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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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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0~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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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매출 500억 가맹점도 혜택… 카드업계는 수익 8000억 줄어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에 따라 전국 카드 가맹점 269만 곳 중 93%인 250만 곳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 받는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내년 1월 말부터 거의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 혜택을 누리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수료가 내려간다. 영세·중소 자영업자가 아닌 연매출 수백억 원을 올리는 ‘갑부 소상공인’까지 수수료를 낮춰주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 자영업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11년째 손쉬운 카드 수수료만 손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수수료 인하 대책에 이어 이번 개편안까지 총 1조4000억 원의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카드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 ‘갑부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금융위는 연매출 5억 원 이하인 영세·중소 가맹점 226만1000곳의 카드 수수료는 지금처럼 각각 0.8%, 1.3%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포함하면 지금도 수수료가 사실상 0%대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연매출 5억∼30억 원 구간인 차상위 가맹점 24만 곳이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이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2%대에서 내년 1월 말부터 1%대로 떨어진다. 연매출 5억∼10억 원인 19만8000개 가맹점은 수수료가 2.05%에서 1.4%로 인하되고, 연매출 10억∼30억 원인 4만6000개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가 1000만 원으로 확대되면 이번에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된 연매출 5억∼10억 원 구간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1∼0.4%까지 떨어진다. 기존 중소 가맹점이 받는 실질 수수료율(0∼0.3%)과 거의 같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는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내년 1월 말부터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1.94%인데 30억∼500억 원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2.18%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카드사 부가서비스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1조 원 부담 어떻게 줄이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조치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은 이들 입장에선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연매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올리는 중대형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카드사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수수료 인하 폭과 대상이 커서 당혹스럽다”며 “연매출 30억 원이 넘는 가맹점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원가 산정 결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1조4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으로 카드사 수익이 6000억 원 감소했고, 이번 개편안을 통해 카드사는 8000억 원의 인하 부담을 새롭게 떠안게 됐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년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속속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 단체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번 대책은 이해당사자 간 민주적·사회적 합의마저 무색하게 만든 반민주적 횡포”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성모·황성호 기자}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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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찬 ‘카드 수수료 인하율’ 꺼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금융당국에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당정이 논란 많던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을 거의 매듭지었다. 금융당국은 즉각 신용카드회사 사장들을 소집해 수수료 개편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연석회의에서 “(중소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은 2.3%에서 1.5%로 0.8%포인트 내리는데 구간별로 차이는 좀 있다”며 “그러나 매출액 10억 원 이하 사업자는 다른 세제까지 감안하면 0%에 가깝게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까지 보고받은 바로는 회의에서 논의한 원안대로 거의 수수료가 인하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개편안을 막바지 조율 중인 당정 안팎에선 “다음 주 초 발표되는 방안은 이 대표가 밝힌 수수료율과 다르다. 최종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영업자들은 생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더 낮추면 경영난이 심각해진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최종 개편안은 26일 당정협의에서 확정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카드사 사장단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최 위원장은 수수료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과 금융당국은 3년마다 적정원가를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다. 금융위, 기획재정부, 카드업계 등이 참여하는 ‘카드 수수료 개편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5월 말부터 수수료 개편 방안을 논의해 왔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부터 정례적인 수수료 개편을 포함해 9차례에 걸쳐 인하됐다.조은아 achim@donga.com·박효목 기자}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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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인력 쓰고 핀테크로 차별화… 동남아서 싹트는 ‘금융한류’

    지난달 찾은 베트남 호찌민 도심의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1층 영업점에는 고객 20여 명이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표를 뽑은 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과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창구 직원과 고객은 모두 현지인이었다. 인터넷뱅킹을 신청하러 온 레안 씨(33)는 “직원들이 일처리가 빠르고 친절하다. 이자도 높아 한국계 은행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곳 본점 직원 449명을 포함해 베트남 전역에 뻗어 있는 신한베트남은행 30개 영업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1700여 명. 이 중 97%가량이 현지인이다. 1993년 국내 은행 최초로 호찌민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이처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몸집을 키웠다. 베트남 은행처럼 현지인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예금자산을 꾸준히 늘렸고 지난해엔 현지에 진출한 호주계 ANZ은행의 소매 부문을 인수했다.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총자산 35억 달러, 고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HSBC은행을 제치고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포화상태인 안방을 벗어나 동남아시아에서 ‘K파이낸스’(금융한류) 시동을 걸고 있다. 6억3000만 명의 거대한 인구와 연평균 6% 안팎의 성장률을 자랑하는 동남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에서 영토 확장 나선 한국 금융 동남아 시장에 뛰어든 한국 금융사들은 교민과 한국 기업만 상대하던 기존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현지화’와 ‘모바일 금융’을 무기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금융 인프라는 낙후돼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아 오프라인 지점 위주의 확장보다는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캄보디아 프놈펜 곳곳의 커피숍에서는 ‘리브 페이로 결제하면 20% 할인된다’고 적힌 노란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리브 페이는 KB국민은행이 선보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현지에서 만난 니카 씨(20)는 “일주일에 3, 4번은 리브 페이를 쓴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규모는 작지만 130개 금융사가 경쟁하는 캄보디아에서 국민은행은 모바일 송금·대출·결제 서비스 ‘리브 캄보디아’를 앞세워 핀테크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박용진 KB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2년 만에 리브 캄보디아 가입자가 8만 명을 넘어섰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거래 속도가 현지인에게 어필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손잡고 디지털 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핀테크 기술을 옮겨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뱅킹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하나은행은 올해 현지 금융전문지 ‘인베스터’가 뽑은 최우수 은행 1위에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잘로’와 손잡고 새로운 개인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나섰다.