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한 번만 믿고 따라와 줘.”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2팀. 서주완 경위는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팀원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당시 강력2팀은 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현금 수거를 담당하는 조직원을 막 검거한 참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거점을 두고 조직원만 수백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서 경위는 이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일망타진하길 원했다. 물론 주변 동료들도 당연히 범죄자 소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을 붙잡는 건 요원해 보였다. 중국에서 은밀히 움직이다보니 조직 구성조차 알려진 게 없었다. 하지만 서 경위는 “머리 속에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관둘 수가 없었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지만 일단 부딪혀봤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 중에는 수년 간 모았던 손자의 대학 등록금을 잃은 할머니와 3년간 어렵사리 모은 적금을 모두 빼앗긴 20대 청년도 있었다. 강력반 생활만 22년 차인 서 경위지만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어렵게 붙잡은 현금수거책의 계좌를 역으로 추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밤을 지새가며 이체 내역을 일일이 대조했고, 이를 분석해 사건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현금수거책의 계좌를 추적한 지 6개월째. 지난해 11월 드디어 조직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중국에 있는 한 조직원이 범행수익금을 이체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찾아낸 것. 결국 해당 계좌 소유자인 조직원 A 씨가 중국 비자를 갱신하려 국내에 들어오는 걸 파악해 현장에서 붙잡았다. 하지만 해당 조직원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체포됐을 때를 대비한건지 앵무새 같은 변명만 반복했다. 서 경위는 일단 피의자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일단 A 씨가 구속 수감된 구치소로 계속해서 찾아가 설득했다. 서 경위는 “지속적으로 양심에 호소하면 언젠가 자백할 거라고 믿었다”며 “5차례 계속 가서 진심 어린 조언을 했더니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서 경위에 감화된 A 씨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A 씨는 이후에 “정신 차리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서 경위에게 보내기도 했단다. 제시한 여러 장의 사진들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경찰은 해당 조직원들을 추적해 한국에 입국할 때마다 하나둘씩 붙잡았다. 이미 조직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한 서 경위의 심문에 조직원들은 꼼작도 하질 못했다. 무려 1년 5개월 동안 끈질긴 추적. 서울 성동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322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40억 원가량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4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서 경위와 동료가 작성한 사건 기록만 약 2만2000장이다. 그간 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저지른 범죄는 엄청났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6월경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사를 사칭하며 “당신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속이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검사실과 똑같은 모습의 방을 만들어놓고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해 속이기도 했다. 이 조직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7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확인된 조직원만 170명에 이른다. 하지만 서 경위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범죄자들도 여럿 검거했지만, 아직 피해자들이 제대로 돈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에도 여전히 남은 조직원이 많고, 국내에 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출국길이 막혀 숨어있는 조직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경위는 이들의 가족들에게도 찾아가 양심에 호소하며 설득 중이다. 몇몇 가족들은 중국에 있는 조직원에게 “자수하라”고 연락해주기도 했다. 동료들은 서 경위를 ‘집념이 대단한 경찰’로 평가한다. 서 경위의 부인도 “당신은 형사가 아니라 종교인이 됐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서 경위는 “언변이 뛰어나지 못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했을 뿐”이라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만족하고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추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 경위와 동료들은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검거해나갈 예정이다. 서 경위는 “수사는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라며 “마지막 한 명을 검거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검사실과 똑같은 방을 꾸며놓고 검사인 척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322명으로부터 140억 원가량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45명을 검거해 1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6월경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사로 사칭하며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계좌의 돈을 금감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속이며 범행을 저질렀다. 검사실처럼 꾸민 방을 만들어놓고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수년간 모아온 손자의 대학등록금을 잃은 여성과 대학 졸업 뒤 3년간 부어온 적금을 잃은 20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콜센터 조직원이 범행수익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찾아내며 급물살을 탔다. 이를 추적해 중국 비자를 갱신하려고 국내에 들어오던 계좌 주인인 조직원 A 씨 등을 붙잡았다. 일당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7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확인된 조직원만 107명에 이른다. 경찰은 남은 국내 조직원들을 추적하는 한편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마지막 한 명을 검거할 때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찬 60대 남성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도주했는데도 사건 당일 10시간 넘게 경찰과 법무부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며 검거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1년째 소재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8시 10분경 한 여성을 성폭행한 뒤 도주했다. 피해자는 약 5분 뒤 신고해 울산중부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범행 장소인 A 씨 집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건강보험증 등을 통해 A 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전과 10범인 A 씨는 강도와 절도 등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2017년 9월 병 치료를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나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 씨를 추적했으나 찾지 못했다. 경찰이 A 씨의 동선을 인지한 건 오후 6시 49분경이었다. 법무부가 A 씨의 전자발찌가 경북 경주에서 훼손됐다고 알려왔기 때문이었다. 박 의원은 초동수사에서 경찰과 법무부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봤다. 