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당장 경영 참여를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향후 추진 일정이라도 명시해야 한다.”(근로자대표 측 위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미리 공시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사용자대표 측 위원) 26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 6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16명이 모였다. 이들은 당초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이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안에는 현행법상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모두 포함했다”며 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임원 추천, 위임장 대결 등 직접적인 ‘경영참여’ 행위가 빠진 정부안은 ‘반쪽짜리’라고 반발해온 노동계와 시민사회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셌다. 한국노총 민노총과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위원들은 “법 개정 전까지 실행하기 어렵더라도 일단 도입 때부터 ‘경영참여’를 선언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입안에는 ‘제반 여건 마련 후 검토’라고 돼 있지만, 최소한 경영참여 추진 일정 등을 로드맵에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측 위원들은 결코 경영참여 요소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사전공시를 문제 삼았다. 한 재계 측 위원은 “국민연금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연금의 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측 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사전에 공시를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내며 상세히 알리는 것은 과도한 영향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이 회의 도중 1시간가량 자리를 비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전 9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추가 발언이 계속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회의를 끝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기로 돼 있던 박 장관은 “잠시 국회에 다녀올 테니 오늘 합의할 수 있도록 위원들끼리 더 논의를 해달라”며 오전 9시에 자리를 떴다. 박 장관이 떠나자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 16명 가운데 5명도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났다. 박 장관은 약 50분 뒤 회의장에 돌아왔지만, 결국 의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전 10시쯤 회의를 끝냈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처음에 5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는데, 경영참여 논쟁이 거듭되는 바람에 나머지 쟁점은 거의 얘기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는 30일 6차 회의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

국내 간암 환자들의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사진)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병원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리피오돌의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와 공단은 이 약에 대한 가격 인상 여부를 24일 전격 합의했다. ‘리피오돌’은 간의 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해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주사제다. 암세포에 항암제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몸 안에 출혈이 있을 때 리피오돌을 주입해 출혈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에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 치료제로 통한다. 그럼에도 프랑스계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는 “앰풀당 5만2560원으로 책정된 리피오돌의 국내 공급가가 지나치게 낮아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며 “약의 가격을 5배 이상(약 26만 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이 제약사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인 탓에 대형 병원에서 리피오돌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마땅한 대체의약품도 없는 상황에서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자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건강보험공단과 게르베코리아가 리피오돌의 약가를 기존 가격 대비 3.6배 수준인 19만 원 선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함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리피오돌의 공급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측은 “게르베코리아가 요구했던 가격 인상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가격 인상안은 다음 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심의위원회 보고 후 의결되면 최종 고시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약회사의 횡포를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를 볼모 삼아 약가 인상을 요구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리피오돌의 공급 의무, 환자가 리피오돌 공급 중단으로 손해를 볼 경우 게르베코리아가 보상해주는 등의 제재조항을 마련했다”며 “향후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4일 경북 영천시 신녕면과 경기 여주시 흥천면의 최고기온이 각각 40.3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 최고기온은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기록한 40.0도다. 신녕면과 흥천면의 최고기온은 왜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이는 ‘측정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각종 날씨 정보를 두 가지 장비에서 얻는다. 하나는 ‘종관(綜觀)기상관측장비(ASOS)’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이다. 이 중 ASOS의 기록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ASOS는 유인(有人) 측정 시스템이다. 기상청 직원이 상주하면서 기온, 습도, 강수량, 기압, 가시거리 등 14개 분야를 관측한다. ‘표준화된 전통 방식’의 측정이다. ASOS는 설치 기준도 까다롭다. 주변에 바람의 흐름을 왜곡하는 건물이 없어야 한다. 그늘도 없어야 해 일정 넓이의 탁 트인 공간에 세워져 있다. 서울의 ASOS는 1907년 종로구 송월동에 설치됐다. 전국 ASOS는 모두 96개 지점에 있다. 반면 전국 494곳에 있는 AWS는 무인(無人) 측정 시스템이다. 1990년대 폭우 피해가 많을 때 주로 강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했다. 상대적으로 설치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지면뿐 아니라 도로 옆 건물 등에도 설치돼 있다. 이곳에선 기온과 강수량, 바람(풍속, 풍향) 등 3개 분야를 측정한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AWS로 측정한 기온 등 관측값은 건물이나 도로 등 주변 환경으로 왜곡될 수 있어 비공식, 즉 참고용으로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도심의 일상생활이 아스팔트 위, 건물 주변에서 이뤄지는 만큼 AWS 측정값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국 어린이집의 모든 통학차량에 연말까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가 설치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24일 발표했다. 