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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깨끗한 미래가 현실이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기름 한 방울 없이 세계일주에 성공한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2’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58)은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가 개발하고 운항한 솔라 임펄스2는 이날 오전 4시 5분(현지 시간) 첫 출발지였던 아부다비에 착륙하며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5년 3월 9일 아부다비를 출발한 지 505일 만이다(본보 19일자 A20면 참조). 15년 연구의 결실인 솔라 임펄스2는 세계 17개 도시를 거치며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고 4만3041km를 558시간 6분 동안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할 셀 1만7248개를 담은 기체는 날개 길이가 72m로 보잉747 날개(68.5m)보다 길지만 무게는 자동차 1대 수준인 2.3t에 불과하다. 몸집을 초경량화해 에너지 부담을 덜었다. 세계일주 마지막 구간인 이집트 카이로∼UAE 아부다비를 비행하는 동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요한 슈나이더암만 스위스 대통령 등 세계 각계 인사의 격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반 총장은 25일 저녁 솔라 임펄스2 조종간을 잡고 있던 피카르 회장과 9분 21초 동안 위성 인터뷰를 통해 “오늘은 인류의 역사적인 날이다. 당신의 위대한 실험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반 총장은 피카르 회장을 미국의 유명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의 동명이인 주인공 ‘(장뤼크) 피카르 함장’에 빗대며 “당신이 진정한 스타트렉 캡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피카르 회장은 악천후와 바람을 이겨내며 인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줬다”며 “인류가 가진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는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둘은 2013년 피카르 회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나 3년간 우정을 쌓아왔다. 반 총장이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13일 솔라 임펄스2가 기착해 있던 뉴욕 JFK공항을 찾아 피카르 회장과 생일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에는 피카르 회장의 모국인 스위스의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부통령, 솔라 임펄스2 관제센터가 있는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 등이 마중 나와 역사적 모험의 성공을 축하했다. 피카르 회장은 환영 행사에서 이번 여정을 ‘새로운 에너지 역사의 시작’이라고 규정하고 “10년 안에 50명을 실어 나르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솔라 임펄스2의 쾌거는 향후 여객용 전기비행기 상용화나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카르 회장은 “인류가 미래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려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만 있으면 언제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에너지 소모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피카르 회장은 1999년 액화 프로판 가스 3.7t을 실은 열기구로 최초의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한 이후 태양광 비행기로 또다시 최초의 세계일주에 성공하며 3대에 걸친 탐험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갔다. 그의 할아버지 오귀스트는 인류 최초로 성층권에 도달했고, 아버지 자크는 역사상 최초로 해저 1만 m를 잠수해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을 탐험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시민의 시위 현장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최소 80명이 죽고 231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가장 많다. IS가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간 수도를 노린 테러를 감행하면서 기존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테러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S는 23일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서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이 주도하는 시위 현장을 겨냥해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31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자라족은 정부가 추진 중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 공급 사업에 하자라족 거주지인 바미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시위하던 중이었다. 테러 발생 지역에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주요 교차로마다 선적 컨테이너를 배치해둔 탓에 구급차 등 응급의료 인력의 접근이 더뎌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IS는 테러 직후 아마크통신을 통해 카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IS는 테러범이 2명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프간 정보당국은 3명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보당국은 BBC에 “IS 사령관 아보 알리가 아프간 동부 난가하르 주 아첸 구역에서 테러범 3명을 보냈다”며 “테러범 중 1명만 자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테러범은 자폭을 시도했으나 허리춤에 찬 폭탄이 터지지 않았고 세 번째 테러범은 경비대에 의해 사살됐다. 그동안 주로 난가하르 주에서 테러를 벌여온 IS가 카불까지 테러 전선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IS 추종세력이 아프간 내에서 확장됐다는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분석했다. 아프간 최대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은 카불에서 벌어진 IS의 첫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IS를 비난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다음 날인 24일을 전국적인 애도일로 지정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모든 시민의 권리인 평화시위 현장에 기회주의적 테러범이 잠입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이달 20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첫 칙령으로 사립학교와 각종 단체 2300여 곳을 23일 폐쇄시켰다. 터키 당국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조카와 ‘오른팔’을 긴급 체포하고 대통령 경호대가 쿠데타 세력과 연계됐다며 일부 요원을 체포하고 조직을 해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귈렌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1000여 곳과 자선단체 노조 의료기관 등 각종 단체 1300여 곳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사흘 만에 나온 첫 칙령이다. 그는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 기소 전 48시간으로 규정돼 있는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까지로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본권 제한에 들어갔다. 