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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병원이 요청한 의심환자를 모두 검사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5일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중국에서 온 입국자를 검사할 진단키트도 부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단키트는 의심환자의 검체(가래)를 분석해 확진 여부를 판정하는 의료기구. 해당 보건소는 최근 1주일 동안 지역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로 의심된다며 의뢰한 검사 2건을 모두 거절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지만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진단키트 공급량을 이유로 통제하고 있다”며 “보건소는 질본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확진 환자의 접촉자가 1000명(5일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역학조사가 진행될수록 접촉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중국 이외의 제3국 감염자까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진단키트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단키트가 부족하면 16번 환자(42·여)처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고도 한동안 검사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후베이성 방문 후 14일 내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중국 방문 이후 14일 내 폐렴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진단키트가 부족한 탓에 병원이 의심환자로 판단해도 중국 방문 이력이 없으면 16번 환자처럼 검사를 받기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질본은 7일부터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의심환자라도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50여 개 민간 의료기관에 진단시약을 하루 최대 2000개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18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하루 약 160건의 검사만 가능했다. 진단시약 검사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단키트 공급량이 갈수록 폭증하는 검사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질본은 7일부터 확진 환자의 접촉자 분류를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검사 대상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5일 “검사 물량이 증가해도 모든 검사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시인했다. 송혜미 1am@donga.com·위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6번째 환자의 폐 기저질환 병력이 알려지면서 신종 코로나와 기저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기저질환이 신종 코로나에 미치는 영향을 Q&A로 정리했다. ―기존에 앓던 병이 있으면 신종 코로나에 더 취약한가. “중국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 41명에 대해 쓴 보고서를 보면 32%(13명)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당뇨병 환자(8명)가 가장 많았다. 다른 연구 결과를 봐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 중 심혈관, 뇌혈관 질환 및 당뇨병 환자가 많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의 위험군과 비슷하다.” ―당뇨병 환자가 특히 많은 이유는 뭔가. “당뇨병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 일반인보다 면역력과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발생률도 높은 편이다. 또 당뇨병 환자는 다른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심혈관, 뇌혈관 질환자 역시 폐렴 발병 위험도가 보통 사람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감염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망에도 취약할까. “그렇다. 신종 코로나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 계열로 사망하는 것은 모두 폐렴 증상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폐렴에 약한 기저질환자는 사망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다는 점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이외에도 특별히 취약한 사람이 있나. “노약자는 조심해야 한다. 노인들은 폐렴을 이겨낼 면역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진다. 또 노화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지면 기침을 잘 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감염된 바이러스나 세균의 배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더디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고, 간혹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늦게 발견할 우려가 있어서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 음주, 흡연 및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에도 건강한 사람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당분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전염병이 돌 때는 본인 몸의 사소한 증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서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 등 코로나바이러스가 7∼10년 간격으로 창궐한다는 ‘주기설’은 신빙성이 있나.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창궐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빨라서 1967년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7가지 변종이 나왔다. 4가지는 감기 바이러스이고, 나머지는 각각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다. 주기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일본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 잠복기를 10일로 보고 있다던데 자가 격리 기간을 줄일 필요는 없을까. “잠복기는 감염자의 기억에 의존한다. A가 B와 만나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B의 유증상기에 A와 B가 만난 최초 시점을 통해 잠복기를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직접 투입하지 않는 한 정확한 잠복기를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사람마다 잠복기가 다를 수도 있다. 사스의 경우 잠복기는 평균 4∼6일이지만 드물게 10일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14일을 기준으로 방역하는 게 안전하다.” ―신종 코로나도 사스처럼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지만 지난해까지 사망자를 낸 메르스와 달리 사스는 2003년 7월 이후 발생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3명이 감염됐지만 사망자 없이 종결됐다. 반면 메르스는 2012년 등장한 이후 종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86명이 감염돼 36명이 숨졌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메르스의 숙주인 낙타가 중동지역에서 가축에 해당해 접촉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스는 박쥐, 사향고양이 같은 야생동물에서 옮는다. 신종 코로나도 박쥐에서 옮기 때문에 방역에 힘쓴다면 사스처럼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언제쯤이면 신종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하루 이틀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강상태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잠복기가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전파력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크기 때문이다. 확진 환자의 접촉자가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되면 그때는 조금 안심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4일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의 경우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다. 섣불리 안정기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정부가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자가 격리’시키기로 했다. 기존에는 능동감시 대상인 일상접촉자와 자가 격리 대상인 밀접접촉자를 구분해 관리했다. 접촉자 관리를 강화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는 취지다. 하지만 일상을 구속받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는 정부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확진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 있었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하는 확진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으면 확진 환자 접촉자로 분류된다. 