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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수준(3058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6일 밝혔다. 교육부도 7일 의대를 둔 대학 총장 및 의대 학장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부와 여당이 1년 만에 후퇴한 셈이라 의료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복지부는 향후 설치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교육부 “내년 의대 증원 0명으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공개 당정협의를 한 뒤 “국민의힘은 의대의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의대 학장들의 건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교육부에 건의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에 대해 찬성한 것이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내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당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는 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이종태 KAMC 이사장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향후 설치될 추계위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결정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 그동안 복지부는 의대 정원 전체 규모를, 교육부는 대학별 모집인원을 정했다. 교육부는 복지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반대하자 대학 총장 등과 함께 복지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 논의) 참여 없이,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제시 없이 무조건 백지화와 중단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며 “의료 전문가로서 현장에 꼭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생 학교 복귀는 여전히 미지수 앞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와 여당이 ‘의대 모집인원 3058명’으로 되돌아 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의대생 사이에서는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다시 늘릴 수 있어 의대 증원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복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학이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의대생에게 유급 등 학사 처리를 더욱 강경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의대생이 복귀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추계위가 설치되면 새로 정해질 2027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반발한 의대생이 수업을 다시 거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한 서울 소재 8개 대학도 지역 병원을 통해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증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치권에서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여권 및 비명(비이재명)계 대선 주자들이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자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집중할 때”라고 일축한 것. 다만 친명계 내부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논의에 대해선 “출범도 하기 전부터 임기 단축을 얘기하면 차기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野 “내란 종식이 개헌보다 우선”민주당 지도부는 3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일단은 먼저 내란을 종식하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일어난 다음에 대선 과정에서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나 보수 쪽에서 개헌 이슈를 꺼내는 것은 탄핵 정국을 흩트리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대선 정국으로 간다면 저희들이 당연히 입장을 내야 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 대표도 지난달 27일 “개헌 논쟁이 블랙홀이기 때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한다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개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면 3년 동안 차기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 한다”면서 “집권 1년 뒤에 지방선거 치르고, 그다음에 총선 있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 개헌 논의를 피해가기 어려운 만큼 이 대표 측에서도 내부적으로 개헌 관련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대신 4년 중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3+4년 중임제’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 대선 주자 대다수 개헌 ‘찬성’ 반면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개헌 의지를 강조하며 이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이 ‘3년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개헌을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개헌 방향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개헌 논의에 더 적극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임기 단축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다음 총선(2028년)에 맞춰 임기를 3년으로 줄이되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총선, 대선과 함께 실시하자는 것.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은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여권에선 대권 주자들의 임기단축 개헌론이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말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 국민들은 결국 ‘개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기준점으로 선택에 나설 텐데, 국회 거대 의석을 거느린 이 대표가 개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에 어느 당이 더 적극적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4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정치개혁 대담회인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를 열고 개헌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담회에선 정세균 문희상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김황식 이낙연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김종인 전 의원이 개헌 필요성에 대해 토론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야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3월 임시국회가 5일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국민연금,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들이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생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가던 여야가 다시 날카롭게 부딪히면서 지난달 28일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조기 대선 여부를 가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야 갈등 고조로 3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추경-연금 모두 이견만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 대표는 1일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만나 반도체특별법 관련 의견을 나눴다. 권 위원장이 옆자리에 앉은 이 대표에게 “연구개발(R&D) 인력에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를 두는 조항을 3년만 적용하는 것으로 우선 합의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이 시급하니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해서라도 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고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앞서서도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여야는 추경 편성과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적정 추경 규모를 15조 원으로 제시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 추경을 제안하며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보편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2∼43% 이상 높여선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44∼45%가 적절하단 민주당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인구 구조에 따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도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추후 구조개혁 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탄핵 선고 다가올 수록 민생은 ‘뒷전’ 우려 여야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을 