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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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칼럼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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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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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EU7%
국제일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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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3%
  • “코레아 덕에 16강” 멕시코 국민들, 한국대사관 몰려와 환호

    졸지에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인을 ‘형제’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27일(현지 시간) 멕시코 현지에서는 한국과 한국인들을 향한 칭찬과 감사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멕시코는 이날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3골 차로 완패했지만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꺾어준 덕분에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기쁨에 도취한 시민들이 한국대사관과 한국 기업 앞으로 모여 맥주를 비롯한 물품들을 선물하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들은 대사관에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다” “한국 형제들아,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와그너 기자 트위터에는 시민들이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앞으로 찾아와 한병진 대사관 공사를 목말 태우고 16강행을 축하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끝나자 멕시코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한국 덕분에 멕시코가 올라가게 돼서 고맙다. 독일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는 장관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멕시코) 외교부에서 대사관으로 테킬라를 엄청 보냈다. 주민들도 대사관 앞에서 ‘코레아 코레아’를 외치며 흥겨워했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한국 선수를 주인공으로 패러디한 이미지나 영상이 넘쳐났다. 멕시코 국기 중앙에 손흥민의 활짝 웃는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고 골키퍼 조현우의 얼굴을 구세주 이미지로 합성한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멕시코 시내 일부 식당에는 ‘서울 수프’ ‘손흥민 갈빗살’ 등 한국팀에 대한 감사 기념 메뉴가 생겨났다. 현지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은 휴대전화로 현지 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멕시코 기업들은 ‘생큐, 한국’ 마케팅을 선보였다. 멕시코 최대 항공사 아에로멕시코는 자사 트위터에 “우리는 한국을 사랑한다”면서 “7월 1일까지 멕시코행 항공편을 20% 할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멕시코인들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멕시코팀이 스웨덴을 이겼다면 한국이 멕시코와 함께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은아 achim@donga.com·신나리 기자}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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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조은아]대동강변 ‘트럼프 호텔’, 평양역 ‘맥도날드’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18일자 표지는 ‘당신을 위한 북한 투자 가이드(Your North Korea Investment Guide)’란 큼직한 제목으로 뒤덮였다. 글씨체는 북한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새빨간 글씨체를 닮았다. 제목만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잡지에는 ‘김정은의 가스관 사업’ ‘아는 사람만 아는 북한 채권’ 등의 분석기사가 가득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눈을 돌린 투자가가 그만큼 많아서일 것이다. 블룸버그도 주목한 북한 채권은 요즘 해외 펀드 매니저들에게 핫이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북한 채권이 기사에 줄줄이 나오는 게 이상하기도 하다. 북한이 국채를 발행한 적은 있는지, 아직 대북제재가 살아있는데 북한 채권이 유통은 될 수 있는지 의아한 일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20일 북한 채권의 실체를 추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이 국채를 발행했던 건 사실이다. 1940, 50년경 ‘인민경제개발채권’을 발행했는데 만기는 너무도 오래전인 1960년 10월 1일이었다. 북한이 빚을 다 갚았는지, 만기가 연장됐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03년 발행된 ‘인민생활공채’는 2013년경 만기가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행방을 알 길이 없다. 설사 두 채권이 수차례 만기 연장 끝에 지금까지 존재한다고 해도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밖에서 유통될 수 없다. 알고 보니 요즘 ‘북한 채권’이라 불리는 상품은 해외 금융사들이 만든 북한 자산 관련 파생상품이었다. 프랑스계 국제금융회사 BNP파리바가 만든 ‘NK 부채기업’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누구한테 어느 정도의 돈을 빌렸는지 알려지지 않아 상품 이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이런 사정이 있었다. 1970년대 북한은 30개국의 140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갚질 못했다. 1987년 일부 채권자가 북한의 자산을 담보로 잡았지만 불행히도 소용이 없었다.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BNP파리바는 1997년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를 채권자들로부터 사들였다. 이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만든 것이다. 통일이 되면 남이든 북이든 빚을 갚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투자자들을 모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한반도 평화 국면이 올 때마다 이 상품은 화제가 된다. ‘평화 호재’ 기대감은 쉽게 식지 않을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몇 번이고 북한 부동산 시장의 잠재력을 거론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투자가 합법화되면 가능한 한 빨리 투자할 절차를 밟겠다. 지금은 북한 증시가 없으니 먼저 한국 주식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경제의 문호가 열리면 여행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한국 항공사 주식을 사놨다”고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당시는 한반도가 냉랭하게 얼어붙은 시기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벌써 국내에서는 북한 경제가 열리면 대동강변에 ‘트럼프 호텔’이 들어서고 평양역 앞에 ‘맥도날드’가 문을 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우리와 비슷한 길을 간 독일의 산업현장은 이런 기대가 허상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달 초 취재차 방문한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은 통일 독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틀을 짰다고 강조했다. 통일된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는 서로 다른 체제의 경제인들이 협력할 수 있는 ‘아들러스호프’ 첨단 과학단지를 만들고 특화 업종을 정해 집중 육성했다. 임대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준 건 물론이다. 동독 출신의 과학자와 서독 자본가들이 만든 창업 기업들은 이제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6∼8%에 이른다. 한반도가 독일처럼 통일이 되든, 북한 시장이 개방되는 데 그치든 협력의 결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북한 투자를 두고 세계가 시끌시끌한 와중에 누구보다 진지하고 활발하게 북한 투자를 논의해야 하는 주체는 한국일 것이다. 대북제재가 끝나지 않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북한 경제 개방 시대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동안 멈춰 있던 대북 사업 연구도 최근의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고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토록 관심이 뜨거운 해외 큰손들에게 평화 호재의 과실을 내주고 땅을 칠 수도 있는 일이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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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들 돌아온다” 기대 부푼 6·25기념식… 美워싱턴 행사에 200여명 참석

