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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은 뒤 결국 독일이 항상 이기는 경기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58)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당시 서독에 패한 뒤 한 말이다. 이 말은 독일이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새롭게 회자되곤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예외인 것 같았다. 24일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독일은 1-1 동점이던 후반 37분 제롬 보아텡이 퇴장당하면서 10명의 선수로 싸워야 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한 터라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독일의 마지막 조별리그 탈락은 80년 전인 1938년이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독일 축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부진하던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오른발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후반 추가 시간 4분경 프리킥 기회에서 크로스는 마르코 로이스가 멈춰둔 공을 오른발로 감아 찼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를 넘어 그림같이 휘어 들어가 사이드 네트에 꽂혔다. 94분 39초.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 골은 월드컵 축구 사상 연장전이 아닌 정규 시간 가장 늦게 터진 결승골이다. 종전 기록은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가 2006년 독일 월드컵 호주전에서 기록한 94분 26초였다. 2-1로 승리한 독일은 승점 3점을 얻으며 스웨덴을 제치고 조 2위에 올라섰다. 이날 독일과 스웨덴 모두 측면 공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오른쪽 공격(50%)에 집중하고, 왼쪽 공격(35%)을 곁들였다면 독일은 오른쪽(46%)과 왼쪽(45%) 공격의 균형을 맞췄다. 멕시코전에서 요주아 키미히에서 시작되는 오른쪽 공격(55%)에 치중했던 독일은 이날은 크로스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 루트를 양쪽으로 분산하는 모습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전반 23분 선제 득점을 올린 스웨덴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빅토르 클라손이 한 번에 전방으로 찔러준 공을 올라 토이보넨이 오른발 로빙슛으로 연결해 상대 골망을 흔든 것. 독일은 0-1로 뒤진 채 맞은 후반 들어 공격 위주의 전술을 폈다. 미드필더 율리안 드락슬러를 빼고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를 투입하며 4명의 공격수를 앞세웠다.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후반 막판에도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를 공격수 율리안 브란트로 교체했다. 볼 점유율에서 71%로 크게 앞선 독일은 29%의 스웨덴을 줄기차게 몰아친 끝에 역전을 일궈냈다. 그 중심엔 127개의 패스 중 121개를 성공시킨 크로스가 있었다. 크로스는 슈팅과 태클도 각각 4개와 3개로 팀 내 1위였다.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는 경기 직후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그라운드를 내려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 아직 살아있다(still alive)”라는 글을 올렸다. 독일의 승리로 16강행 희망을 이어간 한국은 27일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다득점을 노리는 독일의 파상공세를 이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보여줬던 공격력에 수비 안정화를 가져간다면 못해 볼 상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네커는 이날 SNS를 통해 독일에 대한 자신의 명언을 업데이트했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다가 독일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해 21명이 뛴 뒤 ‘빌어먹을’ 독일이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우루과이의 간판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는 기행(奇行)의 아이콘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축구 실력보단 각종 엽기적인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의 ‘핵 이빨’ 사건이다. 그는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상대 선수들을 깨문 전력이 있었다는 것.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국가대표 팀 간 경기) 9경기 출장 금지와 함께 4개월간 모든 축구 활동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수아레스가 빠진 우루과이는 16강전에서 콜롬비아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가나와의 8강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상대 슈팅을 손으로 쳐내 퇴장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못된 버릇은 계속되는 듯했다. 15일 이집트전에서 그는 사소한 반칙을 당한 뒤 바닥을 굴렀다. 벌떡 일어나선 상대 선수를 잡아챈 뒤 다시 그라운드에 벌러덩 드러눕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그는 완전히 딴사람이 돼 있었다.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누볐고, 반칙을 당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반 23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루과이에 1-0 승리를 안겼다. 카를로스 산체스의 왼쪽 코너킥을 곧바로 왼발로 가볍게 때려 그물을 갈랐다. A매치 100번째 출전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수아레스의 활약 덕에 우루과이는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맨 오브 더 매치(MOM)’는 그의 몫이었다. A매치 52번째 골을 터뜨린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득점한 선수가 됐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선 3골, 2014 브라질 대회에선 2골을 넣었다. 