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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김천갈림목(JCT)에서 낙동갈림목까지 25km 구간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르면 9월부터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110km에서 100km로 줄일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 구간은 4년간 잦은 교통사고로 20명이 사망하는 등 지난해 기준 전국 고속도로 사망 건수보다 1.9배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산악 지역에 자리해 터널과 교량 등 도로 여건이 열악하다”며 “경찰청장 고시를 바꾸는 절차를 거쳐 빠르면 9월부터 제한속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청은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 성관계 파문으로 땅에 떨어진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출범했다. 경찰청은 특별조사단이 SPO와 학생 간 성관계 사건과 경찰 내부보고 과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담당하는 특별조사단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단장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3부장 조종완 경무관(경찰대 2기)이 맡았다. 조 경무관은 감찰 경력 9년, 수사 경력 8년 등 수사와 감찰 업무를 두루 경험해 임명됐다. 조사단은 총 26명으로 수사지도팀과 특별감찰팀으로 구성됐다. 수사지도팀은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이 팀장을 맡아 여성청소년 전문경찰관, 변호사 자격 소지 경찰관으로 구성됐다. 특별감찰팀은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을 팀장으로 감찰·감사 전문경찰관 등이 활동한다. 경찰청은 “격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달린 중요한 사안인만큼 일체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경찰청에도 일체 보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강신명 경찰청장이 이끄는 15만 경찰 조직이 위기에 봉착했다.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건의 처리를 두고 경찰이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애정을 갖고 경찰 조직을 바라보던 시민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돌아섰다. 일선 경찰관들의 각종 비리와 기강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강 청장이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권력 누수)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이도 많다. 그는 2014년 8월 25일 임기 2년의 청장직에 올랐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 은폐 의혹 부산 SPO 사건은 경찰 조직의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 경찰의 비위를 감시하는 경찰청 감사관실은 부산 연제경찰서 SPO 정모 경장(31)이 10대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고 이 학생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첩보를 이달 1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언론에 “감찰담당관(총경)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독단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찰담당관은 29일 “5일 보고받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몰랐다. 은폐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판단이 미숙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24일 전직 경찰 간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내용을 폭로한 다음 날 강 청장에게 해당 사건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누락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강 청장은 이처럼 파장이 큰 사안을 부하 직원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울산청 정보과장, 경찰청 정보2과장,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정보통’ 강 청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찰 정보조직은 일어난 일뿐 아니라 ‘예상되는 일’까지 다룬다. 감찰 부서 경력이 있는 복수의 경찰은 “경찰관의 비위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하급 직원에게 책임을 지우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달 초 경찰청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사하경찰서 김모 경장(33)이 4일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 15일 퇴직한 ‘제2의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 경장은 “임신한 아내와 사이가 안 좋아 이혼하고 A 양(17)과 함께 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파렴치한 변명이 아닌지 확인 중이다.○ 사건 덮으려다 뒷북 대응 두 SPO의 사표를 수리했던 일선 경찰서 서장들과 부산경찰청의 행동은 더 황당하다. 경찰청은 29일 “두 경찰서장이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관련 사실을 몰랐다던 사하, 연제경찰서 서장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들통 난 것이다. 부산경찰청 역시 일선서 보고와 별개로 관련 사건을 통보받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학교전담경찰관제 개선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경찰관의 교내 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부산경찰청에 공식 요청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경찰청은 강 청장과 이철성 차장,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모두 감찰 대상에 올렸다. 또 부산에 감찰관 6명을 파견하고 해당 SPO들의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퇴직금 지급정지 또는 환수를 요청했다. 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이 폭로된 지 5일이 지나서야 나온 것이어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고위직 늘리려는 경찰 경찰 조직의 심각한 기강 해이는 부산 SPO 사건 말고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김모 경사는 유흥주점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29일 검찰에 체포됐다. 그는 2010년부터 생활질서계 등에서 일하며 단속일자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유흥주점 ‘영업사장’에게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20대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현직 경찰이 입건됐다. 또 4월엔 술에 취한 동료 여경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조직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서울 강남경찰서 등 7개 경찰서의 서장 직급 상향을 추진해 눈총을 받고 있다. 경찰은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경찰 직급구조 및 처우 개선의 일환으로 경무관 서장제를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2년 경무관 서장제 도입 이후 매년 행정자치부와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특별히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위직 늘리기’가 당장 추진해야 하는 과제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서장의 직급이 높아진다고 시민들의 치안 만족도나 경찰관들의 처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고위직 자리 늘리기란 지적도 있는 만큼 치안 수요와 인구 수, 적정 조직 규모 등을 감안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8월 중으로 경무관 서장 확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부산=강성명 기자}
