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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용카드사의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카드 수수료를 요구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연 매출 500억 원이 넘는 통신사, 마트 등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 반발하자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점 계약은 카드사와 가맹점의 자유의사이지만 수수료율은 법의 취지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가맹점이 (정부가 이미 논의한 카드 수수료의) 적격비용을 벗어나 카드사와의 협상력에 의존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전법에 따르면 대형 가맹점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형 가맹점은 카드매출 규모와 수수료 협상력이 커 중소형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왔다. 앞서 신한 등 주요 카드사 8곳은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에 다음 달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최고 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금융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낮춰줘 발생하는 손실을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보전받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통신사는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는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상을 두고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듯 엄포를 놓으면 큰 부담이 된다”며 “이런 식이라면 제대로 협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말 발표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연 매출 500억 원 이하 가맹점들이 연간 8000억 원에 이르는 수수료 절감 혜택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조은아 achim@donga.com·강승현 기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최고 연 4.9%에 육박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담대 금리가 0.02%포인트씩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15일 연 3.36∼4.86%에서 18일 연 3.38∼4.88%로 올랐다. 최고 금리가 4.9%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신한은행도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가 같은 기간 연 3.29∼4.64%에서 3.31∼4.66%로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연 3.41∼4.41%로 0.02%포인트 올랐다. NH농협은행은 연 2.71∼4.33%가 됐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올해 1월 잔액 기준 코픽스의 상승에 따라 주담대 변동금리를 올렸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1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02%포인트 오른 2.01%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8월(2.03%) 이후 41개월 만에 최고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지난해 말 결혼한 서울 성동구의 30대 직장인 A 씨는 맞벌이하는 부인과 함께 재테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가량 중 30%를 생활비로 쓰고 60%가량은 보험과 펀드에 넣기로 했다. 나머지 10%는 여윳돈으로 놔둘 생각이다. 재테크 필수 항목일 법한 부동산은 투자 계획에 넣지 않았다. A 씨는 “요즘 부동산 시장이 썩 좋지 않아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하기도 어렵다”며 “연금으로 노후를 차근차근 대비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가구 합산 연소득 6700만∼1억2000만 원인 ‘상위 중산층(대중 부유층)’은 A 씨처럼 자산을 불릴 때 부동산보다는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경기 등락이 심해지며 30, 40대 상위 중산층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연소득 6700만∼1억2000만 원인 상위 중산층 가구 400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대중 부유층의 자산관리 행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연구소는 소득 상위 10∼30%를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사이에 있는 상위 중산층으로 보고 분석했다. 응답자 평균 자산은 6억7400만 원, 부채를 뺀 순자산은 5억6400만 원이었다. 조사 당시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전체의 17.2%인 1억1600만 원이며 연소득의 53%를 소비하고, 47%는 미래를 위해 저축했다. 연평균 저축액은 약 4000만 원이다. 향후 투자 상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4%는 금융상품을 꼽았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24.9%로 금융상품 대비 절반이 채 안 됐다. 특히 ‘노후자금 준비를 위해 금융상품을 활용하겠다’는 답변은 응답자의 78.7%로 10명 중 8명이 선호했다. 반면 부동산을 노후 준비용으로 쓰겠다는 사람은 17.9%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현재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1.4%로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상위 중산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30, 40대 맞벌이 가구는 요즘 시황이 좋지 않은 부동산에 관심이 덜한 편”이라며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연금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상위 중산층의 투자성향이 더 보수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46.9%는 자신을 ‘원금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저위험·초저위험 투자성향’이라고 판단했다. 또 “향후 자산 중 예·적금 비율을 늘리겠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현재 응답자들의 예·적금 보유 비율은 평균 48.2%이지만 앞으로 3년 내에 51.5%까지 늘리겠다고 답했다. 안정지향형 투자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상위 중산층은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에는 무심한 편이었다. “금융회사로부터 자산관리를 받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3.4%에 머물렀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본부장은 “이 계층은 자산이 어느 정도 있고 자산관리 수요도 있는데, 금융회사의 서비스는 부족하다”며 “금융사들이 고객을 세분화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12일 “삼성중공업이 전날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뒤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사를 물었다. 인수의향자를 미리 확보한 뒤 공개입찰을 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었다. 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에 요청한 회신 기한은 이달 28일까지였지만 삼성중공업은 예상보다 빨리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고, 검토 시한이 촉박해 인수에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삼성중공업이 인수전 불참을 공식화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다음 달 8일경 현대중공업과의 본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사회가 인수를 승인한 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본계약을 맺는다. 본계약이 성사되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통합법인’이 생긴다. 