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환호만큼… 노메달리스트의 눈물도 뜨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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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박물관, 리우올림픽 앞두고 ‘노 골드: 올림피언들의 이야기’ 展

동아일보사 부설 신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노 골드(NOGOLD): 금메달이 아닌 올림피언들의 이야기’ 전시를 12일 부산국제고 학생들과 교사가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9월 11일까지 열린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동아일보사 부설 신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노 골드(NOGOLD): 금메달이 아닌 올림피언들의 이야기’ 전시를 12일 부산국제고 학생들과 교사가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9월 11일까지 열린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기장에 쓰러져 안타까움에 이마를 짚은 선수, 시상대에 올라 고개를 숙인 선수, 경기 뒤 눈부신 땀이 흐르는 얼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 내에 있는 동아일보사 부설 신문박물관(PRESSEUM·관장 김태령)이 12일 시작한 전시 ‘노 골드(NO GOLD): 금메달이 아닌 올림피언들의 이야기’에는 ‘빛나는 눈물’이 가득했다. 신문박물관은 내달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올림픽에서 2, 3등을 했거나 시상대에 서지 못한 참가자들을 다룬 신문기사와 보도사진 등 9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9월 11일까지 연다.

“동포에게 미안할 뿐.” “죄송합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어요.”

정신조 선수의 1964년 도쿄 올림픽 권투 은메달 소식을 전한 그해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사. 신문박물관 제공
정신조 선수의 1964년 도쿄 올림픽 권투 은메달 소식을 전한 그해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사. 신문박물관 제공
각각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4위를 했던 최윤칠 선수와 1964년 도쿄 올림픽 권투에서 은메달을 땄던 정신조 선수가 경기 뒤 한 말이다. 올림픽 출전이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건 싸움에 가깝던 시절, 금메달을 따지 못한 그들은 조국에 죄를 지은 기분이었을까.

건국 뒤 올림픽 금메달은 신생국의 자존심이 걸린 숙원이었다. 당시 보도에서는 1952년 최윤칠 선수 등을 ‘그대들 잘 싸웠느니라!’라고 응원했지만 1960년 로마 올림픽 뒤에는 ‘선수단 패장의 모습으로 귀국’이라고 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정신조 선수는 당시 한국 유일의 메달리스트였는데도 ‘분하다, 선전도 헛되어…’ ‘깨어진 꿈’ 등으로 보도됐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이봉주 선수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자 ‘아깝다… 그러나 잘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김인섭 금보다 빛난 은’(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졌지만 아름다웠던 승부’(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등이다.

한국인의 올림픽 첫 참가였던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참가만으로 열광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동아일보는 마라토너 김은배가 6위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세계 올림픽 마라손! 김은배 군 당당 입상’이라고 전했다. 손기정 선수의 그늘에 가렸지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을 땄던 남승룡 선수의 모습도 소개된다.

신문박물관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모’ ‘회한’ 등의 수식어와 함께 관심에서 멀어졌던 올림픽 참가자들을 소개했다”며 “우리 사회가 스포츠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점차 중요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일반 3000원 초·중·고·대학생 2000원(상설 전시 관람료 포함). 02-2020-1880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문박물관#노 골드: 올림피언들의 이야기#보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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