터키는 쿠데타 이후 군인과 경찰 법조인 교사 공무원 등 1만3000명을 잡아들였다. 이 중 4000여 명은 구속 기소한 상태다. 터키 당국은 동부 에르주룸에 살고 있는 귈렌의 조카 무함메트 사이트 귈렌을 쿠데타 가담 혐의로 긴급 체포해 수도 앙카라로 압송했다. 귈렌의 친인척 중 처음 체포당한 조카 귈렌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귈렌의 오른팔로 알려진 하리스 힌시도 귈렌의 쿠데타를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힌시는 쿠데타 발생 이틀 전 터키에 입국했다고 터키 정보당국이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대 중 일부가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가 발견됐다며 2500명 규모의 경호대를 해체하고 최소 283명을 체포했다. 터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체포했던 하급병사 1200명을 석방했지만 여전히 100명이 넘는 고위 장성을 구금한 상태다. 쿠데타 이후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불투명해진다는 전망이 나오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랑스24 방송 인터뷰에서 “EU가 유독 터키에만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다. 귈렌은 오사마 빈라덴이나 IS처럼 위험한 존재”라고 주장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야생 코끼리 500마리를 이주시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송 작전이 시작됐다. 동물보호단체 아프리칸 파크스는 말라위의 리원데와 마제테 두 곳의 야생보호구역에서 서식하는 코끼리 중 500마리를 은코타코타 야생보호구역으로 옮기는 작업을 21일부터 시작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최근 리원데와 마제테 구역에 터전을 잡기 시작한 사람들이 코끼리의 영토에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과 낚시를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리원데 구역에서는 최근 5년간 40명이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했다. 코끼리들은 450km 떨어진 은코타코타 야생보호구역으로 옮겨져 살아가게 된다. 이 곳은 최근 20년 동안 이어진 밀렵으로 코끼리 수가 1500마리에서 100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새로 옮겨진 코끼리들은 기존에 살던 코끼리들과 함께 코끼리 생태계 복원에 나서게 된다. 아프리카에는 20세기만 해도 코끼리가 500만 마리나 있었지만 무분별한 상아 사냥 탓에 지금은 47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2010~2012년에만 10만 마리가 사냥꾼 손에 죽었다. 아프리칸 파크스는 이달 초 92마리를 먼저 옮긴 뒤 내년 9월까지 500마리를 모두 이주시킬 예정이다. 코끼리는 몸 길이가 최대 7m에 달하고 무게가 6t까지 나가 헬기와 거중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야 한다. 헬기에 탄 사람이 마취제를 총으로 쏘아 코끼리를 잠재우면 지상에 있는 이들이 달려가 코끼리의 발목을 끈으로 묶는다. 그 다음 거중기로 코끼리를 들어올려 트럭에 실은 뒤 450km를 달려 새로운 터전으로 이송하는 방식이다. 트럭에는 지푸라기를 깔아 편안한 여정이 되도록 배려했고 코끼리가 평소 눕던 방향으로 눕혀 질식을 방지했다. 코끼리의 큰 귀로 눈을 덮어주기도 한다. 가족까리는 따로 이송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새 거처로 옮겨지기 전 눈을 뜬 코끼리를 가족끼리 다시 만나게 해 유대감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다. 아프리칸 파크스의 케스터 빅커리 대표는 “이전에도 코끼리를 옮겨본 적이 있는데 엄마 코끼리가 마취에서 깨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건 자녀 코끼리였다”고 말했다. 이번 이송 대작전에는 160만 달러(약 18억2000만 원)가 투입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아프리칸 파크스는 네덜란드 우체국 복권 측과 워싱턴 비스(wyss) 재단에게 후원받아 비용을 충당했다. 빅커리 대표는 “아프리카가 점점 개발되고 야생구역이 줄어들면서 코끼리 이주는 중요한 보전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시민의 시위 현장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를 저질러 최소 80명이 죽고 231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가장 많다. IS가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간 수도를 노린 테러를 감행하면서 기존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테러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S는 23일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서 시아파 소수 민족 하자라족이 주도하는 시위 현장을 노려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31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자라족은 정부가 추진 중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 공급 사업에 하자라족 거주지인 바미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시위하던 중이었다. 테러 발생 지역에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주요 교차로마다 선적 컨테이너를 배치해둔 탓에 구급차 등 응급의료 인력의 접근이 더뎌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IS는 테러 직후 아마크통신을 통해 카불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IS는 테러범이 2명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프간 정보당국은 3명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보당국은 BBC에 “IS사령관 아보 알리가 아프간 동부 난가하르주 아첸 구역에서 테러범 3명을 보냈다”며 “테러범 중 1명만 자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테러범은 자폭을 시도했으나 허리춤에 찬 폭탄이 터지지 않았고 세 번째 테러범은 경비대에게 사살됐다. 그동안 주로 난가하르 주에서 테러를 벌여온 IS가 카불까지 테러 전선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IS 추종세력이 아프간 내에서 확장됐다는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분석했다. 아프간 최대 반군 무장단체인 탈레반은 카불에서 벌어진 IS의 첫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IS를 비난했다. 아쉬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다음날인 24일을 전국적인 애도일로 지정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모든 시민의 권리인 평화시위 현장에 기회주의적 테러범이 잠입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나흘 만인 20일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이 법률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되고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서 대규모 반대파 숙청 규모가 6만 명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TV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법치,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내각제인 터키에서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파를 ‘암’과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대규모 숙청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터키에선 공무원과 기자 등 1만여 명이 체포됐고 교사와 공무원 등 5만여 명이 해고 또는 직위 해제됐다.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빌미 삼아 강력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위험을 과장해 공포와 애국심을 자극했다. 