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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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트럼프, 우크라에 러 때릴 무기지원 끊었다

    미국이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이고, 광물협정이 결렬된 지 4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중단’이란 초강경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종전 구상을 따르지 않자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전쟁 수행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선 경제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 4일 오전 3시 반(한국 시간 4일 오전 10시 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물자의 수송을 중지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군사 지원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군사 지원 중단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산 희토류를 노리며 미국과의 광물협정 체결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종전 구상에 우크라이나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 제재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러시아 정부, 기업, 개인 등을 대거 제재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백악관 지시에 따라 이미 제재 완화 대상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으로 러시아가 종전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러시아가 추가 점령지를 확보하는 게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데니스 스흐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4일 “미국의 군사 지원은 소중하고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물협정 결렬과 군사 지원 중단에도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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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미사일, 러본토 공격 ‘핵심’… 우크라, 지원 끊기면 두달내 위기”

    “빠르면 2개월 안에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어느 시점엔 우크라이나가 패할 것이고 불리한 종전 협정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이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행보가 우크라이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3일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도 “올해 여름경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그간 미국이 지원해 온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 ‘하이마스(HIMARS)’와 최대 사거리가 300km인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는 각각 러시아 지상군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무기였다. 일각에선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도 불렸고 실제로도 위력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되면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공백을 메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태큼스-하이마스는 대체 불가능”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올 1월까지 총 659억 달러(약 96조 원)의 직접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포함하면 1742억 달러(약 254조 원)에 달한다. 독일 킬대학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유럽 전체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규모는 620억 유로(약 95조 원)로 미국보다 작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가 쓰는 무기의 20%는 미국산, 55%는 자체 조달, 25%가 유럽산이다. 미국산의 ‘비중’은 낮지만 ‘성능’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다. 에이태큼스를 공급받은 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크림반도의 러시아군 비행장, 남부 항구도시 베르댠스크 등을 공격했다. 러시아 또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개암)’로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일대를 공격하며 맞섰다. 그만큼 에이태큼스를 통한 자국 본토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최대 사거리 80km인 하이마스는 2022년 후반부터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주도한 무기로 꼽힌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지상군에 대한 대규모 정밀 공격을 감행했고 멀리 떨어진 러시아군 탄약고, 보급시설 등도 타격할 수 있었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은 전쟁 초 우크라이나를 방어한 결정적 무기로 꼽힌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일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재블린을 통해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었다. 155mm 곡사포, 일반 장갑차보다 무게를 줄여 기동성을 높인 스트라이커 장갑차(최대 시속 96km) 등도 지상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상대하는 데도 쓰였다. 미국은 M1 에이브럼스 탱크(30여 대), 브래들리 장갑차(300여 대) 등도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한국 정부도 2023년 봄 미국 정부와 우리 군의 155mm 포탄 50만 발 안팎을 대여한다는 비밀 계약을 맺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국 포탄을 채워 넣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대여 포탄은 지난해 가을까지도 미국으로 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 파상공세와 ‘스타링크’ 차단 가능성 제기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늘릴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인 11만2000㎢를 점령 중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주장한 ‘승리 이론’이 실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이론은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인 러시아군이 진격을 계속하고,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수행하지 못해 결국 러시아가 승리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올렉산드르 메레주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가디언 등에 “미국의 지원 중단은 푸틴을 돕겠다는 뜻”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서방이 나치 지도자 히틀러에 유화적이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반발했다. 한편 폴리티코유럽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겸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이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서비스 ‘스타링크’ 없이도 통신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뒤 방어 체계 운용 등에서 스타링크에 의존했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의 압박으로 이 서비스가 차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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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정상들 “의지의 연합” “한달 휴전”… 알맹이 없는 ‘우크라 해법’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우크라이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충격적인 ‘노딜(No Deal)’로 끝난 지 이틀 만인 2일(현지 시간) 유럽 정상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신속한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기존에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심한 언쟁을 벌이면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우려가 커졌고, 긴장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공과 해상에서 한 달간 휴전을 제안했다. 