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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구로 금천 관악구와 경기 광명 시흥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은 승강기에 갇히기도 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가 정전 발생 40분 후에야 발송돼 늑장 대응 논란이 일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정전은 이날 낮 12시 53분 광명시 영서변전소의 개폐장치로 추정되는 기기 고장으로 발생했다. 한전 측은 “이날 전력 예비율이 50%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돼 전기 사용 증가에 따른 과부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영서변전소 고장은 오후 1시 15분경 복구됐다. 그러나 영화관과 복합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민들의 피해는 컸다. 금천구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에서는 낮 12시 50분부터 1시간 동안 영화 상영이 중단돼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구로구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금천구 마리오아울렛에서도 시민들이 한동안 어둠 속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구로 지역에서는 신호등 200여 개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이 비상 투입됐다. 이날 서울소방본부에 96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230건,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180건 이상의 정전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에서는 운행하던 엘리베이터가 멈춰 승객들이 갇혔다. 정전이 복구된 후 마트 측이 자체적으로 승객들을 구조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씨(39·여)는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구조됐다”며 “결혼식도 기념사진 촬영이 지연됐고 축의금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정전으로 약 19만 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한전은 파악했다. 서울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건 2011년 9월 15일 전국적 ‘블랙아웃’ 이후 처음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정전 발생 3시간 반 만인 오후 4시 20분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정전의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다. 막심한 피해를 드린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시민과 영업장의 피해는 신속히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는 정전이 발생한 지 40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 반이 돼서야 시민들에게 발송됐다. 안전처 관계자는 “광명시에서 첫 요청이 와서 안전처 자체 판단으로 서울 3개 구까지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16분 대구 달서구 본동을 비롯한 7개 동에서 정전이 발생해 37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긴급 복구에 나선 한전은 오후 5시 32분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건혁·서형석 기자}

“옛날에는 태극기 거는 날이라고 하면 몸가짐도 조심했는데….” 서울에서 태극기 게양 운동을 펼쳐온 이경주 씨(69·태극기무궁화사랑회 총괄위원장)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는 현충일을 앞둔 4일 깃대꽂이가 있는 주택마다 태극기를 걸었다. ‘원하지 않을 경우 연락 주면 회수하겠다’는 메모도 남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만난 30대 주민 3, 4명은 “왜 동의 없이 내 집 앞에 태극기를 거냐”며 이 씨에게 항의했다. 이 씨는 “‘태극기만 보면 짜증이 난다’고 하는 데 할 말을 잊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태극기를 향한 엇갈린 시선은 여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벌어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본보 기자들은 현충일인 6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의 조기(弔旗) 게양 실태를 살펴봤다. 지역별로 게양률도 차이가 났고 현장의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는 게양률이 50%에 육박했다. 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노년층 가구주가 많다. 태극기 달기 운동을 하는 단체들에 따르면 통상 현충일 조기 게양률은 10% 안팎이다. 반면 30, 40대 가구주가 많은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393가구 중 단 2곳만 태극기를 걸었다. 0.5%에 불과했다. 주민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하숙자 씨(53·여·서울 강남구)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태극기에 대한 감정이 잠깐 변할 수는 있지만 애국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당연히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이모 씨(35·서울 용산구)는 “태극기 집회를 보며 반감이 심해져 현충일이지만 굳이 달고 싶지 않았다”며 “태극기를 달아야 애국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되물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태극기 포비아’는 그나마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다. “태극기 게양 여부를 무조건 나라 사랑의 기준으로 보는 것도 잘못이지만 정치와 연계해 경시하는 것도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이 “탄핵 갈등 탓에 태극기 의미가 퇴색돼 안타깝다”며 태극기 문양을 넣은 제품을 공개하자 1200여 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또 현충일을 전후로 SNS에는 ‘태극기 게양 인증’이 1분당 3, 4개씩 게시됐다. 어린 자녀가 서툰 솜씨로 그린 태극기를 올리는 부모도 많았다. 권기범 kaki@donga.com·김하경·조윤경 기자}

주택가 인근에서 발생한 서울 노원구 수락산 화재는 축구장 5.5배 면적에 해당하는 3만9600m²의 숲을 태운 채 2일 오전 10시 50분경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량 64대, 2330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 126명도 불이 나자마자 1시간도 안 돼 불끄기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큰불에 놀라 저녁을 먹다가 뛰쳐나왔지만 이내 등짐펌프를 들고 밤을 꼬박 새우며 불을 꺼 ‘1등 공신’으로 꼽혔다. 수락산은 동아일보 취재진이 불과 24일 전 “등산로 곳곳에서 화재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5월 9일자 A12면 참조)고 지적한 곳이다. 불이 꺼진 뒤 그때 현장을 다시 돌아보니 진화장비가 약간 개선된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4일 전 ‘위험 경고’ 때와 비슷 불이 처음 난 수락산 5분 능선 인근 등산로 부근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수락산 제4등산로. 지난달 8일 찾았을 때 담배꽁초가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바싹 마른 낙엽은 살짝 밟아도 잘게 부스러질 정도였다. 바로 그 옆에 막 버린 듯한 담배꽁초가 있어 기자가 발로 비벼 껐다. 아찔했다. 등산로 주변 산불진화장비 보관함 상태도 엉망이었다. 보관함에는 빗자루 8개와 녹슨 삽 1개만 있었다. 