법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존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을 총괄한다. 산업은행은 이 법인에 기존 주식 5973만여 주(55.7%)를 현물 출자한다. 산업은행은 이 법인의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 원을 받아 2대주주가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5000억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이 주식은 현대중공업지주가 통합법인을 통해 인수한다. 이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각각 경영부실과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인수 의사를 철회하지 않으면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반발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신용카드·캐피털사 등 금융회사가 개인 간(P2P) 대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P2P 업체에 대한 개인의 투자 한도도 확대된다. 차세대 핀테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P2P 금융시장을 더욱 키우고 양성화하기 위한 취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금융 법제화 공청회’에서 이러한 방안을 논의했다. P2P 금융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P2P 회사를 통한 누적 대출액은 2016년 말 6289억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4조2726억 원으로 늘었다. P2P 대출 회사는 같은 기간 125곳에서 205곳으로 증가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 P2P 회사의 자기자금 투자가 허용된다. 회삿돈을 대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투자 모집액의 일정 비율 한도 내, 그리고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신용카드·캐피털사나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도 대출액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 P2P에 투자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투자금을 대출원금으로 활용해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P2P 업체에 대한 개인 투자 한도도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투자 한도가 개인 대출 1건당 500만 원, P2P 업체당 1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금융당국은 P2P 업체당 한도를 없애고 P2P 업계 전체에 대한 투자 한도를 설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한도를 유연화하면 투자자금이 우량업체로 모여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P2P 시장을 현행법으로 규제 감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우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생긴다. P2P 대출회사는 자기자본이 1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재무상태, 대출규모, 연체율, 거래구조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업체의 신뢰도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무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P2P 회사가 대출 사업을 할 때 자기자본이 3억 원 이상이면 되고, 공시 의무 사항도 명확하지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P2P 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고려할 때 기존 법체계에 이를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새로운 금융업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P2P 금융을 규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청회 발표 내용과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최종 정부안을 확정한다. 이후 국회가 본격적인 입법에 나선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예금자보호한도(5000만 원)를 초과해 고객들이 저축은행에 맡겨둔 돈이 6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돈은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자들이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7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저축은행 79곳에 5000만 원 넘게 맡긴 예금주는 7만7551명이었다. 이들은 저축은행에 10조3512억 원을 예금했다. 이 중 저축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돈은 6조4737억 원이었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아도 이용자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적금의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예금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금액은 2009년 말 7조6000억 원까지 올랐다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며 급감했다. 2013년 9월 말에는 1조7000억 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들이 높은 금리를 내세워 마케팅에 나서면서 고액 예금자가 늘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대우조선해양이 1999년 워크아웃으로 사실상 공기업이 된 지 20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국내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 유력한 새 주인 후보로 등장해 조선업계가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중공업과 산업 재편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현중-산은, 당분간 공동관리 양측의 MOU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4개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세운다. 산업은행은 이 법인에 기존 주식 5973만여 주(55.7%)를 현물 출자한다. 또 대우조선은 1조5000억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이 주식은 현대중공업지주가 통합법인을 통해 인수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이 발행하는 새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대는 것이다. 만약 대우조선의 자금이 부족하면 1조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 MOU가 현실화되면 산업은행은 새로운 통합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은 물론이고 현대중공업에 대한 영향력도 갖게 된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지분을 완전히 팔고 떠나는 100% 민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끌어안고 10조 원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산업은행 퇴직자들을 임원 등으로 내려보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현금으로 지분 매각을 하면 매수자인 현대중공업의 동반 부실 우려가 있어 이 같은 방법을 쓰게 됐다”며 “대우조선이 더 정상화될 때까지 이 같은 중간 단계의 형태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조선통합법인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또 삼성중공업에도 똑같은 형태의 경영권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측은 “아직 밝힐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삼성중공업 안팎에서는 경영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우조선 인수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한 통합은 시간 걸릴 듯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것은 5조 원 규모 분식회계 논란이 해소되고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기준 1만1137명이었던 대우조선 직원은 현재 9500명 수준으로 줄고 2017년부터는 흑자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8000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양 사가 합병하면 방위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군함 등 특수선을 자체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뿐으로, 양 사는 그간 출혈 경쟁을 이어왔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글로벌 시장에서 싹쓸이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앞길이 구만리다. 정부가 고용 감소를 우려해 두 회사를 한동안 통합법인 밑에서 병렬적으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73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안 좋아 대우조선과의 합병이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 나중에 두 회사가 합쳐질 때는 노조의 반발이 변수다. 양 사의 노동조합은 모두 이번 인수 움직임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형민·지민구 기자}