이유로 불참해 무산된 뒤 현재까지 재개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주말 이틀간 양당 모두 추가 회의 계획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정협의회 재개 여부를 놓고도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불참한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은 서민, 자영업자보다 마 재판관 임명이 더 먼저라는 것”이라며 “민생 회복보다 (헌법재판소 내) 우리법연구회 4인 체제 달성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안마다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정협의회가 재개되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협의회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국민의힘도 할 게 없고 우리도 할 게 없다”며 “양당 정책위원회가 만나고는 있지만 할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르면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올수록 민생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헌재가 탄핵 심판 인용 결정을 하면 곧장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만큼 여야 모두 ‘선거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 선고 전이 그나마 여야가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선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헌법재판소는 온갖 절차를 무시하다가 일제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윤석열(대통령)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지X 발광’을 하고 있다.”(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여야 의원들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3·1절을 맞아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찬성 집회에 참여해 헌재 심판에 대한 불복을 선동하고 분열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갈등을 풀고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나와 세몰이에 나서면서 선동 정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 등 향해 ‘척결’ ‘쳐부수자’ 겁박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39명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헌재에 대한 집중 공격에 나섰다. 서천호 의원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이 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헌재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심판(헌재)이 한쪽 선수와 짜고 힌트를 주고, 희한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벌인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와 선관위, 헌재에 대한 위협 발언으로 폭력을 선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이 ‘반(反)국가 세력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나 의원은 여의도 집회에서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붕괴를 꿈꾸는 좌파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주사파 카르텔과 같이 3대 검은 카르텔 세력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 野 “윤석열은 ‘망상 장애’ 괴물” 더불어민주당은 서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등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극우 집회에 참석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이 참석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집회에서도 막말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저는 아마도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연평도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연평도를 치안·안보 사각지역으로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측이 광화문에서 연 집회에서 ‘지X 발광’ ‘망상 장애’ 등 비하 표현을 사용해 주최 측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우리는 윤석열이라는 ‘망상 장애’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2일 오후 “조금이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신 분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시민들은 피로감 호소 여야 정치인들이 극단적 대립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 갈등이 일상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모 씨(30)는 “탄핵 찬성, 반대 시위를 다 봤는데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찢어 죽이자’ ‘헌재 없애자’ 등 혐오주의적이고 법을 흔드는 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갈등의 고착화’를 우려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이 최근 10년 새 가장 높고, 이는 전 세계 1등인 수치”라고 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시민의 정치 갈등은 일상이 힘들어질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재계의 반대 속에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중도 보수’를 표방해 온 이재명 대표의 ‘성장 우선’ 실용주의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재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이 대표가 정작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선 기업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野, 이사 충실 의무 범위 ‘주주’로 확대이날 처리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 주주는 주총 시 소집장소에 직접 출석하거나 전자투표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해 총회에 출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 및 권리 확대를 위해 ‘주주’로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기업들의 우려에도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내부적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연장선상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표심 공략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도 여야는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부분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소송이 남발되면서 그 비용이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어 오히려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법안”이라고 했다. 정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이사 충실 의무를) 인정할 뿐”이라며 해당 조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란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고 소위 위원 중 민주당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해 상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李 “상법 개정, 주주 배반 행위 막자는 것” 이 대표는 이날 직접 상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제 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고, 법사위에서 의결되면 본회의에 바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다수 소액 투자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 따르면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가 여당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라 대신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단서 조항을 넣느라 복잡한데,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주총 도입 의무화 대상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상법 개정안 때문에 좋은 회사가 자본시장으로 안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불법 행위를 못 하게 될 거니까 상장하지 말아야지’ 이런 회사는 상장 안 해도 된다”라며 “불법, 주주를 배반하는 행위를 막자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를 살린다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며 “오락가락하는 이 대표는 더 위험하다. 기존의 민주당이 역주행 수준이었다면 이 대표는 역주행에 난폭운전에 음주운전까지 더해서 도로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도층의 민심이 요동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여권의 악재인 ‘명태균 리스크’가 재점화한 데다 국민의힘이 최근 보수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에 기대어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중도층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민심 변화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젠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고심에 빠졌고, 민주당은 “당의 우클릭 노력이 중도층에 소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도층 지지, 민주당이 20%포인트 높아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0%로 국민의힘 지지도 34%보다 6%포인트 높았다.