보관함은 자물쇠로 잠겨 불이 나도 쓸 수조차 없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2일 오후 다시 찾은 제4등산로 입구부터 ‘어김없이’ 담배꽁초 7개가 버려져 있었다. 올라가는 산길 곳곳에서 담배꽁초를 볼 수 있었다. 화재가 크게 번진 5분 능선 귀임봉(288m) 쪽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산불감시원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 임모 씨(80·여)는 “등산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뭐라고 하면 싸움이 날까 봐 늘 참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화재 원인을 입산자의 실화(失火)로 추정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산불감시원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일부 사정이 나아 보였다. 처음 찾았을 때 용도가 애매해 보였던 빗자루는 사라지고 삽 6개와 쇠갈퀴 4개가 있었다. 자물쇠도 채워져 있지 않아 누구든 꺼내 쓸 수 있었다. 노원구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 직후 장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삽과 쇠갈퀴 정도로는 “잔불을 정리할 수 있을 뿐이지 큰불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화재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산불이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감시원의 배치와 운용에 문제가 있어 큰불로 번졌다는 지적도 있다. 산불감시원은 올해 산불 조심 기간인 봄철(1월 25일∼5월 31일)과 가을철(11월 1일∼12월 15일)에만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조심 기간이 끝난 1일 산불감시원은 자취를 감췄고 바로 불이 났다. 수락산 인근 아파트 단지의 일부 주민은 산불감시원이 없어 불이 더 빨리 번졌다고 주장했다. 50대 남성 김모 씨는 “(1일) 근처 편의점에 앉아있던 초저녁에 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산불감시원도 없고, 초기 대응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 측은 산불감시원 활동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취재진과 등산로를 함께 점검한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당시 지적한 위험 요인만 제거했더라도 발화와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방 안 되는 불은 없다”고 말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대학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을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청년이 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도 생활비와 다른 부채 때문에 학자금 상환에 충당할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자가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나라에 넘기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강제집행, 1년 새 5배로 껑충 31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장기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한 사례가 지난해 총 311명(34억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한 해 약 70만 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는 걸 감안하면 많지 않지만 2015년 61건에서 5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게 문제다. 재단 측은 “2015년부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대출자 자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소득 실태가 정확히 파악돼 강제집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제집행은 학자금 대출을 회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보통 재단은 6개월 이상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재산조사를 벌인다. 이들의 월 소득이 약 155만 원을 넘으면 부동산이나 월급에 가압류를 신청한다. 가압류 이후 당사자에게 분할상환을 권유한다. 만약 이마저 안 되면 부동산이나 월급을 국가로 귀속하는 강제집행 조치가 이뤄진다. 강제집행 직전인 가압류만으로도 대출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에게 손 벌릴 수 없었던 A 씨는 6년 동안 학자금 대출 4000만 원을 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생활비도 대출받아 6년간 공부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어려운 생활 때문에 6개월 동안 이자를 내지 못했다. 뒤늦게 이자를 내려고 했지만 재단 측은 A 씨에게 “원금에 해당하는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을 가압류하겠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때까지 가압류를 풀 수 없다”고 통보했다.○ 부채 총액 등 따지지 않고 ‘무조건 상환’ 문제는 학자금 대출 상환 과정에서 개인의 부채 총액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B 씨가 그런 사례다. 학자금 대출로 수천만 원을 빌린 B 씨는 졸업 후 한 건설 관련 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일하던 중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비를 내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 독촉까지 받았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한 B 씨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올해 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여대생은 이를 받지 않은 여대생보다 평균 12% 임금이 적었다. 빨리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서둘러 취업하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윤모 씨(28)는 “200만 원인 월급에서 30만 원씩 갚아 나가는 게 큰 부담이었다”며 “더 이상 부담감을 느끼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청년들의 상황을 알지만 재정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재단에서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든든학자금(대학생 때 대출을 받아 취업 후 상환)의 경우 2015년 상환 대상자 중 9.1%가 돈을 갚지 못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장기 연체자가 늘수록 학자금 대출 재정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압류나 강제집행 등 법적 조치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익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옴부즈맨처럼 개인 사정이나 가정 상황을 들어보고 예정된 시기에 상환이 가능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돈을 갚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하경·신규진 기자}