전직 경찰 간부가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찰청이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 조직의 사건 은폐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감사관실은 1일 부산의 SPO가 10대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고, 해당 학생이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감사관실은 부산지방경찰청에 확인을 요청했고, 부산경찰청은 “성관계를 한 사실이 있고, 해당 경찰서가 SPO를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피해자가 고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 알려 달라”며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성관계 대가로 돈을 줬거나 학생을 성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은폐 시도로 볼 수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경찰청장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엔 사건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과 경찰청은 SNS 폭로가 있기 전에는 사건을 몰랐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역 경찰관들은 동아일보에 부산경찰청과 경찰청의 조직적 은폐를 잇달아 폭로했다. A 씨는 “각 경찰서에서 지방청 감찰계를 통해 먼저 보고했고,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에 전파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경찰청도 경찰청에 보고했다는 말을 다른 직원에게 들었다”며 “조직이 허물을 덮으려고 한 행위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B 씨는 “청소년 보호기관에서 문서로 통보까지 한 일을 서장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혼자 처리했다는 것은 조직 성격상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통상 문서로 남기지 않고 전화 등으로 구두(口頭) 보고하기 때문에 지방청에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거짓 해명하던 부산경찰청은 이날 채널A가 ‘경찰청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자 해당 경찰서로부터 보고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산의 한 청소년 보호기관은 지난달 9일 부산경찰청에 전화해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31·5월 17일 퇴직)의 부적절한 처신을 처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이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신고하라고 안내하자 같은 날 연제경찰서에 전화해 정 경장의 비위 행위를 신고했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전화를 연결해준 담당 직원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고 해명했었다. 부산경찰청은 두 경찰관을 출국금지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15일 퇴직한 김모 전 사하경찰서 경장(33)은 28일 부산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27일에도 소환됐지만 공황장애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며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28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경찰을 신뢰해준 시민과 특히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처음 공개한 전직 경찰 간부는 이날 SNS에 추가로 ‘경찰청 여직원 성희롱 은폐’ 의혹을 폭로했다. 이 간부는 “경찰청 모 계장이 소속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자행했는데 경찰청은 징계도 하지 않은 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보시킨 뒤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근무하던 김모 경정은 다른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하 여경에게 “빨리빨리 움직여라. 다리가 굵다. 스케이트 선수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경찰관 성비위 사건을 뿌리 뽑겠다며 수위가 낮은 성희롱을 저질러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고 형사 처벌이 가능하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모인 사무실에서 외모를 평가한 김 경정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인사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일선서로 인사 조치한 것만으로 충분히 징계를 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여성 경찰관들은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 분위기가 사태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주말인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잇달아 열린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주최로 1만5000명 정도가 참가하는 전국노동자 대회가 열린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한다. 같은 시각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최로 5000명이 참가하는 전국농민대회가 열린다. 전농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 청문회를 실시할 것 등을 요구한다. 양대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3가에 모여 청계천 모전교까지 행진한 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문화제에 참가한다. 경찰은 “불법 행진 시도, 도로 점거, 교통 방해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세월호 문화제도 불법 집회로 변질하면 현장에서 해산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25일 오후 8시부터 4·16연대가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한 행진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에서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우회로가 없어 교통에 심각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기에 금지 통고 했다”고 설명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치안총감)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힌다. 차관급이지만 15만 경찰을 이끄는 조직 규모와 대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 특성상 부처 장관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다.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회 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장 발탁에는 대통령의 뜻이 직접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다. 차기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은 모두 6명이다. 이철성 경찰청 차장(58·간부후보생 37기), 백승호 경찰대학장(52·사법연수원 23기),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58·간부후보생 30기),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50·경찰대 5기), 김치원 인천지방경찰청장(54·경찰대 1기), 정용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52·경찰대 3기) 등이다. 