골을 넣은 뒤 그는 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집어넣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수아레스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00경기 출전과 16강 진출을 달성해 기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릴 수 있게 돼 더 기쁘다”고 썼다. 수아레스는 첫사랑인 아내 소피아 발비(29)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수아레스가 사고를 칠 때마다 발비는 따뜻하게 그를 감싸 왔고, 아내의 내조 덕에 그는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해서 4강전 정도에서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21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현장에서 응원한다. 현직 대통령의 해외 월드컵 원정 응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4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관전한다. 문 대통령은 20일 러시아 매체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다음 멕시코 경기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며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러시아 현지에서는 응원단 구성이 한창이다. 멕시코의 대규모 응원단에 맞서 태극전사들이 기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모스크바 교민 100여 명은 응원단을 조직해 로스토프나도누로 출발할 예정이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선교사 외 한국 교민이 거의 살지 않는다. 권순건 교민 응원회장(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은 “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 온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목청껏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4강 진출 쾌거를 이뤘던 그 대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네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특히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승리 후엔 라커룸을 찾아 직접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역대 대통령이 꽤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3년 4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 축구를 관전했다. 당시 경기에 앞서 선수 한 명씩 악수로 격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축구광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박스컵)라는 국제대회를 창설해 개막식마다 시축을 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것에 자극받아 이 대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육사 시절 축구부 주장이자 골키퍼로 활약했던 전 전 대통령은 예고 없이 경기장을 찾아 한국 대표팀 경기를 관전하곤 했다. 5차례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박종환 아마추어 축구팀 여주세종축구단 총감독은 “한창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청와대로 직접 불러 축구 얘기를 듣곤 하셨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어지간한 전문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yjongk@donga.com / 이헌재·문병기 기자}

“첫날 8언더파를 치고 나서 ‘만일 우승한다면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마이어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후원금을 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 더 기쁘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유소연(28·사진)이 약 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소연은 18일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블라이더필즈 골프장(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마이어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 낸 유소연은 카롤리네 마손(독일)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 올 시즌 첫 승이자 LPGA투어 통산 6승째다. 공동 선두에 2타 뒤진 3위로 출발한 유소연은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선두로 뛰어올랐다. 승부처는 17번홀(파4)이었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에게 1타 차로 쫓기던 유소연은 이 홀에서 6m짜리 버디를 잡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반면 노르드크비스트는 더블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18언더파 270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 올해 2차례밖에 톱10에 들지 못했던 유소연은 이번 우승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그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더 노력했는데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지역 슈퍼마켓 체인인 마이어는 빈곤 및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심플리 기브(Simply Giv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이 1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같은 H조에 속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다. 6번째 월드컵 본선이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대회 직전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하고도 좀처럼 팀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둔 올해 5월 일본축구협회(JFA)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66·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을 해임하고 니시노 아키라 기술위원장(63·사진)을 신임 사령탑에 임명했다. 