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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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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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 겸재 화첩 경매, 아무도 손 들지 않았다

    경매에 나온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또 유찰됐다. 15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경매에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鄭敾筆 海嶽八景-宋儒八賢圖 畵帖·보물 제1796호)’이 출품됐다. 시작가 50억 원으로 경매에 오른 화첩은 당초 고미술 최고가 거래 기록을 깰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경매사가 3번이나 호가했음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된 이 화첩에는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 송나라 유학자를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됐다. 현재 고미술 작품 중 최고가로 거래된 것은 2015년 12월 서울옥션에서 35억2000만 원에 낙찰된 보물 1210호 조선 후기 불화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이다. 앞서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도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내놓은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과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이 각각 시작가 15억 원에 출품됐으나 유찰된 바 있다. 이렇게 문화재가 경매에 나오는 것은 소장자의 재정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출품된 겸재 화첩은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들 작품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경매에 나온 것을 유찰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화재는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경매에 나올 때는 수요자 등 시장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가 거래된 경우가 많지 않아 합리적인 기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래된 문화재 가운데 보물은 18건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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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여 능산리 왕릉 봉분, 현재 20m보다 5∼10m 더 커”

    충남 부여 능산리 왕릉(사진)의 봉분 크기가 현재보다 큰 규모임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백제 사비도읍기의 왕실묘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에 대한 지하물리탐사 결과 백제 사비기 왕릉의 봉분은 현재 복원, 정비돼 있는 지름 20m 규모보다 훨씬 크게 조성되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15일 밝혔다. 지하물리탐사는 전기나 진동을 사용해 땅의 물리적 성질 변화를 측정하고 땅속의 구조물과 매장 문화재의 분포를 판단하는 고고과학 기술이다. 탐사 결과 무덤의 경계를 나타내는 호석(護石)으로 추정되는 석재 반응이 확인됐다. 이 호석의 존재로 유추하면 각 봉분은 지름이 25∼30m 규모로 현재보다 5∼10m가량 크다. 또 왕릉의 배치는 동하총과 중하총, 서상총과 서하총, 중상총과 동상총이 각각 두 기씩 모여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왕과 왕비의 무덤을 함께 조성했거나, 가족 단위로 무덤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백제 사비기 왕릉으로, 당시 능원(陵園)제도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받았다. 고분군 서쪽에 있는 능산리 사지(왕릉 주위에 세운 절터)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와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이 출토됐다. 이 지역은 1757년 제작된 ‘여지도서’에 능산(陵山)으로 표시돼, 조선 시대에도 백제 고분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발굴조사는 1915년 일본인 구로이타 가쓰미(黑板勝美)와 세키노 다다시(關野貞), 1917년 야쓰이 세이이치(谷井齊一)가 처음 실시했으나 정식 보고서도 없이 간단한 설명과 사진 몇 장만 남았다. 현재는 1966년 보수공사 중 조사된 8호분과 함께 총 7기 고분이 정비돼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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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들리 스콧 감독 “블레이드 러너 마지막 대사, 배우 룻거 하우어가 직접 써”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성운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기지의 암흑 속에 번뜩이던 섬광. 그 모든 것이 곧,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SF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1982년)의 절정인 옥상 결투 장면에서 리플리컨트(복제인간) 로이(룻거 하우어)의 마지막 대사다. 로이는 리플리컨트 사냥꾼인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살려준 뒤 이 명대사를 읊고는 ‘작동’을 멈춘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최근 출간된 ‘제임스 카메론의 SF이야기’(아트앤아트피플)에서 이 대사를 하우어가 직접 썼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광들만 알고 있던 뒷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스콧은 마지막 촬영 전날 오전 1시 하우어가 트레일러로 자신을 불러 “대사를 좀 써봤어요” 하고 말을 건넸다. 각본상 대사는 “죽을 시간이야”였다. 하우어가 직접 쓴 대사를 읽어줄 때 스콧은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나가서 한 시간 만에 그 장면을 찍었어요. 마지막에 룻거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죽을 시간이야’라고 말한 뒤 손에 들고 있던 비둘기를 놓아 버리죠.” 스콧 감독을 인터뷰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그 장면은 (수명 4년의 복제인간) 로이에게 영혼과 완전한 지각이 있다는 걸 말한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미국 제작사 AMC의 6부작 TV다큐멘터리 내용을 담았다. ‘아바타’의 캐머런 감독이 스콧 감독 및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커스, 크리스토퍼 놀런,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거장들,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SF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필버그와 루커스는 역설적으로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필버그는 “영화 ‘ET’는 원래 부모님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털어놓는다. 외계생명체, 우주, 시간여행, 괴물 등을 주제로 SF 전문가 6명의 에세이도 수록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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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호크니 ‘30송이 해바라기’ 177억원… 亞경매 서양 작품 역대 2번째 고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30송이 해바라기’(사진)가 9일(현지 시간) 열린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약 1481만 달러(약 177억 원)에 팔렸다. 이는 아시아에서 판매된 서양 작품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서양 작가 최고가는 지난해 봄 소더비 홍콩에서 거래된 카우스의 작품(카우스 앨범·약 1496만 달러)이다. 해바라기 정물화인 호크니의 작품은 2011년 5월 미국 뉴욕 필립스 경매 이후 처음 경매에 다시 나왔다. 당시 낙찰가는 250만 달러(약 30억 원)였다. 작품은 코로나19로 예정된 공개 전시도 취소됐지만, 이번에는 추정가의 1.5배 가격에 팔렸다. 이에 따라 인상주의나 모더니즘 회화를 선호했던 아시아 컬렉터들의 취향이 동시대 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현대미술 경매에서는 출품된 39점 중 3점만이 유찰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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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40대 싱글의 내집마련 분투기