치안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 절반이 퇴임 후 수사 대상자로 전락했다는 것은 경찰의 비애다. 1991년 경찰청 출범 이래 청장을 지낸 18명 중 9명이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섰고 그중 8명은 유죄가 확정됐다. 재임 중이나 퇴임 후의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등이었다. 경찰대 출신 첫 경찰청장으로 퇴임 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강신명 청장은 2014년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전직 경찰청장들이 퇴직 후 다른 자리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경찰청장을 제 마지막 직책으로 생각하고 근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5만 경찰 조직을 이끄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8월 말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차기 경찰 수장(首長)으로 어떤 인물을 낙점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현장 경찰관 100명을 심층 면접해 강 청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차기 청장은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 물었다. 강 청장에 대해서는 ‘굵직한 업적이 없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차기 청장은 ‘정권 눈치 안 보고, 일할 맛 나는 조직을 만들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역대 경찰청장 선임 기준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지역 안배에 치우쳤다는 비판과 통한다. ▼ 현장 경찰이 말하는 ‘차기 청장의 자격’ ▼ ○ “우린 돈도 체면도 없어… 처우개선-정치중립을” 현장 경찰관이 직접 차기 경찰청장을 뽑는다면 어떤 인물이 선출될까. 동아일보는 20일 현장 경찰관 100명을 만나 ‘경찰청장의 자격’을 주제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선 강신명 현 청장의 업무 수행능력을 물었는데 평균 76.7점으로 평가했다. ‘정말 잘했다’(90∼100점), ‘잘했다’(80∼89점), ‘보통이다’(70∼79점), ‘못했다’(60∼69점), ‘너무 못했다’(50∼59점)로 점수를 매긴 결과다. 이에 비춰보면 ‘보통 수준’에 그친 셈이다. 그 이유로 무색무취(無色無臭)를 꼽은 경찰이 많았다. 경찰관 55명은 심층 인터뷰에서 “역대 청장과 비교할 때 딱히 더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A 경위는 “좋게 보면 물 흐르듯 운영했고, 나쁘게 보면 굵직한 업적이 없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경찰은 큰 잡음 없이 2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것을 이유로 꼽았다. 8월 말로 2년 임기를 채우면 2003년 12월 청장 임기제 시행 이후 이택순 전 청장(2006년 2월∼2008년 2월)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정말 잘했다’고 평가한 B 경위는 “대다수 청장이 중도하차하는 현실에서 임기 완료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청장 임기 보장이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임기를 채운 것만으로 긍정적인 점수를 준 데에는 경찰청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낮고, 강 청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 등 이른바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에선 ‘사기 진작 노력이 없었다’(12명),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봤다’(8명)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일선 경찰들이 복수응답으로 꼽은 차기 경찰청장의 재임 중 우선 추진 과제로는 ‘월급·수당 현실화’(54명), ‘근무여건 개선’(39명)이 가장 많았다. 경찰의 숙원사업인 ‘수사권 독립’은 24명에 그쳐 현장 경찰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이상보다 현실이 먼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란 대사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란 답도 있었다. C 경사는 “막내들은 밤새워 일해서 받는 수당이 최저시급보다 적다. 그러다 보니 휴일에 근무를 자원하거나 일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경찰 조직의 위상 제고’(34명)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의 공정성’(23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D 경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수사하면 국민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조직의 위상과 수사권 독립은 따라온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E 경위는 “실제 수사를 하면 경찰 간부보다 검사가 훨씬 선명하게 수사를 이끌어주는 일이 적지 않다”며 “수사권 문제에서도 경찰 스스로 실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현장 경찰이 바라는 청장의 자격과 실제 인선 기준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랐다. 역대 경찰청장의 선임 기준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복수응답)에 70명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답했고, ‘지역 안배’(51명)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장 경찰관이 원하는 기준은 ‘경찰조직 내부의 신임’(82명), ‘업무 수행능력’(54명)으로 나타났다. F 경위는 “‘예스맨’ ‘손금 없는 남자’보다 내부의 신임을 얻는 청장이 필요하다. 청장이 존경받아야 조직의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찰청장을 투표로 뽑거나, 외부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장 경찰의 다양한 요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청장직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중립 아래 국민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라며 “정권과 적절히 호흡을 맞추면서 조직 외부의 입김, 방대하고 복잡한 조직 내부 요구 등을 적절히 조율하는 균형 감각이 꼭 필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 현장근무 형사-교통조사관 등 100명 심층 인터뷰… 어떻게 조사했나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순경 공채 비율이 압도적인 경찰의 입직 경로를 고려해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등을 제외하고 순경 출신 5년 이상 경력 경찰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했다. 계급은 경사 30명, 경위 60명, 경감 10명으로 구성했다. 경사와 경위는 일선 경찰서에서 현장 인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감은 일선 경찰서 팀장급 인력이다. 취재진이 실제로 만난 경찰에는 강력계 형사와 지구대 경찰, 지능·경제·여성청소년 수사관, 교통 조사관, 정보관 등 다양한 인력군이 포함됐다. 이들은 객관식으로 만들어진 4개의 설문 문항에 응답한 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자유롭게 설명하거나 기술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19일 오후 11시 반 경북 김천시 김천역파출소 앞. 정기화 경위(37)는 혈중알코올농도 0.063%로 차량을 운전 중인 문모 씨(33)를 적발했다. 정 경위는 하차를 요구했지만 문 씨는 이를 무시한 채 정 경위를 운전석 창문에 매달고 10m를 질주했다. 정 경위는 차에서 떨어져 뒷바퀴에 머리 부위가 깔렸다.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6일 만에 숨졌다. 그에겐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열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3일 오후 4시 전남 담양군 하수종말처리장 삼거리에서 농부 김모 씨(59)는 혈중알코올농도 0.265%로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에게 적발됐다. 