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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담긴 시중은행 자동화기기(ATM) 하드디스크를 빼돌려 헐값에 팔아넘긴 폐기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5∼10월 신권 인식 기능이 없는 구형 ATM을 폐기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장착된 하드디스크를 뜯어내 중고품업자에게 팔아넘긴 이모 씨(48·폐기업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씨가 판 하드디스크는 모두 445대로 대당 5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각 약 1년간의 거래 내용에 해당한다.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언제 누구와 얼마를 주고받았는지 등 상세한 정보가 문서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었으며 암호화 등은 전혀 되어있지 않고 일반적인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하게 정보가 저장돼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폐기하는 ATM의 하드디스크는 소각해야 한다’는 은행 지침을 어기고 중고품업자 정모 씨(41)에게 대당 6000∼7000원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의 일반 거래가격은 1만 원 안팎이지만 이 씨에게서는 30∼40% 싸게 살 수 있어 구입했다”며 “하드디스크 안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구입한 하드디스크는 모두 포맷(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는 것)을 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단 정 씨가 하드디스크 안의 개인정보를 노려 구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어렵기는 하지만 기술적 과정을 거치면 (포맷을 했더라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경찰은 아직까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다른 곳에서 사용된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탤런트 안재모 씨(32·사진)의 신혼집에 도둑이 들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안 씨가 이날 오전 2시경 “경북 문경으로 드라마 촬영을 갔다가 26일 돌아오니 도둑이 든 것처럼 집이 어지럽혀져 있었고 결혼 패물이 없어졌다”고 신고했다는 것. 경찰 조사 결과 도둑은 모두 1000여만 원어치의 금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씨는 지난달 9일 결혼했으며 임신 3개월인 아내는 당시 친정에 가 있던 상태였다. 안 씨 측은 “다른 것은 몰라도 결혼반지는 꼭 찾고 싶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경찰은 안 씨 집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동종 범죄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 씨는 SBS ‘야인시대’에 출연했으며 현재 KBS ‘근초고왕’에 출연하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연일 발생하면서 경찰에도 직접 위치추적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보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법)’은 자연재해나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방재청 등 소방당국이나 해양경찰만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갑작스레 자녀가 실종되거나 범죄 피해에 노출됐을 때 경찰이 쉽게 찾을 방법이 없어 생명을 잃는 사고로 자주 이어진다는 것. 실제로 23일 새벽 대전 동구 삼성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고교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진 중학생 A 군(13)도 경찰이 직접 위치추적을 할 수 있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A 군의 부모는 “아들이 평소 귀가시간보다 많이 늦었고 연락도 안돼 경찰이 119에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소방방재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조금만 빨리 위치가 파악됐더라면 아들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열했다. 국회에서도 최인기 변재일 신상진 의원 등이 2008년부터 경찰에 위치추적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이 위험에 빠졌을 때 경찰이 직접 위치추적권을 갖고 있으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범인을 검거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경찰의 위치추적권 남용이나 범죄 집단 또는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누군가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위치추적 때마다 본인이나 직계가족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때마다 본인이나 보호자에게 인증번호를 발송하는 등 몇 초 안에 동의 절차를 마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용을 우려해 위치추적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폐쇄회로(CC)TV가 각 도로와 건물에 급속도로 설치될 때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현재 CCTV가 범죄 예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위치 추적도 마찬가지다. 오·남용 우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단점이 장점보다 적고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면 위치추적 허용 범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를 통해 강력범죄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을 더 많이 보호할 수 있다면 말이다.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남편 A 씨(31)에 대한 구속영장(살인 혐의)이 24일 발부됐다. 서울서부지법 이우철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A 씨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경찰에 보낸 부검의견서를 집중 검토한 후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내용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의견서에는 “숨진 아내 박모 씨(29)의 사인은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이며 사고사 개연성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박 씨가 살해됐다는 유력한 증거다. 법원은 4일 경찰의 1차 구속영장 신청 때 “‘사고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피의자(A 씨) 주장에 대해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면서 명기한 박 씨 눈에서 흐른 피의 방향도 영장 발부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의 눈에서 흐른 피가 눈두덩 아래쪽을 타고 흐르다 다시 중력을 거슬러 눈초리 쪽으로 흐른 흔적이 남아있다”며 “이는 박 씨가 다른 곳에서 숨진 뒤 욕조로 옮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범행 추정 시간(14일 오전 3시∼5시 40분경)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 씨가 아내를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1차 신청 때와는 달리 자택인 오피스텔 건물 출입구에서 A 씨 집까지의 모든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사건 당일 A 씨의 동선도 증빙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교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은 A 씨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A 씨가 공부했다는 14일 오전 8시 55분부터 오후 4시 50분 