    어딜 가나 부동산이 대화의 주제로 오르는 요즘, 대부분의 관심사는 투자와 자산 증식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고,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등 조언이 쏟아진다. 그런데 저자는 “대출에 발목 잡히기 싫어” 아파트를 거부하고, 오로지 독립할 자유를 위해 작은 빌라를 구매한다. 집을 사는 과정은 10년간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은 물론, 금연까지 해가며 돈을 쥐어 짜내는 분투기에 가깝다. 중개업자를 따라 ‘빌라 관광’을 다니고, 협상으로 매매가를 깎는 등 경험을 솔직하게 적었다. 부동산 투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대했던 내용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구매를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첫 경험에 관한 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릴 만하다. 저자도 결국 분투한 끝에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었으니 말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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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이 쓰는 법]“잘나가는 변호사요? 생계형 직장인이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오늘도 쾌변’(웅진지식하우스)은 그 가면을 가감 없는 쾌변(快辯)으로 내팽개친다. 저자는 대한민국 변호사 2만7880명 중 하찮은 1인을 자처하는 박준형 씨(39). “‘잘나가는 변호사’와 지구 열두 바퀴쯤의 거리가 있고 존재감은 중력의 2만7880분의 1조차 작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그를 9일 만났다. ―‘생계형 변호사’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했다. 첫 글을 쓴 순간은 어땠나. “거창한 계기는 없다. 혼자 야근하다 ‘집에 갈까’ ‘내일 할까’ 잡생각 중에 ‘브런치’를 발견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가볍게 표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거창함, 허세를 극도로 거부한다. “변호사가 쓴 책이라면 절반은 어렵게 지식을 전달하고, 나머지는 눈물콧물 빼는 사건 이야기다. 나는 다른 길로, 이 바닥에 없으면 모르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보고 싶었다.” ―변호사를 향한 판타지에 ‘그게 아니에요!’ 항변하는 느낌이다. “변호사가 되면 좋은 삶이 보장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아닌 거다. ‘서초동 사람’ 대부분은 평범한 직장인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멋있게 판사와 싸우는 일은 절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제가 해보니까요, 그건 아니던데요’ 하고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있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소송전에선 빌런과 히어로의 구별이 의미 없다’ 등 찰진 표현이 번뜩인다. “에세이는 읽어본 지 오래됐고 책은 업무상 읽는 게 대부분이다. 어릴 때 ‘삼국지’는 열심히 봤다.” ―삼국지가 기발한 표현의 근원은 아닌 것 같다. “사실은 예능 PD가 꿈이었다. 꿈은 못 이뤘지만 TV나 글을 보며 재밌는 플롯을 상상하곤 했다. ‘무한도전’은 폐지될 때까지 챙겨 봤고, tvN의 ‘SNL 코리아’도 좋아했다. 주류보다 B급 코미디, ‘병맛’ 코드를 좋아한다.” ―사람을 웃기면 기쁜가. “당연하다. 말로 하는 ‘드립질’에는 약한 ‘키보드 워리어’다. ‘글로 쓸 때 재밌다’는 반응이 온다.” ―어쩌다 변호사가 됐나. “한 번도 이 일을 생각해본 적 없다. 비대면이 좋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마시기도 어렵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더라.” ―‘자갈치 부인’과 중국동포 에피소드는 찡하다. “귀화를 거부당한 중국동포는 납득이 안 됐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갈치 부인’은 포기하지 않는 의뢰인 덕분에 ‘정의를 맛본’ 경험이었다.” ―딱딱한 판결문으로만 귀결되는 변호사 일의 인간적 모습이 생생하다. “여전히 변호사나 법조계에 오해가 많다. 과거 이미지로 ‘영업하려니’ 거창한 면이 있지만 속은 똑같은 직장인이다. 부담 없이 편히 봐주시면 좋겠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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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소가 도자기도 빚었다고?

    ‘아직도 피카소가 인기 있을까?’ 싶지만 피카소는 역시 피카소다.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PRINCE|PICASSO’전 이야기다. 리처드 프린스의 콜라주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세라믹 작품 각각 10점을 선보이는 소규모 전시인데도 입소문으로 주말마다 관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이 전시는 피카소가 직접 빚은 세라믹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경매 등에서 봤던 대부분 작품들은 피카소의 디자인으로 공방에서 제작한 ‘에디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선 피카소가 직접 그리고,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형태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형상이나, 에게해 인근의 고대 그릇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도 보인다. 피카소가 도자기를 만든 곳은 프랑스 남부의 발로리스였다. 남프랑스 코트다쥐르에서 휴가를 보내던 피카소는 1946년 발로리스의 연례 도자기 전시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알게 된 마두라 공방의 수잔, 조르주 라미에 부부에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후 25년간 마두라 공방과 인연을 맺으며 600종 4000점 이상의 세라믹을 디자인했다. 피카소는 1년간 만든 작품으로도 대규모 전시 하나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다작이다. 여름휴가에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도자기를 만든 이유는 뭘까. 유약과 굽기에 반응하는 ‘회화와는 다른 기술’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지만 상품성도 큰 매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카소는 컬렉터들이 세라믹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길 바랐다. 그래서 ‘에디션’을 수백 점 생산해 가격을 낮췄고, 이들이 최근 10여 년간 국제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됐다. 에디션 작품은 보통 수억 원대를 호가하지만 저렴한 작품은 수천만 원대에도 팔린다. 사실 이 전시는 리처드 프린스의 콜라주가 메인이다. 도록 속 피카소의 그림을 뜯어내 프린스의 방식대로 변형한 작품으로 2012년 스페인 피카소 말라가 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인 것들이다. 찢어져 너덜너덜한 가장자리와 가위로 오려진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프린스가 “나도 피카소만큼 대단한 화가다”라고 과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아기자기하고 자유분방한 피카소의 세라믹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 막기가 어렵다. 전시는 3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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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강렬한 추상회화 최욱경 작품 3점, 파리 간다