“2, 3년 안에 국내 1등 금융그룹이 되겠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근 지주사를 공식 출범시키며 이러한 포부를 밝혔다. 은행에서 종합금융그룹 체제로 전환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손 회장은 “우선 자본 대비 시너지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향후 자본 여력을 감안해 자회사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을 먼저 (인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 데와 같이 인수에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우리가 지분 50% 이상을 갖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손 회장이 발표한 올해 경영전략은 △4대 성장동력사업 강화 △안정적 그룹체제 구축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그룹 리스크관리 고도화 △그룹 경영 시너지 창출 등이다. 이 가운데 4대 성장동력사업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로 정했다. 특히 글로벌 부문에서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가 늘어나면 해외에 동반 진출해 시장을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성장 유망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신설하고, 현지화 영업을 확대하며 그룹 자회사의 공동 진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은행의 일부 결제망을 외부에 공유하고 협업하는 ‘오픈 뱅킹’으로 차별화한다. 손 회장은 “과거 우리 은행만 쓰던 뱅킹 체제를 세계적인 회사에 개방하려 몇 곳을 접촉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디지털금융그룹 조직을 별도 건물로 옮겼다. 향후 이 조직을 정보기술(IT) 회사처럼 키울 예정이다. 손 회장은 CIB 및 자산관리 부문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협업을 독려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하며 올해 급선무는 안정적인 그룹 체제를 다지는 일이다. 손 회장은 “은행 자회사로 남아 있는 카드와 종합금융을 지주 자회사로 빨리 편입하고 다른 자회사와 복합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달성한다. 업종별 전문성을 키우고 그룹 내 협업을 촉진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그룹 리스크 관리도 강조한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연체율과 NPL(무수익여신)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룹 경영 시너지 창출은 그룹 계열사 간의 교차 판매, 소개 영업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해 혁신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서민금융의 대출금리를 감면하는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인재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도록 양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은행권 영업 환경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맨 파워’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시중은행들이 직원들에게 순환 근무를 시켜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며 “디지털,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순환근무를 억제하며 오래 근무시키고 외부 인력도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19년 1월 초 우리금융지주 부활로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대가 열리며 금융권 영업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시장에서 각축전이 예고된다. 그래서인지 국내 금융권 수장(首長)들은 예년보다 긴장감 있는 신년 경영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을 이끄는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게 서면인터뷰를 통해 정면승부를 펼칠 올해 경영 전략을 들어봤다.‘리딩뱅크’ 선점하자 금융회사들은 5대 금융지주 시대 출범으로 금융권이 재편되는 올해를 ‘리딩뱅크’ 선점 기회로 보고 있다. 지주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아 뜨거운 영업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2년째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지주에 내준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강한 결의를 내비쳤다. 조 회장은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신한은 단순히 금융사를 넘어 고객과 기업, 사회의 ‘희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리더임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1등’ 의식을 심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에서는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해 압도적 1위 은행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증권·손해보험·카드 등 주요 계열사는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 업권 내 일류 지위를 유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두 지주에 비해 아직 덩치는 작지만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을 2, 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치열하게 해야겠지만 새로운 시장도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를 4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IBK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중소기업금융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금융 부문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초격차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비은행’에서 승부가 난다 금융권이 공들이는 분야는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분야다. 기존 은행업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시장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져 증권, 카드 등 비은행 부문도 어려운 해를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손태승 회장 역시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을 먼저 (인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을 키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 데와 같이 인수에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우리가 지분 50% 이상을 갖는 방법도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NH농협금융지주도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농협금융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데이터 금융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농협금융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을 마련해 계열사의 정보를 통합하는 그룹 차원의 분석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디지털화’ 속도전 금융권 수장들이 ‘디지털화’를 외친 지는 오래됐지만 가시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금융권 CEO들은 자사만의 차별화되는 디지털화 전략을 소개했다. 