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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국공립대는 전체 대학 교원의 25%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기 위한 임용 계획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첫 안건으로 올라가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국공립대 여성 교수 비율은 16.8%다. 이 법안에는 대학에서부터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 개정안은 ‘양성평등을 위한 임용 계획의 수립 등’ 조항에 ‘국가·지방자치단체는 국가·지자체가 설립·경영하는 전체 대학 교원 중 특정 성별이 4분의 3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대학의 장은 임용 목표 비율이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교육부 장관·지자체장과 협의해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또 국가·지자체는 추진 실적을 매년 공표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4년제에만 적용한다. 국립대는 38곳, 공립대는 서울시립대 1곳이 대상이다. 개정안이 공포된다고 39개 개별 대학이 모두 전체 교원의 25%를 여성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오공대처럼 공대 중심 대학은 이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대상 국공립대 전체 평균을 여성 교원 25%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공립대 상황에 맞춰 여성 교원 목표 비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와 인천대에 이 규정을 적용하려면 ‘국립대학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고쳐 개정안 조문을 준용하도록 해야 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0월에 고3 대상으로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의 경기도 물량 인쇄를 맡은 업체가 교육청이 규정한 날짜보다 먼저 시험지 17만6614부를 인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쇄를 시작하면 작업장을 이탈할 수 없는데도 작업자 중 일부가 인사혁신처와 계약한 지방직 7급 시험지를 인쇄하러 나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험지 문제 유출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허술한 시험지 보안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학력평가 인쇄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A 씨는 25일 동아일보에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A 씨는 “경기도교육청과 학력평가 인쇄를 계약한 B 업체가 인쇄 작업이 중복되는 기간에 인사혁신처의 발주 건도 작업하기 위해 보안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B 업체는 10월 16일 실시된 학력평가 인쇄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따냈다. 경기도교육청이 나라장터에 올린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인쇄업체 작업장에서 문답지 인쇄를 한 작업 종사자는 평가 완료 시까지 합숙하면서 외부로의 출입이 완전히 금지된다. 문제가 유출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조차 나갈 수 없는 이 기간을 ‘행사’로 부른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학력평가 인쇄는 두 단계다. 첫 번째는 시인쇄다. 인쇄업체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원안파일을 받아 자체 보안을 설정하고 문제지 전체(전 영역)를 시험적으로 인쇄한다. 이때 경기도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나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시인쇄 물량은 정해진 건 없고, 인쇄업체가 보안 관리한다. A 씨에 따르면 이번 시인쇄 날짜는 10월 3일이었다. 본인쇄는 경기도교육청이 계약한 보안업체가 인쇄업체로 나오면 그 감독 아래 실시된다. 이번에는 10월 7일부터였다. 본인쇄가 시작되는 날부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인쇄업체 작업자는 휴대전화를 보안업체에 제출하고 작업장 밖으로 못 나간다. 본인쇄 작업 중에는 교육청 담당 장학사도 틈틈이 나와 제대로 인쇄가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A 씨에 따르면 B 업체는 시인쇄 이후 10월 5, 6일에 작업자 3명이 1공장에서 사실상의 본인쇄인 ‘사전 인쇄’를 했다. 학력평가 본인쇄는 7일, 지방직 7급 인쇄는 8일부터 시작돼 날짜가 중복되는데 작업자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페이지 수가 많아 혼자 하기 어려운 영역의 인쇄를 미리 끝내기로 했다. B 업체는 이틀 동안 사회탐구 9만9158부, 과학탐구 7만4353부, 직업탐구 3103부 인쇄를 완료했다. A 씨는 “인쇄가 끝난 시험지는 롤 형태로 말려 있는 인쇄용지 뒤에 숨겼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날, 보안업체 감독하에 인쇄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A 씨는 작업자 중 2명이 7일 보안업체가 나오기 전 2공장으로 넘어갔다고도 밝혔다. 지방직 7급 시험지 인쇄를 하기 위해서였다. 작업자가 작업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사실을 10, 11월 민원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B 업체의 사전 인쇄를 시인쇄로 보고 “인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물량 정도로 파악됐다”며 절차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시인쇄는 전 영역을 인쇄해 보는 거고 그렇게 많이 찍지 않는다”며 “폐쇄회로(CC)TV만 확인해 봐도 사전 인쇄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시쇄본 외 추가로 인쇄한 게 없고, 작업자도 처음부터 구분했다”고 해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의 90%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래 씨(2017학년도 만점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신문을 보고, 연세대 의예과 김태현 씨(2018학년도 만점자)는 1년에 책을 500권씩 봤어요.”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의 저자 김도윤 씨(36·사진)는 “독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대학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김 씨는 수능 만점자 30명을 1년간 인터뷰해 ‘공신(공부의 신)’의 비법을 파헤쳤다. 그는 언론 보도나 학교 홍보로 알려진 1994∼2018학년도 수능 만점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보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대학으로 찾아갔다. 고등학교 때 거의 반 꼴찌였던 김 씨는 “어느 설문조사에서 10∼40대가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후회하는 일이 ‘공부 좀 할걸’이라는 걸 보고 당대 최고 공부의 신들을 만나 공부 비결을 유형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능 만점자들의 가장 큰 비결은 글 읽는 습관이었다. 만점자들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책 읽기를 따라 했다. 만점자들은 “독서 습관이 안 잡혀 있으면 고교 3년 동안 국어 공부를 해도 안 된다”, “독서하면 글 읽는 속도가 빨라져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는 데 있어 절대 시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승덕 씨(2012학년도 만점자·서울대 경영학과 졸업)는 “A라는 사람이 B보다 하루 1시간 공부를 덜 했다면 3년간 1000시간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만점자도 학교 교육만으로는 수능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 달 평균 사교육비는 72만9000원, 평균 1.86개의 학원을 다녔다. 