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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오전 1시 반경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의 한 건설현장. 건설업자인 교민 조모 씨(57)가 머무는 숙소 앞에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멈췄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 4명이 차에서 내렸다.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과 소총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재빨리 숙소 내 침실로 들어가 조 씨와 현지인 동거녀의 입을 막고 끈으로 팔다리를 묶었다. 다른 방에 있던 가정부도 제압했다. 가정부 옆에는 생후 8개월 된 조 씨 아들이 있었다. 괴한들은 조 씨를 협박해 현금 1만 페소(약 25만 원)를 빼앗은 뒤 전기밥솥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차로 옮겼다. 이어 침실로 되돌아온 괴한 한 명은 동거녀에게 “고개를 돌리라”고 하더니 조 씨에게 총알 6발을 발사했다. 조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불과 1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최근 필리핀에서 발생한 교민 피살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조 씨는 올 들어 필리핀에서 발생한 11번째 한국인 피살자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한국 경찰 수사팀이 창설 이후 처음으로 21일 현지에 파견돼 공조수사를 벌인 끝에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 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진수 경위(현장감식), 이상경 경사(범죄분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김희정 행정관(영상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 김동환 박사(총기분석) 등 4명으로 구성됐다. 김 박사는 사건 현장에서 총기 발사 위치와 잔류 화약 검사를 바탕으로 탄피 위치를 추정했다. 이를 통해 김 경위가 필리핀 경찰이 놓친 탄피 2개와 실탄 1개를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범인이 사용한 총기가 불법 사제 총기임을 확인하고 실탄 구입처까지 파악했다. 김 행정관은 화질이 좋지 않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차종과 도주 경로를 확인하고 차량번호를 파악 중이다. 이 경사는 목격자 진술과 증거물 분석을 통해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재구성했다. 4명은 일단 25일 귀국했지만 경찰은 필리핀 경찰의 요청이 오면 추가 수사팀 파견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이혼소송 중인 현지인 전 부인, 또 사업 파트너 등과 금전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어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필리핀에 전달했다”며 “이번 수사팀 파견으로 한국인을 노린 범죄자는 꼭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필리핀에 심어주겠다”고 밝혔다. 가파스 필리핀 바탕가스 지방경찰청 차장은 “한국 경찰이 제공한 정보를 잘 이용해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2일 단행된 경찰 수뇌부 인사는 경찰대 출신의 조직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만 57세 고위직 경찰(경무관 이상)이 명예퇴직하는 ‘조정정년제’가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요약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철성 대통령치안비서관이 경찰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치안비서관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나 경기지방경찰청장에 임명돼 차기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여겨져 왔다. 치안감급 이상 경찰 수뇌부 인사가 11월 말∼12월 초에 이뤄진 데 반해 이번 인사가 한 달 가까이 늦어진 데는 치안정감 자리를 놓고 청와대가 막판까지 고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내년 8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내년 총선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강 청장의 레임덕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로 강 청장의 참모였던 이상원 신임 서울경찰청장과 정용선 신임 경기경찰청장이 수도권 안전을 책임지게 됨에 따라 청와대가 강 청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정정년제는 2000년 이무영 경찰청장 시절 고위직 인사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최근 정년 60세 연장 등 사회적 분위기에 거스른다는 경찰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 청장은 올해 취임 1주년을 맞아 조정정년의 단계적 완화를 약속했다. 이번에 1958년생 이 신임 서울경찰청장과 이 신임 경찰청 차장, 허영범 신임 대구지방경찰청장 등이 전보 및 승진함에 따라 조정정년제가 사실상 폐지된 게 아니냐는 평가다. 이와 함께 치안정감과 치안감 승진자 15명 중 경찰대 출신이 9명, 간부후보 4명, 사법고시 2명이어서 경찰대 출신의 중용이 이번 인사에서도 두드러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는 22일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이상원 경찰청 차장(57)을 전보하는 등 치안정감 및 치안감 30개 직위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차장에는 이철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치안비서관(57), 경찰대학장에는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51)이 승진 내정됐다. 이상원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간부후보 30기다. 경찰청 수사국장과 인천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이철성 신임 경찰청 차장은 경기 수원 출신으로 수원 유신고와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가 1989년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됐다. 백승호 신임 경찰대학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전남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3기다. 부산지방경찰청장에는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49)이, 인천지방경찰청장에는 김치원 경북지방경찰청장(53)이, 경기지방경찰청장에는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51)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이날 박진우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 경무관 10명이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등 치안감급 24개 직위에 대한 인사도 단행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노인 세대 대상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매너 노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마음은 매너를 지키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81세 할머니는 “다리가 아픈 우리는 뿌리 없는 나무다. 잠시라도 앉지 않으면 힘들다”고, 팔순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장유유서가 제1의 가치인 줄만 알았지 21세기 ‘매너 노인’ 교육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노인층도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야겠지만 젊은 세대도 노인 세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 10월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에서 경기 의정부시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열차. 노약자석이 가득 찬 상태에서 한 노인이 일반석에 앉은 20대 남성의 머리를 우산으로 내리쳤다. 