○ ‘현지화’ ‘모바일 금융’으로 승부 국내 금융사들은 동남아의 대형 금융사를 잇달아 인수합병(M&A)하며 현지화와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 동남아 각국 정부가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금융사를 구조조정하면서 ‘알짜 매물’이 쏟아진 게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고령 소비자에게 특화된 ‘소다라은행’을 인수한 뒤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고, 캄보디아에선 현지 소액대출 회사인 말리스(현 WB파이낸스)와 비전펀드를 잇달아 사들이며 현지 소액대출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운용업계 최초로 베트남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한 데 이어 현지 생명보험사, 컨설팅사를 잇달아 사들이며 베트남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2010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현지 70여 개 증권사 중 자본금 기준 7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이 앞다퉈 동남아로 몰려가면서 국내 금융사 간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석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본부장은 “동남아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외국계 은행의 각축장이 돼 가고 있다”며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현지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내놔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혜령 herstory@donga.com·조은아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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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된 해외투자상품 없어… ‘와타나베-소피아 부인’은 남얘기

    금융자산 2억 원을 굴리는 50대 회사원 안모 씨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때 해외 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2007년 ‘펀드 광풍’에 휩쓸려 중국 펀드와 베트남 펀드에 뭉칫돈을 넣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난 기억이 있어서다. 안 씨는 “그때 알짜 펀드라는 은행 직원 말만 듣고 가입했던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며 “수익이 덜 나와도 정보가 많고 익숙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안 씨처럼 좁은 국내 시장에 갇힌 ‘우물 안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이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투자자도 저성장·저금리·저수익의 3저(低) 시대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투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금융사들의 투자 역량이나 관련 제도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우물 안 한국’에 갇힌 투자자들 한국 투자자들의 국내 편중 현상은 유독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이 해외 펀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현재 4207억 달러(약 476조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7.5%에 그친다. 반면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GDP 대비 해외 투자 비중이 84.2%나 된다. 영국(139.2%), 프랑스(113.5%) 등 유럽 선진국은 100%를 웃돈다. 큰돈을 굴리고 투자 경험이 많은 한국의 부자들조차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국내 부동산(29%)을 가장 선호했다. 국내 펀드와 주식을 찾은 자산가도 각각 10%를 넘었다. 하지만 해외 펀드(7%)와 해외 주식(1.8%)을 선택한 자산가는 적었다. 서울 강남권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들도 해외 펀드나 해외 주식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해외 투자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금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해외 투자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39.6%였다. 일본은 이 비중이 0.1%에 불과하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 부문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이뤄지다 보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투자 역량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역량 높이고, 세제도 손봐야” 한국의 투자 영토가 이처럼 좁은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균형 잡힌 글로벌 분산투자를 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처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펀드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는 금융사의 미흡한 운용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사이트 펀드는 ‘전문가의 통찰력(인사이트)을 바탕으로 시장 위험에 대처한다’고 홍보하며 2007년 10월 나왔다. 하지만 분산투자 대신 중국 시장에 ‘몰빵’한 탓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수익률은 반 토막 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국내에 익숙하거나 주가가 오르는 특정 지역에 ‘몰빵’하는 상품을 만들게 된다”며 “특히 국내는 수익이 난다 싶으면 몰려가는 ‘묻지 마 투자’가 심해 공들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금융사들이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더 많은 해외 상품을 만들고 수익률이 좋은 현지 상품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자산시장의 2%도 안 되는 한국 시장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터졌을 때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후가 길어져 자산 굴리기가 더 중요해진 만큼 수익성과 안전성을 갖춘 해외 우량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원경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투자한 뒤 해외 자산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주목받고 있지만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고 거래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은아 기자}

    •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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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민 영업 급급한 국내금융사… 사업다각화 못하고 줄줄이 철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내 증권업계의 홍콩행(行)이 거셌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이고 중위권 증권사까지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며 홍콩법인을 잇달아 세웠다.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홍콩에서 발을 뺐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홍콩법인에서 대거 손실을 보면서 증권사들은 3년도 채 안 돼 홍콩법인을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면밀한 분석도 없이 경쟁이 심한 홍콩 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해외 무대에선 좀처럼 한국 금융의 성공적인 발자취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간판기업이 나온 것과 달리 해외사업 장기 전략이 부재한 금융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 갇혀 있다.○ 해외 진출 성적표 ‘D학점’ 동아일보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의뢰해 한국과 주요 7개국(G7)의 금융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해외 진출과 수익 다변화 등을 평가한 ‘사업 다각화’ 부문에서 꼴찌인 8위를 차지했다. 이 부문 점수는 20점 만점에 4.2점에 불과했다. ‘경영 성과’, ‘디지털 금융’ 등의 부문에서 2, 3위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스스로 해외 진출 경쟁력이 ‘열등생’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가 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금융사의 해외 진출 성적에 D학점, 42%가 C학점을 줬다. 