사이의 도서관 CCTV를 모두 분석해 법원에 제출했다. A 씨가 구속됨에 따라 경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수사력을 총동원해 A 씨의 범행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박봉혁)가 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KT링커스 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T링커스 노조가 노조원 1명당 10만 원씩 정치후원금을 모아 특정 국회의원 후원회에 제공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관련 은행 계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KT링커스 노조를 고발한 중앙선관위는 “이 회사 노조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여러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전달한 후원금은 한나라당 K 의원, 민주당 L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후원금 액수는 최소 수천만 원일 것으로 검찰과 선관위는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자금이 청목회처럼 입법로비를 위한 것인지는 수사를 진행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주원)는 회사 공금 229억 원을 빼돌려 선물거래에 투자했다 모두 탕진한 H기업 전 자금팀장 신모 씨(47)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전 부사장 정모 씨(62)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공금을 빼돌린 사실을 감추기 위해 국공채를 매입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실제로는 이 돈을 채권중개업자 박모 씨(64)에게 맡겨 운용하면서 초과수익을 가로채려 한 혐의다. 그러나 박 씨는 이 돈을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검찰은 “신 씨와 박 씨는 H기업에서 회계감사가 있을 때마다 박 씨가 대표로 있는 증권회사에 229억 원어치의 국공채가 보관된 것처럼 위조한 채권잔액 증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박 씨도 횡령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꽝’ 소리가 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뉴질랜드 탁구팀 감독으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머무르고 있는 한종읍 씨(43)는 이곳에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시내 복구와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3일에는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점심시간에 강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특히 현지 교민들은 “지진 당시 도심의 교민식당 사무실 등에 한국 사람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인 피해가 많을 것을 걱정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교민은 “가장 피해가 극심한 도심에 한국음식점 대부분이 몰려 있고 교민이 운영하는 미용실 옷가게 등도 상당수 있다”며 “현재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차량 진입이 통제돼 있고 도심 한가운데는 아예 사람도 들어가지 못해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강진으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고층빌딩 안에 고립됐다가 이 중 2명이 구조됐다. 고립된 2명은 지인을 통해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알려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교민 약 4000명이 살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교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은 진앙에서 거리가 있어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 도심 동남쪽에서 발생한 반면 교민 마을은 도심에서 서쪽으로 10km가량 떨어져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순복음교회 조상호 목사(50)는 “현재까지 우리 교회에 다니는 교민 300여 명은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인 밀집지역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한국학교 황선하 교장(67)도 “학생 120명과 가족 모두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현지 시간 23일 오전 1시경) 교민 인명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한편 크라이스트처치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아라온호와 관련 인력 75명이 체류 중이었다. 70명은 아라온호에 타고 있어 지진 여파를 받지 않았다. 5명은 호텔에 있었지만 안전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전기끊긴 암흑도시… 시민들 부슬비 맞으며 구조 안간힘 ▼크라이스트처치 표정22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통신망이 두절된 데다 도로 곳곳이 파괴돼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저녁 해가 지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도시는 암흑에 묻혔다. 설상가상으로 여진을 우려해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부슬비까지 내렸다. 어둠 속에서도 일부 시민은 무너진 건물에서 피를 흘리며 빠져나오는 생존자들을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은 무너진 건물을 파헤치며 필사의 구조작업을 펼쳤다. 건물 잔해 속에서 발굴된 시신들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이 어지럽게 울렸다. 재난당국은 1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길을 지나던 버스 2대도 붕괴되는 건물의 잔해에 깔려 승객 중 일부가 숨졌다. 인도와 차도는 곳곳이 균열되고 뒤틀렸다.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회색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고, 상하수도 파이프가 터지면서 일부 거리는 물바다가 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섬 최대도시… 한국인 조기유학지로 인기 ▼ 인구 37만6700명(2010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영국국교회 신도가 1840년에 세운 이 도시는 공원이 많아 ‘정원 도시(The Garden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에 상가와 주거지가 밀집돼 있다. 현재 이곳에는 4000여 명의 한국 교민과 유학생이 살고 있다. 영어권 국가이면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도시라는 장점 덕분에 인기 있는 조기유학지로 꼽힌다. 또 오클랜드보다 한국인이 적고 기초 생활비가 싸서 한국 어학연수자나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반부터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캔터베리대 공대와 링컨대 농대가 유명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만삭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이 남편 A 씨(31)에 대해 다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함에 따라 한 차례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이번에는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시신의 상태 △현장에 남은 흔적 △사망 추정 시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21일 국내 대표적 법의학자인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58)와 강력사건을 20여 년간 다뤄 본 박충근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55·변호사)의 견해를 들어 봤다. 