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8%에서 2%포인트 오르고, 국민의힘은 39%에서 5%포인트 내리면서 양당의 위치가 바뀐 것. 올해 들어 줄곧 3%포인트 이내 백중세를 보이던 양당의 격차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특히 중도층의 민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42%였던 반면에 국민의힘은 22%였다.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도는 각각 37%, 32%로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양당의 중도층 간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월 4주(20%포인트 격차) 이후 3주 만이다. 이 같은 여론 변화에 대해 한국갤럽은 “주초 창원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 등으로 다시 이목을 끈 ‘명태균 사건’ 또한 여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태균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던 지난해 10월 31일을 전후한 10월 5주, 11월 1주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8%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확대된 바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다. 여당 내부에선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헌법재판소 비판과 윤 대통령 방어 분위기 조성에 집중한 결과가 중도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은 이성을 찾아가는데 당은 아직 흥분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이 보합 내지 하락 흐름이라는 것은 지난주부터 감지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이 마무리된 만큼 당 역시 중도층을 위한 정책 발표 등에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중도보수론’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경계심이 강화되는 것 같다”며 “당의 중도 노선 강화가 민심에 더 반영돼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尹 탄핵 찬성 다시 60%대로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응답은 60%, 반대는 34%로 지난주 조사(찬성 57%, 반대 38%)보다 찬성 여론이 더 높아졌다. 찬성 응답이 60%대를 나타낸 건 1월 2주(64%) 이후 5주 만이다. 중도층의 69%가 탄핵에 찬성했고 25%는 반대했다. 한국갤럽은 “20∼50대에서는 10명 중 6∼7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60대에서는 찬반 격차가 크지 않으며, 70대 이상에서만 반대(57%)가 과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4%) 등의 순이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모두 10%를 밑돈 것이다.‘정권 재창출’ 응답은 37%, ‘정권 교체’ 응답은 53%로 지난주 조사(정권 재창출 40%, 정권 교체 51%)와 비교해 정권 교체 응답이 많아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2%) 응답이 ‘정권 재창출’(27%) 응답보다 35%포인트 높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중도층의 민심이 요동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여권의 악재인 ‘명태균 리스크’가 재점화한 데다, 국민의힘이 최근 보수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에 기대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중도층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민심 변화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젠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고심에 빠졌고, 민주당은 “당의 우클릭 노력이 중도층에 소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도층 지지, 민주당이 20%포인트 높아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0%로 국민의힘 지지도 34%보다 6%포인트 높았다.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8%에서 2%포인트 오르고, 국민의힘은 39%에서 5%포인트 내리면서 양당의 위치가 바뀐 것. 올해 들어 줄곧 3%포인트 이내 백중세를 보이던 양당의 격차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특히 중도층의 민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42%였던 반면에 국민의힘은 22%였다.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도는 각각 37%, 32%로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양당의 중도층 간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월 4주(20%포인트 격차) 이후 3주 만이다.이 같은 여론 변화에 대해 한국갤럽은 “주초 창원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 등으로 다시 이목을 끈 ‘명태균 사건’ 또한 여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태균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던 지난해 10월 31일을 전후한 10월 5주, 11월 1주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8%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확대된 바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다.여당 내부에선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헌법재판소 비판과 윤 대통령 방어 분위기 조성에 집중한 결과가 중도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은 이성을 찾아가는데 당은 아직 흥분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이 보합 내지 하락 흐름이라는 것은 지난주부터 감지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이 마무리된 만큼 당 역시 중도층을 위한 정책 발표 등에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중도보수론’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경계심이 강화되는 것 같다”며 “당의 중도 노선 강화가 민심에 더 반영돼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尹 탄핵 찬성 다시 60%대로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응답은 60%, 반대는 34%로 지난주 조사(찬성 57%, 반대 38%)보다 찬성 여론이 더 높아졌다. 찬성 응답이 60%대를 나타낸 건 1월 2주(64%) 이후 5주 만이다. 중도층의 69%가 탄핵에 찬성했고 25%는 반대했다. 한국갤럽은 “20~50대에서는 10명 중 6~7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60대에서는 찬반 격차가 크지 않으며, 70대 이상에서만 반대(57%)가 과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4%) 등의 순이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모두 10%를 밑돈 것이다.‘정권 재창출’ 응답은 37%, ‘정권 교체’ 응답은 53%로 지난주 조사(정권 재창출 40%, 정권 교체 51%)와 비교해 정권 교체 응답이 많아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 응답(62%)이 정권 재창출 응답(27%)보다 35%포인트 높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출간할 저서에 12·3비상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국회 해산도 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 해산을 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취지의 대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에 없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는 얘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예약 판매를 시작한 한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사진)에는 이 같은 내용의 계엄 비화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회 해산 발언에 한 전 대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비상입법기구를 만들 계획이 있었다는 걸 알고 황당한 발상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 주장에 대해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운 오후 10시 넘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취지로 책에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논란과 관련해선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발동 직후 휴대전화를 끄고 가족과 함께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여의도로 가던 중 여권 인사로부터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 안 되게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도 피신시키는 게 좋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4일 윤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한 전 대표가 “여당 대표를 체포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물었고 윤 대통령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만약 정치인 체포를 하려 했다면 방첩사령부를 동원했을 텐데 이번 계엄에서 방첩사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한 상황도 책에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아직 방첩사령부가 정치인 체포조를 가동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인 데다 자신이 언급하지도 않은 방첩사 얘기를 윤 대통령이 먼저 거론하자 한 전 대표는 “갑자기 방첩사 얘기는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의아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책을 통해 12·3비상계엄은 위헌이라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고령 제1호는 제일 앞머리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정지시켰다. 