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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국수를 이기는 건 기적이죠. 하하.” 조한승 9단(33)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듯 씩 웃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인근에 있는 ‘한종진 도장’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 9단은 한종진 김주호 9단 등과 함께 도장 사범 일을 맡고 있다. 조한승은 지난달 제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세돌 9단을 2대0으로 물리치고 도전권을 따내 박정환 국수와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5일 경남 합천 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리는 1국을 시작으로 도전 5번기가 진행된다. 지난 58기에서 국수였던 조 9단은 도전자 박 9단에게 1대3으로 졌다. 이번에도 수치상으로 조 9단이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1일 현재 국내 랭킹에서 박 9단은 1위, 조 9단은 16위다. 올해 전적도 박 9단은 50승 18패인데 조 9단은 37승 21패에 그쳤다. “지난 도전기 대국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한 대목에서 제 생각에만 갇혀 쉽게 단정짓다보니 뜻밖의 수에 당한 적이 많았어요. 이번엔 보다 치열하게 둘 겁니다.” 겉으로는 몸을 낮췄지만 한번 온힘으로 부딪쳐 보겠다는 내심이 엿보였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조 9단은 전투보단 조화를 중시하고 유연한 기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초일류로선 늘 2% 부족하다는 얘길 들었다. 이른바 승부사 특유의 독기(毒氣)가 없다는 것. “이창호 이세돌 9단도 큰 승부에 지고 분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 보다 눈물 흘린 적은 있어도요. (웃음) 패배의 아픔도 쉽게 잊는 편이구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성적이 안 좋은 건 성격이나 기풍보다 공부가 부족해서 그래요.” 외양은 늘 공부만 할 법한 모범생 스타일인데 실제로는 좀 달랐나보다. 어쩌다 그가 연구실에서 기보라도 놓을라치면 동료들이 “수년 내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놀릴 정도라는 것. “제가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동료들에게 ‘노는 것도 다 공부다’라고 변명처럼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틈틈이 기보 보고 어울려서 연습 대국도 두는 등 여유 있게 공부해야 능률이 나는 거 같아요.” 한국 바둑이 중국 바둑에 밀린다는 우려가 많다고 했더니 조 9단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층이 얇은 건 맞지만 실력은 큰 차이가 없어요. 3,4년 전에 비해 국내 신예기사들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민상연 또래들이 조금만 더 있으면 지금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커제 9단과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 대학(한국외대)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한다. 여자친구가 뒤늦게 공부하는 것을 기다려주느라고 늦었다고. “드물지만 기적은 일어나잖아요. 국수 타이틀을 결혼식 선물 중 하나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가 또 한번 씩 웃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근 인기를 끄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천재 바둑기사인 주인공 최택(박보검)이 한중일 3국의 대결에서 중국 기사 3명과 일본 기사 2명을 이기는 기적의 5연승으로 한국 팀에 우승을 안겨주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2005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의 우승 실화를 그대로 따온 것. 당시 이 9단은 중국의 뤄시허 왕레이 왕시를, 일본의 장쉬 왕밍완을 모두 물리쳤다. 최택의 무표정한 표정이나 옷차림도 당시 이 9단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고, 기보까지도 똑같이 보여줬다. 10년 전 이 9단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한 드라마와는 달리 이 대국에서 이 9단은 점점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 흑 73, 75가 놓이자 중앙 다툼의 결말이 훤히 보인다. 관건이었던 중앙 흑 말이 쉽게 살아가게 된 것. 흑 75는 참고도 흑 1로 둬도 흑 13까지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수순 중 백 4는 흑 ‘가’로 두는 수가 있어 불가피하다. 한상훈 7단은 실전이 참고도보다 훨씬 단순해 택한 듯하다. 