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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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미술36%
연극21%
문학/출판14%
칼럼7%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 제5회 박수근미술상 임동식 작가

    임동식 씨(75·사진)가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25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서울디자인재단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6년 제정했다. 충남 출신인 임 작가는 1981년 공주 금강에서 결성한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 창립 멤버로 자연물을 활용한 행위·설치 예술을 실험했다. 독일 함부르크 유학 시절엔 야투를 매개로 국내외 자연미술 작가 교류를 주도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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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 最古 간행본’ 삼국유사 권4, 5 국보됐다

    현존하는 삼국유사 간행본 중 가장 오래된 ‘범어사본’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지정됐다. 26일 문화재청은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를 국보 제306-4호로 승격했다고 밝혔다. 부산 범어사가 소장하고 있는 ‘삼국유사 권4∼5’는 전체 5권 중 4, 5권만 남아 있다. 범어사 초대 주지 오성월(1865∼1943)의 옛 소장본으로 1907년 범어사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유사’는 고려 일연 스님(1206∼1289)이 편찬한 책으로 고려시대 판본은 알려지지 않았다. ‘범어사본’은 국보 제306호 ‘송은본’(3∼5권)과 국보 제306-3호 ‘파른본’(1, 2권)에 누락된 28∼30장이 수록돼 있어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친위부대의 본영을 채색화로 그린 ‘장용영 본영도형’은 보물 제2070호로 지정됐다. 채색화 1점과 평면도안인 ‘간가도’ 2점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애기부처로 알려진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등 총 8건이 보물로 신규 지정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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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자연속에 녹아든 따뜻한 휴머니즘

    “제 친구 우평남과 공동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열흘째 찍다 하루 쉬는 날이었어요. 뙤약볕 속 촬영에 지쳐 낮잠이 들었는데, 박수근미술관 엄선미 관장님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전시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죠.” 26일 오후 충남 공주 작업실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임동식 작가(75)는 자신이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응모하지도 않았고 후보에 오른 것도 전혀 몰랐다는 것. 놀라움이 가신 뒤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는 느낌이 몰려왔다고 했다. “제가 공주고 미술부 학생 때 국전에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그분의 아들 박석남 씨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지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감 깊은 세계를 담은 박수근 화백의 이름을 딴 상을 받아 과분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임 작가는 서양 미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국내 미술계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체적인 예술 어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1980년 홍명섭 등과 함께 ‘금강현대미술제’를 개최했고, 그 이듬해 여름에는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해 야외 현장에서 자연물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설치예술을 하는 자연미술을 시도했다. 같은 해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해 야투의 작업을 현지에 소개했다. 이후 외국 작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1991년)도 함께했다. 다만 국내 미술계에서는 조명을 받지 못하다 임 작가가 최근 서울시에 자신의 아카이브 1300여 건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미술사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는 상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현재 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선임 학예연구관, 나희영 서울문화재단 교육팀장,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최태만 국민대 미대 교수,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심층 토론을 거쳐 후보 작가 17명을 선정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이영욱 미술평론가, 윤동천 서울대 미대 교수,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이 17명을 심사해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임동식의 작품세계에는 박수근 선생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자연이 녹아 있다. 작품의 주제와 형식적 측면에서 박수근의 작품세계와 맥락이 이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은정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은 “박수근이라는 인물에 가까운 예술적 태도, 삶의 태도, 예술성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택하고자 했다”며 “박수근미술상이 한 명의 예술가를 조명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말했다. 임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상패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임 작가의 개인전은 내년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과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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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락원→서울 성북동 별서, 이름 바꿔 문화재 재지정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정원으로 명승 제35호인 성락원(사진)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해제하고 ‘서울 성북동 별서’(명승 제118호)로 재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심의 결과 성락원을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이 아니라 고종 때 내관이자 문인 황윤명(1844∼1916)이 조성한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성락원에 대한 고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정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문헌 검토와 현지 조사를 마친 문화재위원회는 “이 공간이 고종 이전에도 경승지(景勝地)로 널리 이용됐고 얼마 남지 않은 조선시대 민가 정원으로서 학술적 가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황윤명의 유고 문집 ‘춘파유고’에 기술된 내용 등을 고려해 명칭을 서울 성북동 별서로 결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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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북아프리카 이슬람 미술의 유혹