포고령 문구 자체로 명백한 위헌’ ‘계엄군을 보내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도록 국회를 봉쇄한다는 것은 그 계엄의 위헌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이른바 ‘평양 무인기’ 의혹에 대해 미국 측이 문제 제기한 정황도 소개된다고 한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전에 미국과 협의되지 않은 점에 미국 측이 문제 인식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이 공석이던 국방부 장관에 한기호 의원을 지명하려던 것을 막은 일화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며 “고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한 의원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절대 국방부 장관 지명을 수락하면 안 된다고 간곡히 요청했고, 한 의원도 결국 국방부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진입하던 당시 이를 막던 경찰에게 “정말 이럴 것이냐”고 설득해 경내로 들어갔던 당시의 상황과, 체포에 대비해 비상계엄 반대 인터뷰를 미리 녹음한 사실도 책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저서 소개에 한 전 대표의 21년 검사 이력은 빠져 있다. ‘검사 한동훈’이 아닌 ‘정치인 한동훈’을 부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저서 출간과 함께 북콘서트 등을 통해 전국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비상계엄에 따른 내수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통상 위기 등으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아줄 민생대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실타래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속 추경’ 요청에 따라 이견을 줄여가던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민생대책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경제 복합 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로는 (추경을) 하자고 하는데 구체적 협의를 해 보면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추경안은 민생 회복에 23조5000억 원, 경제 성장 부문에 11조2000억 원을 배정했다”며 “속도가 관건이다.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포함된 추경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주 전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소비쿠폰이라는 이름만 바꿔 가져왔다”며 “‘라벨 갈이 추경’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여당 추경안을 내놓는 대신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해서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안을 ‘조기 대선용’이라고 규정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20일 열릴 국정협의회가 여야 추경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협의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가 참석한다. 다만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야가 추경 핵심 예산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경안을 보니 회복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고, 성장할 것은 국가부채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은) 시쳇말로 나라 망치자고 하는 일 같다.”(민주당 이재명 대표) 14일 여야 지도부는 추경 편성을 두고 서로를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10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가 다음 날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화답하며 좁혀졌던 추경에 대한 간극이 다시 커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추경 대치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추경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서로 ‘네 탓’이 대표는 여야 간 추경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을 여당에 돌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추경을 하지 않고, 국민 경제 나쁘게 만들고, 민생 회복을 지연시켜서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감액한 예산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예비비, 특경비, 특활비 늘리면 민생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되나”라며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나라 살림보다는 어떻게 하면 야당을 괴롭힐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선 성장 우선 정책을 내건 데 대해 “자꾸 우클릭했다고 몰아가는데 저는 우클릭 안 했다. 원래 제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보수 정권이 (경제 성장) 어젠다를 우리에게 뺏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안을 자체 편성한 민주당을 향해 “정부 행세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작년 12월에는 자기 마음대로 예산안을 삭감해 일방 처리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조 원 추경을 말하더니 그사이에 5조 원이 늘어서 35조 원이 됐다”며 “이 같은 고무줄 추경은 민주당이 국가 예산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책임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는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예산,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라고도 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상품권 형태의 현금 살포를 통한 이 대표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 골든타임 지나갈 수도”추경 필요성에 대해 간극을 좁히던 여야가 다시 서로를 향해 비난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안에 포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조기 대선용 예산’이라고 의심한다. 이 대표가 지난 총선부터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급액 및 방식, 예산 규모가 같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이 민주당의 업적으로 비칠까 봐 일부러 추경을 지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추경을 반대하는 논리가 정책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이재명과 민주당의 공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야는 추경 편성권을 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경 논의 열쇠를 쥔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이 만나는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가 민생 대신 정략적 행보를 반복하는 사이 추경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마련까지는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7월부터 쓸 예산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소비 관련 지표가 굉장히 나빠진 상황”이라며 “지금 10조 원 규모로라도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서 일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진통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4일 경쟁적으로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띄우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상속세 완화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재건축촉진법 제정안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건설경기 활성화 2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경안을 보니 회복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고, 성장할 것은 국가부채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은) 시쳇말로 나라 망치자고 하는 일 같다.”(민주당 이재명 대표)14일 여야 지도부는 추경 편성을 두고 서로를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10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가 다음 날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화답하며 좁혀졌던 추경에 대한 간극이 다시 커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추경 대치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추경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서로 ‘네 탓’이 대표는 여야 간 추경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을 여당에 돌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추경을 하지 않고, 국민 경제 나쁘게 만들고, 민생 회복을 지연시켜서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감액한 예산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예비비, 특경비, 특활비 늘리면 민생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되나”라며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나라 살림보다는 어떻게 하면 야당을 괴롭힐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이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에선 성장 우선 정책을 내건데 대해 “자꾸 우클릭했다고 몰아가는데 저는 우클릭 안 했다. 