    ‘한때에/나의 이름은/낯설은 얼굴들 중에서/말을 잊어버린 ‘벙어리 아이’였습니다./타향에서 이별이 가져다주는/기약 없을 해후의/슬픔을 맛 본 채/성난 짐승들의 동물원에서/무지개꿈 쫓다가/‘길 잃은 아이’였습니다.’(최욱경의 시 ‘나의 이름은’) 1970년대 강렬한 추상 회화로 국내 화단에 깜짝 등장했던 미술가 최욱경(1940∼1985)의 작품이 내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주로 체류하던 미국에서는 아시아 여성으로, 국전 중심의 보수적 국내 화단에서는 이방인으로 여겨지곤 하던 최욱경. 스스로를 ‘이름 없는 아이’로 칭했던 그의 작품이 조금씩 걸맞은 이름을 찾아가고 있다. 6일 미술계에 따르면 최욱경의 작품은 내년 5월 5일∼9월 6일 열리는 퐁피두센터의 ‘Women in Abstraction(추상 속 여성)전’에 포함됐다. 전 세계 작가 112명의 작품 4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로 그의 색채 추상 3점이 전시된다. 퐁피두센터 이후에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순회전(2021년 10월 22일∼2022년 2월 27일)을 연다. 이번 퐁피두센터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의 ‘미술사 다시 보기’ 열풍에 발맞춰 백인 남성 중심의 기존 미술사를 벗어나 여성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미국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린 ‘힐마 아프 클린트’전은 60만 명이 찾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전시에도 클린트를 비롯해 루이스 부르주아, 바버라 헵워스 등 여성 거장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틴 마셀 수석 큐레이터는 “기존의 많은 전시가 추상 예술에서 여성의 역할을 축소해 왔다”며 “부당하게 가려진 여성들의 작품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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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가 송영수가 남긴 드로잉-에스키스 흔적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은 국내 1세대 조각가 송영수(1930∼1970)의 개인전 ‘상념의 공간: 조각가의 스케치북’전(사진)을 9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송영수 조각가의 작고 5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로, 조각 작품 17점과 생전 남긴 스케치북 100여 권에 포함된 드로잉 및 에스키스(초벌그림) 1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말 이후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1957년 국전 추천작가 자격으로 출품했던 ‘효’와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순교자’ 등이 전시된다. 작품 대부분은 인체와 나무, 새 등을 단순화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또 드로잉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기까지의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송영수는 서울대 조소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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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지막 정점 찍은 日, 내리막길만 남았다

    “일부 한국인은 일본의 어려움을 고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도 이 책을 경고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전 세계 부(富)의 16%를 차지하며 세계를 호령했던 경제대국이다. 1990년대 들면서 침체에 빠지더니 정치도 퇴행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잃어버린 10년’ 혹은 ‘잃어버린 20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 분석과 전망을 시도한다. 저자인 브래드 글로서먼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선임고문이다. 그가 1991년부터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27년 동안 도쿄에서 다양한 개인과 집단을 만나며 일본 사회를 관찰한 경험과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일본이 이미 경제 성장의 마지막 정점을 찍었으며 현재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대 일본을 덮친 4가지 충격으로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는 이렇다. 첫째,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등 금융위기, 둘째 민주당으로의 짧은 정권 교체와 이후 자민당 독주, 셋째 센카쿠 열도 분쟁, 넷째 동일본 대지진. 아베 신조 정권도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위의 네 번의 충격을 거쳤음에도 구조와 태도의 한계가 여전히 일본을 옥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한계 속에는 상대방을 좌절시키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인이 전문성 없이 각료를 돌아가며 맡는 ‘가라오케 민주주의’ 등 정치의 무능이 있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시민사회에는 패배주의와 체념이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원전 사고가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 일본의 ‘안전 신화’마저도 해체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익과 자원에 대한 정확한 평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후 정부가 일본의 힘과 목적의 현실성에 맞춘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만큼 심각한 인구 문제에 봉착했고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고 있는 한국 또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강조한다. 비생산적인 기업(한계기업)을 떨쳐내지 않으면 일본처럼 ‘좀비 기업’ 퇴출을 거부한 대가로 큰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조언은 의미심장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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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대작’ 조영남 무죄 확정, 미술계 “대중 인식 환기 계기”

