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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조사단과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던 와중에도 경기 광명·시흥의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3355㎡ 규모 밭에서는 10일 나무 식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광명·시흥 일대 10개 필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LH 경기지역본부 3급 직원의 옥길동 땅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인부들은 7일부터 4일간 이 곳에 무궁화와 단풍나무 등을 심고 잡초가 자라지 않게 부직포를 덮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곳은 지난해 8월 총 6명이 지분을 쪼개 매입했다. 그 전까진 한 농민이 1982년부턴 38년 간 보유했다. 인근 주민들은 “땅 주인이 와서 밭을 살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무 심기 작업도 모두 용역 업체 인부들이 했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의뢰받은 대로 나무를 심기만 했다. 의뢰한 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말을 아끼다가 “갑자기 안 심던 나무를 심은 걸 보면 투기가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용 목적을 뜻하는 지목 항목이 ‘논(畓)’으로 표기되어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덤프트럭이 동원돼 흙을 매워 밭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한 토지 전문 감정평가사는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논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논을 매입한 경우 대부분 밭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11일 광명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토지 소유주들은 땅을 매입하며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주 재배 예정 작물은 ‘벼’로, 노동력 확보 방안은 ‘자기노동력’으로 기재했다. 재배 예정 작물을 사실과 다르게 적거나 직접 농사를 지을 것처럼 써놓고 실제로는 작업 인부를 동원하는 것은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신도시 개발예정지인 시흥시 과림동에는 최근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묘목 식재 등 작업이 중단된 곳도 있다. 이날 과림동의 한 논에는 중앙에 직사각형 형태의 녹색 펜스가 쳐져있고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철골 등 자재가 쌓여있었다. 이곳은 1978년 이후 거래가 없다가 올 1월 2명에게 분할돼 거래됐다. 인근의 한 업체 관리인은 “2월 중순까지 한창 이런저런 작업을 하더니 2월말부터 갑자기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며 “투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과림동은 LH 직원들이 매입한 땅 중 7개 필지가 포함된 곳이다. 과림동 주민에게 “LH 직원에게 소개를 받아 산 땅”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땅 소유주도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과림동의 1056㎡ 규모의 밭을 매입한 한 소유주는 동네 주민에게 인사를 하면서 “LH에서 이곳을 사면 곧 개발제한이 풀린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취재팀이 해당 소유자의 밭에 가보니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1m 50㎝ 높이의 대추나무 묘목들이 1m 간격으로 심어져있었다. 한 주민은 “(땅주인이) LH 직원이랑 친하다고 얘기하더라”며 “밭을 산 뒤 대추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올해 1월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커야 하는데 빽빽이 심어놓고,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나무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지구의 땅을 여러 곳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3급 A 씨가 신도시 개발지역 인근인 시흥시 매화동에도 2645m² 규모의 땅을 올 1월에 공동 매입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A 씨는 올해 1월 시흥시 매화동의 한 농지를 3명과 공동으로 매입해 지분을 4분의 1씩 나눠 가졌다. 매입가는 총 16억 원으로 1평(약 3.3m²)당 200만 원 정도다. 국토교통부 발표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가 광명·시흥지구 일대에 보유한 땅은 5개 동 10개 필지다. A 씨와 A 씨 아내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토지 규모가 약 5248.25m²에 매입가가 약 18억9723만 원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매화동 땅은 개발지역과 불과 2km 떨어져 있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땅이라고 한다. A 씨가 보유한 개발지역 내 땅은 기대 수익이 토지 보상액 등으로 제한되는 데 비해 매화동 땅은 개발 후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인근 업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매화역도 가까워 호재가 많다. 이미 평당 20만∼30만 원 정도 올랐고 요즘은 매물이 없어 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광명·시흥 일대 농지를 구매하며 농업경영계획서에 ‘고구마’ 등을 재배 예정 작물로 기재해두고 실제로는 보상에 유리한 용버들 같은 묘목을 심는 수법을 반복했다. 매화동 땅에서도 이 같은 시도를 한 정황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농지에는 한 농민이 이전에 배추와 파 등을 키우고 있었는데, 1월 땅이 팔린 후 부동산 중개업자가 찾아와 “나무를 심어야 하니 5월까지 땅을 모두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토지 전문가는 “해당 지역은 개발지역 밖이라 묘목을 심어도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관할 지자체의 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위장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H 전북지역본부에서 근무한 직원 B 씨(3급)가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광명시 개발지역 땅 1623m²를 구매한 사실도 이날 추가로 드러났다. 해당 토지는 2017년 8월 3명이 4억9000만 원에 공동으로 매입했는데, 공유자 중 한 명은 B 씨의 아내였고 나머지 한 명은 B 씨의 친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어머니가 2019년 광명시 가학동의 땅 66m²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부지는 이번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양 의원 측은 “모친의 투자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친과 논의해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하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은영 의원의 어머니 A 씨가 3시 신도시인 하남 교남 일대의 땅을 사들여 수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에서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명·시흥=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지윤·박종민 기자}

