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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특정 기업의 이사 선임이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경영참여권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연금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업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를 경영참여권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달아 재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기업 경영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민연금이 간섭할 수 있는 사례를 세부적으로 밝혀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될 가능성” 박 장관은 30일 “한두 명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전체적인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서 경영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금의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기금운용위원회의 1차 목표는 연기금의 수익성”이라며 “수익성이 저해되는 방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영 참여의 대상이 되는 ‘기업 경영가치 훼손’에 대해선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장관이 “기업 경영가치 훼손으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을 때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하면 (경영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부연한 것이 전부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경영 참여의 대상이 되는 사례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진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여론’을 언급한 것은 결국 정부의 입맛대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의 성과를 주식과 무관한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특정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 기준 없이 여론이 들끓으면 경영에 간섭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기금운용 독립성-전문성 허약” 이런 우려의 배경엔 기금운용위원회가 경영권 참여를 할 만큼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기금운용위원 20명 중 8명은 관련 부처 장차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책연구원 원장 등 정부 인사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농협·수협이 추천한 지역가입자 대표 4명, 근로자 대표 3명을 더하면 15명으로 전체 인원의 4분의 3이 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에 따라 이뤄지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9명)를 전문가 중심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14명)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담겼지만 이 역시 현재의 지배구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을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을 받아 위촉하는 형태라면 정부 편향 인사 위주로 꾸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결국 지금처럼 정부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635조 원의 연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최고위직 9개 자리 중 기금운용본부장(CIO)을 포함한 5개가 공석이라는 사실도 고민이다. 모든 의결권 관련 사안은 기금운용본부가 1차적으로 검토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기금운용본부 조직이 불안정한 상황에선 특정 기업의 경영 활동이 ‘심각한 경영가치 훼손’에 해당하는지, 국민연금의 개입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지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10%룰’ 완화엔 신중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려면 자본시장법의 ‘5%룰’과 ‘10%룰’을 손봐야 한다. 5%룰은 상장기업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지분 1% 이상을 사고팔 때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5%룰을 완화해 공적 연기금은 주식 보유 목적과 관계없이 약식 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10%룰 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이다. 지분 10% 이상을 가진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전환한 뒤 6개월 이내에 생긴 해당 기업의 주식 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인데, 이를 국민연금에 한해서만 완화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 때문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김하경 기자}
삼성생명이 덜 지급한 즉시연금을 모두 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당초 예상 금액의 8%가량만 환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부분 지급’을 결정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게 돌려주게 될 연금액은 370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1인당 67만 원이다. 당초 금감원의 권고안(4300억 원·1인당 780만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삼성생명이 최저보증이율(연 1.5∼2.5%) 예시 금액과 실제 받은 연금액의 차액만 돌려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가입자별로 환급액을 산출해 8월 안에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에 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850억 원)이 두 번째로 많은 한화생명은 다음 달 10일까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화생명 측은 “분조위 결정에 대한 수용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최저보증이율 예시 금액보다 적게 준 사례가 없어 삼성생명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추가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금융소비자연맹은 피해 사례를 모아 공동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신한생명, AIA생명 등 미지급금 규모가 50억 원에 못 미치는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지급금을 모두 줄 계획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635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엑소더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로 수익을 이끌어 내야 하는 대체투자실장마저 최근 사의를 표했다. 인력 이탈을 막으려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이고 수장(首長)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을 서둘러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대체투자실을 맡은 김재범 실장이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부 기관으로 가려는 것 같다”며 “최근 대체투자 전문가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CIO를 비롯해 기금운용본부 최고위직 9개 자리 중에 5개가 공석이 된다. CIO 자리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사표를 낸 뒤 1년째 공석이다. 해외대체실장 자리는 지난해 3월부터, 주식운용실장과 해외증권실장 자리는 이달 초부터 비어있다. 대체투자실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조직이다. 운용 경험이 많은 인재들이 투입돼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대체투자는 수익률을 예측하기 힘든 분야인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 결정을 잘 내리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8.50%로, 같은 기간 기금 전체 수익률(5.61%)을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실적 부담을 느껴 사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순집행금액은 491억 원이었다. 