머리를 맞은 최모 씨(22)는 그 자리에서 노인 이모 씨(73)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 씨는 동묘앞 역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자리를 양보 안 하는 젊은것이 싸가지가 없어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하철에 “어른이 서 있으면 자리를 양보해야지”라고 고함치다 최 씨가 쳐다보자 “뭘 째려보느냐”며 우산으로 때렸다. 최 씨는 이런 이 씨의 폭행에 대응하지 않고 바로 신고했고 합의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폭행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싸가지 없는 젊은것은 때려도 된다’고 보는 노인 세대의 가치관과 오히려 이런 생각이 문제라고 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본보 취재진은 노인과 전문가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들은 매너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고 살아온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연령이 권위를 갖는 시대가 지났는데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이 갈등을 만들고 있다며 젊은 세대도 노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니까…”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관악구 강남구 일대에서 노인 35명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부분 매너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낯설다고 털어놓았다. 이기범 씨(77)는 “어른들을 공경하라는 말만 들었지 줄서기처럼 서양식 교육은 따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할아버지들은 밖에 많이 나갈 일도 없으니 배울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손인철 씨(80)는 “예전 교육에선 윗사람이 항상 먼저였는데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노인들은 배려하지 않고 다 일렬로 서 버리는 게 질서라고 한다. 평생 장유유서로 예절교육을 배운 노인들에겐 그런 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신체적 제약 때문에 젊은이들을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모 씨(81·여)는 “우리들은 뿌리 없는 나무다. 할머니들 중에 다리수술 안 한 사람이 있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서 있으면 쓰러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김옥심 씨(84·여)도 “내가 봐도 할머니들이 막 제치고 앞서 나가려 할 땐 민망하지만 나이가 들면 나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말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형인 씨(80)는 “귀가 먹어 이야기를 크게 할 수밖에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핀잔을 주는 것 같아 슬프다”고 했다. “물건을 사러 가도 잘 설명해주지 않고 자기들 하는 식으로 해버리니까 자책감과 소외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살아온 환경이 달라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영숙 씨(81·여)는 “옛날엔 못 먹고 살았으니 무조건 빨리 가야 먹을 것도 가져올 수 있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빨리빨리’ 근성이 남아 있다”고 했다. 박면종 씨(77)도 “전쟁 때 애를 많이 낳아 형제가 많다 보니 뺏기는 걸 싫어한다”며 “그러다 보니 행동도 빨라지고 자리 하나라도 남으면 먼저 앉으려고 한다”고 했다.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노인들이 보상심리 때문에 난폭한 행동을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현규 씨(85)는 “6·25전쟁, 월남전에 다 참전하고 대동아전쟁까지 겪었다”며 “내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가유공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며 “그것만으로 예우를 받으려는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노인부터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용혁 씨(75)는 예의범절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요즘 시대에 줄을 서서 공공장소에 들어가는 게 예의라면 따라야 한다. 노인들도 젊은 시절이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 부모와 생활한 젊은 세대… 노인 이해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핵가족화로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게 됐지만 노인들은 주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부모와 떨어져 생활한 젊은 세대들이 노인의 가치관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서도 가족 구성이 2대인 응답자의 58%가 우리 사회의 노인 세대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본 반면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 구성원은 52.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의 능력과 역량으로 개인적 가치관이 중시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나이가 많든 적든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이는 사회가 진보하면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인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고, 젊은 세대는 이를 이해하기 전에 반발심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존댓말이 없는 영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연장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경향도 있다. 서양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화하고 싶지만 단어 하나만 잘못 써도 “어른 앞에서 말버르장머리하고는…”이란 말을 쉽게 듣는 풍조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과거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노인들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김형래 시니어 파트너즈 상무는 “이 세대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부 노인들이 권위적 행동으로 보상받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결론은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교통 노약자석을 젊은 세대는 ‘사회적인 선의’라고 생각하지만 노인들은 ‘당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회질서에 대해 세대 간 합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젊은 세대가 다른 연령보다 유독 노인이 튀는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 태도를 갖는 측면이 있다”며 “시니어 매너 교육도 좋은 시도지만 젊은 세대에도 노인에 대해 이해를 증진시키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박훈상 기자}
필리핀에서 교민이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또 숨졌다. 올 들어 필리핀에서 발생한 11번째 한국인 피살자다. 경찰은 21일 범죄 전문 수사관 4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한국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은 창설 이후 처음이다. 21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오전 1시 반경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에서 교민 조모 씨(57)가 자택에 침입한 4인조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조 씨는 당시 필리핀인 부인, 아기와 함께 잠을 자다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괴한들이 금품을 훔친 흔적을 남긴 것으로 미뤄 단순 강도사건인지 아니면 사업상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침입 방법과 금품이 사라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강도사건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원한에 따른 강도 위장 청부살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감식, 프로파일러, 폐쇄회로(CC)TV 전문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 분석 전문가 1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김일곤 사건과 삼호주얼리 사건 등을 담당했던 이들은 현지 경찰과 함께 범죄 현장 감식, 총탄 분석 등 공조수사를 통해 범인 검거를 도울 계획이다. 지난달 초 강신명 경찰청장이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 경찰청장과 강력사건 발생 시 초동수사 단계부터 합동수사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인 피살자가 많은 이유는 불법 총기가 100만 정 이상 유통되고 살인청부가 횡행하는 필리핀의 치안 상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3년 이후 다른 나라에서 피살된 한국인 중 40%가 필리핀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피살자 중 단순 여행객은 없고 교민이나 사업을 위해 필리핀을 찾은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유종 기자}