》 ■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수 “목 양쪽 피하출혈 강하게 눌린 증거” 이윤성 교수(사진)는 “사건현장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남편 A 씨의 해명에 대해 “좀 특이하다. 남의 DNA가 내 손톱 밑에서 발견될 이유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A 씨는 부인의 손톱에서 자신의 DNA가 발견된 데 대해 “아토피가 있는 피부를 아내가 긁어준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이 교수는 “의사이기 때문에 아토피를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남에게 시켜 가면서까지 피부를 긁었다는 해명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사건 당시 A 씨의 팔을 찍은 사진이 있다면 전문가들이 어떻게 생긴 상처인지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부인의 목 양쪽에 피하출혈 흔적이 발견됐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선 “목에 센 힘이 가해진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1987년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군의 목에도 혈흔이 있었다”며 “욕조 턱에 목이 강하게 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목이 구부러진 채 숨진 사람에게는 발견될 수 없는 흔적이라는 것. 이 교수는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직장(直腸)온도 변화 검사는 현장에서 되도록 빨리 해야 오차가 적다”고 지적했다. 사망 후 12시간 정도가 지나면 사망 추정 시간에 서너 시간의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시신을 영안실로 옮긴 후인 지난달 14일 오후 8시 반경에야 직장온도 변화 검사를 했다. 범행 추정시간(오전 3시∼5시 40분)으로부터 15시간가량이 지난 뒤였다. 초동수사에서 중요한 단서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강력수사통 박충근 前검사 “사망 추정 시간은 결정적 증거 안돼” 박충근 변호사(사진)는 “타살은 명백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치면 피가 욕조에 흩뿌려지듯 튀고 사망 원인도 뇌출혈이 된다”며 “욕조에 누운 부인의 모습이나 목 눌림 흔적, 이불에 남은 혈흔 등에 비춰 볼 때 침대에서 살해돼 욕조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 보도대로 설골(舌骨)이 부러졌다면 두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세게 누른 것”이라며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면 두꺼운 설골이 손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남편의 팔에 생긴 상처와 부인의 손톱에 남은 DNA, 부부의 옷에 각각 남은 혈흔 등은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남편의 혐의 유무는 제3자가 외부에서 침입했을 가능성을 면밀하게 짚어본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입구의 폐쇄회로(CC)TV에 남은 기록과 CCTV로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 유무, 현관문 손잡이 상태, 실내외에 남은 발자국 등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것. 또 그는 “시신의 체온을 근거로 하는 사망 추정 시간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실내에서는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결정적 증거로 삼으면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김기웅 순경 사건’과 비슷하지만 당시보다 객관적인 증거들이 더 잘 확보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웅 순경 사건은 1992년 11월 김 순경이 함께 여관에 투숙한 애인의 살해범으로 몰렸다가 진범이 붙잡혀 누명을 벗은 사건. 당시 경찰은 부주의하게 범행 현장의 창문을 열어놓아 시신 온도가 떨어져 사망 추정 시간을 잘못 계산했고 이 때문에 김 순경이 범인으로 지목됐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경찰 “국과수 타살증거 보강했다” ▼남편측 “강압수사 인권위 진정” 만삭 의사 부인 박모 씨(29)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피의자로 지목한 남편 A 씨(31)에 대해 21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달 4일에도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사고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최근 보낸 의견서에 사인을 ‘손에 의한 목졸림 질식사’로 확인한 점, ‘사고사일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점 등을 영장에 부각시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눈에서 흐른 피가 눈두덩 아래쪽을 타고 눈초리 쪽으로 중력을 거슬러 흘러내린 자국도 이번 영장에서 타살 증거로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경찰은 이 핏자국을 근거로 A 씨가 아내 박 씨를 욕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해한 뒤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욕조에 옮겨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A 씨는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A 씨의 변호인은 “경찰이 영장실질심사의 개요를 설명하지 않거나 실질심사 일시, 장소를 고지해 주지 않는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억지로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입학 9년 만에 졸업장을 받는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컴퓨터과학과·28)가 28일 열리는 연세대 졸업식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각모를 쓴다. 연세대는 신 씨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신 씨를 등교시키고 함께 수업을 들으며 노트 정리를 도와준 어머니 이원옥 씨(65)에게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연세대가 학적이 없는 사람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씨는 태어난 지 7개월째부터 ‘척추성근위축증’을 앓았다. 온몸의 근육이 평생 동안 서서히 마비되는 병이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어 신 씨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내 마우스 포인터를 조종하는 장치가 달린 컴퓨터로 공부를 해왔다. 한 학기에 다른 학생의 절반에 못 미치는 2, 3과목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예습 복습을 하느라 매일 오전 2시를 넘겨서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어머니 이 씨는 이처럼 몸이 불편한 아들 신 씨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신 씨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에서 신 씨를 차에 태워 등교시켰다. 수업 시간에는 신 씨를 대신해 강의 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어 강의 노트를 만드는 등 열성을 다했다. 다른 학생들이 한두 시간이면 다 치르고 나가는 시험을 신 씨는 혼자서 6시간 넘게 치러야 했지만 어머니는 힘든 기색 없이 옆자리를 지켰다. 