해임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한국전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 1-4로 참패했다. 이후 말리(1-1 무승부)와 우크라이나(1-2 패)와의 경기에서 연달아 부진하자 칼을 뽑아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지난달 일본축구협회와 다시마 고조 회장을 상대로 공식 사과와 함께 1엔(약 10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니시노 저팬’은 이후 가나,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연달아 0-2로 패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에서 일본은 61위에 자리했다. 한국(57위)보다 4계단 아래다. 12일 파라과이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이누이 다카시(SD 에이바르)의 멀티골에 힘입어 4-2로 승리한 게 위안이지만 이 경기에서 팀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A매치에서만 50골을 터뜨린 오카자키의 콜롬비아전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은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콜롬비아와 맞붙어 1-4로 대패했다. 수비수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가 “4년 전과는 여러 부분에서 다를 것이다”라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FIFA 랭킹 16위 콜롬비아는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6골)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왼쪽 종아리 부상 회복 여부가 변수다. 하메스는 남미 지역 예선에서는 6골, 4도움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65·사진)이 16일 모로코와의 B조 첫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한 말이다. 이란은 이날 특유의 ‘늪 축구’를 구사했다.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치중했다. 후반전에는 슈팅 수 ‘0’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모로코 아지즈 부핫두즈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하면서 아시아 국가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8년 만에 승리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큰소리쳤다. “설령 89분 동안 수비를 한다 해도 그게 뭐가 문제인가. 1분이 주어져도 승리만을 생각하고 뛰면 된다”고 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한국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내질러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팬들에게는 ‘밉상’이지만 이란에서는 ‘국민 영웅’이다. 2011년 취임한 뒤 이란을 두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고, 이번에는 승리까지 거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 스웨덴전을 하루 앞둔 17일 “우리 국민들께서 마음속으로 분명 응원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이런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달된다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북유럽의 복병’ 스웨덴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57위 한국은 스웨덴(24위) 외에 독일(1위), 멕시코(15위)와 한 조에 속해 있다. 스웨덴을 꺾고 승점 3점을 확보한다면 16강 진출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기거나 패할 경우 16강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진다. 스웨덴은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조 3위로 밀어냈고, 플레이오프에선 이탈리아에 1승 1무를 거두며 본선에 합류했다. 북유럽 팀답게 높이와 파워가 뛰어나다. 한국은 역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최근 맞붙은 2005년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첫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2년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토고에 2-1로 역전승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그리스에 2-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뤘다. 브라질 대회 때는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영원한 ‘골리’ 신소정(28·사진)이 21년간 져 왔던 무거운 장비를 내려놓는다. 신소정은 1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로 올린 글에서 “최근 몇 년간 ‘마지막 목표였던 올림픽 이후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다”며 “생각했던 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운동선수가 아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썼다. 일곱 살의 나이에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신소정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던 2013년에는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 유학을 떠났다. 이를 위해 캐나다 1부 리그의 34개 팀에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냈고,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세인트 프랜시스 제이비어대에 입학했다. 2016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에 입단했다. 남북 단일팀을 이뤄 출전한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주전 골리로 뛰었다. 당시 그는 236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210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신소정은 “21년간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하키는 제 삶의 전부였고, 많은 것을 주었다. 