 2안타 3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다소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 (로봇) ◇한화 이글스가 1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한화 선발투수 마에스트리는 6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에스트리는 한화 선발진 가운데 첫 선발승을 거뒀다. 마에스트리의 호투 속에 한화는 1회 초 선두 타자 정근우가 김태균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고, 1-1로 맞선 5회 초 로사리오의 2루타로 득점했다. 4연패에서 탈출한 한화(2승 6패)는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 (사람)4. 이 기사는 누가 썼을까요? ◇프로야구 최하위 한화가 4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10일 마산구장에서 안방 팀 NC에 2-1 신승을 거뒀다. 한화는 안타 6개, 볼넷 5개를 얻어내고도 2득점에 그쳤지만 상대 타선을 단 2안타(4볼넷)으로 막은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1회초 한화는 선두타자 정근우(34)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득점 기회를 잡았다. 2번 타자 장민석(34)이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면서 1사 2루. 3번 타자 이성열(32)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는 사이 정근우가 3루를 밟았다. 4번 타자 최진행(31)이 볼넷을 얻어내 2사 1, 3루가 된 상태에서 5번 김태균(34)이 타석에 들어서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정근우를 불러 들였다. 3회말 NC는 동점을 만들었다. 2아웃 상황에서 땅볼을 때린 2번 타자 이종욱(36)이 투수 실책을 틈타 2루에 안착했다. 이어 나성범(27)이 볼넷을 골라내 2사 1, 2루가 됐고 테임즈(30)가 중견수 앞 적시타로 이종욱을 불러 들였다. 다음 타자 박석민(31)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NC는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5회초 한화가 결승점을 뽑았다. 선두 타자 장민석이 우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한 뒤 다음 타자 이성열 타석 때 상대 투수 폭투를 틈타 2루에 도달했다. 그 뒤 삼진과 볼넷, 2루수 앞 땅볼이 나오면서 2사 1, 3루가 됐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27)가 2루타를 치면서 장민석을 불러들여 결승 타점을 올렸다. 7회말 NC는 2사 2, 3루 찬스를 잡았지만 박민우(23)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실패했다. 8회와 9회에는 NC는 타선이 한화 필승조 권혁(33)과 정우람(31)에 막혀 삼자 범퇴로 물러나면서 끝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한화 선발로 나선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31)는 올 시즌 한화 선수로는 처음으로 선발승을 기록했다. 마에스트리는 6이닝을 던지면서 안타 2개, 볼넷 3개를 묶어 1실점으로 NC 타선을 막아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람은 이적 후 첫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 (사람)5. 이 기사는 누가 썼을까요? ◇1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NC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한화가 투수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한화는 NC의 투수진에 막혀 2득점에 그쳤으나, NC 역시 1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1회 초 한화는 1사 2루 상황에서 최진행의 볼넷으로 2사 1, 3루상황을 만들고 김태균의 1타점 적시타로 1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1회 말 NC는 2사 1, 2루 상황에서 박석민의 삼진으로 공수교대가 이루어지며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2회 초 한화는 2사 2루 상황에서 정근우의 2루수 땅볼로 공격기회를 소진해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3회 말 NC는 2사 2루 상황에서 나성범의 볼넷으로 2사 1, 2루상황을 만들고 테임즈의 1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4회 초 한화는 무사 1, 2루 상황에서 신성현의 희생번트와 강경학이 땅볼로 출루 후 진루하던 김태균이 홈승부 실패로 아웃되어, 이닝이 종료되며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에는 실패했고, 조인성의 데드볼로 2사 만루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정근우의 낫아웃 상황에서 진루하던 로사리오가 홈승부 실패로 아웃되어 이닝이 종료되며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후 5회 초에는 무사 2루 상황에서 최진행의 볼넷으로 1사 1, 2루상황을 만들고 로사리오의 1타점 2루타로 선취 1득점했다. 또 6회 초에는 1사 2루 득점찬스를 맞이하였으나 2루 주자 강경학이 야수선택 상황에서 아웃되어, 이닝이 종료되며 차이를 벌리지 못했다. 7회 말 NC는 1사 2루 상황에서 지석훈의 데드볼로 1사 1, 2루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김태군의 중견수 플라이로 공격기회를 소진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보크로 2사 2, 3루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박민우의 1루수 땅볼로 득점에 실패하며 패배를 뒤집지 못했다. 마침내 한화는 NC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오늘 경기의 결과 한화는 이번 시리즈 NC를 상대로 루징시리즈을 기록했고 시즌 순위는 현재 10위, 승률 0.25 리그 최하위이다. 한편 NC는 3연승을 이어가지 못했고 순위는 6위로 하락했으며 2안타 3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 (로봇)6. 이 기사는 누가 썼을까요? ◇5시간 가까이 연장 혈투가 이어졌지만 끝내 어느 팀도 웃지 못했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두산의 경기는 연장 12회 끝에 9-9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올 시즌 첫 무승부다. 