김 씨는 “‘일타 강사(학원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강사)를 공교육이 뛰어넘기 힘들다’고 한 만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만점자가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추천했다. 김 씨는 “자사고·특목고가 내신은 불리하겠지만 ‘일반고에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 했다. 만점자는 고교 생활 중 하루 평균 6시간 14분을 잤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기능만 되는 피처폰을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만점자도 절반이나 됐다. 대부분의 만점자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부모가 나를 믿고 지지했다’였다. 김 씨는 “‘성적표 갖고 와 봐’ 하는 부모가 최악”이라며 “노력하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의 90%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래 씨(2017학년도 만점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신문을 보고, 연세대 의예과 김태현 씨(2018학년도 만점자)는 1년에 책을 500권씩 봤어요.”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의 저자 김도윤 씨(36)는 “독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대학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김 씨는 수능 만점자 30명을 1년간 인터뷰해 ‘공신(공부의 신)’의 비법을 파헤쳤다. 그는 언론 보도나 학교 홍보로 알려진 1994~2018학년도 수능 만점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보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대학으로 찾아갔다. 고등학교 때 거의 반 꼴찌였던 김 씨는 “어느 설문조사에서 10~40대가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후회하는 일이 ‘공부 좀 할 걸’이라는 걸 보고 당대 최고 공부의 신들을 만나 공부 비결을 유형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능 만점자들의 가장 큰 비결은 글읽는 습관이었다. 만점자들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책 읽기를 따라했다. 만점자들은 “독서 습관이 안 잡혀 있으면 고교 3년 동안 국어 공부해도 안 된다”, “독서하면 글 읽는 속도가 빨라져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는 데 있어 절대 시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승덕 씨(2012학년도 만점자,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는 “A라는 사람이 B보다 하루 1시간 공부를 덜했다면 3년간 1000시간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만점자도 학교 교육만으로는 수능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달 평균 사교육비는 72만9000원, 평균 1.86개의 학원을 다녔다. 김 씨는 “일타 강사(학원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강사)를 공교육이 뛰어넘기 힘들다‘고 한 만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만점자가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추천했다. 김 씨는 “자사고·특목고가 내신은 불리하겠지만 일반고에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 했다. 만점자는 고교 생활 중 평균 6시간 14분을 잤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기능만 되는 피처폰을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만점자도 절반이나 됐다. 대부분의 만점자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부모가 나를 믿고 지지했다‘였다. 김 씨는 “’성적표 갖고 와봐‘ 하는 부모가 가장 최악”이라며 “노력하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숭실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1055명(정원외 포함)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정원내)은 ‘가’군 388명, ‘나’군 88명, ‘다’군 473명을 뽑는다. 전형 방법은 수능 100%(실기고사 전형 제외)다. 인문계열은 국어 35%+수학(가/나) 25%+영어 20%+탐구(사탐/과탐) 20%, 경상계열은 국어 25%+수학(가/나) 35%+영어 20%+탐구(사탐/과탐) 20%를 적용한다. 자연계열1은 국어 20%+수학 가형 35%+영어 20%+과탐 25%를 반영한다. 국어와 수학은 표준점수, 영어는 등급, 탐구는 백분위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자연계열2는 수학 가형과 과탐을 응시자에게 각각 표준점수 10%, 백분위 5%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숭실대는 10개 모집단위에서 인문계열 수험생에게 교차 지원을 허용한다. 교차 지원이 가능한 자연계열2는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건축학부(건축학·건축공학전공 및 실내건축전공), 컴퓨터학부, 전자정보공학부(IT융합전공), 글로벌미디어학부, 소프트웨어학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다. 실기고사(영화예술전공) 전형 방법은 변경됐다. 지난해 영화예술전공은 수능 60%+실기(연출) 40%를 반영했지만, 올해는 실기(연출) 70%+수능 30%를 적용한다. 수능은 국어와 영어 영역만 반영한다. 정원외특별전형(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졸업자, 기초생활수급자및차상위계층)은 수능 100%로 106명을 뽑는다. 원서 접수는 12월 29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실기고사는 영화예술전공이 1월 12∼15일, 문예창작전공 1월 22일, 스포츠학부 1월 21일∼25일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건국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군 537명, ‘나’군 502명, ‘다’군 132명 등 총 1171명을 선발한다. 문과대학 지리학과 모집군이 ‘다’군에서 ‘나’군으로 바뀌어 4명을 뽑는다. 학제 개편으로 건축학과가 건축학부로 바뀌었다. 인문계와 자연계는 모든 군에서 학생부 10%와 수능 90%를 반영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은 지난해와 같다. 인문Ⅰ(문과대학, 의상디자인학과, 사범대학, 신산업융합학과, 융합인재학과, 글로벌비즈니스학과)은 국어 30%+수학 나형 25%+사·과탐 25%+영어 15%+한국사 5%다. 인문Ⅱ(사회과학대학, 경영대학)는 국어 25%+수학 나형 30%+사·과탐 25%+영어 15%+한국사 5%다. 자연Ⅰ(이과대학, 공과대학, 수학교육과, KU융합과학기술원 일부)은 국어 20%+수학 가형 35%+과탐 25%+영어 15%+한국사 5%, 자연Ⅱ(건축대학, KU융합과학기술원, 상허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는 국어 20%+수학 가형 30%+과탐 30%+영어 15%+한국사 5%다. 영어는 등급별 환산점수를 적용한다. 예체능계 예술디자인대학은 수능 반영 비율이 변경됐다. 산업디자인학과, 의상디자인학과(예체능계), 리빙디자인학과는 수능 비중이 작년 40%에서 50%로 올랐고, 실기가 50%에서 40%로 줄었다. 학생부(교과) 반영 비율은 10%로 같다. 영상영화학과의 영상 모집단위 실기과목이 기초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원서 접수는 12월 31일부터 내년 1월 3일 오후 6시까지다. 예체능계열은 1월에 실기고사를 본다. 