다음 수순은 권력을 공고히 할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쿠데타가 절대권력을 강화해 준 셈이 됐다. 터키 경찰은 이날부터 거리에 있는 국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문할 권리를 갖게 돼 아무 때나 국민의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리라화 가치도 폭락해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21일 역대 최고치인 3.0973리라까지 치솟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나흘 만인 20일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이 법률과 같은 효과를 갖고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대규모 반대파 숙청 규모가 6만 명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TV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법치,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내각제인 터키에서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파를 ‘암’과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대규모 숙청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터키에선 공무원과 기자 등 1만여 명이 체포됐고 교사와 공무원 등 5만여 명이 해고 또는 직위해제됐다.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빌미삼아 강력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위험을 과장해 공포와 애국심을 자극했다. 다음 수순은 권력을 공고히 할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쿠데타가 절대권력을 강화시켜준 셈이 됐다. 터키 경찰은 이날부터 거리에 있는 국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문할 권리를 갖게 돼 아무 때나 국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리라화 가치도 폭락해 달러대비 리라화 환율이 21일 역대 최고치인 3.0973리라까지 치솟았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군부 쿠데타가 시작되기 5시간 전에 관련 정보를 포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 4일 만에 정관계와 법조계 교육계 인사 5만여 명을 잡아들이거나 직위해제하며 대규모 반대파 숙청에 착수했다. 터키 참모본부는 15일 밤 쿠데타가 발생하기 5시간 전 정보당국으로부터 쿠데타 모의 첩보를 입수한 뒤 군대에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기지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지인 마르마리스의 호텔에서 10분만 늦게 탈출했어도 쿠데타군에 살해됐을 것”이라며 사전에 쿠데타 움직임을 몰랐다고 언급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쿠데타 주도 세력은 정보 유출을 감지하고 당초 16일 오전 3시로 예정했던 쿠데타를 6시간 앞당겨 15일 오후 9시에 단행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쿠데타군이 거사를 급하게 서두르느라 대규모 인력 동원에 실패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리 입수한 첩보로 쿠데타 진압에 성공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쿠데타 시도가 시작되기를 지켜보면서 반대파 숙청을 사전에 계획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은 “터키 정부가 체포대상 목록을 미리 준비해뒀다가 쿠데타 직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학술 활동을 위한 모든 해외 여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학자들은 서둘러 귀국하라고 요구했다고 B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날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대학 학장 1577명과 교사 2만1000명, 교육 공무원 1만5000명이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 나흘 만인 19일 밤 수도 앙카라로 복귀해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대 발표에서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형제 부활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쿠데타를 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숙원 사업인 대통령제로의 개헌 추진을 발표한다면 터키 내부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제 개헌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터키 국민 10명 중 3명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자작극을 벌였다고 믿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사회적 갈등은 극심한 상황이다. 터키 정부로부터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은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자택에서 가진 BBC 인터뷰에서 쿠데타 시도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처럼 나를 억압하고 소환하려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국가라도 나는 그들을 반(反)민주적인 방법으로 없애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희대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런 추세라면 터키가 히잡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회로 변할까 두려워요.” 터키 쿠데타가 진압된 지 넷째 날인 19일 이스탄불 시내에서 만난 여성 살렌 씨(24)는 광장으로 나온 친(親)정부 시위대가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국기를 흔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터키는 정교(政敎)분리가 건국이념이지만 15일 밤 발생한 쿠데타의 공포를 잊지 못하는 일부 국민 사이에서 ‘이슬람 기치 아래 뭉쳐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신정(神政)일치 국가를 향해 한 발짝씩 내딛고 있다. 집권 14년 차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스타파 케말 초대 대통령이 확립한 세속주의 정교분리 원칙을 뒤흔들며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케말 대통령이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아야 소피아(옛 성 소피아 대성당) 내부에서는 이달 2일 85년 만에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방송(아잔)이 울려 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신심이 깊은 다수 하층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종교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터키 사회가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의 쿠데타 실패 후 급격히 경직되면서 ‘이러다 이슬람이 국교가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터키는 표면적으론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지만 이스탄불 시내 곳곳에서 교회와 성당을 쉽게 볼 수 있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 통상 부모 뜻에 따라 이슬람이라고 적고 실제론 다른 종교를 믿는 경우도 많다. 터키 사회의 종교적 경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히잡의 부활이다. 정부의 친이슬람 정책으로 과거보다 자발적으로 히잡을 쓰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공무원을 뽑을 때도 같은 조건이면 히잡을 쓴 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복장의 자유를 누려 온 20대 여성 니다 씨는 “앞으로는 히잡을 안 쓰는 여성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다. 