백 80 이후 흑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다음 보에서. 유단자라면 보여주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창호 9단의 마지막 카드인 백 ○가 놓이자 반상에는 오랜만에 긴장감이 흐른다. 제법 흑의 신경을 긁는 수. 전반적으론 백이 잘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흑의 실수가 나온다면 국면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백 ○가 놓인 이상 탈출로가 없어진 좌변 흑은 57로 살아두는 게 정수. 이 대목에서 마침내 관전자들이 궁금해하던 수순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백 58로 끊으면 중앙 흑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백 62까지 확실히 흑이 끊겼다. 얼핏 보면 중앙 흑은 고립무원처럼 보인다. 외부로 연결하는 수순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상훈 7단이 약간 생각을 하더니 자신 있게 흑 63으로 젖힌다. 직접 움직이기 전에 멀리서 지원 사격을 하는 느낌이다. 선수가 되는 곳을 보류하고 먼저 백에게 어떻게 받을 것인지 묻는 것. 이 9단은 괴로운 듯 몸을 뒤척인다. 흑 63에 대한 대응이 까다로웠는지 백 64, 66으로 시간을 번 뒤 백 68로 애매한 행마를 내놓았다. 참고도 백 1은 성립하지 않는다. 흑 10의 급소 한 방으로 쉽게 산다. 그나마 백 68이 가장 까다로운 수. 흑은 살아가기만 하면 이기는데 과연 여기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무명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남편과 미대 졸업생 아내는 2002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살았다. 이들은 멋진 삶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느 날 그들은 런던 거리 한 건물에 붙어있는 한 블루 플라크(Blue Plaque)를 발견했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곳이었다. 블루 플라크는 런던에 살았던 유명인의 집이나 작업 공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패다. 이때부터 이 부부의 블루 플라크 탐방이 시작됐다. 런던에 880곳인 블루 플라크 중 이들이 직접 가본 23곳을 책에 담았다. 이 표지는 죽은 지 20년,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으며 인류의 복지와 행복에 탁월하게 기여한 인물의 거주지 등에 붙인다. 대상은 영국 문화유산 단체인 잉글리시 헤리티지 소속 사학자들의 조사와 심사위원 9명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1998년 시작돼 2005년 종료됐다. 이 책의 블루 플라크를 따라가 보는 런던 거리는 여느 안내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1830년대까지 왕실만 사용할 수 있었던 킹스로드는 1960년대 레코드 레이블과 트렌디한 가게가 들어서며 패션의 중심지가 됐다. 레드 제플린이 소유했던 ‘스완 송 레코드’ 본부가 있었고 그룹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가 운영했던 숍 ‘섹스(SEX)’가 있었다. 이런 사실도 런던 마니아 정도나 알 수 있는 거리 풍경이지만 이 책은 비비언 리, 모차르트, 조지 엘리엇, 오스카 와일드, 브램 스토커, 제인 오스틴, 애거사 크리스티의 집이 킹스로드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기에 오스카 와일드가 사랑했던 여인이 결국 와일드의 친구였던 브램 스토커에게 마음을 빼앗긴 얘기까지 덧붙이면 킹스로드는 전혀 다른 거리로 느껴진다. 부인 송정임 씨가 블루 플라크 건물과 인근 풍경을 그린 그림은 사진처럼 명료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잔잔해 책의 느낌을 잘 살려준다. 이 부부는 위대한 사람들의 집을 보면서 뭘 느꼈을까. 멋진 인생을 꿈꿨던 부부는 위대한 사람들조차 멋지게 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대신 자신들의 인생이 멋지지 않다고 깎아내리는 것도 그만뒀다. 참고로 베이커 가 221b 셜록 홈스 박물관에도 블루 플라크가 붙어있다. 소설 속에서 홈스의 집으로 나온 곳.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워낙 유명한 주인공이니 특별히 블루 플라크를 붙여준 것일까. 아니다. 원칙 하면 영국 아닌가. 가짜 블루 플라크다. 인근 어퍼윔폴 가의 아서 코넌 도일 집에 붙은 블루 플라크를 보며 위안을 삼기를.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이 넉넉하게 우세한 형국이다. 반상을 둘러보면 좌변 흑이 유일하게 미생인 흑 말이다. 물론 눈 모양이 풍부해 쉽게 잡힐 돌이 아니다. 백은 34, 38로 좌변 흑에게 이젠 살라고 종용한다. 흑 39는 좋은 타이밍. 백이 바로 막으면 좌변 흑은 완생한다. 백은 40으로 늦춰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흑이 또 이득을 본 셈이다. 흑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 데다 약한 곳도 없어 낙승이 예상된다. 흑으로선 좌변 흑에 한 수를 더 둬 살아도 괜찮을 형세인데 살 수 있는 돌에 가일수하는 건 승부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백 42로 참고도처럼 잡으러 가는 건 어떨까. 