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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또 싱크홀이 발생할지 누가 알아요. 자주 오가는 도로인데 불안합니다.” 25일 서울 강동구 주민 유세영 씨(52)는 전날 벌어진 명일동 땅꺼짐(싱크홀) 사고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1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진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천호동에 사는 김여길 씨(67)는 “오전에 동네 주민들과 사고 현장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싱크홀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바로 옆 주유소에서 폭발 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00개를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였다. 그중 52개에선 부상자 71명이 발생했다. 대부분 상하수도관과 오수관 누수가 원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에 추락해 매몰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에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 등이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내사 중이다.곳곳에 낡은 수도관, 지하철-도로 공사… 10년간 싱크홀 2085건[도심 싱크홀 공포]싱크홀 발생 원인 살펴보니명일동 현장 인근 9호선 연장 공사… 15m 거리선 고속道 지하터널 건설22년된 수도관 파열 누수 가능성도… “부실공사 처벌-정기점검 강화를”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가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상하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심 싱크홀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관련 인명, 재산 피해도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사고가 나면 원인과 책임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하철-고속도로 공사 조사 예정도심 한복판의 싱크홀은 매년 있었다. 2023년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행인 1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폭 6m, 깊이 2.5m의 싱크홀에 차가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2년 강원 양양군에서는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29개나 생겨 편의점이 통째로 빨려 들어갔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429건)였다. 이어 강원(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순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동구는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5년간 4건의 싱크홀 사고가 있었고, 2명이 다쳤다.서울시는 명일동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땅꺼짐 현장에서 무너진 흙이 지하철 터널 공사 부근으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지하철 공사 등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점검에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 땅속에서 빈 공간이 발견되진 않았다.올해 1월 개통한 세종포천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고속도로는 싱크홀과 불과 15m 거리에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시에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도 바로 이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2021년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미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건설 과정에서 지반 침하와 건물 손상 등이 발견됐다”며 “9호선 연장 공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에 근접하여 통과하니 시공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하 상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가 원인일 가능성도 시는 조사하고 있다. 싱크홀 아래 있던 수도관은 2004년 설치된 것으로 올해로 사용 22년째다. 보통 설치된 지 30년 이상 지난 수도관은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관으로 본다.지하 가스배관 설치 당시 지반 다짐 작업이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배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배관 매설 이후 흙을 제대로 다져놓지 않아 빈틈에 지하수나 빗물이 들어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질도 살펴볼 계획”이라며 “사고 지역 일대 흙은 암반이 부족하고 풍화토나 사질토 등으로 이루어져 지지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공사 균열 처벌 강화하고 정기점검해야”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공사 현장마다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고 사고 책임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명일동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지반은 흙으로 돼 있고 전부 다 연약한 토사 지반이었다. 공사를 잘못하면 터널 내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물의 유입을 막는 물막이 공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목공사 때 주변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날 경우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GPR 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싱크홀 점검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GPR을 제대로 판독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지반 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지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운전 도중 어디서 천둥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요.”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허모 씨(48)는 25일 사고 당시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전날 사고 당시 허 씨는 흰색 카니발 승용차를 운전 중이었고 싱크홀이 발생하는 순간 차가 구덩이에 빠지는 듯 싶더니 다시 튕겨나와 도로 위에 멈춰섰다. 이후 차 뒷 부분의 도로가 추가로 붕괴됐다.이 사고로 허 씨는 오른쪽 허리,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허 씨는 “천둥 소리와 함께 10초 정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는 차가 한 대도 안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고 말했다.이어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다시 앞으로 가려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다”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허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며 “오히려 차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린 덕분에 싱크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강동구 둔촌동에서 사는 허 씨는 사고 지점을 매일 출퇴근 길에 지나다녔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은 24일 오후 6시 30분경 4, 5개 차로를 가로지를만큼 거대한 크기로 발생했다.카니발 뒤에서 주행하다 싱크홀에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남성은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은 9호선 지하철 연장 공사와 싱크홀 사고의 연관성에 대해 “연관성을 100%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2일 영남 산불로 숨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은 갑작스럽게 불어온 역풍을 타고 주변을 포위한 불길에 갇혀 숨졌다. 