김정태 회장은 “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제공되는 ‘초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 챗봇인 ‘HAI 뱅킹’에 상품 추천 및 상담 기능을 추가한다. 김 회장은 “고객이 필요한 금융상품을 하나금융그룹에서만 아니라 타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른 곳에서도 쉽게 가입할 수 있게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혁신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광수 회장도 “농협은행은 대규모 디지털 연구개발(R&D)센터를 지어 신기술을 연구해 도입하고 외부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도진 행장 역시 “중소기업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은행의 고객중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코넥스 시장에 대한 투자가 더 쉬워진다. 투자를 위한 기본 예탁금이 1억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낮아지고 상장 기업은 크라우드펀딩과 소액 공모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코넥스 상장사 및 상장 예비 기업과 ‘코넥스 토크콘서트’를 갖고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자본시장 혁신 과제의 후속 조치다. 일반투자자의 기본 예탁금은 현행 1억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적은 돈만 있어도 코넥스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예탁금 없이 코넥스 주식을 살 수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관련법에서 정하는 소득·자산 요건을 갖추거나 금융 관련 전문 자격증을 딴 사람이다. 또 금융위는 기업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공모나 소액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코넥스 기업은 상장 뒤 3년간 크라우드펀딩을 할 수 있게 한다. 일부 규제도 완화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코넥스 기업은 부실이 있어도 외부감사인 지정을 할 필요가 없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할 때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업 계속성 심사와 경영 안정성 심사가 면제된다. 코넥스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은 제3의 상장 주식시장으로 2013년 7월 개설됐다. 최근 들어 거래가 부진해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부가 최근 급증한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많은 금융회사는 연간 취급 한도를 정해 대출 총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자영업자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금융회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관리계획’을 제출받아 주기적으로 대출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자영업자들이 유독 돈을 많이 빌리는 업종을 지정해 금융사마다 한도를 정하고 총량을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상호금융권에선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38.0%, 저축은행에선 같은 기간 37.6% 증가했다. 반면 은행권에선 9.6% 늘었다.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강한 일반 가계 대출을 피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임대업에 개인사업자 대출이 쏠리는 원인과 잠재적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인 ‘이자상환비율(RTI)’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1분기(1∼3월) 중에 제2금융권에도 해당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원리금 상환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신규 대출을 허용하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제재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30일 즉시항고를 한다고 29일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법 행위는 회사의 향후 재무제표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무제표가 올바르게 시정되지 않으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상당 기간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투자할 우려가 있다”고 즉시항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원의 집행 정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에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이 앞으로 계속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 등이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부정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 시정 요구,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당초 증선위의 제재는 효력이 정지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부동산 경기가 향후 5년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0명 중 8명은 지방 부동산이 침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자산 구성을 당장 바꿀 생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느는 건 부담이지만 사고 팔 때 납부하는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 한국의 부자 보고서’를 내놓았다. ○ 부자들 “부동산 전망 안 좋다” KEB하나은행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프라이빗뱅킹(PB)센터 고객 92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1%는 향후 5년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침체할 것으로 봤다. ‘완만한 침체’는 34%, ‘현 상태로 정체’는 39%였고,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15%에 그쳤다. 침체 속도와 상관없이 전체의 45%는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조사(38%)보다 7%포인트 높다. 서울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는 침체 전망이 29%에 그쳤지만 지방 부동산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82%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계속 손에 쥐고 있겠다고 답했다.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46%, 부동산 비중을 늘리고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답변이 13%였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자들은 쉽게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다”며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 결국 오른다는 ‘학습 효과’ 때문에 특히 나이가 든 고객들은 쉽게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데다 세금 부담 때문에 퇴로가 막힌 것도 부동산 처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자산가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대부분 서울 강남에 있어 가격이 높고 양도세를 비롯한 처분 비용이 워낙 큰 편”이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매물은 빚내서 투자하다가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내놓은 것이지 일반 자산가들이 내놓은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 구성 부자들의 1순위 투자처는 여전히 부동산이었다. 