현직 경찰이 근무시간에 여고생과 성매매를 했다가 적발됐다. 또 서울의 한 경찰서는 존속살해범 검거 사실을 발표하며 부적절한 표현으로 빈축을 사는 등 경찰 안팎이 시끄럽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여고생 A 양(17)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최모 경위(38)를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위는 29일 오후 4시경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에서 A 양을 만나 20만 원을 건넨 뒤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는 근무시간이었다. 조사 결과 최 경위는 A 양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났다. 범행 장소는 A 양 친구의 집이었다. 경찰은 채팅 앱 모니터링 중 성매매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현장에 잠복했다가 성관계를 하고 나오던 최 경위를 붙잡았다. 최 경위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A 양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부적절한 발표로 비난을 자초했다. 송파서는 29일 치매를 앓는 노모(老母)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가 1년 3개월 만에 자수한 50대 아들 사건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건 발표 자료에서 끔찍한 패륜 범행을 ‘비정한 아들의 마지막 선물’로, 시신을 유기한 행위를 ‘시멘트 관(棺)’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경찰이 범행을 비꼬는 것 같다’ ‘비유도 좋지만 선물이나 시멘트 관 같은 표현은 너무 심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비정한 범행을 강조하려다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하경 기자}

‘니 고추 장불고기 주먹밥.’ 11일 강원 지역 한 대학의 축제장 주점 메뉴다. 주변 다른 메뉴판에는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탱탱한 황도 6900원’ 등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글귀에 담긴 성적 의미가 생각나면 대부분 웃음보다 불쾌한 기분이 든다. 축제의 주인공인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학생이 일부 메뉴 내용을 문제 삼아 논란이 일자 단과대 차원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거기까지. 학교 차원의 조사나 징계는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징계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화다. 도를 넘은 상업화가 성(性) 상품화와 지나친 음주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유튜브에는 충청 지역 한 대학의 축제 무대를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여성 4인조 댄스그룹이 짧은 반바지와 브래지어만 입은 상태로 격렬한 춤을 추는 영상이다. 한 멤버는 마이크를 바지에 넣으며 마치 성행위를 암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누리꾼들은 “학교 축제냐 아니면 유흥업소냐”며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축제 주점의 부실한 음식과 바가지 가격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건국대 대나무숲에 “축제가 열리면 시중에서 파는 1000원짜리 튀김을 3000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오자 학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실제 대학 축제장에서 팔리는 음식은 대부분 시중 음식점보다 1.5∼2배 비싸다. 학생들은 “임대료도 내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비싸다”는 의견과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주말 유흥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객행위와 만취 학생들로 인한 난장판은 축제 기간에 매일같이 벌어진다. 24일 고려대에서도 학과별로 주점이 열리고 있었다. 일부 학과 학생들은 광고판을 들고 다니며 “합석시켜 줄 테니 한잔하고 가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일부 학생들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서울 성북경찰서 안암지구대 관계자는 “축제 기간에 술이 원인이 돼 시비가 붙거나 몸싸움까지 벌이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며 “위력순찰(공개적인 순찰 활동)을 통하여 사고와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 기자}
시간당 10만 원을 받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사이버 청부테러’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디도스는 여러 대의 PC를 원격으로 조종해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에 접속시킴으로써 과부하를 일으키는 사이버 공격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조모 씨(26)와 한모 씨(22)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디도스 공격을 의뢰한 전모 씨(25)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5년 조 씨는 도박 관련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먹튀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해드립니다’는 광고 글을 올렸다. 단톡방에 모인 사람들이 주로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이고, 이 중에 돈을 따고도 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고객이 메시지 등으로 연락하면 조 씨는 해당 도박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 사이트가 마비된 운영자가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면 공격을 중단했다. 조 씨는 공격 대가로 시간당 10만 원을 받았다. 디도스 공격에 필요한 ‘좀비PC’ 동원은 한 씨의 몫이었다. 한 씨는 고등학생이던 2012년 실시된 4·11총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 디도스 공격 사건에 연루된 인물. 그는 악성코드가 저장된 신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해 초부터 파일공유 사이트에 ‘최신영화’라는 제목으로 유포했다. 해당 파일을 내려받아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실행돼 좀비PC가 됐다. PC 이용자들은 단순히 다른 파일을 내려받은 것으로 생각해 감염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씨는 4개월간 8만1976대의 좀비PC를 확보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악성프로그램 유포 서버를 여러 차례 바꿨다. 경찰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한 씨가 유포한 신종 악성프로그램을 백신프로그램으로 탐지할 수 있게 조치했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이 마치 벤처사업 형태로 진화해 운영되고 있다”며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출처와 내용이 불확실한 파일을 내려받으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4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3층 건물. 층마다 다양한 식당과 술집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남녀 공용 화장실은 항상 만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앞 소변기에는 한 30대 남성이 서 있었다. 남성 전용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 전용칸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러나 남성들이 모두 나간 뒤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장실이 조용해지고 20∼30초가량 지나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20대 여성이었다. 여성은 화장실을 서성이는 기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본 뒤 치마를 휘날리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7일로 1년이 된다. 