‘깔끔한 차림으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으며 존댓말로 대화하는 노부부.’ 동아일보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 메조미디어에 의뢰해 노인 세대에 대한 생각이 담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83만3374건을 분석한 결과에 나타난 이상적인 노인 모습에 대한 묘사다. 노인 세대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에서 ‘노부부’가 5만21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할머니(3만620건), 할아버지(2만6050건), 손(1만896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랑(7769건), ‘나도’(7084건)의 언급도 적지 않아 로맨틱한 노부부를 보고 ‘나도 그처럼 늙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철규 국민대통합위원회 소통공감 부장은 “긍정적인 의견의 주요 연관어를 보면 오래도록 사랑하는 노부부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감정이 많다”며 “썸타기, 이혼 같은 인스턴트 사랑 시대 속에 그들의 모습이 귀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분석해보니 안타까움(47%), 귀여움(23%), 멋짐(12%) 순으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감정은 간병이나 경제난으로 인한 노부부의 동반자살이나 힘든 삶을 사는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또 존경보다 귀여움, 멋짐과 같은 친근한 감정이 많아 편안하게 다가오는 노인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국민들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 노인 세대에 존경심도 드러냈다. 10월 29, 30일 이틀간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민주화, 경제 발전 등 대한민국 성장에 기여한 모습’(25%), ‘연륜에 근거해 지혜를 나누는 모습’(19.2%), ‘정 많고 포용적인 모습’(18.7%) 순이었다. 하지만 20대 응답자는 ‘대한민국 성장에 기여한 모습’이 12.7%로 ‘연륜에 근거해 지혜를 나누는 모습’(42.9%)보다 적어 경제성장 기여도에 대한 견해가 기존 세대와 다소 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가끔 보면 나이가 벼슬인 줄 아는 어른이 있어요. 사회에서 만나면 그냥 개인 대 개인일 뿐이죠.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는데 나이 든 분이 초면인데도 함부로 대하고 반말하고. 꼰대가 아닌 어른이 필요한 사회입니다.”(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동아일보는 10월부터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함께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메조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주로 쓰는 다음아고라, 오늘의유머 등 11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151만5243건을 분석하고 할머니, 늙은이, 꼰대,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 등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키워드 34개를 선정했다. 이를 이용해 노인 세대에 대한 생각을 밝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83만3374건을 통해 젊은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노인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표출이 45%로 긍정적인 의견(16%)보다 많았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대중교통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 세대 간 전쟁터 ‘지하철 1호선’ 대중교통 중에서도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언급한 것이 가장 많았다. 올해 지하철 1호선 노인(65세 이상) 승차 비율은 19%로 다른 노선(8∼13%)보다 높았다. SNS에서 1호선은 ‘노인전용선’ ‘어르신 천국’ ‘앉을 확률 0%’ ‘헬게이트’ 등으로 불린다. “1호선을 타보면 어르신 보는 눈이 달라진다. 노인 세대에 대한 혐오가 생길 정도”라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3일 하루 지하철 1호선을 타보니 다른 승객을 배려하지 않는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청량리역을 출발한 지하철 객차 안은 파 냄새가 진동했다. 노약자석에 앉은 70대 할머니 2명은 커다란 검은 봉지에서 대파를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대파에서 떨어진 흙 때문에 바닥이 더러워졌다. 젊은 승객이 할머니를 향해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뭐 할머니들이 잠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울역을 출발한 지하철 안에선 여기저기 신발을 벗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노약자석에서 등산복 차림의 70대 할아버지는 “발이 시리다”며 등산화를 벗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비슷한 연령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습을 본 임신 3개월 차 김모 씨(32)는 “공공장소에서 신발 벗고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일반석 쪽으로 옮겨가 서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을 담당하는 한 보안관은 “장애인 휠체어 구역에서 돗자리를 펴고 여럿이 술을 마시고, 다짜고짜 젊은 세대에게 욕하는 노인도 있다”며 “이런 행동을 제지하면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하며 화만 낼 뿐 고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자리 양보 문제는 1호선의 갈등 요인이다. SNS에서 언급된 갈등 요인 중 33.9%가 자리 양보로 일어난 문제였다. 젊은 세대의 머릿속은 “노약자석이 아니면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 노약자석도 노인만 앉는 자리가 아니라 임산부, 환자, 어린이 같은 약자도 함께 앉는 자리다”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중심의 농촌공동체를 기억하는 노인 세대와 공공질서를 중시하며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 간의 생애경험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충돌이 벌어진다”며 “압축성장 속에 급속히 가치관이 변하며 세대 간 접점이 벌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76)은 자리 양보 문제를 풀 해법을 노인 세대에 제시했다. 일반석뿐 아니라 노약자석에 젊은 세대가 앉아 있더라도 그들도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하라는 것이다. “젊은이의 눈을 마주 보고 양보를 강요하면 젊은 세대는 무시하듯 눈을 감아요. 이러면 노인 세대는 눈을 뜨라고 손이나 발로 툭 치는데 이러면서 갈등이 커집니다. 이젠 노인 세대도 젊은 세대의 처지를 먼저 잘 헤아리고 존중해야 대접받을 수 있어요.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대접받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존댓말 쓰는 노인에게 감동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의 한 패스트푸드점. 이곳은 커피나 식사를 싸게 즐기려는 노인이 많이 찾아 ‘도심 경로당’으로 불린다. 