백 5까지 두 집을 못 내게 할 수 있지만 흑이 밖으로 탈출하는 길을 막을 순 없다. 이창호 9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맹수의 사냥법처럼 끈질기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흑은 백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듯 좀처럼 걸려들 기미가 없다. 백 52의 차단은 백의 마지막 카드. 좌변 잡으러 가는 수와 ‘가’로 끊는 수를 동시에 노린다. 흑은 두 곳의 약점을 어떻게 방비할 생각일까. 마지막 고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1의 단수는 초읽기에 몰려 둔 것이 아니다. 흑이 아까부터 노리고 있는 수단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단수다. 흑 23으로 붙인 것도 좋은 타이밍. 좌변 흑도 확실히 살아있는 형태가 아니어서 지금 두지 않으면 기회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백 24 대신으로 참고 1도 백 1로 반발하면 흑 2로 끊어 백의 손해가 크다. 여기까지 선수한 흑은 드디어 노림수를 터뜨린다. 흑 29, 31이 그것. 이곳만 보면 흑으로선 말도 안 되는 손해 교환. 하지만 이창호 9단은 참고 2도처럼 흑 한 점을 때려내지 못하고 고심한다. 바로 흑 ○의 효과로 인해 참고 2도 흑 2로 달리면 하변 백 대마의 숨통이 끊긴다. 흑 21의 역할이 여기서 입증된다. 이 9단은 다른 반발 수단을 찾지 못해 백 32로 물러섰고, 흑은 33(○)으로 기분 좋게 백 넉 점을 따냈다. 흑이 계속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하변 흑 대마를 구하는 확실한 묘수였다. 이창호 9단이 이 수를 보고 있었다면 실전 같은 진행은 피했을 것이다. 흑 ●가 놓인 이상 백 ○ 두 점은 살아갈 방도가 없다. 가장 쉬운 그림은 참고 1도. 여기서 포인트는 흑 5로 그냥 잇는 것이다. 만약 7의 곳으로 먼저 단수를 치면 실전과 달리 백 ○가 살아가면서 하변 흑이 죽는다. 수순 하나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흑 11로 두 점을 맛있게 따내면서 하변 흑은 쉽게 살아갔다. 백이 이 변화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뒷맛 나빴던 하변 흑이 깔끔하게 살아가면서 백이 형세역전을 위해 비빌 언덕이 사라진 것이 문제. 이후 백이 국면을 짜나가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백은 좌상 모양 정비를 위해 12, 14로 둔다. 물론 이때 흑이 덜컥 참고 2도 흑 1로 넘으면 백 8까지 흑이 당하는 모양. 그래서 흑은 17로 물러선다. 흑이 백의 지뢰를 잘 피해가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성진(21) 임동혁(31) 김선욱(27) 등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 3명의 클래식 음반이 여심을 흔들고 있다. 평소 클래식 음반 구매자는 남성이 절반 이상인데, 이들이 최근에 낸 음반은 여성 구매자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음반 판매 사이트인 예스24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조성진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임동혁의 ‘쇼팽 전주곡’, 김선욱의 첫 독주 앨범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클래식 앨범 판매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앨범은 여성 구매자가 많다. 조성진 앨범은 66.5%, 임동혁 앨범은 75.4%, 김선욱 앨범은 72.5%를 여성이 구매했다. 2010년 이후 전체 클래식 앨범 구매자 중 남성 비율이 54.2%인 것에 비하면 세 앨범의 여성 비율이 크게 높은 것. 그중에서도 30, 40대 여성이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조성진의 경우 30, 40대 여성 구매자가 51.1%에 달하며 임동혁은 57.8%, 김선욱은 59.4%를 기록했다. 조성진의 앨범 판매량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발매된 클래식 음반 중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성진 앨범 구매자의 43.1%는 클래식 앨범을 처음 구매한 소비자로 분석돼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영국의 유명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임동혁 앨범을 11월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했다. 이들 세 피아니스트는 연말연시에 국내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선욱은 다음 달 18일 독일 도이체 카머필하모니와 협연한다. 임동혁은 내년 1월 23일 리사이틀을 가지며, 2월 2일에는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를 연다. 장소는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는 응수타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흑이 강하게 받으면 한번 붙어보자는 으름장이기도 하다. 