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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다음 달 말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을 면담한 뒤 6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을 위해)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이 조건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실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며 김정은의 또 다른 미공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미국에 제시할 별도 카드를 내놓았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제재 완화, 군사적 옵션 철회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 발표가 나온 지 2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하고 제대로 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헛된 희망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go hard)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김정은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은 규모와 기간과는 무관하게 일단 4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방미 뒤 중국과 러시아를,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북핵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방북 결과를 보고받고 “앞으로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정 실장은 밝혔다. 김정은은 정 실장 등 특사단과 5일 만나 “중대하고도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 북과 남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합치고 성의 있게 노력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어떤 일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과 평양에서 접견 및 만찬을 했다.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 속에 김정은이 북핵 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과 향후 행보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외교가 중대 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접견 및 만찬이 이날 오후 6시(이하 한국 시간)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 당국자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집권한 지 7년 만에 처음이다. 특사단은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공군 2호기’ 편으로 출국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은 특사단은 오후 3시 40분경 숙소인 평양 인근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통전부장 등과 방북 일정을 협의했다. 김정은과 면담을 한 특사단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정은과의 만찬 자리에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북 첫날 첫 회담으로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것인 만큼 김 위원장도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김정은 면담에 이어 6일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실무회담을 하고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한다. 특히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신뢰 조치와 남북교류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귀국한 뒤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협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사단이 방북한 이날도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에 대해 “만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그 무슨 해상 봉쇄니, 자금줄 차단이니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대북 특사단 파견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5일 평양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 및 만찬을 했다. 청와대는 특사단 출발 전부터 방북 첫날 김정은과의 회동을 성사시키려 조율해왔다. 북한 1인자인 김정은과의 회동을 통해 상호 관심사를 확인하는 등 큰 틀에서의 논의를 마치고 둘째 날 실무 회동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한다는 복안이었다. 아직까지 특사단의 첫날 일정은 이 계획대로 가고 있다. ○ 靑의 ‘비핵화’ 의지 알고도 만난 김정은의 속내는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출국 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이번 특사의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이를 토대로 한 북-미 대화 주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미 백악관 역시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비핵화라는 데는 흔들림이 없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방남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치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특사단 방북 첫날부터 만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하더라도 일단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의 방남, 그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의 메시지를 보면 이번 방북 특사단이 김정은에게 무슨 말을 꺼낼지는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김정은이 실무자들을 앞세우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은 이날 오후 6시 시작된 접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親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평가, 한반도 평화와 이를 위한 북-미 대화의 필요성 등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접견과 만찬 시간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접견과 만찬이 짧은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여정 방한 당시 문 대통령과의 회동 및 오찬이 대략 2시간 45분가량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사단이 김정은을 접촉한 시간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답변에 달린 한반도의 봄 관건은 김정은이 앞으로 내놓을 카드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행동 또는 그에 걸맞은 수준의 의지를 내보인다면 향후 논의가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전제조건적 대화는 없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오히려 평창 겨울올림픽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김정은이 첫 일정으로 특사단을 만나 대화에 나섰다는 점과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특사단의 숙소로 제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기류로 읽힌다. 당초 이번 특사단의 숙소는 과거의 전례처럼 백화원 초대소가 유력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해서야 일정을 확인하는 수준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준비했다는 것은 북측도 이번 대화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정은과의 접견 사실이 알려진 뒤 “조심스럽지만 일단 첫날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위기였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관계자들이 김정일과는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어 협상 스타일 등을 잘 알고 있지만 김정은은 사실상 남북 협상의 데뷔 무대라는 점이 변수”라며 “젊은 김정은이 선뜻 우리의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김정은이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면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북-미 대화를 위한 ‘중매쟁이’ 역할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6일 실무회담 결과로 백악관 설득 나설 듯 청와대는 김정은과의 만찬에서 향후 북-미 대화를 위한 조건에 원칙적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 6일 실무진 협상에서 백악관에 전달할 북측의 카드를 전달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이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시간 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유례없는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청와대도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특사단의 방북으로 뚜렷한 성과물이 도출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번 방북을 계기로 한국 미국 북한 간의 3각 릴레이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만 있어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 역시 “중매가 한 번에 성사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측 당국자들의 추가 방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5일 평양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가장 먼저 청와대에서 가져온 비화(秘話) 팩스와 위성전화를 설치했다. 