지금까지 고생한 엄마, 함께했던 모든 팀 동료분들, 스태프분들, 협회분들, 뒤에서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날 백지선(짐 팩) 남자 대표팀 감독과의 3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백 감독은 2021년 6월까지 협회 산하의 각급 대표팀 운영 프로그램을 총괄 관리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네.” KT-두산의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김진욱 KT 감독은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하루 전인 11일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24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두산 선수들은 박치국 이용찬 함덕주(이상 투수), 양의지(포수), 김재환 박건우(이상 외야수)까지 6명이 이름을 올렸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이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국가대표에 우리 선수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나라를 위한 일이다”라며 웃었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 감독은 “뽑힐 만한 선수들이 뽑혔다. 박치국은 구위는 좋지만 너무 어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졸 2년 차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20)은 올 시즌 팀의 필승조로 맹활약 중이다. 반면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한 명의 국가대표도 배출하지 못한 김진욱 감독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안타깝고, 미안하고, 화도 나고 여러 가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투수 고영표(28)의 탈락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고영표는 올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 중이지만 완투를 두 차례나 해내 내심 발탁을 기대했다. 이날 맞대결에서 웃은 쪽도 두산이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는 2-2 동점이던 9회말 무사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팀의 6연승을 이끌었다. 박치국과 함덕주 역시 각각 3분의 2이닝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연패에 빠진 KT는 9위에 머물렀다. KIA는 안치홍의 4타점 원맨쇼에 힘입어 SK를 4-0으로 꺾었다. 국가대표 주전 2루수 안치홍은 6회 우전 적시타에 이어 8회 3점 홈런을 날리며 팀의 4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브라질 월드컵은 언제부터 하죠?” 며칠 전 모임에서 한 후배가 물었다.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 사람들은 개막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이라니? 브라질 월드컵은 4년 전 열렸다. 2018 월드컵 개최국은 러시아다. 개막은 14일이다. 이번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낮은 것 같다. 지구촌 축구 축제의 개막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최근 또 다른 모임에서는 모처럼 월드컵 축구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뒷맛이 씁쓸했다. “(예선) 3전 3패가 확실하다.” “감독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러시아 관광 빨리 끝내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좋은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이렇게 조롱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무관심 또는 과도한 기대에 따른 비난이다. 최근 볼리비아나 세네갈 평가전, 그리고 앞선 경기들에서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게 우리의 실력이고 현실이다. 12일 현재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7위다. 순위에 맞는 축구 수준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 감독이나 특정 선수가 잘나가던 팀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아니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된 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결정적이다. 자국에서 열린 그해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뤘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은 단번에 국민 영웅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후 한국 축구는 2002년 신화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02년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못 거둔 한국은 이후에는 최소 16강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됐다. 실력이나 환경은 따지지 않는다. 평가전에서조차도 이기지 못하면 단숨에 역적이 돼 버린다. 감독이나 선수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담은 실수로 이어진다. 제 기량을 100%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80%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팬들의 비난이 더 거세진다. 요즘 한국 대표팀이 겪고 있는 악순환이다. 한국이 같은 F조에 속한 독일(1위), 멕시코(15위), 스웨덴(24위)에 이기는 건 힘들다. 바꿔 생각하면 져도 본전이고, 이기면 두세 배 기뻐할 일이다. 비난보다는 응원이 우리 선수들을 더 춤추게 할 수 있다. 축구에 죽고 못 사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스포츠 최강국(축구는 아니지만) 미국은 이번 월드컵에 나오지도 못했다. 그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이미 복 받은 나라다. 눈높이를 낮추면 월드컵을 더 즐길 수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 국가대표팀 24인 최종 엔트리 선발을 위한 정식 회의는 11일 오후 2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미 1시간 전 모두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의실에 도착한 상태였다.