일각에선 유럽 정상들이 안보 자강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NATO “더 많은 국가들 국방비 늘려”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핀란드 등 유럽과 캐나다 정상 19명은 스타머 총리 주재로 2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회의를 열고 유럽 국가들의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침을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32개국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회의 뒤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1%에서 3%로 늘리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자국이 GDP의 4.7%를 국방비에 지출해 나토 회원국 중 최대 수준임을 강조하며 “더 많은 국가들이 말과 선언을 넘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정상과 공동 전화회의도 열었다. 3국 정상은 “유럽이 단합해 미래의 안보를 보장할 긴급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총리실이 전했다. 앞서 라트비아는 2028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리투아니아는 2030년까지 GDP 대비 5∼6%로 각각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에스토니아도 내년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 나라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제시한 단기 목표(GDP의 3%)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방비 증액 주장은 많이 나왔지만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약속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지의 연합’ 활동과 참가국도 미지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하늘과 바다에서 한 달간 휴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을 GDP의 3∼3.5% 수준으로 증액하자고 했다. 유럽 각국이 안보 분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호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을 발전시키는 데 나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출 금융 16억 파운드(약 2조9000억 원)를 지원해 우크라이나가 방공 미사일 5000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날 도출된 ‘의지의 연합’은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2003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때 쓴 표현이다. 영국은 당시 이 연합에 참여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최다 병력인 4만5000명을 파병했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은 수십 년간 영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며 “‘의지의 연합’은 미국과 협력하는 계획이라는 데 바탕을 두며, 이는 미국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이에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정상들은 이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6일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지의 연합’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얼마나 많은 유럽 국가가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가 이 연합에 참여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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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낮춘 젤렌스키 “美와 관계 회복”… 美 “새 지도자 필요” 싸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미국과 광물 협정을 체결할 의사를 비치며 “미국과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고성 끝에 ‘노딜(No Deal)’로 끝났음에도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까지 언급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 뒤 취재진에 “미국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광물 협정 체결에 합의했고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다. 미국도 여전히 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다만 그는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한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강조했다.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은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젤렌스키 화해 시도에도… 美 안보수장-하원의장 나서 사임 압박[트럼프 ‘면박 회담’ 후폭풍]회담 파국 이후 젤렌스키에 등돌려… 美재무 “스스로 광물협정 폭파”CNN “美-러 경제협력 가속화… 우크라 종전협상 뒷전 밀릴 우려”마이클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사퇴를 속속 촉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체결 가능성을 두고도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국으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노딜(No Deal)’ 정상회담을 복구하려 애쓰고 있지만 미국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실시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도 문제 삼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우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계속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왈츠-존슨-그레이엄 “젤렌스키 사퇴” 압박 왈츠 보좌관은 2일(현지 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바라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지도자, 러시아와 협상해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종식이 아닌 개인적 혹은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 없는 집권 연장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난한 것이다. 존슨 의장도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돌아오거나,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공화당의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인 그레이엄 의원 역시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젤렌스키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가 사임하고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거나, 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 경협’ 가능성에 밀린 우크라 광물 협정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미국과 광물 협정을 맺을 준비가 됐다”며 거듭 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을 ‘폭파’하기로 선택했다”며 그가 할 일은 이 협정에 서명하는 것뿐이었는데 스스로 망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CNN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이 가속화하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 측에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있는 희토류를 공동 개발하고, 에너지와 우주 탐사 등에서도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양국 고위 관계자가 만났을 때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복구하려면 빠른 종전이 최선이라며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돈’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급격히 바꾸고 있고, 대체로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압박 및 홀대에 만족한다는 뜻을 보였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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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정상들 “한달 휴전” “의지의 연합”…알맹이 빠진 ‘우크라 해법’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우크라이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충격적인 ‘노딜(No Deal)’로 끝난 지 이틀 만인 2일(현지 시간) 유럽 정상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신속한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기존에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심한 언쟁을 벌이면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우려가 커졌고, 긴장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표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공과 해상에서 한 달간 휴전을 제안했다. 