    “예술작품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위작이나 저작권 다툼이 없는 한 사법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조수를 사용해 완성한 그림을 판매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미술품 제작에 제3자가 관여한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첫 판결이었다. 미술계의 조수 사용이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오래된 창작 방식임에도 ‘작품은 손으로 직접 그려야만 한다’는 일반 인식을 새롭게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화단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조 씨가 화가 송모 씨의 그림에 덧칠과 서명만 해 자신의 것으로 속여 팔았다며 조수 송 씨를 ‘대작(代作)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수 송 씨는 작가가 아닌 기술적 보조자에 불과하며 작품 거래에서 친작(親作) 여부를 필요한 정보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변론을 맡은 구본진 변호사는 “현대미술은 손기술이 아닌 작가의 사상과 인식이 중요하기에 친작 여부가 작품 거래에 중요한 정보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유죄라면 박서보, 김창열,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국내외 유명 작가도 사기 혐의를 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수 사용 여부가 작품의 시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국제적 기준임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양한 외신 기사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창작의 자유가 침해될 정도로 형벌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주요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창작 방식은 작가가 선택할 문제임을 인정한 것이다. 예술가의 조수 사용에는 영세한 규모부터 대규모 스튜디오, 전체 작품의 일부부터 전부를 의뢰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조수 사용을 사기로 본다면 그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술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사법권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그림은 (예술가가) 직접 그려야 한다’ ‘미술 전공을 해야 예술을 한다’는 화단 일각의 견해도 성찰에 직면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인사는 “조영남을 비판하고 싶다면 비평으로 다룰 일을 법정에 가져갔던 것”이라며 “가수가 립싱크를 한다고 처벌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이날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출간했고 조만간 팝아트 관련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김민 kimmin@donga.com·신동진 기자}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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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작 논란’ 조영남, 무죄 확정…대법 “예술작품, 사법 개입 자제해야”

    “예술 작품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위작이나 저작권 다툼이 없는 한 사법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조수를 사용해 완성한 그림을 판매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미술품 제작에 제3자가 관여한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첫 판결이었다. 미술계의 조수 사용이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오래된 창작 방식임에도 ‘작품은 손으로 직접 그려야만 한다’는 일반 인식을 새롭게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화단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조 씨가 화가 송모 씨의 그림에 덧칠과 서명만 해 자신의 것으로 속여 팔았다며 조수 송 씨를 ‘대작(代作)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수 송 씨는 작가가 아닌 기술적 보조자에 불과하며 작품 거래에서 친작(親作) 여부를 필요한 정보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변론을 맡은 구본진 변호사는 “현대미술은 손기술이 아닌 작가의 사상과 인식이 중요하기에 친작 여부가 작품 거래에 중요한 정보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유죄라면 박서보, 김창열, 데미언 허스트 같은 국내외 유명작가도 사기 혐의를 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수 사용 여부가 작품의 시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국제적 기준임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양한 외신 기사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창작의 자유가 침해될 정도로 형벌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주요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창작 방식은 작가가 선택할 문제임을 인정한 것이다. 예술가의 조수 사용에는 영세한 규모부터 대규모 스튜디오, 전체 작품의 일부부터 전부를 의뢰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조수 사용을 사기로 본다면 그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술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사법권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그림은 (예술가가) 직접 그려야 한다’ ‘미술 전공을 해야 예술을 한다’는 화단 일각의 견해도 성찰에 직면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인사는 “조영남을 비판하고 싶다면 비평으로 다룰 일을 법정에 가져갔던 것”이라며 “가수가 립싱크를 한다고 처벌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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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정가 50억∼70억원 ‘겸재 화첩’ 경매 나온다

    보물로 지정된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경매에 출품된다. 케이옥션은 다음 달 15일 경매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鄭敾筆 海嶽八景-宋儒八賢圖 畵帖)’이 나온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50억∼70억 원이다. 이 화첩은 겸재가 금강산과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송나라 유학자를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 8점 등 16점을 수록하고 있다. 서로 다른 주제인 산수화와 인물화로 구성한 것이 드문 예임을 인정받아 2013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 현재 우학문화재단 소유로 용인대가 관리하고 있다. 진경산수화는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해금강은 겸재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호)에는 들어 있지 않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이다.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추정가 40억∼150억 원으로 출품돼 3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출품작은 다음 달 4일부터 경매일까지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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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란길에 널린 시체들… 지옥이 따로 없었다