최근 경기 동두천시와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에서 영·유아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해결책을 찾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우선 전국 어린이집 4만여 곳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 총 2만8000여 대에 연말까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의무적으로 부착된다. 복지부는 △차량 맨 뒷좌석의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는 시스템 △차량 내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야 경보음이 꺼지는 무선통신장치(NFC) △무선통신 기기를 책가방에 부착한 후 스캐너가 아동의 승하차를 점검하는 비컨(Beacon) 방식 중 한 가지를 채택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소요 예산을 파악해 하반기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어린이집 출입구에 스캐너를 달아 아동의 등·하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에게 전송하는 ‘안전 등·하원 알림서비스’도 추진한다. 또 아동학대 시에만 적용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한 번 사고를 내면 어린이집 폐쇄)를 안전사고로 확대한다. 사고를 낸 어린이집 원장은 향후 5년간 다른 보육시설에 취업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복지부의 보고를 받은 뒤 “법이나 지침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보육 현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며 “어린이집 평가인증 체계를 아동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일각에선 어린이집의 잇단 사고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열악한 보육 여건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에서 오후 7시 반까지 총 12시간 동안 운영된다. 보육교사 한 명당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 36분이다. 휴식시간은 평균 18분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아이를 돌보는 일 이외에 매일 보육일지와 현장학습보고서, 안전교육일지 등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며 “장시간 근무와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라 교사 수준이나 숙련도, 업무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4세 여아가 통학차량에 갇혀 질식사한 ‘동두천의 비극’은 차량 운전사나 인솔교사, 담임교사 중 한 명이라도 어린이 승하차를 확인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승하차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인솔교사 구모 씨(28·여)와 운전사 송모 씨(61)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복지부 이동욱 인구정책실장은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하루 8시간 근무를 보장하는 등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윤다빈 기자}

베트남 국적의 A 씨(58)는 23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한 담배밭에서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6시간여 만인 낮 12시 40분경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열사병이 원인이었다. 이날 괴산의 낮 최고기온은 35.7도였다. 앞서 22일에도 부산 서구의 한 빌라 2층에 살던 90대 노인 이모 씨가 거실에서 숨졌다. 발견 당시 에어컨 등 냉방기가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은 11일부터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10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646명) 대비 397명(61%) 늘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56명이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했다. 올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11명 가운데 6명이 80세 전후의 노인이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때 상당수 노인들이 ‘더위를 먹었나 보다’ 하고 무심코 넘어간다. 하지만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 번째가 어지럼증과 두통이다. 폭염이 심해지면 피부에서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낮춘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혈액량이 부족해진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과 두통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무더운 환경에서 탈출해야 한다. 실내로 들어가 옷을 벗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열피로나 열실신, 열경련, 열사병 등 온열질환별 증상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열피로는 땀으로 체내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배출돼 생기는 질환이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지만 비교적 증세가 가볍다. 수분만 충분히 섭취해도 회복된다. 열실신은 고온에 노출돼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그늘에서 다리 쪽을 높게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무더위 속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 열경련이다. 이때는 스트레칭과 마시지를 해야 한다. 열사병은 다른 온열질환과 달리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두통과 오한, 저혈압 등으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가장 위험하다. 즉시 119에 신고한 후 시원한 곳에서 환자의 옷을 벗기고 차가운 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집 안도 폭염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폭염 사망자 중 2명은 집 안에서 숨졌다. 고령자나 아동이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집에 머물면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집에 에어컨이 없을 때에는 커튼을 쳐 집안 내로 햇빛이 최대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실내에서도 틈틈이 수분을 섭취하고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 / 괴산=장기우 / 부산=강성명 기자}

앞으로 아동이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타면 탑승과 하차 정보가 실시간으로 학부모에게 전송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기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힌 만 4세 아동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대책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어린이 통학 차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비컨(Beacon)’ 기술을 이용해 어린이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학부모에게 보내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컨’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뜻한다. 블루투스 통신망을 이용해 근거리(50m)에 있는 단말기나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해 데이터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도입하려면 먼저 전국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단말기를 부착해야 한다. 또 차량을 이용하는 모든 아동에게 단추 크기의 휴대용 단말기(비컨)를 지급하게 된다. 이 단말기를 아이의 책가방 등에 부착하면 아동이 통학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단말기가 이를 감지해 30초 내에 학부모에게 탑승·하차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다. 