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줄면서 몇 년 전부터 ‘썰렁한 초등학교 입학식’ 같은 기사가 보도됐다. 그런데 ‘학생 없는 학교’ 현상이 중고교로 이어지면서 학교 통폐합을 넘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교의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초중학교와 달리 교육의 질 차원에서 큰 문제를 가져온다. 학생이 적으면 이과와 문과를 다 운영하기 힘들고, 학생이 여러 선택과목을 자유롭게 택해 듣는 교육과정의 목적을 살릴 수 없다. 가뜩이나 고교는 공부 중심인데 체육을 하면서 공동체를 배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경북 경주마케팅고는 올해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받았다. 2015년엔 15명, 2016년엔 14명이 입학했다. 보통 특성화고는 여러 전공반을 운영하지만 경주마케팅고에는 유통회계과 하나만 있다. 인천 서도고는 1∼3학년 각 1반에 학생이 1명, 2명, 1명밖에 없다. 이 학교 교사는 “외부에서는 ‘모든 교사가 매달리면 1명밖에 없는 학생이 서울대를 못 가겠느냐’고 하지만 공부는 경쟁이나 상호성이 있어야 잘되지 않느냐”며 “학습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했다. 모든 학년을 통틀어도 축구를 할 수 없다. 학생 수가 적으면 평가도 문제다. 고교 내신 1등급은 상위 4% 이내다. 한 학년 전체 10명 중 1등(10%)을 해도 2등급(상위 11% 이내)이다. 대학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북도교육청은 폐교 기준을 초중학교보다 고교에 더 엄격히 적용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입학생이 1명이어도 학교를 유지하려 하지만 고교는 1년만 제대로 모집을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보고 폐교 수순을 밟는다”고 말했다. 같은 농산어촌에 있더라도 초중학교와 달리 고교는 학부모들이 웬만하면 도시로 보내려 하는 만큼 저출산의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 교육부는 고교 1∼3학년 학생 수가 2020년 128만 명으로 올해(175만 명)보다 27% 줄어든다고 추정한다. 입학생 수가 0명인 고교는 2015∼2017년 9곳→7곳→7곳, 중학교는 9곳→12곳→10곳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교에서 시작된 저출산 문제가 중고교에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도교육청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통폐합 정책을 운영하므로 사라질 학교 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저출산 해결을 요구했다. 개교 이래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못 받은 경북 금성여상 교사는 “국가 전체적으로 출생률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인데 학교가 홍보활동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아동수당 지급이나 육아휴직급여 인상 외에 뚜렷한 저출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약이 이미 출산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밖에 없다”며 “결혼을 안 한 사람이 출산을 결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 5·9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전을 지나면서 후보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까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족·친인척 비리에 불행한 결말을 맞았던 역대 대통령을 보더라도 후보들의 가족 이야기는 살펴볼 만한 검증 요소다. 동아일보는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보들의 배우자, 자녀, 처가(妻家)를 들여다봤다. 가정 내 ‘생활정치’에서 후보 부부의 권력관계는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부인 김정숙 씨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눈치를 살피며 자녀들에게 “얘들아, 엄마 노래 부른다. 긴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가 화났을 때 식구들의 대처법이었다. 베일에 싸인 처가 스토리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전남 여수에서 30년 넘게 매실주를 빚던 양조장집 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볼품없이 마른 ‘촌놈 고시생’과의 결혼을 반대한 장인(丈人)과 한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다. 후보 자녀가 나온 초중고교도 확인 대상에 올랐다. ‘혹시 자기 자식은 귀족교육 시켜 놓고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없애겠다는 것 아니냐’는 엄마 아빠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확인 결과 ‘유학파’(안 후보), ‘교육특구파’(문재인,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안학교파’(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세 부류로 나뉘었다. 》● 문재인의 ‘특보’ 김정숙 씨특유의 살가움으로 바닥민심 다져… “부부싸움하면 내가 먼저 손 건네” “내 남편, 내 아내는 내가 당선시킨다.” 5·9대선 유세에서 전국을 누비며 후보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선 후보의 배우자들이다. 각 후보의 ‘1호 지지자’인 이들은 때로 후보가 듣기 싫은 소리도 거침없이 하는 ‘따끔한 참모’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퍼스트레이디, 퍼스트젠틀맨 후보의 유세 모습과 후보 부부의 ‘생활정치’상 역학관계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의 ‘호남 특보’ 김정숙 “어르신∼ 인사드려도 될까요.” 27일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63)는 인사를 건네기 전에 허락부터 구했다. 어르신이 눈을 맞추면 특유의 살가움으로 손을 붙잡고 말을 건넸다. “문재인 아세요? 제가 안사람입니다.” 노인회 관계자가 방명록 작성을 권하자 “저는 후보 부인일 뿐이에요”라며 연신 고개를 숙여 사양했다. 경희대 동문인 문 후보 부부는 대학축제에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문 후보가 유신 반대 시위로 구속됐을 때, 석방된 후 강제 징집돼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를 비롯해 문 후보의 여러 인생 고비마다 김 씨는 곁에서 남편을 힘껏 도왔다. 그래서 문 후보는 “어려울 때 늘 함께해주고 기다려주고 견뎌준 아내”를 ‘잊지 못할 은인’으로 꼽는다. 김 씨는 ‘가정 경제 주도권’에 대한 물음에 “생활 관련된 것은 제가, 수입과 재산 관리는 남편이 한다”고 말했다. 부부 싸움을 하면 주로 먼저 손을 건네는 쪽은 김 씨란다. 문 후보가 나설 때도 있다. 김 씨는 “남편은 화해하고 싶을 때 엉덩이를 슬쩍 들이밀며 툭 친다”며 “그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서 금세 화가 풀릴 때가 많다”고 전했다. ● ‘정치인 홍준표 내조’ 21년차 이순삼 씨어디가든 인사할 땐 허리 더 숙여… “스트롱맨? 용돈 타쓰는 착한 남편” 홍준표 ‘내조의 여왕’ 이순삼 27일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 빨간 점퍼를 입은 여성이 분식을 파는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가 “내 손이 찰 텐데…”라며 망설이자 그는 “제가 따뜻하게 덥혀 드리겠다”며 두 손을 감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62). 이 씨는 항상 인사받는 사람보다 허리를 조금이라도 더 숙인다. ‘몸을 더 낮춰야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게 21년 차 정치인 아내의 내조 철학이다. 1988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국민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보던 이 씨는 ‘촌놈 고시생’이던 홍 후보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열었다. 지하 단칸방에 신혼살림을 차렸지만 부부는 누구보다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홍 후보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덕에 고시도 합격하고 검사, 정치인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최근 홍 후보는 ‘스트롱맨’을 자처하며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아내에게 용돈을 꼬박꼬박 타 쓰는 ‘착한 남편’이란다. 남편에게는 월급의 3분의 1을 용돈으로 준다는 이 씨는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홍 후보가 먼저 “내 미안하데이”라며 화해를 청해 온다고 전했다.● 안철수의 ‘동반자’ 김미경 씨배식봉사 다니며 서민밀착형 고집… “싸울때도 존댓말, 내가 꼼짝 못해” 안철수의 ‘닮은꼴 반쪽’ 김미경 27일 대전 동구의 다기능복지센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54)가 정장 재킷을 벗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밥을 펐다. 어르신이 식판을 내밀 때마다 눈을 맞추며 “더 드릴까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젊은이들을 만나라고 해도 김 교수는 ‘서민 밀착형’으로 하겠다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린다”고 전했다. 안 후보와 ‘여수댁’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30년 가까운 지금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쓴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그러셨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따질 정도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경제권은 어느 정도 독립돼 있다. 김 교수는 “제 월급통장에서 제 카드 대금이 나가고, 후보가 쓰는 건 후보 통장에서 나간다”고 말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금까지 아내한테 한 번도 못해 본 말이 ‘밥 줘’였다”고 고백했다. 한 인사는 “안 후보 자택에서 도시락을 시켜먹은 뒤 나서는데 김 교수가 안 후보에게 ‘쓰레기는 가지고 나가라’고 하더라. 안 후보가 자연스레 들고 나와 버렸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오히려 제가 (남편한테) 꼼짝을 못 한다”며 웃었다.● 유승민의 ‘안사람’ 오선혜 씨“무뚝뚝해도 내게 다 져주는 남자”… 앞에 나서기보다 조용한 내조 유승민의 ‘그림자 참모’ 오선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부인 오선혜 씨(58)는 27일 서울 은평구 은평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오 씨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선 어르신들과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유 후보 안사람입니다. 남편 잘 부탁드립니다.” 오 씨는 그간 다른 후보의 배우자들보다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일이 적었다. 그 대신 복지관 등을 찾아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거나 유 후보에게 주변의 여론을 전달하는 ‘조용한 내조’를 했다. 유 후보는 서울대 재학 시절에 고향인 대구 은사 댁을 찾았다가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아내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5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유 후보는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오 씨는 그런 남편에 대해 “사소한 문제는 내게 다 져주는 남자”라고 했다. 월급은 신혼 때부터 오 씨 통장으로 바로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 심상정의 ‘동지’ 이승배 씨유세 점퍼 한쪽에 ‘남편’ 표시… 아내 국회입성뒤 살림 도맡아 심상정의 ‘동지적 배우자’ 이승배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노인종합복지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61)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혀 앉더니 선거명함을 건넸다. 노란색 유세 점퍼의 한쪽에는 ‘남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성 노인들은 그런 그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최근 이 씨는 정의당 지지세가 강한 경기 북부 일대에서 집중적인 유세 지원을 펼쳤다. 언론 인터뷰,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한 ‘메시지 외조’도 활발하다. 심 후보와 이 씨는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중매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심 후보가 초선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2004년부터 이 씨는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이 씨는 “생활(소득)의 많은 부분을 심 후보가 충당하고, 일상경비의 집행이나 재산 관리는 제가 한다”고 말했다. 부부싸움을 하면 냉랭한 기운을 못 참는 심 후보가 먼저 화해를 청하는 편이다. 이 씨가 공연히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하는데 심 후보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간단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신진우 기자·최예나·이철호 기자}

