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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협력 강화를 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한층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 이어 1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독자적 남북 협력을 강조한 이후 외교안보 주무 장관들이 나서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우회적으로 남북 과속 경고장을 내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회견 다음 날인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미 외교장관은 대북제재에 묶여 있는 남북 협력 사업들에 대해 논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의 중요한 합의들이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면 예외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 “큰 틀에서 북-미, 남북 대화가 서로 보완하고 선순환 과정을 겪으면서 가야 하지만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 협력과 개별 관광 추진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14일 대북 종교·사회단체 대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미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15일 한 세미나 축사에서도 “정부는 여러 분야 중 남북 간 관광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차 출국길에 “남북관계를 증진시켜 북-미관계를 촉진할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틀 내에서 어떻게 북한과 대화를 촉진하느냐가 한미 간 상호 관심사”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 북-미 대화 재개 같은 선순환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의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접경지역 협력, 개별 관광 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 시간)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와 관련해 북한의 ‘남강무역회사’와 중국의 ‘베이징 숙박소’ 등 두 곳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북한 노동자를 해외에 파견하는 업무 전반을 담당하며 이들이 벌어들인 자금을 북한에 보냈고, 이를 보조했다는 혐의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문제 삼은 것.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은 유엔 결의를 어기며 북한 정권에 불법적인 수익을 올려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조야에선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재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는 별개의 궤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VOA가 15일 보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예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고심을 드러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라고 강조한 뒤 “원유 수급 등 에너지 수송도 관심 가져야 하며, 한미 동맹도 고려하고 이란과도 외교 관계가 있어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실적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0일 별세한 까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오만 국왕을 조문하기 위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사절단을 13일 파견했다. 오만이 청해부대 기항지인 만큼 정 장관이 현지 당국과 파병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은 호르무즈 파병에 앞서 파견할 연락 장교 후보자 선정을 내부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선 “진전이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 입장과) 거리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틀 속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고, 국회의 동의도 그 선을 지켜야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 관계가) 충분히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낙관’ ‘긍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친서를 전달하고, 연말연초 북한 도발이 없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그러나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명확히 하고, 미국과 대화에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안보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며 “북한도 즉각적으로 반응을 내놨고 두 정상 간 친분 관계도 강조하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미 대화의 교착이 오래된다는 것은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북-미 대화를 위한 시간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북-미 간에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이나 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라며 “북-미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불과 사흘 전 “남조선(한국)이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날 ‘남북관계’ ‘남북협력’ 등 ‘남북’이 포함된 단어를 총 26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실질적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응조치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2일 신년인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한 데 이어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한 것.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접경 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정부가 자칫 무리한 사업 추진에 나설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3월경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에 답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연합훈련 유예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가 봇물처럼 터지고 북-미 대화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하며 남쪽은 끼어들지 말라고 면박 주는 북한을 두고도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 기자}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태여서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접촉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했던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가 협상 재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 이행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12일 보도됐다. 그는 미국이 이런 뜻을 북한에 전달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8일)에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함께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액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잔혹한 북한 독재자와 따뜻한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도발)을 보내지 않은 것에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는 긍정적이며 고무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것이 미래에 어떤 종류의 테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놨다. 그러나 김계관 고문은 11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사라도 하듯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담아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고문은 “조미(북-미) 사이에 대화가 다시 성립하려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그렇게 (대폭 양보를) 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 정면 돌파 노선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한국이 미국 허락 없이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판하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실명으로 비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태여서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접촉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했던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가 협상 재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 이행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12일 보도됐다. 