당초 국민연금이 밝힌 연간 대체투자 자금운용 계획(2조8706억 원)의 1.7%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 자산의 가격이 많이 올라 우수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외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니 인재들이 업무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직원들이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 감사원 등에서 중복 감사를 받고 있어 문제”라며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가 책임만 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의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도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곁가지 업무가 늘어 본업인 기금운용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조은아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신설한 ‘북한투자전략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AVCJ) 프라이빗에쿼티 & 벤처 포럼’에서 북한투자 세션을 열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세션은 북한투자전략팀의 보고서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포럼은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대체투자 포럼이다. 이달 18, 19일 이틀 동안 아시아 지역 주요 사모펀드와 운용사 등 220여 개 회사에서 35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포럼에서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한반도 CVIP(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로’라는 주제로 북한 투자 전망 등을 소개했다. 강연 후에는 북한의 지역별 개발 전망과 투자 참여 방법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싱가포르 기관투자가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없어 답답했다”며 “이번 세션을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6월 업계 최초로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상황이 단기 테마성 이슈를 넘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증권은 중국, 베트남 증권사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 북한 경제 분석에 유리하다. 북한 경제 개방의 선행 모델이 될 수 있는 중국의 경제 개방, 베트남의 도이머이(개혁 개방) 정책과 관련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삼성생명이 5만5000명에게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가입자들에게 덜 지급된 연금의 일부만 돌려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안을 부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 안건은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다만 소송 제기와 별개로 최저보증이율(연 1.5∼2.5%)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을 받은 고객에겐 일부 차액을 신속하게 지급하라고 경영진에 권고했다. 즉시연금 가입설계서에는 시장금리 예상치에 따라 매달 받게 되는 최저보장 금액이 제시돼 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번에 민원을 제기한 A 씨가 가입한 보험료 10억 원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의 경우 최저보증이율 2.5%일 때 월 158만 원을 준다고 예시돼 있다.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A 씨의 수령액은 월 136만 원까지 낮아졌다. 이번 결정은 이 차액만큼을 돌려준다는 의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연금 일부를 덜 지급했다는 논란을 둘러싸고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일괄 구제’ 원칙을 앞세워 “계약보다 적게 지급한 보험금을 모든 가입자에게 돌려주라”며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민원 1건에 대한 결정을 전체 계약으로 확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즉시연금 이슈가 과거 ‘자살 보험금’ 사태처럼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 금감원 “약관 불분명, 미지급금 돌려줘야”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가입자는 최대 16만 명이며 금감원의 방침대로 일괄 구제가 적용되면 보험사들이 돌려줘야 할 보험금은 약 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300억 원가량의 부담을 안고 있는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전체 가입자에게 연금을 돌려줄지를 결정한다. 논란이 된 즉시연금은 일정 금액 이상의 목돈을 맡기면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고 만기 때 원금까지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상품. 이번 사태는 지난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A 씨가 “연금 수령액이 계약보다 적다”며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2012년 만기 10년 상품에 10억 원을 가입했다. 약관의 최저보증이율은 2.5%였다. A 씨는 매달 208만 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나중에 13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이는 보험상품의 특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즉시연금은 보험료가 1억 원일 경우 500만 원가량을 사업비, 위험보험료 등으로 공제한 뒤 순보험료를 운용해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이때도 만기 환급금 1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 재원’을 제외한다. 문제는 약관에 이런 내용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관은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고 돼 있다. 이에 분쟁조정위는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 서류일 뿐 약관만으로 가입자가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 보험사 “일괄 구제 강제할 근거 없어” 보험업계는 금감원이 직접 승인한 약관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A 씨 등 일부 계약자에 대한 분조위 조정 결과를 전체 가입자로 확대해 일괄 구제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도입이 확정되지 않은 제도를 즉시연금부터 적용하는 것은 ‘보험사 군기잡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조위는 재심 등 보험사의 방어장치가 부족하다. 이렇게 결정된 조정안을 전체 계약에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소송전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일괄 지급해야 할 근거는 없다”는 법률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일괄 구제를 거부한 보험사를 대상으로 과징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경우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사가 분조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감원에 대해) 소송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조은아 기자}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100일을 넘기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개미’들이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 공모펀드가 일제히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이 대내외 악재에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에도 코스닥지수는 4%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750 선으로 주저앉았다.○ 12개 중 11개 펀드가 손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4월 초 첫선을 보인 코스닥 벤처펀드의 누적 판매액은 이달 20일 현재 약 3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사모펀드를 제외한 12개 공모펀드에 7783억 원이 몰렸다. 이 펀드는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에다 투자금액 3000만 원까지 10%(최대 300만 원 한도)의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초반 뭉칫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12개 공모펀드 중 수익을 낸 펀드는 ‘에셋원 공모주 코스닥 벤처기업’(4.89%)뿐이다. ‘삼성 코스닥 벤처플러스’는 ―9.30%로 손실이 가장 컸고, 38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KTB 코스닥 벤처’(―3.37%)도 수익률이 부진하다.