    아랍어와 터번, 낙타, 히잡과 턱수염에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까지…. 이태원에서도 보기 힘들 ‘마그레브(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권) 폭탄’이 서울 종로구 바라캇컨템포러리에 떨어졌다. 낯선 문화 이미지임에도 미술계에서 ‘저세상 힙(hip)’이라며 입소문이 났다. 모로코 출신 작가 하산 하자즈(59·사진)의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 이야기다. 눈에 띄는 공간은 전시장 2층에 마련된 ‘부티크’다. 화려하고 직설적인 색채의 이국적 조합은 마그레브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여기에 익숙한 대중문화를 차용해 거부감을 없앴다. 이를테면 모로코 전통 신발인 바부슈를 루이비통과 나이키 로고를 결합해 만들거나, 바비 인형에 전통 의상을 입혔다. 1960년대 팝아트를 차용한 ‘모로칸 팝아트’인 셈이다. 여기에 실제 상점처럼 작품을 판매한다. 부티크 내 티셔츠, 신발, 티 박스 등을 작가가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에디션 상품으로 만들었다. 여러 점을 대량 생산하기에 가격도 대부분 100만 원 이하. 가장 저렴한 티 박스는 4만 원이다. 가격표도 비치돼 있다. 갤러리 측은 “바부슈,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에코백, 도록은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예술 상품은 미술관 내 상점에서 판매된다. 그런데 하자즈는 작가가 스스로 ‘굿즈’를 만들고 갤러리에서 작품의 일부로 판매하고 있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하자즈의 부티크는 모로코에서도 운영 중이다. 시각적 화려함은 국제 미술계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전시장과 작품에서 보이는 색상 조합은 마그레브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풍경을 토양 삼아 태어났다.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화려함이다. 같은 이유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10대 시절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1970년대 후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RAP를 만들고, 힙합 레게 등을 즐기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영국 내 하위문화를 이끌었다. 1980년 후반부터 자신의 뿌리를 찾아 사진에 담고, 상품과 결합하면서 ‘모로코의 앤디 워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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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없인 살 수 없는게 인간, 그 욕망에 순교하는 삶 그려

    멀리서 보면 붉은 카펫과 꽃,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화려한 풍경이다. 그런데 가까이 보면 나뭇잎 대신 돈이 매달려 있고, 벌거벗은 여인은 망치로 손을 내리친다. 칼이 널브러져 있고, 유혈이 낭자한 잔혹 정원. 화려함을 보고 달려든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이 그림은 박재철 작가(52·사진)의 ‘붉은 카펫’이다. 그림의 한가운데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혼부부가 보인다. 얼굴은 화면 밖으로 잘렸다. 결혼식의 기억은 저편으로 밀려나고 회색 남녀는 피를 흘린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결혼한 남녀가 갈라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더플럭스에서 열리는 박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 ‘붉은 카펫―가족 공동체의 욕망’이다. ‘붉은 카펫’을 이야기하기 전에, 작가는 화면 아래 빼곡히 놓인 책과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넣은 그림, ‘봄은 아프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가난한 시골에서 다섯 명의 누나를 둔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이란 이유로 누나들은 전부 초등학교만 다니고 내 학비를 벌었다.” 그림을 잘 그렸던 막내는 홍익대 동양화과에 진학한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열고 주목도 받았다. 그러나 ‘우리를 대신해 성공해 가난을 벗어나야 한다’는 가족의 압박이 채무처럼 돌아왔다. 숨 막힐 듯한 가족 관계가 죽을 것같이 힘들어 끊었다. 살을 잘라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작가 생활도 계속할 수 없었다. “도피하듯 결혼을 했다. 아파트단지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뿌리도 가지도 잘린 채 인간을 위해 꽃을 피우라고 심어진 나무가, 자신의 욕망은 거세된 채 가족의 욕망을 짊어진 인간으로 보였다.” 개인의 욕망을 배제한 관계가 가능할까? 가부장제 사회가 강요한 틀이란 과연 온당한 것인가? ‘사는 것이 지옥 같았다’던 작가는 2015년 다시 붓을 잡았다. “그땐 3년 안에 죽을 것 같았다. 이왕 죽을 거라면 내 얘기를 해보고 죽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고통을 파고들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중이다. “사람은 욕망 없이는 살 수 없지 않나. 어쩌면 사람은 자신의 욕망에 순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전시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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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구직자 다빈치의 이력서가 궁금해

    ‘돈(Don)에게; 조만간 제 조각 작품을 선물로 받게 될 거예요. ‘미국 여성 예술제’에 냈던 거예요. 머지않아 뉴욕에서 만나길 고대하고 있어요. 안부 전하며, 야요이.’ 1974년 구사마 야요이가 쓴 이 편지의 수신인은 도널드 저드(1928∼1994)다. 1959년 구사마가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저드가 평론을 썼다. 저드는 구사마의 작품이 ‘새로운 그림’이라 극찬하고 한 점을 200달러에 구입했다.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한 장의 편지가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유명 예술가들의 가장 은밀한 기록, 편지를 모았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다빈치의 ‘이력서’부터 자신의 개념미술 작품이 동생에게 쓰레기로 취급돼 버려진 뒤샹의 이야기까지 600여 년 미술사 속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와 사적인 드로잉을 보는 재미가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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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오바마의 부통령’ 바이든은 누구인가