일각에선 유럽 정상들이 안보 자강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NATO “더 많은 국가들 국방비 늘려”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핀란드 등 유럽과 캐나다 정상 19명은 스타머 총리 주재로 2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회의를 열고 유럽 국가들의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침을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32개국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회의 뒤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이날 회의 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1%에서 3%로 늘리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자국이 GDP의 4.7%를 국방비에 지출해 나토 회원국 중 최대 수준임을 강조하며 “더 많은 국가들이 말과 선언을 넘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스타머 총리는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정상과 공동 전화회의도 열었다. 3국 정상은 “유럽이 단합해 미래의 안보를 보장할 긴급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총리실이 전했다. 앞서 라트비아는 2028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리투아니아는 2030년까지 GDP 대비 5∼6%로 각각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에스토니아도 내년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 나라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제시한 단기 목표(GDP의 3%)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방비 증액 주장은 많이 나왔지만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약속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지의 연합’ 활동과 참가국도 미지수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하늘과 바다에서 한 달간 휴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을 GDP의 3~3.5% 수준으로 증액하자고 했다. 유럽 각국이 안보 분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호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스타머 총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을 발전시키는 데 나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출 금융 16억 파운드(약 2조9000억 원)를 지원해 우크라이나가 방공 미사일 5000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이날 도출된 ‘의지의 연합’은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2003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때 쓴 표현이다. 영국은 당시 이 연합에 참여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최다 병력인 4만5000명을 파병했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은 수십 년간 영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며 “‘의지의 연합’은 미국과 협력하는 계획이라는 데 바탕을 두며, 이는 미국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이에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정상들은 이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6일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지의 연합’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얼마나 많은 유럽 국가가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가 이 연합에 참여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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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리더 자격 잃었다”는 유럽, 젤렌스키엔 “백악관 다시 가라”

    “미국은 ‘자유 세계의 리더’가 될 자격을 잃었다.”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결렬 직후 보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것은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지도자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서방 주요국 정상은 2일 영국 런던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의 안보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BBC에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랑스, 1∼2개 다른 국가,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 계획을 미국과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감한 투쟁에 대해 확실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유럽 차원의 ‘자체 핵 억지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화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스타머 총리는 1일 런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지원 의사를 강조하면서도 “백악관으로 다시 가라”고 설득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우크라 지지 속 “트럼프와 화해해야” 백악관 회담 직후 유럽 주요국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에 “자유 세계에는 (미국이 아닌)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판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도 1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미국을 더 이상 유럽의 동맹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이제 러시아, 중국, 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非)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스타머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8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는 안에도 서명했다. 