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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88을 포함해 우하에서 백 7점이 흑의 수중에 들어가자 백의 실리 부족이 역력하다. 백은 실리를 만회하기 위해 백 92, 94 등으로 동분서주하며 큰 곳을 차지한다. 흑 93은 중앙을 보강하면서 95의 좌하 귀 침입을 엿본 수. 흑 99 때 백은 A로 막을 수 없다. 그러면 흑이 103의 곳에 호구해 패가 나는데 백의 부담이 너무 크고 팻감도 부족하다. 흑 101의 치중이 93 때부터 노리던 한 수. 참고 1도 흑 1로 단수치고 흑 3, 5로 두면 백 6의 급소 치중이 있어 하변 흑이 살기 어렵다. 그래서 흑 101을 먼저 둔 것. 지금이라면 백 102로 막을 수밖에 없다. 이어 참고 2도 흑 1로 두면 쉽게 7까지 살 수 있는데 이 9단은 한술 더 떠 흑 105로 치받는다. 백이 B로 막으면 A로 둬 참고 2도보다 더 크게 살겠다는 것. 백으로선 B로 막자니 굴욕이고 A로 막으면 앞길을 알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이동훈 5단은 또다시 기로에 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부문) 1차 예선심사에 참가할 12개국 61명이 가려졌다. 1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DVD 예비심사에는 곽신형 한양대 명예교수, 김관동 연세대 음대 학장, 송광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신동원 수원대 음대 교수, 전승현 서울대 음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심사위원들은 22개국 177명의 지원자가 제출한 DVD 영상을 보며 예선 출전 가능 여부를 ○×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채점한 뒤 합산해 합격자를 정했다. 합격자 61명의 국적은 한국이 41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5명, 몽골 우크라이나 각 3명, 세르비아 2명,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멕시코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각 1명이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몽골의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가 참가한 것도 화제다. 곽 명예교수는 “국제 콩쿠르인 만큼 발성이 좋다는 점은 기본으로 하고 현재 시점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국제 콩쿠르에선 해당 곡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와 감정 표현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심사 합격자들은 내년 3월 1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1차 예선에 참가한다. 예비심사 결과는 11일 콩쿠르 홈페이지(www.seoulcompetition.com)에 공지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는 1912년 창립해 올해로 총회 100회기를 맞았다. 현재 66개 노회, 285만 명 성도와 8700여 교회, 2만 명의 목사를 보유한 최대 교단으로 성장했다. 이런 부흥과 성장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 교단이 갖고 있는 통합의 정신, 우리 사회와 민족을 섬기는 사회선교 정신에 기인한다고 본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따라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이웃을 섬기고 봉사한다. 일반 사회에서는 이것을 사회봉사 혹은 사회공헌이라 한다. 우리 교단은 복음 전도도 열심히 하지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봉사하고 돕고 섬기는 것도 열심히 한다. 특히 이번 100회기에는 ‘주여,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를 주제로 몇 가지 어젠다를 설정했는데 그중 사회공헌에 해당하는 것이 매년 6월 25일을 ‘민족 화해의 날’로 정하고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작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교단은 양극화 극복을 위한 빈부 갈등의 화해 사역을 전개한다. 청년실업 극복을 위한 직업교육,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봉사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부서가 사회봉사부로 산하 및 협력 기관만 해도 22개가 된다. 농아인,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아동청소년, 노인학교, 노숙인, 기독교환경운동, 기독평화운동, 국제기아, 재난구호 등 분야별로 세분화돼 우리 사회와 세계를 돕는 데 공헌하고 있다. 