기존에 일상접촉자로 분류됐더라도 위 조건에 해당하면 격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자가 격리 대상은 기존 474명에서 최대 9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소득, 연령에 상관없이 1인 가구 기준 하루 3만2500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자가 격리 대상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관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격리 의무를 이행하는지, 가족 간 감염을 막기 위한 생활수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질본은 보건소와 읍면사무소 직원들을 동원해 자가 격리자를 일대일로 관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직원이 하루에 두 번 전화를 걸어 증상이나 외출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전부다. 서울시내 보건소 관계자는 “집에 있다고 얘기하고 외출하면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격리 대상자가 전화를 안 받으면 보건당국이 경찰과 협조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외출 사실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가족 사이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을 숙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격리 대상자는 보건소로부터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담긴 위생키트와 생활수칙 안내문을 받는다. 안내문에는 △외출 금지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 △감염병 예방수칙 지키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별도의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자가 격리 대상자가 부엌 등 공동 공간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환기가 잘되는 방에서 따로 생활해야 한다. 침구와 수건 등은 따로 사용해야 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특징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최대한 조심하는 게 낫다.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는 기본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Q&A로 풀어봤다. ―환자 가족 중에서도 감염 여부가 엇갈리는데…. “환자에게 특히 바이러스 배출이 많은 시기가 있을 수 있다. 이 시기에 접촉하면 그렇지 않은 시기에 접촉한 사람보다 감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접촉해도 감염 여부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마다 체력이나 면역력이 다르다. 면역력이 높은 사람은 감염되더라도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감염병이 도는 시기에 컨디션을 잘 유지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이번 주부터 추워지는데 바이러스가 약해지나. “아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쌀쌀한 환경에서 잘 증식한다. 또 날이 쌀쌀해지면 호흡기 점막이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더 쉽다. 여름보다 겨울에 독감이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것도 그래서다.” ―감염자 비말에 무조건 바이러스가 섞여 나오나. “일반적으로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섞여 나온다. 단, 비말마다 바이러스의 양이 다르고 어떤 침방울에는 바이러스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비말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감염 여부가 결정된다.” ―중국에서 대소변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바이러스가 주로 호흡기로 배출되기는 하지만 분변을 통해서도 배출된다. 다만 분변이 피부에 묻는다고 해서 바로 감염되지는 않는다. 비말과 마찬가지로 눈코 등의 점막을 거쳐야 감염된다.” ―감염자와 음식을 나눠 먹으면 감염되나. “가능성이 낮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뜨거운 찌개 등에서는 바로 죽는다. 하지만 차가운 음식에 묻은 바이러스가 입안 점막으로 흡수되면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일반 마스크를 쓰면 효과가 없나. “물론 KF80 이상이라면 더 좋겠지만 침방울이 통과되지 않는 정도라면 일반 마스크도 충분하다. 일반 면 마스크라도 잘 빨아서 쓰면 괜찮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 더 중요한 점은 썼다 벗었다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일회용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안경을 쓰면 감염을 막아주나. “감염자가 재채기를 했을 때 눈에 침이 튀는 걸 막아줄 수는 있다. 그러나 안경 사이에 공간이 많아 완전한 바이러스 차단은 어렵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를 진료할 때 고글을 써야 한다.” ―손을 자주 씻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나.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염자의 비말이 묻은 손으로 눈이나 코의 점막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막이 아닌 일반 피부를 만지는 건 괜찮다.” ―옷소매나 손수건으로 막고 기침을 하라는데 거기 묻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하나. “소매와 손수건에 묻은 바이러스는 보통 3, 4시간 정도 살 수 있다. 그래서 비말이 묻은 옷이나 손수건이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세제로 세탁하면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가장 좋은 기침 예절은 휴지로 막고 바로 버리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남성 환자가 많은 이유로 청결 문제가 나왔는데…. “관련성이 별로 없다. 우한으로 출장을 간 사람 중 남성이 더 많다든가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단, 손을 안 씻으면 남녀 상관없이 감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에 가도 괜찮은가.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면 보건당국이 방역을 한다. 살균제가 초미립자라 구석구석 침투되고 또 물체에 묻은 바이러스는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감염자가 지나간 곳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송혜미 1am@donga.com·사지원 기자·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의 운전사들이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라는 첫 판단이 나왔다. 2일 타다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30일 ‘근로자임을 인정해달라’는 전직 타다 운전사 A 씨의 신청을 각하한다는 내용의 판정서를 타다의 운영사인 VCNC에 전달했다. 서울지노위는 판정서에서 “A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7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A 씨는 VCNC로부터 복장 및 근무태도 관련 지시를 받았고, 고정시급을 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신이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A 씨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졌다고 봤다. 근무 여부와 근무 시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고, VCNC가 복장 및 근무태도 관련 매뉴얼을 제시한 것은 서비스 유지를 위한 것이지 지휘, 감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다 측은 이번 서울지노위의 판단이 “타다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고, 렌터카 업체처럼 기사를 연결만 해준 것이란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내용”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때 ‘타다가 운전자들의 출퇴근과 휴식을 관리, 감독해 사실상 고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타다 측은 지노위의 판단이 향후 1심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선 A 씨는 주말에만 타다 운전사로 일했기 때문에 주중 타다 운전사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서울지노위가 A 씨를 프리랜서라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가 주말에만 일했다는 것이라 모든 타다 운전사가 프리랜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송혜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상생활에서, 특히 이번 주말을 보낼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Q&A로 정리했다. ―2차, 3차 감염으로 갈수록 바이러스 증상이 약해지나. “독감 등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2차, 3차 감염자라고 해도 바이러스가 약해지지는 않는다. 