박 의원은 “성범죄가 벌어지고 전과자인 A 씨의 신원까지 알았는데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감독하는 법무부는 형사사법포털(KICS)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CCTV와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 씨가 경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사라진 뒤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간치상 혐의로, 올해 1월에는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의 관리 감독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고 있는 조두순도 12월 출소 뒤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라며 “경찰과 법무부의 관련 공조 체계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13일 발생한 16개월 입양아 A 양 사망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관련 기관들의 여러 허점이 겹쳐 생긴 비극이었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받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민간기관으로 조사 권한이 제한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기대 상황을 파악했다. A 양의 집 가까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인근 주민센터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A 양 사망 후 이틀이 지나도록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없다” 부모 말만 믿은 아동보호전문기관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 양 사망 당일인 13일 오전 11시경 A 양의 부모와 통화하면서 A 양의 상태와 관련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A 양은 뇌와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5월부터 4개월간 학대 의심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A 양 부모의 주장이 사실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속한 현장 확인이나 경찰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날 A 양이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은 병원 측이었다. A 양의 몸에서 복합골절 등 학대 정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양은 결국 이날 오후 6시경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A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개골 골절과 복부 출혈 등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의심 가정의 1차 조사를 맡고 있지만 민간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해도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구조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양 입양 이후 8개월 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3차례나 경찰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사 때마다 양부모의 말을 믿고 A 양과 양부모를 적극 분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A 양을 진료한 의사는 아이 영양 상태가 의심돼 112에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 입안에 염증이 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체중이 줄었을 뿐”이라는 양부모의 해명을 듣고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역시 A 양 부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 내렸다. 해당 의사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도 800g에서 1kg이 빠지기 어렵다”고 진술했지만 기관과 경찰은 부모 말을 더 신뢰했다. 경찰은 A 양이 결국 사망하자 이제야 A 양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차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의사는 학대 정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문가 판단을 좀 더 신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양 집 코앞에 있던 주민센터도 몰랐다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역할도 아쉬운 대목이다. 동마다 있는 주민센터 소속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확인 방문을 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정황을 발견하면 신고의무자로서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학대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 수시로 가정방문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다. A 양 주거지 인근의 주민센터는 불과 343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본보가 숨진 A 양 관련 취재를 위해 15일 연락할 때까지 A 양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당 공무원이 A 양 학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경로는 거의 닫혀 있었다. 주민센터 담당관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아동 명단을 접수한다. 시스템은 학대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방접종, 학교 결석 여부 등 41개 정보에 근거해 분기별로 관리 대상 아동을 선정한다. A 양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A 양 학대 관련 정황을 지자체와 공유하지도 않았다. 현 규정상 정보 공유 의무가 없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지자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의 정보를 알 길이 없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위기아동 정보 역시 공유되지 않는 상태”라며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유관 기관들 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김태언 기자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상훈이는 짝이 누구야?” “짝…, 그게 뭐야?” 경기 안산에 사는 원상훈(가명·7)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4일 만난 상훈에게 짝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교에서 옆에 같이 앉는 친구’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아하…”라면서도 머뭇거렸다. 상훈의 어머니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하다 보니 친구 이름을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옆에 붙여 앉히질 않으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상훈이는 학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학년이면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어쩌다 가봤자 자리에 앉아서 책만 읽고 온다”며 툴툴댔다. 친구 이름도 한참 만에 4명쯤 얘기하고는 더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 생김새를 물어보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건 올 1월. 그 여파로 전국 초등학교는 제대로 입학식도 개학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19일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초1을 시작으로 전원 등교를 개시한다지만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시대는 초1 신입생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짝은커녕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담임교사의 얼굴도 낯설다. 급식마저 칸막이로 갈라진 자리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빨리 수업만 듣고 오는 곳이었다. 2020년 ‘학교가 처음이었던’ 2013년생 아이들을 만나봤다.○ 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1학년들 상훈이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축구도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서 축구는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뛰면 숨 쉬기가 힘들어 좀처럼 공을 차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았는데. 상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 너무 그립다. 상훈에게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호두랑 히어로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이름을 댔다. 학교가 낯설고 어려운 건 다른 1학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 사는 강시원 군은 최근 “학교를 1주일에 한 번만 가니까 아쉽지”란 엄마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매일매일 가는 곳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논다는 말도 어리둥절해했다. 어머니 박성란 씨(38)는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교랑 너무 달라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친구 1명 사귀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윤지 양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 하필 올해 봄 서울에서 이사 오는 바람에 학교에는 유치원 친구도 없다.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윤지는 학교 가기 전날이 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한다. 어머니 홍정은 씨(38)는 “등교하는 아침마다 윤지가 가기 싫다고 울곤 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물건도 못 빌리게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겠지만, 한창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친구들과 거리 두는 법’부터 배우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나 컴퓨터 원격 수업도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대구에 사는 권도윤 군은 최근 EBS 수업을 듣다가 묘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엄마,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날 시켜주지 않아.” 