초반 흐름은 넥센의 편이었다. 1회초 외국인 타자 대니돈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앞서 나간 넥센은 4회초 서건창의 3타점 적시 3루타 등에 힘입어 6득점하며 크게 달아났다. 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5실점으로 이름값에 못 미쳤던 두산 선발 유희관은 이날도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를 견디지 못하고 3과 3분의 1이닝 7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두산은 이내 5회말 홈런 두 방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선두타자 양의지의 120m 거리 1점 홈런으로 불씨를 지핀 데 이어 정수빈이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3점 홈런(거리 105m)을 치면서 넥센을 압박했다. 승부처는 8회말. 1사 2,3루 실점 위기 상황에서 넥센은 투수 김상수를 교체 투입,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렸지만 끝내 불을 끄진 못했다. 김재호에게 초구 적시타를 허용하며 끝내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넥센의 선발 박주현의 프로 첫 승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두산도 7점 차를 따라잡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연장에서는 양 팀 모두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며 그대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총 경기 시간은 4시간 43분. 두산은 상대 보다 2명 많은 투수 7명을 투입하며 10일 경기에서도 부담이 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팀 모두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순위는 올라갔다. 두산과 공동 선두였던 삼성, 3위 LG가 이날 모두 패하면서 두산은 단독 선두가 됐고 넥센 역시 4위에서 공동 2위로 순위 상승을 했다. → (사람)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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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영학, 경제학의 분과 학문으로 자리매김 해야”

    ‘번영학’이라는 학문이 경제학의 분과 학문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새로 나왔다. 산업은행 총재 등을 지낸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76)은 ‘번영학―행복추구를 위한 정치경제학’(박영북스·사진)을 최근 냈다. 이 전 장관은 책에서 ‘번영’을 경제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생산요소의 융합과 활동이 원활히 유지되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로 규정했다. 그는 “또 사회 구성원의 풍족한 소득 수준이 보장되고 구성원으로서 존재가치가 뚜렷하고 영예스러워야 한다”며 “소득 수준 향상과 공정한 거래 및 경쟁, 경쟁 탈락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책 강구가 번영학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책은 “번영학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시장의 능률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 평등 공정 행복의 가치를 함께 좇는 것”이라며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행복추구권 차원으로 격상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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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술∼술 이책]원더풀 라이프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림보역’에는 월요일마다 망자들이 등장해 일주일 동안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가장 소중한 추억을 안고 천국으로 가게 된다. 림보역의 면접관 모치즈키는 행복한 순간을 고르지 못하는 와타나베에게 그의 일생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준다. 와타나베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보던 모치즈키는 뒤늦게 자신이 이루지 못한 옛 사랑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감독이다. 책은 감독이 1999년 동명 영화 개봉 직전 소설로 발표한 작품. 주인공의 마음속 풍경 묘사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1만3000원.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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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생활 감시 vs 사회적 이익 빅데이터의 두 얼굴

    주문형 비디오(VOD)로 영화를 보면 인터넷TV(IPTV)는 좋아할 만한 다른 영화를 추천해준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기사 목록이 함께 뜬다. 새 스마트폰을 산 뒤 자신의 계정에 로그인만 하면 연락처 일정 메모 등을 모두 복원해준다. 편리한 세상이다. 편리를 위해 서비스 공급자들은 나의 정보를 갖고 있거나 수시로 읽어낸다. 누군가가 이 같은 정보를 가지고 나를 감시하려 든다면 어떻게 될까. 책은 빅데이터로 어떻게 대량 감시가 가능해졌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정보 수집은 사용자 모르게 이뤄진다. 일부 손전등 앱 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광고 회사에 팔았다. 특정 웹페이지를 쉽게 사용하고자 만들어진 인터넷 쿠키는 이제 여러 업체들이 사용자를 식별하고 이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 추적하고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내보내는 도구로 발전했다.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나보다 더 잘 안다. 