    6·25전쟁 발발 68주년인 25일(현지 시간)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식은 매년 이맘때마다 열리지만 올해는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다 북한으로부터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송환을 앞두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날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6·25전쟁 발발 68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미 양국의 6·25전쟁 참전용사 약 100명과 유가족,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관계자, 주한미군 전우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머리가 희끗한 참전용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12일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6·25전쟁 미군 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을 반겼다. 폴 커닝햄 KWVA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한국전쟁에서 미군 참전용사 7700여 명이 실종됐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진 것은 희망적이고, 유해 송환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인 전우들과 그 부모, 부인, 형제자매, 자녀들에게는 오늘날까지 비통함과 괴로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전용사 도널드 넷슈케 씨는 이날 행사 참석 뒤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돌아오지 못한 용사들은 사실상 전쟁포로다. 유족들이 용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유해 송환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인류의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말했다. 18세 때 보병으로 참전했던 리처드 칠턴 씨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한국을 떠날 때는 서울이 완전 초토화돼 빌딩 하나만 남고 모두 오두막이었다”며 참혹했던 전쟁 당시를 회고했다. 이날 한 6·25전쟁 참전용사단체는 인디애나주 콩코디아 묘지공원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현지 언론 ‘뉴스센티널’에 따르면 미 전역을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재미교포 여성 활동가 김한나 씨가 감사의 뜻으로 기념 핀을 용사들에게 선물했다. 김 씨는 “여러분이 우리를 위해 싸워주지 않았더라면 저와 가족은 미국에서 이렇게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참전용사 중 너무 많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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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 58% “트럼프 똑똑”… 64%는 “존경 안해”

    미국인 10명 중 6명가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하고 지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는 미국인은 10명 중 3.5명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일(6월 12일) 전후인 1∼13일 미국 성인 남녀 1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25일 밝혔다. 동의하지 않은 응답자는 40%였다. 갤럽은 “1990년대 초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당시 두 대통령 모두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나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직성과 신뢰도에 대해 응답자의 62%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정적 답변은 37%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4%로, ‘그렇다’는 응답 35%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함께 국정을 잘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이 67%, 긍정적 답변이 31%였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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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는 몽골 골드미스들 ‘구혼전쟁’

    몽골에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고학력 ‘골드 미스’들이 적합한 신랑감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몽골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을 많이 받고 사회 진출도 활발해 남녀 간의 경제력 차이가 벌어지는 등 대개의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성별 격차의 역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가디언에 따르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술집이나 클럽에선 퇴근 시간 무렵 ‘그룹 미팅’이 자주 열리는데 여성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몽골에서 기자로 일하는 만드하이 씨는 가디언에 “울란바토르에선 어느 술집을 가나 이런 풍경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이나 직장에서는 여초 현상이 더 심각하다. 남성들은 잘나가는 여성들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3월 세계은행이 몽골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더 야심만만하다’ ‘여성에게 매력을 못 느끼겠다’는 답이 적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비슷한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해 애먹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란바토르의 혼인율은 2007년 1000명당 22.9명에서 2016년 8.9명으로 떨어졌다. 가디언은 “몽골의 부모들은 딸을 대학에 보내는 데 집중 투자했다”며 “노후엔 아들보다 딸이 부모를 더 잘 돌볼 것이라 판단한 데다 아들은 주로 가축을 관리하는 일을 도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몽골이 1990년대 공산주의 체제를 버리는 과정에서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하며 남성이 대거 실직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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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개인기 ‘트위플로머시’, 세계 외교무대의 ‘감초’로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늦은 밤, 회담 개최국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외교장관 트위터 계정에 ‘어딘지 맞혀 보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그가 한밤 투어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유쾌하게 셀카를 찍어 올렸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등장한 셀카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대사를 앞둔 깊은 밤 외출했다는 ‘깜짝 뉴스’에 트위터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멋쩍게 웃는 사진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싱가포르 관료들은 북-미 정상회담이란 큰 무대 뒤에 숨어 있는 장면들을 속속들이 촬영해 트위터에 부지런히 올렸다. 싱가포르가 약 162억 원을 쓰고 최대 6216억 원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트위터 홍보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현지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1일부터 회담 다음 날인 13일까지 회담 관련 트윗은 400만 건이나 됐다. 두 정상이 만난 오전 9시경(현지 시간)에는 1분당 5200건의 트윗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기’로 인식됐던 ‘트위플로머시(Twiplomacy·트위터와 외교의 합성어)’가 세계 외교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가 된 셈이다.○ ‘스트롱맨’의 장외 전쟁터 최근 스트롱맨 정상들이 외교·안보 이슈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트위터가 거친 외교의 장외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로 농담과 진담을 미묘하게 오가는 외교적 메시지를 상대국을 향해 던진다. 편안한 수다가 오가는 트위터를 이용하면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보내지 않고도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4일 트위터에 이스라엘을 ‘암’에 비유한 글을 적었다. 그러자 주미 이스라엘대사관은 다음 날 트위터에 할리우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나오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여배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왜 이렇게 집착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주장을 비웃은 셈이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1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대응은 포퓰리스트적 수사가 증가하며 세계적으로 자주 활용된다. 