조현병을 앓던 김모 씨(35)가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A 씨(당시 23세)를 살해한 이 사건으로 여성 안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본보 여기자 3명은 14일 오후 서울의 공용 화장실, 주택가 여성안심귀갓길, 대학가 원룸촌을 돌아봤다. 여전히 안심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곳이 훨씬 많았다.○ 강남역 주변 화장실 10곳 중 4곳은 ‘공용’ 이날 오후 6시경 서초구의 한 대형 상가건물 1층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이모 씨(25·여)는 남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은 채였다. 이 씨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남자친구는 그 앞을 경계하듯 떠나지 않았다. 이 씨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화장실이 제일 무섭다”며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는 무조건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서초구와 인근 강남구 일대에는 여전히 공용 화장실이 많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부터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 잡은 3∼5층 상가 건물 50곳의 화장실을 확인했다. 19곳의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었다. 이 중 15곳은 화장실 출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일부 공용 화장실에는 사건 후 비상벨 등을 설치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손을 쓰지 않은 곳도 있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3층짜리 주점 건물은 수년 전부터 공용 화장실을 운영했지만 비상벨이나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구에서 화장실을 분리형으로 바꾸라는 권고를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건물 2층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B 씨(40)는 “화장실을 개조하려면 수백만 원은 들 것”이라며 “굳이 나서서 개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심 못할 안심귀갓길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강북구 도봉로의 ‘여성안심귀갓길’을 돌아보던 기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250-07-가’라는 똑같은 위치번호를 가진 112신고 위치 게시판이 150m 간격으로 2개 있었다. 신고자의 위치 파악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경찰이 모든 귀갓길에 설치한 이 게시판은 위치별로 ‘가∼하’ 순의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어야 정상이다. 알고 보니 두 번째 게시판 부착 위치는 원래대로라면 ‘250-07-다’ 게시판이 부착돼야 할 자리였다. 심야 시간대에 귀가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여성안심귀갓길’은 서울에 500여 곳이 있다. 경찰은 이곳을 집중 순찰지역으로 선정하고 신고 또는 안전에 유용하도록 여러 장치를 해뒀다. 그러나 비상벨이나 바닥 표지 등이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강북구의 다른 안심귀갓길을 찾았다. 경찰서 홈페이지에 경찰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비상벨이 있다고 안내된 지점에 도착했지만 벨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둘러본 뒤에야 근처 설비업체가 쳐놓은 비닐 가림막에 반쯤 가려진 비상벨을 찾았다. 바닥에 도색된 ‘여성안심귀갓길’ 표지는 대부분 지워져 ‘성안…갓’이라는 글자만 겨우 보였다. 주민 양모 씨(68·여)는 기자에게 “이 길이 안심귀갓길이었냐”고 되물었다.○ 가로등 불빛 오락가락하는 원룸촌 오후 10시 반경 찾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후문 근처 원룸촌을 지나는 길 100m에는 단 4개의 가로등만 설치돼 있었다. 그나마도 그중 하나는 10초마다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그나마도 원룸 건물 기둥 뒤편은 사각지대였다. 기자가 길을 걷는 사이 건물 틈이나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을 뒤늦게 발견하곤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근처에 사는 박모 씨(22·여)는 “그나마 안전한 기숙사에서 살다 이곳으로 나오니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원룸촌을 지나던 정모 씨(22·여)는 기자의 인기척을 느끼자 화들짝 놀랐다. 정 씨는 “최근에 원룸 입구에서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기사를 본 뒤로 더 무서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안전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전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예산을 아무리 많이 쓰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안전 예산은 보험’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하경·김단비 기자}

“멋있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41길(홍은동)의 출근길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밝았다. 삼삼오오 골목길에 나온 주민들은 난생처음 ‘출근하는 대통령’을 보고 활짝 웃었다. 역대 대통령은 12월 선거 후 이듬해 2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에 들어간다. 이 기간 중 청와대 관저는 새 대통령을 맞을 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임기가 시작돼 관저를 새로 단장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2, 3일간 자택에서 출퇴근한다. 문 대통령 자택은 3개 동 88채로 이뤄진 금송힐스빌에 있다. 각 가구 면적이 약 102m²인 작은 빌라다. 이날 빌라 주민들은 힘찬 박수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출근을 응원했다. 주민들은 이웃집에 현직 대통령이 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빌라뿐 아니라 근처 주민들도 오전 8시부터 빌라 앞에 나와 대통령을 기다렸다. 집에서 나와 관용차량 쪽으로 걷는 문 대통령을 향해 주민 20여 명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자 문 대통령은 발걸음을 돌려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이어 “(저 때문에) 불편하시죠”라며 인사를 건네자 주민들은 ‘셀카’를 요청했고 대통령은 흔쾌히 응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잘 찍으시네요”라는 말도 건넸다. 주민들은 “그냥 가실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경호원들도 대통령에게 다가가는 주민들을 막아 서기보다 안전을 위해 주위를 정리하며 대통령 곁을 지켰다. 금송힐스빌 주민들은 대통령 내외를 ‘편안한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바로 윗집에 사는 주민 김모 씨(79)는 “문 대통령이 악수를 먼저 건넨 적이 있는데, 손을 만져보더니 ‘일을 많이 하신 손이네요’라며 다정하게 말하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워낙 바쁘셔서 자주 보지 못했다. 