특사단은 비화 팩스를 통해 청와대 상황본부에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서 날아온 특사단의 ‘1신(信)’이다. 이 팩스에는 “오후 6시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접견 및 만찬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긴장된 상태로 특사단의 팩스를 기다렸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정됐던 일정으로 가고 있다”고 안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과 청와대 상황본부 간 ‘핫라인’은 비화 팩스와 위성전화 등 두 가지다. 이 장비들을 다룰 줄 아는 정보 당국자도 특사단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비 중 청와대가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화 팩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성전화는 아무래도 보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된 신호로 전송돼 우리만 해석할 수 있는 비화 팩스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위성 전화는 도·감청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만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역시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북한에서 가져온 비화 팩스와 위성전화를 설치하고 평양과 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은 도착 보고를 시작으로 이날 청와대 상황본부에 비화 팩스를 이용해 추가 보고를 했다. 청와대는 “언론 브리핑도 비화 팩스로 도착한 내용 중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의 평양 활동 사진은 위성망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에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 청와대 전속 사진단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사단은 수행단이 직접 찍은 사진 3장을 e메일로 청와대에 전송했고, 청와대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유선전화 사용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통상 남북은 방문단의 편의를 위해 숙소에 유선으로 된 연락 채널을 마련하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이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자체적으로 마련해 간 통신 수단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다만 1월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원산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스키공동훈련 취재 때는 유선전화가 사용됐다. 당시 방북 취재단은 북한 측이 마식령호텔에 마련해 준 유선전화를 통해 서울의 남측 회담본부로 전화를 걸어 취재 내용을 불러줬다. 호텔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었지만 우리 측 취재진의 사용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5일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의 수석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하지만 정 실장과 사절단에 포함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나란히 장관급이다. 사실상 ‘투 톱 체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수석이냐 아니냐보다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는 ‘투 트랙’을 잘 성사시킬 수 있는 분들이 대표단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는 정 실장이, 남북 관계는 서 원장이 나눠 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이례적으로 사절단에 장관급 인사 두 명을 포함시킨 것은 북-미 대화를 포함한 한반도 대화 국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의용, ‘대화 국면’의 컨트롤 타워로 문 대통령은 정부 의전 서열상 서 원장보다 아래인 정 실장에게 사절단 수석을 맡겨 이번 방북이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대화 조성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절단은 최종 담판이 아니라 대화 국면의 진짜 시작을 위한 것”이라며 “정 실장의 방북은 한국과 미국, 북한의 3각 후속 협상의 연속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눈다”고 할 정도로 정 실장은 현재 청와대 참모 중 백악관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의장은 이번 방북 기간 북-미 대화에 대한 백악관의 의중을 전달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방북 뒤 미국은 물론 중국 베이징도 정 실장이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긴 했지만 친문(친문재인) 핵심 그룹은 아니었다. 그러나 청와대 입성 이후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 등을 매끄럽게 풀어가며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관 특유의 매끄러운 소통 능력에 상황 파악 능력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서훈, 사실상 협상단장 서 원장은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역할을 오래해 왔다.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깊숙이 관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대북 접촉 경험이 적은 정 실장을 도와 이번 방북 과정에서 북측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사실상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한국 대표로 2년간 북한에 머물기도 했다.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밤새워 술을 마신 적이 있을 정도로 북한 수뇌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서 원장은 북한이 무슨 의도로 어떤 말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말 통역사’라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 국면에서 서 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더 강경하게 나가셔도 된다’고 조언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현 외교·안보 라인 중 대북 경험이 가장 많아 사실상의 협상 단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안보실장 1순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 김여정 전담 마크했던 김상균 김상균 2차장은 지난달 김여정 방한 당시 내내 김여정 곁에 있었다. 사절단에 국정원 인사가 두 명인 것은 향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협업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다수의 대북 대화에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천 차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방남했을 때도 우리 측 대표로 참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천 차관은 청와대 참모진과의 교분도 두텁다. 향후 남북 교류의 연속성을 감안한 조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1박 2일 일정으로 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의 면담을 추진한다. 