메르스의 경우 전파 차수가 늘어날수록 증상이 조금 약해지는 경향이 일부 관찰되기도 했으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전파 순서보다는 감염 대상자의 체력이나 기존 지병이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 ―확진 환자 중 남성이 유독 많은데…. “감염병이 아닌 질환의 경우 성 호르몬에 따라 남녀 발병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은 특성상 성별에 따라 감염 정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남성 감염자가 더 많다고 하지만 경향이 그렇다는 정도이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기차나 비행기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위험한가. “모두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탑승하는 대중 교통수단이어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감염자가 기침을 한 손으로 손잡이를 만지면 이를 다른 사람이 다시 붙잡는 과정에서 전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직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씻는 곳인데 괜찮지 않나. “현 상황에서 피해야 할 1순위는 사람이 많은 밀폐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고 건조한 환경에서 번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목욕탕과 사우나의 경우 바이러스 번식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병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밀폐된 공간 자체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은 집에만 있어야 하나. “꼭 그런 건 아니다. 그 대신 주말 나들이를 하려면 되도록 넓은 광장이나 공원을 찾는 것이 낫다. 또 면역력이 약한 집단은 당분간 사람 많은 환경을 피해야 한다. 5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노인, 그리고 만성 질병을 가진 분들은 외출을 삼가는 것을 권한다.” ―마스크 종류가 많은데 뭘 써야 하나. “일단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KF94, KF99 같은 고강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KF80 수준이면 충분하다. KF94 이상의 마스크는 상대적으로 호흡하기가 쉽지 않아 오래 착용하기가 힘들다. 마스크를 쓰고 활동할 때에는 이를 썼다 벗었다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알코올솜으로 책상이나 자주 쓰는 물건을 닦으면 효과가 있을까. “자기 손부터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휴대전화나 키보드를 만지기 전에 알코올솜으로 닦으면 도움은 된다. 그러나 살균 지속 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 알코올솜으로 닦더라도 다른 사람이 해당 물건을 만지면 금방 오염이 되기 때문이다.” ―김치가 바이러스 면역력을 높인다던데…. “김치를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져 우한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중국산 김치를 먹으면 우한 폐렴에 걸린다는 등의 얘기는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이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는 가짜뉴스는 경계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예방 수단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면역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같은 환경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면역력의 차이가 감염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물론 체력이나 면역력을 갑자기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분간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추위에 노출되는 등 ‘몸을 지치게 하는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주말에 단체로 식사 약속이 있는데 괜찮을까.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깨끗한 식기로 음식을 각자 덜어 먹어야 한다. 국내 첫 2차 감염자인 6번 환자도 3번 환자와 밥을 먹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기 기운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열이 나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외출을 비롯한 타인과의 접촉을 금하고 보건 당국에 문의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된다면 관할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전화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선별진료소가 있는 병원에 가서 안내에 따라야 한다. 선별진료소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우리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확진자 동선 내에 거주하고 있다면 감염병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단, 확진 환자가 다녀간 뒤에 소독이 이뤄진 기관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확진자 동선이 확인되는 대로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송혜미 1am@donga.com·사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2차 감염에 이어 3차 감염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보건 당국이 초기 방역 과정에서 실수를 거듭하면서 확산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3차 감염부터 추적이나 격리가 어렵기 때문에 접촉자 관리 기준 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3번 환자 놓치고 뒷북친 보건 당국 3번 환자(54)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지난달 20일 국내로 들어왔다. 아무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22일 오후 1시에는 약국에서 해열제를 샀다. 저녁에는 6번 환자와 또 다른 동창 A 씨 총 세 명이 서울 강남구 한일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어 26일 근육통 악화로 보건소를 찾은 끝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역학조사관은 3번 환자의 증상 시작 시점을 22일 오후 7시로 정했다. 카드 사용 내역을 통해 그 전에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매한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질본은 역학조사관의 판단을 믿고 증상 시작 시점을 바꾸지 않았다. 질본 관계자는 “3번 환자가 건강 염려증이 심해 몸이 조금만 안 좋아도 약을 사먹은 것을 감안해 정한 것”이라며 “칼로 무 자르듯 하는 기준은 없고 숫자로 만들어진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질본은 29일 시간을 ‘오후 1시’로 바꿨다. “다시 조사해 보니 3번 환자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일상접촉자 4명이 추가돼 그제야 모니터링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이었다.○ 접촉자 분류 실수 탓에 3차 감염 6번 환자(55)는 22일 저녁 3번 환자, A 씨와 함께 불고기와 냉면 사리를 나눠 먹었다. 가로 90cm, 세로 90cm 정사각형 테이블에 앉았으며 식사는 1시간 33분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질본은 애초 6번 환자를 일상접촉자로 분류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면 자택에 격리됐을 터였다. 이렇게 되자 도미노처럼 3차 감염도 연달아 일어났다. 질본의 엉터리 분류로 6번 환자가 거리낌 없이 가족과 접촉한 탓이다. 31일 발표된 3차 감염자 2명은 6번 환자의 가족이다. 게다가 이 중 한 명은 30일까지 직장에 출근했다. 4차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6번 환자 접촉의 강도를 재분류했어야 하는데 보건소에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 일상접촉자로 관리했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질본의 판단 착오뿐 아니라 일선 보건소와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본은 A 씨도 일상접촉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부랴부랴 밀접접촉자로 신분을 바꿨다. 보건소에 “A 씨도 검사해 보라”고 지시한 끝에 A 씨는 검사를 받게 됐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질본의 해외 방문 이력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에서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 시스템에 우한을 다녀온 적이 없는데 우한을 다녀왔다고 뜨는 등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우한을 다녀왔지만 다녀오지 않았다고 뜰 가능성도 있는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먹구구 검사 기준 증상 발현 후 검사받는 절차의 기준 또한 모호해 현장에서는 혼란을 느끼고 있다. 예컨대 어떤 유증상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에서 격리되는 반면 다른 유증상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 돌아가 대기하다가 확진을 받으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4번 환자 또한 질본의 발표 자료와는 다르게 보건소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택으로 돌아가 대기한 뒤 결과를 통보받고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입원했다. 질본 관계자는 “증상이 심하면 바로 입원시켜서 검사하고 그렇게 심하지 않으면 자택에 보냈다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입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상의 정도에 대한 판단도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오락가락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락 안 되는 우한 입국자 700명 앞으로 방역 관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질본은 지난달 13∼26일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내외국인 2991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 중이다. 