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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배가 자주 고파지는 것 같다. 자연의 변화에 따른 인체의 신비다. 낮 시간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게다가 포만감을 느끼려면 몸이 충분히 데워져야 하는데, 많이 먹어야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입맛 당기는 제철 음식이 풍부하다. 이래저래 가을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겐 고역의 계절이다. 겨울로 향할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가을 다이어트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식이 다이어트는 크게 두 종류다. 첫째는 열량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고, 둘째는 섭취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과 간헐적 단식이 각각 최신 버전이다. 식이 다이어트를 연구해 온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가을 식이 다이어트 요령에 대해 들어봤다. ● ‘저탄고지’ 식이요법 vs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의 원조는 1970년대 중반 등장한 ‘황제 다이어트’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만 하면 고기, 햄버거 같은 고지방·고단백 식품을 무제한 먹어도 된다. 창시자인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가 2003년 건강 악화로 사망하면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요즘의 저탄고지, 혹은 저탄고단(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이요법은 엄밀하게 말하면 황제 다이어트의 변형이다. 효과는 어떨까. 김 교수는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장기 효과는 미미하다”며 “게다가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초기 6개월 동안은 5~10%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이후 6개월 동안에는 되레 3~5%씩 체중이 늘어났다. 간헐적 단식은 2010년대에 영국 BBC방송에서 처음 소개됐다. 저녁식사 이후 14시간 동안 금식을 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오후 10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 날 정오까지는 굶는 식이다. 이후 섭취량은 제한하지 않는다. 이런 단식을 통해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바꾼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초기 효과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식 시간을 못 지키거나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NEJM에는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이 보고되기도 했다. 게다가 간헐적 단식은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장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식이요법만으로 장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자신의 상황을 감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며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체로 성공적인 다이어트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다. ● 내게 맞는 식이 다이어트는?체중이 80㎏ 이상의 비만 체형이라면 저탄수화물 식이요법부터 진행하는 게 옳다. 김 교수는 “초기 효과는 황제 다이어트도 크다”며 “대신 6개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되는데, 효과도 없고 근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초기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 일상적 다이어트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매일 500Cal씩 덜 먹는 방법을 김 교수는 추천했다. 하루 세 끼를 먹되 매번 3분의 1씩만 덜고 반찬을 적게 먹어도 500Cal를 줄일 수 있다. 이때는 탄수화물을 크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 체중이 100㎏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라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2주 정도 식단을 파악한 뒤 다이어트 방법을 조정하는 게 좋다. 노인이라면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식이요법의 핵심이 돼야 한다. 동시에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 손실이 우려되며 실제로 일부는 근 감소증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탄수화물 섭취 제한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성인이라면 매일 체중 1㎏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체중이 60㎏이라면 최소한 60g 이상의 단백질을 공급해야 한다. 닭 가슴살 한 덩어리(200g 내외)나 두부 2.5~3모(750g 내외)를 먹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단일 식품만 먹어서는 금세 질리고 만다는 데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포화지방산도 적지 않아 부위를 잘 가려 먹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생선도 좋지만 육류에 비해서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김 교수는 “가급적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혈압 줄이는 식이요법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닌, 질병을 고치기 위한 식이 다이어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환자를 위한 대시(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소금 섭취를 하루 6g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다만 음식에 들어 있는 소금 함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심심하게 먹는 게 최선이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유제품과 과일,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탄수화물을 엄격히 제한하지는 않는다. 대신 잡곡을 통해 각종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김 교수는 “대시 다이어트는 고혈압을 비롯해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게 목적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에 대해 김 교수는 “효과를 입증하는 여러 논문이 있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도 대시 식단과 비슷하다. 생선과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지방, 소량의 유제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식탁에 오른다. 여기에 와인을 곁들인다. 다만 지중해식 식단은 열량 제한에 신경 써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 상황에서는 와인을 먹다가 안주를 추가하는 식으로 음식량을 늘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섭취 열량이 늘어나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칫 비만으로 이어져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식이요법이라도 열량 제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아침 식사는 해야 할까, 안 해도 무방할까. 이 주제는 의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김양현 교수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게 체중 감량에 더 효율적이라는 쪽의 의견이 최근에는 더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침 식사를 권장하는 편이다. 김 교수는 “일단 아침 식사를 했을 때 포만감이 올라가면서 이후에 추가로 음식을 덜 먹게 되고, 신체 활동량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를 한 집단과 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보니 아침 식사를 한 집단의 체중 감소가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하루의 생체 리듬이 살짝 깨질 수도 있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다 보니 불규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때로는 그 상태가 밤까지 이어져 야식을 찾는 식의 좋지 못한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실제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을 때 늦게 먹고 늦게 자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 아침 식사를 건너뛰었을 때 인슐린 분비 능력이나 당대사 조절 능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 식사, 두 끼만 먹는 것은 어떨까. 김 교수는 “일단 세 끼를 권장한다”면서도 “두 끼를 오래전부터 규칙적으로 먹었다면 생체 리듬의 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가을 식이 다이어트 요령1. 식사하기 전에 음식의 열량을 염두에 둔다. 2. 밥공기의 25~35% 정도 줄여 먹는다. 3. 15분 이상 천천히 식사한다.4. 채소를 늘려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5. 단백질을 섭취할 때 포화지방도 함께 먹는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6. 처음에는 탄수화물을 줄이되 부족한 부분은 단백질로 보충한다.7. 지중해식 식이요법을 참고해 골고루 먹는다. 8.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연습을 한다. 9. 소금을 덜 치고 싱겁게 먹는다.10. 다이어트 기간에는 술을 가급적 피한다. 자료: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끊는 게 불가능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 고혈압 약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가능하단다.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의사, 이승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2)다. 이 교수는 “나 자신이 그 증거”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20대 중반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7년 동안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약을 끊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고혈압 약을 먹지 않는다. 이 교수는 스스럼없이, 때론 당당하게 자신의 사례를 환자들에게 들려준다. 투병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의 ‘고혈압 투병기’를 들어봤다. ○ 20대 중반 고혈압 환자가 되다대학 입학 후 체중이 불어났다. 불과 몇 년 사이에 15kg이 늘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술과 야식을 즐긴 탓이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젊은 데다 검도와 야구 동아리에서 충분히 운동하고 있다고 여겼다. 언젠가부터 운동할 때마다 머리가 아팠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철근도 씹어 먹는다는 20대였으니까. 전공의 1년 차였던 26세 때 우연히 혈압을 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완기 혈압이 100mmHg, 수축기 혈압이 150mmHg가 나왔다. 정상치(이완기 80mmHg 미만, 수축기 120mmHg 미만)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이 정도면 1기도 아닌, 2기 고혈압 환자였다. 덜컥 겁이 났다. 떠올려 보니 고혈압 가족력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 교수가 유치원 다닐 때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현재 고혈압이 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생긴 고혈압이라 다른 질환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대의 경우 때로 종양이 원인이 돼 고혈압(2차성 고혈압)이 나타난다. 다행히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무렵 병원 당직 침대에서 주로 잠을 잤고, 밤에 폭식을 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었다. 이런 잘못된 습관이 20대 고혈압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장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혈압은 조금씩 떨어졌다. 매주 혈압을 측정했다. 수축기 혈압이 정상치인 120mmHg까지 내려갔다. 물론 약의 효과였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본적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교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3년 동안은 그렇게 약만 복용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운동으로 7년 만에 고혈압 완전히 극복 시간 날 때 ‘깨작이는’ 정도로 운동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고혈압 치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전공의를 마치고 전북의 한 지역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운동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 의료원장이 무척 운동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운동하는 데 눈치가 덜 보였다. 주변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지역 문화센터와 비슷한 시설도 잘 마련돼 있었다. 이 교수는 퇴근한 후 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 만에 본격적인 ‘운동 치료’에 돌입한 셈이다. 먼저 50분 동안 수영을 했다. 이어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처럼 큰 근육을 만드는 동작 위주로 10회씩 4세트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10∼20분 동안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는 데 2시간 남짓 걸렸다. 이 교수는 가급적 매주 2, 3회는 이런 식으로 집중적으로 운동했다. 운동의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던 야구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마음먹고 시작한 운동이 또 다른 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체중은 75kg 내외로 떨어졌고,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혈압도 다시 오르지 않았다. 2012년 마침내 이 교수는 고혈압 약을 7년 만에 끊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신혼집을 차린 후에도 운동을 이어갔다.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제 고혈압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 ○재발 막으려면 평생 관리해야2013년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직 근무가 많았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당분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당장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혈압은 첫해 130mmHg대 중반이 나오더니 1년 후에는 130mmHg대 후반을 넘어섰다. 수치만으로 보면 다시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이 무렵 아기가 태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교수는 점심시간에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용 헬스클럽에서 다시 운동하기 시작했다. 횟수도 늘렸다. 휴일을 포함해 1주일에 5일은 이곳에서 40분 정도씩 운동한다. 운동 방식은 종전과 비슷하다. 수영이 요가 형태의 스트레칭으로 바뀐 점만 달랐다. 스트레칭 후에는 턱걸이나 데드리프트 같은 근력 운동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혈압이 정상치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이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헬스클럽이 문 닫았을 때는 집에서 매일 홈 트레이닝을 했다. 식단 조절도 잘 이어가고 있다. 일단 덜 짜게 먹는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점심을 거르고 하루에 두 끼만 먹을 때가 많다. 너무 배가 고플 때에만 샐러드 같은 것으로 점심을 보충한다. 이 교수는 “고혈압은 한번 약을 끊었다고 해서 다시 안 먹어도 되는 게 아니다”며 “약에서 해방되려면 평생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칭-근력운동 겸한 홈 트레이닝 스트레칭과 동시에 근력 운동이 되면서 유산소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승화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며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홈 트레이닝 방법을 들어봤다. 먼저 요가 동작을 벤치마킹한 스트레칭. 바로 선 상태에서 상체를 굽혀 팔로 발목을 잡는다(❶). 이때 무릎을 펴주면 좋지만 살짝 굽히는 것도 괜찮다. 이어 두 번째 동작. 그 상태에서 팔로 무릎 뒤쪽을 짚는다. 셋째, 상체를 서서히 일으켜 가슴을 활짝 펴고 양팔을 하늘로 뻗는다(❷). 넷째, 엎드려 플랭크 자세를 취한다(❸). 이때 머리를 바닥으로 내리거나 어깨를 굽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섯째, 무릎을 바닥에 대면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❹). 이때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이 운동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동작별로 10∼20초씩 아주 느리게 해야 한다. 4, 5세트를 반복할 경우 보통 4∼5분 소요된다. 이 교수는 “천천히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몸에서 땀도 나고 혈관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 경우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스트레칭에 이어 근력 운동을 하는데, 이때도 천천히 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근력 운동을 천천히 호흡하면서 할 경우 유산소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밴드를 사용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끊는 게 불가능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 고혈압 약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가능하단다.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의사, 이승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2)다. 이 교수는 “나 자신이 그 증거”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20대 중반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7년 동안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약을 끊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고혈압 약을 먹지 않는다. 이 교수는 스스럼없이, 때론 당당하게 자신의 사례를 환자들에게 들려준다. 투병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의 ‘고혈압 투병기’를 들어봤다. ●20대 중반 고혈압 환자가 되다대학 입학 후 체중이 불어났다. 불과 몇 년 사이에 15㎏이 늘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술과 야식을 즐긴 탓이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젊은 데다 검도와 야구 동아리에서 충분히 운동하고 있다고 여겼다. 언젠가부터 운동할 때마다 머리가 아팠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철근도 씹어 먹는다는 20대였으니까. 전공의 1년 차였던 26세 때 우연히 혈압을 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완기 혈압이 100㎜Hg, 수축기 혈압이 150㎜Hg가 나왔다. 정상치(이완기 80㎜Hg 미만, 수축기 120㎜Hg 미만)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이 정도면 1기도 아닌, 2기 고혈압 환자였다. 덜컥 겁이 났다. 떠올려보니 고혈압 가족력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 교수가 유치원 다닐 때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현재 고혈압이 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생긴 고혈압이라 다른 질환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대의 경우 때로 종양이 원인이 돼 고혈압(2차성 고혈압)이 나타난다. 다행히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무렵 병원 당직 침대에서 주로 잠을 잤고, 밤에 폭식을 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었다. 이런 잘못된 습관이 20대 고혈압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장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혈압은 조금씩 떨어졌다. 매주 혈압을 측정했다. 수축기 혈압이 정상치인 120㎜Hg까지 내려갔다. 물론 약의 효과였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본적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교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3년 동안은 그렇게 약만 복용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운동으로 7년 만에 고혈압 완전히 극복시간 날 때 ‘깨작이는’ 정도로 운동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고혈압 치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전공의를 마치고 전북의 한 지역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운동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 의료원장이 무척 운동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운동하는 데 눈치가 덜 보였다. 주변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지역 문화센터와 비슷한 시설도 잘 마련돼 있었다. 이 교수는 퇴근한 후 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 만에 본격적인 ‘운동 치료’에 돌입한 셈이다. 먼저 50분 동안 수영을 했다. 이어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처럼 큰 근육을 만드는 동작 위주로 10회씩 4세트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10~20분 동안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는 데 2시간 남짓 걸렸다. 이 교수는 가급적 매주 2, 3회는 이런 식으로 집중적으로 운동했다. 