○ 코스닥 4% 급락, 연중 최저점 이는 코스닥지수가 4월 이후 약 4개월간 13% 이상 급락한 영향이 크다. 코스닥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23일 4.38% 급락한 756.96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1일(740.32) 이후 최저치다. 하락 폭은 3월 23일(―4.81%) 가장 컸다. 올해 초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900 선을 웃돌던 코스닥지수는 제약·바이오주 거품 논란과 미중 무역분쟁 우려 등이 겹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하락장을 주도한 것도 셀트리온헬스케어(―10.08%), 메디톡스(―5.28%), 신라젠(―13.27%)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였다. 특히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취약한 코스닥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네이처셀 라정찬 대표의 구속, 신라젠의 임상실험 중단 루머 등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투자했던 바이오주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SK하이닉스의 실적 논란으로 정보기술(IT)주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코스닥지수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반등 힘들 듯” 코스닥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이 하락하자 4월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던 공모펀드에서 이달 들어 34억 원이 빠져나갔다.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 벤처펀드가 담아야 할 신주가 부족해 수익률이 계속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6개월 안에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포함한 신주에 자산의 1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3조 원가량인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4500억 원가량의 신주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 시장의 벤처 기업공개(IPO) 규모는 2000억 원을 조금 웃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등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투매보다는 당분간 장세를 지켜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 바이오 업종의 투자 심리가 워낙 위축돼 당분간 코스닥 시장의 반등은 힘들어 보이지만 IT 기업의 실적이 다시 좋아지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북한 경제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출이 급감했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경공업과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 산업 부문이 역성장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추정치)은 ―3.5%로 추산됐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6.5%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북한은 2010년 ―0.5%로 ‘마이너스’ 성장한 이후 2011∼2014년 1%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5년에 다시 ―1.1%로 떨어졌다가 2016년 3.9%로 반등해 1999년(6.1%) 이래 최고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다시 급락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6만 원으로 한국(3363만 원)의 4.4%에 불과했다. 신승철 한은 국민소득총괄 팀장은 “대북 제재 영향으로 수출과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며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과 수력 발전량이 감소한 것도 북한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석탄 등 광물 수출이 제한되면서 광업 성장률은 ―11.0%로 곤두박질쳤다. 제조업(―6.9%), 농림어업(―1.3%) 등 주력 산업도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북한 경제 전망도 어둡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국의 대북 교역 규모는 71억 위안(약 1조20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2% 급감했다. 북한의 대외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에 이른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급감의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북한이 대남, 대외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통일부, 농촌진흥청, KOTRA 등에서 북한 경제 기초 자료를 받아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국민계정체계’를 적용해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산출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동양생명은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와 유병자도 특약 가입을 통해 치매와 뇌질환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수호천사간편한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가입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진단 없이 간편심사만 거치면 된다. 심사 기준은 △가입 전 3개월 동안의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 소견 △2년 이내의 질병과 사고로 인한 입원 및 수술 이력 △5년 이내 암 진단과 입원, 수술 이력 등 3가지다.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과거 병력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보험업계 최초로 치매와 특정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비를 보장하는 간편고지 상품이다. 50, 60대의 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에 대해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약 가입금액 1000만 원을 기준으로 중증 치매 진단 시 2000만 원, 중등도 치매 진단 시 200만 원을 지급한다. 또 특약 가입을 통해 암·뇌졸중·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진단, 입원비, 수술비, 재해골절 등 유병자에게 필요한 보장을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상품은 금리가 변동해도 최저 해지환급금을 보증하는 1형(해지환급금보증형)과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2형(생활자금지급형) 중 선택 가능하다. 1형은 금리가 변동해도 2.75%로 계산된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2형은 공시이율이 변동해도 예정적립금(3.0%)으로 계산된 생활자금을 지급한다. 매달 적립되는 ‘장기납입 보너스’와 특정 시점에 한번씩 적립되는 ‘유지 보너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도 자유롭다. 연금전환 특약을 이용하면 노후자금 마련도 쉽다는 것이 보험사 측의 설명이다. 가입 대상은 40세부터 75세까지다. 질병 및 재해로 50% 이상 장해를 입으면 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수호천사간편한종신보험은 청약 절차가 복잡하고 가입 거절이 많아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고령자 및 유병자 고객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라며 “치매 및 특정 허혈심장질환 등 차별화된 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 보험료는 50세, 20년 납입, 보험가입금액 5000만 원 기준으로 1형은 남성 19만4500원, 여성 16만2000원이다. 2형은 남성 17만6500원, 여성 14만5000원이다. 자세한 상품 설명은 홈페이지나 고객서비스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동양생명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주관한 ‘2018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고객접점 부문’ 조사에서 생명보험산업 부분 1위에 올랐다. 동양생명은 총점 96점을 받아 전년도 4위(95점)에서 3계단 상승했다. 