주류가 되기 위해 억지로 히잡을 써야 할 날이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상류층 여성처럼 보이고 싶은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히잡 쓰기가 이미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슬람주의를 주장하는 정의개발당(APK)은 부유하고 보수적인 상류층이 주로 지지하는 정당이란 이미지가 있다. 4일 내내 친정부 시위가 이어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도 여성들 가운데 히잡을 두르고 터키 국기를 흔드는 이가 절반 가까이 됐다. 셀젠 씨(24)는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히잡은 가난한 사람들이 쓰던 것이었지만 요즘은 상류층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히잡이 의무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수도 앙카라에서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을 포함해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성 26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된 군 장성과 판사, 검사는 7500명이 넘고 공무원 8777명의 업무가 중지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관련자들에 대한 사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200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18일 기자회견에서 “터키 정부는 기본권과 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터키는 최고 수준의 민주적인 제도와 법치를 유지해야 한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압박했다. 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국민이 군부 쿠데타 배후를 놓고 견해가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불신하는 극단 사회로 치닫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편에 선 친(親)정부파는 야외 광장으로 몰려나와 공개적으로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반(反)정부파는 몸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쿠데타 조작론을 집중 제기했다. 터키 정부는 주지사 30명과 경찰 등 약 9000명을 해임하고 쿠데타 주도자로 의심되는 장성 27명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국영 언론이 전했다. 유럽은 터키 정부가 쿠데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6000여 명에 대한 ‘피의 숙청’을 예고한 데 대해 보복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15일(현지 시간) 쿠데타 이후 4일 내내 도심 곳곳으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오프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는 17일 오후 8시부터 터키 국기를 든 군중이 모이면서 시작된 대통령 지지 시위가 18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쿠데타 이후 이스탄불 내 모든 지하철과 트램 등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하며 군중 집결을 유도하고 있다.▼ 터키 정부, 공무원 9000명 해임… 유럽 “보복 자제를” ▼초대형 터키 국기 두 개가 공중에 휘날리는 탁심 광장에는 자정 넘어서까지 수천 명이 국기를 흔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칭송하는 노래를 연이어 불렀다. 이슬람 근본주의 통치를 강화하는 대통령 편에 선 시위대는 이슬람 색채도 물씬 풍겼다. 광장에 세워진 대형버스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테크비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터키어)라고 외치면 군중이 “알라후 아크바르!”(같은 의미의 아랍어)로 화답했다. 터키 인구의 99%는 무슬림이지만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다. 이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반대쪽 국민을 ‘대통령이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동조자’로 몰아가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7일 쿠데타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며 귈렌을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군중은 잔뜩 흥분해 “귈렌을 당장 데려와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는 17일 오후부터 이스탄불 주요 중심지인 술탄아흐메트 광장, 이스티크랄 거리, 훨하나 공원 등을 돌아다녔지만 표면적으론 반정부 시위를 볼 수 없었다. 이스탄불은 반정부 야외 시위를 벌였다간 집결지마다 모인 수천 명 단위의 친정부 군중에게 ‘맞아죽을’ 분위기가 팽배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정부파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데타의 진실을 놓고 ‘온라인 설전’을 벌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쿠데타 군부가 전투기와 헬기로 공중까지 장악했다는데 대통령은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왔는지’ ‘쿠데타 군부가 아타튀르크 공항을 장악했다는데 대통령이 상륙한 직후 왜 바로 다 사라졌는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점에 의문을 잇달아 제기했다. 쿠데타를 단행한 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군지조차 모르겠다는 주장도 많았다. 통상 쿠데타는 사령관이 직접 방송에 나와 입장표명문을 읽는데 이번엔 아무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국 여자 아나운서에게 읽도록 시켰기 때문이다. 반정부파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교적 몰입도가 강하고 수적으로 다수인 하층민의 표심을 노려 정치에 종교를 개입시키고, 쿠데타를 계기로 시위 현장에 이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본다. 터키 민심이 양쪽으로 극명히 갈리면서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가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터키에서 종종 벌이는 테러도 정부가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자기와 견해가 다른 반대파의 모든 것을 배척하는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탁심 광장에서 만난 오스만 씨(24)는 “몇 달 전 IS가 이곳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했을 때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보고 펑펑 울었다. 마침 우는 내 모습이 TV에 방송됐는데 사람들이 나를 ‘정부가 심어둔 연기자’라고 몰아갔다”며 씁쓸해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18일 오전 28개 EU 회원국 외교장관 및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조찬회동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며 에르도안 정권의 사형제 부활 움직임을 경계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터키의 숙청을 우려하며 보복 자제를 촉구했다.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세계일주는 곧 끝나지만 우리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기름 한 방울 없이 하늘을 나는 태양광 비행기를 타고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에 나선 스위스 솔라 임펄스사의 베르트랑 피카르 회장(58)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한층 상기돼 있었다. 그는 태양광 에너지로만 비행하는 ‘솔라 임펄스2’ 세계일주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의 마지막 비행을 앞둔 15일 중간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솔라 임펄스2는 지난해 3월 9일 아부다비에서 동쪽으로 출발한 이래 16개 도시를 거치며 지구 한 바퀴를 돌기까지 카이로∼아부다비 구간만을 남겨 두고 있다. 