같은 지점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 진화대원들도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이들이 갖춘 장비는 갈퀴, 등짐펌프, 방화복 등 열악한 수준이었다. 불길을 피하거나 막는 데 사용할 소방용 특수장비가 있었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장비 열악… 전문가들 “산소통-특화 차량 필요” 현재 우리나라 산불 대응 인력으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그리고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할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는 전문 지식을 갖춘 산불 대응 특수 인력으로, 헬기 등 소방 장비를 동원해 현장에 투입된다. 반면 예방진화대는 해당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평시에 산불 예방 활동을 하다가 불이 나면 잔불 정리, 뒷불 감시 등을 담당한다. 현재 인력 규모를 보면 특수진화대 435명, 공중진화대 104명, 예방진화대 9604명이다. 예방진화대는 산불 대응 인력 중 규모가 가장 크며 대부분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고 대응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대형 화재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산림청 산불관리통합규정이 진화대원에게 지급할 것으로 규정한 안전 장비는 방화용 장갑, 안전모 및 안전화, 손전등, 방화복, 방연마스크, 방염텐트, 개인 구급약품 등이 전부다. 등짐펌프와 잔불 정리용 갈퀴 등도 지급되지만, 이들에게 편성된 장비 예산은 1인당 40만 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비로는 산불에 고립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우며 휴대용 공기호흡기(산소통)나 산악 특화 차량, 전면마스크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진압 시 화염 속에 고립된 경우 휴대용 공기호흡기나 산악 특화 차량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성용 안동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진화대원 등에겐 방진마스크가 지급되는데 화재 고립 시 호흡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 전면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동네 고령 주민들… “전문 교육-훈련”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은 지난해 경남 창녕군이 선발한 기간제 진화대원으로, 모두 창녕군 군민이었다. 숨진 이모 씨(64)의 유가족은 “형님은 평범하게 농사를 지었던 분”이라며 “왜 화재 전방까지 갔다가 변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진화대원은 농촌에서 평소 농사를 짓다가 산불이 잦은 봄이나 겨울에 화재 예방 임무에 투입된다. 일당이 8만 원 남짓이다 보니 주로 퇴직한 고령층이 지원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진화대원 9604명 중 6696명(69.7%)이 60대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산불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화를 위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대표는 “진화대원 중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은 10%에 불과하다”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30, 40대의 비교적 젊은 진화대원들을 선발해 전문 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방진화대가 지자체 소속으로 분류돼 있지만 교육과 훈련, 채용 과정 진행은 소방청이나 산림청 등 유관기관이 직접 맡아야 한다”며 “최소한의 작전수행 능력은 갖출 수 있게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4개 차로에 걸친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1명이 매몰돼 수색 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싱크홀이 조금씩 커진 탓에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구와 소방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31분경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 크기는 사방 폭이 약 20m, 18m로 인근 주유소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깊이는 20m로 추정된다. 싱크홀이 발생한 순간 해당 도로를 지나던 오토바이 한 대가 안으로 추락해 운전자 1명이 매몰됐다. 그 앞에서 주행하던 카니발 승용차는 싱크홀에 빠지는 듯했다가 다시 튕겨나왔다. 카니발을 몰았던 여성 운전자 1명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소방 등에는 “도로가 무너졌다”, “구멍 주변 흙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등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43분경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흙에 매몰된 탓에 수색이 지연됐다. 소방 관계자는 “싱크홀에 물이 차서 위험한 상황”이라며 “수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반 붕괴 당시 아래에 있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치솟았고 이후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물줄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싱크홀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포클레인이나 장비를 투입해서 구조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사고 직후 강동구는 안전안내 문자를 통해 “사거리 구간 양방향 전면 교통통제 중이니 우회 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한영외국어고는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명일동 9호선 연장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공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사고 장소 인근에 있는 주유소에 “기름 탱크의 기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해당 주유소 앞의 지반이 일부 무너지는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4개 차로에 걸친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1명이 매물돼 수색 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싱크홀이 조금씩 커진 탓에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강동구청과 소방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31분경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인근 사거리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 크기는 사방 폭이 약 20m, 18m로 인근 주유소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깊이는 20m로 추정된다. 싱크홀이 발생한 순간 해당 도로를 지나던 오토바이 한 대가 안으로 추락해 운전자 1명이 매몰됐다. 그 앞에서 주행하던 카니발 승용차는 싱크홀에 빠지는 듯 했다가 다시 튕겨나왔다. 카니발을 몰았던 여성 운전자 1명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소방 등에는 “도로가 무너졌다”, “구멍 주변 흙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등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43분경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흙에 매몰된 탓에 수색이 지연됐다. 소방 관계자는 “싱크홀에 물이 차서 위험한 상황”이라며 “수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반 붕괴 당시 아래에 있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치솟았고 이후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물줄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싱크홀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포크레인이나 장비 투입해서 구조작업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이 사고 직후 강동구청은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사거리 구간 양방향 전면 교통통제 중이니 우회 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한영외국어고등학교는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명일동 9호선 연장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공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사고 장소 인근에 있는 주유소에 “기름 탱크의 기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해당 주유소 앞의 지반이 일부 무너지는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원래 골대가 무너질 듯 말 듯하게 매달리는 재미로 노는 거예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 운동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모 군(15)은 풋살 골대를 손으로 밀며 흔들어 보였다. 