    “무슨 육편(肉片)이 천 조각에 싸인 줄 알고 자세히 보곤 곧 구역질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시신이 조각나 널려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러진 적군의 시체를 탱크가 뭉개고 지나가고 곧 다른 차량이 계속 지나 흩어진 게 분명했다.” 국내 시사만화의 대부 김성환 화백(1932∼2019)의 6·25전쟁에 관한 기억이다.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김 화백의 ‘고바우 영감’은 잘 알고 있지만, 그가 전투 현장을 드로잉으로 담았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25일 온라인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낯선 전쟁’전에서는 6·25전쟁에 관한 이 같은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은 6·25전쟁 당시를 기록한 작품을 전시하고, 2부 ‘전쟁과 함께 살다’는 전쟁 이후 사회문제에 주목한 작품들을 담았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는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신작 등을 선보이고, 4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평화를 모색한다. 이 가운데 역시 당시를 기록한 작품이 가장 눈에 띈다. 김 화백은 1950년 국방부 정훈국 미술대에 근무하며 시사만화와 삐라, 주간 만화잡지 제작에 참여했다. 이듬해 가을에는 미술대 소속 기자로 중부전선에 배치된 6사단을 방문해 전장(戰場)과 소년병의 초상화를 그렸다. 전시장의 작품 대부분은 전쟁 직후 서울 모습이다. 1950년 9월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 쌓인 시신들, 서울 수복 이튿날인 같은 달 29일 도망치지 못하고 사살된 북한군 병사 등이 보인다. 북한군의 인민의용군 징집을 피해 다닌 김 화백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농사꾼 행세를 하며 스케치했다. 당시 그는 17세였다. 김 화백 외에도 김환기 윤중식 우신출 임호 등 많은 작가가 종군화가단으로 활동했다. 종군화가는 정식 군인은 아니지만 통행증과 신분증을 발급받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윤중식 화백은 평양미술학교 출신으로 피란길에서 각종 드로잉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이들 드로잉 뒤에 작가는 ‘언젠가 그림으로 그리고자 남겨둔다’고 적어뒀지만 회화 작품으로 그려내진 못했다. 전쟁을 겪으며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게 된 예술가가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을 남기는 사례는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때 종군화가로 활동하며 전장의 참혹한 고통을 직시해 기록한 헨리 무어(1898∼1986). 그는 이후 ‘가족상’을 비롯한 인체 조각으로 영국 대표 작가가 됐다. 근대미술의 거장인 스페인의 프란치스코 고야(1746∼1828)는 18세기 말 나폴레옹군이 스페인을 침략한 현장을 담은 동판화 ‘전쟁의 참상’(1810∼1820)을 남겼다. 국가주의와 폭력에 맞서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성스럽게 그린 ‘1808년 5월 3일’(1814년)은 이후 마네와 피카소가 패러디하는 등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낯선 전쟁’전은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함께 25일 오후 4시, 약 40분간 유튜브 생중계된다. 전시는 9월 20일까지 열리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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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는 꼭 빨간색이어야만 하나” 우리사회 지배하는 편견 고발

    “때로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각자의 의견이 다르잖아요. 이러한 현상을 고민하며 탄생한 전시입니다.” 경기 파주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검은 해’에 대한 강성은 학예실장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과 n번방 사건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지만, 곧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서로 유리하게 사건을 해석했다. 개표 결과 한반도의 동-서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다. 이 기획전은 ‘해는 빨갛다’ 같은 고정 관념을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전시 제목을 ‘검은 해’라고 붙이면서 사회 현상을 보는 유연한 관점을 제안한다. 전시회는 김무영, 김영은, 박병래, 송세진, 신정균, 진기종 등 젊은 작가 6명의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김영은 작가는 시위 현장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와 같이 무작위로 채집한 소리를 통해 작품을 구성했다. 김무영 작가는 반공 활동을 펼치는 유명 유튜버의 삶을 인간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25일 오후 5시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의 진행으로 임권택 감독의 작품 ‘짝코’를 무료 상영한다. ‘짝코’는 분단을 다룬 리얼리즘 영화로 남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객관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28일까지.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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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런 행동, 이런 생각… ‘20세기 라떼’인가 ‘21세기 매너’인가