내국인 1160명 중 출국자를 제외한 1085명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이 중 384명(35%)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겨우 연락이 닿아도 조사는 쉽지 않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해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전화를 귀찮게 여기거나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인 관리는 더 어렵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398명은 80명만 연락처가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서울시는 우한시에서 들어온 외국인이 얼마나 있는지 명단을 받지 못했다. 질본은 법무부, 경찰 등에 협조를 요청해 소재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사이 외국인들에게 의심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정부가 이들을 관리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박성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미스터리 감염’은 병의 확산 기세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증상 감염이나 출처 불명 감염이 늘어난다면 기존의 방역 체계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상당수 전문가는 “코로나바이러스라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주장해왔다. 무증상 감염은 환자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초기인 잠복기에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무증상 감염이 드물다. 잠복기에는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면역계가 처음 만나 맞서 싸우느라 바이러스의 양이 타인에게 전염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무증상 감염이 등장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만약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다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집게 된다. 우한 폐렴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다.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현재까지 학계에서 잠복기간 중 전염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염병 중에도 예외는 있다. 홍역, 수두, 인플루엔자 독감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독감은 열이 나기 1, 2일 전에도 전염성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외적인 감염병처럼 우한 폐렴도 잠복기간 중 전염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9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이 확인되면 한국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는 방역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선 발열과 호흡기 증상 여부를 따지는 현재 공항 검역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환자 접촉자, 우한 방문자 등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고 하는 능동감시 대상자 모니터링 방식도 바꿔야 한다. 확진자의 접촉자를 따질 때도 기존에는 ‘증상 발현 이후’ 만난 접촉자만 따졌다면 앞으로는 ‘감염 시점’을 추산해 접촉자 범위를 훨씬 넓게 잡아야 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면 우한 폐렴은 감기처럼 번질 수 있는 것”이라며 “지정병동이나 선별진료소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가격리 강화 등 적극적인 방역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국내 첫 ‘사람 간 감염’(2차 감염)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서는 예견된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우한 폐렴으로 처음 확진된 1번 환자(35·중국인 여성)를 제외하면 2, 3, 4번 환자 모두 검역을 통과해 입국했다. 2번 환자는 입국 당시 발열 증상이 있어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3번과 4번 환자는 무증상으로 입국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특히 3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사흘간 서울·경기 일대를 돌아다녔다. 2차 감염 발생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다녀오지 않아도 우한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하루 동안 2명의 확진 환자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 2주 사이에 확진 환자가 계속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예견된 2차 감염, 진짜 ‘경계’ 수준 6번 환자는 3번 환자(54)와 함께 식사를 한 지인이다. 능동감시를 받던 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30일 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아직 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환자의 정확한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설 연휴 때 6번 환자가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과 만났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또 22일 서울 강남구 한일관에서 3, 6번 환자와 함께 식사한 또 다른 50대 지인의 감염 여부도 검사 중이다. 2차 감염자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6일 확진된 3번 환자는 다음 날 이동경로가 공개된 이래 ‘슈퍼 전파자’(감염병을 널리 퍼뜨리는 환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지인과의 식사 직전인 22일 오후 1시경 증상이 나타났다. 그 뒤에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와 호텔, 한강변 편의점,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 등 최소 6곳 이상을 방문했다. 무증상이던 기간까지 합하면 무려 닷새 동안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22일 이후 사흘간 그와 접촉한 사람만 해도 95명에 이른다. 이 중 함께 식사를 하거나 투숙하는 등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도 15명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내과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국에 다녀온 사람만 찾아내 검사에 힘쓰면 됐는데 이제 방역이 훨씬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감염병 대응 시 해외 유입 환자만 발생했을 때는 ‘주의’ 단계라 볼 수 있고 국내 2차 감염 환자가 생기면 ‘경계’ 단계로 본다”며 “우리는 이제 진정한 경계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앞서 질본은 27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2차 감염을 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28일에야 감염병 잠복기간 내인 13∼26일 우한시에서 들어온 내·외국인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잠복기 중 입국해 검역을 무사 통과한 3번과 4번 환자처럼 ‘숨은 환자’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3번 환자처럼 지역사회를 활보한 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의 기준이나 발표 번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본은 29일 3번 환자의 접촉자 수를 기존 74명에서 95명으로 정정했다. 추가 조사로 환자의 증상 발현 시각이 6시간 당겨지면서 21명이 추가된 것. 이들 중 감염자가 있다면 최대 일주일간 지역사회에 노출된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2차 감염자는 일본, 독일, 대만에서도 다 나왔고 어차피 (국내 2차 감염 발생은) 시간 문제였다”며 “확진자가 나오면 증상 전 동선도 다 확인해 접촉자를 찾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염력 예상보다 강할 수도 3번 환자의 증상이 경미했던 점에 비춰 볼 때 우한 폐렴의 전염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질본은 3번 환자의 증상이 미열과 몸살기에 불과했고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3번 환자도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진 신고한 25일 전까지는 열과 기침, 가래 증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감염병은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충분히 증폭해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호흡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데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다면 전염력이 무척 강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김남중 교수는 “증상이 없는 잠복기의 경우 감염력이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본다”며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방역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이미지 image@donga.com·송혜미·박창규 기자}
