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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신(新)냉전 구도로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한국의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2일 미중 갈등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전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 방안을 한국에 제안했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구상은 검토 단계”라며 “참여 제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내에선 지난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 사례 등을 감안해 최종 순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한 단계가 아니다”라며 “당장 우리가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중이 외교 전면전을 예고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미국 백악관이 21일 의회에 보고한 ‘대중국 전략보고서’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신북방정책과의 연계를 공식화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대표적인 약탈적 경제정책으로 지목하고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을 피해국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시 주석의 방한이 예상되는 만큼 미중 양국의 물밑 압박을 계속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강연에서 미중 갈등에 대해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닌 것 같다”며 “국가적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차장은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어느 곳 하나 만만한 게 없다는 것을 국회도 인식해야 한다”며 “지정학적 구도를 잘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격화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중국의 ‘한한령’ 해제 등에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경제보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무역이나 경제 분야에서는 훨씬 더 치열하고 치밀하게 중국을 배제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규제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추진 중인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은 물론이고 일본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상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김 차장과 민주당 당선자들은 동해북부선 연장 등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대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잘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과 중국의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 의원은 “‘투키디데스 함정(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충돌)’을 연상시키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며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고,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윤다빈 기자}

미중 갈등이 신(新)냉전 구도로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중대 기로를 맡고 있다.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시간벌기에 나섰지만 워싱턴 조야에선 한국을 향한 중국 견제 동참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한미 방위비 협상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2일 미중 갈등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전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 방안을 한국에 제안했다고 밝힌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구상은 검토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에 참여 제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내에선 지난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를 큰 피해 없이 넘어선 사례를 거론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한 단계가 아니다”라며 “당장 우리가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감당해야 할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중이 외교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양국의 압박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 백악관이 21일 의회에 보고한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신남방·신북방 정책과의 연계를 공식화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대표적인 약탈적 경제정책으로 지목하고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을 피해국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하반기 시 주석의 방한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미중 양국의 물밑 압박을 더 이상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 격화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중국의 ‘한한령’ 해제 등에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경제적 보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미 중국에 대한 보이콧은 미국 내에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무역이나 경제 분야에서는 훨씬 더 치열하고 치밀하게 중국을 배제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규제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전략과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하는 북한은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남북관계를 추진하려고 해도 북한이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중국 압박을 위해 한미일 3국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전국 단독주택 22만8475채의 공시가격이 해당 주택이 위치한 토지의 공시지가보다 낮게 산정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들쑥날쑥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11, 12월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을 상대로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각종 정보를 담당 부서마다 서로 다르게 파악하고 있거나 사실과 다르게 파악해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된 전국 390만 채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각 주택이 위치한 개별 토지 공시지가의 산정 근거를 확인한 결과 △토지 높낮이 △모양 △도로에 접해 있는지 중 하나 이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44만여 건(37%)에 이르렀다. 또한 공시가격 산정 때 전국 토지의 약 0.36%, 개별 단독주택 약 0.17%의 용도지역 정보가 사실과 다르게 적용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용도지역 정보가 입력된 국토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KRAS)이 지자체의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발생한 일로 파악했다. 국토부는 “주택 조사와 토지 조사를 담당하는 부서 간 상호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지침을 개정하는 등 2020년도 공시가격 산정부터 감사원 지적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며 “역전 현상을 한 번에 개선하면 주택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점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새샘 iamsam@donga.com·신나리 기자}