녹화방송이란 걸 몰랐던 도윤은 TV에 나오는 선생님도 유치원 때처럼 똑같이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도윤이는 이런 수업 방식으로 인해 학교에 대한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경기 광주에 사는 이승희(가명) 양도 도무지 TV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학교에 못 가는 것도 아쉽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보니 자꾸 딴짓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했더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짓기도 했다.○ 가족 중심 ‘콘택트’로 위기 극복해야 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단순히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 1학년’들의 학교생활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친구들과 싸운 뒤 화해도 하고 선생님의 꾸지람도 받아봐야 나름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교감이 줄어드는 건 학생들의 자존감 형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초1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견해 나간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8, 9세는 동료를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김기전 우리두리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은 “실제로 최근 1학년 중 일부가 이를 갈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지지 마라’ ‘나가면 안 된다’ 같은 부정어를 주로 듣다 보니 아이들에게 감정이 억눌리는 경험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체 능력의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안 그래도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학교에 가도 땀 흘려 뛰어놀 기회가 없다.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졌다. 정성우 부산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놀이 중심의 운동이 절실한데, TV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거북목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사회적 언택트(untact)’를 ‘가족 중심의 콘택트(contact)’로 바꾸는 것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 간의 게임’과 ‘마주 보기’를 권장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도 아이들은 또래와 놀 때처럼 사회화를 배울 수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와 동등하게 놀이를 함으로써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중한 체험도 줄 수 있다. 마주 보기는 표정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마스크만 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심 교수는 “가족끼리 한자리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상이나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재홍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과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적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불규칙한 등교로 학교 규율에 익숙지 않은 1학년들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다소 엄격한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 있다. 윤현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등교를 재개하면 초반에 몇몇은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줘야 한다”고 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 김희량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졸업 / 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상훈이는 짝이 누구야?” “짝…, 그게 뭐야?” 경기 안산에 사는 원상훈 군(7·가명)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4일 만난 상훈에게 짝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교에서 같이 옆에 앉는 친구’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아하…”라면서도 머뭇거렸다. 상훈의 어머니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하다보니 친구 이름을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옆에 붙여 앉히질 않으니…”라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상훈이는 학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학년이면 한참 뛰어놀 나이인데 “어쩌다 가봤자 자리에 앉아서 책만 읽고 온다”며 툴툴댔다. 친구 이름도 한참 만에 4명쯤 얘기하고는 더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 생김새를 물어보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건 올 1월. 그 여파로 전국 초등학교는 제대로 입학식도 개학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19일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초1을 시작으로 전원 등교를 개시한다지만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시대는 초1 신입생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짝은커녕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담임교사의 얼굴도 낯설다. 급식마저 칸막이로 갈라진 자리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빨리 수업만 듣고 오는 곳이었다. 2020년 ‘학교가 처음이었던’ 2013년생 아이들을 만나봤다.●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1학년들상훈이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축구도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서 축구는 한번도 해보질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뛰면 숨쉬기가 힘들어 좀처럼 공을 차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았는데. 상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 너무 그립다. 상훈에게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호두랑 히어로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이름을 댔다. 학교가 낯설고 어려운 건 다른 1학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 사는 강시원 군은 최근 “학교를 1주일에 한번만 가니까 아쉽지”란 엄마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매일매일 가는 곳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논다는 말도 어리둥절해했다. 어머니 박성란 씨(38)는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교랑 너무 달라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친구 1명 사귀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남양주에 사는 김윤지 양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 하필 올해 봄 서울에서 이사 오는 바람에 학교에는 유치원 친구도 없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윤지는 학교 가기 전날이 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한다. 어머니 홍정은 씨(38)는 “등교하는 아침마다 윤지가 가기 싫다고 울곤 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물건도 못 빌리게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겠지만, 한참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친구들과 거리 두는 법’부터 배우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나 컴퓨터 원격 수업도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대구에 사는 권도윤 군은 최근 EBS 수업을 듣다가 묘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엄마,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날 안 시켜주지 않아.” 녹화방송이란 걸 몰랐던 도윤은 TV에 나오는 선생님도 유치원 때처럼 똑같이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도윤이는 이런 수업방식으로 인해 학교에 대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경기 광주에 사는 이승희 양(가명)도 도무지 TV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학교에 못 가는 것도 아쉽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보니 자꾸 딴 짓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했더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짓기도 했다.