영국 의회에선 찰스 3세 국왕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국빈초청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인 보수당의 로버트 젠릭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에서 “메스꺼움을 느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이 “무덤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단 주문도 나왔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美 ‘안보 우산’ 의존한 동맹들 “안보 자강” 강조 유럽, 한국, 일본, 대만 등 그간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지해 온 동맹 및 우방국이 자체 안보 체제 강화 움직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1일 포르투갈 방송 인터뷰에서 “이 논의(유럽 자체 핵무장)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 등도 핵 보유국인 프랑스가 독일 등에 핵 우산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우방국에서도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찍어 누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속에서 ‘미국의 약속만 믿어선 안 되겠구나’란 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군사 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롄허보, 중국시보 등은 “자주 국방을 강화하며 유럽·일본 등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대하듯 한미동맹 체제를 불신하거나 ‘한국 때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은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의 그랜드 바겐(대타협) 가능성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장기판의 졸’로만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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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협상카드도 없지않나” 밴스 “무례하다”… 젤렌스키 난타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신은 지난해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당(민주당)을 위한 선거 운동을 했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 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의 비공개 회담,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이 모두 취소됐다. 당초 체결할 예정이었던 양국의 광물 협정 역시 무산됐다.● 트럼프 “푸틴은 날 존중, 종전하라” 압박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은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 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며 따지듯이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수 있는 외교를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젤렌스키)은 이기고 있지 않다. 미국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혼자였고, 미 국민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지만 나는 존중한다”며 “푸틴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 지난해 해리스 먼저 만난 젤렌스키에게 불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태도 뒤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후인 9월 27일에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전 대통령,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충돌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군복과 비슷한 카키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다. 이날은 검정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에게 “그가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다. 회담 중 강경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물었다. 그는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애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장이)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입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회담을 놓고 영국 가디언은 “외교적 체르노빌 사태”라고 진단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같은 ‘외교 재앙’이었다는 뜻.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한 게 첫 번째 스트라이크, 정장을 입지 않은 게 두 번째 스트라이크, 회담에서의 공개 설전이 세 번째 스트라이크였다고 평가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당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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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으로 웃는 러 “트럼프가 젤렌스키 안때린게 기적”

    “‘배은망덕한 돼지(젤렌스키)’가 ‘돼지우리 주인(트럼프)’에게 뺨을 맞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돼지’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쓰레기’에 빗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트럼프가 그 쓰레기(젤렌스키)를 때리지 않고 버틴 것은 기적적인 인내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에서도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엄청난 정치적, 외교적 실패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노딜(no deal)’로 끝난 것을 노골적으로 반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전쟁 종전 협상을 벌여 온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밀착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내심 흡족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영국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즐겼으리란 점은 명백하다”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거둔 어떤 군사 작전보다 큰 승리라고 논평했다. 중국 또한 이런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찾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 또한 두 나라가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화답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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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만난 젤렌스키, 밥도 못먹고 쫓겨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에 나섰지만 거친 설전 끝에 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젤렌스키가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회담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됐던 오찬도 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이 러시아와 주도하는 전쟁 협상에 속히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회담에 동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부통령을 먼저 만난 사실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이 향후 대서양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미칠 가능성을 거론하자 “우리가 뭘 느낄지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이번 전쟁으로 국토를 유린당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 정상을 찍어 누르자 우방국을 포함해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을 시작한 그가 안보에서도 철저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충돌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국제사회는 ‘충격과 공포’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규합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보다 ‘힘’과 ‘돈’을 중시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책 기조)이 이처럼 여과 없이 공개된 건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현지 시간 2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일 오후 11시)부터 영국 런던에서 이번 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안보 자강’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내 미국 동맹 및 우방들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 동맹 전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제 질서 