사회봉사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소외된 자나 가난한 자나 지진이나 가뭄, 수해 등 재난을 당해 고통받는 자들도 돕는다. 특히 교단은 북한 동포를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여러 정치적 변화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매년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옷 보내기 운동을 비롯해 많은 구호물자를 보냈다. 개별 교회도 북한에 밀가루를 보내거나 국수공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북한 동포의 결핵퇴치 사업를 돕고 장애 방지를 위한 약 보내기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본 교단과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와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가는 한편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사회 공헌을 할 것이다. 우리 땅 한반도에 하나님의 크신 축복과 평화가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백의 탈출이 시작됐다. 기약이 없다. 죽지야 않겠지만 곳곳에서 상처를 입을 게 뻔하다. 백으로선 상처를 최소한으로 막는 게 당면 과제다. 백 70으로 호구 치고 74로 웅크린 것은 안형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마를 한 것. 지금 보폭을 넓혔다간 흑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잰걸음으로 흑의 사정권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웅크려 안에서 사는 게 더 좋다. 그래도 흑 75로 씌우자 답답한 모양. 이어 이세돌 9단은 흑 81로 끊어 백 대마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이제 백은 안에서 사는 수밖에 없다. 이동훈 5단은 뜸을 들이다 백 82를 내려놓는다. 유일한 수습책이다. 흑이 계속 백 대마의 탈출을 막으려면 참고도 흑 1로 둬야 한다. 그러나 백 2로 둬 완생이다. 흑 3의 단수에는 백 4로 그만이다. 흑이 이후 중앙 집을 크게 키우는 방향으로 둬야 하는데 모험이 따른다. 그래서 이 9단은 대마 포획 작전을 접고 실속 챙기기에 나선다. 흑 83부터 87까지 백 ○를 잡아 20집에 가까운 집을 만들었다. 그사이 백은 86으로 흑 한 점을 때려내며 중앙 쪽으로 활로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 완생은 아니다. 앞으로도 더 시달림을 당할 모양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진에 들어온 흑 ●는 날카로운 가시나 마찬가지. 직접 잡으려 하면 찔린다. 그래서 백 56, 58로 멀리서 포위망을 만든다. 이 수순으로 흑 ●를 잡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흑 57, 59가 놓이자 한때 날렵한 행마였던 백 ○가 폐석으로 변했다. 문제는 백 ○가 폐석이 되면서 우하 백의 삶 역시 졸지에 불투명해진 것. 그래서 백 62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백 ○가 살아 있었다면 백 62는 백 진을 넓히는 수였겠지만 실전에선 정처 없는 탈출 시도일 뿐이다. 백 62로 참고 1도 백 1로 끊어 흑 4점을 잡으려고 하면 흑 8로 되끊겨 거꾸로 잡힌다. 흑 63이 이세돌 9단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참고 2도 흑 1로 그냥 이으면 백 2, 4로 크게 살아간다. 하지만 흑 63을 먼저 두자 백 64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어 백은 참고 2도 백 2 대신 66으로 자중해야 한다. 흑 63은 고수만이 풀 수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합천이 국수(國手)의 고향 아닙니까. 국내에서 가장 전통 깊은 기전인 국수전 도전기 첫판을 유치하게 돼 기쁩니다.” 최근 제59기 국수전 도전 5번기 1국이 열린 경남 합천정원테마파크에서 만난 하창환 합천군수(66)는 ‘국수의 고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역대 네 번째 국수였던 고 하찬석 9단이 합천 출신이다. 하 9단은 2010년 별세했다. “하 국수와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그 당시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갔는지는 몰랐죠. 1975년 19기 국수전 타이틀을 획득한 것을 알고 동창들이 축하한 적이 있습니다.” 하 군수는 2013년 합천군 초청 형식으로 프로기사 ‘영재-정상 대결’을 만들었다. 당시 갓 입단한 신민준 신진서가 각각 최철한 이창호 9단을 이겨 화제가 됐다. 이후 ‘합천군 초청 하찬석 국수배 영재 바둑대회’를 열고 있다. 