장교식 입학처장은 “취업과 창업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함께 떠난 우정여행은 하루아침에 비극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2, 3학년 때 같은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수시전형이 끝나고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진행 중인 시간에 맞춰 여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후 2시경 강릉고려병원으로 이송된 김모 군(18)과 안모 군(18)은 병원에 들어올 당시 이미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 5명과 간호사 7, 8명이 약 45분간 번갈아 가며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병원 관계자는 “보통 사망 상태로 도착하면 심폐소생술을 안 하는데, 워낙 어린 학생들이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도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6시 30분경 강릉고려병원에 도착한 김 군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며 절규했다. 하지만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한 뒤에는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오후 8시 40분경 같은 병원에 도착한 안 군의 어머니도 “아침에 애들을 깨웠어야 할 것 아니냐”며 주저앉았다. 당초 사망자로 잘못 알려졌던 도모 군(18)의 부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도 군을 찾아온 아버지는 “처음엔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살아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숨진 김 군의 계정에는 친구들의 강릉행 KTX 기차표를 한데 모아놓고 찍은 ‘인증샷’이 담겨 있었고, ‘#우정여행’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백모 군(18)은 청소년통역단과 청소년의회 등 학교 밖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고, 강연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 홍보에 나섰던 적극적인 학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들은 17∼24일 개별적으로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강릉 펜션에 숙박했다. 개인체험학습은 개인 계획에 따라 학교장의 허가를 받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도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수능이 끝난 뒤에는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권장한다. 대성고도 슬픔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7시경 대성고 교문 앞에서 만난 한 교사는 “학생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 고3 담임들이 전화를 돌리며 학생들을 다독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최예나 기자}

교육부가 17일 전국 시도교육청이 실명으로 초중고교 감사 결과를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실명이 공개된 초중고교는 2015년 이후 종합감사(교육청이 2∼4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감사)를 받은 1만392곳으로 전체 학교의 90%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에 이어 학교 감사 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했다”며 “현장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한 감사 내용이 거의 없는 데다 99%가 처분을 완료한 상태여서 ‘학교 망신 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총 지적 건수는 3만1216건으로 학교당 평균 3건이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예산·회계 △인사·복무 △교무·학사 △학생평가 △학생부 기재·관리 △시설·공사 △학교법인 등 7개 분야로 나눠 정리했다. 대부분은 예산·회계(48.1%) 분야였다. 학생평가(5.5%)나 학생부 기재·관리(7.5%) 위반 학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이번 실명 공개 자료에는 제보나 언론 보도, 감사원 조사 등으로 이뤄진 감사 결과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같은 사례는 빠진 것이다. 그 대신 기출문제나 학습지, 참고서 문항을 그대로 출제한 ‘출제 오류’(515건)가 많이 지적됐다. 학생이 결석을 했음에도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 실적을 기록해준 사례 등은 총 942건 적발됐다. 교육부는 이번 실명 공개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감사(특정감사) 중 지난 4년간 시험지 유출 사례는 모두 13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숙명여고와 서울 대광고, 부산과학고 등에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기간 학부모 교사가 자녀의 학생부를 허위로 기재한 서울 삼육고 등 학생부를 부당하게 정정한 사례는 15건이라고 공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데 대한 우려가 나왔다. 지방 A고 관계자는 “종합감사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벽면에 왜 페인트를 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런 감사 체제에선 문제없는 학교가 없을 것이다. 실명 공개로 학교를 불신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호경 기자}

“교육한다는 사람이니 어떤 교육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겠지만 솔직히 학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81)은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금처럼 전기에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금지될 때 자사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궤멸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자사고를 일반고와 동시 선발하게 하고, 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교선택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자사고와 학부모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변론을 열었다. 홍 이사장은 청구인 당사자로 법정에 섰다. 홍 이사장은 교육부 측 대리인이 “자사고는 전기학교라는 특혜를 이용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입시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홍 이사장은 “자사고는 면접에서 교과 지식을 물을 수 없다. 서울은 아예 추첨으로 뽑고 이외 지역은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만 어떤 학교는 97%가 A등급이라 변별력이 없다”며 “학교장에게 선발권을 줬다, 입시경쟁을 유발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홍 이사장은 3시간 반가량 이어진 공개변론 마지막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흙수저’였습니다. 그 쓰라린 고학의 산물이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이고, 그 수익금으로 1981년 상산고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등 사학의 자율권을 모조리 박탈당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을 확대하라며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권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2002년) 자사고로 전환했습니다. 자사고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460억 원을 현금으로 (학교 재단에) 넣었습니다. 