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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사진)이 한국 및 일본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밝힌 것은 다른 인사들의 발언보다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정책과 관련한 법안 및 예산을 주무르는 군사위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그의 발언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이런 논의가 더 많아지고 활발해졌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핵 정책과 관련해선 비확산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이어가며 핵 능력을 증강하는 과정에도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이고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인호프 위원장이 이런 기류를 알면서도 한국 일본과 비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을 담은 미 국방대(NDU)의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북한 핵개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도 이날 “미 행정부와 한국 및 일본과의 논의하에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국방대 보고서에 대한 검토 여지를 열어 놓았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 상원 군사위는 물론이고 외교위, 정보위의 각종 청문회에서는 더욱 강경한 대중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은 안보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중국까지 겨냥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의회에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반응을 의회의 전반적인 기류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비확산의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실무급 장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국방대 보고서가 미 행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설령 정책적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군 내부에서도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1일 “미 의회나 민간 차원에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얘기지만 미 정부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미군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유사시 한국군 전투기 등을 이용해 전술핵을 투하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 공유라면 미국이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더더욱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등에 전술핵을 갖다 놓고 유사시 미군 전투기 등으로 이를 사용하는 전술핵 재배치 형태의 ‘반쪽 핵 공유’에 대해서도 군 내부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을 지척에 둔 한반도 전장 환경상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가장 먼저 전술핵이 보관된 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등 남한에 전술핵을 두는 건 군사전략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손효주 기자}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지난달 31일 원산 갈마 일대에서 쏜 발사체가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다연장로켓)’라고 1일 보도하고,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고 판단한 군의 대북 정보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무엇을 발사했는지도 파악을 못 하면서 추적과 요격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300mm 방사포(KN-09)보다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를 높인 ‘신형 무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군은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 평가 결과 지난달 25일 발사된 신형 SRBM(KN-23)으로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초기 비행 속도와 포물선 궤적 등 비행 특성을 볼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 군의 이런 입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신형 방사포의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이 오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군 일각에선 사진 합성 등 기만전술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존엄’이 공개한 신형 무기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고, 북한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새로운 방사포’라는 데 전문가들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군이 보유한 북한의 신형 방사포와 신형 SRBM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초기 비행 속도와 궤적만으로 신형 방사포와 KN-23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1일만 두 차례 미사일이라고 해놓고 추후 신형 방사포로 최종 판명될 경우 군의 대북 정보력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25일 KN-23을 발사한 지 하루 뒤 사거리를 대폭 정정해서 탐지 실패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또다시 헛발질을 했다는 지적이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신형 방사포는 300mm 방사포보다 동체가 더 크고, 길이도 길어 400mm 신형 방사포라는 추정이 나온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싣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앞부분엔 유도장치를 장착한 정황도 포착됐다. KN-09 같은 기존 방사포에는 러시아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같은 유도장치가 장착돼 수백 km 밖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오차범위는 10m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날 쏜 것을 ‘조종 방사포’라고 밝힌 것도 바로 유도능력 탑재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2016년 3월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을 때도 북한 매체들은 ‘조종 방사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때보다 정밀도를 더 높여 휴전선에서 남한 어느 곳이든 ‘초정밀 타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사포는 핵은 장착할 수 없지만 유사시 생화학탄두를 실어 동시 다발로 타격할 경우 핵무기급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미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이 한국, 일본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힌 것은 다른 인사들의 발언보다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정책과 관련한 법안 및 예산을 주무르는 군사위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그의 발언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미국내에서 이런 논의가 더 많아지고 활발해졌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핵 정책과 관련해선 비확산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이어가며 