운동의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던 야구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마음먹고 시작한 운동이 또 다른 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체중은 75㎏ 내외로 떨어졌고,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혈압도 다시 오르지 않았다. 2012년 마침내 이 교수는 고혈압 약을 7년 만에 끊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신혼집을 차린 후에도 운동을 이어갔다.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제 고혈압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 ● 재발 막으려면 평생 관리해야2013년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직 근무가 많았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당분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당장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혈압은 첫해 130㎜Hg대 중반이 나오더니 1년 후에는 130㎜Hg대 후반을 넘어섰다. 수치만으로 보면 다시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이 무렵 아기가 태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교수는 점심시간에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용 헬스클럽에서 다시 운동하기 시작했다. 횟수도 늘렸다. 휴일을 포함해 1주일에 5일은 이곳에서 40분 정도씩 운동한다. 운동 방식은 종전과 비슷하다. 수영이 요가 형태의 스트레칭으로 바뀐 점만 달랐다. 스트레칭 후에는 턱걸이나 데드리프트 같은 근력 운동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혈압이 정상치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이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헬스클럽이 문 닫았을 때는 집에서 매일 홈 트레이닝을 했다. 식단 조절도 잘 이어가고 있다. 일단 덜 짜게 먹는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점심을 거르고 하루에 두 끼만 먹을 때가 많다. 너무 배가 고플 때에만 샐러드 같은 것으로 점심을 보충한다. 이 교수는 “고혈압은 한번 약을 끊었다고 해서 다시 안 먹어도 되는 게 아니다”며 “약에서 해방되려면 평생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근력운동 되면서 유산소 효과까지…이렇게 해보세요스트레칭과 동시에 근력 운동이 되면서 유산소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승화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며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홈 트레이닝 방법을 들어봤다.먼저 요가 동작을 벤치마킹한 스트레칭. 바로 선 상태에서 상체를 굽혀 팔로 발목을 잡는다(①). 이때 무릎을 펴주면 좋지만 살짝 굽히는 것도 괜찮다. 이어 두 번째 동작. 그 상태에서 팔로 무릎 뒤쪽을 짚는다. 셋째, 상체를 서서히 일으켜 가슴을 활짝 펴고 양팔을 하늘로 뻗는다(②). 넷째, 엎드려 플랭크 자세를 취한다(③). 이때 머리를 바닥으로 내리거나 어깨를 굽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섯째, 무릎을 바닥에 대면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④). 이때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이 운동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각 동작별로 10~20초씩 아주 느리게 해야 한다. 4, 5세트를 반복할 경우 보통 4~5분 소요된다. 이 교수는 “천천히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몸에서 땀도 나고 혈관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 경우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스트레칭에 이어 근력 운동을 하는데, 이때도 천천히 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근력 운동을 천천히 호흡하면서 할 경우 유산소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밴드를 사용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열대야도 아닌데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간신히 잠들어도 채 1시간도 안 돼 깬다. 밤에 잠을 못 자니 낮에 더 피곤하다. 이처럼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세를 통틀어 수면장애라고 한다. 수면장애는 국민 10명 중 3∼5명에게서 발생한다. 여러 유형 중에서 불면장애(불면증)가 가장 흔하다. 불면증 환자는 국민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이어 잠을 자다가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다리의 불편한 감각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순이다. 불면증과 하지불안증후군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 반대로 수면무호흡증은 남성 환자가 더 많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불면증은 가장 흔한 수면장애이지만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환자의 고통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게 불면증 극복법을 물었다. ○ “불면증은 정신건강의 적신호”불면증은 환자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질병 여부가 결정된다. 의사가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환자가 불면의 고통을 느낀다면 불면증이란 뜻이다. 다만 3개월 이내의 일시적인 불면 증세까지 모두 불면증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또한 ‘불면(不眠)’이라 해서 전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실제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보다 중간에 자주 깨서 수면 효과가 없는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대체로 △3개월 이상 △잠이 들기 어렵거나 △중간에 자주 깨며 △낮에 피곤하고 집중하기 어렵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불면증 환자 중에서 85∼90%는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질병을 동반한다. 이런 불면증을 ‘공존 질환이 있는 불면증’이라고 한다. 공존 질환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많은 편이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 10명 중 9명 정도에게서 정신과적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불면증은 정신건강의 적신호로 여겨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발견된다. 불면증이 우울증 위험을 2배 정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이 있다면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불안장애는 불면증 위험을 1.8∼4배 높인다. 불안장애가 있다면 불면증이 추가로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이 교수는 “공존 질환을 밝혀내고 수면 습관을 관찰한 후에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면다원검사, 심층면접 등 여러 방식으로 환자를 관찰한다. ○“불면증 행동치료, 2∼3주면 효과 나타나”수면제를 먹으면 불면증을 고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3개월이 되지 않은 일시적 불면증일 때는 수면제를 한 달 이내로 소량 복용해도 무방하다”면서도 “그 이상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는 심리적 의존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불면증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불면증일 때는 수면제 복용 기간을 더 줄여 2주 이내로 제한할 것을 이 교수는 권했다. 일시적으로 수면 효과를 보면 약에 더 의존하고, 그 결과 공존 질환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불면증 치료가 힘들어진다. 이 교수는 공존 질환을 치료하면서 행동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행동 요법은 ‘수면 습관’을 몸에 익히는 치료를 말한다. 취침 시간 엄수가 대표적이다. 오후 11시에 정확하게 잠자리에 들고, 숙면을 했든 하지 못했든 오전 6∼7시에는 침실을 무조건 떠나는 방식이다. 또한 불필요하게 침대에 머무는 것도 금한다. 이 교수는 “뇌가 침대를 ‘자는 공간’으로만 인식하도록 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깨어 있을 때 움직이는 것도 행동 요법에 속한다. 몸이 다소 피곤하더라도 아침과 낮 시간에 걷거나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낮잠은 금하되 너무 피곤하면 깊은 잠에 이르지 않도록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이 교수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생체시계가 깨어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다. 이런 훈련은 쉽지 않다. 몸은 극도로 피곤해질 수 있다. 하지만 2∼3주 동안 제대로 하면 밤에 잠이 오기 시작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5년 넘은 불면증도 충분히 치료 가능”올봄 50대 여성 박미정(가명) 씨가 이 교수를 찾았다. 박 씨는 5년 이상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도 잠을 이루기가 너무 어려웠다. 천신만고 끝에 잠에 들어도 30분∼1시간 간격으로 깼다. 수면제도 여러 차례 복용해 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교수는 “전형적인 불면증 환자”라고 진단했다. 박 씨는 불면증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간에도 활력을 잃었다. 매사에 흥미를 잃었고, 입맛도 떨어졌다. 우울한 기분도 강해졌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이 교수에게 “죽기 전에 제대로 잠을 한번 잘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을까. 박 씨를 심층 면접한 이 교수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며 “박 씨와 같은 불면증 환자들에겐 밤은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박 씨의 경우 불면증의 공존 질환으로 우울증이 발견됐다. 심층 면접을 통해 5년 전의 자녀 대학 입시 실패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때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 커 불면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자녀는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박 씨의 불면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공존 질환인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했다. 이 교수는 소량의 항우울제를 처방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수면제도 소량 처방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행동 요법을 시행했다. 5년이 넘도록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은 박 씨 또한 2∼3주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불면을 유발하는 요소를 찾아 없애고 잘못된 수면 습관을 고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했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시계는 치우고 잘때만 누워야 숙면에 도움되는 습관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다는 말은 의학적으로도 틀리지 않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잠을 잘 자는 게 치매를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은 7시간 이상인 노인보다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이유진 교수는 “숙면에 꼭 필요한 습관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습관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없을까. 이 교수는 “속이 너무 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따뜻한 우유 한 잔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외의 특효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제안하는 숙면 습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른 시간에 일정하게 일어나 낮에는 충분히 활동하며 밤에는 딱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침실에 들어가는 식이다. 침실은 충분히 어둡고 따뜻해야 하며 외부의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저녁에 복식호흡이나 명상과 같은 ‘이완 행동’을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숙면을 원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우선 침실에서 시계를 치워야 한다. 그래야 밤에 잠이 안 들거나 중간에 깨도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불면증이 있다면 보통 시간을 확인할수록 잠을 더 이루지 못한다. 잠을 안 잘 때는 침대에 아예 누워 있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낮잠은 금물이다. 낮잠을 자면 밤잠을 이루기가 더 어려워진다. 카페인이나 알코올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이기에 멀리해야 한다. 저녁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뇌가 흥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피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열대야도 아닌데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간신히 잠들어도 채 1시간도 안 돼 깬다. 밤에 잠을 못 자니 낮에 더 피곤하다. 이처럼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세를 통틀어 수면장애라고 한다. 수면장애는 국민 10명 중 3~5명에서 발생한다. 여러 유형 중에서 불면장애(불면증)가 가장 흔하다. 불면증 환자는 국민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이어 잠을 자다가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다리의 불편한 감각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순이다. 불면증과 하지불안증후군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 반대로 수면무호흡증은 남성 환자가 더 많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불면증은 가장 흔한 수면장애이지만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환자의 고통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게 불면증 극복법을 물었다. ●“불면증은 정신건강의 적신호” 불면증은 환자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질병 여부가 결정된다. 의사가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환자가 불면의 고통을 느낀다면 불면증이란 뜻이다. 다만 3개월 이내의 일시적인 불면 증세까지 모두 불면증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또한 ‘불면(不眠)’이라 해서 전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실제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보다 중간에 자주 깨서 수면 효과가 없는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대체로 △3개월 이상 △잠이 들기 어렵거나 △중간에 자주 깨며 △낮에 피곤하고 집중하기 어렵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불면증 환자 중에서 85~90%는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질병을 동반한다. 이런 불면증을 ‘공존 질환이 있는 불면증’이라고 한다. 공존 질환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많은 편이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 10명 중 9명 정도에게서 정신과적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불면증은 정신건강의 적신호로 여겨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발견된다. 불면증이 우울증 위험을 2배 정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이 있다면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불안장애는 불면증 위험을 1.8~4배 높인다. 불안장애가 있다면 불면증이 추가로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이 교수는 “공존 질환을 밝혀내고 수면 습관을 관찰한 후에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면다원검사, 심층면접 등 여러 방식으로 환자를 관찰한다. ●“불면증 행동치료, 2~3주면 효과 나타나” 수면제를 먹으면 불면증을 고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3개월이 되지 않은 일시적 불면증일 때는 수면제를 한 달 이내로 소량 복용해도 무방하다”면서도 “그 이상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는 심리적 의존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불면증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불면증일 때는 수면제 복용 기간을 더 줄여 2주 이내로 제한할 것을 이 교수는 권했다. 일시적으로 수면 효과를 보면 약에 더 의존하고, 그 결과 공존 질환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불면증 치료가 힘들어진다. 이 교수는 공존 질환을 치료하면서 행동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행동 요법은 ‘수면 습관’을 몸에 익히는 치료를 말한다. 취침 시간 엄수가 대표적이다. 오후 11시에 정확하게 잠자리에 들고, 숙면을 했든 하지 못했든 오전 6~7시에는 침실을 무조건 떠나는 방식이다. 또한 불필요하게 침대에 머무는 것도 금한다. 이 교수는 “뇌가 침대를 ‘자는 공간’으로만 인식하도록 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깨어 있을 때 움직이는 것도 행동 요법에 속한다. 몸이 다소 피곤하더라도 아침과 낮 시간에 걷거나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낮잠은 금하되 너무 피곤하면 깊은 잠에 이르지 않도록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이 교수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생체시계가 깨어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다. 이런 훈련은 쉽지 않다. 몸은 극도로 피곤해질 수 있다. 하지만 2~3주 동안 제대로 하면 밤에 잠이 오기 시작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5년 넘은 불면증도 충분히 치료 가능” 올봄 50대 여성 박미정(가명) 씨가 이 교수를 찾았다. 박 씨는 5년 이상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도 잠을 이루기가 너무 어려웠다. 천신만고 끝에 잠에 들어도 30분~1시간 간격으로 깼다. 수면제도 여러 차례 복용해 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교수는 “전형적인 불면증 환자”라고 진단했다. 박 씨는 불면증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간에도 활력을 잃었다. 매사에 흥미를 잃었고, 입맛도 떨어졌다. 우울한 기분도 강해졌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이 교수에게 “죽기 전에 제대로 잠을 한번 잘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을까. 박 씨를 심층 면접한 이 교수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며 “박 씨와 같은 불면증 환자들에겐 밤은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박 씨의 경우 불면증의 공존 질환으로 우울증이 발견됐다. 심층 면접을 통해 5년 전의 자녀 대학 입시 실패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때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 커 불면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자녀는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박 씨의 불면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공존 질환인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했다. 이 교수는 소량의 항우울제를 처방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수면제도 소량 처방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행동 요법을 시행했다. 5년이 넘도록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은 박 씨 또한 2~3주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불면을 유발하는 요소를 찾아 없애고 잘못된 수면 습관을 고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했다.숙면하려면 지켜야 할 습관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다는 말은 의학적으로도 틀리지 않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잠을 잘 자는 게 치매를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은 7시간 이상인 노인보다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이유진 교수는 “숙면에 꼭 필요한 습관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습관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없을까. 이 교수는 “속이 너무 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따뜻한 우유 한 잔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외의 특효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제안하는 숙면 습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른 시간에 일정하게 일어나 낮에는 충분히 활동하며 밤에는 딱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침실에 들어가는 식이다. 침실은 충분히 어둡고 따뜻해야 하며 외부의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저녁에 복식호흡이나 명상과 같은 ‘이완 행동’을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숙면을 원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우선 침실에서 시계를 치워야 한다. 그래야 밤에 잠이 안 들거나 중간에 깨도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불면증이 있다면 보통 시간을 확인할수록 잠을 더 이루지 못한다. 잠을 안 잘 때는 침대에 아예 누워 있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낮잠은 금물이다. 낮잠을 자면 밤잠을 이루기가 더 어려워진다. 카페인이나 알코올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이기에 멀리해야 한다. 저녁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뇌가 흥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피해야 한다.