그 시간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손님 44명 중 33명이 노인 세대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젊은 세대인 아르바이트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노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주문하는 노인 30명 중 23명이 반말로 주문했다. “콜라 석 잔 줘” “물 좀 줘” “커피 한 개” 등 명령하듯 반말로 주문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은 일상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야야’ ‘어이’라고 불러 가보면 테이블 좀 치우라는 명령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SNS에서도 “노인은 왜 반말이 자동탑재인가” “초면인데도 반말하고 ‘어이’ ‘이봐’라고 부르는 진상 노인이 많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실제로 노인 세대의 대화법에 대한 SNS 게시글 중 반말(74.7%)이 존댓말(25.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령조의 반말을 고집하는 대다수 노인 사이에서 존댓말 쓰는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존경심은 매우 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김모 씨는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하는 노인을 만나면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알바하면서 존댓말을 쓰던 어르신을 딱 한 분 만났는데 고마워서 잊을 수 없다” “나이 어리다고 다짜고짜 반말 듣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존댓말로 길을 묻는 할아버지를 만난 일은 감동으로 남았다”는 글이 올라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한 이모 씨(76·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예의다. 대접을 받고 못 받고는 어른 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는 존댓말이 꼽힌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초면에 반말 듣는 일을 싫어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존댓말을 써 준다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사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영환 대한노인회 정책이사(55)는 “노인 세대는 존중받아야 할 우리 사회의 어르신이지만 이젠 젊은 세대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인의 기준, 법으론 65세 국민은 “67세” ▼ “70~74세” 44%로 가장 많아… ‘60대=노인’ 지칭 갈수록 줄어 한국인은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 결과의 평균치는 67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어, 사회적인 인식 연령이 행정적 기준보다 더 높았다. 법적으로 각종 경로 우대 혜택이 제공되는 나이는 만 65세다. 대표적 혜택인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만 65세부터 혜택이 주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고령사회를 분류하는 기준도 65세. 하지만 대한노인회가 5월 정기이사회에서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부터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70∼74세가 노인의 기준이라고 답한 사람이 44%로 가장 많았다. 65∼69세라고 답한 의견이 30.3%로 그 뒤를 이었다.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인을 언급한 83만3374건의 글에서 노인을 ‘60대’라고 지칭하는 사례는 줄어드는 반면 ‘70대 노인’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점점 늘어났다. 2013년 게시글 중 60대를 노인이라 표현한 것은 48.6%, 70대는 20.1%였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4년 42.1% 대 31%로, 70대가 노인이라는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SNS 분석을 통해 드러난 노인의 외모는 ‘흰머리’에 ‘등산복’이나 ‘정장’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다. 외모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한 단어는 흰머리(25%) 등산복(16.4%) 지팡이(15.4%) 정장(15.1%) 주름 한복 순.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거나 “정장을 잘 차려입은 노인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의견을 SNS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동아일보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 결과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9, 30일 이틀간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79.6%)는 응답이 ‘심각하지 않다’(18.9%)는 응답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세대 간 갈등의 전망에 대해서도 ‘나빠질 것이다’(41.1%)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하루빨리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대 간 갈등은 사소한 일에서 비롯됐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메조미디어가 노인 세대에 대한 생각이 담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83만3374건을 분석해 보니 노인 세대를 향한 부정적인 언급은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 공간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자리 양보를 강요하거나 무질서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부 노인의 모습에 불만이 집중됐다. 여론조사 결과 노인 세대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54.1%로,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42.7%보다 많았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29.2%),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만 얽매여 있는 모습’(21.6%), ‘반말 등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21.3%), ‘새치기, 자리 양보 강요 등 무질서한 모습’(12.3%) 순으로 꼽혔다. 특히 20, 30대에서는 60% 이상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반말 등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젊은 세대는 상대방이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로 말을 걸고, 양보를 받으면 “고마워요”라고 꼭 인사하는 노인을 이상적인 품격 있는 노인 세대로 꼽았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세대 간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자신이 속한 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며 “이젠 노년 세대가 경험 많고 지혜로운 모습에 더해 공공질서와 예절 준수를 미덕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등 불법 시위 11건을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8개)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사진)에게 소요죄를 추가로 적용해 18일 검찰에 송치했다. 소요죄 적용은 1986년 5월 3일 인천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5·3 인천사태’) 이후 29년 만이다. 형법 제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 일정 지역의 평온을 해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된다. 