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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두고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재판은 휴정 시간을 포함해 무려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6일 오전 10시 시작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이튿날 오전 1시경 마무리됐다. 점심, 저녁 두 차례 식사 시간과 중간에 주어진 휴정 시간을 빼고도 순수 재판 시간만 10시간가량 걸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숫자를 줄여준 배경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증인 신문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재판처럼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없었지만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선 이 부회장의 24일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 50분까지 이어졌다.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재판도 증인신문이 길어지면서 오후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처럼 ‘마라톤 재판’이 늘어나는 것은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 수가 많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로서는 구속 기한인 6개월 이내에 선고를 하기 위해 빡빡하게 재판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실장 재판은 모두 매주 3차례 이상씩 열리고 있다. 과거에도 중요 사건에서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재판이 이어진 사례는 꽤 있다. 2007년 12월 11일 열린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2011년 1월 1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73)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경 끝났다. 이 밖에 통상 하루에 재판을 마치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도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잦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배제 명단인 일명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이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실장 측은 블랙리스트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에 26일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전 실장 측은 “1월 구속 수감된 이후 고령과 지병인 심장병 악화로 수감 생활과 재판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김 전 실장 변호인의 의견을 모두 검토해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까지 국정 농단 사건 관련 구속 피고인 중에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석방된 사례는 없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은 1심 구속 기한(6개월) 만료를 앞두고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하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 등으로 추가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도 범죄수익 은닉 등 추가 기소된 혐의로 새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기한이 6개월 더 늘어났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은 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지만 아직 보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61·사법연수원 17기)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사무실에는 길이가 1m는 족히 넘는 긴 족자가 걸려있다. 김 회장이 2년 임기 동안 자신이 꼭 해야 할 일 98가지를 적어둔 ‘버킷리스트’다. 이 리스트에는 김 회장이 올해 초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공약은 물론이고 상대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 등 법조계 현안이 두루 담겨 있다. 리스트 중에는 일부 별 모양 표시가 붙어있는 항목도 있다. 법조 화합 대통합위원회 신설 등 2월 27일 취임 이후 이미 실천에 옮긴 내용들로 모두 7가지나 된다. 버킷리스트에 남은 목표 중에는 검찰총장 및 검사장 직선제 도입, 전관예우 혁파 등 국회와 법원을 설득해야 하는 큰 주제도 여럿 담겨 있다. 26일 만난 김 회장은 버킷리스트 항목 중 하나인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문제부터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제 임기 2년간 총 8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는데, 그 가운데 최소 2명은 법관이나 검사 출신이 아닌 순수 재야 변호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대법관이 돼야 기존 사법부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판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이를 위해 최근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상훈 전 대법관과 박병대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에 김선수 변호사(56), 김형태 변호사(61) 등 재야 변호사 출신들을 공개 추천했다.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감찰 대상이 된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은 법무부의 탈검찰, 문민화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감독기관인 법무부가 검사들로 채워져서는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보직에 앉혀 검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검찰 개혁은 중요한 문제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우선 검사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을 중용한 사례를 들며 “강직한 검사들을 발탁해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훌륭하고 성실한 검사들을 발탁해 기회를 주면, 그들이 앞장서서 조직을 잘 추슬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검사장 직선제 도입처럼 검찰 조직에 민주적 통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은 변호사 업계도 큰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김 회장은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변협 회원들 사이에서는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며 “다만 사견으로는 공수처 도입 초기에는 검사 비리 수사 등 제한적 역할을 맡긴 뒤 점차적으로 기구와 권한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수도권 첫 경전철인 경기 의정부경전철이 파산했다. 3600억 원이 넘는 만성적자 탓이다. 개통한 지 약 4년 11개월 만으로 국내 민간투자 사업 중 첫 파산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당장 운행이 중단되진 않는다. 하지만 의정부 시민들은 막대한 빚더미를 안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21부(부장판사 심태규)는 26일 의정부경전철의 파산을 선고했다.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후 적자를 거듭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적자가 3676억 원이었다. 