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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라는 상표권은 SM엔터테인먼트의 8인조 걸그룹 소녀시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의류제작업자 김모 씨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상표권 등록무효 소송에서 김 씨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깨고 SM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SM은 2007년 7월 걸그룹 소녀시대를 데뷔시키면서 음반, 음원 등에 독점적 권리를 위해 소녀시대라는 명칭을 상표 등록 신청했다. 그로부터 2주 후 사업가 김 씨도 코트 등 의류와 놀이용품, 식음료 제품 등에 소녀시대란 상표를 붙이겠다고 신청했다. SM은 2008년 6월, 김 씨는 2009년 2월 각각 상표권 등록이 받아들여졌다. 이를 뒤늦게 안 SM이 2011년 12월 특허심판원에 김 씨가 등록한 상표를 무효화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했고, 이게 받아들여지자 이번엔 김 씨가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김 씨의 소녀시대 상표와 SM의 걸그룹 소녀시대를 일반 소비자가 헷갈릴 가능성이 없다며 김 씨 손을 들어줬다. 김 씨의 소녀시대는 의류나 완구 등에 이용되고, SM 소녀시대는 음반이나 음원에 사용하기 때문에 영역이 명확히 엇갈린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녀시대가 2007년 데뷔한 이후 음악방송 1위에 오르는 등 대중적 인지도가 아주 높은 상황에서 김 씨의 의류나 완구 등에 소녀시대란 이름이 들어가면 일반 소비자가 둘 사이를 특수 관계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 중인 심학봉 전 국회의원(54)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당초 심 전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여성 A 씨(48)가 1차 경찰 조사 이후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말을 바꾼 이후 검찰에서도 같은 진술을 유지하고 있고, 심 전 의원 자택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에서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지검은 21일경 심 전 의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A 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면서 난항이 예상됐다. 검찰은 지난달 17, 19일 A 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심 전 의원을 1일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고 성폭행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심 전 의원이 A 씨에게 합의금 수천만 원을 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검찰은 당초 이달 초 무혐의 처분을 하려 했지만, 대검찰청 지휘부에서 보강수사를 지시하면서 추가 수사를 했다. 그러나 끝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2일 국회의원직을 자진 사퇴한 심 전 의원은 형사 처벌은 면하게 됐다.조동주 djc@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검거된 이후 검찰, 경찰 안팎에선 ‘조희팔 게이트’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범죄 추정 액수가 적게는 2조5000억 원에서 많게는 8조 원에 이르는 만큼 정관계 로비 자금도 상상을 초월했을 거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경찰, 검찰, 교정당국 관계자 8명이 받은 뇌물 액수가 30억 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니다. 동아일보는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곽모 씨(47)와 100여 일 동안 대구구치소에서 같이 수감 생활을 한 장모 씨(24)를 12∼14일 사흘간 경북 구미와 서울에서 만나 조희팔 관련 얘기를 들었다. “조희팔이 올해 중순 경북 포항을 통해 밀입국해 대구에 들렀다가 다시 나갔다고 들었어요.” 첫날 장 씨의 입에서 대뜸 2012년 5월 ‘죽었다던’ 조희팔이 올해 한국에 다녀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출소 이후 곽 씨의 측근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곽 씨는 조희팔의 2인자인 강태용, 강호용 형제와 절친한 사이다.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이후에는 스스로 피해자 단체 공동대표를 맡고도 한편으로는 조희팔의 국내 은닉자금 690억 원을 빼돌리는 데 일조했다가 구속돼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장 씨는 10일 한 방송에서 조희팔 사건을 다룬 다음 날 새벽 인터넷 카페에 ‘조희팔 관련 방송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주인공이다. 장 씨는 이 글에서 “조희팔이 중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조희팔이 2011년 중국 의사에게 30만 원을 주고 가짜 사망진단서를 끊었다고 들었다” “곽 씨가 조희팔에게 밀항 전 1080억 원을 몰래 건네받아 관리하고 있다”며 이 내용이 거짓이라면 법에 의해 처벌받겠다고 했다. 장 씨의 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기자는 12일 구미에서 장 씨와 어렵게 만나 3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그의 주장을 들었다. 장 씨는 허름한 회색 티셔츠에 반바지,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짐이라곤 검은색 노트북 가방이 전부였다. 그는 출소 이후 곽 씨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곽 씨 측에게 쫓겨 구미의 후미진 여관에서 숨어 지낸다고 했다. 장 씨는 1월부터 4월 10일까지 다섯 명의 죄수가 한 방을 쓰는 대구구치소 방에서 곽 씨의 수족 노릇을 하며 조희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감옥에 있을 당시 곽 씨가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A 씨 명의로 받은 손 편지를 봤는데, 국내 은닉자금 등을 거론하며 “조만간 만나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등 조희팔이 쓴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소 후 조희팔의 친필 글씨를 찾아 확인해 봤는데 감옥에서 봤던 편지 필체와 흡사했다고도 했다. 장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우선 그가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던 게 맞는지부터 확인해 봤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장 씨는 전 부인이 다른 남자에게서 665만 원을 편취하는 데 공모해 본인 명의 통장을 제공한 혐의(사기)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그는 김천소년교도소에 있다가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뒤 대구구치소로 옮겨졌고, 2심에서 징역 6개월로 감형돼 4월 풀려났다. 장 씨는 조희팔이 밀항 직전 곽 씨에게 1080억 원의 관리를 맡겼고, 곽 씨 등 조희팔 측근들은 이 돈으로 대구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일부는 대구와 서울 등지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곽 씨가 감옥에서 수익명세서를 편지로 보고받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4월에 출소한 이후엔 곽 씨의 측근 이모 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급 외제차를 타고 지갑엔 5만 원권 현금이 가득했다고도 기억했다. 장 씨는 조희팔 측근이 정관계 유력 인사 40∼50여 명에게 로비한 금액과 장소 등이 적힌 문서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여야 유력 정치인 및 검사 실명과 액수를 언급했다.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A 씨에게 있는 이른바 ‘○○○(A 씨 이름) 수첩’에는 더 많은 정관계 로비 리스트가 적혀 있다고도 했다. 장 씨는 감옥에서 곽 씨와 함께 생활하며 보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1만 자가량의 문서로 정리해 조희팔 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에 제공했다며 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곽 씨가 관리하고 있다는 1080억 원의 운용 내용과 곽 씨가 재판에 대비하며 나눴다는 대화 내용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바실련 관계자는 “장 씨가 출소 후 찾아와 한동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감옥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문서로 작성한 적이 있다”며 “내용의 신빙성은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자가 장 씨와 3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고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 요구한 건 물증이었다. 