곧 청와대로 가시면 더욱 보기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주민 이지혜 씨(27·여)도 “우연히 마주치면 서글서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이웃이었다”고 전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줌마’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민 배모 씨(73)는 “평소 영부인은 그냥 평범한 동네 아주머니처럼 소탈했다”며 “가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다가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반갑게 말을 건네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모 씨(61)는 “여사님이 떡이나 버섯 등 음식을 챙겨와 우리 집 문을 두드리거나 계단에서 만나면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음식을 가지고 나와 나눠 먹었다”고 기억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유승민 후보 딸 성추행 사건도 문재인 지지자 소행’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자한다는 한 누리꾼이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누리꾼은 한 남성이 ‘프리 허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글을 올린 사건도 “문재인 지지자 자작극”이라고 썼다. 근거가 전혀 없는 가짜뉴스다. 그러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해당 누리꾼의 팔로워가 2만9000명에 이르는 탓에 전파 속도는 매우 빨랐다. 선거 막판까지 “문재인은 사퇴하라”는 반응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19대 대선 막판에 이를수록 SNS는 각종 가짜뉴스로 뒤덮였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악성 루머를 퍼트리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열을 올렸고, 터무니없는 가짜 여론조사와 선거 조작설이 돌기도 했다. 특히 4일 사전투표일에 SNS를 뒤덮은 건 ‘가짜여론 조사’다. ‘5월 4일 17시 현재 사전투표 비공식출구조사 결과 홍준표 43%, 문재인 21%’라는 글은 카카오톡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발로 뛰는 사전투표 출구조사에서 1위가 안철수 2위가 홍준표 3위가 문재인’이라는 글도 널리 퍼졌다. 그러나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선거일인 9일에는 각종 출구조사 사설정보지(지라시)가 가짜뉴스 역할을 했다. ‘출구조사 결과 홍준표 43.2% 문재인 27.3% 안철수 16.8%’ 같은 글이 9일 오전부터 SNS를 도배했으나 실제 출구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가짜 조사결과였다. 투표를 하기도 전에 각종 지라시를 받아본 시민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막판까지 선거 조작설도 끊이지 않았다. ‘은평갑 세월호 박주민 변호사 지역 사전선거 투표함 봉인 3군데 없이 이동 중에 적발 되었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당시 떠돌던 음모론이지만 유투브 영상 링크까지 포함돼 마치 올해 대선 사전투표 때 일어났던 것처럼 선거 막바지까지 유포됐다. 논리성이 떨어지는 가짜뉴스도 많았다. 재외국민 투표는 출구조사가 없지만 ‘LA한인투표소 출구조사 결과 안철수 65%, 문재인 20%’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강원 지역에 일어난 산불이 홍준표 전 후보의 당선을 우려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글도 돌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나서 각종 SNS에서 삭제 조치 활동을 벌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19대 대선 사이버 위반행위는 4만351건으로 7201건이던 18대에 비해 5.6배 증가했다. 일부에선 극단적 지지자들이 TV토론과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없는 ‘깜깜이 6일’을 노려 가짜뉴스를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판에 가짜뉴스를 퍼트릴 경우 짧은 기간 내에 해명이나 단속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는 10일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가 11월 9일 만료되는 만큼 특별근무체제를 가동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한다”며 “다수가 개입한 조직적·계획적 선거범죄 수사를 위해 형사부와 특수부 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이호재기자 hoho@donga.com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노원구 수락산 산림보호원 온정원 씨(64)는 매일 흡연자를 잡느라 골치가 아프다. 산에서 흡연은 불법이지만 등산로에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강원 지역 산불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화재 전문가와 함께 7, 8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주요 등산로 3곳을 살펴봤다. 15일까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지만 담배꽁초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불 전문가인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와 7일 가 본 서울 강북구 북한산 백운대 코스에서는 등산로는 물론이고 산비탈에까지 꽁초가 버려졌다. 겨울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모여 있고, 살짝 밟아도 잘게 부스러질 정도로 바싹 마른 낙엽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김 교수는 “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무심코 낙엽더미에 꽁초를 던지는 건 폭탄을 던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8일 찾은 서울 도봉구 도봉산 신선대 코스도 다르지 않았다. 술을 마시며 피운 듯 버린 담배꽁초 옆에 빈 막걸리 통이 널브러져 있었다. 산에서 흡연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면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산림보호원은 “화기를 자진 반납하도록 권유하지만 압수할 수는 없어 어렵다”고 털어놨다. 산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를 위한 대비 상태도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8일 수락산 제4등산로의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투명 플라스틱 문 너머로 보이는 장비도 빗자루 8개와 삽 1개뿐이었다. 관리 책임도 애매하다. ‘화기보관함’이라고 적힌 표지에는 ‘노원구청’이라고 쓰여 있지만 구청 측은 “수락산(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저희 것인지, 산림청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틀간 3곳의 등산로를 6시간 넘게 걸었지만 산불감시원을 만나지는 못했다.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감시원은 전국에 1만1000여 명이 있지만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일한다. 등산객이 산행을 시작하는 새벽녘에 불이 나면 초기에 제대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나는 16일부터는 아예 산불감시원이 철수한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이호재 기자}