이 단말기를 버스와 화물차에 내장돼 있는 디지털운행기록계(DTG)와 연계하면 통학차량의 이동속도나 위치 등을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여러 비컨 관련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정밀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당초 복지부가 도입하려 한 ‘슬리핑 차일드(sleeping child) 체크’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통학차량 맨 뒤에 버튼을 설치한 뒤 이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시동을 끄면 비상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나 통학 지도교사가 차량 맨 뒤까지 하차 인원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차량 자체를 개조해야 하는 등 설치 과정이 만만치 않다. 반면 비컨 관련 단말기 설치 비용은 버스 한 대당 40만 원 정도인 데다 매달 데이터 송신료(1만1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미 비컨 시스템을 이용하는 어린이집은 만족도가 높다. 경북 김천의 행복나무 어린이집 김순옥 원장은 “승하차 시 바로 해당 아동의 위치를 알려주니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일부 어린이집을 상대로 이 시스템의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간혹 통신 오류로 학부모에게 제때 메시지가 송신되지 않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메시지가 가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놀라 바로 전화를 한다”며 “비컨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면 이런 단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권덕철 차관은 “(비컨 이외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어린이집 안전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어린이 인솔 강화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 보조교사 6000명(기존 3만2000명)을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종 대책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김윤종 zozo@donga.com·이미지 기자}

거세게 몰아치거나 요란하진 않다. 조용히 사람들이 죽어나갈 뿐이다. 그래서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올해 폭염도 독하다. ‘1994년 대폭염’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잠을 못 잘 지경”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잠만 못 자면 다행이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만 한 해 2000여 명에 달한다. 사망 위험도 만만치 않다. 2003년부터 10년간 폭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293명)가 같은 기간 홍수, 태풍, 폭설로 사망한 사람(280명)보다 많다. 올해만 벌써 8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엔 국가 차원의 ‘폭염 대처 매뉴얼’이 없다. 폭염으로 가축들이 죽어도 다른 전염병 폐사와 달리 정부 차원의 보상금이 없다. 왜일까? 현행법상 폭염은 ‘재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중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화산활동이라고 규정돼 있다. 폭염은 빠져 있다. 매년 여름이 끝날 때마다 폭염을 자연재난에 넣어야 한다는 법 개정 요구가 있었다. 이를 반영해 18대 국회부터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매번 흐지부지 지나갔다. 2012년, 2016년 개정안을 낸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측은 “폭염은 건강, 환경에 따라 피해가 다르고 개인의 노력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반론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같은 이유로 미온적이었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폭염을 4, 5단계로 세분화한 뒤 고위험 단계에 이르면 총리 등이 나서 적극 대응한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고령화로 개인이 폭염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조사결과 전 세계 인구의 30%가 1년에 20일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폭염에 노출돼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29년 국내 폭염 연속일수가 연간 10.7일로 늘고, 폭염 사망자 수가 99.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저소득 홀몸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은 경제적 이유로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찜통 같은 집에서 고통받는다. 이런 이들에게 알아서 폭염에 대처하라고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올해 정부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데 긍정적이다. 행안부는 18일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여름이면 단발성 폭염대책을 넘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폭염대책을 접할 수 있을까? 기대와 함께 의구심도 생긴다. ‘폭염 재난’ 논쟁이 매년 무더위와 함께 시작돼 가을바람과 함께 사라져온 탓이다. 올해는 되돌이표 논쟁에 마침표를 찍기를 바란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1월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알고 보니 ‘사무장 병원’이었다. 이 병원을 운영한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이사장 손모 씨(56)는 의료인이 아니면서 영리를 꾀하려 의료법인을 불법 인수했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병원을 불법 개조한 게 피해를 키운 결정적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17일 사무장 병원을 뿌리 뽑기 위해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료기관을 설립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을 ‘바지(가짜) 사장’으로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우선 의료법인 임원 지위를 매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병원은 의사, 의료법인, 비영리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자신이 의사가 아니라면 의료법인을 세워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성과 사회기여 등 의료법인 설립 허가가 까다로운 탓에 의료법인 이사장 자리를 20억∼30억 원에 매매하는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임원 지위 매매를 금지하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하고 이사 중 1인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하도록 했다. 건강보험공단 이윤학 부장은 “친인척이 장악한 이사회에서 이사장 월급으로 수억 원을 지급하는 등의 배임, 횡령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의료기관을 설립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지역 주민이 비영리법인인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구성해 지역 내 병원을 자치적으로 설립할 수 있다.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사무장 병원 설립에 악용되고 있다. 이에 기존 의료생협은 복지부의 감독을 받는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으로 전환된다. 복지부는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가 자진 신고하면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해 주는 ‘자진신고제’도 추진한다. 