이런 나라들은 다른 국가와 소통할 때 거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오래된 수사학적 무기에 맞서 이스라엘대사관은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영국이 올 3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한 직후 주영 러시아대사관은 트위터에 영하 23도를 가리키는 온도계 사진과 함께 “러시아와 영국의 관계는 영하 23도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추운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추방한 외교관 수에 비례해 양국 관계가 냉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온도계 사진을 올린 트윗은 거의 1000번 공유됐다. 러시아는 괴짜 같은 방식으로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이와 달리 영국 정부는 트위터에 ‘우리는 오늘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는 건조하고 심각한 메시지만 올려 오히려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트위터 외교를 하지 않는다”며 ‘트위터광’ 트럼프 대통령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교적인 클럽’이 대표적이다. 이 클럽에 가입한 영국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외교 관련 뉴스를 수시로 제공받고, 러시아 뉴스를 트위터에 공유하는 대신 각종 행사에 초청받는다.○ 정상들, 전임자로부터 ‘트위터 계정 승계’ 트위플로머시의 달인은 누구일까. 글로벌 홍보기업 버슨마스텔러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중 팔로어가 가장 많은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2017년 5월 현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팔로어 1위 리더로 등극했다. 9개 언어의 계정을 합쳐 총 약 3370만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윗을 받아 봤다. 이 뒤를 바짝 쫓는 떠오르는 리더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에 팔로어 수를 기존의 3배로 늘리더니 지난해 1월부터는 평균 5.7%씩 매달 꾸준히 늘렸다. 조사 당시 약 3013만 명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현재 5300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적으로 트위터의 힘이 커지다 보니 새롭게 선출된 정치지도자가 전임자에게서 트위터 계정을 물려받기도 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이는 트위터 팔로어들은 인터넷 시대에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16년 7월 취임한 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쓰던 계정(@Number10gov)을 물려받았다. 프로필 사진만 캐머런 전 총리의 얼굴에서 영국 총리의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현관문으로 바꿔 사용했다. 트위터 외교는 많은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밀실 외교’ 가능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트위터에서 공과 사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신중하게 다뤄야 할 외교 사안마저 가볍게 다루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NN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17일 하루 만에 18개의 트윗을 올렸다. 대통령 취임 뒤 어느 때보다도 개인적이고 이상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트윗 활동을 꼬집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트위터는 공공외교에 효과적이지만 공식 입장과 사견을 명확히 구분하는 안보·외교 현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안보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트위터로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던질 때 미국 국익은 물론 우방 이익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전채은 기자}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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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총리 “6주간 출산휴가 갑니다”… 정상 재임중 출산 28년만에 처음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8)가 21일(현지 시간) 첫딸을 낳았다. 현직 국가 정상이 재임 중 출산한 것은 1990년 37세였던 베나지르 부토 당시 파키스탄 총리가 둘째인 딸을 출산한 이후 28년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몸무게 3.31kg인 건강한 아기를 낳게 돼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우리가 출산을 잘하길 빌어주고 친절을 베풀어줘 매우 감사하다”고 직접 출산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오클랜드시티병원의 훌륭한 팀 덕분에 우리 모두는 정말 잘 있다”며 아기와 자신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사실혼 관계로 아이의 아빠인 방송인 클라크 게이퍼드 씨와 함께 신생아를 안고 있는 사진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 속 아던 총리는 얼굴에 부기 없이 환한 표정이다. 아던 총리는 출산과 함께 6주간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그동안 총리직은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맡는다. 지난해 10월 총리로 선출된 그는 올해 1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당초 출산 예정일은 17일이었으나 4일 뒤 세상에 나왔다. 그는 자택에서 진통이 시작되자 게이퍼드 씨가 운전하는 개인 차를 타고 오클랜드시티병원으로 이동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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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강국 독일도 디지털 전환 총력”

    “독일에 대한 해외 투자가 줄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도 미래 경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마련하고 있었다. 경제연구소 ‘DIW 베를린’의 마르첼 프라처 회장(사진)은 지난달 28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 경제의 고민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오늘의 투자는 내일의 국가 생산력을 뜻하는데, 투자가 줄고 있으니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2006년 약 874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16년 약 58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프라처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외국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베를린시가 스타트업 유치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도 이 분야 스타트업과 협업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처 회장은 기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존 제조업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화 기술 등 소프트웨어가 중시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조업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정작 그는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 구조를 독일의 리스크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이 미래 독일 경제를 강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라처 회장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해법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보완하면서 조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법조계, 약사계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고민은 인구 고령화다. 프라처 회장은 “앞으로 2, 3년간 근로자 수가 줄기 시작해 우리가 사회보장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이민정책을 마련해 숙련된 인재일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민을 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베를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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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잡자”… 獨-佛, 스타트업 키워 창업大戰