핵 능력을 증강하는 과정에도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인호프 위원장이 이런 기류를 알면서도 한국, 일본과 비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을 담은 미 국방대(NDU)의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북한 핵개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도 이날 “미국 행정부와 한국, 일본과의 논의 하에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국방대 보고서에 대한 검토 여지를 열어놓았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 상원 군사위는 물론 외교위, 정보위의 각종 청문회에서는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과 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은 안보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중국까지 겨냥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의회에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반응을 의회의 전반적인 기류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비확산의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실무급 장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국방대 보고서가 미 행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설령 정책적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군 내부에서도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1일 “미 의회나 민간 차원에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얘기지만 미 정부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미군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유사시 한국군 전투기 등을 이용해 전술핵을 투하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공유라면 미국이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더더욱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등에 전술핵을 갖다놓고 유사시 미국 전투기 등으로 이를 사용하는 전술핵 재배치 형태의 ‘반쪽 핵공유’에 대해서도 군 내부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을 지척에 둔 한반도 전장 환경상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가장 먼저 전술핵이 보관된 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등 남한에 전술핵을 두는 건 군사전략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31일 일주일도 안 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하자 청와대와 군 당국은 긴급히 움직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발사 3시간여 만에 이를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고, 청와대는 5시간여 만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개최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대화 동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 북한 향해 ‘敵’ 꺼내든 정경두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특정한 시간은 오전 8시 40분. 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 오전 5시 6분, 5시 27분경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3시간여 만으로, 지난달 25일 발사 당시 8시간여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것에 비해 빨라진 것이다. 북한을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최한 국방포럼에 참석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북한이 한미 요격망으로 요격하기 힘든 정점고도와 하강 비행고도를 치밀하게 계산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군 안팎의 우려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우리 (미사일) 방어 자산의 요격 가능 범위 내에 분명히 들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우려를 진화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도 미사일 발사 5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정 실장 주재로 NSC를 긴급 개최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열리는 정례 NSC를 개최했지만, 이번에는 더 빠르게 긴급 NSC를 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NSC가 열리기 전 정 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는 NSC가 끝난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25일에 이어 오늘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 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역시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 靑 ‘경고’ 대신 ‘강한 우려’ 표명으로 수위 조절 다만 청와대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달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청와대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경고’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일단 다시 한번 우려 표명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북한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한 것과도 온도차가 있다. 청와대의 이런 행보는 군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강경 메시지를 보낼 경우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동 및 남북미 회동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핵화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지만 계속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도 담겼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상임위원들은 또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미 3자 정상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25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 백악관도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며 아직은 정면 대응 기류를 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군은 더 강한 규탄 목소리를 내고,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거듭 대화를 촉구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한미의 요격망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31일 또다시 기습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같은 미사일을 발사한 지 6일 만이다. 북한이 비 오는 날 발사를 감행한 건 날씨와 상관없이 실전에서 언제든 남한을 향해 정상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5시 6분과 5시 27분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쪽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발은 250여 km를 날아 동해상에 탄착했다. 정점고도는 30여 km. 북한이 5월부터 쏜 ‘북한판 이스칸데르’ 6발보다 낮은 ‘초저고도’였다. 미사일 정점고도가 더 낮아지면 하강 비행 시간이 짧아 요격을 준비하고 실행할 ‘전투 시간’이 부족해진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지난달 25일과 마찬가지로 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수평비행을 하다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등 회피 기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을 쏜 갈마 일대에서 270km가량 떨어진 거리에 청주 공군기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청주 기지에는 올해부터 도입된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날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F-35A 도입을 겨냥했다. 청와대는 미사일 발사 5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연 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손효주 hjson@donga.com·박효목 기자}

