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픈 게 심장혈관 질환 때문?…종아리 보면 심장 건강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8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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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종아리 통증과 저림, 시림 증세가 척추질환이 아닌 말초혈관 질환이나 심부전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아리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면 이런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종아리 통증과 저림, 시림 증세가 척추질환이 아닌 말초혈관 질환이나 심부전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아리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면 이런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70대 남성 이철기(가명) 씨는 오랫동안 다리 통증과 저림 증세로 고생했다. 증세는 오른쪽 넓적다리(대퇴부)부터 종아리 부위까지 나타났다. 처음에는 허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갔더니 척추협착증과 허리디스크가 발견돼 바로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통증과 저림 증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씨는 또 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당시 이 씨는 고혈압과 당뇨병도 앓고 있었는데, 그에 따른 합병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지인으로부터 “혈관이나 심장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찾았다.
●종아리 아픈데 심혈관계 질환?
김 교수가 검사를 해 보니 이 씨 지인의 예상이 맞았다. 왼쪽보다 오른쪽 다리의 혈관이 많이 막혀 있었다. 심장과 연결된 3개의 중요한 혈관도 검사했다. 2개의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었다. 김 교수는 이 씨에게 말초혈관 질환과 협심증 진단을 내렸고, 스텐트 시술로 좁아진 혈관을 넓혔다. 이후 이 씨의 다리 통증과 저림은 사라졌다.

다리 통증과 저림, 시림 등의 증세는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김 교수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눴다. 첫째가 척추 질환, 둘째가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당뇨병신경병증, 셋째가 혈관 및 심장 질환이다. 이 씨의 경우 첫째와 셋째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다리 통증이 나타나면 대체로 척추 질환만 떠올리는데, 이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심장과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종아리에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말초혈관 질환이나 심부전이 있다면 대체로 가만히 있을 땐 별 이상이 없다가도 걷거나 달리면 다리가 무겁고 아프다. 종아리 근육을 쓸 때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면 종아리 근육에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한데,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산소 공급이 잘되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장혈관 질환이 있다면 평소 숨이 차는 증세를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씨는 그런 적이 없다. 김 교수는 “이 씨와 같은 사례는 매우 흔한 편”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조금 걸어도 종아리 통증, 말초혈관 질환?
말초혈관 질환은 동맥경화로 인해 말초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다리에까지 제대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통증과 저림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400~500m 정도 혹은 그 이상을 걷거나 뛸 때 다리가 아프거나 저리며 시리다. 혈관이 더 좁아지면 300m 내외를 운동하기가 힘들어진다. 나중에는 100m만 걸어도 증세가 나타난다. 이 단계를 넘기면 가만히 있을 때도 증세가 나타난다. 이 무렵부터는 혈액 부족으로 발이 창백하게 변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상처가 나도 잘 회복되지 않으며 심하면 피부가 괴사된다.

대체로 말초혈관이 좁아진 한쪽 다리에만, 그리고 움직일 때 증세가 나타난다. 양쪽 다리에서 동시에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면 말초혈관 질환이 아닐 확률이 높다. 때로는 대퇴부,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20~50%는 이미 심뇌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씨가 그랬듯 이런 상황을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중풍(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도 높아진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환자의 대부분은 걸을 때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운동을 일찌감치 중단한다. 움직이지 않으니 숨이 가쁜 증세를 느낄 틈도 없이 병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 씨가 딱 그런 사례다. 김 교수는 “100m도 걷지 못하거나 심지어 서 있기도 힘들 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검사해보면 절반 정도는 심장질환이 있다”고 말했다.

말초혈관 질환 유무를 알기 위해서는 동년배 친구들과 걸어볼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친구보다 많이 뒤처지거나 △잘 못 걷겠고 통증이 나타나거나 △예전보다 확 느려졌다면 말초혈관 질환을 의심할 만하다.
●양쪽 종아리 부었다면 심부전?
심장은 펌프처럼 혈액을 짜서 온몸으로 보낸다. 사용된 혈액은 다시 폐를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만약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지면 이 순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심부전이다.

종아리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 심부전도 예측 가능하다. 일단 종아리가 퉁퉁 붓는다. 심장에서 나간 혈액이 중력의 법칙 덕분에 다리까지는 무사히 흘러간다. 하지만 펌프 기능이 떨어졌기에 중력을 거스르고 심장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 혈액은 그대로 종아리에 고여 버린다. 이 때문에 종아리가 붓는 것이다. 이 경우 폐에도 혈액이 고일 때가 많지만 검사하지 않고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심부전이 원인일 때는 종아리 양쪽이 다 붓는다. 혈관이 아닌 심장 자체가 문제이기에 양쪽 종아리에 모두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한쪽 종아리만 붓는다면 심부전과는 관계없을 확률이 높다.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으로 혈액을 돌려보내는 정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도 있다. 다리 부위의 정맥 일부가 늘어나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좁은 공간에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 정맥의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이코노미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혈전 생기지 않게 예방하려면


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종아리 통증과 저림, 시림 증세가 척추질환이 아닌 말초혈관 질환이나 심부전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아리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면 이런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종아리 통증과 저림, 시림 증세가 척추질환이 아닌 말초혈관 질환이나 심부전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아리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면 이런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말초혈관 질환과 심부전으로 인한 종아리 통증이 나타날 때 마사지나 온찜질, 스트레칭을 해 주면 증세가 좋아질까. 이런 방법이 질병 치료에 효과는 있을까. 김우현 교수는 “질병 수준으로 악화되지 않았을 때까지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이런 방법들이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뜨거운 찜질을 하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할 때 혈관을 잘못 누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맥경화는 혈관 내부에 노폐물(혈전)이 쌓이면서 생긴다. 이 혈전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현재까지는 이미 생긴 혈전을 제거하는 비법은 없다”고 말했다. 혈전을 긁어내려면 시술이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의학적으로 혈전을 없애주는 음식이나 약물도 없다”며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선의 방법은 더 이상 혈전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담배도 끊어야 한다. 이와 함께 운동이 필수다. 운동을 꾸준히 할 경우 미세한 혈관들이 자라나며, 이 혈관을 통해 혈액과 산소가 공급됨으로써 동맥경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길이 막히면 샛길을 통해 이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교수는 “실제로 이를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100m 걷기가 힘든 사람이 꾸준히 재활해서 110m까지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미세혈관이 늘어나 치료 효과도 커진다는 것이다.

심장 건강을 유지하려면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여러 연구 결과 근육의 양이 적은 고령 환자가 고혈압, 동맥경화, 심부전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높았다. 또 이미 심혈관계 질환에 걸린 고령자가 근육감소증까지 있다면 사망률이 더 높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말초혈관과 심장을 지키기 위한 생활수칙

1. 흡연은 혈관과 심장의 적, 금연하라.
2.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부터 치료하라.
3. 음식은 덜 짜고 덜 기름지게 먹어라.
4.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주 3~5회 하라.
5. 동년배와 함께 걸으면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라.
6.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프거나 저리면 의사와 상담하라.
7. 지나치게 뜨거운 찜질은 화상과 감염 우려가 있으니 삼가는 게 좋다.

자료: 김우현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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