장 씨가 감옥에서 들었다는 내용은 그럴듯하게 들려도 물증이 없는 한 모두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감옥에서 곽 씨 앞으로 왔던 편지 등 30여 장의 서류를 지인에게 맡겨뒀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3일 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제시하지 않았다. 장 씨와 함께 수감됐다던 곽 씨는 아직 감옥에 있어 만날 수가 없었다. 그가 조희팔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서도 돌연 인터넷에 ‘옥중 진실’을 밝히겠다며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인터넷 글을 보고 여러 신문과 방송 기자들로부터 쇄도한 이메일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조희팔 게이트’ 진실 규명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구미=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다. ‘단군 이래 최대’라는 것 외에는 아직 정확한 피해자 수, 피해 액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만 10명이 넘는다. 피해자는 2만 명에서 4만 명까지, 피해 규모는 2조5000억 원에서 많게는 8조 원까지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검거됐다는 소식에 검찰과 경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전담수사팀과 계좌추적팀을 구성하고, 경찰도 경쟁하듯 특별수사팀을 편성했다. 하지만 조희팔을 비호해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그동안 처벌받은 검사와 경찰, 교도관만 8명이다. 이들이 받은 뇌물 액수만 30억 원이 넘는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이다. 경찰은 2008년 11월 조희팔 사기 사건을 공개하며 그를 주범으로 지목하고도 열흘이나 지나 지명수배를 했다. 해경은 조희팔이 그해 12월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을 통해 모터보트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할 때 관련 제보를 받고도 잡지 못했다. 경찰은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2012년 5월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서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스스로 정보원과 체포조를 꾸려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조희팔의 자취를 쫓고 있다. ▼ 피해자 단체 “사망 발표 전에 ‘中서 급사’ 시나리오 입수” ▼석 달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화 속 남자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했다. “중국 광저우(廣州) 시 문화의 거리에서 조희팔을 봤다.” 평범한 옷차림의 조희팔이 건장한 남성 5, 6명을 대동하고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중국 한족(漢族)과는 인상이 달라 한눈에 알아봤지만 무리의 기세가 등등해 사진을 찍을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조희팔 사기 피해자 모임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김상전 대표(47)는 조희팔과 함께 있던 남자들의 인상착의도 물었다. 조희팔 사망 이후 계속 들려오는 목격담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인상과 닮아 있었다. 10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중국 현지에서 검거됐다는 소식이 한국에 알려졌다. 전직 경찰관 정모 씨(40)는 그 소식을 듣고 도피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행 비행기를 탔다가 현지 공항에서 검거됐다. 정 씨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이른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전담 수사한 형사였다. 그는 한창 수사 중이던 2009년 5월 15일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臺) 시의 한 고급 식당에서 조희팔, 강태용 등을 만나 수사 진행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조희팔과 함께 골프장에서 골프까지 치고 귀국했다. 피해자 단체 측은 정 씨가 광저우로 도망치려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희팔 목격담을 종합하면 그가 광저우에 살지 않지만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광저우로 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살아야 사는 자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은 조희팔이 2004년 대구를 중심으로 다단계 업체를 차린 뒤 2008년까지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고 모집한 투자자 수만 명에게 수조 원대 피해를 입힌 사건을 말한다. 지금까지 수사 당국이 공식 집계한 수치는 피해자 2만5000명, 피해액 2조5000억 원이다.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이 8조 원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팔이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한 뒤 그의 행적을 놓고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의 ‘조희팔 사망’ 발표에도 불구하고 바실련은 중국에 ‘체포조’를 보내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조희팔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경인로 바실련 사무실에는 7년간의 추적 기록이 보관된 문서고가 있다. 문서고 내부 벽에는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공개수배’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엔 조희팔과 그 일당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 조희팔 바로 아래 있는 강태용 이름 옆에는 붉은 글씨로 ‘검거’라고 써두었다. 유일하게 조희팔 이름 옆만 빈칸으로 남아 있다. 문서고를 가득 채운 피해자 단체의 기록과 구술을 바탕으로 이들의 ‘조희팔 추적기’를 재구성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보기관을 방불케했다. 자체 중국 정보원이 첩보를 수집하고, 신빙성이 있으면 김 대표 등이 직접 건너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국내외 조희팔 목격담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사무실 직원과 중국 정보원, 국내 은닉재산 추적팀은 서로 신상을 모른다고 했다. 피해자를 가장한 조희팔 일당에게 내부 정보가 새어나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무실 안은 10여 대의 폐쇄회로(CC)TV가 구석구석을 지켜보고 있다. 2008년 12월 9일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기 피해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 달 전 인터넷에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대구 인천 포항 구미 등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 사실을 알리기 시작한 때였다. 길 가던 사람들은 “욕심 부리더니 꼴좋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노린 대가”라며 낄낄거리고 손가락질했다. 그래도 조희팔만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란 한 가닥 희망으로 버텼다. 조희팔이 중국으로 사라지자 “끝까지 가보자”는 사람들만 남아 바실련을 꾸렸다. 수도권에 사는 피해자 중에는 중국 화교도 많았다. 화교 피해자들은 바실련이 제작한 조희팔 한국어 수배전단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전 재산을 날리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아 수배전단 2만 장을 찍었다. 화교들은 국제택배로 중국 친인척, 지인 집으로 수배전단을 보냈다. 중국 교민이 사는 인터넷 사이트마다 조희팔을 찾아달라는 글도 올렸다. 중국 현지에 조금씩 조희팔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조희팔을 잡기 위해선 간도 쓸개도 다 떼줘야 했다. 피해자 단체는 조희팔에게 토사구팽을 당한 측근을 찾아다녔다. 철천지원수 같은 조희팔의 밀항을 도운 측근도 교도소까지 가서 영치금을 넣어주며 옥바라지를 했다. 교도소 밖 측근의 가족까지 챙겼다. 그들 입에서 조희팔의 비호 세력, 밀항 계획, 은닉 재산 등 숨겨진 정보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2012년 5월 21일 경찰은 ‘조희팔 사망’을 발표했다. 