또 지난달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보험금지급능력등급 평가에서 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삼성증권이 ‘2018 모든 국민 자산관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서비스로 확산시켜 국민의 ‘부(富)’ 증대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17일 삼성증권 전국 지점에서는 동시 투자세미나가 개최됐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 ‘1가구 1주식’ 투자로 적극적인 자산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글로벌 증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투자 전략도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는 소득 정체기에 가계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투자 수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식 투자의 약점인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투자 전략을 세분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투자해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 글로벌 경제의 주요 흐름을 감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로 기업의 높은 이익성장률을 오래도록 누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국민들이 실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절세 혜택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온라인 일임서비스 가입 고객에게는 9일부터 일임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연금저축 계좌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온라인으로 매수하면 증권사가 받는 매매 수수료를 18일부터 받지 않는다. 수수료를 없애고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을 극대화해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ISA와 연금저축 계좌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삼성증권은 기대했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을 위해 글로벌 리서치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17일 프랑스 3대 은행그룹인 소시에테제네랄의 증권 부문과 유럽 주식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음 달부터 ‘유럽 주식 유니버스 20선’을 발간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 베트남, 북미, 일본 현지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 리서치 정보를 제공한 데 이어 유럽 시장까지 리서치 네트워크를 넓힌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글로벌 자산관리의 성패는 유망 투자처를 제때 발굴해 분산 투자하는 것에 달렸다”며 “기업 특성이 다양해 우량주 선별이 쉽지 않은 유럽 지역에 대해 시의 적절한 투자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상품 가입자가 6개월 안에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환매하면 그동안 낸 수수료를 전부 돌려주는 ‘당신이 옳습니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 같은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찰스슈와브’가 2013년부터 불만 고객이 환매를 신청하면 직전 1개 분기의 수수료를 환불해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다음 달부터 본사 운용형 랩 상품에 우선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상식선 이상의 것은 신문에서 헤드라인 본 것 이상은 잘 모른다.” 국민 노후자금 630조 원을 운용하는 최고 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금융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데다 자산운용의 기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위원 20명 가운데 13명이 정부 측 위원이거나 친정부, 좌파로 분류되는 등 정치적 편향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독립성,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같은 칼부터 쥐여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가 1999년부터 올해 5월까지 100차례의 기금운용위 회의록(요약본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회의 내용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실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 연도별 운용계획, 기금 운용지침 등을 심의, 의결한다. 26일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위원 20명 가운데 금융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관계부처 차관 등 정부 측 6명 △사용자·근로자·농어민·자영업·시민단체 등 가입자 대표 12명 △관계 전문가(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명으로 구성된다.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전문가 위원인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도 각각 재벌개혁과 사회복지 전문가로, 금융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 이렇다 보니 회의 중에 안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되묻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패시브(시장수익률 추종)-액티브(초과수익률 추구) 운용’ 등 자산운용의 기본 개념까지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위원들은 “돈 굴리는 문제는 저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테크니컬한 것은 판단할 수 없으니 실무진에서 단수 안으로 올리라”고 하는 등 심의·의결 기능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권에 따라 좌우되는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 2명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몫이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현 위원인 최 원장과 조 원장은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활동했다. 시민단체 몫은 정부 성향에 따라 바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보수 성향의 한반도선진화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추천하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참여연대의 추천으로 바뀌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천한 문미란 위원(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6·13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여기에 근로자 대표(한국노총, 민노총, 공공연맹)까지 더하면 20명 중 13명이 정부 인사이거나 친정부·진보 계열로 분류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표결로 정부 안을 관철시켜 국민연금을 ‘재벌 길들이기’ 등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2008년에 일부 위원의 거센 반대 속에 국민연금을 담보로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안건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성민 기자공태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위상에 맞는 인사를 뽑기 위해서는 일반 고위공직자와 같은 잣대로 검증하는 현재의 인사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16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CIO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635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에 지나치게 엄격한 인사 검증 기준이 적용돼 중량감 있는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1년째 공석이다. 최근 CIO 공모에서 최종 후보로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청와대의 공모 지원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CIO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청와대 인사 개입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곽 전 대표가 낙마한 데 대해 김 이사장은 “CIO에게 장차관, 공공기관장들에게 적용되는 고위공직자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건 엄격하다”며 “필요하다면 외국인 전문가라도 데려올 수 있도록 인사 절차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등을 따지는 ‘고위공직자 7대 인사배제 원칙’에 따라 곽 전 대표를 탈락시켰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공공기관 임원에 해당돼 7대 인사배제 원칙에도 적용된다. 