《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학부모 유권자들은 집중한다. 학부모들이 교육정책 변화에 예민한 건 자녀가 대학 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두려워서다. 현 시스템에 맞춰 어릴 때부터 열심히 대입을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생기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스레 학부모들은 대통령 후보들은 자녀를 어떤 초중고교에 보냈을까 궁금해한다. 대선 후보들이 “부모 경제력에 따라 아이 미래가 결정되지 않게 하겠다”며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폐지, 대입 수시모집 비중 축소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고사화, 심지어 학제개편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말이다. 》 그런데 대선 후보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후보 캠프 관계자들조차 잘 모른다. 본보가 대선 후보 다섯 명의 캠프에 모두 확인해 봤지만 후보를 오래 모셔 왔다는 측근조차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며칠에 걸쳐 한 캠프 내 여러 사람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한 번에 대답해준 적이 없었다. ○ 특목고-자사고 보낸 후보는 없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그나마 2012년 대선 출마 과정에서 딸의 호화 유학 논란으로 출신 학교가 알려졌다. 그런데도 캠프에서는 서로 “잘 모르겠으니 ○○○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다섯 번째 사람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안 후보의 외동딸 설희 씨(28)는 2002년 서울 송파구 가원초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타이 중학교, 뉴포트 고등학교를 다니다 캘리포니아 주 팰로앨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캠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아이 하나만 달랑 보내는 조기 유학과는 다르다”며 “김미경 서울대 교수(안 후보의 아내)가 유학을 갔을 때 딸을 돌보기 위해 함께 데려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제기된 김 교수의 원정출산 논란을 의식한 듯 “딸은 J2, F2 비자를 받았다”고도 했다. J2 비자는 교환학생이나 교수 연구원 등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부모의 자녀가 받을 수 있다. F2 비자는 유학생의 동반 자녀에게 발급된다. 특히 안 후보는 핵심 교육공약인 학제 개편이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입이 그대로인데 학제 개편으로 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본인이 국내에서 자녀 입시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초교 입학이 1년 빨라지면 우리 아이가 언니 오빠들 틈에서 평생 입시와 취업 경쟁을 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남 명문학교 출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 이름 밝히는 것을 매우 꺼렸다. 유 후보 측은 처음에 “아들딸 모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일반 초중고교를 나왔다. 자사고나 외고를 나온 건 아니다”라고만 확인해줬다. “딸이 지난해부터 유명세를 치러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아들 훈동 씨(35)와 딸 담 씨(23)는 강남구 개포동 개일초교와 구룡중을 졸업했다. 고교는 강남구 도곡동의 중대부고와 은광여고를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17∼20대 지역구가 대구였는데 자녀는 강남 학교를 보냈으니 이름 알려지는 게 싫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두 아들과 통화했는데 실명은 공개 안 하고 싶다며 모두 자사고나 그런(특목고가) 게 아닌 일반 학교를 나왔다고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전한 다른 관계자는 “사모님이 거짓말을 하진 않으니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후 본보는 홍 후보의 장남 정석 씨(36)가 서울 강남구 개포고, 차남 정현 씨(34)가 송파구 잠신고를 거쳐 강남구 휘문고를 나온 게 맞는지, 초중학교는 송파구에서 나왔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홍 후보 측은 “맞다”고 했다. 휘문고는 2011년부터 자사고지만 정현 씨가 재학 중일 땐 아니었다. 문 후보 측은 끝내 학교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 문 후보 측은 “사모님에게 여쭸는데 아들(준용 씨·35)과 딸(다혜 씨·34) 모두 부산 금정구에 있는 자동 배정받은 학교를 다녔다고만 했다”며 “학교 이름은 사생활에 해당해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논의해보고 최종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다. 이후 본보는 준용 씨가 금정구 지산고를 나온 사실은 확인을 받았다. 금정구는 해운대구가 급부상하기 전 교육특구로 유명했던 곳. 캠프 측은 “문 후보는 영도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금정구에서 터를 잡고 부산 생활을 이어갔다”면서도 금정구로 옮겨간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준용 씨가 지산고를 졸업한 사실은 졸업생들조차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졸업생은 “취업 특혜 의혹도 찜찜함이 남았는데 학교라도 떳떳이 밝히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 대선 출마 경선 과정에서 아들 이우균 씨(24) 출신 학교가 일부 알려졌다.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균 씨는 경기 안양 민백초교를 졸업한 뒤 중고교 교육과정을 도시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서 마쳤다. 이우학교는 한때 분기당 학비가 150만 원 정도였고, 최태원 SK 회장 장남도 다니면서 ‘귀족학교’로 알려졌다. 입학할 땐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소개서를 쓰고 면접까지 봐야 한다. 심 후보는 아들이 이우학교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보니 아이가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없고 그랬다. 입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이가 스스로를 세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 절실했다. 남편은 이우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등록금이 비싸고 어쨌든 특별학교 아니냐며 일반 학교를 보내자고 했지만 6개월 논란을 벌이다 결국 이우학교를 보내기로 결론을 냈었다.”최예나 yena@donga.com·홍수영·박성진 기자}

“영재학교에 합격해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학부모 박모 씨(46·여)는 중학교 3학년 딸의 영재학교 원서를 내고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준비해온 딸의 영재학교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선 후보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출신이 대학에 가는 주요 통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씨는 딸이 일반고에 가는 게 대입에 유리하지 않나 생각한다. 21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18학년도 경쟁률이 14.01 대 1(정원 내)로 3년 연속 하락했다. 23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경쟁률은 지난해(15.09 대 1)보다 떨어졌다. 영재학교 경쟁률은 2014학년도 16.09 대 1에서 2015학년도 18.41 대 1로 상승했다가 2016학년도(18.26 대 1)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중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중3 학생 수는 약 46만 명으로 지난해(52만 명)보다 약 6만 명, 2015년(59만 명)보단 13만 명이 적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시 교사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고 고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은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을 입학전형 요강에 명시한 게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2단계 영재성 검사 일정을 통일해 중복 지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건 대선 뒤 바뀔 고등학교와 대입 정책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입시 경쟁률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낼지 말지 가장 혼란스러워한다. 문 후보는 과학고는 유지하겠지만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추첨제로 선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문 후보는 현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계에서도 요구하는 사안. 하지만 고교 내신 체제를 어떻게 할지는 대선 후보 중 아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학부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 역시 7월이나 돼야 현 중3에게 적용될 고교 내신 평가 방법과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특목고나 자사고 선호가 늘어난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가 폐지되고 대입에서 특기자전형까지 없어진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려 준비해 왔는데 차기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임우선 기자}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전액 장학금을 주고 졸업 뒤 취업까지 보장되는 경찰대와 사관학교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해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향으로 지원 경쟁률이 더 셌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1차 학과시험이 모두 7월 29일이라 복수 지원이 불가능해서다. 원서접수는 경찰대가 6월 2~12일, 사관학교가 6월 23일부터 7월 3일까지다. 경찰대 특별전형 원서접수는 5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다.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대부분 1차 학과시험으로 모집 인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2차에서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자체 시험을 치른다. 자체 시험으로 공군사관학교는 역사·안보관 논술, 해군사관학교는 잠재역량평가, 경찰대는 인·적성검사를 치른다. 합격을 위해서는 우선 1차 학과시험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과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범위가 동일하고 문제 형태도 유사하다”며 “수능과 병행해 준비하되 각 사관학교의 기출문제를 풀면서 유형을 익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입시에서는 내신(학교생활기록부)과 수능 성적도 중요하다. 육군사관학교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전형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까지 내신을 평가하지 않았던 우선선발(학교장추천) 전형은 올해 내신을 200점 반영한다. 공군사관학교는 올해도 신입생을 모두 수능 미반영 전형으로 선발한다. 대신 학생부를 100점 반영한다. 해군사관학교는 고교학교장추천 전형과 일반전형(수시)의 1차 시험 성적 배점이 300점으로 지난해(100점)보다 높아졌다. 내신은 모두 100점을 반영한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수능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전형 선발 비중이 30%에서 50%로 확대됐다. 경찰대 입시에서는 한국사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수능 한국사 성적이 4등급인 경우부터 감점했지만 올해는 2등급부터 감점하고, 등급별 편차도 0.4점에서 0.5점으로 높였다.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지원이나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대학 수시나 정시에 지원할 수 있다. 