오래전부터 금융 CEO들의 취임사와 신년사엔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굴지의 해외 금융사들이 본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과 달리 국내 4대 금융그룹의 해외수익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리딩뱅크인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전체 수익의 1.1%만을 해외 시장에서 올렸다. 야심 찬 목표를 내걸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초라한 결말로 끝난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진출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9541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가장 큰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BCC는 금융위기에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었고, 국민은행은 BCC의 장부상 가치를 1000원으로 손실 처리한 채 지난해 지분을 매각했다. 중국에 대거 진출했던 국내 보험사들도 줄줄이 손실을 내며 발을 빼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5년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웠다가 2015년 최대 주주 자리를 중국은행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 장기비전 없어 해외사업 비중은 뒷걸음질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거나 현지화 전략을 꾀하기보다는 현지에 있는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해주거나 상품을 파는 단순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해외사업 실적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은행권의 해외사업 비중은 2013년 말 11.0%에서 지난해 말 7.1%로 감소했다. 이런 부진한 해외 진출 성적표는 금융사들이 단기 성과에 매몰된 채 장기 비전이나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뜨는 지역’에 몰려가는 탓이 크다. 중국, 홍콩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신남방정책으로 주목 받는 동남아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금융사가 베트남에 설립한 점포는 50곳으로, 해외 진출 역사가 훨씬 더 긴 중국(64곳), 미국(55곳)과 맞먹는다. 한 시중은행 해외사업 담당자는 “최근 캄보디아로 많이 가는 이유는 현지에서 점포 인·허가를 받기 쉽기 때문”이라며 “생색내기 좋으니 회사는 일단 점포를 내고 발표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담당 임원을 둔 금융사가 드물다. 경영진 임기가 짧다 보니 장기적 안목에서 해외 진출을 이끌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에 갇힌 한국 금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성모 기자}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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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바 “회계변경, 미전실 결정 아냐… 내부문건은 현황 검토자료”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감독원이 감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꿨다”며 증선위 결정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 및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처리에 대한 질의응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IFRS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외부 감사법인의 조언을 수용해 최종 결정했다”며 논란이 되는 사안들을 15가지로 나눠 상세히 해명했다. 2015년 회계기준 변경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논의해 결정했다는 의혹이 이는 소위 ‘내부문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출된 문건은 작성 시점까지 파악된 회계 이슈를 정리해 현황을 공유하기 위한 자료로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가 아니었다”며 “당시 미전실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계열사인) 회사가 검토 중인 내용을 공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경팀 주간회의 자료는 팀 전원 또는 과장 이상의 간부가 참석해 그 주의 업무를 공유하는 자리로서 기밀 내용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회계처리는) 회계법인의 권유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전실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상장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2015년 11월에 개정된 코스피 상장 규정에 따르면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시가총액 6000억 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상장일 주금납입 후 기준)인 기업은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따라 지분법 전환과 무관하게 1년 후인 2016년 11월에 상장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또 2015년 감사보고서 주석에도 지분법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일회성 특별이익임을 공시했고,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22조 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할 당시의 공정가치 평가액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아니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일각에서 미국의 엔론 사태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의 매출을 가공 계상하거나 원가 및 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렸고, 외부에 회계처리 근거를 숨겼다”며 “하지만 당사는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했고 본질적인 기업가치 변화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며 두 회사의 분식회계와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입장이 1차 감리와 재감리 과정에서 바뀌었다는 사실도 다시 주장했다. 금감원은 1차 감리에서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한 것에 대해선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으며, 2015년 말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서는 지분법 변경은 안 되고 연결을 유지해야 했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감리 시에는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박 글’을 재차 반박했다. 증선위는 “대심제 등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박 내용과) 동일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며 “소명 내용과 금감원의 방대한 조사 내용, 증거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는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투자자 보호에 성실하게 임해 달라”고 덧붙였다.염희진 salthj@donga.com·손가인·조은아 기자}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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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인하에 카드업계 순익 25% 급감… 구조조정 칼바람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앞둔 카드업계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 1∼3분기(1∼9월)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5% 이상 급감한 데 이어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르면 이달 말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되면 카드사들의 경영 여건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난에 몰린 카드사들은 최근 기존 신용카드의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안을 허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가 카드 소비자의 혜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악화에 구조조정 가시화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하나 우리 롯데 등 7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1∼9월) 순이익은 1조28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7235억 원)에 비해 25.5%(4399억 원) 감소한 수치다. 카드사 순이익은 올 상반기(1∼6월)에 지난해 동기보다 31.9%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계속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했다. 올 7월 말에는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액 결제가 많은 21만 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췄다. 이어 당정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르면 이달 중 추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카드업계에선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 들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 진단에서 약 400명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이미 희망퇴직으로 223명을 내보낸 바 있다.