페이스북은 아마 하려고만 한다면 이력서를 대신 써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 수집이 싫으면 안 쓰면 되지 않느냐고? 이미 e메일, 인터넷 쇼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이 사는 건 엄청나게 불편해졌다. 정부의 감시는 현실이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과 휴대전화 도·감청 실태를 폭로했다. 중국인 대다수는 정부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시스템에 따라 달라이 라마 등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최근 논란 끝에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등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일자, 메시지를 암호화한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이버 망명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감시 시스템이 남용되기 쉽다는 것. NSA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유엔의 통신을 감청했고 월가 점령 시위자, 낙태 관련 운동가, 평화운동가, 정치적 시위자를 상대로 감시 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암호기법의 작동 원리를 소개한 ‘응용암호학’ 등의 저서를 낸 미국의 보안 전문가인 저자는 인종, 종교, 계급, 정치적 신념 등에 따른 차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대량 감시 사회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정보 수집이 꼭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최근에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게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신용카드 등 금융정보 수집 덕분이다. 저자도 사람들의 이동 기록 수집이 도시계획에 도움이 되고, 인터넷 게시물과 SNS에 대한 조사가 사회 변화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정한다. 책은 수집된 데이터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이용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라이버시를 기본 인권으로 인정하고 데이터 수집과 오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는 ‘당신의 모든 데이터를 갖게 해준다면 범죄와 테러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의회와 대중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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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 누가 썼지, 로봇? 사람?’…구별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미래에는 많은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로봇(컴퓨터 알고리즘)이 작성한 기사도 이미 등장했습니다. 로봇이 쓴 기사와 사람이 쓴 기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동아일보는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이준환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간단한 퀴즈와 설문을 마련했습니다.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다음 기사들에는 사람이 쓴 것도 있고 로봇이 쓴 기사도 있습니다. 퀴즈를 풀어보세요. 정답은 동아닷컴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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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술∼술 이책]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회플러 부인은 어느 날 아침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으로부터 책 제목과 같은 인사를 듣고 남편을 요양원으로 옮긴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독일의 요양원에서 일한 저자가 돌봤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쇠, 질병, 죽음에 관해 다룬 에세이다. 독일에도 치매 등을 앓는 가족을 요양원에서 돌보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이 있다. 저자는 “가택 간병을 우선시하는 정책은 보호자의 죄책감을 부추기고, 보호자의 자기 착취를 통해 유지되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한다. 영혼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흔치 않은 직업적 경험을 성찰로 잘 승화한 책이다. 1만2000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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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놀라운 우연’에 숨겨진 법칙들

    배우 앤서니 홉킨스는 1972년 영화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의 주연을 제안받고 서점에서 원작 소설을 사려다가 허탕을 치지만 지하철역 빈자리에 버려져 있는 그 소설책을 발견한다. 더구나 그 책은 소설의 원저자가 자기 친구에게 줬다가 분실된 책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에는 뭔가 우리가 모르는 힘이 작용하는 걸까? 영국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의 수학과 명예교수로 왕립통계학회장 등을 지낸 저자에 따르면 이처럼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도 ‘흔히’ 일어난다. 책은 일상의 사건을 가지고 주요 ‘우연의 법칙’을 설명한다. 한 사람이 로또에 두 번 당첨되는 일도 설명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로또 복권의 수,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수와 그들이 사는 복권의 수, 그들이 평생 로또에 참여하는 횟수 등을 고려하면 그 같은 일이 벌어질 기회가 아주 많다고 볼 수 있다. 