수시 6회 지원 제한도 받지 않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독서 교육을 따로 시키는 학부모가 많아졌다. 학원에서 국어 수학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독서하는 방법도 따로 학습하는 것.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상황을 기재하고, 대입 면접에서 나오는 독서 관련 질문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익숙해 책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학원 일정이 빡빡해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다 보니 독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린다. 독서교육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에서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는 남경민 씨(46), 류재아 씨(25·여)와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책이 재미없다는 아이들 독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아직 이르지만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 씨는 “학부모 대부분 ‘학종으로 대학 가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씨는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를 100% 출제하는 중학교가 있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는 엄마도 있다”며 “특수목적고와 대입에 대비해서 초등학교 6학년도 자기소개서나 논술을 준비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부분 책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숨을 푹 쉬며 “엄마가 시켜서 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많다. 하루에 세 쪽 읽기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책이 재미없다”고 입을 모은다. 남 씨는 “학생들이 책에 너무 많이 치여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읽는 책의 90%는 문제집”이라고 지적했다. 류 씨는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수업을 하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힘겹게 책을 읽은 뒤 글로 정리하는 건 더 힘들어한다. 학생들이 쓴 글에는 ‘ㅋㅋㅋ’ 등 각종 이모티콘이 난무한다.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쓰는 것처럼 줄임말과 단답형으로 끝나는 글도 많다. 토론을 할 땐 남의 말을 안 듣는 게 문제다. 각자 ‘나는 무슨 말을 하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다. 자기 차례가 오면 “선생님, 쟤가 뭐라고 말했어요?”라고 묻기 일쑤다. 그러니 토론이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하다 끝난다. 류 씨는 “10여 년을 자기 할 말만 하고 살았던 아이들이라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안 돼 있다”고 했다.○ 부모가 먼저 책을 펴라 책에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독서를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류 씨는 초등학교 5학년들과 ‘파랑새’ 내용을 희곡으로 바꾸고 연극해 보게 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이 배역을 나누고 대본을 만들어 연극을 하니 책 내용을 두고두고 기억했다”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남 씨는 ‘징비록’을 읽은 초등학생이 마인드맵 형태로 생각을 정리한 노트를 보여줬다. ‘이순신: 죽는 날까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웠다’ ‘조선 의병들: 왜군을 물리친 용감한 의병들’ 등의 내용이 알록달록 색깔 펜으로 적혀 있었다. 남 씨는 “꼭 글로 쓰지 않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따로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독서에 재미를 붙인다”고도 했다. 자녀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하려면 엄마 아빠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류 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나한테는 책 읽으라면서 왜 엄마는 휴대전화 하고 텔레비전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면서 “가족 독서 시간을 권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 씨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나도 처음으로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며 “아이가 ‘아빠 공부해?’라며 자연스럽게 책을 편다”고 설명했다. 당장 독서의 성과를 바라는 성급함은 금물이다. 엄마들은 대부분 ‘수학학원을 다니면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겠지’라는 생각을 독서에 적용한다. 남 씨는 “큰 성과가 바로 안 나타나니 ‘학원 때문에 바빠서 독서 교육은 이제 그만둘게요’라고 말하는 엄마도 많다”며 “독서가 진짜 공부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독서는 꾸준히 하면 성적 향상은 물론이고 아이가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독서지도사들 의견이다. 남 씨는 “어휘력이나 표현력 모두 낮았던 아이는 2, 3년이면 확실히 달라진다”며 “스스로 ‘제가 몇 년 전에는 말도 잘 못하고 진짜 별로였어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류 씨는 “아직 꿈을 못 찾은 아이가 책을 통해 자기 인생을 돌아봤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교우관계가 좋아지는 건 덤이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독서 교육은 주로 그룹으로 이뤄진다. 나와 의견이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배려심이 생긴다. 남 씨는 “잘하는 애들끼리만 모아 수업하길 원하는 엄마들이 간혹 있다”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대개 형제가 없는 만큼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3D(3차원) 바이오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어요.” 한 대학생의 이런 의뢰를 받은 최혁진 대표(22)가 국내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시스템에서 적합한 곳을 찾아 추천했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 교수님 연구실이나 GIST(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 교수님 연구실이 좋겠네요.” 이달 홈페이지(labbylab.io)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랩바이랩’은 이공계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무료로 국내 연구실 정보를 제공한다. 랩바이랩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창업해 지난해 10월 법인 사업자 등록을 한 회사다. 최 대표와 김명현(21) 김혜진(20·여) 김종수(20) 김산하 씨(20) 등 5명은 올 2월 창업휴학을 하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오피스텔을 얻어 올라왔다. 부산 제주 등 출신에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강남은 너무 낯선 곳.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떠나왔다. 이들은 ‘나중에 어느 대학원에 가지?’라는 고민에 빠진 자신들을 생각하며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했다. 11일 만난 최 대표는 “연구실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홈페이지가 잘 관리되지 않는 곳이 많아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랩바이랩은 온라인에 있는 DGIST, KAIST, G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모두 모아 핵심 연구 분야를 키워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보는 김명현 씨가 개발한 봇(데이터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을 통해 수집했다. 이 봇은 연구실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자동으로 반영시켜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랩바이랩은 2000개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김산하 씨는 “석박사생이 직접 설명해주는 연구실 특징, 홈페이지에는 잘 나와 있지 않은 졸업 뒤 진로 분야까지 정보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아직 페이스북 페이지만 운영하지만 랩바이랩은 지금도 의뢰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연구실 정보를 알려준다. 앞으로도 학부생이나 석박사생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석박사급 인재 채용을 원하거나 기술 자문을 할 곳을 찾는 기업과 연구소,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랩바이랩 학생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 맞춤형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자금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학교에서 산학협력관에 입주하게 해줬지만, 투자자를 만나고 연구실을 찾아다니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4∼8학기 쓸 수 있는 창업휴학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군대도 가야 하고 취업도 준비해야 하는데 창업휴학 하겠다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도 있었다. 김혜진 씨는 “주변에서 ‘대학도 안 나왔는데 무슨 사업? 곧 내려오겠지’라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며 “서로 ‘창업으로 얻고 싶은 것’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김종수 씨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선물 사드리기’를 적었다. 앞으로 랩바이랩은 국내 다른 대학 연구실까지 3000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유학 오려는 학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영어로도 만들 방침이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유명 연구실 정보를 모두 수집해 가장 큰 이공계 연구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982년 문을 연 수원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제2창학위원회를 설립했다. 제2창학위원회는 △미래 성장동력과 연계된 융합 교육과정 신설 △교수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교육 방식 전환 △산학협력 및 창업 중심의 인프라 구축 △우수 교원 확충 △장학 및 학생 프로그램 강화 등의 전략과제를 수립했다. 수원대는 2025년까지 10대 명문사학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원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융합교육을 실시한다. 교양은 물론이고 코딩 등 기초 소양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후 각자 전공을 이수하면서 융합연계 과정으로 캡스톤 디자인 과목에 참여한다. 대학 인근의 우수 기업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행한다. 현실과 관련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학생들은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을 자기 전공과 접목해볼 수 있다. 기존 교과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게 개편하고, 학생참여형·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무크(온라인 공개강좌)를 활용해 새로운 학습 방법도 정착시킬 예정이다. 수원대는 특성화 교육으로 융합인재를 양성 중이다. 화공신소재공학부와 정보통신공학부를 특성화 학부로 선정했다. 두 학부에서는 나노기술 같은 첨단기술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맞춤형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다. 