북한이 31일 새벽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한 가운데 군 당국은 3시간여가 지난 오전 8시 40분 이를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군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그 실체를 ‘단거리 미사일’이나 ‘발사체’라며 두루뭉술하게 밝혀 온 것에 비춰 보면 단시간에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낸 것. 군 관계자는 “비행 궤도 등이 지난달 25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거의 같았다”며 “탄도미사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비행궤도는 25일 미사일 사거리가 600여 km였던 것과 비교해 사거리가 250여 km로 줄었을 뿐 큰 틀에서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저각으로 발사돼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정점고도인 30여 km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강한 뒤 수평 비행하다가 목표물에 근접해 급상승하는 ‘풀 업’ 기동을 한 다음 수직 하강하며 표적에 내리꽂히는 ‘풀 다운’을 하는 등 요격 회피 기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고도가 30여 km에 불과하다는 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범위(40∼150km) 아래로 비행한다는 것으로 사드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군 패트리엇(PAC-3 CRI)의 요격 가능 고도(30km 이하)와 주한미군 패트리엇(PAC-3 MSE)의 요격 가능 고도(40km 이하)에는 포함된다. 그러나 통상 250여 km를 날아가는 일반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가 80km 안팎인 걸 감안하면 30여 km로 ‘초저고도’여서 요격 준비 시간이 너무 짧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이 워낙 낮게 날아 발사 초기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워 요격 준비에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게다가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운 회피 기동까지 하는 탓에 요격이 더더욱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앞서 사거리 400km대, 600km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이어 이날은 250여 km로 발사하고 고도 역시 앞서와는 다르게 설정한 건 사거리 등을 자유자재로 조정해 언제 어디서든 기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전배치 전 막판 신뢰도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당장 전력화해도 될 정도로 기술적 신뢰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이날 새벽 원산에 비가 왔음에도 시험을 강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정상국가는 시험발사인 만큼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맑은 날 시험발사를 한다”며 “북한은 날씨와 무관하게 실전에서 미사일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25일 미사일 발사 당시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남한 공격용임을 분명히 한 것에 이어 날씨에 개의치 않는 발사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시작되는 5일을 전후해 북한이 성동격서식 시험발사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 시험발사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한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올해 말까지 10여 대가 청주 공군기지로 들어올 예정인데, F-35A가 도입될 때마다 무력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발언을 한 만큼 앞으로 더 자주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핵 위협에 맞서 B-61 등 전술핵무기를 한국, 일본과 공유하자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 보고서가 나오면서 전술핵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31일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자 자유한국당은 미 전술핵 도입 또는 공유를 통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쏟아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연석회의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비슷한 한국형 핵공유를 포함해 북한의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이날 ‘전술핵 재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NATO 회원국들은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국이지만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청원하는 대국민 운동을 제안했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한동안 북-미 협상을 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줄 리가 없다”면서도 “한반도 인근 영해 바깥 수역에 미국의 토마호크 등 핵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NPT를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핵무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도 “한미일이 공동 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대론이 많았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길에 들어서는 단계에서 핵무장을 말하면 지금까지 비판한 북한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핵무장론이라는 허황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라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 그룹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안될 때에 대비한 ‘플랜B’로서 핵 공유를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과거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됐을 땐 북한에 핵이 없었지만 지금은 북핵이 완성된 상황”이라며 “전술핵을 직접 한반도로 가져와 북한에 보여주면서 핵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매우 악화시킬 것”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손효주·강성휘 기자}