약 133억4000만 원의 평균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53.1%로 전년 조사보다 2.5%포인트 늘었다. 이들 부자 가운데 93.1%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형태는 중소형 아파트(57.5%)였다. 이어 대형 아파트(36.7%), 오피스텔(27.5%), 단독·다가구주택(1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투자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역시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 강남권에 투자 목적 주택을 보유한 부자가 62.2%나 됐고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서울 도심권이 23.6%, 경기도가 11.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들은 보유 자산의 48%를 노후 자산으로 쓰고 43%는 상속·증여 등으로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상속·증여 형태로는 부동산이 44%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현금이나 예금 증여는 31%, 주식·채권·펀드는 9%에 불과했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됨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에게 물려줘 일정한 임대수익을 계속 얻게끔 만들어 주려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부자들은 평균 5.9년에 한 번 자동차를 바꾸며, 보유 자동차로는 벤츠(31.8%)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BMW(19.5%), 현대·기아자동차(18.6%), 아우디(10.7%)가 그 뒤를 이었다. 또 강남 3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은 한 달 평균 1366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 평균 지출액의 4배 수준에 이른다. 또 응답자의 68%는 카드보다 현금 사용을 선호했다. 이유는 ‘세금 등 기록이 남는 것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장윤정 yunjung@donga.com·조은아 기자}

‘3만 원 넘게 써야 하는데 서울에 가도 될까.’ 경남 창원에서 음식점을 하는 40대 안모 씨(여)는 지난해 11월 서울행 고속버스 표를 끊기까지 한참 고민했다. 서민금융박람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터미널에 갔지만 버스비는 안 씨에게 큰돈이었다. 그가 박람회에 가게 된 건 ‘일수 이자’ 때문이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장사가 안돼 가게 유지비조차 안 나오자 1년 전 사채를 빌려 쓴 게 화근이었다. 원금 500만 원이 이자를 합쳐 2000만 원으로 불었다. 가게 하루 매출이 약 20만 원인데 일수로 15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조차 부족했다. 얼마 전 빚 독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두 아들 때문에 마음을 다잡던 참이었다. 안 씨는 “하루하루 불어나는 일수 이자가 숨통을 조였다. 악순환을 끊고 싶었지만 창원엔 상담하고 구제 방법을 물어볼 곳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씨는 박람회에서 자신의 신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민대출이 없다는 걸 알고 망연자실했다. 결국 정부 서민금융상품은 포기하고, 한 민간단체에서 100만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은 소액 대출이 필요한데 마땅한 대출기관을 찾기 어렵다. 결국 사채에 손을 벌리게 된다”고 했다. 경남 창원과 거제, 전북 군산과 전남 목포 등 조선업 등의 몰락으로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다 경기 악화에 이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경기침체와 실업난 속에 생활비가 급해진 청년, 자영업자들에게 주로 손을 뻗는다. 요즘엔 설 연휴를 앞두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노린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경찰이 불법 사금융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협회에 금리 확인을 요청한 사례가 호남·제주권의 경우 2015년 8건에서 지난해에는 38건으로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조선업과 자동차업이 동시에 몰락한 군산에서만 17건이 발생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군산·목포=김형민 / 장윤정 기자}

24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먹자골목. 점심시간이지만 식당 대부분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인근 공장과 점심식사 계약을 맺은 몇 곳에서만 작업복을 입은 공장 직원들이 보였다. 이곳에 건물을 갖고 있는 김모 씨(53)는 “세입자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이 안 돼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 내가 대신 수도요금을 내주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공단이 있는 오식도동 먹자골목은 현대중공업, 한국GM 직원들이 점심, 저녁마다 몰려드는 곳이었다. 식당 370여 개가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약 2년 전 가동을 멈추고 한국GM 군산공장마저 지난해 폐쇄되자 이곳 식당들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가게가 문을 닫기 시작하자 2년 전 100만 원이 넘던 월세(옛 30평 기준)가 요즘엔 30만 원대로 떨어졌다. 오식도동 인근 비응항에서 건어물을 파는 김성도 씨(55)는 “공단 인근 식당 사장들이 사채를 쓴단 얘기가 파다하다. 그런 가게는 3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고 했다. 군산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생활비 등 급한 불을 끄려 불법 사금융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군산경찰서가 이자 계산을 요청한 대부업·사금융 사건은 2015∼2017년에는 한 건도 없었는데 지난해엔 17건 발생했다. 경찰은 불법 사금융 사건을 처리할 때 외부에 연리가 얼마인지 계산을 요청한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많이 안 좋아 사채 피해가 많아졌다. 검찰도 사채업자의 이자율 확인은 특별히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권까지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제도권 밖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산 월명신협 관계자는 “이달 말 한국GM 군산공장 실직자들의 실업급여가 종료되면 사금융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고 했다. 이진영 전북신용보증재단 군산지점장은 “지난해 대출보증 실적이 전년에 비해 53%가량 늘었다”며 “작년에 보증을 받았던 사람들이 돈이 떨어지자 또 오고 있는데, 재원이 부족해 지원을 못 하니 안타깝다. 이곳에서마저 거절당한 사람들은 사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군산은 물론이고 전남 목포, 경남 창원과 거제 등에서도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 경찰이 이자 계산 확인을 의뢰한 대부업·사금융 사건은 군산, 목포가 있는 호남·제주권에서 최근 3년 새 4.8배로 늘었다. 목포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이모 씨(47)는 “일수꾼들이 아침마다 이곳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린다. 사채의 무서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급하니 사채업자의 제안을 덥석 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채업자는 생계가 급한 서민에게 ‘돈 잘 빌려주는 이웃’으로 선량하게 접근했다가 연체가 생기면 찰거머리처럼 악독하게 상환을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로 변한다. 군산 소룡동에서 횟집을 운영했던 장모 씨(55)는 지난해 자녀 학자금이 급해 다른 가게 사장의 친구를 소개받았다. 그 사람은 600만 원을 내주는 조건으로 연리 200%를 요구했다. 