○ 카드사 “부가서비스 줄여 달라” 카드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신용카드 부가 서비스 축소 등의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부가 서비스 유지 기간을 신축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판매한 지 3년이 지난 신용카드에 대해서만 금융당국에 부가 서비스 축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서비스를 축소하는 만큼 카드사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부가 서비스 유지 기간(3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3년 제한이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라는 얘기다. 수익성 악화를 입증하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앞세운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드사의 부가 서비스 축소 요구와 관련해 “법으로 정해진 부분을 존중하되 소비자 보호를 유념하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가 새 상품을 만들 때는 갖가지 서비스를 넣어 고객을 유치했다가 나중에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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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주식거래 정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로 4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며 검찰 고발을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22조1300억 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등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춘 회계처리”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해석, 적용했다”고 의결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대규모 순이익을 올린 것이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분식회계 규모는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또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최고 수위의 제재다. 이번 제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시 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실질심사가 길어지면 한 달 이상 거래정지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계처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투자자와 고객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증선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고강도 제재를 받으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날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인 모회사 삼성물산의 회계처리도 감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분식회계 논란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조은아 achim@donga.com·염희진·박성민 기자}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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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 업계 “예상 못한 최악의 결정… 해외 신뢰도 큰 타격”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은 1년 7개월여 만에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에 ‘회계 부정’ 낙인이 찍히면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과 회계감사 시장에도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증선위 “삼성바이오, 고의로 회계분식”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계약한 바이오젠과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3년여간 숨긴 뒤 2014년에야 공시하면서 회계기준을 바꾼 것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설립 이래 4년째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2015년 1조9000억 원대 당기순이익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이전인 2012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장부를 작성했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2015년부터 장부를 고쳤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장부를 다시 쓸 경우 지금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낮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본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고의적인 분식회계의 증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서를 들었다. 이 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2015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회계장부를 작성한 덕에 대규모 평가차익을 얻었다는 증거가 담겨 있다고 증선위는 주장했다.○ 삼성바이오 “법원에서 끝까지 따지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다수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끝까지 적법성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게 회사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회계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삼성은 삼일, 삼정, 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3곳에 자문해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게 오히려 국제회계기준(IFRS)에 어긋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협회 감리는 물론이고 상장 당시 금융감독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결정으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생산에 돌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내년 시범 생산을 거쳐 2020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윤리 규정을 중시하는 외국 제약사들은 위법한 회사와 거래를 꺼릴 수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4공장 건립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찬물’ 바이오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결정”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임원은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에 정부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것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 과거에는 무혐의였다가 재감리를 통해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분식회계라고 결론 낸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고 위험 요인”이라며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기준은 해외 투자자에게 투자 기피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론이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 상장 등으로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 규제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되면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손가인·염희진 기자}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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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선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주식거래 정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로 4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며 검찰 고발을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22조1300억 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등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춘 회계처리”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페이스의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해석, 적용했다”고 의결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대규모 순이익을 올린 것이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분식회계 규모는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증선위는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또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최고 수위의 제재다. 