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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아직까지) 우리가 거기(한국에) 있어야 하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9일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시리아 철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돌연 주한미군 문제를 꺼내든 것. 볼턴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리가 공짜로 얻어먹는(freeloading) 배은망덕(ingratitude)한 전 세계 여러 동맹국에 대해 (아직도)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적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23일(현지 시간) 출간된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이렇게 다수 등장한다.○ “왜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나”‘주한미군은 대체 왜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음은 틈나는 대로 백악관 참모들에게 날아들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11월 8일 오후 2시경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미군 철수를 논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우리가 도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What the hell are we doing there)?”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려 했지만 “(내 설명이) 아무런 영향(impact)을 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얼간이(chumps)’ ‘워게임(war game·전쟁 연습)’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평가절하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2018년 7월 6, 7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보고받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며 “이 ‘전쟁 연습(war game)’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방위비 더 받기 좋은 때”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미군 철수도 수차례 언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지난해 6월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군기지 비용 문제를 꺼내면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볼턴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선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볼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추가 보고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돈 달라고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This is a good time to be asking for the money)”이라며 “(북한)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한편 볼턴 회고록의 파장이 커지면서 여권에선 북-미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볼턴의 노골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지난해 2월 24일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해 선발대로 하노이로 향하던 중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게 연락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만든 하노이 합의문 초안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사전 작업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한상준 기자}
회고록으로 한미 외교가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년 가까이 북핵 협상과 대북제재의 선봉에 있던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이자 외교가의 유명한 ‘빅 마우스’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9월 해임될 때까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해 협상 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볼턴 임명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간신히 대화 국면을 만들어 놓았는데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의 일원으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차관(2001∼2005년)을 지낼 때 북한이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맹공격한 인사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先)핵포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했고,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선 ‘노딜’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볼턴 취임 이후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고 공을 들였다.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까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볼턴과 최소 세 차례 대면 협의를 했으며 볼턴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urge)했다”고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나는 문재인 정부가 미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 실패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기 좋은 상대였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의 대남 도발과 위협 속에 한미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귀국 후에도 이례적으로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출국하면서 방미 성과와 면담 인사들을 묻는 취재진에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미국 측과 논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 시기부터 논의 내용까지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동선 노출을 극도로 피한 이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국무부 밖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미, 북핵협상, 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 수석대표 간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최근 행동은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 압박 차원이 아니다. 제재 해제 협상에 나설 시간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제재 해제 이야기를 꺼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존 켈리(전 백악관 비서실장)는 나중에 김영철이 매우 안절부절못했고,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에 들어갔을 때 김정은의 친서를 차에 뒀던 것을 기억해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통역은 그것(친서)을 되찾기 위해 급히 뛰어갔다”며 “김영철이 ‘위대한 후계자’(김정은)에게 자신이 친서를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설명할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줄 선물로 고심했고 선물 박스에 주름이 있다는 이유로 백악관 직원들에게 “당신이 망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말 열린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과 관련해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그(김 위원장)는 전혀 거기에 간 적이 없다(never went)”라고 털어놨다고 회고했다. 볼턴은 또 문 대통령이 “그 전화는 주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2018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나 합의한 뒤 그해 4월 20일 설치됐다. 하지만 이후 통화가 이뤄지지 못한 채 북한은 9일 이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망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가장 친하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북한의 대남전단 ‘맞불’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위에 담뱃재를 뿌린 대남전단 일부를 공개하면서 도발했고, 통일부는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 뿌린 대남전단남북 간 험악한 설전의 시작은 북한이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남삐라(전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신문은 2면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 위아래로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더미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여직껏(여태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 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남전단 대량 살포 계획을 보도했다.