운동장엔 풋살용 골대 12개가 별도의 안정장치 없이 운동장 바깥에 줄지어 있었다. 모두 성인은 쉽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정도였고, 어린이도 밀어 넘어뜨릴 수 있어 보였다.● 풋살장 10곳 중 6곳은 안정장치 없어 최근 세종시의 한 풋살장에서 11세 초등학생이 풋살 골대 그물에 매달렸다가 골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최근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풋살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시와 구가 관리하는 서울 시내 실외 풋살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 중 6곳은 골대를 고정하는 안정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 한국풋살연맹 경기 규칙에는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대 뒤쪽에 무게추를 두는 등 적절한 안정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풋살장은 이동식 골대만 구비할 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무게추 등은 없었다. 풋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위험한 장면을 자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주민 백민재 군(16)은 “풋살을 종종 하는데 친구들이 골대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골대가 쓰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세용 씨(45)는 “아이들이 골대에 매달리는 등 장난치며 놀기도 하는데 막상 골대 뒤에 안정장치는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했다. 풋살장 골대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경기 화성시 한 풋살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골대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2019년 7월에도 부산 해운대구 풋살장에서 중학생이 골대와 함께 넘어져 사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선 16세 고등학생이 골대에 부딪쳐 머리를 다쳐 숨졌고,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에서 9세 소년이 골대가 쓰러지며 압사했다.● 관리 담당 구청들 “별도 규정 없어” 풋살장 골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통일된 안전 지침 등은 없는 실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안전 관련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세종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모래주머니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풋살장 골대 고정 여부와 관련해 따로 규정은 없다. 이용과 관련된 규정만 있어 보수 등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유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풋살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에 권고 사항으로 골대 설치 규정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정부가 골대 관련 지침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모든 이동식 축구 골대는 항상 바르게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설치 및 고정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어떤 골대든 항상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거나 무게가 있는 안정장치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대근 동명대 축구학과 교수는 “골대 근처에 ‘매달리면 위험하다’는 안내판 등을 마련하고 풋살장 설치 시 골대가 전도되거나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원래 골대가 무너질 듯 말 듯하게 매달리는 재미로 노는 거예요.”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 운동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모 군(15)은 풋살 골대를 손으로 밀며 흔들어 보였다. 운동장엔 풋살용 골대 12개가 별도의 안정 장치 없이 운동장 바깥에 줄지어 있었다. 모두 성인은 쉽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정도였고, 어린이도 밀어 넘어뜨릴 수 있어 보였다.● 풋살장 10곳 중 6곳은 안정 장치 없어최근 세종시의 한 풋살장에서 11세 초등학생이 풋살 골대 그물에 매달렸다가 골대가 넘어졌고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최근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풋살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시와 구청이 관리하는 서울 시내 실외 풋살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 중 6곳은 골대를 고정하는 안정 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한국풋살연맹 경기 규칙에는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대 뒤쪽에 무게추를 두는 등 적절한 안정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풋살장은 이동식 골대만 구비할 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무게추 등은 없었다.풋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위험한 장면을 자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주민 백민재 군(16)은 “풋살을 종종 하는데 친구들이 골대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골대가 쓰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세용 씨(45)는 “아이들이 골대에 매달리는 등 장난치며 놀기도 하는데 막상 골대 뒤에 안정 장치는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했다.풋살장 골대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경기 화성시 한 풋살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골대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2019년 7월에도 부산 해운대구 풋살장에서 중학생이 골대와 함께 넘어져 사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선 16세 고등학생이 골대에 부딪혀 머리를 다쳐 숨졌고,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에서 9세 소년이 골대가 쓰러지며 압사했다.● 관리 담당 구청들 “별도 규정 없어”풋살장 골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통일된 안전 지침 등은 없는 실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안전 관련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세종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모래주머니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풋살장 골대 고정 여부와 관련해 따로 규정은 없다. 이용과 관련된 규정만 있어 보수 등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유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풋살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에 권고 사항으로 골대 설치 규정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해외에선 정부가 골대 관련 지침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모든 이동식 축구 골대는 항상 바르게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설치 및 고정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어떤 골대든 항상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거나 무게가 있는 안정 장치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대근 동명대 축구학과 교수는 “골대 근처에 ‘매달리면 위험하다’는 안내판 등을 마련하고 풋살장 구축 시 골대가 전복되거나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쌀쌀한 날씨에 부슬비까지 내렸지만 러너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마라톤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은 물론이고 대만 브라질 등 여러 국적의 참가자들은 광장을 뜨거운 열기로 수놓았다. 