당초 17일 아부다비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와 피카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잠정 연기됐다. 솔라 임펄스2는 카이로까지 4만347km를 509시간 29분 동안 평균 시속 75km로 날며 8개의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200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1억 달러(약 1135억 원)가 넘는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 “10년 안에 전기비행기 상용화” “이집트에서 60년 전 할아버지 책을 여기서 보다니!” 피카르 회장은 카이로 국제공항 인근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라운지 책장에 꽂혀 있던 낡은 책을 꺼내 보여줬다. 그의 할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 스위스 브뤼셀대 교수(1884∼1962)가 1954년 발표한 심해 잠수에 관한 책이었다. 피카르 교수는 1953년 직접 개발한 잠수기 바티스카프를 타고 심해 잠수 세계 신기록(해저 4176m)을 수립한 탐험가다. 1931년엔 밀폐된 기구를 타고 인류 최초로 성층권(고도 1만5781m)에 도달했다. 아버지 자크 피카르는 1960년 해저 1만911m를 내려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 최초로 도달한 사람이다. 삼대(三代)째 탐험가 피카르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연료 없이 50명을 태우고 1000km를 날 수 있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전기자동차를 만든 테슬라가 원래 인터넷 회사였던 것처럼 전기비행기도 항공기 비즈니스 바깥에 있는 이들에 의해 개발될 것”이라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전기비행기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 후원사 중에는 청정에너지와 무관해 보이는 기업도 있다. “4대 스폰서인 솔베이(화학·플라스틱), 오메가(시계), ABB(전력), 쉰들러(엘리베이터) 모두 청정에너지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대 산유국인 UAE도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피카르 회장은 “에너지 비효율을 없애는 게 정체된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그리드 같은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술 시장이 ‘블루 오션’이라는 것이다. 솔라 임펄스는 태양광 에너지의 97%를 동력에 사용해 낭비율은 3%뿐이다. 그는 “지금 보편적으로 쓰이는 자동차 엔진은 연료의 73%가 손실되고 27%만 동력에 쓰인다. 이런 저효율을 개선하는 신기술이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일부를 품고 난다” 솔라 임펄스2는 피카르 회장과 앙드레 보르슈베르그 CEO가 번갈아가며 비행한다. 피카르 회장은 지난달 20∼23일 태양광 비행기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미국 뉴욕∼스페인 세비야 구간(6765km·71시간 8분)을 최고의 비행으로 꼽았다. 미국인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가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무착륙 단독 비행해 건넌 지 89년 만에 쓴 새로운 기록이다. 그는 “연료 없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태양을 바라보면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며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야’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2는 기후 변화에 극히 민감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5월 30일 중국 난징에서 미국 하와이로 가는 도중 기상 악화로 일본 나고야에 비상 회항했다. 지난해 6월 28일 나고야에서 하와이로 가면서 117시간 52분 동안 8924km를 무착륙 비행하는 기록을 썼지만 배터리 과열로 9개월여 동안 수리를 받아야 했다. 솔라 임펄스2는 한국 배터리업체인 코캄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피카르 회장은 “우리는 한국의 일부와 함께 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그가 2014년 쓴 책 ‘인생의 고도를 바꿔라’는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됐다. 1999년 6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2006년 겨울올림픽 후보지인 스위스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1999년 3월 세계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그는 세계일주를 마친 후 계획에 대해 “청정에너지 관련 조직과 회사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국제위원회를 만들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에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고난 탐험가인 그에게 다른 모험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솔라 임펄스처럼 다음 모험도 기록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의미 깊은 메시지를 담는 모험이 될 겁니다.” 열기구와 태양광 비행기라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최초의 세계일주를 두 차례나 했지만 그는 여전히 모험에 굶주린 듯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다시는 터키에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시도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지 40시간 뒤인 17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만난 유수프 씨(62)는 대형 터키 국기를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 탁심 광장에는 쿠데타 직후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데타 이후 3일 연속 거리에 나섰다는 그는 “쿠데타는 대통령을 해치려는 귈렌(재미 이슬람 성직자)이 계획했다고 믿는다”며 “터키 국민이라면 대통령을 지지하며 이 국기 아래 하나로 응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탁심 광장에는 더운 대낮이었는데도 터키 깃발을 들거나 몸에 두르고 활보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터키에서는 15일 밤 갑작스레 벌어졌다가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설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으로 망명한 반대 세력 귈렌이 막후에서 군부 내 자기 세력에게 시켜 쿠데타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반면 젊은층에선 이번 쿠데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뉴스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쿠데타 진압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신속하게 보도됐기 때문이다. 제3의 시각으로는 군부 내 친정부 세력이 반(反)정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에 함께 참여할 것처럼 미끼를 놓고선 자신들은 쏙 빠졌다는 주장도 있다.