    유럽에서는 4차 산업혁명 전환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경제 강국을 차지하려는 ‘창업 대전(大戰)’이 한창이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 뒤졌던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엔 밀릴 수 없다는 듯 주력 신산업을 앞세운 창업단지를 키우고 해외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독일의 창업 붐이 두드러진다. 독일 외교부 협력 포털 도이치랜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1∼6월) 베를린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5억 유로(약 1조93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나 증가했다. 이로써 베를린은 파리를 제치고 런던에 이어 유럽 제2의 스타트업 도시로 부상했다. 독일의 디지털화 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임을 고려하면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최근 독일에 비해 저조했던 경제를 부활시키려 창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광(光)산업은 독일이 선점”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외곽의 과학기술단지 아들러스호프. 1990년 독일 통일 뒤 동독 연구자들과 서독 자본가들이 신산업을 일으켜 통일 독일 경제에 동력을 보탰던 이곳은 이제 미래 산업의 요람이 됐다. 이곳의 특징은 독일 통일 초기 시절부터 입주한 탄탄한 중견기업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기업들이 뒤섞여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다. 단지에서 만난 기업가들은 “한국이나 중국은 반도체에 강하지만 우리는 광(光)산업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단지 중앙에 자리 잡은 중견기업 ‘LLA 인스트루먼츠’ 실험실에선 약 2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 기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윗부분에서 밝은 빛이 나와 벨트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한 직원이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벨트 위에 놓자 벨트 끝까지 흘러간 쓰레기 중 빈 플라스틱만 튕겨 나가 박스에 담기고 나머지 쓰레기는 아래로 떨어졌다. 플라스틱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빛의 기술이다. 기계에서 나오는 빛이 플라스틱 표면에 반사돼 플라스틱 고윳값을 기기에 보내면 기기가 벨트의 속도를 늦춰 플라스틱 병이 자연스럽게 튕겨 나가게 만든다. 이 회사의 리잔 지몬 매니저는 “재활용 분야에서 우리 같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유럽에 4곳밖에 없다. 쓰레기 분류 사업비용의 약 40%를 이런 기계 구입비용이 차지할 정도이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이 기업은 당초 레이저 장비를 생산하다 미래 수익성이 불확실해지자 최근 아들러스호프 연구진과 협업해 이런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단지에서 만난 신생기업 ‘시코야’도 광산업에 쓰이는 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한조 리 시코야 공동 설립자는 “우리가 보유한 빛을 데이터로 바꾸는 칩 설계 기술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데이터 사용이 늘어날수록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우리 칩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변신시키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바람이 한창인 프랑스는 ‘창업 국가’를 자처하며 대기업까지 스타트업 체질로 바꾸려고 독려 중이다. 기존 산업 구조로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일 파리의 민간 창업 플랫폼 ‘스쿨랩’에는 우정국 ‘라포스트’, 금융사 ‘BNP파리바’ 등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과 뒤섞여 있었다. 3층에 위치한 ‘라포스트’의 ‘팝랩’은 관성에 길들여진 대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혁신 조직이다. 이곳에선 심사를 통해 입주한 청년들이 간단한 사업 아이디어만 갖고 있어도 대기업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다. 스쿨랩에 입주한 패션 스타트업 르스틸리스트의 사무엘 사도앵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과 협업하는 워크숍이 마련돼 함께 작업하며 경영 노하우를 묻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은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날 창업 플랫폼 ‘르카르고’가 들어선 파리 외곽의 막도날드가 주변엔 마침 경찰들이 노숙하던 빈곤층 이민자들을 퇴거시킨 뒤 감독하고 있었다. 빈곤층이 장기 노숙을 할 정도로 노후했던 이 지역에 창업 시설이 들어서고 트램 철로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르카르고를 관리하는 파리앤코의 멜라니 놀로 매니저는 “르카르고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구도심에 활력을 주기 위해 못 쓰게 된 공장을 개조한 시설이다.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면서 주변에 식당이 많이 들어서고 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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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光산업의 강자될 것” “대기업을 스타트업으로”…獨 vs 프랑스 大戰

    유럽에서는 4차 산업혁명 전환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경제 강국을 차지하려는 ‘창업 대전(大戰)’이 한창이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 뒤졌던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엔 밀릴 수 없다는 듯 주력 신산업을 앞세운 창업단지를 키우고 해외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독일의 창업 붐이 두드러진다. 독일 외교부 협력 포털 도이치랜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1~6월) 베를린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5억 유로(약 1조93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나 증가했다. 이로써 베를린은 파리를 제치고 런던에 이어 유럽 제2의 스타트업 도시로 부상했다. 독일의 디지털화 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임을 고려하면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최근 독일에 비해 저조했던 경제를 부활시키려 창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광(光)산업은 독일이 선점”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외곽의 과학기술단지 아들러스호프. 1990년 독일 통일 뒤 동독 연구자들과 서독 자본가들이 신산업을 일으켜 통일 독일 경제에 동력을 보탰던 이곳은 이제 미래 산업의 요람이 됐다. 이곳의 특징은 독일 통일 초기 시절부터 입주한 탄탄한 중견기업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기업들이 뒤섞여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다. 단지에서 만난 기업가들은 “한국이나 중국은 반도체에 강하지만 우리는 광(光)산업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단지 중앙에 자리 잡은 중견기업 ‘LLA 인스트루먼츠’ 실험실에선 약 2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 기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윗부분에서 밝은 빛이 나와 벨트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한 직원이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벨트 위에 놓자 벨트 끝까지 흘러간 쓰레기 중 빈 플라스틱만 튕겨 나가 박스에 담기고 나머지 쓰레기는 아래로 떨어졌다. 플라스틱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빛의 기술이다. 기계에서 나오는 빛이 플라스틱 표면에 반사돼 플라스틱 고윳값을 기기에 보내면 기기가 벨트의 속도를 늦춰 플라스틱 병이 자연스럽게 튕겨 나가게 만든다. 이 회사의 리잔 지몬 매니저는 “재활용 분야에서 우리 같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유럽에 4곳밖에 없다. 쓰레기 분류 사업비용의 약 40%를 이런 기계 구입비용이 차지할 정도이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이 기업은 당초 레이저 장비를 생산하다 미래 수익성이 불확실해지자 최근 아들러스호프 연구진과 협업해 이런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단지에서 만난 신생기업 ‘시코야’도 광산업에 쓰이는 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지난해 1월 이 단지에 입주한 시코야는 급성장해 사무실을 기존의 2배로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학 동료를 중심으로 5명이 세운 이 기업 직원은 현재 40여 명. 한조 리 시코야 공동 설립자는 “우리가 보유한 빛을 데이터로 바꾸는 칩 설계 기술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데이터 사용이 늘어날수록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우리 칩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대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변신시키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바람이 한창인 프랑스는 ‘창업 국가’를 자처하며 대기업까지 스타트업 체질로 바꾸려고 독려 중이다. 