밀항 소식을 듣고서 깜짝 놀랐던 피해자들은 이번에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쓴웃음만 지었다. 당시 경찰은 조희팔이 중국 칭다오(靑島)의 가라오케에서 가수 나훈아의 ‘홍시’를 부르다가 쓰러진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미 조희팔의 과거 측근들이 “조희팔이 중국으로 건너가 수사기관을 따돌리기 위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꾸민다는 시나리오가 짜여 있다”고 피해자 단체 측에 전한 뒤였다. 피해자 단체는 조희팔이 100% 살아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골프, 여자, 도박 등 3가지 열쇠로 그의 흔적을 추적 중이다. 조희팔은 중국으로 도망가서도 골프장을 계속 이용했다. 그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골프장 목격담, 내연녀 자금 조달설, 도박장 출입설 등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 단체가 꾸린 중국 정보원들은 조희팔의 행동반경과 겹치는 고급식당, 골프장 등에 주로 포진돼 있다고 한다. 여행사 직원처럼 행동반경이 넓고 의심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도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피해자 단체는 조희팔이 등장하는 사진 찍기에 목숨을 걸었다. 피해자 단체 사무실에는 커다란 사진작가용 가방과 고배율 줌 카메라가 있다. 김 대표는 신빙성이 있는 첩보가 들어오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달려간다. 중국 골프장이나 고급 호텔 입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몇날 며칠 카메라 셔터만 누르는 일이 일상이 됐다. 2년 전 조희팔이 중국인 관광객들에 섞여 제주로 입국한 다음 대구까지 와서 업무를 처리했다는 첩보를 듣고 영남 지역 고급 골프장을 누비며 잠복한 적도 있다고 했다. 피해자 단체는 조심성 많은 조희팔의 성격상 검증되지 않은 중국 병원에서 성형을 하거나 모발이식 수술로 인상을 바꾸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조희팔 무차별 로비”… 유력 정치인-검경 이름 나돌아 ▼김 대표는 “지금까지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조희팔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조희팔 한 사람을 두고 목격담은 ‘건강하다, 수척하다, 휠체어를 탔다’ 등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확 바꿨다는 주장도 있지만 목격담은 계속 이어진다. 조희팔과 통화했다는 주장은 많지만 정작 그의 목소리를 녹음했다는 사람은 없다. 김 대표는 “그룹 회장을 일반인이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고급 골프장, 음식점, 도박장을 드나드는 조희팔이 외부로 공개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이 거리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증언은 광저우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그가 죽어야 사는 자 조희팔의 피붙이인 형제들은 그가 죽은 게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조희팔의 셋째 형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사망 발표 이후 조카(조희팔의 딸)가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자리에도 오지 않았다. 조카들은 동생 제사까지 지내는 걸로 알고 있는데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 제사를 지내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은 “동생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의 얘기를 믿지 않는다. 조희팔 형제의 지인은 “농사를 짓는다는 (조희팔의) 형이 자주 중국을 오간다. 비싼 땅을 매입하고 좋은 집을 짓고 사니 주변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희팔의 형은 “관광차 중국에 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조희팔 생존설이 다시 불거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관천 경정(49·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조희팔 사망 발표 당시 ‘추정’ 대신 ‘확인’이란 표현을 쓰면서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들은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 충분히 위조 가능한 사망진단서, 화장증 같은 문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이 그의 사망을 인정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2012년 초 경찰은 조희팔과 측근이 숨겨둔 재산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희팔 가족의 집과 컴퓨터에서 그의 사망 기록과 장례식 동영상 등을 발견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2011년 12월 조희팔 가족은 장례식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려고 급히 여행사를 찾았다. 비자 발급을 도운 여행사 직원은 “가족들이 ‘아버지가 죽어서 급하다’며 울먹였다”고 전했다. 조희팔 딸이 컴퓨터로 작성한 일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프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일기에는 용돈 씀씀이, 남자친구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이 오랜 기간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당시 수사 경찰 A 씨는 “조희팔 측근의 진술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진실 반응이 나왔다”며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경찰이 수사할 방향을 예상해 이 정도로 치밀하게 위장하고 연극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3년 넘게 조희팔의 생존 반응이 없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조희팔이 위조 신분증을 갖고 중국, 동남아 등지를 돌아다닌다고 해도 장시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조직이 강태용의 근거지 파악도 못하고, 조희팔 일당의 뒤를 봐준 경찰이 계속 드러나면서 ‘생존설’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 형국이다. 수사 경찰 B 씨는 “조희팔의 유전자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선 영원히 논란으로 남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망 미스터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신뢰를 잃은 검찰과 경찰도 한몫하고 있다. 오히려 검경은 강태용 송환으로 자신들의 비위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희팔과 그의 측근들에게서 각종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검찰과 경찰, 교정당국 관계자는 모두 8명이다. 이 중 가장 거물급 인사는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54)다. 그는 대구 영신고 동창인 강태용에게서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2억7000만 원을 받았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찰 수사관 출신 오모 씨(54)는 강태용에게서 15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도 이들의 전방위 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주하기 직전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 전 총경(51)은 9억 원을, 김모 경위(49)는 1억 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조희팔 일당의 로비 액수만 30억 원 이상이다. 피해자 단체는 유력 정치인과 현직 판검사, 경찰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사기 피해 금액이 천문학적인 만큼 로비자금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가 살아온다 해도… 만약 조희팔이 살아서 붙잡히더라도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곧바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희팔을 체포해 한국 또는 외국에 숨겨둔 재산을 발견하더라도 현행법상 국가가 나서 피해액 환수를 돕지는 못한다. 한국은 미국처럼 민사몰수제도가 없기에 사기 같은 재산피해 범죄수익은 범인과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조희팔이 ‘살아서’ 체포됐을 때 현장에서 현금 더미가 발견되더라도 국가가 이를 범죄 증거물로 압수해 일정 기간 보관할 수는 있지만 이를 직접 피해자에게 돌려주지는 못한다. 원칙적으로 압수된 현금에 대한 소유권은 조희팔에게 있기 때문이다. 