숙면을 위해 지켜야 할 10대 습관1.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등 규칙적으로 생활한다.2. 가급적 이른 시간에 기상한다.3. 주간에는 산책이나 활동을 늘린다. 4. 낮잠은 금한다. 단, 불가피할 때는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5.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음주를 금한다. 6. 저녁 시간에 과도한 운동 등 몸과 마음을 흥분시키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7. 저녁에는 복식호흡이나 명상처럼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습관을 만든다.8. 침실은 따뜻하고 어두우며 소음이 덜 들리게 유지한다.9. 침실에서 시계를 치우고 밤과 새벽에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다.10. 잠을 자지 않을 때 침대에 가급적 누워 있지 않는다. 자료: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운동하는 목적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통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지만 날씬한 몸매나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얻으려고 운동하기도 한다. 어떤 운동을 하든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그 운동이 자신의 성격과 맞는지, 혹은 건강 상태에 적합한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재미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했다간 몸만 상하고 중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주변에 많다. 최지윤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42)도 비슷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목을 정하는 데 5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몸 상태만 나빠졌다. 최 교수는 “운동에도 내게 맞는 짝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내게 맞는 운동 종목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전문의 과정을 마친 2012년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30대 초반 나이여서 그랬을까. 헬스나 에어로빅보다는 좀 더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종목에 끌렸다. 또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운동하기가 쉽지 않으니 주말 이틀 동안에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했다. 딱 맘에 드는 종목을 찾았다. 바로 실내 클라이밍. 기대했던 것보다 짜릿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손아귀 힘이 약한 탓에 주말 이틀 동안 50분씩 운동했을 뿐인데도 월요일이 되면 손 떨림이 심해졌다. 수술하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운동은 아무리 즐거워도 지속하기 어렵다. 6개월 만에 클라이밍을 접었다. 이후 최 교수는 다른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2년 정도 적응하는 동안에는 혼이 빠져나갈 것처럼 바빴다. 이틀마다 당직을 섰고, 수술에도 더 많이 참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거북목 현상이 나타났고, 어깨 뭉침과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운동량 부족이나 체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활동량이 많은 종목인 스쿼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니 엔도르핀이 솟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쪽 팔과 다리에 집중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오히려 어깨와 팔다리 통증이 더 심해진 것이다. 최 교수는 스쿼시를 포기했다. 그제야 재미만으로 운동 종목을 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건강을 염두에 두고 종목을 찾아다녔다. 5년 전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게 필라테스였다. ○필라테스, 2개월 만에 효과 나타나필라테스 전문강사는 최 교수에게 운동의 목적을 물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면 체중 감량에 집중하고, 건강관리가 목적이라면 증세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건강관리가 필요했다. 근력을 강화하고 몸의 균형감을 높여 통증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 최 교수의 몸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술 도중에 뒤로 물러나 스트레칭을 해야 했고, 수술이 끝나면 허리를 못 펼 정도로 아팠다. 병동 회진마저 ‘극한 노동’이었다. X레이를 찍어 보니 척추가 휘어져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체중 감량 다이어트는 사치에 가까웠다. 강사가 그의 어깨를 만져 보더니 “근육이 돌덩이처럼 뭉쳐 있어 마사지하는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강사가 최 교수에게 맞춰 개인교습 프로그램을 짰다. 매주 2회 50분씩, 주로 기구를 사용했다. 강사가 동작을 교정해 주면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지루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 효과도 나타났다. 2개월 후에는 몸이 가볍다고 느낄 만큼 어깨 뭉침이 많이 풀렸다. 3개월이 더 지나자 목과 어깨 주변 통증도 확연히 떨어졌다. 운동 경력이 쌓일수록 근육이 움직이는 범위도 늘어났다. 필라테스는 허리디스크, 골다공증(뼈엉성증), 고혈압, 녹내장,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등의 질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하는 운동이다. 동작이 과하거나 잘못될 경우 오히려 병이 악화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염려되지는 않았을까. 최 교수는 “운동 시작 전에 강사와 몸 상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본 동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을 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5년 필라테스, 효과는 얼마나?필라테스는 체형을 교정하는 효과가 크다.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5년 동안의 운동, 결과는 어떨까. 체형교정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살짝 굽은 등이 5년 사이에 거의 펴졌다. 영상 장비로 촬영해 이를 확인하기도 했다. 근력도 좋아졌다. 5년 전에는 당기거나 들지 못했던 무게의 스프링 기구도 지금은 거뜬해졌다. 숙면 효과도 봤다. 최 교수는 보통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든다. 과거에는 새벽 2시가 돼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설령 잠이 들어도 한두 시간마다 깼다. 운동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내 클라이밍이나 스쿼시를 할 때도 밤잠을 설치긴 매한가지였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후 달라졌다. 최 교수는 “신기하게도 요즘에는 자정에 잠자리에 들면 오전 6시까지 깨지 않고 푹 잔다. 덕분에 다음 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러 감량하지는 않았지만 2kg 정도 체중이 줄어든 것은 덤으로 얻은 효과다. 가장 염두에 뒀던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은 완전히 잡았을까. 최 교수는 “그 결과는 노력에 비례한다”고 했다. 주 2회 빠지지 않고 운동하면 통증은 거의 없다. 하지만 1주일만 걸러도 통증이 나타나고, 2주일을 빠지면 극심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주 3회 정도로 횟수를 늘려서 빨리 ‘좋은 몸’ 상태로 돌려놓는단다. 최 교수는 “수술하지 않고 통증을 잘 다스리려면 평생 운동해야 한다”며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필라테스 외에 활동 강도가 높은 운동 한 종목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거북목-어깨뭉침-요통 고치는 체조 거북목, 어깨 뭉침과 통증, 허리 통증. 세 가지 중 하나의 증세만 나타나도 하루 종일 피곤하고 온몸이 쑤신다. 하나의 운동 동작으로 이 세 증세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집에서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최지윤 교수가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해봤다. 우선 무릎을 꿇고 등을 곧추세운 채로 앉는다. 앞에는 폼 롤러를 두고 양 손날을 그 위에 세운다. 이어 상체를 굽히면서 폼 롤러를 앞으로 밀어내듯 굴린다(①). 이때 6∼8초에 걸쳐 숨을 내쉬면서 어깻죽지가 빠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천천히 밀어내는 게 중요하다. 폼 롤러를 완전히 밀어냈다면 그 상태로 6∼8초 버틴다(②). 이어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이때 머리나 팔에 힘을 주면서 폼 롤러를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등 부위에 힘을 주고 천천히 폼 롤러를 굴리면서 상체를 당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팔은 저절로 당겨지고 가슴도 펴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 자세로 돌아온 후 같은 동작을 추가로 2세트 반복하면 목과 어깨, 허리를 위한 충분한 스트레칭이 된다. 만약 이를 운동으로 활용하려면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하되 그때마다 5세트씩 해 주면 된다. 엎드린 상태에서 이 동작을 시행하면 운동 강도가 갑절은 강해진다. 반면 몸 상태가 너무 안 좋거나 노인의 경우에는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이때는 서서 하는 게 좋다. 우선 팔 길이만큼 벽과 떨어져 선다.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손으로 벽을 짚는다. 이어 엉덩이를 빼면서 상체를 6∼8초에 걸쳐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때 손바닥으로는 벽을 민다. 최대한 몸통을 끌어내린 후에는 다시 6∼8초에 걸쳐 상체를 끌어올린다. 이때 어깨가 아니라 몸통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③).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운동하는 목적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통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지만 날씬한 몸매나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얻으려고 운동하기도 한다. 어떤 운동을 하든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그 운동이 자신의 성격과 맞는지, 혹은 건강 상태에 적합한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재미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했다간 몸만 상하고 중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주변에 많다. 최지윤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42)도 비슷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목을 정하는 데 5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몸 상태만 나빠졌다. 최 교수는 “운동에도 내게 맞는 짝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 “내게 맞는 운동 종목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전문의 과정을 마친 2012년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30대 초반 나이여서 그랬을까. 헬스나 에어로빅보다는 좀 더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종목에 끌렸다. 또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운동하기가 쉽지 않으니 주말 이틀 동안에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했다. 딱 맘에 드는 종목을 찾았다. 바로 실내 클라이밍. 기대했던 것보다 짜릿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손아귀 힘이 약한 탓에 주말 이틀 동안 50분씩 운동했을 뿐인데도 월요일이 되면 손 떨림이 심해졌다. 수술하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운동은 아무리 즐거워도 지속하기 어렵다. 6개월 만에 클라이밍을 접었다. 이후 최 교수는 다른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2년 정도 적응하는 동안에는 혼이 빠져나갈 것처럼 바빴다. 이틀마다 당직을 섰고, 수술에도 더 많이 참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거북목 현상이 나타났고, 어깨 뭉침과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운동량 부족이나 체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활동량이 많은 종목인 스쿼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니 엔도르핀이 솟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쪽 팔과 다리에 집중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오히려 어깨와 팔다리 통증이 더 심해진 것이다. 최 교수는 스쿼시를 포기했다. 그제야 재미만으로 운동 종목을 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건강을 염두에 두고 종목을 찾아다녔다. 5년 전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게 필라테스였다. ● 필라테스, 2개월 만에 효과 나타나필라테스 전문강사는 최 교수에게 운동의 목적을 물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면 체중 감량에 집중하고, 건강관리가 목적이라면 증세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건강관리가 필요했다. 근력을 강화하고 몸의 균형감을 높여 통증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 최 교수의 몸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술 도중에 뒤로 물러나 스트레칭을 해야 했고, 수술이 끝나면 허리를 못 펼 정도로 아팠다. 병동 회진마저 ‘극한 노동’이었다. X레이를 찍어 보니 척추가 휘어져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체중 감량 다이어트는 사치에 가까웠다. 강사가 그의 어깨를 만져 보더니 “근육이 돌덩이처럼 뭉쳐 있어 마사지하는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강사가 최 교수에게 맞춰 개인교습 프로그램을 짰다. 매주 2회 50분씩, 주로 기구를 사용했다. 강사가 동작을 교정해 주면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지루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 효과도 나타났다. 2개월 후에는 몸이 가볍다고 느낄 만큼 어깨 뭉침이 많이 풀렸다. 3개월이 더 지나자 목과 어깨 주변 통증도 확연히 떨어졌다. 운동 경력이 쌓일수록 근육이 움직이는 범위도 늘어났다. 필라테스는 허리디스크, 골다공증(뼈엉성증), 고혈압, 녹내장,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등의 질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하는 운동이다. 동작이 과하거나 잘못될 경우 오히려 병이 악화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염려되지는 않았을까. 최 교수는 “운동 시작 전에 강사와 몸 상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본 동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을 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 5년 필라테스, 효과는 얼마나?필라테스는 체형을 교정하는 효과가 크다.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5년 동안의 운동, 결과는 어떨까. 체형교정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살짝 굽은 등이 5년 사이에 거의 펴졌다. 영상 장비로 촬영해 이를 확인하기도 했다. 근력도 좋아졌다. 5년 전에는 당기거나 들지 못했던 무게의 스프링 기구도 지금은 거뜬해졌다. 숙면 효과도 봤다. 최 교수는 보통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든다. 과거에는 새벽 2시가 돼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설령 잠이 들어도 한두 시간마다 깼다. 운동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내 클라이밍이나 스쿼시를 할 때도 밤잠을 설치긴 매한가지였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후 달라졌다. 최 교수는 “신기하게도 요즘에는 자정에 잠자리에 들면 오전 6시까지 깨지 않고 푹 잔다. 덕분에 다음 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러 감량하지는 않았지만 2㎏ 정도 체중이 줄어든 것은 덤으로 얻은 효과다. 가장 염두에 뒀던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은 완전히 잡았을까. 최 교수는 “그 결과는 노력에 비례한다”고 했다. 주 2회 빠지지 않고 운동하면 통증은 거의 없다. 하지만 1주일만 걸러도 통증이 나타나고, 2주일을 빠지면 극심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주 3회 정도로 횟수를 늘려서 빨리 ‘좋은 몸’ 상태로 돌려놓는단다. 최 교수는 “수술하지 않고 통증을 잘 다스리려면 평생 운동해야 한다”며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필라테스 외에 활동 강도가 높은 운동 한 종목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거북목 잡는 체조, 어떻게 해야할까 거북목, 어깨 뭉침과 통증, 허리 통증. 세 가지 중 하나의 증세만 나타나도 하루 종일 피곤하고 온몸이 쑤신다. 하나의 운동 동작으로 이 세 증세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집에서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최지윤 교수가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해봤다. 우선 무릎을 꿇고 등을 곧추세운 채로 앉는다. 앞에는 폼 롤러를 두고 양 손날을 그 위에 세운다. 이어 상체를 굽히면서 폼 롤러를 앞으로 밀어내듯 굴린다(①). 이때 6~8초에 걸쳐 숨을 내쉬면서 어깻죽지가 빠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천천히 밀어내는 게 중요하다. 폼 롤러를 완전히 밀어냈다면 그 상태로 6~8초 버틴다(②). 이어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이때 머리나 팔에 힘을 주면서 폼 롤러를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등 부위에 힘을 주고 천천히 폼 롤러를 굴리면서 상체를 당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팔은 저절로 당겨지고 가슴도 펴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 자세로 돌아온 후 같은 동작을 추가로 2세트 반복하면 목과 어깨, 허리를 위한 충분한 스트레칭이 된다. 만약 이를 운동으로 활용하려면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하되 그때마다 5세트씩 해 주면 된다. 엎드린 상태에서 이 동작을 시행하면 운동 강도가 갑절은 강해진다. 반면 몸 상태가 너무 안 좋거나 노인의 경우에는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이때는 서서 하는 게 좋다. 우선 팔 길이만큼 벽과 떨어져 선다.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손으로 벽을 짚는다. 이어 엉덩이를 빼면서 상체를 6~8초에 걸쳐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때 손바닥으로는 벽을 민다. 최대한 몸통을 끌어내린 후에는 다시 6~8초에 걸쳐 상체를 끌어올린다. 이때 어깨가 아니라 몸통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③).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세현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유방암 분야 베스트닥터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누적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나 된다. 안 교수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 2cm 이내로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로 유명하다. 지금은 여러 병원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환자의 유두 재건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최근 안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대여성암병원으로 옮겼을 때 그의 환자 중 20% 정도가 그를 따라 병원을 옮겼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2018년 전국 대학병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10대 암 베스트닥터를 뽑았을 때, 이어 2021년 포브스가 대한민국 100대 명의를 선정했을 때 안 교수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안 교수에게 유방암 등 여성암에 대처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여성암 예방하려면 비만부터 막아야안 교수는 “앞으로 최소한 20년 동안은 유방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적 문제 외에도 호르몬으로 비롯된 여러 문제가 원인이란다. 여기에 △식생활의 서구화 △늦은 출산 △고령화 등도 암 환자 증가 이유로 꼽힌다. 유방암만 그런 게 아니다. 자궁내막암이나 다른 여성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자궁경부암은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이 늘면서 감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여성암끼리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에 더 잘 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브라카(BRCA)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유방암 외에도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유방암을 치료할 때 쓰는 특정 호르몬제가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간혹 높일 수 있다. 여성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부터 관리해야 한다. 고열량 고지방 식단을 피해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대체로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할 것을 권장한다. 안 교수는 “다소 빤해 보이지만 이 원칙을 지킬 때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을 경고했다. 비만 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돼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암에 특별히 좋은 특정한 음식은 없을까. 안 교수는 “그런 음식은 없다”며 “만약 있다면 이미 치료제로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암에 걸려도 임신 가능성 높여암에 걸린 20, 30대 여성의 경우 질병과 싸워야 하는 것 말고도 출산 고민이 상당히 크다. 암에 걸리면 아기를 낳지 못할까. 안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환자의 의지가 강하면 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30대 중반의 유방암 환자 김미영(가명) 씨가 병원 두 곳을 다닌 끝에 안 교수를 찾아왔다. 김 씨는 임신 2개월째였다. 