“(주한 미국) 대사가 이런 지저분한 상황에서 조정 역할을 맡는 것은 대사관을 어느 한쪽이나 양쪽의 인질(hostage)로 몰아가게 할 것이다.” 미국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과 학생들의 중재 요청을 거부한 이유가 미 국무부 기밀 문건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민주화운동 8일 뒤인 26일 국무부에 보낸 논평에서다. 1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통해 공개된 43건의 미 국무부 기밀 문건은 과거 공개 당시 삭제된 일부 내용을 복원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5·18 당시 발포 명령의 주체나 지휘체계 등 진상 규명의 핵심 대목들은 빠졌다.○ “베트남처럼 공산화 우려” 계엄령 통제 정당화 이날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5·18 하루 전날인 1980년 5월 17일 최광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난 글라이스틴 대사는 계엄령 확대 대신 개헌을 통해 한국 정치 발전 계획을 짤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최 비서실장은 “군 당국이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유화적인 대응(soft tactics)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면서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글라이스틴 대사는 5·18 당일에는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령관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휴교령과 계엄령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베트남처럼 한국도 공산화될까 두렵다”며 계엄령 확대를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병력을 빼면 북한의 공격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대통령에게 (계엄령 확대를)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80년 5월 21일 보낸 전문에선 “5·18 시위대는 미국이 군부에 대한 지원과 관련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외부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은 미래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영턱스’ 전두환… 권력욕 명백” 문건에는 12·12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 정황도 담겼다. 1979년 12월 14일 글라이스틴 대사를 만난 전 전 대통령은 12·12사태를 사전 계획했다는 점을 숨기고 “나는 개인적 야심이 없고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글라이스틴 대사는 본국에 보낸 보고에서 12·12사태를 ‘영턱스(Young Turks·1908년 터키에서 군사혁명을 일으킨 젊은 장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쿠데타로 규정하고 “군사 반란 동기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욕망인 점은 명백하다”고 적었다. 이어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며 “수개월 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80년 2월 문건에는 당시 28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음 총선(11대 총선)에 출마하길 희망한다”며 당시 전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출마를 촉구했다고 적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3억 달러(약 1조5918억 원)를 제안하면서 협상 유효기간을 1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5년 계약으로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 수준을 내겠다고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3억 달러를 올해 내라고 역제안했다는 것이다. 14일 한미 협상 사정에 밝은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1조389억 원)에서 13% 인상한 뒤 2024년까지 연간 7∼8% 상승률을 적용한다’는 안을 제시했고 양국 실무협상단은 이를 3월 말 잠정 합의했다. 이 경우 한국의 올해 분담금은 약 1조1739억 원. 매년 7%대 상승률을 적용해 마지막 해에는 13억 달러와 비슷한 1조5388억 원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를 보고받고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를 맞추지 말고 올해 13억 달러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전년보다 53% 인상해 받고 내년분은 다시 협상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3월 말 도출된 한미 실무라인 간 잠정 합의안을 통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합의안에 담긴 내용 중 첫해 총액 인상률인 13%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유효기간 5년 동안 매년 적용되는 인상률인 7∼8% 역시 이례적이기 때문. 최근까지 한미는 SMA 협상에서 매년 방위비 인상분은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이번 실무합의에선 7∼8%라는 고정 인상률을 우리가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관급 한미 당국자들이 조율한 이 합의안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에게 보고받은 뒤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한 협상안 중 5년 차에 있는 13억 달러를 올해 내고 내년엔 협상을 다시 하자고 역제안했다는 것. 1년짜리 ‘단년 계약’이 언급된 것은 지난해 초 타결된 제10차 방위비 협상 때와 유사한 국면으로 일단 올해를 넘기고 내년을 기약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숨고르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제10차 협정에서 SMA 사상 최초로 유효기간 1년 계약을 한 데 이어 제11차 협정도 1년 계약을 맺게 된다면 ‘강대강 대치’→‘1년 계약’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2년 연속 유효기간 1년짜리 협정은 용납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 정부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맹에 상처를 내는 ‘나쁜 관행’이 굳어지게 된다는 것.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가 있는 해에 ‘동맹을 파탄 냈다’는 비난은 받기 싫으니 일단 ‘올해만 넘기자’는 접근을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선 이후에 더 강력한 방위비 압박을 걸겠다는 것으로 이 작업이 또 반복되면 한미 동맹에 피로감을 주게 된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동맹을 중시하는 워싱턴 주류층에게까지도 ‘한국이 압박당하면 요구를 수용하긴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다년 계약을 목표로 협상을 여전히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앞서 우리의 제시안(다년 계약이 핵심 내용인 한미의 잠정 합의안)이 정부 입장에선 최선이었다”며 “이론적으로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합리적 범위 내에서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출연해 방위비 협상에 대해 “시간이 더 걸리고 노력을 더 해야겠지만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대만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시키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국 정부에 ‘우리의 뜻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8, 19일 열리는 WHO 총회인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게 하자는 미국의 주장을 지지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WHO가 발휘하는 역할을 지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반면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과 의원들은 8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인도 등 55개국에 대만의 WHA 참여를 지지해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고 대만 외교부가 밝혔다. 