조희팔이 압수된 현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면 현행법상 돌려줘야 한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수익이라 하더라도 본래 범인이 아닌 피해자 등 제3자의 것이었다면 국가가 몰수할 수 없게 돼 있다. 국가가 몰수하면 국고에 귀속되기에 법을 따로 제정하지 않는 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다. 다만 피해자들은 조희팔이 국가에 압수된 현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권리인 압수물반환청구권에 압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피해자가 압수 현금을 받아갈 수 있다. 선순위가 매겨지는 부동산과 달리 현금에 대한 법적 권한은 피해자에게 균등하게 주어진다. 압수 현금이 피해액을 배상하기에 부족하다면 법원이 피해액에 비례해 일정 비율로 피해자에게 분배한다. 피해자들은 체포된 조희팔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판결문을 받아야 추후 피해액을 돌려받을 법적 권한이 생긴다. 조희팔이 수중에 현금은 전혀 없고 부동산 등 현물로 재산을 빼돌려뒀다면 피해액을 돌려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본인 명의의 재산은 거의 없고 대부분 차명으로 관리해 왔을 텐데, 차명 당사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면 법적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 있는 부동산에 대해선 피해자가 해외 법원에서 재판을 벌여야 하는데, 한국 법원에서 조희팔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받았더라도 외국 재판부가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인정해줄지는 미지수다. 조희팔이 처벌을 감면받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써달라며 법원에 돈을 공탁할 수도 있다. 그럼 피해자는 법원에 입증한 피해액을 기준으로 공탁금을 나눠 가질 권리가 생기게 된다.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760억 원을 은닉해줬다가 적발된 고철업자 현모 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에 처해졌다가 2심 재판 중 390억 원을 추가 공탁하는 등 총 710억 원을 피해자 회복에 써달라며 공탁한 것 등이 감안돼 2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설령 조희팔이 붙잡혀 돌아오더라도 피해액을 돌려받기 위해 피해자들끼리 엄청난 법적 분쟁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대구지검이 찾아낸 조희팔의 은닉자금은 1200억 원 정도다. 이 중 710억 원이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법원에 공탁된 상태다. 2010년 조희팔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피해액을 확정받은 피해자 280여 명은 나머지 피해자 1만6000여 명을 상대로 공탁금 우선 배정을 주장하며 지난해 12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평생 모은 재산을 한 푼이라도 먼저 건져야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호경·조동주 기자}
한미약품에서 생산하는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이 원조격인 미국의 비아그라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아그라 제조사인 미국계 제약회사 화이자와 한국화이자제약이 소송을 낸 지 3년여 만의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비아그라 제조사인 미국계 제약회사 화이자와 한국화이자제약이 “팔팔정이 푸른색 계열의 마름모 모양을 한 알약 형태인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침해금지 소송에서 화이자 측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깨고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팔팔정과 비아그라가 입체적 마름모 형태의 알약으로 푸른색 색채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러한 알약 형태만으론 제품 특유의 식별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약품 포장 등에도 이름과 상호가 명확히 적혀있는데다 의사의 처방에 의해 발급되는 전문의약품인 만큼 일반인이 오인하거나 혼동할 우려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비아그라가 디자인만 보고도 비아그라를 연상시킬 만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디자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팔팔정이 비아그라와 형태나 색채가 흡사한 제품이라며, 팔팔정이 비아그라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해 팔팔정 생산을 금지하고 전량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한미약품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화이자가 특허법원에 낸 상표권 무효 및 취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장본인인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사진)은 15일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박 경정의 은행 대여금고에서 발견된 금괴 11개 중 5개는 출처가 확인됐지만, 나머지 6개는 아직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괴 6개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올해 2월 3일 박 경정의 시중은행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금괴 11개와 한화, 미화 등 1억 원 상당의 현금을 발견했다. 이 중 금괴 5개는 유흥주점 업주 오모 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경정은 나머지 금괴 6개는 자신이 산 것이라 주장하고, 현금 1억여 원의 출처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박 경정은 2012년 5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을 맡아 조희팔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인물이다. 박 경정의 발표로 수사당국은 조희팔의 소재 추적을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 경찰 내부에선 “당시 ‘조희팔 사망 추정’으로 발표하려 했는데 박 경정이 다소 단정적인 어조로 발표한 듯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아직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금괴 6개와 현금 뭉치가 조희팔 측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경정은 조희팔의 최측근으로 중국에서 체포돼 송환을 앞두고 있는 강태용(54)과 같은 대구 출신이다. 박 경정은 대구고, 강태용은 대구 영신고를 나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조3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 명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6)에게 15일 징역 7년을 확정했다. 현 전 회장은 2013년 2월~9월 그룹 지배권 유지에 집착해 상환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실 CP와 회사채 1조3000억 원 어치를 판매하고 이 금액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 계열사에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동양그룹을 믿고 CP와 회사채를 구입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1심은 현 전 회장이 발행한 CP와 회사채 전액의 사기죄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현 전 회장이 2013년 8월 20일에야 회사 부도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이전에 판매한 CP와 회사채를 사기로 인정하지 않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역 내 초등학교 총동문회에 군 예산 4000만 원을 기부하고 관내 마을에 임의로 예산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선교 경기 양평군수(55)가 15일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김 군수의 상고심에서 “예산 지원이 조례에 따른 합당한 절차를 거쳤고 군 의회 승인을 받은 점으로 볼 때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김 군수는 2011년 2월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지역 초교 총동문회에 100주년 기념비 설치사업 보조금 명목으로 군 예산 4000만 원을 지급하고, 군내 우수마을 공모사업에 탈락한 7개 마을에 1000만 원씩 총 7000만 원을 임의로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6)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09년부터 사학분쟁조정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취급했던 사건을 임기 후 수임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 이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인 고 이사장이 2009년 2월~2011년 2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으로서 김포대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다뤘는데, 임기 후인 2013년 2월 김포대 이사선임결정 취소 소송을 맡아 변호사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12년 부자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을 겪던 김포대에 대해 3남에게 경영권을 주는 방향으로 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차남이 교육부를 상대로 이사선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을 고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담당했다는 게 고발인 측 주장이다. 