역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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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견 역할 자임한 밴스, 머스크 의식 충성 경쟁”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럽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격한 밴스 부통령에 대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향후 밴스 부통령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했던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럽을 더욱 거칠게 공격하고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밴스 부통령이 젤린스키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고, 분명한 역할을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밴스가 상사(트럼프)의 ‘투견(attack dog)’ 역할을 점점 더 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영국 BBC도 “트럼프가 백악관 난투극에 가담하기 전 젤렌스키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밴스였다”며 “밴스는 트럼프의 2인자 이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부통령이 일부 전임자들처럼 자신을 낮추는 정치적 예비역이 아닌,투견 역할을 하며 무대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인 공격적인 태도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연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가 최근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밴스 부통령은 그간 큰 관심을 못 받았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 자리를 따내려는 충성 경쟁의 결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나섰다는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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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北노동당 비서 ‘깜짝 만남’…우크라 종전협상 논의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리히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의 ‘깜짝 만남’을 공개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공유하고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리히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만났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크렘린궁에서 이뤄졌다. 리 비서는 러시아 정당 통일러시아 총이사회 초청에 따라 25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크렘린궁은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이 리 비서를 영접하는 영상을 올렸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리 비서와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푸틴 대통령과 리 비서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공조 방안과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북한군 1만1000명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훈련한 뒤 러시아 서부 쿠르크스 전선에 파견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등으로 북한군 사상자가 약 4000명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게다가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올 1~2월 1000명이 넘는 병력을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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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 성직자 2명, 교황 입원병원 극비 방문… 일각 “베네딕토처럼 퇴위 가능성 저울질”

    14일부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9)이 생전 퇴위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위독하다(critical)’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교황의 건강이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NYT에 따르면 교황청 고위 성직자 2명이 이번 주 초 교황이 입원 중인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두 성직자가 교황의 후계 구도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40년 가까이 교황청을 취재한 독일 언론인 안드레아스 엥글리슈는 성직자 2명의 방문에 대해 “매우 수상하다”고 논평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성인(聖人)을 승인하기 위한 추기경 회의와 관련된 교황의 서명을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일각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2005년 4월∼2013년 2월 재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생전 퇴위를 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성인 시성을 논의하는 추기경 회의에서 퇴임을 발표했었다. 생전 퇴위는 14세기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어서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발표는 가톨릭계에 큰 충격을 줬다.26일 기준 13일째 입원 중인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후 최장 기간 입원 중이다. 그가 입원 중에도 전혀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생전 퇴위 추측을 확산시키고 있다. 교황은 2022년 전임자들처럼 자신이 무능력해질 때 퇴위를 고려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교황의 업무는 종신”이라며 생전 퇴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황이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오래 의식을 잃으면 교황의 기존 의사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바티칸 국무장관 겸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생전 퇴위 가능성을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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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입원실에 고위 성직자 비밀 방문…혹시 퇴위 논의?

    14일부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9)이 생전 퇴위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위독하다(critical)’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교황의 건강이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NYT에 따르면 교황청 고위 성직자 2명이 이번 주 초 교황이 입원 중인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두 성직자가 교황의 후계 구도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40년 가까이 교황청을 취재한 독일 언론인 안드레아스 엥글리슈는 성직자 2명의 방문에 대해 “매우 수상하다”고 논평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성인(聖人)을 승인하기 위한 추기경 회의와 관련된 교황의 서명을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일각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2005년 4월~2013년 2월 재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생전 퇴위를 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성인 시성을 논의하는 추기경 회의에서 퇴임을 발표했었다. 생전 퇴위는 14세기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어서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발표는 가톨릭계에 큰 충격을 줬다.26일 기준 13일째 입원 중인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후 최장 기간 입원 중이다. 그가 입원 중에도 전혀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생전 퇴위 추측을 확산시키고 있다. 교황은 2022년 전임자들처럼 자신이 무능력해질 때 퇴위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교황의 업무는 종신”이라며 생전 퇴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황이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오래 의식을 잃으면 교황의 기존 의사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바티칸 국무장관 겸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생전 퇴위 가능성을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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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2027년까지 국방비 GDP 2.5%로 증액”