미국 상원은 11일 대만을 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지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을 놓고 미중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WHO 참여 문제도 양국 간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은 WHO의 친중 행보를 비판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으로 떠오른 대만을 WHO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대만이 국제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대만의 참여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 “WHO 사무총장의 초청이 있어야 최종적으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인데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는 초청되는 때도 있었고 초청되지 않는 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김기용 kky@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에 마스크 200만 장을 무상 지원했다. 3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마스크 해외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이후 예외적으로 이뤄진 첫 인도적 지원이다. 외교부는 “3월 24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논의한 코로나19 공동대응 후속 조치로 국내 상황과 마스크 수급,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진단키트 지원 요청에 대해 75만 회 분량의 검사키트를 미 연방정부에 유상으로 수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하순 1인당 공적마스크 구매량을 2장에서 3장으로 늘릴 무렵부터 미국에 대한 마스크 지원을 검토해 왔다”고 했다. 이번 마스크 지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 외국 정부가 공식 요청하는 경우 인도적 지원 목적의 해외 공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지금까지 정부에 마스크 지원을 공식 요청한 국가는 70여 개국으로, 국내외 코로나19 피해 상황과 외교·안보상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마스크 지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로부터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 등 합의 핵심 내용을 사전에 설명 듣고 ‘(결과가) 괜찮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직 외교부 최고위 당국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부 담당 국장이 (언론 발표 전) 윤미향 당선자(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에게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 등 합의 뼈대를 설명했고, 당시 윤 당선자가 ‘(결과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 당국자는 이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 치유금으로 일본 국고에서 10억 엔을 거출한다는 게 당시 (윤 당선자에게) 설명해준 합의의 핵심 내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전체 합의문을 알려주긴 어려웠을 테지만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할머니들께 필요한 핵심 내용은 알려줬던 것으로 외교부 간부들뿐 아니라 전날 열린 외교부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외부 인사들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사전 설명 후) ‘윤 대표의 반응이 괜찮았다’, 더 나아가 ‘좋았다’는 보고를 몇몇 간부들이 받았기 때문에 합의 발표 후 정대협 반응을 보고 의아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합의 결과를 언론에 앞서 외교부 바깥에 알려줬다는 건 외교부로서도 합의가 자칫 잘못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에서 ‘10억 엔과 일본 총리 사과’ 등을 사전 브리핑 받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 국고에서 도출한다는 것은 언론에도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언론 발표 전에는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다. 한편 딸의 미국 유학 비용 논란에 대해서 윤 당선자는 “간첩조작 사건으로 고통 받은 남편과 가족의 배상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는 입장을 당을 통해 밝혔다. 윤 당선자는 4월 한 인터뷰에서 “(딸이)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찾아서 갔다”고 말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측은 이날 윤 당선자의 딸이 다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음악대학원 학비는 1년간 4800만 원으로 생활비를 합치면 7000만∼1억 원이 소요되며 비시민권자에겐 장학금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시민당 측은 “윤 당선자의 딸은 UCLA 진학 전 2016년 미 시카고에 있는 한 음악대학원을 학비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고 해명했다. UCLA 학비와 관련해선 “윤 당선자가 당에 소명한 딸의 유학비 내역은 총 8만5000달러가량으로 한국 돈으로 총 1억365만 원이다. 가족들이 받은 배·보상금 2억7900만 원으로 부담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자 논란과 관련해 “진중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성진 기자}
공개 활동 재개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낸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축전을 보냈다. 한미의 방역협력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북-중-러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9일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기념해 축하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오늘 조로(북-러) 관계는 공동의 원수를 반대하는 성전에서 전우의 정으로 맺어진 친선의 고귀한 전통을 이어 부닥치는 온갖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전승절 축전을 보낸 것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신문은 10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시 주석이 구두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중요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 새 시대 중조(북-중)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동하고, 지역 평화와 발전·번영에 적극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은 7일 시 주석에게 친서를 보내 “총서기 동지가 중국당과 인민을 영도하여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면서 축하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북-중 정상이 친서 외교를 재개한 것은 3개월여 만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매체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북한의 필요에 따라 힘이 닿는 한 (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할 것”이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아버지이자 6·25전쟁 참전용사인 웨인 폼페이오가 낙상 후 수술 합병증으로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향년 89세. 이탈리아계 3세인 고인은 뉴멕시코대에서 정치학과 졸업 직후인 1951년 해군에 입대했다. 미 해군 구축함인 USS 루퍼트함에서 무전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1954년 해군 제대 뒤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해 50년 가까이 항공기 부품 회사에서 일했고, 거래처 직원으로 만난 아내 도러시와 결혼한 뒤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해 2남 1녀를 뒀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개인 트위터에 부친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난주 목요일 아버지께서 수술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고 알렸다. 