김 이사장은 “CIO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3억 원 수준의 연봉 수준과 2년(1년 연임 가능)의 짧은 임기,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조건 등이 적임자를 찾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1년째 이어진 CIO 공백으로 기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기금은 시스템에 따라 운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해외 연기금처럼 한 해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가 다음 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지난해 7.28%에서 올 4월 현재 0.89%로 크게 떨어졌다.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불거진 ‘경영 간섭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인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일 뿐이다. 절대 경영 간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금운용본부가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방패’ 역할에 충실하겠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정부에선 본부가 정치권력이나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주요 투자 결정 등에 이사장이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족해 정부 안건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대해서는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할 뜻을 내비쳤다. 김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기금운용위원회를 더 자주, 더 치열하게 열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기금운용위원회를 매달 열고, 1박 2일씩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도록 현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전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모든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마련된다. 그동안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도 개선된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시장 관행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적립금 운용의 효율성과 가입자의 편의성을 높여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3월 말 현재 169조 원 규모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210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연간 수익률은 지난해 1.88%에 그칠 만큼 부진해 가입자의 불만이 많았다. 이번 혁신안에 따라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상품 비교가 수월해진다. 퇴직연금 전용상품 플랫폼이 구축되면 금융회사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모든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금융권별로 제각각인 수익률과 수수료 공시 체계도 하나로 통일된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운용 방법도 개선된다. 현재는 가입자가 특정 상품만 지정하도록 돼 있어 만기 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같은 상품에 다시 투자하거나 대기성 자금으로만 운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입자가 상품 종류, 만기, 위험도 등을 미리 선택하면 만기 때 더 좋은 조건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90.6%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지만 가입자의 약 90%가 상품 변경 등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우선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함용일 금감원 연금금융실장은 “가입자의 무관심과 보수적인 투자 성향, 금융회사의 불합리한 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건 명령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은 12일 증선위 의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금융감독원에 새로운 감리를 요청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증선위가 5차례 회의를 열고도 이날 ‘반쪽짜리’ 결론을 발표한 것은 금감원의 감리 결과만으로는 고의 분식인지, 중과실인지 밝히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감리 결과를 수정해 제출하라는 증선위 요구를 거부했던 금감원과 금융위 간의 갈등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금감원 수정 거부에 공시 누락 결론만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자회사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등을 부여하고도 공시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회계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이 된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다시 감리를 요구했다. 당초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증선위에 대표이사 해임, 대표 및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지난달 금감원에 감리 내용을 보완하라고 요청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분식회계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 더 설명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끝까지 증선위 요청을 거부하자 증선위는 이대로는 결론을 내리기 적절치 않다고 봤다. 김 부위원장은 “관련 회계기준의 해석과 사실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핵심적인 혐의와 관련해 금감원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을 내리기엔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선위 결정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가 새로운 감리를 하라고 한 만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회의를 거쳐 대응 방향과 향후 감리 계획 등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결론’ 장기화 불가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 등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에 따르면 해당 사항을 반드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며 “공시 누락 당시엔 관련 투자자가 삼성물산, 삼성전자, 퀸타일즈 등 대주주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시 누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증선위는 이날 공시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판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공시 누락을 왜 고의로 판단했는지는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가 나오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이제 금감원이 명백한 분식회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갖고 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보다 3.37%(1만4000원) 오른 42만9000원에 마쳤지만 증선위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선 가격 제한폭(9.91%)까지 급락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박성민 기자}