기존 산업 구조로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일 파리의 민간 창업 플랫폼 ‘스쿨랩’에는 우정국 ‘라포스트’, 금융사 ‘BNP파리바’ 등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과 뒤섞여 있었다. 3층에 위치한 ‘라포스트’의 ‘팝랩’은 관성에 길들여진 대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혁신 조직이다. 다비드 랑크리 스쿨랩 매니저는 “우체국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되자 ‘라포스트’가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일종의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어 창업가들이 많은 스쿨랩에 입주시켰다. 젊은 감각과 도전적인 분위기에서 일해야 혁신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심사를 통해 입주한 청년들이 간단한 사업 아이디어만 갖고 있어도 대기업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다. 스쿨랩에 입주한 패션 스타트업 르스틸리스트의 사무엘 사도앵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과 협업하는 워크숍이 마련돼 함께 작업하며 경영 노하우를 묻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은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날 창업 플랫폼 ‘르카르고’가 들어선 파리 외곽의 막도날드가 주변엔 마침 경찰들이 노숙하던 빈곤층 이민자들을 퇴거시킨 뒤 감독하고 있었다. 빈곤층이 장기 노숙을 할 정도로 노후했던 이 지역에 창업 시설이 들어서고 트램 철로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르카르고를 관리하는 파리앤코의 멜라니 놀로 매니저는 “르카르고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구도심에 활력을 주기 위해 못 쓰게 된 공장을 개조한 시설이다.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면서 주변에 식당이 많이 들어서고 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마르셀 프라처 회장 “제조업 강국 독일도 디지털 전화 총력” ▼“독일에 대한 해외 투자가 줄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도 미래 경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마련하고 있었다. 경제연구소 ‘DIW 베를린’의 마르첼 프라처 회장은 지난달 28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 경제의 고민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오늘의 투자는 내일의 국가 생산력을 뜻하는데, 투자가 줄고 있으니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2006년 약 874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16년 약 58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프라처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외국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베를린시가 스타트업 유치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도 이 분야 스타트업과 협업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처 회장은 기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존 제조업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화 기술 등 소프트웨어가 중시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조업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정작 그는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 구조를 독일의 리스크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이 미래 독일 경제를 강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라처 회장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해법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보완하면서 조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법조계, 약사계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고민은 인구 고령화다. 프라처 회장은 “앞으로 2, 3년간 근로자 수가 줄기 시작해 우리가 사회보장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이민정책을 마련해 숙련된 인재일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민을 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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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질의 독일’ 키운 살아있는 직무교육-산학협력

    “자, 터빈에 볼트를 제대로 끼워 봅시다.” 얼굴에 대형 고글을 낀 한 남성이 한 손으로 TV 리모컨 크기의 전자기기를 허공에 움직이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강의실에는 터빈도, 볼트도 없었다. 그 대신 강사가 기기 버튼을 눌러 ‘클릭’ 소리를 낼 때마다 강의실 앞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가상 이미지로 나타난 터빈과 볼트가 움직였다. 마치 강사가 화면 속에서 투명인간이 돼 볼트를 조이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11km가량 떨어진 지멘스타운. 이 기업도시 중앙에 자리한 ‘지멘스 트레이닝 센터’는 170년 역사의 글로벌 발전설비기업 지멘스의 경쟁력이 잉태되는 곳이다. 센터만 보면 제조기업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같다. 전통 제조기업 지멘스는 지난해 낡은 공장에 디지털 기기를 들여와 ‘디지털 트레이닝 센터’를 신설하고 가상현실(VR) 기술로 고유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미하엘 하인즈 재정담당 이사는 “VR를 이용하면 직원들에게 기술을 더 흥미롭고 쉽게 가르칠 수 있다. 해외 지사의 직원들은 본사로 출장 오지 않고도 원격으로 교육받을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직업교육 제도에 참고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멘스는 이런 센터를 세계 20개국에 열고 ‘지멘스 기술 DNA’를 전파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힘은 대학과 기업 간 ‘낮은 울타리’ 트레이닝 센터는 공대로 착각될 정도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는 동시에 기업에서 실습하는 독일의 일·학습 병행제도 덕분이다. 주로 고교생이 참여했던 이 제도는 최근 대학가에서도 인기가 많다. 대학생들은 재학 중 희망하는 기업에 지원해 온라인 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인턴으로 선발된다. 학생들은 미리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익혀 ‘취업준비생’ 기간을 단축시키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일찍이 영입하고 있다. 센터 근처 베를린 보이트 기술대에 다니는 막시밀리안 티스 씨는 “교육을 받으며 진로가 뚜렷해지고 현장을 잘 알게 되니 학교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주변 대학과 협력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 센터에서 교육받은 한 학생은 최근 가스터빈을 운반하는 로봇을 처음으로 발명했다. 당시 준비하던 논문 주제를 산업 현장에서 실험해 살아있는 직무교육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크리스티안 다처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베를린에 있는 대학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교육기관 8곳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은 저서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에서 독일의 비결로 이러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프랑스의 아카데미 교육도 독일에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프랑스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생산 공정에는 무관심해서 연구개발(R&D)의 성과를 산업 과정에 통합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독일은 산업 생산지와 교육 중심지가 가까워 산학협력이 자연스럽다. 디디에 회장은 “프랑스는 ‘(실무 엔지니어가 아닌) 이론적인 엔지니어가 되라’고 가르치는 편이고, 그래서 공학 분야 그랑제콜 학생들도 금융 및 서비스 분야를 선호한다. 하지만 독일 공학도들은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영 악재를 뛰어넘는 ‘품질 경쟁력’ 실용적인 직무교육과 산학협력으로 다져진 독일 제조업은 해외 시장에서 경영 악재도 뛰어넘는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번화가 ‘아브뉘 드 쉬프랑’에 들어선 독일차 폴크스바겐 전시장. 평일 근무시간에도 쇼룸, 수리센터, 중고차 매장 등을 갖춘 6층 건물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폴크스바겐 차를 4번째 구입하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크리스틴 루비옹 씨는 “프랑스인들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젊은층은 수입 브랜드를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사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소비자의 불만을 산 ‘디젤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기술의 독일차’란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그룹은 깐깐한 소비자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1분기(1∼3월) 6만2821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딜러숍의 쥘리앵 니콜 지점장은 “20여 년 전 우리 모델을 샀던 고객을 찾아가 당시 추억 속 차를 재단장해 선물하는 마케팅을 펼쳐 긴 세월 동안 품질로 신뢰를 받았던 우리 브랜드의 기억을 고객들에게 되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차는 품질’이란 오랜 인식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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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임금상승 막고 유연 근로할 때… 佛 좌파국회 주35시간 강행”