    올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의 관심사는 또다시 트럼프냐, ‘탈(脫)트럼프’냐일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20일(현지 시간) 델라웨어 연설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조 바이든이 있다. 아직까지는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었다는 사실만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관계라는 렌즈로 바이든을 들여다본다. 2008년 대선 레이스가 한창일 때 CBS는 ‘조바마(Joebama)’ ‘오바이든(Obeiden)’같이 두 사람의 이름을 조합한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백악관을 떠난 뒤인 2018년 두 사람이 갑자기 베이커리에 나타나 샌드위치를 함께 먹는 모습에 ‘그립다’고 향수를 느끼는 미국인도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과 오바마는 태생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인 이질적 조합이었다. 오바마가 초선 상원의원이던 2005년, 바이든은 32년차 베테랑 의원이었다. 바이든의 연설을 지켜본 오바마는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며 ‘모터가 달린 입’이라고 경악했다. 오바마가 상대의 내면을 파고드는 신중한 성격이라면 바이든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외향성 인간이었다. 그런 오바마는 바이든의 솔직함을 눈여겨봤다. 시한폭탄 같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며 ‘뇌와 입 사이에 필터가 없다’는 평가도 듣는 바이든. 그러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 결국 부통령 후보로 선거운동을 함께한 바이든은 딱딱하고 진지한 오바마의 캐릭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책은 두 정치가가 정치에 입문할 무렵부터 마지막 공식 일정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정책의 성패를 분석할 생각은 없다’며 오히려 위기의 순간 두 사람이 어떻게 대립하고 화합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바이든이라는 인물의 인간적 면모에 서술이 집중돼 대통령 후보로서의 정치관이나 외교정책관은 유추해보는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월 ‘버락 앤드 조(Barack and Joe)’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해 워싱턴포스트의 주목할 만한 논픽션 50선에 선정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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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계 덮친 코로나… 극단 ‘산’ 15명 감염

    서울 성북구 한성대 인근에 있는 한 중견 연극극단에서 배우 등 관계자 1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해당 연극은 전면 취소됐으며, 확진된 배우 가운데 일부가 출연하는 TV 드라마 등은 촬영이 중단됐다. 극단 ‘산’은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극단 배우 및 스태프 41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극단은 19일부터 연극 ‘짬뽕&소’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허동원 씨가 17일 코로나19로 확진돼 모든 관계자가 검사를 받았다. 현재 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19명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 가운데는 영화 ‘군함도’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김원해 씨도 포함됐다. 김 씨의 소속사인 ‘더블에스컴퍼니’는 이날 “김 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모든 스케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씨와 동행했던 매니저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출연 배우는 물론이고 관계자까지 집단감염되며 30일까지 예정됐던 연극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윤정환 극단 산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방역을 준수하며 준비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해 죄송하다. 더 이상 전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수 확진자가 발생해 문화예술계가 받을 타격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고 아프다”고 전했다. 극장은 물론이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습실까지 방역을 마친 당국은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송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된 배우 등이 TV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방송 관계자들과 접촉해왔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 ‘좋은사람 컴퍼니’에 따르면 배우 오만석 씨는 17일 확진된 허동원 씨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분장사와 2시간가량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장사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오 씨는 20일 자신의 SNS에 “신속하게 검사를 받으러 왔다. 내일 오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오 씨가 출연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도 촬영이 중단됐다. 배우들이 출연했던 TV 드라마들도 촬영을 멈췄다. KBS는 “배우 허동원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방영 예정)과 배우 서성종 씨가 출연하고 있던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의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에서 허 씨와 접촉한 배우 서이숙 씨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서 씨가 출연하는 tvN의 새 드라마 ‘스타트업’도 촬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민 기자}

    •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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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띄어 앉기는 임시처방… 연금-보험 틀 갖춰야 공연계 버텨”