흑 87, 89로 물러선 것은 냉정한 선택. 흑이 버티면 백은 흑 진에서 수를 내려고 달려들 수도 있다. 흑으로선 굳이 필요 없는 모험이다. 백은 ○와 88을 지렛대로 활용해 좀 더 거창한 구상을 하고 있다. 백 90이 그 첫걸음. 아직 확실히 집 모양을 갖고 있지 않은 하변 흑 대마를 노리는 것이다. 백 94도 악수에 가깝지만 일단 교환한 것도 같은 의도다. 결국 이창호 9단은 백 96으로 칼을 뽑아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대의 묘수를 우려해 단도직입적으로 흑 대마를 겨냥하는 수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틈이 보인다 싶으면 강인하게 물고 늘어진다. 백 100이 놓이면서 반상엔 전운이 감돈다. 이제 연결이 끊긴 하변 흑 대마는 자체에서 두 눈을 내든 중앙 방향으로 탈출하든 절박한 타개를 해야 한다. 만약 참고도 흑 1처럼 밋밋한 수를 들고 나오면 백 12까지 순식간에 우변 흑 대마가 함몰한다. 중요한 승부처인데 한상훈 7단의 손길이 가볍게 흑 101에 멈춘다. 장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 수가 과연 흑 대마를 살리는 구원병이 될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성진(21) 임동혁(31) 김선욱(27) 등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 3명의 클래식 음반이 여심을 흔들고 있다. 평소 클래식 음반 구매자는 남성이 절반 이상인데, 이들이 최근에 낸 음반은 여성 구매자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음반 판매사이트인 예스24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조성진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임동혁의 ‘쇼팽 전주곡’, 김선욱의 첫 독주 앨범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클래식 앨범 판매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앨범은 여성 구매자가 많다. 조성진 앨범은 66.5%, 임동혁 앨범은 75.4%, 김선욱 앨범은 72.5%를 여성들이 구매했다. 2010년 이후 전체 클래식 앨범 구매자 중 남성 비율이 54.2%인 것에 비하면 세 앨범의 여성 비율이 크게 높은 것. 그 중에서도 30, 40대 여성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조성진의 경우 30, 40대 여성 구매자가 51.1%에 달하며 임동혁 57.8%, 김선욱 59.4%를 기록했다. 이들 세 피아니스트는 연말연시에 국내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선욱은 다음달 18일 독일 도이치캄머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임동혁은 내년 1월 23일 리사이틀을 가지며, 2월 2일에는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를 연다. 장소는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창호 9단은 인내의 아이콘이었다. 참고 참다가 결국 이겨가는 이 9단의 괴력은 경이의 대상이었다. 신중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대만 출신 일본 기사 린하이펑에게 ‘이중 허리’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 9단은 그보다 더하다는 의미로 ‘삼중 허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이 9단도 과격(?)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참다가 뒤집는 그의 스타일이 잘 통하지 않자 초반부터 강수를 들고나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이 바둑에선 아직까지 침착하다. 백 72까지 중앙 백을 보강하며 하변 흑 두터움을 견제한 것도 차분한 진행이다. 흑 75가 눈여겨볼 수. 평상시처럼 참고 1도 흑 1이면 백 2가 안성맞춤이다. 흑 77로는 참고 2도처럼 귀를 차지하는 진행도 가능하다. 흑 7까지 서로 불만 없는 진행. 그러나 한상훈 7단은 타개가 필요한 돌이 생기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국면이 단조롭게 흘러가는가 싶었는데 백 86이 큰 파문을 일으킨다. 이 9단이 일찌감치 던지는 승부수인가.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남미 출신 지휘자와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의 연주 궁합은 어떨까. 