풀코스(42.195km) 1만9007명, 10km 코스 1만8615명 등 참가자는 3만7622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청계천, 한강, 잠실운동장 등 서울 도심과 랜드마크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결혼 앞둔 ‘웨딩런’, 근육병 알리는 ‘극복런’“뛰는 와중에 많은 분들께서 ‘결혼 축하한다’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비가 와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이날 10km 코스를 완주한 구혜인 씨(37)와 박형민 씨(41)가 말했다. 이들은 약 2주 앞둔 결혼을 기념하고자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 2023년 러닝 동호회에서 만났다는 두 사람은 ‘we are getting married’, ‘우리 결혼해요’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구 씨는 면사포를 쓰고 부케도 든 채 10km를 뛰었다.마라톤 10년 경력의 배종훈 씨(59)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들 재국 씨(29)와 함께 풀코스를 약 4시간 만에 완주했다. 배 씨는 아들의 휠체어를 끌고 달렸다. 배 씨는 “아들의 근육병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74세의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마라토너들과 함께했다. 꾸준히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권 회장은 해병대 공수유격대장 출신으로 골프, 수영, 암벽등반 등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도 오는데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덩달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뛴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63)도 이날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6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2년 연속 풀코스를 뛴 가수 션(53)은 “오늘 목표는 3시간10분 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3시간11분 만에 들어와 간발의 차이로 늦어 조금 아쉽다”며 웃었다.최근 직장인들의 최대 취미생활로 부상한 ‘러닝크루’도 많이 보였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신동원(46), 신영성(40), 김희진(41), 김제욱 씨(48)는 러닝크루를 결성해 매년 매달 1, 2회씩 마라톤에 참여 중이다. 신동원 씨는 “저희 직업의 특성상 ‘백도’가 없다. 앞으로만 달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중증 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박종석 씨(56)도 풀코스를 3시간26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나에게 마라톤은 제2의 인생이다. 폼이 엉성할 수 있지만 ‘풀코스도 뛰는데 못할 게 뭐냐’는 마인드가 생겼다. 따분하고 지루함만 있던 인생에 변화가 왔다”고 했다.● 13세부터 87세까지… “마라톤이 ‘의사’”참가자들은 마라톤을 통해 잃어버린 건강을 찾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경산시에서 온 임재영 씨(45)는 “나는 콩팥이 하나가 없다. 마라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종기 씨(62)는 “마라톤을 하면서 혈압약을 안 먹게 됐고 10년 동안 앓던 당뇨가 완치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1시간22분9초 만에 10km 완주를 해낸 김재하 씨(87)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섞여 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10km 코스를 1시간15분 만에 완주한 박문수 씨(74)도 “나에게 마라톤은 ‘의사’다. 죽기 전까지 마라톤을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아버지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10대 소년도 있었다. 정영우 군(13)은 “아빠와 함께 뛰니 더 힘도 나고 재밌는 것 같다. 힘들지만 대회도 나가고 친구들과 기록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어서 즐겁게 한다. 아빠처럼 풀코스를 빨리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마라톤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많았다. 대만인 자매 클라라 첸 씨(21)와 리사 첸 씨(22)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왔다. 두 사람은 “처음 마라톤에 참여하는데 설렌다. 한국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브라질인 엘리사 마리아 씨(42)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거제시에서 올라왔다. 그는 “남편은 풀코스를, 나는 10km를 뛰었지만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찬반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2030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회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결집력을 보였다. 특히 부모 세대인 5060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2030세대가 자칫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7∼12일 2030세대 124명과 그의 부모뻘인 5060세대 109명을 집회 등에서 직접 만나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치 글들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030세대가 75.8%(33명 중 25명), 5060세대가 52.0%(25명 중 13명)였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2030세대 응답자들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할 수 있어서”, “기성 언론에 비해 팩트를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준다”는 이유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계엄 이후 화장실에 가는 등 틈이 날 때마다 정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챙겨 본다. 김 씨는 “계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성 언론에 비해 계엄의 정당성과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060세대는 “편향성이 높은 글들이 많다”, “거짓 정보가 많다” 등의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20대가 뉴스·시사정보 이용을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개수는 평균 3.20개였다. 30대는 3.08개였다. 50대(1.99개), 60대(1.36개)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디지털 세대인 2030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이에 빠진 강성 지지층 위주로 음모론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이나 ‘서울서부지법 난입을 김건희 여사가 주도했다’는 주장 등도 확증 편향이 심화되며 나온 음모론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 유포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의 경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돼 있어 이것이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해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2·3 비상계엄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100일 넘게 이어진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2030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 역시 2030세대였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한 ‘앵그리 세대’로 만들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들이 왜 광장으로 나왔는지, 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치나 사회 관련 뉴스를 어디서 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30세대 124명을 설문조사하고, 그중 60명을 심층 인터뷰 했다.》