김 씨는 집으로 돌아와 반성을 하기는커녕 경찰에 불만을 품고 1t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섰다. 단속 장소에 도착하자 음주운전 단속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순찰차를 발견하고 그대로 차로 들이받았다. 순찰차 트렁크는 절반 이상 부서지고 경찰관 4명이 허리 등을 다쳤다.○ 차량으로 경찰관 치면 ‘살인죄’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관이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치여 숨지거나 공격받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이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경찰관을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하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살인죄나 살인미수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지만 살인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무시하는 사회 풍토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살인죄 적용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경찰은 차량을 이용해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하면 반드시 차량을 압수하고 몰수 조치하기로 했다. 경찰의 공무집행방해 사범 ‘무관용 원칙’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단속 현장 등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사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공무를 방해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사범이 2013년 539명에서 지난해 926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만 경찰관 45명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다 다쳤고 올해 5월까지 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포함해 ‘주요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구속수사 원칙에 따라 강력팀에서 전담 수사하기로 했다. 주요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공무원 상대 흉기 사용과 관공서 내 흉기 및 폭발물 휴대 범행, 사망 및 중상해 등 중한 공무원 피해, 상습 공무집행방해 등이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사건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단속 낮밤 가리지 않는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해 단속을 야간뿐 아니라 주간에도 수시로 실시하고 장소도 계속 바꾸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3시간씩 하던 음주운전 단속을 4시간으로 늘리고 오후 9시부터 단속하거나 오전 3시까지 단속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도 주간에 이동식 음주운전 단속인 ‘스폿 단속’을 펼친다. 20, 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겨 음주운전자가 단속 장소를 예측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청은 지방경찰청별로 주 1회 자체 일제 단속을 벌이고 출근 시간대에 전국 단위로 일제 단속을 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경찰이 음주운전 일제 단속을 예고했는데도 2시간 만에 전국에서 534명이 적발됐다”며 “국민이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해 더 강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 20대 정기국회 중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실시한 대국민 인식도 조사에서 국민 75.1%가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에 찬성한 만큼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정기국회 개원 전에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단속 기준이 0.03%로 강화되면 소주를 단 한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일반도로에서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지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명 줄이기 위해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3%로 강화하고 전 좌석 ‘생명띠’ 의무화 정착 등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해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동통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8일 임명된 현대원 신임 대통령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반대 의견을 표시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신임 수석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자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 산업포럼 의장 등으로 활동한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다. 지난해 3월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돼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선 “이번 M&A는 통신 가입자를 늘리는 수단일 뿐이다.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할 황소개구리 탄생에 비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인수합병 승인을 안 해 줄 것이다. 만약 합병 승인을 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KT 사외이사로서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학자였던 때와 달리 미래수석은 방송통신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인 만큼 이전 주장을 되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CJ헬로비전의 100억 원대 탈세와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것도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경찰청은 8일 “CJ헬로비전이 물품이나 용역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부풀리기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T LG유플러스 등 M&A 반대 진영에서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CJ헬로비전이 미래부 제출 인허가 서류상의 회계 수치가 조작된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M&A 계약을 취소 또는 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지난해 M&A 협상 과정에서 실적 부풀리기 정황과 이에 대한 내부 조치가 있었다는 설명을 CJ로부터 들었다”며 “내부 조치가 있었던 만큼 M&A에 미치는 중대한 하자는 아닌 것으로 이해했으며, 그런 상황을 감안해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은 정부 인허가의 첫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 중에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찰청의 CJ헬로비전 조사는 시장 경쟁 상황 등 공정위가 검토하는 대상과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 이후에 이어질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미래부의 최종 허가 등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곽도영 now@donga.com·박훈상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해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동통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8일 임명된 현대원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반대 의견을 표시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신임 수석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자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 산업포럼 의장 등으로 활동한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다. 