제4기 대회가 18일 개막하고 여기서 우승한 기사가 내년 3월 한중일 영재 바둑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 우승자는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대결을 펼친다. 그는 “바둑이 국민의 대표적 오락이고 조훈현 조치훈 이창호 이세돌 등이 세계 바둑계에서 활약하며 국민적 관심을 끌어왔다”며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합천군 명의의 기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 군수 실력은 5, 6급 정도다. 국수전이 열린 합천정원테마파크는 영상테마파크 바로 옆에 있으며 청와대를 정확히 67% 축소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내년 3월경 개장할 예정. 하 군수는 “영상테마파크에서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은 이후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120여 편을 찍었고 그동안 청와대 배경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아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이 일대를 가야산-해인사-합천호-황매산 등과 연계해 대표 관광 코스로 만들 예정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의 위력은 이번 보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우변 백이 흑 41, 43으로 차단당하자 갑갑한 상황에 처했다. 만약 흑 ○ 자리에 백돌이 놓여 있다면 우상 귀 흑 진에 있는 백 ○이 흑에 골치 아픈 복병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백 48과 흑 49를 교환할 수밖에 없어 저절로 고사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백 48을 뒀는데도 우변 백 진에는 여전히 뒷맛이 남아 있다는 것. 백 진에 대한 뒷맛은 생각보다 백에 꽤 치명적이어서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 그런데 이동훈 5단은 백 48만 교환해 놓고 백 50으로 상변을 보강했다. 상변도 언젠가는 지켜야 할 곳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참고 1도 백 1로 우변을 확실히 지켜 흑의 침입에 대비했어야 했다. 흑 53이 떨어지자 우변 백이 카운터펀치를 맞은 것처럼 휘청거린다. 백54로 참고 2도 백 1은 안 된다. 흑 12까지는 그 한 사례. 일찌감치 백이 위기에 빠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박정환 국수(22·9단)가 국수전 도전기에서 선승을 거두며 타이틀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박 국수는 5일 경남 합천군 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린 제59기 국수전 도전5번기 1국에서 도전자 조한승 9단에게 17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박 국수는 이날 대국에서 초반 흑에게 실리를 많이 내줬으나 중반 무렵 흑의 느슨한 삭감을 틈타 중앙에 큰 집을 마련한 뒤 그대로 밀어붙여 낙승을 거뒀다. 대국이 끝난 뒤 박 국수는 “도전자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부담스러웠는데 먼저 앞서 나가게 돼 다행”이라며 “첫 판에 백을 잡아 2국에선 흑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차분히 작전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기 도전자였던 박 국수는 당시 국수였던 조 9단에게 종합 전적 3승 1패로 이겨 처음으로 국수 타이틀을 획득했다. 박 국수는 또 상대인 조 9단에 대해 “쉽게 두면서도 균형을 맞추는 보기 드문 기풍의 기사”라며 “개인적으로는 이세돌, 김지석 9단 같은 전투형 바둑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롭게 느낀다”고 말했다. 조 9단은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형세였는데 지나치게 낙관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은 합천군과 군 바둑협회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현지 바둑 팬을 상대로 김성룡 9단과 이영주 초단이 공개해설과 다면기 지도 대국 행사를 펼쳤다. 2국은 1월에 열린다. 국수전은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며 우승상금은 4500만 원이다.합천=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현재 포진을 보면 흑의 모양은 단단하고 백의 형상은 넓게 벌어져 있다. 따라서 흑은 얼기설기 엮어진 백 진에 쳐들어가 주도권을 잡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흑 21이 그런 의미가 담긴 수다. 백 24는 근거 확보의 급소다. 