북한이 한미의 요격망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31일 또다시 기습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같은 미사일을 발사한 지 6일 만이다. 북한 현지에서 비 오는 날 발사한 건 날씨와 상관없이 실전에서 언제든 남한을 향해 정상 발사가 가능한 것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5시 6분과 5시 27분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쪽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발은 250여 km를 날아 동해상에 탄착했다. 정점고도는 30여 km. 앞서 북한이 5월부터 쏜 ‘북한판 이스칸데르’ 6발보다 낮은 ‘초저고도’였다. 미사일 정점고도가 더 낮아졌다는 건 한미 레이더 등 탐지자산으로 비행 궤도를 포착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뜻이다. 미사일 하강 비행 시간이 짧아 요격을 준비하고 실행할 ‘전투 시간’ 역시 부족해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단기간에 30km대까지 정점고도를 낮췄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지난달 25일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배치된 한미 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수평비행을 하다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등 회피 기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쏜 갈마 일대에서 270여 km 떨어진 거리에 청주 공군기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청주 공군기지에는 올해부터 도입된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5일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날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있다” “초기에 무력화시켜 쓰다 버린 파철로 만들 것”이라고 비난하며 사실상 F-35A 도입을 겨냥했다. 북한이 31일 250여 km 떨어진 곳을 표적으로 정한 건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청주기지를 겨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시험발사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미사일 발사 5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국방포럼 연설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과의 핵공유를 제안하고 나서 북한의 도발 재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의 안보전략을 연구하고, 국방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대표적 군 싱크탱크의 주장인 만큼 실제 정책으로 수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 기관이 발표한 북한 정권 붕괴 파장과 북 대량살상무기(WMD)의 군사적 제거 방안 등에 대한 보고서도 관련정책에 반영됐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보고서에 제시된 한일과의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적용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등 5개 동맹국의 미군 기지에 B-61 전술핵탄두 150∼200여 기를 배치하고, 유사시 해당국 전투기로 투하하는 게 핵심이다. 핵탄두 소유권은 미국이 갖고 있어서 5개국은 비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는 구조다. 핵탄두를 실전 태세로 전환하는 ‘최종 승인코드’는 미국이 통제하고, 5개국이 탑재 및 투발수단(전투기)을 제공해 ‘사실상 50%’의 사용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과의 핵공유 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고 북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나토식 핵 공유를 그대로 모방(mirror)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일 양국에 전술핵의 ‘공동 사용권’은 주되 핵폭탄의 투하도 미국이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남북 간 엄청난 재래식 전력이 대치 중이고, 핵까지 보유한 북한 위협을 고려해 비상시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산하기관이 한일과의 핵공유 협정을 제안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방증인 동시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실패를 상정한 ‘플랜 B’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다량의 핵탄두와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군사적으로 일시에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핵(核)을 핵으로’ 억지하는 현실적 대안이 부상할 수밖에 없고, 거점 도시를 초토화하는 핵탑재 ICBM과 같은 전략핵보다는 전선(戰線)에서 적을 무력화시키는 전술핵에 대헤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처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증강 상쇄 및 역내 영향력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전략폭격기, 핵 항공모함 전개 등 핵우산 전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내년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백인 지지층을 공략할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한국 등 역내 동맹국의 핵무장론을 잠재우고, ‘전술핵 공동 사용’에 따른 핵탄두의 운영 관리비용도 해당국과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크다. 핵공유는 결국 핵을 재반입하는 것이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심한 국론 분열과 동맹 균열 등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것이고, 러시아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강원 양양의 군항으로 이송된 시간은 28일 오전 2시 17분. 이후 NLL 남하 경위 등을 묻는 관계기관합동정보조사를 거쳐 북한 송환이 결정된 건 28일 오후 5시 이전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 3명이 한국 땅을 밟은 지 15시간도 되지 않아 북한 송환이 결정된 셈이다. 다만 28일 밤 이들을 NLL을 통해 송환하기에는 안전 문제가 있어 다음 날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29일 오전 8시 18분 북측에 북한 주민과 어선을 인수해 갈 것을 요청하는 대북통지문을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전달했다. 해경 경비함은 어선을 양양 군항에서부터 NLL 인근까지 예인했다. 오후 3시 31분에는 NLL 이북에서 대기 중이던 또 다른 북한 어선에 어선과 주민들을 넘겨줬다. 이처럼 북한 주민이 양양에 도착한 지 약 30시간 만에 송환 절차가 시작되고 NLL을 넘은 지 40여 시간 만에 송환이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여전했다. 1명이 군복을 입고 있는 등 대공용의점이 의심되는 데다 목선 마스트(갑판의 수직 기둥)에 하얀 수건이 걸려 있는 등 귀순 의사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송환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군 당국은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 송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들은 민간인으로 25일 오전 1시 오징어잡이를 위해 강원 통천항을 출항했다. 어선은 북한군 부업선으로 어획물 일부를 군에 상납하는 배였다. 이들은 27일 오전 4시 반까지 통천항 동쪽 157km 해상에서 조업했다. 오전 8시 통천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해를 시작했다. 배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없어 나침반으로 방향을 찾던 이들은 27일 밤 연안 불빛을 보고 강원 원산항 인근 해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때는 NL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온 뒤. 어선을 추적하던 우리 해군 고속정이 손전등을 깜빡이자 어선도 같은 신호를 보냈다. 합참 관계자는 “원산항 위수지역의 북한군이 ‘여기서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주민들도 ‘나가겠다’는 뜻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엔진을 가동해 정남쪽으로 향한 건 원산 남쪽의 통천항으로 가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마스트의 하얀 수건은 대형 선박과의 충돌을 막으려고 걸어 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선장이 군복을 입고 있어 대남 침투조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합참은 “선장 아내가 장마당에서 군복 원단을 구입해 만들어준 것으로 3명 모두 군인이 아니었다”고 했다. 