그는 미국이 이런 뜻을 북한에 전달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8일)에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함께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악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축하 메시지 전달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잔혹한 북한 독재자와 따뜻한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도발)을 보내지 않은 것에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는 긍정적이며 고무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것이 미래에 어떤 종류의 테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놨다. 그러나 김계관 고문은 11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사라도 하듯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담아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고문은 “조미(북-미) 사이에 대화가 다시 성립하려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그렇게 (대폭 양보를) 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 정면돌파 노선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한국이 미국 허락 없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판하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실명으로 비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대미(對美) 외교 원로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담화를 내고 2020년 한반도 전략의 큰 틀을 밝혔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거절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는 몸값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재요청했음에도 북한이 나흘 만에 ‘끼어들지 말라’고 반응하면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은 올해도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김계관은 11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낸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면서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남조선(한국)이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을 겨냥해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월남(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테이블)에서 1년 반 넘게 시간을 잃었다”며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남북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사실상 일축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미 외교가에선 비핵화 협상이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비핵화 협상에 나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미 두 정상 간 브로맨스는 이미 지난해 말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사실 아래 미국과 북-미 관계 개선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식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다양한 남북 협력을 제안한 뒤, 청와대의 관심은 북한의 반응에 쏠려 있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할 경우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백악관을 설득하겠다는 복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상 고문 명의의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라고 했다. ‘북-미가 직접 해결할 테니 한국은 빠지라’는 것. 북한이 2020년 외교 전략을 읽을 수 있는 새해 첫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으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구상을 다시 한번 밝힐 예정이다. ○ 文, 손 내밀었지만 北 “주제넘은 일”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며 다양한 남북 협력 대상으로 제시한 것은 대북 제재 위반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비핵화 대화의 물꼬를 열어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다시 한번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응수했다. 청와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미 관계는 앞바퀴, 남북 관계는 뒷바퀴’라며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청와대를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여기에 북한은 문 대통령이 제안했던 남북 협력 대상을 일절 거론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김계관의 담화에 공식 반응을 자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북한이 화답은커녕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나오자 마땅한 대응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것. 여권 관계자는 “국내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대북 제재라는 현실적인 난관까지 감수하고 문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전혀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한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북한의 반응에 대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청와대가 좀 더 통 크게 협력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동안의 이벤트성 협력에 질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평창 겨울올림픽 선수단 파견, 개성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협조했지만 북한이 기대한 것만큼을 한국에서 얻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 간 ‘친분’ 인정했지만 대화 문턱 높인 北 그 대신 북한은 백악관을 향해 ‘제재 완화 등 요구사항을 받으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계관은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 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을 향해 ‘우리는 더는 움직이지 않을 테니, 미국이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본 뒤 대화를 고려해볼 수는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 등을 통해 협상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섰지만, 북한은 협상의 문턱을 더 끌어 올린 것이다. 미 CNN방송은 “외교를 향한 문을 열 기회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다만 북한은 “세상이 다 인정하는 바”라며 북-미 정상 간 친분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우리가 다시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갖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강화된 ‘통미봉남’을 천명한 상황에서 백악관과의 채널만큼은 단절하지 않고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면서 북-미 채널이 공고하다는 점도 과시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까지 북한이 압박과 긴장을 고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연말연초 ‘새 전략무기’ 등을 과시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두고 “고강도 도발 유지에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년 만에 다시 ‘파병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이라크 파병 결정 논의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군 통수권자로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미국과 이란이 무력 사용을 불사하면서 미국의 파병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공개적으로 “한국이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백악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같은 요구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8일 “굉장히 신중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밝혔다.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에 대해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것에 비해 한층 유보적인 태도를 내비치며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동 전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는 만큼 청와대의 고심은 갈수록 더 깊어질 듯하다. 