학생 950명이 들어가는 기숙사 설립에 190억 원을 들였습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전기학교 선발이라는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나 억울해 헌재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싶던 제 꿈과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또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국가 교육의 장래가 너무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고교 입학전형 제도가 계속 변해왔는데, 국가가 학생 선발 시기조차 바꾸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재판관은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한 정권의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 방식을) 180도로 전환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라며 “설립 취지에 반한 학교만 제재하면 되지 잘하는 학교까지 다 배제하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일반고가 몰락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재판관은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지 않고 자사고 규제를 택해 고교를 하향평준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공개변론 이후 통상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는 만큼 내년 3월 이전에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한다는 사람이니 어떤 교육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겠지만 솔직히 학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81)은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금처럼 전기에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금지될 때 자사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궤멸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자사고를 일반고와 동시 선발하게 하고, 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교선택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자사고와 학부모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변론을 열었다. 홍 이사장은 청구인 당사자로 법정에 섰다. 홍 이사장은 교육부 측 대리인이 “자사고는 전기학교라는 특혜를 이용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입시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홍 이사장은 “자사고는 면접에서 교과 지식을 물을 수 없다. 서울은 아예 추첨으로 뽑고 이외 지역은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만 어떤 학교는 97%가 A등급이라 변별력이 없다”며 “학교장에게 선발권을 줬다, 입시경쟁을 유발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홍 이사장은 3시간 반가량 이어진 공개변론 마지막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흙수저’였습니다. 그 쓰라린 고학의 산물이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이고, 그 수익금으로 1981년 상산고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등 사학의 자율권을 모조리 박탈당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을 확대하라며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권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2002년) 자사고로 전환했습니다. 자사고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460억 원을 현금으로 (학교 재단에) 넣었습니다. 학생 950명이 들어가는 기숙사 설립에 190억 원을 들였습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전기학교 선발이라는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나 억울해 헌재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싶던 제 꿈과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또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국가 교육의 장래가 너무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고교 입학전형 제도가 계속 변해왔는데, 국가가 학생 선발 시기조차 바꾸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재판관은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한 정권의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 방식을) 180도로 전환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라며 “설립 취지에 반한 학교만 제재하면 되지 잘하는 학교까지 다 배제하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일반고가 몰락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재판관은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지 않고 자사고 규제를 택해 고교를 하향평준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공개변론 이후 통상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는 만큼 내년 3월 이전에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 동성고 1학년 학생 16명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노릇노릇 익기를 기다렸다. 이날 학생들은 특별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1학년 부장 김병이 교사(55)가 11월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 상위권 학생과 3월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이 오른 학생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 자리를 마련한 김 교사는 동성고 56회로 제자들의 스승이자 선배다. 그가 삼겹살 파티를 연 건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상담이 필요한 학생 몇 명과 삼겹살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이후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아이들은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동성고의 특별한 삼겹살 파티가 가능한 건 김 교사의 동성고 친구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동기들이 모인 한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늘 신통치 않은 입시 성적과 거기에 영향받은 정원 미달…. 의욕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내려니 나도 힘이 많이 빠진다. 그래서 친구들이 도움을 주면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는 애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려 한다. 아이들이 의욕을 갖는 데는 삼겹살이 최고더라고.” 친구들은 곧바로 “아무 걱정 말고 추진하라”며 성원을 보냈다. 한때 입시 성적이 좋았던 동성고는 서울 강남 개발 이후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2009년 자율형사립고로 변신했지만 지원율은 서울 자사고 중 하위권이다. 이를 안타까워한 동기들이 김 교사의 후원자를 자처한 것이다. 