경기 광명과 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던 내용과 전혀 다르게 농지를 운영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벼를 재배하겠다고 해놓고 묘목을 심고, 자기 노동력만으로 농사를 짓겠다면서 승합차로 인부들을 동원한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산 뒤 지자체에 허위 신고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시흥시와 광명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3급) 등 LH 직원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광명·시흥지구 내 필지 14곳 중 8곳의 농업경영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은 투기 방지를 위해 경영 목적의 농지를 매입한 경우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을 증명받아야 한다. 이들 농지의 운영 실태를 확인한 결과 계획서에는 주재배 작물 칸에 ‘벼’ ‘고구마’ ‘옥수수’ 등이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는 용버들 같은 손이 덜 가는 묘목이 빽빽이 심어져 있었다. 또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방안’ 항목에 ‘자기 노동력’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도 사실과 달랐다. A 씨 등이 보유한 시흥시 과림동 농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보면 지난달 28일 묘목 심기 작업에 동원된 조경 인부 12명이 승합차를 타고 A 씨의 농지로 가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A 씨가 소유한 광명시 옥길동의 농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A 씨가 2018년 3월 말쯤 와서 용버들을 심었다. A 씨는 1년에 대여섯 번 정도 왔다”고 전했다. A 씨 등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고도 농지를 경영할 것처럼 허위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농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사후 실사를 통해 농지가 신고한 대로 운영되는지 지자체가 점검해야 하는데 A 씨는 적발된 적이 없다. A 씨는 정왕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3개 필지도 추가로 보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A 씨는 2017년 1월 경매를 통해 농지 1950m²와 도로 228m²를 또 다른 인물과 공동으로 매입했다. A 씨는 약 10개월 뒤 이 땅을 담보로 3억6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 땅은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시흥시 등의 주도로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복합단지로 개발되는 프로젝트 부지에 포함돼 있다.광명·시흥=조응형 yesbro@donga.com / 김윤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그래도 3·1절, 광복절엔 태극기를 찾는 분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한 개도 팔리질 않네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국기·깃발 판매업체. 사장 김모 씨(52)는 “오늘도 손님이 한 명도 찾아오질 않았다”면서 “올해 들어 태극기는 하나도 팔아보질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가게에 머물렀지만, 문의를 하려고 잠시 들르는 고객조차 없었다.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죠. 국경일이면 일주일 전부터 태극기를 찾는 시민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한반도를 가득 메웠던 독립만세의 함성을 기념하는 3·1절을 맞았지만, 주인공 ‘태극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프라인 행사를 대부분 중단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집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태극기는 저렴한 ‘중국산’이 대부분이라 국내 제조사들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의 한 태극기 제조업체는 이런 휑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1990년대부터 태극기를 제조해왔다는 이 업체의 창고에는 약 4만5000장의 태극기가 갈 곳 없이 쌓여만 있었다. 한때 국경일이 다가오면 40∼50대의 재봉틀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광경은 이미 오래전 일. 이면식 대표는 “3·1절은 물론이고 제헌절 광복절 등이면 단체 주문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이 80% 이상 줄어들어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사무실도 없앨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 업계가 타격을 입은 건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저가의 중국산 태극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도 골칫거리다. 특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크기의 태극기는 집회 측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인지 중국산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태극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엄격하게 태극기를 만들다 보니 제작비용이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은 제대로 규격도 맞지 않지만, 관공서와 달리 이를 지킬 필요를 못 느끼는 민간에선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갈수록 중국산만 찾다 보면 “더 이상 국기(태극기)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래원 씨(77)는 “중국산 태극기는 원단 재질과 마감 처리도 떨어지지만, 태극기 건곤감리가 잘못돼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를 운영하는 정구택 대표는 “제대로 만들어진 국산 정품의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태극기를 이용하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일반 가정의 태극기 구입도 크게 줄었어요. 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언젠가부터 태극기 하면 일부 집단의 ‘정치적 상징’처럼 돼버려서 스스럼없이 바깥에 내다 걸기가 어색해졌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지키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태극기가 이런 대접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A 태극기 제조업체 대표)전남혁 forward20@donga.com·이지윤·이윤태 기자}