“이러다 비행기 놓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90m 가까이 늘어선 줄을 보며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비행기 시간에 늦는 걸 걱정해서다.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기대감이 커 보였다. 김재혁 씨(34)는 “오전 10시 35분 비행기인데 투표를 하기 위해 계획보다 더 일찍 왔다”며 “50분 기다렸지만 그래도 투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는 하루 종일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 시작 전부터 줄을 서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는 직장인도 많았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는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투표소 주변에서 ‘엄지 척’ ‘브이(V)’ 등 자유로운 손동작 포즈를 취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예상 뛰어넘은 사전 투표 열기 이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새내기 유권자들의 마음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박모 씨(21)는 “스마트폰에 ‘D데이’라고 표시하고 이날을 기다렸다”며 “첫 투표 때 은근히 떨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약간 긴장된다”고 말했다.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박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역 군인인 이모 씨(24)는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3박 4일의 이등병 첫 휴가를 마치고 오후에 부대에 복귀하는데 기왕이면 투표를 하고 가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상윤 씨(53)도 사전투표를 마쳤다. 선거가 치러지는 9일 24시간 근무할 예정이라 이날 부인, 자녀 2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소방관 경찰관 등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분야에 더 배려했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들도 아빠를 생각해 이런 약속을 가장 잘 지킬 인물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전업주부 윤은경 씨(46)는 투표권이 없는 큰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윤 씨는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새기길 바란다”며 “아들에게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체험하게 하는 기회가 돼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가수 보아와 혜리, 방송인 유재석 등 연예인들도 사전 투표에 참가한 뒤 다양한 인증샷을 올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도 이날 사전투표는 뜻깊었다. 미수습자 중 단원고생 4명은 만약 살았다면 이번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을 것이다. 전남 목포신항에서 5km 떨어진 북항동행정복지센터로 투표하러 가던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가 “3년 전 살아 돌아왔다면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을 4명의 아이가 세월호 안에 아직도 갇혀 있다”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자 같이 서 있던 가족들은 뒤돌아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미수습자 수습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적폐 청산과 튼튼한 안보 모두 중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8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불안한 안보 이슈를 해결해 줄 후보였다. 또 구체적인 공약 외에 정직성과 신뢰감 등 TV토론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개인적 자질을 선택의 이유로 꼽은 사람도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 정명철 씨(40)는 “보수 정권의 4대강 사업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소규모 극단을 운영하는 정창석 씨(46)는 “블랙리스트로 고통과 불이익을 받은 수많은 동료들을 이해하고 문화예술계를 발전시킬 사람이 누구인지 고려했다”고 했다. 안보 이슈도 중요한 잣대였다. 이화여대 대학원에 다니는 민희정 씨(26)는 “개인적으로 국방 부문에 관심이 많아 안보관이 확실한 후보를 골랐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김선희 씨(45)는 “사회 불안 요소를 없애고 안보를 굳건히 해 줄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도 화두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모 씨(54)는 “자녀가 20대인데 청년들이 취직을 못 하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최저임금 인상하고 사회복지 잘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 메시지가 올라왔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 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여율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참여 인원이 8만5000명을 넘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 / 목포=조윤경 기자}

얼마 전 일명 ‘자살 발차기’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한 소방관이 자살 소동을 벌인 여고생을 구하는 영상이다. 지난달 22일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을 찍은 것이다. 당시 여고생은 아파트 8층 베란다에 걸터앉아 있었다. 시흥소방서 김모 소방교는 9층 베란다에서 로프를 매달고 뛰어내리며 발차기를 하듯 집 안으로 여고생을 밀어 넣었다. 김 소방교는 “1시간 30분 동안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어 최후의 구조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위험천만한 상황을 무릅쓰고 여고생을 구한 김 소방교를 ‘영웅’으로 불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직 소방관들은 “여성 측이 소송을 걸거나 과잉 구조 행동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자비로 합의 보는 소방관들 실제로 소방관 중에는 영웅에서 피고소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구조 현장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 탓에 피해자가 생기면 대부분 소방관 개인이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인뿐 아니라 기관 평가 때 감점 사유가 되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쉬쉬하며 자비를 들여 소송을 진행한다. 2015년 충남에서 소방차와 택시가 충돌하면서 택시 기사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운전자인 소방관 김모 씨(57)는 수년간 민사소송에 드는 돈을 전부 사비로 충당했다. 2014년 인천에서는 술에 취한 40대 여성을 구급차로 이송하던 중 술이 깬 여성이 구급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뒤에서 오는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 A 씨(37)는 최종 판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소송비용은 모두 자신 부담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구조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끝내는 경우는 다반사다. 소방관 한모 씨(37)는 화재 출동에 나섰다가 애꿎은 10만 원만 썼다. 소방차가 통과하기 전에 출입구 차단봉이 자동으로 내려와 차체에 부딪쳐 파손됐기 때문이다. 운전자인 한 씨 잘못은 없지만 소방서 예산을 지원 받으려면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모은 식비로 변상했다. 한 씨는 “합의 못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쉬지도 못한다”며 “내부에서 주의가 부족해 사고를 냈다는 식으로 결론 내리면 구조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소방관 법률 지원 강화 절실 언제든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처지이지만 소방관을 위한 법률 지원은 여전히 부실하다. 소방 업무를 둘러싼 법률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조직은 현재 없다.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소방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민사·행정소송은 최근 8년(2010년∼현재)간 34건. 