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최종 엔트리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나타난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세 시간 넘는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을 전했다.○ 기회 잡은 오지환-박해민 아시아경기 엔트리 선정 과정에서 화제의 중심이었던 1990년생 병역 미필자 오지환(LG), 박해민(삼성)은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현역 입대를 해야 한다. 단, 선 감독은 미필자 배분을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 포지션별 베스트 선수를 먼저 뽑았다. 두 선수는 백업 자격으로 포함됐다. 박해민은 워낙 대수비, 대주자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오지환은 김하성(넥센)의 백업이다. 처음에는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 선발을 구상했는데 코칭스태프에서 멀티포지션을 제대로 하는 선수가 부족하니 그럴 바에는 한 포지션을 잘하는 선수를 뽑자고 했다.”○ 금메달 간절, 40도 넘는 자카르타에서 젊은 의욕 기대 선 감독이 밝힌 선발 원칙 첫 번째는 ‘실력’이었다. 1차 엔트리에 있던 아마추어 선수 4명 모두 이름이 빠졌다. 선 감독은 “김응용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님에게 ‘금메달 따야 합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배제를 좀 하겠다’고 양해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두 번째 원칙은 ‘체력’이었다. 이미 자카르타 현지 기온은 40도를 넘는다. 체력적으로 덥고 열악한 환경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실력이라면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었다. 최종 선발된 24명 중 20대가 14명이다. 양의지(31·두산) 정우람(33·한화) 양현종(30·KIA) 김현수(30·LG) 손아섭(30·롯데) 등 포지션별 대체 불가 자원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차출됐다. 단,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첫 시즌인 김광현(30·SK)은 빠졌다. 선 감독은 “본인도 던지고 싶다고는 했지만 관리를 계속해야 할 선수다. 프리미어12, 올림픽도 남아 있다. 꼭 필요한 대회에서 김광현을 길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엇갈린 희비 선 감독이 가장 오래 고심한 포지션은 백업 투수였다. 투수 전체 11명 중 선발 자원이 6명이나 된다. 선 감독은 “투수를 12명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야수 활용 폭이 좁아져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우완의 기근 속에 강속구 없이도 올 시즌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임찬규(LG)가 최고 수혜자가 됐다. 반면 지난 시즌 신인왕 출신으로 올 시즌에도 맹활약하고 있는 이정후(넥센)는 제외됐다. 선 감독은 “좌익수 김현수와 우익수 손아섭을 뽑은 뒤 중견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중견수로는 이정후 대신 박건우(두산)가 뽑혔다. 김현수와 손아섭이 모두 좌타자인 것을 감안해 타석에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좌타자인 이정후보다는 우타자인 박건우를 뽑았다는 설명이다. 임보미 bom@donga.com·이헌재 기자}

KBO리그 3만 번째 홈런은 올해 팀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SK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캐나다 출신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이었다. 9일까지 KBO리그 통산 홈런 개수는 2만9999개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역사적인 3만 호 홈런 확인을 위해 10일 경기가 열린 5개 구장에 직원들을 모두 파견했다. 이날 사용한 모든 공에는 특별한 표식을 해뒀다. 3만 번째 홈런은 경기 시작(오후 5시) 직후인 5시 5분에 나왔다. 로맥은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 1회초 2사 1루에서 윤규진의 2구째 패스트볼(시속 143km)을 퍼 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21호. 역사적인 홈런을 친 로맥은 KBO가 특별 제작한 3만 호 기념 트로피를 받는다. KBO는 3만 호 홈런볼을 잡은 팬이 해당 홈런볼을 기증하면 600만 원 상당의 연간 회원권 2장 또는 최고급 TV를 증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로맥의 홈런은 SK쪽 불펜 위에 처진 그물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져 관중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 로맥은 3만 호 홈런 때 사용한 배트와 장갑을 KBO에 기증하기로 했다. 승리는 한화의 차지였다. 한화는 3-3 동점이던 9회말 1사 1, 3루에서 송광민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4-3으로 이겼다. 한화는 SK를 끌어내리고 2위에 복귀했다. 한화-SK가 치열한 2위 쟁탈전을 벌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주말 3연전 내내 만원 관중(1만3000명)을 기록했다. 선두 두산은 잠실에서 NC에 2-0으로 앞서다 9회초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으나 9회말 2사 후 3-3 동점을 이룬 뒤 오재원이 끝내기 3점 홈런을 날려 6-3으로 재역전승했다. 최근 5연승. KIA-롯데의 사직 경기는 롯데가 4-0으로 앞선 4회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에 또다시 승부조작 악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5월 초 승부조작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했다”며 “조사위원회가 기초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를 5월 18일 경찰서에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두산은 투수 이영하(21)가 승부조작 제의를 받았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영하가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곧바로 구단에 알렸다. 