좁지만 여기를 지켜야 흑의 공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백 26은 꼭 둬야 할까. 흑 27을 불러 흑 집을 굳혀준 것 아닌가. 그러나 지금처럼 흑 25가 놓인 상황이라면 흑 A가 좌상 백의 사활 관계로 선수가 된다. 흑 A를 당할 바에야 백 26, 흑 27을 교환하는 것이 백으로선 낫다는 것이다. 백 28로 넘어간 것도 구차한 듯 보이지만 실전적 수법이다. 모양을 중시해 중앙으로 뛰어나가 봐야 실속이 없다. 흑 29는 백 진을 가르는 2차 공습이다. 흑 31, 33 모두 형태를 응축시키며 힘을 축적하는 수. 특히 흑 33은 B로 째는 수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백 34가 도마에 올랐다. 백 28처럼 구차하지만 우변 상하 백을 연결시키는 좋은 수일까. 하지만 지금은 참고도 백 1처럼 중앙으로 뛰는 수가 대세점이었다. 모양만 봐도 시원하다. 흑 35로 인해 흑의 형태가 두터워졌다. 그 위력을 아직은 실감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될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동훈 5단(17)과 이세돌 9단(32)은 최근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18)과 대국을 가졌다. 커제 하면 요즘 삼성화재배와 멍바이허배 결승에 진출하며 세계 바둑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이 5단은 1일 중국 항저우기원에서 열린 리민배 4강에서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커제 9단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 5단은 2일 리민배 결승에선 중국의 무명 신예 구즈하오 4단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 9단은 앞서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커제에게 연속 두 판을 무기력하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9단은 곧바로 기운을 되찾아 멍바이허배 결승에 올랐다. 바둑의 승패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흑 1∼5의 복고풍 포석에 흑 7로 붙이는 고전 정석을 요즘 프로기사의 바둑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바둑 포진도 유행을 타서 한번 인기를 끌면 지겨워질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백 10은 A로 두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5단은 12, 14를 두고 싶어 10처럼 튼튼하게 둔 것. 백 18 때 흑 19는 한가해 보이지만 사실 꼭 필요한 수. 참고도 흑 1로 실리를 탐하면 백 2의 침입으로 우상 흑이 당장 근거를 잃는다. 백 20까지 모범적 포석 형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아마추어로선 배울 게 많은 바둑이었다. 특히 흑을 잡은 한상훈 7단이 보여 준 여러 차례의 묘수와 유연한 반면 운영은 매우 돋보였다. 참고도가 이 바둑의 결정적 하이라이트. 초반 실점한 백이 온몸으로 부닥쳐 하변 흑 대마의 삶을 위협하는 장면이다. 백 ○ 두 점이 잡히지만 않는다면 흑 대마가 한참 시달릴 것 같았는데 장문과 흡사한 흑 1(실전 101)이 떨어지자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백 ○는 다른 어떤 수로도 잡을 수 없지만 흑 1, 오직 이 한 수만이 백 ○의 탈출로를 막을 수 있었다. 이 9단은 흑 1을 보지 못했기에 실전과 같은 수순을 밟아 왔다. 흑 1이 쉬운 수는 아니지만 과거 이 9단이었다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였다. 그만큼 이 9단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후로도 이 9단의 승부수는 계속 이어졌지만 한 7단의 방어에는 빈틈이 없었다. 한 7단의 명국이라 할 만하다. 133=101, 172=115, 182=102, 193=178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시청률 10%를 훌쩍 넘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프로기사인 주인공 최택(박보검)이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잇달아 물리치고 한국 팀에 우승을 안기는 장면이 나왔다. 이 설정은 2005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떠올리게 한다. 농심배는 한중일 기사가 5명씩 출전해 이기면 계속 두는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을 가린다. 