덕분에 김 교사는 11월 모의고사가 있던 지난달 21일 아침 “성적이 많이 오른 애들에겐 삼겹살을 쏜다”고 공개적으로 방송했다. 4일 파티에 참석한 권민수 군(16)은 “여기 온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했다”며 “다음에도 성적을 올려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진 군(17)은 “이런 자리가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파티를 후원한 김명수 변호사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할 수 있도록 (김 교사를) 돕겠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인구절벽으로 입학생이 급감하고 있어요. 지방 사립대들은 존망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강사법은 타이타닉처럼 침몰 직전인 대학들에 미사일 한 방 더 쏜 겁니다.”(서울 A대 관계자)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내년 8월로 다가온 가운데 대학가가 큰 혼돈에 빠졌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 부여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시간강사의 처우를 크게 개선하는 법으로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동아일보가 12일 대학 20곳(서울 13곳, 지방 7곳)을 인터뷰했더니 대학들은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대학구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등록금이 10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그냥 떠안을 순 없어서다. 특히 재정 사정이 열악한 지방대들이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의 B대 관계자는 “직원도 못 뽑은 지 오래”라며 “정부가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전국 강사를 다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대학 15곳이 ‘강사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4곳은 ‘미정’이었고 강사를 줄일 계획이 없다는 곳은 강사가 9명에 불과한 포항공대 1곳뿐이었다. 이에 강사법이 ‘대학판 최저임금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 것처럼 강사를 보호하려던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의 대량 해고를 불러오는 결과를 가져와서다. 실제로 강사는 강사법이 발의된 2011년 11만2050명이었지만 유예를 거듭하며 급감해 올해는 7만5329명이었다. 대학들이 그동안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강사 수를 줄여온 것이다. 각 대학은 강사법 시행으로 내년 한 곳당 최소 10억 원, 최대 70억 원까지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들은 강사법에 대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을 맡기는 방법으로 강사를 줄이거나, 보직교수들이 맡는 강좌 수를 늘려 강사 수업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은 강사법이 강사 수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임교원과 대학원생 선발 축소 등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육부는 12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동계 세미나에서 각 대학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처장들에게 “급격하게 강사 수를 줄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호경 기자}
시민단체가 ‘역대급 불수능’으로 판명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 밖에서 시험을 출제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수능 난이도가 송사에 휘말리는 것은 처음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1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과정만으로 도저히 대비할 수 없어 물리적, 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호소한다”며 “엄연히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국어 31번과 수학 가형 30번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 31번이 ‘독서와 문법’ 과목 성취기준 중 ‘추론적 독해’와 ‘비판적 읽기’에 근거해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걱세는 “31번은 만유인력 원리를 추론해 관련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내용인데 ‘독서와 문법’ 성취기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학 가형 30번을 두고는 “평가원은 성취기준 3개를 제시했지만 15개가 필요하다”며 “정상적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10개가 넘는 성취기준을 통합해 만든 문제를 풀지 않는다”고 했다. 2016년 시행된 공교육정상화법에는 수능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지필평가·수행평가 등의 학교 시험과 각종 교내 대회가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면 안 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사걱세 관계자는 “제4조에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준수하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을 국가에 부여한 만큼 수능도 이 법에 저촉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2주 동안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할 계획이다. 또 평가단을 구성해 수능 국어와 수학 문제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정할 방침이다. 소장은 내년 1월 중순경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원장이 사과할 정도로 수능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당연히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고 심지어 EBS와도 연계했다”며 “무엇보다 수능은 공교육정상화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내년부터 사립유치원에도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사용이 의무화된다. 또 학기 중 유치원이 문 닫는 일이 없도록 폐원일을 ‘학년도 말일’로 명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먼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교육부령과 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17일부터 해서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우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다만 유치원 회계규칙을 반영한 에듀파인 개발 때문에 내년 3월부터는 정원 200명 이상인 유치원(약 600곳)에서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고, 후년에는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도입하는 에듀파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 3법에 담긴 내용과 유사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에듀파인은 모든 세입과 세출 항목을 다 기록하는 것으로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을 분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유치원이 폐원을 신청할 때 학부모의 3분의 2 이상 동의서와 함께 유아 전원(轉園)조치계획을 첨부하도록 유아교육법 시행령도 내년 3월까지 개정할 방침이다. 사립유치원의 대규모 폐원을 막으려 지난달 개정한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내용을 시행령에도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다. 