●가족 중심 ‘컨택트’로 위기 극복해야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단순히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 1학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친구들과 싸운 뒤 화해도 하고 선생님의 꾸지람도 받아봐야 나름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 했다. 교감이 줄어드는 건 학생들의 자존감 형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초1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견해나간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8, 9세는 동료를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김기전 우리두리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은 “실제로 최근 1학년 중 일부가 이를 갈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지지 마라’ ‘나가면 안 된다’ 같은 부정어를 주로 듣다보니 아이들이 감정이 억눌리는 경험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체 능력의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안 그래도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학교에 가도 땀 흘려 뛰어놀 기회가 없다.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졌다. 정성우 부산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놀이 중심의 운동이 절실한데, TV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거북목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사회적 언택트(untact)’를 ‘가족 중심의 콘택트(contact)’로 바꾸는 것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 간의 게임’과 ‘마주 보기’를 권장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도 아이들은 또래와 놀 때처럼 사회화를 배울 수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와 동등하게 놀이를 함으로써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중한 체험도 줄 수 있다. 마주보기는 표정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터넷 맘 카페 등에는 ‘마스크만 쓰고 있다보니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심 교수는 “가족끼리 한 자리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상이나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재홍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과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적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불규칙한 가정생활로 학교 규율에 익숙지 않은 1학년들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다소 엄격한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 있다. 윤현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시 등교를 재개하면 초반에 몇몇은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줘야 한다”고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희량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졸업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보수단체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원천 봉쇄되자 한글날인 9일 전국 곳곳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개천절 당시 법원이 창문을 열지 않는 등 방역수칙 9가지 조건을 준수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일부 허가하자 한글날 9대 이하 규모의 차량 시위에 대해서는 금지를 통고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에서 총 237대의 차량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만 2개 단체 총 18대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고, 전국적으로는 총 219대가 차량 시위에 나섰다. 3일 개천절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집을 거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던 ‘애국순찰팀’은 9일 비슷한 코스를 돌며 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해당 단체는 성명문을 통해 “성 착취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며 윤 의원을 비판했다.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다”며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근조(謹弔)’를 의미하는 검은색 차량에 ‘추미애를 추방하라’ ‘우리는 저항한다’ 등의 문구와 태극기를 부착하고 서초구에 있는 조 전 장관 집과 광진구에 있는 추 장관 집 앞을 돈 뒤 오후 5시경 자진 해산했다. 지방 곳곳에서도 정부를 규탄하는 차량 시위가 열렸다. 대구에서는 대구경북블랙시위시민연대 회원들이 차량 13대를 동원해 시위에 나섰다. 우리공화당도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한글날인 9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에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이 개천절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경찰은 주요 길목을 차량과 펜스 등으로 모두 막고, 서울 시내에 57곳의 차량 검문소를 설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휴일 도심 이동을 제한받은 시민들은 도보에서도 목적지와 신분 등을 묻는 경찰의 불심검문이 잇따르자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회 금지를 통보받은 보수단체는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습 기자회견과 1인 피켓 시위, 자전거 시위 등을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차벽과 펜스, 불심검문에 시민들 불편 호소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새벽부터 경찰버스 400여 대를 동원해 광화문 누각에서 시청광장까지 주요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 너머에는 미로 같은 철제 펜스를 촘촘히 놓아 시민들의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3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모두 둘러쌌던 ‘경찰버스 차벽’ 대신 철제 펜스로 대신했다. 광화문역은 광화문광장 쪽으로 나가는 출입구 7개를 개천절 때와 똑같이 차단벽을 내려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차벽과 펜스의 주변에는 경찰 경력 약 1만1000명을 배치해 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의 집합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보수단체 등이 한글날 신고한 집회 1220건 가운데 10인 이상이거나 금지구역에서 신고한 139건에 대해서 금지를 통고했다. 대규모 집회가 모두 금지됐지만 일부 단체에서 집회 강행을 예고해 집합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우려했던 보수단체의 집회 움직임이 없자 오후 2시를 전후해 차벽을 해제했다. 또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불심검문으로 인한 통행 불편과 영업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계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미경 씨(48)는 “휴일을 맞아 나왔는데 길을 건널 때마다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경찰관들이 달라붙어 신원을 물어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권일원 씨(26)는 “부모 세대가 겪었다는 불심검문을 처음 당해봤다”고 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5)는 “출입을 통제해 아예 가게 인근으로 지나다닐 수가 없게 막으니 평소에 비해 손님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피켓 시위, 기자회견, 자전거 시위로 정부 비판 경찰이 금지한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곳곳에선 기습 기자회견과 자전거 시위, 1인 피켓 시위 등이 열렸다. 광화문 인근에서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려다 금지 통고를 받은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인근에 “집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국민의 장치가 집회·결사의 자유인데, 이 수단이 법원의 정치 판결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하는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대문구 독립문과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외신 기자들도 광화문 일대 통제에 주목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의 채드 오캐럴 기자는 9일 트위터에 “지금 서울은 말 그대로 미쳤다(Insane). 평양의 열병식 취재도 다녀왔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적었다. 윌리엄 갤러 미국의소리(VOA) 서울지국장은 서울시청 앞에 미로처럼 설치된 철제 펜스를 지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경찰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실로 엄청난 수의 차단벽과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했다. 한성희 chef@donga.com·박종민·이윤태 기자}