이영하는 빠르고 올바른 판단을 했고,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산에 따르면 이영하는 4월 30일 한 승부조작 브로커로부터 “첫 볼넷을 던지라”는 전화 제의를 받았다. 이영하는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며 거절한 뒤 상대방 번호를 차단했다. 그러자 이 브로커는 5월 2일에 다른 번호로 다시 연락했다. 이영하는 “신고하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구단에 신고했다. 두산은 이 사실을 KBO에 알렸고, KBO는 관련 자료를 취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의 브로커는 20대 초반으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수도권 학교 선수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현충일인 6일. KBO리그가 열린 전국 5개 구장에서는 화려한 홈런쇼가 펼쳐졌다. 시즌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SK는 이날도 5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처음으로 팀 100홈런 고지를 돌파했다. SK 김동엽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2회 상대 선발 아델만을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또 나주환(3회), 최정(3회 2점), 이재원(4회 2점)이 아델만을 제물로 연달아 홈런을 때렸다. 전날까지 96홈런을 기록 중이던 SK는 58경기 만에 100홈런을 채웠다. 이는 KBO리그 역대 공동 3위의 기록이다. 2000년 현대가 49경기, 지난해 SK가 57경기 만에 100홈런을 때린 바 있다. 김동엽이 5회 이날의 두 번째 홈런을 추가하면서 SK의 팀 홈런은 101개가 됐다. 최정은 시즌 22호로 홈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하루 전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완승을 거뒀던 SK는 이틀 연속 홈런쇼를 앞세워 삼성을 7-2로 완파했다. SK 에이스 김광현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7승(2패)째를 거뒀다. 두산 거포 김재환은 5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김재환은 넥센과의 방문경기에서 최원태를 상대로 1회 2점 홈런, 3회 솔로 홈런을 연달아 때려냈다. 시즌 18호와 19호. 선두 최정과는 3개 차다. 김재환은 6월 들어 열린 5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산은 넥센을 7-3으로 꺾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롯데 신인 한동희는 NC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프로 2번째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했다. 한동희는 2-0으로 앞선 1회 2사 만루에서 최성영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는 7회에 터진 이성열의 쐐기 투런포를 발판 삼아 LG에 5-1로 승리했다. LG의 연승행진은 7에서 끝났다. KIA는 7회에 터진 버나디나의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KT에 5-2로 역전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 제9구단 NC의 역사는 곧 김경문 감독(60·사진)의 역사였다. 2011년 창단한 NC가 단기간에 신흥 강호로 떠오른 데는 김 감독의 지도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런 김 감독이 3일 밤 갑자기 고문으로 물러났다. 자진 사퇴보다는 경질에 무게가 실린다. 시즌 전 우승 후보라던 NC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겹치며 4일 현재 20승 39패로 최하위에 처졌다. 하지만 한 해 부진하다고 김 감독을 내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야구 관계자는 “NC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의 야구는 창단 초기에는 큰 효과를 봤다. 하지만 몇 년째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선수단은 물론이고 프런트까지 엄청난 피로감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올해 NC는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전력분석팀 직원들이 야구장 안에서 다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몇 년째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은 줄줄이 수술대에 올랐다. “더 이상 영(令)이 서지 않는다”란 말이 흘러나왔다. 김종문 신임 단장대행은 “감독님과 회사가 다 같이 위기 타개책을 고민했다.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프런트와의 불화를 원인으로 꼽는 이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인 투수 베렛을 둘러싼 논란이다. 김 감독은 베렛의 교체를 요청했지만 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황순현 대표가 선임된 뒤 김 감독과 구단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고생한 불펜 투수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요청했지만 구단은 원칙을 내세워 양보하지 않았다. 스카우트 팀장 출신인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NC는 당분간 선수들을 추스르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유 단장은 김 감독과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감독 교체 이튿날인 4일 NC는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했다. 김평호 수석코치와 양승관 타격코치가 사의를 밝혔다. 지연규 불펜 코치와 이대환 2군 불펜 코치가 1군 투수 코치를 맡는다. 1군에 있던 최일언 투수 코치와 이동욱 수비 코치는 잔류군으로 이동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 고향 (경북) 영주에서 잘 타서 받은 상이라 더 기쁘네요.” 3일 막을 내린 ‘투르 드 코리아 2018’에서 ‘산악왕’을 차지한 권순영(25·KSPO·사진)은 시상식 내내 환한 얼굴이었다. 권순영은 이번 대회 산악왕 포인트에서 20점을 얻어 산악왕에게 수여되는 ‘레드 폴카 닷(빨간 물방울) 저지’의 주인공이 됐다. 18점을 획득한 리엄 매그니스(드라팩)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권순영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저지를 받으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승부의 분수령은 지난달 31일 천안∼영주에서 펼쳐진 2구간이었다. 2구간에서는 엽돈재와 제수리재 등 2개의 2등급 산악왕 구간이 있었다.