정부가 사무장 병원에 칼을 빼든 것은 매년 사무장 병원이 늘고 있는 데다 여기에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를 대부분 환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인 만큼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009∼2017년 적발한 사무장 병원 1273곳에 지급한 진료비 1조8112억8300만 원을 환수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환수한 금액은 7.3%인 1320억49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재산을 은닉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무장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몰수,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주말을 덮친 ‘가마솥더위’가 보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장기 폭염으로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피서객 익사사고가 발생하는 등 건강과 안전에 빨간불이 커졌다. 15일 서울 33도, 대구 36도, 강원 삼척 37도 등 전국적으로 30도를 넘는 무더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월요일인 16일에도 낮 최고기온이 서울과 수원 33도, 대전 광주 강릉 35도, 부산 33도까지 올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특히 포항이나 대구 경주는 37도, 문경 상주 김해 등은 36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14, 15일 역시 33∼37도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무더위 속에 피서객이 몰리면서 각종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15일 오후 3시 37분경 전북 순창군 팔덕면의 한 저수지를 건너던 이모 씨(59)가 물에 빠져 숨지는 등 14, 15일 3명이 익사했다. 14일 오후 6시 30분경 강원 양양군 가라피리 계곡에서는 C 씨(53)가 물에 빠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의식이 없다. 이번 폭염은 길게는 보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깊게 덮어 상공에 열이 축적됐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낼 북쪽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힘이 약해 무더위가 최소 이달 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가 강해 8월 초순까지도 폭염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불볕더위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가 이미 366명(7월 13일 기준)이나 발생해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50대 이상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2013∼2017년 온열질환자 6500명 중 56.4%(3669명)가 50세 이상이었다. 온열질환 사망자 중 50세 이상은 75.9%(41명)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한 후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풀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억지로 물을 먹이다 기도로 넘어가 질식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을 차리게 한 후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김윤종 zozo@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

“아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살 수 있는 가능성은 1% 미만입니다.” 올해 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의사의 말을 들은 이인선 씨(42)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임신중독증이 심해져 배 속에서 자란 지 겨우 6개월 된 아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이날은 남편 이충구 씨(41)의 생일이었다. 결혼 후 2년간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수정을 시도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임신에 성공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었다. 그런 딸 사랑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임신 24주 5일 만에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세상에 나오다 보니 출생 당시 사랑이의 몸무게는 302g, 키는 21.5cm에 불과했다. 국내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았다. 미숙아들은 호흡기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다. 사랑이 역시 처음에는 숨을 쉬지 못했다. 의료진은 사랑이가 살아가야 할 인큐베이터를 엄마 배 속처럼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일주일째 큰 고비가 찾아왔다. 사랑이의 몸속에 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지게 된 것. 인큐베이터 습도 등을 조절해 가까스로 몸무게를 유지시켰다. 서울아산병원 정의석 신생아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어 긴장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간절함도 사랑이를 버티게 했다. 미숙아는 장기가 약해 사용하게 되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입으로 영양을 섭취해도 장이 제 기능을 못해 썩게 된다.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였다. 임신중독으로 고통 받는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랑이에게 모유를 먹였다. 모두의 간절함과 사랑 덕분에 사랑이는 두 달 만에 600g까지 자랐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인 호흡도 가능해졌다. 5개월여 동안 수많은 위기를 딛고 신생아 집중 치료를 견딘 사랑이는 어느덧 몸무게가 3kg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12일 퇴원했다. 사랑이를 품에 안고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퇴원한 이 씨는 “결국 사랑이가 사랑의 기적을 일으켰답니다”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꼭 필요한 치료인데도 보험 적용이 안 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환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 중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3800여 개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의료 서비스 대부분을 건강보험으로 제공받는 선진국의 의료 현장을 찾아 ‘문재인 케어 1년’의 향후 과제를 알아봤다.○ 독일은 심장수술 받아도 병원비 ‘0유로’ “저는 3인 가족인데 한 달 보험료로 190유로(약 25만 원) 정도 냅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프랑스 파리 근교의 클리닉 바우반 병원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씨(42)의 말이다. 프랑스인은 대부분 건강보험(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모두 가입한다. 프랑스는 공보험이 전체 국민 의료비의 78%를 차지한다. 민간의료보험이 13.5%를 지원한다. 개인 부담은 전체 의료비의 8.5%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보험은 공보험의 일부 본인부담금과 공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치과 치료비 등으로 한정돼 있다. 철저히 공보험의 보조 수단인 셈이다. 이 병원 외과 의사 크레프 브루노 씨는 “대부분의 질환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문제로 치료나 수술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물론 프랑스의 건강보험 보험료율은 13% 이상으로 국내 건강보험료율(올해 기준 6.24%)보다 높다. 건강보험만 놓고 보면 프랑스의 보험비 부담이 큰 것 같지만 전체 가계 의료비 차원에서 보면 국내 부담이 더 크다. 바로 보장성 차이 때문이다. 프랑스의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은 62.6%에 불과하다. 이를 메우기 위해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에 들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 의료비 중 가계 직접부담 비율은 36.8%(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3%)보다 1.9배 높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63% 정도 보장해주고 월 평균 10만 원을 내는 반면 실손보험은 37%가량 보장하면서 월 25만∼30만 원을 납부한다”며 “보장성을 강화하면 건보료가 오를 수 있지만 대신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돼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병원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독일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 환자 부담이 적다. 