어렵게 얻은 아기라 반드시 낳고 싶지만 다른 병원에서 모두 고개를 저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신 7개월 이후에는 암 환자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아기가 충분히 자랐기 때문이다. 임신부 상태가 괜찮다면 ‘독한’ 항암치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태아가 3개월 이전인 경우에는 항암치료는 물론이고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안 교수는 우선 초음파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암의 크기는 다행히 작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전이가 된 것 같지도 않았다. 이어 암 재발 가능성 검사를 한 결과 ‘중간’ 점수가 나왔다.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 결과를 놓고 김 씨와 상의했다. 김 씨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 약물치료를 미루고 참겠다고 했다. 태아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가슴 부위만 국소마취하고 암을 떼어냈다. 3개월 후에는 초음파를 통해 림프샘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김 씨가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끝낼 때까지 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는 그제야 항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안 교수는 “얼마 전 김 씨에게서 아이가 네 살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며 웃었다. 안 교수는 암 환자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병기와 암의 크기 △나이 △출산 경험 등을 고려해 환자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그는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임신이 가능하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고 재발 가능성까지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의사의 풍부한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환우회 활동이 치료에 도움 줘2000년 안 교수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새순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매주 2회 병동을 방문해 환자들과 소통했다. 2003년에는 ‘핑크리본회’라는 환우회도 만들었다. 매달 두 번째 수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대중목욕탕을 통째로 빌려 핑크리본회 모임을 가졌다. 안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두 모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에 중단됐지만 조만간 재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안 교수는 2005년 5월 지방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올라오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사비(私費)로 병원 인근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안 교수는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1억7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환자들은 이 ‘쉼터 아파트’에서 5∼6주 머물면서 1박에 5000∼1만 원의 최소 경비만 내고 치료 받을 수 있었다. 이 쉼터 아파트는 2014년 5월까지 9년 동안 운영됐고, 이후 병실료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안 교수가 이토록 환자 모임에 적극적인 까닭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환자들이 질병 정보를 알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환우회 활동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 교수는 환우회 활동을 독려하는 편이다. 안 교수는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암 환자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어 정보가 넘쳐나도 이런 위로를 통해 치유하는 것은 여전히 환우회의 큰 역할이라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도입후 자궁내막암 치료 개선… 일부 1기환자는 자궁보존도”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에 발생하는 암이다. 자궁경부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미경 이대여성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고령화와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침범하기 전인 1기와 2기일 때는 주로 수술 치료를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는 초기에 진단된다.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다만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하면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진행성’ 자궁내막암은 재발률도 20∼50%,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다행히 최근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답보 상태였던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항암제 내성에 대한 기초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젊은 환자의 경우 임신을 위해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다만 1기이면서 암이 덜 치명적이거나 자궁 깊숙이 침투하지 않았을 때 가능하다.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유방암을 비롯한 여성암 예방법과 비슷하며 특효약은 따로 없다”며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세현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유방암 분야 베스트닥터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누적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나 된다. 안 교수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 2㎝ 이내로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로 유명하다. 지금은 여러 병원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환자의 유두 재건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최근 안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대여성암병원으로 옮겼을 때 그의 환자 중 20% 정도가 그를 따라 병원을 옮겼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2018년 전국 대학병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10대 암 베스트닥터를 뽑았을 때, 이어 2021년 포브스가 대한민국 100대 명의를 선정했을 때 안 교수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안 교수에게 유방암 등 여성암에 대처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여성암 예방하려면 비만부터 막아야 안 교수는 “앞으로 최소한 20년 동안은 유방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적 문제 외에도 호르몬 문제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게 원인이란다. 여기에 △식생활의 서구화 △늦은 출산 △고령화 등도 암 환자 증가 이유로 꼽힌다. 유방암만 그런 게 아니다. 자궁내막암이나 다른 여성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자궁경부암은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이 늘면서 감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여성암끼리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에 더 잘 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브라카(BRCA)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유방암 외에도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유방암을 치료할 때 쓰는 특정 호르몬제가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간혹 높일 수 있다. 여성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부터 관리해야 한다. 고열량 고지방 식단을 피해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대체로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할 것을 권장한다. 안 교수는 “다소 빤해 보이지만 이 원칙을 지킬 때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을 경고했다. 비만 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돼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암에 특별히 좋은 특정한 음식은 없을까. 안 교수는 “그런 음식은 없다”며 “만약 있다면 이미 치료제로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암에 걸려도 임신 가능성 높여 암에 걸린 20, 30대 여성의 경우 질병과도 싸워야 하는 것 말고도 출산 고민이 상당히 크다. 암에 걸리면 아기를 낳지 못할까. 안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환자의 의지가 강하면 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30대 중반의 유방암 환자 김미영(가명) 씨가 병원 두 곳을 다닌 끝에 안 교수를 찾아왔다. 김 씨는 임신 2개월째였다. 어렵게 얻은 아기라 반드시 낳고 싶지만 다른 병원에서 모두 고개를 저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신 7개월 이후에는 암 환자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아기가 충분히 자랐기 때문이다. 임신부 상태가 괜찮다면 ‘독한’ 항암치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태아가 3개월 이전에는 항암치료는 물론이고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안 교수는 우선 초음파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암의 크기는 다행히 작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전이가 된 것 같지도 않았다. 이어 암 재발 가능성 검사를 한 결과 ‘중간’ 점수가 나왔다.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 결과를 놓고 김 씨와 상의했다. 김 씨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 약물치료를 미루고 참겠다고 했다. 태아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가슴 부위만 국소마취하고 암을 떼어냈다. 3개월 후에는 초음파를 통해 림프샘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김 씨가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끝낼 때까지 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는 그제야 항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안 교수는 “얼마 전 김 씨에게서 아이가 네 살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며 웃었다. 안 교수는 암 환자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병기와 암의 크기 △나이 △출산 경험 등을 고려해 환자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그는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임신이 가능하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고 재발 가능성까지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의사의 풍부한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환우회 활동이 치료에 도움 줘 2000년 안 교수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새순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매주 2회 병동을 방문해 환자들과 소통했다. 2003년에는 ‘핑크리본회’라는 환우회도 만들었다. 매달 두 번째 수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대중목욕탕을 통째로 빌려 핑크리본회 모임을 가졌다. 안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두 모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에 중단됐지만 조만간 재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안 교수는 2005년 5월 지방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올라오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사비(私費)로 병원 인근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안 교수는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1억7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환자들은 이 ‘쉼터 아파트’에서 5~6주 머물면서 1박에 5000~1만 원의 최소 경비만 내고 치료 받을 수 있었다. 이 쉼터 아파트는 2014년 5월까지 9년 동안 운영됐고, 이후 병실료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안 교수가 이토록 환자 모임에 적극적인 까닭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환자들이 질병 정보를 알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환우회 활동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 교수는 환우회 활동을 독려하는 편이다. 안 교수는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암 환자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어 정보가 넘쳐나도 이런 위로를 통해 치유하는 것은 여전히 환우회의 큰 역할이라는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에 발생하는 암이다. 자궁경부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미경 이대여성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고령화와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침범하기 전인 1기와 2기일 때는 주로 수술 치료를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는 초기에 진단된다.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다만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하면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진행성’ 자궁내막암은 재발률도 20~50%,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다행히 최근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답보 상태였던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항암제 내성에 대한 기초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젊은 환자의 경우 임신을 위해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다만 1기이면서 암이 덜 치명적이거나 자궁 깊숙이 침투하지 않았을 때 가능하다. 모든 환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유방암을 비롯한 여성암 예방법과 비슷하며 특효약은 따로 없다”며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를 웃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 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은 95%를 넘어서고 있으며, 2기에 발견해도 90% 이상이다. 임파선으로 여러 개의 암이 전이된 3기의 경우에도 70∼80% 정도다. 다만 폐, 뼈,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부터는 5년 생존율은 30∼40%대로 낮아진다. 최근에는 환자의 70%는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한다. 덕분에 유방암 환자의 95%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가 암 덩어리와 주변의 일부 조직을 절제하되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유방보존술이다. 보존술이 불가능할 경우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로봇 유방절제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방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이대여성암병원의 임우성 유방암센터장(외과 교수)과 곽성찬 외과 교수에게 유방암 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임 교수는 최근 12년 동안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면서 합병증이나 암 조각이 남아있는 ‘불완전한 절제’ 등의 이유로 인한 재수술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이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달 중 로봇 유방절제술을 시행한다. 곽 교수는 이 수술을 주로 담당한다. ○ “유방 살리면 암 치료 효과도 높아”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방암 환자의 80% 이상은 유방을 완전히 절제했다. 유두를 포함한 피부 일부와 유선 조직 전체를 제거했다. 혹시라도 있을 암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해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암 환자 상당수가 이미 암이 넓게 퍼졌거나 전이된 후 발견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는 환자가 늘었다. 암 덩어리가 클 경우에도 항암요법을 통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할 만큼 의료 기술도 발전했다. 다른 암의 경우 얼마나 암 덩어리를 완벽하게 제거하느냐가 목표다. 유방암 치료에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방을 보존하거나 재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일종의 미용 성형으로 규정했다. 암 치료와 관계없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유방이 제거된 여성은 자존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우울증까지 생긴다. 유방이 없다고 해서 실제로 암이 재발하는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지만 재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이로 인해 암 치료 효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임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유방 보존과 재건술은 미용 성형이 아니라 암 치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존술, 암의 크기에 달려 있어 유방보존술은 조기 유방암의 표준 치료로 여겨진다. 하지만 암의 병기와 유방보존술의 상관관계는 낮다. 임파선으로 전이된 3기에도 가능하지만 암의 가장 초기인 0기에도 불가능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암의 크기와 다발성, 위치가 수술 결정의 요소”라고 했다. 암 덩어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작더라도 수많은 암 세포가 넓은 부위에 퍼져 있거나, 암 세포가 유두를 침범했다면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4기의 경우는 어떨까. 임 교수는 “항암 치료 효과가 좋아 일정기간 동안 암 세포의 크기가 작아지고 추가적인 병변이 생기지 않으면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가 듣지 않을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며 수술 치료는 어렵다. 유방보존술의 핵심은 수술 이후에도 수술 이전과 미용과 기능에서 덜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 교수는 암의 위치와 상관없이 유륜(乳輪)의 원형 곡선을 따라 피부의 일부를 절개한 뒤 암 세포만 제거한다. 이렇게 하면 수술 흉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방 안쪽의 유선 조직을 과도하게 제거할 경우 피부와 근육이 들러붙어 팔을 들어올리는 게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조직은 최대한 살리고 암 덩어리만 긁어낸다. 일반적으로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3∼10%는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합병증 또는 불완전한 절제 등의 부작용 때문에 재수술을 받는다. 다만 임 교수는 아직 이런 재수술을 시행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수술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후 출혈 같은 부작용만 없다면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유방 절제 후 재건 수술 진행암 덩어리가 크거나 다발성일 때 혹은 암이 유두까지 침범했을 때는 유방을 온전히 보존하기 힘들다. 이 경우 암 덩어리 제거가 우선이다. 어쩔 수 없이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보통은 유방의 상단 부위에 5∼10cm를 절개한다. 임 교수는 유륜 주변을 따라 최소한으로 절개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안에 있는 유선 조직을 제거한다. 임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미용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을 염두에 둘 경우 근막과 근육 조직은 그대로 둔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성형외과와의 다학제 시스템을 통해 동시에 재건 수술을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 유방암 환자의 30%는 유방을 절제하는데, 대부분은 재건 수술을 동시에 받는다. 재건 수술을 할 때는 유방 조직이 있던 공간에 보형물이나 자가(自家) 조직을 집어넣고 유방 모양을 다시 만들어준다. 임 교수는 보형물 삽입 위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간혹 보형물을 근육 내부에 집어넣을 경우 통증이나 운동 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와 근육 사이에 보형물을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경우도 있다. 가령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는 염증성 유방암의 경우 모든 조직을 제거한 후에도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삽입한 보형물이 딱딱해지고 찌그러져 유방의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곽 교수는 “이 경우 미용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장단점 알아둬야대장암이나 위암일 때는 복강경 시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내시경 수술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복부와 달리 유방 안에 내시경을 넣을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큰 이유다. 그 단점을 극복한 것이 로봇 수술이다. 유방암 수술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2016년경이다. 주로 유방절제술에 로봇을 쓴다. 