    영국이 2027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가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호응한 셈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유럽은 배제한 채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며 균열이 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서양 동맹’을 유지,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스타머 총리는 25일 의회에서 “현재 GDP의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 2.5%까지 늘리겠다”며 “이는 우리 국방에 대한 지출이 2027년부터 연간 134억 파운드(약 24조3000억 원)씩 추가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29년 총선 때 승리해 정권을 유지하면) 다음 의회에선 국방비 지출을 GDP의 3%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늘어날 국방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GDP의 0.5% 정도를 차지하는 공적개발원조(ODA) 등 해외 지원 관련 예산은 2027년 0.3%까지 삭감할 계획이다.스타머 총리는 국방비 증액 발표는 유럽에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사실상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집권 1기 때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뒤에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이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스타머 총리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럽 평화유지군 주둔 등 종전 뒤 안보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다음 달 2일에는 런던에서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한편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유럽의 ‘안보 독립’을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에선 메르츠 대표가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국가의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대통령도 GDP의 3.45%인 국방예산을 2028년까지 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고 TVP 등 폴란드 매체들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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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 보는 비용 50% 늘어 분노” 망가진 경제에 민심 ‘우향우’

    “장 보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 정말 화가 납니다.” 독일 총선이 치러진 23일(현지 시간) 수도 베를린 도심에서 만난 주부 모니카 슐츠 씨는 “원래 좌파 성향 정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AfD가 고물가 등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국경 통제 강화,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논의,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강경 보수 성향 정책을 내세운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지율 2위 정당에 올랐다. 공영방송 ARD는 이날 잠정 개표 결과 AfD가 20.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far-right party)이 독일 총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전하며 이들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주도의 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AfD가 약진한 핵심 이유로는 망가진 경제가 꼽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0.3%, ―0.2%씩 성장했다. 2002,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경제 위기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가장 높은 수치인 83.5%를 기록했다. 경제난의 원인으로는 수출 감소가 꼽힌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통상전쟁 여파로 향후 수출 전망 또한 좋지 않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값이 급등한 것도 독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脫)원자력 발전 기조를 고수해 온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었고 에너지값이 치솟아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난민 범죄가 늘어난 점도 유권자의 우경화에 기여했다. 다만 AfD의 부상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적잖다. 23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카트린 훈제 씨는 “민주주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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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츠, 1990년대 獨전성기 향수 자극… 反이민 ‘트럼프 닮은꼴’

    ‘1990년대 스타일의 새로운 독일 총리.’ 23일(현지 시간) 독일 총선에서 차기 독일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70)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렇게 묘사했다. CDU가 배출한 헬무트 콜 전 총리(1982∼1998년 집권)처럼 1990년 독일 통일 뒤 경제를 일으키고 사회를 안정화시킨 옛 보수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경제난과 이민자 문제에 불만이 큰 중산층 유권자들이 당시에 대한 향수로 메르츠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실제 메르츠 대표는 선명한 보수 색채와 미국의 핵 보호 없이 유럽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총리가 되면 취임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반(反)이민 정책과 탈원전 등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는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선거 직후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굳건히 서 있다”며 독자적 노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총선의 잠정 개표 결과 메르츠 대표의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28.5%를 얻어 과반 달성엔 실패했다. 하지만 조만간 사회민주당(16.4% 득표) 등과의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정적(政敵)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게 밀려 정계에서 사라졌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70세 ‘보수 올드보이’가 독일 안보와 경제를 재건할지 주목받고 있다. ● 메르켈과는 25년 대립… 세 번 도전 끝에 당대표메르츠 대표는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브릴론 출신으로 산업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친(親)기업 정책으로 중도 보수 성향인 CDU에서 입지를 넓혔고, 2000년 원내대표에 올랐다. 그해 메르켈 당시 CDU 대표의 중도 노선과 대비되는 친기업 보수 성향을 내세웠지만 당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 그러다 메르켈 전 총리가 2005년 총리에 오르면서 위상이 크게 약화됐고, 결국 200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09년부터 2018년 정계에 복귀하기 전까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독일법인 이사회 의장 등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 활동하며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2018년 정계 복귀 당시 그가 공개한 연간 수입은 100만 유로(약 15억 원)였고, 자가용 비행기 2대를 소유하기도 했다. 