“위험을 무릅쓰고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꼭 등교를 해야 할까요? 매일 주위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주말나들이 못한 지도 1년이 넘었는데….”(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천모 씨·제주) “저희는 맞벌이라 지난해 매일 아이 온라인 수업 챙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다음 주부터 등교한다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네요.”(김승미 씨·충남) 다음 달 2일, 2021학년 새 학기 첫 등교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사 일정이 엉망이었지만, 올해 교육당국은 최대한 대면수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4차 팬데믹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에 꼭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의견과 유치원생, 초교 저학년처럼 다른 학년도 매일 등교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팽팽하다. 일선 학교 현장에선 행여 확진자라도 나올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학생들의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수업, 더 이상 감당이 안 돼요.”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등교 수업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거리 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전교생 중 등교 가능한 인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현행 거리 두기가 유지된다면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매일 등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앞서 18, 1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부모의 74.2%는 거리 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 3분의 2가 등교하는 의견에 찬성했다. 현행 교육부 거리 두기 단계별 학사운영 방침에 따르면 2단계는 밀집도 3분의 1이 원칙이나 최대 3분의 2도 가능하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들도 상당수가 등교에 찬성했다. 13명 가운데 9명이 등교 수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2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난해 온라인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수업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였어요. 일단 아이는 집에서 덩그러니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전혀 집중을 못했어요. 부부가 돌아가며 애를 ‘감시’하는 것도 못할 일이었고요. 방역만 잘 지켜진다면 대면 수업이 훨씬 도움이 되겠죠.”(박지윤 씨·경기 광명) 온라인 수업으로 벌어진 학생들의 교육 격차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A 교사는 “같은 1학년이라도 교과서를 술술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숫자도 잘 몰라 몇 페이지를 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며 “가끔 하는 대면 수업 때마다 아이들 수준이 눈에 띄게 벌어져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전했다.○ “매일 등교,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기분”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 교사(26). 그는 최근 개학을 준비하며 학교 복도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1m 간격으로 붙이고 있다. ‘1m’라는 거리 개념을 잘 모르는 저학년을 위해 거리 두기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B 교사는 “아이들을 억제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지난해보다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어 기쁜 만큼 걱정도 많아진다. “제발 우리 학교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C 교사는 “솔직히 방역에 신경 쓴다고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특히 저학년들은 아무래도 돌발변수가 많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급식시간이다. 밥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맨얼굴을 마주하면 아이들이 서로 조잘거리고 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한 교사는 “자리도 띄우고 가림막도 설치하지만 100명이 넘는 아이가 모여 급식을 하다 보면 100% 통제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교실 내 1m 거리 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있다. ‘학교시설·설비기준령’에 따르면 한 교실의 기준 면적은 약 66m². 전문가들은 “1m 거리 두기를 지키려면 한 명당 4m²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66m²짜리 교실은 16명을 수용하면 적절한 크기”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1.8명이다. 31명이 넘는 과밀학급도 전국에 4068곳이나 된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반은 학생이 30명이다 보니 서로 거리가 50cm도 안 되는 것 같다. 교실 숫자도 제한돼 반을 나눠 수업하기도 어렵다. 이러다 확진자가 나오면 당장 거리 두기 수칙을 안 지켰다는 지적이 나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m 거리 두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특히 쉬는 시간이나 화장실에 갈 때 마스크 착용 지침을 잘 지키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2021년은 학교에서 학사 일정을 예측 가능하도록 운영하겠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며 ‘예측 가능한 학사 일정 운영’을 주요 방침으로 꼽았다. 