이어 “우리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가 우리에게 준 기도와 기억들에 의지하고 있다”며 “아버지는 내게 열심히 일하는 것을 가르쳐 주셨고, 야구에서 커브볼을 던지는 법과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회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18년 4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의 기틀을 마련했다.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여해 북한과 싸웠고, 아들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3월 캔자스주 지역방송 케이크TV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부친은 6·25전쟁에 참전했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일 폼페이오 장관 앞으로 조전을 보내 “(고인은) 참전용사로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해 주셨다. 봉사와 희생에 대해 감사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정신에 살아계실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조유라 기자}
아프리카 가봉 수도 리브르빌 인근 해역에서 한국인 선장 1명을 포함한 6명이 탑승한 어선이 납치됐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3일 오전 4시 40분경(현지 시간) 가봉 리브르빌 인근 산타클라라 연안에서 새우잡이 조업 중이던 세네갈 선적 아메르제 2호와 7호 등 선박 2척이 신원미상의 납치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납치세력들은 아메르제 2호 선원들을 모두 7호로 옮겨 태운 뒤 적도기니 코리스코섬 인근까지 이동했으며 이후 한국인 선장 1명을 비롯해 6명만 스피드보트에 옮겨 태워 도주했다. AFP통신은 4일(현지 시간) 가봉 당국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해적이 인도네시아인 3명과 세네갈인 2명, 한국인 1명을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납치세력들의 신원 및 소재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봉대사관도 비상대책반을 꾸려 가봉 외교부와 군 당국을 접촉해 신속한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연간 13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한국 측 분담금 대비 49%를 인상하라는 것이다. 한미 양측 협상 실무팀이 잠정 합의했던 13%의 4배에 가까운 인상률이어서 최종 타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 양측은 추가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 정통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연간 13억 달러 선을 요구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는 제10차 협정에서 합의했던 1조389억 원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13억 달러는 미국 측이 적용한 환율 계산으로는 전년 대비 49% 증액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3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13% 인상안을 거부한 이후 13억 달러를 사실상 최종 금액으로 수정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분담금 요구 액수를) 50억 달러에서 13억 달러까지 상당히 많이(considerably) 낮췄다”며 “미국은 유연성을 보여 왔다”고 주장했다. 협상 교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압박 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 브리핑에서 “부자 나라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돈을 더 내기로 했다”며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증액을 압박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4일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반도 이슈 관련 화상 세미나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하며, 이제 한국 쪽에서도 일정한 유연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포괄적으로 타결된다면 한국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빨리 처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추가 양보는 없다는 태도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초기에 제시한 총액에서 잠정 합의까지 상당 부분을 낮춘 것은 맞지만,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협상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잠정 합의 이후로 한미 간에 유의미하게 주고받은 협상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8.2% 올렸는데 올해는 49%?… 방위비 협상 첩첩산중 ▼ ‘13% 대 49%.’ 한국과 미국이 9개월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이 제시한 분담금 인상률은 여전히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됐던 잠정 합의안이 3월 말 파기된 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미국 측의 요구안은 한미 양측이 좁혀야 할 간극이 아직도 상당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4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측의 연간 분담금 규모를 2019년 대비 49%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분담금은 1조389억 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미국 측은 1190원 선의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내부적으로 13억 달러(약 1조5470억 원) 규모의 분담금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한국의 분담금은 지난해보다 5080억 원가량 늘어나며 분담금 인상률은 지난해 8.2%보다 6배가량 높아진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미국 측은 협상에서 ‘상당한 유연성(significant flexibility)’을 발휘해 왔다”며 한국의 양보를 촉구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요구했던) 50억 달러에서 점차 금액을 줄이며 13억 달러까지 요구 수준을 낮췄다”며 한국에 ‘유연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초 50억 달러 증액은 근거 없이 무리하게 부풀려진 금액이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협상의 기술’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연간 증액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 보면 지난해에도 한국으로서는 큰 폭으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제7차 협정(2007년) 6.6%, 8차(2009년) 2.5%, 9차(2014년) 5.8%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10% 미만의 인상률을 유지해 왔다. 미국 측이 13억 달러를 제시한 근거나 구체적인 항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준비태세(readiness)’ 관련 항목의 신설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이 “기존의 틀 안에서만 협상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자 막판에 이 요구를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자 미국 측이 첨단 정찰자산을 한반도에 집중 전개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이런 비용이 SMA 증액 요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미국 측과 잠정 합의했던 13% 이상의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그 금액이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까지 동의했던 13% 인상안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후 추가 협상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재선 캠페인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협상은 11월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재개는 2일 오전 6시 30분경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20일 만에 잠행을 마치고 김 위원장이 택한 현장은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오전 8시경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 21장에서 김 위원장은 걷고 대화하고 준공식 테이프를 자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그간 제기된 건강 이상설과는 거리가 있는 정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 김정은, 담배 피우며 건강 이상설 불식 시도 곧이어 이날 오후 3시경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 첫 순서로 김 위원장이 참석한 인비료공장 준공식 소식을 15분 분량의 영상과 함께 내보냈다. 