정계 복귀 뒤 CDU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메르켈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에게 패배했다. 2021년에도 메르켈 전 총리의 후계자로 꼽힌 아르민 라셰트에게 밀리면서 메르켈과의 악연을 이어갔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가 정계를 떠난 2021년 12월에야 세 번째 도전 끝에 당 대표에 당선됐다. 메르츠 대표는 보수, 친기업 기조가 분명해 중도 성향이 강했던 메르켈 전 총리 등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대 독일 내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경제 위기로 물가 안정 등이 부각되자 메르츠 대표의 보수적 선명성은 크게 각광받았다.● 반이민, 유럽 독자노선 강조는 트럼프 ‘닮은꼴’메르츠 대표는 강경보수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해선 “CDU가 선명하게 보수색을 드러내야 AfD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반이민 정책에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독일 안팎의 우려 속에서도 AfD와 함께 국경 통제,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을 포함하는 이민정책 강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우선시하는 CDU의 전통 노선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노선을 강조하는 파격적인 외교 행보도 미국의 기존 외교 문법을 깨고 있는 트럼프와 닮은꼴이다. 메르츠 대표는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방위가 우리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강론을 강조했다. CDU 창립 멤버로 독일 초대 총리를 지낸 콘라트 아데나워(1949∼1963년 재임)가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하며 친미 노선을 걸은 것과 비교된다. 그는 23일 총선이 끝난 뒤에도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에 출연해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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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총리 유력 메르츠… “美 안보의존 끝내야”

    23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유럽을 강하게 만들어 미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유럽의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 중심의 안보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진행된 첫 주요국 선거에서 총리 후보가 대미 정책의 전환을 예고해 트럼프 2기 시대 국제 정세가 더욱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르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보수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잠정 개표 결과 28.5%를 득표해 1당에 올랐다. 다른 당과의 연정도 추진해 과반 달성에 성공하면 2021년 12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난 뒤 3년여 만에 독일에서 보수가 재집권하게 된다. 메르츠 대표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인 ARD와 ZDF에 출연해 “트럼프가 지난주 발표한 성명을 보면 적어도 미국인, 이 행정부는 유럽의 운명에 크게 무관심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이끈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경제난과 이민 문제 대응에 실패하며 16.4%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강경 보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0.8%로 2위를 차지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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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 “난민 추방” 좌파 “나치 꺼져”… 獨총선, 경제난에 우파 강세

    “‘표현의 자유’가 독일을 위대하게 만든다!” 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동부의 린덴 쇼핑센터 앞. 하루 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 아래 한 당원이 단상에 올라 이같이 외치자 1000여 명의 지지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 왔다. AfD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소속 인사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다. 하지만 AfD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비(非)백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안전한 국경의 시간’ 간판 또한 가득했다. AfD 집회 맞은편에서는 좌파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AfD 지지자들에게 “나치야 꺼져라”, “인종차별주의자는 필요 없다”고 소리쳤다. 이날 베를린 시내 곳곳에선 극우와 극좌 지지층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양측이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긴장이 고조되자 당국은 경찰을 대거 배치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다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경제를 살릴 정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강국이며 국가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 샤이 보수들 “AfD, 난민 잘 추방할 것”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630석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에 1표씩 총 2표를 던진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회사 ‘인자’의 지지율 조사에선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AfD가 21%,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5%, 좌파 녹색당이 12.5%로 뒤를 이었다. 2021년 9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다. 이는 세 정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는 숄츠 총리와 성장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내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숄츠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당초 올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 시기도 앞당겨진 것. 다만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운 만큼 총선 후 연정 구성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하고 있는 AfD의 입김이 그 어느때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 기사 볼프강 솔바흐 씨는 “AfD는 독일이 받지 말았어야 할 불법 이민자를 잘 추방할 것 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작센, 튀링겐 등 경제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를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측은 AfD와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얻고 있는 만큼 반이민 정책 등에서는 AfD와 일정 부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좌파 “극우 뽑아선 안 돼” 이날 ‘반AfD 집회’를 벌인 시민들은 AfD의 지지율 상승세를 집권 사민당에 대한 불만에서 찾았다. AfD의 이념을 지지한다기보다 사민당이 경제난과 불법 이민자 증가를 해결하지 못해 그 불만이 AfD에 대한 지지로 쏠렸다는 의미다. 보육 교사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시민 제니 씨(24)는 반AfD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성 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극우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fD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나치 국가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친구들과 좌파 집회에 같이 왔다는 10대 소년 파스칼 씨는 “숄츠 총리 등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못해 극우가 극성”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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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총선, 경제난에 우파 강세…극우 “난민 추방” vs 좌파 “나치 꺼져”