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가 창고에 적재된 모습과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인쇄하거나 정리하는 현장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입장문을 통해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네 번째로 예고한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통일부는 20일 즉각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대남 비방전단 살포 계획에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와 경찰, 접경 지역의 지자체가 협력하여 일체의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저열한 내용이 담긴 전단 살포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속출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왜 우리 문프(문 대통령)에게 난리냐”며 “우리 문프 얼굴에 낙서해 뿌릴 생각 마라”고 썼다. 북한은 하루 만에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전단 살포 계획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맞받아쳤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휴지장이 돼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이날 통전부 담화에 대해 “어제 발표한 입장에 변함없다”며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남전단 이례적 공개로 남북 악화 장기화노동신문이 대남전단 사진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대남전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했던 문 대통령을 조롱함으로써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전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전단 살포 투쟁”이라고 밝힌 만큼 한국 적대시 기조는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남전단을 언제쯤 살포할지는 미지수다. 총참모군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으로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주둔군 재배치 △비무장지대 GP에 군대 주둔 △서남해상에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보다는 저강도 도발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남북 합의 위반을 상징적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이 통과되면 이러한 계획들이 동시다발로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도 대남선전이 전략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인민들의 증오심을 촉발해서 내부에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고자 하는 감정 표출로 보인다”며 “전달 살포를 둘러싼 갈등이 자칫 우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남북 간 긴장상황이 북한의 대남전단 ‘맞불’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위에 담뱃재를 뿌린 대남전단 일부를 공개하면서 도발했고, 통일부는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 문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 통일부 “대남전단 중단” 남북 간 험악한 설전의 시작은 북한이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남삐라(전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신문은 2면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 위아래로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더미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여직껏(여태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 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남전단 대량 살포 계획을 보도했다.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가 창고에 적재된 모습과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인쇄하거나 정리하는 현장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입장문을 통해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네 번째로 예고한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통일부는 20일 즉각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대남 비방전단 살포 계획에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와 경찰, 접경지역의 지자체가 협력하여 일체의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저열한 내용이 담긴 전단 살포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속출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왜 우리 문프(문 대통령)에게 난리냐”며 “우리 문프 얼굴에 낙서해 뿌릴 생각 마라”고 썼다. 북한은 하루 만에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전단 살포 계획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맞받아쳤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휴지장이 돼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이날 통전부 담화에 대해 “어제 발표한 입장에 변함없다”며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남전단 이례적 공개로 남북 악화 장기화노동신문이 대남전단 사진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대남전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했던 문 대통령을 조롱함으로써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전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전단 살포 투쟁”이라고 밝힌 만큼 한국 적대시 기조는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남전단을 언제쯤 살포할지는 미지수다. 총참모군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으로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주둔군 재배치 △비무장지대 GP에 군대 주둔 △서남해상에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보다는 저강도 도발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남북 합의 위반을 상징적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이 통과되면 이러한 계획들이 동시다발로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도 대남선전이 전략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인민들의 증오심을 촉발해서 내부에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고자 하는 감정 표출로 보인다”며 “전달 살포를 둘러싼 갈등이 자칫 우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북한의 대남 도발과 위협 속에 한미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귀국 후에도 이례적으로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출국하면서 방미 성과와 면담 인사들을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미국 측과 논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 시기부터 논의 내용까지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동선 노출을 극도로 피한 이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국무부 밖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한미, 북핵협상, 남북 관계 등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 수석대표 간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금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에 나설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제재 해제 이야기를 꺼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워싱턴 사무소장도 “한국이 완전히 굴복해 북한을 지원하면 긴장이 줄어들겠지만, 아무도 북한을 그렇게 달래라고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재 해제는 논의 테이블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20일 보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 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1월 북한 개별 관광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이후 5개월 만에 대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방문한 것. 정부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둔 방문”이라며 추가적인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조율을 예고했다.○ 北 ‘적대 행위’ 나선 뒤 첫 韓美 고위급 협의이 본부장의 방미는 북한의 대남 도발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미 간 채널이 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가 굳건한 동맹임을 재차 확인하고, 강경한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는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북 사업 추진 속도를 놓고 종종 이견도 노출해 왔는데 이번 북한발 위기로 공조가 긴밀해질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도발에 대항하는 한미 결속이 공고해지면 그 울림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국무부 대북협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 등과 협의를 갖는다. 