    ‘어떠한 어려움에도 쇼는 계속된다’고 합심해 만든 공연마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을로 연기됐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뮤지컬 갈라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이야기다. 피엠씨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제작사 8곳이 합심해 준비한 공연이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52)를 19일 만났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대표 제작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이 하루아침에 멈추니 위기감이 몰려왔습니다. ‘한번 모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고요. 논의의 시작은 갈라 콘서트였지만, 더 중요한 현안이 많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입니다.” 신 대표가 언급한 현안은 표준계약서, 제작 방식 등에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대형 제작사는 물론이고 중소 제작사도 함께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오며 간과한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했다. “회사마다 계약 방식도 조금씩 달랐고, 공연을 올리기까지 제작사가 지녀야 할 막중한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습니다.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이 너무 오래 지속됐죠.” 그러면서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말했다. “뉴욕은 직군별 조합이 잘 정비돼 있습니다. 이들이 개런티 상승 요인 등 세세한 부분을 협의하죠. 조합 정회원이 되기까지 심사도 엄격하고요.” 공연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에게는 막중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사전 제작비를 모두 모아야만 공연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후 오픈런으로 공연을 열어 수익이 나면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죠. 그런데 일단 공연을 열고 보는 국내 제작 시스템은 흥행하지 못했을 때 법적 분쟁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쉽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성공하면 괜찮지만 실패하면 피해자가 무수히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제작사들은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편 신 대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띄어 앉기’나 ‘극장 폐쇄’ 정책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띄어 앉기로 수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아예 셧다운을 결정했습니다. 배우 조합 등에서 오랫동안 구축한 연금과 보험으로 지탱하고 있죠.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없으니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공연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공연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은 산업인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예술이란 틀 속에 가두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앙테르망’(프리랜서를 위한 연금제도) 같은 제도가 생기면 제작자도 합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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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에 발자국 찍는다, 이름없는 영혼을 위해…

    《온몸에서 나오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20세기 다빈치’ 요제프 보이스는 삶 자체가 예술이라며 경계를 허물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박제된 미술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예술가 김주영(72)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에 안고 길 위에서 스스로 붓이 되길 자처한다. 한국 미술의 ‘딥 컷(Deep Cut)’, 숨은 보석인 김주영의 작품세계를 지면에는 시원하게, 동아닷컴에는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30대 후반 홍익대 미대 교수직을 버리고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강의실 앞에서 한 교수를 기다렸다. 그 교수를 졸라 미학 수업을 들었다. 탈구조주의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였다. 운동화와 청바지만 남기고 모두 버린 삶을 살았다. 굶기를 밥 먹듯 했고 버려진 건물에서 작업도 했다. 김환기 화가의 부인 김향안 여사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원해준 덕에 얼마간 버텼으나 이내 노마드(유랑) 생활로 돌아갔다. 그의 방황은 태생적 조건에서 출발했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좌익 활동을 하다 증발했다는 걸 성인이 돼서 알았다. ‘김주영’은 본명이 아니었고, 어릴 때 크레용을 주며 혼자 놀라고 했던 어머니의 당부는 정체를 들킬까 봐 두려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주영이 놓인 삶의 조건은 6·25전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에서 출발한다. 이름도 없는 아버지. 역사의 수레바퀴에 송두리째 흔들린 개인의 삶. 1994년 파리 베르나노스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그는 무명의 기생을 위한 제식을 올린 뒤 수십 년간 이름 없는 영혼을 위로하는 노마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그는 언제나 흰 광목천에 검은 먹으로 발자국을 찍는다. 손에는 한 줌의 쌀이나 흙, 재가 들려 있다. 스스로 낸 길 끝에서 땅에 엎드려 절하며 크고 작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그를 유럽에선 ‘동양에서 온 무당’이라며 신기하게 여겼다. 서양 문명의 한계를 본 그는 2006년 귀국했고, 경기 안성 시골에 정착했다. 여전히 지구를 캔버스 삼아 스스로가 붓이 된 그는 평면과 문(門), 벽과 창(窓), 흑과 백, 바닥과 거울 등 충돌하는 소재를 통해 조형 언어를 생성해낸다. 모래성을 쌓았다가 허물듯 김주영은 예술을 한다. 그의 예술은 흰 천 위 발자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우리의 삶이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김주영 작가::▽1948년 충북 진천 출생▽1972년 홍익대 회화과(석사)▽1992년 프랑스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박사)▽1994년 프랑스 파리 베르나노스 갤러리 ‘어느 기생의 영혼祭’▽2000년 서울 남대문시장-DMZ ‘떠도는 무명의 영혼들이여’▽2010년 중국 ‘송화강은 흐른다―신경 고모’▽2019년 충북 청주시립미술관 개인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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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을 캔버스로 붓이된 작가 김주영[한국미술의 딥 컷]