    “‘표현의 자유’가 독일을 위대하게 만든다!”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동부의 린덴 쇼핑센터 앞. 하루 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 아래 한 당원이 단상에 올라 이같이 외치자 수천 명의 지지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 왔다. AfD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소속 인사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다. 하지만 AfD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비(非)백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안전한 국경의 시간’ 간판 또한 가득했다. AfD 집회 맞은 편에서는 좌파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AfD 지지자들에게 “나치야 꺼져라”, “인종 차별주의자는 필요 없다”고 소리쳤다. 이날 베를린 시내 곳곳에선 극우와 극좌 지지층의 ‘맞불 집회’를 벌였다. 양측이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긴장이 고조되자 당국은 경찰을 대거 배치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다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경제를 살릴 정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강국이며 국가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 샤이 보수들 “AfD, 난민 잘 추방할 것”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630석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에 1표씩 총 2표를 던진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회사 ‘인자’의 지지율 조사에선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AfD가 21%,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5%, 좌파 녹색당이 12.5%로 뒤를 이었다.2021년 9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다. 세 정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는 숄츠 총리와 성장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내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숄츠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당초 올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 시기도 앞당겨진 것.다만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운 만큼 총선 후 연정 구성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하고 있는 AfD의 입김이 그 어느때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 기사 볼프강 솔바흐 씨는 “AfD는 독일이 받지 말았어야 할 불법 이민자를 잘 추방할 것 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작센, 튀링겐 등 경제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를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측은 AfD와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얻고 있는 만큼 반이민 정책 등에서는 AfD와 일정 부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좌파 “극우 뽑아선 안 돼”이날 ‘반AfD 집회’를 벌인 시민들은 AfD의 지지율 상승세를 집권 사민당에 대한 불만에서 찾았다. AfD의 이념을 지지한다기 보다 사민당이 경제난과 불법 이민자 증가를 해결 못해 그 불만이 AfD에 대한 지지로 쏠렸다는 의미다.보육 교사로의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시민 제니 씨(24)는 반AfD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성 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극우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fD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나치 국가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친구들과 좌파 집회에 같이 왔다는 10대 소년 파스칼 씨는 “숄츠 총리 등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못해 극우가 극성”이라고 안타까워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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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약육강식 외교… “젤렌스키는 독재자” 종전협상 협조 압박

    “‘독재자’ 젤렌스키가 (대선 실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루 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율 4%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했고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들어 그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적극 협조하란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자국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했다. CNN은 ‘허위 공간’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응하겠다며 나섰고 이후 ‘독재자’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든다고 진단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빠른 종전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라고 주장했고 이 논리가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바이든 갖고 논 코미디언” vs 젤렌스키 “허위 공간 사나”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며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이라 주장했다. 정계 진출 전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미국이 3500억 달러(약 503조 원)를 쓰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지만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이 ‘수월한 돈벌이’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고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비판했다.이는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는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나라를 팔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광물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단계적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먼저 희토류 제공 약속을 받아낸 후 당초 주장했던 ‘50%’ 수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러 철수한 美기업 손실 466조 원 만회 의사”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가 전쟁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18일 리야드 회담에 참석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는 당시 미국 측에 전쟁 발발 후 미국 기업이 최소 3240억 달러(약 466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자료를 건넸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산업이 1230억 달러(약 177조 원), 소비자 및 의료 산업이 940억 달러(약 135조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돈’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19일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푸틴”이라며 “푸틴은 ‘깡패’”라고 비판했다. 야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미국 대통령을 보자니 역겹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행보가 “(푸틴에 대한) ‘항복’에 가깝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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