정보통신학부도 수원대의 경쟁력 있는 학부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신뢰성과 보안성이 강조됨에 따라 ICT 융합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올해 신설한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 전공은 드론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의 문화콘텐츠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수원대는 최근 국내 대학이 처한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혁신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미래혁신관과 글로벌경상관을 완공하고, 창업선도대학으로 거듭났다. 2월 세운 미래혁신관은 지상 8층, 연면적 5만86m² 규모의 첨단 교육연구 시설이다. 일반 건물과 달리 칸막이도 없고 천장도 열려 있다. 교수와 학생, 입주자 상호 간에 의사소통을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래혁신관에는 AR·VR센터, 디자인연구센터, 신소재 융합 기기분석센터, 창업보육센터, 뷰티사이언스 연구센터 등이 입주했다. 글로벌경상관에는 화성문화융합센터와 통계조사연구소 센터가 입주할 예정이다. 화성문화융합센터는 화성지역에 밀집돼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문화융성 콘텐츠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원대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대학이 되려고 노력한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가 있는 날에 수원대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콘서트와 발레, 무용 등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화성시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의 창의체험 및 자유학기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 영화 만들기 수업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수원대는 기술은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이 융합하는 창업을 장려한다. 학생들이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인력과 교수도 투입했다. 전체 교수와 직원도 융·복합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난해 4월 모 고교 A 교사는 B 학생이 던진 책을 피하지 못하고 코 아래를 맞았다. 교사는 코피가 나는 줄 알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교탁으로 달려온 B 학생으로부터 머리도 맞았다. 이후 다른 학생들이 말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A 교사의 인중은 2cm 찢어졌고 마음엔 더 깊은 상처가 남았다. 결국 그는 다른 학교로 전보 갔다. 이날 사건은 수업을 방해하는 다른 학생을 A 교사가 복도로 불러내 지도하면서 벌어졌다. 교실 안에 있던 B 학생은 A 교사에게 계속 웃으며 장난을 쳤다. 이에 A 교사는 “선생님 행동이 웃기니?”라고 물었다. B 학생은 “너 하는 꼬라지가 싸가지가 없으니 ×같게 굴지 마”라고 했다. 이후 책이 날아들었다. A 교사가 겪은 일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1일 발표한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572건으로 10년 전(2006년 179건)보다 3배로 늘었다.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2009년 이후 7년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건 중에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7%(267건)로 가장 많았다. 학생에 의한 침해는 10.1%(58건)였는데 폭언·욕설(31.0%), 명예훼손(22.4%), 폭행(20.7%) 순이었다. 학교장 등 처분권자에 의한 침해는 23.1%(132건), 교직원에 의한 침해는 14.5%(83건)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연세대는 차별화된 교육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김용학 총장은 취임할 때부터 “산업사회의 대학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3C’를 비전으로 삼았다. 3C는 기독교 정신(Christianity), 창의성(Creativity), 연결성(Connectivity)이다. 2013년 연세대는 국내 및 아시아 지역 최초로 RC(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입생들은 국제캠퍼스에서 1년간 거주하며 공부한다. 학과 공부 이외 시간에는 열린 토론을 하고 학습윤리 생활윤리 사회기여 문화예술 체육활동 등에 참여하며 인성도 기른다. 다양한 전공의 신입생 500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므로 공감과 소통의 능력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연세대는 스스로 배우고 깨치는 능동적 학습도 지원한다. 2015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 무크(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인 코세라와 퓨처런에 가입했다.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시청하고 질의응답 토론 등을 하며 쌍방향 학습을 할 수 있다. 연세대는 학생들의 융·복합적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연구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자가 하나의 사이트에서 쉽게 연구 업적 특허를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산학융복합의료센터’에서는 산업체 대학 병원 연구기관의 융합연구를 진행한다. 연세대와 연세의료원이 함께 ‘연세사이언스 파크’를 구축 중이며 ‘융합사이언스 파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독일 최대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와 소재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국제연구소를 설립했다. 해외 우수 연구자들이 연세대 연구자와 쉽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세 프런티어 랩’도 개설할 방침이다.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세대는 창업과 창의성을 강조한다. ‘연세 창의클래스’ 과목은 학생들에게 삶과 연결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RC 창의플랫폼’도 운영한다. 국제캠퍼스에서 50개 팀을 선발해 연구비를 최대 50만 원 지원한다. 다양한 전공의 대학원생이 모이는 ‘연세 주니어 융합연구 그룹’에도 연구비를 지원한다. 교내 ‘창업지원단’은 학생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게 적극 도와준다. ‘창업휴학제도’를 운영하는 등 창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연세대는 2011년 창업선도대학, 2012년 서울시 캠퍼스 CEO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등 창업 지원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미래에는 친화력과 공감능력, 배려가 중요하다. 이에 연세대는 특히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입학식에서는 학생명예선언을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섬김의 정신과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대학공동체 구성원을 배려하며 존중하자”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기존의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으로 봉사활동, 선교, 기금 모금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연세인의 사회 공헌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지구촌 곳곳에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깊이 참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수와 학생 그 누구의 책상 위에도 교재는 없었다. 그 대신 아이패드나 노트북이 올려져 있었다. 교수가 아이패드에 판서해 스크린에 띄운 건 수업이 끝나면 내려받을 수 있다. 이따금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전자펜으로 아이패드 화면에 메모하는 학생도 있었다. 전자교재 내용을 출력해온 일부 학생은 손에 볼펜과 전자펜을 모두 쥐고 있었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모든 학생은 국내 최초로 전자교재로 공부하고 있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처음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는 그대로 사용하고, 디지털교과서를 원하는 교사나 학생이 알아서 내려받아 쓰는 수준이다. 6일 DGIST ‘응용미적분학과 미분방정식’ 수업. 교수가 “(전자교재) 강의록에 있는 걸 구현해 볼게요”라고 말하자 스크린에서 자동으로 그래프가 그려졌다. 다른 방식으로 그린 학생이 있다면 교수는 해당 학생의 아이패드 작업 내용을 스크린에 띄울 수도 있다. DGIST는 2014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無)학과 단일학부 제도를 시작하며 전자교재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전자교재 42종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 담당자인 김현호 선임행정원은 “기초교육을 강화했는데 같은 과목을 배워도 교수에 따라 다루는 내용이 달라지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모두 들어간 전자교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자교재 집필에는 기초학부 교수 40명이 전부 참여했다. 사진이나 영상, 그래프는 교수가 최상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엄선했다. 다른 이가 쓴 교재를 일부 활용하는 건 교내 수업 목적이라 저작권상 문제가 없다. ‘악기연주’ 교재를 만들 때는 교수가 바이올린 잡는 법, 정확하게 치면 나는 소리 등을 촬영하고 녹음했다. 여러 교과, 과거와 현재 지식을 융·복합하는 것 역시 전자교재의 특징이다. 물리학 교재에서 미적분학 개념을 클릭하면 수학과 교수가 등장해 설명한다. ‘동서양 철학의 통시적 이해’ 교재에는 개념을 추가 설명해주는 링크가 1000개 달렸다. DGIST는 학생들에게 1년에 네 번씩 설문조사하면서 전자교재의 기능을 계속 고쳤다. 도입 초기엔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학생들이 종일 스마트폰을 쓰니 전자교재가 종이교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건 오산이었다. 이에 DGIST는 전자교재 내용을 출력해 볼 수 있도록 PDF 파일을 제공했다. 손으로 직접 쓰며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 물리, 수학 교재 일부와 영어와 실험 과목 전부는 전자교재 내용을 축약해 종이로 워크북도 만들었다. 학생들 요구에 따라 전자교재에 직접 메모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가독성 높은 서체로 바꿨다. 학생 일부를 ‘교재원정대’로 구성해 오탈자를 잡거나 기능적 제안을 끊임없이 하게 했다. 이제 학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연재 씨(21·여)는 “아이패드 하나면 한 과목 안에서도 여러 교재를 모두 공부한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기초학부 전담 교수제도 전자교재 성공에 기여했다. 배영찬 교학부총장은 “기초학부 교수는 재임용이나 승진을 심사할 때 논문 실적을 평가하지 않으므로 수업에만 전념한다”고 설명했다. 손상혁 총장은 “상반기에 전자교재를 외부에 공개하고 다른 대학도 전자교재를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달성=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대가 정시전형에서 과학탐구 두 과목을 모두 Ⅱ(심화과목)로 응시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줬던 정책을 1년 만에 폐지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서울대는 변경된 내용을 예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말 2018학년도 입학전형을 공고할 때도 안내하지 않았다. 일부 교사와 학생은 “어려운 Ⅱ과목을 가산점 때문에 일부러 준비했는데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시에서 과탐을 Ⅱ+Ⅱ로 응시할 경우 모집단위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1배수 점수 폭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했다. 원래 큰 변화가 예고되는 입시정책은 2년 전 예고해야 한다. 서울대는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 해당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2013년 11월에 예고했다. 당초 서울대의 정책은 과탐 Ⅱ 응시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전체 모집단위와 일반전형 미대 및 사범대 체육교육과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할 때도 과탐 한 과목 이상은 Ⅱ를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가 공고한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는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 사라졌다. 서울 A고 교장은 “변경 공고가 따로 없었기에 당연히 올해도 가산점을 주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서울대는 해당 정책을 폐지했다. 