한글날인 9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에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이 개천절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경찰은 주요 길목을 차량과 펜스 등으로 모두 막고, 서울 시내에 57곳의 차량 검문소를 설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휴일 도심 이동을 제한받은 시민들은 도보에서도 목적지와 신분 등을 묻는 경찰의 불심 검문이 잇따르자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회금지를 통보받은 보수단체는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습 기자회견과 1인 피켓시위, 자전거시위 등을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 차벽과 펜스, 불심검문에 시민들 불편 호소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새벽부터 경찰버스 400여대를 동원해 광화문 누각에서 시청광장까지 주요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 너머에는 미로 같은 철제 펜스를 촘촘히 놓아 시민들의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3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모두 둘러쌌던 ‘경찰버스 차벽’ 대신 철제 펜스로 대신했다. 광화문역은 광화문광장 쪽으로 나가는 출입구 7개를 개천절 때와 똑같이 차단벽을 내려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차벽과 펜스의 주변에는 경찰 경력 약 1만 1000명을 배치해 집회 참석하려는 시민들의 집합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보수단체 등이 한글날 신고한 집회 1220건 가운데 10인 이상이거나 금지구역에서 신고한 139건에 대해서 금지를 통고했다. 대규모 집회가 모두 금지됐지만 일부 단체에서 집회 강행을 예고해 집합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우려했던 보수단체의 집회 움직임이 없자 오후 2시를 전후해 차벽을 해제했다. 또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불심 검문으로 인한 통행 불편과 영업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계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미경 씨(48)는 “휴일을 맞아 나왔는데 길을 건널 때마다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경찰관들이 달라붙어 신원을 물어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권일원 씨(26)는 “부모 세대가 겪었다는 불심검문을 처음 당해봤다”고 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5)는 “출입을 통제해 아예 가게 인근으로 지나다닐 수가 없게 막으니 평소보다 손님이 5배는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피켓시위, 기자회견, 자전거 시위로 정부 비판경찰이 금지한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곳곳에선 기습 기자회견과 자전거시위, 1인 피켓시위 등이 열렸다. 광화문 인근에서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려다 금지 통고를 받은 ‘8.15 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인근에 “집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국민의 장치가 집회·결사의 자유인데, 이 수단이 법원의 정치 판결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하는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대문구 독립문과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금지 조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겠다며 막아서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에서는 보수단체의 기습적인 자전거 시위가 열렸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보수단체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원천 봉쇄되자 한글날인 9일 전국 곳곳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개천절 당시 법원이 창문을 열지 않는 등 방역수칙 9가지 조건을 준수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일부 허가하자 한글날 9대 이하 규모의 차량 시위에 대해서는 금지를 통고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에서 총 237대의 차량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만 2개 단체 총 18대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고, 전국적으로는 총 219대가 차량 시위에 나섰다. 3일 개천절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집을 거치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열었던 ‘애국순찰팀’은 9일 비슷한 코스를 돌며 차량집회를 진행했다. 해당 단체는 성명문을 통해 “성착취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며 윤 의원을 비판했다.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한꺼번에 무너트렸다”며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근조(謹弔)’를 의미하는 검은색 차량에 ‘추미애를 추방하라’ ‘우리는 저항한다’ 등의 문구와 태극기를 부착하고 서초구에 있는 조 전 장관 집과 광진구에 있는 추 장관 집 앞을 돈 뒤 오후 5시경 자진 해산했다. 이동 중 여러 차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기도 해 일부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지방 곳곳에서도 정부를 규탄하는 차량 시위가 열렸다. 대구에서는 대구경북블랙시위시민연대 회원 20여 명이 차량 13대를 동원해 시위에 나섰다. 우리공화당도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울산 남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고 연기를 마신 주민 2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주민 수십 명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119에 다급히 구조를 요청하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긴급 대피했지만 헬기 투입이 늦어져 공포에 떨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 14분경 울산 남구 달동에 있는 33층 건물인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2층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위아래로 번져 불길이 건물 외벽 전체를 휘감았다. 불은 도로 건너편에 있는 대형마트 옥상으로 옮겨 붙는 등 빠르게 확산됐다. 소방은 신고 접수 5분여 만인 이날 오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강풍으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는 “불길이 위층부로 연쇄적으로 번지고 있다. 강풍 탓에 건물 내부 진입이 어렵다”고 전했다.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상당수는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119 등에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다. 소방은 화재 현장에서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마셔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 28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주민 23명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몸을 피했다. 하지만 소방은 강풍에 주변이 어두워 옥상에 헬기를 투입하지 못했다. 소방은 구조대원들을 옥상에 올려 보내 구조 전까지 주민들을 보호했다. 대피한 주민은 “자다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비상구와 복도를 통해 겨우 대피했다. 복도에 연기가 자욱해 겨우 비상구를 찾아 옥상까지 올라왔다”며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옥상에 대피한 지인과 통화를 했다는 한 시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보다 연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시작된 거대한 불길은 강풍을 타고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너 롯데마트 옥상으로 옮겨 붙었다. 울산소방본부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100여 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순찰차를 투입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09년 완공된 아르누보 아파트는 33층 규모로 127가구가 입주해 있다.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박종민 기자}