원래 제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보수 정권이 (경제성장) 어젠다를 우리에게 뺏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안을 자체 편성한 민주당을 향해 “정부 행세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작년 12월에는 자기 마음대로 예산안을 삭감해 일방 처리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조 원 추경을 말하더니 그사이에 5조 원이 늘어서 35조 원이 됐다”며 “이 같은 고무줄 추경은 민주당이 국가 예산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책임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는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예산,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라고도 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상품권 형태의 현금 살포를 통한 이 대표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 “추경 골든타임 지나갈 수도” 추경 필요성에 대해 간극을 좁히던 여야가 다시 서로를 향해 비난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안에 포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조기 대선용 예산’이라고 의심한다. 이 대표가 지난 총선부터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급액 및 방식, 예산 규모가 같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이 민주당의 업적으로 비칠까 봐 일부러 추경을 지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추경을 반대하는 논리가 정책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이재명과 민주당의 공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여야는 추경 편성권을 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경 논의 열쇠를 쥔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이 만나는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하지만 여야가 민생 대신 정략적 행보를 반복하는 사이 추경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마련까지는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7월부터 쓸 예산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소비 관련 지표가 굉장히 나빠진 상황”이라며 “지금 10조 원 규모로라도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서 일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진통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4일 경쟁적으로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띄우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축사에서 “상승한 주택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상속세 완화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재건축촉진법 제정안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건설경기 활성화 2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비상계엄에 따른 내수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통상 위기 등으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아줄 민생대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실타래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속 추경’ 요구에 따라 이견을 줄여가던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민생대책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경제 복합 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로는 (추경을) 하자고 하는데 구체적 협의를 해 보면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추경안은 민생 회복에 23조5000억 원, 경제 성장 부문에 11조2000억 원을 배정했다”며 “속도가 관건이다.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포함된 추경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주 전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소비쿠폰이라는 이름만 바꿔 가져왔다”며 “‘라벨 갈이 추경’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여당 추경안을 내놓는 대신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해서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안을 ‘조기 대선용’이라고 규정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20일 열린 국정협의회가 여야 추경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협의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가 참석한다. 다만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야가 추경 핵심 예산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막바지로 치닫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기 대선 불씨를 지피고 있다. 보수 결집 흐름 속에 여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자 여권 대선 주자들이 개헌을 내걸고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12일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도서관에서 서울시 공동 주최로 연 개헌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에는 여당 의원 108명 중 48명이 참석하면서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물밑 대권 행보를 이어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불공정’ 비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23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여당 의원은 “다들 공개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탄핵심판이 가까워지면서 ‘계속 조기 대선에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개헌 토론회 고리로 조기대선 채비… 與 투톱-의원 절반 몰려지도부, 오세훈 주최 토론회 총출동당내 “탄핵 반대만 하단 대선 필패”“개헌 이슈로 이재명 압박” 분석도尹 탄핵심판 결론 안나 일단 신중“우리 당 대선 주자들이 조기 대선 준비를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주자들이 무럭무럭 커야 할 때다.” 주요 당직을 맡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당 ‘투 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 지도부가 강성 보수 지지층의 탄핵 반대 여론을 의식해 ‘조기 대선 함구령’을 내렸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가까워 오면서 대선 경쟁에 나설 여권 대선 주자들의 행보를 계속 막기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與 내부 “대선 주자가 무럭무럭 커야 할 때”이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자신의 개헌 구상을 공개했다. 오 시장은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권역별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서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자”며 “대통령에게는 외교 안보 국방 권한만 남겨두고 내치 관련 모든 권한을 광역화된 지자체에 이양하자”고 했다. 오 시장은 ‘본격 대선 행보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당 4역을 포함해 현역 의원 48명이 참석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축사에서 “오 시장과 윤 의원이 얼마나 ‘핫(hot)’한 분인가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오 시장 토론회에 절반에 가까운 여당 의원들이 참석한 것은 헌법재판소 변론이 막바지에 이르며 당내에서 대선 준비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조기 대선 주자를 지원 사격한다는 해석이 나올 것을 감수하고 개헌 토론회에 갔다”며 “다른 주자가 토론회를 열었어도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당초 관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헌재가 사전에 지정한 마지막 변론기일인 13일 이후 한두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하더라도 탄핵 심판이 3월 중순을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2017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된 지 21일 만에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선출됐다. 