“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것”25세 보수 최형준 씨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최 씨는 대통령을 비판했었다. 그날 새벽에 느꼈던 공포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있던 최 씨는 국회로 날아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그는 “계엄군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월 7일 최 씨는 생전 처음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생회관, 인문대 등 게시판들에 대자보를 붙이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반국가세력의 실존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부당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할 법원이 아닌데도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건희-明의혹 분노… 생전 처음 집회 나가”27세 진보 김가연 씨“윤석열을 파면하라! 구속 취소는 말도 안 된다!”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한 도로에 선 김가연(가명·27) 씨는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김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에 1, 2번꼴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있었다. 탄핵안 통과 뉴스가 뜬 순간 김 씨는 도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명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원래 집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광장에 나온 건 살면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처음이다. 그가 서울, 광주 등에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게 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부터 이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을 내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 등 여러 의혹을 믿을 만큼 편향된 생각을 가진 게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계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계엄 이후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시간씩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주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던 진보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고 있다. 김 여사나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도 김 씨의 주요 구독 목록에 있었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인 리스크와 공천 개입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논란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지 53일 만에 석방되면서 김 씨의 걱정은 깊어졌다.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뿐만 아니라 내란죄 관련 수사도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며 “‘내란의 밤’에 느꼈던 국민들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길,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둘러싼 20대 청년들의 인식이 보수, 진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보수는 야당에 대한 반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반면 20대 진보는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통령 부인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보수 20대 청년 30명, 반대한다는 진보 20대 청년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10∼11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집회 현장에 나오게 됐는지, 어떻게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가 청년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 인터뷰 결과, 20대 보수와 진보를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은 서로 달랐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수 청년들은 대부분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꼽았다.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상혁 씨(24)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위한 탄핵’을 해왔다”며 “야당이 원하는 건 결국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비리 의혹’과 ‘민주당 간첩법 개정 반대’ ‘현역 대통령 체포’를 결정적 사건으로 꼽은 보수 청년들도 많았다. 진보 청년들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난입해 물건 등을 부순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모 씨(27)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전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세운 사람”이라며 “그런데 그 사람을 지키겠다고 수십 명이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탄핵 지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대 증원 정책’도 탄핵 찬성의 이유로 꼽혔다. 20대 보수·진보는 각각 야당과 대통령에게서 탄핵 정국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보수는 ‘부정선거’ ‘줄탄핵’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진보는 ‘불통’ ‘무능력’ ‘헌법 질서 파괴’를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독재’란 키워드도 꼽았으나 보수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를, 진보는 “대통령 거부권 남용과 체포 불응 독재”를 지적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순직하신 아버지 뜻을 좇아 경찰이 됐습니다.” 13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에서 열린 2025학년도 신임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경위로 임용된 민세희 경위(27)가 말했다. 민 경위의 아버지는 2002년 근무 ‘사이카’(순찰 오토바이)를 통해 교통 단속 임무를 진행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고(故) 민병환 경사다. 민 경위는 “순직 경찰관의 자녀로 자라며 아버지의 동료분들에게 장학금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어릴 적 받은 도움을 사회에 갚고 싶어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경찰대 이순신홀에서 열린 임용식에서 경찰대 41기 졸업생 91명(남성 56명, 여성 35명)과 경위 공채 51명(남성 37명, 여성 14명), 변호사 등 경감 특채 8명(남성 6명, 여성 2명) 등 150명이 경찰로서 첫걸음을 시작했다. 경찰대는 40기까지 전체 모집 정원 100명 중 여학생 정원을 12명으로 제한했지만, 41기부터는 남녀 구분 없이 신입생 50명과 편입생 50명을 선발했다. 그 결과 올해 150명의 임용자 중 여성은 51명(34%)으로 여성 임용자의 비율이 역대 가장 높았다. 성적 최우수자가 받는 대통령상은 경찰대 졸업생인 허가영 경위(27)와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출신 김가영 경위(25)가 각각 수상했다. 임용자들의 각양각색 사연도 알려졌다. 김주현 경감(36)은 퇴직한 시아버지, 남편과 시누이, 매제가 모두 경찰관인 경찰 가족이다. 