기회가 많으면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로또 복권에 100% 당첨되는 방법도 있다. 조합 가능한 모든 숫자의 복권을 다 사면 된다. 그와 유사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1992년 미국 버지니아 주의 로또 당첨금은 이월로 인해 27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모든 숫자 조합인 700만 장의 복권을 사는 데 드는 돈은 700만 달러. ‘국제로또펀드’라는 조직이 500만 장의 복권을 샀고, 당첨금을 받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필연성의 법칙이다. 책은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와 관련된 ‘선택의 법칙’, 데이터 해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생기는 오류와 관련된 ‘충분함의 법칙’ 등도 소개한다. 개인적인 이야기 한 가지. 오래전 기자는 같은 대학이지만 별 관계없는 학과에 다녔던 한 여성과 첫 데이트를 한 바로 다음 날, 드넓은 캠퍼스에서 그 여성과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에는 ‘아주 큰 수’의 법칙과 ‘선택의 법칙’을 몰랐으므로 ‘이게 운명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라고 생각했고, 바로 두 번째 데이트를 했던 두 사람은 지금 한지붕 아래 산다. 저자여, ‘알고 싶지 않은’ 학문적 진실도 있는 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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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등 세계 주요 전쟁사 일목요연하게 요약 정리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주요 전쟁들과 6·25전쟁사를 요약한 책이 나왔다. 예비역 소장인 김준봉 전 육군대 총장(81)은 ‘전쟁의 유산―한강을 바라보며 나라를 생각하다’를 최근 냈다. 1부는 수메르의 정복전쟁부터 미국의 남북전쟁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주요 전쟁과 그것이 주는 교훈을 담았다. 2부는 6·25전쟁과 제1, 2차 세계대전 등의 전개 과정, 6·25전쟁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등으로 구성됐다. 6·25전쟁 당시 만 17세로 육군에 입대했던 저자는 “전쟁을 체험한 세대는 현재 인구의 20%가 안 되고 이들도 10여 년 뒤면 거의 사라질 전망이니 후세에 진실을 전하는 일이 내 세대의 일 중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책의 감수를 맡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책머리에 “여러 전쟁을 섭렵해 역사적 통찰력과 안목을 갖게 한다”고 썼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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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대부 무덤 파헤치기 20여 년 “묘비 양식 보면 시대가 읽혀져”

    “조선시대 묘제(墓制)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데 실제론 끊임없이 변했습니다. 불교 성리학 풍수지리설 음양론 등이 반영되고 조정의 정책과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이 계속 변했기 때문입니다.” 조선 묘제 전문가인 김우림 전 울산박물관장(55)이 최근 ‘조선시대 사대부 무덤 이야기’(민속원)를 펴냈다. 김 전 관장은 고려대박물관 학예사 출신으로 2002년 국내 최초의 모자(母子) 미라였던 파평 윤씨 미라 발굴과 후속 연구를 주도했다. 2004∼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지낸 뒤 2014년까지 울산박물관장으로 일했다. 김 전 관장이 1990년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조선 사대부 묘제 연구는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에는 조선 시대 무덤 200기를 발굴하고도 달랑 2페이지짜리 보고서만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사대부 무덤 양식이 전기에는 ‘회격묘’, 후기의 ‘회곽묘’로 달랐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회격묘는 땅을 파고 먼저 목곽·목관을 안치한 뒤에 땅과 목곽 사이를 삼물(三物·회, 마사토, 가는 모래를 섞은 것)로 채웠다. 후기에는 삼물로 회곽을 먼저 만들고 목관을 나중에 안치했다. 김 전 관장은 “임진왜란 이후 성곽 등을 복구하느라 회가 부족해지자 회가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묘비를 비롯한 석물 양식도 크게 변화했다. 조선 초기엔 불교의 연화화생(蓮花化生·무덤 주인이 불교의 정토에서 태어나길 소망하는 것) 사상을 반영해 비석 상부에 연잎, 하부에 연꽃을 새겼다. 김 전 관장은 “이는 중국에도 없었고 조선 초기 200년간의 무덤에서만 보인다”고 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조상의 업적을 적은 비문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지붕 모양의 옥개석을 얹는 것이 일반화돼 현대까지 이어졌다. 그는 기존 학설의 오류도 지적했다. 장명등(長明燈·무덤 앞에 세워 묘역을 밝히는 석물)은 종1품 이상의 벼슬을 한 사람만 세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조사 결과 정3품 이상이면 세울 수 있었다. 책은 또 왕릉 발굴 보고서의 서술 오류, 분묘 출토 미라의 생성 메커니즘 등도 소개했다. 김 전 관장은 ‘남들이 안 하는 조선 묘제 연구를 해 보라’는 대학 은사의 권유에 따라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30여 기의 무덤을 발굴해 보고서를 냈고, 재개발과 문중의 이장 사업 등으로 파묘하는 무덤 수천 기를 조사했다. 그는 “묘제에 관한 문헌 기록이 별로 없다”며 “잘못된 주장이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인터넷은 물론 학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는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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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조종엽]인터넷, 강의개방, 성공적?