    프랑스는 이웃 나라 독일과의 경제력 격차가 벌어지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그 불안감에 기초한다. 2007년부터 10년 넘게 ‘프랑스와 독일의 역전’을 연구한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78)을 지난달 31일 파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프랑스 경제가 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는지 분석했고 2011년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란 책을 내 화제가 됐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은 왜 차이가 났을까. “본질적으로 근로기준법에 큰 차이가 있었다. 프랑스는 2000년대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였다. 독일은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서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완전히 방향이 달랐다. 또 1999년 유로화가 출범됐다. 그 전에는 프랑화의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돼 프랑스는 무역조건을 개선할 수 있었으나 유로화 통합으로 통화가 같아지니 생산비가 늘어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져 보이게 됐다. 프랑스는 아직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저서에서 독일경제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투자, 산학연의 활발한 협력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도 연구개발은 하지만 이는 연구를 위한 연구다. (독일처럼) 생산을 위한 연구가 프랑스에는 없다. 중요한 건 생산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생산비가 높은 나라다. 그런데 추세적으로 생산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에서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바뀌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싸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문제는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마뉘엘 발스 전 총리(2014∼2016년 재임)가 전문가들을 모아 어떻게 유연성을 높일까 연구했다. 이들은 회사 내부에서 (근로 여건을)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법에 최저임금과 시간외수당의 가산금 비율이 지정된 상태에서 아무리 노조, 기업이 협의해 임금을 내리는 결정을 해도 법에 저촉될 수밖에 없었다. 또 사람들을 해고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각사 이해관계자가 협의해 규정을 바꾸면 해고가 간편해진다. 이런 변화는 혁명적 수준은 아니다.” ―주당 35시간 근무 규정이 어떻게 생겨났나.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 알랭 쥐페 총리가 경제개혁을 하려 했더니 노조가 파업으로 난리를 쳤다.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시켰다. 총선에서 좌파 사회당은 ‘35시간 일하자’는 슬로건을 내놨다. 같은 월급을 받으며 적게 일하는 정책으로 사회당이 1997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좌파 국회는 큰 콘퍼런스를 열어 회사들을 모았다. 리오넬 조스팽 당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제 35시간만 일하고 월급은 기존과 같게 준다’는 식으로 선언했다. 조합원들은 물론 좋다고 했고 회사 측은 다 나가 버렸다.” ―한국 정부는 근로 최장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그런데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생 기업들이 있다. “시간뿐 아니라 월급 휴가 등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조세도 물론이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을 세운 뒤 팔 때 매도가와 당초 가격의 차액 중 60%를 조세로 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스타트업을 프랑스에서 세우겠나.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 조세 비율을 30%로 내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으로) 이제 해고가 쉬워졌고 근무 시간이 유연하게 조정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합의 안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저서에서 독일 제조업의 강점을 설명했다. “독일은 제조업에 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이 발전했다. 프랑스는 산업 사양화로 인한 지역불균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방에서 제조 기반이 없어지니 사람들은 금융업, 스타트업 등 일자리가 있는 대도시로 이동한다. 사회가 골고루 발전하지 않으니 지방이 비어가고 있다. 지역 기반 제조업이 생겨야 한다.” ―요즘 프랑스 경제의 고민은 무엇인가. “이민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경제 문제가 됐다. 이민자가 있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보수적인 이들은 이민 유입을 꺼린다. 이민자들이 프랑스 제조업 종사자들의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오면 바로 일할 수 없으니 교육시키는 데 돈이 든다. 이민자들이 살 곳도 마련해줘야 한다. 보안에도 돈이 든다. 단기적으로는 문제인데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미셸 디디에 렉세코드 회장 ::△1962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닉 졸업△1965년 국립통계경제대학원(ENSAE) 졸업△1990∼2008년 렉세코드 소장△1997∼2012년 총리 산하 경제분석위원회위원△2011년 제릴리-마리모상 정신과학·정치학 아카데미 부문 수상△2008년∼현재 렉세코드 회장△2015년∼현재 단체협약 위원회 위원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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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2억원 부담한 싱가포르, 홍보효과는 6216억원”

    싱가포르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12일)에 쏟은 비용의 38배가 넘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미디어 정보 분석기업 멜트워터는 14일 싱가포르가 지난달 북-미 회담 장소로 결정되고 회담을 준비하며 언론에 노출된 효과 등을 모두 고려하면 그 값어치가 7억6700만 싱가포르달러(약 621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부담한 북한 대표단의 숙박비, 경호 비용 등 개최비 총 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62억 원)의 38.4배다. 멜트워터는 “세계 매체들이 온라인에서 싱가포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건수와 한 사람이 기사 한 건을 읽을 때의 경제 효과 등을 산출하는 광고업계 공식을 참고로 이렇게 분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머문 2박 3일(10∼12일)간의 홍보 효과만도 최소 2억7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188억 원)로 추산된다. 북-미 정상이 머문 싱가포르 호텔들이 가장 큰 광고 효과를 얻었다. 12일 하루 동안 회담 관련 온라인 보도의 절반 이상인 2만여 개 기사에서 회담장 ‘카펠라 호텔’이 언급됐다. 두 정상의 숙소였던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레지스 호텔’도 같은 날 온라인 기사의 5분의 1가량에서 각각 등장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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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얼굴의 아인슈타인