    손끝이 아닌 ‘온 몸에서 나오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1921~1986)는 이미 미술관뿐 아니라 대학 강단, 사회단체, 정당(녹색당) 등 곳곳을 누비며 삶 자체가 예술임을 보여주고 ‘20세기 다빈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르네상스’나 ‘모더니즘’ 같은 허영적 미의식에 얽매여 박제된 미술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한국의 현대미술가 김주영(72)의 예술은 흰 광목천 위에 찍힌 검은 발자국이다. 이 단순한 몸짓이 예술인 것은 그것이 그녀의 삶과 온 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보이스의 ‘펠트 수트’와 벨기에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의 ‘산책’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자신의 삶과 한국의 역사,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버무린 한국 작가 김주영의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길 위에서 스스로 붓이 되다2009년 동유럽 불가리아의 초원. 카라반과 임시 주거촌이 만들어진 ‘노마딕 빌리지’ 한 가운데서 김주영 작가가 흰 광목천을 펼쳤다. ‘노마딕 빌리지’는 ‘길 위에서 작업하다’는 콘셉트로 예술가들이 유럽 일원을 이동하며 함께 생활하고 작업하는 프로젝트다. 오스트리아 슈미에드(Schmiede) 재단 후원으로 이뤄진 프로젝트에 김주영 작가도 참여했다.그는 빈 땅에 스스로 만든 흰 광목천 길 위로 검은 먹을 칠한 발자국을 찍어 나갔다. 길 끝에 도착한 곳은 ‘비밀 정원’. 작가가 노마딕 빌리지에 도착하고 열흘 동안 가꾼 불모의 땅이다. 조약돌로 50X100cm 구역을 경계 짓고 매일 물을 주었더니 신기하게도 풀이 돋아났다.이 길 앞에 선 작가는 땅에 완전히 엎드린다. 그리고 양팔을 십자로 벌렸다 머리 위로 모으고 반쯤 일어나, 자연의 신에게 쌀 한줌을 바친다. 김주영 작가의 행위 예술 ‘쌀의 길’이다. 이렇게 흰 광목천을 펼치고, 손에는 흙이나 재를 담은 채 발자국을 찍으며, 땅 위에 엎드리며 제식을 올리는 행위는 김주영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러한 퍼포먼스가 어떻게 예술 행위가 되느냐는 것이다. 방점은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수많은 맥락과 함의에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작가의 ‘노마딕 프로젝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 의식은 한국의 비극적 근대사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이 얽히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 문(門)의 이편과 저편작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사주신 크레용과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홍익대 회화과에서 유화와 누드모델을 처음 접하고, 대학원 연구조교와 강사 생활 시절엔 기하학적 그림과 검은색 모노크롬 작업을 했다. 일요일에는 ‘홍익일요화우회’ 일을 하며 풍경화도 그렸다.이중섭의 주치의였던 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유석진 교수 밑에서 임상예술요법(예술 치료)을 연구하면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 때 나온 모티프가 바로 ‘문’이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문은 이편에서 저편으로 넘어가는 초현실적 상징이다. 1986년 파리로 이주한 후 박사논문으로도 이어졌던 이 모티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너무 불충분한 이 세상의 수많은 모순들을 생각하며 상상한 ‘저편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과 같다. 모든 문제가 풀어질 것 같은 그런 동경의 세계가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구운몽’의 꿈 속 개미굴 저편의 세계 혹은 무릉도원처럼. 나 스스로를 지탱하게 하는 내 몸 속 집 같은 곳이다.”그가 말하는 ‘모순’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반도는 물론 인간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다. 또 하나는 미시적 관점에서 작가의 태생적 조건이 자아낸 역사의 모순이다. ● ‘신경 고모’ 이야기그는 30대 초반부터 홍익공업전문대에서 강의를 시작하고, 1982년 당시 뉴욕에 있었던 환기재단 공모에서 입상할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였다. 