문제는 2017년과 달리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불복 메시지에 호응하는 강성 지지층들의 결집으로 여당 대선 후보들이 섣불리 대선 행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먼저 고개를 들었다간 나락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개헌 토론회에 총출동한 것은 개헌이 이 같은 딜레마를 넘어설 카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 구도를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이슈를 건너뛰고 암묵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명분이라는 얘기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그 이슈를 덮을 수 있는 것이 개헌”이라며 “여권과 비명(비이재명)계가 한목소리로 이 대표를 몰아 세우면 블랙홀처럼 이슈를 다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완화 등 정책공약도 준비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의 여의도 정치는 동지보다 이익이 우선하는 적도 동지도 없는 정상배 시대이기 때문에 나라가 혼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탄핵 찬성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정성국 의원은 “한동훈이 대안이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시간이 필요해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며 “최종 변론 (이후가) 가장 빠른 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정책 발굴단’은 중장년·노년층의 노후소득 마련을 지원하고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꿔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이는 등의 ‘10대 정책 우선순위’를 선정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공약 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당 관계자는 “정책 개발을 위한 실무회의”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사과했지만 계엄 전후 국정 혼란의 책임이 이 대표의 ‘의회독재’ 때문이라고 책임을 넘긴 것이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약 40분간의 연설에서 이 대표를 18번, 민주당을 44번 언급하는 등 야당과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과 중도층을 향한 ‘반(反)이재명’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산적한 현안 속에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국정 비전 제시보다 야당 비판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궤변, 가짜뉴스, 변명으로 점철된 여당 포기 선언문”이라고 비판했다.● 權, 李·민주당 비판에 집중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서두에서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며 즉각 이 대표와 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등 이 모두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쏘아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다음에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총성 없는 내전이 반복될 뿐”이라며 “우리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로 최선의 제도를 찾자”고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 8명 중 3명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4명이 구속된 일을 거론하며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를 언급하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한 운도 띄웠다. 이 대표가 전날(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 등 권력 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본인의 생각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권 원내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여야 추경 논의 속도 가능성 권 원내대표는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 처리한 올해 예산안을 원상 복원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는 1분기(1∼3월) 예산 집행을 먼저 지켜본 뒤 추경을 편성하자던 기존 입장에서 나아간 것이다. 전날 이 대표가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며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 원내대표도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야의 추경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욕설과 비난만 난무했다”며 “민생경제는 안중에 없고 민주당 죽이기,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그렇게 대통령 노릇을 잘했다면 대체 왜 지금 개헌을 주장하나”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사과했지만 계엄 전후 국정혼란의 책임이 이 대표의 ‘의회독재’ 때문이라고 책임을 넘긴 것이다.이날 권 원내대표는 약 40분 연설에서 이 대표를 18번, 민주당을 44번 언급하는 등 야당과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과 중도층을 향한 ‘반(反) 이재명’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산적한 현안 속에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국정 비전 제시보다 야당 비판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궤변, 가짜뉴스, 변명으로 점철된 여당 포기선언문”이라고 비판했다.● 權, 李·민주당 비판에 집중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서두에서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고 즉각 이 대표와 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말했다. 이를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쏘아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다음에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총성 없는 내전이 반복될 뿐”이라며 “우리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로 최선의 제도를 찾자”고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 8명 중 3명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4명이 구속된 일을 거론하며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를 언급하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한 운도 띄웠다. 이 대표가 전날(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본인의 생각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권 원내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여야 추경 논의 속도 가능성권 원내대표는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 처리한 올해 예산안을 원상 복원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이는 1분기(1~3월) 예산 집행을 먼저 지켜본 뒤 추경을 편성하자던 기존 입장에서 나아간 것이다. 전날 이 대표가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며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 원내대표도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야의 추경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욕설과 비난만 난무했다”며 “민생경제는 안중에 없고 민주당 죽이기,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그렇게 대통령 노릇을 잘했다면 대체 왜 지금 개헌을 주장하나”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재차 강조하며 사실상의 대선 메시지를 제시한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할지를 두고 당내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연설에서 이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성장 우선’ 키워드를 앞세운 데 대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이 대표의 중도 확장 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성장 우선 기조에 맞춰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친(親)기업 등 경제 법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반도체법 당내 반발에 ‘성장 우선’ 잡음 9일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주제는 ‘회복과 성장’”이라며 “인공지능(AI), 바이오, K컬처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육성 정책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정 4자 회담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입장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52시간제는 정치적으로 밀어붙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주 52시간 문제는 우선 제외하고 반도체 특별법 논의를 하자는 게 당내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선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이 대표의 친기업 행보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당의 전통적 노동 정책을 지켜야 한다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이렇게 갈등이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순 없다”며 52시간 특례 조항 제외를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도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며 “단순한 우클릭,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 등 기업 요구를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던 이 대표가 지나치게 깊게 발을 들여 이도 저도 못 하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우클릭’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민주당이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주 52시간에 묶여 있는데 삼성전자 6개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했다.