기존 대출금 때문에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했던 장 씨는 ‘설마 금방 갚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돈을 건네받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기업들이 떠나가면서 영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자 사채이자로만 1년에 12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횟집을 팔아 다른 빚을 우선 갚은 장 씨는 경찰에 사채업자를 신고했다. 사채업자는 장 씨에게 “내가 감옥에 가도 돈을 빌린 건 민사사건이니 끝까지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창원에서 직장을 구하던 강모 씨(35)는 지역신문에서 ‘법정 이자율로 대출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사채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생활비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명목으로 실제 이자율은 연 30%로 법정최고이율(24%)보다 높았다. 빚 독촉에 쫓기던 강 씨는 그해 11월 경찰에 사채업체를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채업자들은 대포통장에 대포전화를 쓰니 수사하기 복잡하다”며 수사를 회피했다. 강 씨는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하라고 하는데, 경찰들이 서로 다른 경찰서로 가라고 미루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직 사채업자인 40대 고모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 20개를 쓰는 업자도 있다. 경찰이 정기적으로 단속을 하지만 점조직처럼 활동하는 사채업자들을 절대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서민들이 사금융 구제책을 상담할 곳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방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서민들이 줄을 서서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다. 공현배 거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장은 “요즘 거제에선 사람들이 신용회복 신청을 해도 면담을 받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신청자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했다. 군산·목포=김형민 kalssam35@donga.com / 장윤정·조은아 기자}

‘3만 원 넘게 써야 하는데 서울에 가도 될까.’ 경남 창원에서 음식점을 하는 40대 안모 씨(여)는 지난해 11월 서울행 고속버스 표를 끊으며 한참 고민했다. 서민금융박람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터미널에 갔지만 버스비는 안 씨에게 큰 돈이었다. 그가 박람회에 가게 된 건 ‘일수 이자’ 때문이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장사가 안 돼 가게 유지비조차 안 나오자 1년 전 사채를 빌려 쓴 게 화근이었다. 원금 500만 원이 이자를 합쳐 2000만 원으로 불었다. 가게 하루 매출이 약 20만 원인데 일수로 15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조차 부족했다. 얼마 전 빚 독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두 아들 때문에 마음을 다잡던 참이었다. 안 씨는 “하루하루 불어나는 일수 이자가 숨통을 조였다. 악순환을 끊고 싶었지만 창원엔 상담하고 구제방법을 물어볼 곳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씨는 박람회에서 자신의 신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민대출이 없다는 걸 알고 망연자실했다. 결국 정부 서민금융상품은 포기하고, 한 민간단체에서 100만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은 소액 대출이 필요한데 마땅한 대출기관을 찾기 어렵다. 결국 사채에 손을 벌리게 된다”고 했다. 경남 창원과 거제, 전북 군산과 전남 목포 등 조선업 등의 몰락으로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다 경기 악화에 이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경기침체와 실업난 속에 생활비가 급해진 청년, 자영업자들에게 주로 손을 뻗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사건 처리를 위해 대부금융협회에 금리 확인을 요청한 사례가 호남·제주권의 경우 2015년 8건에서 지난해에는 38건으로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조선업과 자동차업이 동시에 몰락한 군산에서만 17건이 발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군산·목포=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 ▼ 고용재난 서민 좀먹는 불법 사금융▼ 24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먹자골목. 점심시간이지만 식당들 대부분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인근 공장과 점심식사 계약을 맺은 몇 곳에서만 작업복을 입은 공장 직원들이 보였다. 이곳에 건물을 갖고 있는 김모 씨(53)는 “세입자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이 안 돼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 내가 대신 수도요금을 내주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공단이 있는 오식도동 먹자골목은 현대중공업, 한국GM 직원들이 점심, 저녁마다 몰려드는 곳이었다. 식당 370여 개가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3년 전 가동을 멈추고 한국GM 군산공장마저 지난해 폐쇄되자 이곳 식당들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가게가 문을 닫기 시작하자 3년 전 100만 원이 넘던 월세(옛 30평 기준)가 요즘엔 30만 원대로 떨어졌다. 오식도동 인근 비응항에서 건어물을 파는 김성도 씨(55)는 “공단 인근 식당 사장들이 사채를 쓴단 얘기가 파다하다. 그런 가게는 3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고 했다. 군산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들면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생활비 등 급한 불을 끄려 불법 사금융에 빠져 들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군산경찰서가 이자계산을 요청한 대부업·사금융 사건은 2015~2017년에는 한 건도 없었는데 지난해엔 17건 발생했다. 경찰은 불법 사금융 사건을 처리할 때 외부에 연리가 얼마인지 계산을 요청한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많이 안 좋아 사채 피해가 많아졌다. 검찰도 사채업자의 이자율 확인은 특별히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권까지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제도권 밖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산시 월명신협 관계자는 “이달 말 한국GM 군산공장 실직자들의 실업급여가 종료되면 사금융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고 했다. 전북신용보증재단 군산시점 이진영 대리는 “지난해 대출보증 실적이 전년에 비해 53%가량 늘었다”며 “작년에 보증을 받았던 사람들이 돈이 떨어지자 또 오고 있는데, 재원이 부족해 지원을 못하니 안타깝다. 이곳에서마저 거절당한 사람들은 사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군산은 물론 전남 목포, 경남 창원과 거제 등에서도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 경찰이 이자계산 확인을 의뢰한 대부업·사금융 사건은 군산, 목포가 있는 호남·제주권에서 최근 3년 새 4.8배로 늘었다. 목포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이모 씨(47)는 “일수꾼들이 아침마다 이곳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린다. 사채의 무서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급하니 사채업자의 제안을 덥석 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채업자는 생계가 급한 서민에게 ‘돈 잘 빌려주는 이웃’으로 선량하게 접근했다가 연체가 생기면 철거머리처럼 악독하게 상환을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로 변한다. 군산 소룡동에서 횟집을 운영했던 장모 씨(55)는 지난해 자녀 학자금이 급해 다른 가게 사장의 친구를 소개받았다. 그 사람은 600만 원을 내주는 조건으로 연리 200%를 요구했다. 기존 대출금 때문에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했던 장 씨는 ‘설마 금방 갚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돈을 건네받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기업들이 떠나가면서 영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자 사채이자로만 1년에 12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횟집을 팔아 다른 빚을 우선 갚은 장 씨는 경찰에 사채업자를 신고했다. 