지난해 3월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돼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선 “이번 M&A는 통신가입자를 늘리는 수단일 뿐이다.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할 황소개구리 탄생에 비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인수합병 승인을 안 해 줄 것이다. 만약 합병 승인을 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KT 사외이사로서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학자였던 때와 달리 미래수석은 방송통신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인 만큼 이전 주장을 되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CJ헬로비전의 100억 원대 탈세와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것도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경찰청은 8일 “CJ헬로비전이 물품이나 용역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부풀리기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T LG유플러스 등 M&A 반대 진영에서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CJ헬로비전이 미래부 제출 인허가 서류상의 회계 수치가 허위 조작된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M&A 계약을 취소 또는 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지난해 M&A 협상 과정에서 실적 부풀리기 정황과 이에 대한 내부 조치가 있었다는 설명을 CJ로부터 들었다”며 “내부 조치가 있었던 만큼 M&A에 미치는 중대한 하자는 아닌 것으로 이해했으며, 그런 상황을 감안해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은 정부 인허가의 첫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 중에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찰청의 CJ헬로비전 조사는 시장 경쟁 상황 등 공정위가 검토하는 대상과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 이후에 이어질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미래부의 최종 허가 등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곽도영 now@donga.com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의 100억 원대 탈세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CJ헬로비전 소속의 한 지역방송은 갑을 관계를 악용해 협력업체와 용역 및 물품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비용을 계상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 CJ헬로비전 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속 지역방송이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비용을 계상하고 이를 본사가 결재했다”며 “수사가 진척되면 탈세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CJ헬로비전 본사의 세무자료를 양천세무서로부터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협력업체 조사가 마무리되면 CJ헬로비전 본사 직원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경찰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섬 지역 중고교는 초임 교사들의 유배지?’ 전남 신안군 흑산중학교 가거도분교는 목포에서 뱃길로 233km 떨어진 국토 최서남단 오지 학교다. 분교 교사 3명 중 2명은 여교사이고 교육 경력은 초임 1명, 경력 1년 차 2명이다. 관사는 25∼30년 전에 지어졌다. 이들이 관사에서 쓸 수 있는 난방유는 1년에 경유 한 드럼에 불과해 개인 돈으로 난방을 하기도 한다. 이들 3명은 낙도 근무 수당으로 한 달 6만 원을 받는다. 한 교사는 “잘하면 한 달에 두 번 집에 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낙도 학교인 전남 완도군 금일중학교는 전체 교사 14명 중 7명이 초임이다. 한 교사는 “바닷가라 습기가 많아 좁은 관사에 곰팡이가 끼고 벌레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올해 신규 임용된 중등교사 319명 가운데 58명(18.1%)이 섬으로 첫 발령이 났다고 7일 밝혔다. 경력교사 6392명 중 248명(3.9%)이 섬 근무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초임 교사의 낙도 근무가 경력 교사에 비해 14%가량 높다. 초임 중등교사가 섬으로 발령 나면 2∼4년간 근무를 해 유배지라는 말이 나온다. 섬 지역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교에 초임 교사가 많이 배치되는 것은 지난해부터 낙도 근무 점수가 4점에서 3점으로 낮아진 데다 좋은 수업 실천연구 가산점수 등이 신설돼 낙도 근무 메리트가 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학교 관사들 가운데 섬 지역 관사가 가장 낡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남지역 관사 2146개동 가운데 30년 이상은 779개(32.2%)였다. 섬 지역인 신안군은 관사 322개 중 30년 이상은 120개(37.2%), 완도군은 272개 중 30년 이상은 104개(38.2%)에 달했다. 한편 경찰청은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섬 지역 치안 실태 조사에 나선다. 경찰관이 상주하지 않는 섬에는 지역 이장 등을 ‘치안 지킴이’로 위촉해 점검키로 했다. 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박훈상 기자}

경찰이 다음 달부터 ‘일자형 태극 사괘무늬’를 새긴 제복을 입고 근무한다.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전국의 경찰관이 일자형 태극 사괘무늬를 수놓은 하절기 근무복을 입는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경찰 제복에는 어깨 휘장과 가슴 표장 등에 태극 문양이 있다. 새로운 제복은 이에 더해 소매 양끝과 모자 앞부분에 건곤감리 사괘를 가로로 배열하고 가운데 태극무늬가 있는 문양을 추가했다. 교통경찰은 근무복 상의의 단추를 채우는 부분에 건곤감리를 기하학적으로 조합한 바둑무늬를 새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태극 사괘무늬를 새긴 근무복을 입으면 애국심과 자긍심도 높아지고 국민과 국가에 더 헌신하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무복 상의의 색깔도 10년 만에 연회색에서 청록색으로 바뀐다. 경찰 관계자는 “신뢰와 보호, 열정, 치유,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해 법 집행을 엄격히 하되 항상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통경찰 근무복 상의는 아이보리화이트 색을 유지한다. 신사복 형태의 바지 외에 다리 쪽에 주머니가 달린 카고팬츠형 바지도 새로 선보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직접 추진한다. 관련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및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데다 국회 의원입법이 연달아 무산돼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집시법 제10조를 구체화한 일부 개정안을 제20대 국회에서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이미 2013년 한국인 평균 기상시간이 오전 6시 34분이라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 개최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며 “자정 이후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력을 민생치안에 투입하면 국민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정을 넘겨 이어진 집회·시위는 634건이다. 