변혜란 컴퓨터과학과장은 “어머니 이 씨는 다른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다”며 “처음에는 공로상 수여를 고려했지만 이것으로 부족할 것 같아 명예졸업장 수여를 학교 측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공과대학장은 “이 씨가 아들과 함께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학교 내 장애인 시설을 많이 개선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아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9년간 공부하면서 캠퍼스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들이) 졸업하면 다시 학교에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며 “등교가 습관이 돼서 내년 3월에도 가끔 학교에 가려고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일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 씨는 28일 열리는 졸업식이 끝나면 학창시절 아들 신 씨에게 도움을 준 학생들을 초청해 조촐한 파티를 열어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한편 신 씨는 전체 졸업식에 앞서 열리는 공과대 졸업식에서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달 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백화점에서 발견된 ‘10억 돈 상자’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들이 숨겨놓은 수익금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1일 돈을 숨겨 놓고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임모 씨(31·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정모 씨(39) 등 공범 2명과 함께 2008년 10월∼2009년 4월 스포츠경기 승패를 맞히면 돈을 받아 가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모두 23억 원의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 임 씨와 정 씨는 이 중 자신들의 몫인 11억 원을 각각 우체국 택배 상자 3개에 나눠 지난해 8∼9월 이 백화점 물품보관소 대여금고에 보관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2009년 4월 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백화점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해 임 씨 등 3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또 임 씨가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임 씨를 체포했다. 임 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해외에서 자신의 돈 상자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급히 귀국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달아난 공범 2명과 사라진 12억 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며 “이들의 혐의가 확인되면 부당이득은 즉시 국고로 환수된다”고 설명했다.류원식 기자 rews@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피의자로 지목된 남편 A 씨(31)를 공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A 씨는 그동안 유족 신분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언론에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후 1시 반경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도착한 A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입을 꽉 다문 채 조사실로 직행했다. 이날 A 씨와 동행한 임태완 변호사는 “장인 장모가 경찰에서 사건 당일 부부싸움이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A 씨는 그날 장모와 통화하면서 ‘서로 토닥거린 정도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말 응시생의 1%가 만점을 받으면 거의 재앙 수준의 일이 벌어질 겁니다.”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영역별로 응시생의 1%가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대해 일선 대학들은 “정시모집 요강을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미 제출한 상황에서 교과부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수능 난도를 발표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일부 대학의 입학관계자들은 “만약 만점자가 정원을 넘기면 어차피 다른 방식으로 응시 학생의 수학능력을 가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대 불만 폭발입학생 수능 성적이 상위권에 해당하는 대학들이 특히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올해 수능 응시자가 65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교과부 발표대로라면 만점자만 무려 6500명이 나올 것”이라며 “당장 상위권 학생을 가려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지난해 11월 이후 예체능 사범계열 등 일부 특수모집단위를 제외하고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 점수 외 다른 평가요소를 도입하지 않기로 이미 2012학년도 정시모집 요강 초안을 발표한 상태다.고려대 관계자는 “이미 모집요강을 지난해 말 대교협을 통해 발표했는데 지금 와서 면접이나 논술을 보겠다고 바꾸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매우 거셀 것”이라며 “당장 올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연세대 역시 “아직까지는 올해 입시요강에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도입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의 모집요강 안에서 변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긴 하겠지만 학생 선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특히 수능 성적만으로 정시모집 인원의 70%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서강대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고교별 학업성취도 편차가 큰 상황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무작정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교과부 발표처럼 만점자가 전체 응시자의 1%에 육박하는 사태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입시 자율권 달라” 목소리도 커져교과부의 이번 발표로 일선 대학은 “입시전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관계자는 “교과부 발표는 수능을 입학자격시험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만약 이렇게 되면 자격시험(수능)을 통과한 학생 중에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은 대학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역시 “논술을 수시전형에서만 보는 등 그동안 수능과 학생부 외 다른 평가방식을 지양하라는 교과부 지침을 지켜 왔다”며 “그러나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평가항목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입시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원가, “오히려 사교육 늘 것”대입 학원가에서는 교과부의 이번 조치로 오히려 사교육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들이 변별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논술 면접 등 각종 평가요소를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많은 대학이 이미 수시모집 선발 비중을 50∼60%까지 늘려 놓은 상황이라 면접 논술을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학생의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이사도 “수능 난도가 낮아지면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던 친구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커진다”며 “한 번의 실수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학생을 학원으로 내몰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 A 씨(31)가 사건 현장인 자신의 집을 드나들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차 압수수색이 진행된 10일 이전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며 한 차례 집을 드나들었다. A 씨 형 역시 경찰 승인 아래 물건을 가지러 집에 들어갔다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의 