경찰은 “수사 결과 1차 민중총궐기 당시 벌어진 폭력시위는 일부 참가자의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한 위원장 등 민노총 핵심 간부의 치밀한 사전 기획으로 준비된 것”이라며 “당시 도로 점거와 공무집행 방해로 서울 광화문과 종로 등의 평온을 크게 해쳤기 때문에 소요죄 적용 요건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검찰 공안부는 소요죄 기소 가능성을 놓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해외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동네에서 극심한 난동을 피운 경우에도 소요죄가 적용된 사례가 있는 만큼 적용 요건은 충분하다”는 의견과 “현재까지 드러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때와 소요죄로 기소할 때 양형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무리해서 소요죄를 적용할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검찰 조사에서도 묵비권과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시위 및 압수수색 현장에서 확보된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변종국 bjk@donga.com·박훈상 기자}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찰 연락 데스크가 17일 동시에 문을 열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강신명 경찰청장과 팜 후 치 주한 베트남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에서 발생한 베트남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베트남 데스크 개소식을 열었다. 같은 날 베트남에서도 현지 공안부에 한국 교민 보호를 위한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됐다. 경찰 연락 데스크는 상대방 국가에 거주하는 자국 교민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 상황을 신속히 공유한다. 해외도피사범 검거 및 송환, 범죄정보 교환 등의 임무도 맡는다. 경찰청 베트남 데스크에는 베트남어 특채 경찰관이, 코리안 데스크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베트남 경찰관이 근무한다. 곽정기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경찰청에 특정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담 조직이 만들어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베트남 데스크의 활동이 14만 베트남 현지 교민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각오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오래전 실종된 아동이나 장기 미제 사건 용의자의 현재 또는 미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최첨단 몽타주 기법이 도입됐다. 경찰청은 사람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3차원(3D) 몽타주 시스템 장비를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와 서울·부산·경기지방경찰청에 보급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수사 과정에서 사용 중인 몽타주 시스템은 1999년 도입됐다. 이 시스템은 사람의 얼굴 정면만 그려낼 수 있다. 또 피해자가 눈과 코, 입의 모양 등을 묘사하면 수사관이 조합하는 방식이라 전체 얼굴이 어색하게 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새로 도입된 3D 몽타주 시스템은 피해자가 자신의 기억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고 단계별로 직접 형태를 골라 얼굴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한국인 4000여 명을 분석해 얻은 5가지 얼굴 형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해 여러 가지 예시를 보면서 범인 얼굴에 가장 가까운 몽타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3D 모듈을 이용해 점 단위로 얼굴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눈썹 두께 같은 미세한 부분도 조정할 수 있다. 지적인, 공격적인, 어려 보이는 등 7가지 인상에 따라 이목구비 조절이 가능하고, 다양한 표정 변화도 표현하게 된다. 시스템을 개발한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인 표본 얼굴을 보면서 몽타주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목격자의 흐릿한 기억까지 되살릴 수 있다”며 “빛과 조명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 모습도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기 미제 사건과 실종 아동 수사에 3D 몽타주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노화에 따라 눈이 처지고 주름이 생기고 피부색이 바뀌는 변화 과정을 시스템에 적용해 나이별로 바뀌는 모습을 몽타주에 담아낼 예정이다. 용의자의 현재 얼굴이나 실종 아동이 성장해 어른이 된 모습도 예측해 그려낼 수 있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어두운 밤이나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피해자나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한 몽타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3D 시스템 도입으로 더 많은 정보를 몽타주에 담을 수 있어 범죄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일본 경찰이 지난달 23일 발생한 야스쿠니(靖國) 신사 폭발음 사건과 관련해 한국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1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야스쿠니 신사 안뜰에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로 구속된 한국인 전모 씨(27)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를 통해 한국 수사 당국에 요청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일본 경시청으로부터 전 씨의 출입국 기록이나 거주지 등 개인 정보,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관련 정보 등의 조회를 받았다”며 “전 씨에 대해 한국 측이 확인한 사항을 지금까지의 원칙과 관례에 따라 서류로 주고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경시청 공안부가 이르면 올해 안에 한국에 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으나 한국 경찰 측은 “일본 수사관이 한국에 와서 직접 수사할 수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박훈상 기자}

경찰이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사진)의 소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에 비해 무거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서울지방경찰청 불법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비롯해 올해 열린 불법 시위 11건과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8가지 혐의로 13일 한 위원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경찰은 형법상 소요죄 혐의를 추가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를 한 자’에게 적용된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위원장 선거 때부터 장기간 폭력시위를 준비한 정황이 있고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국민 불편이 크기 때문에 소요죄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이라며 “한 위원장은 현재 조사 전까진 대화를 나누다가 막상 조사가 시작되면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민노총 집행부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민노총 핵심 간부인 이영주 사무총장,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검거에 나섰고 지난달 16일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도피할 당시 이를 도운 민노총 정책기획국장 김모 씨, 대외협력국장 박모 씨에게도 범인 도피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13일 현재 한 위원장 등 11명을 구속하고 543명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모두 793명을 수사 중이다. 이날 민노총은 한 위원장의 자필 최후진술서를 공개했다. 