이렇게 청와대가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역의 군사적 위험성 때문이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로 파병될 경우 상대해야 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계 14위, 중동에서는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 이란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킬로급(3000t) 3척 등 고도의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란 잠수함 전력은 호르무즈로 접근하는 적 함정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될 경우 작전 지역과 목표 변경 수준을 뛰어넘어 전장의 화약고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2004년 이라크 파병 당시 우리 자이툰 사단이 주로 수행했던 ‘전후(戰後) 재건사업 지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여기에 이란은 이날 미국 반격에 가담할 경우 해당 국가의 영토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이란의 보복 조치로 국내 민간 선박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선뜻 파병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시간을 끌며 파병 요구를 마냥 외면할 경우 한미동맹은 물론 남북 관계에까지 후폭풍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청와대의 또 다른 고민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파병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백악관의 방위비 인상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고, 자칫 한미동맹 전반의 악재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공언한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딜레마다. 실제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결정을 내리자 미국은 노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문 대통령도 책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을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임박한 것 같다”며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공개 제안한 7일 북한 선전매체는 문 대통령의 평화구상에 대해 “역겹다”며 맹비난했다. 새해 들어 북한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푼수 없는 추태’ ‘철면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어 강경한 대남 기조를 당장 바꿀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기고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구상’을 거론하며 “아전인수 격의 자화자찬과 과대망상적 내용으로 일관돼 있는 대북정책 광고놀음은 듣기에도 역겹기 그지없다”고 했다. 전날 ‘우리민족끼리’가 “가소로운 넋두리, 푼수 없는 추태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한 데 이어 기고를 재차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메아리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전쟁장비 반입에 계속 매달리면서 아직도 평화를 역설하고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야말로 기만행위의 극치”라며 “헛나발(허튼 소리)을 불어대는 남조선당국은 이제 그 대가를 고달프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실명 비판하는 영상도 나왔다. 우리민족끼리TV는 ‘빈손에 빈말’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김연철을 비롯한 남조선 당국자들의 행적을 놓고 보면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구걸과 생색내기밖에는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새해 첫 공개 행보로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현지 시찰에 나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폭살(爆殺)로 당분간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 이후 닷새(보도일 기준)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선 것. 김 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이 역풍을 불어오면 올수록 우리의 붉은 기는 구김 없이 더더욱 거세차게(거세고 세차게) 휘날릴 것”이라며 ‘정면돌파전’을 재차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한 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한국의 이런 노력이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길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그런 조치들은 미국과의 협의하에 이뤄져야 한다(should be done in consultation). 우리는 동맹으로서 긴밀히 함께 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 관련 제재 완화 등이 담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 안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에의 파병에 대해선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나는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은 어떤 수준이든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의 반발을 낳고 있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계획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지금 막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하고 지금 어떤 무기를 개발할지 고려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이 됐든 다른 나라가 됐든 미사일 배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공개 행보로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현지 시찰에 나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소식 이후 닷새만(보도일 기준)의 공개 활동이다. 김 위원장은 “순천 인비료공장 건설은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 중에서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 중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새해 첫 지도사업으로 이 공사장부터 찾아왔다”고 밝혔다. 농업 생산성을 올려 자력갱생으로 경제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을 현지 시찰을 통해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폭살(爆殺)하면서 김 위원장이 당분간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표적살해 위협을 두려워하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핀셋 제거’ 작전으로 위축됐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보란 듯 외부활동에 나서면서 선대와는 다른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2003년 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하고,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7주간 잠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시찰에서 “적대 세력들이 역풍을 불어오면 올수록 우리의 붉은 기는 구김 없이 더더욱 거세차게(거세고 세차게) 휘날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촉구하며 이슬람사원 돔 정상에 내건 붉은 깃발을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나왔다. 새해 들어 북한 선전매체는 연속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고 있다. ‘메아리’는 7일 문 대통령의 최근 해외기고문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구상’을 거론하며 “아전인수격의 자화자찬과 과대망상적 내용으로 일관돼있는 대북정책 광고놀음은 듣기에도 역겹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전날 ‘우리민족끼리’도 해당 기고에 대해 “말 그대로 가소로운 넉두리, 푼수없는 추태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량이 수송되는 해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인 호세인 데그한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대응은 미군과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며, 미국인들이 (이란에) 입힌 타격과 같은 공격을 받아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등은 4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은 5일 오전 남서부 아바즈 공항을 통해 이란에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 경보 체제를 발령했다. 이날 미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을 받았다.