당시 한국 팀 선수 5명 중 유일하게 남은 이창호 9단은 드라마처럼 중국 기사 3명과 일본 기사 2명 등 5명을 꺾는 기적을 연출해 국내 바둑계를 환호케 했다. 10년 뒤인 올해 농심배에서 한국 팀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1일 열린 농심배 2라운드 10국에서 한국 팀의 4번째 선수인 박정환 9단(흑)이 중국의 구리 9단에게 293수 만에 2집 반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 팀은 이세돌 9단 혼자만 남게 됐다. 1라운드에서 신예 백찬희 초단과 민상연 4단이 한판도 이기지 못한 채 물러났다. 2라운드에선 최철한 9단이 2판을 이기는 활약을 펼쳤으나 구리 9단의 벽을 넘진 못했다. 중국은 구리 9단을 필두로 롄샤오 7단과 커제 9단이 건재하고 일본은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이 남아있다. 내년 3월 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3라운드는 구리 9단과 일본 기사의 대결로 펼쳐진다. 따라서 이세돌 9단은 한국 팀 우승을 달성하려면 4명의 중국 일본 기사를 물리쳐야 한다. 4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달성한 경우가 있긴 하다. 2011년 농심배에서 최철한 9단이 4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다른 점은 최 9단 뒤에 마지막 5번 주자로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있어 부담이 덜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이 홀로 남은 부담감을 떨치고 4연승의 쾌거를 이룰지 주목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81, 83의 콤비 블로로 흑이 마침표를 찍는다. 흑 87까지 백 두 점을 따내며 흑 말이 살아가선 흑 우세가 결정적. 선거 개표방송 때 쓰는 ‘당선 확실’이란 표현처럼 ‘승리 확실’이다. 어느덧 반상엔 잔 끝내기만 남았다. 이창호 9단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백 90이 끝내기의 요령. 참고 1도 흑 1로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흑 9까지 흑은 여러 번 가일수해 백 석 점을 따내야 한다. 실전처럼 95로 귀를 젖히는 끝내기도 없어서 흑의 손해가 크다. 물론 참고 1도처럼 흑이 손해를 봐도 이기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말이다. 흑 101에 백 102는 끝내기 기법인가 싶지만 지금은 의미 없는 수. 흑도 선수를 잡기 위해 103으로 따낸 뒤 마지막 남은 큰 곳인 흑 105를 차지해 승리를 결정짓는다. 이어 흑 107의 맥까지 선보이니 백은 몇 수 더 두다가 돌을 던졌다. 백 108로 참고 2도 백 1로 잡으면 하변 흑에 6집이나 생긴다. 93…◎.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박정환 국수를 이기는 건 기적이죠. 하하.” 조한승 9단(33)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듯 씩 웃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인근에 있는 ‘한종진 도장’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 9단은 한종진 김주호 9단 등과 함께 도장 사범 일을 맡고 있다. 조 9단은 지난달 제59기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이세돌 9단을 2 대 0으로 물리치고 도전권을 따내 박정환 국수와 리턴매치를 벌인다. 5일 경남 합천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리는 1국을 시작으로 도전 5번기가 진행된다. 지난 58기에서 국수였던 조 9단은 도전자 박 9단에게 1 대 3으로 졌다. 이번에도 수치상으로 조 9단이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1일 현재 국내 랭킹에서 박 9단은 1위, 조 9단은 16위다. 올해 전적도 박 9단은 50승 18패인데 조 9단은 37승 21패에 그쳤다. “지난 도전기 대국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한 대목에서 제 생각에만 갇혀 쉽게 단정 짓다 보니 뜻밖의 수에 당한 적이 많았어요. 이번엔 보다 치열하게 둘 겁니다.” 겉으로는 몸을 낮췄지만 한번 온 힘으로 부딪쳐 보겠다는 내심이 엿보였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조 9단은 전투보다는 조화를 중시하고 유연한 기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초일류로선 늘 2% 부족하다는 얘길 들었다. 이른바 승부사 특유의 독기(毒氣)가 없다는 것. “이창호 이세돌 9단도 큰 승부에 지고 분해서 운 적이 있다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눈물 흘린 적은 있어도요. (웃음) 패배의 아픔도 쉽게 잊는 편이고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성적이 안 좋은 건 성격이나 기풍보다 공부가 부족해서 그래요.” 외양은 늘 공부만 할 법한 모범생 스타일인데 실제로는 좀 달랐나 보다. 