이승규 경위(34)는 초등 교사와 군 장교를 거쳐 경찰대에 편입한 뒤 경위로 임용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경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며 “현장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처우 개선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카페에서 새벽 시간대 매장 불을 끄고 6시간 가까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본 젊은 연인의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카페 업주는 분통을 터뜨리며 이 연인들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카페 MZ 데이트’란 제목으로 한 무인 매장에서 내건 공지문이 퍼졌다. 공지에는 ”저희는 24시간 무인으로 영업하는 매장입니다. 마음대로 불을 끄고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함께 첨부된 폐쇄회로(CC)TV 사진에는 두 남녀가 매장 불을 끄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매장 측은 “영업손실 손해배상청구 예정”이라며 “3월 4일까지 연락 없으면 경찰서 사건 접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일은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무인 케이크 매장에서 발생했다. 매장 매니저 조모 씨는 1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지난달 23일 오전 12시 40분부터 오전 6시 5분까지 불을 끄고 있어 영업이 방해됐다”며 “새벽 3시경 매장을 방문한 다른 손님이 불을 켰다가 두 사람을 주인으로 착각해 다시 불을 끄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일 새벽 1시경 매장을 방문한 다른 손님이 매장 번호로 “불이 꺼져 있는데 케이크를 구매해도 되냐”며 문자메시지를 남겨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두 사람은 아침에 나갈 때도 가게 불을 꺼둔 채로 택시를 타고 떠났다”고 말하며 “이후 가게 전등 스위치 쪽에 ‘불을 끄지 말라’는 경고문을 추가로 부착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두 남녀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으며 매장 관계자가 5일 경찰에 신고 접수한 상태로 알려졌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동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나요? 걷는데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편향된 헌재가 무슨 재판이냐”, “탄핵 각하” 등 확성기 소리가 집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다. 이를 듣던 주민 김가인 씨(48)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이날도 안국역 일대에는 전광판이 달린 방송 차량이 “탄핵을 멈추라”는 구호를 내보내는 등 시위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상인은 “8일엔 헌재 인근에서 탄핵 촉구 집회도 열렸다”며 “찬반 양측이 자칫 충돌하다가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지속되는 탄핵 찬반 집회로 인해 헌재 인근 상인과 주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때보다 어려워” 안국동 상인들 울상안국역과 경복궁역 인근 주민들은 매주 이어지는 집회와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경복궁역 인근에 거주하는 조모 씨(27)는 “8일 혜화동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안국역에서 열린 집회로 교통이 통제돼 결국 1시간 넘게 걸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 씨(26)는 “안국역에서 주말마다 집회가 열려 외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집에 있으면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헌재 인근의 한 상인은 “집회 날 경찰 차벽이 인근 도로를 둘러쌀 때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이대로 계속 가면 장사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봄철 특수를 기대했던 안국동 일대 상인들도 집회로 인해 매출 회복이 더뎌 근심이 커지고 있다. 주말인 9일에도 안국역에서 헌재까지 2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탄핵 각하” 구호와 북소리, 1인 시위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서 15년째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8)는 “헌재 앞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더 어렵다”며 “하루 매출이 15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헌재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배모 씨(29)도 “외국인 손님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였지만, 최근 한 달간은 외국인 손님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국역 인근 카페 직원 김모 씨(34)는 “매출이 90% 이상 줄어 매일 헌재 선고 기일만 검색해 보는 중”이라고 했다.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김 씨는 “집회 발언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며 “소음 때문에 손님이 가격을 물어봐도 제대로 듣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배 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과격한 발언이 계속되는 집회 소음을 듣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지친다”라고 했다. 이날도 한 집회 참가자가 지나가던 시민을 향해 “빨갱이 새X야. 당장 꺼져”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어 시민들이 놀라 발길을 돌리는 걸 볼 수 있었다. 헌재 맞은편에서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유모 씨(28)는 “가게 앞에 일회용 컵과 팻말 등이 자주 버려져 있는 것도 정말 곤란한 일”이라며 “쓰레기를 내놓는 장소도 차벽에 막혀 있어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 “헌재 인근 식당은 가게 내부에서조차 손님들끼리 윤 대통령 문제를 놓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선고 당일 헌재 인근 학교 6곳 등 비상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교육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는 교동초, 재동초, 덕성여중·고 등 6개의 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는 선고 당일 휴교 또는 재량휴업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에 안전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헌재에서 100m 거리에 있는 재동초교 관계자는 “등·하굣길에 학생들이 시위대의 거친 발언을 듣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학부모와 학교 모두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는 보호자가 동행하거나 교내 안전지킴이가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고 관계자도 “교육청으로부터 선고 당일 학생 안전을 주의하라는 공문을 받았고, 재량휴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고일엔 안국동 일대 교통도 통제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사고 우려가 커질 경우 안국역을 폐쇄하고, 종로3가역과 종각역 등의 혼잡 관리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종로구청은 헌재 경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서울 재동 백송’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다음 날(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등에 모여 탄핵 기각을 촉구했고, 탄핵 찬성 측은 “풀어준 검찰도 공범”이라며 맞불 집회를 이어갔다.이날 오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6개 차선 중 5개를 차지한 뒤 ‘탄핵 무효’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5000여 명이 모였다.전 목사는 지지자들을 향해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을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법재판소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는 최고의 권위”라며 “헌재는 우리가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기 전에 똑바로 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는 자유통일당 지지자 400명(경찰 비공식 추산)도 관저 앞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수 시민단체 앵그리블루는 오후 1시부터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핵무장을 촉구했다. 