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후 터키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민주 체제를 수호하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대대적인 ‘피의 숙청’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13년의 집권 기간에 자신의 비판자들에게 철퇴를 가해 왔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정적 제거와 권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16일 쿠데타 시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과 군인, 경찰 등 총 265명이 숨지고 144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민간인과 경찰이 161명이었으며 쿠데타 가담자 104명이 교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군부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터키 정부는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베키르 보즈다 법무장관은 17일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쿠데타와 관련해 6000여 명을 구금했다”며 “앞으로 체포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다 장관은 또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판사 2700여 명이 해임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발생 당시 터키 내 서부지역 이즈미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연설을 통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를 ‘신의 선물(gift from God)’이라고 부르며 “군에 남아 있는 불순 세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대적인 숙군(肅軍) 계획을 밝힌 것으로 군에 자기 세력을 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가 사형제 도입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고 에르도안 정권을 지지했던 국제사회는 “피의 보복은 안 된다”며 에르도안 정권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법치주의에 따라 행동을 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 정부의 현직 관료인 쉴레이만 소일루 노동장관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즉각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케리 장관은 “미국 배후설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이런 주장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로 최소 265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로 자리를 비운 15일 밤(현지 시간)을 노려 거병(擧兵)한 쿠데타군은 한때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군사본부와 방송국 등 주요 시설들을 장악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6시간 만인 16일 새벽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쿠데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선언했다. 터키 정부군은 쿠데타 주모자로 알려진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육군 3군사령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사령관 등 가담자 6000여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진압 성공으로 권력 기반을 강화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 중인 이슬람 사상가이자 자신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을 이번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귈렌을 체포하든지, 아니면 그를 터키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귈렌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부터 내놓으라고 맞서면서 터키 내분이 미국-터키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터키 군부 쿠데타에 가담했다가 투항한 군인을 향해 시민들이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터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 사진에는 시민에게 참수당한 군인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지지자들이 16일 오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대교에서 투항한 군인 50~60명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군인들은 15일 밤 중무장한 채로 보스포루스대교를 장악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통로를 봉쇄했지만 다음날 새벽 진열을 갖춘 정부군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이들이 투항하는 장면은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항복한 군인을 참수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세력이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장악했을 당시 전 국민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가두시위를 독려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친정부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쿠데타군의 투항 장면을 TV로 본 뒤 거리로 뛰쳐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탄불의 한 교민은 “15일 한밤중에 에르도안 대통령 명의로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군부의 쿠데타를 완전히 제압한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 기획자들을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터키 당국은 군부 고위직을 포함해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 2839명을 체포했다. 6시간에 걸친 쿠데타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61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1440명으로 집계됐다. 빌라닐 일드림 터키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데타 기획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게 할 것”이라며 “사형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일드림 총리는 군부 쿠데타를 ‘터키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암적인 시도’로 규정하고 이날 밤 시민들에게 도심 광장으로 나와 국기를 흔들어 지지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번 반란은 아무도 터키의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을 위협할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쿠데타에 실패한 일부 군인들은 헬기를 타고 그리스로 망명했다고 CNN이 전했다. 그리스 북부 알렉산드로폴리스 경찰에 따르면 터키 군인 8명이 헬기를 타고 상륙해 망명했다. 터키 당국은 그리스 정부에 이들을 당장 송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사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도안 정부가 이번 쿠데타의 완전 종식을 선언했지만 주변국들은 국경을 폐쇄하거나 터키행 항공편을 모두 취소시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터키 인접 국가인 그루지아는 터키와의 국경을 모두 폐쇄했고,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16,17일 터키를 오가는 모든 비행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막내아들인 함자 빈라덴(사진)이 미국에 복수를 다짐하는 음성 메시지가 10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함자는 알카에다 선전 매체를 통해 공개된 ‘우리는 모두 오사마’라는 제목의 21분 분량의 육성 메시지에서 “미국인들은 자국 지도자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알카에다는 무슬림을 핍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을 ‘미국에 억압받고 있는 이슬람 국가’로 언급하며 “셰이크(지도자) 오사마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 이는 오사마 개인을 위한 게 아니라 이슬람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미국에 대한 테러를 부추겼다. 