이들은 방북 후 미국 워싱턴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대화를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이달 안에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면담도 추진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북핵 ‘중매 외교’가 이달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4일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며 “평창 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이 파견한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의 의미”라고 밝혔다. 사절단은 정 실장, 서 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의 사절과 실무진 5명 등 총 10명이다. 사절단은 5일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로 방북한 뒤 평양에서 1박 2일간 머물며 김정은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윤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절단은 문 대통령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기간에 밝힌 ‘비핵화 방법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을 듣고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대화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북-미 대화의 첫발을 어떻게 뗄 것인지 북한 지도부의 구상을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곧장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반응에 따라 2차 방북 사절단을 파견해 추가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절단 발표 직전인 3일(현지 시간) 워싱턴 주재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 연례 만찬 연설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 나는 북한 쪽에 ‘대화 요청에는 응하겠지만 그 전에 북한이 비핵화(de-nuke)를 해야 한다’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지난 수십 년간 조미(북-미)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 탁자에 마주 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손택균 기자}
5명의 대북 특별사절단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다른 사절단과 달리 그는 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당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실장이 포함된 것은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명실상부한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 실장은 2012년 문 대통령 정계 입문부터 계속 곁을 지켰다.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당 대표 때는 정무특보, 대선 후보 때는 캠프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윤 실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티타임 회의’의 고정 멤버로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만났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문 대통령은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현재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인물은 윤 실장”이라고 말했다. 또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윤 실장 등 ‘친문 핵심 3인방’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 있어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문 대통령이 이런 윤 실장을 정 실장과 함께 사절단에 포함시킨 것 역시 “대내외적 측근 인사가 다 포함됐다”는 신호를 북측에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현 참모진 중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까지 청와대에 근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윤 실장을 사절단으로 파견해 향후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했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급인) 정 실장을 보좌할 비서관급 인사 중 과거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사람이 윤 실장밖에 없다는 점도 이유”라며 “윤 실장은 사절단 복귀 뒤 기관별 후속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의 보고를 종합해 매일 아침 문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상황보고서를 작성한다. 한편 지난달 11일 김여정이 북한으로 떠날 때 환송 자리에서 “제가 평양을 가든, 또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이에 청와대는 “정 실장, 서훈 국정원장에 이어 조 장관까지 포함되면 장관급 인사만 세 명이 가야 해서 통일부에서는 천해성 차관이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미 대화는 정 실장이, 남북 대화는 서 원장이 중심이 돼 개입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일부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초 대북특사를 발표하고 곧바로 평양으로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 후보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일 청와대 관계자는 “후속 조치 등을 감안하면 (파견이) 이달 중순을 넘길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평창 패럴림픽이 끝나는 18일 전까지 특사 활동을 마무리 짓고 후속 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특사 파견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남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청와대는 이미 북측과 대북특사 방북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가 북한에 가면 북측의 반응과 있었던 일을 우리에게 잘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특사로는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낸 만큼 청와대 2인자인 임 실장이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평양에 고위급 특사단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서 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특사 또는 특사단의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치권이 헌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방향이 정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이 (대통령) 개헌안에 다뤄질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자문 작업을 이끌고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선거구제 개편에 강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대여 협상에 나섰는데 그 당시 의제가 선거구제 협상이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구제 개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특정 정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는 비례대표제를 5, 6개 권역별로 쪼개서 운영하고, 정당 득표율에 지역구 당선자 수가 미치지 못하는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수를 채워주는 제도로,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의 괴리를 막는 비례 대표성 강화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 지역주의에 도전했던 문 대통령의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여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반대에 막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오랜 신념은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준비 중인 개헌 정부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의 근거를 헌법 조항에 명시하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호남 의원들이 ‘지역 기득권’을 누려 왔다는 인식이 강했다. 20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수가 줄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만은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비례성 강화 의지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더 구체화됐다.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와 지역편중 완화’ ‘국회의원 선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 도입’ ‘개헌을 통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대선 공약에 포함된 것. 