● 친명계도 ‘성장 우선’ 법안 잇달아 발의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우클릭에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2일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성장 우선 노선을 공식화한 뒤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정일영 의원은 6일 AI와 미래형 운송수단,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국가전략기술로 반도체, 이차전지 등 7개 분야 기술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10개 분야로 늘려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는 것. 2022년 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에 대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들며 대기업 혜택을 줄이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연희 의원은 2차전지 필수재인 리튬, 흑연 등과 관련해 해외에 투자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김주영 의원은 자녀 소득공제 나이 제한을 현행 ‘만 20세 이하’에서 ‘만 23세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으며, 윤후덕 의원은 10년 미만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소득세의 5∼15%를 감면하는 조특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재차 강조하며 사실상의 대선 메시지를 제시한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할지를 두고 당내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연설에서 이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성장 우선’ 키워드를 앞세운 데 대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이 대표의 중도 확장 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성장 우선 기조에 맞춰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친(親)기업 등 경제 법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반도체법 당내 반발에 ‘성장 우선’ 잡음9일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주제는 ‘회복과 성장’”이라며 “인공지능(AI), 바이오, K컬처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육성 정책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정 4자 회담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입장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52시간제는 정치적으로 밀어붙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주 52시간 문제는 우선 제외하고 반도체 특별법 논의를 하자는 게 당내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내에선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이 대표의 친기업 행보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당의 전통적 노동 정책을 지켜야 한다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이렇게 갈등이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순 없다”며 52시간 특례 조항 제외를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도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며 “단순한 우클릭,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 등 기업 요구를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던 이 대표가 지나치게 깊게 발을 들여 이도 저도 못 하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우클릭’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민주당이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주 52시간에 묶여 있는데 삼성전자 6개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했다.● 친명계도 ‘성장 우선’ 법안 잇달아 발의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우클릭에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2일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성장 우선 노선을 공식화한 뒤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정일영 의원은 6일 AI와 미래형 운송수단,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국가전략기술로 반도체, 이차전지 등 7개 분야 기술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10개 분야로 늘려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는 것.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2022년 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에 대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들며 대기업 혜택을 줄이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이연희 의원은 2차전지 필수재인 리튬, 흑연 등과 관련해 해외에 투자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김주영 의원은 자녀 소득공제 나이 제한을 현행 ‘만 20세 이하’에서 ‘만 23세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으며, 윤후덕 의원은 10년 미만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소득세의 5~15%를 감면하는 조특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이르면 3월로 예상됐던 2심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5일 이 대표의 2심 재판부는 매주 수요일 공판을 진행하고 예정대로 이달 26일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재판부가 이날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증인 13명 중 3명만 채택하기로 하면서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이 대표가 재판 지연으로 대선 행보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재판부를 향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반면 이 대표는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직접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도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일 뿐”이라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동일 조항으로 또 위헌 심판 신청한 李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이 신청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의 동생을 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증인 13명 중에서도 성남시청 공무원 등 3명만 채택하고, 나머지는 이미 1심에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지난달 23일 첫 공판기일에서 “이달 26일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증인신문을 최소화하면서 ‘속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19일 4차 공판기일까지 증인신문을 끝낸 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6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결심공판 뒤 한 달 뒤로 선고기일이 잡히는 점을 고려하면, 항소심 결과가 빠르면 3월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변론기일에 출석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가 기각하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수차례 관련 합헌 판결이 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등을 몰랐다고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와 가족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행위 등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9년 11월에도 ‘친형 강제입원’ 관련 선거법 사건에서 같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바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기각했다. 헌재는 이미 2021년 2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재판관 만장일치로 판단한 바 있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사실상 같은 내용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野 “정당한 방어권” vs 與 “조기 대선으로 죄악 덮으려는 것” 여야는 이날 이 대표의 고의적인 재판 지연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법률대변인인 이건태 의원은 “재판 지연이 아닌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며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 재판부도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재판 일정을 연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공세를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결국 이 대표는 재판을 무한 지연하고 그 틈에 조기 대선이 있으면 선고로 죄악을 덮어버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이 대표 2심 재판 결과가 멈출 경우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판관 편향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재는 “탄핵심판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은 피청구인(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등을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과 관련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 사이로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교류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두 사람은 (현재) 페이스북 친구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10년 전에 작성된 댓글 간 대화 내용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여권에서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도 탄핵심판에서 스스로 빠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은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합리적으로 인정할 만큼 객관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는 게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고 일축했다. 