    《“이런 것까지 신경 쓰라고요?” “그게 어렵나! 라떼(나 때)는 말이야….” 10년 아니라 1년에도 강산이 변하고 다섯 살 차이만 나도 세대 차이 느낀다는 요즘. 서로 너무 다른 시대를 살아온 개개인이 모인 직장에서는 당연했던 관행의 적정선을 가늠하기 어렵다. 상사는 매너를 요구하다 ‘꼰대’ 소리 들을까, 젊은 직원은 악의 없는 행동이 무례하다 오해받을까 두렵다. 이런 세태 속에 최근 나온 책 ‘20세기 회사예절, 21세기 사원 매너’(더난출판)는 흥미롭다. 용모와 복장부터 인사 대화 출퇴근 매너까지 시시콜콜히 알려준다.》 책이 소개하는 매너 10개 항목에 대해 건설 금융 미디어 유통 정보통신 법조계에서 일하는 20∼50대 직장인 23명의 반응을 들어봤다. 항목마다 ‘매너다=○’ ‘상황 따라 다르다=△’ ‘라떼(과도함)다=×’를 표시하고 의견을 달도록 했다. 대체로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인사나 상석 관련 매너는 40, 50대와 20, 30대 의견이 명확히 엇갈렸다. 한 30대 직장인은 “실무적으로 매너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업무 역량”이라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응답 내용.1. 남성은 코털 간과하지 말고 여성은 스타킹 구멍 안 나도록 조심하기 20대: ‘(×)능력과 상관없는 개인 문제’ ‘(△)스타킹 구멍은 불가항력이지만, 코털은 불가항력이 아니죠?’ 30대: ‘(×)악취, 청결만 신경 쓰면 된다’ ‘(△)개미 다리처럼 삐져나온 코털은 남녀노소 인종불문 싫다’ 40대: ‘(×)사원끼리 오래 쳐다볼 일도 없을 텐데’ ‘(○)김칫국물 묻은 옷 입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50대: ‘(○)자신에 대한 책임’ ‘(○)비즈니스 매너의 기본은 용모 단정, 의관 정제’2. 인사도 월급에 포함, 출퇴근할 때 상사에게 인사하자 20대: ‘(×)이러는 후배, ‘오버’스러워 놀랐다’ ‘(×)인사를 하고 싶도록 유대를 쌓자’ 30대: ‘(×)구시대 유물’ ‘(△)동료에게도 인사는 매너’ 40대: ‘(△)눈이 마주치거나 동선 겹치면’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자’ 50대: ‘(○)인사는 동서고금의 매너’ ‘(○)상사에게 인사는 좋은 습관’3. 승용차에서 손님이나 선배를 상석에 앉게 하는 게 예의 20대: ‘(×)그래도 꼰대들과 택시 타면 네이버로 검색은 해본다’ ‘(○)상석이 따로 있긴 하다고 들었다’ 30대: ‘(×)먼저 앉는 순으로 간다’ ‘(○)서로 지키는 게 편하다’ 40대: ‘(○)별 차이 없으니 따지는 사람에게 양보’ ‘(○)식당처럼 차도 마찬가지’ 50대: ‘(○)내가 불편하면 지켜야’ ‘(○)승하차 편의를 위함이므로 경로 우대 차원’4. 벨소리 3번 이상 울리기 전에 전화받기 20대: ‘(×)별 신경 안 씀’ ‘(○)안 받으면 시끄럽다’ 30대: ‘(×)전형적 군대식 문화’ ‘(×)누가 벨소리를 세지…’ 40대: ‘(○)선배든 후배든 먼저 신경 쓰면 배려’ ‘(○)늦게 받으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음’ 50대: ‘(×)늦게 받아도 업무규정 맞춰 응대하면 그만’ ‘(○)공동 공간에서는 진동이 매너’5. 오후 5시 59분 컴퓨터를 끄면 퇴근만 기다린 것 같은 인상. 마땅히 업무 없어도 늦은 오후 상사에게 할 일을 확인하자 20대: ‘(×)주는 만큼 일하자’ ‘(×)일 잘하는 놈에게 일 더 준다. 퇴근만 기다린 인상이라면 정확히 본 것’ 30대: ‘(×)업무 지시 원활히 하면 될 문제’ ‘(△)꼰대 의식 가진 1960, 70년대생이 많으면 생활의 지혜. 1980, 9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스타트업에서는 불필요’ 40대: ‘(○)상사도 후배에게 도와줄 일을 물어보자’ ‘(×)할 일 있다면 이야기했겠지’ 50대: ‘(×)일은 스스로 하는 것’ ‘(×)분위기 보면 안다. 그렇다고 59분에 딱 맞춰 끄는 건 좀…’6. 책상은 제2의 얼굴. 2, 3일에 한 번 책상 닦기, 쓰레기는 눈에 보이는 대로 치우기 20대: ‘(×)남의 책상까지 간섭하는 건 피곤한 삶’ ‘(×)백색소음처럼 좀 더러워야 집중되는 사람도 있음’ 30대: ‘(×)개인 책상은 마음대로 쓸 권리 있다’ ‘(△)악취 해충 등 없으면 상관없음’ 40대: ‘(×)누군가는 정글에서 창의력을 끌어냄’ ‘(○)청결한 게 좋은 것은 당연’ 50대: ‘(×)개인의 스타일 인정해줘야’ ‘(○)사무 공간은 공동의 공간’7. 악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청하는 것 20대: ‘(×)듣도 보도 못한 매너’ ‘(×)위계질서 파악하려고 머리 굴리면 인생 낭비’ 30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남녀가 무슨 상관. 악수가 화살표도 아니고’ 40대: ‘(×)만나서 반갑거나 헤어져서 아쉬운 사람이 먼저 청함’ ‘(△)격식은 맞지만 누가 먼저 건네도 좋다’ 50대: ‘(×)악수하는 의미가 중요’ ‘(×)위계를 따질 문제는 아님’8. 같은 말이라도 ‘쿠션 화법’ 등 활용해 완곡하게 의사 전달하는 게 배려 20대: ‘(×)쿠션어 없이 말하면 성질내는 줄 아는 꼰대 있다면 완곡한 의사 전달도 방법이나 과도함’ ‘(△)당장 듣기엔 좋을 수 있어도 경제적인 언어는 아니다’ 30대: ‘(△)상황과 내용, 상대에 따라 달라’ ‘(○)감정을 고려해야 효율적 소통’ 40대: ‘(△)맞는 말이나 아무리 써도 못 알아들으면 ‘직구’가 답’ ‘(△)상황에 따르면 됨’ 50대: ‘(△)명확한 의사 전달 생각하면 때론 불필요’ ‘(○)직장 내 갑질 근절 차원에서’9. 카카오톡은 근무시간 외 사전 양해 없이는 쓰지 않는다. 20대: ‘(△)급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답은 늦을 수 있음’ ‘(○)점심 시간에도 되도록 연락하지 않았으면’ 30대: ‘(○)퇴근 후 카톡은 인간적 기대 저버리는 것’ ‘(△)별도 사내 규정 없는 한 지양해야’ 40대: ‘(○)백번 지당한 소리’ ‘(△)업무용으로 불가피한 경우 있다’ 50대: ‘(△)전화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업무 관계라면 충분히 사용 가능’10. 호칭은 상대 나이보다 직함에 맞추는 게 좋다. 20대: ‘(△)그렇게 서열이 좋다면 군대에 다시 가자’ ‘(○)나이는 나이일 뿐, 직급 우선’ 30대: ‘(○)일로 만난 사이니까’ ‘(×)직함 외우느라 머리만 더 터진다’ 40대: ‘(○)회사는 일하려고 모인 곳’ ‘(△)사내에선 직함, 사적 자리에선 합의에 따라’ 50대: ‘(○)업무 효율성 및 책임감을 위해’ ‘(○)회사는 나이보다 역할이 중요’ ▼ “평화로운 직장생활 위한 20.5세기의 소통 가이드” ▼ 저자 신혜련 대표‘20세기 회사 예절, 21세기 사원 매너’ 저자인 신혜련 아이비전컨설팅 대표(41·사진)는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삼성에버랜드로 시작해 신세계, CJ 등에서 사원 교육 기획을 했다. 신 대표는 “여전히 많은 회사가 20세기형 예절을 중시한다”며 “조직 전체로 보면 ‘20.5세기’에 살고 있어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항목이 개성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은 인정하면서도 ‘필요악’으로 봐 달라고 했다. “20세기 문화가 바뀌는 데 20년은 걸릴 거예요. 1980, 90년대 출생자들이 관리자급이 돼야 할 것이기에 어느 정도 기성세대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상사도 ‘버릇없다’고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애정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위해 에너지를 투자하는 건 조직 간 비효율 해소를 위한 관리자의 업무죠. 그런데 조직문화 강의를 다녀 봐도 관리자들은 교육에 참여하지 않아요. 상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나 때는 말이야’ 하면 당연히 대화가 안 되죠. 세대 간 차이를 인정해야 창의적인 문화도 생깁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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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든 시기 서로 힘 모아, 코로나에 맞서 잘 싸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2월 말∼3월 초 확진자가 대량 발생해 의료진과 시민 모두 악전고투한 끝에 안정세를 이뤄낸 대구에서 코로나19를 주제로 기획전이 열린다. 코로나19로 2월 19일 휴관한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16일부터 재개관 첫 전시로 ‘새로운 연대’전을 선보인다. 개인 일상은 물론 인간의 존엄, 사회적 연대에 관한 문제까지 제기한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고 개인과 공동체적 삶의 연대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다. 참여 작가 12명은 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화가, 사진작가 등이다. 장용근은 코로나19 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이모저모를 사진에 담았다. 오정향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은 작품을 내놨다. 권세진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교실 풍경을 먹으로 표현했다. 최근 온라인 수업으로 텅 빈 교실과 대비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와 연계한 ‘희망 드로잉 프로젝트’도 열린다. 지역 작가들이 대구 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드로잉과 영상을 릴레이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작가와의 대화, 강연 등은 다음 달부터 진행된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차(2시간)당 5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 하루 200명까지 관람 예약을 할 수 있다. 예약은 인터파크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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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00년前 영국 여성들이 본 한국, “선한 사람들… 일제 억압엔 꿋꿋”