도입 목적과 달리 과탐을 Ⅱ+Ⅱ로 응시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Ⅱ과목이 난도 조절 실패나 문제 오류로 1개만 틀려도 3등급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지난해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예고했던 거라 시행했다”며 “그런데 2017학년도 물리Ⅱ 문제도 출제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Ⅱ+Ⅱ를 공부하는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 정책을 폐지하는 건 예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학생 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이라 예고 필요성도 없다”고 했다. 입학전형에 ‘가산점 정책은 폐지한다’는 설명은 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달에 올릴 자료나 향후 설명회에선 달라진 점을 명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산점을 폐지했어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할 때 Ⅱ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은 바뀐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고 교장은 “일부 상위권 고3과 재수생은 서울대 때문에 힘들게 Ⅱ+Ⅱ를 공부하고 있는데 변경됐다면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의 기쁨이란…. 아이의 말문이 한번 트이면 부모는 매일 행복하다. 하지만 걱정도 시작된다. ‘옆집 아이는 벌써 문장으로 말하던데 우리 아이는 왜 안 되지?’ 비교하기 시작하면 걱정은 끝이 없다. 한솔교육의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두 번째 부모교육은 언어 발달을 주제로 진행됐다. 송현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강의했다.○ 끊임없이 이야기 만들기 장애가 없다면 모든 아이는 언어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바깥 세상 말을 듣는다. 익숙해진 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태어난 직후 엄마·아빠 목소리나 모국어에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의 메시지를 이해하진 못한다. 9개월 된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친근한 말투로 “안돼∼ 만지지 마”라고 말해보자. 그래도 아이는 장난감을 덥석 집는다. 하지만 18개월 된 아이는 혼란스러워하면서 장난감을 만지지 못하고 주변 반응을 살핀다. 언어 학습은 다양한 말소리를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생후 12개월 전까지 아이는 모든 언어의 말소리를 구분한다. 성인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도 영어의 L과 R 발음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12개월부터 모국어에 없는 소리는 구별하지 못한다.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송 교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소리가 뭔지 빨리 구별해내는 아이일수록 언어 발달이 빠르다”고 말했다. 언어 능력이 발달하려면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상대방이 수화기 너머로 “영미구나, 엄마 집에 있니?”라고 말했을 때 “네”라고만 답한다. 상대가 “엄마 바꿔줄래?”라고 해야 엄마에게 달려간다. 이처럼 언어의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는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시도해야 한다. 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대화를 발전시키게 돕는 것이다. 아이가 “공룡!”이라고 말하면 엄마는 “옛날 옛적에 공룡이 한 마리 살고 있었지? 그 공룡은 초록색이었을까?”라고 물어본다. 만약 아이가 “아니, 파란색”이라고 답하면 “맞아. 옛날에 파란색 공룡이 살고 있었는데 공룡은 매우 배가 고팠어”라고 말해보자. 아이들은 짧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계속 질문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청소년기 이후 공부하는 데 중요한 건 읽기 능력이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일상생활에서 즐겁게 책 읽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단순히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읽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어리다면 그림책의 특정 그림을 가리키며 이름을 맞히게 해보자. 언어 능력이 조금 발달했다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 전 내용을 유추하게 해보거나 주인공의 감정을 떠올려보게 한다. 때론 “팥쥐한테 비단신이 꼭 맞았대” 식으로 일부러 틀리게 말하는 것도 좋다. 책을 다 읽은 뒤 완전히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책 읽는 것을 재미없어 한다. 따라서 “책 좀 읽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라고 외국어 쉽진 않아 모국어만 배워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영유아 때 사교육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건 일반적으로 맞다. 한 연구에 따르면 3∼7세에 미국에 간 아이가 사춘기 이후에 간 경우보다 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이주한 미국 가족을 살펴본 한 연구는 네덜란드어 실력이 청소년과 성인, 아동 순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외국어 학습의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지는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 CD나 음원 파일을 틀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기가 9개월에 중국어를 접하는 실험을 했다. 1집단 아기들은 중국어로 매일 15분씩 놀아줬고, 2집단은 1집단의 행동을 녹화해 보여줬다. 3집단에게는 1집단의 대화만 녹음해 들려줬다. 분석 결과 중국어 말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건 1집단뿐이었다. 해당 언어로 직접 놀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여도 외국어를 습득하기 어렵다. ‘아이는 스펀지 같아서 영어도 한국어도 동시에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다. 많은 학자는 어려서 이중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결코 순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동기에는 뇌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영어도 100%, 한국어도 100% 배울 수는 없다. 영어를 50%, 한국어를 50% 배운다고 보는 게 맞다. 송 교수는 “모국어가 좀 뒤처질 수 있다는 걸 감수할 수 있으면 외국어 학습을 일찍 시작해도 된다”며 “아이가 남들과 잘 어울리고 말하는 걸 좋아하며 어법상 틀리게 말하는 걸 불안해하지 않는 경우에도 어려서 하는 외국어 학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각종 생활쓰레기 위로 A 씨가 초중고교 12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쏟아진다. 그의 꿈처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새내기 생활을 즐기고 있을지, 내년을 기약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지난해 11월 19일 인생에서 제일 긴장하며 한 글자씩 써내려간 김 씨의 흔적이 1190도 화염 속에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의 한 폐기물 처리장 내 소각장. 집게차가 2017학년도 한양대 입시를 치른 학생들의 각종 ‘입시서류’를 소각로와 연결된 창고로 집어넣었다. 지난해 약 3만 명이 응시한 논술고사 문제지와 연습지, 감독관이 고사장에 들고 간 문제지 봉투, 미술 실기 응시자가 바꾼 켄트지, 교수들이 평가하며 끄적거린 메모지, 법학전문대학원·편입학 필기고사 문제지까지. 15t을 넘었다. 한양대 창고에 보관돼 있던 서류들은 이날 오전 실려 왔다. 지원자가 제출한 답안지 원본과 스캔본 외의 것은 모조리 소각한다. 한양대 관계자는 “학생 이름과 수험번호가 쓰여 있어서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같았다면 2012학년도 수시모집 때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같은 ‘입학서류’까지 소각장으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입학서류 보관 규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해 입학서류는 소각하지 않았다. 본보 확인 결과 대교협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입학서류 보존 기한을 4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종 결과는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2019학년도까지 대입전형 기본계획에는 ‘전형 관계 서류는 최소 4년 동안 보관해 대입 전형관리의 공정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된 경우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갑자기 보존 기한을 늘리는 건 표면적으로는 국가기록원의 ‘대학기록물 보존기간 책정기준 가이드’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대교협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이 입학서류의 10년 보존을 권고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12월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의 연세대 입학 특혜 의혹이 입학서류 보존 기한 연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연세대를 조사했다. 하지만 1998학년도에 입학한 장 씨의 입학서류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입학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일반적인 입학서류 양도 만만치 않은데 미술 실기를 보는 대학은 조각상까지 쌓인다. 10년을 보관하려면 전형료가 오를 거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존 기한을 늘리면 대학이 입시를 더 꼼꼼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한양대 입학처는 지금까지 “우리 애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낮은 애가 합격했다” 같은 문의가 들어오면 보관 중인 입학서류를 꺼내 확인시켜 줬다. 한양대 관계자는 “이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10년 전 지원자까지 검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입학처장 출신의 한 교수는 “입시 공정성을 위해 보관비용은 대학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문제”라면서 “교육부가 고교 교육정상화 지원사업 예산에서 비용을 쓰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안산=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소위 ‘공돌이’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다니면 교양과목을 총 8학기 동안 필수로 들어야 한다. 대부분 졸업 전까지 매 학기 한 과목씩 듣는다. 체육은 2학기 이수가 필수다. 서울대, 포스텍, 한양대 공대는 졸업 이수요건에 교양 학점을 포함시켜 대부분의 학생이 2, 3학년까지만 교양과목을 듣는 것과 다른 점이다. MIT 화학공학과 2학년 강지우 씨(20·여)는 1학년 1학기 때는 ‘과학, 기술, 공공정책’과 ‘요가’를, 2학기엔 ‘연기의 기초’와 ‘요가’ 과목을 들었다. ‘과학, 기술, 공공정책’은 다른 어떤 전공과목보다 깊은 감명을 줬다. 강 씨는 “나중에 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관련된 사회이슈 수업을 들으니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MIT 학생은 매 학기 교양과목을 △인문 △예술 △사회과학 영역 중 골라 듣는다. 개설된 교양과목은 공대 학생이 듣는다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고 깊이가 상당하다. 예술 영역은 음악, 작곡, 다큐멘터리, 연기, 사진, 건축, 게임 등을 포괄한다. ‘전자음악 작곡’ ‘배우를 위한 목소리와 말하기’ ‘게임 디자인 방법 입문’ 등의 과목이 있다. ‘시 워크숍’은 기본과 고급 등으로 난도가 구분돼 있다. 예술 영역 과목은 모두 78개. 인문 영역은 125과목(113종류)으로 제일 많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포르투갈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언어와 역사, 문학 등을 배울 수 있다. ‘상하이와 중국의 근대화’ ‘일본과 한국의 디지털 미디어’ ‘마음과 기계’ ‘여성과 젠더 연구 입문’ ‘세상을 통치하는 법’ 등이 그 예다. 