통상 저녁 방송 시간쯤 영상을 공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신속한 공개였다. 영상 속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야외 준공식 행사장에 걸어서 입장했다. 대규모 인파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가 하면 주석단에 앉은 뒤 간부들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준공 테이프를 자른 뒤 손뼉을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준공식 후 공장을 둘러보면서 시설 계단을 혼자 내려가기도 했다.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이 잠깐 노출되기도 했으나 지팡이는 쓰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상 체구가 아닌 만큼 체중의 영향으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일 뿐”이라고 했다. 얼굴 살이 더 붙고, 피부가 다소 탄 것으로 볼 때 앞선 잠행 기간에 병석이 아니라 야외활동에 나섰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편집 영상에선 ‘건강 이상설’을 의식한 듯 다분히 의도된 장면들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과 떨어져 혼자 터벅터벅 걸었고 실외에서는 공장 관련 설명을 들으면서, 실내에서는 재떨이를 옆에 두고 담배를 피웠다. ‘혼자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든가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영상을 통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있다. 공장 시찰 장면에서 12인승용 녹색 카트가 등장한 것을 두고 ‘2014년 다리 수술 후 40일 만에 김 위원장이 복귀했을 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오래 걷는 게 힘들었을 때도 이용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뇌졸중 카트’라고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 카트를 탔다고 해서 석연치 않다고 하는데 근거 없는 의혹을 일으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 손목 밑에 검은 점이 생긴 것과 관련해 “심장 시술과 관련된 동맥주사 흔적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공개 활동인 지난달 11일 당 정치국회의 당시엔 같은 곳에 그런 흔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심장내과 교수는 “사진상 반점 위치가 손목에서 좀 떨어져 있어 통상적인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 부위는 아니지만 시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술이나 간단한 시술조차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김여정, 김정은 오른쪽에 앉으며 2인자 재확인 이날 행사에선 김 위원장 잠적 기간 미국 워싱턴 조야 등에서 후계설이 불거졌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도 재확인됐다. 김여정은 자신보다 당내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보다도 상석인 김 위원장 오른편에 앉아 백두혈통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또 김 위원장에게 준공식 테이프 커팅용 가위를 전달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뒤에서 의자를 빼주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신병 이상설에 침묵해 오던 북한이 이번 준공식을 통해 복합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는 대로 미국을 압박할 타이밍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약해지는 시점을 공략해 도발 로드맵을 재가동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에도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중국 매체들이 한국 언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자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중국 외교부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의 ‘컴백 무대’로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준공식장을 택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업생산 증대를 강조한 성격이 크지만 인비료공장에서는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인비료공장을 찾은 소식을 전하며 “알곡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고 했다. 대북 제재로 화학비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료 생산시설 준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순천 인비료공장 착공식은 2017년 7월에 열렸으며, 김 위원장은 올해 첫 현지지도(1월 7일 보도)로 이곳을 찾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준공식에 대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며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도 했다. 생일 참배(4월 15일)를 건너뛰었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에게도 준공의 기쁨을 나눈 셈이다. 동시에 북한이 ‘핵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가 지난달 6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인산비료 생산 과정에서 중간 생산물인 인산을 통해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정광(U3O8), 즉 옐로 케이크 (Yellow Cake)를 추출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비료공장의 핵무기 생산 연관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페이스북에 “평산과 박천에서 정련한 우라늄만으로도 기존의 농축공장을 계속 운영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비료공장에서 굳이 우라늄을 추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도 “비료 물질로 우라늄을 생산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의 ‘컴백 무대’로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준공식장을 택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업생산 증대를 강조한 성격이 크지만 인비료공장에서는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추출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인비료공장을 찾은 소식을 전하며 “알곡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고 했다. 대북 제재로 화학비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료 생산시설 준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순천 인비료공장 착공식은 2017년 7월 열렸으며, 김 위원장은 올해 첫 현지지도(1월 7일 보도)로 이곳을 찾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준공식에 대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며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도 했다. 생일 참배(지난달 15일)를 건너뛰었던 김일성 주석에게도 준공의 기쁨을 나눈 셈이다. 