그런데 1986년 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 때부터 시작된 노마드(유랑)의 삶은 프랑스에서 독일 인도 네팔 몽골과 한국의 DMZ, 다시 중앙아시아와 터키로 수십 년간 이어졌다. 유랑이 시작된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내 진짜 이름은 김주영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좌익 활동을 하다 증발했다는 걸 성인이 되어서 알았다. 어머니의 철저한 증거인멸로 나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 어릴 때 어머니가 나에게 크레용을 쥐어 준 것은 우리 가족의 정체가 탄로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내 본명이 ‘현선영’임을 알게 된 것이 파리행 즈음이다.”존재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 그가 겪었던 지진과 같은 모순은 사실 분단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도 맞닿아 있다. 이 모순과 고통을 때로는 깊이 파고들고, 또 때로는 주변과 세계로 확장하며 김주영의 작품은 이어졌다.2000년 남대문시장과 DMZ로 이어진 작업 ‘떠도는 무명의 영혼들이여: 등잔불 祭’와 2010년 노마드 프로젝트 ‘송화강은 흐른다: 신경 고모’는 작가의 개인사와 연결된다.DMZ 프로젝트 당시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름 없이 벌판에 버려졌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찾아보고 싶다. 체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만 소멸될 수 없는 끈질긴 생명의 투쟁을 담겠다”고 밝혔다. 작가는 DMZ를 따라 전쟁의 상흔이 남은 곳에서 호롱불을 켜고 제식을 올리며 남은 재를 상자에 담았다.‘송화강은 흐른다: 신경 고모’에서는 중국 신경에서 남편을 만난 엄마, ‘신경 고모’(친척들이 작가의 어머니를 부르던 호칭)의 이야기를 추적해갔다. 하얼빈 장춘 길림으로 이어진 여정에서 그는 731부대 박물관, 의열단 결성 장소, 송화강 등을 찾아 무명의 영혼을 위한 제식을 올린다. 돌아온 뒤에는 자개장농 속에 어머니의 유품과 데드마스크를 놓고 에폭시로 굳혀 박제했다.● 쌀과 흙과 한줌의 재1986년 작가는 삶의 풀리지 않는 모순을 안고 프랑스로 떠난다. 그 곳에서 몇 번의 중요한 만남을 경험하는데, 그 중 하나가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여사(1916~2004)였다. 4년 전 환기재단 공모에서 수상한 젊은 작가를 김향안은 기억했다. 그리고 파리8대학에 진학한 김주영에게 장학금으로 지원을 해주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때로는 불법 점거(squat)한 건물을 화실 삼았던 그에게 큰 도움이었다.또 다른 만남은 노마디즘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였다. 막 파리에 도착해 프랑스어도 유창하지 못했던 김주영은, 들뢰즈의 강의실 앞에 기다리다 그에게 강의를 듣게 해달라고 졸랐다. 동양인 예술가의 절박함을 본 들뢰즈는 호의를 베풀었고, 김주영은 그의 강의를 청강했다.이 때 그의 작품은 평면에서 공간으로 확장된다. 주어진 공간에 흰 천을 깔고, 검은 발자국을 찍으면서 충돌 속에 그는 조형 이미지를 건진다. 또 납작한 바닥에 거울을 놓아 깊이를 만들기도, 나무로 지은 기하학적 조형물 속에 초록색 네온사인을 넣어 활기를 불어 넣는다. 이 모든 것은 고정된 형식이 아닌 주변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리좀’(Rhizome)적 조형언어다.유럽 지성사의 변화를 체화한 작가가 돌아온 것은 우리 농가의 처연한 삶이었다. 흙과 쌀과 농기구와 나무를 활용한 조형 언어를 그는 ‘애잔한 서정의 풍경’이라고 말한다. “실컷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이 짓 저 짓 해보았는데,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나의 원점은 한국의 시골 논밭이 있는 전원이었다. 거친 잡풀더미와 뙤약볕에서 일하는 아낙네들 말이다.”지난해에도 터키로 노마드 프로젝트를 이어간 김주영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늘 끊임없이 이야기(내러티브)를 만들고, 집을 지으며 또 종국에는 그 집을 불태우고 재로 돌아갈 것이다. 흰 광목천에 찍힌 검은 발자국처럼, 우리의 삶도 결국은 타고 남는 ‘한줌의 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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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해자의 목소리로 성폭력을 기록하다