시민단체 측은 고 이사장이 2009~2010년 조정위원 자격으로 김포대 임시이사 건을 다뤘다고 주장한 반면 고 이사장 측은 조정위원 시절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수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를 비호한 정관계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이후 피해자들뿐 아니라 조희팔 주변 인물 사이에서도 ‘조희팔 생존설, 캄보디아 거주설, 정관계 로비 리스트 존재설’ 등 갖가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 “조희팔 사망 과학적 물증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5월 중국 공안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보고 현실적으로 조희팔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확신할 과학적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희팔에 대한 지명수배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강 청장은 다만 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12일 조희팔 가족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발견하고 나흘 후 중국 공안에서 사망 확인 자료를 넘겨받았다. 박관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조희팔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 5일 전이다. 당시 수사 지휘 간부는 “사망 추정으로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위장 사망 가능성까지 충분히 검증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 청장도 “과학적 증거 없이 외국에서 작성된 기록만으로 사망을 선언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시 공범 황모 씨(57) 수사를 검찰이 주도하자 경찰이 서둘러 조희팔 사망을 단정적으로 발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희팔의 가족은 아직까지 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조희팔 캄보디아에 있다. 정관계 로비 장부도 있다” 조희팔의 최측근 A 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하고 4월 출소한 한 인사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A 씨에게서 조희팔이 중국에 사업차 종종 가고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A 씨가 갖고 있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를 직접 봤는데 40∼50여 명의 이름과 날짜,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며 “다른 측근이 갖고 있는 수첩에도 비슷한 내용의 정관계 주요 인사 로비 내용이 적혀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일부 정관계 유력 인사의 이름과 액수를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조희팔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에 국내로 송환되는 강태용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태용은 조희팔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오모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총무과장 등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희팔 사건으로 처벌된 검찰, 경찰 인사 6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강태용에게서 차 구입비 명목 등으로 5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배 중이던 전직 경찰관 안모 씨(46)를 2년여 만인 올해 8월 검거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태용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조희팔 생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조동주 기자}
“9000만 원어치 자재를 살린 공로로 우수사원상과 포상금 10만 원 받았다. 이게 현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 중인 중소기업 시리즈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는 이유’라는 글에 나오는 품질과장의 한탄이다. 중소기업인 회사가 대기업에 납품할 자재를 가공하는 일을 무리하게 맡았다가 자칫 자재를 모두 버려야 할 위기에 놓였다. 품질과장이 3개월간의 연구 끝에 9000만 원어치의 자재 가공에 성공한 후 포상금으로 1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정말 중소기업은 저러냐”, “연봉도 적은데 포상금 100만 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비슷한 경험 있는데 난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는 댓글을 쏟아 냈다. 이 시리즈는 ‘○○텍’이라는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비타시대’라는 누리꾼이 만화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8일 현재 26편까지 나왔다. SNS에서 매회 수백, 수천 개의 공감을 얻을 만큼 인기가 높다. 납품 업체인 중소기업에서 생산-품질-개발-영업-경영지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책임 떠넘기기, 부서 이기주의, 사내 파벌, ‘가족경영’의 폐해, 업체 대표와 직원 간의 연봉 협상 등을 생생히 보여 줘 직장인에겐 공감을, 취업 준비생에겐 공포를 안겨 준다. 만화는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경영진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원가절감을 외치는 사장이 법인 리스로 고급 외제차를 새로 마련한 데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진화에 나섰다. 사장은 “회사 대표인 내가 국산 중형차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검소하게 볼 것 같겠지만, 내가 국산 중형차 타면 외제 차나 국산 대형 세단만 타는 거래처와 고객사 사장들은 내가 지독한 구두쇠라고 여겨 거래를 안 할 것”이라며 “사장인 내가 자네들 월급보다 2∼3배밖에 못 받고 그 정도 수준으로 살면 자네들부터 이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달랜다. 얼핏 들어 보면 그럴듯한 말에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장은 출근하지도 않는 부인, 아들, 사촌, 팔촌을 회사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빼돌리거나, 재하청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고 외주 업체에서 리베이트 받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경영지원을 담당한다는 한 누리꾼은 “순진한 직원들 꼬셔서 회사에 충성하게 만드는 게 훌륭한 중소기업 오너”라며 “실제 대다수 중소기업 이름이 ‘○○텍’ ‘○○테크’ ‘○○인터내셔널’ 이런 식인데 회사 이름이나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라 소름 돋았다”고 적었다. 직원들 격려한다며 금요일에 회식을 잡고 무한 리필 삼겹살 집에 데려간 뒤 “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생색내는 사장, 반품 들어온 제품에 사포질만 하고 새 박스에 포장해 마치 새 제품인 양 다시 납품하는 후진적 관행을 다룬 에피소드 등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들은 “무조건 대기업에 가라”며 각자 경험담을 댓글로 쏟아 냈다. “‘지금은 연봉이 낮지만 잘하면 팍팍 올려 줄게’라고 하지만 정작 잘한다는 기준이 없다”, “‘우리 회사 직원은 모두 일당백’이라는 말은 혼자 온갖 역경을 알아서 헤쳐 나가라는 뜻”, “‘우리 회사에서 1년 일하면 다른 데서 3년 일한 거랑 마찬가지’라는 건 세 명이 할 일을 혼자 하라는 것”이라는 식이다. 