어선에선 오징어 20kg, 어구 등이 발견됐을 뿐 대남 침투 의도를 의심케 하는 장비는 없었다고 군은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송환 전까지 조사가 너무 짧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조사에 걸린 시간과 방법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대공용의점과 남하 의도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조사했다”고 했다. 이어 “통상 실수로 NLL을 남하한 어선을 현장에서 북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달리 이번에 어선을 예인해 조사를 진행한 건 하얀 수건 등 의문점이 있어 이를 충분히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군 식량 조달에 쓰이는 목선 1척이 한밤중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 이 목선에는 북한 주민 3명이 타고 있었다. 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남하 의도 등을 조사했다.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27일 오후 11시 21분경 NLL을 넘는 목선을 식별했다. 곧바로 현장에 해군 함정 등을 출동시킨 뒤 28일 새벽 이들을 동해 해군1함대사령부로 이송했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묻는 우리 군에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며 귀순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술과 달리 군 당국은 목선 마스트(갑판의 수직 기둥) 끝에 귀순 의사를 뜻하는 흰색 천이 걸려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귀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혀 29일쯤 송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명이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3명 모두 군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부업선이라고 해서 군인만 승선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조동주 기자}

27일 오후 10시 15분 육군의 해안 레이더에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5.5km 지점에 정지해 있는 목선이 포착됐다. 목선은 이내 엔진을 가동해 남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육군은 해군과 함께 목선 동향을 밀착 감시하기 시작했다. 목선은 27일 오후 11시 21분 NLL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군은 즉시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고속정과 초계함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지난달 발생한 ‘삼척항 노크 귀순’ 사태 이후 군은 NLL 일대 동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상태. 목선이 NLL 남쪽 6.3km까지 내려왔을 때 해군 특수전전단 고속단정이 투입됐다. 부대원들은 고속단정을 목선 옆에 계류시키고 해당 목선에 승선했다. 목선엔 북한 주민 3명이 타고 있었다. 1명은 북한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배는 확인 결과 북한군이 고기를 잡을 때 쓰는 부업선이었다. 민간인들도 이 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군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전했다. 현장 확인 결과 목선 안에 각종 어구가 있었고 어창엔 오징어가 있었다. 배는 길이 10m로, 삼척항으로 ‘노크 귀순’해 온 북한 목선과 거의 같은 크기였다. 이들은 “방향을 잃었다”고 했다. 귀순 의사를 묻자 “아니요,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고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 진술과 달리 귀순 의사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 귀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우선 배 마스트(갑판의 수직 기둥) 끝에 흰색 수건이 걸려 있었다. 흰색 수건은 상대에 대한 공격 의도가 없으며 귀순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할 때 쓰인다. 해군 고속정이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 목선에서도 불빛을 보이며 응답한 점, 항로 착오인 경우와 달리 정남쪽으로 내려온 점 등도 귀순 의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었다. 군 당국이 통상 NLL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목선을 현장에서 간단한 조사를 거친 뒤 퇴거 조치하는 것과 달리 이번엔 28일 새벽 목선을 인계하고 승선자들을 이송해 조사하는 것도 불법 조업을 하려고 남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이 같은 정황과 달리 정부 조사에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들에게서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보고 이르면 29일 중 북한으로의 송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경우 선박 항법 장비가 열악해 엔진을 가동해 기동하는 등 정상적인 항해 패턴을 보이고도 NLL을 남하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다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몇 가지 특이점이 있어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5월 말부터 28일 현재까지 동해 NLL 이남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가 퇴거 조치된 북한 어선은 400여 척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여 척이었다. 올해 불법 조업 어선이 대폭 늘어난 건 오징어 어장이 NLL 주위로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조동주 기자}
군 당국이 우리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가능한지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청와대를 찾아 한국 정부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협력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한 가운데 군 당국의 법률 검토까지 전해지면서 파병 임박설에 불이 붙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파병에 관해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파병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건 맞다”고 전했다. 특히 군 당국은 별도 부대를 편성해 파병하는 대신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를 보내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부대를 파병하려면 국회로부터 파병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지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미 파병 동의를 받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에 임무를 추가하고 작전 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어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내지 않아도 가능할 걸로 판단한다”며 파병이 실현될 것임을 시사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과 러시아가 25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사건 경위 및 대응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열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협의에서 한국 측은 사건 당시 우리 군 레이더에 포착된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 항적, 당시 출격한 한국 전투기의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기록 등 영공 침범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제공했다.