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가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사살된 것과 관련해 “중동 지역이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아리는 이날 ‘군사전문가들,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으로 전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분석 평가하고 있다”며 “친미 국가들도 내부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핑계로 미군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래 전부터 미국은 검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른다는 ‘검의 공격작전’으로 특수부대를 주요 거점들에 들이밀어 탈리반(탈레반)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군사작전을 수행하여 왔다”며 “그러나 탈리반이 익숙된 산악지대를 거점으로 대항하고 있는데다가 지역주민들이 탈리반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의 군사 작전이 매번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를 비난하고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을 뿐 미-이란 갈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3일(현지 시간) “북한은 아마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는 가운데 한미가 청와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라인을 가동하는 등 잇따라 접촉하고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미동맹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백악관 NSC 고위 관계자들은 5일 긴급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 시간)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미국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회동한 데 이어 한미 NSC 라인 간 비공식 채널로 다시 한번 이란 문제를 논의한 것. 한국의 원유 수송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에 따라 이란이 무력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 원유수송선의 70∼80%는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대형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기여 방식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직접 파병 대신 파병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랜 B’를 미국에 제안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장 지난해 12월 12일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장교 1명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지휘통제부에 파견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파견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미국과 꾸준히 협의해왔던 이란 원유 수입 및 인도적 교역 재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달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의 미국 방문 후 식품 및 의약품 등 인도적 목적의 한-이란 교역 재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미국의 반응을 끌어냈지만 이란과의 교역 재개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신규진 기자}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가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고드스군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사살된 것과 관련해 “중동 지역이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아리는 이날 ‘군사전문가들,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으로 전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분석 평가하고 있다”며 “친미 국가들도 내부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핑계로 미군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래 전부터 미국은 검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른다는 ‘검의 공격작전’으로 특수부대를 주요 거점들에 들이밀어 탈리반(탈레반)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군사작전을 수행하여 왔다”며 “그러나 탈리반이 익숙된 산악지대를 거점으로 대항하고 있는 데다가 지역주민들이 탈리반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의 군사 작전이 매번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를 비난하고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을 뿐 미-이란 갈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3일(현지 시간) “북한은 아마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흘간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끝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육성 신년사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으며 곧 전략무기를 선보일 수 있음을 예고했다.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은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1년 8개월 만에 ‘병진노선’(핵과 경제 동시 개발)으로 되돌아가겠다며 2020년 ‘핵 도박’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김정은, 미국 21차례 언급하며 병진노선 사실상 회귀 선언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핵, 경제 동시 개발의) 병진의 길을 걸을 때나 경제건설 총력집중 투쟁을 벌이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에서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년 만에 전략노선을 재수정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과 대외적 파장을 고려해 병진노선 회귀를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회귀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매체가 이날 전한 전원회의 보도엔 미국이 총 21차례 언급됐다.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접었던 병진노선을 되살리게 한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대목도 다수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두고 대다수 안보 전문가는 시기의 문제일 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공약 파기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의 준비는 다 된 것 같다”며 “당장 모라토리엄을 깬다는 건 아니지만 이를 협상 카드로 삼아 미국을 흔들고 말을 듣지 않으면 내 길을 가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北, 비핵화 협상 접고 핵군축 협상 나서나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를 유지하거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외무성 관료들의 입을 통해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애초에 생각했던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로드맵에 따라 비핵화의 최종 단계를 정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의 입장에 따라 전략도발과 대미 협상 양 갈래 길을 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했고 영문판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으로 표기해 메시지 수위도 조절했다.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제재 해제에 더는 기댈 필요가 없다면서 동시에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 것도 미국과의 대화판을 유지할 명분으로 읽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지금 미국을 상대로 투트랙 게임을 하고 있다. 지금 판을 깨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단정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 3일차인 지난해 12월 30일 “간고하고도(처지가 어렵거나 힘들고)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및 대북제재와 관련해 ‘새로운 계산법’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대미 항전 태세로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은 미국의 완고한 입장 탓에 새해에도 제재 해제가 불투명한 만큼 어떻게든 자력으로 경제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에 기대를 걸어 제재 해제라는 ‘외도’를 하지 않고 북한이 원래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은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 조치들을 준비할 데 대해 보고했다”고도 했다. 29일에 이어 다시 언급된 ‘공세적인 조치’가 ‘정치외교’와 ‘대응 조치’로 세분됐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선제 조치가 아니라 대응 조치라고 한 것은 북한이 주도해 대화 판을 엎기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조치를 준비하겠다는 것은 미국을 향한 게 아닌 중국과 러시아와의 결속을 염두에 둔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대거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듯 북-중-러 중심의 다자외교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 미 국무부는 30일(현지 시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실무회의가 열린 것과 관련해 “섣부른 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견제했다. 