앞서 경전철 측은 올 1월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파산관재인으로 최성일 변호사(44·사법연수원 31기)를 선임했다. 파산 절차는 의정부경전철 채권 관계자들이 7월 11일까지 신고하면 이를 바탕으로 8월 10일 채권자 집회가 열린다. 의정부경전철 총사업비는 5470억 원. GS건설 컨소시엄이 52%, 의정부시가 48%를 부담했다. 2012년 7월 1일 정식 개통했다. 30년간 의정부경전철㈜이 운영한 뒤 의정부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개통 초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수요 예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탓이다. 계획 당시에는 하루 7만90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개통 후 한 달간 하루 이용객은 1만5000명 수준에 그쳤다. 최근까지도 3만8000여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겨울에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라도 내리면 수시로 운행이 중단돼 ‘고장철’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일단 파산 후에도 운행은 계속된다. 의정부경전철 측은 이날 “후속 운영자와 운영 방식 등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 운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의정부시도 “경전철 운행 중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시는 빠른 시일 안에 위탁 방식으로 직접 운영할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사와 의정부시가 파산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여 운영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장 파산 후 운행 기간에 발생하는 운영비 정산이 발등의 불이다. 의정부시는 시행사에 물어줄 계약 해지금 지급에 대비해 긴축재정을 추진키로 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26일 경전철 활성화를 위해 노선 연장을 검토하는 한편 민사소송 등의 결과에 따라 계약 해지금을 지급할 방침을 밝혔다. 경전철이 추진된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경기 용인경전철도 부풀려진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검찰 수사까지 실시됐다. 용인시는 악성 채무 2970억 원을 혈세로 갚아야 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국내 1호 부산∼김해 경전철도 당초 예상(18만 명)보다 실제 이용객이 턱없이 부족해 빚더미에 오른 바 있다. 서울시도 10곳에서 경전철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차질을 빚고 있다.의정부=남경현 bibulus@donga.com / 권오혁·강승현 기자}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23일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남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정 핀과 집게 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것이나, 재킷 왼쪽 옷깃에 ‘나대블츠/서울(구)/503’이라고 적힌 수인 배지를 단 것도 모두 이틀 전 그대로였다.○ 불리한 증거 나올 땐 손가락 흔들며 부인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생긴 듯했다. 첫 재판 때 3시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던 것과는 달랐다. 변호인단과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살짝 옅은 미소가 스쳐갔다. 첫 재판 때 ‘40년 지기’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이날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가 법정 안팎에서 돌았다. 심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부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알렸다. 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하기보다는 주로 변호인단의 변론을 묵묵히 들었다. 첫 재판 때와 달라진 점은 재판 내용을 짬짬이 받아 적는 모습 정도였다.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설명할 때는 법정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왼편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55)와는 수시로 대화나 귓속말을 나눴고 이따금 미소를 지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는 유 변호사를 보며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로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낮 12시 20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휴정하기 직전 ‘검찰의 오전 증거 조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팔짱 낀 채 경청, 가끔 하품도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내 구치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통상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돌아가 식사를 한 뒤 법원에 돌아오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구치소 측이 식사를 준비해왔다. 메뉴는 이날 서울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제공된 것과 똑같이 북어포국과 닭고추장조림, 오이·양파 피클, 배추김치였다. 오후 2시 10분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에 비해 조금 피곤해 보였다. 검찰이 증거 내용을 설명할 때는 팔짱을 낀 채 지켜보다가 이따금 하품을 하거나 턱을 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후 3시 25분경 휴정을 요청했다. 15분 뒤 속개된 재판은 오후 5시 50분경까지 이어졌다. 재판이 끝나기 직전 재판장이 “박근혜 피고인. (검찰과 변호인) 얘기 쭉 들었는데 혹시 반박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세한 것은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5시간 25분간 재판을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은 오전, 오후 딱 한 차례씩이 전부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입증할 증거들을 공개했다. 또 이미 진행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의 재판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검찰 측 신문 내용만 보여준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중요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이에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임원이 술자리에서 협회 직원을 맥주병으로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 상임 이사인 A 변호사는 15일 내부 회식에서 팀장급 사무직원 B 씨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쳤다. B 씨는 두피가 찢어져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폭행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변호사는 사건 당일 대한변협이 자신의 부친이 운영하는 공익재단 지원을 몇 해 전 중단한 문제에 대해 협회 임원 C 변호사와 말다툼을 벌였다. 감정이 격해진 A 변호사는 C 변호사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는 등 몸싸움을 벌였고, B 씨는 이를 말리다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는 사건 다음날 대한변협 집행부와 사무국에 공식 사과하고 협회 임원 자리를 내려놨다. 