야근이 너무 많아 회사 재활용 쓰레기통에 자양강장제 병이나 카페인 에너지 음료 캔이 잔뜩 쌓여 있거나, 실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직원이 서류상 수두룩하게 등록돼 있는 점도 중소기업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 시리즈의 글쓴이가 스스로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밝혔으니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대부분 실제 경험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시리즈를 정독한 기성세대라면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엔 눈길을 주지 않고 대기업에만 올인하는 세태를 두고 ‘쓸데없이 눈만 높다’고 탓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누리꾼들은 “어른들은 일단 중소기업에서부터 일을 배우라는데 이런 현실을 보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성토했다. 극소수 대기업에는 정원의 수백 배 인파가 몰려 바늘구멍에 낙타 지나가는 것만큼 입사가 어렵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역설이 어느새 상식인 양 고착돼 버렸다. 젊은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가 될 회사 상사들의 삶을 보면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라는 다짐만 되새길 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한다. 정부가 취업난이 심화되자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하며 창조경제론을 펼치는데, 중소기업에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의 모순을 해소해 주는 게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7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감 참여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대표에게서 검찰 수사 무마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대법원 국감에 법사위 소속 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돼 서울고법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져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온 박 의원이 이해관계에 있는 대법원을 감사하는 건 국감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박 의원은 2012년 7월에도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본인 사건을 두고 ‘조선시대 검찰’ ‘정신적 고문’이라고 강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고 가세했다. 야당은 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겨냥하며 맞불을 놨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저희 상대편에 앉은 의원 중 언론에 보도된 수사 대상이 있다”며 “지금까진 도의적으로 단 한 번도 (실명을) 언급 안 했지만 이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측근이 설립한 회사에 포스코 일감을 몰아주고 경제적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이 박 의원을 지목해 공세를 편 건 야당이 국감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을 계속 거론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법사위원이라도 국감 참여 자체를 막는 일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6일 간사인 이한성 의원을 통해 야당 측에 박 의원의 대법원 국감 불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의원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국감은 7일 오전 열린 새정치연합 긴급 의원총회로 예정보다 45분 늦게 시작됐고, 박 의원 문제로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두 차례 정회 끝에 오후 3시 15분에야 질의를 시작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카카오톡 이용자의 단체대화방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카카오 측이 지난달 말 일부 내용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찰과 합의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톡 특성상 제3자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었는데, 현재는 양 기관이 서로 원만하게 실무적으로 타협을 이뤄 해결책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검찰과 카카오 갈등이 정리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고객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이 합법적으로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오더라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논란이 촉발된 지 1년여 만의 타협이다. 당시 카카오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해 기소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그룹대화 내용이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악화되자 수사협조 거부라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은 검찰이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감청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제시하면 카카오 측이 감청 대상자 외의 단체대화방 참가자에 대해선 신원을 알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삭제하고 대화 내용만 제공하겠다고 합의했다. 검찰은 감청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가자를 모른 채 내용을 확인한 뒤 범죄행위와 관련된 정황이 발견되면 이를 특정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검찰이 연락처를 요청하려면 관할 수사기관장(검사장)의 승인을 받은 정식 공문을 통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감청 영장을 제시하면 카카오는 개인 간 대화 내용뿐 아니라 감청 대상자가 포함된 단체대화방 참가자 전원의 전화번호와 대화 내용을 모두 제공해왔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 끝에 단체대화방 내용 제공이 중단되자 간첩 등 공안사범을 다루는 공안부 등 일선 검찰에서는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원성이 높았다. 이번 양측의 타협으로 카카오가 합법적인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사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협조 재개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됐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무경 기자}
15차례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상균 씨(38) 측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며 결혼 상대방인 김 대표의 딸 현경 씨(32)의 이름과 직업을 언급했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체포된 이 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혼할 새 여자를 만나고 있다. 