한 위원장은 “삼권 분립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에서 공정한 눈,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실 거라 믿고 조계사를 나왔다”고 썼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민노총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지와 약속을 밝혔음에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법의 관용과 양심을 무시한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53)은 11일 이틀째 이어진 경찰 조사과정에서 시종 묵비권을 행사했다. 전날 경찰 체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황한 ‘연설’을 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불법 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동하는 등 올해 불법 시위 11건과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8가지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해 이날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를 한 자’에게 적용하는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조사를 거쳐 혐의 추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경 민노총 법률원 조세화 변호사 입회하에 한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이틀간 300여 개 항목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3차례로 나뉘어 진행된 8시간가량의 조사 내내 인적사항 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유치장 내 조사실이 따뜻한데도 모포를 덮고 웅크리거나, 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장만 바라봤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처럼 식사를 거부하고 구운 소금과 물만 섭취했다. 법조계에서는 체포 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한 위원장의 모습이 과거 주요 공안·정치 사범들과 판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3년 내란음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댓글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국가정보원이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날조한 사건”이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진술조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8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받아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라며 재판 중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도 직접 답변을 거부해 공판이 파행됐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피의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면 묵비권 행사가 반드시 피의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하이힐로 경찰을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소환된 일명 ‘하이힐녀’ 진모 씨(48·여)도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다가 동영상 등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이나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따져 유무죄를 판단하기 때문에 진술 거부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을 “이질적인 사람”이라며 “기존의 삶과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한 공간(조계사)에 있게 되니 당연히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사회 현안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절망스럽게 만드는 문제라면 당연히 종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변종국·권오혁 기자}

10일 체포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경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체포 직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은 피할 수 없다. 아니 피하지 않겠다”며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시절 77일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2009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이후 또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한상균, 묵비권 행사로 일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된 한 위원장은 경찰서 1층 유치장 내 조사실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경찰이 폭력으로 번진 집회 현장에서 채증한 사진도 보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변호인 입회하에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인적사항만 답변하다가 30분이 지나자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미리 준비해 놓은 300여 개의 신문 항목을 차례로 물으며 한 위원장이 보이는 반응을 조서에 기록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 앞서 흉기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조계사에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투쟁 선동 동영상 등을 17차례 올렸지만 경찰 확인 결과 한 위원장은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았다. 수사에 대비해 체포 전 누군가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어 변호를 맡은 민노총 법률원 장종오 조세화 변호사를 접견했다. 11일째 단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경찰서 구내식당의 점심과 저녁을 모두 거부하고 오후 4시 1차 조사를 마친 뒤 구운 소금만을 요청했다.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2차 조사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300여 개 신문 항목 중 절반 이상 질문했지만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며 “하지만 채증 자료와 한 위원장 발언, 관련자 진술 등만으로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3차 조사는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등 한 위원장에게 총 24개 범죄 사실과 8가지 혐의를 적용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1차 투쟁대회를 포함해 올해 총 11건의 불법 시위를 주도하면서 일반교통 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 신청 때는 적용하지 않고, 증거 자료를 수집한 뒤 기소 단계에서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불법 폭력시위를 사전에 기획하고 청와대까지 진격하기 위해 민노총과 산하 산별노조에 시위 당일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나라 전체를 마비시키자”며 폭력시위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노총 핵심 간부들도 수사 경찰이 민노총 핵심간부 등 집행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예고해 민노총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와 같은 불법 폭력시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출석요구 시한을 넘긴 민노총 핵심간부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의 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이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2일 경찰에 출석해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수석부위원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한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조계사 관음전을 걸어 나왔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올린 그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약 