글로벌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의 돈을 굴리는 ‘큰손’ 3명 중 1명은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등을 이유로 향후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세계 국부펀드 및 중앙은행 126곳의 자산 운용 담당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는 향후 3년 동안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40%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126개 기관의 자산 규모 합계는 총 17조 달러(약 1경8950조 원)에 이른다. 조사는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올해 1분기(1∼3월)에 이뤄졌다. 응답자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글로벌 무역분쟁이다. 인베스코는 “주요국의 보복 관세 부과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률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등 지정학적 위기와 고평가된 주가 수준도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이유로 꼽혔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에 힘입어 전년(4.1%)의 두 배를 웃도는 평균 9.4%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은 당초 목표치(6.5%)에 못 미치는 5.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126개 기관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은 평균 33%를 차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수도권의 아파트 2채와 상가 등 3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 이모 씨(61)는 최근 대학생 자녀 2명에게 각각 3억 원짜리 아파트와 5억 원 상당의 토지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당장 갖고 있는 부동산을 팔기는 아깝고, 사전에 자녀에게 넘기면 나중에 상속했을 때보다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해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규제와 세금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미리 재산을 분산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정부의 ‘부자 증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고소득자부터 중산층까지 증여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유세 인상의 타깃이 된 주택부터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예금, 펀드 같은 금융상품까지 증여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 자산가부터 중산층까지 부동산 증여 나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이 발표된 뒤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절세 수단으로 증여에 대해 문의하는 투자자들의 상담 전화가 빗발쳤다. 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PB팀장은 “그동안 증여에 관심이 없었던 고소득 직장인, 중산층까지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증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2, 3년 새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보유세 인상’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증여에 눈 돌리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8만3000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주택 증여 건수가 8만9300건으로 1년 새 10.3% 급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41.1%가 보유한 재산을 사전에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증여 수단으로 선호한 재산 1위도 부동산(44.1%)으로 꼽혔다. 여기에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중과세하는 종부세 인상 방안이 발표되자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 이후 보유와 매각, 증여 사이에서 고민하던 투자자들이 증여를 택하는 모습이다. 한 보험회사 서울 강남지점의 PB는 “6일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고객 10명이 절세 전략으로 증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자산 증여도 관심 커져 이번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은 없던 일이 됐지만 사전에 과세 강화에 대비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자산 20억 원을 가진 은퇴자 김모 씨(61)도 지난주 펀드, 예금 등 금융자산 1억 원어치를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움직임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계획대로 증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PB는 “정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언제든 세금을 올릴 수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여를 계획했다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급적 일찍 증여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PB팀장은 “증여 공제가 10년간 증여한 재산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증여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성인 자녀는 5000만 원까지, 미성년 자녀는 2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이명헌 한화생명 63FA센터 FA는 “같은 시세의 부동산이라면 기준시가로 세금을 계산하는 상가나 토지를 먼저 증여하는 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민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상승했다. 여기에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채권 금리도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의 공포가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고 보고 ‘예고된 악재’를 차분하게 받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곧바로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당분간 외풍에 요동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5.32포인트(0.68%) 상승한 2,272.8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3811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4500억 원 이상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기관이 하락 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 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49% 오른 2,747.23에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0.47%)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12%)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중국이 즉각적인 맞대응 대신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15.9원에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8%포인트 오른 연 2.352%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동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중 맞불 관세는 예정된 시나리오였지만 다음 주부터 ‘무역전쟁 2라운드’에 돌입하면 금융시장이 다시 시계(視界) 제로(0)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면서도 “앞으로 중국이 위안화 절상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통상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국내 증시에는 큰 부담이다.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전쟁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높이게 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무역분쟁이 4분기(10∼12월)에도 해소되지 않고 확대될 경우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50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년째 자리가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비롯해 주요 운용부서장 6자리 중 4곳이 공석인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운용 인력도 적임자를 뽑지 못해 30명 이상 비어 있다. 조직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흔들리면서 635조 원에 이르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인식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해외증권실장)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조 실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사퇴한 뒤 국민연금 운용을 전담하는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 왔다.