울산 남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고 연기를 마신 주민 28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갑작스런 화재로 주민 수십명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119에 다급히 구조를 요청하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긴급대피 했지만 헬기 투입이 늦어져 공포에 떨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 16분경 울산시 남구 달동에 있는 33층 건물인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3층 아파트 테라스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위아래로 번지면서 검붉은 불길이 건물 외벽 전체를 휘감았다. 불은 도로 건너편에 있는 대형마트 옥상으로 옮겨붙는 등 순식간에 확산됐다. 소방은 신고 접수 4분만인 이날 오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주변에 강한 바람이 불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는 “불길이 위층부로 연쇄적으로 번지고 있다. 강풍 탓에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상당수는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119 등에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현장 접근이 어려워 구조가 지연됐다. 소방은 화재 현장에서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마셔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 15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주민 40여 명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을 피했다. 하지만 헬기 투입이 지체돼 구조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옥상에 대피한 지인과 통화를 했다는 한 시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보다 연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대구 중앙구조본부에 헬기 출동을 요청했다. 울산 본부의 헬기가 정비 중인 상황이어서 바로 출동이 어렵다“고 밝혔다. 아르누보 아파트에서 시작된 거대한 불길은 강풍을 타고 왕복 9차선 도로를 건너 롯데마트 옥상으로 옮겨 붙었다. 울산소방본부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100여 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순찰차를 투입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09년 완공된 아르누보 아파트는 33층 규모로 127세대가 입주해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가느다란 주삿바늘도 무서워 떨던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요.”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6세 아이를 잃은 아버지 A 씨는 한마디 한마디마다 울컥울컥했다.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는 “세상을 떠난 둘째는 만나는 사람 모두 ‘웃음이 예쁘다’며 좋아했다”며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한창이던 당시, A 씨의 아이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대낮에 햄버거 가게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만취한 5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으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엄마는 햄버거 매장이 밀폐된 공간이라 코로나19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타인도 배려하려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발인 날 둘째가 가장 좋아하던 예쁜 줄무늬 셔츠와 면바지를 입혀 떠나보냈습니다. 멋있는 해병대사령관이 되겠다며 고사리 손으로 신문을 오려 벽에 붙여두던 아이였는데…,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네요.” 7일 찾아간 현장은 아직도 사고 흔적이 남아있었다. 가로등은 교체됐지만, 인근 보도블록은 곳곳이 깨져 있었다. 매장 앞엔 시민들이 남긴 꽃다발과 메모가 놓여 있었다. “우리 음주운전 없는 나라에서 만나자, 행복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매장 앞에서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손자를 안치한 추모공원까지 매일 간다. 지하철 등을 타고 왕복 5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싶어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어르신은 시민들이 남긴 꽃다발 옆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쓴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A 씨 부부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가해자는 운전업계에 종사하며 예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올바른 처벌이 이뤄져 이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기준 약 2만3000명이 동의했다. A 씨는 “가해자는 사고 다음 날 조문을 왔을 때도 심하게 술 냄새를 풍겼다”고 분개했다. “애 엄마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탓하며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요. 저 역시 아들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음주운전은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비극이에요. 제발 좀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가느다란 주사바늘도 무서워 떨던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요.”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6살 아이를 잃은 아버지 A 씨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울컥울컥했다. 7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A 씨는 “세상을 떠난 둘째는 만나는 사람 모두 ‘웃음이 예쁘다’며 좋아했다”며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한창이던 당시, A 씨의 아이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대낮에 햄버거 가게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만취한 5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으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엄마는 햄버거 매장이 밀폐된 공간이라 코로나19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타인도 배려하려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발인 날 둘째가 가장 좋아하던 예쁜 줄무늬 셔츠와 면바지를 입혀 떠나보냈습니다. 멋있는 해병대 사령관이 되겠다며 고사리 손으로 신문을 오려 벽에 붙여두던 아이였는데…, 꿈을 이를 수 없게 됐네요.” 7일 찾아간 현장은 아직도 사고 흔적이 남아있었다. 가로등은 교체됐지만, 인근 보도블록은 곳곳이 깨져있었다. 매장 앞엔 시민들이 남긴 꽃다발과 메모가 놓여있었다. “우리 음주운전 없는 나라에서 만나자, 행복해”란 글귀가 적혔다. 매장 앞에서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손자를 안치한 추모공원까지 매일 간다. 지하철 등을 타고 왕복 5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싶어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어르신은 시민들이 남긴 꽃다발 옆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 쓴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A 씨 부부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가해자는 운전업계에 종사하며 예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올바른 처벌이 이뤄져 이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기준 약 2만3000 명이 동의했다. A 씨는 “가해자는 사고 다음날 조문을 왔을 때도 심하게 술 냄새를 풍기며 왔다”고 분개했다. “애 엄마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탓하며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요. 저 역시 아들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음주운전은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비극이에요. 제발 좀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에 2주 가까이 머물던 한 외국인이 퇴소를 약 5시간 앞두고서 ‘땅굴’을 파고 도주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4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격리 시설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20대 남성 A 씨가 무단이탈했다”고 6일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입국한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해당 시설에 입소했다. 그런데 격리가 종료되는 5일 0시를 약 5시간 앞두고 시설에서 도망쳤다. 경찰과 방역당국은 A 씨가 시설 외부에 임시 설치된 두께 약 10㎝의 가벽 아래 화단 흙을 파고 그 틈새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A 씨가 판 것으로 보이는 땅굴 인근에 그가 착용했던 실내화와 방 키가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입국 시 가져왔던 짐을 대부분 남겨둔 채 지갑과 여권 등 일부만 챙겨 달아났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당 시설 관계자들은 A 씨가 도주한 사실을 다음날인 5일 오전 7시반경 파악했다. A 씨의 퇴소 절차를 밟으려고 그를 찾던 도중에 도주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해당 시설은 주기적으로 입소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별도의 절차는 없으며, 도시락 배달이나 증상 확인 전화 등으로 입주 상태를 확인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입소자의 소재 파악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 말했다. 방역당국은 A 씨가 퇴소를 몇 시간 앞두고 시설을 탈출한 이유가 불법체류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A 씨는 교대선원(C-3-11) 비자를 받고 입국해 퇴소 뒤에 부산에서 한 선박에 탑승해 일하기로 예정된 상태였다”며 “배에 탑승하기 싫어서 무단이탈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현재 A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 인근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 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얼른 어묵만 사서 차로 왔어요. 