    “원래는 비싼 강의다 얘들아.” KAIST 경영대가 목요일마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는 경영학 강의(afreeca.com/kaistbs)의 채팅창에 한 시청자가 남긴 말이다. KAIST 경영대는 지난해 9월 졸업생과 동문을 위한 ‘애프터서비스’ 개념으로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선보였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일반 누리꾼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를 잘할수록 고객에 대해서 깊이 알게 되니까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요. 미국의 어느 유통회사는 한 여고생이 임신 테스터, 임산부 영양제를 구매했던 자료를 분석해 (자녀에게 필요하다며) 부모에게 임산부 용품 소개를 잔뜩 보냈어요. 부모는 화가 나 오히려 회사에 항의했죠. CRM을 기계적으로, 마케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김영걸 KAIST 경영대 부학장이 했던 인터넷 강의 내용이다. 교수 7명이 릴레이로 강의를 하는데 대체로 꽤 알차다. 퀴즈를 맞히는 시청자에게 작은 상품을 주는 등 인터넷 방송의 장점도 적극 활용한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교수가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해프닝도 벌어진다. ‘코드 커팅’(케이블에서 모바일, 인터넷TV로 시청자가 이동하는 것)을 설명하며 잠시 ‘만담’을 했던 정재민 교수는 “이분 진짜 KAIST 교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명함을 카메라 앞에 들이밀며 ‘교수 맞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공개 강연 테드(TED)를 비롯해 지식을 공유하는 동영상 강의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KAIST 강의는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즉문즉답(卽問卽答)’까지 할 수 있다. 시청자가 “‘FUN 경영’ 중 ‘slack(느슨한)’은 회사에서 누리기는 힘든 요소 같네요”라며 의견을 제시하자 교수는 “그것을 보여준 회사를 알려드릴게요”라고 답했다. 5일까지 116시간 방송에 누적 시청자 수는 1만4295명. KAIST 경영대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민 교수는 “열린, 쌍방향 교육을 실험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아직 실험에 불과하고 개선할 점도 있는 강의지만 여러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분필과 칠판만 있던 대학 강의실에 기자의 대학 시절 오에이치피(OHP)가 등장했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가 설치된 지 오래다. 그러나 ‘강의실 안’에서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학이라는 존재가 생긴 이래 변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강의노트보다 훨씬 많은, 인류가 쌓은 지식의 대부분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검색되는 시대다. 20∼50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지식 전수뿐 아니라 ‘토론과 질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은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 강의실에 언제 토론과 질문이 있었던가? 더구나 토론과 질문이 강의실에서 벌어진다는 것도 낡은 관념이 돼 버렸다. 우리 대학이 미래 개척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조종엽 문화부 기자 jjj@donga.com}

    •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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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림 박물관장 “무덤 200기를 발굴하고도 보고서는 달랑 2장”

    “조선시대 묘제(墓制)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데 실제론 끊임없이 변했습니다. 불교 성리학 음양론 등이 반영되고 조정의 정책과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이 계속 변했기 때문입니다.” 조선 묘제 전문가인 김우림 전 울산박물관장(55)이 최근 ‘조선시대 사대부 무덤 이야기’(민속원)를 펴냈다. 김 전 관장은 고려대박물관 학예사 출신으로 2002년 국내 최초의 모자(母子) 미라였던 파평 윤씨 미라 발굴과 후속 연구를 주도했다. 2004~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지낸 뒤 2014년까지 울산박물관장으로 일했다. 김 전 관장이 1990년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조선 사대부 묘제 연구는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에는 조선 시대 무덤 200기를 발굴하고도 달랑 2페이지짜리 보고서만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사대부 무덤 양식이 전기에는 ‘회격묘’, 후기의 ‘회곽묘’로 달랐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회격묘는 땅을 파고 먼저 목곽·목관을 안치한 뒤에 땅과 목곽 사이를 삼물(三物·회, 마사토, 가는 모래를 섞은 것)로 채웠다. 