“현재 전화 대기가 많아 연결이 어렵습니다. 관할 보건소로 전화해 가까운 지역 선별의료기관을 통해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28일 오전 휴대전화를 붙들고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10번 이상 전화를 건 A 씨(35)는 매번 똑같은 자동응답기 내용만 들었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3번 환자가 투숙한 서울 강남구 뉴브호텔에 같은 기간 머물렀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감기 증세가 27일부터 심해져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한 차례도 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설 연휴 기간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상담 전화가 몰리자 1339가 사실상 먹통이 된 것이다. 차선으로 지역 보건소에 연락했지만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해봐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A 씨는 “오후 3시쯤에야 ‘문제없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1339에 전화하면 된다는 안내만 믿었는데 통화가 계속 안 돼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도 28일 오전 10차례에 걸쳐 133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상담원과 통화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얼마나 기다리면 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안내도 없었다. 그저 자동응답 음성만 반복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서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1339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할 수 없이 인근 병원으로 간 경우도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보건소를 찾은 이모 씨(46)는 “2주 전 중국 여행을 다녀온 뒤 어제부터 감기증상이 있어 1339로 계속 전화했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동네 이비인후과로 갔는데 ‘열까지 있으니 보건소로 가라’고 하기에 보건소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평소 하루 500∼700건 수준이던 통화량은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하루 1만 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콜센터 인력은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콜센터 인력을 긴급 충원해 20∼30명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100명 이상 확보할 예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콜센터(지역번호+120)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 콜센터도 연계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위은지 wizi@donga.com·송혜미 기자}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시설관리실. 한 직원이 병원 곳곳에서 바퀴가 고장 난 휠체어를 가져오자 박인철 씨(20)가 이를 건네받았다. 바퀴를 교체한 뒤 수리가 제대로 됐는지 꼼꼼히 살핀 박 씨는 휠체어 구석구석을 살균 세척했다. 이 병원 자회사 직원인 박 씨는 지적장애 3급. 그가 맡은 일은 ‘휠마스터’다. 환자를 실어 나르는 휠체어 바퀴를 수리하고 세척·관리하는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구직 상담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분해 조립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곧잘 하던 박 씨였다. 자신의 손재주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휠마스터로 취업을 결심했다. 그는 “공단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직업훈련도 받고 취업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무개발로 장애인 채용 길 열어 휠마스터는 2017년 공단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무영역으로 새롭게 개발한 일자리다. 의료 산업계에서 장애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맡길 일이 없다며 호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의료계는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지는 분야다. 의료기관 내 장애인 직무를 고민하던 공단은 병원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휠체어와 관련해 별도의 살균세척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공단은 발달장애인이라면 휠체어 살균세척과 수리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발달장애인 2명이 서울대병원에 첫 휠마스터로 취업했다. 이후 박 씨를 비롯해 휠마스터 취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인 근로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병원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휠마스터 외에도 공단은 직업영역 개발 사업을 통해 장애 유형별 특성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왔다. 장애인과 산업체의 특성을 각각 파악해 이를 매칭한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취업에 성공한 ‘바리스타’ 직무도 2012년 공단이 개발했다. 공단은 1994년부터 약 100개에 달하는 각종 장애인 직무를 발굴했다. 개별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장애인 직무 개발이 필요하다면 공단이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방진복 특수세정원’,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 양봉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요한 택시 운전원’ 등 11개의 새로운 장애인 직무가 탄생했다. 이들 직무에 취업한 장애인들은 90여 명이다.○ 장애인 채용하면 편의시설도 지원 공단은 직업 영역 개발 사업 이외에 장애인 채용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사업장들의 고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장애인 직무를 발굴하는 ‘장애인 고용 종합컨설팅’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각종 정부 지원을 연계해준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나 점자블록, 승강기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해 준다. 통근용 승합자동차 구입 비용도 나온다.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수행을 돕는 보조 공학기기 역시 무상으로 지원된다. 만약 기업이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훈련비 명목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시 중증 장애인보다 경증 장애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데 따른 조치다. 중증 장애인 훈련 기간에는 직무 지도원을 배치해 직장 내 기본 규칙과 작업도구 사용법, 교통수단 이용법, 대인관계 등에 대한 폭넓은 학습을 지원한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한다면 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50인 이상 민간 기업의 경우 전체 고용 인원의 3.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50인 이상 공공기관은 3.4%로 규정돼 있다. 장려금은 장애인 근로자의 중증도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는 30만∼80만 원 수준인데 경증 남성 장애인을 고용하면 1인당 30만 원, 중증 여성 장애인을 고용하면 80만 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조종란 공단 이사장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맡길 만한 직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채용을 회피하는 기업이 많다”며 “하지만 공단 제도를 활용해 얼마든지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양=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출입구곳곳에 붙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신 분은 병원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또 응급실 앞에는 ‘중국 방문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이상 증상이 발생한 분은 안으로 들어오시기 전 인터폰을 눌러주시길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과 접수창구에는 무인접수기 사용이 아예 중단됐다. 그 대신 직원이 일일이 중국 방문 여부를 묻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국내 대형병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었기에 초기부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슈퍼 전파자 1명이 82명을 감염시켰던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주요 병원마다 응급실 출입이나 진료 접수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 확인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가 유일하다. A 씨는 아직 격리 치료 중이다.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발열 증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증상자(우한 폐렴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환자) 21명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22, 23일에도 “감염이 의심된다”는 자진 신고가 계속 이어졌지만 우한 폐렴과는 관련이 없었다.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잠복기가 최장 14일 안팎이라 검역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자세한 중국 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역학조사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보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메르스와 사스를 겪으면서 검역체계, 환자관리체계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메르스 같은 상황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해외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 기자}