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 등은 주한 러시아대사관 무관부 무관대리인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대령 등에게 증거 자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제공받은 자료를 러시아 정부가 진행 중인 조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본국에 충실히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러시아 측은 이날 실무협의가 자료를 제공받는 자리였던 만큼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는 등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내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도 한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에 대해 전날 대일 경고를 담은 입장문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토 침입 사실을 부인하는 러시아에 대해 비판부터 하게 되면 서로 감정적이 돼 정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려 할 수 있다”며 “입증 자료가 있는 만큼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영토 침범이 군용기의)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24일 브리핑에서 영공 침범이 발생한 23일 국방부로 초치된 무관이 기기 오작동 가능성을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한 사실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를 무관의 사견이 아닌 러시아 정부 공식 입장인 것처럼 밝혀 논란을 빚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청와대가 25일 오전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를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확정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고조됐던 남북, 북-미 유화 무드가 급격히 경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9·19 남북 군사합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도발’로 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했을 뿐 정확한 기종이나 제원 등은 한미 양국 군이 추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비행 궤적과 특성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군 안팎에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정찰위성 등에 포착된 미사일의 외형과 레이더에 잡힌 초기 비행속도 등으로 볼 때 탄도미사일이 거의 확실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확한 기종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5월에 호도반도(1발)와 평북 구성 일대(2발)에서 쏴 올린 KN-23 신형 SRBM급 또는 그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행고도와 사거리 등 전반적인 비행 패턴이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사한 두 발의 미사일은 50여 km 상공에서 정점을 찍은 뒤 430여 km와 690여 km를 각각 날아갔다. 5월에 북한이 쏜 KN-23도 같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240∼420여 km의 사거리를 기록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KN-23의 탄두 무게를 줄여서 사거리를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고도를 낮춰 멀리 날려 보낸 뒤 종말(낙하) 단계에서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요격 회피기동’을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690km를 날아간 미사일은 예상 탄착지점을 벗어난 곳에 떨어졌다”며 “그만큼 요격이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어서 한미 군 당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 상황을 미국의 다양한 탐지전력으로 분석했다고 우리 군이 밝힌 점도 낙하 시 비행고도가 너무 낮고, 궤적이 변칙적이어서 우리 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기존 방어수단으로도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이 이번 발사로 증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5월에 쏜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KN-23의 요격회피 기동 등 실전 성능을 최종 점검했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군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합참 관계자는 “5월에 발사한 것과 같은 기종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현재로선 확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신형 SRBM으로 결론이 나도 정부가 발표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5월의 KN-23 발사 때처럼 정부와 군이 대북관계를 고려해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NCND)’ 태도를 취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23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내 연합훈련 일정을 통보받고 발사일을 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선제압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러시아 군용기 등 외국 군용기가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공을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러 국방부가 영공 침입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24일 “영공 침입이 맞다. 러시아 군용기가 항법장치 오작동으로 위치를 착각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러시아는 24일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한국 국방부에 전하는 전문을 통해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침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공군이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경고사격 등으로)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방부는 오후 1시 45분 브리핑을 열고 영공 침입이 발생한 23일 국방부로 초치된 러시아 무관이 “정상 루트를 밟았다면 침입할 이유가 없다. 군용기 내 (항법장치 등) 기기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영공 침입을 전제로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기자들은 “이를 러시아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식 입장인지는 불명확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곧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 무관 발언과 정반대되는 입장을 내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 한-러 갈등은 재점화됐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 전문을 통해 “러시아가 영공을 침입한 적이 없음에도 한국 공군이 비전문적 비행을 하는 등 과잉 대응을 보였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입한 것에 대해 공군 전투기들이 교전을 막기 위해 차단 기동과 경고 사격으로 수위를 조절했지만 ‘비전문적 비행’과 ‘과잉 대응’이라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인 것. 