15분간 면담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총파업 투쟁을 부르짖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 18분경 조계사 일주문을 빠져나왔고, 그를 기다리던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염주를 낀 그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은신한 지 24일 만인 10일 서울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11일 한 위원장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8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체포되자마자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체포 전 조계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오늘 구속된다 하더라도 노동개악이 저지될 때까지 감옥과 법정에서도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대로 이른바 ‘법정투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데 대해선 어떠한 책임 있는 발언 없이 또다시 불법 파업을 선동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폭력시위가 벌어진 것에 대해 되레 ‘국가 공권력의 폭력 진압’을 주장하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또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 추진을 ‘비정규 악법’이라고 비난하면서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위력적으로 해내자”며 민주노총에 총파업 투쟁 돌입을 지시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을 따로 만나 “백남기 농민에게 비통한 일이 발생할 경우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으로 이어가자”며 백 씨 사건을 정권 퇴진 투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민노총의 16일 총파업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위원장 선거 때부터 대규모 시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후 장기간 폭력시위를 준비해 왔다고 보고,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위한 증거자료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투쟁본부에 가입한 단체를 철저히 수사해 한 위원장의 배후세력까지 밝혀낼 계획이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체포에 이어 지난달 불법 폭력시위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는 이영주 사무총장,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 민주노총 핵심 간부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주변은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였다. 이날 경찰이 통보한 체포영장 집행 시간인 오후 4시가 가까워질수록 관음전 주변 긴장감은 높아졌다. 오후 2시 10분경 조계사 측은 충돌에 대비해 대웅전 앞마당에서 관음전 2층으로 연결된 구름다리를 분리했다. 관음전 1층 출입구도 모두 잠갔다. 오후 2시 50분부터 조계종 스님과 종무원 등 200여 명은 한 위원장 검거를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 반대”, “평화적 해결” 피켓을 들고 관음전 주변에 집결했다. 스님들은 항의의 의미로 목탁을 두드렸다. 이들을 향해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은 “한상균을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음전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관 1000여 명을 조계사에 투입했다. 13년 만의 종교시설 진입이었다. 이들은 관음전 주변을 에워쌌다. 조계사 밖에는 경찰관 7000여 명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출입통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민주노총 관계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투신에 대비해 수십 개의 매트리스도 관음전 주변에 설치했다. 경찰은 오후 3시 17분 관음전 서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조계종 스님과 직원 200여 명은 스크럼을 짜고 “여긴 절이다. 경찰은 나가라”며 맞섰다. 경찰은 한 차례 물러난 다음 30분이 지나 조계종 관계자를 한두 명씩 끌어냈다. 연행 과정에서 조계종 관계자와 경찰 간에 고성이 오갔다. 오후 4시 4분경 서문 출입구를 장악했다. 관음전 주변을 둘러싼 조계종 관계자의 ‘인간벽’도 해체됐다. 같은 시각 경찰이 조계사 주변 경비를 강화해 민주노총 조합원 등은 관음전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 조끼를 입은 사복차림의 경찰 검거조는 관음전 출입구를 확보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 조계종 측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 위원장에게 제안한 오후 5시까지 집행을 기다렸다. 오후 5시가 되면 종로경찰서 수사과 직원들이 체포영장을 들고 검거조와 함께 관음전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경찰이 행동 개시에 막 나서려는 순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들려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오후 5시경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처음 성명을 내놓고 “영장 집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일(10일) 정오까지 거취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조계종의 발표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고 있던 경찰청 지휘부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수사국장, 정보국장, 경비국장 등은 30분간 숙의한 끝에 “큰 종교계 지도자이니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직접 시간을 정해 해결하겠다고 하니 여기서 더 밀어붙이면 충돌만 야기할 뿐”이라며 “단, 총무원장이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 가차 없이 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체포 명령만 기다리던 검거조에도 “내일 정오까지 연기한다”는 지시가 전달됐다. 검거 작전이 연기된 뒤 경찰은 관음전 주변 30명 등 병력 700여 명만 현장에 남긴 채 철수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체포 작전에 돌입하자 “즉각 총파업과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며 반발했다. 경찰의 체포 작전이 벌어지던 오후 5시 10분경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 체포 작전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대한불교청년회 회원 등 100여 명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동체대비 법회’를 열고 경찰 대응을 비판했다.권오혁 hyuk@donga.com·박훈상·김재형 기자}

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경찰의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이 조계종의 긴급 요청에 따라 10일 낮 12시로 연기됐다. 6일까지 거취를 밝히겠다고 조계사 신도회에 약속했던 한 위원장이 말을 뒤집은 데 이어, 경찰의 체포 작전이 개시되자 조계종이 중재 역할을 자임하면서 검거가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10일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25일째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9일 오후 5시 경찰의 체포 작전이 임박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위원장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위한 것”이라며 “내일(10일) 낮 12시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으니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자승 스님의 제안을 감안해 일단 영장 집행을 연기하겠다”며 “다만 10일 정오까지 한상균의 자진 출석 또는 신병 인도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당초 방침대로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9일 밤 한 위원장과 다시 접촉해 10일 정오 이전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뒤 경찰에 자진 출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사 관계자는 “10일 아침 한 위원장의 퇴거 방식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9일 오후 3시부터 한 위원장이 은신한 조계사 관음전 강제 진입을 두 차례 시도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의 종교시설 강제 진입은 2002년 3월 10일 발전노조 간부를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경내에 들어간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경찰은 한 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관음전 주변에 경찰 12개 중대 1000여 명을 투입해 검거에 나서는 한편 조계사 주변에 7000명을 배치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사진)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조계사 진입이 임박했다. 