당선 뒤에는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공직 선거제도를 개편하자’며 같은 내용을 100대 국정과제의 2번째 과제로 넣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비례성 강화 철학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가 60일 안에 기명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해야 국민투표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비례성 강화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달 개헌 당론을 정하면서 “대통령제에 근간을 두고 분권과 협치, 비례성을 강화하는 원칙으로 야당과의 개헌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도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도 농촌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더 적극적이다.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얻으면 당세 확장과 다당제 확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 정의당 관계자는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7.2%를 얻었는데 산술적으로 21, 22석을 얻어야 하지만, 현행 제도론 6석밖에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가 도입되면 텃밭인 영남에서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성 강화’ 내용을 담은 특위의 개헌 자문안은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돼 문 대통령이 늦어도 20일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성사 직전 불발된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한 ‘중매쟁이’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곧 파견할 대북특사를 통해 북-미 대화,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한 김정은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백악관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靑 “특사, 북-미 대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 청와대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간의 회동 불발에도 “미국과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고 평가해 왔다. 그러나 북-미 모두 마주 앉으려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포스트 평창’ 국면을 맞은 청와대의 고민. 여기에 백악관은 계속 비핵화를 강조하며 “대화를 거부한 건 북한”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탐색적 접촉’이라도 가능하다는 것. 결국 평창 올림픽 이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대화 기조를 끌고 가기 위해 대북특사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의중과 협상 카드를 정확히 파악해 다시 한번 북-미 대화를 주선해 보겠다는 의도다. 청와대가 “(북-미 대화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특사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4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시작 전까지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읽고, 이를 토대로 다시 백악관을 설득하는 절차를 거쳐야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특사의 방북 일정이 최소 3일가량 될 것이고 이후 한미, 남북 간 후속 접촉이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나서야 4월 한미 훈련 전까지 북-미 간 탐색적 접촉이라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특사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지도 관건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와 성의를 북한이 보인다면 문 대통령의 ‘속도전’은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교착 국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과거와 비슷한 선언적 제안만 내놓는다면 ‘25년간 (북핵에) 실패한 접근을 했다’는 백악관이 북-미 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김정은을 만날 특사는 누구? 문 대통령은 주말을 거치며 특사 후보를 낙점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규모, 급에서 과거와 달랐다”며 대북특사도 그 수준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특사 후보로는 우선 문 대통령을 보좌하며 외교·안보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백악관과 교류가 두터운 정 실장은 특사 복귀 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방남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비공개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유력 후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론되는 인사 대다수가 특사단에 포함되고, 제일 높은 직급의 인사가 특사단장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임 실장, 서 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세 사람은 절대 특사로 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김여정은 올림픽을 이용하려고 왔는데 왜 답방을 해줘야 하나.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수작”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최우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를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김성환 전 총재(1970∼78년) 이후 40년 만의 연임이다. 2개 정권에서 한은 총재를 지내기는 처음이다. 이 후보자는 강원 원주 출생으로 2014년 4월부터 임기를 이어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의 연임은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처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이번 인사청문회도 통과하면 임기는 2022년 4월까지 4년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자문 작업을 이끌고 있는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사진)은 1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은 개헌안에서 다뤄질 것이며 권력 구조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말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중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촛불시위를 헌법 전문(前文)에 담을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전문에 넣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특위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민감한 쟁점들을 피하지 않고 대통령 자문안에는 다 포함시킬 것이다. 다만 이를 대통령 개헌안에 최종 포함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형태 개편, 대선 결선투표제, 국회의원 소환제, 국민 발안제, 사법부 인사체계 개선 등 개헌을 둘러싼 22개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의견 수렴과 특위 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합의된 쟁점은 단일안으로, 의견 이 엇갈리는 쟁점은 1, 2안 형태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대선 결선투표와 비례성 강화의 원칙은 개헌안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개헌안의 핵심으로 국민 기본권, 지방 분권, 정부 형태, 국민 참여 등 4가지를 꼽았다. 특위는 국민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을 보고한다. 문 대통령은 자문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20일경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6·13지방선거 때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발의를 (20일보다) 늦추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발의를 늦추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의 공고 기간을 거친 후 국회가 60일 안에 기명투표 표결로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해구 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맡아온 자리들이다. 