콜롬비아 출신의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38)가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독일 유학파 피아니스트 김혜진(27)이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세 번째 내한 무대지만, 오로스코에스트라다가 취임한 후 국내 관객과 첫 만남이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혜진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는 첫 협연으로 내한에 앞서 6일 프랑크푸르트 공연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협연 곡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김혜진은 “프랑크푸르트 공연에 앞서 오로스코에스트라다에게 곡 해석과 관련한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줬다”며 “오로스코에스트라다가 공연 도중 협연자와 눈 맞춤을 자주 하며 배려해 주는 스타일이어서 연주할 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이콥스키 곡은 유명한 서주 때문에 웅장하고 화려한 작품으로만 인식돼 있지만 1악장 2주제나 2악장에서 보듯 서정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며 “러시아 특유의 낭만성이 잘 살아나도록 세심하게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연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그는 도움이 될 만한 곡으로 스크랴빈의 소나타 판타지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피아노 모음곡 고예스카스 중 ‘사랑과 죽음’을 택해 함께 연습했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스크랴빈 곡에선 손의 움직임을 참고했고, 그라나도스 곡에선 비장하고 극적인 느낌을 받아들였다고. 김혜진은 17세 때인 2005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당시 최연소 입상(3위)을 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 문지영(20)이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그 콩쿠르다. “연습 삼아 처음 참가한 콩쿠르에서 큰 상을 탔어요. 이후 10년간 독일 유학을 했는데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한땐 가녀리고 작은 손이 피아니스트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손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그는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은사를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콜번 스쿨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최근 개별 오디션을 통해 사라 장, 예브게니 키신 등 연주자 500여 명이 소속된 세계적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 IMG의 소속 연주자가 됐다. 그는 “꾸준히 노력하면서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며 “인간적 느낌이 나는 연주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엘리아후 인발, 드미트리 키타옌코, 파보 예르비 등 유명 지휘자의 뒤를 이어 지난해 젊은 피인 오로스코 에스트라다를 받아들인 뒤 오케스트라다운 탄탄한 기본기에 열정적 색깔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혜진과의 협연 외에 말러 교향곡 1번과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도 함께 선보인다. 5만∼23만 원. 02-599-5743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이 우상에서 제자리걸음하면서 흑 모양이 전체적으로 탄탄해진 느낌이다. 우하에 떠 있는 백 한 점도 외로워 보인다. 이 백 돌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흑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는 게 백의 고민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발할 때가 아니라 인내해야 할 때. 예를 들면 백 46으로는 참고 1도 백 1로 먼저 붙인 뒤 3, 5의 강경책을 쓸 수도 있다. 그러면 전면전이 벌어지는데 흑 ●들이 요처를 차지하고 있어 백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백 56, 58은 흔히 쓰는 타개법. 흑이 60의 곳에 둬 58을 잡으면 백은 깔끔하게 모양을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흑 59의 반발은 승부사로서의 ‘기세’다. 백 64까진 외길 수순. 백 64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손 빼도 흑 한 점은 이미 잡혀 있는데 굳이 가일수를 한 것은 불필요하게 보인다. 그러나 참고 2도처럼 흑 1로 키워 죽이는 수가 있어 흑 7까지 백은 정처 없이 쫓기는 미생의 신세가 된다. 흑 65로 흑 우세는 여전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5를 생략하면 안 된다. 참고 1도를 보면 왜 흑 25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세력 작전을 방해당한 흑은 초반부터 백을 거세게 몰아간다. 흑 29, 31은 우형을 감수하더라도 백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 그런데 백 34가 관전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이창호 9단답지 않게 위축된 수였다. 여기선 참고 2도 백 1로 느는 것이 흑의 공격에 대한 최선의 방어였다. 얼핏 보기엔 2의 곳과 ‘가’ 두 곳의 약점이 모두 드러난 것 같지만 흑 2에는 백 3으로 응수하면 그만이고 흑 ‘가’로 두면 백 ‘나’로 붙이는 수가 있어 타개가 어렵지 않다. 