이와 별도로 러시아 정부는 영공 침입이 발생한 23일 러시아에 파견된 한국군 무관을 초치해 “한국군이 영공을 침입하지도 않은 러시아 군용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하는 등 공중 난동을 부렸다”며 항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 무관이 자국 군용기 기기의 오작동 가능성을 제시하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오작동 가능성도 일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24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작동일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첫 번째 영공 침범 당시 독도로부터 13km 떨어진 지점까지 침범하는 등 영공을 9km가량 깊숙이 들어간 점, 두 번에 걸쳐 침입한 점 등을 들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공군 조종사들도 오작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예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기기 오작동이면 1km 안팎으로 영공을 침범할 순 있지만 10km 가까이 깊숙이 침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감시·정찰 임무 및 공중 지휘 통제 임무를 하는 군용기인 A-50은 공중의 타국 전투기 등 적 표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위치 정보를 파악해 자국 전투기에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조기경보통제기를 ‘공중의 전투지휘사령부’라 부르는 이유다. 이 때문에 A-50에 장착된 레이더나 항법장치는 전투기 등 여타 군용기보다 더 정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A-50 등 조기경보통제기는 임무가 중대한 만큼 오작동에 대비해 위치를 알려주는 복수의 항법장치를 운영한다”며 “복수의 장치가 모조리 오작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25일 러시아 측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첫 실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영공 침범이 중대한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러시아는 기기 오작동 또는 조종사 실수를 주장하는 식으로 사태를 단기간에 수습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3일 오전 6시 40분 전후. 중국 폭격기 H-62대가 이어도 북서쪽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에 포착됐다. H-6 편대는 우리 공군에 사전 통보 없이 오전 6시 44분 KADIZ에 무단 진입했다. 공군 군산기지에선 곧바로 KF-16 전투기 2대가 출격했다. 이때만 해도 상황은 그리 엄중하지 않았다. 중국은 2월 군용기를 무단 진입시키는 등 수시로 KADIZ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KADIZ에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한 사례는 140여 건에 달했다. 일상적인 작전 상황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중-러 폭격기 ‘KADIZ’에서 첫 연합비행 도발 사태는 오전 8시 33분부터 심각해졌다. KADIZ에서 이탈한 중국 폭격기가 KADIZ 북쪽 외곽에서 러시아 폭격기(TU-95) 2대와 합류한 것. 오전 8시 44분 중-러 폭격기 4대는 울릉도 북쪽 140km 지점에서 KADIZ에 진입했다. 중-러 군용기가 KADIZ에 동반 진입해 사실상 연합훈련을 실시한 건 처음이었다. 중-러 군용기는 연합 편대 비행을 시작했다. 전례 없는 상황에 군 당국에 긴장감이 흘렀다. 군산, 대구 등 4개 공군기지에서 KF-16, F-15k 전투기가 무려 20대 가까이 2대씩 순차 출격했다. MCRC에선 중국어, 러시아어로 긴박하게 경고방송을 반복했다. “대한민국 영공에 접근하지 말라. 경고사격 할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중-러는 이를 무시했다. 편대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 상공을 거쳐 남하하더니 오전 9시 4분 빠져나갔다. 24분간 KADIZ 내를 휘젓고 다닌 것. ○ 러 조기경보기, 우리 영공 첫 침범 최악의 상황은 양국 군용기가 KADIZ를 빠져나가기 직전 발생했다. 오전 9시 1분 이번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KADIZ로 진입했다. KADIZ를 넘어선 것도 모자라 영공에 바짝 접근했다. 이러자 공군작전사령부가 중앙 통제를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경고방송이 이어졌고, 공군 전투기 2대는 KADIZ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A-50 전방에서 지그재그로 비행하는 등 차단비행을 실시했다. 그러나 A-50은 오전 9시 9분부터 3분간 독도 동쪽 13km 영공까지 침입했다. 영공은 독도에서 12해리(약 22.2km) 상공까지인데 한참을 더 들어온 셈이다. 공군은 대공미사일 회피용 조명탄인 플레어 10여 발을 투하했다. 강력한 섬광을 내는 플레어로 시각적 압박을 주며 영공에서 나가라고 경고한 것. 이어 전투기 기총으로 80여 발을 경고사격하며 퇴거 작전에 나섰다. 영공에 타국 군용기가 침범한 일도, 플레어 투하와 경고사격을 한 것도 사상 처음이었다. 군 관계자는 “A-50을 엄호하겠다며 러시아 전투기 등이 투입돼 응사했을 경우 실전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강경 대응에 A-50은 오전 9시 15분 KADIZ를 이탈했다. 그러나 9시 28분 KADIZ로 재진입하더니 9시 33분부터 또 영공을 침범했다. 독도 서쪽 16km까지 접근했다. 재침범을 하자 공군 대응은 단호해졌다. 플레어 10여 발을 투하한 뒤 1차 침입 때보다 3배 이상 많은 기총 사격 280여 발을 실시했다. A-50은 9시 37분 영공에서 물러났다. 9시 56분엔 KADIZ를 빠져나갔다. 교전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겪고도 러시아는 이날 오후 한국군 대응 태세를 비웃듯 KADIZ에 재진입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오전에 중국 군용기와 연합비행을 하다 KADIZ를 빠져나간 러시아 폭격기 2대가 돌아온 것. 폭격기는 오후 1시 11분 KADIZ에 재진입한 뒤 연합비행 경로를 거슬러 올라 복귀했다. 오후 1시 38분에야 KADIZ를 벗어났다. 사상 최초의 중-러 군용기 KADIZ 내 연합비행과 영공 침입 상황이 무려 7시간가량 이어진 셈.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합동참모본부와 공군 등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청와대는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으로 침범한 사실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서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다만 청와대는 러시아와 중국이 나란히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배경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양국의 이번 행동이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겨냥한 의도된 침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침범 의도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인지, 아니면 조종사의 실수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지만, 우리 정부가 짐작하고 있는 러시아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군 내부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미리 계획을 짠 뒤 의도적인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청와대와 군은 이번 러시아와 중국의 의도된 도발이 미국까지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우리 정부만을 고려한 조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이 ‘인태 전략’이라고 부르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수립 이후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안보 전략으로 인도와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을 거쳐 이날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입국 뒤 트위터를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에 매우 필수적인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 지도부와 생산적인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의 이런 밀착된 흐름이 초유의 영공 침범이라는 시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와 