적폐 청산(국정원 개혁발전위), 100대 국정과제 이행(정책기획위), 대통령 개헌안 마련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그의 몫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현실 정치와 시민사회 경험을 갖춘 학자(성공회대 교수)인 정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생각 이상”이라며 “이번 개헌안이 향후 개헌 논의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 위원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1일 서울 종로구 정책기획위원회에서 1시간에 걸쳐 민감한 개헌 쟁점에 대해 “접어두지 않고 다 자문안에서 다루겠다”며 소상히 설명했다. 국회 통과를 위해 소극적으로 대통령 개헌 자문안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 ―‘촛불’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촛불 시위’를 새 헌법 전문(前文)에 반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사건의 성격은 20∼30년 뒤에 평가해야 열정이 가라앉고 냉정하게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1987년) 6월항쟁은 (지금 개헌 논의 과정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촛불 항쟁은 (의미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나중에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헌법 전문에) 넣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넣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1987년 개헌이 ‘직선제 개헌’이었다면, 이번 개헌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87년에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뚜렷한 하나의 화두와 초점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 개헌은 ‘다(多)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사이에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방 분권과 정부 형태, 국민 직접 참여까지 4개 분야가 이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하고, 쟁점적인 부분이다.” ―정부 형태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일 수밖에 없다. 이걸 빼고 개헌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나. “특위가 대통령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자문안 작성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많이 고려될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안도 자문안을 만드는 입장에서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시킬지는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일각에선 ‘국무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줘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면,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섞여 버린다. 총리가 장관 제청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어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이원집정부제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정부 형태는 두 가지를 섞는 것은 좋지 않다. 섞으면 좋게 말하면 협치인데, 나쁘게 이야기하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자가 두 사람(대통령, 총리)이니 싸움이 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선거 제도에 대한 복안은…. “정부 형태를 포함한 많은 문제들이 선거 제도와 연관이 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선거 제도는 국회에서 정당 간 합의에 의해 법률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특위) 개헌안에는 대선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 비례성의 원칙만 다루고, 나머지는 다뤄서는 안 될 것 같다.” ―사법부 개혁 방안은 어떻게 담기게 되나. “한국에서는 검찰 권력이 굉장히 세다. 검찰이 그동안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측면도 있고,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게 논란이 됐고 그런 부분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또 사법부에서도 이번에 파동이 났지만 대법원장 권한이 너무 크고 권력이 집중돼 있다. 그런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찾도록 할 것이냐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특위 홈페이지에서 사법부 개혁 등 민감한 22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는데, 자문안에 모두 포함되나. “그렇다. 피해가지 않고 다 다뤄야 한다. 개헌 요강 및 조항까지 만들 것이다. 특위 위원들이 합의하는 것은 하나의 안으로 담긴다. 다만 위원들끼리 의견 차가 있는 경우는 1, 2안 형태로 보고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홈페이지를 통한 여론 수렴이 화제에 오르자 정 위원장은 “정치 불신의 문제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를 임기 종료 전 유권자들이 투표로 파면시키는 ‘국민소환제’의 경우 찬반 투표에 참여한 시민 중 약 92%가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 정 위원장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열망이 강한데, 국민이 뽑은 대표를 못 믿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도 관심사인데…. “이번 개헌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이다. 대의정치를 넘어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요구가 강하다. 그래서 직접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두 제도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싶다. 악용 가능성 등 포퓰리즘적 요소가 있지만, 국민 참여가 본질이고 포퓰리즘적 요소는 부작용이지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개헌안 마련에 어려운 점은 뭔가. “무엇보다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서 ‘헌법에 넣어 달라’는 요구 사항이 많은 것도 그렇다. 그걸 다 수용하면 지금 헌법의 2, 3배 정도 분량이 되겠더라. 대다수가 법률 사항인데, 법률을 만드는 국회를 못 믿으니 헌법에 포함시켜 달라는 거다. 하지만 헌법은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부분을 담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 ―왜 문 대통령이 개헌안 마련을 정책기획위에 맡겼다고 보나. “처음엔 범정부적 차원의 별도 특위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 개헌 논의 중인데 대통령이 (국회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문 대통령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국회도 존중하면서 대통령 발의안을 만들기 위해 (이미 구성된) 정책기획위가 맡게 된 것이다. 정책기획위 안에 크지 않게 헌법특위를 만든 것이고.” ―문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에 맞는 현실적 개헌”을 당부했는데…. “예를 들어 지방 분권이 그렇다. 시민사회 쪽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지방 분권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민은 ‘단체장들에게 권한을 줬을 때 잘할까’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권한 남용에 대한 걱정인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도 지방 분권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지만, 당장 너무 이상적인 수준에서 시작하면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를 늦추거나, 제3의 방법을 찾을 가능성은…. “문 대통령이 복잡하게 계산하는 성격은 아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 후보가 다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 때 한 약속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등 야당이 뭉치면 부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 쪽에서 자치 분권을 바라는 기류가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문제 때문에 야당 의원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찌됐든 개헌안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률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지만 헌법은 국민의 의사를 묻는 문제다. 