현행 집시법 제10조에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일출·일몰 시각이 계속 달라진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2014년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이 조항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여당은 18, 19대 국회에서 야간 옥외집회 금지시간대를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자정~오전 6시 등으로 명시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간 집회를 전면 허용하자는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은 우리를 공포에 빠뜨린다. 뚜렷한 이유 없이 죄 없는 사람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는 범인들. 경찰은 그들의 정확한 범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한다. 경찰청이 펴낸 보고서 ‘한국의 이상 범죄 유형 및 특성’은 현직 프로파일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보고서를 만든 이유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이상 범죄 46건을 분석해 △묻지 마형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비전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그저 같은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았다. 2년 전 해고됐을 때에도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억울했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 바에는 차라리 교도소가 나을 것 같았다. 2008년 7월 집을 나와 이틀 동안 여관에서 머물던 최모 씨(당시 36세)는 미리 구입해 둔 정글도와 등산용 칼을 신문지로 싼 뒤 품속에 넣었다. 정오가 지나 여관에서 나온 최 씨는 사람이 많은 큰 건물을 찾았다. 시청이 눈에 들어왔다. 시청 1층 민원실은 점심 식사를 막 마치고 돌아온 시청 직원들과 민원인들로 어수선했다. 흉기를 들고 민원실에 들어온 최 씨는 민원창구 뒤편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여직원 2명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머리와 가슴을 찔린 30대 여직원이 숨졌고 다른 여직원 1명은 손목을 크게 다쳤다. 2008년 동해시청 직원 살인 사건의 가해자 최 씨의 범행은 교도소에 가기 위한 수단이자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경고였다. 프로파일러 앞에서 최 씨는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이상 범죄의 유형 중 하나인 ‘묻지 마형 범죄’는 세상에 대한 고립감,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생긴 분노와 적대심,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불특정 대상에게 쏟아낸 범죄다. 피해자 대다수는 범죄자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그들은 시한폭탄 같은 범죄자가 범행 욕구를 참지 못한 순간 단지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이다. 2011년 5월 밤늦게까지 TV를 보던 A 군(당시 18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TV에서는 아동 학대와 관련된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어릴 적 큰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공포와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당시 A 군 옆에는 양봉업자 장모 씨(당시 64세)가 잠을 자고 있었다. 양봉장을 운영하는 장 씨는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A 군을 고용한 뒤 함께 숙식을 하며 지냈다. 둘 사이에 불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따라 A 군의 눈에는 잠자는 장 씨의 뒷모습이 자신을 학대한 큰아버지와 너무도 닮아 보였다. 당한 만큼 되갚아 주고 싶었다. 이성을 잃은 A 군은 망치를 쥐고 장 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신음 소리가 듣기 싫어 휴대전화 충전기 줄로 목을 졸랐다. 이후 정신을 차린 A 군은 갑자기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이틀 뒤 경찰에 붙잡힌 A 군은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장 씨가 큰아버지와 닮아 순간 화가 났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묻지 마형 범죄의 일부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분노와 스트레스를 제공한 대상과 비슷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연인-이웃이 돌변했다 2014년 5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20분경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위를 서성이던 대학생 장모 씨(당시 24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검은색 배낭을 멘 장 씨의 손에는 커다란 공구상자가 들려 있었다. “배관 수리하러 왔습니다.” 중년 부부는 순순히 현관문을 열었다. 순간 장 씨는 분노가 치솟았다. 가까스로 분노를 감추고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공구상자를 내려놓았다. 중년 부부는 장 씨가 배관공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 씨가 집어든 건 래커(락카)였다. 그는 래커를 여성의 얼굴에 뿌린 뒤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찔렀다. 부인의 비명을 듣고 안방으로 뛰어온 남편에게도 흉기와 망치를 휘둘렀다. 이곳은 장 씨의 전 여자친구였던 권모 씨(당시 20세) 가족이 살던 집이었다. 피해자는 권 씨의 부모였다. 장 씨는 쓰러진 여성의 휴대전화로 권 씨를 유인했다. 이어 핏자국이 보기 싫다며 숨진 부부 시신에 밀가루를 뿌리고 옆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자정 무렵 귀가한 권 씨를 8시간 동안 감금했다. 뒤늦게 부모님이 숨진 걸 알아차린 권 씨가 비명을 지르자 장 씨는 시끄럽다며 마구 때리고 성폭행했다. 장 씨가 잠든 사이 권 씨는 가까스로 탈출했다. 프로파일러를 만난 장 씨는 “전 여자친구 부모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폭발했다”고 털어놨다. 장 씨가 딸을 폭행한 사실을 알게 된 부부가 헤어져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다. 이후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고 삭이지 못한 분노가 부부를 향했다. 장 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 같은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46건의 사례 중 13건에 달한다. 분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신질환 탓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장 씨 역시 아무런 정신질환이 없었다. 묻지 마형 범죄와 달리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다. 2010년 ‘충북 인삼밭 살인 사건’처럼 평범한 이웃이 한순간에 흉악범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박모 씨(당시 52세)는 이웃인 반모 씨(당시 46세)가 자신의 농기구를 만졌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다 콘크리트 벽돌로 내리쳐 살해했다. 평소 피해자가 자신의 전기를 끌어다 써 피해를 주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누적된 분노가 갑자기 폭발한 것이다. 