사건현장 출입을 허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A 씨와 형이 자택에서 증거 인멸 및 훼손을 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A 씨에게 ‘집에 들어갈 땐 경찰에 연락을 하라’고 했으며 A 씨가 연락을 해 출입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 동행도 없이 사건 현장을 출입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주택은 A 씨 소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집 주인의 출입을 막을 수 는 없다”며 “하지만 중요한 증거들이 남아있는 만큼 출입을 제한하거나 경찰이 동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물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 씨가 언제, 몇 차례 자택을 오갔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기존에 확보한 사진들과 비교해 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 인멸 정황이 나오면 혐의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만삭 의사 부인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숨진 의사 부인 박모 씨(29)의 사인이 ‘(타인의)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라는 유력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추가 증거 보강 과정을 거쳐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A 씨에 대해 다음 주 중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서울 마포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숨진 아내 박 씨에 대한 부검과 검안 결과 피부 까짐(찰과상)과 피부 내 출혈이 목 좌우에서 여러 군데 발견됐다. 이는 손으로 목을 졸랐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라는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받았다. 국과수는 의견서에서 ‘이 자국들은 손으로 목을 졸랐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라며 ‘손으로 목이 졸려 숨졌다고 해서 목에 반드시 손자국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목 내부에는 목졸림으로 인한 상처가 있지만 목 외부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다는 것. 이는 A 씨가 4일 법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주장했던 “만삭의 임신부가 쓰러지면 목이 자연스레 눌릴 수 있다”며 사고사일 가능성을 제기한 내용을 반박하는 대목이다.국과수는 “박 씨의 오른쪽 눈과 코 쪽에서 흐르기 시작한 피가 눈두덩이 아래쪽을 타고 흐른 뒤 눈초리에서 얼굴 윗방향으로 흐른 자국도 발견됐다”며 “이는 다른 곳에서 사망한 뒤 욕실로 옮겨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찰은 남편 A 씨가 박 씨를 다른 곳에서 숨지게 한 후 욕조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핏자국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 A 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아내를 죽일 정도로 큰 싸움을 한 정황도 없기 때문이다. 당초 유력한 증거로 알려졌던 침대의 혈흔은 피가 언제 침대에 묻었는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어 증거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박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사후 첫 모습을 본 사람이 A 씨밖에 없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충북 북부지방, 강원 영서지역 등이 포함되는 한강 유역에서는 총 2520곳에 310여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구제역 매몰지가 없는 서울을 제외하면 총 150여 곳의 취수장에서 하루 약 3270t의 음용수를 생산하는 곳이다.○ 한강 유역 피해가 가장 극심 한강 유역에서 특히 피해가 큰 지역은 김포 파주 고양 양주 이천 등 5곳이다. 경기 파주시는 총 238곳에 14만5280마리의 가축이 묻혔다. 특히 광탄면 방축리에는 총 3만3408마리, 파주읍 부곡리에는 2만5518마리의 가축이 구제역에 감염돼 매몰됐다. 양주시도 총 244곳에 가축 13만9130마리가 매몰됐다. 광적면 덕도리에는 돼지만 총 1만1852마리가 매몰돼 양주시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이천시에도 총 212개 마을에 총 30만5446마리의 소와 돼지가 매몰돼 파주시 다음으로 피해가 컸다. 설성면 송계리에서 총 1만5676마리, 부발읍 신원리에서 총 1만5414마리의 돼지가 묻히는 등 1만 마리 이상이 매몰된 2곳도 침출수와 메탄가스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그 외 남면 상수리 입암리, 은현면 도하리 등 가축 1000마리 이상이 매몰된 마을만 48곳에 이른다. 김포시에도 총 129곳의 매몰지에 소, 돼지만 6만5378마리가 묻혔고 고양시에도 94곳에 총 2만3132마리가 매몰됐다.○ 낙동강 유역 상류 피해 집중낙동강 유역 역시 피해 지역을 지도에 점으로 찍으면 흰 종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피해는 주로 강 상류인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낙동강 유역의 매몰지는 낙동강의 수원(水源)에 해당하는 영강(경북 문경시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 상류 하천)에 인접한 마을에도 촘촘하게 나타나 수질 오염의 위험성이 더 크게 우려되고 있다. 한강 유역의 강 인접지역 피해가 하류에 집중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안동시는 총 516곳(주소지 기준)에서 구제역 매몰지가 생겨 기초지자체 중 매몰지가 가장 많았다. 서후면은 면적이 65km²인 작은 마을에 매몰지만 103곳이 생길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녹전면 역시 매몰지만 38곳이 생길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경북 영주시의 피해도 극심했다. 총 105군데에 6만5452마리의 소, 돼지가 매몰됐다. 장수면 갈산리에는 영주시 전체 매몰 마릿수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1만3111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금강 유역도 경계경보충남지역에서는 당진 천안 예산 등 3개 기초지자체에 각각 104곳, 58곳, 30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충남지역 전체 매몰지(265곳)의 72.4%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은 충남에서도 금강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북부지역.한강 낙동강 유역과 달리 피해가 집중된 지역이 강과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금강 유역 피해는 주로 충남 북부지역에 집중됐고 충북과 충남 북부지역에 걸쳐 균일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충남 천안시민들의 젖줄 역할을 하는 국교천 병천천 근처에는 천안시 전체 구제역 매몰지 58곳 중 48곳이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수원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충남 아산시에서 관리하는 온양천 근처에도 안양시 전체 매몰지(19곳) 중 8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강 인근 기초지자체에도 구제역 매몰지가 없지는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금강의 북부 상류지역 인근인 충북 청주(1곳), 충남 논산(3곳), 연기(2곳), 공주(4곳) 등에서 이미 가축을 매몰한 데 이어 15일에는 대전 동구 하소동에서도 구제역 양성 확진이 나오는 등 강 인근 지역을 따라서도 계속 확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은 대전지역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의 64%에 해당하는 2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폭풍 비켜간 영산·섬진강 유역반면 전남은 이번 구제역 태풍을 완벽하게 피해 가면서 15일 현재까지 영산강, 섬진강 유역은 청정지역으로 남게 됐다. 