    인종차별을 ‘백인의 질병’이라고 공개 비판해 인도주의자로 알려졌던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사진)이 정작 자신의 일기에서는 중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을 비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 프린스턴대가 최근 출간한 아인슈타인의 1922∼1923년 일기를 분석해 이렇게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을 여행하며 느낀 생각을 가감 없이 일기에 남겼다. 아인슈타인의 일기가 단독 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기에는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아인슈타인은 중국인들에 대해 “근면하지만 더럽고 우둔하다”며 “중국 어린이들조차 생기가 없고 둔해 보인다”고 적었다. 또 “중국인들은 의자에 앉아 식사하지 않고, 숲에서 용변을 보듯이 쭈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중국인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거의 모르겠다”고 하거나 “중국 여성에게 도대체 무슨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아이들을 많이 낳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일본인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일본인을 “겸손하고 품위 있으며 매우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근대 서양 문물을 비교적 적극 수용한 일본인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나라의 지적 욕구는 예술적 욕구에 비해서는 약한 것 같다. 타고난 기질인가”라고 자문하며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스리랑카 여행 중 현지인에 대해 “거대한 쓰레기 속에서 살아간다. 적게 일하고 적게 필요로 하는 것이 단순한 삶의 경제적 사이클”이라고 묘사했다.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1933년 모국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이 부상하자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 후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등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해 ‘인도주의의 아이콘’으로 평가됐다. 그는 1946년 미 펜실베이니아 링컨대에서의 연설에서 “인종차별은 백인의 질병이다”라고 발언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나 자신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차별 때문에 희생당하며 어떻게 느낄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일기 출판 작업을 맡은 지브 로렌크란츠 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기 중 상당한 내용이 불쾌했다. 특히 중국 관련 내용이 그랬다. 이는 위대한 인도주의자로 비쳤던 그의 이미지와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가디언도 사설에서 “아인슈타인은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과학자였다”고 비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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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락방 구두 상자에 방치됐던 화병… 알고보니 206억원 淸건륭제때 작품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재위 1735∼1795년) 때 제작된 도자기 화병(사진)이 다락방에 수십 년간 방치되다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620만 유로(약 206억300만 원)에 낙찰됐다. 예상 낙찰가 50만 유로(약 6억4000만 원)의 30배가 넘는 값에 팔린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화병 낙찰가는 프랑스 지역 소더비에서 경매된 단일 품목 중 최고가였다. 소더비는 낙찰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아시아계가 화병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병은 청나라 도자기 중 보기 드물게 보존이 잘된 작품으로 평가됐다. 18세기 건륭제를 위해 특별 공방에서 제작됐다. 화병 주인의 조부모는 오래전 친척에게서 이 화병을 받았는데 가족 누구도 화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결국 조부모는 화병을 빈 구두 상자에 담아 파리의 자택 다락방에 보관해 왔다. 그 뒤 후손이 화병을 희귀한 물건일 것으로 여기고 올 3월 소더비에 내놓게 된 것이다. 소더비의 아시아 미술 전문가 올리비에 발미에 씨는 BBC에 “가족 중 한 분이 신문에 싸인 화병을 구두 상자에 넣은 채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상자를 열어 화병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화병은 30cm 길이로 아랫부분이 볼록한 전구 형태다. 표면은 초록, 파랑, 노랑, 보라 등으로 색칠돼 있다. 숲속의 사슴, 새 등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화병에는 건륭제 시대 작품임을 증명하는 특징적 표시가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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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싱가포르회담서 한미훈련 중단 요구… 트럼프가 수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격 중단 발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13일 밝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훈련 중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쌍중단 요구 수용한 트럼프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북-미 정상 간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며 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했다. 심지어 표현도 노동신문 보도와 비슷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이 요구해 왔던 ‘쌍중단(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단의 전제조건이 ‘선의(good faith)’의 협상임을 강조했다. 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자진 신고와 핵무기 반출 준비 등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를 구두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미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막 귀국했다”면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로웠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북-미 빅딜로 한국 안보 패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검토하고 이를 한국과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를 더욱 원활히 진전시킬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 수용 입장을 밝혔다.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이 당장 중단되거나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유로 훈련 비용을 내세운 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훈련을 ‘값비싼 워게임(War-game)’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핵우산이나 주한미군 등을 놓고서도 ‘빅딜’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요구한 쌍중단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역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일 안보협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은 동아시아 안전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적어도 아직 동아시아에는 갖가지 불안정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 / 조은아 기자}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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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한국 구성원으로 뿌리 내리게 도와야”… ‘그림자 아이’ 페버, 법무부도 감싸안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처럼 자란 나이지리아계 청년에게 법적으로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라는 이유로 추방을 명령했던 정부가 법원의 추방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미등록자란 이유로 아동에게조차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했던 정부가 인도적 가치를 고려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추방의 두려움을 안고 국내에 숨어 사는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될지 기대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 및 구금을 명령했던 미등록 청소년 페버 씨(19)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페버 씨에 대한 추방 취소가 확정됐다고 11일 밝혔다. 페버 씨는 추방의 우려 없이 한국에 살게 됐다. 법무부는 페버 씨에게 어떤 체류자격을 부여할지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 사유 중 하나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성장한 아이를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결정으로 성실하게 성장해온 미등록 아동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정부는 아이들이 ‘미등록’ 신분인 이유가 부모의 불법체류여도 추방을 명령했다. 법률사무소 메리츠의 김봉직 변호사는 “법무부가 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개인적 사정과 인권을 고려해 판단했다. 아동이 스스로 한국에서 형성한 정체성, 교육의 가치 등을 인정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페버 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비자를 연장받지 못해 추방당하자 어머니, 4남매와 함께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페버 씨는 초등학교 때 장학생으로 선정되고 중학교 때 표창장을 받은 데 이어 고교 재학 중 3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매우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평가했다. 추방을 면한 페버 씨는 아직 적절한 체류자격을 주는 비자를 받지 못해 기부금에 의지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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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와 쌀국수 외교’ 美스타셰프 보데인 사망