또 B 씨에게 피해보상 등을 약속하며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의혹 제기로 내가 완전히 괴물이 돼가고 있다”며 항의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55·구속 기소),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56·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특검은 ‘김종 전 차관(56)의 영향력을 (딸의 입학에) 이용하려 한 거 아니냐’고 최 씨에게 물었다. 최 씨는 이에 “그럼 (김 전 차관) 위에 있는 사람한테 해야지,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너무 의혹 제기를 많이 하니까 내가 완전히 괴물이 돼가고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최 씨는 딸 정 씨의 고교 시절 봉사활동 기록이 조작됐고, 대학에서도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정 씨를 두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최 씨는 “어린 학생을 자꾸 공범으로 몰지 말라. 교수들이 장래성을 본 거고, 얘한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체육특기생이) 다 받는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 “특검이 어린 애(유라)를 이 정도로 영혼을 죽였으면 됐지. 이걸 공모관계까지 확인해서 형사처벌해서 감옥에 넣어야지 시원하다면 그렇게 하시라”며 “얘(유라)만 특혜를 줬다고 해서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언성을 높였다. 최 씨는 피고인 신문이 끝날 즈음 “(딸 정 씨가) 애를 뺏길까봐 들어오지 못하는데 너무 잔인한 상황이다. 어린 자식이 잘못될까봐 자기 삶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31일 최 씨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경품행사 당첨자에게 1년간 ‘공짜 음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말을 바꾼 스타벅스가 소송에서 패해 음료 값을 물어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단독 조정현 부장판사는 A 씨(31·여)가 스타벅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스타벅스는 A 씨에게 미지급한 364일 분의 무료음료 쿠폰 상당액인 229만3200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스타벅스가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특별한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1년간 매일 무료 음료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행사에 응모해 당첨됐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당첨자들에게 원래 음료쿠폰 1장씩을 주려고 계획했는데 경품 내용 공지가 실수로 잘못 나간 것”이라며 행사 공지 내용을 뒤늦게 수정하고 A 씨에게는 음료쿠폰 1장만 지급했다. A 씨는 이에 반발해 “이미 받은 음료쿠폰 1장을 제외한 나머지 364일치 음료 값을 지급하라”며 스타벅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 씨 측 최수진 변호사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소비자와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기업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1심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둔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 씨(48)가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4일 회삿돈 4억5000여만 원을 빼돌려 자금세탁을 한 혐의(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로 추가 기소된 차 씨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구속 기소된 차 씨의 1심 구속 시간은 26일로 끝날 예정이다. 재판부는 차 씨 사건의 심리를 마쳤지만 공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선고 시점을 맞추기 위해 결심 공판을 잠정적으로 미뤄둔 상태다. 차 씨 측은 이날 “추가 기소된 공소사실이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차 씨 측은 “이미 기소된 횡령 사건의 범죄수익을 본인 명의 계좌에 입금한 것을 돈을 숨기려 한 별도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차 씨는 “제가 법에 무지해서 관례대로 한다는 것이 법 위반인줄 몰랐다”며 “사익을 위해서 고생하는 회사 직원들 몰래 횡령을 하거나 돈을 은닉하지는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 관련해서는 7개월간 깊이 반성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차 씨의 혐의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며 “선고 전인 공범 상당수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추가 구속영장 필요성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차 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늦어도 25일까지 결정될 전망이다. 새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차 씨의 구속기간은 다시 최대 6개월까지 연장된다. 차 씨와 함께 기소된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59·구속 기소)은 추가 기소가 안돼 26일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40년 인연’이 무색한 3시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 씨(61)는 재판 내내 단 한마디 대화는커녕,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최 씨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글썽였다. 최 씨는 23일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서면서 맞은편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을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 씨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꼿꼿이 앉아 검사들이 앉아 있는 정면만 바라봤다.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최 씨는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하자 최 씨는 울컥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최 씨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재판부에 밝히는 동안 흐느끼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 씨는 작심한 듯 또렷하게 말을 쏟아냈다. “40여 년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나 이런 범죄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제가 처음 재판을 받을 때 한웅재 검사님(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박 전 대통령 축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건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유죄로) 몰고 가는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이 재판이 정말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겨주고, (박 전 대통령을) 나라를 위해 살아온 대통령으로 남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대로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는 법정에 없는 사람 같았다. 