어쩌다 그가 연구실에서 기보라도 놓을라치면 동료들이 “수년 내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놀릴 정도라는 것. “제가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동료들에게 ‘노는 것도 다 공부다’라고 변명처럼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틈틈이 기보 보고 어울려서 연습 대국도 두는 등 여유 있게 공부해야 능률이 나는 거 같아요.” 한국 바둑이 중국 바둑에 밀린다는 우려가 많다고 했더니 조 9단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층이 얇은 건 맞지만 실력은 큰 차이가 없어요. 3, 4년 전에 비해 국내 신예기사들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민상연 또래들이 조금만 더 있으면 지금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커제 9단과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 대학(한국외국어대)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한다. 여자친구가 뒤늦게 공부하는 것을 기다려 주느라고 늦었다고. “드물지만 기적은 일어나잖아요. 국수 타이틀을 결혼식 선물 중 하나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가 또 한번 씩 웃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근 시청률 10%를 훌쩍 넘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프로기사인 주인공 최택(박보검)이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잇따라 물리치고 한국 팀에 우승을 안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설정은 2005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떠올리게 한다. 농심배는 한중일 기사가 5명씩 출전해 이기면 계속 두는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을 가린다. 당시 한국 팀 선수 5명 중 유일하게 남은 이창호 9단은 드라마처럼 중국 기사 3명과 일본 기사 2명 등 5명을 꺾는 기적을 연출해 국내 바둑계를 환호케 했다. 10년 뒤인 올해 농심배에서 한국 팀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1일 열린 농심배 2라운드 10국에서 한국 팀의 4번째 선수인 박정환 9단(흑)이 중국의 구리 9단에게 293수 만에 2집반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 팀은 이세돌 9단 혼자만 남게 됐다. 1라운드에서 신예 백찬희 초단과 민상연 4단이 한판도 이기지 못한 채 물러났다. 2라운드에선 최철한 9단이 2판을 이기는 활약을 펼쳤으나 구리 9단의 벽을 넘진 못했다. 중국은 구리 9단을 필두로 롄샤오 7단과 커제 9단이 건재하고 일본은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이 남아있다. 내년 3월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3라운드는 구리 9단과 일본 기사의 대결로 펼쳐진다. 따라서 이세돌 9단은 한국 팀 우승을 달성하려면 4명의 중국 일본 기사를 물리쳐야 한다. 4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달성한 경우가 있긴 하다. 2011년 농심배에서 최철한 9단이 4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다른 점은 최 9단 뒤에는 마지막 5번 주자로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있어 부담이 덜했다. 이세돌 9단이 홀로 남은 부담감을 떨치고 4연승의 쾌거를 이룰지 주목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박정환 국수를 이기는 건 기적이죠. 하하.” 조한승 9단(33)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듯 씩 웃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인근에 있는 ‘한종진 도장’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 9단은 한종진 김주호 9단 등과 함께 도장 사범 일을 맡고 있다. 조한승은 지난달 제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세돌 9단을 2대0으로 물리치고 도전권을 따내 박정환 국수와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5일 경남 합천 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리는 1국을 시작으로 도전 5번기가 진행된다. 지난 58기에서 국수였던 조 9단은 도전자 박 9단에게 1대3으로 졌다. 이번에도 수치상으로 조 9단이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1일 현재 국내 랭킹에서 박 9단은 1위, 조 9단은 16위다. 올해 전적도 박 9단은 50승 18패인데 조 9단은 37승 21패에 그쳤다. “지난 도전기 대국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한 대목에서 제 생각에만 갇혀 쉽게 단정짓다보니 뜻밖의 수에 당한 적이 많았어요. 