이는 중앙소방본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만이다. 전국적인 상황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중앙소방본부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중앙에 채용된 변호사는 법률 업무보다 행정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법률문제가 발생해도 중앙에서는 신경을 쓸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도에서는 정기평가 등을 의식해 소송 해결에 소극적이다. 일부 소방서는 출동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동료들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공개 발표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다. 교통법규를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아 예산담당부서에서 징계성 대기를 한 사례도 있다. 20년 차 소방관 김모 씨는 “지방에서는 소방관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지시가 은연중에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가 지난해 10월 소방 공무원 60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방조직에 필요한 법률적 지원을 묻는 질문에서 ‘악성 민원 전담 대응팀’(48%)과 ‘소송 전담 법무조직 시스템’(34.9%)이 1, 2위를 차지했다. 최인창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단장은 “평가기준 개선은 물론이고 업무 과다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소방관 수를 2만 명가량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하경 기자}

2주일 남은 ‘장미 대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온라인에서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관심을 드러내는 행위가 자칫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소하게 보이는 차이가 합법과 위법을 가른다. 자신도 모르게 선거법을 위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투표일에도 투표 독려 이외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더 헷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투표 인증샷은 어디까지 가능? 투표 당일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당첨금을 주는 ‘국민투표 로또’는 최근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홍역을 앓았다. 국민투표 로또의 아이디어는 투표 독려를 위한다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시했다. 스타트업 개발자를 비롯한 시민 7명이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지난달 사이트를 개설했다. 선거 당일 ‘투표장 기표소에 비치된 투표용 도장을 찍은 자국과 자신의 e메일 주소가 나온 인증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면 추첨해서 1등 500만 원, 2등 200만 원 등을 주는 식이다. 문제는 투표를 해야만 찍을 수 있는 투표 도장 인증샷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추첨으로 당첨금을 준다고 해도 금전을 목적으로 투표를 유도하면 선거법 230조에 위배돼 매수죄로 간주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국민투표 로또 운영진은 인증샷 응모 기준을 ‘선거를 즐기는 사진’으로 바꾸고 잘 찍은 사진에 상금을 주는 사진전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를 독려하는 목적이 금전 지급이 아니라 이벤트로 바뀌었기 때문에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이번 대선부터는 역시 투표 당일 손가락으로 ‘엄지 척’이나 ‘브이(V)’를 그리는 투표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후보자의 기호를 연상시키는 손가락 포즈를 하고 인증샷을 찍는 것은 선거 당일 선거운동 행위로 간주돼 위법이었다. 그러나 선거법이 개정돼 올 1월부터는 괜찮았다. 다만, 기표소 내부에서 투표용지를 찍는 것은 여전히 위법이다.○ 허위 사실, 비방 아니면 낙선운동도 가능 국민의당 김지환 청년위원장은 15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김모 군(18)의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렀다. 백혈병을 앓는 김 군이 안 후보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감사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선거법 60조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성년자와 외국인 등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호소할 수 없다. 선관위가 조사에 나서자 김 위원장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미성년자와 외국인, 그리고 공무원을 제외한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온·오프라인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정책 홍보를 하는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낙선운동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특정 후보의 선거 포스터나 홍보물로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가짜뉴스’나 특정 후보를 비방, 비하하는 글을 올리거나 주고받으면 허위 사실 유포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인터넷 사이트, SNS,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정보교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의 사이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들이 실수로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선관위는 알기 쉽게 법규 홍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김하경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고모 씨(24)는 최근 전공과목의 ‘족보’를 샀다. 기출문제와 답안을 정리한 족보 3개를 사는 데 10만 원을 썼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 고 씨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돈을 주고 족보를 산다”며 “취업 준비를 위해 A 학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족보는 대학가에서 출제된 시험문제나 시험 준비용으로 핵심만 정리된 필기노트를 뜻한다. 과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대가 없이 선물하던 ‘내리사랑’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었다. 학과 구성원들의 연대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고 취업난에 개인 공부에만 매달리다 뒤늦게 족보를 구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귀한 족보 10만 원에 팝니다” 한 과목당 족보 가격은 보통 3만∼5만 원에 이른다. 보통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래되는데 최근에는 족보 거래를 알선하는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로 전문적이고 상업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다. 고 씨가 족보를 산 곳도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다. 시험 때만 되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보를 매매하자는 글이 줄지어 올라온다. 