초반에 한 템포를 늦으면 행마의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흑이 재빨리 흑 35를 선수하고 37로 뛰어가자 흑 모양은 사뿐한데 백 모양은 축 처진 형국이다. 백 38 이하의 수습은 중복에 가깝다. 흑은 상변, 우변을 모두 둔 사이에 백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흑은 45까지 넉넉한 포인트를 얻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부드러운 태극권이 화려한 ‘공격 초식’을 막아 낸다? 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3번기)에서 유연한 기풍의 조한승 9단과 다양한 공격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이 맞붙었다. 16일 열린 1국. 초반 우하귀 변화에서 실리를 도톰하게 챙긴 조 9단(흑)의 우세로 출발했다. 이 9단이 현란한 초식으로 조 9단의 우세를 뚫어 보려고 했지만 조 9단의 깊은 내공에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막판 돌을 던진 시점에서 승부 차는 1집 반 정도. 이 9단의 열화와 같은 추격에 바둑이 미세해지긴 했지만 조 9단은 한 걸음을 끝까지 지켜 낸 것이다. 217수 끝, 흑 불계승. 태극권과 같은 조 9단의 바둑은 2%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9단의 공격만큼은 여러 차례 무력화했다. 전체 대국 승패는 18승 23패로 조 9단이 열세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 9단의 발목을 잡은 적이 많다. 특히 2009년 이후엔 7승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제57기 국수전이 대표적인 사례. 당시 이 9단은 국수이던 조 9단에게 도전했다. 이 9단이 2008년 휴직으로 국수 타이틀을 반납한 지 5년 만의 도전이었다. 조 9단은 3연속 우승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당시 국수위 보유 외에는 다른 기전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상황. 반면 이 9단은 명인전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국내외 기전 결승전에 여러 차례 진출하는 등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이 9단은 중국의 구리 9단과 우승 상금 500만 위안(당시 환율로 약 8억5000만 원)인 역사적 10번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바둑계에선 당연히 이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조 9단의 태극권에 속절없이 무너져 1승 3패로 도전에 실패했다. 조 9단은 2009년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4강전에서도 이 9단을 주저앉혔다. 멀리는 2000년 5월 당시 32연승을 질주하던 신예 이세돌 3단의 연승 기록도 중단시켰다. 바둑계에선 기풍상의 상극이 존재한다고 본다. 두 기사와 현재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의 역대 전적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박 9단의 기풍은 침착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양면적 기풍이지만 침착한 쪽에 약간 더 가깝다. 이 9단은 박 9단에게 13승 6패로 큰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9단의 공격 초식이 박 9단에겐 통하는 것이다. 반면 조 9단은 박 9단에게 3승 7패로 열세. 조 9단의 유연한 태극권이 박 9단에겐 듣지 않는 것이다. 조 9단은 “이 9단의 바둑이 초반에 실패해도 싸움을 벌여 뒤엎는 스타일인데 내 기풍상 그런 싸움에 잘 말려들지 않고 지켜 내는 면이 있다”며 “이 9단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이번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전자결정전 2국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리며 이 9단이 2국을 이기면 최종 3국은 19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올해 만 마흔 살인 이창호 9단. 국수전에서만 통산 10회 우승을 하며 절대지존의 1인자이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영광이 어느덧 희미해져 버렸다. 국내 랭킹도 30위권으로 밀린 상태. 영원히 갈 것 같았던 이창호 시대도 세월의 도도한 흐름 앞에선 생각보다 일찍 꺾였다. 이 9단의 8강 진출은 4년 만이다. 16강에서 박영훈 9단을 물리친 것도 최근 박 9단의 좋은 컨디션을 감안할 때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8강 상대는 한상훈 7단. 과거 같으면 승패 예측에서 8 대 2, 아니 9 대 1 정도로 이 9단의 압도적 우세를 점쳤겠지만 지금은 반반 승부로 본다. 흑을 든 한 7단은 11, 13의 정석을 들고 나온다. 요즘은 흔치 않은 정석. 세력 작전을 미리 구상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은 흑의 구상대로 따라 주는 듯하더니 백 16으로 고개를 들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힌다. 