    “무당의 주문 외우는 소리는 찢어지는 고음으로 올라갔다 다시 졸린 듯 낮은 소리로 변해 후렴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 무당의 춤과 호곡(號哭)은 저 오래된 태곳적의 기이한 느낌을 인간의 의식 속으로 불러들이는 소환의 주문이었다.” 1919년 어느 봄날 서울의 낡은 성곽 밖, 계곡을 낀 언덕의 신당(神堂)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벽안(碧眼)의 자매가 지켜보고 있었다. 1946년 출간된 이 책은 스코틀랜드 애버딘셔 출신인 두 자매 앞에 펼쳐진 일제강점기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동아시아의 국가들 모습을 목판화에 담았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와 1915년부터 남편과 일본 도쿄에서 출판사를 했던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이 주인공이다. 1919년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간 한국에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을 키스가 그렸고 스콧이 썼다. 서문에서부터 제국주의적 시선을 거두고 낯선 문화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이방인의 따스한 시각이 묻어난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그곳은 깊은 비극에 휩싸여 있었다. … 서울에 있는 동안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학생, 어른 등 여러 한국 사람이 투옥되고 고문당하는 등 온갖 처참한 대우를 받은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고대 성직자처럼 가슴속에 불이 활활 타들어 가는 듯했다.” 3·1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던 때에 한국을 찾은 이들은 미국인 선교사들과 한국인들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일본에서 듣던 일본 중심적인 한국, 한국인 이야기가 정작 와서 듣고 보니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3·1만세운동은 놀라운 발상이었고, 영웅적인 거사였다. 빈손으로 독립을 촉구한 사람들은 보복이 얼마나 심할지 잘 알고 있었음에도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길거리를 메웠고, 한반도 곳곳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비폭력적 저항을 했다.” 당시 한국인의 각종 풍습을 차분하고 꼼꼼하게 묘사한다.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표정은 어떠하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등이 펼쳐진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며 동양 고전을 이야기하는 두 노인, 엄청난 양의 빨랫감을 들고 냇가에서 빨래하고 다듬이질하는 여인들의 고충 등이 눈앞에 생생하다. “동아시아 어디든 같겠지만, 아무 데서나 침을 뱉는 습관은 문제”라는 솔직한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삽화로 함께 곁들여진 키스의 그림은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굿하는 무당의 모습이나 사당 풍경 같은 토속신앙을 묘사한 그림은 흔하지 않아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키스는 ‘독립청원서’를 조선 총독에게 제출했다 2년 형을 살고 출옥한 운양 김윤식의 초상화도 남겼다. 그 한 달여 뒤 김윤식은 숨졌다. 이 책을 옮긴 송영달은 키스의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해 왔다.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의 정치학, 행정학 교수였던 그는 우연히 한 고서점에서 키스의 책과 작품을 발견하고 2006년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책으로 펴냈다. 이 초판본에는 키스의 그림 66점이 실렸는데 이번 ‘완전 복원판’에는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작품 85점을 모두 소개했다. 송 교수는 2007년 키스의 조카 집에서 발견한 무명의 연도 미상 초상화가 이순신 장군의 것이라고 추정한다. 검증이 필요하지만 맞는다면 충무공 초상화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충무공의 5대손 이봉상의 초상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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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시 “노예무역상 끌어내린 시민 동상 세우자”