박 전 대통령 특유의 단호한 결기가 느껴졌다. 10분간의 휴정 시간에 두 사람이 법정 밖에 나갔다 다시 들어온 뒤에도 두 사람 사이엔 말 한마디, 눈길 한 번 오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 최 씨는 이전 재판에서보다 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최 씨는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저나 박 전 대통령이 한 게 아니라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란 사람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의 최 씨는 머리가 여러 군데 하얗게 센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구속 수감될 당시보다 볼살이 많이 올라 있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23일 오전 10시 1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남색 정장 재킷에 짙은 청색 바지를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피고인 출입구를 통해 들어섰다. 재킷 왼쪽 옷깃에 달린 건 재임 중 자주 달던 브로치가 아니라 수인번호 ‘503’이 적힌 둥근 배지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다. 머리는 재임 당시처럼 올림머리 모양이었다. 구치소에서 파는 1660원짜리 집게 핀과 390원짜리 머리 핀 사이로 머리카락이 몇 가닥씩 삐져나와 있었다. 앞머리 군데군데 흰머리도 보였다. 변호인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천천히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초췌한 기색처럼 걸음걸이에 힘이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유영하 변호사(55) 옆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맞은편 검사석 검사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여전히 굳은 채였다. 잠시 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 들어섰다. 상아색 재킷 차림이었다. 최 씨는 이경재 변호사(68)를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재판부가 공판 시작 전 법정 촬영을 허용한 3분 동안 방송카메라가 박 전 대통령을 주시했다. 카메라 셔터도 쉴 새 없이 터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6분 피고인 인정신문이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서 일어섰다.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무직입니다.” “사는 주소지는?” “강남구 삼성동 42-6입니다.” “본적도 같습니까?” “네.” “박근혜 피고인 52년 2월 2일생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어 김 부장판사가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1시까지 3시간가량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가끔 오른편의 유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눌 때 외에는 대개 무표정하게 정면만 바라봤다. 검사가 50분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를 담은 공소 사실을 읽는 동안 간혹 한숨을 내쉬거나 법정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부정(否定)’을 의미하는 몸짓이었다. 검사의 설명이 길어지자 박 전 대통령의 두 눈은 거의 감길 듯했다. 지친 표정이었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해 대기업 출연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쓰지도 못하는 돈을 왜 받느냐. 동기가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 부장판사가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했는데”라고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가 “추가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지만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한 뒤 입을 닫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글자는 모두 54개에 불과했다. 오전 11시 26분 김 부장판사가 휴정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을 떠나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10분 뒤 법정으로 돌아오는 박 전 대통령의 발걸음은 빨랐다. 표정은 담담했다. 최 씨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모두 부인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일렬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후 1시 재판이 끝나자 박 전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변호인단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부와 검찰 측에 인사는 하지 않았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23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첫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갑을 찬 양손을 모은 채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수척해진 얼굴로 줄곧 바닥을 보며 법정으로 향했다. 남색 정장의 왼쪽 가슴에 수감번호 ‘503’이 찍힌 배지를 단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구입한 머리핀 4개로 만든 ‘올림머리’ 곳곳엔 흰머리가 비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뇌물사건 첫 공판에서 최순실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피고인석에 섰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과 뇌물 등 모두 18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공소사실 전부 부인하나”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짧게 “네”라고 답했다. 5시간 뒤인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장에는 역대 최다 추모객이 몰렸다. 노란색 풍선들 너머로 문재인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나서자 추모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대통령을 둘러쌌다. 문 대통령은 시종 엄숙했던 표정을 풀고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물로 애도하던 참석자들도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이제 노무현의 꿈이 다시 시작됐다”며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감사 지시로 4번째 감사에 휘말려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두우 동양대 교수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이제 이 전 대통령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파의 구심점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2003년 이후 14년 동안 보수와 진보는 각각 2명씩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날은 이들 전·현직 대통령 4명의 엇갈린 운명이 극명하게 대비된 하루였다.문병기 weappon@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23일 법정에 나란히 선다. 