이번 제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시 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실질심사가 길어지면 한 달 이상 거래 정지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계처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투자자와 고객에 사과드린다”면서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증선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고강도 제재를 받으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날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회계처리도 감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분식회계 논란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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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에 빠진 바이오업계 “삼바 고의 분식회계, 예상 못한 최악의 결정”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코스피 거래정지를 발표했고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상장적격성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의 미래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산업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삼성바이오, 2015년만 일부러 회계 바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사와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회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했다. 단독으로 지배하는 회사란 의미다. 이 때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 계약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갑자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바이오젠사와 공동 지배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로 가치가 커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다고 봤다. 회계기준이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도 높아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판단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계약서나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였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뒤늦게라도 관계회사로 바로잡은 것이 무슨 문제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에 주목했다. 증선위는 이 내부 문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2015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할 이유가 명확히 생겼는데 2015년부터만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아” 한국거래소는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상장폐지 대상인지 판단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벌인다. 심사가 신속히 이루어지면 거래정지는 수일 내에 풀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심사위원회가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 최대 1년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2016년 5조 원 분식회계 수사로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풀리는 데 1년 3개월이 걸렸다. 한 증권사 대표는 “심사가 길어질수록 시장 혼란도 커지기 때문에 거래소가 정말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도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뒤 16개 회사가 심사에 올랐으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자들도 이날 상장 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호재로 본 것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 대비 6.70% 상승한 3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증선위 발표와 동시에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8만175명(작년말 기준)의 개인투자자들이 5조2000억 원(당시 종가기준) 어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바이오업계 “예상 못한 결정” 충격 바이오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결정”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임원은 “이번 결정은 성장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73조 원 규모 바이오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세계 최대 규모인 제3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최대 CMO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한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등으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될 경우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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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경제, 금융업서 성장 모멘텀 찾아야”

    “우리 몸이 아무리 커져도 심장과 혈맥이 강하지 않으면 건강할 수 없습니다. 이제 경제의 심혈기관인 ‘금융산업’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원회 출범 당시 첫 수장을 맡았던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69)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총생산 세계 12위인 한국 경제의 몸집에 맞춰 금융업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 전 위원장은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민간 출신으로 초대 금융위원장에 오른 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은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전 전 위원장은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 데 금융산업이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금융의 역동성에서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금융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영문 표기는 ‘금융에 대한 감독 서비스(financial supervisory service)’라는 뜻인데, 금감원은 감독만 하지 서비스할 생각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 감독당국은 감독을 철저히 하면서도 민간 금융회사와 활발히 소통하고 먼저 ‘우리가 뭘 도와줄 수 있느냐’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우리 당국은 이런 자세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공공성을 요구하지 말라”란 쓴소리를 내놨다. 카드 수수료, 대출 금리 등 정부의 가격 개입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민간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공공성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사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 전 위원장은 금융 당국자들의 소극적 태도와 ‘보신주의’에 대한 질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금융당국자들이 규제를 풀었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 추궁을 당할까 봐 소극적이다”며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규제 완화의 취지가 좋으면 사후에 책임을 묻지 않도록 사회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규제 완화 못지않게 예측 가능한 규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직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는데 다음 정권에서 또 규제 강화로 되돌아갔다”며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한국 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혁신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의 혁신 노력도 강조했다. 전 전 위원장은 “금융사들의 혁신을 촉진하려면 성과와 연계된 인센티브가 강화돼야 한다”며 “은행에서도 성과가 좋은 차장이 사장보다 연봉을 더 받는 구조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노조의 입김이 커진 상황에서 혁신이 나타나기 힘들다”며 “경직된 고용시장의 틀을 깨는 노동개혁이 금융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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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골드만삭스’ 수년째 구호만… 골목대장 못 벗어나는 韓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5개 증권사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내줬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2011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멀기만 하다. 현재 5개 증권사 중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2곳뿐이다. 나머지 3곳은 1년째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발목이 잡히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으로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초대형 IB’ ‘메가뱅크’ 육성 구호가 나온 지 오래지만 한국 금융회사들은 ‘골목대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맞붙기 위해선 몸집을 불리는 게 급선무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금융업의 대형화는 제자리걸음이다.