상대 뜻대론 해 주기 싫다는 뜻이다. 한 7단도 뿔났다. 흑 23으로는 참고도처럼 당초 구상대로 세력을 쌓는 법도 있다. 하지만 상대인 이 9단이 한 번 거부한 것을 다시 되살리긴 싫은 듯 흑 23으로 늘어 전투를 선언한다. 두 대국자의 초반 샅바 싸움이 거칠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유명한 소설가인 성석제 씨가 좋은 평가를 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죠.” KAIST 항공우주공학부 4학년 강승체 씨(23)는 최근 한국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으로 한국기원이 공모한 문학상에서 ‘아일랜드’로 단편부문 최우수상(상금 300만 원)을 수상했다. 성석제 씨는 ‘아일랜드’ 심사평에서 “기발함이나 서늘한 반전, 능란한 서술 방식에서 근래에 읽은 모든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의 바둑 카페를 배경으로 바둑 고수인 한 여성의 사연을 다룬 것. 막판 반전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는데, 시간에 쫓겨서 그만….” 그럴 듯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바둑 실력은 인터넷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4, 5단 정도 됩니다. 글쓰기와 바둑을 좋아해서 바둑 소재 소설을 구상하곤 했는데 이번 바둑문학상에 응모한 건 상금 타면 해외여행 비용으로 쓰려고….” 그는 2년 전 월간 바둑에 평소 썼던 콩트를 보냈는데 이것도 독자 수기로 덜컥 채택돼 지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1∼3학년 때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유로 바둑을 배웠지만 학업을 위해 4학년에 올라가면서 그만뒀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교에서 한 자릿수 등수 성적을 유지했던 그는 바둑을 둘 여가가 없었다. “고교 때는 TV를 보지 않았죠. 대학에 입학한 뒤 아버지와 함께 바둑TV를 보다가 불현듯 바둑을 다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 바둑 동아리에도 가입했고, 지금까지 매일 2, 3판씩은 거르지 않고 뒀어요. 해외에 나가도 스마트폰으로 꼭 둡니다. 입학할 때 실력이 타이젬 1, 2급 정도였는데 많이 늘었어요.” 그가 좋아하는 기사는 이세돌 9단. 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 이 9단의 바둑에선 자유분방함이 느껴져서 좋다고 한다.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판마다 다른 길을 갈 수 있어서라고.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포석 단계죠. 일단 ‘글쓰기와 바둑을 좋아하는 공학도’로서 대학원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포석을 잘 짜고 싶어요.”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신문협회 광고협의회는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대행수수료를 현행 10%에서 5% 이하로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광고협의회는 ‘정부광고대행제도에 관한 신문광고인의 인식조사’ 보고서를 내고 “현행 10%인 언론진흥재단의 대행수수료는 과다하며 특히 매체사가 직접 수주한 광고에도 재단이 10%의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수료 5% 이하로 인하 △수수료의 50% 환원 △정부 광고 배정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보고서를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전달하는 한편 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부드러운 태극권이 화려한 ‘공격 초식’을 막아낸다? 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3번기)에서 유연한 기풍의 조한승 9단과 다양한 공격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이 맞붙었다. 16일 열린 1국. 초반 우하귀 변화에서 실리를 도톰하게 챙긴 조 9단(흑)의 우세로 출발했다. 이 9단이 현란한 초식으로 조 9단의 우세를 뚫어보려고 했지만 조 9단의 깊은 내공에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막판 돌을 던진 시점에서 승부 차는 1집반 정도. 이 9단의 열화와 같은 추격에 바둑이 미세해지긴 했지만 조 9단은 한 걸음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217수 끝 흑 불계승. 태극권과 같은 조 9단의 바둑은 2%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9단의 공격만큼은 여러 차례 무력화시켰다. 전체 대국 승패는 18승 23패로 조 9단이 열세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 9단의 발목을 잡은 적이 많다. 특히 2009년 이후엔 7승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제57기 국수전이 대표적인 사례. 