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한 권순영은 엽돈재에서 매그니스에 이어 2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제수리재에서는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 지었다. 앞서 나가던 매그니스의 자전거가 펑크가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것이다. 권순영은 이후 3구간과 4구간 산악왕 구간에서도 매그니스를 철저하게 마크하며 레드 폴카 닷 저지를 지켜냈다. 그는 “대회전부터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저지를 하나 받고 싶었다. 그런데 때마침 2구간 도착 지점이 고향이자 부모님이 살고 계신 영주였다.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영은 전체 레이스에서는 27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만 따지면 3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년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서울로 골인하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진정한 의미의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이지 않을까요.” 서울에서 열린 최종 5구간에서 구간 3위를 차지한 베테랑 서준용(30·KSPO)의 시선은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었다. 전북 군산에서 출발해 천안∼영주∼정선∼충주를 돌아 서울 올림픽공원까지 총 803.8km를 달린 ‘투르 드 코리아 2018’이 3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서준용은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해 서울 일원 65.0km를 돈 뒤 다시 평화의 광장으로 골인한 5구간에서 1시간21분05초의 기록으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준용은 북한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고등학생이던 2005년 그는 북한 금강산 일원에서 열린 ‘직지찾기 국제도로 사이클대회’에 출전했다. 이 대회는 유소년들을 위한 도로 사이클 대회였다.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그해 대회는 금강산 일원에서 크리테리움(순환 경주) 형식으로 펼쳐졌다. 서준용은 “당시만 해도 어렸기 때문에 북한에서 경기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며 “요즘처럼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내년에 다시 한번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북을 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순위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박 2일간 북한에 머물렀다는 그는 “북한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재기 이사장(68)도 이미 남북을 잇는 투르 드 코리아를 열고 싶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이날도 “정부 및 관계 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지는,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회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종합우승은 루마니아의 세르게이 츠베트코브(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게 돌아갔다. 전날까지 종합 1위를 달리던 츠베트코브는 5구간 합계 18시간59분37초의 기록으로 ‘옐로 저지’(종합 1위에게 수여되는 노란색 셔츠)의 주인공이 됐다. 2위와 3위는 스테판 아스타프예프(비노 아스타나)와 마테오 부사토(윌리어)가 각각 차지했다. 1, 2구간까지 1위를 지켰던 최형민(28·금산인삼첼로)은 3구간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2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공효석(32·의정부시청)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25위에 자리했다. 정태윤 본보 객원해설위원(서울시 사이클연맹 부회장)은 “외국 선수들의 기량은 확실히 한국 선수들보다 한 수 위였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처럼 어려운 코스를 자꾸 달려봐야 국제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영(25·KSPO)은 산악왕에게 수여되는 ‘레드 폴카 닷(빨간 물방울) 저지’를 차지하며 한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리엄 매그니스(드라팩·18점)는 23세 이하 최고의 라이더에서 주는 ‘화이트 저지’를 받았고, 최고의 스프린터에게 수여되는 ‘블루 저지’는 레이먼드 크레더(유쿄)에게 돌아갔다. 팀 우승은 츠베트코브의 소속팀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차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투르 드 코리아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한국 선수들의 도전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3일 막을 내린 ‘투르 드 코리아 2018’의 종합 우승은 세르게이 베트코프(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게 돌아갔다.전날까지 종합 1위를 달리던 베트코프는 3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해 성울 일대 65.0km를 돌아 다시 평화의 공장으로 골인한 최종 5구간에서 펠토론(메인 그룹)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베트코프는 군산~천안~영주~정선~충주~서울 구간 803.8km를 18시간59분37초에 달려 ‘옐로 저지(종합 1위에게 수여되는 노란색 셔츠)’의 주인공이 됐다. 2위와 3위는 스테판 아스타프예프(비노 아스타나)와 마테오 부사토(윌리어)가 각각 차지했다. 1, 2구간까지 3위를 달리던 베트코프는 최고의 난코스로 평가되던 3구간(영주~정선 192.4km)에서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선 뒤 비교적 평탄한 4, 5구간에서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켰다. 1, 2구간까지 1위를 지켰던 최형민(28·금산인삼첼로) 3구간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산악 구간에 강점을 가진 최형민이지만 팀 동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옐로 저지를 지키기는 힘들었다. 소속팀 금산인삼첼로는 선수들이 어린데다 그나마 전날 한 명이 실격해 최형민을 포함해 4명밖에 뛰지 못했다. 상위권 팀들이 경기 후반 3~5명씩 함께 작전을 구사할 때 최형민은 홀로 이를 감내해야 했다.