○ ‘골목대장’ 신세 국내 금융사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은행들도 국제무대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7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에 국내 은행은 6곳만 이름을 올렸다. 이마저도 가장 높은 순위는 국내 리딩뱅크인 KB금융지주가 차지한 59위였다. KB금융의 덩치(기본 자산 291억400만 달러)는 세계 1위 중국공상은행(3241억2600만 달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규모(자기자본 기준)는 8조1600억 원이다. 세계 최대 IB인 골드만삭스(867억 달러·약 98조 원)와 아시아 1위인 일본 노무라증권(246억 달러·약 28조 원)에 한참 뒤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사들은 세계 시장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외국계 공룡 금융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M&A), 계열사 매각처럼 돈 되는 ‘빅딜’은 풍부한 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외국계 공룡들이 휩쓸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금융사의 입지는 더 좁다. 한국전력이 2009년 400억 달러(약 44조7000억 원) 규모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에 국내 금융사도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한전은 유럽계 은행과 손잡고 공사를 진행했다. “UAE 정부가 한국 금융사는 규모가 작아 장기간 돈을 댈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A건설사도 5년 전 중동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따낸 뒤 국내 은행을 자금 조달 파트너로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동, 유럽 국가들이 아직 한국 금융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 가로막는 정부 국내 금융사의 덩치를 키워 손실을 감내할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할 역량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메가뱅크 육성을 추진했다가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일례로 이달 초 금융위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12가지 혁신과제에 초대형 IB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초대형 IB를 은행 수준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일각에서 나온다. 현 정부가 소비자 보호, 감독 강화를 앞세우다 보니 금융사들도 대형화 움직임을 주저한다는 시각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사들의 덩치가 커지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실력도 올라간다”며 “성장동력이 떨어진 국내 금융업에 ‘대형화’는 성장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은아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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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안된다” 신상품 발목잡는 韓… 헬스케어 서비스 엄두 못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종이영수증을 무조건 발급하라니요.” 카드업계는 최근 종이영수증과 회원 약관을 ‘전자문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카드사는 현행법에 따라 5만 원이 넘는 결제는 반드시 종이영수증을 출력해야 한다. 카드를 발급하거나 약관을 변경할 때도 꼭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카드업계는 “영수증과 약관을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만 보내도 연 3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비용 절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노인 등 금융소비자가 e메일, 문자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를 묵살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손질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명문화된 법 제도 못지않게 구두 개입, 가격 통제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 규제’가 금융회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 ‘숨은 규제’ 더 무서워 대출 신상품을 개발한 A 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인가를 신청했다가 애만 태우고 있다. 금감원이 처음에는 “이 상품이 왜 필요하느냐”며 캐묻더니 지난달엔 “국정감사로 바쁘다”며 인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 임원은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절반의 기간은 금융당국 인가를 받는 데 걸린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도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속을 끓이는 일이 허다하다. 금감원이 신상품 약관 심사를 두고 반송, 철회를 남용한다고 감사원이 지적할 정도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상품 약관 신청을 하면 3주 만에 인가가 떨어졌는데 올 들어선 몇 달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는 규제 완화책을 찾기보다 새로운 규제를 찾는 데 몰두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이 7월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분석한 결과 ‘규제 신설’(18개)이 ‘규제 완화’(9개)의 2배나 됐다. ○ ‘포지티브 규제’ 혁신 막아 동아일보가 금융권 CEO 6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40%가 한국의 금융 규제 수준에 C학점을 줬다. D, E등급을 매긴 CEO도 각각 28%, 17%나 됐다. 특히 법령에 나열된 사업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포지티브 규제’가 한국 금융의 혁신을 막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세계적으로 금융과 이(異)업종의 융합이 활발하지만 한국에선 기존 법의 틀을 뛰어넘는 신사업이 등장하기 힘든 구조다. 국내 보험업계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선 개인의 의료정보와 금융정보를 결합하고 블록체인,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걷기, 달리기, 금연 같은 건강관리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포인트를 주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시장경제 무시한 ‘가격 개입’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정부의 ‘가격 개입’이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료를 시작으로 은행 대출금리, 카드사 수수료까지 전방위적 가격 인하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당정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선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제한이 전혀 없다. 하지만 국내 카드업계는 법으로 정한 정례 수수료 개편을 포함해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2007년부터 9차례나 수수료를 낮춰야 했다. 금융노조마저 “정부와 여당이 근본적 해법을 찾기보다 카드 수수료를 희생양으로 삼은 ‘가짜 굿판’을 계속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 중 올 들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으로 223명을 내보낸 데 이어 현대카드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들어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학회장)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경영난에 몰린 카드사들이 신용대출을 늘리거나 서비스 혜택을 축소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조은아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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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짓눌려, 금융일자리 年2만개 사라진다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겠다.”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이런 포부를 담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은 옛 추억의 그림자가 됐다. 외국 금융사를 유치하기는커녕 최근 4년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등 8곳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줄였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9월 발표한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33위로 6개월 만에 6계단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 안에 가뒀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맞붙는 격전장이 됐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관치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혁신의 물꼬를 열어주는 합리적 규제가 요구되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금융규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금융산업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등 역대 정부는 성과와는 별개로 금융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금융을 산업화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나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금융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보다는 관치와 규제에 순응해 손쉬운 돈벌이에만 안주하고 있다. 