    저자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이자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금기시되어 왔던 여성의 성(性)을 솔직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브이데이’와 ‘원 빌리언 라이징 레볼루션’을 조직해 여성 폭력 방지에 힘쓰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가 31년 전 세상을 떠난 가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스스로 써 내려간 글을 담았다. 5세 때 시작한 성 학대는 10세 때 폭행과 위협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아버지의 목소리로 다시 기록한다. 여기서 가해자였던 아버지 자신도 폭력 속에 살았던 성장 과정, 나르시시즘 안에 그림자처럼 도사린 자기혐오가 드러난다. 이분법적 선악 구분을 넘어 상대를 원점에서 바라본다. 이를 통해 끝내 화해할 수 없었던 두 비극적 삶을 정면 돌파하는 처절한 시도가 돋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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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롤랑 바르트는 왜 수많은 편지를 썼나

    ‘저자의 죽음’을 말한 바르트의 삶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이 책은 그가 주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았다. 알베르 카뮈, 알랭 로브그리예, 모리스 블랑쇼, 루이 알튀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와 구조주의를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의 흔적이 담겼다. 그러나 바르트 전집의 편찬자이자 이 책의 편집인 에리크 마르티는 ‘서간문에서 바르트의 삶을 다시 발견하길 바라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손을 떠난 편지는 그의 의도가 아닌 그것이 놓인 맥락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저녁 바르트와 외출했던 미셸 푸코와의 편지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도 독특하다. 어쩌면 의미 없을 메모, 예의상의 표현도 모조리 한자리에 모았다. 이를 통해 책은 문자를 넘어선 ‘우정의 지도’를 그리는 데 집중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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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 클린트’ 열풍… 국내에도 상륙하나

    2013년 스웨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미국도 서유럽도 아닌 미술사의 변방 스웨덴에서 ‘추상미술의 개척자’라는 야심 찬 제목의 전시가 열렸다. 제목만 보면 대부분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이 떠오른다. 뜻밖에도 이 전시의 주인공은 미술계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스웨덴 여성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였다. 이 전시는 이후 노르웨이, 스페인, 덴마크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순회하며 관객 100만 명이 찾는 대흥행을 이뤘다. ‘아프 클린트 열풍’이 조만간 국내에도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다큐멘터리 영화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독일 미술사가 율리아 포스의 ‘아프 클린트 전기’도 풍월당에서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포스는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프루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미술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아프 클린트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후 42년 만에 공개된 그림아프 클린트 회고전은 두 가지 점에서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첫째는 그가 칸딘스키보다 앞서 추상을 그렸다는 것, 둘째는 그런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아프 클린트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퍼진 신지학(神智學)에 심취했다. 독일 신지학협회 회장이던 루돌프 슈타이너에게 편지를 써 직접 만날 정도로 진취적이던 그는 신지학의 영향으로 추상화를 그렸다. 그가 첫 추상 작품 ‘원시적 혼동’을 그린 것은 1906년. 칸딘스키가 처음 그린 1911년에 조금 앞섰다. 그런데 1908년 슈타이너로부터 ‘이 그림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 향후 50년 동안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는 충격적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수년간 작업은 끊겼지만 아프 클린트는 자신만을 위한 그림을 이어갔다. 아프 클린트는 1944년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추상 작품은 20년간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후 1986년, 작품 일부가 미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기획전에서 처음 빛을 봤다.○ ‘미술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11일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미리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미래를 위한 그림’에는 아프 클린트가 미술사에서 배제된 과정이 잘 드러난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죽어서는 연구나 전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미술관에서 거부됐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아프 클린트는 스웨덴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미술학교에서 여성에게 그림은 부업에 불과했다. 여성의 ‘직업’이 주부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혼하지 못한 여성이 삽화나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소일거리로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이 미술학교였다. 그럼에도 아프 클린트는 사회와 과학, 사상의 흐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자신만의 추상을 그렸다. 다만 세상에 공개할 수 없을 뿐이었다. 아프 클린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그림을 물려받은 아프 클린트의 조카는 20년이 지나고 미술관을 찾아간다. 그러나 전시 이력이 없고 미술계에서 생소하다는 말만 들은 채 그림을 보여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의 그림들은 지하실 한구석에서 종이에 꽁꽁 싸여 수십 년간 잠들어 있었다. 국제 미술계는 백인 남성 중심의 모더니즘 미술사를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아프 클린트의 은폐된 작품들이 ‘재평가’의 시험대에 올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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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리문학제 청소년백일장’ 내달 7일까지 온라인 예선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은 ‘2020 원주박경리문학제 제11회 전국 청소년백일장’을 10월 17일 개최한다. 초중고교 재학생이나 해당 연령 청소년이면 누구나 시와 산문 부문에 참가할 수 있다. 본선에 앞서 온라인 백일장이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심사를 통과한 100명이 10월 17일 현장 백일장에 참여할 수 있다. 대상 수상자(1명)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장학금 100만 원, 최우수상 수상자(1명)에게는 강원도지사상과 50만 원을 수여한다. 온라인 백일장은 올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변창흠) 지원을 받아 LH사장상을 신설했다. 주제는 ‘행복한 나의 집’이다. 자세한 내용은 토지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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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토니오 반데라스, 코로나 확진

    스페인 출신 미국 영화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60·사진)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10일(현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반데라스는 어릴 적 자신의 사진과 함께 “10일인 오늘 내 60번째 생일을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상태에서 맞이하게 됐다”고 올렸다. 그는 “평소보다 약간 피곤하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할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며 “격리 기간 동안 읽고 쓰고 쉬면서 나의 열정으로 맞은 60번째 해를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모두에게 큰 포옹을”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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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전쟁고아 다룬 ‘김일성의 아이들’ 로마무비어워즈 다큐 최우수상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로마국제무비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매달 온라인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로마국제무비어워즈가 김덕영 감독(56)의 작품 ‘김일성의 아이들’을 7월의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으로 발표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의 동유럽 이주를 다룬 영화다. 올해 프랑스 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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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년전 신안선 ‘온라인 보물여행’