기자가 만난 베를린 시민 다니엘 기르치 씨(43)는 심장 수술 후 두 달 가까이 입원했지만 퇴원할 때 병원비는 ‘0유로’였다. 매달 130유로(약 17만 원)씩 내온 공보험 덕분이다. 반면 국내에서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김모 씨(48)의 병원비는 1000만 원 이상 나왔다. 그는 매달 건강보험(20만 원)과 실손보험(25만 원)에 45만 원을 내는데도 말이다.○ 비급여에 대한 세밀한 조사는 필수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연착륙하려면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프랑스 전국건강보험공단 갈로데 줄리 의학 박사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 구입 시 보건청은 비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품질 관리도 한다”며 “고가의 장비 구입비를 지원해 병원 부담을 줄이는 한편 환자 부담도 낮추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선 고가 장비 구입비를 온전히 병원이 감당해야 한다. 결국 ‘기기 값을 뽑으려면’ 환자에게 높은 진료비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독일 건강보험인 ‘북독일지역보험조합(AOK)’에선 비급여 항목 정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비급여 진료 리스트와 함께 △왜 비급여인지 △치료 효과는 검증됐는지 등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OK 헨리 코테크 보험정책국장은 “비급여인 백내장 검사도 의사 소견에 따라 꼭 필요하면 보험사에서 급여 적용을 해준다”며 “모든 비급여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총 의료비 69조4000억 원 중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하고 질병 치료에 쓰인 비급여 의료비는 12조1000억 원에 달한다. 서남규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문재인 케어 5년 이후까지 비급여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원가의 투명한 공개도 필요하다. 현재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 가격(수가)을 정할 때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비급여를 없애면 병원이 망한다는 논리다. 독일은 보험자 집단과 의사 집단이 합의해 수가를 결정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의료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파리·베를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스튜어드십 코드보다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우선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민간위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9일 복지부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전문위)는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긴급 회의를 했다. 의결권전문위는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요청한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회의는 복지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에 앞서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전격 소집한 자리였다. 이날 위원들은 약 2시간 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둘러싼 의견들을 쏟아냈다. 현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최근 CIO 인사 개입 논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은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를 먼저 신경 써야 할 때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조직 개편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많다.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델이 거론된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도 독립성을 키우는 방안 중의 하나다.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분리해 별도의 투자 전담 공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책임 투자 여부를 기준에 넣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위원은 “제대로 된 책임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운용사와 자문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탁운용사에 책임 투자를 부추길 경우 외국 헤지펀드들의 결정을 추종하거나 정부의 눈치를 보며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17일 공청회를 열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 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과는 별개로 예정대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에 따라 이달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할 예정이다. 복지부 류근혁 연금정책국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청와대 인사 개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오히려 각종 불법이나 개입을 막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하다. 일단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목소리를 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 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공모 과정을 둘러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야당이 장 실장 파면을 요구하며 공세를 집중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6일 청와대는 장 실장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국민연금 CIO에 지원하도록 권유한 것을 부당한 인사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연금 CIO가 국민 노후자금 635조 원의 운용책임자인 만큼 장 실장이 자기 나름의 원칙에 맞는 인물을 찾아 지원을 권유한 것으로 부당한 인사 압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공모 지원을 권유했더라도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만큼 일상적인 인사 추천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 측은 창간 기획을 준비하는 언론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고위 간부가 기획 취지에 맞는 사례를 발견하고 주무 부서에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겠느냐”고 얘기했지만 취재 결과 문제가 있어 해당 사례를 보도하지 않은 게 곽 전 대표 건과 유사하다는 것. 장 실장이 추천했지만 곽 전 대표가 7대 인사검증 기준에 미치지 못해 탈락한 게 바로 그 대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곽 전 대표 측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진실게임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곽 전 대표는 이날 공모 절차에서 탈락한 사실을 통보받은 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저와 장 실장님은 곽 사장님을 계속 밀었는데 위에서 그런(탈락) 지시가 있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김 이사장은 곽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 ‘개인 간 통화라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화 내용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 공세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장 실장이 소관 기관 인사를 청탁이든 압박을 가한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청와대에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 내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반 결정을 현 집권 여당이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장 실장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민연금 CIO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정치적 역풍이 상상외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청와대에서도 장 실장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내부 경고에도 자꾸 금융권 인사 개입 논란을 낳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정책라인 수석비서관 3명을 전격 교체하면서 가뜩이나 힘이 빠진 장 실장의 청와대 내 목소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다른 일정을 이유로 현안점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윤종 기자}