동시에 북한이 ‘핵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가 지난달 6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인산비료 생산 과정에서 중간 생산물인 인산을 통해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정광(U3O8), 즉 옐로 케이크 (Yellow Cake)를 추출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비료공장의 핵무기 생산 연관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페이스북에 “평산과 박천에서 정련한 우라늄만으로도 기존의 농축공장을 계속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비료공장에서 굳이 우라늄을 추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도 “비료 물질로 우라늄 생산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병이상설이 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에 나선 건 지난달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절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순천인비료공장은 김 위원장이 1월 7일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다. 김 위원장은 준공테이프를 끊고 생산공정들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여러 곳을 둘러봤다고 매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로고(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인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농업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고지를 점령하는데 전심할 수 있게 됐다”며 “순천인비료공장은 당정책 절대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공사 참여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준공식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덕훈·박태성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 노동당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서열 2위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수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준공사를 맡은 박봉주는 “순천인비료공장의 준공이 위대한 당의 령도따라 정면돌파전을 과감히 벌려 사회주의건설의 새 승리를 이룩하려는 영웅적로동계급의 혁명적기상과 우리 국가의 막강한 위력을 힘있게 과시하며 전체 농업근로자들과 인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는 일대 경사로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로 일각의 사망설, 중태설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게 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 지난달 11일 이후 20일째 확인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온통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여전히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워싱턴 조야에선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은 물론 이에 대비한 급변사태 시나리오가 보다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에 대한 통제권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인 만큼 김 위원장이 이전에 잠적했을 때와 달리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체제 변화로 인한 후폭풍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잠적 하루 전 김여정 2인자 굳혀 2011년 12월 집권한 김 위원장이 20일 이상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 집권 첫해인 2012년 6월 7일∼7월 1일 23일간 종적을 감췄던 것이 첫 장기 잠행. 최장 잠행은 2014년 9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40일간이다. 김 위원장은 9월 3일 모란봉 악단 신작 음악회 이후 10월 14일 지팡이를 짚고 평양 시내 과학자 주택단지 완공 현장에 나타날 때까지 두문불출했다. 당시에도 뇌사설과 실각설 등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졌으나 김 위원장은 다리 수술을 받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장기 잠행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지난해 이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20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잠적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과거와는 여러모로 다른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잠적한 것은 다리 수술을 받은 2014년 9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잠적 때처럼 당시에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싣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잠적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1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권시킨 것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2017년 10월 처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됐던 김 부부장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에 책임을 지고 후보위원에서 해임된 바 있다. 미 상하원에 의사 결정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업데이트한 대북 관련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은 수년간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 유고 시 김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장기 잠적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점으로 꼽힌다. 올해 1월 말에서 2월 중순까지 21일, 지난달 11일 당 정치국회의 전까지 19일간 공개 활동 공백기가 있었지만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쏘아 올린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던 지난해와 달리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사실상 핵가방을 들고 잠적한 지 20일째”라며 “미국이 동북아에서 운용하는 정찰 자산 전부를 거의 쏟아붓고 있는 것도 김정은 부재 시 ICBM 등 고도화된 핵무기에 대한 통제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신변에 실제로 변화가 있을 시 핵 통제권이 강성 군부의 손으로 들어갈 경우 한반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연일 비핵화 약속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에서 리더십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리의 임무는 그대로”라며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했던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 공언은 이행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김정은 상황 알지만 말 못 해”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 신변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가안전국(NSB·국가정보원 격) 국장은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에게 병이 발생한 것이 확실하냐’는 질문을 받고 “맞다”고 답했다.