헌법은 국민이 결정권자인데, 중간에 있는 정당이 (국민투표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학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안이 부결되면 개헌 동력이 사라진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반대로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개헌에 대해 본격적 의미의 국민적 토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 개헌안이 나오면 국민이 접할 수 있는 구체화된 안이 있으니 오히려 토론이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이번 개헌에 대한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도, 민주화도 상당 부분 됐다. 그런데 ‘헬조선’ ‘흙수저’ 등의 말이 상징하듯 사회는 많이 망가진 것 같다. 젊은층이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권 등을 강화해 미래 세대가 인간적으로,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그런 틀을 헌법이 제공했으면 좋겠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의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통화를 갖고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이뤄진 남북 대화의 결과에 대해 협의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2일 이후 27일 만이고, 김여정 방한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를 파견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가 다녀와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달 중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특사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보낸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초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는 우리 고유의 영토이며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촛불 혁명을 통해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돌이켜 보면 그 까마득한 시작이 2·28 민주운동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28 민주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번져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3·15 의거와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자유당 독재와 부정선거에 저항해 일으킨 운동이다.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2·28 민주운동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연대와 협력의 힘”이라며 “그 연대와 협력의 바탕에는 2·28 민주운동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호 교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 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은 2013년 ‘달빛동맹 강화 교류협력 협약’ 체결 이후 2·28과 5·18 기념식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대구’를 26번 언급했고 ‘민주’를 24번, ‘국민’을 16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28 민주운동 유공자들과의 오찬에서 “(대구가) 보수적인 곳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과거 항일의병이 가장 활발한 곳이었고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며 “대구경북(TK)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발굴한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을 2·28 민주운동 기념탑 참배로 시작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구 지역 행보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아성인 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대구·경북·경남에서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졌다. 홍 대표는 한국당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이 지역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다. 홍 대표는 최근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을 (여권에) 내주면 한국당은 문 닫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호남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2·28 민주운동, 부마항쟁 등 영남도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은 항상 강조해왔다”며 “민주당도 6월 지방선거에서 TK 지역에서의 계속된 열세를 이번에는 어떻게든 뒤집어보겠다는 각오가 크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2박 3일간의 만남에서 북-미 간 ‘중매쟁이’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27일 밝혔다. 북-미 대화를 ‘딸 시집보내기’로 비유하며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맞춰 한국을 찾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입장을 들어보고, 미국의 입장도 북한에 전달하며 조속한 ‘성혼(만남)’ 분위기 마련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 비핵화를 위한 ‘북-미 중매쟁이’ 역할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매쟁이 입장인 만큼 이쪽(북한)한테는 너희가 이래야 성사된다고 하고, 저쪽(미국)한텐 이러면 성사된다고 양측에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 조금 더 신뢰관계가 필요하고, (한국을 통해 미국과) 속내를 이야기하려면 파트너 탐문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만남들이 26일 (남북 간에) 첫 번째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남북 간에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어 북쪽이나 미국 쪽에 전달한다든지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김영철이 한국에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양에 돌아가서 김정은에게 보고를 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와 무엇을 합의하러 온 그런 방한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영철이 돌아간 27일 오전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절대적인 핵우세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허황한 망상을 털어버리고 핵포기에 나선다면 세계의 비핵화 문제도 쉽게 풀릴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핵개발과 현대화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삿대질은 문제 해결의 선후차를 완전히 뒤집어놓는 정치 미숙아의 무지스러운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국의 대화 조건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일단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시에 김영철을 통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채널이 정상화됐다. (남북) 대화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34시간 반 동안 호텔 칩거한 김영철 김영철은 26일 0시경 투숙한 이후 27일 오전 10시 반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34시간 반 동안 호텔 안에 머물며 정부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북측 대표단은 17층을 통째로 빌렸고, 식사도 같은 층에 있는 클럽 라운지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의 26일 오찬, 같은 날 만찬, 27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조찬 등도 모두 클럽 라운지에서 가졌다. 북한 대표단이 머물던 17층은 대표단이 떠났지만 당분간 일반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떠난 뒤 그가 머물던 호텔방에서 머리카락 등 생체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우리 정보기관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다음 달 9∼18일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대회에 장애인올림픽위원회 대표단 4명과 선수단 20명을 파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북한은 당초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기자단 등 150여 명을 파견하겠다고 했으나 예술단, 응원단 파견 의사를 전격 취소한 것.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보냈던 대규모 응원단과 예술단이 기대했던 만큼의 주목을 끌지 못하면서 파견 계획을 접었다는 분석도 나온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했다. 각 분야의 피해자들이 제기했던 ‘미투’ 움직임은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 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생각으로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와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간담회를 잇달아 열었으며 정부는 27일 관련 대책을 담은 당정협의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폭로와 제보를 통해 확보한 유명인사 19명의 성폭력 의혹을 확인 중이다. 이 중 수사 대상은 배우 조민기 씨(53)와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 등 2명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08년 당시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또 청주대 교수 시절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조 씨를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43)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조동주 기자}