정부가 5년 동안 신혼부부 88만 쌍에게 주택을 직접 공급해 주거나 저리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한다. 연간 혼인 건수(2017년 26만4000건)를 감안하면 신혼부부 10쌍 중 7쌍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5년간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에 투입하는 재정은 136조6000억 원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 수를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것이다. 방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할 주택은 45만 채다. 그린벨트를 풀어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기존 계획보다 3만 채 늘어난 10만 채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 물량 중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는 주택도 10만 채 배정했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은 이 기간 25만 채를 내놓는다. 정부는 12월에 처음 분양하는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전용면적 55m², 분양면적 20평형대 초반)의 예상 분양가를 4억600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약 7억 원)의 60∼70% 선이다.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 주택 분양가의 70%를 연 1.3% 고정금리로 대출해 줄 예정이다. 만약 정부 대출을 받으면 위례신도시 55m² 아파트를 자기 돈 1억4000만 원가량만 들여 살 수 있다. 여기에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결혼 전 청년에 대해서도 5년간 27만 실의 주택(기숙사 포함)을 공급하고 연리 최고 3.3%의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을 출시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저출산고령위원회는 만 8세 이하 아동의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씩 최장 2년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임금 손실분은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단지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이대로 가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김윤종·한상준 기자}

“출산율보다는 아이와 부모가 살기 좋은 환경, 즉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전환하려 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원장이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난임치료비 등 임신·출산 지원이나 어린이집 등 보육제도를 강화해온 기존 정책과 달리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육아와 일의 양립’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부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기존 제도를 확대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목표 이번 대책에는 맞벌이 부모의 ‘일과 육아’의 균형을 찾아 주려는 지원책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시간 단축 확대’다. 현재 만 8세 이하 육아기 부모는 하루 2∼5시간(주 10∼25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1년 육아휴직을 모두 썼다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앞으로는 육아기 부모는 육아휴직을 1년 다 썼더라도 추가로 1년간 근로시간(하루 1∼5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루 1시간 단축은 통상임금의 100%, 2∼5시간은 80%를 지원받는다. 1년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최대 2년간 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위원회는 “대체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해 아동을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확대된다. 이 기준에 따라 3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442만 원이 넘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원이 확대돼 월평균 소득 553만 원인 가구도 혜택을 받는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빠 출산휴가’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는 아내가 출산할 경우 3일만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앞으로는 10일로 늘어난다. ○ 내년부터 정책 시행 만 1세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비율도 ‘21∼42%’에서 ‘5∼20%’로 절반가량 내려간다. 예를 들어 감기로 동네의원을 방문하면 현재 초진 진찰료 32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동네의원 본인부담금이 5%대로 떨어져 약 700원만 내면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 1세 미만 아동의 연평균 본인부담액이 16만5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66%가량 줄어든다. 임신·출산 진료비로만 쓸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도 지원 금액이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된다. 또 아동 의료비에도 사용할 수 있게 돼 1세 아동의 진료비가 사실상 0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출산휴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용보험 미적용자도 석 달간 총 150만 원(월 50만 원)을 받는다. 커피가게 주인 등 자영업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5만여 명이 혜택 대상이다. ○ 기존 대책 확장판에 年 9000억 추가 투입 최근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만 124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날 발표한 대책으로 인해 2022년까지 연간 9000억 원 이상(신혼부부 주택지원 예산 제외)이 추가로 투입된다. 현재 기존 저출산 정책의 전체 예산이 연간 26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2022년까지 매년 연 27조 원 이상이 저출산을 막기 위해 쓰이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올해 1.0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연 출생아 수도 3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이었다. 내년에는 연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적극 나선 이유에는 어떤 묘책을 써도 당장은 이 같은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실제로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저출산 대책이 발표됐다. 목표 출산율을 정한 후 이를 달성할 정책을 내놓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저출산 종합대책에서는 출산율, 출생아 수 목표는 공표되지 않았다. 