    미국의 스타 셰프 앤서니 보데인이 8일(현지 시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향년 62세. 보데인은 2016년 5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하노이의 한 서민식당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CNN 요리 프로그램 ‘파츠 언논(Parts Unknown)’ 촬영에 참여 중이던 보데인은 한 호텔 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동료 셰프에게 발견됐다. 뉴욕 출신인 보데인은 대학을 중퇴한 뒤 조리전문학교 ‘미국요리기관(CIA)’을 졸업했다. 2000년 세계 12개국에 출간된 ‘셰프’(Kitchen Confidential: Adventures in the Culinary Underbelly)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그의 죽음에 대해 “그는 상당한 기인이었는데 슬프다. 조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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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목격자’ 사진작가 덩컨 102세로 별세

    6·25전쟁 종군 사진작가였던 미국 출신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사진)이 7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향년 102세. 1916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덩컨은 애리조나대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던 중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를 탐험하기 위해 중퇴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종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군이 태평양에서 일본군을 격퇴하며 오키나와로 진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사진 잡지 ‘라이프’에서 활동한 덩컨은 1950년 6월 일본에 머물다 6·25전쟁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에 올라 전쟁 발발 3일 뒤인 6월 28일 경기 수원 지역에 도착했다. 덩컨의 사진은 참전 군인을 영웅처럼 그린 당시 다른 사진들과는 달리 장병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6·25전쟁 때 사진으로는 낙동강 전선 사수 작전을 펼치던 한 미국 해병대원이 탄약이 떨어진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부상당한 군인이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모습을 담은 것 등이 유명하다. 그는 6·25전쟁 사진 모음집 ‘이것이 전쟁이다’(1990년), 파블로 피카소의 사진집 ‘파블로 피카소의 사적 세상’(1958년)을 펴내기도 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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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조은아]‘빅 사이즈’ 여성들의 승리

    영국 카디프에 사는 25세 여성 리베카 파커 씨는 올봄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 매장 탈의실에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반짝이는 진주가 화려하게 달린 밝은 색 청바지가 마음에 쏙 들어 입어 봤는데 바지가 허벅지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바지는 분명 평소 다른 브랜드에서 즐겨 입던 ‘14’(라지·L) 사이즈였기에 파커 씨는 몹시 당황했다. 그는 ‘내가 살이 쪘나 보다’라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내 H&M이 다른 브랜드와 달리 옷을 지나치게 작게 제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분노한 그는 올 3월 페이스북에 H&M을 향한 공개 편지를 올려 사이즈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H&M이 ‘여성 자주권’과 ‘여성의 연대’를 지지하는 슬로건을 내세워 옷을 판매하는데, 우리가 이런 잘못된 사이즈의 옷을 입고 어떻게 여성으로서 당당함을 느끼겠는가. 내가 13세(사춘기 소녀)였다면 H&M 옷을 입고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기며 슬퍼했을 것이다.” 파커 씨의 편지를 본 영국 여성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뚱뚱하지 않은 몸매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 H&M 옷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다른 경쟁사의 같은 사이즈 옷을 덧대 규격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사진도 공유했다. 결국 H&M은 4일(현지 시간) 허프포스트(옛 허핑턴포스트) 영국판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의류 사이즈를 영국 규격에 알맞게 변경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이젠 H&M에서 ‘10’ 사이즈 옷은 현재 ‘12’ 사이즈만큼 넉넉하게 제작돼 판매된다. 다른 브랜드의 규격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다. 영국 여성들의 ‘사이즈 바로잡기 대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의류산업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을 보여준 일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영국 의류 규격은 1950년대 ‘W F F 켐슬리’라는 남성이 만든 신체 측정 조사를 따르고 있다. 1950년대 이후 한동안 맞춤형 옷을 제작해 입었던 여성들은 사이즈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지내다가 기업의 대형화와 함께 대량 생산이 시작되며 사이즈의 지배를 받게 됐다. 의류 기업들은 드문드문 의류 사이즈 규격 표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정부도 필요성은 알았지만 표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해묵은 관행을 제대로 깬 것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H&M 소비자들의 거대한 승리”라고 평했다. 영국에서 지난달 터진 ‘지방세(fat tax)’ 논란도 날씬하지 않은 여성을 차별하는 패션산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패션 브랜드 ‘뉴룩’은 지난달 큰 사이즈 옷을 더 비싸게 판매해 혼쭐이 났다. 회사 측은 큰 옷을 제작할 때 천이나 시간이 더 들어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노한 소비자들은 “뉴룩이 살찐 고객에게 가격을 더 부과하는 ‘지방세’를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뉴룩은 성명을 통해 “큰 사이즈 여성 의류의 가격 책정을 재고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기업들로서는 여성들의 이런 요구가 리스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역발상을 꾀해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틈새시장’ 개척의 기회로 활용하는 패션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성복이 잘 내놓지 않는 대형 사이즈는 의류시장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레인 브라이언트’ ‘엘로퀴’ 등 신생 기업들은 기존 의류 브랜드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형 사이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영국 블로거들에게 ‘멋쟁이 왕언니’로 통하는 조지애나 혼 씨는 볼록한 배와 굵은 허벅지를 드러낸 채 갖가지 화려한 ‘빅 사이즈’ 옷을 입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스타가 됐다. 빅 사이즈 의류기업의 협찬 1순위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 팔로어는 22만 명이 넘는다. 빅 사이즈 시장에 대한 관심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성들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패션과 같은 일상 곳곳에서 여성 권익을 위한 목소리와 행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성 평등 정책은 거창한 구호나 일부 여성단체만의 운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가 탈의실과 같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분노가 그 시작일 수 있음을 H&M 사례가 일깨워준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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