후기에는 삼물로 회곽을 먼저 만들고 목관을 나중에 안치했다. 김 전 관장은 “임진왜란 이후 성곽 등을 복구하느라 회가 부족해지자 회가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묘비를 비롯한 석물 양식도 크게 변화했다. 조선 초기엔 불교의 연화화생(蓮花化生·무덤 주인이 불교의 정토에서 태어나길 소망하는 것) 사상을 반영해 비석 상부에 연잎, 하부에 연꽃을 새겼다. 김 전 관장은 “이는 중국에도 없었고 조선 초기 200년간의 무덤에서만 보인다”고 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조상의 업적을 적은 비문을 비바람에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지붕 모양의 옥개석을 얹는 것이 일반화돼 현대까지 이어졌다. 그는 기존 학설의 오류도 지적했다. 장명등(長明燈·무덤 앞에 세워 묘역을 밝히는 석물)은 종1품 이상의 벼슬을 한 사람만 세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조사 결과 정3품 이상이면 세울 수 있었다. 책은 또 왕릉 발굴 보고서의 서술 오류, 분묘 출토 미라의 생성 메커니즘 등도 소개했다. 김 전 관장은 ‘남들이 안 하는 조선 묘제 연구를 해 보라’는 대학 은사의 권유에 따라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30여기의 무덤을 발굴해 보고서를 냈고, 재개발과 문중의 이장 사업 등으로 파묘하는 무덤 수천 기를 조사했다. 그는 “묘제에 관한 문헌 기록이 별로 없다”며 “잘못된 주장이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인터넷은 물론 학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는 점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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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거석 前 전북대 총장 대학개혁 성과 담은 책 펴내

    서거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2)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전북대 총장(15, 16대)으로 재임할 당시 실행했던 개혁의 성과와 그 과정을 담은 책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를 최근 펴냈다. 서 교수는 1년 가까이 이어진 총장 공백 사태로 어수선한 당시 총장을 맡은 뒤 강력한 개혁 정책을 구사했다. 그는 재임 중 교수 승진 요건을 강화하고 교수 퇴출 제도, 우수 교수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서 교수는 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것을 해결한 대학을 찾아 벤치마킹을 했고, 이중 삼중으로 학내에서 논의해 검증한 뒤에 밀어붙였다”며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원칙과 상식을 버리지 않았다”고 썼다. 전북대는 2000년대 중반 국내 대학 랭킹에서 40위권이었으나 서 교수가 총장에서 물러날 땐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는 책에서 ‘보상과 격려는 구성원을 춤추게 한다’ 등 ‘11가지 대학 경영론’을 제시했다. 특히 평생 모은 재산을 전북대에 기증한 할머니의 묘소를 총장과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함께 성묘한 사례 등을 소개하며 ‘디테일의 힘’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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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9년간의 이혼소송… 가부장제에 맞선 조선여성

    “마누라가 하늘 같은 남편한테 욕하고, 시부모에게 욕하고, 조상님께 올릴 술에다가 더러운 것 섞고, 사당에서 난리쳤어요. 마누라를 집에서 쫓아낸 지 14년입니다. 이제 이혼하게 해주세요.”(남편 유정기) “‘나쁜 년’이네. 거기다 싸우고 밤에 혼자 나갔다며? 어떤 놈한테 손목이라도 잡혔을지 누가 알아요. 아내 말은 들어볼 것도 없어요. 이혼시킵시다.”(사헌부 장령 임방) “남편 말이 사실이면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아내를 형사처벌해야 합니다! 그래도 한쪽 말만 듣고 이혼시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아내 말은 들어 봐야죠.”(예조판서 민진후) “남편하고 사는 동안 애들을 다섯이나 낳았고, 나도 남편도 바람피운 적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노비를 첩으로 들이고 저를 쫓아낸 거예요! 남편 말은 다 거짓말이에요. 본 사람 있으면 나와! 그리고 저 밤에 혼자 안 다녔거든요?”(아내 신태영) 책이 소개한 사건 내용을 현대식으로 바꾼다면 이쯤 되리라. 충남 논산의 명문 종손 유정기는 아내와 사별한 뒤 1678년 신태영과 재혼하지만 1690년 그를 집에서 내쫓는다. 이혼은 또 별개 문제다. 숙종 30년(1704년) 유정기가 예조에 이혼을 신청하면서 9년에 걸친 조선 최대 이혼소송이 시작된다. 신태영은 영리한 여성이었다. 