외국어 과목은 난도를 최대 6단계로 개설해 학생이 자기 실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사회과학 영역은 ‘워싱턴 인턴을 위한 미국 공공정책’ ‘협상의 예술과 과학’ ‘아시아의 부흥’ ‘전쟁의 원인과 예방’ 등 총 61과목(51종류)이다. MIT가 교양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한 이유는 학생이 과학을 공부하고 융합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데 인문학 소양이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배리 존스턴 MIT 화공과 교수는 “화학공학을 공부하려면 화학 생물 물리 수학의 기초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휴머니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영찬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학부총장은 “과학은 결국 인간의 편리를 위한 학문”이라며 “여러 교양과목을 들어야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MIT는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을 거라고 보고 과학 전공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면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포스텍, 한양대에는 들어야 할 교양과목이 아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 화공과는 졸업 전 이수해야 하는 교양 38학점 중 28학점을 모든 학생이 똑같이 들어야 하는 공통 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학생이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건 10학점(핵심역량교양)뿐이다. 포스텍도 교양 이수 요건 36학점 중 ‘글쓰기’ ‘영어인증’ ‘체육’ ‘인문과 예술의 세계’ ‘과학과 사회의 통합적 이해’ 등 16학점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건 20학점이다. 서울대는 ‘과학과 기술 글쓰기’ ‘외국어’ 등 7∼9학점은 모든 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이 반드시 들어야 한다. 12학점만 선택할 수 있다. 배 교학부총장은 “모든 학생이 같은 교양과목을 들으면 똑같은 인재만 양성될 뿐”이라며 “‘졸업까지 몇 학점 이상 들어라’ 하는 것과 ‘매 학기 들어라’ 하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양과목을 매 학기 듣게 하는 건 학생들이 한순간이라도 공대 전공과목에만 매몰되지 않고 균형 감각을 갖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졸업 이수 학점만 채우게 해놓으니 국내에선 저학년 때 몰아 듣고 있다. 국내 공대 교양과목은 MIT만큼 다양하지 않다. 한양대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핵심역량교양(10학점)을 위해 △고전 읽기(37과목·36종류) △글로벌 언어와 문화(69과목·46종류) △미래산업과 창업(34과목·28종류) △그 외(과학과 기술, 인문과 예술, 사회와 세계, 138과목·115종류) 영역을 개설했다. 과목 제목이 ‘고전음악의 이해’ ‘심리학의 이해’ ‘영문 쓰기의 원리’ ‘영어 발음의 원리와 교정’ 등 비슷하다. 인문과 예술 영역은 인문과 예술 분야를 따로 다루는 MIT에 비하면 과목 수나 종류가 부족하다. 서울대는 △언어와 문학 △문화와 예술 △역사와 철학 △정치와 경제 △인간과 사회 영역에 208과목(207종류)이 개설돼 있다. 제목 형태가 ‘◇◇의 이해’ ‘○○권 문화의 이해’ ‘△△론 입문’ 등인 게 다수다. 서울대와 한양대에는 공통적으로 교양과목에 ‘부모교육’ ‘결혼과 가족’ 수업이 있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평가에서 전공교육보다 교양교육 배점을 높였다. 하지만 우리 공대가 교양과목을 더 다양화하고 수강 기간 및 학생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 화공학부 3학년 이보원 씨(20)는 “과학고를 조기 졸업해 일찍 대학생이 된 상황이 혼란스러웠는데, 심리학을 들으며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성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12년간 박사와 연구원으로 연구했고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등을 지낸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58·사진)는 “교육과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국내 인재는 기계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은 기계 알고리즘이나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빅데이터나 알고리즘을 제대로 아는 교수가 한국에 한 명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아무도 읽지 않는 쓸데없는 논문을 쓰는 데만 온 정신을 쏟고 정작 학부 교육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학 수업은 수십 년 전 커리큘럼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두뇌한국(BK)21플러스 사업을 없애서 교수를 논문으로부터 해방시키고 학부 수업에 ‘올인’(다걸기)하게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당장 논문 쓸 게 없는데 논문 많이 쓰는 대학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4차 산업혁명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가지 전공 기초과목은 필요하지만 그런 과목을 단순히 많이 가르치는 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데이터를 많이 알고 분석하는 건 기계가 더 빨리 잘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집중해야 할 건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종합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공필수 과목 위주의 졸업이수 요건은 정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조선업이 쇠퇴하고 있는데 학생에게 왜 전공필수 과목만 듣게 하느냐”며 “다른 학과의 지식도 배워 창의성을 키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MIT처럼 공대생도 인문학적 과목을 다양하게 들어야 거기서 학문 간 연결이 일어나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방문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교수로부터 이런 일침을 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선 논문만 쓰는 교수를 ‘루저(loser)’라고 불러요. 얼마나 아이디어가 없고 돈 되는 게 없으면 그럴까 싶어요. 제대로 된 교수들은 기업체에서 갖고 온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수행하느라 정신없죠.”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생명과학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기술 간 융합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혁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해야 할 국내 공대들은 여전히 단일 전공지식에 집중한다. 1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바꾸자”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변한 건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누가 잘 키우고 있는지 미국과 한국 주요 공대의 교육과정을 최초로 비교 분석해 2회에 걸쳐 싣는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2학년 강지우 씨(20·여)는 1학년 때 전공기초 과목 6개를 들었다. 1학기엔 △생물학 △물리학 △화학, 2학기엔 △유기화학 △물리학 △미적분학을 수강했다. 유기화학은 1학년이 이수해야 하는 필수 전공기초 과목 6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 씨는 필수인 미적분학 두 과목 중 하나를 고등학교 때 들어 다른 기초 과목을 수강했다. 한 학기에 전공과목이 3개뿐이니 여유 있을 것 같았지만 오산이었다. 모든 과목은 교수의 3시간 강의 외에 반드시 조교와의 면담 2시간이 포함돼 있어 시간표가 빡빡했다. 강의는 이론과 공식이 나오게 된 과정을 증명하는 것 위주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문제 풀이는 조교와의 면담 시간에 이뤄진다. 질문이 쏟아진다. 과목당 과제는 반드시 일주일에 하나씩 있다. 어떤 문제는 혼자 6시간을 매달려도 안 풀릴 때가 있다. 이런 식으로 2학년까지 필수 전공기초와 기초 또는 중급 전공과목을 듣는다.○ 수준 높은 강의라 많이 듣기 어려워 학업량은 초중고교까지 통틀어 제일 많다. 강 씨는 “미국 학생들은 중학교 때까지 놀고 고교 때 약간 공부하고 대학에서 제일 세게 공부한다”며 “한국에서 고교까지 다니고 MIT로 유학 온 친구에게 ‘한국에서 고생하고 미국에서도 고생이네’라고 농담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3학년 이보원 씨(20)는 1학년 때 필수 전공기초를 12개 이수했다. 1학기 땐 △물리학 △물리학실험 △화학1 △화학실험1 △화학생물공학입문 △고급수학 및 연습1, 2학기엔 △화학2 △화학실험2 △기초화학 △수학 및 연습2 △물리실험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 전공과목 수가 MIT의 2배다. 1, 2학년 개설 과목의 절대 다수가 전공기초 과목인 건 미국 MIT와 한국 서울대 포스텍 한양대 화학공학과가 모두 동일했다. MIT는 그 비율이 90%로 서울대와 동일하게 높았다. 포스텍은 76%, 한양대는 71%였다.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쉴 새 없이 개발되는 시대지만, 기초과목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재정 서울대 화공학부장은 “4차 산업혁명이나 AI 시대가 와도 필수 전공기초 과목은 큰 변화가 없다”며 “과학은 기본 뿌리가 튼튼한 상태에서 새로운 열매가 맺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박태현 서울대 화공학부 교수(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대학은 현장의 지엽적인 것보다 기초를 잘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기초 과목을 가르치는 방식은 MIT와 국내 대학이 분명 다르다. 1학년에 이수한 과목은 이 씨가 6개 많다. 그런데 시간표에 표시된 시간은 이 씨가 1학기와 2학기에 각 17시간, 강 씨는 모두 각 15시간으로 총 4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MIT는 과목당 학업 강도가 센 탓에 여러 개를 들을 수 없는 셈이다. 국내는 교수 강의 시간을 기준으로 대부분 전공과목이 3학점이다. 하지만 MIT는 강의(3시간)와 조교와의 면담 시간(2시간), 개인 학습시간을 더해 9∼15유닛이다. 배리 존스턴 MIT 화공과 교수는 “유닛은 학생이 해당 과목에 대해 일주일 동안 들여야 하는 노력의 시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전공과목 졸업요건은 MIT가 13과목(147유닛)으로 서울대(34과목·100학점), 한양대(29과목·87학점), 포스텍(28과목·82학점)의 절반 이하다. 본보의 이번 교육과정 분석 비교 자문에 응한 배영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학부총장은 “따로 많은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한국 공대와 기초적인 걸 세게 가르치고 그 이상은 통합해 스스로 깨치게 하는 MIT의 차이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산업체 프로젝트하며 배워 MIT 3, 4학년은 단일 전공이론 위주의 수업을 하지 않는다. 전공이론 과목은 전체의 11%(2개)뿐이다. 89%(17개)는 통합과목이다. 통합과목은 1, 2학년 때 다뤘던 전공기초를 다수 다루면서 공정관리와 제품개발,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배운다. 엔지니어링 윤리, 환경과 안전, 사회 이슈도 배운다. 여러 이론이 다뤄지는 만큼 대개 교수 2명이 함께 수업한다. 통합과목의 70%(12개)는 실험통합과목이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지역 내 산업체가 제시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실험과 자료 분석, 발표 및 리포트 작성 능력, 협동심을 배운다. 교재는 전혀 필요 없다. 강 씨는 “교수가 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된 프로젝트나 제약회사 또는 정유업체의 프로젝트를 한다”며 “여러 이론이 망라되는데 교수는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대는 3, 4학년에도 전공과목 비중이 높다. 특히 한양대는 그 비중이 89%로 1, 2학년 때(71%)보다 높다. 그나마 포스텍은 실험과목과 통합과목 비중이 각 29%였다. 통합과목은 한양대가 4%, 서울대는 7%에 불과했다. 배 부총장은 “한국 학생들이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지식을 종합할 줄 모르는 건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따로따로 배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학의 통합과목은 대부분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듣는 연구과목이다. 전상민 포스텍 화공과 교수는 “논문연구 과목을 통해 관심 있는 분야의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실험하며 배운다”고 했다. 서울대도 창의연구 과목으로 교수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다. 방학 때 SK하이닉스 같은 산업체에 풀타임으로 출근하고 학점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MIT처럼 통합과목에 교수가 여러 명 투입되기는 어렵다. 