전남도는 “지금까지 구제역 피해를 막아온 만큼 끝까지 한우, 한돈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시군별 피해 큰 지역은 ▼매몰지 경북 안동 605곳으로 가장 많아…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대란’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어디일까. 동아일보 사회부가 구제역이 발생한 전국 79개 시군구의 매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몰지 수는 경북 안동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안동의 경우 이번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곳으로 그만큼 피해 규모도 컸다. 전국 16개 시도 중 15일 현재 11개 시도를 휩쓴 이번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6일 안동에서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급격히 퍼졌다. 안동에서 이번 구제역과 관련해 소와 돼지 등을 매몰한 주소지는 516곳이지만 실제 매몰지는 605곳에 달했다. 주소지보다 매몰지가 많은 것은 한 주소지에 2, 3곳의 매몰지가 있기 때문이다. 안동 지역은 실제 동아일보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 표시 결과를 봐도 도시 전체가 붉게 변색될 정도로 매몰지 수가 많았다.매몰 마릿수는 돼지사육 농가가 많은 경기지역 시군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소보다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이 더 많고 피해가 컸다”며 “돼지의 사육 마릿수가 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 매몰 마릿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남·북과 제주, 서울, 울산 등 6개 시도는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북은 구제역 발생 지역은 아니지만 충남 당진의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돼지를 가져온 두 농장의 돼지 1만2000마리를 매몰해 매몰 지역에는 포함됐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소말리아 해적에게 억류됐다 피랍 123일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는 조건 없는 석방이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해적들에게 일정 금액을 건네고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케냐 몸바사에서 동아프리카항해자지원프로그램(EASA)을 운영하는 앤드루 므완구라 씨(47)는 13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 2주일 전에 식량과 선원들 약품 구입비로 5만 달러(약 5600만 원)가량을 소말리아에 송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므완구라 씨는 케냐 현지 선박대리점 김종규 대표(58)와 함께 금미호 석방 협상에 참여한 인물. 하지만 5만 달러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송금했는지,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요구한 몸값(60만 달러)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넉 달간 금미호 억류 비용조로 돈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미호 석방 금액을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논란이 이어졌다. 금미호가 풀려난 9일 정부는 “석방 대가는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김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액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석방금을) 주긴 줬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금미호 석방에) 특별히 돈을 준 것은 없고 조건 없이 석방한 것”이라며 말을 뒤집으면서 석방금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됐다. 이 과정에서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등 테러 및 협상 전문가들은 “해적들이 최소한 선원들을 먹여 살린 억류 기간의 밥값이라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미호는 14일(한국 시간) 케냐 몸바사항에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역(逆)조류를 만나 이날 도착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 같다며 세 살배기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최근의 사건은 2007년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베이비P 사건과 흡사하다. 양국 모두 말 못하는 아이가 부모에게 육체적 폭력을 당해 죽음에 이르도록 사회적 보호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영국 당국이 단호한 조처를 취한 베이비P 사건은 ‘사회가 아동학대 방지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 이혼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 두 번 운다이혼하는 한국인 부부는 점점 줄고 있는데 이혼하는 다문화가정 부부는 점점 늘고 있다. 이역만리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이주여성에게 이혼은 시집살이보다 무섭다는데…. 아이를 두고 고국으로 쫓겨나는 다문화 어머니들의 아픔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여자골프, 이젠 ‘청야니 천하’?청야니(22·대만·사진)가 신지애를 밀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3일 끝난 유럽투어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오른 덕분이다. 새로운 골프 여제를 향한 청야니와, 신지애 최나연 등 코리안 군단의 대결이 시즌 초부터 불을 뿜고 있다. ■ 김영나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9일 취임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그는 첫 부녀(父女) 박물관장의 주인공이자 서양미술 전공자로 주변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그가 꿈꾸는 박물관과 초대관장 김재원 박사와의 추억을 들었다. 그에게 박물관은 어린이들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이고, 휴식과 영감, 재미를 주는 공간이다.}

2007년 45세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해 인천에 정착한 필리핀 여성 A 씨(당시 23세)는 2008년 말 남편에게서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당시 A 씨는 이미 임신 7개월이었다. 아이를 가진 뒤 필리핀에서 있었던 2번의 출산 경험을 남편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A 씨가 처녀인 줄 알고 결혼했던 한국 남성은 “사기를 당했다”며 A 씨를 소개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고소하는 등 심하게 화를 냈다. A 씨는 결국 만삭의 몸으로 집을 나왔고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필리핀으로 돌아갔다.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결혼이민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국내 총 이혼 건수는 16만6617건에서 11만6535건으로 매년 줄었다. 그러나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건수는 같은 기간 2012건(전체의 1.2%)에서 1만1255건(9.7%)으로 늘었다.결혼 후 아직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적을 취득한 후라도 생계와 자녀교육 등은 홀몸이 된 이주여성에게는 매우 힘겹다.○ 이혼과 동시에 불법체류자 돼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2년이 지나야 귀화 신청 자격이 생긴다. 또 귀화 신청 후 허가가 날 때까지 자녀가 있으면 평균 12개월, 없으면 24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결혼 3, 4년차가 되기 전까지 이주여성들은 ‘국민의 배우자(F-2)’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 체류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F-2 비자는 이주여성이 이혼하게 되면 즉시 말소된다.