14일 오전 4시 30분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두꺼운 점퍼 차림의 남성들이 하나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감을 찾으러 온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남구로역 앞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건설부문 인력시장이다. 그중에 김모 씨(42)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8년이나 다닌 직장이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 얼마 전부터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50대 이상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아는 사람이 없는 김 씨는 한쪽에 홀로 서서 종이컵에 든 둥굴레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실직한 경험이 있다 보니 섣불리 어느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두렵다”며 “그렇다고 집에서 쉴 수 없어 막일이라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인력시장에선 김 씨 또래의 40대 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50대 이상 베테랑 근로자들은 작업환경도 물어보고 일당 흥정도 하지만 40대 근로자들은 대부분 일감이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5년 동안 만화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정모 씨(46)도 며칠째 인력시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한동안 편의점과 식당,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건설 일용직에 정착했다. 정 씨는 “회사를 다니다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잘 안됐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고 싶지만 나이 탓에 받아주는 곳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구로역 근처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설 현장을 찾는 40대가 늘기 시작했다”며 “실직이나 폐업한 40대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아무래도 건설 일용직을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시장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알바) 업계에도 고용 한파에 떠밀린 40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접수된 이력서 분석을 의뢰한 결과 2017년 40대가 제출한 이력서는 36만2200건이었는데 2018년 72만2600건, 지난해 118만340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이력서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40대 이력서의 비중은 1.5배로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40대 5명 중 1명(20.2%)은 ‘생산·건설·노무’ 직종에 지원했다. ‘서비스’(16.7%) ‘사무직’(15.7%)은 40대 지원 직종 중 2, 3위를 차지했다. ‘운전·배달’(1.7%)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관련 분야 수요가 늘면서 40대가 많이 찾는 일자리 중 하나다. 경남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실직한 A 씨(42)도 얼마 전부터 배달 알바를 뛰고 있다. A 씨는 “요즘 안정적인 직장을 다시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그나마 배달 쪽이 자리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배달대행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은 진입장벽이 없고, 돈을 바로 받을 수 있어 실직 후 생계가 급한 중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14일 오전 4시 30분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두터운 점퍼 차림의 남성들이 하나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감을 찾으러 온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남구로역 앞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건설부문 인력시장이다. 그 중에 김모 씨(42)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8년이나 다닌 직장이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 얼마 전부터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50대 이상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아는 사람이 없는 김 씨는 한쪽에 홀로 서서 종이컵에 든 둥글레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실직한 경험이 있다보니 섣불리 어느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두렵다”며 “그렇다고 집에서 쉴 수 없어 막일이라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인력시장에선 김 씨 또래의 40대 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50대 이상 베테랑 근로자들은 작업환경도 물어보고 일당 흥정도 하지만 40대 근로자들은 대부분 일감이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5년 동안 만화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정모 씨(46)도 며칠째 인력시장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한동안 편의점과 식당,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건설 일용직에 정착했다. 정 씨는 “회사를 다니다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잘 안됐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고 싶지만 나이 탓에 받아주는 곳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구로역 근처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설현장을 찾는 40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실직이나 폐업한 40대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아무래도 건설 일용직을 찾아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시장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알바) 업계에도 고용한파에 떠밀린 40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접수된 이력서 분석을 의뢰한 결과 2017년 40대가 제출한 이력서는 36만2200건이었는데 2018년 72만2600건, 지난해 118만340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이력서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40대 이력서의 비중은 1.5배로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40대 5명 중 1명(20.2%)은 ‘생산·건설·노무’ 직종에 지원했다.‘서비스’(16.7%), ‘사무직’(15.7%)은 40대 지원 직종 중 2, 3위를 차지했다. ‘운전·배달’(1.7%)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관련 분야 수요가 늘면서 40대가 많이 찾는 일자리 중 하나다. 경남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실직한 A 씨(42)도 얼마 전부터 배달 알바를 뛰고 있다. A 씨는 “요즘 안정적인 직장을 다시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그나마 배달 쪽이 자리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배달대행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은 진입장벽이 없고, 돈을 바로 받을 수 있어 실직 후 생계가 급한 중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해부터 산업재해 근로자를 직장에 복귀시킨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된다. 이와 더불어 직장에 복귀한 산재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늘리고, 산재 근로자 대체인력지원금 대상도 확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산재 근로자가 직장에 복귀할 때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직장 복귀 지원금’을 월 최대 6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인상했다. 