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거나 내부고발을 한 직원들을 질타한 사실이 알려진 뒤 내부 인사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본부 측은 “검찰 조사 등의 과정에서 선후배끼리 책임을 전가하고 갈등을 빚는 모습이 보이자 조 실장이 조직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직원들을 나무랐다가 경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의 사퇴로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공백은 더욱 심각해진 상태다. 최근 채준규 전 주식운용실장은 내부 감사 결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에 유리하도록 수치를 조작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 해외대체실장도 전임자가 경력 논란 등으로 신규 임용이 취소된 뒤 1년째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과 해외증권실장, 주식운용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4명의 고위직 자리를 비워둔 채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CIO 최종 후보자 인사검증만 두 달 넘게 진행한 끝에 최근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최종 후보였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청와대의 응모 권유를 받았지만 불명확한 이유로 탈락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능력은 탁월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임명하기에) 힘든 부분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코드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인력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현재 정원 274명 중 32명이 빈자리로 남아있다. 지난해 공단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뒤 운용 인력이 대거 떠났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적임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16년 30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27명이 조직을 떠났다. 조직 안팎의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 조직인데, 기존 투자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내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해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연체율까지 오르고 있어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2%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0.04%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1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은행의 신규 연체금액(1조4000억 원)이 은행이 충당금을 쌓아 연체채권을 정리한 규모(8000억 원)를 넘어서면서 연체채권 잔액(9조6000억 원)이 6000억 원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이 모두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19%)은 전달 수준을 유지했지만 주택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0.50%)이 0.0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91%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1.81%)과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69%)은 전월 대비 각각 0.05%포인트씩 상승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3월 성동조선해양이 회생 절차에 들어간 영향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공포’가 하반기(7∼12월) 첫 거래일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렀다. 코스피는 14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300 선이 붕괴됐고 일본(―2.21%), 중국(―2.52%)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2% 이상 주저앉았다. 2일 본보 설문에 응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내내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에 갇혀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증시 바닥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강(强)달러 현상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59포인트(2.35%) 하락한 2,271.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10일(2,270.12) 이후 약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36% 하락한 4만5550원으로 마감해 5월 초 액면분할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약 36조 원이 증발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코스닥시장의 충격이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3.47% 급락한 789.82에 마감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800 선이 무너졌다. 기술기업의 투자 제한을 둘러싸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탓에 코스닥 정보기술(IT)주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관투자가들이 코스피시장에서 4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1154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대외 악재 속에 상반기 지속됐던 ‘셀 코리아’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외국인은 2월부터 지난달까지 4조975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글로벌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건은 이달 6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가 예정대로 현실화되느냐다. 이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3분기까지 외풍에 출렁이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중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 중국과의 패권 다툼, 대북 협상력 강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 유도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기간 해소가 힘들다”며 “미국이 하반기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달러 강세 꺾여야 반등 기대 다만 하반기 증시 눈높이는 낮추되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마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지속될 ‘상수’로 봐야 한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강도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의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재 0.9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3분기에 국내 증시가 ‘V자 곡선’을 그리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이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가면 지금의 달러 강세 흐름이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다 3분기 국내 기업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개별 종목의 옥석을 가려 ‘안정성’을 노린 투자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실적 대비 하락 폭이 지나치게 큰 우량주와 업종 대표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업종별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등 IT 업종,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투자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미디어콘텐츠, 화장품, 면세점 분야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하락 폭이 40∼50%를 넘지 않으면 수익이 보장되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나 4분기 높은 배당 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