경찰은 9일 오후 4시까지 한 위원장이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조계사에 직접 들어가 검거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같은 시간에 수도권 조합원들에게 조계사에 집결하라고 지시해 충돌 사태가 우려된다. 경찰의 종교 시설 강제 진입은 2002년 3월 10일 발전노조 조합원 검거를 위해 조계사 경내에 들어간 이후론 없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상균의 도피 행위를 더 좌시할 수 없어 24시간 이내에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며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조직적인 불법 폭력 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 시설로 도피한 채 계속 불법 행위를 선동하는 것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라며 “‘자진 퇴거 약속’을 어기고 계속적인 불법 투쟁을 선언한 것은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체포 작전에 돌입하면 ‘즉각 총파업 및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는 투쟁 방침을 세웠다. 공안 탄압 규탄 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전면적인 총파업에 들어가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투쟁 강도를 높여 갈 계획이다. 한편 조계사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무는 것은 9일 오후 5시가 마지노선”이라며 “그 전에 종무원이라도 나서 경찰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계종 화쟁위는 경찰의 최후통첩에 “경찰이 일방적으로 체포영장 집행 기한을 발표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촉구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23일째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더 피할 곳 없는 처지가 됐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에 조계종과 조계사 신도들은 ‘자비(慈悲)’를 거둬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에 경찰도 조계사 경내로의 강제 진입 방침을 밝혀 한 위원장 체포는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초긴장 상태 빠진 조계사 8일 조계사에는 하루 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경찰은 밤사이 민주노총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기동대 11개 중대 약 900명을 조계사 주변에 비상 대기시켰다. 민주노총은 이에 맞서 경찰의 체포 작전을 ‘민주노총 궤멸 시도’로 규정하고 총파업으로 맞설 기세다. 이날 오후 1시 반 조계사 신도 60여 명은 “한상균을 끌어낼 테니 경찰이 잡아가라”며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관음전에 진입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4층에 진입하기 위해 열쇠공까지 불렀지만 복도를 막은 철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분노한 신도들은 “한상균 나와라”라고 소리치며 철문을 발로 차고 2시간 동안 퇴거를 요구했다. 신도회 임모 씨(75·여)는 “신도가 마음을 자비롭게 가지니 한 위원장이 우리를 이용한 것밖에 안 된다”며 “내일(9일)은 꼭 나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계사를 비롯한 조계종도 격앙된 분위기다.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 약속을 어기고 사찰을 정치 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승 총무원장까지 거명하며 자신을 받아 준 조계종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는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 그 전술은 자본과 권력의 수법과 다르지 않다”며 “객으로 한편으론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조계사 관계자는 “도대체 제정신이냐.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질’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입으로는 노동자의 대의를 얘기하지만 한마디로 신의, 약속, 책임 같은 단어와는 담 쌓은 인물이다”라고 비난했다. 한 위원장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셈이다. 한 위원장의 난데없는 조계종 비난은 조계사와 화쟁위원회가 이날 새벽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 퇴거 시한을 통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계사 측은 “대화 내용은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한 위원장 측이 노동 관련 매체에 흘렸다”며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간 한 위원장에게 우호적이던 화쟁위도 “국민을 믿고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하여 줄 것을 희망한다”며 한 위원장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대통령 불호령에 경찰 최후통첩 경찰은 9일 오후 4시까지 한 위원장이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 작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경찰은 조계사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검문검색을 통해 한 위원장 비호 세력의 조계사 진입을 막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명 ‘한상균 호위대’로 불리는 민주노총 노조원이 한 위원장 검거를 방해하면 범인도피죄를 적용해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조계사 진입 방침에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5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여전히 체포되지 않았다는 보고에 주무 장관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계사 경비를 위해 지난달 16일 이후 23일간 경찰관 1768명을 투입했으며 급식비와 간식비, 유류비 등으로 2억3344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6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9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조합원이 조계사 인근에 결집해 경찰 체포를 막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마련 중이다. 9일 오후 7시엔 조계사 내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열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동체대비 법회’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한 끼 동조 단식과 조계사 앞 연등 달기’ 행사도 12일까지 진행한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서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곧장 해산을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가담자도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할 예정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