권순영(25·KSPO)이 레드 폴카 닷(빨간 물방울) 저지를 차지하며 한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권순영은 산악왕 포인트에서 20점을 얻어 리엄 매그니스(드라팩·18점)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매그니스는 대신 23세 이하 최고의 라이더에서 주는 화이트 저지를 받았다. 최고의 스프린터에서 수여되는 블루 저지는 레이먼드 크레더(유쿄)에게 돌아갔다. 팀 우승은 베트코프의 소속팀 유니아티드헬스케어가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로 사이클 대회는 개인 경기이면서 동시에 팀 스포츠다.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상대 선수의 견제를 방어하는 팀 동료들 없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최형민(28·금산인삼첼로)도 그랬다. 1, 2구간 연속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했던 최형민이 ‘마의 3구간’을 넘지 못하며 ‘옐로 저지’(종합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노란색 셔츠)를 지켜내지 못했다. 최형민은 1일 경북 영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강원 정선종합경기장까지 192.4km를 달린 ‘투르 드 코리아 2018’ 3구간 레이스에서 30위(5시간13분48초)로 골인했다. 5시간5분5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세르게이 베트코프(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게 7분57초나 뒤졌다. 옐로 저지는 3구간까지 합계 14시간23분26초를 기록한 베트코프에게 돌아갔다. 레이스 전만 해도 최형민의 수성에 힘이 실렸다. 이날 레이스는 험난한 산악 구간에서 펼쳐졌는데, 최형민은 한국 선수를 통틀어 가장 산악 구간에 강점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최형민은 레이스 중반까지 펠로톤(메인 그룹)에 머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이날 코스의 마지막이자 가장 높은 아랫재(해발고도 856m)에서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졌다. 베트코프를 비롯한 선두 그룹이 힘차게 치고 나갔지만 최형민은 전혀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두 그룹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종합 순위는 26위까지 떨어져 남은 대회에서 옐로 저지를 되찾아 오는 것도 사실상 힘들어졌다. 정태윤 본보 객원해설위원(서울시사이클협회 부회장)은 “옐로 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본인도 강해야 하지만 팀이 강해야 한다. 형민이가 오늘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최형민은 이날 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소속 팀 금산인삼첼로는 선수들이 어린 데다 그나마 전날 한 명이 실격해 최형민을 포함해 4명밖에 뛰지 못했다. 상위권 팀들이 경기 후반 3∼5명씩 함께 작전을 구사할 때 최형민은 홀로 이를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최형민은 “우리 팀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 이상으로 나를 도왔다. 결국은 내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공효석(32·의정부시청)이 24위에 자리했다.▼ 코스 짧은 4구간 마지막 승부처… “밀리면 끝장” 초반부터 스피드 ▼도로 사이클 대회 코스치고는 137.0km로 거리가 짧은 편이다. 코스가 짧은 만큼 선수들이 초반부터 스피드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에서 펼쳐지는 최종 5구간은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선수가 4구간을 마지막 승부처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 이런 레이스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뒤로 처지게 된다. 정선=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매일 200km 가까운 거리를 달려야 하는 ‘투르 드 코리아 2018’에서는 잘 먹는 게 중요하다. 아침 식사 후 레이스에 나서는 선수들은 레이스 중간에도 틈틈이 초콜릿과 에너지 바 등을 챙겨 먹는다. 그런데 항상 아침을 거르고 레이스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중립차량을 운영하는 나눅스 네트윅스 직원들이다. 이번 대회에는 시마노(자전거 부품)와 툴레(자동차 및 자전거 캐리어)가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나눅스 네트웍스는 시마노와 툴레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시마노는 국내 자전거 부품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툴레 역시 캐리어 시장의 최강자다. 투드 드 코리아 2018 지원행렬에는 시마노 마크를 단 파란색 차량 3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중립차량으로 대회를 돕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20개 팀들은 각각 자신들의 팀 카(Team Car)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대 6명인 팀원들을 차량 한 대가 챙기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모든 선수들을 공평하게 돌봐주는 차량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중립차량이다.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선수들의 자전거에 펑크가 나면 곧바로 이를 새 바퀴로 갈아준다. 자전거에 심하게 손상된 경우엔 아예 새 자전거를 빌려준다. 물이나 음식을 원하는 선수들에게는 보급도 해 준다. 이 때문에 차량마다 2~3대의 자전거에 10여벌 가까운 휠을 항상 싣고 다닌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레이스 도중 직원들은 차량에서 내릴 수 없다. 생리현상도 해결할 수도 없다. 결론은 먹지 않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기본이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울 까봐 차에 타고 있는 4~5시간 동안은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중립차량 2호차를 운전한 조상선 나눅스 네트웍스 과장은 “투르 드 코리아를 2014년부터 5년째 돕고 있다. 한국 최고의 도로 사이클 대회의 성공에 힘을 보탠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9명의 직원들이 도우미로 참여하고 있다. 정선=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