이주여성 보호를 위해 국적법에서는 이혼한 이주여성에게 본인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 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이주여성들이 귀책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은 이혼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을 듣기도 어렵고 자신의 처지를 증언해 줄 증인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2005년 경남 창원시로 시집을 온 베트남 출신 옥린(가명·35) 씨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편의 손찌검을 참지 못한 끝에 2009년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남편과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한국 국적은 아직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옥린 씨는 “남편 잘못이 아니라는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많다”며 “반면 나는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남편에게 맞은 후 병원 진단서도 받아 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린 씨는 또 “남편의 폭행이 시작된 이후 경찰서에도 여러 번 갔지만 경찰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조금이라도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체류 연장 신청이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2006년 결혼해 2008년 이혼한 베트남인 B 씨(31·여)는 이혼 직후 체류연장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혼소송 결과 자신의 귀책사유가 절반 정도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B 씨는 “판결문을 베트남어로 볼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당시 상황을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F-2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방문동거비자(F-1)를 받아 한국에서 체류해야 했다.○ 아이 두고 ‘국경 분쟁’ 나기도국적법상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이주여성의 경우에는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이를 기르는 이혼 이주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은 “이 조항에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2000년 한국으로 시집 온 벨라루스인 미라(가명·32) 씨는 2001년 아들을 낳았다. 남편이 “아이를 빨리 낳고 싶다”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3세 되던 해부터 남편은 툭하면 아이를 발로 차고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었던 것. 결국 미라 씨는 2009년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호적은 아버지에게 올라 있었고 당연히 국적도 한국인이다. 미라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 생각이 나지만 한국인인 아이는 한국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자녀 양육을 두고 이혼한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희선 박사는 “양육권을 남편에게 빼앗길 것을 걱정한 이주여성이 아이를 모국으로 몰래 데려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전남편과 친권, 양육권을 둘러싼 국제적 분쟁이 생기기도 하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정체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충처리기관 늘려야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다문화정책이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보통 다문화가족을 주 대상으로 하면서 이혼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책임연구원은 “이혼한 이주여성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이주여성보다 경제력도 열악하고 사회성도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낮은 것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주여성의 조국과 한국의 이혼 절차가 다른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각국 외교당국과 협력해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법원에서 이주여성의 통역을 도와줄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또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다문화서비스센터 통역 담당들에게 기초적인 이혼 관련 법률 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자녀 양육문제 역시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주여성이 아이를 낳고 이혼했을 경우 대부분 친권을 남편이 가지게 되고 이주여성은 체류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무부에서 이주여성이 아이를 낳았을 경우 횟수 제한 없이 F-1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여성의 전화’ 김성미경 회장은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된 이혼 이주여성도 경제적 능력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댈곳 없는 재혼가정 이주청소년들 ▼한국어 몰라 학업 중도포기… 예비학교서 적응교육 절실“현재 국내에 재혼가정의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통계는 산출하지 못한 실정이다.”10일 열린 국회 다문화가족 정책연구포럼에서 이재분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중도입국 청소년 현황 및 교육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은 재혼하기 위해 한국에 이주해 온 외국 여성들이 데려온 자녀들을 가리킨다. 외국 국적이거나 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 부인 혹은 양쪽 모두 재혼인 가정의 비율은 1990∼1994년 15%에서 2005∼2009년 25.6%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조부모 등 다른 가족과 살던 부인의 자녀들이 한국으로 오는 경우도 늘어났다.이 소장은 “중도입국 아동, 청소년은 대개 본국에서 어머니가 결혼하기 위해 떠난 후 외조부모와 살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한국에 온 뒤에도 1년 정도 홀로 집안에 머무르게 돼 결국 오랜 기간 교육 공백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교 입학 자체를 망설이거나 입학한 뒤에도 적응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태 파악과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 토론회에서는 2006년부터 외국인근로자 자녀 특별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원일초등학교 교사 손소연 씨의 발표도 있었다. 손 씨는 “2006년에만 해도 중학교에서 중학생 연령인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입학을 거부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상급학교로 진학시킨 경우가 있었다. 최근에는 다수의 공립학교가 중도입국 학생들을 향해 교문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교육 지원을 해야 할지 체계화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는 2009년 경기 안산시를 비롯해 파주시와 김포시 등에 사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 21명과 부모 5명을 대상으로 입국 초기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도입국 청소년 길잡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 운영했다. 