옥에 갇혀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음에도 논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숙종실록에는 “신태영이 수천 마디를 한글로 진술했는데 모두 조리가 있어서 어떤 문사가 대신 써준 것 같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태영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도 하고, 남편의 ‘변태적’ 잠자리 취향을 언급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조선의 공식 기록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발견되는 것은 희귀한 일이다. 부산대 교수로 ‘열녀의 탄생’ 등을 내며 조선 가부장제의 억압을 연구해 온 저자는 축첩 문제 등에서 조선 후기 여성의 권력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심도 있게 재구성한다. 이 사건에서 가장 약자는 의지와 무관하게 유정기의 첩이 됐던 여자 노비일 것이다. 저자는 “노비 예일의 말과 생각은 완전히 폐기되었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였던 예일의 입장은 어디서도 고려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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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술∼술 이책]체체파리의 비법

    외계인이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여성 혐오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감염된 남성들이 여성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아내는 외계인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는데….1970년대 페미니즘 공상과학(SF)의 기수로 평가받는 저자의 단편 7개를 묶은 이 책의 표제작 내용이다. 저자는 세계적 네트워크 망과 원격 조작 신체, 여자들만 사는 세상 등을 묘사하며 성, 자아, 환경, 인간성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필명과 달리 저자는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여성. 중견 SF 작가인 듀나는 “작가는 남성적인 톤으로 당대 여성의 분노와 고통,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썼다”고 평했다. 1만4800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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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독립운동가들 역사적 공로 제대로 평가 못받아

    “안경신은 십사일 오후에 형기 몇 달을 남겨놓고 출옥해 평양 신양리 오라버니 안세균 씨 집에 체류 중인데, 기미년 운동이 있은 후 상해에서 오인(五人)동맹을 맺어 남자가 믿지 못할 용기로 폭탄을 품고 국경을 넘어 들어와 평남도청에 던져 세상을 놀래게 하고 몸을 함흥으로 피하여 있던 중 만삭되어 어린애를 낳은 지 열이틀 만에 경관의 손에 잡히게 되어….” ‘평남도청 폭파범 안경신 여사 재작(再昨·그저께) 출옥’이라는 동아일보 1927년 12월 16일자 기사다. 1920년 8월 임신한 몸으로 동지들과 평안남도 도청 청사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의 사연을 다뤘다. 1일 창간 96주년을 맞는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를 꾸준히 조명했다. 1928년 5월 25일자에는 조선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일본으로 폭탄을 안고 날아가겠다”며 중국 공군에서 복무하던 권기옥이 난징에서 체포된 소식을 전했다. 이 기사는 ‘전진(戰塵)의 중국 상공에 고상(고翔)하든 조선 여 조인(鳥人) 호송’이라는 제목으로 권기옥에 대해 “뛰어난 재주와 활발한 성격과 남의 혁명을 내 일로 알아 심혈을 다해 중국 비행사들에게 다대한 환영을 받던 터라더라”라며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일제의 수탈에 항거한 해녀들의 시위와 여성 노동운동도 자세히 보도했다. 1932년 1월 26일자는 일제 어업조합의 수탈에 맞서 제주 해녀 500여 명이 세화리 주재소를 습격한 사실을 다뤘고, 1931년 5월에는 ‘평양 을밀대에 체공녀(滯空女) 돌현(突現)’ 등의 제목으로 고무공장 여성 노동자 강주룡이 을밀대 위에 올라 파업을 벌였다는 내용을 이틀에 걸쳐 게재했다. 이처럼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사 교과서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술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방원 한국사회복지역사문화연구소장이 학술지 ‘여성과 역사’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고교 국사 교과서 8종에 모두 수록된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뿐이었다.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로 차미리사 유영준 등이 나왔지만 각각 1종씩에서만 나왔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도 마찬가지다. 