이번엔 보다 치열하게 둘 겁니다.” 겉으로는 몸을 낮췄지만 한번 온힘으로 부딪쳐 보겠다는 내심이 엿보였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조 9단은 전투보단 조화를 중시하고 유연한 기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초일류로선 늘 2% 부족하다는 얘길 들었다. 이른바 승부사 특유의 독기(毒氣)가 없다는 것. “이창호 이세돌 9단도 큰 승부에 지고 분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 보다 눈물 흘린 적은 있어도요. (웃음) 패배의 아픔도 쉽게 잊는 편이구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성적이 안 좋은 건 성격이나 기풍보다 공부가 부족해서 그래요.” 외양은 늘 공부만 할 법한 모범생 스타일인데 실제로는 좀 달랐나보다. 어쩌다 그가 연구실에서 기보라도 놓을라치면 동료들이 “수년 내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놀릴 정도라는 것. “제가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동료들에게 ‘노는 것도 다 공부다’라고 변명처럼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틈틈이 기보 보고 어울려서 연습 대국도 두는 등 여유 있게 공부해야 능률이 나는 거 같아요.” 한국 바둑이 중국 바둑에 밀린다는 우려가 많다고 했더니 조 9단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층이 얇은 건 맞지만 실력은 큰 차이가 없어요. 3,4년 전에 비해 국내 신예기사들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민상연 또래들이 조금만 더 있으면 지금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커제 9단과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 대학(한국외대)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한다. 여자친구가 뒤늦게 공부하는 것을 기다려주느라고 늦었다고. “드물지만 기적은 일어나잖아요. 국수 타이틀을 결혼식 선물 중 하나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가 또 한번 씩 웃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근 인기를 끄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천재 바둑기사인 주인공 최택(박보검)이 한중일 3국의 대결에서 중국 기사 3명과 일본 기사 2명을 이기는 기적의 5연승으로 한국 팀에 우승을 안겨주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2005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의 우승 실화를 그대로 따온 것. 당시 이 9단은 중국의 뤄시허 왕레이 왕시를, 일본의 장쉬 왕밍완을 모두 물리쳤다. 최택의 무표정한 표정이나 옷차림도 당시 이 9단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고, 기보까지도 똑같이 보여줬다. 10년 전 이 9단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한 드라마와는 달리 이 대국에서 이 9단은 점점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 흑 73, 75가 놓이자 중앙 다툼의 결말이 훤히 보인다. 관건이었던 중앙 흑 말이 쉽게 살아가게 된 것. 흑 75는 참고도 흑 1로 둬도 흑 13까지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수순 중 백 4는 흑 ‘가’로 두는 수가 있어 불가피하다. 한상훈 7단은 실전이 참고도보다 훨씬 단순해 택한 듯하다. 백 80 이후 흑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다음 보에서. 유단자라면 보여주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창호 9단의 마지막 카드인 백 ○가 놓이자 반상에는 오랜만에 긴장감이 흐른다. 제법 흑의 신경을 긁는 수. 전반적으론 백이 잘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흑의 실수가 나온다면 국면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백 ○가 놓인 이상 탈출로가 없어진 좌변 흑은 57로 살아두는 게 정수. 이 대목에서 마침내 관전자들이 궁금해하던 수순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백 58로 끊으면 중앙 흑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백 62까지 확실히 흑이 끊겼다. 얼핏 보면 중앙 흑은 고립무원처럼 보인다. 외부로 연결하는 수순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상훈 7단이 약간 생각을 하더니 자신 있게 흑 63으로 젖힌다. 