    세계적인 예술가 뱅크시가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와 관련한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며 연일 동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뱅크시는 9일(현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로잉 한 점을 공개했다. 앞서 7일 영국 브리스틀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시민들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 그러면서 뱅크시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콜스턴의 동상을 그리워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 먼저 (호수에 던져진) 콜스턴 동상을 끌어올려 단상에 세우고 그 목에 밧줄을 건다. 그 옆에 동상을 끌어내렸던 시민들의 동상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세우자. 모두가 만족하고 역사적인 사건도 기념할 수 있는 해법이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름 없는 예술가’ 뱅크시는 브리스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그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경매에서 약 15억 원에 낙찰된 직후 저절로 파쇄돼 화제가 됐다. 뱅크시는 이 작품 액자 뒤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파괴하려는 욕망도 창조적 욕망에 해당한다’는 피카소 발언을 올렸다. 뱅크시는 앞서 7일에도 인스타그램에 BLM 집회에 화답하는 그림을 올렸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를 연상시키는 영정 사진 앞에 꽃과 타오르는 양초가 있고, 촛불 위로 걸린 성조기 귀퉁이에 불이 붙어 있다. 뱅크시는 ‘인종차별은 백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나도 백인이기에 조용히 흑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들이 아닌 백인의 잘못이다. 유색인이 백인의 시스템에 고통 받고 있다. 잘못된 시스템을 만든 것은 백인 잘못이다. 이를 고치는 일에 백인도 나서야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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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은 손끝의 예술인가, 영감의 산물인가

    《“조영남은 대작(代作) 화가의 그림을 직접 그린 것처럼 속여 고액으로 판매했다.” (노정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조영남의 그림은 그의 저작물이며 조수 사용을 밝혀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강애리 변호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사기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수 조영남의 상고심 공개 변론이 열렸다. 조영남은 1심 유죄, 2심 무죄였다. 검찰 측과 변호인은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인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 같은 미술계의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법정에서 오간 주요 쟁점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차를 살펴봤다.》○ 조수냐, 대작 화가냐 “피고인(조영남)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반면 (그림을 그린) 송모 씨 등은 전업 화가로 지식과 기술을 더 갖췄기에 대작 화가다.” 이날 검찰은 송 씨 등이 조영남의 조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대를 졸업하거나 전업 화가인 이들에게 전공자가 아닌 조영남이 지시나 감독을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변호인은 “송 씨 등은 지시를 벗어나거나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이들은 조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영남이 콘셉트를 구상하고 지시했으므로 작품은 그의 단독 저작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 양측의 주장은 예술작품에 대한 한국사회의 엇갈린 시각을 반영한다. 검찰은 밀레와 반 고흐의 작품 사진을 나란히 보이며 “회화는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탄생하므로 직접 그리는지가 중요하다”란 논리를 폈다. 참고인으로 나온 화가 신제남도 “조영남은 본업이 가수이며 그림은 아마추어 수준”이라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을 묻는 대법관에게 이렇게 답했다. “전공, 전시 경력, 협회 가입 여부 등의 근거가 있어야 프로다. 그것이 부족하면 아마추어다.” 검찰 측 주장은 ‘그림은 손으로 그려야 한다’란 인식에 기반을 둔다. ‘손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기에 전문 교육을 받았는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미술을 전공해야 예술가가 된다’는 논리는 유독 한국에서 강한 편견이라는 게 미술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1000억 원대에 작품이 거래되는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도 비(非)전공자이며 백남준(1932∼2006)도 미술이 아닌 미학과 음악사를 전공했다. 변호인은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창작성은 손이 아닌 작가의 인식과 철학에 존재한다”며 “조영남은 작품의 본질이 칠하는 행위가 아닌 사상에 있다는 생각에 조수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활발한 논의로 간극 좁혀야” 변호인은 “이 사건이 유죄라면 데이미언 허스트도 국내에선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 작가인 허스트는 작품 제작을 공장에 맡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예술에 대한 인식 차이가 송사(訟事)로 번진 일은 외국에서도 있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화가 휘슬러와 평론가 존 러스킨이 명예훼손 소송을 벌였다. 러스킨의 변호인은 “이틀 만에 그린 그림에 200기니(옛 영국 화폐단위)나 받는 게 공정하느냐”고 휘슬러를 비난했다. 당시 아카데미 화가들은 수개월간 역사화 한 편을 그리곤 했다. 휘슬러는 “손으로 그린 시간이 아닌 일생에 거쳐 깨달은 지식의 가치에 매긴 값”이라고 응수했다. 휘슬러는 승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인사는 “이번 사건으로 현대미술의 개념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가서 간극이 좁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는 25일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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