보신각에서 종로3가, 창덕궁, 현대 사옥 인근으로 이어지는 1개 차로 등이 한때 통제됐다.진보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까지를 ‘즉각 파면 촉구 주간’으로 정했다. 오후 7시 기준 종로구 서십자각 터 인근에는 2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종식 민주수호’ 등 손팻말을 들고 “심우정(검찰총장)은 사퇴하라”, “검찰을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퇴진비상행동 측은 “심 총장이 윤 대통령 석방과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하며 검사들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퇴진비상행동 지도부는 전날(8일)부터 윤 대통령 석방에 반발하며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매출이 90% 이상 줄어서 매일 헌법재판소 선고 기일만 검색해 보고 있어요.”9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카페 직원 김모 씨(34)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이날도 안국역 일대에는 전광판이 달린 방송 차량이 “사기 탄핵을 멈추라”는 구호를 내보내는 등 시위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속되는 집회로 인해 인근 상인과 주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코로나 때보다 어려워” 안국동 상인들 울상날씨가 풀리면서 봄철 특수를 기대했던 북촌과 인사동 일대 상인들은 집회로 인해 매출 회복이 더뎌 근심이 커지고 있다. 주말인 9일에도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까지 2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탄핵 각하” 구호와 북소리, 1인 시위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서 15년째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8)는 “헌법재판소 앞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더 어렵다”며 “하루 매출이 15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배모 씨(29)도 “외국인 손님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였지만, 최근 한 달간은 외국인 손님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김 씨는 “집회 발언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며 “소음 때문에 손님이 가격을 물어봐도 제대로 듣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배 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과격한 발언이 계속되는 집회 소음을 듣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지친다”라고 했다. 이날도 한 집회 참가자가 지나가던 시민을 향해 “빨갱이 새X야. 대갈통을 깨버리기 전에 당장 꺼져”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어 시민들이 놀라 발길을 돌리는 걸 볼 수 있었다. 헌재 맞은편에서 돈까스 집을 운영하는 유모 씨(28)는 “가게 앞에 일회용컵과 팻말 등이 자주 버려져 있는 것도 정말 곤란한 일”이라며 “쓰레기를 내놓는 장소도 차벽에 막혀 있어 여기 저기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선고 당일 헌재 인근 학교 6곳 등 비상안국역과 경복궁역 인근 주민들도 매주 이어지는 집회와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경복궁역 인근에 거주하는 조모 씨(27)는 “8일 혜화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안국역에서 열린 집회로 교통이 통제돼 결국 1시간 넘게 걸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 씨(26)는 “안국역과 광화문에서 주말마다 집회가 열려 외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집에 있으면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교육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인근에는 교동초, 재동초, 덕성여중·고 등 6개의 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들 학교는 선고 당일 휴교 또는 재량휴업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에 안전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헌법재판소에서 100m 거리에 있는 재동초등학교 관계자는 “등·하굣길에 학생들이 시위대의 거친 발언을 듣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학부모와 학교 모두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는 보호자가 동행하거나 교내 안전지킴이가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고등학교 관계자도 “교육청으로부터 선고 당일 학생 안전을 주의하라는 공문을 받았고, 재량휴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헌재·광화문에 기동대 9000명 배치과격한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일대에 기동대 9000명 이상을 배치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사고 우려가 커질 경우 안국역을 폐쇄하고, 종로3가역과 종각역 등의 혼잡 관리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소방 당국 역시 방화 등 구급 상황을 대비해 지휘차와 펌프차 등을 현장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청은 헌재 뒤편에 있는 천연기념물 ‘서울 재동 백송’ 등 문화재를 보호할 방법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연기가 치솟고 (폭탄이 떨어진) 성당 근처 집들은 다 날아간 것 같았다.” 6일 오전 10시 5분경 공군 전투기의 폭탄 오발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주민 김옥자 씨(71)가 말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충격이 너무 커서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고 현장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듯했다. 오폭의 충격으로 인근 주택의 창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고 비닐하우스는 폭삭 주저앉은 상태였다. 금속과 유리 파편이 거리 곳곳에 널브러졌고 수도가 터져 물이 새는 곳도 있었다. 주민들은 평상시와 달리 사고 전 전투기가 낮게 날았다고 했다. 주민 김석영 씨(67)는 “폭탄이 떨어지기 전 비행기가 낮은 곳에서 비행하는 듯한 굉음이 4∼5초간 들리다가 폭탄 소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치고 13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상자들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근육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폭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미얀마 국적 30대 남성은 “무서워요”를 반복했다. 부상을 입은 장종환 씨(63)의 아들 장영훈 씨(40)는 “어머니가 2월 4일에 돌아가셨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사고까지 겪으니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신다”며 “민가에 폭탄이 떨어지다니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하거나 소리를 들은 주민들도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호소했다. 폭탄 파편이 가게로 떨어졌다는 조모 씨(31)는 “밖에서 쇳덩어리가 날아왔는데 폭탄 파편 같다”며 “차 유리랑 가게 내부 강화유리가 다 깨졌다”고 말했다. 포천=조승연 기자 cho@donga.com포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연기가 치솟고 (폭탄이 떨어진) 성당 근처 집들은 다 날아간 것 같았다.”6일 오전 10시 5분경 공군 전투기의 폭탄 오발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주민 김옥자 씨(71)가 말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충격이 너무 커서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사고 현장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듯했다. 오발탄의 충격으로 인근 주택의 창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고 비닐하우스는 폭삭 주저앉은 상태였다. 금속과 유리 파편이 거리 곳곳에 널브러졌고 수도가 터져 물이 새는 곳도 있었다.주민들은 평상시와 달리 사고 전 전투기가 낮게 날았다고 했다. 