교육감이 유아의 전원조치계획을 반드시 확인하는 내용도 담는다. 폐쇄 인가 신청서에 폐쇄 일자를 ‘학년도 말일’로 명시해 학기 중 유치원이 문을 닫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이런 조치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놀이학교’ 전환 계획을 어렵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놀이학교로 전환하려는 유치원은 위기지역으로 보고 교육지원청에서 계속 설득하겠다”며 “폐원하겠다는 것을 억지로 못 하게 할 순 없지만 학부모 동의서와 전원조치계획을 받는 것 외에 그동안 누리과정 지원금을 잘 썼는지 등을 철저하게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비를 목적 외로 사용한 유치원에 정원 감축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한다. 예를 들어 1차 위반 시에는 정원을 10% 감축하고, 2차와 3차 위반 시 각각 15%, 20% 감축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과 달리 형사처벌을 할 수 없어 실효성이 약하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 3법 통과로) 징역과 벌금 등 법적 의무 조치가 마련돼야 행정처분에도 힘이 실릴 텐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해를 넘기지 말고 처리돼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 유치원 교사들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국회의 유치원 3법 연내 통과를 촉구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얼마나 사립유치원 회계에 맞게 시스템을 변형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와 맞게 에듀파인을 만든다면 논의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에듀파인(Edufine) ::국·공립 유치원과 모든 초중고교에서 사용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예산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일일이 기록해 교육당국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아 현장 감사를 하지 않는 한 회계 부정을 걸러내기가 불가능하다. 세종=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최근 서울 송파구 A유치원을 세 차례나 찾아갔다. 폐원 계획을 보류해 달라고 ‘읍소’하기 위해서였다. A유치원은 지난달 교육지원청에 폐원 상담을 했고, 재원생 학부모에게 ‘놀이학교’ 전환을 밝혔다. 재원생 학부모들은 이를 막기 위해 교육지원청에 계속 민원을 넣는 중이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립자의 폐원 의지가 너무 확고하다”며 “강제로 운영하라고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정부의 관리 감독을 피하려 폐원하고 소위 ‘놀이학교’로 불리는 학원으로 전환하는 ‘간판갈이’에 나서고 있다. 또 유치원 정원을 축소하고 내년 신입생을 학원생으로만 받겠다고 나섰다. 학원이 되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수업을 많이 할수록 원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아동 1인당 월 29만 원의 누리과정 지원금(방과후 포함)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사립유치원의 원비보다 2∼3배 비싸져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편법이자 꼼수라면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교육청은 막을 방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9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은 A유치원에 “학부모의 3분의 2 이상 폐원 동의를 받아 와도 재원생 분산 대책을 제대로 세워 오지 않으면 폐원 승인을 안 해주겠다”고 통보했다. 송파구에는 내년에 정원을 축소하고 ‘유치원+학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유치원도 4, 5곳 있다. B유치원은 내년 신입 원아모집을 하지 않고 기존 재원생만 유치원으로 가고 만 3세반은 놀이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다. B유치원 관계자는 놀이학교가 유치원보다 비싸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큰 차이 없게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A유치원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C유치원도 내년 신입 원아를 놀이학교 학원생으로 받는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재원생은 수용하니 신규 원아를 못 받는 폭이 커도 정원 변경 인가를 안 해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송파구가 이러한 형태로 변모하려는 유치원이 가장 많다. 내년 신입 원아 수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직 신입 원아 모집을 하지 않았고, 몇 명이나 할지도 몰라 유치원 온라인 입학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일반모집에서 떨어진 학부모는 발만 동동 구른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송파에는 강성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원장이 많고 학원으로 바뀌어 원비가 비싸져도 아이를 보낼 여력이 되는 학부모가 많다”며 “기존 병설유치원의 학급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폐원을 신청하는 유치원은 지금까지 누리과정 지원금을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회계 감사를 먼저 진행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가 내년에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을 늘리면서 원아 2만여 명을 더 수용하기로 했다. 또 맞벌이나 저소득층, 한부모가정의 자녀에게 오후 5시까지 돌봄을 보장한다. 통학버스는 농어촌과 사립유치원이 집단 폐원, 모집 보류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 신·증설 및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080학급은 유형별로 단설 321개(매입형 40학급 포함), 병설 671개, 공영형 88개다. 지역별로는 경기 240학급, 서울 150학급, 경남 68학급, 경북 59학급, 인천 55학급 등이 신설된다. 단설은 별도 부지에서, 병설은 학교 유휴교실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매입형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형태이고 공영형은 사립유치원에 공립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해주면서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형태다. 증설되는 학급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는 내년 1, 2월에 온라인 유치원 원아모집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나 현장에서 원서 접수를 하면 된다. 추첨은 유치원에서 직접 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급 수 늘리기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질도 높여 충원율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기본과정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 2시까지다. 그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데도 방과후과정에 못 들어간 맞벌이 가정 등의 유아를 100%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국공립 병설유치원이 방학하면 학부모가 도시락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해소한다. 현재 전국 공립 병설유치원의 24%가 방학 중 급식을 하지 않는다. 내년 여름방학부터는 유치원 여건과 학부모의 의견을 고려해 직영 또는 위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3월 금지됐던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은 내년부터 다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중단될 뻔했던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 중고교의 방과후 선행학습도 2025년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개혁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면서 유치원 3법은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연내에 법 개정은 무산된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김호경 기자}