교수 1명에게 ‘한 학기에 몇 학점 이상’ 강의를 요구하는 학칙 때문이다. 김 화공학부장은 “교수 2명이 팀티칭으로 강의하면 1명은 강의한 걸 인정 못 받는다”며 “그 대신 다음 학기에 그에게 강의 시수를 몰아준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창의력을 키우려면 교수가 창의적 교육방법을 도입할 수 있게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단국대 공대에 다니는 학생 A 씨는 금융공학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전과는 회계학과 경영학과 통계학과 중 어디로 하는 게 좋을지, 과목은 어떤 걸 들으면 좋을지, 어떤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소속이 공대니 주변 교수나 조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A 씨는 그저 막막할 뿐이다. A 씨의 문제는 단국대가 구축하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교육지원 시스템이 있다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에듀아이(EduAI)’ 시스템에 접속해 “금융공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 들어야 할 교과목은?”이라고 질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개설 교과목과 강의계획, 관련 학과 커리큘럼 등 필요한 정보가 한번에 나온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미래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학생은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셈이다.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학 서비스 바꿔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국내 대학 최초로 AI 기반의 스마트 캠퍼스를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대학의 교육과 행정 서비스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대학은 기초 교양교육과 전공교육만 잘 제공하면 됐다. 일단 입학만 하면 교육과정은 다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등 입학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문도 넓다. 여기에 융복합 학문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나날이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가는 가운데 취업률을 높이는 것도 대학의 주요한 임무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19세기의 서비스만 하고 있다. 장 총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고 정확한 진로지도를 하려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고민 끝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자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 총장은 지난해 5월 한국IBM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리고 학사시스템과 AI를 결합시키기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주도할 기구로 미래교육혁신원을 만들고 에듀아이센터도 신설했다. 올해 4월에는 AI를 교육과정에 응용시킬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구축할 업체를 경쟁 입찰한다. 앞으로 4년 이내에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스마트 캠퍼스를 완성할 예정이다. AI가 대학 교육에 도입되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설계할 수 있다. 나만의 대학 4년을 만들 수 있다. 단국대에 한 학기 동안 열리는 강의 수만 약 2500개다. 하지만 전공별로 짜인 틀을 따르지 않고 자기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교과목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걸 정확히 지도해줄 사람도 없다. 학생들은 그저 선배의 경험담이나 어깨너머로 듣는 정보를 활용한다. 장 총장은 “AI가 정확한 정보를 잘 제공하면 교육과정이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교수도 인성과 교양, 감성을 교육하기 위한 여력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일자리 위협, 창업 교육으로 해결 산업화와 정보화가 고도화되면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융합·창의·자기주도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 단국대가 바라는 인재상은 ‘공학도이면서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고민하는 학생’, ‘전통을 존중하되 대안을 고민하고 창출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계획을 실천하는 학생’이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단국대는 창업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청년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장 총장은 “토익 점수나 스펙을 쌓는 취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 만드는 일’에 직접 도전하고 그 경험을 사회에 공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단국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20개 이상의 창업 강좌를 열었다. ‘기존 창업을 넘어선 유일한 창업’이 모토였다. 재학생 1만 명 이상이 관련 강좌를 수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국대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창업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참여도를 평가해 시제품 제작 등에 쓸 수 있게 최대 500만 원을 줬다. 지난해까지 창업동아리 39개가 생겼다. 창업지원단도 설립했다. 창업 아이디어만 갖고 지원단에 오면 창업 교육부터 재정·행정적 지원 등 창업 전 과정을 후원한다.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는 물론이고, 글로벌 창업 인턴십을 지원하고 시제품을 전시해주며 투자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창업교육도 한다. 2014년 단국대 학생들이 올린 창업 매출은 약 18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2년 만인 지난해 누적 매출은 28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 한 언론사의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단국대는 학생 창업률 1위를 기록했다. 학교의 창업과 취업지원은 2위였다. 장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도전과 창조다. 도전은 반항이 아니라 동기부여고, 탐구 정신에서 비롯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 효율성이 최고 가치였다. 정형화된 기술과 지식이 중요한 건 당연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유와 공존, 비정형적이고 유연한 논리가 핵심이다. 장 총장은 “도전정신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자세”라면서 “단국대에서 학생들이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에 이익을 창출하는 인재’로 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려대는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한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앞장서서 이끌어왔다. 민족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웠던 1905년,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은 ‘교육구국’이란 이념 아래 태어났다.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법률학과 이재학이 기둥이 됐다. 이 두 학문은 광복 이후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학은 이렇게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고려대의 건학이념인 교육구국은 지금도 유효한 가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문명사적 대전환기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사회 곳곳은 여전히 낡은 제도와 관념에 젖어 있다. 젊은 세대는 활력을 잃었다. 경제는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누적된 모순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채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려대는 ‘대학이 바뀌면 사회와 국가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변화를 실천하는 비전은 ‘개척하는 지성’이다. 고려대는 거친 파도를 현명하게 활용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방법을 알아내는 인재를 키우려고 한다. 격랑에 휩쓸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학생은 고려대의 인재상이 아니다. 이를 위해 먼저 교육에 스며 있는 낡은 제도를 타파했다. 2015년 시험감독 출석확인 상대평가를 없애는 ‘3무정책’을 도입했다. 학생을 스펙관리와 성적경쟁에 옭아매지 말자는 취지였다. 학생들은 자율 신뢰 책임의 원칙 아래 스스로 학습을 실현해 낼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를 키워가고 있다. 염재호 총장은 “고려대 학생의 경쟁 상대는 옆자리에 앉은 학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은 ‘정의장학금’을 통해 아르바이트 대신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등록금 외에 매달 생활비까지 추가 지급받는 덕분이다. 경제적 장애가 학업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장학금 개편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진리장학금’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 마음껏 도전한다. 학생이 스스로 도전 또는 체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안하면 장학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장학금을 지원한다. 중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북유럽 등에 갈 수 있는 ‘KU-글로벌리더십프로그램’ 장학금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들은 항공료와 해당 국가 학교 기숙사비, 수업료 등을 지원받는다. 염 총장은 “장학금은 배움을 장려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고려대의 장학제도 개편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한다. 공교육을 바로 세워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논술시험은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공교육이 권위를 회복하면 사교육 시장의 과잉 성장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 가처분 소득 잠식이나 내수 경기 불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고려대는 입시학원에서 맞춤형으로 훈련된 학생이 아니라 잠재력을 갖춘 원석을 직접 골라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입학처를 인재발굴처로 개편하기도 했다. 오늘의 고려대는 미래를 헤쳐 나갈 글로벌 지성을 길러내고 있다. 과거 보성전문이 민족의 앞날을 밝힐 등불을 켰던 것처럼 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앞으로 100년은 지난 100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염 총장은 “21세기형 인재는 문제해결 능력과 문제탐색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무한 경쟁과 스펙 쌓기로는 절대 그런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이미 낡은 교육과 작별했다. 새로운 교육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낼 의지를 다지고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일단 헌것 쓰게 하세요. 한번 사면 15∼20년 쓰는데, 며칠 늦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2일 책걸상 전문 생산업체 우진교구산업(경기 군포시)에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3월 개학 날짜에 맞춰 반드시 책걸상을 배달해 달라는 독촉 전화였다. 우진교구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직원 30명이 전부 매달려 하루에 책걸상 500조(세트)씩 제조했다. 하지만 주문량이 많아 모든 학교의 납품 기한을 맞출 수 없었다.