아이 키우는 환경, 즉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만 취지와는 달리 기존 저출산 대책을 확대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취지와는 별개로 신생아 수 30만 명대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맘 이수정 씨(35)는 “근로 단축을 하고 싶어도 회사 눈치가 보이고 업무량이 많아 불가능한 구조인데 제도만 확대하면 뭐하나”라며 “기존 저출산 정책이 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지 그 요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2일 대구지역 대형 마트 생수 매출이 급증했다. 이날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 시내 6개 매장에서 생수는 평소보다 5배 이상 팔렸다. 카트에 생수 6병들이를 네댓 개씩 담아 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전부터 판매가 급증해 생수 코너 전담 직원을 늘리고 생수를 시간마다 빈 판매대에 채워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대구지역 방송이 대구 수돗물에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다량 검출됐다고 보도한 뒤 벌어진 현상이다. 대구 시민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로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식수 대란의 기억이 있다. 주부 김모 씨(42·달서구)는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정수기도 찜찜해서 당분간 생수를 사서 마시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환경부는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문제의 물질을 배출한 구미 하수처리구역의 사업장을 찾아내 12일부터 배출을 차단했다고 이날 밝혔다. 차단 조치로 과불화헥산술폰산 농도는 지난달 L당 5.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이달 20일 0.092μg으로 떨어졌다.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 최고 농도는 2016년까지만 해도 L당 0.006μg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농도가 높아졌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조석훈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이 아니어서 아직 먹는 물 수질 기준 농도를 설정한 국가는 없다”며 “현재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 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저감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이날 대구 수돗물 관련 청원이 약 40건 올라왔다. 3만 명 넘게 서명한 청원을 올린 사람은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제까지 제 아기에게 발암물질로 분유 먹이고 밥 지어 먹이고, 씻기고 옷을 빨아 입히다니… 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는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낙동강 수질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구지방환경청에 유해물질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하고 정수 처리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김윤종 기자}

오늘은 탐정 A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을 써볼까 한다. “제가 ‘그들’이라면 억울할 것 같아요. 이름 앞에 ‘살인자’라고 붙어 있으니 말이에요.” A가 최근 만난 정부 관계자는 혀를 끌끌 찼다. 누가 살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어마어마한 누명을 썼단 말인가. A는 ‘그들’을 찾아 나섰다. 첫 번째 억울한 누명을 쓴 이는 ‘살인개미’로 널리 알려진 ‘붉은불개미’다. 최근 부산항과 평택항, 인천항 등 항구마다 난리가 났다. 살인개미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정부가 방역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3∼6mm에 불과한 붉은불개미는 어쩌다 ‘살인개미’가 됐을까? 곤충 전문가의 설명이다. “꼬리 부분의 날카로운 침을 보세요. 찔리면 불에 덴 것처럼 통증이 와요. 침에는 염기성 유기화합물인 솔레놉신, 독성물질인 포스폴리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등이 섞여 있어요.” 그렇다면 살인개미가 맞지 않는가. 하지만 A는 ‘곤충독성보고서’를 들춰보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꿀벌의 독성을 1로 볼 때 붉은불개미는 1.2에 불과하다. 말벌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말벌이라면 모를까 붉은불개미를 살인자라고 부르긴 찜찜하다. ‘미국에선 한 해에 100여 명이 붉은불개미에게 물려 사망한다’는 기사도 오류투성이였다. 정확한 통계는 북미에서 70여 년간 붉은불개미에게 물려 사망한 사람은 80여 명이다. 하지만 이들도 100% 붉은불개미 때문에 숨졌는지 확실하지 않다. 평소 곤충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물리면 급성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결국 ‘살인개미’는 누명에 가깝다. 이때 “나도 억울하다”며 ‘살인진드기’가 A를 찾아왔다. 최근 국내에선 한 70대가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려 사망했다. 참진드기가 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를 찾았다. 살인진드기는 자체 독성을 가진 개미와 다르다. 하지만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참진드기에게 물린 SFTS 환자 625명 중 134명이 사망했다. 참진드기에게 10명이 물리면 2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A는 참진드기를 찾아가 “너는 살인범”이라고 외쳤다. 참진드기는 억울해했다. “나에게 물려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혼수상태 등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에 갔기 때문이에요. 물려도 고열과 복통 등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으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대체로 회복돼요. 그래도 제가 ‘살인진드기’란 말이에요?” 한참을 고민한 A는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사람을 문 살인진드기에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언어의 각인효과는 매우 크다. 곤충 이름에 ‘살인’을 남발하면 괜한 공포심을 키울 수 있다. 최근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된 두 곤충 사례를 보더라도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한 작명(作名)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섣부른 공포는 과잉 대응을 낳는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벌써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른 더위 탓에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평년보다 일찍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성인도 뇌염 예방접종을 맞아야 할까?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에게 물리면 생긴다. 다만 모두가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 모기에게 물리더라도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더라도 가볍게 열이 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이 일본뇌염 주의보까지 발령하는 이유는 일부가 치명적인 급성 뇌염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기에게 물리면 5∼15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40도 내외의 고열, 두통, 현기증,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급성기가 되면 의식 장애, 경련, 혼수상태에 빠져 환자 중 20∼30%는 사망한다. 다행히 회복되더라도 언어 장애, 판단 능력 저하, 사지 운동 저하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아동은 뇌염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 이들은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보건소 등에서 무료로 접종하면 된다. 