지난해 경험을 잘 반영해 올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당장 다가온 개학 이후 일정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인터뷰한 상당수 학부모가 24일 기준 수업 일정을 아직 공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박좌유 씨(38)는 “학교에서 반 배정도 개학 닷새 전쯤에야 알려줬다. 학사 일정은커녕 방역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안내문 한 장이라도 배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도 등교 방침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해 선제적으로 고지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괜히 미리 고지했다가 방침이 바뀌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단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거리 두기 단계가 변경될 경우엔 해당되는 첫 주는 이전 단계에 맞춰 운영하면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학부모들이 왜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 교사(36)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현장에선 난리가 났다. 수시로 방역지침이 바뀌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미리 확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결국은 교육부가 산하 교육청 관계자, 각급 학교 교직원, 학부모들과 적극 소통해 시기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의 개별적인 방역 노력에 기댈 게 아니라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확한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지윤 asap@donga.com·전남혁·조응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한 예비 대학생들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 21학번 신입생들이다. 물론 이들이 진짜 캠퍼스에서 만난 건 아니다. 새내기 OT가 열린 곳은 ‘스위트 캠퍼스’. 컴퓨터 3D로 구현한 가상의 공간이다. 연세대 공과대학생회 ‘벡터(VECTOR)’는 코로나19로 얼굴을 맞대기도 어려워진 학생들을 위해 가상의 연세대 교정을 만들었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처럼 스위트 캠퍼스에 접속해 들어가 서로 인사도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겼다. 스위트 캠퍼스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임도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모바일게임 ‘어몽 어스’를 패러디해 ‘교수님께 메일 쓰는 법’ ‘공학물리 실험’ 등 맞춤형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 명에게 교수(술래) 역할을 맡기고, 다른 학생이 술래를 피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학생회는 16일 유튜브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서 비대면 OT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회 간부인 이기창 씨(21)는 “비대면으로 치러졌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재밌는 요소들을 담았다”며 “대면으로 교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올해도 잦아들지 않으면서 대학가의 신입생 OT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모조리 취소돼버렸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과 학생회 등이 미리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성균관대는 21학번 입학식 행사 가운데 하나로 19일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했다. “그동안 매일 교복만 입었는데, 대학생처럼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신입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대학에서 마련한 생중계에는 다른 두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신입생들은 이를 지켜보며 마음에 드는 쪽에 투표를 하고, 1위를 한 스타일에 투표한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OT나 환영회를 즐기지 못한 20학번 학생들을 위해 ‘헌내기 OT’를 준비했다. 5일 20학번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미 배움터’였다. OT를 ‘새내기 새로배움터’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다. 행사의 초점은 1년간 대학을 다녔지만 제대로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교류’에 맞춰졌다. 학생 200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만나 10명씩 조별로 모여 게임을 진행했다. 공식 행사도 반응이 뜨거웠지만 아쉬움이 남은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소규모 화상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평소 대학가 인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뒤풀이 성격이다. 박영민 씨(20·재료공학부 20학번)는 “함께한 지 1년이 됐는데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대학 축제도 올해는 어떻게든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윤태 기자}

‘줌’ 차례… 드라이브스루 성묘… 언택트 설, 마음은 한자리에다가오는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는 마음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난 추석에 사상 첫 ‘언택트 명절’을 경험하면서 비대면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점이다. 온라인 차례부터 드라이브스루 성묘에 이르기까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봤다. 부산에 사는 김지영 씨(40·여)는 지난달 시아버지 제사를 온라인으로 지냈다. 원래는 시어머니와 4남매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시어머니가 모이지 말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도 못 만나 서운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랜선 제사’를 제안했다. 다들 자녀의 온라인 수업으로 ‘줌’에 익숙해진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큰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되, 각자 집에서 원하는 대로 과일이나 술 등을 곁들였다. 