비건 부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16, 17일 하와이 회담에 배석한 이후 20일경 워싱턴으로 돌아와 이 본부장을 만나는 것을 감안하면 미중 간 대북 논의에 이어 한미가 협의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번 한미 협의에서는 한미 간 소통 채널 강화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한미워킹그룹의 명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은 17일 담화에서 남북 협력의 장애물로 한미워킹그룹을 콕 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한미워킹그룹에서 벗어나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 협력사업들을 효율적으로 논의하는 한미 간 협의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1월 출범 이래 워킹그룹을 통해 최종 제재 면제가 이뤄진 남북사업 12건 중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 등 8건은 북한의 호응이 없어 중단됐다. 미국의 ‘제동’보다는 북한의 ‘무응답’이 주된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한미 협의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꺼리고 있다. 한껏 날이 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미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평소 출장 때와는 달리 “지금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하다”고만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예고 없이 방미가 진행된 것에 대해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북 위기 공조의 대가 요구할 수도”미 조야에서는 이번 기회에 느슨했던 한미 간의 대북 ‘2인 3각’을 재점검해 보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미 민주당 상원 동아태 소위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과 하원 동아태·비확산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17일(현지 시간) 한미동맹 강화 법안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두 의원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관련 정책을 바꾸려고 조치하기 전에 이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깊숙이 대북 문제에 관여하거나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에 북한 문제는 현재 중요치 않다. 북한이 손들고 나와서 협상 테이블에 임해 성과가 보장된다거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한국이 아쉬운 소리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더 요구할 수도 있고 미중 갈등에 더 동참시킬 수 있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하자 청와대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사리분별 못 하는 언행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남북이 전면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것.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최근 북한의 행태를 두고 “화가 났다”고 했다. 한반도 긴장 상태가 현 정부 들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김여정의 담화 등 7건의 담화와 논평, 보도 등 말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남북 협력을 강조한 15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 ‘말폭탄’이라고 규정한 담화를 내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역겹다)”며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금강산 및 개성공단 내 군대 주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병력 진출, 서해 군 훈련 재개 등의 군사행동계획을 내놨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판문점선언에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와 2000년 6·15 남북군사합의까지 파기하겠다고 나서자 청와대와 통일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차례로 나서 북한을 맹비판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김여정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도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에 대해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추진에 대해 “현 시점에서 어려운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가 전례 없는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것은 남북관계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북 특별사절단(특사) 제안을 거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김여정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정 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말 폭탄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다.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역겹다” 등 비난을 퍼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면 대응에 나선 데는 이런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한 문 대통령은 “상황 악화를 방지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인내를 갖고 남북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실망과 좌절감 표출한 文문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북한의 강경 대응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화가 난다.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실망’ ‘좌절감’ ‘인내’ 등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가장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며 해온 그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등의 대남 비난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나보다 국민이 더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사실상 준외교 공관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답답함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쪽이 대화의 상대인 북한도 좀 배려하면서 풀어 나갔어야 하는데 미국 관료들의 반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간 게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막을 수 있었는데 미온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관련 법규가 있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관련 부처가 관성에 젖어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공개해도 되느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그러시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신공격 쏟아낸 김여정 vs 靑 “몰상식” 난타전앞서 김여정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대화를 재차 강조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 “정신이 잘못된 것 아닌가” 등 앞선 담화보다 한층 수위 높은 원색적 표현도 담겼다. 그러면서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북측의 이러한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이 거친 언사를 경쟁하듯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윤 수석의 발표문은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조율하고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통일부도 일제히 가세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북측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각오하고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이 이틀 연속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것도 북한이 국지 도발 등에 나설 경우 즉각 군사적인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사업 총괄역을 앞세워 북한 국정 전면에 나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던 것과 비교하며 김여정이 후계자 구도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포문을 연 김여정은 이후 13일간 세 차례 담화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김여정의 4일 담화를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인용한 데 이어 조선중앙TV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한 김여정의 담화 전문을 그대로 읽었다. 당초 김여정이 첫 담화를 낼 때만 해도 후계자설을 낮게 평가했던 외교가의 분위기도 김여정이 군 동원 능력까지 과시하자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김정은의 아이들이 후계를 받기는 너무 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어 김여정의 이름으로 이뤄진 구체적 성과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고 뉴스위크가 16일(현지 시간) 전했다. 김여정의 급부상 배경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의혹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김여정이 “이달 초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행(Deputy)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김여정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건강이 좋지는 않다는 추측에 불을 지필 만큼 깜짝 놀랄 변화(stunning shift)”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이중적 통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도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남매는 김여정이 여성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 옆에 동생 김여정이라는 확고한 2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구가인 기자}