사채업자는 장 씨에게 “내가 감옥에 가도 돈을 빌린 건 민사사건이니 끝까지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경남 창원시에서 직장을 구하던 강모 씨(35)는 지역신문에서 ‘법정 이자율로 대출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사채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생활비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명목으로 실제 이자율은 연 30%로 법정최고이율(24%)보다 높았다. 빚독촉에 쫓기던 강 씨는 그해 11월 경찰에 사체업체를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채업자들은 대포통장에 대포전화를 쓰니 수사하기 복잡하다”며 수사를 회피했다. 강 씨는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하라고 하는데, 경찰들이 서로 다른 경찰서로 가라고 미루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직 사채업자인 40대 고모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 20개를 쓰는 업자도 있다. 경찰이 정기적으로 단속을 하지만 점조직처럼 활동하는 사채업자들을 절대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서민들이 사금융 구제책을 상담할 곳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방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서민들이 줄을 서서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다. 공현배 거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장은 “요즘 거제에선 사람들이 신용회복 신청을 해도 면담을 받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신청자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군산시의 자영업자 이모 씨(65)는 “그간 서민금융상품이 뭐가 있는지 아무 것도 몰랐다”며 “진작 알았으면 고생을 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부업체 법정최고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목포=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 저신용자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 조선업, 자동차 산업의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가 불법 사금융 위기에 내몰리면서 지금까지 정부 서민금융정책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1년에 한두 차례씩 서민 금융지원 체제를 손보고 있지만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과 재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책금융상품을 내놓은 이후 지난해까지 총 37조 원을 공급했다. 작년에도 약 7조 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정책상품은 신용등급 6등급 이상 위주로 제공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햇살론,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중 61.9%가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었다. 서민금융 이용자 중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8등급 이하는 전체의 9.2%에 불과했다. 금융위도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지난해 말 서민금융체계를 개편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연 10% 중후반대의 금리로 연간 약 1조 원을 공급해 생계·대환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연간 1조 원 규모로는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이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52만 명으로, 이들의 채무 규모는 6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저신용자를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지원과 함께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그동안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은 양적 확대에 집중한 면이 크다”며 “저신용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같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군산·목포=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3월 주주총회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백 변호사는 민변 회장을 지내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대검찰청 검찰개혁 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제안권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할 권리를 갖고 있다. 노조는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민변 등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부탁했고, 민변이 백 변호사를 추천했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원과 일반주주에게 발의서를 배포하고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주주제안서는 다음 달 초 제출한다. KB 노협은 2017년과 지난해에도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주총에서 부결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감독원에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고 싶으면 3급 이상 간부직원을 35%로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금감원의 방만 경영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금감원은 반민반관(半民半官)의 특성상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받지 않아 조직·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2017년 감사원 감사를 받은 뒤에도 1년 이상 별다른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절반 가까이가 간부직에 억대 연봉 1999년 설립 당시 1263명으로 출발한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임직원이 2190명(비정규직 포함)으로 70% 이상 늘었다. 1인당 평균 보수는 9785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깝고 간부급이 유난히 많은 ‘역피라미드’형 구조다. 또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감사원과 금감원 경영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체 임직원 중 3급 이상 간부급 직원의 수는 851명(43%)이다. 1∼2급 직원 중에는 무보직 상태로 팀원 등으로 배치돼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일정한 보직 없이 하위 직급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1억3000만∼1억4000만 원의 급여를 타가고 있다. 팀장 등 직책을 가진 직원은 전체의 20%에 이르고 팀은 약 270여개다. 이 때문에 한 팀당 팀원 수는 4명 안팎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에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사무소 7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업무 부가가치는 높지 않다. 감사원은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해외 사무소의 업무 실적을 분석한 결과 98%가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카드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대거 충원하며 몸집을 늘렸다. 고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인 만큼 스스로 중도에 퇴직하는 자연 감소도 별로 없어 조직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직원에 대한 복지도 계속 늘리고 있다. 정규직 직원의 1인당 연간 복리후생비는 2014년 414만 원에서 2017년 487만 원으로 상승했다.