평균 임기가 2, 3년에 그치는 CEO들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은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50%에서 지난해 4.96%로 떨어졌다. 금융업 취업자도 2013년 87만5000명에서 지난해 79만1000명으로 줄어 4년 새 일자리 8만4000개가 사라졌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를 이끌 핵심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허물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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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떨어져 대출금보다 작아져도 집만 넘기면 남은 빚 안 갚아도 돼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집값이 떨어져도 집만 넘기면 더 이상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유한책임 대출’ 제도가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적격대출에도 적용된다.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유한책임 주택담보대출’을 올해 5월 보금자리론에 도입한 데 이어 12일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에도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유한책임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이 대출금액 밑으로 떨어져도 대출자는 집만 넘기고 나머지는 갚지 않아도 되는 대출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출자가 3억 원짜리 집을 사며 1억8000만 원을 대출 받았는데 그 후 집값이 1억5000만 원으로 떨어지면 대출자는 집만 넘기고 3000만 원은 면제받게 된다. 유한책임 적격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 이용할 수 있다. 주택 가격은 9억 원 이하, 대출한도는 5억 원 이하다. 금리는 기존 적격대출 금리와 같은 연 3.25∼4.16%가 적용된다. 국내 은행 15곳에서 신청할 수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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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이 성장-일자리 핵심산업”… 세계는 지금 금융허브 전쟁

    “도쿄(東京)를 다시 국제금융도시로 세계 속에 빛나게 하겠다.” 지난달 일본 도쿄도는 ‘국제금융도시 구상’의 일환으로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전 일본은행 부총재를 도쿄의 ‘금융시장’으로 내정했다. 영국 금융특구 ‘시티오브런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도쿄도는 2020년까지 외국 금융사 40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해외 고급 인력의 체류 자격 완화, 금융특구 지정,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한때 미국,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금융 강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금융 입국’ 전략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눈총 받으며 한동안 움츠렸던 금융산업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규제 완화, 금융허브 조성, 금융 신산업 지원 등을 통해 금융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허브의 차세대 격전지 된 아시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허브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세계 10대 금융도시’에 아시아에만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상하이(5위) 도쿄(6위) 베이징(8위) 등 5곳이 몰려 있다. 중국은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핵심 방안으로 금융을 육성하고 있다. 국유은행들을 세계 1∼4위의 초대형 은행으로 키워낸 중국은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기존 금융허브에 이어 선전(深圳)을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낙후된 금융 인프라를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에선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 금융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금융 자유화, 낮은 세금, 무역항의 입지 등을 앞세운 싱가포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 경제 성장의 순풍을 타고 글로벌 허브로 위상을 높였다. 2015년부터는 저성장을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 핀테크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혁신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금융허브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 금융수도 경쟁 치열 유럽에선 런던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잠시 주춤한 사이 주도권을 뺏어 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프랑스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봉에 섰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금융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를 폐지하는 등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올 초엔 ‘파리를 선택하라’는 주제로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인 라데팡스 지역에 초고층 건물 7개를 지어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금융허브를 선점하기 위해 노동법까지 고치고 있다. 해고를 어렵게 하는 독일 노동법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기 이후 특유의 ‘은행 비밀주의’가 위태로워진 스위스는 가상통화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위스 정부가 2013년부터 추크시에 조성한 ‘크립토밸리’(가상통화 도시)에는 130개국에서 온 170여 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입주했다. 인구(3만 명)보다 일자리(4만 개)가 더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 “금융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전략산업” 세계 각국이 이처럼 나선 것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금융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부활에도 금융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10년 만에 1위에 올랐다. WEF는 “활력 있는 기업 문화, 경쟁적 노동 시장과 더불어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혁신 생태계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특히 IT와 금융이 융합한 기술 혁신에 따라 핀테크, 빅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 총리실은 금융업에서 직접 창출되는 일자리만 80만 개이고, 금융 일자리 1개마다 회계, 법무, IT 서비스 등 간접 일자리가 3개씩 더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마이넬리 지옌그룹 회장은 “15년 전만 해도 런던, 뉴욕만 들여다봤지만 지금은 100여 개 도시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금융 중심지 경쟁이 치열하다”며 “세계 각국에서 금융 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 ▼ 관치 길들여진 ‘가두리 한국’, 세계 50대銀에 1곳도 이름 못올려 ▼ “새 정부에서 금융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이한주 경제1분과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이런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며 ‘금융’이 사라진 데다 새 정부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는 동안 금융위원장 인선만 미뤄진 여파였다. 업계는 물론이고 당국에서도 “금융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올해 5월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소집한 경제부처 장관회의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진보 색채가 뚜렷한 강성 정치인인 김기식 전 의원을 금융감독원장에 앉힌 것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 정부가 금융을 복지 강화나 적폐 청산을 위한 수단 정도로 본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 이어 올 7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도 ‘금융 홀대론’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세계 주요국이 ‘금융 허브’ 슬로건을 내걸고 앞다퉈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동안 홀대론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금융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금융업은 경제의 ‘혈맥’이자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서비스 산업이지만 현 정부에선 금융을 키우겠다는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퇴보하는 한국 금융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140개국 중 19위였다.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오명은 벗었지만 한국의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15위)보다 4계단 낮았다. 