당시 이 9단은 국수였던 조 9단에게 도전했다. 이 9단이 2008년 휴직으로 국수 타이틀을 반납한 지 5년만의 도전이었다. 조 9단은 3연속 우승에 바라보고 있었지만 당시 국수위 보유 외에는 다른 기전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상황. 반면 이 9단은 명인전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국내외 기전 결승전을 여러 차례 진출하는 등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이 9단은 중국의 구리 9단과 우승 상금 500만 위안(당시 환율 약 8억5000만원)인 역사적 10번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바둑계에선 당연히 이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조 9단의 태극권에 속절없이 무너져 1승 3패로 도전에 실패했다. 조 9단은 2009년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쉽 4강전에서도 이 9단의 주저앉혔다. 멀리는 2000년 5월 당시 32연승을 질주하던 신예 이세돌 3단의 연승 기록도 중단시켰다. 바둑계에선 기풍상의 상극이 존재한다고 본다. 두 기사와 현재 국내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의 역대 전적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박 9단의 기풍은 침착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양면적 기풍이지만 침착한 쪽에 약간 더 가깝다. 이 9단은 박 9단에게 13승 6패로 큰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9단의 공격 초식이 박 9단에겐 통하는 것이다. 반면 조 9단은 박 9단에게 3승 7패로 열세. 조 9단의 유연한 태극권이 박 9단에겐 듣지 않는 것이다. 조 9단은 “이 9단의 바둑이 초반에 실패해도 싸움을 벌여 뒤엎는 스타일인데 내 기풍상 그런 싸움에 잘 말려들지 않고 지켜내는 면이 있다”며 “이 9단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이번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전자결정전 2국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리며 이 9단이 2국을 이기면 최종 3국은 19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오보에와 3개의 현악기가 함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앙상블이 한국을 찾는다.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 ‘베를린 필 앙상블’은 1999년 ‘랜즈베르거 여름음악축제’에 참가한 베를린 필의 단원들 중 오보에 수석인 크리스토프 하트만이 주도해 만든 체임버 앙상블이다. 바이올린 루이스 코엘류, 비올라 오노 와카나, 첼로 클레멘스 바이겔이 함께한다. 그동안 유럽 전역의 연주회와 축제에서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베를린 필 앙상블’을 위해 편곡을 맡은 볼프강 렌츠는 슈베르트의 ‘방랑자’와 같은 곡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앙상블에 계속 새로운 색깔을 입히고 있다. 베를린 필에는 연주자들끼리 앙상블을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금관 앙상블, 첼로 앙상블 등 30여 개의 팀이 오케스트라에선 보여주지 못한 실내악을 선보인다. 베를린 필 앙상블이 이번에 연주하는 곡은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BWV 971),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KV 285)와 마술피리 서곡, 오보에 4중주(KV 370), 요한 할보르센(1864∼1936)의 파사칼리아, 브람스의 피아노와 현을 위한 4중주(피아니스트 박종훈) 등이다. 앙상블 핵심인 오보에에 맞춘 곡이 우선 눈에 띈다.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는 플루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모차르트가 나중에 오보에 곡으로 바꾼 곡을 연주한다. 마술피리 서곡 역시 오보에가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도록 편곡했다. 음색이 귀엽고 아기자기한 오보에가 색다른 서곡을 들려준다. 노르웨이 작곡가인 할보르센 작품도 평소 듣기 쉽지 않은 곡이다. 파사칼리아는 원래 17세기 샤콘과 함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변주곡으로 바흐의 작품 BWV 582 등이 대표적이다. 할보르센은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듀엣곡으로 편곡했으며 비올라 연주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전공)가 해설을 맡았다. 이번 공연을 동아일보와 공동 주최하는 솔오페라단은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오페라 위주로 공연을 선보였는데 이번엔 섬세하고 부드러운 베를린 필 앙상블의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3만∼15만 원. 1544-9373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