유방 재건을 염두에 두고 의사가 직접 수술을 할 경우 보통은 가슴 위쪽으로 10cm 정도를 절개한다. 반면 로봇 수술을 할 때는 겨드랑이와 유방 아래쪽 사이를 4cm 절개한다. 절개 길이가 작을 뿐 아니라 눈에도 덜 띈다. 곽 교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최소화해 미용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3차원으로 확대된 영상을 보면서 시야를 확보해 좁은 부위까지 쉽게 접근 가능하며 손 떨림을 막고 미세한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만큼 더욱 정교하게 수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곽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환자들의 수술 후 만족도가 실제로 높다”고 했다. 다만 재발률이나 회복 기간 등은 의사의 직접 절제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것도 흠이다. 대체로 유방 절제와 재건에 드는 로봇수술 비용은 1000만∼2000만 원으로 그 이상 들 때도 있다. 직접 절제 수술 비용은 300만 원 내외다. 모든 환자가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임파선으로 암이 상당히 전이된 경우에는 로봇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임파선의 암을 다 긁어내기 힘들 뿐 아니라 로봇이 들어갈 통로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가 추세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를 웃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 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은 95%를 넘어서고 있으며, 2기에 발견해도 90% 이상이다. 임파선으로 여러 개의 암이 전이된 3기의 경우에도 70~80% 정도다. 다만 폐, 뼈,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부터는 5년 생존율은 30~40%대로 낮아진다. 최근에는 환자의 70%는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한다. 덕분에 유방암 환자의 95%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가 암 덩어리와 주변의 일부 조직을 절제하되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유방보존술이다. 보존술이 불가능할 경우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로봇 유방절제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방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이대여성암병원의 임우성 유방암센터장(외과 교수)과 곽성찬 외과 교수에게 유방암 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임 교수는 최근 12년 동안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면서 합병증이나 암 조각이 남아있는 ‘불완전한 절제’ 등의 이유로 인한 재수술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이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 달 중 로봇 유방절제술을 시행한다. 곽 교수는 이 수술을 주로 담당한다. ●“유방 살리면 암 치료 효과도 높아”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방암 환자의 80% 이상은 유방을 완전히 절제했다. 유두를 포함한 피부 일부와 유선 조직 전체를 제거했다. 혹시라도 있을 암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해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암 환자 상당수가 이미 암이 넓게 퍼졌거나 전이된 후 발견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는 환자가 늘었다. 암 덩어리가 클 경우에도 항암요법을 통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할 만큼 의료 기술도 발전했다. 다른 암의 경우 얼마나 암 덩어리를 완벽하게 제거하느냐가 목표다. 유방암 치료에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방을 보존하거나 재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일종의 미용 성형으로 규정했다. 암 치료와 관계없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유방이 제거된 여성은 자존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우울증까지 생긴다. 유방이 없다고 해서 실제로 암이 재발하는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지만 재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이로 인해 암 치료 효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임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유방 보존과 재건술은 미용 성형이 아니라 암 치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존술, 암의 크기에 달려있어 유방보존술은 조기 유방암의 표준 치료로 여겨진다. 하지만 암의 병기와 유방보존술과의 상관관계는 낮다. 임파선으로 전이된 3기에도 가능하지만 암의 가장 초기인 0기에도 불가능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암의 크기와 다발성, 위치가 수술 결정의 요소”라고 했다. 암 덩어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작더라도 수많은 암 세포가 넓은 부위에 퍼져 있거나, 암 세포가 유두를 침범했다면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4기의 경우는 어떨까. 임 교수는 “항암 치료 효과가 좋아 일정기간동안 암 세포의 크기가 작아지고 추가적인 병변이 생기지 않으면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가 듣지 않을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며 수술 치료는 어렵다. 유방보존술의 핵심은 수술 이후에도 수술 이전과 미용과 기능에서 덜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 교수는 암의 위치와 상관없이 유륜의 원형 곡선을 따라 피부의 일부를 절개한 뒤 암 세포만 제거한다. 이렇게 하면 수술 흉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방 안쪽의 유선 조직을 과도하게 제거할 경우 피부와 근육이 들러붙어 팔을 들어올리는 게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조직은 최대한 살리고 암 덩어리만 긁어낸다. 일반적으로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3~10%에서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합병증 또는 불완전한 절제 등의 부작용 때문에 재수술을 받는다. 다만 임 교수는 아직 이런 재수술을 시행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수술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후 출혈과 같은 부작용만 없다면 다음날 퇴원이 가능하다. ●유방 절제 후 재건 수술 진행암 덩어리가 크거나 다발성일 때 혹은 암이 유두까지 침범했을 때는 유방을 온전히 보존하기 힘들다. 이 경우 암 덩어리 제거가 우선이다. 어쩔 수 없이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보통은 유방의 상단 부위에 5~10㎝를 절개한다. 임 교수는 유륜(乳輪) 주변을 따라 최소한으로 절개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안에 있는 유선 조직을 제거한다. 임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미용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을 염두에 둘 경우 근막과 근육 조직은 그대로 둔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성형외과와 다학제 시스템을 통해 동시에 재건 수술을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 유방암 환자의 30%는 유방을 절제하는데, 대부분은 재건 수술을 동시에 받는다. 재건 수술을 할 때는 유방 조직이 있던 공간에 보형물이나 자가(自家) 조직을 집어넣고 유방 모양을 다시 만들어준다. 임 교수는 보형물 삽입 위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간혹 보형물을 근육 내부에 집어넣을 경우 통증이나 운동 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와 근육 사이에 보형물을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경우도 있다. 가령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는 염증성 유방암의 경우 모든 조직을 제거한 후에도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삽입한 보형물이 딱딱해지고 찌그러져 유방의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곽 교수는 “이 경우 미용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장단점 알아둬야대장암이나 위암일 때는 복강경 시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내시경 수술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복부와 달리 유방 안에 내시경을 넣을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큰 이유다. 그 단점을 극복한 것이 로봇 수술이다. 유방암 수술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2016년경이다. 주로 유방절제술에 로봇을 쓴다. 유방 재건을 염두에 두고 의사가 직접 수술을 할 경우 보통은 가슴 위쪽으로 10㎝ 정도를 절개한다. 반면 로봇 수술을 할 때는 겨드랑이와 유방 아래쪽 사이를 4㎝ 절개한다. 절개 길이도 작을 뿐 아니라 눈에도 덜 띈다. 곽 교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최소화해 미용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3차원으로 확대된 영상을 보면서 시야를 확보하고 좁은 부위까지 쉽게 접근 가능하며 손 떨림을 막고 미세한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만큼 더욱 정교하게 수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곽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환자들의 수술 후 만족도가 실제로 높다”고 했다. 다만 재발률이나 회복 기간 등은 의사의 직접 절제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것도 흠이다. 대체로 유방 절제와 재건에 드는 로봇수술 비용은 1000만~2000만 원으로 그 이상 들 때도 있다. 직접 절제 수술비용은 300만 원 내외다. 모든 환자가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임파선으로 암이 상당히 전이가 된 경우에는 로봇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임파선의 암을 다 긁어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로봇이 들어갈 통로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25만4718명의 암 환자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남자(3.4%)보다 여자(3.9%)가 컸다. 10만 명당 발생률의 경우 남자는 308.7명에서 308.1명으로 0.6명 감소했지만 여자는 290.8명에서 297.4명으로 6.6명 늘었다. 여성 암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고령화 외에도 늦은 결혼과 저출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대여성암병원과 공동으로 여성암을 극복하기 위한 시리즈를 3회 싣는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피부 접촉이나 성관계 등으로 감염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2위(갑상샘암 제외)다. 서양에 비해 국내 발생이 많은 편으로 최근 감소 추세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검진이 이뤄지고 있어 암의 전 단계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백신 예방 접종을 시행하는 것도 발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무서운’ 암이다. 김윤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에게 치료법을 물었다.○ 개복-복강경 수술, 어느 게 좋을까일반적으로 자궁경부와 질의 상부까지만 암이 퍼져 있는 1기와 2기를 조기 암으로 규정한다. 암이 주변 조직이나 림프선으로 확대되거나 방광이나 장까지 침범했을 경우 3기 혹은 4기로 구분한다. 조기 암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3기와 4기의 경우에는 암의 크기나 상태 등에 따라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거나 항암 치료만 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이 되기 직전 단계를 자궁경부상피내암이라고 한다. 이때 자궁경부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자궁경부의 길이가 짧아지면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젊은 미혼 여성에 대해서는 자궁경부를 최대한 보존해서 수술하며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열어 수술하는 개복 수술이 대세였다. 최근에는 복강경, 로봇 등 수술 방법이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통증이 적고 수술 후 관리도 편하고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수술 결과는 비슷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조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다를 수 있다는 국제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2018년 발표됐다. 수술 받은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4년간 추적한 결과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률은 14%였다. 반면 개복 수술은 3.5%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로 평가받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렸다. 논문은 당시 의사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는 개복 수술로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다면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옳지 않은 것일까.○ 환자 맞춤형 수술이 가장 중요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에 앞서 2013년에 이미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에서 복강경 수술을 한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의 5년 재발률은 14%, 개복 수술 환자는 5%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후 이대여성암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수술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조기 암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복강경 수술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재발 위험이 낮고 암의 크기가 작다면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 수술의 이점이 더 크다. 다만 △암 덩어리가 2∼3cm를 초과할 정도로 크거나 △암의 악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며 △자궁경부 내부에서 상당히 진행됐으며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이런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며 “그 경우 추가 검사를 하고, 다학제 회의와 상담을 거쳐 최종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이 병원 자궁경부암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발률은 10년 전 8.1%에서 최근 4.2%로 뚝 떨어졌다. 특히 1기 환자만 놓고 보면 재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김 교수는 “수술의 질적 평가와 다학제 회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대한의학회 영문저널(JKMS)에 게재됐다.○ 재발암 수술-방광 재건 동시 시행 자궁경부암이 재발했거나 국소 진행이 됐을 때는 자궁과 주변 장기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방광, 직장까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은 상당히 난도가 높다. 6∼1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다. 4년 전 60대 초반의 이미순(가명) 씨가 자궁경부암이 재발해 김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가 보니 골반 벽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골반은 혈관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폭이 좁아서 수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골반 벽 일부를 깎아내 모든 암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광범위하게 절제를 하면 방광까지 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 환자들은 소변주머니를 차야 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를 피하려면 인공방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고난도 수술에 속한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인공방광수술 건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병원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가 발생할 경우 비뇨기병원과 다학제 협의를 통해 암 수술과 동시에 방광재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50대 초반의 박영미(가명) 씨가 자궁경부암 항암 방사선 치료의 합병증으로 방광과 질 사이에 비정상적 통로인 ‘누공’이 생겼고, 소변은 방광에 모이지 못하고 질로 흘러나왔다. 박 씨는 병원 3곳을 돌아다닌 끝에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자궁, 방광, 질 상부를 절제하고 인공방광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 내달 1일 이대여성암병원 확장 개소… “질환 특성 맞춰 전문화-세분화” 다음 달 1일 이대여성암병원이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확장 개소한다.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장(사진)은 “유방암이나 갑상샘암 등 질환 특성에 맞춰 전문화하고 세분화하기 위해 확장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크게 △유방암센터 △갑상샘암센터 △부인종양센터 등 3개 센터로 운영된다. 부인종양센터는 다시 △재발성부인암센터 △가임력보존센터 △로봇수술센터로 구분했다. 진료 공간을 넓히면서 총 진료실은 10개로 늘어났다. 유방촬영기와 같은 첨단장비도 추가 도입했다. 아울러 유방암 수술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안세현 교수를 영입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2009년 3월 문을 열었다. 국내 대학병원 처음으로 암 진단 후 1주일 이내 수술, 첫 방문 당일 진료와 검사를 한 장소에서 시행했다. 여성암 환자만을 위한 레이디병동을 국내 처음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여성암센터를 특성화하고 성공한 대표 사례로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병원은 물론 해외에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대여성암병원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여러 국가와 미국, 중국, 멕시코, 몽골 등 60여 개 나라의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았다. 문 병원장은 “여성암 예방의 길잡이로서 암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암은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
《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25만4718명의 암 환자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남자(3.4%)보다 여자(3.9%)가 컸다. 10만 명당 발생률의 경우 남자는 308.7명에서 308.1명으로 0.6명 감소했지만 여자는 290.8명에서 297.4명으로 6.6명 늘었다. 여성 암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고령화 외에도 늦은 결혼과 저출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대여성암병원과 공동으로 여성암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암, 난치는 없다’ 시리즈를 3회 싣는다.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 》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피부 접촉이나 성관계 등으로 감염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2위(갑상샘암 제외)다. 서양에 비해 국내 발생이 많은 편으로 최근 감소 추세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검진이 이뤄지고 있어 암의 전 단계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백신 예방 접종을 시행하는 것도 발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무서운’ 암이다. 김윤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에게 치료법을 물었다. 개복-복강경 수술, 어느 게 좋을까일반적으로 자궁경부와 질의 상부까지만 암이 퍼져 있는 1기와 2기를 조기 암으로 규정한다. 암이 주변 조직이나 림프선으로 확대되거나 방광이나 장까지 침범했을 경우 3기 혹은 4기로 구분한다. 조기 암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3기와 4기의 경우에는 암의 크기나 상태 등에 따라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거나 항암 치료만 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이 되기 직전 단계를 자궁경부상피내암이라고 한다. 이때 자궁경부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자궁경부의 길이가 짧아지면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젊은 미혼 여성에 대해서는 자궁경부를 최대한 보존해서 수술하며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열어 수술하는 개복 수술이 대세였다. 최근에는 복강경, 로봇 등 수술 방법이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통증이 적고 수술 후 관리도 편하고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수술 결과는 비슷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조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다를 수 있다는 국제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2018년 발표됐다. 수술 받은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4년간 추적한 결과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률은 14%였다. 반면 개복 수술은 3.5%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로 평가받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렸다. 논문은 당시 의사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는 개복 수술로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다면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옳지 않은 것일까.