○ 개선 노력도 지지부진 금감원의 방만 경영 개선 노력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일단 올해 팀장 등 직위 수를 15개 줄일 예정이고 예산 총액은 전년보다 2% 삭감했다. 또 감사원 감사 당시 8개였던 해외사무소는 1곳(홍콩)을 철수했다. 그러나 간부급 직원 비율이 거의 그대로인 데다 1억 원에 이르는 평균 연봉이 계속 유지되는 등 중요한 부분은 개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10년 만의 최대 인사로 국·실장급 20여 명이 무보직 상태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이들은 후선 업무를 돌보며 고연봉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당초 43%의 간부급 비율을 10년에 걸쳐 35%로 낮추겠다고 기재부에 보고했지만 기재부는 이 작업을 5년 이내에 끝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쉽지 않지만 실무진이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방만경영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란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경영상태를 검증받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조은아 기자}

서울 여의도 2.4배 크기의 국유지를 2028년까지 개발해 공공주택, 실버타운, 청년 창업시설을 짓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공공시설이 이전해 비는 전국 11곳의 국유지 693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유지 개발이 예정된 땅은 △경기 의정부와 남양주 △강원 원주 △대전 △충남 천안시 △광주 △전북 전주시 △부산 △대구 △경남 창원시 등이다. 대체로 군 부대와 교도소가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인 지역이다. 이 같은 개발을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토지주택공사(LH) 자금 등 공공 부문에서 7조8000억 원을 투입하고 민간자금 9조 원을 유치한다. 이 자금으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등 3만1000채, 신산업 육성 센터, 실버타운 등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는 개발 과정에서 건설인력 10만4000명 등 총 20만5000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한된 지역과 규모로 사업을 허가해주는 규제완화정책인 ‘규제 샌드박스’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100건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사례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올해부터 3년 동안 총 15조 원을 들여 중소·중견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산은은 중견기업에 7조 원을 저리로 대출하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3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당 지원 한도는 중견기업은 시설자금 2500억 원, 운영자금 300억 원이다. 중소기업은 각각 250억 원, 30억 원이 한도다. 지원 대상은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올해 집중지원 4대 산업과 소재·부품·장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섬유·가전 등 제조업 혁신 분야 4개 산업이다. 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 인공지능(AI), 수소 경제 등 전략투자 분야, 미래 자동차 및 드론 등 핵심 선도사업 관련 기업도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60대 남성 장모 씨는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금융회사 지점에서 대출 명세를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 씨가 5년 전 6%대 금리로 1억 원대를 빌린 뒤 지불한 이자가 당초 본인이 직접 계산해 본 금액보다 1200만 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지점은 장 씨의 연체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계산해 이자를 불렸다. 장 씨는 결국 금융감독원과 해당 금융사에 민원을 제기했고, 조정을 통해 3개월 만에 억울하게 떼인 이자를 돌려받았다. 앞으로 장 씨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1분기(1∼3월)에 현재의 주먹구구식 대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 산정 내용을 대출을 받을 때 꼼꼼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은행을 처벌할 근거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① 대출 명세에 소득정보, 금리 산정 방식 공개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자에게 소득과 담보, 신용등급이 적힌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보여줘야 한다.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물론이고 갱신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출자가 자신의 어떤 정보가 금리 산정에 반영되는지 명확히 알고, 잘못 산정된 부분이 있으면 은행에 따져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점장 우대금리’ 등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요소도 세세하게 공개된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되는데 이를 통해 각 항목이 얼마씩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중 ‘가감조정금리’는 고객의 이용 실적으로 결정되는 ‘우대금리’와 본부나 영업점장 재량으로 결정되는 ‘전결금리’로 나눠서 공개된다. ② 고객의 정당한 금리 인하 요구 반영 소비자는 2002년 마련된 금리 인하 요구권 제도에 따라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신용이 좋아질 때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리를 신용등급이 개선된 만큼 내리지 않고 찔끔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금리 요소를 조정해 최종금리를 내리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은행들은 고객의 높아진 신용만큼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본점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처리 결과와 사유를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③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 제재 앞으로 은행이 금리를 잘못 계산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다.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할 경우 건당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은행과 임직원이 제재를 받는다. ④ 변동금리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대출자는 돈을 빌린 뒤 3년 안에 원금을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상환액의 1% 내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중도상환할 때 은행에 이자 손실이 거의 없는 ‘변동금리대출’에도 ‘고정금리대출’과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돼 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4월부터 변동금리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한다. 담보대출은 0.2∼0.3%포인트, 신용대출은 0.1∼0.2%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⑤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도입 은행이 주로 변동금리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7월부터 새롭게 개편된다. 코픽스를 시장 상황에 맞게 정확히 산정하고 은행이 대출금을 마련할 때 끌어오는 재원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반영한다는 취지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금보다 0.27%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계산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일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