개과천선하려고 하니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법정에서 결혼 상대에 대해 ‘교수’ ‘김현경’이라는 언급도 했으나, 현경 씨의 가족 관계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6일 선고된 이 씨 판결문엔 재판부가 양형 기준을 이탈해 선처한 이유로 ‘가족 관계나 환경’을 들고 있으며, 이 씨가 현직 대학교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이 씨가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현경 씨를 ‘현경’으로 저장해 놓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현경 씨의 신원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경 씨는 지난해 8월 수원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자주 보도됐으며 10, 11월엔 수원대 이인수 총장이 국정감사 증인에서 제외됐다는 보도로 현경 씨가 언론에 빈번히 노출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도 약혼자 이름이나 직업이 교수라는 점은 알았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약혼자가 김 대표의 딸인지는 몰랐고 나중에 김 대표의 딸 교수 채용 특혜 의혹 보도를 보고서야 짐작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수사를 했던 박모 검사는 “맞다 틀리다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의 1심 재판장은 “(교수인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씨를 변호한 최교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는 “당시 이 씨의 약혼이나 결혼과 관련한 말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씨의 약혼 대상이 김 대표의 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를 검찰에 알린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서울동부지법 등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했지만, 법원 전산 시스템에는 누락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은 “전산에 누락된 자세한 내막은 파악이 안 됐다”라고 답변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조동주 기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자신이 처벌받은 사건 목격자의 진술조서를 법원에서 복사해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살생부’를 작성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일곤은 지난달 9일 충남 아산시 대형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모 씨(35·여)를 납치해 노래방 도우미로 가장시켜 유인하려 했던 노래방 주인 A 씨와 얽힌 사건 목격자 3명의 진술조서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복수를 다짐했다. 김일곤은 5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A 씨의 승용차와 끼어들기 문제로 시비가 붙어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50만 원에 처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A 씨뿐 아니라 폭행 과정을 진술한 목격자 3명에게도 원한을 품은 것이다. 김일곤은 7월 7일 서울남부지법이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이틀 뒤 법원에서 목격자 3명의 진술조서 등 기록을 복사해 살생부에 이들의 이름을 올렸다. 진술조서에는 진술자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신상정보가 담겨 있다. 김일곤은 폭행 사건 담당 경찰관과 1998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장 등 총 28명의 이름을 적은 살생부를 작성했다. 사건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피해자나 참고인 등의 진술조서를 법원에서 열람하거나 복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법원이 재판 중인 사건 조서에 담긴 각종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고 바로 건네고 있어 김일곤 사건처럼 보복 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은 판결이 확정된 사건 관련 기록의 열람 및 복사에 대해선 개인정보 보호 규칙을 두고 있지만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선 별도의 개인정보 보호 규칙이 없다. 이 때문에 일선 법원에선 피의자에게 사건 기록을 복사해 줄 때 사건 관련자의 인적사항을 완벽히 지우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피의자가 재판 중인 사건 관련 기록을 복사할 때 피해자, 목격자 등 상대방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보호하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불륜과 치정이 얽힌 ‘사랑과 전쟁’은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3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시작된 40대 남녀의 불륜은 평범한 가정을 파멸시켰다. 내연녀는 내연남을 이혼시키기 위해 불륜 장면을 찍어 내연남의 부인에게 보내고,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내연남의 부인을 성폭행하고 내 앞으로 데려와 무릎 꿇려라”라고 사주까지 했다. 부인은 내연녀에게 3억5000만 원을 건네며 불륜을 끝내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혼 7년 만에 얻은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고 발버둥쳤던 부인은 집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상억)는 내연남의 부인 이모 씨(43)에게 청산가리가 든 소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한모 씨(46·여)를 30일 구속 기소했다. 한 씨는 올해 1월 서울 송파구 내연남의 집에서 그의 부인 이 씨와 술을 마시다 치사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청산가리를 소주에 탄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닷새 후 강원 춘천에서 긴급 체포됐지만 정신 이상을 호소하며 유치장에서 자살 시도를 벌여 석방됐다. 하지만 8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결국 다시 체포돼 구속됐다. 사건 당일 밤 한 씨는 “할 말이 있다”며 이 씨의 아파트 앞으로 찾아갔다. 한 씨는 인근 마트에서 산 소주와 맥주를 자신의 차 안에서 마시자고 했다.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11층에 있는 이 씨의 아파트로 소주 1병을 들고 함께 올라갔다. 1시간여 뒤 한 씨는 혼자 얼굴을 가린 채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 오전 4시쯤 집에 돌아온 남편이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검찰과 경찰이 체포할 당시 한 씨는 춘천에서 이 씨의 명복을 빈다는 굿을 벌이고 있었다. 한 씨가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이 씨 머리맡에 놓인 소주병의 지문은 모두 닦여 있었고, 집도 깨끗이 청소돼 있었다. 검경은 한 씨가 인터넷에서 ‘청산가리 몰래 먹이는 법’ ‘청산가리로 사람 죽이는 법’ 등을 28차례 검색한 사실을 발견했다. 휴대전화로 청산가리 판매업자에게 “개와 고양이를 데려와 청산가리를 먹여보라. 바로 죽으면 당장 사겠다”고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한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한 씨가 자신을 포장하는 연기를 잘하는 전형적인 ‘연극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씨는 “제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눈물을 쏟다가도 불리한 질문을 하면 돌연 평정을 되찾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한 씨는 “이 씨가 자살한 것”이라며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박창규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3)이 직원의 횡령으로 떼인 주식매각 대금에 부과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 회장이 양도소득세 7억7000만 원과 증권거래세 1780만 원을 부과한 경기 남양주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의 아들이다. 정 회장은 1999년 당시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이었던 서모 씨에게 자신이 보유했던 신세기통신 주식 50만 주를 팔라고 지시하며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서 씨는 해당 주식 50만 주를 실제로는 173억 원에 팔았지만 형식상 중간 거래인을 끼워 2단계 계약서를 쓴 뒤 140억5000만 원에 팔았다고 정 회장에게 보고했고, 세금도 이 금액을 기준으로 납부했다. 정 회장은 남양주세무서가 “해당 주식 거래대금이 173억 원이었는데 32억5000만 원을 낮춰 신고했으니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7억7000만 원과 증권거래서 1780만 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정 회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원이 횡령한 금액에 대해 부과된 세금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정 회장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횡령 부분이 정 회장과 서 씨가 정산할 문제이고, 세금은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내야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서 씨가 권한을 위임한 정 회장의 의사에 반해 주식 양도대금 일부를 횡령했고, 서 씨가 미국으로 떠난 이상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면 부과되는 유통세인 만큼 정 회장이 주식이 실제 173억 원에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다하더라도 납부해야한다고 판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40대 여성과 대낮에 호텔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직 제명 위기에 몰려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54·경북 구미갑)은 지난달부터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10∼23일 14일간 진행된 국회 전반기 국정감사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도, 지역구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본보 취재팀이 심 의원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그는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1.4km쯤 떨어진, 자동차로 5분 거리인 한 오피스텔에 방을 얻어 두문불출하며 지내고 있었다. 