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자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그저 지금 당장 김 위원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산 일대에서 김 위원장이 움직이는 모습을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지난달 27일 원산에서 김 위원장으로 보이는 모습을 추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방면의 정보 분석을 거쳐 해당 인물이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 Confidence)’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승마를 마친 일행이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뒷모습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들 일행 중 김정은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 도쿄=박형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 다시 나온 것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 협력(defense cooperation)을 위해 돈을 더 내기로 합의(agree)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증액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블러핑(bluffing·허세)’식 발언이 나왔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 그들(한국 정부)은 합의를 원한다”며 “그들은 내가 2017년 1월 취임했을 당시 내고 있던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이 아닌 ‘방위 협력’이라고 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넘어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는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에 방위비 인상액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 만큼 아직 양국이 합의한 게 없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나 구체적 행동에 합의했을 때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consent’ 대신 기류나 방향에 동의한다는 뜻에 가까운 ‘agree’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협상에서 결론이 안 난 것을 알면서도 돈을 더 내라고 종용하는 의미로 ‘agree’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 한미 실무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13% 인상안을 거부한 뒤 공개적인 증액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우리는 한국에 현재의 불공평한 상태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13% 인상안이 마지노선”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약 13% 인상된)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실무 협상 채널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한미 수석대표 간 일상 소통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협상 관련 소통은 멈춰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협상이 11월 미국 대선 무렵까지도 타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장기전 채비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협력 속도전을 강조한 상황에서 방위비 협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의 협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제재 위반과 직결되는 남북 철도 연결 등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백악관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청와대가 협상에서 상당 부분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에 너무 오래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은 용병이 아니다”며 “동맹과의 관계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돈을 더 받아내려고 한국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권력서열 3위인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경제현장을 시찰하는 사진이 29일 노동신문에 보도됐다. 김 위원장과 더불어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의문을 불러일으켰던 최고위층의 첫 움직임이다. 이날 신문 2면에는 박봉주가 마스크를 낀 채 공장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실렸다. 조선중앙방송도 전날(28일) “박봉주 동지가 김정숙평양방직공장과 평양시안의 상업봉사 단위들을 현지 요해(파악)했다”고 전했다. 박봉주는 평양 제1백화점과 대형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도 방문했다. 북한 최고위층의 공개활동 보도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최룡해 제1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등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모습이 공개된 지 13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뿐 아니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최룡해, 박봉주 등 최고위 지도층이 자취를 감춘 점에 주목해 왔다. 다만 박봉주가 등장한 것만을 두고 김 위원장의 건재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원산 별장 인근에서 55m 크기의 호화 보트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NK뉴스는 “호화 보트가 이달 내내 원산 앞바다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며 “북한이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14일 즈음 이 선박들이 특이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2016년 여름 이후 위성사진에서 호화 보트가 출항한 것이 포착된 것은 17번으로 이 시점에 김 위원장이 원산 인근에 있었던 경우가 11번이었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북한 내부 특이 동향은 없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상태는 “정보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는 식이 되풀이되자,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도 “정부가 혹시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진위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확인 요구가 빗발쳤다. 미래통합당 정병국 의원이 “김 위원장이 평양에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동선에 대한 정보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특이한 동향이 없다는 게 모른다는 의미로 들린다”며 “김 위원장이 원산에 있는 건 아는데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건가. 건강한지는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정보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국가정보원도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우리 정부의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해 회의를 가진다”고 했다. 다만 ‘중국 의료진이 북한에 파견됐다’ ‘김 위원장이 혈전을 제거하기 위한 시술을 받았다’는 앞선 보도들에 대해서 김 장관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표상 가능성이 낮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거나 “북한을 좀 알면 가짜뉴스라고 판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부인했다. 태양절(김일성 생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건너뛴 데 대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서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한미 간 의사소통과 대북 정보 결론에 대해 “표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판단의 결론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한미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남북 협력 의지는 재차 강조됐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다자·양자 정상 간의 화상회의를 남북 간에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남북) 화상정상회의를 제안한다”고 하자, 김 장관은 “화상회의를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장관도 “북한이 일단 우리가 제안한 방역을 포함한 의료보건 협력에 호응해 온다면 남북으로부터 시작해서 한중일 등 다자 협의 틀을 만들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한중이 추진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양국 간 기본 합의인 ‘올해 안으로 조기 방한한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