미국 역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교란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 러시아와는 쿠릴열도에서, 중국과는 센카쿠열도에서 각각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압박에 나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국제 군사 공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번 도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의 공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들 때문에 청와대가 신중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는 백악관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중-러 양국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해야 한다”며 “미-일-중-러 4강 국가와 인접한 우리는 외교적 행동 하나하나가 낳을 후폭풍까지 철저하게 고려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해 우리 전투기가 기총 사격을 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연합 비행을 펼치기도 했다. 외국 군용기가 영공에 침입한 것과 중-러 군용기의 무단 KADIZ 동반 진입 모두 사상 최초다. 최근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흔들리자 중-러가 손을 잡고 ‘한반도 주변 안보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9분부터 3분간 정찰 임무를 하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1대가 독도 동쪽 13km까지 접근했다. 우리 영공인 독도 인근 12해리(약 22.2km) 이내로 깊숙이 들어온 것. 이후 KADIZ 너머까지 잠시 빠져나간 A-50은 오전 9시 33분부터 4분간 독도 영공을 재침입했다. 공군이 사상 최초의 사태에 KF-16 등 전투기를 순차 투입해 섬광탄(플레어)을 투하하고, 전투기 기총으로 경고 사격을 360여 발까지 했지만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을 7분간 비행한 뒤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오전 각각 폭격기 2대(총 4대)를 투입해 KADIZ 내에서 연합 비행을 하기도 했다. 중국 폭격기 2대가 먼저 KADIZ에 진입한 뒤 빠져나갔고 이후 러시아 폭격기와 합류한 뒤 KADIZ로 되돌아와 24분간 비행했다. 군 관계자는 “미리 세부 계획까지 짠 뒤 의도적으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대리를 초치해 우리 영공과 KADIZ 침범에 대해 항의했다. 국방부 역시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주한 러시아 공군무관을 각각 초치했다. 하지만 중-러 당국은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는 국방장관 성명을 통해 “(러시아 폭격기는) 국제 규정을 준수했으며 한국 전투기의 기동이 러시아 폭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독도) 영공을 러시아기가 침공했는데 왜 한국에 항의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영토여서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데, 한국이 조치에 나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박효목 기자}

2014년 8월 국방부 내 기자실. 군 관계자들이 군내 가혹행위 등 사건 10여 건을 동시에 발표했다. 후임병 입에 파리를 넣는 등 가혹행위에 이어 성추행까지…. 군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례 없는 모습에 기자들은 의아해했다. 당시는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군이 은폐 의혹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던 때였다.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 장남의 후임병 대상 가혹행위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군은 은폐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상태였다. 당시 육군은 앞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확인되는 대로 모두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악화된 여론 수습책이었다. 실제로 군은 10여 건 공개 이후 각종 사건을 거의 매일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함구하다 특정 사건이 언론에 먼저 보도되면 뒤늦게 공개하는 식의 관행이 다시 이어졌다. 요즘 군을 보면 5년 전이 떠오른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노크 귀순’과 해군 2함대사령부의 거동수상자 발견 및 허위자백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군의 신뢰는 추락했다. 벼랑에 몰린 군은 5년 전 내놓았던 ‘신뢰 수습책’을 다서 꺼내 들었다. ‘노크 귀순’과 ‘거동수상자 사건’이 대공 용의점이 의심되는 사건이었던 만큼 군은 이들 사건 이후 벌어진 대공용의점 의심 사건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12일 강원 고성 해안가에서 북한 무인 목선이 발견된 사실을 공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13일 무인 목선 3척과 15일 1척이 발견된 사실도 알렸다. 무인 목선 발견은 올 들어 15일까지 동해에서 14척, 서해에서 2척 발견되는 등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7일에는 잠망경 추정 물체가 발견된 사실을 세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이는 어망 부표로 드러났다. 앞서 1일엔 “정체불명 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됐다”고 공지했다. 이 역시 새 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군이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단 알리고 보자’며 발표를 쏟아내자 비판론도 나온다. 오인 신고나 새 떼를 무인기 등으로 착각하는 일은 1년에 수없이 발생하는 등 ‘뉴스’가 아닌데도 ‘뉴스화’한다는 것. 잠망경 해프닝 기사엔 “북한 잠수함인데 또 은폐한다”는 댓글이 많았다. “오인 신고였다”는 군 발표를 믿지 않고,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군 내부에선 군 지휘부가 ‘은폐 노이로제’로 판단력이 흐려져 꼭 알려야 할 상황과 일상적인 작전 상황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알리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장교는 “일상적인 오인 신고까지 모두 알리기 시작하면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B 장교는 “‘묻지 마 발표’는 알권리를 넘어 알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 알려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대국민 심리전이라도 하듯 ‘아무’ 발표나 쏟아내는 군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는 아무 사건이나 다 신속히 알려달라는 게 아니다. 삼척항 노크 귀순처럼 군에 치부가 될 것이 명백한 사건을 가려내 스스로 알리되, 있는 그대로 알려 달라는 것이다. 경계 실패를 경계 실패라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목선이 삼척항에서 발견됐으면 삼척항이라 발표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적확한 발표다. ‘삼척항 인근’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쓴 뒤 “군은 원래 이런 용어를 쓴다”며 군내 회의가 아닌 대국민 브리핑 상황에서 군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군은 19일 군 주요지휘관 워크숍을 열어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고 했다. “신뢰 받는 군으로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군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발표 쏟아내기’로는 신뢰를 얻기에 한계가 있다. 군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계는 왜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됐는지 그 원인부터 정확히 진단한 뒤 해법을 마련하는데 있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