박 전 대통령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첫 재판을 받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이곳에서 1996년 8월 26일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뇌물 사건 첫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앞서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법정 출석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 시작 직전 법정 내부의 영상과 사진 촬영 시간을 허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고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이기 때문에 수인번호 ‘503’을 단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올 수 있다. 공범으로 함께 법정에 서는 최 씨도 사복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재판 초기 수의를 입었지만 최근엔 사복 차림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매일 오전 약 2시간씩 유영하 변호사(55)를 접견해 재판을 준비했다. 유 변호사 외에 다른 변호인도 가끔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으로 가끔 얼굴이 붓는 등 건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구치소에서 틈틈이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로 시작된다. 재판부와 검사 등은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부르게 된다. 인정신문이 끝나면 검찰은 공소장에 담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 사실을 공개하고 설명한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측이 각 혐의를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의사를 밝히고 재판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재판부는 이날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최 씨의 뇌물 사건과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병합해 진행할지를 결정한다. 또 향후 재판 진행 방침과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최 씨는 22일 열린 뇌물사건 재판에서 검찰을 상대로 “왜 나와 박 전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로 묶는지 묻고 싶다”며 “경제공동체가 사회주의에서나 가능하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뇌물을 요구하고 수수하는 행위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분담했고 그것이 증거로 증명됐기 때문에 공범으로 기소한 것이지 경제공동체라서 기소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씨가 재차 “처음 특검에 갔을 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이제 그만하라”며 제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주요 쟁점[1] 최순실 뇌물 사건 병합 여부 ―재판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공소사실 같고 증인 겹쳐 병합 검토 ―박 전 대통령, 최순실: 방어권 침해 등 이유로 반대 [2] 특검·검찰 공소 유지 역할 분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사건 병합 시 두 사건 각각 기소한 검찰과 특검의 역할 조정 필요 ―특검 파견 수사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역할 [3] 관련 사건 증거 채택 여부 ―최순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기록 증거 채택 시 선고 빨라짐 ―박 전 대통령: 반대 가능성 높아권오혁 hyuk@donga.com·배석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에서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궁당하자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며 역정을 낸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내내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반복적으로 ‘삼성 측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 승마 훈련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정치생활을 하는 동안 대가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극구 부인했다. 또 “기업들이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3년 반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제가 그 더러운 돈 받겠다고…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고 진술했다. 특히 삼성의 미르재단 출연에 대해선 “만약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래 받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공익재단을 만들어서 출연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삼성에서 저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이 없었고, 저도 해줄 게 없었는데 어떻게 뇌물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최 씨가 국민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는 데 감각이 있어서 그런 일들에 대해 도움을 조금 받았다”고 밝혔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방청권 추첨이 열렸다.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 150석 중 68석이 일반인에게 배정됐는데 시민 521명이 몰려 약 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최 씨의 첫 공판 방청 경쟁률은 2.6 대 1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1년 만이다. 한편 이날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과거 자신의 측근이었던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41·구속 기소)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농단 폭로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을 근거로 고 씨와 대화를 나눈 지인이 검사에게 상의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최 씨의 변호인이 “녹음 파일에 나오는 검사가 누구냐”고 묻자 최 씨는 “윤석열 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제지했고, 최 씨는 “제가 들은 바가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법 미용 시술을 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57) 등 ‘비선 진료’ 관련자들이 줄줄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1심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과 공짜 미용 시술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김 씨와 부인 박채윤 씨(48·구속 기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 원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 부부가 안 전 수석 부부에게 준 4900여만 원 중 3100만 원은 박 씨가 혼자 전달한 것으로 판단해 김 씨보다 박 씨에게 더 무거운 실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 부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을 해주며 친분을 쌓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여러 기회와 특혜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 씨 부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 농단에 편승해 이익을 취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불법 미용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55)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법 