주민 김석영 씨(67)는 “폭탄이 떨어지기 전 비행기가 낮은 곳에서 비행하는 듯한 굉음이 4~5초간 들리다가 폭탄 소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이날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치고 13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상자들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근육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폭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미얀마 국적 30대 남성은 “무서워요”를 반복했다. 부상을 입은 장종환 씨(63)의 아들 장영훈 씨(40)는 “어머니가 2월 4일에 돌아가셨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사고까지 겪으니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신다”며 “민가에 폭탄이 떨어지다니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하거나 소리를 들은 주민들도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호소했다. 폭탄 파편이 가게로 떨어졌다는 조모 씨(31)는 “밖에서 쇳덩어리가 날아왔는데 폭탄 파편 같다”며 “차 유리랑 가게 내부 강화유리가 다 깨졌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집이 있다는 이모 씨(63)는 “집안 문과 창문은 모두 떨어져 나가 아예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김진옥 씨(77)는 “놀란 마음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아 청심환을 먹었다”며 두려움을 토로했다.이번 사고로 북한 접경지역 거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오물풍선 투하와 대남 방송 소음까지 있었던 탓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식당 근처로 폭탄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며 “안 그래도 군대도 많고 포천이 어수선한데 이런 사고까지 나서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포천=조승연 기자 cho@donga.com포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영상=채널A 제공}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중앙초 신입생 입학식이 열린 교실에는 책상이 하나뿐이었다. 올해 이 학교의 신입생 1명. 1907년 개교 이래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한 명을 위한 입학식이지만 출산율 저하와 학령 인구 감소를 생각하면 학교의 ‘마지막 입학식’이 될 수도 있기에 교사들은 분주히 식순을 확인하고 축하 영상, 입학 선물을 꼼꼼히 살폈다.오전 10시 10분경 신입생인 심의준 군(7)과 어머니 곽모 씨가 학교에 도착했고 두 사람과 교장, 교사 등 총 6명이 참석한 작은 입학식이 열렸다. 배창호 광주중앙초 교장은 심 군에게 입학허가서와 입학 선물을 수여하며 “학생이 한 명이다 보니 학교장 입장에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만큼 더 많이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심 군 가족이 만든 입학 축하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1년 동안 동급생 없이 생활하게 될 심 군은 “혼자도 괜찮다. 다른 학년 형 누나들과 함께 놀고 싶다”라고 입학 소감을 말했다.광주중앙초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그러나 구도심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공동화’ 현상과 저출산 여파가 맞물려 한때 4000명에 육박했던 전교생이 올해는 23명으로 줄었다. 올해 원래 신입생은 총 3명이었지만 2명이 입학 전 전학을 가 심 군만 남았다. 배 교장은 “재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토박이 주민분들 자녀”라며 “지역에 남은 사람이 없으니 2010년대부터 재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이날 씩씩하게 입학허가서를 받아 든 심 군은 담임인 김나래 교사(42)와 함께 ‘1-1’ 붙은 교실에서 단둘이 수업을 시작했다. 알록달록 꾸며진 교실엔 책상 2개와 ‘심의준’이라고 이름이 적힌 교과서 한 묶음이 있었다. 김 씨는 “교사 생활 약 20년간 한 명만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수업을 지켜보던 어머니 곽 씨는 “작은 학교다 보니 학생 개별을 위한 프로그램이 훨씬 특화되어 있고 지원도 많아서 오게 됐다”며 “다만 체육활동이나 교우관계 등은 학교에서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광주중앙초처럼 신입생이 적은 학교는 전국에서 늘고 있다. 17개 시도 교육청 통계를 종합하면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는 전국 수백 곳에 달한다. 올해 신입생이 1명인 초등학교는 경남에서만 33곳, 강원에선 23곳이다. 신입생 10명 미만인 학교는 부산 29곳, 제주 41곳, 전남권도 270곳에 달한다.전문가들은 학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지원, 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행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자체 등에서 학생들의 신규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학교 인근) 거주를 지원해 주는 등 대책도 필요하고, 관련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해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학생들이 집단적인 학습과 개별적인 학습이 모두 가능하도록 교육청에서 프로그램을 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광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중앙초 신입생 입학식이 열린 교실에는 책상이 하나뿐이었다. 올해 이 학교의 신입생 1명. 1907년 개교 이래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한 명을 위한 입학식이지만 출산율 저하와 학령 인구 감소를 생각하면 학교의 ‘마지막 입학식’이 될 수도 있기에 교사들은 분주히 식순을 확인하고 축하 영상, 입학 선물을 꼼꼼히 살폈다.오전 10시 10분경 신입생인 심의준 군(7)과 어머니 곽모 씨가 학교에 도착했고 두 사람과 교장, 교사 등 총 6명이 참석한 작은 입학식이 열렸다. 배창호 광주중앙초 교장은 심 군에게 입학허가서와 입학 선물을 수여하며 “학생이 한 명이다 보니 학교장 입장에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만큼 더 많이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심 군 가족이 만든 입학 축하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1년 동안 동급생 없이 생활하게 될 심 군은 “혼자도 괜찮다. 다른 학년 형 누나들과 함께 놀고 싶다”라고 입학 소감을 말했다.광주중앙초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그러나 구도심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공동화’ 현상과 저출산 여파가 맞물려 한때 4000명에 육박했던 전교생이 올해는 23명으로 줄었다. 올해 원래 신입생은 총 3명이었지만 2명이 입학 전 전학을 가 심 군만 남았다. 배 교장은 “재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토박이 주민분들 자녀”라며 “지역에 남은 사람이 없으니 2010년대부터 재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이날 씩씩하게 입학허가서를 받아 든 심 군은 담임인 김나래 교사(42)와 함께 ‘1-1’ 붙은 교실에서 단둘이 수업을 시작했다. 알록달록 꾸며진 교실엔 책상 2개와 ‘심의준’이라고 이름이 적힌 교과서 한 묶음이 있었다. 김 씨는 “교사 생활 약 20년간 한 명만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수업을 지켜보던 어머니 곽 씨는 “작은 학교다 보니 학생 개별을 위한 프로그램이 훨씬 특화되어 있고 지원도 많아서 오게 됐다”며 “다만 체육활동이나 교우관계 등은 학교에서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광주중앙초처럼 신입생이 적은 학교는 전국에서 늘고 있다. 17개 시도 교육청 통계를 종합하면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는 전국 수백 곳에 달한다. 올해 신입생이 1명인 초등학교는 경남에서만 33곳, 강원에선 23곳이다. 신입생 10명 미만인 학교는 부산 29곳, 제주 41곳, 전남권도 270곳에 달한다.전문가들은 학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지원, 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행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자체 등에서 학생들의 신규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학교 인근) 거주를 지원해 주는 등 대책도 필요하고, 관련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해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학생들이 집단적인 학습과 개별적인 학습이 모두 가능하도록 교육청에서 프로그램을 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광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