먹고 곧장 출발하려고요.” 2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를 찾은 류모 씨는 휴게소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 차 안에서 남편과 나눠 먹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휴게소를 몇 번 더 들러야 하지만 가급적 차에서 내리지 않기로 했다. 류 씨는 “차에서 음식을 나눠 먹으니 오붓하고 좋다”며 “귀성을 택한 만큼 방역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추석 귀성길 풍경도 바꿔놓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휴게소 방역강화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96개 휴게소에서 실내 음식 섭취가 금지됐다. 휴게소를 찾은 이용객은 구입한 음식을 차량 안이나 가림막이 설치된 외부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 방역강화대책 시행 첫날 동아일보가 찾은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와 마장휴게소, 충남 당진시 행담도휴게소는 예년에 비해 한산했다. 휴게소마다 많게는 100여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지만 이용객 대부분이 차 안에 머물러 정작 눈에 보이는 이들은 적었다. 실내를 가득 채웠던 테이블과 의자는 푸드코트 한편으로 치워졌고, 수십 종에 달하던 메뉴도 국물 없이 포장이 쉬운 5, 6개로 간소화됐다. 외부 테이블마저 치워 버린 덕평자연휴게소는 편하게 앉아 식사할 공간마저 없었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은 쓰레기통 주변에 서서 옆 사람과 거리를 두고 음식을 먹기도 했다. 가족과 휴게소를 찾은 A 씨는 “뉴스로 보고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자리가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며 서둘러 어묵과 떡볶이를 먹고 자리를 떴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돌아선 김승수 씨(60)도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다. 장남이라 부모님이 걱정돼 귀성길에 나섰지만 방역 수칙만큼은 철저히 지킬 계획”이라며 컵라면만 사 들고 차로 돌아갔다. 마장휴게소는 푸드코트는 물론이고 화장실 앞에도 직원 1명을 두고 이용객들에게 출입명부를 쓰도록 했다. 일부 이용객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이정필 마장휴게소장은 “화장실 출입명부 작성을 해보니 이용객들을 통제하기 어려워 30일부터 직원 1명을 더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행담도휴게소 푸드코트 입구에선 직원들이 수기 명부 대신에 ‘간편 전화 체크인’ 활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휴게소별로 부여된 가상 번호에 전화를 걸어 방문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행담도휴게소를 찾은 최모 씨(49·여)는 “수기 명부를 작성하며 정보 노출을 걱정했는데 전화는 1초 만에 끝나니까 편하고 안심된다”며 “여려 명이 동시에 체크인하다 보니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당진=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천=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이천=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학과 4학년}
개천절 도심 대면 및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경찰은 집회 신고 단체들이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기로 한 만큼 대규모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인식 ‘8·15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29일 오후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천절에 각자 전할 말을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으로 집회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8·15비대위는 다음 달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00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종로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금지 통고를 받았다. 이후 광화문광장 근처 동화면세점 앞에서 200명이 참석하는 규모로 집회를 축소 신고했지만 이마저 금지 통고를 받았고 25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8·15비대위 측이 계획하고 있는 다수의 1인 시위를 불법 집회 시도로 보고 있다.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단체 주도로 같은 공간에서 1인 시위하는 것을 사실상 불법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15일 광복절 집회 당시 동화면세점 앞 인도 등에서 100명 규모의 집회만 허가됐으나 사랑제일교회 등에서 온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실제 집회 인원이 수천 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8·15비대위 측의 1인 시위도 대규모 집회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15비대위 외에도 여러 단체에서 1인 시위를 나가라고 선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제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28일 10인 미만의 집회라도 대규모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지 통고를 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천절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1184건 가운데 10인 이상 규모이거나 장소가 집회 금지 구역에 해당돼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집회는 137건이다. 서울시도 경찰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집회 금지 처분을 각 단체 등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금지된 집회가 열릴 경우 주최자와 참여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해당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차량 200대 규모의 도심 행진 시위를 신청했다가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측은 우선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최명진 사무총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왔고 위법을 저지를 수는 없으니 판단을 따르겠다. 하지만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에 분노한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 등은 30일 법원과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경찰은 개천절에 차량 행진 시위를 강행할 것에 대비해 광화문광장 주변 등 도심권 주요 도로를 현장 상황에 따라 통제하기로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차량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며 “차량집회를 허용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없이 수립된 정부의 무관용 방침은 헌법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지민구 warum@donga.com·이지훈·박종민 기자}
“확진자가 또 늘어나면 안 되잖아요. 올해 추석 차례상은 인증 샷을 찍어서 친척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신재희 씨(25)는 올해 설날에 이어 이번 한가위도 친척들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 평소라면 친가와 외가가 있는 대구에 많은 친척이 모였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는 한 번도 함께하질 못했다. 신 씨는 “설날에 ‘추석엔 꼭 보자’ 약속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요즘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하는 ‘비대면 예절’이 추석 트렌드가 된 만큼 이에 맞춰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올해 추석은 ‘따로 한마음’ 명절로 보내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9%가 “추석 때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79.2%가 ‘코로나19’를 꼽았다. ○ 터미널은 한산, 선물 배송은 북적 대학생 A 씨(26)도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A 씨는 “추석 연휴에 할머니 댁에 가지 않는 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A 씨 가족은 평소 아버지가 폐질환까지 앓고 있어 귀향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먼저 “내려오지 말라”고 연락해 오셨다. “다른 친척들도 고심이 컸을 텐데, 할머니께서 먼저 ‘아무도 내려오지 말라’고 모두에게 공지하셨어요. 당연히 서로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렇게 해야 가족도 지키고 함께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추석을 닷새 정도 앞둔 주말인 25, 26일 서울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도 이런 분위기 탓인지 다소 한적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 첫날인 30일 하행 열차 예매율은 현재 40.6%다.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의 97.2%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서울역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정모 씨(55)는 “체감상 지난해 추석 전 주말보다 70%가량 이용객이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때면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전했다. 