국가보훈처는 270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확인했지만 막상 훈포장이나 표창을 받은 사람은 270여 명에 그친다. ‘자료 부족’ 등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활동이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서훈에는 폭넓은 기준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군의 군복을 만들고, 군수품을 나르고, 임시정부의 살림을 도맡고, 자금을 마련하고, 남성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와 옥바라지를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은 기록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비서장을 지낸 차리석 선생의 아내로 임시정부 요인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홍매영 여사(1913∼1979)도 서훈을 받지 못했다. 아들 차영조 씨는 최근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가족을 돌보며 충칭에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다. 당시 충칭 시 경시청이 발행한 어머니 신분증에 ‘한국독립당 당원’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보훈처는 ‘구체적 활동을 증명해야만 서훈할 수 있다’고만 한다”며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으려면 일제가 (재판 기록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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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럽의 승리’는 우연? 승패는 19세기에 갈렸다

    서구를 기준으로 중동(미들 이스트)과 극동(파 이스트)이라는 명칭은 있지만 반대로 ‘중서’(미들 웨스트)와 ‘극서’(파 웨스트)라는 지리 관념은 없다. 서구, 동양은 지리적 지칭이지만 사실상 우열 관계를 함축한다. 유럽은 ‘대항해 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친 뒤 한때 동아시아 일부를 포함한 세계 각지를 식민 지배했다. 왜 유럽이 승리했고 동양은 ‘먹잇감’이 되었나. ‘대(大)분기’, 즉 번영의 승패가 크게 갈라진 건 언제이고 무엇 때문일까. 유럽의 시각이 반영된 정통적 주장은 서구가 여러 면에서 일찍부터 내부에 우월한 조건을 갖고 있었고, 번영은 필연이었다고 설명한다. 유럽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오래 전부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동양보다 높았고,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을 확립했으며, 노동자의 임금이 비교적 높아 기계에 투자할 요인이 있었고,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제도를 만들어 냈고, 헬레니즘 전통을 르네상스로 이어받아 과학혁명을 했고, 민주정치를 확립해 상업을 억눌렀던 동양과는 달랐다는 등의 주장이다. 2000년 출간되자마자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은 이 책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유럽의 번영은 우연에 가깝고, 내부 요인보다 외부의 자원 확보 덕이며, ‘대분기’는 기존 학설보다 훨씬 늦은 19세기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카고대 교수로 경제사 분야의 수정주의를 대표하는 캘리포니아학파의 주요 학자인 저자는 1750년경 영국과 중국의 주요 지역은 경제 수준에 별다른 격차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농촌의 생산력과 공업, 시장의 효율성, 사람들의 열량 섭취량, 기대수명 등에서 우열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1인당 연료 공급량은 중국이 유럽보다 많았다. 그러나 19세기 들어서 동아시아는 인구 압력을 견뎌 내지 못해 생태적 위기를 맞았다. 인구가 급증하자 숲이 파괴됐고 토양이 침식됐다. 양쯔 강 삼각주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었지만 자원 부족을 화석 에너지원 사용으로 해결하기에는 석탄 매장량이 적었고, 채굴 비용도 비쌌다. 반면 영국은 달랐다. 같은 위기에 처했지만 값싸게 캘 수 있는 노천 탄광이 널려 있었다. 이런 자연조건은 필연이 아니라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영국은 신대륙에서 식량과 자원을 수급해 생태적 압박을 이겨 냈다. 중국은 그와 같은 배후지를 만들지 못했다. 책은 서유럽과 중국, 영국과 중국의 양쯔 강 삼각주 지역을 비교한다. 발전 정도가 다양한 유럽 전체와 중국이라는 국가 하나, 유럽의 국가 하나와 동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했던 특정 지역을 비교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18세기 중국 강남 지방은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보다 인구가 많았고, 경제적 기능은 유럽에서의 영국 역할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한다. ‘16∼18세기 아시아가 유럽 못지않은 경제 발전 과정에 있었다’는 이 책의 요지는 일단 기분 좋다. 그러나 서구의 ‘내재적 발전론’(유럽 중심주의)을 비판하며 아시아의 ‘자본주의 맹아’를 주장하는 듯한 저자의 연구는 여전히 서구적 발전론의 틀 안에 있다. 경제사 연구자로서는 당연한 것일 수 있겠다. 내용이 방대하고 다소 복잡해 책장이 넘어가는 데 오래 걸리지만 세계적 주목을 받은 저작을 공들여 읽는 일에는 그만한 쾌감이 있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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