“우리글이니 쉬워야 하는데 공부할 땐 영어보다 국어가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지문을 놓고 계속 어휘나 문법 위주로 파고들어야 하니까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 가요.”(고2 전모 양) “국어에서 외울 게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암기 과목 같아요. 어떨 땐 지문이 짧은데도 잘 안 읽혀요.”(고1 신모 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31번’ 문제가 논란이 된 뒤 국어 교육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어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학원가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 및 국어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 국어 교육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편적인 지문 분석과 문제풀이에 매몰돼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맹(文盲)이 아닌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말하기나 글쓰기가 어려운 ‘소통 문맹’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여 명의 현장 교사와 학생, 교수 등 전문가, 사교육계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해 ‘모국어’가 ‘모르는 국어’가 돼 버린 근본 원인을 진단했다. 그 과정에서 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제대로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엔 부족한 수업시간 △‘질보다 양’이 중요한 독서문화 △백화점식 교육 과정 및 진도 부담 △실생활과 먼 이론 위주의 교육 구성 △입시문제 출제 방식 등 우리의 국어 교육 틀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독서, 듣기, 발표, 글쓰기’가 실종된 이른바 ‘4무(無) 교육’이 한국 국어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 역량은 국제 평가에서도 그 추락세가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3년 주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6년 이후 읽기 점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15년 평가에서 상위 수준 학생은 14.2%에서 12.7%로 줄어든 반면에 하위 수준 학생은 7.6%에서 13.6%로 두 배 가까이로 급증해 충격을 줬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PISA 학력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동아시아 국가 중 꼴찌”라며 “10년 넘게 하향화하고 있는데도 교육 당국이 원인을 분석할 생각조차 없으니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조유라 기자}
교과서 진도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도 국어 수업을 다르게 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강의식 수업보다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고 말하는 수업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이혜연 경기 용인고 국어 교사는 올해 1학년 수업에서 성석제의 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나무 이름) 그림’으로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만약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고,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을 뽑아 토론하게 했다. 학생들은 해당 내용을 연극 각본으로 써서 발표했다. 이 모든 과정은 10회 차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처음으로 각본을 써보면서 희곡의 요소는 물론이고 소설 언어와의 차이도 깨달았다. 이 교사는 “성취감을 느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용인고에서 토론 수업 개발을 맡고 있는 김동현 국어 교사는 “선생님이 알려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토론 수업을 어려워한다”며 “하지만 힘들게 쌓은 지식이어야 자기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수행평가의 양이 많아진다.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당연히 있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 민원이 없진 않은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 이해한다”고 했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여러 성취 기준을 하나로 재구성하는 교사들도 있다. 정미선 서울 개원중 국어 수석교사는 ‘비유’, ‘상징’, ‘효과적 표현’이라는 세 가지 성취 기준을 한 수업으로 통합해 가르쳤다. 먼저 학생들에게 윤동주의 시 ‘햇비’에 어울리는 시화를 그리게 했다. 시에 나온 무지개와 해, 신나게 춤추는 아이들을 그린 학생들이 많았다. 정 교사는 화를 내는 두 남자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추상적 개념이 떠오르는지도 물었다. 학생들이 ‘분노’라고 답하자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써보게 했다. 정 교사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교사가 강의식으로 수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혼자서는 힘드니 여러 학교 교사들과 공동으로 수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연일 ‘유치원 3법’으로 다투느라 당장 내년 3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개정안 심사에 손도 대지 않고 있어서다. 3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안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은 사실상 유 부총리의 1호 정책이다. 그는 취임 3일 만인 10월 5일 세종시의 한 초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전면 금지했다. 정규교육이 3학년부터인 만큼 그전에 가르치는 것은 선행학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면 영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비판이 거셌다. 유 부총리는 취임 뒤 “영어 교육은 현장 요구가 높고,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나 TV로 (영어에) 노출돼 있는데, 그걸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2개 상정돼 있다. 