직장 복귀 지원금은 장해 1∼12급 산재 근로자를 직장에 복귀시켜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에게 최장 12개월 동안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산재 근로자의 원활한 직장 복귀를 돕고, 사업주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직장 복귀 지원금은 산재 근로자의 장해등급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이번 개편에 따라 월 30만∼60만 원 수준이던 지원금이 올해부터 월 45만∼80만 원 수준으로 33∼50% 인상됐다. 장해등급별로는 1∼3급 산재 근로자 복귀 시 월 80만 원, 4∼9급 60만 원, 10∼12급 45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산재 근로자 복귀를 전제로 대체인력을 고용할 경우 지원금을 주는 ‘산재 근로자 대체인력지원금’ 대상도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는 20인 미만 사업장만 지원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 발생 사업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16년부터 시행된 대체인력지원금은 요양 중인 산재 근로자를 대신해 대체인력을 고용하고 이후 산재 근로자를 복귀시키면 사업주에게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장 6개월 동안 월 60만 원 한도에서 대체인력 임금의 50%를 지급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산재 근로자가 치료를 받는 기간에 대체근로자를 신규 채용해 30일 이상 고용해야 한다. 또 원래의 직무로 복귀한 산재 근로자에 대해서도 30일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직장 복귀 지원금과 대체인력지원금 신청은 근로복지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 토탈서비스로도 신청이 가능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청년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새로 취업한 청년이 매달 일정액을 내면 정부도 함께 자금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만 15∼34세(군필자는 복무기간에 따라 최고 만 39세까지) 신입사원이 청년공제에 가입해 2, 3년간 각각 300만 원, 600만 원을 납입하면 만기 때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총 1600만,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청년공제는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일자리 포털 ‘워크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제도. 올해 정부가 청년공제를 대폭 손질하자,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달라지는 청년공제 내용을 Q&A로 풀어봤다.Q. ‘월급 350만 원 이하’ 조건은 기본급 기준인지. A. 지난해까지 월 500만 원 이하였던 임금 조건이 올해 월 350만 원 이하로 낮아졌다. 고소득 근로자를 배제하려는 취지다. 임금은 세전 기준으로, 기본급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수당과 월평균 상여금을 모두 포함해 따진다. 청년공제를 신청할 때에는 근로계약서상 임금을 확인하면 된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실제 지급하는 임금이 근로계약서보다 많은 경우 취업 후 1년 동안 근로자가 실제 받은 임금을 확인한다. 계약서상 임금 기준으로 청년공제에 가입했더라도, 1년 동안 받은 실제 임금이 월평균 350만 원을 넘으면 청년공제 계약은 철회된다. Q. 가입 대상 기업도 바뀌었다는데. A.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가입 대상이다. 5인 미만은 벤처기업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새로 추가된 기준도 있다. 올해부터 중견기업의 경우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없다. 또 가입기간 3년형의 경우 뿌리기업에 신규 취업한 청년만 가입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뿌리기업이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 뿌리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뿌리기술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업종을 말한다. Q. 가입 제한 기준은 이전과 동일한가. A. 올해부터는 연 3회 이상 임금을 체불한 기업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습기간 3개월 초과 ▲최저임금 미준수 ▲임금 체불명단 공개 대상 ▲고용보험료 체납 ▲중대 산업재해 발생 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Q. 신청기간이 취업 이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청년공제는 원칙적으로 생애 한 번만 가입할 수 있다. 회사 도산 등이 아닌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면 다시 취업을 해도 청년공제에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청년공제 가입 전 회사가 장기간 근속할 만한 곳인지를 청년들이 판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취업 후 6개월까지로 신청기간이 늘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면 전환일이 기준이다. 주의할 사항은 6개월 안에 자격요건 심사를 통과해 청약 가입 신청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격요건 심사에는 통상 열흘 정도 걸린다.Q. 청년공제에 가입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했다. 이직해도 재가입이 안 되나. A. 가능하다. 올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이직은 재가입 사유로 인정된다. 사업주나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를 인정받으면 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휴·폐업 혹은 도산한 경우, 임금을 체불한 경우, 권고사직을 실시한 경우에도 이직 시 재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위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6개월 이내 다른 회사로 취업해야만 한다. 재가입 횟수는 1회로 제한된다.Q. 이전 직장에서 청년공제에 가입하지 않고 퇴사했다면 재취업 후 청년공제 가입이 가능한가. A. 가능하다. 단 최종 학교 졸업 후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총 12개월 이하여야 한다. 3개월 이하 아르바이트 등 단기 가입 이력은 총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총 12개월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직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재취업 후 청년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Q. 매달 내야 하는 돈을 미납하면 청년공제가 바로 해지되나. A. 한두 번 미납했다고 해서 바로 해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기부담금을 6개월 이상 미납하면 중도 해지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1년 이상 근무했다면 정부 지원금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지만,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자기부담금만 돌려받는다. 만기 때 청년 자기부담금과 취업지원금, 기업기여금이 모두 적립돼야만 만기금이 지급된다. 따라서 미지급액이 있다면 서둘러 납부해야 한다.Q. 만기가 되면 돈은 자동으로 지급되나. A. 별도의 신청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만기금 지급 대상자라는 문자 통보를 보내면 청약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공단은 접수일로부터 7일 안에 만기금을 계좌로 지급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해 호봉이나 수당을 동일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똑같이 해야 한다고 판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이유로 사업주와 갈등을 겪고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 등 7명이 대전문화방송(MBC)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상여금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과 차별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입사 경로가 정규직과 다르므로 임금이나 상여금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취지를 감안할 때 해당 조항이 무기계약직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특히 해당 사업장에 무기계약직에 대한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자가운전보조금이 지급되고 정기적인 호봉 승급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산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 및 은행권은 텔러, 캐셔 등 일반 정규직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수 직종을 무기계약직으로 두는 등 10여 년 전부터 법무 리스크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해당 판례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2017년 이후 협력사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급격히 전환한 공공기관이나 직무 및 취업규칙 구분을 뚜렷이 해놓지 않은 중소기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같은 부서에서 ‘동종유사업무’를 하는 경우에 한해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하라는 취지”라며 “일반적으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한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이호재·김현수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향해 “사회적 대화를 할 것인지 응답해야 한다”며 경사노위 참여를 촉구했다. 8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문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계의 한 축인 민노총이 이 자리에 없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는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지 판가름해야 할 때”라며 “투쟁을 중요시해 사회적 대화를 안 하겠다는 조직이 있더라도 금년에는 사회적 대화의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민노총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는 2018년 국정과제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재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영세업체’ 관리 방안이 없다면 목표 실현은 힘들 것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8일 고용노동부의 산재 통계를 본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800명대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1999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1000명대를 유지한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992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855명) 전년보다 11.9% 줄었다. 이 장관은 “사망 사고가 빈번한 건설업을 대상으로 행정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2022년까지 산재 사망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이 장관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노동계는 산재 사망자 감소가 경기 악화의 ‘착시 효과’가 아닌지 반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건설경기 하락으로 작업량 자체가 감소한 게 산재 사망 사고 감소와 연관돼 있지 않은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노사 모두 정부 정책에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예방할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줄었지만, 50인 미만 제조업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사망자가 9명 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 사고는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산재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7일 시행되지만 하청업체가 아닌 영세업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올해 영세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패트롤’(순찰)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산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 등 위험 요인이 비교적 명확한 건설업과 달리 제조업은 순찰 점검을 한다고 해도 위험 요인을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설사 단속에 걸리더라도 사업주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다. 고용부는 올해 “영세·소규모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이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인력과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따라서 이들 스스로 산재 사고와 관련해 획기적인 개선 조치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산재 사고의 가장 약한 고리인 영세 사업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산재 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도 있다.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1am@donga.com}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사망, 화재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기업 등 원청업체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일명 ‘김용균법’)이 16일 시행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산안법 시행령을 약 2주 앞둔 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대기업 임원들과 만나 “합리적인 산업재해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개정안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작업 중지 명령 등의 기준이 모호하고 책임 및 처벌 규정은 대폭 강화되는 등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제철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군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 “일부 작업만 중단돼도 사실상 올스톱… 경영 악재로” ▼개정 ‘산안법’ 16일 시행“재해 재발우려 작업중지 명령땐 해제 까다로워 한달 문 닫을수도”기업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우려하청직원 산재, 원청社 책임 강화… 사망사고땐 원청업주 최대 7년刑재해가 발생할 경우 고용부 장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현장의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했고, 하청 근로자가 재해로 사망하면 원청업체의 대표이사에게까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도금 등 일부 유해 작업은 원칙적으로 하청을 금지시켰다. 이 장관은 3일 모임에서 “하청 사업주는 안전을 관리할 능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만큼 원청 사업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산안법 개정이 산재 감소로 이어져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계 현장에서는 “정부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툭하면 공장 생산 라인이 멈추게 생겼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용부 장관이 내릴 수 있는 ‘작업 중지 명령의 기준’이 개정 산안법 시행규칙에 담기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도 작업 중지 명령과 해제의 기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재해가 발생한 이후 다시 재해가 발생하거나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정부는 언제든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경영계에서는 이 ‘판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했지만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업 중지 명령은 쉬워졌지만 명령을 해제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은 늘었다. 우선 원청 사업자는 재해가 발생한 생산 라인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재해가 발생한 작업장의 근로자가 만약 1000명이라면 500명 이상의 의견서를 받고 난 뒤에야 중지 명령 해제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어렵게 해제 신청을 해도 4일 이내에 열리는 해제 심의 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작업 중지 명령 해제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한 트럭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망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원청업체 소속 트럭 전체를 멈추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일부 작업만 중단돼도 사실상 공장 전체 생산 라인이 가동을 멈출 수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상황에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도 현장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 담겨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하청업체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새롭게 산재 예방 책임이 부여된 배달대행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의 경우 산안법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곳이 많아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산안법에 따라 가맹점 200개 이상을 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매년 1회 가맹점주들에게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설비 기계 등 안전 보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긴 가맹본부는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과 경기권에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전체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안전 보건과 관련된 조치를 당장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책임을 본점에 과하게 부과하면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개정 산안법 시행령으로 전기업이나 청소·시설관리·조리 같은 서비스업, 타워크레인업 등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송혜미·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