법조계에선 ‘헌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재판관 제척이나 기피 등을 거론한 여권에 대해 헌재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과거 행적들과 특정 정치세력과의 특수관계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헌재를 국민이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헌재를 방문해 “문 권한대행은 이 대표와 절친”이라며 “(둘 간의) 친분관계에 대해 답변을 제대로 못 하면 제척 내지 기피 사유”라고 했다. 여당은 또 이 재판관의 친동생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위’ 부위원장인 점, 정 재판관의 배우자 황필규 변호사가 국회 측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날 헌재는 국회 측이 신청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이 전 장관과 신 실장, 백 전 차장, 김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11일에, 조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1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與 “재판관 3명 제척-기피 사유” 법조계 “친분-이념은 해당 안돼”與 “문형배, 이재명과 SNS 대화”… 법조계 “개인적 관계 제척 사유 아냐”與 “이미선-정계선 가족이 反尹 연관”… 헌재 “객관적 사례 있어야 기피-회피”尹 이미 변론 진술, 기피 신청 못해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재판관 정치 편향 논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재판관 제척이나 기피,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주장하는 재판관의 인간관계 문제, 이념 성향 문제 등은 현행법상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헌재에서 재판관 기피나 제척이 이뤄진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 친분’은 제척 사유 아냐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법관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제척이란 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관이 해당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피와 회피는 제척 사유가 있을 때 당사자의 신청이나 법관 본인의 결정으로 재판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분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국민의힘은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와 2011∼2013년 사이 최소 7차례 공개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며 “헌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는 재판관의 개인적 친분이나 정치 성향은 제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헌재법 24조에 따르면 제척 사유는 △재판관이 당사자이거나 당사자의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경우 △재판관과 당사자가 친족 관계인 경우 △재판관이 사건 관련 증언이나 감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이 사건 관련 당사자의 대리인이 되었던 경우 △그 밖에 재판관이 헌재 외 직무상 또는 직업상 이유로 사건에 관여한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여당이 주장하는 ‘정치인과의 친분’은 제척 사유가 아니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가족 관계 문제, ‘회피’ 사유 보기 어려워 여당은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 등 3명이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회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심판을 했을 경우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재판관) 스스로 회피를 신청해야 마땅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 재판관과 정 재판관의 가족 관계를 문제 삼았다. 이 재판관은 친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재판관은 남편 황필규 변호사가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근무 중이다. 헌재 측은 ‘기피·회피’ 또한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31일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기피·회피 사유인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과 관련해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으로 인정될 만큼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재의 확립된 판례”라며 여권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헌재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이 되기 전 관련 사건 대리인을 했던 경우 등에 한해 재판관이 사건을 회피한 전례가 있다. 윤 대통령 몫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정형식 재판관 역시 인척 논란이 불거졌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 탄핵안 1차 표결 하루 전인 올해 1월 6일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의 제부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여권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정 재판관은 현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고 있다.● 여권 ‘이념 편향’ 주장… 전문가 “탄핵심판 흠집 내기” 여당은 문 권한대행 등 3명의 재판관이 진보 성향 법관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기피 신청의 근거가 될 순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재판관별 성향이 다양했지만 만장일치로 인용됐다”며 “재판관의 정치 성향에 대한 주장은 탄핵심판 흠집 내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 측은 재판관 기피 신청을 더 할 수 없는 상태다. 헌재법 24조 3항 등에 따르면 ‘변론기일에 출석해 본안에 관한 진술을 한 때’에 피청구인은 기피 신청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진술까지 했기 때문에 기피 신청을 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편향성을 두고 ‘회피’ 논란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불복 사건에 대해 ‘포괄적 면책특권을 적용해야 한다’며 연방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다. 이에 미국 민주당은 토머스 대법관의 아내가 2020년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을 들며 “자진 회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토머스 대법관은 거부했고,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포괄적 면책특권이 있다고 결정했다.제척법관이나 헌재 심판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에 의해 특정 재판관을 사건에서 배제하는 것.기피재판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헌재 심판 당사자 신청에 의해 그 재판관을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회피재판관 스스로 제척 또는 기피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자발적으로 특정 사건의 직무 집행에서 벗어나는 것.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내란 특검법에 대해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애초 공소 유지만 할 수 있는 예산 낭비 법안이었다”며 환영 입장을 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법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권이 법안의 문제점을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을 저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을 기소했기 때문에 내란 특검법이 ‘예외성’과 ‘보충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해 왔다. 특검은 기존 사법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만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란 특검법은 사실상 예산 낭비”라며 “지난번엔 대통령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특검 필요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최 권한대행은 12월 3일 밤 본인의 묵인과 방조 책임을 감추고 싶어 특검을 거부했겠지만 오늘의 선택으로 정체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검 거부권 행사의 절차적 문제점을 부각하고 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월권이고, 위헌이자 위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