분노의 폭발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2013년 한 20대 여성은 도서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동갑내기 남성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다”며 자신을 귀찮게 여기는 남성의 말을 듣는 순간 억눌려 있던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 이 여성은 남성의 머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가 아닌 치료 감호소에 있다가 출소한 뒤 피해자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5년 전 알코올 의존증이 있던 50대 남성이 집을 나간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마주친 30대 여성을 갑자기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엽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가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어요.” 2011년 7월 18일 새벽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당시 고등학교 3학년 A 군이 여성 노인의 시신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시신의 모습을 보고 A 군을 의심했다. 누군가 시신에 손을 댄 흔적이 역력했다. A 군은 경찰의 추궁에 횡설수설하더니 시신을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A 군의 엽기 행각은 프로파일러 면담에서 이유가 밝혀졌다. 집 밖을 배회하던 A 군은 시신을 보고 평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친구들의 폭력과 성추행에 시달리면서 반항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하는 자신과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는 시신을 동일시한 것이다. A 군은 프로파일러에게 “자신을 벌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비전형 범죄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을 절단하고 훼손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잔혹한 범죄나 시간(屍姦) 등의 범죄를 말한다. 망상으로 인한 범죄도 포함된다.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비전형 범죄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프로파일러는 “이런 범죄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들이 괴로워하고 놀라는 상황을 즐긴다. 범행 뒤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훈상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진술녹화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52)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34)가 마주 앉았다. 잠시 뒤 수갑을 찬 김 씨가 고개를 들었다. 권 경감과 눈이 마주쳤지만 피하지 않았다. 김 씨는 17일 오전 1시 반경 범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거미줄 같은 폐쇄회로(CC)TV를 피해 가지 못했다. 검거는 빨랐지만 김 씨가 왜 그토록 잔인하게 여성을 살해했는지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를 만난 프로파일러는 이 사건을 ‘조현병(정신분열증)을 가진 자의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망상과 편집증으로 사고가 왜곡돼 마음 한구석에 타인을 향한 이유 없는 분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분노 표출의 대상이 여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경찰이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이유다. “악인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해하기란 너무도 어렵다.”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일한다는 한 프로파일러는 2016년 한국을 ‘이상 범죄의 시대’로 정의했다. 분노와 적개심,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불특정 다수에게 폭발시키는 묻지 마 범죄,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 충동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의 눈을 통해 한국의 이상 범죄를 들여다봤다. ▼ “약한 상대 정확하게 골라내는 비열함이 그들의 속성” ▼“3, 4년 전부터 우리가 만난 살인범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이 털어놓은 이야기에는 그들의 고뇌와 애환이 녹아 있었다. 프로파일러는 대중이 ‘당장 사형에 처하라’ ‘얼굴과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분노하는 흉악범 앞에 마주 선다. 하지만 그들은 범죄자를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껏 하라. 이야기를 들어주러 왔다”며 말문을 연다. 범죄자의 이야기를 몇 시간씩 한결같은 표정으로 들어주는 건 진이 빠질 정도로 극심한 ‘감정노동’이다. 그들이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 악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17일 서울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날 경찰청 법최면실에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52)과 서울지방경찰청 이주현 경사(37·여)를 만났다. “수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피해자 주변을 조사해도 이제 범인을 잡을 수 없습니다. ‘묻지 마형 범죄’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는 만난 적 없는 제3자를 노립니다. 범인의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그들의 특성을 알고 범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지금은 이상 범죄의 시대 권 경감은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범죄의 변화부터 설명했다. 1990년 이전까지 개인적인 원한과 치정, 금전 갈등 등 범죄자의 범행 동기는 비교적 뚜렷했다. 경험 많고 유능한 수사반장은 피해자 주변 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추렸다. 그리고 곧 검거했다. 1990년대 들어 지존파와 막가파 같은 범죄조직이 등장했다. 그들은 “부자는 다 죽어야 한다” 등 세상을 향해 가시 돋친 분노를 표출했다. 2000년대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세상을 경악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2010년 이후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부릅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경찰의 과학수사도 날개를 달았다. 강력범죄는 한풀 꺾였다. 대신 한낮 길거리에서 회칼을 휘두르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등 분노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범죄가 이어졌다. 프로파일러는 현재를 이상 범죄의 시대로 정의했다. 이상 범죄란 금품 성욕 원한 같은 뚜렷한 동기 없이 아무 관련 없는 대상을 노린 범죄다. 동기와 대상이 분명해도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는 등 수법이 과도하게 잔인한 경우도 포함된다. 권 경감과 이 경사 등 프로파일러 10명은 이상 범죄를 묻지 마형 범죄,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 비전형(非典型) 범죄 등 세 유형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의 이상 범죄 유형 및 특성’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상 범죄를 분석한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잔혹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살인한 용의자가 도주한 사건에서 현장 경찰과 프로파일러는 공개수배 전환 시점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권 경감은 “금방 잡을 수 있다”며 공개수배를 지지했다. 그는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인 범인은 공개수배로 전환되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돌발행동을 저지를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권 경감의 예측대로 범인은 공개수배로 전환되자 난동을 부리다 검거됐다.