성인의 경우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고령자 등 면역력이 낮거나 모기에 노출이 많은 직업군은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실제 최근 5년간 국내 일본뇌염 환자의 평균 연령은 54.6세다. 20∼40대라도 일본, 중국 등 위험 지역에 방문하거나 과거 예방접종 경험이 없다면 접종을 권한다. 접종과 함께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모기는 2mm 작은 구멍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 방충망을 설치하고 창틀의 틈새를 막아야 한다. 아파트는 베란다 배수관을 통해서도 모기가 들어온다. 배수관을 망으로 막는 것이 좋다. 집안 내 화분 받침 등에 있는 고인 물도 없애야 한다. 야외로 다닐 때는 밝은색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모기를 유인하는 향수나 화장품 사용을 피하고, 모기 기피제를 3∼4시간마다 사용하면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에 물린 후 상처 부위를 긁으면 물집이 생기면서 봉와직염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봉와직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괴사, 패혈성 쇼크, 골수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는 만큼 모기에 물렸을 때는 비누로 물린 곳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수많은 퇴직자들의 하소연이다. 퇴직 후 고정 수입이 없는데도 보험료가 직장을 다닐 때보다 2배 가까이 오르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재산과 소유 자동차, 성(性), 연령 등을 반영해 건보료를 내던 부과체계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내용은 복잡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다. ‘내 보험료가 얼마나 오르나’를 Q&A로 알아봤다. Q. 내 보험료 오를까, 내릴까. A. 새 부과체계는 기본적으로 ‘소득’ 중심이다. 당신이 직장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라면 연소득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최저보험료(월 1만3100원)만 내면 된다. 연소득은 연간 총수입 중 각종 운영비, 인건비 등을 뺀 순익을 뜻한다. 보통 연간 총수입이 1000만 원 이하라면 연소득이 100만 원 이하로 계산돼 최저보험료만 내면 된다. 최저보험료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예전처럼 종합과세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보험료가 매겨진다. 다만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하던 보험료는 줄어든다. 재산 보험료는 재산금액 구간에 따라 과세표준액에서 500만∼1200만 원을 공제한 뒤 부과한다. 소형차나 생계형 차에는 아예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1600∼3000cc 이하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30% 감액된다. 성, 연령, 재산 등을 추정해 부과하던 평가소득 기준은 폐지된다. Q. 회사에 다니는 자녀가 있어 보험료를 안 냈다. 이제는 내야 하나. A. 피부양자 중 △연금소득, 근로소득 등 연소득이 3400만 원(총수입 연 3억4000만 원)을 넘거나 △재산이 시가 약 11억 원을 넘으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퇴직자 A 씨는 연금소득이 연 3939만 원에 10억 원가량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아내 역시 시가 7억 원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A 씨 부부는 지금까지 회사원인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재산이 17억 원에 연소득이 1000만 원을 넘는 만큼 지역가입자로 월 21만 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A 씨처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피부양자는 7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들이 내야 할 보험료는 월평균 18만8000원이다. 직장가입자의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 외에 형제나 자매도 모두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들의 갑작스러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경우 2022년 6월까지 보험료의 70%만 내면 된다. Q. ‘유리지갑’인 직장인만 오르는 것 아닌가. A. 당신이 상위 1%에 드는 직장가입자가 아니라면 보험료에 변화가 없다. 다만 월급 외에 임대수입이나 사업소득 등이 연 3400만 원 이상이라면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이 270만 원에 불과하지만 건물 임대소득이 연간 4375만 원인 B 씨의 건강보험료는 현재 월 8만4000원에서 다음 달 13만5000원으로 5만1000원이 오른다. 이렇게 월급 외 수입으로 보험료가 오르는 직장가입자는 전체 직장가입자의 0.8%인 14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들은 월평균 12만6000원을 더 내야 한다. 내 보험료의 변화는 21일부터 건보공단 홈페이지 내 ‘건강보험료 모의계산’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건보 재정에 문제없나. A. 4년 후인 2022년 7월에는 2단계 개편이 이뤄져 저소득 지역가입자 614만 가구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월 4만7000원 인하된다. 건보공단은 단계별 개편에 따라 매년 평균 7800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 피부양자와 직장인 보험료를 아무리 높여도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커 재정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젊은층의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건보 급여비를 받아가는 사람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9.3%로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재정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점도 건보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정책연구실장은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보험료를 제대로 걷는 한편으로 보장성 강화와 건보료 인상의 균형을 세밀히 점검하면서 부과체계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집에 혼자 있으면 속절없이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이런 게 우울증이구나.’ 울적한 마음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늪처럼 빠져든다. 2016년 4월 결혼한 이모 씨(31)는 이듬해부터 임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검사 결과 이 씨와 남편 모두 생식기능에 문제가 없었다. 결국 ‘원인불명 난임(難姙)’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 씨는 두 차례 인공수정을 받았지만 임신에 실패했다. 이후 자주 절망감에 휩싸였다. 국내 난임 환자는 매년 20만 명이 넘는다. 초저출산 시대의 또 다른 ‘그늘’이다. 아이 낳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누구보다 간절히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난임 환자의 87%가 이 씨처럼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15, 2016년 난임부부 지원 사업을 분석한 결과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은 각각 21만4588명, 22만1261명에 달했다. 부부가 자녀를 원해 1년간 임신을 시도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의학적으로 난임이라고 정의한다. 이 중 2015년 체외수정 시술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을 해보니 86.7%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우울감과 고립감을 경험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26.7%에 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일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의 문을 연다. 이 센터에선 △난임 환자 상담과 정서적 지원 △지역사회를 위한 난임·우울증 상담 교육 및 연구를 맡는다. 최안나 센터장은 “개인 검사실과 상담실, 집단요법실을 통해 다양한 의학적, 심리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인천 대구 등 권역별로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