오사마 빈라덴은 9·11테러 10년 만인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다. 빈라덴의 아들 4명 중 막내인 함자는 현재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며 아버지가 미군의 추적을 피해 파키스탄에 숨어 있을 때 함께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연구원은 “함자는 알카에다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의 위험한 적”이라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인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서 독립 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8일 대통령 경호부대와 부통령 경호부대가 서로 총격전을 벌여 최소 272명이 숨졌다.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독립한 이후 대통령 세력과 부통령 세력 간 극심한 내전으로 혼란이 증폭돼 한국군 한빛부대가 2013년 3월부터 유엔평화유지군(PKF)으로 주둔하고 있다. 9일 BBC 등에 따르면 정적(政敵) 관계인 살파 키르 대통령과 리에크 마차르 부통령이 전날 밤 대통령궁에서 만나 함께 독립 5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경호부대끼리 시비가 붙었다. 양측은 총격전을 벌이며 대통령궁 안팎에서 격하게 충돌했고, 나중엔 중화기와 야포까지 동원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30∼40분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부통령은 2013년부터 치열한 내전을 벌여 수만 명이 숨지고 최소 22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유엔과 서구 열강이 중재해 2015년 8월 평화협정을 맺었다. 올 4월 반군 지도자였던 마차르가 부통령을 맡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정국이 안정되는 듯했으나 결국 무력 충돌로 번졌다. 남수단 당국은 총격전 이틀 뒤인 10일 “총격전으로 최소 272명이 사망했고 이 중 33명은 시민”이라고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 단식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끝난 뒤 사흘간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6일 새벽 기자가 찾은 이집트 카이로의 이슬람사원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는 명절 기도를 하러 나온 카이로 시민들로 붐볐다. 1500년 역사를 지닌 이집트 최초의 사원 아므르 모스크는 642년 이집트를 정복한 아랍군을 이끈 아므르 이븐 알아스 장군의 이름을 따 세워졌다. 카이로 시민 수만 명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 등 3곳에서 터진 연쇄 테러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렸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5시 반부터 시작되는 명절 새벽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모스크 입구 650m 앞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남자들은 하얀 옷과 모자를 쓰는 이집트 전통의상 갈라베야를 갖춰 입었고 여자들은 형형색색의 히잡으로 멋을 냈다.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미리 챙겨 온 카펫 또는 금색 비닐을 바닥에 깔고 메카 방향으로 엎드려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자 도로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오늘은 알라가 라마단 한 달 동안 고생한 여러분에게 상을 주는 날”이라며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설교가 울려 퍼졌다. 노점상들은 풍선과 폭죽 등 축하용품을 판매했고 일부 남성은 라마단 기간의 노고를 풀려는 듯 한곳에 모여앉아 물담배(후카)를 피웠다.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글이 새겨진 아므르 모스크 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봤다. 기도를 마친 가족들이 ‘셀카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눈을 제외한 얼굴을 모두 덮는 니깝을 쓰고 검은 아바야를 입은 중년 여성도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셀카를 찍었다. 이날 나일 강변과 카이로 도심 무한디신에도 새벽기도를 마치고 놀러 나온 인파로 떠들썩했다. 명절 첫날을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새운 이들은 ‘불타는 아침’을 보내고 낮부터 사흘 연휴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슬람 최대 명절의 첫날이지만 불과 이틀 전 이슬람 제2성지 사우디 메디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소식에 일부 시민의 얼굴엔 불안감이 역력했다. 아직 메디나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주장하는 단체는 없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카이로 시민은 모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아므르 모스크 안에서 만난 관리인이자 성직자인 마흐무드 사라마 씨는 “예언자 무함마드는 ‘신을 믿지 않는 자가 죽임을 당해도 나는 늘 죽은 자 편에 서겠다’고 말하며 살인을 죄악시해 왔다”며 “꾸란에도 살인자는 지옥에 간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IS가 이젠 종교도 가리지 않고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모스크 앞에서 만난 셰리프 씨는 “무함마드가 묻힌 예언자 모스크 테러는 IS가 극단적인 폭력 단체에 불과하다는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IS는 치료가 불가능한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묻힌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에서 4일 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보안요원 4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적대시하는 시아파 거주지역인 사우디 카티프의 모스크와 사우디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연쇄 테러가 벌어진 점으로 볼 때 IS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사우디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자살폭탄 테러가 세 건이나 터졌다.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후 묻히면서 무슬림에게는 메카 다음으로 신성시되는 성지여서 아랍권에선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범은 해가 저물어 라마단 금식이 풀린 4일 저녁 모스크와 법원 사이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던 보안요원들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며 접근한 뒤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예언자 모스크는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 동안 꾸란을 암송하기 위해 200만여 명이 찾는 성지로 사고 당시에도 라마단 종료 하루를 앞두고 수천 명이 모여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당시 모스크에 있던 까리 지야드 파텔 씨(36)는 AP통신에 “진동이 하도 강해 빌딩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슬람 제2의 성지를 겨냥한 테러에 아랍국은 잇따라 규탄 성명을 냈다.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 종법학자(그랜드 머프티) 샤위키 이브라힘은 메디나 테러 직후 “급진주의에 매몰된 셰이크(이슬람 지도자)는 이슬람학파라고 볼 수 없다”며 “테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없지만 IS 소행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날 동부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카티프에선 모스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카티프는 IS가 수차례 테러를 감행해온 곳이다. 