직접 움직이기 전에 멀리서 지원 사격을 하는 느낌이다. 선수가 되는 곳을 보류하고 먼저 백에게 어떻게 받을 것인지 묻는 것. 이 9단은 괴로운 듯 몸을 뒤척인다. 흑 63에 대한 대응이 까다로웠는지 백 64, 66으로 시간을 번 뒤 백 68로 애매한 행마를 내놓았다. 참고도 백 1은 성립하지 않는다. 흑 10의 급소 한 방으로 쉽게 산다. 그나마 백 68이 가장 까다로운 수. 흑은 살아가기만 하면 이기는데 과연 여기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무명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남편과 미대 졸업생 아내는 2002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살았다. 이들은 멋진 삶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느 날 그들은 런던 거리 한 건물에 붙어있는 한 블루 플라크(Blue Plaque)를 발견했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곳이었다. 블루 플라크는 런던에 살았던 유명인의 집이나 작업 공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패다. 이때부터 이 부부의 블루 플라크 탐방이 시작됐다. 런던에 880곳인 블루 플라크 중 이들이 직접 가본 23곳을 책에 담았다. 이 표지는 죽은 지 20년,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으며 인류의 복지와 행복에 탁월하게 기여한 인물의 거주지 등에 붙인다. 대상은 영국 문화유산 단체인 잉글리시 헤리티지 소속 사학자들의 조사와 심사위원 9명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1998년 시작돼 2005년 종료됐다. 이 책의 블루 플라크를 따라가 보는 런던 거리는 여느 안내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1830년대까지 왕실만 사용할 수 있었던 킹스로드는 1960년대 레코드 레이블과 트렌디한 가게가 들어서며 패션의 중심지가 됐다. 레드 제플린이 소유했던 ‘스완 송 레코드’ 본부가 있었고 그룹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가 운영했던 숍 ‘섹스(SEX)’가 있었다. 이런 사실도 런던 마니아 정도나 알 수 있는 거리 풍경이지만 이 책은 비비언 리, 모차르트, 조지 엘리엇, 오스카 와일드, 브램 스토커, 제인 오스틴, 애거사 크리스티의 집이 킹스로드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기에 오스카 와일드가 사랑했던 여인이 결국 와일드의 친구였던 브램 스토커에게 마음을 빼앗긴 얘기까지 덧붙이면 킹스로드는 전혀 다른 거리로 느껴진다. 부인 송정임 씨가 블루 플라크 건물과 인근 풍경을 그린 그림은 사진처럼 명료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잔잔해 책의 느낌을 잘 살려준다. 이 부부는 위대한 사람들의 집을 보면서 뭘 느꼈을까. 멋진 인생을 꿈꿨던 부부는 위대한 사람들조차 멋지게 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대신 자신들의 인생이 멋지지 않다고 깎아내리는 것도 그만뒀다. 참고로 베이커 가 221b 셜록 홈스 박물관에도 블루 플라크가 붙어있다. 소설 속에서 홈스의 집으로 나온 곳.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워낙 유명한 주인공이니 특별히 블루 플라크를 붙여준 것일까. 아니다. 원칙 하면 영국 아닌가. 가짜 블루 플라크다. 인근 어퍼윔폴 가의 아서 코넌 도일 집에 붙은 블루 플라크를 보며 위안을 삼기를.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이 넉넉하게 우세한 형국이다. 반상을 둘러보면 좌변 흑이 유일하게 미생인 흑 말이다. 물론 눈 모양이 풍부해 쉽게 잡힐 돌이 아니다. 백은 34, 38로 좌변 흑에게 이젠 살라고 종용한다. 흑 39는 좋은 타이밍. 백이 바로 막으면 좌변 흑은 완생한다. 백은 40으로 늦춰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흑이 또 이득을 본 셈이다. 흑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 데다 약한 곳도 없어 낙승이 예상된다. 흑으로선 좌변 흑에 한 수를 더 둬 살아도 괜찮을 형세인데 살 수 있는 돌에 가일수하는 건 승부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백 42로 참고도처럼 잡으러 가는 건 어떨까. 백 5까지 두 집을 못 내게 할 수 있지만 흑이 밖으로 탈출하는 길을 막을 순 없다. 이창호 9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맹수의 사냥법처럼 끈질기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흑은 백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듯 좀처럼 걸려들 기미가 없다. 백 52의 차단은 백의 마지막 카드. 좌변 잡으러 가는 수와 ‘가’로 끊는 수를 동시에 노린다. 흑은 두 곳의 약점을 어떻게 방비할 생각일까. 마지막 고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