환자 맞춤형 수술이 가장 중요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에 앞서 2013년에 이미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에서 복강경 수술을 한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의 5년 재발률은 14%, 개복 수술 환자는 5%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후 이대여성암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수술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조기 암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복강경 수술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재발 위험이 낮고 암의 크기가 작다면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 수술의 이점이 더 크다. 다만 △암 덩어리가 2~3cm를 초과할 정도로 크거나 △암의 악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며 △자궁경부 내부에서 상당히 진행됐으며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이런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며 “그 경우 추가 검사를 하고, 다학제 회의와 상담을 거쳐 최종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이 병원 자궁경부암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발률은 10년 전 8.1%에서 최근 4.2%로 뚝 떨어졌다. 특히 1기 환자만 놓고 보면 재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김 교수는 “수술의 질적 평가와 다학제 회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대한의학회 영문저널(JKMS)에 게재됐다. 재발암 수술-방광 재건 동시 시행 자궁경부암이 재발했거나 국소 진행이 됐을 때는 자궁과 주변 장기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방광, 직장까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은 상당히 난도가 높다. 6~1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다. 4년 전 60대 초반의 이미순(가명) 씨가 자궁경부암이 재발해 김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가 보니 골반 벽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골반은 혈관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폭이 좁아서 수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골반 벽 일부를 깎아내 모든 암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광범위하게 절제를 하면 방광까지 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 환자들은 소변주머니를 차야 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를 피하려면 인공방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고난도 수술에 속한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인공방광수술 건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병원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가 발생할 경우 비뇨기병원과 다학제 협의를 통해 암 수술과 동시에 방광재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50대 초반의 박영미(가명) 씨가 자궁경부암 항암 방사선 치료의 합병증으로 방광과 질 사이에 비정상적 통로인 ‘누공’이 생겼고, 소변은 방광에 모이지 못하고 질로 흘러나왔다. 박 씨는 병원 3곳을 돌아다닌 끝에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자궁, 방광, 질 상부를 절제하고 인공방광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다음 달 1일 이대여성암병원이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확장 개소한다.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장(사진)은 “유방암이나 갑상샘암 등 질환 특성에 맞춰 전문화하고 세분화하기 위해 확장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크게 △유방암센터 △갑상샘암센터 △부인종양센터 등 3개 센터로 운영된다. 부인종양센터는 다시 △재발성부인암센터 △가임력보존센터 △로봇수술센터로 구분했다. 진료 공간을 넓히면서 총 진료실은 10개로 늘어났다. 유방촬영기와 같은 첨단장비도 추가 도입했다. 아울러 유방암 수술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안세현 교수를 영입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2009년 3월 문을 열었다. 국내 대학병원 처음으로 암 진단 후 1주일 이내 수술, 첫 방문 당일진료와 검사를 한 장소에서 시행했다. 여성암 환자만을 위한 레이디병동을 국내 처음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여성암센터를 특성화하고 성공한 대표 사례로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병원은 물론 해외에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대여성암병원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여러 국가와 미국, 중국, 멕시코, 몽골 등 60여 개 나라의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았다. 문 병원장은 “여성암 예방의 길잡이로서 암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암은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0대 주부 이연순(가명) 씨는 몇 년 전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대형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와 전기자극을 주는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새로운 병을 발견했다. 뇌 검사에서 작은 뇌동맥류(꽈리)가 발견된 것이다. 의사는 아직까지는 크기가 작아 응급 처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일부가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이 혈관이 터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 또한 두통과 같은 증세도 없었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씨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검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해까지 이 병원의 건강검진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각각의 장기별로 최적의 검사장비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뇌 검사 어떤 게 좋을까뇌 기능 검사 장비는 여러 개가 있다. 뇌 CT(컴퓨터단층촬영)는 여러 방향에서 X선을 쏘아 뇌의 단면 영상을 얻는다. 뇌출혈, 뇌경색, 골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나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의 뇌 검사에 많이 쓰인다. 다만 혈관의 막힘 정도나 꽈리 존재 여부, 뇌 위축 등의 구체적 상태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 또한 단점이다. 뇌 MRI(자기공명영상)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를 확인할 때 자주 사용된다. 치매나 뇌종양 등을 확인하는 데 좋다. 정밀도가 높고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검사 시간이 1시간 내외로 긴 게 단점이다. 뇌 MRI와 비슷하지만 혈관에 특화된 검사로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가 있다. 뇌동맥류나 혈관 기형 등 뇌혈관 질환을 확인할 때 사용된다. 뇌출혈 가족력이 있을 경우 이 검사가 권장된다. 이 외에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검사도 있다. 뇌의 감각 피질이나 운동 피질, 시각 피질 등 뇌 부위별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대체로 CT나 MRI로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뇌 기능이 이상할 때, 퇴행성 뇌질환이나 정신과 질환이 심할 때 사용된다.○부위와 장기별로 적합한 장비는?복강에 있는 간, 신장, 췌장, 전립샘(전립선), 자궁, 난소 등 장기의 이상은 1차로 초음파 검사로 확인한다. 초음파가 액체를 잘 통과하는 성질이 있어 굳이 CT나 MRI를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장기에 가려진 췌장은 초음파 검사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CT는 장기 내부를 촬영하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췌장을 포함해 폐, 간, 신장 등 흉복부의 암을 확인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장기들은 1차 초음파에서 암이 의심되면 2차로 CT를 촬영한다. CT는 단단한 뼈를 촬영하기에도 좋다. 골절 여부를 확인할 때도 CT 검사가 좋다. 다만 방사선량이 많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보통 의료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되는 최대 방사선 피폭량은 50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의 단위)이다. 가급적 5년 동안 매년 평균 20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된다. 복부 CT의 방사선 피폭량은 8mSv이다. 세 번만 CT 검사를 해도 연평균 권고량을 넘어서게 된다. CT의 약점은 또 있다. 혈관 내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MRI가 더 좋다. MRI는 혈관질환 외에도 염증이나 혹을 파악하거나 신경과 근육조직의 이상을 감별하는 데도 적합하다. 허리에 이상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MRI를 찍는 게 이 때문이다. 허리뼈 근처의 근육조직과 신경을 보려는 것이다. 만약 뼈에 원인이 있다면 CT 검사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MRI는 자기장의 변화를 활용해 신체 데이터를 3차원으로 촬영한다. 방사선이 없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게 장점이다. 다만 CT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길고, 검사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과잉 검진 피하고 반드시 결과 확인CT나 MRI 검사는 정밀검사에 해당한다. 치료가 아닌 검진 목적으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용도 만만찮다. 그래도 정확도가 높으니 가급적 이런 검사를 받는 게 좋을까. 조 교수는 “모든 질병에 대해 정밀검사가 우선적으로 여겨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폐결핵과 폐렴은 흉부 X선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골절이나 뼈암 또한 X선으로 판독할 수 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CT나 MRI보다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과도한 검사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전신의 암을 발견한다고 알려져 있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복부 CT의 두 배인 14mSv에 이른다. 단 한 번 검사만으로 의료인의 연평균 방사선 피폭 권장량 상한선에 근접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살짝 맞으면 멍이 들지만 강하게 맞으면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강한 방사선을 쐬면 단순한 부작용을 넘어 유전자 돌연변이나 암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PET CT를 검진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뇌혈관을 좀 더 자세히 찍겠다며 fMRI 검사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 교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fMRI의 경우 뇌혈관에 문제가 있을 때 시행하는 검사로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끔 혈액 한 방울로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등의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의학 기술이 발달한 건 아니다”라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최소 2년마다 검진을… 가족력 질병 추가 검사… 결과 설명 꼭 들어야” 조경환 교수의 건강검진 조언조경환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가급적 매년, 미룬다 해도 2년 주기로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국가암검진과 국민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의 시작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가급적 사전에 검진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질병 가족력을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조 교수 또한 친척이 40대 후반에 뇌출혈로 사망한 이후 자신의 가족들이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을 매년 받는다. 한 명이 실제로 뇌혈관 질환이 발견돼 출혈이 되기 전에 대처할 수 있었다. 검진을 받은 후 과정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검진을 다 마쳐 놓고도 결과표를 대충 훑어보고 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반드시 검진기관에 문의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하며 그게 어렵다면 자신이 다니는 의원에 결과표를 들고 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얼마 후에 재검사를 해야 하는지, 추가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사후 결과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것이 검진의 최종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0대 주부 이연순(가명) 씨는 몇 년 전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대형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와 전기자극을 주는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새로운 병을 발견했다. 뇌 검사에서 작은 뇌동맥류(꽈리)가 발견된 것이다. 의사는 아직까지는 크기가 작아 응급 처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일부가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이 혈관이 터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 또한 두통과 같은 증세도 없었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씨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검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해까지 이 병원의 건강검진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각각의 장기별로 최적의 검사장비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뇌 검사 어떤 게 좋을까뇌 기능 검사 장비는 여러 개가 있다. 뇌 CT(컴퓨터단층촬영)는 여러 방향에서 X선을 쏘아 뇌의 단면 영상을 얻는다. 뇌출혈, 뇌경색, 골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나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의 뇌 검사에 많이 쓰인다. 다만 혈관의 막힘 정도나 꽈리 존재 여부, 뇌 위축 등의 구체적 상태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 또한 단점이다. 뇌 MRI(자기공명영상)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를 확인할 때 자주 사용된다. 치매나 뇌종양 등을 확인하는 데 좋다. 정밀도가 높고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검사 시간이 1시간 내외로 긴 게 단점이다. 뇌 MRI와 비슷하지만 혈관에 특화된 검사로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가 있다. 뇌동맥류나 혈관 기형 등 뇌혈관 질환을 확인할 때 사용된다. 뇌출혈 가족력이 있을 경우 이 검사가 권장된다. 이 외에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검사도 있다. 뇌의 감각 피질이나 운동 피질, 시각 피질 등 뇌 부위별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대체로 CT나 MRI로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뇌 기능이 이상할 때, 퇴행성 뇌질환이나 정신과 질환이 심할 때 사용된다. ● 부위와 장기별로 적합한 장비는?복강에 있는 간, 신장, 췌장, 전립샘(전립선), 자궁, 난소 등 장기의 이상은 1차로 초음파 검사로 확인한다. 초음파가 액체를 잘 통과하는 성질이 있어 굳이 CT나 MRI를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장기에 가려진 췌장은 초음파 검사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CT는 장기 내부를 촬영하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췌장을 포함해 폐, 간, 신장 등 흉복부의 암을 확인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장기들은 1차 초음파에서 암이 의심되면 2차로 CT를 촬영한다. CT는 단단한 뼈를 촬영하기에도 좋다. 골절 여부를 확인할 때도 CT 검사가 좋다. 다만 방사선량이 많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보통 의료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되는 최대 방사선 피폭량은 50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의 단위)이다. 가급적 5년 동안 매년 평균 20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된다. 복부 CT의 방사선 피폭량은 8mSv이다. 세 번만 CT 검사를 해도 연평균 권고량을 넘어서게 된다. CT의 약점은 또 있다. 혈관 내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MRI가 더 좋다. MRI는 혈관질환 외에도 염증이나 혹을 파악하거나 신경과 근육조직의 이상을 감별하는 데도 적합하다. 허리에 이상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MRI를 찍는 게 이 때문이다. 허리뼈 근처의 근육조직과 신경을 보려는 것이다. 만약 뼈에 원인이 있다면 CT 검사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MRI는 자기장의 변화를 활용해 신체 데이터를 3차원으로 촬영한다. 방사선이 없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게 장점이다. 다만 CT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길고, 검사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 과잉 검진 피하고 반드시 결과 확인CT나 MRI 검사는 정밀검사에 해당한다. 치료가 아닌 검진 목적으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용도 만만찮다. 그래도 정확도가 높으니 가급적 이런 검사를 받는 게 좋을까. 조 교수는 “모든 질병에 대해 정밀검사가 우선적으로 여겨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폐결핵과 폐렴은 흉부 X선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골절이나 뼈암 또한 X선으로 판독할 수 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CT나 MRI보다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과도한 검사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전신의 암을 발견한다고 알려져 있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복부 CT의 두 배인 14mSv에 이른다. 단 한 번 검사만으로 의료인의 연평균 방사선 피폭 권장량 상한선에 근접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살짝 맞으면 멍이 들지만 강하게 맞으면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강한 방사선을 쐬면 단순한 부작용을 넘어 유전자 돌연변이나 암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PET CT를 검진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뇌혈관을 좀 더 자세히 찍겠다며 fMRI 검사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 교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fMRI의 경우 뇌혈관에 문제가 있을 때 시행하는 검사로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끔 혈액 한 방울로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등의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의학 기술이 발달한 건 아니다”라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검진 결과는 반드시 확인하라 조경환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가급적 매년, 미룬다 해도 2년 주기로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국가암검진과 국민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의 시작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가급적 사전에 검진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질병 가족력을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조 교수 또한 친척이 40대 후반에 뇌출혈로 사망한 이후 자신의 가족들이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매년 받는다. 한 명이 실제로 뇌혈관 질환이 발견돼 출혈이 되기 전에 대처할 수 있었다. 검진을 받은 후 과정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검진을 다 마쳐 놓고도 결과표를 대충 훑어보고 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반드시 검진기관에 문의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하며 그게 어렵다면 자신이 다니는 의원에 결과를 들고 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얼마 후에 재검사를 해야 하는지, 추가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사후 결과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것이 검진의 최종 완성”이라고 설명했다.건강검진 체크리스트● 20, 30대-기본적 검사만으로 건강 상태 확인 가능 -키, 몸무게, 비만도, 심전도, 간 기능, 빈혈 여부 측정 -유방암 가족력 있는 여성은 유방암 검진 필요-학업과 취업 스트레스가 많고 당뇨병 발병 우려 있어 검사 필요● 40대-돌연사 관련 심장혈관, 뇌혈관, 경동맥 검사 필요-대사증후군 관련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검사 및 간 초음파와 비만도 측정 필요-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간암 등에 대한 검사 적극 권장 -직무 스트레스 검사 권장 ● 50대-조기 암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연령이므로 10대 암 검진 적극 권장-뇌혈류 검사, 골밀도 검사 등 전방위적 검사 필요-이상 소견 나타나면 추적 검사 적극 해야-퇴행성 관절 질환과 시력 청력 검사도 적극 권장 ● 60대 이후-노인성 질환 집중 검사 필요 -치매 스크리닝 검사, 뇌중풍 검사를 모두 진행해야 -전립샘, 췌장, 담도암 발생 빈도가 특히 높아질 시기이므로 신경 써야-퇴행성 질환에 대한 관리가 매우 필요질병 가족력이 있을 경우 연령에 상관없이 해당 질병 추가 검사 권장. 자료: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2030세대에서 테니스가 큰 인기다. 