일종의 예비학교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초한국어와 학교한국어를 따로 가르치고 지하철과 관공서 이용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은 현장체험 위주로 습득하도록 했다. 학교 편입학 절차 및 필요한 서류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됐으며 정규학교 과정과 비슷한 교육 과정을 진행해 실제 학교 편입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비슷한 배경을 지닌 다문화 청소년들이 만남으로써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 효과도 나타났다.대안학교인 안산시 와동 들꽃피는학교에서도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예비학교 과정인 마중물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윤은정 교감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장기간 부모 품에서 떨어져 자기 성장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경험을 한다. 이들에 대한 교육 설계는 이주민 교육이라는 특수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교육이라는 보편성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123일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 석방과 협상 과정을 두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대근 선장(55)과 김용현 기관장(68)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협상 과정을 알고 있는 케냐 현지 선박 대리점 김종규 사장(58)은 협상과 석방 경위를 명쾌하게 알리자 않았다. 외교통상부도 "(정부의) 역할이 있었으나 알려줄 수는 없다"는 애매한 입장만 취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협상 과정에서 해적과 어떤 거래가 오갔냐는 것. 해적들은 지난해 10월 금미305호를 납치한 뒤 몸값으로 600만 달러를 불렀다가 점점 액수를 낮췄다. 김 사장은 "올 1월 10일경 해적과 협상 때 해적들은 60만 달러까지 몸값을 낮췄다"며 "정부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절당하면서 이 마저도 주지 못하겠다고 하자 해적들이 조건 없이 석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건강이 대체적으로 좋은 것으로 확인된 김 기관장이 말라리아를 앓고 있다는 말까지 흘리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고 시도했다. 241t급 어선이지만 해적들이 돈이 되는 어선 자체를 고스란히 돌려준 것도 이상한 점이다. 금미호 시세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억 원가량 하는 닻(앵커) 정도만 떼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원들을 그냥 풀려줬다고 치더라도 오로지 돈만 밝히는 해적들이 금미호도 같이 보낸 것은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해적들이 조건과 이유 없이 금미호를 석방했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해적들의 180도 달라진 행동 때문. 몸값 지불이 전혀 없었다던 김 사장의 주장도 불신을 가져주고 있다. 금미호는 이달 1월 해적에게 납치됐다 조건 없이 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 선박 타이유안227호에 이어 두 번째 무보상 석방 사례. 하지만 김 사장은 금미호가 석방된 9일 동아일보와 국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석방금을) 주긴 줬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이를 갑자기 번복했다. 테러, 협상 전문가들도 120여 일간 40여 명을 억류한 해적들이 아무 조건 없이 인질을 풀어주는 것은 상식 밖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해적들이 최소한 선원들을 먹여 살리는 억류기간에 밥값이라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우리 쪽에서 먼저 협상을 제안할 때는 이슬람 종교단체나 소말리아 내 세력가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세력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유명 사업가들을 통해 협상을 했다"고만 설명했을 뿐이다. 이 사업가와 해적들 간 관계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의 역할과 정보력의 범위가 어디인지를 두고도 뒷말도 많다. 외교부는 금미호가 석방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금미호가 석방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이 언론보다 정보를 늦게 입수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외교부가 "정부 당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고 밝힌 반면 김 사장은 "외교부는 하나도 도와준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 측은 서로를 강하게 불신하는 분위기다 . 정부 당국자는 "(김 사장은) 불투명하고 복잡한 사람"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사장도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와 케냐 현지에서 협상을 주도한 교포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금미호 석방을 둘러싸고 이래저래 의혹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의 김대근 선장(55)은 124일간의 피랍 기간에 배가 4차례나 해적질에 동원됐다고 밝혔다며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선장은 “해적 보트로는 먼 바다까지 나가기 어려워 해적들이 금미호에 해적 보트 2척을 싣고 나가 2번은 실패했지만 2번은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과 유조선 1척 등 2척을 납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해적에 잡혀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무고한 선박을 납치하는 데 조종키를 잡는다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괴로웠다”며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죽이겠다는 위협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9일 피랍 당시 해적들은 신발 속옷 심지어 화장실 휴지까지 모조리 빼앗아갔다”며 “각 선원에게 남은 것은 러닝셔츠 1개와 팬티 2장뿐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미305호는 10일 오전(한국 시간) 소말리아 영해를 벗어나 공해에서 유럽연합(EU) 함대 소속 핀란드 군함과 만난 뒤 케냐 몸바사 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금미305호가 연료와 식량을 지원받고 선박 점검을 한 뒤 핀란드 군함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14일경 몸바사 항에 도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김 선장과 김용현 기관장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고 케냐 선원 5명이 감기와 설사 같은 가벼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몸바사 항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며 사실상 금미305호의 선주 역할을 한 김종규 씨(58)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들이 몸값을 받지 않고 선박을 풀어주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김 선장이 귀국하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9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건 없이 석방됐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그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 (석방금을) 주긴 했다. 거기에 대해 지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일 오전 통화에서는 “석방 조건도 없었고 (석방금도) 주지 않았다”며 “어제는 잠에 취해서 말이 잘못 나온 것 같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