최고조로 치닫는 남북 긴장 국면의 불똥이 외교·안보 라인 개편으로 옮겨 붙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외교·안보 라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정치권과 외교가의 관심은 대북 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남북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에 끝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했다. 김 장관의 사퇴는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정 실장과 김 장관은 책임지고 먼저 사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이날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전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통일부도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외교·안보 라인 개편 목소리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외교·안보 라인은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의 빌미로 삼았던 대북전단(삐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냉각기를 갖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장관도 사의 표명 뒤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가 대남 강경 공세를 주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치적을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김 장관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서호 통일부 차관 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의 핵심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3월 개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대북 라인의 투톱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해 와 지난해부터 계속 사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올해 74세인 정 실장은 4·15총선 전부터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당에선 서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정원이 (청와대에) 희망 섞인 보고를 한 건지, 나쁘게 말하면 기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은 ‘대북제재’였다. 문 대통령이 15일 남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며 ‘제재 틀 안의 협력’으로 선을 그은 것에 대해 김여정은 “지루한 사대주의 타령”이라고 공격했다. 최근 김여정이 주도하는 이례적인 대남 비방과 군사 도발 위협이 결국 미국이 주도해온 장기간의 대북제재에 ‘코로나 쇼크’까지 겹친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여정 “文의 제재 틀 안 협력” 맹비난 김여정은 총 4784자인 장문의 담화를 3개 주제로 나눴는데 첫 번째는 대북전단 관련 비난이었고, 나머지는 남북 합의 이행에 문 대통령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쉽게 말해 “미국 눈치를 보면서 그동안 제재 완화나 해제 시도를 못 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15일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대 의존의 본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 관계와 조미(북-미) 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 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한미 협의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을 꼭 집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여정은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라고 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 ‘총파산’에 나선 것이 결국 제재 완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셈이다.○ 제재-코로나 돈줄 마르는 北, 한국에 책임 전가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은 대가로 2016년 이후 추가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5건의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특히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등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을 다 막았고, 주요 외화벌이인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2019년 말까지 모두 귀환시키는 것을 담아 북한엔 치명적이었다. 협상이 결렬돼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이 사실상 봉쇄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북한의 경제 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4월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수출 221만 달러, 수입 21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총액이 90.1% 감소했다. 달러도 지속적으로 마르고 있다. 북한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3억6000만 달러, 2018년 20억 달러여서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2018년 25억∼58억 달러)는 줄고 있다. 올해 당 창건 75주년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해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기존 제재에 코로나로 경제난이 가중됐고, 통치자금의 근원이 되는 외화 유입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암시장 경제, 장마당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되고 평양시민 생활도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제재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타격하고 있다”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의 ‘애국헌신의 대장정’이었는데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는 수령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북한은 현재 어려운 상황을 김정은 탓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고 그 희생양을 한국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사업 총괄역을 앞세워 북한 국정전면에 나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던 것과 비교하며 김여정이 후계자 구도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포문을 연 김여정은 이후 13일간 세 차례 담화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김여정의 4일 담화를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인용한데 이어 조선중앙TV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한 김여정의 담화 전문을 그대로 읽었다. 당초 김여정이 첫 담화를 낼 때만해도 후계자설을 낮게 평가했던 외교가의 분위기도 김여정이 발언수위를 높여가며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김정은의 아이들이 후계를 받기는 너무 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어 김여정의 이름으로 이뤄진 구체적 성과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고 뉴스위크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김여정의 급부상 배경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의혹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김여정이 “이달 초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행(Deputy)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김여정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건강이 좋지는 않다는 추측에 불을 지필만큼 깜짝 놀랄 변화(stunning shift)”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이중적 통치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도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남매는 김여정이 여성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 옆에 동생 김여정이라는 확고한 2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성윤 교수는 “지금은 김여정이 악역을 하고 오빠 김정은이 무대 뒤에 머물러 있지만 도발 전술이 마무리되고 ‘평화 술책(peace ploy)’ 전개되는 시점이면 다시 김정은이 웃음을 띄면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북한이 16일 비무장지역 요새화 등 군사행동을 예고한 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에서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속전속결로 폭파하고 나서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 재무장화와 접경지 무력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긴장이 빠르게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되었다”고 밝혔다. 군은 이날 오후 2시 50분경 폭발음을 청취하고 개성공단 일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후 관측장비를 통해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가 4층 건물 중 1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파괴된 모습을 확인했다. 2018년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남북 화해 무드의 상징인 연락사무소가 무너져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3초. 