또한 같은 날 새벽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파키스탄인 압둘라 칼자르 칸(34)의 자살폭탄 테러로 2명이 다쳤다. 이번 라마단 기간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형 테러가 많이 발생했다. IS가 장악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IS의 폭정으로 라마단 기간 중 600명 넘게 사망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다른 지역 테러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800명이 넘는다. IS는 이슬람의 성스러운 시기인 라마단 시작 직전인 5월 말부터 ‘라마단 기간 중 지하드(성전)는 신의 허락을 받은 행위다’ ‘이교도에게는 라마단 중 고통을 줘도 된다’는 식으로 소셜미디어에 선전전을 펼쳐왔다. 라마단이 끝난 후 이어지는 연휴인 ‘이드 알피트르’(6∼9일) 때도 대규모 테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S가 아시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를 집중 공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테러로 이 지역 극단주의자에게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불만 세력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5일 오전에도 인도네시아 자바 섬 솔로의 경찰서에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명이 다쳤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IS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느슨한 계율을 적용하고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에도 개방적인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집트 민주화운동의 성지(聖地)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압둘팟타흐 시시 군사 정권이 지정한 혁명기념일을 맞아 군부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무함마드 메드하트 씨(34)는 기자에게 “군부 독재라도 좋다. 경제만 살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2011년 1월 ‘30년 군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아랍의 봄’ 혁명 열기가 이집트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민주화의 성지로 불려왔다. 하지만 5년여가 흐른 현재 민주화 열기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중은 ‘민주주의보단 먹을 것이 우선’이라며 친군부 정권 대열에 서 있었다. 사회경제적 안정에 대한 열망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집트는 지난 5년간 두 차례 민중 봉기로 ‘군부→민간인→군부’ 정권을 오가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는 배고픔을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무능을 드러낸 채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이후 군부 출신인 시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이날 오후 7시경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집트 국기를 치켜든 친정부 시위자들이 광장에 속속 모였다. 무슬림이 인구의 90%인 이집트는 요즘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라마단 금식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확성기 방송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마자 군중은 일제히 1.5L짜리 플라스틱 생수통을 꺼내 물을 들이켰다. 열성적인 지지자 일부는 시시 대통령의 이름 발음을 본뜬 ‘CC’라는 글자를 새긴 이집트 국기와 시시 대통령 사진이 박힌 현수막을 들고 광장을 활보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양손으로 승리(Victory)를 뜻하는 ‘V’나 시시를 상징하는 ‘CC’ 모양을 만들었다. 광장 앞 건물에는 이집트 국기와 ‘이집트여 영원하라’라는 뜻의 아랍어 글씨가 레이저로 아로새겨졌다. 오후 4시경 4대 혹은 8대씩 짝지은 전투기 편대가 이집트 국기 색깔인 빨강 하양 검정 연기를 하늘에 수놓는 등 수도 카이로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거리 시위에 나선 이집트인들은 민주화 열망을 안고 2012년 6월 출범한 무르시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털어놨다. 이집트 명문대인 아메리칸카이로대를 졸업한 메드하트 씨는 “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경제적 무능함과 이슬람 근본주의의 이념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무르시 정권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민중 봉기로 쫓겨난 ‘배고픈 민주화’의 후유증이 그의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2012년 6월∼2013년 7월)에는 전력 부족으로 하루에 8번씩 정전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을 때가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성향의 무르시가 2013년 6월 “시리아 정부와 단교하고 시리아 반군을 돕겠다”며 혼돈스러운 중동에 군사 개입을 할 뜻을 내비치자 국민적 반감은 더욱 커져 갔다. 이집트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경우 나라가 재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시시 대통령은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한국의 박정희 정권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군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게 지상 과제다. 2018년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할지도 경제가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다.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의 박정희’가 되기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통한 한국 전문가 에즈딘 엘하산(49)은 “군부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사이에선 새마을운동 배우기가 열풍”이라며 “최근 찾아간 대학교수 책상에 한국의 새마을운동 관련 저서 번역본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시시 정권 출범 이후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는 이집트의 국가 재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3대 중추사업인 수에즈 운하 통관, 중동 인력 수출, 관광 산업 모두 타격을 받으면서 극심한 달러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시 정부는 고질적인 달러 부족과 경제난 타개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IMF로부터 구제금융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를 지원받기 위해 구조개혁에 동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IMF 구제금융 성사는 시시 대통령이 ‘이집트의 박정희’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군부 독재에 대해 이집트인 대다수는 “경제만 발전시켜 준다면 군부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민주화의 열망을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이집트인은 “무르시 정권 때의 극심한 혼란을 수습하는 과도기적 차원에서 국민이 임시로 군부를 택한 것일 뿐 장기적으론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잠시 에둘러 가는 것이지 이집트판 아랍의 봄은 현재 진행형이란 얘기였다. 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