방한 이틀째인 2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은 온종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머물렀다. 이곳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2시간가량 오찬 회동을 가졌지만 이 역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뒤 내내 공개 행보를 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정부 관계자는 “비공식 실무회담을 통해 서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들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 조성된 대화의 분위기를 비핵화 협상 성사 등 ‘포스트 평창’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남북 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철에게 비핵화 직접 언급한 文 대통령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김영철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선(先) 핵동결 후(後) 핵폐기’의 2단계 비핵화 로드맵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조치가 A부터 Z까지 있다고 하면 (문 대통령이) A에 해당하는 초입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전 북한의 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전 조치(pre-step)’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에 밝혔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0년 비공개 남북협상에서도 북한에 핵·미사일 시험 및 개발 ‘모라토리엄(중단)’과 정전협정 준수를 사전 조치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못 박은 미국에는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가 없지 않다”고 설득하고, 북한엔 “비핵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의향을 보이는 수준의 행동에 나서 달라”고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김영철이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의 비핵화 발언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갈 수 있다”고 발끈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김영철, 북-미 대화 ‘전제조건’ 언급 안 해 김영철은 정의용 실장과의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 접견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고 한다. 김영철은 정 실장에게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핵보유국 지위 보장 등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표단이 북한에 돌아간 뒤 협의해야 할 사안들도 있는 만큼 당장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 북-미 대화를 위해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 실장과 김영철이 여러 카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워커힐호텔에서 정 실장 등과 오찬을 한 데 이어 오후 늦게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경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워커힐호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워커힐호텔은 뒤편으로 차량을 타고 들어가면 외부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북한 인사들이 서울에 오면 숙소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날 김영철 접견 과정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논란 끝에 뒤늦게 이날 공개한 데 대해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이고 불면 날아갈까 하는 상태이다. 직접적인 표현보다 완곡한 어법으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23일 입국해 26일 떠나는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것은 총 세 차례다. 23일 만찬 전 예정에 없던 별도 회담을 가진 두 사람은 공식 환영 만찬과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다시 만났다. 이 중 가장 핵심은 40여 분간의 별도 회담이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외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만 배석했다. 미국의소리(VOA)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방카 보좌관이 문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에 대한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만찬 전 회담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된 사전 전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발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에 제재 조치 사실을 미리 알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창을 계기로 대화 국면을 이어가려는 청와대와 온도 차가 있는 기류다. 다만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대화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을 이방카에게 강조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선 이를 두고 한미가 각각 ‘대화’와 ‘압박’이란 역할 분담에 나선 것인지, 평창 이후 각기 다른 ‘마이웨이’를 가려는 전조인지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대북 압박 기조를 거둔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계속해서 압박 기조를 이어나가고, 청와대가 나서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설득하는 ‘공동 전선’이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 폐회에 맞춰 초강력 대북 제재를 꺼내든 것은 개회식 전후로 어렵게 마련했던 북-미 대화를 김정은이 걷어찬 상황에서 백악관이 “더 이상 대화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동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문 대통령의 평창 일정을 설명하면서 김영철과의 회동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일정을 취재하는 청와대 풀기자단도 없었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의 사진과 영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시각화된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취재와 사진, 영상까지 공개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의 회동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예정에 있었던 일정은 아니었다. 김영철 방남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일정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시작된 문 대통령의 ‘외교전’에서 언론의 취재를 따돌리고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지목된 김영철과 만나는 장면을 노출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김영철은 김여정과 달리 실무자급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청와대 인사가 관여하는 김영철의 방남 일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김영철과 남은 일정 동안 만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