고향 방문은 포기했어도 감사를 전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백화점 선물배송상담센터 등은 선물을 보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은 선물 배송을 접수하려면 20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전남 함평에 계시는 시어머니가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며 “일단 선물세트로 마음을 전하고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면 찾아뵐 계획”이라고 전했다.○ 28일부터 2주간 추석 특별방역 서울시는 28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 밤 12시까지를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이어간다고 27일 밝혔다. 특별방역기간 중 백화점이나 마트 등 대형 쇼핑몰 217곳에선 시식코너를 운영하면 안 되고 전통시장 350곳에도 주 출입구에 방역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시는 서울시내 터미널 5곳에 감염 의심자 격리소를 마련하고 방문판매업체 등 특수판매업체 398곳이 집합금지 명령을 이행하는지 등도 불시 점검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연휴기간 동안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재차 권고했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 차원에서 점검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에 따라 방역의 성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며 “부득이하게 가족이나 친지 등을 방문할 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 준수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박종민 blick@donga.com·박창규·강동웅 기자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정부와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차량 행진을 비롯한 모든 형식의 집회를 강력 차단할 방침인 가운데 수도권에서 또 다른 차량 집회를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라 하더라도 차량 집회까지 막는 건 국민의 기본권 제약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수원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서형주)는 26일 ‘분당 서현동 110번지 주민 범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차량 행진의 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 단체는 정부의 신혼희망타운 조성 계획을 철회하라며 차량을 이용한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이 금지 통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차량을 이용해도 준비나 해산 등의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같은 날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서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차량 행진을 개최했다. 마포유수지 주차장∼서초소방서, 사당 공영주차장∼고속터미널역, 도봉산역 주차장∼신설동역, 신설동역∼왕십리역, 강동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등 5개 장소에서 각각 9대 이하, 모두 30여 대의 차량을 이용했다. 이 단체는 개천절에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200대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의 금지 통고를 받았다. 단체 관계자는 “28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 기각되면 서울을 20여 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마다 9대 이하의 차량 행진을 신고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집회 ‘쪼개기 신고’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쓰는 것으로 금지 대상”이라고 반응했다. 정부는 차량 집회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집회 시도 자체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차단할 것”이라며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단체들은 이제라도 무모한 행위를 멈추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25일 불법 집회의 차량 운전자는 면허 정지나 취소 등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한 대응이 다소 무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찰이 (차량 집회에 대해) 이중 삼중 차단을 말하는 것은 정권을 비판할 길목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방역에 지장이 없으면 막을 근거가 있나. 법을 잘 지킨다면 그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위배되지 않는 집회라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게 공권력의 역할”이라 주장했다. 차량 집회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취소 조항에 차량 시위가 취소 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신체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박상준 기자}

“확진자가 또 늘어나면 안 되잖아요. 올해 추석 차례상은 인증 샷을 찍어서 친척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신재희 씨(25)는 올해 설날에 이어 이번 한가위도 친척들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 평소라면 친가와 외가가 있는 대구에 많은 친척이 모였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는 한 번도 함께하질 못했다. 신 씨는 “설날에 ‘추석엔 꼭 보자’ 약속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요즘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하는 ‘비대면 예절’이 추석 트렌드가 된 만큼 이에 맞춰 보낼 예정”이라 말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올해 추석은 ‘따로 한마음’ 명절로 보내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9%가 “추석 때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79.2%가 ‘코로나19’를 꼽았다. ●터미널은 한산, 선물 배송은 북적대학생 모재성 씨(26)도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모 씨는 “추석 연휴에 할머니 댁에 가지 않는 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라 말했다. 최근 모 씨의 아버지가 수술까지 해 가족은 고민이 깊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먼저 “내려오지 말라”고 연락해오셨다. “다른 친척들도 고심이 컸을 텐데, 할머니께서 먼저 ‘아무도 내려오지 말라’고 모두에게 공지하셨어요. 당연히 서로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렇게 해야 가족도 지키고 함께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추석을 닷새 정도 앞둔 주말인 25, 26일 서울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도 이런 분위기 탓인지 다소 한적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 첫날인 30일 하행 열차 예매율은 현재 40.6%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의 97.2%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질 않는다. 서울역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정모 씨(55)는 “체감 상 지난해 추석 전 주말보다 70%가량 이용객이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때면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전했다. 고향 방문은 포기했어도 감사를 전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백화점 선물배송상담센터 등은 선물을 보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은 선물 배송을 접수하려면 20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전남 함평에 계시는 시어머니가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며 “일단 선물 세트로 마음을 전하고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면 찾아뵐 계획”이라고 전했다.●28일부터 2주 간 추석 특별방역서울시는 28일 0시부터 다음달 11일 밤 12시까지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이어간다고 27일 밝혔다. 특별방역기간 중 백화점이나 마트 등 대형 쇼핑몰 217곳에선 시식코너를 운영하면 안 되고 전통시장 350곳에도 주 출입구에 방역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시는 서울시내 터미널 5곳에 감염의심자 격리소를 마련하고 방문판매업체 등 특수판매업체 398곳이 집합금지 명령을 이행하는지 등도 불시 점검도 벌이기로 했다. 정부도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재차 권고했다. 17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추석)만큼은 부모님과 친지들을 직접 대면하지 말고 안전과 건강을 챙겨드리는 것이 최대의 효도이고 예의”라며 “따뜻한 전화 한 통과 사랑이 담긴 선물 등으로 ”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을 함께 나누는 풍요로운 추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박창규 기자 kyu@donga.com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