넘어져도 깨지지 않는 책상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는 건 우진교구산업 박침곤 회장(80·전국 KS책걸상협의회장)이 2009년 개발한 강화안전유리 책상이다. 이건 모든 사람들이 ‘학교 책상’ 하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합판으로 만든 기존 책상은 늘 흉터투성이였다. 학생들이 책상에서 얌전히 공부만 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볼펜이나 매직, 색연필로 책상을 도화지 삼는가 하면 때로는 칼이나 송곳으로 조각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쉽게 낙서를 지우려면 반질반질한 유리가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책상은 이리저리 쿵쿵 부딪치기 일쑤인데 만에 하나 깨져서 학생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이 걱정이 앞섰다. 이때 박 회장 머리에 떠오른 게 자동차 앞 유리였다. 사고가 나도 파편은 튀지 않고 금만 가는 강화유리. 기자에게 이런 설명을 하던 박 회장은 사무실에 있던 책상을 옆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책상이 큰 소리를 내며 맥없이 고꾸라졌다. 하지만 책상은 어느 한 곳 흠집 난 데 없이 멀쩡했다. 제일 처음 강화유리 책상에 관심을 보였던 서울 A초등학교는 반신반의했다. 아이들이 하도 낙서를 하니 유리로 만든 책상이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게 영 못 미더웠다. “그럴 리 없지만 만약 하나라도 깨지면 5년간 무상으로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깨지면 전화 주세요.” 박 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나도록 연락은 없다. 경기 B고등학교 이사장 역시 책상 강도를 의심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사장은 대뜸 수위에게 망치를 가져오게 했다. 박 회장이 “망치로 내리쳐도 파편은 절대로 튀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였다. 이사장의 지시에 수위는 망치로 책상을 내리찍었다. 상판은 처참하게 금이 갔다. 하지만 파편은 한 조각도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이사장은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전교생 1400명의 책걸상을 한번에 바꿨다. 강화유리 책상은 학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다. 현재 우진교구산업은 지난해 조달청에 등록된 22개 책걸상 생산업체 중 책상과 걸상 매출 점유율이 모두 1위(각 44.4%, 50.5%)다. 지난해 학교로 납품된 책상과 걸상만 각각 5만2869개, 6만2209개다. 2012년 강화유리 책상이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되면서 수요가 점점 늘었다. 강화유리 책상은 알록달록하다. 강화유리 밑에 하늘 아이보리 그린 색깔 투명 접착필름을 붙여서다. 요즘 학교는 책걸상을 바꿀 때 교무실에 여러 업체 제품을 놓고 학생과 교사가 직접 고르게 한다. 교장과 행정실장의 입맛에만 맞추면 쉽게 납품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학교에는 여교사가 대부분이고 학생들도 예쁜 것을 선호한다. 수많은 합판 책상을 제치고 강화유리 책상이 표를 많이 얻는 이유다. 2014년엔 앞가리개가 부착된 책상이 나왔다. 이 책상은 여학생과 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허리 통증을 더 호소한다. 교복 치마를 짧게 입는 탓에 옷 안이 보이지 않도록 잔뜩 다리를 오므리고 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 상판 밑 앞쪽과 양옆에 가리개를 부착하니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여학생들은 “한여름에도 두꺼운 담요를 무릎 위에 덮고 있어야 했는데 이 책상은 너무 편하다”며 좋아한다. 교복을 입지 않는 초등학생을 위해서도 앞가리개가 부착된 책상을 구입하는 학교가 많다. 가격차를 고려해 남녀공학이라면 여학생 것만이라도 가리개를 부착한 책상을 구입한다. 지금은 다른 업체에서도 가리개를 붙인 책상을 많이 제작하고 있다. 제작 비용 부담 때문에 가리개를 상판 앞쪽에만 붙이기도 한다.학생 신장과 학생수 변화 따라 바뀐 책상 국내 책걸상은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소나무로 책걸상을 만들었다. 1970년대부터는 합판 책걸상만 제작됐다. 정부가 KS(한국산업표준) 학생용 책상 및 의자 규격을 제정하면서 재료를 합판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규격을 그대로 가져온 데 따른 것이었다. 책상 재료가 다양해진 건 2008년 말부터다. 책걸상 업체들은 국가기술표준원에 “국산이면서 질 좋은 소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합판만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KS 재료 규정이 합판과 섬유판 등으로 완화됐다. 첫 변화는 사출(射出) 책상이었다. 합판으로 만드는 건 기존과 동일하지만 상판 옆면 테두리에 우레탄 소재를 붙여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상판 윗부분에 홈을 파서 연필이 책상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한 것도 특징이다. 그 뒤엔 법랑(세라믹)으로 책상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제작하지 않는다. 업체들이 비용 때문에 법랑을 낮은 온도에서 굽다보니 상판이 매끄럽지 않게 나오는 탓이다. 또 학생들이 칼로 상판을 긁은 자리에 때가 잘 끼다 보니 학교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우진교구산업에서 시작된 강화유리 책상은 현재 다른 업체 한 곳도 제작하고 있다. 아직 합판 책상도 생산된다. 이건 재료를 100% 베트남에서 들여온다. 2인용 책상은 2001년 중반부터 사라졌다. 과거 대부분 초등학교는 2인용 책상을 썼다. 짝꿍이 넘어오지 못하게 중간에 금을 그어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2인용 책상이 필요 없어졌다. 또 국제 규격 어디에도 2인용 책상은 없다는 이유로 KS 규격에서 2인용 책상 규정이 사라졌다. 책걸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다. 그전까지 학교는 학년별 책상을 모두 따로 구입해야 했다. 학교로서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학생들 불만도 높았다. 같은 학년이어도 어떤 학생에게는 책상이 너무 높고, 다른 학생에게는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학년별 표준 신장에 맞는 책상을 구매해도 학생 개개인의 키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었다. 박 회장이 2000년에 먼저 높이 조절 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책상 다리에 끼워져 있는 높낮이 조절 키를 풀면 학생 키에 맞게 책상 높이를 올렸다 낮췄다 할 수 있다. 학교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더 이상 여러 규격의 책상을 사지 않아도 되니까.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국가기술표준원은 2001년 KS 규격을 개정하면서 고정형 외에 조절형에 대한 규정을 따로 담았다. 현재는 대부분 업체가 조절형 책걸상을 생산한다. 교육부도 업체들에 “특히 초등학교가 고정형을 주문하면 조절형으로 바꾸도록 유도해 달라”고 권고한다. 1년 사이 키가 급격히 크는 초등학생들이 그때그때 자기 신장에 맞게 책걸상을 조절해 쓰게 하기 위함이다. 책걸상 호수는 학생 신장 변화와 국제 규격을 반영하면서 바뀌었다. 1976년부터 2001년 KS 규격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1∼11호로 구분됐다. 학생 신장이 98∼111cm면 1호, 105∼118cm면 2호로 시작해 161∼174cm 10호, 168cm 이상 11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1∼6호만 있다. 표준 신장 105cm면 1호, 120cm 2호, 135cm 3호, 150cm 4호, 165cm 5호, 180cm 6호다. 대부분 업체가 책걸상을 조절형으로 제작하므로 모든 호수를 생산하진 않는다. 우진교구산업은 스몰형과 라지형만 만든다. 초등학생이 쓰는 스몰형은 KS 규격상 3∼5호, 중고교생이 쓰는 라지형은 4∼6호다.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1학년용(2∼4호)도 제작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1학년이 키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은 책상을 사용하지 않도록 작은 책상도 만들어 달라”고 권고했다. 국내에선 우진교구산업과 코아스 등 4개 업체가 생산 중이다.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책상 상판 너비 규격도 2001년에 바뀌었다. 2001년 국가기술표준원은 책걸상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세로와 가로 너비가 40×60cm였던 책상 규격을 50×70cm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한 반 학생수가 35명까지 줄어든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교실에 사물함이 설치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사물함 때문에 교실 길이가 줄어드니 책상을 지나치게 넓히면 애들이 지나다닐 통로가 좁아진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최종적으로 책상 규격을 45×65cm 또는 50×70cm로 변경했다. 학생수가 많이 감소한 학교는 좀 더 넓은 책상을 쓰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조금 넓은 책상을 쓰라는 취지였다. 현재 학교의 약 99%는 45×65cm 책상을 쓴다. 50×70cm는 너무 크고 무겁다는 이유에서다.의사에서 책걸상 제조업으로 박 회장은 책걸상 변화의 산증인이다. 하지만 1988년 사업에 뛰어들 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했다. 집까지 날아가고 남은 게 단 하나도 없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인데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빚만 가득한 친구의 책걸상 업체를 인수했다. “도와 달라”는 친구의 말을 외면하지 못했다. 한 푼이 두 푼이 되고, 보증으로까지 이어졌다. 그게 이렇게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박 회장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의사였다. 부모는 자식이 의사가 되길 바랐다. 이름에는 잘 쓰지 않는 한자 針(바늘 침)까지 넣어 작명했다. 정말 흔치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 직업이 의사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름 뜻을 들은 사람들은 “거 참, 이름 한번 잘 지으셨네”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에 직원들이 그대로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침 서울 목동과 상계동, 경기 성남의 분당, 고양의 일산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다. 학교가 신설되는 건 당연했다. 기술력과 유통망이 있으니 납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남들과 똑같은 합판 책걸상을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수많은 특허로 이어졌다. 탄성의자는 허리 통증과 척추측만으로 병원을 찾아왔던 수많은 학생 환자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의자에 올바르게 앉으려면 등받이에 등을 기대야 한다. 하지만 합판 의자는 딱딱한 탓에 학생들이 대개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않았다. 운동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앉는 자세까지 잘못됐으니 허리가 아픈 건 당연했다. 이에 박 회장은 탄성이 있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까딱거리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의자를 만들었다. 이제 대학 동기들은 모두 박 회장을 부러워한다. 교수 친구들은 정년(65세) 이후 일을 쉰 지 오래다. 개원 의사 친구들도 대부분 70세에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박 회장은 아이디어 하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대표이사 자리는 몇 년 전 산업공학을 전공한 첫아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KS책걸상협의회장으로 업계 대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42곳이던 책걸상 업체(조달청 등록 기준)는 현재 22곳으로 줄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탓이다. 책걸상 내구연한은 8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15∼20년씩 쓴다. 예산 때문에 교체할 엄두를 못 낸다. 바꾸더라도 전 학년 것을 한 번에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신히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한다. 일부 교육청은 책걸상 교체 예산을 너무 낮게 책정해 “지원을 받아도 원하는 책걸상을 사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학교가 많다. 박 회장은 “아무리 책걸상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해도 너무 오래 쓰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군포=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