최근 1개월간 서울대 ‘스누라이프’에 41건, 연세대 ‘세연넷’에 49건, 고려대 ‘고파스’에 56건의 족보 매매 글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1.5건이 넘는다. 족보를 돈 주고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보 게시판’까지 생겼다. 수업 필기 양이 많은 문과생들이 주로 족보를 찾는다. 적극적으로 족보를 판매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구하기 힘든 귀한 족보를 파니 가격을 후하게 쳐달라”며 판촉에 나서기도 한다. 일부 “성의만 받겠다”며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바라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귀한 족보’임을 내세우며 현금을 요구한다. 거래 역시 철저히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판매자들은 직접 만나기보다 현금으로 계좌 이체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 돈을 받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e메일로 구매자에게 족보를 보낸다. 한 대학생은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가 선후배 교류의 장이 아닌 족보를 사고파는 장터로 변질된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일부 학생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판매 대행업체는 ‘호황’ 족보를 사고파는 대학생이 늘면서 대신 판매해 주는 업체까지 생겼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한 대행업체는 인터넷으로 족보를 판다. 홈페이지에서 과목명이나 교수명만 입력하면 간단히 족보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업체에서 파는 족보 가격은 과목당 5000∼1만 원이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하는 것보다 쉽고 저렴해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만 건을 넘었다. 업체 관계자는 “다른 학생이 족보를 내려받으면 족보를 올린 학생은 수수료를 뺀 60%를 받게 된다”며 “입소문을 타면서 보유한 족보도 늘고 경쟁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 한파로 인한 학점 경쟁이 빚은 하나의 현상으로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아리나 학회 활동이 줄어들면서 족보조차도 부탁할 선배가 없는 것이 대학생들의 현실”이라며 “학점 경쟁이 치열하니 돈을 주고서라도 족보를 꼭 구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대학가의 개인화와 상업화가 만들어 낸 우울한 현실”이라며 “족보는 학생들이 거래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 교수가 갖고 있는 일종의 지식재산권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 기자}

“TV에 소개된 곳이라 믿었다.” 개업 1년 만에 폐업 위기에 놓인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말이다. 창업 경험이 많지 않은 주부나 은퇴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내놓는 매출 실적과 성공 신화가 사실상 유일한 판단 근거다. 이를 바탕으로 목 좋은 곳은 어디고, 앞서 개업한 가맹점은 장사가 잘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 자체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게재된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가 가맹 희망 점주에게 공개하는 자료다. 재무 현황과 지역별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창업비용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현기 초보창업연구소(CHK) 대표는 “계약 체결 전 가맹사업 희망자 스스로 해당 업체 정보를 분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프랜차이즈와 다른 프랜차이즈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공정위는 업체별로 평균 영업 기간, 매출액, 법 위반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업체별 폐점률을 꼼꼼히 따져 오래가는 장수 기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가 최소 10년 이상 한길을 걸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며 “눈에 띄지 않게 오래 전통을 유지하는 가맹사업 브랜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유사업체 난립도 확인해야 한다. 사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뜨는’ 제품으로 인식되면 하루에 한 개씩 브랜드가 생겨나고 거품이 꺼지면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게 프랜차이즈의 속성이다. 자칫 가맹비만 노리는 프랜차이즈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처음 제시했던 내용과 달리 로열티와 광고비를 제때, 정확히 산정하지 않거나 물류비와 재료비 비중이 50% 이상인 프랜차이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기간이 짧은 곳도 위험하다. 이런 회사는 수익구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하경 기자}
31일 오전 4시 29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 관용차 K7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지하주차장 입구를 빠져나왔다. 같은 날 오전 3시 3분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 26분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7시 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할 때처럼 차량 뒷좌석에서 여자 수사관 2명 사이에 앉았다. 체념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전날 법원에 출석할 때와 달리 색조 화장이 지워진 핏기 없는 수척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고,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는 헝클어져 이마와 어깨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채였다. 그 직전까지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1002호에서 홀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며 피 말리는 7시간 30분을 보냈다. 31일 오전 3시 3분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박 전 대통령은 10분 가량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 관계자로부터 구치소 입감 절차 등을 안내받고 변호인과 면담을 했다. 또 구치소 입감 규정에 따라 색조 화장을 지우고 올림머리를 고정한 쇠핀을 뺐다고 한다. 구치소에서는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쇠로 된 물품을 몸에 지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울중앙지검 서문을 빠져나갈 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 10여 명이 문 옆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같은 시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은 구속 찬성 측과 이에 맞서는 친박 단체 시위로 혼잡했다. 구치소 정문 진입로 오른편의 친박 단체 회원들은 ‘박근혜’를, 반대편 구속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구속’을 외쳤다. 오전 4시 45분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구치소 정문으로 들어가자 친박 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로 얼굴을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한 여성 회원은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