범죄자 얼굴 공개 효과는… 프로파일러가 이상 범죄의 실체를 분석하는 건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범인에게 선량한 시민이 아무 이유 없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이상 범죄자는 피해자와 상호작용에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개인적·주관적인 감정을 범죄로 표출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버스 정류장에서 연인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나가던 남자는 다짜고짜 연인에게 다가가 흉기로 여자를 찔렀다. 범인은 “그들을 죽여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 경감은 “자신이 겪은 불행한 감정을 타인을 파괴해서 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 범죄자는 불특정 대상 중 특히 여성을 공격한다. 분노·충동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어떻게 정확하게 자신보다 약한 여성만 골라낼까. 권 경감은 “물불 가리지 않는 막가파식 범죄자도 바닥에는 자기 보호 본능이 깔려 있다”며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정확히 골라내는 비열함이 범죄자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얼굴’이 따로 있을까. 얼굴을 그릴 수는 없지만 범죄자의 공통적인 특성은 있다고 한다. 권 경감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고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흉악범 얼굴 공개 문제로 화제가 이어졌다. 범인의 얼굴을 대중 앞에 공개하면 과연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까. “글쎄.” 프로파일러의 짧은 답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 범죄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불거졌지만, 사실 매뉴얼 작성에 착수한 지는 오래됐다. 매뉴얼을 이용해 현장에서 만난 정신질환자에게 치료 및 보호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조현병 범죄 예방책은 병의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권 경감은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다. 줄이 고르지 않으면 이상한 소리가 나듯 이상 징후가 보이는 정신질환자를 정확히 파악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경사도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사람을 주먹으로 공격하거나 주차된 차량을 파손해 입건되는 전조 증상이 있다”며 “미리 적절한 치료나 보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병이 원인인 범죄는 발생 비율이 낮지만 참혹함 때문에 위험성이 부각된다. 권 경감은 “악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니 얼마나 잔혹하겠느냐”며 “문제는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까지 점차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이상 범죄 대응은 가능할까 이상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권 경감은 “범인을 마주하면 공포로 인한 신체 변화로 몸이 얼어붙는다”고 말했다.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경사는 “묻지 마 범죄 예방을 위해 밤늦게 길을 갈 때 가능한 한 뒤에 오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난 뒤에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프로파일러는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에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 남자 직원이 많은 다른 경찰 조직과 달리 프로파일러는 70%가 여성이다. 이번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프로파일러 10명 중 7명이 여자다. 이 경사는 “심리학 전공자가 학문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많이 지원한다”고 전했다. 이 경사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배 속 아기 때문에 잔혹한 범죄자를 만나는 일이 꺼려지지 않을까. 이 경사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아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분석한 범인의 유형대로 진범이 잡혔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호경 기자}

손길승 SK텔레콤(SKT) 명예회장(75·사진)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손 명예회장은 3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20대 후반의 여성 종업원 A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A 씨는 사건 발생 후 주거지 경찰서를 찾아 “손 명예회장이 특정 부위를 만졌다”며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카페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손 명예회장의 소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밤늦게 조심히 다녀’라는 말 하지 마세요. 더이상 우리가 조심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17일 일어난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희생자인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한 글귀다. 서울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는 이처럼 ‘여자로 살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쪽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피해자인 성폭력 범죄는 2014년 인구 10만 명당 58.2건으로 2005년(23.7건)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석 달 동안 여성 대상 범죄 대응 특별치안활동을 펼친다고 23일 밝혔다. 먼저 6월 한 달간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 ‘목격자를 찾습니다’ 등을 통해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안전 위협 요인을 접수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이나 지역에 경찰을 집중 투입해 예방순찰과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여성을 위해서는 112신고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워치를 지급할 예정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여성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여성의 시각에서 범죄 취약 장소와 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을 위한 보호관리 대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19일 국회에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6월 법이 시행되면 현장 경찰관이 정신질환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전문의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청은 정신질환자 판단용 체크리스트와 입원 요청 기준 등을 담은 매뉴얼을 일선에 보급할 예정이다. 또 긴급하게 사회 격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72시간 이내에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현행 정신보건법상의) 응급입원 제도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여성 대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3∼5세 누리과정에 양성평등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대상별 양성평등 교육자료를 개발해 보급해 왔다. 2010년부터는 대중매체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해 방송, 인터넷 등의 성차별, 여성 비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성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여성부는 범정부 차원의 여성 안전 종합대책을 이번 주에 발표할 계획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