김 위원장은 28∼30일 전원회의를 주재했고, 31일에도 추가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여 집권 후 첫 마라톤 전원회의를 펼쳤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 협상이 좌초되면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새로운 길’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 위원장이 30일)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며 “해당 의정의 결정서 초안과 다음 의정으로 토의하게 될 중요 문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전원회의 결산 연설의 성격이 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앞세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예고할지 여부다.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이 대치가 아닌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최선의 길은 핵무기 제거를 통해 주민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를 북한 지도부에 확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시각을 유지할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 3일차인 30일 “간고하고도(처지가 어렵거나 힘들고)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및 대북 제재와 관련해 ‘새로운 계산법’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대미 항전 태세로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은 미국의 완고한 입장 탓에 새해에도 제재 해제가 불투명한 만큼 어떻게든 자력으로 경제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기대를 걸어 제재 해제라는 ‘외도’를 하지 않고 북한이 원래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할 데 대해 보고했다”고도 했다. 29일에 이어 다시 언급된 ‘공세적인 조치’가 ‘정치외교’와 ‘대응조치’로 세분화됐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선제조치가 아니라 대응조치라고 한 것은 북한이 주도해 대화 판을 엎기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조치를 준비하겠다는 것은 미국을 향한 게 아닌 중국과 러시아와의 결속을 염두에 둔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대거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듯 북중러 중심의 다자외교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 미 국무부는 30일(현지 시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실무회의가 열린 것과 관련해 “섣부른 제재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며 견제했다. 김 위원장은 28~30일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31일 추가 회의를 예고하며 집권 후 첫 마라톤 전원회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북미 협상이 좌초되면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새로운 길’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 위원장이 30일)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며 “해당 의정의 결정서 초안과 다음 의정으로 토의하게 될 중요문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전원회의의 결산 연설 성격이 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앞세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예고할지 여부다.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이 대치가 아닌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최선의 길은 핵무기 제거를 통해 주민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를 북한 지도부에 확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시각을 유지할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27일 판단했다.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유족이 이 헌법소원 심판을 낸 지 3년 9개월 만이다. 헌재는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심리 없이 종결하는 것이다. 헌재는 “심판 대상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다.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일 양국 간 협력 관계의 지속을 위한 외교 정책적 판단이라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법적인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 추상적인 ‘정치적 합의’이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자체를 헌재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결정 직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헌재 결정에 대해 “(한국) 헌재의 판단이므로 (일본) 정부로서의 판단은 삼가고 있다. 한국 국내의 움직임이므로 일본 정부의 정식 견해를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공공기관이 협력업체에 공사비용을 떠넘기거나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등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벌인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로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26일 공공기관 4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 3월 135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비 415억여 원 가운데 75% 정도인 약 310억 원을 휴게소 임대 운영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사업비의 25%인 105억여 원만 부담해 놓고도 개선된 화장실을 공사 자산으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도로공사 자산과 순이익을 늘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도로공사 내부 규정에 따라 화장실 시설 전반을 개선해 공사 자산을 늘리는 사업은 도로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업체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공공기관에서는 물품 용역계약을 위한 예정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기초금액을 근거 없이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계약 관련 규정에 근거 없이 관행적인 원가 계산을 통해 산정한 가격에서 2∼5.5%를 감액해 기초금액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생성된 가격으로 낙찰 금액이 낮아지면서 부실공사나 저가 하도급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점주들이 현금으로 받은 매출을 누락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범죄 예방과 시설 안전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매장 내 카메라 속 개인 영상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코레일이 전국 207개 철도 역사 내 909개 매장에 원격으로 매장 상황을 실시간 살펴볼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운영하면서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열람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무단 열람한 개인 영상정보는 595건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업계획을 변경해 공사 측 책임으로 용역을 정지시키고도 계약 상대자가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LH가 2017년 1월 이후 준공한 용역계약 49건 중 41건에서 발생한 지연보상금 57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내부 규정을 운용한 공공기관들도 적발됐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비정규직인 전문직 직원이 1개월 이상 병가를 내면 직권 면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뒀다. 또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올해 4월 1명에 대해 실제로 직권 면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전KPS는 1년 이상 근무하지 않은 비정규직 직원은 육아휴직을 할 수 없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현행법에는 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은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