연락사무소가 2018년 9월 14일 개소한 지 641일 만에 공중분해되면서 4·27 판문점선언도 사실상 파기됐다. 연락사무소 바로 옆 15층 규모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함께 파괴됐다. 북한이 종합지원센터에도 폭약을 설치한 것으로 보여 향후 개성공단 전면 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단순 폐쇄가 아닌 폭파를 한 것을 두고 곧 후속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노동신문을 통해 “통일전선부와 대적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역의 재무장화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접경지 무력 도발 등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에 유감을 표명했다. 김여정의 4일 담화 이후 12일 만이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3시 40분 개성 연락사무소와 정배수장으로 가던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개성시로 가던 수돗물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 등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가 1차적으로는 북한의 대남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남한 정부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대남 관계가 대적 관계로 전환됐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중재자로서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도 얻어내지 못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도 전혀 진척이 없자 불만과 불신,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협상 장기전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고 협상이 빨라봐야 6개월 이후일 텐데 북한 입장에선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이라면 제재를 풀기 위한 협상력을 올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연락사무소 조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인물도, 폭파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인물도 김여정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했던 4일 담화에서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페쇄(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둬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첫 순서로 남북연락사무소부터 철폐할 것”이라고 이어받았고, 9일 남북통신선 차단을 결정한 뒤 김여정은 13일 두 번째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식화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북한이 언급했던 향후 조치들도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불안한 예측이지만, 북한이 금강산에서도 상징적인 일을 하리라 예측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제 인권보호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가 12일(현지 시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방침을 비판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HRF는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삼가고,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를 정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정권의 참상을 폭로하기 위해 싸우는 대북전단 발송 활동가들에 대해 향후 어떠한 제재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HRF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인권 변호사로서, 아시아를 이끄는 민주주의 대통령으로서 탈북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당신의 억압은 보다 관대하고 정의로운 사회로의 길을 가는 한국의 역사에 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환 TJWG 대표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대북전단 중지의 근거로 삼는 판문점선언은 아직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아 국내법적 효력이 없다”며 “판문점 합의는 당국 간 상호 비방에 대한 중단이지, 이를 근거로 민간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전단 살포 금지와 관련된 정부 방침에 대한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1일에는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이 통일부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탈북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간 것에 대해 “집회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 등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가 1차적으로는 북한의 대남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남한 정부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대남 관계가 대적 관계로 전환됐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중재자로서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도 얻어내지 못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도 전혀 진척이 없자 불만과 불신,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협상 장기전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고 협상이 빨라봐야 6개월 이후일 텐데 북한 입장에선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이라면 제재를 풀기 위한 협상력을 올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연락사무소 조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인물도, 폭파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인물도 김여정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했던 4일 담화에서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련락사무소 페쇄(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둬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첫 순서로 남북연락사무소부터 철폐할 것”이라고 이어받았고, 9일 남북통신선 차단을 결정한 뒤 김여정은 13일 두 번째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식화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북한이 언급했던 향후 조치들도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불안한 예측이지만, 북한이 금강산에서도 상징적인 일을 하리라 예측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한국과 ‘확실한 결별’을 선언한 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에도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압박 기조를 이어갔다.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정세론 해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신성한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북남관계의 총파산을 불러온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서릿발 치는 보복행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보복계획들은 우리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을 징벌하기 위해 연속적인 보복행동에 들어갈 것을 결심했다”고도 했다. 김여정이 13일 담화에서 “보복계획들은 국론”이라고 발표한 방침을 재확인한 것. 이어 우리 정부를 겨냥해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낸다”며 “이미 천명한 대로 북남(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 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6·15선언 20주년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지난해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연대사를 보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함께 열자고 호소했던 것과는 대조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관련된 5년 전 영상편집물을 다시 게시하면서 비난 선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 영상은 2015년 4월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내보냈던 영상물로, 메아리는 “남조선 괴뢰패당은 민족의 화근덩어리인 박상학과 같은 놈을 계속 싸고 돈다면 이 땅에 기필코 전쟁밖에 터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최근 일련의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북한은 실존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고, 판을 바꾸기 위해 전면적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 행동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 경협 추진으로 남북 관계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에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한 뒤 “그러나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판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무적의 혁명 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