심 의원은 바깥출입을 삼가며 끼니는 짜장면 등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종종 보좌진이 심 의원의 자택에 들러 옷가지를 챙겨와 전해주거나 과일 같은 먹을거리를 사들고 오피스텔을 드나들었다. 그는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면 빨간색 모자를 푹 눌러 써서 얼굴을 가렸다. 갈아입을 양복 정장을 한 손에 들고 빛바랜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연신 주변을 살폈다. 걸어서 10여 분 걸리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에도 앞 유리창에 국회 출입 차량 스티커가 붙은 제네시스 승용차를 이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를 모는 수행비서는 심 의원을 내려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차량이 나타났을 때엔 그늘진 곳에 몸을 감추고 있다 서둘러 승용차에 올라탔다. 변호사로 추정되는 정장 차림의 남성 2명이 임시 거처를 찾는 날에는 5∼6시간이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다. 모임이 끝난 뒤 심 의원은 현관까지 나와 배웅하며 “소송을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예상되는 질문과 어떻게 답변할지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심 의원은 18일 오후 오피스텔에서 가까운 한 교회를 찾았다가 누군가와 오랫동안 통화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통화 중에 상대편에게 “5000만 원 선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하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 고생 많았다”라는 말도 했다. 제3자를 통해 피해 여성 측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듯한 내용이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명안을 의결하자 심 의원은 국회에 소명서를 제출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유보한 채 윤리적 측면으로만 징계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존엄과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며 징계 유보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심 의원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검은 추석 연휴 이후 심 의원을 소환 조사한 뒤 다음 달 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다음 달 13일 국회 본회의에 심 의원 제명안이 상정되기 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얘기다. 검찰은 그동안 피해 여성 A 씨(48·여) 등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심 의원이 강제로 A 씨를 성폭행했다는 진술이나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는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7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A 씨를 불러 성폭행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A 씨는 수사 초기 잠적하며 조사를 거부하다 최근 심경을 바꿔 조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심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고 사건 이후 회유와 협박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경찰의 최초 조사에서만 “심 의원이 호텔 침대에서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고 진술했을 뿐 그 이후론 이를 번복한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박성진 psjin@donga.com·조동주 기자}
술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졌을 때 소주병이나 맥주잔 등 위험한 물건을 집어 들고 위협하기만 해도 징역 1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제3조 1항 일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폭처법 3조 1항 중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협박·재물손괴를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같은 형태의 범죄에 대해 형법에선 벌금형이 허용되고 형벌도 상대적으로 낮은 데 반해, 폭처법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어 법 적용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같은 행위를 두고 검사가 형법이나 폭처법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하면 법질서에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며 “특정 범죄 행위에 대해 형법 대신 폭처법을 적용하겠다며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위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져 폭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김 전 의원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폭처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국회회의장 소동, 정치자금법 위반 등 나머지 4개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해도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 씨(35·미국)가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터슨 씨는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한 뒤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23일 서울구치소에서 미대사관 관계자들과 40분가량 접견했다. 패터슨 씨는 이 자리에서 당초 이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확정 받은 에드워드 리 씨를 언급하며 “리 씨가 마약에 취한 상태로 ‘뭔가 보여주겠다’고 한 뒤 살인을 저질렀다. (범행에 사용된) 칼은 내 것이 맞지만 난 목격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4시 26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패터슨 씨는 헐렁한 흰 티셔츠와 흰 바지 차림에 얼굴에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 로스앤젤레스발 비행기에 타자마자 구속영장이 집행돼 수갑을 차고 호송팀 관계자에게 양팔을 붙잡힌 상태였다. 패터슨 씨는 “유가족은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패터슨 씨는 1997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011년 12월 기소됐다.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2008년 도입된 혈흔 형태 분석 등 1997년 초동수사 당시 없었던 첨단 수사기법을 동원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당시 화장실 벽에는 조 씨가 목을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남았는데, 이는 “조 씨가 패터슨 씨에게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는 리 씨의 진술과 일치한다. 검찰은 또 당시 패터슨 씨의 범행 가능성을 높게 봤던 주한미군 범죄수사대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패터슨 씨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검찰 출신 오병주 변호사(59)를 선임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조건희 becom@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