법안소위는 두 가지 안을 논의하고 수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3일 법안소위에서는 물론 지난달 두 차례 열렸던 법안소위에서도 내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원이 거의 없는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중고교, 일반 고교가 휴업일에 방과 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도 내년 3월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 학교들의 방과 후 학교 선행학습은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내년 2월 28일 이후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박찬대 박용진 의원 등은 “(농산어촌 등의 선행학습이 금지되면)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가중된다”며 허용 기한을 2025년 2월 28일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10월 발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시급하진 않지만 상정만 되고 논의되지 못하는 법안은 교원지위법 개정안 6개 등 9개가 더 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생에게 학교장이 심리치료 이수·봉사·출석정지·퇴학 외에 전학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감에게 교권침해 행위 고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들은 4일에도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서 7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야는 법안소위를 6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가 유치원 3법 논의로 또다시 충돌하면 다른 법안 논의가 무산될 수 있다. 교육부는 언제라도 여러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에 대비해 말단 담당자부터 과장, 국장이 국회에서 ‘무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3법 때문에 아무 논의가 되지 않으니 매번 허탕만 치고 온다”며 “시급한 사안이 논의되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여야 간 정쟁으로 교원지위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50만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법 청원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에 사교육 시장은 수능 이후부터 들썩이고 있다. ‘사교육의 대부’로 불리는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57)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대입 제도와 수능은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1987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한 손 회장은 2004년 메가스터디를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2008년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린 사교육 시장의 산증인이다. 그는 “공부가 학생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르쳤는데 학생들의 꿈은 꺾이고 나만 돈을 번 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사재 300억 원을 들여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이번 수능 이후 사교육에 변화가 있나. “수능이 어려워 예비 고3이 좀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예비 고3의 ‘패스 상품’(메가스터디의 모든 온라인 강의를 1년간 들을 수 있는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신장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건 근본적으로는 대입 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수시 비중이 70∼80%에 이르는 대입 구조 말인가. “사교육 종사자들은 현재 8 대 2인 ‘수시 정시 비율’이 (돈 벌기에) 황금 비율이라고 말한다. 수시 비중이 높으면 사교육을 잡을 것이라는 정부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적성고사 등 전형별로 각각 사교육이 생겼다. 수능을 최저학력기준으로 삼는 대학이 있으니 수능 준비는 기본이다. 또 정시 문이 좁아지면서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이 많다. 1등급 받기가 어려우니 오프라인 학원이나 재수 기숙학원이 성행한다.” ―그럼 정시를 늘리면 사교육 시장이 작아지나. “정시가 늘면 재수생은 줄어든다. 재수 기숙학원 한 곳의 매출이 시내 학원 4, 5개 매출과 맞먹는다. 기숙학원이 보통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다. 현재는 입시학원 메이저 3사가 ‘용인벨트’에 재수 기숙학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도 내년에 기숙학원 하나를 더 연다.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1년이 헛고생이니 학생들이 억울하지 않겠나. 게다가 수시 원서를 6장이나 쓰니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대학에 붙으면 반수를 한다.” ―수시 지원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뜻인가. “현재 대입 구조는 딱 두 그룹에만 유리하다. 상위 15개 대학은 전형료 수입 왕창 올린다. 또 사교육 기업은 많은 돈을 번다. 수시 지원 횟수를 2회로 줄여 학생들이 모든 전형을 다 준비하지 않게 해야 사교육이 줄어든다.” ―수능 문제는 왜 최악이라는 건가. “사교육비를 줄이려 정부가 ‘EBS 연계율 70%’ 정책을 도입한 이후 수능 문제가 이상해졌다. EBS 교재와 연계하면서도 그 문제를 그대로 출제할 수 없으니 해괴망측하게 변형하고 지문이 길어진 것이다. 사고 능력 테스트가 아니라 빠른 시간에 문제 푸는 기술을 측정하는 시험이 돼버렸다. 최근 수능 사회탐구 중 ‘사회·문화’ 과목을 학생과 시험 치듯 풀어봤다. 내가 사회탐구를 오랫동안 가르친 천하의 ‘손사탐’인데 45분 동안 총 20문항 중 15번까지밖에 못 풀었다. 빛의 속도로 문제 푸는 기술을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고득점을 할 수 없다.” 손 회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도에 유감을 표한 국어 31번 문제와 서울 강북 한 고교의 국어 시험 문제를 보여주며 말했다. “31번을 풀려면 한 페이지에 달하는 지문을 읽어야 하는데 문제에 달린 ‘보기’가 너무 어렵다. 유명 국어 강사도 도무지 모르겠다고 한다. 반면 학교 시험은 문제가 한두 줄밖에 안 된다. 학교에서 대비하지 못하는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이냐.” ―국어는 특히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데…. “EBS 교재와 연계한 문제로 구성된 ‘봉투 모의고사’ 시장이 엄청 커졌다. EBS 지문이 어떻게 연계될지 연습해야 하니 국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모의고사를 연습하는 거다. 봉투 모의고사는 일반 문제집에 비해 페이지당 가격이 5배 이상 비싸다. 수험생 한 명이 50만 원 이상은 쓸 거다.” ―정부가 대입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EBS 연계 정책, 수시 확대 등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대증요법은 역효과만 났다. 정부가 공급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고교생, 입시를 경험해 본 대학생, 학부모, 사교육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이전 정부까지는 장차관과 사교육 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물론 만난다고 변한 건 없지만….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정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인터뷰를 마친 손 회장은 윤민창의투자재단 사무실에서 청년 사업가들을 만났다. 대학을 휴학하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다. 손 회장은 투자금(5000만 원)뿐 아니라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며 걱정할 필요 없다. 젊은 세대가 ‘나만의 독특한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은 바뀐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