김 씨의 세 자녀는 ‘할아버지 편히 주무세요’라고 쓴 밤하늘 그림을 그려 상에 함께 올렸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들 웃음이 터졌다”면서 “서로 ‘제사에 이렇게 웃어도 되느냐’고 할 정도로 반갑고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게 된 데 따른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방역 노하우가 쌓이고, 지난해 추석에 한 차례 ‘언택트 명절’을 경험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온라인’ ‘드라이브스루’ ‘대리’ 등 슬기로운 방식으로 명절의 정을 나누는 ‘신예기(新禮記) 팁’을 알아봤다.○ 온라인으로 흐르는 예와 추모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대 A 씨는 지난 추석에 ‘줌(Zoom)’을 활용해 차례를 지냈다. 평소 명절이나 기일에는 서울에 사는 두 동생 가족이 A 씨 집으로 찾아오지만 언택트 명절을 위한 조치였다. 화면 너머 가족들이 “아버지 좋아하시던 보쌈 좀 많이 집어주세요” “술 한잔만 더 올려주세요”라고 말하면 A 씨는 젓가락으로 보쌈을 집고 술을 따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A 씨는 “제사를 준비하는 정성과 마음가짐은 예전 방식이나 온라인 방식이나 똑같았다”며 이번 설 차례도 이렇게 지내겠다고 했다. 어른들을 위해 영상통화나 영상편지를 계획하는 집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류한나 씨(42·여)는 지난 추석에 강원도 시댁에 가려 했으나 시할아버지가 한사코 말려 종손인 남편만 갔다. 류 씨는 5세 된 아들과 무지개떡을 만들고 색동 한복을 입혀 영상편지를 찍었다. 아이가 “할아버지 다음에 갈게요. 왕할아버지 최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영상편지를 보고 시할아버지와 시부모는 한참을 웃고 또 웃었다고 한다. 류 씨는 이번 설에는 간단히 차례상도 차리고 설에 맞는 콘셉트를 잡아 아들과 함께 영상편지를 만들 예정이다. 온라인 성묘도 호응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마련한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는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23만 명이 몰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추석 때 100곳 정도 이용할 수 있었던 온라인 추모공원은 1일 기준 346곳으로 늘었다. 인천가족공원이 선보인 가상현실(VR) 추모 서비스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된다. 공원 입구 도로부터 VR로 구현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납골함이 안치된 장소에 찾아가 차례상을 차리는 듯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 문안’에 ‘대리 성묘’도 가능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지 오래인 요양병원들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거나 음식을 전하게 하는 추세다.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지난 추석 때 차를 타고 온 가족들이 차창으로 명절 음식을 건네면 병원 직원들이 건네받아 병동에 전달했다. 400명이 입원한 이곳에 추석 연휴 5일간 배달된 음식 꾸러미는 165개. 이모 씨(83)는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받으니 나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 좋았다”고 말했다. 성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양재혁 씨(54)는 지난 추석 문중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제안했다. 예년에는 차량 몇 대에 빽빽하게 타고 다같이 선산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각 집마다 차를 따로 타고 차에서 내려 묘소를 찾는 사람도 최소화했다. 경남 밀양추모공원도 지난 추석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선보였다. 경기 양평군 국립하늘숲수목원에 아버지와 장인을 수목장으로 모신 김동주 씨(59)는 지난 추석 때 ‘대리 성묘’를 했다. 코로나19로 방문 자제를 권한 수목원 측의 제안에 따른 것. 수목원 측이 나무의 문패, 수목 주변 정리, 헌화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줘 큰 위안을 얻었다. 울산 남구의 정토사는 사찰에 위패를 모신 200여 명의 추석 합동차례를 대리 진행하고 유튜브로 전달했다. 유족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평생 치르던 차례나 성묘를 생략하기에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가짐만 같다면 표현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논어에 따르면 조상을 감사히 여기고 애도하는 마음이 본질이며, 그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은 처한 환경과 시대마다 달라진다고 했다”면서 “제사 형식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따지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예법을 만드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기윤 pep@donga.com·이소정·이지윤 기자}

“요양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버님을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데 경기 오산시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서 선뜻 어서 모셔 오라고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의 온상지나 다름없었다. 하루 수십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자도 적지 않지만 올해 들어 치료를 마치고 속속 격리 해제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요양시설은 확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온다고 하면 일단 입원 환자들과 가족부터 반대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이 요양병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환자와 관계자 등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김모 진료협력팀장은 “당시 겪은 설움이 코로나 치료 환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병원은 언제부터인가 매일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집단 감염을 겪은 뒤 14명의 환자를 이곳에 보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병원장은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 병원도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 격리 해제 환자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병원 측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