    1975년 전남 신안 섬마을 어부가 우연히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들을 관계당국에 신고하면서 이른바 ‘신안선’ 발굴이 시작됐다. 이듬해부터 해저 20m 지점에서 신안선을 발견했고, 도자기와 공예품 약 2만7000점, 중국 동전 28t 등을 건져 올렸다. 연구 결과 신안선은 1323년경 중국에서 일본으로 출항했으며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신안선의 발견은 한국 수중(水中) 고고학의 시작을 알렸다. 신안선의 유물은 전남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직무대리 심영섭)는 ‘다음갤러리’에서 ‘700년 전, 신안보물선의 침몰’ 전시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고화질로 마련된 온라인 전시에선 길이 30m의 신안선을 비롯해 관련 유물 80여 점, 관련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 영상 2편을 볼 수 있다. ‘해양유물전시관 e뮤지엄’도 11일부터 해양유물전시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도자기 등 발견된 유물은 주로 중국에서 만든 것이지만 고려청자 7점, 청동 숟가락, 청동 거울 등 고려의 유물도 들어 있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중세 동아시아 사람들의 바닷길 문화 교류를 이해하고, 수백 년 전 차와 향, 장식, 일상생활 문화가 오늘날 우리들의 취향, 미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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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땅속에 버린 것들, 언젠가는 우릴 덮칠지도

    북유럽 원주민 사미족은 지하세계에 지상과 똑같은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다만 그 세상은 위아래가 뒤집혀 있다. 옆에서 본다면 땅을 사이에 두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발바닥을 맞대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업사이드다운’에도, 조던 필의 영화 ‘어스’에도 이런 세계는 등장한다. 지하는 우리와 닮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음침해 소름 끼치는 공간이다. 영국 저술가인 저자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땅 밑 세상을 파헤친다. 자연을 소재로 한 책으로 데뷔할 때부터 주목받은 그는 자연 풍경과 인간의 마음을 글로 엮었다. 전작인 ‘마음의 산’(2003년), ‘야생의 장소들’(2007년), ‘더 올드 웨이즈’(2012년)가 산과 들판, 오래된 길을 다녔다면 이번엔 더 깊고 축축한 공간으로 파고 들어간 셈이다. 땅 밑에는 인류가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이 들어 있다. 소중한 물건을 간직한 타임캡슐이나 사랑했던 가족, 혹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싼 핵폐기물이 그렇다. 이들은 지상세계에서 보이지 않을 뿐 언젠가는 돌아온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질소가 퍼져 나와 뒷덜미를 잡듯이 말이다. 저자는 언더랜드가 단순한 땅속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이야기를 지하 900m 아래 암흑물질 실험실에서 시작한다. 우주 질량의 27%를 구성하는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는 물질들과 좀처럼 교류하지 않는다. 암흑물질의 하나인 윔프 1조 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간, 두개골, 창자를 통과한다. 지구의 맨틀 같은 고체의 원자를 단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가로지르는 이들 윔프에 우리가 사는 세계는 아주 얇은 그물조직, 비단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차단된 땅속에서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의 흔적을 뒤쫓는다. 이렇게 지상과는 다른 템포로 흐르는 땅속 ‘심원의 시간’으로 저자는 독자를 초대한다. 심원의 시간 앞에서 인류는 겸허해진다. 숲에서 경쟁하듯 자라는 나무들은 사실 땅속에서 뿌리와 곰팡이의 네트워크로 교류하고 있다. 병에 걸린 나무가 주변 나무의 면역 체계를 깨우고, 영양분이 많은 나무가 그것을 나눠주기도 한다. 파리의 카타콤, 이탈리아 북동부 ‘포이베 대학살’로 시신 수천 구가 가득한 카르스트 동굴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심원의 시공간을 따라가면 일상은 완전히 뒤집힌다. 땅속에 묻힌 억겁의 세월 앞에 하루 일과부터 우리가 집착하는 욕망까지 돌아보게 된다. 마치 산 위에 올라 도시를 바라볼 때 감상에 젖듯. 모든 것을 걷어내고 땅의 묵묵한 시간도 파헤쳐진다면 인류가 남기는 흔적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류세(世)로 시작한 책은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봉인하는 현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땅속에 우리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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