실내외 테니스장이 동호인들로 북적인다.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테니스를 즐기는 이도 많다. 테니스 관련 용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테니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급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운동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일단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데 좋다. 이리저리 코트를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반사신경과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젊은 세대에게는 다이어트 용도로 좋고, 중년 이후 건강관리에도 제격이다. 안지현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51)도 테니스 마니아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입문’했다. 부모님이 테니스 치는 모습을 보고 강하게 끌렸단다. 중학교 시절에도 테니스는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다. 입시 때문에 고교 때 잠시 중단했다가 의대 입학 후 재개했다. 이후 현재까지 라켓을 6개월 이상 놓아본 적이 없다. 어느덧 40여 년의 테니스 경력. 안 교수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 테니스는 건강관리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취미가 건강관리 수단이 됐다”대학 시절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최소한 주 2회 이상 테니스를 했다. 테니스장에 가기만 하면 3, 4시간 넘게 운동했다. 매년 2, 3개의 크고 작은 아마추어 테니스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의대테니스대회에서는 단식 8강에 오르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테니스에 매료됐다. 기술도 더 향상시키고 싶었고, 더 많은 시간을 내서 즐기고 싶었다. 잠잘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전공의 때에도 주말에는 꼭 사회인동호회를 찾아 테니스를 즐겼다. 요즘도 목요일에는 병원 테니스동호회에서, 휴일에는 사회인동호회에서 테니스를 한다. 주 1회 이상은 테니스를 하는데, 이유가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는 운동을 해야 중년 이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40대 중반 미국 연수 중에 생겼다. 당시 현지 의사 동료들을 관찰하다가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다. 업무에 적극적이고 활기찬 삶을 사는 이들은 대부분 농구, 달리기, 테니스 등 ‘격한 운동’을 1개 이상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런 운동을 통해 근력과 심폐지구력 등을 키워 업무에 적극 임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달려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때 테니스를 떠올렸다.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기보다는 취미를 운동으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 1회 이상 테니스’ 원칙을 지키고 있다. 어떤 종목이든 중년 이후 건강관리 용도로 나쁘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 중년 세대는 너무 빨리 포기하거나 종목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게 안 교수 얘기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대학 시절 테니스 친구 10여 명 중에 현재까지 지속하는 친구는 2, 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2시간 수술도 거뜬한 체력” 안 교수의 건강검진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혈압과 혈당은 모두 정상이다. 체중이 살짝 정상 범위를 넘어섰지만 체성분을 따져보면 근육량이 평균치를 상회한다. 종합해 보면 50대 초반 나이에 비해 상당히 건강하다는 것이 자평이다. 비결에 대해 “당연히 테니스를 오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하체 근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가령 수술할 때의 체력은 젊은 의사들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단다. 보통 오전 8시에 수술을 시작하면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내내 서 있었으면서도 피로를 덜 느낀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지금처럼만 체력을 관리한다면 60대가 돼도 거뜬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사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며 웃었다. 일상생활이 무기력해질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행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일상에 복귀한다. 그에겐 주말 테니스가 그 여행과 비슷하다. 주말에 흠뻑 땀을 빼고 나면 월요일부터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단다. 테니스 사랑은 가족으로도 확산했다. 그의 권유로 3개월 전, 아내와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가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안 교수는 가족이 함께 테니스 시합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부족한 운동량, ‘틈새 운동’으로 보충주 1, 2회 테니스만으로 운동량이 충분할까. 안 교수는 “사실 부족하다. 추가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운동량 부족을 이른바 ‘틈새 운동’으로 보충한다. 연구실에 ‘푸시업 바’를 비치해 뒀다. 틈나는 대로 팔굽혀펴기를 한다. 운동 요령이 있다. 먼저 팔굽혀펴기를 1회 하고, 일어서면서 곧바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이런 식으로 20회 반복하면 1세트가 된다. 1세트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 3분 정도다. 시간 날 때마다 이 운동을 한다. 하루에 최소한 10세트는 채운다. 다 이행하지 못하면 퇴근 후 집에서라도 반드시 채운다. 사실 이 운동을 하는 데는 테니스를 더욱 즐기려는 목적도 있단다. 틈새 운동을 통해 테니스에 필요한 근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코어 근육 강화에 좋다고 한다. 안 교수는 “띄엄띄엄 하더라도 하루에 10회만 채운다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해 보면 숨이 찰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헬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틈틈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병원에 있을 때는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매일 30개 층 높이 계단을 오르는데, 이 또한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근육 무리 없게 주 3회이내로… 무릎관절 안쪽 아플 땐 참지 말고 검사를 테니스 배울 때 부상방지법중년 이후에 테니스를 배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안지현 교수에게 그 방법을 들어봤다. 첫째, 너무 자주 테니스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질적인 근육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로 훈련도 하고 케어도 받는 직업적 선수와 달리 일반 동호인이라면 일주일에 3회 이내로 제한하는 게 좋다. 그래야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파열된 근육이 아물 수 있다. 둘째,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력이 약해지면 부상 위험도 커진다. 안 교수의 틈새 운동을 따라하는 것도 좋다. 1세트에 20회를 채우기 어렵다면 3회 혹은 5회부터 시작해서 점차 횟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매일 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운동 전 스트레칭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작정 라켓부터 잡았다가 종아리 근육 파열이 생길 수 있다. 종아리 근육 파열의 경우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보조기를 찬 채 6주 정도 생활해야 한다. 간혹 아킬레스건이 파열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 전 스트레칭은 꼭 지켜야 할 원칙이다. 특히 하체 스트레칭을 빠뜨리면 안 된다. 여러 동작을 하되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각각 5초 정도 유지하는 게 좋다. 넷째, 무릎 통증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안 교수에 따르면 운동 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10명 중 8명은 단순 근육통이다. 이런 근육통의 경우 무릎 앞쪽이 아플 때가 많다. 나머지 2명은 연골판 파열 혹은 인대 손상이다. 주로 뛰었다가 착지할 때 통증이 심해지며 무릎 관절 안쪽(접히는 부위)이 아프다. 통증을 참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2030세대에서 테니스가 큰 인기다. 실내외 테니스장에 동호인들로 북적인다.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테니스 관련 용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테니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급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운동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일단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데 좋다. 이리저리 코트를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반사신경과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젊은 세대에게는 다이어트 용도로 좋고, 중년 이후 건강관리에도 제격이다. 안지현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51)도 테니스 마니아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입문’했다. 부모님이 테니스 치는 모습을 보고 강하게 끌렸단다. 중학교 시절에도 테니스는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다. 입시 때문에 고교 때 잠시 중단했다가 의대 입학 후 재개했다. 이후 현재까지 라켓을 6개월 이상 놓아본 적이 없다. 어느덧 40여 년의 테니스 경력. 안 교수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 테니스는 건강관리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 “취미가 건강관리 수단이 됐다” 대학 시절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최소한 주 2회 이상 테니스를 했다. 테니스장에 가기만 하면 3, 4시간 넘게 운동했다. 매년 2, 3개의 크고 작은 아마추어 테니스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의대테니스대회에서는 단식 8강에 오르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테니스에 매료됐다. 기술도 더 향상시키고 싶었고, 더 많은 시간을 내서 즐기고 싶었다. 잠잘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전공의 때에도 주말에는 꼭 사회인동호회를 찾아 테니스를 즐겼다. 요즘도 목요일에는 병원 테니스동호회에서, 휴일에는 사회인동호회에서 테니스를 한다. 주 1회 이상은 테니스를 하는데, 이유가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는 운동을 해야 중년 이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40대 중반 미국 연수 중에 생겼다. 당시 현지 의사 동료들을 관찰하다가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다. 업무에 적극적이고 활기찬 삶을 사는 이들은 대부분 농구, 달리기, 테니스 등 ‘격한 운동’을 1개 이상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런 운동을 통해 근력과 심폐지구력 등을 키워 업무에 적극 임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달려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때 테니스를 떠올렸다.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기보다는 취미를 운동으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 1회 이상 테니스’ 원칙을 지키고 있다. 어떤 종목이든 중년 이후 건강관리 용도로 나쁘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 중년 세대는 너무 빨리 포기하거나 종목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게 안 교수 얘기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대학 시절 테니스 친구 10여 명 중에 현재까지 지속하는 친구는 2, 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12시간 수술도 거뜬한 체력” 안 교수의 건강검진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혈압과 혈당은 모두 정상이다. 체중이 살짝 정상 범위를 넘어섰지만 체성분을 따져보면 근육량이 평균치를 상회한다. 종합해 보면 50대 초반 나이에 비해 상당히 건강하다는 것이 자평이다. 비결에 대해 “당연히 테니스를 오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하체 근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가령 수술할 때의 체력은 젊은 의사들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단다. 보통 오전 8시에 수술을 시작하면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내내 서 있었으면서도 피로를 덜 느낀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지금처럼만 체력을 관리한다면 60대가 돼도 거뜬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사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며 웃었다. 일상생활이 무기력해질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행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일상에 복귀한다. 그에겐 주말 테니스가 그 여행과 비슷하다. 주말에 흠뻑 땀을 빼고 나면 월요일부터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단다. 테니스 사랑은 가족으로도 확산했다. 그의 권유로 3개월 전, 아내와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가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안 교수는 가족이 함께 테니스 시합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 부족한 운동량, ‘틈새 운동’으로 보충 주 1, 2회 테니스만으로 운동량이 충분할까. 안 교수는 “사실 부족하다. 추가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운동량 부족을 이른바 ‘틈새 운동’으로 보충한다. 연구실에 ‘푸시업 바’를 비치해 뒀다. 틈나는 대로 팔굽혀펴기를 한다. 운동 요령이 있다. 먼저 팔굽혀펴기를 1회 하고, 일어서면서 곧바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이런 식으로 20회 반복하면 1세트가 된다. 1세트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 3분 정도다. 시간 날 때마다 이 운동을 한다. 하루에 최소한 10세트는 채운다. 다 이행하지 못하면 퇴근 후 집에서라도 반드시 채운다. 사실 이 운동을 하는 데는 테니스를 더욱 즐기려는 목적도 있단다. 틈새 운동을 통해 테니스에 필요한 근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코어 근육 강화에 좋다고 한다. 안 교수는 “띄엄띄엄 하더라도 하루에 10회만 채운다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해 보면 숨이 찰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헬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틈틈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병원에 있을 때는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매일 30개 층 높이 계단을 오르는데, 이 또한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중년 이후 테니스 배우는 이들이 유의할 점은…중년 이후에 테니스를 배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안지현 교수에게 그 방법을 들어봤다. 첫째, 너무 자주 테니스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질적인 근육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로 훈련도 하고 케어도 받는 직업적 선수와 달리 일반 동호인이라면 일주일에 3회 이내로 제한하는 게 좋다. 그래야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파열된 근육이 아물 수 있다. 둘째,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력이 약해지면 부상 위험도 커진다. 안 교수의 틈새 운동을 따라하는 것도 좋다. 1세트에 20회를 채우기 어렵다면 3회 혹은 5회부터 시작해서 점차 횟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매일 하는 게 중요하다. 며칠 건너뛰면 다시 시작할 때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운동 전 스트레칭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작정 라켓부터 잡았다가 종아리 근육 파열이 생길 수 있다. 종아리 근육 파열의 경우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보조기를 찬 채 6주 정도 생활해야 한다. 간혹 아킬레스건이 파열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 전 스트레칭은 꼭 지켜야 할 원칙이다. 특히 하체 스트레칭을 빠뜨리면 안 된다. 여러 동작을 하되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각각 5초 정도 유지하는 게 좋다. 넷째, 무릎 통증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안 교수에 따르면 운동 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10명 중 8명은 단순 근육통이다. 이런 근육통의 경우 무릎 앞쪽이 아플 때가 많다. 나머지 2명은 연골판 파열 혹은 인대 손상이다. 주로 몸이 틀어지면서 삐끗했거나, 뛰었다가 착지할 때 통증이 심해지며 무릎 관절 안쪽(접히는 부위)이 아프다. 통증을 참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두통은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매년 1회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증세도 다양하다. 묵직하게 아프기도 하고, 콕콕 쪼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강하게 조여 오기도 한다. 매일 두세 번씩, 한두 달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통도 있다. 두통이 생기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일까.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이 나타나는 상황, 부위 등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이를테면 수년 동안 지속된 두통은 의외로 심각한 질병과의 연관성이 적다. 오히려 최근 3개월 사이에 심해진 두통이 위험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이른바 ‘심각한 두통’은 빨리 파악해서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물론 일반인이 이런 두통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 메슥거린다면 편두통 의심두통은 특정 질병과의 인과 관계를 찾기 힘든 일차(원발성) 두통과, 특정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이차 두통으로 크게 나뉜다. 이차 두통이 위험하다. 뇌종양, 뇌출혈, 경막하출혈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다. 주 교수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두통 환자의 90% 이상은 일차 두통에 해당한다. 일차 두통 중에서는 전체 인구의 30∼50%에서 나타나는 긴장형 두통이 가장 흔하다. 조이는 듯한 통증,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주로 나타나는 증세다. 뒷목까지 뻐근할 수도 있다. 피로,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가 원인으로 여겨진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이 편두통이다. 인구의 5∼10%가 편두통을 앓고 있다. 한쪽 머리만 아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양측 머리 모두가 아픈 경우가 40∼50%에 이른다. 편두통 증세는 긴장형 두통보다 심하다. 단순히 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메슥거림, 울렁거림,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세를 동반할 때가 더 많다. 이런 동반 증세 때문에 결근하거나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자동차에서 휴대전화를 볼 때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군집성(군발) 두통은 관자놀이 부위에서 1, 2시간 동안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 동시에 눈물, 콧물, 충혈 등이 동반된다. 일단 아프면 한 달 이상 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의 두통은 찌름 두통이라고 한다.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게 최고의 해법만성 두통의 경우 심하면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차 두통은 병원으로 당장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비슷한 두통이 지속됐다면 일차 두통으로 여긴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두통은 약화되거나 사라진다. 또한 즉각적 대처만으로도 증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두통이 나타나는 쪽의 관자놀이 부근이나 두피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된다. 또는 통증이 있는 부위를 냉찜질하는 것도 좋다. 두통은 주관적인 질병 중 하나다.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자극을 줄여야 한다. 주로 냄새와 소리, 빛이 그런 자극이다. 두통이 나타나면 이런 자극을 피하고 머리와 목을 편안하게 한 뒤 휴식을 취하면 증세가 훨씬 줄어든다. 두통을 미리 막는 것도 가능하다. 주 교수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 충분히 잠을 자며 제때 식사를 하고 체중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란 뜻이다. ○‘벼락두통’은 곧바로 병원 가야 주 교수에 따르면 전체 두통 환자에서 이차 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응급실에 온 두통 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42%가 이차 두통이다. 이차 두통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신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이차 두통은 ‘벼락두통’이다. 1분 이내에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통증이 생기는 두통을 말한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거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두통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의 20∼40%에서 실제로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 심각한 질병이 발견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났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한다. 