글로벌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올해 발표한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는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성적표는 국내에만 갇혀 답보를 거듭하는 ‘가두리 양식’ 같은 한국 금융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는 것과 딴판이다. 한국 금융업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6% 그쳤다. 이 비중은 2004년부터 12년 동안 5%대를 이어오다가 2016년부터 4%대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도 2013년(87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 취업자에서 금융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2%대(2.96%)로 떨어졌다.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非對面) 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금융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내실은 뒷걸음질쳤다. 은행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 상반기(1∼6월) 각각 0.7%, 8.9%였다.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던 2011년 상반기(각 1.2%, 14.3%)보다 못한 성적이다. ○ 금융 선진화, 정부부터 먼저 변해야 한국 금융을 취약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로 반(反)시장적이고 불합리한 규제가 꼽힌다. 정부가 금융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고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하면서 규제의 틀 안에 가둬둔 탓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규제 개혁’을 꼽은 응답이 75%(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CEO들은 겉으로 드러난 규제 못지않게 구두 개입, 행정지도처럼 ‘숨어 있는 규제’(응답률 55%)나 ‘가격 개입’(27%) 같은 정부의 통제가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직접 카드 수수료가 아예 없는 간편결제 ‘제로페이’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2년 넘게 자동차 보험료를 동결했던 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다가 “인하 요인도 있다”는 금융 당국자의 말에 눈치를 보고 있다. 신산업 발굴을 가로막는 ‘빗장 규제’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회사가 신사업을 발굴해도 정부의 소극적 태도나 늑장 대응 때문에 좌절된 사례가 많다. 지난해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들은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 조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이유로 1년째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회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더 심해졌고 고질적 병폐인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신뢰 없는 금융사에 미래도 없어 금융회사들도 한국 금융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융사들이 안정적인 담보대출에 의존해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16조76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조달해주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은 부족하다. 지난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도 CEO 42%가 금융산업을 저해하는 금융회사의 문제로 ‘이자이익에 치중한 단순한 수익 구조’를 꼽았다. 이어 ‘장기 전략의 부재’(40%), ‘도전·혁신 문화 부족’(35%)을 지적했다. 지배구조가 취약해 로비와 정권 실세의 입김에 쉽게 흔들리는 금융사 CEO들은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올 들어선 은행 채용비리, 유령주식 배당 사고, 대출금리 조작 의혹 사태까지 이어지며 금융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융업의 신뢰도 하락은 금융 소비자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금융을 핵심 서비스 산업으로 키워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금융규제부터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재영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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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고령층 대상 대부업 ‘묻지마 대출’, 100만원으로 제한

    소득이나 기존 채무를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의 ‘묻지 마 대출’ 한도가 13일부터 청년과 노인 등 취약계층에는 100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대부업체 범위는 더욱 확대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13일부터 시행된다고 6일 밝혔다. 시행령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만 29세 이하 청년과 만 70세 이상 노령층을 대상으로 소득이나 채무를 확인하지 않는 대출을 100만 원 이하로만 해줄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묻지 마 대출’이 300만 원 이하로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갚을 능력이 부족한데도 묻지 마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에 빠지는 취약계층이 많았다. 또 금융위에 등록되는 대형 대부업체의 범위가 자산 규모 12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초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 대부업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대부 중개 수수료도 낮아진다. 대부금액 500만 원 이하의 경우 중개 수수료 상한선이 기존 5%에서 4%로 인하된다. 금융당국에 등록이 가능한 채권매입 추심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은 현재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강화된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문을 닫는 대부업자들을 막기 위해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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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새 2조 늘어… 10월 신용대출 100조 돌파

    국내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1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강력한 대출 관리지표로 꼽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서둘러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월 말 101조2277억 원으로 한 달 새 2조1172억 원이나 증가했다. 월간 신용대출 증가 폭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올 들어 월간 증가액이 가장 컸던 시기는 5월로, 증가 규모는 1조2969억 원이었다. 은행권이 그동안 시범 운용하던 DSR 규제를 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시행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미리 신용대출을 당겨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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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호금융권도 실직-폐업시 대출상환 유예

    단위 농·수협이나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던 중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대출자는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미룰 수 있다.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고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상호금융권은 이런 내용을 담은 ‘취약·연체 차주 지원방안’을 이달부터 전면 시행했다고 4일 밝혔다. 실직이나 폐업, 질병 등의 이유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은 최대 3년간 원금 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6억 원 이하의 주택 한 채를 갖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 1억 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 전세보증금 4억 원 이하의 전세자금 대출자 등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분할상환 대출은 대출 만기를 유지하면서 당분간 이자만 갚는 식으로 상환 계획을 바꿀 수 있다. 일시상환 대출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상호금융권은 연체가 우려되는 대출자에게 채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안내하기로 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해 담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금융회사는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기기 전에 의무적으로 대출자와 상담을 1회 이상 진행해야 한다. 대출자들은 연체 후 먼저 갚아야 하는 채무의 종류도 본인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기존에는 비용, 이자, 원금 순으로 갚아야 했지만 이제는 대출자가 자유롭게 순서를 정할 수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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