시술을 계획한 적이 없다”며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58)는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64·여)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 10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취업규칙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개정에 따라 하위 평가를 받은 근로자는 기존에 받던 것보다 임금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규칙 개정으로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체계에 비해 증가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사는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에 따라 성과연봉 비중을 늘리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노동조합 동의 없이 바꾸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음주 뺑소니 사고로 기소된 강정호(30·피츠버그·사진)의 메이저리그 복귀가 힘들게 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종문)는 18일 “원심의 징역형이 유지되면 미국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며 감형을 요청한 강정호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대 차선의 택시와 다른 차량에게 피해를 주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 게다가 두 차례의 음주 적발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1심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혈중 알코올 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 지하철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벌금 15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강 씨의 음주운전 적발은 2009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강정호는 1심 선고 후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취업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미국 대사관이 강정호의 혐의를 재범 가능성이 있는 무거운 사안으로 봤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그동안 국내 변호사와 미국 현지 이민법 전문 변호사를 통해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강정호는 취업 비자를 받기 힘들게 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1, 2심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유재영 elegant@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77)가 막역하게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해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재판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전 대표 측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박태규 씨와 만난 적이 있는지, 현재까지 처벌을 원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히면 곧바로 재판이 종결된다.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들어본 뒤 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정윤회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만만회’라고 주장한 혐의(명예훼손)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박 회장과 정 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측이 23일 재판 시작을 앞두고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뇌물 사건과 따로 재판을 받도록 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2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각각 기소한 사건을 한 재판부에 배당해 일방적으로 병합하면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두 사건을 병합하면 재판부에 예단과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마다 증인 동의 여부가 다르고 증인신문 각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별도 심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건을 함께 맡게 된 재판부가 앞서 2일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두 사건이 공소사실과 증인이 똑같으므로 재판을 병합하는 게 좋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진행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계획을 최 씨 변호인과 협의해 중복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 등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고 있어서 최 씨 측과 협의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쟁점만 18개에 이를 정도로 기록이 방대해 (사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재판에 임하려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합리적으로 기일을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의견을 검토한 뒤 첫 공판 때 최종적으로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할 경우 23일 첫 공판에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61) 등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재판은 당분간 주 3회만 열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과 롯데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와 SK에 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요구) 등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가족회사 ‘정강’의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부인 이민정 씨(49)가 첫 재판에서 어머니 김장자 씨(77)와 함께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씨 측은 “김 씨의 농지법 위반 사건에도 이 씨가 공범으로 기소돼 있으므로 재판 진행의 정확성, 효율성을 위해 김 씨 사건과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딸 이 씨와 함께 경기 화성시 소재 농지 4900여 m²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농사를 짓지 않은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에 약식기소되자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에 “이 씨는 주된 혐의가 업무상 배임인 반면에 김 씨는 농지법 위반이어서 양측을 정확히 공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 씨의 재판은 7월 12일로 예정돼 있어 병합할 경우 신속한 진행이 어렵다”며 반대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측 의견을 검토한 뒤 두 사건을 합쳐서 진행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씨는 공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검토를 못 했다며 자신의 혐의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