벼락두통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두통은 더 있다. 주 교수는 △새벽과 아침에 심해지는 두통 △자세를 바꿀 때 생기는 두통 △배변할 때 생기는 두통 △기침할 때 생기는 두통 △자다가 깨게 되는 심한 두통의 경우 횟수와 상관없이 일단 나타나면 의사를 만날 것을 권했다. 뇌압 상승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두통일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가야 한다. 최근에 두통이 극심해졌을 때도 중증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50대 초반 여성 강선이(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강 씨는 원래 편두통이 있었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부터 머리 양측이 더 묵직해졌고, 말도 어눌해졌으며, 더 우울해졌다. 강 씨는 편두통이 좀 심해졌을 거라 생각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 증세가 더 악화되자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이 나왔다. 현재 강 씨는 암 치료를 받고 있다. 주 교수는 “강 씨가 이차 두통이라 의심하고 즉각 병원을 찾았으면 암 덩어리가 훨씬 더 작은 상태에서 발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50대 이후에 심해진 두통 △성관계 때 나타나는 두통 △임신 출산 도중에 나타난 두통 등도 중증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바로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는 게 좋다. 적정량만 먹으면 효과 좋고 안전… 방치땐 통증 악순환, 과잉 복용땐 효과 반감 두통약 복용법은 두통약을 먹으면 증세가 조금은 나아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두통약은 언제든 먹어도 괜찮을까. 정반대로 두통약을 먹으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염려하는 이들도 많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주민경 교수는 “적정량을 복용하면 효과도 좋고,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주 교수 또한 편두통을 어렸을 때부터 겪고 있다. 대학생이 된 후로 지금까지 두통약을 먹고 있다. 보통 한 달에 3, 4회 정도 편두통이 심하게 나타날 때면 두 종류의 약을 혼합해 먹는다. 주 교수는 “머리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필요가 없다. 증세의 진행을 빨리 막기 위해 약을 먹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제때 약을 먹지 않으면 통증은 방치된다. 그러면 뇌가 통증에 더 민감한 상태가 된다. 통증의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게 두통약을 많이 먹으면 효과가 반감되다가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약을 끊으면 통증 유발 물질의 분비가 늘어나 통증이 더 악화된다. 간혹 외국에서 들어온 두통 특효약이라며 정체불명의 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주 교수에 따르면 그런 약을 복용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주 교수는 “절대로 그런 약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런 약에는 진정제 성분이 있는데, 이게 중독 현상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이 가장 안전한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두통 치료제를 자주 먹을 수 없는 사례도 많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통증이 나타나기 전에 별도의 예방약을 처방 받아 미리 먹으면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 예방약은 3, 4주 이상 매일 복용해야 한다. 주 교수는 “최근 2년 사이에 주사제를 포함해 효과 좋은 약들이 많이 출시됐다. 의사와 상의하면서 꾸준히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두통은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매년 1회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증세도 다양하다. 묵직하게 아프기도 하고, 콕콕 쪼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강하게 조여 오기도 한다. 매일 두세 번씩, 한두 달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통도 있다. 두통이 생기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일까.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이 나타나는 상황, 부위 등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이를테면 수년 동안 지속된 두통은 의외로 심각한 질병과의 연관성이 적다. 오히려 최근 3개월 사이에 심해진 두통이 위험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이른바 ‘심각한 두통’은 빨리 파악해서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물론 일반인이 이런 두통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 메슥거린다면 편두통 의심두통은 특정 질병과의 인과 관계를 찾기 힘든 일차(원발성) 두통과, 특정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이차 두통으로 크게 나뉜다. 이차 두통이 위험하다. 뇌종양, 뇌출혈, 경막하출혈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다. 주 교수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두통 환자의 90% 이상은 일차 두통에 해당한다. 일차 두통 중에서는 전체 인구의 30~50%에서 나타나는 긴장형 두통이 가장 흔하다. 조이는 듯한 통증,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주로 나타나는 증세다. 뒷목까지 뻐근할 수도 있다. 피로,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가 원인으로 여겨진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이 편두통이다. 인구의 5~10%가 편두통을 앓고 있다. 한쪽 머리만 아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양측 머리 모두가 아픈 경우가 40~50%에 이른다. 편두통 증세는 긴장형 두통보다 심하다. 단순히 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메슥거림, 울렁거림,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세를 동반할 때가 더 많다. 이런 동반 증세 때문에 결근하거나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자동차에서 휴대전화를 볼 때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군집성(군발) 두통은 관자놀이 부위에서 1, 2시간 동안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 동시에 눈물, 콧물, 충혈 등이 동반된다. 일단 아프면 한 달 이상 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의 두통은 찌름 두통이라고 한다. ●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게 최고의 해법만성 두통의 경우 심하면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차 두통은 병원으로 당장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비슷한 두통이 지속됐다면 일차 두통으로 여긴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두통은 약화되거나 사라진다. 또한 즉각적 대처만으로도 증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두통이 나타나는 쪽의 관자놀이 부근이나 두피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된다. 또는 통증이 있는 부위를 냉찜질하는 것도 좋다. 두통은 주관적인 질병 중 하나다.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자극을 줄여야 한다. 주로 냄새와 소리, 빛이 그런 자극이다. 두통이 나타나면 이런 자극을 피하고 머리와 목을 편안하게 한 뒤 휴식을 취하면 증세가 훨씬 줄어든다. 두통을 미리 막는 것도 가능하다. 주 교수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 충분히 잠을 자며 제때 식사를 하고 체중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란 뜻이다. ● ‘벼락두통’은 곧바로 병원 가야 주 교수에 따르면 전체 두통 환자에서 이차 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응급실에 온 두통 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42%가 이차 두통이다. 이차 두통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신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이차 두통은 ‘벼락두통’이다. 1분 이내에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통증이 생기는 두통을 말한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거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두통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의 20~40%에서 실제로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 심각한 질병이 발견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났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한다. 벼락두통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두통은 더 있다. 주 교수는 △새벽과 아침에 심해지는 두통 △자세를 바꿀 때 생기는 두통 △배변할 때 생기는 두통 △기침할 때 생기는 두통 △자다가 깨게 되는 심한 두통의 경우 횟수와 상관없이 일단 나타나면 의사를 만날 것을 권했다. 뇌압 상승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두통일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가야 한다. 최근에 두통이 극심해졌을 때도 중증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50대 초반 여성 강선이(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강 씨는 원래 편두통이 있었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부터 머리 양측이 더 묵직해졌고, 말도 어눌해졌으며, 더 우울해졌다. 강 씨는 편두통이 좀 심해졌을 거라 생각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 증세가 더 악화되자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이 나왔다. 현재 강 씨는 암 치료를 받고 있다. 주 교수는 “강 씨가 이차 두통이라 의심하고 즉각 병원을 찾았으면 암 덩어리가 훨씬 더 작은 상태에서 발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50대 이후에 심해진 두통 △성관계 때 나타나는 두통 △임신 출산 도중에 나타난 두통 등도 중증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바로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는 게 좋다.“두통약, 적정량 복용하면 효과 좋고 안전” 이차 두통의 경우 두통약을 먹으면 증세가 조금은 나아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두통약은 언제든 먹어도 괜찮을까. 정반대로 두통약을 먹으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염려하는 이들도 많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주민경 교수는 “적정량을 복용하면 효과도 좋고,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주 교수 또한 편두통을 어렸을 때부터 겪고 있다. 대학생이 된 후로 지금까지 두통약을 먹고 있다. 보통 한 달에 3, 4회 정도 편두통이 심하게 나타날 때면 두 종류의 약을 혼합해 먹는다. 주 교수는 “머리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필요가 없다. 증세의 진행을 빨리 막기 위해 약을 먹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제때 약을 먹지 않으면 통증은 방치된다. 그러면 뇌가 통증에 더 민감한 상태가 된다. 통증의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게 두통약을 많이 먹으면 효과가 반감되다가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약을 끊으면 통증 유발 물질의 분비가 늘어나 통증이 더 악화된다. 간혹 외국에서 들어온 두통 특효약이라며 정체불명의 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주 교수에 따르면 그런 약을 복용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주 교수는 “절대로 그런 약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런 약에는 진정제 성분이 있는데, 이게 중독 현상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이 가장 안전한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두통 치료제를 자주 먹을 수 없는 사례도 많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통증이 나타나기 전에 별도의 예방약을 처방 받아 미리 먹으면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 예방약은 3, 4주 이상 매일 복용해야 한다. 주 교수는 “최근 2년 사이에 주사제를 포함해 효과 좋은 약들이 많이 출시됐다. 의사와 상의하면서 꾸준히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의사 진료가 필요한 두통 자가 진단1. 두통이 일어날 때 심하다고 느끼는가?2. 두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가?3. 두통이 있을 때 누워 쉬고 싶을 때가 있는가?4. 최근 4주 동안 두통 때문에 일 또는 일상생활을 못할 만큼 피곤한 정도는?5. 최근 4주 동안 두통 때문에 짜증이나 신경질이 난 정도는?6. 최근 4주 동안 두통 때문에 일 또는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힘든 정도는?각각의 질문에 1~5단계로 대답한 뒤 총점 합산. 50점이 넘으면 의사와의 상담을 고려해야 함.①그런 적 없다(6점) ②드물게 그렇다(8점) ③때때로 그렇다(10점) ④매우 자주 그렇다(11점) ⑤항상 그렇다(13점)※자료: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47)의 전공은 미숙아 치료다. 1kg도 되지 않은 채 26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을 돌본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책임지다 보니 한밤중에도 응급 콜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아픈 아기들을 지켜보는 것도 고통스럽다. 이런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랬던 최 교수가 요즘은 자전거 타기에 푹 빠져 산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을 잡았다. 페달을 밟다가 문득 새로운 미숙아 치료법이나 검사법이 떠오른다. 동시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자전거에 입문한 지 11개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입문 한 달 만에 자전거 출퇴근 도전최 교수는 세 아들의 아빠다. 휴일에는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다. 숙제를 독려하고 잘 마쳤는지도 검사한다. 지난해 8월의 어느 휴일이었다. 아이들의 숙제를 체크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휴일에도 공부만 할까? 함께 야외 활동을 하면 머리도 식히고 좋을 텐데….’ 뭔가 해 보자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그 무렵 최 교수 주변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아파트 윗집 아저씨까지 자전거를 권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자전거가 좋다고 했다. 곧바로 마트로 가서 저렴한 자전거 두 대를 샀다. 주말에 집 근처 정릉천변으로 나가 아이들과 자전거를 탔다. 재미가 쏠쏠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물 냄새, 몸에서 배어나오는 땀 냄새가 모두 좋았다. 2시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자전거를 탄 지 한 달여.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기로 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직선거리로 3.7km다. 버스는 우회하기 때문에 40∼50분 정도 걸리지만 자전거로 정릉천변을 가로지르면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쇠뿔도 단김에 빼겠다며 곧바로 자전거 출퇴근에 돌입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 보니 농촌에 살던 중학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던 때가 떠올랐다. 추억하기 또한 새로운 재미였다. 최 교수는 “당시 앞으로 자전거에 푹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달 만에 ‘자전거 덕후’가 되다최 교수는 급속하게 ‘덕후’로 변해갔다. 한 달 만에 휴가를 내고 선배 2명과 경기 팔당댐을 넘어 왕복 100km의 거리를 하루 만에 다녀올 정도였다. 자전거 출퇴근 횟수도 ‘매주 2회’에서 ‘거의 매일’로 늘렸다. 자전거로 퇴근하기 힘든 회식 날에는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더 많이, 더 능숙하게 타 보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우선 주행 거리를 늘렸다. 퇴근길을 우회해 7.5km 코스로 늘렸고, 30분에 주파했다. 이게 익숙해지자 25km, 40km 코스도 만들었다. 25km 코스는 1시간, 40km 코스는 2시간이 소요됐다. 겨울이 다가오자 걱정거리가 생겼다. ‘강추위가 닥치고 눈이 오면 자전거를 못 타는 게 아닐까?’ 처음엔 무시했다. 영하 6도의 날씨에 손발이 엄청 시렸는데도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하지만 겨울 내내 무모하게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올 2월부터 다시 거리를 늘렸다. 퇴근 시간뿐 아니라 출근 시간에도 우회 주행을 했다. 가끔은 출근 시간에도 40km를 달렸다. 매주 15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완주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요즘에도 이 목표는 반드시 이행한다. 그러려면 매주 3회 이상은 2시간짜리 코스를 주행한다. 최 교수는 8월에는 병원 내 자전거 동호회 CBC(Complete Bicycle Club) 회원들과 전국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토 종주도 염두에 두고 있다. 50대 중반부터는 자전거 캠핑을 시작하고, 60대가 되기 전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대형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틈만 나면 자전거 탈 궁리만 하는 최 교수이지만 ‘휴일 자전거 금지’ 원칙은 반드시 지킨단다. “휴일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아내가 무척 싫어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주말엔 쉬어야죠.” ○ 11개월 만에 ‘건강지표’ 다 좋아져최 교수에게는 질병 가족력이 있다. 모친은 고혈압과 당뇨가 있다. 외삼촌은 신장질환으로 돌아가셨다. 부친에겐 부정맥이 있다. 몸을 관리하지 않으면 최 교수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건강관리를 할 겨를이 없었다. 그 결과 갈수록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잘 때는 천장이 무너져라 코를 골았다. 체중은 75kg을 넘겼다. 쉴 때도 심박수가 1분에 90회를 넘어갔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빠르면 부정맥과 심근경색의 우려가 높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높았다. 사실상 초기 고혈압·당뇨 환자였던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라며 무시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 달 만에 3kg이 줄었다. 심박수도 80회대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다. 그 덕분에 건강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점심 식사량을 줄이고 자전거 타는 시간을 늘렸다. 1kg이 더 빠졌다. 다시 도전. 체중을 더 뺐다. 얼마 후 67kg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후 현재까지 69kg에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약을 먹지 않고도 최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몸도 가뿐해졌다. 일단 코를 덜 골고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졌다. 수면 품질이 좋아지니 저절로 오전 5시 반에 눈을 떴다. 묵직하던 머리는 개운해졌다.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만으로 거둔 성과다. 누구든 운동을 시작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속도 집착 말고 헬멧-장갑 꼭 착용해야… 목표 정하고 팀 꾸려 타면 금상첨화 자전거 제대로 타는 법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전거 타기는 중년 이후에도 건강을 챙기는 데 좋은 운동”이라며 도전할 것을 권했다. 다만 건강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재미를 느껴야 한다. 억지로 하는 운동은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타기’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 첫째는 안전이다. 특히 자전거에 능숙해진 후 더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붙고 운동 횟수가 많아지면서 사고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 또한 자전거를 타고 3, 4개월이 지난 후에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이를 예방하려면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헬멧과 장갑과 같은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추월하는 요령도 알아둬야 한다. 우선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버저를 울려 추월 의사를 밝힌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앞 자전거의 왼쪽으로 추월해야 한다. 둘째, 효과를 더 내려면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최 교수는 매주 150km 타기와 경사가 더 가파른 곳을 찾아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세웠으면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된다. 매일 목표를 이행했는지, 페달 밟는 속도는 얼마나 빨라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목표 달성이 새로운 동기 부여 요소로 작용해 다시 목표를 상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셋째,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탄다. 팀을 꾸려서 자전거를 타라는 이야기다. 최 교수도 실제로 병원 내 자전거 팀인 CBC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룹 라이딩을 하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운동 실력이 좋아진다. 라이딩의 재미도 배가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싫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것도 장점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